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보험 톺아보기] 산재보험제도의 선순환 체계 마련을 위하여 / 2020.02

산재보험제도의 선순환 체계 마련을 위하여 : 예방 기능을 중심으로

 

박기형 상임활동가, 노동시간센터 산재보험연구팀

 

 

산재보험의 선순환 체계: 보상-재활-예방

 

산재보험이라고 하면, 해당 제도를 규정하는 법률인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라는 이름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보상을 흔히 떠올린다. 산재보험의 여러 기능 중 요양급여와 현금급여를 중심에 놓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보상 문제는 재해자가 당분간 경제활동을 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해, 사회적 차원에서 생계를 보장하고 충분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재정적으로 지원해주기 위함이었다.

이후 제도를 운용해가면서, 산재 발생 후에 금전적 보상을 해주는 소극적인 대처를 넘어서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되었다. 이에 보상 자체도 좀 더 재해자에게 실질적인 요양/치료를 제공해주는 문제로 확장됨과 동시에, 사업주의 예방활동을 강화함으로써 사후 보상과 사전 대응 간의 선순환 체계를 마련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그리하여 보상을 중심에 둔 전통적 의미에서의 산재보험 제도로부터 점차 재활과 예방의 기능까지 갖춘 다양한 기능으로 확장된 산재보험 제도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이러한 두 차원의 변화는 한편으로는 재활을 통해 재해자의 직업복귀 가능성을 최대한으로 높이기 위함이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사업주의 예방활동 강화를 통해 산재와 직업병 발생을 줄임과 동시에 산재보험재정 운용의 효율을 높이기 위함이었다.

 

산재보험 예방 기능의 효과

 

산업재해가 노동자에게 미치는 위험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사후적 대처보다는 사전적 예방이 중요하다는 것은 근본적인 원칙이다. 다양한 급여제도를 통해 보상과 치료를 지원한다고 하지만, 재해자가 받은 신체적·정신적 고통과 휴유증, 그리고 가족을 비롯한 재해자를 둘러싼 사회구성원들이 입는 피해는 오랜 시간에 걸쳐 지속된다.

더욱이 산업재해는 재해자와 사회구성원 각자에게 피해를 가하는 것뿐만 아니라, 사회보험을 운영하는 해당 사회에도 영향을 미친다. 재해자를 지원하는 것에만 제한될 경우 산재보험제도 운영에 있어서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산업재해 발생이 줄어들지 않고 더욱 늘거나 유지된다면, 재정상 막대한 비용을 계속해서 지출해야 하는 부담이 시간이 갈수록 가중되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산재보험제도의 예방 기능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요구가 있는 것이다.

출처: pixabay

예방 기능의 강화를 위한 선행과제 : 산재통계의 정확성/분석력 증진

 

그렇다면, 산재보험제도와 관련해 재해자를 비롯한 사회구성원의 피해와 산재보험제도의 재정적 부담을 최소화하고 사전적으로 산재 자체를 줄여가나기 위한 예방기능 강화를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무엇보다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산업재해 발생 현황과 원인을 명확히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예방기능 강화의 선행조건은 정확하고 체계적인 산재통계 및 분석이다.

하지만 한국에서의 산재통계는 사업장에 만연한 산재 은폐와 산재보험 처리 기피 등으로 인해 정확성이 떨어진다. 그동안 징벌적 제재 중심의 정부 관리감독으로 인해 사업장에서 보험료 인상 및 행정감독 증대를 우려하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개별실적요율제를 통한 경제적 유인책 제공도 산재 은폐를 줄이거나 산재보험 처리를 높이는 데 충분한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오히려 원하청 구조나 다단계 하도급의 심화, 비정규직 증대 등의 변화 속에서 개별실적요율제는 위험을 외주화한 대기업/원청들에게 산재보험료 절감해주고 정작 산재에 취약한 소규모 사업장들에게는 비용부담을 증대시키는 역설적 효과를 가져왔다.

다른 한편, 사업주의 산재보고 의무를 강화하기 위해 2013~2014년에 걸쳐 산업안전보건법 및 해당 법령 시행규칙을 개정하여 요양급여신청 등으로 산재발생 보고를 대신할 수 없도록 하고 보고대상도 사망자 또는 3일 이상 휴업재해로 변경했다. 하지만 노동부 해석지침 중 휴업일수 산정에 대한 비판이 있었고, 무엇보다 최근 2019년 산안법 개정에서도 보고의무 미이행에 따른 처벌은 과태료 수준에 머무르고 말았다. 이로 인해 여전히 산재보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고, 산재통계 자체의 정확성도 확보되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어렵게 취합된 산재통계 데이터를 가지고서 목적의식 없는 분석만을 내놓는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기초통계 수준의 단편적인 분석만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재현황 및 원인을 분석하는 데 있어서 보다 분명한 목적의식을 갖고서, 다른 통계와의 비교 및 다양한 요인을 고려한 복합적-종합적 분석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 이렇듯 산재보험제도를 활성화하는 과정에서 산재통계의 정확성 및 분석력을 강화해야만, 산업재해가 발생하는 구조와 원인을 명확히 드러낼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예방기능을 강화할 수 있다.

 

예방 효과성 검증 시스템 구축의 필요성

 

장기적으로는 산재보험제도의 선순환 체계를 마련하기 위해서 예방의 효과를 검증하기 위한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선순환의 흐름을 만드는 일과 이러한 흐름이 잘 이뤄지고 있는지 평가하는 일은 분리 불가능하다. 그러나 현재 한국의 산재예방사업과 산재보험 사업은 명확히 업무상 분리되어 있다. 전자는 고용노동부 산재예방정책과가 정책입안을 하고 산업안전보건공단에서 집행하고 있고, 후자는 고용노동부 산재보상정책과가 정책입안을 하고 근로복지공단에서 집행하고 있다. 다시 말해, 안전보건공단과 근로복지공단이라는 두 축으로 분리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기능상의 분리는 산재보험을 통한 보상·재활과 사업장 현황 파악을 각종 안전점검·보건관리 등 예방 정책과 체계적으로 연계하지 못하는 한계로 작용한다. 물론 산재보험 지출 예산의 8% 이상을 매년 산업안전보건사업과 안전보건공단에 출연하도록 하고 있지만, 보상과 예방의 체계적 연계 없이는 산재예방 사업에 대한 투입 비용 대비 산출 효과가 충분히 담보될 수 없다. 다시 말해, 예방사업을 운영하기 위한 기금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앞서, 예방사업의 효과성을 검증하는 시스템 마련이 전제될 필요성이 있다는 말이다.

또한 유의해야 할 것은 예방효과라고 할 때, 해당 효과에 대한 정의와 그 효과를 검증하기 위한 지표가 무엇인지를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 클린사업·검진지원·국고사업·근로자건강센터운영·작업환경측정사업지원·기술지원 등 안전보건공단의 예방사업이 여러 방면에서 진행되고 있지만, 정작 우수사례 중심의 평가 보고서로만 그치고 있다. 검진이나 조사, 재활치료, 보험료 지출 절감 등의 양적 성과만을 보여주는 것으로는 현장의 변화와 예방사업의 효과를 제대로 검증할 수 없다. 업종 내 사업장별 위험특성, 업종 간 위험특성을 고려한 적합한 예방사업이 이뤄졌는지, 사업장에서 산재현황이 제대로 파악되고 있는지, 현장에서의 안전보건조치가 얼마나 개선되었는지 등을 보험사업에서의 활동 및 데이터와 예방사업에서의 활동 및 데이터를 상호연계함으로써 면밀히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