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목소리] 공단의 담을 넘어 희망을 찾는다 / 2019.05

[현장의 목소리] 

 

 

공단의 담을 넘어 희망을 찾는다

 

 

나래 / 상임활동가 

 

 

지하철 4호선 하늘색 선을 남쪽으로 쭉 따라가다 보면 거의 끝자락에 가서야 눈에 들어오는 역명이 있다. 안산역이다. 반시화 산업단지가 위치한 곳이기도 하다. 일명 반월시화 공단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공단이란 명칭에서 풍겨오는 것들 드러내고 싶었던 것인지 2011년에 안산시와 시흥시는 어두운 이미지의 고정관념 타파와 사단 구조고도화산업의 기류에 발맞춰 신선한 산단의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스마트허브라는 명칭을 사용키로 한다. 이름을 바꾼다고 속이 자연스레 바뀌진 않는다. 반월시화 공단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환경의 변화를 몸소 경험해야 한다.

25만여 명에 가까운 노동자들이 일하고, 전체 입주업체 80%가량이 소규모 영세기업이다. 이들은 법 테두리 망에서 가장 벗어나 있다. 일명 작은 사업장의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뿐만 아니라 산업안전보건법도 적용 제외되는 내용이 상당하다. 그러다보니 문제를 드러내는 것부터 실제 노동조건을 바꾸기 쉽지 않다. 이런 현실의 벽을 넘고, 공장과 공장의 담벼락을 넘어 지역으로 함께 모여 공단 노동자의 권리를 되찾기 위한 행동을 조직하는 모임 반월시화공단노동자권리찾기모임 월담의 이미숙, 유월 활동가를 지난 423일 안산역 인근에 위치한 월담 사무실에서 만났다.

 

이미숙 “반월공단, 시화공단 두 곳은 70년대 중반 서울이 과밀화되고, 무분별한 공업화 정책으로 유해물질이 포화상태가 되면서 정책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탄생했어요. 수도권에 있는 공장을 이전할 곳을 골랐고, 서울과 가까운 안산과 시흥이 선택됐죠. 업체당 고용 인원은 평균 20명 이내에요. 그정도로 영세하죠. 한국 사회에서 노동자로 살기 힘들다고 하는데, 특히나 이곳에 있는 소규모업체 노동자들은 더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어요.”

유월 “‘왜 반월시화 공단인가?’라는 질문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이곳은 안산에서 봤을 때 상당히 중요한 곳이에요. 많은 일자리, 공간,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크죠. 안산에 살면서 노동자 관련한 것을 한다고 하면 반월시화공단을 빼놓을 수가 없어요.”

주요 문제로 지목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악취. 시 역시 해결을 골몰하고 있지만 뾰족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경제발전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입주한 공단이 오히려 노동자, 주민의 생활, 건강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

유월 “시에서도 장기적으로 환경 기준을 높여 부합하지 않는 업체들은 내보내는 방향으로 한다던데, 여전히 지금도 냄새가 심해요. 지금도 안개가 끼면 공단에서 맡았던 냄새를 상가나 주거단지에서 맡기도 해요. 그때 왜 악취가 나지 생각했는데 공단에서 맡았던 냄새가 여기서도 나는 걸 알았죠.” 월담이 생긴 지 5년째인데 시작부터 지금까지 쉬지 않고 해오는 것이 있다. 바로 노동자들을 직접 만나는 일, 선전전과 ‘난장’이다. 선전전은 매주 목요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진행하고 있고, 지금은 노동법률상담을 중심으로 하는 난장 사업은 매월 둘째주 수요일 저녁 안산역에서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이미숙 “난장 사업은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우리가 직접 들어보자는 거였어요. 우리가 하는 이야기들이 공단 노동자들에게 뜬구름 잡는건 아닌지, 어떤 이야기를 해야 닿을 수 있을지 계속 고민하고 있어요. 처음 세웠던 것들이 잘 지켜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죠.”

꾸준히 거리로 나가서였을까. 문제가 생겼을 때, 혹은 궁금한 게 있을 때 월담을 찾는 사람들도 많아졌다고 한다. 이렇게 공단의 노동자들을 직접 만나며 공단이 어떤 곳이라고 느꼈는지 물었다.

유월 “상담은 다양한 케이스가 접수돼요. 이곳은 법이 없는 곳이란 생각이 들어요. 상담뿐 아니라 공단 연구사업 자료, 통계를 찾아서 사업 기획을 하기도 해요. 예를 들면 15~16년 전자산업 규모가 가장 컸던 때인데 그 뒤론 규모가 줄었어요. 앞으로도 공장 해외 이전으로 더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요. 그런 과정에서 만나는 노동자들이 문제를 얘기하면 그걸 주목하죠. 최근 주목하는 변화론 아파트형공장 증가에요. 임대사업자들이 들어와서 투기를 하는 거죠. 임대료를 주면 그만큼 노동자들에게 가는 부분이 줄어들거든요.”

그간 활동해오며 기억에 남는 사람 혹은 사건은 없었는지 궁금했다.

유월 “딱 한 명은 아니고요. 많은 사람이 자기 일터가 불법인데, 내가 말을 못하니깐 견디고 살아야 한다 생각을 많이 해요. 법은 복잡하고, 무엇이 합법이고 불법인지 알 수 없거든요. 어떤 경우가 있었냐면 한 회사 사장이 당장 이번 달부터 토요일 근무가 노동시간에 포함 안 된다고 하면서 임금을 깎았다는 거예요. 최저임금 인상되니깐 임금 안 올리려고요. 무슨 수를 쓴다거나, 산입범위를 조정하는 것도 아니에요. 그냥 이번 달부터 법 적용이 달라졌다고 하는 거예요. 당사자가 이상하게 생각해서 저희한테 물어본 거죠. 정말 뻔뻔한 거짓말인데, 그게 회사 안에선 법으로 정착돼요. 그리고 또 다른 사례는 노무사한테 거짓말을 하게 한 경우도 있어요. 당연히 노무사면 불법인걸 알았을 텐데도 거짓말을 한거죠. 그런데 사람들은 노무사라고 하니깐 부당해도 사인을 하고요.”

이미숙 “16년에 인권침해 실태조사를 한 적이 있어요. 10명 정도 만나서 인터뷰를 했거든요. 괴롭힘 사례가 많았어요. 정말 아직도 이런 곳이 있나 싶을 정도로 심각했죠. 화장실 횟수 제한부터 가방/사물함 검사까지. ‘머리가 왜 이따위야.’, ‘반바지는 왜 입었어.’ 등의 복장 검사도 있고, 외모지적도요. ‘아줌마, 어이’는 기본이죠. 마음에 안 드는 사람 찍어서 괴롭히고, 산재 처리해서 회사 피해 입혔다고 은근히 퇴사하게 하고요. 그 이야기를 하면서 몇몇 분들이 공장 다니면 다 그런 거아니냐고 하시더라고요. 스스로 그런 대우를 받아도 되는 사람으로 인식하게 된 거죠. 사실 공장 다닌다고 그런 취급을 받아도 되는 건 아니잖아요. 그런데 저도 생각해보면 공장 다닐 때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현실에서 그런 것들이 바뀌지 않고선 직장내괴롭힘방지법이 시행된다고 해서, 현장에서 정말 얼마나 작동할까 싶어요.”

기본적인 노동조건/환경 문제, 유해 화학물질 문제와 더불어 직업계고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 문제도 월담의 주요 관심사다. 20183월부터 7월까지 진행된 직업계고 산업체파견 현장실습 노동환경 및 노동세계 진입 실태조사는 반월시화공단의 참여자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조사 지역이 될 만큼 반월시화공단엔 강원도, 충청도, 전라도 등 각지에서 온다. 경기도 지역이 특히 많으며, 안산에 있는 한 공고의 경우 15년부터 16년까지 반월공단 내 213개 업체에 생산직으로 현장실습을 보냈다. 그 외 안산, 시흥 지역의 공업고가 반월공단 내 제조업체로 현장실습을 보냈다. 전공과 관련 없는 제조업 생산직으로 말이다.

유월 “저희가 만난 현장실습생 분들은 본인이 배운 걸 실습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어떤 분이 그러더라고요. 첫날 공장에 들어갔는데 ‘아 여긴 아니구나’ 생각했데요. 일 시작하기도 전에요. 너무 지저분하고, 내가 지낼 일터로서 현장실습만 아니면 당장 그만뒀을 곳이라고요. 그래서 그날 입시 준비하는 거로 마음 먹었데요. 이렇게 공장 노동자로 살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한 거죠. 물론 모든 사람이 그런 생각을 한 건 아니에요. 다른 분들은 실습만 끝나면 당장 그만둬야지라고 생각했다고 하더라고요. 실습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없었어요. 위반사항도 너무 많았고요. 조사에 참여한 현장실습생 분들이 자기들이 아니면 젊은 층의 노동자가 올 가능성이 없다고 했어요. 최저임금 받는데 왜 여길 오냐는 거에요. 단체 카톡방에서 흔히 나오는 말이 상여금 없으면 폰팔이 하지 공장에 왜 있겠냐는 거에요. 서비스업에서 남성들이 할 수 있는 일로 핸드폰 판매가 있다면, 그런 걸 하지 최저임금 받으면서 뭐하러 공장에 있냐는 거죠. 노동시간 따져보면 최저임금도 안주는 거죠. 현장실습생인 자기들이 아니면 여기 올 사람 없는 거고, 기업도 이 제도를 활용하는 거고요. 남성의 경우 산업기능요원으로 군대안 가는 거 아니면 할 이유가 없다는 거에요. 이후 자기가 공장 노동자로 일 한다고 해도, 이곳은 아니란 판단을 하는 거죠.”

월담은 올 하반기 본격적으로 직업계고 현장실습 문제를 다룰 계획이다. 학교 앞 선전전부터 현장실습을 나가기 전 학생들을 모아 모임을 만들어 실습 나가기 전 여러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모아내기 위함이다. 마지막으로 영세하단 이유로 적용이 필요한 법에서 오히려 배제되고 있는 문제를 물었다. 지난 411일 헌법재판소는 상시 4인 이하 사업장 노동자들에게 근로기준법을 일부만 적용하고 부당노동행위 조항도 적용하지 않는 근로기준법과 시행령을 합헌이라고 판결했다. 근거로 근로자 보호의 필요성과 사용자의 법 준수 능력간의 조화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들었다. 사업의 영세성, 관리감독의 어려움, 비용 지불 능력의 어려움 등을 들어 차별과 배제 정당성을 오히려 국가가 승인한 것이다.

이미숙 “어떤 분이 상담하러 오셨는데 물어보니 5인 미만 사업장이더라고요. 그러면서 하시는 말이 ‘그럼 난 노동자도 아니네’라고 하시더라고요. 우리가 만나는 분들 대부분이 그래요. 모든 게 법으로 해결되진 않지만 기본적으로 근로기준법, 산업안전보건법은 전면적용되어야 해요. 그런 것들이 기본적으로 갖춰지지 않으면 너무 어려운 상황에 부닥치게 돼요.”

유월 “어떤 문제가 있다고 하면 법을 통한 방법이나 다른 방법을 모색해요. 그런데 5인 미만 사업장은 아예 뭐가 안 나와요. 뭘 얘기해도 일단 법이 없단 거죠. 당사자도 어렵다는 걸 알아요. 그래서 보통 상담에서 끝나죠. 정말 큰 문제에요. 공단에서부터 가장 큰 문제가 되기 때문에 공단에서부터 폐지하자고, 공단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얘기하고 있어요.”

안전보건공단의 슬로건은 안전은 권리입니다이다. 과거보다 진일보한 것은 맞지만 슬로건과 현실이 전혀 맞지 않는 상황은 변화가 필요하다. 일하는 사람 누구라도 권리에서 배제당할 이유는 없다. 그것이 안전과 권리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반월시화 공단노동자들의 권리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월담에서 그 희망의 새싹이 움트길 고대한다.

[연구리포트] 저임금 불안정노동자 ‘공급원’인 현장실습 / 2018.10

저임금 불안정노동자 ‘공급원’인 현장실습

- 반월시화공단 현장실습생 실태조사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2016학년도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에는 전국 593개교 60,016명이 참여했으며 참여 기업은 31,404개에 이른다. 2017년 제주도의 한 산업체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학생이 기계에 깔려 결국 죽음을 맞았다. 그 이전에도 많은 죽음이 있었다. 2017년 12월 1일 정부는 ‘조기 취업형 현장실습 전면 폐지’를 발표했다.

하지만 2018년 2월 발표한 개선안에서 ‘산업체 채용 약정형 현장실습’을 제시하고 있어 조기 취업형 현장실습을 여전히 살려놓고 있다. 이 글은 반월시화공단에서 현장실습을 한 19명, 그리고 도제학교 학생 4명의 면접 조사를 토대로 한 실태조사 결과이며, ‘산업체 파견형 현장실습’의 문제점과 이후 직업 세계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반월시화공단은 25만 명이 일하는 큰 공단이지만, 한 업체당 20명 미만이 일하는 소규모 제조업체 중심 공단이다. 2015년 9월 민주노총의 ‘2015년 전국 산업단지 노동실태조사’ 결과에서 반월시화공단 사업장의 근로기준법 위반은 92%였고 최저임금 위반은 40%를 넘었다. 2016년 3월 <반월시화공단 인권침해 실태조사 보고서>에 의하면 반월시화공단 노동자들의 인권침해 빈도수는 55.74%에 달한다. 이런 현장이 결코 좋은 ‘실습장’이 될 수는 없다. 현장실습생들의 첫 번째 일터, ‘실습’이라는 명분으로 일하게 되는 현장은 노동에 대한 불안과 혐오를 심고, 자신의 미래를 고통스럽게 인식하도록 만들 뿐이다.

강원도, 충청도, 전라도 등 전국 각지에서 반월시화공단으로 현장실습을 하러 온다. 경기도 지역이 특히 많은데, 안산에 있는 한 공고의 경우 2015년부터 2016년까지 반월공단 내 모두 213개 업체에 모두 생산직으로 현장실습을 보냈다. 그 외에 안산과 시흥지역의 공업고등학교들이 반월공단 내 제조업체로 현장실습을 많이 내보냈다. 전공과 관련이 없는 제조업 생산직이다. 그 외에 경기권 공업고등학교의 경우 반월시화공단 생산직으로 현장실습을 내보내는데, 규모는 그리 크지 않다. 학생들도 현장실습을 ‘취업’이라고 인식하고, 교사들도 마찬가지이다. 기업들도 현장실습을 ‘저임금 노동력을 공급받는 통로’로 인식한다. 직업계고 학생들은 이름만 ‘현장실습’일 뿐 실질적으로는 ‘조기 취업’을 하러 반월시화공단으로 가는 것이다.

1. 현장실습에 대한 학교의 준비와 대응

학생들이 직업계고를 선택한 이유는 주로 ‘내신성적’이었다. 면접 참여자 대부분이 고등학교 진학을 결정할 때 직업계고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적성과 진로 계획에 따라 선택하기보다 성적, 친구, 취업률을 앞세운 학교 홍보물에 영향을 받았다고 답했다. 또, 공부로는 뒤처지기 때문에 기술을 배우는 것이 경쟁력이 있겠다고 생각한 이들도 있었다. 직업계 고등학교는 공업, 상업, 농업, 해양, 보건, 관광 등 다양한 분야의 과를 개설하여 학생들을 모집하고 있지만, 학생들은 학교와 학과 특성이나 향후 진로와의 연관성 등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선택에 어려움을 느낀 상태로 직업계고에 들어오게 된다.

학생들은 재학 중에 전공 여부와 상관없이 각종 자격증 준비에 많은 시간을 쏟았다. 취업에 유리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자격증을 따는데 많은 시간을 보내지만 정작 사회에 나와 보니 자격증을 인정하거나 대우해주지도 않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 학교에서 노동인권 교육을 받은 적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서 대부분 ‘노동인권 교육’이 무엇인지 묻거나, 뭔가 배우기는 한것 같은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산업안전과 근로관계법”에 대해 의무적으로 15차시 교육을 하게 되어 있는데, 이 교육의 효과성이 의문이다. 대강당에 전체 학생을 모아놓고 외부 강사가 대규모로 교육하거나, 온라인으로 교육을 하기 때문이다. 현장실습에 필요하지 않은 자격증만 갖춘 상태로 대부분의 학생들은 준비 없이 현장실습에 나간다.

면접자들은 ‘취업’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고 한다. 한 손에 아메리카노 커피를 들고 목에 사원증을 매는 일자리를 상상했다고 한다. 그러나 공단으로 출근한 이들은 바로 현실을 알게 된다. 실망하는 학생들에게 교사들은 ‘어디가든 똑같다’고 말한다. 대기업과 공기업 등 상대적으로 노동조건이 좋고 취업으로 연결되는 확률도 높은 곳은 ‘성적 좋은 애들만 뽑아서 보내’는 곳이다. 성적이 안되면 기계과를 나왔지만 리조트에 가고, 설계를 하고 싶지만 도면은 구경조차 할 수 없으며, 기능장을 만들어준다 말했지만, 청소의 달인이 된다고 말한다. 도저히 견딜 수 없어서 돌아간 학생들에게 학교는 ‘청소’나 ‘껌 떼기‘를 시키고, 깜지를 쓰는 등 징계를 하기도 했다.

현장실습이 의무는 아니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현장실습을 나간다. 3학년 2학기 수업은 파행적으로 운영되고 현장실습에 참여하지 않는 학생은 방치되어 있기 때문에 차라리 학교를 벗어나 돈을 벌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학생들은 현장실습을 통해 보람을 느끼기보다는 열악한 노동환경과 차별적인 대우를 알게 된다. ‘억압받고 무서운 느낌을 일찍 알게 되어 취업을 망설이게 된다’고 말한다. 결국 다시 취업하지 않고 알바를 하거나 대학 진학으로 진로를 변경한다. 그런데 대학을 가더라도 현실이 달라질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취업’을 유예하는 것이다.

2. 실습 현장의 실태

학교는 ‘현장실습’을 조기 취업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학교-기업’의 연결망을 형성하려고 한다. 현장실습은 취업률 지표로 나타나고 학교의 실적과 연결되고, 기업은 저렴한 노동력을 공급받고자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현장실습을 나온 경우 학생들은 이곳을 ‘직장’이라고 생각하고 계속 일하는 것을 전제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현장실습을 마친 후 일터에 대해 ‘무서운 느낌’을 갖고 졸업과 동시에 그만두거나, 대학진학을 모색한다. 대부분이 기업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 없이 선생님이 소개해주는 곳에 ‘조기 취업’을 했기 때문에 쉽게 실망하게 된다.

게다가 실습지의 노동조건도 형편없다. 면접 조사에 참여한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에 대해 검토해보니 2018년 현재 월 임금 총액은 평균 169만원, 주당 노동시간은 무려 51.4시간에 달한다. 주 40시간 노동을 기준으로 계산한 2018년 월 최저임금이 약 157만 원임을 고려한다면 대부분의 응답자들이 사실상 최저임금에 놓여있다고 할 수 있다. 아니 51.4시간에 이르는 주당 노동시간을 고려한다면 실질적으로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경우도 다수일 것으로 보인다. 2018년 최저임금이 인상되면서 기업들이 현장실습을 했던 이들을 대상으로 수당을 기본급에 편입하는 등 편법으로 임금체계를 바꾸기도 했다.

무책임한 기숙사 공간도 이들에게는 매우 충격이었다. 지방에서 온 학생의 경우 기숙사 한 방에 16명이 자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한회사는 공장 사장실 옆방을 기숙사로 만들어서 밤에도 호출하여 일하도록 종용하기도 했다. 면접자들이 경험한 일터는 노동안전 확보를 위한 조치들이 매우 미흡하고 위험한 환경이었다. 이에 한 면접 참여자는 ‘무서웠다’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결국 대다수는 현장을 떠난다. 그리고 현장을 떠나지 않는 이들도 자신의 미래를 이곳에서 찾지 않는다. 모든 면접자 중에 이곳에서 일을 계속하겠다고 생각을 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여기에서 돈을 벌어서 자영업을 하거나, 대학에 진학하여 공부를 더 하거나, 혹은 다른 기술을 배워서 이 공간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이민을 준비하는 이도 있었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려고 하는 이도 있었다. 그러나 이것이 실현될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 현장실습을 왔다가 중도 포기한 경우 아르바이트를 전전하거나 대학을 가더라도 더 나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다. (부유하는 노동자:시흥시 정왕동 1인 가구 노동자들의 노동과 생활세계,”(『산업노동연구』 22권 1호))에 의하면 결국20대 후반이 되어 다시 제조업 공단으로 찾아오는 경우도 높다고 한다.

3. 졸업 후에도 현장에 남는 학생들은 왜?

일부 학생들은 졸업 이후에도 계속 현장에 남는다. 이들의 현장실습지였던 반월시화공단이 결코 좋은 일자리가 아닌데도 친구들이 떠나간 일자리에 계속 남아서 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방 출신의 경우 서울 근교에 온다는, 수도권에 진입한다는 생각에 막연한 희망을 품고 현장실습에 나서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일단 지방을 떠나오면 다시 돌아가지 않고 수도권에 정착하려고 하게 되는 것이다. 면접자들은 그래도 집이 좋다고 생각하지만, 그곳에서 일자리를 구하기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어렵더라도 반월시화공단에서 일자리를 구하려고 한다. 젊은 나이에 집에서 독립한다는 것도 매우 큰 기대감이다.

또 하나 남성 노동자들의 경우에는 군대 가기 전에 자신의 전망을 뚜렷하게 세우지 못하기 때문에 군대 가기 전까지 일하는 ‘임시직’ 일자리라고 생각하며 다니기도 한다. 졸업 이후에도 반월시화공단에서 일하는 면접 참여자들의 경우 ‘뭘 할지는 군대 다녀와서 생각을 해보겠다’고 하거나 ‘군대 가기 전에 돈을 벌어서 군대 다녀온 이후에는 다른 일을 찾아보겠다’고 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 자신이 하는 일은 본격적인 사회생활을 시작하기 이전의 임시적 과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노동조건이 형편없다 하더라도 새로운 일을 구하기보다는 현장실습을 한 곳에서 그대로 돈을 버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반월시화공단에 계속 남아서 일을 하는 이들은 ‘산업기능요원’인 경우도 많다. 산업기능요원제도란 기술 자격이나 기술 면허를 가진 청년들을 군 복무 대신 국내 중소기업에 근무토록 하는 병역대체 복무제도로서, 중소기업 인력난을 덜고 고교졸업생의 취업을 지원한다는 의미로 2011년부터 특성화고, 마이스터고 위주로 운영을 하고 있다. 2016년의 경우 특성화고 등의 배정율이 무려 85.7%에 달했다. 그런데 일자리를 옮길 경우 노동자가 직접 다른 특례업체를 찾아야 해서 쉽게 옮기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기업들은 노동자들에게 일방적인 헌신과 차별을 강요한다. 대부분의 산업기능요원이 최저임금을 받고 있었고, 노동법위반 사실을 알아도 제보를 하기 어려워했다. 졸업 이후에도 3년간 열악한 일자리에서 일하도록하는 굴레이다. 

최근에는 일·학습병행제가 노동자들을 열악한 일자리에서 계속 일하도록 만든다. 일·학습병행제는 ‘기업이 취업을 희망하는 청년을 학습근로자로 채용해 현장 훈련을 하면서 동시에 전문대에서 이론 교육을 받게 하는 교육 훈련 제도’이다. 이 제도에 참여하는 노동자는 6개월 ~ 4년간 직장에 다니면서 학교 교육을 받는다. 회사와 학교 간 협약을 통해 운영되며 비용은 고용보험 기금에서 지출된다. 다른 회사로의 전직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대학’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 노동자들은 산재를 당하고 불이익을 당해도 이 회사에서 계속 일할 수밖에 없다. 고용허가제처럼 전직을 불가능하게 하는 제도는 노동자를 저임금의 열악한 노동환경에 묶어둔다.

현장실습이 학생들에게 노동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주고 대부분은 현장실습 이후 현장을 떠나지만, 정부가 중소기업 구인란 해소, 고졸 취업 장려를 명목으로 만드는 일·학습병행제나 산업기능요원제도가 노동자들의 발목을 붙잡아서 이 열악한 일자리에 3년 ~ 4년간을 버티도록 만들고 있다. 그러나 그 간을 버틴 노동자들은 이 일자리에서 자신의 미래를 꿈꾸지 않으며 이곳을 탈출할 준비를 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청년 노동자들에게 제대로 된 일자리를 제공하지 않고, 중소 공단의 일자리 질을 높이지 않고, 열악한 일자리에 노동자들을 붙잡아두는 제도를 만드는 것만으로는 젊은 노동자들이 이 현장에서 미래를 꿈꾸지 않는다.

4. 왜 대안적 목소리는 나오지 않는가

힘들고 위험한 작업환경에서 부당한 대우를 경험하면서도 현장실습을 하거나 혹은 현장실습 이후에도 반월시화공단에 남아있는 이들은 이에 대한 해결책을 찾지 못한다. 자신에게 강요되는 상황에 맞서는 것은 생각도 못 하고 있으며, 친구나 동료를 만나서 자조 섞인 한탄을 하거나 혹은 장기적으로 이곳을 떠나는 것을 꿈꾸며 버틸 뿐이다. 그렇게 된 이유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현장 실습제도가 불만이 있어도 다시 학교로 돌아가기어렵기 때문이며, 졸업 이후에는 산업기능요원제도나 일·학습 병행제도에 묶여 현장을 떠나기 어려운 조건이 되기 때문이다.

현장실습을 시작할 때 학생들은 문제를 해결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다. 노동인권교육에서는 근로기준법이나 최저임금은 가르치지만, 노동조합에 대해서는 가르치지 않는다. 문제가 발생했을때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도 설명해주지 않는다. 학교는 문제가 생길 경우 ‘참으라’고 할 뿐,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는다. 한 회사에 16명 정도가 들어가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매우 드물고, 대부분 한 회사에 1명 내지는 2명 정도가 현장실습생으로 들어가게 된다. 뿔뿔이 흩어져있기때문에 집단으로 목소리를 내기도 어렵다. 설령 산재를 당해도 회사에서 공상 처리하라고 하면 그래야 하는 줄 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서 ‘노동조합’을 상상하지도 못한다. 이번 조사에서 놀란 것은 ‘노동조합’에 대한 인식이 너무 없다는 점이었다. 조사에 참여한 노동자들 대부분이 ‘노동조합’에 대한 질문 자체를 어려워했다. 노동조합이 무엇인지 전혀 들어본 적도 없고 생각해본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 언론을 주의 깊게 보는 것도 아니고, 사회적인 문제에도 관심을 두지 않는 이들의 경우, 학교에서 배우거나 경험이 있지 않는 이상 ‘노동조합’을 인식하기 어려웠다.

5. 어떤 변화가 필요한가?

산업체 파견형 현장실습은 폐지해야 하고 새로운 직업교육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교육부는 2018년 현장실습에 대해 ‘교육과정’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하고, 학생의 선택을 보장하도록 관련법을 정비했지만, 현장실습의 여러 유형 중 ‘산업체채용 약정형’ 중심으로 개선안을 마련하여 학교현장과 학생이 체감하는 변화는 미지수다. 포장지만 ‘학습 중심’이고 실제로는 조기 취업이기 때문이다. 학교 입장에서는 취업률을 올릴 수 있는 도구로, 산업체 입장에서는 저임금 노동력을 받는 통로 정도로 여기는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은 중단해야 한다. 학교가 중심이 되어 학과 특성에 따라 다양한 유형의 현장실습을 운영할 수 있도록 현재 의 직업교육을 점검하고 대안을 찾아야 한다. 노동권 교육도 의무화해야 한다.

현행의 산업기능요원 제도와 일·학습병행제도에 대한 성찰과 개선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산업기능요원’, 일·학습병행제도의 ‘학습 근로자’라는 특수신분의 폐해가 심각하다. 일반노동자와 구분되는 특수한 신분으로 인해 해당 노동자들은 자신의 회사에 상당 기간 동안 묶여있을 수밖에 없다. 전직을 불가능하게 하는 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 학교에서의 학습과 특정기업근무를 분리하는 방향으로의 일·학습병행제도를 개선해야 하고, 산업기능요원을 지속하기가 어려운 조건에서 남은 병역기간을 다른 형식으로 대체복무할 수 있는 제도 개선 등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또한 산업기능요원 제도와 일·학습병행제도를 활용하려는 기업의 기준을 강화하고 별도로 특별 근로감독을 해야 하고, 전담 상담창구도 마련되어야 한다.

고졸 청년 진로를 위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취업담당 교사가 전체 학생들을 감당하기는 어렵다. 고용지원센터와 학교가 연계하여 전문 직업상담원을 배치하고, 학생들을 위한 진로 선택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충분한 정보가 주어지는 것이 중요하다. 취업과정에서는 담당 교사와 전문 직업상담원과 함께 취업상담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에서 고졸 취업에 대한 지원을 하고자 한다면 학교와 고용지원센터를 연계하는 직업상담원을 적극적으로 배치하는 것이 의미 있을 것이다. 취업을 ‘현장실습’, 혹은 ‘중소기업 생산직이나 사무보조’ 등으로 단일화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에 대한 맞춤형 진로 및 취업상담을 해야 한다.

청년노동자들이 유입되려면 공단이 좋은 일자리가 되어야 한다. 정부는 열악한 노동조건은 그대로 둔 채, 병역특례나 일·학습병행 제도 등 공단에 유입할 수 있는 외부적 유인만 강화한다. 중소기업이 좋은 일자리가 되어야 유인이 생긴다. 최저임금의 실질적 인상이나 청년노동자들이 주로 취업하는 중소사업장에 대한 정부 지원을 통해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것, 그리고 노후화된 공단을 청년노동자의 필요와 요구에 따라 ‘재생’하는 것, 예를 들어 주거환경 개선이나 노동자들의 교육 훈련 기관의 확대 등 노동자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개선이 필요하다.

청년노동자들이 스스로 뭉치고 자신의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더 많은 노동자에게 노조를 경험하게 하는 것, 노조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 노동조합이 전교조 직업계 담당 교사들과 연계하여 노동권교육 프로그램을 함께 만드는 시도를 할 필요가 있다. 노조에 대한 인식이 확산될 수 있도록 현수막, 공중파 광고 등 최선을 다해서 노조를 알리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의 노동조합 형식으로는 공단의 작은 사업장에서 일하는 젊은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에 가입하기는 어렵다. 개인이 가입할수 있는 형태로 노동조합의 형식을 바꾸어 노조의 문을 열어두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