[9월_직환의이야기] 산재장해를 딛고 ‘당연히’ 출근할 수 있게 되길

산재장해를 딛고 당연히출근할 수 있게 되길

 

김은경 후원회원, 근로복지공단 안산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

 

마스크 밖으로 보이는 눈매가 무척 선해 보이는 남자 분을 외래에서 만났다. 40대 초중반, 세 아이의 아빠라며, 병원에 입원해있으면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하는 것이 가장 싫고 불편하다면서 수줍게 말하는 환자였다. 202010월의 어느 날, 여느 새벽처럼 트럭을 운전해서 나갔고, 늘 해왔던 것처럼 동료를 돕기 위해 운전석에서 내려 트럭 뒤쪽에서 작업을 하던 중 승용차가 추돌하면서 환자의 양다리에 부딪혔다고 한다. 그 사고로 왼쪽다리는 무릎 위에서 절단하고 오른쪽은 골절로 수술을 받게 되었다.

 

순식간에 일어난 사고로 다리를 잃었을 뿐 아니라 가족과 함께 하던 평범한 일상이 깨졌고, 20여년을 성실하게 매일 출근하던 회사에 다시 출근할 수 없을지도 모르는 상태로 20216월 외래에서 나와 만났다. 근로복지공단 지역본부의 직장복귀지원팀장님과 우리 병원의 직장복귀지원팀은 환자분과 첫 만남 이후, 왼쪽 다리 절단 상태에서도 트럭 운전 업무를 하실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함께 머리를 싸매고 고민했다. 사고 후 치료받고 열심히 재활 훈련을 받는 환자분의 모습을 보며 어떻게든 꼭 직장에 복귀시켜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환자의 회사에 물었더니 이 회사에서 운행하는 모든 차량이 수동 변속기 차량이라고 답해주었다. 왼다리로 순발력 있게 크러치를 밟지 못하는 상태로는 운전을 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되었다. 그렇다면 자동 변속기로 개조하자고 의기투합하여 견적을 내보니 비용이 2,000만원이 넘게 든다고 하였다. 개조 비용을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알아보았다. 아쉽게도 근로복지공단에는 해당 비용을 지원할 수 있는 재원이나 규정이 없고, 안전보건공단의 클린사업장조성지원사업도, 장애인고용공단의 차량개조 비용지원도 예산소진이라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다행히 청주의 일환경건강센터 예산으로 사례 당 최대 500만원까지 지원이 가능하다는 반가운 소식을 접하게 되어 우리 병원과 협약도 진행하였으나, 나머지 1,500만원은 어디서 구해야할지 난감했다. 사업주는 추가 비용을 내는 것에 대해 생각을 해본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설령 한 대를 개조한다 해도 그 차량을 정비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어떻게 하냐며 난색을 표했다. 난감해하며 수소문 하던 중 수동변속기 차량을 세미오토로 개조하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 대 당 160만 원 정도 소요되는 터라 일환경건강센터의 지원으로 세 대까지 개조를 할 수 있게 되었다.

 

환자를 만나 진행 상황을 설명하니 눈물을 글썽였다. 그간의 마음고생이 우직한 환자의 얼굴에 잠시 스쳐지나갔다. 환자는 우리 병원의 재활의학과에서 작업능력강화 등 맞춤형 재활치료를 통해 전반적인 신체능력을 향상 시키며 의족 적응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8월부터 9월 사이에는 요양 중 직장적응훈련까지 진행하여 10월경에는 고대한 것처럼 원래 직장에 복귀하게 될 것이다.

 

산재는 노동자의 일상에 많은 변화를 가져온다. 2020년 한 연구결과는 산재환자들의 자살위험은 경제활동을 하는 일반인들과 비교하여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그렇잖아도 자살률이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우리나라에서 일반인구의 2배 이상이라니! 아파서 미안한 마음, 투병이 길어질수록 생기는 직장이나 동료들과의 단절,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생기는 가족 안에서의 갈등, 원하는 만큼 호전되지 않아서 생기는 좌절감. 이런 복잡한 상황과 감정은 산재환자들을 자칫 벼랑 끝으로 몰아갈 수 있다. 산재 환자들에게 최선의 치료를 제공하고 직장복귀를 위해 적절한 도움을 주는 것, 그들이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은 단순한 치료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산재 이후의 직장복귀가 일상 회복에 있어 매우 중요함에도 우리나라의 산재환자 직장복귀율(원직장 또는 타직장)은 몇 년째 70퍼센트 안팎이며, 원직복귀율은 40퍼센트 남짓이다. OECD 국가들의 상당수가 원직복귀율 70퍼센트 이상을 보고하고 있는 것을 고려할 때 매우 초라한 성적표다.

 

개정된 산재보상보험법에 의해 2022년부터 사업주가 산재환자들에 대한 원직복귀계획서를 근로복지공단에 제출할 수 있고, 공단은 적절한 절차를 만들어 사업주와 산재환자들을 지원 할 예정이다. 산재환자의 직장복귀에 대하여 좀 더 구체적인 법적근거가 생기고 사회적 인식이 생기는 것은 무척 반가운 일이다. 다만, 앞의 사례에서 본 바와 같이 산재환자의 직장복귀는 설득 또는 협박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우선, 스포츠 선수들이 수상 후 복귀를 위해 스포츠 재활을 하는 것처럼 직장복귀를 위한 최선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장해가 발생한 환자들이나 업무상 질병이 발생해 요양 후 복귀하는 환자들을 위해 작업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재원과 절차도 마련되어야 한다. 그것을 위해 이해 당사자인 노측과 사측이 산재 이후 직장복귀에 대하여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더불어 고용노동부, 근로복지공단, 안전보건공단이 지혜를 모아 가용한 자원을 파악하고 산재환자의 직장복귀와 재손상 방지, 동료노동자들의 유사 손상과 질병발생 예방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산재는 적용 받고 승인 받는 것도 매우 중요하지만, 최적의 요양과정을 거쳐 일상으로 복귀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가 되어야하는 제도이다. ‘목걸이의 강도는 가장 약한 고리가 결정한다는 독일 수공업자들의 이야기가 문득 떠오른다. 산재환자는 우리나라의 약한 고리 중 하나가 아닐까? 산업전선에서 일하다 다치거나 병을 얻은 분들이 끊어지지 않는 강한 고리가 될 수 있길 간절히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