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리포트] 항공기 지상조업의 노동실태와 개선방향 - 한국공항(주)을 중심으로 / 2018.04

항공기 지상조업의 노동실태와 개선방향

- 한국공항(주)을 중심으로

이영수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


1. 들어가며

작년 12월 13일에 항공기 지상조업을 수행하는 한국공항(주) 소속 고 이기하 노동자(만 49세)가 장시간 노동으로 일터에서 쓰러져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작년 12월 30일에는 한국공항(주)의 기내청소 외주위탁업체인 이케이맨파워(주) 소속 한국공항비정규직지부가 노동조건 개선을 주장하며 파업에 들어가기도 했다. 공항에서 항공기 지상조업을 수행하는 노동자들은 정규직, 비정규직을 가리지 않고 열악한 노동조건에 처해 있는 것이다. 더욱이 지난 1월 18일에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이 개장하고 여객과 화물 수요도 앞으로 대폭 증가할 것이므로 이러한 노동실태는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항공산업의 발전과 이용자들의 편의를 위해서 공항 시설을 확대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공항에서 항공기 지상조업을 담당하는 민간 기업들은 이윤 극대화에만 매몰되어서 정규직 인력을 적절하게 충원하지 않고 외주화를 확대하고 있다. 현재 공공부문인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에 따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화가 추진되고 있다. 공항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공공이든 민간이든 소속에 상관없이 비행기의 안전한 운행과 승객들의 편의를 위해서 노력하고 있음에도 민간부문은 철저하게 소외되어 있다.

그래서 본 페이퍼는 한국공항(주) 소속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실태와 한국공항(주)의 경영 분석을 바탕으로 항공기 지상조업의 노동조건 개선 방향을 제시할 것이다.

2. 지상조업 항공편수는 늘어나지만 정규직 인력이 늘어나지 않고 비정규직 확대 

항공기 지상조업은 일반적으로 항공기의 도착과 출발을 위해 필요한 급유, 화물상하역, 정비, 견인·유도, 기내청소, 등의 서비스를 말한다. 우리나라 항공기 지상조업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의 재벌 대기업이 출자해서 설립한 자회사가 대부분 담당하고있다. 항공기 지상조업은 지상조업을 수행한 항공편수로 업무량을 가늠할 수 있는데 지상조업 항공편수는 2016년에 184,303편 수로 2010년 대비 40,956편 수(28.5%)가 증가했다. 항공편수가 대폭 증가하면서 업무도 늘어난 것이다. 최근에는 저가항공도 늘어나고 있는데 소형비행기의 경우, 전부 수작업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업무 강도가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해외여행 증가는 물론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개항 등으로 한국공항(주)의 사업 부문은 2017년 이후로도 더욱 확대될 것으로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그런데도 한국공항(주)의 현업 정규직 인원은 2010년 수준으로 회귀하면서 기존 노동자들의 노동 강도는 강화되고 있다. 2017년 9월 현재 인력은 2,973명인데 2010년 인력 규모인 2,913명 수준으로 회귀했다. 


인력 구성을 보면 관리직의 인력변화는 거의 없고 현업직의 변화가 다소 심한 편이다. 그런데 현업직도 기간제와 정규직으로 나눠보면 정규직의 인력변화는 거의 없었다. 2014년과 2015년 등에서 현업직이 다소 증가하기는 했지만 정규직이 아닌 기간제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업직 정규직은 2010년에 2,144명에서 2017년 9월에 2,229명으로 큰 변화가 없었다. 관리직은 정규직과 기간제 모두 거의 변화가 없기 때문에 현업직 기간제 인력의 변화가 한국공항(주) 총인원 변화에 영향을 주고 있다. 

한국공항(주)은 수하물과 화물 상하역, 객실 기내 등의 청소, 세탁, 시설경비, 화물창고 업무, 항공유 수송, 항공기 정비, 기내 판매 등의 업무를 20개 업체들에 외주하청을 주고 있다. 2017년 현재 고용형태 공시제 사이트에 따르면 한국공항(주)의 외주위탁(간접고용) 노동자는 2,794명으로 나와 있다. 2017년 9월 현재 한국공항의 정규직이 2,955명이므로 정규직 대비 간접고용 노동자 비율이 94.5%에 달하고 있다. 

그런데 자료를 보면 한국공항(주)은 2010년에 3,637억 원이었던 매출이 계속 증가하며 2016년에는 4,421억 원에 이르렀다. 해마다 증감률의 차이는 있지만, 영업이익도 2013년을 제외하고는 백억 원대를 넘고있다. 2016년에는 무려 249억 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아직 자료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2017년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공항(주)은 사업매출은 대폭 늘어나고 있음에도 정규직 대신에 직접고용과 간접고용 비정규직을 늘리는 인력운영을 해온 것이다. 이 과정에서 충분히 장시간 노동이 노동자들에게 전가될 수 있다.

3. 한국공항(주) 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실태

현업 정규직 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 문제를 1) 1일 8시간을 넘는 과도한 근무시간 2) 근무와 근무 다음의 휴게시간 부족 3) 주 내지 월 단위 근무시간(일수) 과도 4) 근무 중 휴게시간이나 장소 부족 등으로 나눠서 살펴보자. 

우선 고 이기하 노동자의 출퇴근 시간을 기준으로 사망 직전 3개월 동안 1일 12시간 이상 근무한 날들을 산정해보면 9월에는 9일, 10월에 7일, 11월에 7일 등이었다. 고 이기하 노동자가 속한 램프 여객팀뿐만 아니라 한국공항(주)의 타 현업직도 1일 노동시간이 12시간이 넘는 것으로 파악이 되었다. 1일 근무시간이 많으면 퇴근 시간이 늦어지고 그만큼 근무와 다음 근무 사이의 연속 휴게시간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실제로 고 이기하 노동자들도 이러한 상태에 내몰리고 있었다. 10시간 연속휴게를 보장받지 못한 날이 9월에는 6일이나 되었다. 9월 2일에는 퇴근이 밤 9시 24분이었는데 출근은 다음 날 6시 32분이었다. 근무와 근무 사이의 휴게시간이 9시간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더욱이 인천공항은 접근하는 데에 시간이 더욱 걸리므로 2시간 이상의 출퇴근 시간을 제하면 충분히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간은 6시간도 되지않았다.

1일 노동시간이 많으면 주당 노동시간도 증가할 수밖에 없는데 항공정비부서 노동자들의 근무표를 보면 11월 19일부터 25일까지 정상근무시간은 45.5시간(2,730분)이고 연장 발생시간은 총 1,200분으로 20시간이었다. 주당 총 근로시간은 65.5시간에 달했다. 그다음 주도 비슷한데 정상근무시간이 44.5시간(2,670분)이고 연장 발생시간도 11.5시간(690분)으로 총 56시간에 달했다. 램프 화물소속의 노동자도 11월 7일~13일까지 정상근무시간이 52.3시간(3,142분), 연장이 7.3시간(440분)으로 총 54.1시간이었다. 그 다음 주도 각각 52.3시간(3,143분)과 5.8시간(350분)으로 총 58.1시간이었다. 특히 램프 화물소속 노동자는 주 6일 근무를 계속하고 있는데 때때로 주5일근무도 지켜지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한국공항(주) 현업 정규직들이 장시간 노동에 내몰리는 핵심적인 이유는 무엇보다도 항공기 지상조업에 투입되는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고 이기하 조합원이 조업장으로 근무한 램프 여객 93조의 9월 9일 작업 현황을 보면 1개 조에 5인이 근무하고 있었다. 지상조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1개 조에 6인이 편성되어야 함에도 5인이 근무하도록 작업지시가 짜여 진 것이었다.

외주위탁 노동자들의 노동조건도 상당히 열악하다. 2018년 1월 2일 인천대 노동과학연구소와 건강한노동세상이 이케이맨파워(주)소속 노동자 147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10.4시간,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49.7시간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항공기가 연착되면 계속 기다리면서 근무시간도 늘어나게 되며 공항의 특성상, 휴무를 제대로 가지지 못한다고 한다.

더욱이 한국공항(주)은 외주위탁업체에 20~30분 안에 항공기 청소를 끝내도록 요구하고 있다. 만약 작업이 늦어지면 한국공항(주)이 회사에 페널티 비용을 청구할 수 있어서 노동자들은 짧은 시간에 모든 청소를 끝내야 하며, 일이 끝나면 바로 대기 중에 다른 항공기에 투입된다. 이러한 작업환경이다 보니 위의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92.4%가 근골격계질환(골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외주위탁 업체에서 자주 야기되는 최저임금 위반 문제도 벌어지고 있다. 최저임금 위반을 회피하기 위한 꼼수로 수당을 삭감하여 기본금을 인상하는 조삼모사식의 행태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식사나 생리현상을 편하게 해결할 수 있는 휴게시설도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산재사고 은폐도 지적되고 있다. 이케이맨파워(주) 소속 청소노동자 6명은 지난해 8월 항공기 안에서 청소를 하러 들어갔다가 몇 분 만에 구토 증상과 함께 쓰러졌다. 대양주(호주, 뉴질랜드 등)로 향하는 대한항공 비행기는 의무적으로 운항 전에 비행기 실내와 화물구역에 대한 전체소독을 진행하여야 한다. 그래서 소독 이후에 충분한 시간(3~5시간) 동안 환기를 하고 객실 청소 등의 조업을 하여야 한다. 

하지만 원청의 요구로 빨리 청소를 해야 하고 소독업체에서도 20분만 환기하면 문제가 된다고 하여 충분한 환기 시간 없이(또는 시간을 확인하지 않고) 객실 청소가 진행되는 사례가 자주 발생했다. 결국, 지난해 8월에 이케이맨파워(주) 소속 직원 6인이 환기가 충분하게 되지 않은 비행기에 청소작업을 들어갔다가 혼절하여 응급실에 실려 가는 일이 발생했다.

4. 개선방향 : 재벌 대기업 모회사-자회사 원하청 관계 개선과 사업매출 규모에 맞는 인력충원과 직영화 필요

항공기 지상조업의 노동실태 개선 방향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공항(주)이 사업매출 규모에 맞게 적절한 정규직 인력을 충원해야하고 외주위탁 업무를 직영화해야 한다. 한국공항(주)은 사업매출 규모는 계속 확대되고 있는데 정규직 대신에 직접고용과 간접고용 노동자들을 늘리면서 대응하고 있다. 이러한인력운영이 지속된다면 한국공항(주)의 장시간 노동문제는 해소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경영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우선 대한항공 등의 대기업 모회사들이 원하청 관계를 개선하고 자회사의 경영을 압박하지 않아야한다. 모회사인 대한항공이 자신들의 이익을 확대하기 위해서 자회사에 지급하는 지상조업 서비스 단가를 계속 깎을 뿐만 아니라 과도한 이윤을 창출하도록 압박한다는 지적이 있기 때문이다.

둘째, 정부와 국회 등에서도 민간 기업영역이라고 방치하지 말고 제 역할을 다해야 한다.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이 개통되었음에도 지상조업을 담당하는 민간 기업은 늘어난 수요만큼 적절한 인력을 충원하지 않고 있다. 막대한 정부재정이 투자되면서 수혜를 입었지만, 민간 기업은 이윤확보에만 혈안이되어 있는 것이다. 공항 사업 자체도 공공과 민간이 혼재되어 있고 공공부문 성격이 강하므로 민간 기업영역이라고 방치하지 말고 공공성 강화를 위해서 정부나 국회 등에서도 개선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더 이상 고 이기하 노동자와 같은 산재 사망이 항공기 지상조업 사업장에서 발생하지 않도록 충분한 인력이 충원되고 적절한 노동시간이 보장되어야한다. 아울러 외주위탁 업무의 직영화를 통해서 비정규직들의 노동조건 또한 개선되어야할 것이다.

[노동시간 에세이-과로자살 거둬내기] 일본의 과로자살 다시보기: 덴츠의 기이한 시간과 지리멸렬한 시간 / 2017.12

일본의 과로자살 다시보기:

덴츠의 기이한 시간과 지리멸렬한 시간

김직수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

 

두 차례의 과로자살사건

일본에서 과로사 문제는 1980년대부터 주목받기 시작하였는데, 그 중에서도 과로자살이 사회문제로 떠오른 것은 1990년대 들어서이다. 2000년대 들어서는 과로사가 비정규직에까지 확대되는 한편, 과로자살 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게 되었다. 과로자살 문제의 심각성에 경종을 울린 사례가 바로 덴츠의 1991년 입사 2년차 대졸 남성 신입사원의 과로자살 사건(이하 ‘1차 덴츠 사건’)이었다. 이 사건은 1996년 첫 재판에서 업무기인성을 인정받았으며, 2000년 상고심은 원심에서의 유족 측의 부분적 패소 부분도 파기 환송하였고 무엇보다 과로자살에 대한 사용자 책임을 인정한 최초의 최고재판소 판결로 기록되었다. 이 판례는 이후의 과로자살 소송에 큰 영향을 미쳤다. 당시 덴츠 사측은 책임을 인정하고 재발 방지를 다짐한 바 있다. 하지만 바로 그 덴츠에서 25년여의 시간이 흐른 뒤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 공교롭게도 이전 사건과 이번 사건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노동자는 신입사원이었고, 스물 네 살이었다.

2016107일 유족인 어머니 다카하시 유키미(高橋幸美)의 기자회견 발표를 통해 덴츠에서 201512월 다카하시 마츠리(高橋まつり)씨의 과로자살 사건(이하 ‘2차 덴츠 사건’)이 발생하였고, 20169월 노동재해로 인정받았음이 밝혀졌다. 그밖에도 1차 덴츠 사건 이후 20136월 당시 30세의 남성 사원이 과로사한 바 있고, 20146월 간사이 지사가, 그리고 20158월에 본사가 노동기준감독서의 장시간 과중노동 관련 시정권고를 받은 적이 있다는 사실 또한 밝혀졌다.

입사 1년차였던 다카하시 씨의 201510월에서 11월 사이 1개월간의 시간외노동은 105시간에 이르렀다. 10월 이후 소속 부서 인원이 14명에서 6명으로 줄어들면서 담당 기업도 늘어났다. 그밖에도 신입사원이라는 이유로 각종 접대, 프레젠테이션 준비를 맡았고, 회식 후에는 선배 사원에게 늦은 밤까지 지도를 받기도 했다. 11월 들어서는 상사에게 업무를 줄여 줄 것을 요청하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되려 폭언을 들어야 했다.

 

기이한 시간’: ‘자기신고제를 통한 덴츠의 시간기록 조작

덴츠에서 월100시간을 넘는 잔업으로 고통을 겪은 것은 다카하시 씨뿐만이 아니었다. 다수의 30대 중견 사원들도 장시간 과중노동에 시달리고 있었다. 사측은 월 잔업시간 상한을 원칙적으로 50시간으로 규정하고 있고, 노동자들이 시업 및 종업시간을 신고하고 상사가 승인하는 방식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다카하시 씨의 유족과 대리인이 산재 승인을 얻기 위해 길게는 월130시간에 이르기도 했던 다카하시 씨의 잔업 시간을 계산한 방식도 사측의 자료가 아닌, 건물 입·퇴관 기록 등이었다.

덴츠 사원들은 자신의 근무시간을 직접 관리시스템에 입력하고 1개월분의 근무시간에 대해 관리자로부터 승인을 받는다. 그런데 명목상 규정상의 초과근무 상한을 넘기지 않기 위해 근무기록을 조작하는 것이 관행화되어 있었다. 소정근로시간 대로라면 오전 930분에 출근하여 오후 530분에 퇴근할 터인데, 실상은 오전 840분에 출근하여 밤12시에 퇴근하는 것이었다. 더욱 기이한 사실은 분명 15시간20분 동안 건물 내에 있었는데, 기록상으로는 기껏해야 1~2시간 초과근무 한 것으로 된다는 것이다. 해당 노동자는 업무 종료시간 이후 3~4시간 잔업을 계속하면서 그 중 3시간 정도를 자리 비움으로 기록한다. 그리고 사측에서 근무시간을 파악할 때 자리를 비운 이유는 묻지 않는다. 그렇게 해당 노동자는 밤9~10시쯤 어떤 이유에서인지 건물 밖으로 나가지도 않은 채 기록상의 퇴근을 한 후 다시 기록상으로그리고 사적인 이유로 제 자리로 돌아와12시까지 잔업을 하는데, 이 시간은 자기계발 활동 등 개인적인 용무를 본 것으로 기록된다. 일사불란한 조직문화 속에서 암암리에 만연된 근무시간기록 조작이 작동하는 방식이다.

 

성과압박과 내부경쟁 심화의 배경

덴츠는 오래 전부터 일사불란한 조직문화와 더불어 높은 업무강도로 유명한 기업이었다. 덴츠의 사원수첩에 적혀 있는 열 가지 수칙(이른바 귀십칙鬼十則)에는 한 번 일을 시작하면 목적을 완수할 때까지 죽어도 손에서 놓지 말라’, ‘수동적인 인간이 되지 말고 항상 한 발 앞서 알아서 움직여라같은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최근 덴츠의 성과압박 및 내부경쟁 강화와 이에 따른 장시간 과중노동 관행 지속의 배경으로 2001년 이루어진 주식 상장과 미디어환경의 변화 또한 꼽을 수 있다. 덴츠는 인터넷 광고부문에서 후발주자였다. 뿐만 아니라 TV광고수입의 감소로 인해 2009년 덴츠는 106년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덴츠의 경영관리체제는 사원의 실패를 용서하지 않는방식으로 변해갔다. 이후 2010년에서 2015년 사이 스마트폰 보급과 SNS 이용 증가라는 흐름 속에서 모바일 광고를 핵심으로 한 인터넷 광고의 매출 비중 증가가 약50%에 이를 정도였다.

다카하시 씨도 인터넷 광고 담당 부서에 배치되어 자동차보험 등의 광고를 담당하였으며, 자료 분석 및 보고서 작성 등의 업무를 맡고 있었다. 문제는 덴츠가 대기업임에도 환경변화에 적응하려 시도하지 않고 중소영세기업과 같은 노동방식을 유지했다는 점이다. 기존 방식의 광고와 달리 인터넷 광고는 조회 수 등을 근거로 사후적으로 대금이 지급된다. 인력 충원에 따른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해 덴츠는 업무량 증가의 부담을 기존 노동자들에게 떠넘겼다.

 

광고업계 괴물의 탄생과 그 군사적 기원

앞서 언급한 열 가지 수칙은 어떤 측면에서는 1990년대까지 승승장구를 계속해 왔던 상황을 반영하는 적극적인 사원상()이라 볼 수 도 있다. 그런데 단순히 적극적인 수준을 넘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도전정신을 강조하는데, 이는 전쟁과 밀접한 관계를 가져온 덴츠의 초기 성장과정과 관련을 갖는다고 볼 수 있다. 덴츠는 메이지 시대 말기에 설립된 일본전보통신사를 전신으로 한다. 현재의 사명인 덴츠’(電通)는 한자로 전보통신의 줄임말인 전통이다. 일본전보통신사는 아시아 침략전쟁 기간에는 국책회사인 만주국통신사로 이어져 광고 업무 외에 정보기관으로서의 업무, 나아가서는 관동군과 만주국에의 자금조달 등을 담당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패전 이후 해체된 만주국통신사는 미점령군(GHQ)과의 밀월관계 하에서 덴츠로 복원되었고, 이 과정에서 전 만주철도 직원이나 군 간부 등을 대거 받아들였으며, 전범을 포함한 기존 임원들도 그대로 기용되었다.

현재까지도 덴츠는 정부와 자본의 미디어 길들이기 혹은 언론통제의 핵심 고리이다. 덴츠는 광고업계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지닌 광고회사인데, 일본 내 전체 광고업계 매출 가운데 덴츠의 매출이 차지하는 비율은 30% 수준에 이른다. 업계 2위 규모인 하쿠호도(博報堂)의 매출은 덴츠의 절반 수준이다. 이들 미디어의 영향력, 특히 TV 영향력은 막대하다. 덴츠와 하쿠호도 2개사의 매출 가운데 이른바 일본의 ‘4TV 네트워크가 차지하는 비율은 약70%에 이르며 이익규모로 치면 90%에 달한다. TV의 경우 활자매체에 비해 광고 의존도가 큰 데다, 광고주 모집의 상당 부분을 덴츠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2차 덴츠 사건이 드러난 이후 10월 중순경 이시이 나오(石井直) 사장 명의로 사원들에게 한 통의 문서가 배포되었다. 일본의 주간지 <주간현대> 20161112일자가 소개하고 있는 내용에 따르면, 대체로 인사노무관리상의 잘못된 관행을 인정하고 개선의 필요함을 언급하고 있으나, 정부는 물론 미디어로부터도 억울함과 당혹스러움을 호소하는 듯한 논조 역시 띠고 있다. 덴츠는 정관계 주요 인물들의 자녀가 대거 연고채용 되는 곳으로도 유명하며, 다른 기업에서 발생하면 화제될 만한 성희롱 사건 등이 조용히 묻힌 사례도 많다. 덴츠는 광고주와 관련된 스캔들을 무마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각종 사건의 무마 의혹이 끊이지 않는 기업이다.

 

준비된 역공세에 대비해야

1차 덴츠 사건은 노동성이 노동재해 인정기준 개정에 착수하는 주요 계기가 되었으며, 이후 정신질환에 대한 노동재해 인정 또한 확대되었다. 문제는 사측의 대응도 이루어져 왔다는 점이다. 관리직으로 하여금 사원 동향을 감시하여 노동재해 발생 시 재판에 이를 경우 제출할 반대증거를 수집하도록 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201512월부터 의무사항으로 도입 실시된 스트레스 체크 제도와 관련해서도 노동자 개인의 자질이나 건강관리 등의 요인을 부각시키기 위한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2차 덴츠 사건이 보도되고 정부의 과로사방지백서가 발표된 직후, 사측에서 조직한 학계 등의 인사들에 의해 과로자살의 원인을 개인화하거나 기업활동이 어려워진다는 식의 논조의 몇몇 언론 투고가 이루어진 것(물론 이들은 덴츠 만큼이나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역시 사측이 항시적으로 방어 내지는 역공세를 준비하고 있었음을 반증한다. 2016년 말 이시이 사장은 결국 사임하였으나, 덴츠는 건재하다.

2차 덴츠 사건 이후 덴츠는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고, 기존의 노동관행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왜 하필 과로사방지백서 발표일에 맞추어 2차 덴츠 사건을 공개하고 이후로도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는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2차 덴츠 사건이 여론의 커다란 주목을 얻은 이유는 사망한 다카하시 씨가 도쿄대 출신에 갓 졸업한 신입사원인데다 준수한 외모를 지니고 있었다는 수요측 요인에서 찾아볼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아베 정권의 필요라는 공급측 요인이 더 커 보인다. 덴츠를 노동개혁의 본보기로 삼아 재계를 길들이고 지지율도 챙기자는 것이다. 덴츠는 건드려도 쓰러지지 않기 때문, 혹은 쓰러지지 않도록 광고주인 정부와 재계가 뒷받침해 줄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2020년 도쿄 올림픽을 비롯하여 일본 정부는 덴츠에게 안겨줄 광고 일거리가 아주 많다. 최근 근로감독 등이 강화되면서 규모가 작은 편인 외식업계와 IT업계가 자신들만 희생양이 되고 있다고 울상을 짓는 배경이기도 하다.

역공세는 예상치 못한 곳으로부터 오기도 한다. 물론 우리는 세월호 사고 이후 비슷한 경험을 한 바 있다. 일본은 과로사와 과로자살 뿐만 아니라 넷우익으로도 유명하다. 스스로를 다그치던 다카하시 씨는 자살 전 친지들에게 몸과 마음이 모두 너덜너덜해졌다’, ‘자고 싶다는 생각 외에 아무 생각도 들지 않는다’, ‘살기 위해 일 하는 건지, 일 하기 위해 사는 건지 모르겠다’, ‘내일이 올까 두려워 잠을 못 이루겠다’, ‘주말에도 출근해야 한다니 진심으로 죽고 싶다등의 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사건이 보도된 뒤 인터넷 공간에서는 멘헤라를 비난하는 혐오성 댓글들 역시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멘헤라정신건강(멘탈 헬스)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는 뜻의 인터넷 신조어로서, 차별적 의미로 사용되는 말이다.

최근 한국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진전, 그것도 노동조합이 적극적으로 나서 과로사대책위를 구성하여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과로사예방센터가 만들어지는 등의 상황은 매우 고무적이다. 그러나 일본의 사례는 저 앞의 어딘가에 복마전 혹은 지리멸렬한 시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점을 시사한다. 일본에서 과로자살이 정신건강상의 문제를 매개로 한 죽음의 형식으로만 공식적인 재해로 인정되고 있다는 점 또한 유의해야 한다. 과로사와 과로자살의 노동재해 인정만큼이나 문제를 개인화하는 흐름을 차단하는 것 역시 중요하기 때문이다.

[노안뉴스] 기업 이익에 저당 잡힌 시민 안전, 이래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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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이익에 저당 잡힌 시민 안전, 이래도 되나?
[안전은 불가능한가 ①] 안전의 경제학 

이영수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 2015.11.30 10:57:41

 


일반적으로 안전은 효율성의 학문인 경제학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지난 10월 28일 국회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가 주최한 국제운수심포지엄에 참석한 마이클 벨저와 피터 스완은 안전문제를 경제학적인 개념으로 설명했다. 안전이 가치뿐만 아니라 경제학적인 방법과 이론을 통해서 사회적으로 이득이 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는 데에 의의가 있는 것이다.  피터 스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 경영학 교수는 그동안 익히 알려졌던 경제학적인 개념으로 철도의 외주화가 어떻게 철도의 안전을 위협하는지 설명했다.

 

[노안뉴스] 노동자가 말하는 '안전'·⑥ 돈 아끼려 노동조건 악화하고 정비는 최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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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버스 사고 연간 1만4000건, 알고 계셨나요?
[노동자가 말하는 '안전'·⑥] 돈 아끼려 노동조건 악화하고 정비는 최소화


이영수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


"왜 전세버스에서 교통사고가 급격하게 증가하는 것인가? 전세버스 업체의 영세성과 그로 인한 노동조건 악화가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전세버스는 1993년도에 면허제에서 등록제로 전환되어 업체끼리의 경쟁이 격화되면서 점차 영세화 및 부실화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동조건은 계속 악화하면서 장시간·저임금 근로조건이 만연해졌고 사고율을 높이게 된 것이다. 전세버스 노동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한 달 내내 거의 쉬지도 못하고 매일 15시간(대기시간 포함) 정도 일을 해야 할 때가 부지기수라고 한다. 1년 단위로 계약을 하는 비정규직이고 노동조합도 없어서 부당하더라도 사측이 하라는 대로 할 수밖에 없다. 결국 구조적으로 과로에 인한 졸음 운전이 만연되면서 여차하면 사고로 이어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