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중지권 기획] 작업중지권을 써야 할 때 /2016.4

위험 상황을 인지했을 때 작업중지 절차 1

 

 

 

 

중대재해 예방과 작업중지권 실현을 위한 당장멈춰

 

 

 

당장멈춰 팀에서는 2년에 걸쳐, 실태조사와 토론을 함께 했던 금속노동자를 중심으로, 어떤 때 작업중지권을 써야 하며, 그 절차는 어때야 하는지 소개하는 매뉴얼을 작성 중이다. 그 주요 내용을 세 차례에 걸쳐 싣는다. 작업중지는 부상이나 사망, 질병 등에서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작업자가 현장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적극적인 예방 조치이다. 현장에서 위험 상황을 느꼈을 때 작업중지를 어떻게 하면 될까?

 

현장에서 조합원이 가져야 할 태도

 

 

나는 존엄한 존재이다.

작업자에게 가장 어려운 것은 작업중지를 내가 해도 되나?’, ‘설비 가동을 중단하고 대피해도 되나에 있다. 당장 위험 상황에 직면해도 나중에 닥칠지 모르는 불이익이 두렵기도 하다. 또한, 현장마다 노동조합의 유무, 노조의 조직력 수준, 사측과의 일상적인 관계 등이 있어 위축되기도 한다. 그러나 조직력이 있고 튼튼한’, ‘힘 있는노동조합의 노동자만 건강이나 생명이 귀하고 소중한 것은 아니다. 나의 생명과 건강이 가장 소중하며, 나는 존엄한 존재라는 것을 잊지 말자!

 

이 공정의 전문가는 바로 나!

급박한 위험에 대한 판단은 어느 누구보다 해당 공정의 작업자가 가장 정확하다. 평소와 다른 상태의 기계, 기구, 설비의 트러블과 오작동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것도 해당작업자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급박한 위험여부에 대해 일차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작업자 스스로이다. 내가 잘 안다는 자신감을 갖자!

 

조합원의 역할

 

Step 1. 위험 징후를 감지했다면 바로 작업중지!

위험징후를 감지했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작업중지를 즉각적으로 실시하는 것이다. 이것은 두번 생각할 일이 아니다. 기계, 기구, 설비의 가동이 평소와 다른 상태를 보이거나, 감지센서가 작동하지 않을 때, 흄이나 가스가 분출될 때, 안전보건 조치가 실행되지 않은 상태로 작업에 투입되어야 할 때 등 위험징후는 다양할 수 있다. 노동현장의 재해는 대부분 설마 별일 없겠지?’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길 때 발생한다. 위험징후를 감지했다면, 일단 작업을 중지해야 한다. 작업중지 실시를 이유로 관리자가 작업재개를 종용하거나 사후적 불이익으로 압박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대부분 작업자가 실시한 작업중지 자체에 대한 것보다는 사후적 조치를 위한 개선과 대책 마련, 작업재개 시점을 둘러싼 마찰이 대다수였고, 작업자가 실시한 작업중지 자체에 대해 문제 삼는 경우가 크지 않았다.

 

Step 2. 작업중지 후 무조건 알린다!

 

현행법은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을때 작업자가 위험을 피하기 위해 작업중지를 하거나, 대피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 그리고 작업자가 실행한 조치에 대해 상급자에게 보고하고, 이를 알려 적절한 조치를 마련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작업중지 후 즉각적으로 해야 할 작업자의 조치는 상황을 알리는 것이다. 흄이나 가스가 새어나오거나, 폭발의 위험이 있을 때는 본인뿐만 아니라 작업공간에 있는 다른 이들에게 고함을 쳐서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도록 알려야 한다. 또한, 작업공간의 여건에 따라 모든 작업자의 긴급 대피가 가능하도록 대피 경보 작동 등의 적절한 조치를 관리자에게 요구하도록 하자.

 

Step 3. 상급자와 노동조합에 즉각 통보하기

작업중지를 했다면 상황에 대해 회사 측의 상급자 (직반장, 조장)에게 보고하고 즉각적인 조치를 할수 있도록 요구해야 한다. 동시에 노동조합에 이를 알려야 한다. (위험을 감지했으나, 작업중지를 해야 할 사안인지에 대한 판단이 서지 않았다면,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상급자와 노동조합에 이를 확인하기 위해 즉각 통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작업중지를 실시한 당사자가 여력이 없다면, 해당 구역의 대의원을 통해서 상황이 노조에 전달될 수 있도록 하거나, 주변 동료를 통해 노동조합에 상황이 통보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상황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전파해야 예방 차원의 작업중지가 사후에 별문제가 아닌 것으로 판명되더라도 작업중지를 실시한 개인에게 가해지는 불이익에 집단적으로 맞설 수 있다. 개인이 직면하는 현장의 유해위험은 전체 조합원의 문제이며 현장 모든 노동자의 문제이기 때문에 집단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대의원이나 노동조합 간부가 가져야 할 태도

 

나는 조합원의 대표이다. 대의원과 노동조합 간부가 조합원의 이해와 요구, 뜻과 의지를 대표한다는 것은 백번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작업중지 상황에서 대의원과 노동조합 간부는 해당 문제가 발생한 개인 혹은 몇몇 조합원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체 노동자의 관점에서 조합원의 생명과 건강, 목숨을 지킨다는 태도로 이 문제를 바라보고 접근해야 한다.

 

나는 사측의 보호와 예방의 의무를 이행하도록 강제하 고, 노동자의 권리 실현을 위해 앞장서는 노동자의 대표이다. 작업중지는 노동자를 노동과정에서 발생하는 유해위험에서 보호하고 예방해야 할 기본적인 사업주와 정부의 의무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서 초래한 결과이다. 따라서 이러한 사측의 기본적인 의무를 책임 있게 이행할 수 있도록 강제하고, 노동자의 권리로 이를 실현할 수 있도록 앞장서야 하는 노동자의 대표이다.

 

 

대의원이나 노동조합 간부의 역할

 

대의원이나 노조 간부가 작업자의 작업중지 상황을 확인하거나, 단행되지 않고 있는 조치에 개입하여 직접 작업중지를 실시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이럴 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Step 1. 상황을 인식했다면, 즉각적인 작업중지 실시 작업자의 연락으로 위험 상황을 인지했다면, 바로 현장대응에 나서야 한다. 위험 상황을 확인했다면 즉각 작업중지를 실시하도록 한다.

 

Step 2. 작업중지의 책임이 사측에게 있음을 똑똑히 주지시킨다.

작업중지가 필요한 상황은 다양하다. 다양한 각종 유해위험이 현장에 존재한다. 이러한 유해위험을 예방하기 위한 기본적인 책무는 사측에게 있다. 고용노동부는 사측이 이러한 책무를 다하도록 관리감독을 해야 할 책임을 지고 있다. 따라서 대의원이나 노조간부가 작업중지를 직접 단행하거나, 현장 작업자의 연락을 받고 작업중지 조치에 개입하게 될때, 이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이 사측에게 있음을 똑똑히 주지시키고 단호한 태도로 맞서야 한다.

 

Step 3. 전 공장에 작업중지 상황이 발생했음을 알린다

작업장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 아니라면, 작업중지는 제한된 기계, 기구나 설비, 라인, 생산공장/구역 등에서 발생한다. 이럴 경우 그 범위에 포함되지 않은 작업자들은 무슨 일이 있는지조차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있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작업중지가 발생한 유해위험요인을 제거하고, 관련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따라서 어떤 상황에서 왜 작업중지가 발생했는지를 적극적으로 조합원에게 알려야 한다. 또한, 작업중지가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적극적인 실천으로 확장되기 위해서는, 사소한 작업중지 상황이 있더라도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을 수 있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유사공정이나 동종 기계, 기구 설비 등에 대한 노사합동 안전점검의 계기로 삼는 것이 중요하다. 회사 측의 입장에서도 장기적인 안목에서 본다면, 재해 예방과 관리에 노동자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효과적인 시스템을 갖추는 계기가 될 수 있으므로 당장의 손실만을 따질 문제가 아니다. 일상적인 보호와 예방을 위한 현장 안전보건 활동의 중요성, 노동자의 안전보건 당사자로서의 참여, ‘예방적 차원의 작업중지의 필요성은 고용노동부가 발간한 <2015무재해우수사례집>에 담긴 한국동서발전 울산화력본부 사례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아주 작은 유해 · 위험요인이라도 발생할 경우는 전 현장의 동종 및 유사작업 모두에 작업중지 명령이 떨어지게 돼 있다. 그리고 원인분석 및 재발방지 대책이 수립돼야만 작업재개가 가능토록 하고 있다. 만약 타 산업현장에서 중대재해 사고가 발생했다면 이때는 Safety Alarm이 발령된다. 그리고 동종·유사작업에 대한 집중 안전점검을 시행한다. ‘강 건너 불의 경우라도 타산지석으로 삼고자 함이다.

 

또 직원들은 누구든 안전위해요소 및 위험작업을 발견했을 때 안전지적서를 발행할 수 있다. 발행일로부터 7일 이내에 조치결과를 알리고 팀 및 개인평가에 반영한다. 먼저 위험요인을 발굴하고 사고위험을 제거하며 잠재위험을 통제하고 사고가 나더라도 실시간으로 신속히 대응 함으로써 최선의 안전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 2015무재해우수사례집

한국동서발전 울산화력본부 사례 중

 

 

Step 4. 예방대책 수립을 위한 노사협의 요구

작업중지가 실시됐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관련 조치의 이행과 재발방지 예방대책 수립이다. 작업중지의 범위에 따라 해당 구역 대의원과의 노사협의나 임시 산보위 등으로 노사공동 논의를 정식화하여 문제를 풀어갈 수 있도록 요구하자.

 

Step 5. 조합원 요구 수렴

작업중지 사안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당사자가 바로 조합원이다. 따라서 예방대책 마련에 있어서도 가장 적극적인 요구는 물론, 개선 방법 등의 의견을 구할 수 있는 대상도 바로 해당 작업자와 작업중지 범위에 속해있는 작업자들이다. 노동조합 활동에 조합원의 참여가 힘이 된다는 것은 작업중지가 발생해도 기본적이다. 또한, 이 과정에서 당장의 작업중지 사안만이 아니라, 기존에 발생했던 유사사고 사례를 파악하고, 관련 조치와 이행 여부 등을 파악하도록 하자.

 

Step 6. 대책 마련을 위한 사측과의 논의

사측은 당장의 작업재개 여부에 더 관심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안전조치가 기본이 되어야 작업재개가 진행될 수 있음을 분명히 해야 한다. 따라서 조합원의 건강과 생명을 지킨다는 태도로 단호하게 논의에 임하도록 하자. 그리고 논의결과는 반드시 문서화하여 기록을 남겨야 한다. 이를 통해 관련 조치의 이행 여부 등을 꾸준히 점검해 가야 한다. 또한, 이러한 논의결과에 대한 조합원 보고와 안전보건 교육을 꼭 명시하도록 하자.

 

Step 7. 결과에 대한 조합원 보고 및 안전보건 교육

대책 마련 논의가 마무리됐다면, 결과를 조합원과 공유할 수 있도록 보고대회를 진행하고 해당 사안에 대한 안전보건 교육을 실시한다.

[작업중지권 기획] 작업중지권을 써야 할 때 /2016.3

작업중지권을 써야 할 때

 


중대재해 예방과 작업중지권 실현을 위한 당장멈춰

 


당장멈춰 팀에서는 2년에 걸쳐, 실태 조사와 토론을 함께했던 금속노동자를 중심으로, 어떤 때 작업중지권을 써야하며, 그 절차는 어때야 하는지 소개하는 매뉴얼을 작성 중이다. 주요 내용을 세 차례에 걸쳐 싣는다.

 

지난 2월 발생한, 메탄올 중독에 의한 파견 노동자 실명 위기 사건을 보면서 작업중지권은 대단히 급진적이고 강력한 요구가 아니라, 죽지 않고 다치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권리라는 생각이 다시 든다. 그 노동자들에게 자신들이 사용하는 물질을 알 권리,환기, 배기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기본적인 인식, 필수적인 이런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았을 때 작업을 거부할 수 있는 힘이 있었다면 그런 비극은 없었을 것이다. 노동자가 어떤 때 작업을 중지시켜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작업중지권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은 산재 예방에 필수적이다.

 

자동차 부품사 K공장에서는, 공장 내 환기를 전반적으로 관장하는 급배기 장치를 수리하면서 필터를 교환하게 되었다. 원래는 업무가 없는 주말에 해야 하는 업무였는데, 일부 작업자들이 주말 특근을 하고 있었다. 수리 과정에 대한 설명이나, 주의 사항에 대한 안내 없이 작업자들은 일을 하고, 급배기장치 수리와 필터 교체 과정에서, 공장 안으로 먼지나 유해 물질이 역류되었다. 작업장 내 공기가먼지로 뿌옇게 되자 노동자들은 크게 당황했을 뿐 아니라, 공기가 너무 탁하고 불안하기도 해 작업을 계속 하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그러나 특근 중이라 노동조합 간부들이 없었고, 일하는 사람도 많지 않아,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모르고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었다. 놀라기도 하고 걱정도 된 노동자들은 공장 외부에 있던 노동조합 간부에게 전화를 해, 상황을 설명하고 대응책을 물었다. 노동조합 간부가 전화로 일단 대피명령 내리고 사측을 통해 조치를 취했다.” <2014, 금속노조 작업중지권 실태조사 중, K 사업장>

 

이 사업장은 노동조합 간부들이 작업중지권을 종종 내리는 곳이었는데도, 조합원들이 스스로 작업중지를 해야겠다는 판단을 내리기 어려워했다. 말 그대로 위험이 무엇인지,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어떤 것인지 노동자 스스로, 노동조합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하다. , 어느 정도의 위험에서 작업을 중지하고 대책 회의를 요구할 것 인지에 대한 기준을 노동자/노동조합 내부적으로도, 노사 합의사항으로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실 현행법의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은 매우 주관적이며, 상대적이다. 그래서 우선은, 어떤 경우 산업재해가 발생할 수 있는지, 어떤 조치들이 취해져야 산업재해를 예방할 수 있는지 짚어보는 것으로부터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을 유추해볼 수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상 필수적인 안전보건에 관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 경우 산업재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조치들은 당연히 업종마다, 사업장마다, 작업마다 다르다. 그래서 이번 기사에서 위험을 판단하기 위한 원칙을 함께 확인하고,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고자 한다.


,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는 예외다.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작업을 중지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작업중지권은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할 위험이 있을 때 또는 중대재해가 발생하였을 때작업을 중지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사고 현장을 수습하기 위한 필요에 따른 것이 아니다. 남아 있는 사고 원인이나 사고 자체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2차적인 재해를 방지하기 위한 중단의 의미도 있고, 재해의 원인에 대해 현장 노동자들이 공유하고 곧바로 대책을 토론한다는 의미도 있기 때문이다.


<산업안전보건법><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위반 상태

2010년 고용노동부가 발간한 유해위험작업 안전성 확보를 위한 [작업중지 명령] 업무처리 지침, 작업중지 명령을 내리는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에게 작업중지의 대상과 범위는 물론, ‘작업중지의 구체적인 절차와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근로감독관이 작업중지 명령을 할 수 있는 기준과 대상은 법제도가 허용하는 최소의 기준과 근거이다. 물론 현장에는 지침에 포함되지 않는 많은 유해위험이 존재한다. 따라서 이는 법이 정해놓은 최소한만을 그 기준으로 담고 있다.


그럼에도 고용노동부는 안전조치보건조치를 하지 않아 재해나 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 경우를 작업중지 대상으로 선정해야 한다고 기준에 명시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분야별 대상작업 선정기준을 아래와 같이 제시하고 있으며, 구체적인 작업중지 대상 작업까지 적어두고 있다. 내용은 주로 <산업안전보건법><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산업재해가 발생할 위험이 있는 상황에서 감독관이 작업중지 명령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각 사업장에서 노동조합/활동가들도 본인의 사업장에 해당하는 <산업안전보건법><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의 구체적인 내용을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그것이 작업을 중지해야 할 때를 알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기준이 된다.


* 유해위험작업 안전성 확보를 위한 <작업중지 명령> 업무처리 지침 대상작업 선정기준

근로자가 보호구를 착용하지 아니하고 행하는 작업

방호장치 미설치 또는 방호조치가 안된 위험기계·기구의 작동으로 주변에서 작업을 행하는 근로자가 재해를 당할 위험이 있는 경우

법령에서 정하는 자격·면허·기능 또는 경험이 없는 자로 하여금 유해위험작업을 행하게 하는 경우

추락·붕괴·충돌·전도재해를 위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작업

안전조치가 안된 화학설비 등으로 인해 주변에서 작업을 하는 근로자에게 화재·폭발·유독물 누출 등의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경우

감전예방조치를 하지 않은 전기설비 또는 전기취급작업

기타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중량물·하역·운반 등 작업

안전기준 미준수 또는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석면해체·제거작업

안전조치 미실시로 질식의 위험이 있는 밀폐공간 작업환경 개선시설 미설치 또는 개인보호구를 착용하지 않고 화학물질의 허용·노출기준 초과 작업

산안법령에서 정하는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관리기준을 미준수한 경우


[사례1] 작업장에서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 원재료·가스·증기·분진·(fume)·미스트(mist) 등 기본적인 환기가 되지 않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환풍기가 고장 났거나 냄새가 심해서 작업하기 어려운 경우, 재해를 예방하기 위해서 작업을 중지해야 한다. 산업안전보건법 24조에서는 사업주가 원재료·가스·증기·분진·(fume)·미스트(mist)·산소결핍·병원체 등에 의한 건강장해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번 메탄올 중독 사건에서 노동자들이 처했던 상황은 이를 위한 조치가 전혀 취해지지 않은 것으로, 작업을 중지했다면 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다.


몇 년 전, 한 대학교 구내식당 조리실에서 환풍기가 고장 났다. 일단 시설과에 수리를 요청하고 일을 시작했는데, 자꾸만 가스 냄새가 나는 것 같고 어지러웠다. 가슴이 울렁거리거나 속이 메스껍기도 했다. ‘그래도 어쩌겠나, 일은 해야지했던 노동자들은, 일하다 심하게 어지럽거나 힘들면 돌아가면서 나가서 바람을 쐬고 다시 조리실로 들어오길 반복하며 일했다. 다른 업무가 바쁘다고 환풍기 수리가 당일에 바로 이루어지지 못했는데, 공교롭게 연휴가 시작되어, 수리는 더 지연됐다. 결국 연휴가 끝난 3일 뒤까지 환풍기는 고쳐지지 않았다. 집에서 쉬면서 몸이 좀 나았던 노동자 중 한 명이, 연휴 끝난 뒤 근무하다가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 가고 말았다. 일산화탄소 중독 진단을 받았다. 식당과 학교 측이 환풍기 고장을 방치해서 발생한 산업재해다. 이 경우 결국 작업 중지권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 했는데, 제 때 작업을 중단하고, 환풍기를 수리한 후 작업을 재개했더라면 재해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사례 2] 위험 기계·기구 방호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경우

위험 기계·기구에 방호장치를 설치하지 않거나, 방호장치를 해체한 위험기계·기구 및 설비를 사용하는 작업은 작업중지 사유가 될 수 있다. 예로 들어, 위험 기구의 센서가 작동되지 않도록 해 놓은 경우에는 작업 중지 사유가 될 수 있다.


2015251410분경 K사업장 노안부장은 현장 안전보건사항을 점검하던 중 산업용 로봇이 오작동으로 인해 멈춘 상황을 목격하였다. 작업자가 주 전원을 끄지 않은 상태로 도어를 열고 로봇 안으로 들어가 불량제품을 꺼내는데, 다른 작업자가 지나가다 열린 도어를 건드려 닫힐 뻔한 위험천만한 상황이 연출됐다. 로봇의 안전장치와 작동여부 센서 부위에 자석과 테이프가 부착되어 안정상의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었으며, 도어가 닫히면 별도의 리셋 스위치를 작동하지 않아도 로봇이 스스로 움직이는 상태였다. 로봇 펜스 안에서 불량 제품을 꺼내거나 고장이나 수리, 점검 중에 누군가 실수로 도어를 닫으면 끔찍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상태였다. 작업 중지 6시간 만에 임시 산보위가 열려, 로봇관련 해당 작업자 특별안전교육 실시 로봇관련 전 공정 노사합동 특별안전점검 실시 등을 합의하고, 교육 시행 후 작업을 시작했다.


[사례 3] 추락 예방 조치가 안 돼 있는 경우

추락 위험이 있는데 난간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경우도 조치가 된 이후 작업을 하겠다고 말할 수 있는 사유가 된다. 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서는 안전난간의 구조 및 설치 요건, 노동자가 안전하게 통행할 수 있는 통로 설치, 계단의 난간이 갖춰야할 조건 등을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다. 2015년 현대제철에서는 이런 기본적인 추락방지 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용광로에 빠져 시신조차 수습하지 못한 사건이 발생했다. 추락방지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경우, 노동자가 안전규정 미준수를 이유로 작업을 중지할 수 있는 조건이 된다. 잊을만 하면 발생하는 제철공장의 사망 사고도, 제대로 안전 난간이 설치되고 추락 방지 조치가 완비된 후 작업할 수 있었다면 막을 수 있었을 인재다.


201543, H제철에서 40대 노동자가 작업 도중 쇳물이 담긴 분배시설에 추락해 숨졌다. 숨진 노동자는 사고 당시 작업장에서 쇳물을 쇳물분배기 주입구에 쏟아 붓는 작업을 하다가 2아래로 추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과 119구조대는 사고가 난 시설에 1500~2,000도가량의 쇳물이 담겨 있어 이씨의 주검조차 수습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20여년 경력의 정규직인 이씨는 제강공정을 통해 나온 쇳물로 철강 완제품의 중간 소재를 만드는 기계장치인 연주설비를 가동하는 일을 맡아왔다. 당시 사망 사고를 조사한 노동조합의 조사 결과 보고에 따르면 안전난간 설치 등 추락방지 조치가 제대로 취해지지 않았고, 사고가 발생했던 것으로 보인다


[작업중지권 기획] 작업중지권 판결 사례와 과제 /2015.11

작업중지권 판결 사례와 과제



중대재해 예방과 작업중지권 실현을 위한 당장멈춰

 

 


작업중지권 행사와 형법상 업무방해죄


산업안전보건법 제26조는 노동자의 작업중지권을 보장한다. 작업중지권과 관련된 각 주체의 권리의무관계를 보자. 노동자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할 권리가 있고, 이 사실을 지체없이 직속 상급자에게 보고하여야 한다. 직속 상급자는 보고받은 후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 사업주는 위의 경우 작업을 중지시키고 노동자를 대피시키는 등 필요한 안전보건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고, 그 이에에 작업을 재개할 수 있다. 사업주는 노동자가 급박한 위험이 있었다고 믿을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있을 때 작업중지를 이유로 해고 등 불리한 처우를 해서는 안 되고, 이를 어길 시 사업주는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결국, 노동자가 작업중지권을 행사한 경우 합리적인 근거가 있었는지가 쟁점이 된다. 합리적 이유가 없다면 노동자는 징계책임을 질 수 있다. 그리고 작업중지 시간만큼의 임금공제 및 작업중지로 발생한 손해배상 등 민사책임을 질 수 있다. 아울러 업무방해죄의 형사책임을 질 수 있다. 책임의 범위별로 나누어보면, 일반적으로 징계책임이 가장 범위가 넓고 민사책임, 형사책임 순서로 범위가 좁아진다. 즉 징계책임이 가장 쉽게 인정될 수 있고, 민사책임, 형사 책임으로 갈수록 책임인정이 어려워진다. 형사책임이 인정되면 다른 책임은 인정된다고 보아도 무방하나, 형사책임을 면하더라도 징계 및 민사책임이 없다고 볼 수는 없다. 아래에서는 형사책임 즉 노동자 무죄 사건을 소개하는바, 위와 같은 점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작업중지 시 '합리적인 근거'가 없는 경우 노동자가 지는 책임

 

업무방해죄는 위계또는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경우에 성립한다(형법 제314조 제1). ‘위력이라 함은 사람의 자유의사를 제압·혼란케 할 만한 일체의 세력을 말한다. 대법원에 따르면 실제로 자유의사가 제압될 필요는 없고, 제압될 추상적 위험성만 있다고 평가된다면 업무가 방해되었다고 본다. 이를 업무방해의 구성요건이라고 한다. 그러나 빠져나갈 구멍은 있다. 형법 제20조는 정당 행위의 경우 즉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경우, 비록 업무가 방해되었더라도 위법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이하 위법성 조각사유”). 대법원은 이를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라고 하며, 구체적으로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보호법익과 침해법익과의 법익 균형성, 긴급성, 그 행위 외에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춘 경우를 정당행위라고 한다. 검찰은 구성요건 및 위법성 조각사유를 모두 증명해야 할 책임이 있다.


이를 작업중지권 행사에 대입해 보자. 검찰은 노동자가 작업을 중지한 것이 사업주의 자유의사가 제압혼란될 위험이 있다고 본다면 업무방해죄로 기소할 것이다. 그리고 검찰은 작업중지가 정당행위에 해당하는지 또한 고려하여야 하지만, 실제 판단은 대개 법원에서 이뤄진다. 작업중지가 형법상 정당행위에 해당한다면 무죄 판결을 내릴 것이다.


판결 사례

사건1: 수원지방법원 2010. 5. 19. 선고 2009고단5228 판결대법원 확정기아차 화성공장

사건조립1부 하체3, 2009. 6. 10.

(중지시간: 18:34-19:30)

18:04경 연료탱크가 컨베이어에서 장착 작업 리프트 내로 약 30도 기울어진 상태로 불완전 이송되어 차체 하부와 연료탱크가 맞물리자 관리자가 생산라인을 중단시켰다관리자는 원인을 파악하지 않은 채 18:34경 라인을 재가동했다노조 대의원 A는 원인을 규명해야 한다는 이유로 19:30경까지 작업을 중지시켰다한편 같은 사고가 전날에도 발생하였으나 원인 규명은 없었다.

 

사건2/3: 같은 법원 2010. 11. 3. 선고 2010고단1672 판결대법원 확정같은 공장

 

사건조립2부 도어B, 2009. 10. 22.

(중지시간: 15:45-16:28)

노동자 X는 15:38경 도어 모듈 취부작업 중 모듈이 잘 빠지지 않자 힘을 주어 빼다가 모듈이 턱에 부딪혀서 전치 2주로 얼굴부위가 찢어지는 상처를 입어 병원으로 후송되었고생산라인은 일시 중지되었다관리자는 단순실수이며 아차사고라는 이유로 대의원이나 산업안전보건위원에게 연락을 취하지 않은 채 라인을 재가동했다산업안전보건위원 B는 안전사고임을 주장하며 대책회의 등 절차를 거친 다음 작업을 재개해야 한다는 이유로 15:45경부터 16:28경까지 작업을 중지시켰다한편 사업주측이 일방적으로 작성한 회의록에는 도어 모듈 부분에 문제가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사건조립2부 도어B, 2009. 10. 28.

(중지시간: 22:20-24:00)

21:50경 유리창이 손괴되어 라인이 일시 중단되었다관리자는 안전사고가 아니고 다친 사람도 없으므로 청소 후 라인 재가동할 것을 주장했다산업안전보건위원 B는 이는 안전사고이므로 대책회의 등 절차를 거친 다음 작업을 재개해야 한다는 이유로 22:20부터 24:00까지 작업을 중지시켰다같은 사고가 발생한 적은 없었다.

 


사건1의 경우 법원은 A로서는 같은 사고가 전날에 이어 반복하여 발생했고, 원인이 정확하게 규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작업을 계속하면 작업자가 다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았다. 아울러 해당 사업장에는 라인이 중단되었을 경우 노사가 원인 파악 및 대책 마련을 위한 협의를 하고, 협의를 통하여 작업자가 이해하거나 동의할 경우 라인을 재가동해왔던 관행이 있음에도, 그러한 관행을 준수하지 않은 관리자의 작업재개 지시를 거부한 것은 사회상규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보았다. 사건2의 경우 실제로 노동자가 상해를 입었고 사건3의 경우 노동자가 다치지는 않았으나 유리창이 차량에 장착되기 이전에 파손될 경우 그 파편이 튀어 작업하던 동료가 다칠 가능성이 있어 두 경우 모두 안전사고라고 보았다. 아울러 사건2, 사건3의 경우 사건1과 마찬가지의 관행이 있었으나 관리자가 이를 존중하지 않고 작업을 재개하였으므로, B로서는 이 사건 각 사고의 원인 및 대책에 대하여 의견을 모으고 사고 발생 사실을 알림으로써 계속하여 유사한 안전사고의 발생을 방지하고 근로자들의 주의를 환기하기 위하여 이러한 행동을 하였다고 보아 사회상규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보았다. 결국, 세 사건 모두 정당행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없어 무죄라고 보았다.


어떤 경우에 정당행위로 무죄가 되는가?


작업중지권 행사가 무죄판결을 받으려면 정당행위의 요건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보호법익과 침해법익과의 법익 균형성, 긴급성, 그 행위 외에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춰야 한다. 법원이 위 사건들을 판결할 때, 위 요건을 빠짐없이 요구하고 그에 따라 판단한 것은 아니다. 다만 아래에서는 판례가 제시한 정당행위의 틀에 따라서 사건을 분석평가한다.


우선 행위의 동기 및 목적의 정당성을 보자. 이는 작업중지권 행사에서 다른 동기나 목적이 주된 것이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동기나 목적은 마음속의 생각이므로 결국 산업재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충분한 상태였음을 밝힘으로써 간접적으로 증명된다. 법원은 노동자 유죄를 선고한 사건에서 노동조합 대의원이 라인별 생산 인원이 부족하다며 관리자에게 가동중단을 요구하였으나 거부당하자 임의로 작업을 중지시킨 것을 두고 작업자의 생명·신체에 대한 급박하고도 심각한 위험이 없었음을 들어 정당한 이유가 없다고 하였다(대법원 20048530 판결). 결국 생산 인원의 부족은 정당한 사유가 안 되며, 산재 발생의 구체적 가능성이 필요한 것이다.


법원은 위 가능성이 산안법상 작업중지권 행사요건인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과 같은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다만 징계/민사책임에 비하여 형사책임이 더 엄격하게 지워짐을 고려한다면, 산안법상 급박한 위험의 정도에 이르지 않더라도 형사책임을 면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을 보자. 수단의 상당성(적합성)은 목적을 이루기에 적합한 것이면 충분하다. 방법의 상당성에 대해서는 목적을 이룰 수 있는 여러 수단이 있다면 그 중 과도하게 상대방의 법익을 침해하는 방법을 택하면 안 된다는 의미로 새겨볼 수 있다. 사건의 경우 모두 작업중지 이후 사업장을 이탈하지 않고 분임 토의장에서 설명 및 토론이 있었으므로 작업재개 시 즉시 복귀가 가능했고, 작업중지 시간 또한 필요 최소한 정도로 추정되는바, 방법의 상당성을 충족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한편 사건에서 문제가 된 사업장에서는 단체협약에서 안전사고의 경우 산업안전보건위원회가 작업중지 조치를 할 수 있게끔 되어 있다. 그러나 세 사건 모두 단협상의 절차요건 및 행사주체 요건도 충족하지 않았어도 정당행위가 인정되었다. 따라서 단체협약이 요구하는 절차를 준수하지 않더라도 방법의 상당성이 인정될 수 있다.


법익 균형성 및 긴급성을 보자. 법익 균형성이란 지키고자 하는 법익이 제한받는 법익보다 더 우월해야 함을 뜻한다. 작업중지권의 경우 사람의 생명 및신체의 안전과, 사업주의 사업장에 대한 지배통제권(경영권)이 충돌한다. 사건1의 경우 같은 유형의 사고가 전날 발생했으나 사람이 다친 것은 아니었다. 사건2의 경우 사측이 모듈에 결함이 있음을 인정하였으나 같은 유형의 사고가 발생했던 적은 없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사건3은 같은 유형의 사고도 없었고, 사람이 다친 경우도 아니었다. 즉 법원은 반드시 사람이 다친 이후이거나 이전에 같은 유형의 사고가 있어야만 법익균형이 충족되는 것은 아님을 밝혔다. 한편 긴급성이란 법익침해의 위협이 예상되어 긴급한 조치가 필요한 경우로 해석할 수 있는바, 이 또한 반드시 이전에 같은 유형의 사고가 있었거나 사람이 다쳐야만 긴급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보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보충성이란 같은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다른 수단이 가능했다면 그 수단을 써야 한다는 의미로 새겨볼 수 있다. 세 사건 모두 사고의 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작업이 재개되었고 따라서 어떠한 시정조치 또한 없었다. 그러므로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다른 수단이 없었으므로 작업중지권 행사는 불가피하였다.


정리해보자. 동기 및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려면 객관적으로 산업재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상태여야 한다. 행위의 수단 및 방법의 상당성에 있어 작업장을 무기한 이탈하는 등의 과도한 방법을 사용하기보다는, 분임 토의장 등의 장소에서 대기하다가 원인이 규명되고 적절한 조치가 있으면 곧바로 복귀할 수 있어야 한다. 이때 단협상 행사 절차 및 주체요건을 지켜야 하는 것은 아니다. 법익 균형성 및 긴급성의 측면에서, 동종 사건이 있었거나 사람이 다쳐야 하는 것은 아니고, 산재 발생 가능성이 있다면 위 요건이 충족된다. 마지막으로 사업주 측이 객관적으로 이해할만한 원인 규명 및 재발방지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작업중지를 계속하여도 무방하나, 위 조치가 있는 경우 즉시 복귀해야 한다. 대상 판례들은 정당행위의 범위를 비교적 넓게 보아 작업중지권 행사를 충분히 보장함으로써, 노동자의 생명권과 건강권을 보장한다는 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만하다.


아쉬운 점은 있다. 대상 판례들은 작업중지권 행사가 당연히 업무방해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보았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우리 헌법은 노동3권을 보장하고 있다. 그래서 대법원은, 쟁의행위가 곧바로 업무방해의 구성요건을 충족시키는 것으로 본다면 헌법상 권리행사에 위축을 가져온올 수 있기 때문에, 쟁의행위가 전후 사정과 경위 등에 비추어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져 사용자의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초래하는 등으로 사용자의 사업 계속에 관한 자유의사가 제압·혼란될 수 있다고 평가(전격성 및 막대한 손해 요건)”될 수 있는 경우에만 업무방해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보았다(대법원 2007482 전원합의체 판결). 생명권 및 건강권은 헌법상 최고의 가치인 인간의 존엄성에 근거를 두는 권리이다. 작업중지권의 행사는 이러한 생명 및 건강을 지키는 것이므로, 작업중지권의 행사 또한 전격성 및 막대한 손해 요건이 충족되어 사업주의 자유의사가 제압·혼란될 수 있는 경우에만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든지 또는 그보다 더 좁게 구성요건이 인정되어야 한다.


아울러, 법원은 어떨 때 작업중지권 행사가 정당행위에 포섭되는지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설명을 해야 한다. 이를 토대로 노동자는 징계 및 민사책임을 피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 또한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설명은 작업중지권의 행사 요건 및 절차 규정을 구체화함에 있어 일정한 기준 역할도 할 수 있다.

[공동성명] 노동자가 스스로 작업을 중지할 권리를 보장하라

[공동성명] 노동자가 스스로 작업을 중지할 권리를 보장하라!

 
세월호 참사를 겪은 지 1년이 다가오고 있다. 무고한 생명의 희생을 바라보며, 우리는 막을 수 있었던 참사의 아픔에 고통 받았다. 세월호 승무원들이 안전교육을 실시하지 않은 사업주에게 안전교육을 요구하고 승선을 거부할 수 있었다면, 적재량을 초과하는 화물과 안전장치 미비에 대해 관계당국에 신고하고 승객을 포함하여 자신의 안전이 보장될 때까지 출항을 중단하고, 거부할 수 있었다면 참사는 막을 수 있었다고 말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생명의 존엄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무엇보다 위험에 맞닥뜨린 노동자가 스스로 이를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인 ‘작업중지권’을 갖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새삼 깨닫게 됐다.
 
그러나 고용노동부가 지난 3월 13일 발표한 산업안전보건법 일부 개정안은 이런 교훈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근로자에게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상황에 대해서 사업주에게 작업중지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사업주는 이를 따르도록’ 하기 위해서 라고 개정이유를 밝히고 있으나, 실질적인 개정 내용은 ‘작업을 중단하고 대피한 노동자에게 불이익 처우를 할 경우 과태료 부과’에 불과하며, 정작 가장 중요한 문제는 건드리지 않고 있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 26조는 작업을 중지할 조건을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로 제한하고 있다. 그래서 노동자 스스로 산업재해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고 판단해 작업을 중지하면, 사업주가 사람이 다치거나, 죽지 않았기 때문에 ‘급박한 위험’이 아니었다며 작업을 중지한 노동자에게 징계나 고소·고발을 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당장 사람이 죽거나, 다치는 등의 사고나 위험이 발생하지 않으면 위험을 감수하도록 강제하는 현행법의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에 대한 개정의 필요성이 사회적으로 제기되어 왔으나, 정작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 고용노동부는 눈을 감아 버렸다.
 
또, 노동부는 개정안에서 ‘사업주가 산업재해 발생 위험과 관련해 충분한 안전·보건상의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노동자가 직접 신고할 수 있도록 했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의무를 충분히 이행하지 않는 사업주를 신고하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당연한 권리이다. 이미 산업안전보건법 52조에서 노동자가 이 법을 위반한 사업주를 신고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시하고, 신고한 노동자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금지하고 있다. 이번 법 개정으로 인한 실질적인 이득은 전혀 없다.
 
무엇보다 산업재해 발생 위험이 있다면, 노동자가 스스로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하는 것은 가장 우선적이고 기본적인 권리이다. 노동자가 사업주에게 안전 보건 조치를 요구하거나, 지방노동관서에 신고하는 것은 모두 그 다음 문제다. 그러나 현재 산업안전보건법은 사업주의 작업중지 의무를 부과하고 있을 뿐, 노동자의 작업중지권을 명시하지 않고 있다. 자신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후의 보루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노동자에게 필요한 것은 강화된 ‘작업 중지 요청권’이 아니라, 스스로 생명과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작업중지권’이다.
 
산재 발생 위험 때문에 작업을 중지했던 노동자들이 회사 측의 고소고발과 징계로 고통 받고 있다. 위험한 작업을 떠맡는 하청노동자들은 작업중지권은 ‘그림의 떡’이라고 자조한다. 당장의 목숨 줄인 밥줄(고용)을 유지하기 위해 목숨을 내놓고 일하고 있는 현실을 바꾸어야 한다. 고용노동부는 허울뿐인 수사를 걷어치우고, 노동자가 작업중지권을 행사하고 스스로 생명과 안전을 보호할 수 있도록 의미 있는 법 개정안을 마련하라.
 
2015년 3월 16일
세월호 국민대책회의 존엄과안전위원회, 건강한노동세상, 광주인권운동센터, 노동건강연대, 노동자계급정당추진위원회, 다산인권센터, 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 반도체노동자의건강과인권지킴이 반올림, 사회진보연대, 산업보건연구회, 산업재해노동자협의회,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인권운동공간 '활', 인권운동사랑방, 일과건강,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전북평화와인권연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노안뉴스] 기아차, ‘안전사고에 작업 중단’ 노동자 고소 (경향신문)

아래 주소로 들어가시면 기사 원문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출처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12110600035&code=940702

 

 

기아차, ‘안전사고에 작업 중단’ 노동자 고소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기아자동차 생산공장에서 부품 낙하사고 안전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작업을 중단시킨 노동자를 사측이 업무방해 혐의로 형사고소하고 1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실이 10일 확인됐다. 노동 관련 단체는 “안전보다 이윤을 먼저 생각하는 기업의 불감증이야말로 각종 참사의 원인”이라고 했다.

 

...

 

손진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연구원은 “설비 사고는 생명에 위험을 가져올 수 있는데 사측에서는 안전사고로 인정하지 않는다. 문제제기 자체를 봉쇄하려고 한다”며 “노동자의 안전불감증이 아니라 기업의 (노동자) 권리불감증이 문제”라고 말했다.

[특집] 3. 작업중지권, 오늘과 내일 / 2014.12

작업중지권, 오늘과 내일

 


정리 : 선전위원회

 






이번 현장연구나눔마당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룬 주제는 금속노조 작업중지권 실태조사 보고인 ‘작업중지권, 오늘과 내일’이었다. 중대재해 예방과 작업중지권 실현을 위한 ‘당장 멈춰’ 팀이 금속노조 노안실과 함께 진행한 이 연구는, 총 7개 사업장을 직접 방문해 작업중지권 실태에 대해 심층 면접을 수행했다. 이를 바탕으로 작업중지권의 실태를 확인하고 이후 더 많은 현장에서 작업중지권을 실현하기 위한 과제를 도출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연구에 참여한 최민(연구소 운영집행위원) 연구원은 발제를 통해, 작업중지권이 일상적인 안전보건활동으로 자리 잡은 현장이 있는가 하면, 회사의 징계와 손해배상 청구로 작업중지권이 매우 위축된 현장도 있었으나 이것은 단순히 업종 간의 차이는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말 그대로 노동자 혹은 노동조합이 현장에서 어느 정도 힘을 가지는가에 따라 현장에서의 작업 중지권 행사가 결정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오히려 자본은 이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구사대를 동원하고, 징계와 손해배상을 남발하고, 경영위기를 핑계로 작업중지권 반납을 요구하며, ‘급박한 위험’ 대신 ‘사람이 다쳤을 때’로 작업중지권 발동 조건을 제한하는 등 작업중지권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고 있었다. 사법부도 자본과 이런 인식을 같이해 노동자들에게 불리한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이와 별도로 안전을 위한 작업 중지와 당장 경제적 이해가 대립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한 각고의 노력이 필요한 현실도 지적했다. 


이런 작업중지권의 오늘을 넘어서기 위해서 ‘당장멈춰’ 팀은 널리 알려지고 공유돼야 할 투쟁을 나누고 작업중지권 관련 전략을 기획할 수 있는 단위로 작업중지권 네트워크를 제안하고, 민주노총과 금속 노조를 중심으로 법 개정 투쟁에 시급히 나설 것을 요청했다. 더 나아가 판매 서비스, 공공부문 등 다른 노동자들도 인격권을 침해받는 상황에서는 작업을 거부, 거절, 중지할 수 있도록 작업중지권을 ‘보편화’해나가는 활동을 제안했다. 



작업 중지, 해 보는 게 중요하다


발제 이후, 당장 멈춰 팀 안규백(한국지엠 조합원) 연구원의 진행으로, 인터뷰에 참여했던 현장 노동자들의 토론이 이어졌다. 2014년 작업중지권 발동으로 사측과 법적 다툼이 진행 중인 기아자동차 홍진성 대의원은 “선배노동자들이 만든 작업중지권을 보다 나은 조건에서 활용하고 있다. 조합원들도 많이 지지해주고 있다.”며 겸손함을 잃지 않았다. 그는 “조합원이 라인을 세운다는 것은 부담스럽기도 하고, 현재는 자신에게 돌아올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그래도 직접 실천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동료들도 라인을 탈 때는 일을 하고 있으니까 아무리 설명해도 잘 듣지 않았는데, 라인을 멈추고 왜 라인을 멈췄는지, 왜 안전이 중요한지 얘기하니까 집중도 되고 설득력도 있었다. 결국, 투쟁을 통해 돌파하는 것이 자본을 이기기 위한 유일한 길인 것 같다.”고 강조했다. 


갑을오토텍 안재범 노안실장 역시 “한 공정에서 유리섬유 분진이 발생하는데, 회사에서 집진 시설 등 아무 대책이 없고, 어느새 직접 작업자뿐 아니라 주변 작업자들까지 가려움증이 발생해서 처음 작업 중지를 내렸다. 그때는 조합원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같이 대안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설득했다. 서너 시간 작업을 멈춘 후, 병원 진료와 시설 확충 등 대안이 나오자 그제야 현장에서 작업 중지가 왜 필요한지 알게 되었다. 두 번째부터 작업 중지하면 박수를 쳤고 세 번째부터는 작업 중지해야 할 상황이라고 조합에 전화한다.”며 작업 중지의 경험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러나 노안 부장이나 노동조합 간부가 아닌 조합원들은 작업 중지를 부담스러워하고 징계나 고발을 두려워하는 현장 분위기는 앞으로 풀어가야 할 숙제이다. 



작업중지권, 소통과 연대가 필요하다


대우조선 박호빈 산안실장은 현장에서는 작업 중지를 내리는 것 못지않게 어떤 조건에서 다시 가동할 것인가를 명확히 하는 것도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대우조선에서는 작업 중지, 현장 확인과 보고서 제출, 노사 협의, 문제 해결방안 보고서 제출, 검토 후 재가동에 이르는 일정한 절차를 마련해서 이를 지키도록 강제하고 있다. 박호빈 실장은 또 “모여서 얘기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노안실이 그나마 회사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부서이다. 조선분과 내 노안 담당자 회의나 작업중지권 네트워크 모두 소통의 구조다. 소통을 통해 의식을 강화하는 것이 해법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안규백 연구원 역시 본인이 대의원으로서 작업을 중지했을 때, 노동조합의 지지를 받지 못했던 경험을 얘기하며 노동조합마저 자신의 버팀목이 되지 않는다는 고립감에 힘들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작업중지권 네트워크가 이런 현장 활동가들에게 힘이 되고, 사안에 공동 대응하기 위한 구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작업중지권 네트워크, 현장 기반을 다지는 실천을


금속노조 충남지부 김창현 노안실장은 “작업 중지를 내리고 있으면, 회사가 아니라 조합원이 항의하는 경우도 있다. 중대재해가 발생해 1주일간 전 공정 작업이 중지되자, 조합원들이 불안해했다.” 며 조합원들이 건강하게 일할 권리, 노동자가 작업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권리에 대해 익숙해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금속노조 박세민 노안실장은 “작업중지권에 대한 내용은 금속노조 단체 협약안이나 노안 활동가 교육 등에 이미 모두 포함돼있다. 그런데도 항상 어떻게 확산시킬 것인가가 고민”이라며, “조합원이 다칠 수 있고, 병들 수 있는 환경에 대해 일상적으로 점검하고 사측이 비협조적이면 고소·고발, 신고하는 기본적인 일상 활동을 함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최민 연구원은 “노동조합과 상급단체라는 기간조직을 통한 활동도 중요하나, 개별적으로 투쟁하는 활동가들의 사례를 공유하고 보편화하려는 뚜렷한 목표를 가진 활동도 따로 일구어져야 한다. 그것이 ‘당장멈춰’ 팀이 작업중지권 네트워크를 제안하는 이유이다. 2015년에는 이 네트워크를 통해 작업중지권을 보편화하기 위한 기반을 다지는 활동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며 토론을 마무리했다. 

[특집] 1. 현행 산업안전보건법 26조 ‘작업중지권’ 의 현실을 넘어서기 위해 / 2014.9

현행 산업안전보건법 26조 ‘작업중지권’ 의 현실을 넘어서기 위해 


푸우씨 집행위원장



0. 들어가며


노동현장에서 재해발생의 위험이 있다고 판단한 노동자가 그 위험으로부터 도피하거나 해당 작업을 거부하는 것은 자신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자연법적 권리이므로, 누구도 침해할 수 없다. 이러한 작업중지권은 생명권이며, 이에 대해 막는 것은 살인행위와 다름없다. 그래서 노동운동진영은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사전적 예방조치이자, 노동자가 스스로를 지켜낼 수 있는 권리로 ‘작업중지권’에 대해 의미 부여하며, 지금의 법 조항이 이루어질 때까지 오랫동안 자본과 힘겨루기를 해왔다. 


그러나 현실에서 작업중지권은 노사관계에서 충분한 힘을 가진 노동조합만이 행사할 수 있는 제한적 권리로, 노동조합이 부재한 90%의 노동자는 그 존재유무조차 모르는지 오래다. 그렇지만 이러한 한계에도, 작업중지권은 현장에서 노동자가 자신의 생명과 건강을 위해 행사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이며, 필수적인 조치다. 그래서 현행 산업안전보건법 제26조에 담겨있는 작업중지권의 현실에 대한 진단[각주:1]과 함께 작업중지권의 확장, 재구성을 위한 고민을 나누고자 한다. 



1. 현행 산업안전보건법 26조의 현실


“사측에서 생산제품에 하자가 발생하거나 시공 등의 문제가 있을 때 작업을 즉시 중지하고 접근금지 조치를 하는 경우들은 존재하지만, 작업현장에서 사망 등 인명 사상사고가 발생하기 전까지 노동자가 라인중단을 멈추거나, 설비가동을 중지하는 경우는 상상할 수 없는 조건이다.” 


위의 작업자 진술은 노동현장에서 작업중지권이 실행되지 못하는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어느 것보다 우선시 되어야 할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이, 불량 없는 제품을 생산하는 것보다 못하게 취급받는 실정이라는 아픈 진술이 담겨있기도 하다. 이를 통해 결국 작업 중지는 사고 발생 이후 수습을 위해 행해지는 조치이며, 재해를 예방하는데 그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작업중지권 행사를 둘러싼 사측과의 힘겨루기는 제한적이지만 현장에서 의미 있게 진행 중에 있으며, 이러한 행위에 대하여 법원에서의 판례 또한 존재한다. 기아자동차 화성공장에서 벌어진 작업 중지와 관련하여 법원이 이를 업무방해죄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결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법원, “노동자가 행사한 작업중지권 정당하다” 판결

수원지법 “재해 예방행위, 사회상규에 위배 안 돼”

매일노동뉴스 2010-06-29


산업재해 발생 가능성이 큰 작업공정에서 노동자가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하더라도 이를 범죄행위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작업중지권’이 사업주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으로, 노동자도 작업을 중단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중략)


지난해 6월 기아차 화성공장 관리자들은 1공장 조립1부 하체3반 연료탱크가 컨베이어에 30도 정도 기울어진 불안정한 상태로 실려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에 생산라인을 중단하고 원인파악에 나섰고, 특별한 이상을 발견하지 못하자 라인을 재가동했다. 


이에 금속노조 기아차지부 화성지회 대의원으로 활동하던 문씨가 “원인을 정확하게 알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라인을 재가동할 수 없다”며 하체3반 노동자 40명의 작업을 중단시키고, 이들을 분임토의장에 모이게 했다. 그러자 회사 측은 “문 씨의 위력으로 소렌토R 차량 28대, 시가 7억2천700만원 상당의 생산이 이뤄지지 못했다”며 업무방해 혐의로 문 씨를 고소했다.


재판부는 “유사한 사고가 전날에도 발생했으나 원인을 밝히지 못했고, 이 같은 상태에서 작업자가 부주의하게 작업을 계속할 경우 금속밴드가 부러지거나 튕겨져 작업자가 다칠 수 있다”며 “문 씨의 행위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다.” 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기존에 설비 이상 등으로 라인이 중단됐을 경우 노사가 원인을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협의를 진행하고, 이를 통해 작업자가 이해하거나 동의할 경우 라인을 재가동해 왔던 관행이 존재한다.” 고 덧붙였다. (후략) 


그러나 여전히 대다수의 현장에서 노동자의 작업중지권 행사는 매우 어려운 조건에 놓여있다. 그렇다면, 왜 그럴까?



① ‘급박한 위험’의 모호성

우선, 노동자가 위험하다고 느낀 순간 작업중지권이 행사되어야 하는데, 작업중지권 사용의 요건이 되는 ‘급박한 위험’에 대한 판단이 주관적일 수 있어 실제 노동현장에서 노동자가 작업중지권을 행사하기가 쉽지 않다. 


이것은 법조항에 담긴 ‘급박한 위험’에 대한 모호한 규정 때문이다. 현행 산안법에서는 노동자가 작업을 중지를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산업재해 발생의 급박한 위험’이 있어야 하고, 그에 따른 ‘합리적 근거’를 해당노동자가 입증해야 한다. 노동자가 생명에 위협을 느껴 작업 중지를 실시했다 하더라도, 사후적으로 아무런 위험이 없는 것으로 판명이 나면 작업을 중지한 노동자가 민형사상 손해배상 청구를 당하는 형국이다. 이로 인해 실제로 현장에서는 사측의 위협을 견뎌낼 수 있는 힘 있는 노동조합의 노조간부, 혹은 의식 있는 현장 활동가만 라인과 설비를 멈출 수 있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② 보호받지 못하는 노동자

작업 중지로 인해 발생할 사측의 노동자에 대한 불이익 등의 처사에 대해서, 이를 예방하기 위해 1995년 제26조 제3항이 신설되었으나, 이 조항 역시 사업주의 위협에서 제대로 노동자를 보호하지 못한다. 


산업안전보건법 26

사업주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다고 믿을 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있을 때에는 제2항에 따라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한 근로자에 대하여 이를 이유로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제3항은 사업주에 의한 징계나 임금공제에 대한 방어책은 될 수 있으나, 민형사상 가해질 수 있는 사업주의 고의적인 위협으로부터의 방어책은 될 수 없다. 더욱이, 제3항에서 주목해야 하는 지점은 바로 ‘합리적인 근거’인데, 이를 다시 뒤집어 보면 합리적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사업주는 언제든 해당 노동자를 징계하거나 불이익한 처우를 행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자동차 급발진 사고를 차주가 입증해야 되는 상황과 똑같다. 


결국,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상 ‘작업중지권’은 실제로는 사업주가 언제든 그 행사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장치들을 이면에 깔아놓고 있다. 또한 이와 같은 위협들은 노동자가 현장에서 자신의 생명과 건강을 지켜내는 유력한 수단인 작업중지권을 사실상 행사하지 못하게 하고 있는 결정적 원인이 되고 있다. 따라서 추상적인 산안법 제 26조 2항과 3항에 대한 구체적이고 명확한 근거마련이 필요하다.



2. 그렇다면 현행 산안법 26조는 어떻게 확장, 재구성되어야 할 것인가?


이와 관련해서는 지면의 한계로, 큰 틀의 일부를 제시하는 것으로 하겠다. 



① 작업 중지 대상의 확대

가장 중요한 것은 ‘급박한 위험’ 만으로 제한되어 있는 작업 중지 대상의 확대다. 현행 규정은 ‘당장 목숨을 잃을만한 상황이 아니라면, 참고 일하라!’ 라는 말과 다를 바 없을 수 있다. 사고가 발생해 노동자가 건강과 생명에 위협을 느끼는 것만을 작업 중지 대상으로 협소화해서는, ‘가랑비에 옷 젖듯’ 일상적으로 행해지는 현장에서의 유해·위험성에서 노동자를 보호할 수 없다. 따라서 지속적인 노출로 인해 노동자의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 건강을 훼손시킬 수 있는 유해위험요인을 포함해 예방적 조치로써 작업중지권 행사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콜센터 노동자들이 고객응대 과정에서 무방비 상태로 폭언, 욕설, 성희롱 등 다양한 형태의 유해·위험요인에 노출되고 있으나, 상담원의 통화종료 등 작업 중지나 작업거부가 극히 제한적으로 이뤄지는 현실이 존재하고 있다.[각주:2] 이러한 유해·위험요인은 ‘급박한 위험’ 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노동자 개인을 병들게 하고,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커다란 요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② ‘급박한 위험’ 등 작업중지권 행사 요건의 정비

이와 함께 고용노동부에서 진행한 용역연구에서는 작업중지권의 실질적 행사를 위해 ‘산안법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에 급박한 위험의 정의를 명확하게 정리하는 것’, 급박한 위험이라는 용어를 ‘산업재해가 발생 할 위험을 인지한 경우로 수정’, ‘사업장 안전관리규정에 급박한 위험에 대한 정의를 포함하도록 강제할 필요성’ 등을 언급하며 작업중지권의 행사 요건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작업 중지가 ‘산업재해 발생의 급박한 위험’ 에서 실행된 것임을 노동자가 스스로 밝히지 못하면, 사업주의 위협에서 노동자를 보호할 장치가 없는 조건에서, 이러한 요건의 정비는 필수적이다. 


또한 업종에 따라 위험의 내용이 다를 수 있고, 같은 업종이라고 하더라도 구체적인 업무에 따라 그 위험의 형태가 제 각각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그 내용을 시행령으로 담는 등 일정한 가이드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를 사업장 차원에서는 ‘안전규정관리규정’ 등으로 보완하여 명문화하도록 강제해야 한다. 



③ 안전보건교육의 현실화

노동조합이 있어도 작업 중지를 둘러싼 노사 간의 마찰이 비일비재한 상황에서, 노동조합이라는 울타리가 없는 대다수의 노동자들은 작업중지권이라는 권리가 노동자에게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무엇이 위험한지, 현장에서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유해·위험요인이 어떻게 존재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도록 하는 기초적인 안전보건교육과 더불어 작업중지권에 대한 직접적인 교육이 필수적이다. 무엇보다 권리로써 ‘작업중지권’ 을 자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노동자가 작업현장에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가만있지 말라’ 고 강조하는 교육은 백 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기 때문이다.  


  1. 1) 진단과 관련해서는 다음의 연구를 참고하였다. [사업장의 작업중지권 행사에 관한 실태 조사], 조흠학, 산업안전보건연구원 [본문으로]
  2. 2) 제3항은 사업주에 의한 징계나 임금공제에 대한 방어책은 될 수 있으나, 민형사상 가해질 수 있는 사업주의 고의적인 위협으로부터의 방어책은 될 수 없다. 더욱이, 제3항에서 주목해야 하는 지점은 바로 ‘합리적인 근거’인데, 이를 다시 뒤집어 보면 합리적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사업주는 언제든 해당 노동자를 징계하거나 불이익한 처우를 행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자동차 급발진 사고를 차주가 입증해야 되는 상황과 똑같다. 결국,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상 ‘작업중지권’은 실제로는 사업주가 언제든 그 행사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장치들을 이면에 깔아놓고 있다. 또한 이와 같은 위협들은 노동자가 현장에서 자신의 생명과 건강을 지켜내는 유력한 수단인 작업중지권을 사실상 행사하지 못하게 하고 있는 결정적 원인이 되고 있다. 따라서 추상적인 산안법 제 26조 2항과 3항에 대한 구체적이고 명확한 근거마련이 필요하다. 2. 그렇다면 현행 산안법 26조는 어떻게 확장, 재구성되어야 할 것인가? 이와 관련해서는 지면의 한계로, 큰 틀의 일부를 제시하는 것으로 하겠다. ① 작업 중지 대상의 확대 가장 중요한 것은 ‘급박한 위험’ 만으로 제한되어 있는 작업 중지 대상의 확대다. 현행 규정은 ‘당장 목숨을 잃을만한 상황이 아니라면, 참고 일하라!’ 라는 말과 다를 바 없을 수 있다. 사고가 발생해 노동자가 건강과 생명에 위협을 느끼는 것만을 작업 중지 대상으로 협소화해서는, ‘가랑비에 옷 젖듯’ 일상적으로 행해지는 현장에서의 유해·위험성에서 노동자를 보호할 수 없다. 따라서 지속적인 노출로 인해 노동자의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 건강을 훼손시킬 수 있는 유해위험요인을 포함해 예방적 조치로써 작업중지권 행사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콜센터 노동자들이 고객응대 과정에서 무방비 상태로 폭언, 욕설, 성희롱 등 다양한 형태의 유해·위험요인에 노출되고 있으나, 상담원의 통화종료 등 작업 중지나 작업거부가 극히 제한적으로 이뤄지는 현실이 존재하고 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