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보험 톺아보기] 산재보험의 쟁점과 대안, 연재를 시작하며

산재보험의 쟁점과 대안, 연재를 시작하며

 

김형렬 노동시간센터, 산재보험연구팀

 

노동자 건강권 운동에서 산재보험의 문제와 개선은 지속적으로 주요한 주제였다. 사업장 규모가 작아서 산재보험 적용이 되지 않고, 특수 형태 고용 노동자라는 이유로 산재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직업병으로 인정되는 것이 매우 어려웠고, 절차 역시 까다롭다. 산재 승인을 받아도 제대로 치료받고, 건강하게 직장 복귀하는 노동자 비율은 항상 낮았다. 직장에 복귀해도 산재를 유발한 위험요인에 다시 노출되는 경우가 많아, 사회보장이 예방과 분리된 채 사고와 복귀, 다시 사고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경험하고 있다. 


오래된 문제 제기이며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을 풀어나가기 위해 그동안의 쟁점을 정리하고 개선의 핵심 지점을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이하 한노보연)에서는 올해 초 산재보험 연구팀을 꾸려 산재보험 문제의 주요 쟁점과 개선 방향의 핵심을 정리하는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산재보험의 주요 쟁점을 1) 산재보험 적용 대상 2) 재정과 급여 3) 관리운영체계 4) 예방과 재활기능 5) 업무상재해 판정으로 구분하여 정리한다. 이를 위해 주요 문헌 검토, 해외사례 검토, 강의, 토론 방식을 통해 쟁점과 개선 방향을 정리하였다. 


사회보험의 기본원리로 다시 보기 


산재보험 적용 대상의 문제는 많은 논쟁이 있었고, 여전히 주요한 쟁점으로 남아 있다. 농·어업인은 산재 적용이 되지 않으며, 임노동 관계에 있는 농·어업인들도 5인 이상 고용한 사업장의 노동자들에게만 산재보험 적용이 되고 있다. 산재 발생의 위험이 높은 영세 자영업자도 산재 보험 적용대상이 아니다. 특수고용형태 노동자들은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지만, 강제 가입이 아니라 본인이 적용제외신청을 하면 가입하지 않아도 된다. 법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노동자에게 강제 가입을 통해 적용대상에 포함하는사회보험의 기본원리가 무시되고 있다. 이러한 독소조항은 실제 특수고용형태 노동자들의 낮은 산재보험 가입률을 유도하고 있다. 더군다나 민간보험회사는 당사의 판매 노동자들에 대해 자체 민영보험에 가입하여 산재보험을 대체하고 있다고 설명하는데, 이는 예방, 재활의 기능이 누락되어 있고, 사회보험의 강제성, 노동자
의 권리가 무시된 임의성이 확대되고 노동자의 재해 예방과 건강한 작업 복귀라는 산재보험의 고유 기능을 위협하는 조치라고 판단된다. 자영업자, 특수고용 노동자, 농·어업인, 학생 등을 산재보험의 적용대상으로 포함하고 있는 여러 해외 사례들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산재보험의 재정은 사업주의 부담을 기본으로 한다. 보험료는 업종별 위험에 따라, 사업장의 산재 발생의 정도에 따른 개별 실적을 반영하여 부과한다. 장해연금, 유족연금의 확대로 인해 재정적립의 강화 주장이 지속되고 있으나, 산재보험은 기본적으로 부과방식을 취하고 있다. 개별실적에 따른 보험료 부과, 재정적립 강화 요구가 산재 예방, 산재보험 지속성 확보라는 이유로 필요성이 주장되고 있으나, 산재보험의 사회보험 특성을 위협하는 요소로서 작동되는 측면도 있다. 산재보험을 조세 방식으로 운영하는 모델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 산재보험 급여에서는 산재보험의 비급여 영역 문제, 휴업급여 70%의 타당성 등이 검토될 필요가 있다. 

근로복지공단이 위탁받아 운영하는 산재보험 운영체계의 적합성은 지속해서 문제 제기가 있었다. 한쪽에서는 운영의 경직성, 사회보험의 서비스 제공자의 역할 부족 등을 문제 삼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이를 문제 삼아 산재보험의 운영체계를 민영화, 혹은 다원화하자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산재보험의 시장 규모와 유사 민영보험을 운영해 본 경험을 근거로 민영보험사의 지속적인 민영화, 다원화 요구가 있었고, 이는 앞으로도 산재보험의 사회보험 성격을 위협하는 중요한 원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 민간보험사는 산재보험의 주요 기능인 재활이나 예방은 중요하게 고려하지 않는 포괄성 부족 문제가 있을 뿐더러높은 관리 비용, 소득재분배를 고려하지 않는 효율성 추구, 위험이 낮은 집단만을 선별하여 가입시키는 전략을 추구 할 것이다. 이는 노동자 건강권이 위협받는 상황을 낳을 가능성이 크다.

국가가 운영하는 4대 사회보험 중 하나로 국민의 복지와 연관된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사실상 개선해야할 지점이 상당한 산재보험


일하는 사람을 위한 산재보험의 목적 되살려야 


산재보험은 재해를 입은 노동자에 대한 적절한 보상뿐 아니라, 재해를 예방하고, 재해 노동자를 건강하게 사회에 복귀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현재 산재보험은 일부 산재보험의 재정을 이용하여 안전보건공단이 예방사업을 하도록 이를 위탁하고 있다. 예방사업이 적절히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또한 40%도 되지 않는 재해노동자들의 원직장 복귀율을 볼 때, 적절한 재활 복귀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이를 높이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지 검토가 필요하다. 


최근 들어 업무상 재해 판정제도의 다양한 변화가 시도되고 있다. 추정의 원칙이 도입되어 근로복지공단, 법원의 과거 유사 인정사례를 신속하게 처리하는 절차가 진행되고 있고, 인정기준도 합리적 방향으로 완화되는 추세이다. 그러나 여전히 행정절차의 불합리가 있고, 산재승인까지의 기간이 긴 문제, 그리고 심의 기구의 불합리함이 있다. 


특수고용형태 노동자 산재보험 가입 의무화, 산재재해 노동자 원직장 복귀 의무화, 직업병 판정 구조 개혁, 선보상·후판정을 통한 직업병 인정 및 치료 신속성 확보, 산재의료기관 질향상 방안, 건강보험 상병수당 도입 등이 산재보험 개선의 주요 대안으로 제시되어 왔다. 이들 대안에 대한 검토 역시 필요하다. 


노동자의 입장에서 산재보험의 개선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개선방향의 결과물뿐만 아니라 변화를 만들 ‘현장의 힘’을 모아내는 과정이 동반되어야 한다. 이를 위한 노력에 한노보연이 함께하려고 한다. 

 

산재보험연구팀 연구 주제
1. 우리나라 산재보험의 역사와 체계
2. 노동의 변화와 산재보험 적용대상 확대
3. 산재보험의 재정과 급여
4. 산재보험의 관리운영체계 / 민영화 논쟁
5. 산재보험의 예방 기능과 재활 기능
6. 외국의 산재보험 체계 비교
7. 업무상재해 판정 제도
8. 산재의료기관 및 산재관리의사제도
9. 직업병 인정기준과 역학조사
10. 산재보험 제도 개혁을 위한 대안 모색

* 산재보험연구팀이 다루려는 연구주제의 목록이다. 함께 토론하며 쟁점을 만들고, 대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그 결과물을 앞으로 <일터>에 게재할 예정이다. 노동시간센터 산재보험 연구팀의 작업에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한노보연 2019년 주요 활동 안내

[언론보도] 고용노동행정개혁위 산재보상 권고안에 대해 (매일노동뉴스)


고용노동행정개혁위 산재보상 권고안에 대해

권동희 공인노무사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 승인 2018.08.27 08:00

지난 1일 고용노동부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는 9개월간의 활동을 종료하고, 15대 과제에 대한 권고안을 발표했다. 그중 ‘산재보상 실태와 개선 권고안’은 18개 부분, 65개 세부 권고사항으로 구성돼 있다. 권고안의 기본 방향과 내용을 간략히 설명하고자 한다.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3528

특집 4. 걱정 없이 치료 받는 상병수당 도입을 / 2017.3

걱정 없이 치료 받는 상병수당 도입을



권종호 선전위원



현재 한국에서는 산재로 승인된 질환으로 인해 요양하는 기간은 이로 인한 휴업의 대가로 휴업 급여를 지급하고 있다. 전체 평균임금의 70%에 해당하는금액을 입원이든 통원 치료든 상관없이 일을 못 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동안 받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산재신청을 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이나 불승인 통보를 받았을 경우 일을 하지 못하더라도 아무런 경제적 지원을 받을 수 없다. 결국, 일을 할 수 없을 정도의 중증 질환이 발생하는 순간 막대한 의료비 부담과 실직으로 인한 소득 감소의 이중고를 갑작스럽게 맞이하게 된다. 또한, 중증 질환은 아니지만 충분한 요양이 필요한 질환의 경우도 요양 기간을 최대한 줄이고 빠르게 경제 활동에 복귀하기도 한다. 심지어 말기 암 판정을 받고 힘든 항암 치료를 받으면서도 경제적 부담 때문에 직장을 쉽게 그만두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현재 한국에서 이를 대비할 방법은 민간보험뿐이고 당연히 개인의 위험은 개인적으로 준비해야 하는 것처럼 인식되고 있다. 그래서 상병수당은 상당히 낯선 개념이다.


상병수당이란?

산재 여부와 관계없이 일을 더는 할 수 없는 중증 질환이 발생하거나 충분한 요양이 필요한 질환으로 인해 실직 상태가 되는 경우 이로 인한 임금 손실분을 보전해주는 제도이다. 유럽국가의 경우 의료보험을 도입한 취지가 '소득 안정'이었기 때문에 이러한 상병 수당이 오히려 의료비 보장보다 먼저 생겼다. 즉, 갑작스러운 질환으로 인해 직장을 잃을 수 있고 이에 대한 최소한의 소득 지원이 단편적인 의료비 지원보다 더욱 포괄적이고 중요한 복지 대책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개념을 기반으로 1952년 ILO는 '사회보장에의 최저기준에 관한 조약'(102조약)을 채택하면서 ' 모든 질병에 대해 그 원인을 묻지 않고 (급여를) 지급하도록' 규정하기도 했다. 현재 OECD 회원국 중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 등 대부분 국가는 의료보험이나 다른 공적 보장 형태로 상병수당을 제공하고 있으며 심지어 OECD 회원국이 아닌 대만에서도 상병수당을 도입한 상태이기도 하다. 반면에 한국은 국민건강보험법 제4장 보험급여 항목 중 제50조(부가급여) 부분에서 '공단은 이 법에서 정한 요양급여 외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임신·출산 진료비, 약제비, 상병수당, 그 밖의 급여를 시행할 수 있다'고 규정해 놓긴 했지만, 상병수당의 경우 거의 사문화된 상태로 논의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상병수당 가능한가?

국민건강보험은 6년째 흑자를 내고 있으며, 2016년 말 기준 누적 흑자가 20조 656억 원이다. 건강보험은 국민연금처럼 돈을 모았다 나중에 주는 것이 아니라 한 해 걷어서 그 해에 다 써야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20조 이상의 적자가 나는 것은 소득이 늘지 않고 중산층이 줄면서 의료 기관 이용을 줄여가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더 큰 문제는 부유한 사람들의 의료 기관 이용은 줄지 않아 오히려 국민건강보험의 역분배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경기 침체와 양극화 현상이 지속되면 문제는 더 심각해질 것이다. 이러한 인식을 근거로 전문가들은 지금의 시점이 상병수당 도입의 적기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


가천대 의대 임준 교수(예방의학과)의 연구에 따르면 상병수당 도입 시 소요되는 재정은 2인 가족 최저생계비, 최저임금, 평균임금 등 여러 기준의 70% 수준을 보전해주는 것을 가정할 때 1조4190억 원에서 2조8225억 원 정도로 계산되었다. 현재 건강보험 흑자를 생각하면 당장 도입해도 무리가 없는 수준이다. 또한 상병수당 도입으로 개인의 민간보험 의존도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에 상병수당 도입에 따른 건강보험료 인상이 다소 있더라도 가계 부담은 적절히 재분배 될 것으로 예상된다.


상병수당과 산재보상

상병수당 제도가 시행되면 산재보상보다 훨씬 넓고 든든한 경제적 안전망이 확충되게 된다. 이로 인해 산재보상 제도는 어떤 영향을 받게 될까. 상병수당의 도입으로 인해 업무상 질병이 아닌 경우도 소득 수준의 보전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대되고 당연시 되면 결과적으로는 산재보상과 상병수당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제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통합 이전 단계에서 현재의 재해자 입증 책임과 같은 형태나 직업성 질환에 대한 한정된 판단 기준과 같은 산재보상의 문제점들이 시급히 개선되어야 한다. 이러한 산재보상 제도의 개선은 노동자의 제대로 치료받을 권리 보호라는 점에서나 업무 관련성의 판단이 승인 또는 불승인의 이분법으로 정해질 수 없다는 점에서 당연하다. 그리고 상병수당의 도입에 따른 건강보험 재정의 부담을 줄여줄 수 있어 꼭 필요한 부분이다.


상병수당 도입을 대선 공약으로

이번에 치러질 조기 대선에 주요 대선주자들은 공공의료 강화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노인복지 강화 등의 보건복지 분야 정책공약을 또 다시 방대하게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재까지 상병수당을 공약으로 제시한 경우는 지난 2012년 대선에 통합진보당이 유일하다. 이제는 산재보상의 제도 개선과 더불어 상병수당 도입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는 점을 확실히 하고 이번 대선에서 이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는 대선 주자가 경쟁적으로 나타나 실제 도입으로 이어지도록 압박해 나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