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Z 다양한 노동이야기] 유투버에게도 매니저가 있다고?! / 2020.04

[A-Z 다양한 노동이야기] 

 

 

유투버에게도 매니저가 있다고?! 

 

 

 

 

박기형 / 상임활동가 

 

 

크리에이터. 원어를 그대로 번역한다면 창작자. 요즘 학생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는 직업이 바로 크리에이터다. 하나의 고유명사로 자리 잡은 크리에이터는 유튜브, 아프리카TV, 트위치 등에서 라이브 방송을 하거나 영상을 기획·제작하여 올리는 사람을 일컫는다.

이 크리에이터들이 영상을 만드는 과정은 전통적인 방송, 영화 산업에서의 영상물 제작과는 다르다. 그래서 방송, 영화 산업을 가리켜 레거시 미디어, 동영상 공유 서비스 또는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을 가리켜 뉴미디어라고 분류하기도 한다. 언제나 영상기술이 발전하면서, 뉴미디어들이 등장하곤 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검색조차 텍스트가 아닌 이미지, 특히 영상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 새로운 유망직종과 산업은 정말 새로운 것일까? 모두가 꿈꾸는 크리에이터의 일은 정말 장밋빛으로 물들어 있을까? 취미와 일이 일체가 되는 삶을 누릴 수 있을까? 휴대폰과 태블릿, PC 화면에 송출되는 크리에이터의 방송이 기획, 제작, 방영되기까지 어떤 노동과정이 숨어있는 것일까? 한 MCN(Multi Channel Network, 다중 채널 네트워크) 업체에서 일하는 H씨를 지난 3월 28일에 만나 얘기를 나눴다.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의 산업구조와 MCN의 역할

MCN은 뭐 하는 곳일까? MCN은 한 마디로 인터넷 방송의 SM, YG, JYP와 같은 곳이다. 방송 스트리머,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의 콘텐츠를 유통하고 콘텐츠 기획·제작을 지원하며, 저작권을 관리해주고 광고를 유치하는 등 각종 매니지먼트를 제공하는 기획사다.

대표적인 회사로 CJ E&M과 같은 대기업도 있지만,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스타트업 기업인 샌드박스 네트워크, 트레져헌터 등이 있다.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에서 영상을 찍고 올리는 사람과 보는 사람만 있으면 충분하지 않을까? 그런데 왜 연예기획사 같은 회사가 등장한 것일까

 
"유튜브나 트위치와 같은 곳에서 크리에이터 혼자 일하는 게 아니에요. 일종의 협업구조죠. 방송 콘텐츠의 수요 측면에서는 크리에이터와 시청자 둘만 있지만, 공급 측면에서는 크리에이터와 플랫폼 그리고 광고주가 있어요. 광고주가 중요해요. 크리에이터의 영향력이 커지면, 광고주가 자신들의 제품 또는 이벤트를 홍보하기 위해 접근해요. 방송이나 영화처럼 광고비를 얼마 줄 테니 영상이나 라이브 방송 때 노출 시켜달라고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죠. 이때 광고주들은 최소 비용으로 최대 홍보 효과를 누리고 싶죠. 크리에이터들은 광고의 대가로 최대한 많은 이윤을 얻고 싶고요.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해요. 광고주와 크리에이터 간의 비대칭이 존재하기 때문이죠. 크리에이터는 사업자 등록의 여부와 관계없이, 개인으로 활동하는 것이죠. 하지만 광고주는 기업들이죠. 플랫폼 업체 입장에서도 광고주들이 이윤 측면에서 중요하죠. 그런 상황이니 크리에이터 혼자서는 광고주와 제대로 협상할 수가 없어요. 협상력이 떨어지는 거죠. 더구나 광고업계는 바닥이 좁기 때문에, 어느 한 광고주와 관계가 어긋나면 다른 광고주들로부터도 광고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요. 정말 '대도서관' 같은 사람, 뭐 방송으로 치면 유재석이나 강호동처럼 대체 불가능한 크리에이터가 아닌 이상 힘들다는 거죠.


더구나 광고 요청이 여러 군데서 연락 오기도 해요. 이럴 때 크리에이터 혼자 대응하려면, 정작 콘텐츠와 구독자 관리에 신경 쓸 여력이 없어요. 쉽게 말해, 공장에서 팔 물건을 만드는 것과 자본투자를 유치하는 것 간의 차이와 마찬가지죠. 투자를 받도록 도와줄 조력자가 필요한 것입니다. 여기서 등장하는 게 바로 MCN입니다."
 
달리 말해, MCN 개별 크리에이터들의 합집합과 같다. 아니, 그 이상의 효과를 낳는다. 크리에이터 입장에서는 집단으로 협상할 수 있는 단위를 갖게 된다. 반대로 MCN 입장에서는 영향력이 큰 크리에이터를 확보하면 할수록 플랫폼, 광고주, 기타 업체들과의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 한 마디로, 회사 대 회사의 구도를 갖게 되는 것이다. 크리에이터가 안정적으로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도록 다양한 차원에서 지원을 제공해주는 대신 MCN은 크리에이터가 얻는 수익의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받는다. 일종의 광고대행사와 같다고 보면 편하다.

크리에이터와 MCN은 어떤 관계를 맺는 걸까?

크리에이터와 MCN의 관계는 크게 네 명의 행위자들 간의 관계로 이뤄진다. 크리에이터⇄매니저⇄광고매니저⇄광고주. 매니저는 크리에이터를 응대하고, 광고매니저는 광고주를 응대한다. 이후 회사 내에서 담당 매니저와 광고 매니저가 상호소통을 한다. 예컨대, 광고주 A가 이러이러한 상품을 광고하고 싶다고 하는데, 크리에이터 B한테 맡기면 좋을 것 같다고 한다는 걸 광고매니저 C가 매니저 D에게 전달한다. 그러면 매니저 D가 판단해서 광고주 A 및 광고매니저 C 등과 합의를 하고, 해당 내용을 크리에이터 B에게 전달한다. 크리에이터 B의 의견을 확인한 후 매니저 D는 다시 광고매니저 C에게, 광고매니저 C는 광고주 A에게 요청사항을 전달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광고가 체결된다.

광고 계약 체결 및 관리 외에 MCN의 주요 업무 중 다른 하나는 바로 크리에이터에 대한 매니지먼트다. 우리가 흔히 매니저 하면 떠올리는 건, 로드 매니저다. 예능 프로그램 '전지적 참견 시점'으로 익숙한 연예인 매니저의 한 형태다. 하지만 로드매니저만 연예기획사에 있는 건 아니다. H씨는 연예인에 대한 매니지먼트의 유형이 다양한 것처럼 MCN에서도 파트너십 매니저는 여러 역할을 수행한다고 설명했다.

"물론 로드 매니저처럼 각종 행사나 방송에 동행하기도 하죠. 하지만 이보다 더 많이 수행하는 역할들이 있어요. 방송 콘텐츠의 특성이나 구독자 성향, 영상별 포인트, 인기 요인 등 각종 데이터를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홍보 전략이나 콘텐츠 기획을 짜는 것이죠. 또는 앞서 설명한 것처럼 광고를 유치하기도 하고요. 그리고 크리에이터가 성장하는 데 필요한 각종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도 하고, 해당 크리에이터의 방송, 영상을 모니터링하고 피드백을 주기도 해요. 만약 크리에이터가 활동하다가 악플에 노출되거나 개인사로 힘들어할 경우에 상담사 역할을 하기도 하죠. 데이터 분석가부터 PD, 상담사까지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죠."

전략분석부터 크리에이터 발굴까지

"그뿐만 아니라 잠재력 있는 크리에이터들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역할도 해요. 유튜브로 치면, 구독자 수가 많은데 상품 가치가 있는 영상을 만들지는 못하고 있으면, 광고주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지원하기도 해요. 어떤 경우에는 구독자 수가 많지는 않지만, 개성 있는 영상을 만들고 있다면, 기술적으로 더 완성도 있는 영상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기도 하고요.

게임 크리에이터로 치면, 한 크리에이터가 롤이라는 게임만 해요. 방송에서 게임도 잘할 뿐만 아니라, 시청자와 소통도 잘하고, 본인 캐릭터도 특이하죠. 그런데 롤 게임 하나만 하면, 광고주들의 관심을 얻긴 어려워요. 롤은 이미 유명한 게임이니 광고를 널리 띄울 필요도 없고, 다른 게임 광고주들은 이 방송에 광고를 올릴 유인도 없죠.

이때 만약 MCN에 크리에이터가 들어오게 되면, 다양한 게임을 다룰 수 있도록 하도록 교육을 제공함과 동시에, 해당 크리에이터의 게임 패턴, 게임 능력, 시청자에 대한 반응과 소통 방식, 구독자·시청자들의 댓글과 채팅창, 조회 수가 높은 영상의 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주죠. 그러면 주요 키워드와 내용, 형식이 드러나죠. 이렇게 해당 크리에이터의 특성과 장단점에 맞는 게임들을 선별하고, 게임별로 적합한 방송 전략을 세워줘요."
 
H씨에 따르면, 흔히 업계에서 크리에이터의 유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연기자형이다. 즉흥적인 진행과 다채로운 표현력이 장점이다. 하지만 기획력이 떨어져서 짜임새 있는 방송은 힘들다. 하지만 시청자와의 소통이 원활하고 리액션이 좋다. 더욱이 광대와 같이 콩트를 통해 시청자들을 울고 웃기는 능력을 갖고 있다. 이렇다면, 라이브 스트리밍에 적합하다고 한다.

다른 유형은 기획자형이다. 본인이 계획한 시나리오대로 영상을 찍는 것을 좋아하며, 실제로도 영상이 진행되는 시나리오를 탄탄하게 짤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이들은 편집점을 잘 잡아서 VOD를 잘 만들 수 있기에, 유튜브 등 제작된 영상에 적합하다.

게임 크리에이터의 경우에도 이러한 두 유형에 맞게 게임들을 추천해준다고 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시청자들과 리액션을 주고받으면서 진행하는 것에 적합한 게임과 상황별 콩트와 시나리오를 짜서 진행하는 것이 적합한 게임으로 나뉜다. 그에 맞게 진행하도록 제안하는 것이다. 연기자형에게는 방송 들어가기 전에 캐릭터를 잡아서 철저히 보여주려는 이미지와 특징들을 중심으로 연기를 보여주라고 지도하기도 한다. 본인이 잘 연기할 수 있는 캐릭터를 고려하기도 하고, 게임에 따라서 새로운 캐릭터를 연기해보라고 주문하기도 한다.

영상 제작 자체에 내재한 쌍방향 소통

쌍방향 소통이라고 하면, 1980년대 말부터 뉴미디어라고 지칭된 여러 미디어 매체들의 특성으로 언제나 거론되던 것이다. 그래서 색다를 것이 없다고 느껴진다. 하지만 H씨는 쌍방향 소통의 위상이 달라졌다고 지적했다.

과거 인터넷이 유행할 때, 쌍방향 소통이 언급되는 지점은 영상 제작과정과는 별개였다. 영상이 제작된 이후 제작된 영상을 시청한 시청자들이 방송사의 인터넷 게시판이나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후기를 남기고 피드백을 줬다. 하지만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은 시간적으로 거의 즉시 피드백이 오가며, 공간적으로도 분리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물론 유튜브처럼 제작된 영상을 올리는 경우에는 제작과정 자체에 쌍방향 소통이 내재해있지는 않다.

하지만 유튜브의 실시간 방송이나 트위치 등의 라이브 방송의 경우에는 영상 콘텐츠 자체가 시청자와의 실시간 소통을 통해 만들어진다. 시청자와 소통하며 영상의 내용이 채워진다. 시청자의 참여가 언제나 영상 기획·제작·편집에 내재해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새로운 형식의 집단적인 영상 제작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동시에 H씨는 크리에이터 개인의 특성이 오롯이 반영되는 점이 독특하다고 지적했다. 방송과 영화 제작과정에는 출연자, 연출자, 기획자가 모두 분리되어 있지만,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의 경우에는 크리에이터로 참여하는 이들 간의 역할 배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누구나 출연자, 연출자, 기획자로 분할 수 있기 때문에, 각자의 캐릭터와 인간적인 매력이 콘텐츠에 녹아있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크리에이터의 특성이 중시되며, 그러한 특성을 지닌 영상물이 자유롭게 올라가고 사람들이 접할 수 있다는 점이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만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파트너십 매니저들이 매니지먼트를 하거나 MCN에서 기술적인 지원을 할 때도 주의하는 사항이 있다. 물론 계약 조건에 따라 지원의 정도가 달라질 수 있겠다. 하지만 H씨에 따르면, 크리에이터의 특성을 해치지 않는 한에서 최대한 자유롭게 콘텐츠를 만들 수 있도록 필수적인 조치에 국한해서 지원하는 것이 권장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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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미디어 산업은 밝고 희망차기만 할까?
  
지금까지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과 MCN, 크리에이터, 파트너십 매니저들이 어떤 관계를 맺고 일하고 있는지, 이들이 속한 산업의 구조는 어떤지, 이들이 하나의 영상 콘텐츠를 만들 때 어떤 노동과정을 거치는지를 살펴보았다.

그런데 과연 MCN에서 일하는 이들과 크리에이터의 노동은 영상에서 비치는 것처럼 언제나 활력이 넘치고 생기발랄하기만 할까? 5월호에서는 H씨와 함께 급성장하는 산업들이면 언제나 수반되는 각종 노동문제가 여기서도 반복되고 있음을 확인해보려고 한다.

 

[A-Z 다양한 노동이야기] 신입노동자의 교육기간, '인턴 일자리' 말고 조직차원 고민으로 다뤄져야 / 2020.03

[A-Z 다양한 노동이야기] 

 

 

신입노동자의 교육기간, '인턴 일자리' 말고 조직차원 고민으로 다뤄져야

-전국영화산업노조 후반작업지부 J님, K님 

 

 

 

김지안 / 상임활동가 

 

 

 

 

지난 호를 통해서 인턴노동의 경험을 듣기 위해 출판업, 패션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만났다. 전혀 다른 산업이지만, 각 업계가 인턴을 고용하는 공통적인 이유는 만성적인 인력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임시적 방편이거나 정직원을 고용하기 전 예비적인 역량 확인 절차가 필요하다는 동기가 있었다.

 

이번 호의 인터뷰이는 2019년 결성된 전국영화노동조합 산하의 영화후반작업노조 조합원들이었다. 영화후반작업에는 여러 가지 필요한 기술과 작업 단계가 있는데, 그 중 음향작업을 담당하는 노동자들이었다. 두 인터뷰이는 현재 일하고 있는 각각의 회사에 인턴으로 채용된 후 3개월의 수습 기간을 거쳐 정직원으로 고용승계된 상황이었다.

지난 3월 신림역 인근에서 인터뷰이 j님과 k님을 만났다. J님은 영화후반작업을 하는 기업 중에서 꽤 큰 규모에 속하는 A 회사에서 일한지 6개월이 안된 상황이었고, k 님은 소규모 업체에서 4년간 근무했다.

 

먼저 영화후반작업이 무엇인지, 어떤 작업과정을 거치는 지 궁금하다

 

k: 보통 영화를 볼 때 대사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겠지만, 그 외에도 영화 안에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것과 동일한 소리들이 입혀져 있다. 촬영장에서는 배우들의 대사가 잡음 없이 녹음되는 게 최우선이기 때문에 촬영본이 저에게 도착하면 아무 소리 없이 대사만 들어있는 상태인 것이다. 영화후반작업은 영화 안의 인물이 내는 소리들, 주변 환경 소음들, 액션효과 등의 모든 소리를 담당하는 작업으로 보면 된다.

 

j: 이 음향작업을 단계별로 나누면, 현장에서 녹음된 소리를 깔끔하게 만드는 대사 파트, 여러 가지 효과음을 주는 이펙트 파트, 기존에 가진 소스로 만들어낼 수 없는 주인공이 문여는 소리나, 발소리와 같은 소리들을 만들어 입히는 폴리 파트, 음향의 공간적인 부피감과 톤을 입혀주는 앰비언스 파트가 있다.

 

작년 영화후반작업노조가 결성되었다. 두분은 시작부터 함께 한 조합원들인데, 어떤 계기로 노조를 만들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k: 전체 영화 제작 예산에서 후반작업에 할당되는 비중이 매우 낮다. 영화후반작업 업계 자체가 아마 일하는 사람을 전부 합쳐도 100명쯤이다. 여기서 5년차 미만은 대부분 최저임금 정도를 받는다. 이것도 상황이 나아진 것이고, 최근까지 100만원 혹은 그 이하 저임금을 받는 일도 허다했다. 노조에서 조사했을 때 1개의 회사를 제외하고는 전부다 근로계약서 작성도 안했더라. 퇴직금 등 기본적인 처우도 미비된 회사가 많아 문제의식을 느꼈다.

 

j: 처우가 이런데, 업계 전반이 노동시간이 매우 길다. 일년 중에 반은 10~12시간 씩 장시간 노동을 하고, 반은 정시퇴근을 하는 정도다. 마감을 앞두고서는 더 바빠진다. 작업 일정이 너무 짧게 측정되있는 것도 문제다. 개봉일을 두고 그 안의 여러 일정들이 세팅되어있으니 그 마감일에 어떻게든 맞춰야 한다. 야근을 많이 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극장도 성수기가 있다. 그럼 전체 제작기간이나 작업의 마감일을 맞추기가 더 힘들 것 같은데 어떻게 체감하고 있나

 

j: 보통 1개 작품을 작업하는데 한달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성수기 시기에는 영화가 몰리고 하면, 한번에 2개의 작품을 동시에 진행하거나 하는 일도 발생한다. 영화의 제작 상황이나 일정 등에 따라서 작업량이 매우 유동적이니 개인의 삶도 예측하기가 어렵게 된다. 퇴근하고 별도로 운동을 한다던지, 병원에 간다던지, 최소한 잘 휴식을 취한다던지 하는 것이 전혀 불가능한 구조다.

 

k: 우리 회사가 특이하게 자율출퇴근제로 운영되고 있다. 평일에 개인 일정을 보는 등 시간 사용이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지만, 4년 정도 근무한 입장에서 단점이 더 많다고 느낀다. 우선 음향작업이 전체 영화의 제작 안의 한 파트라는 점에서 마감에 대한 압박도 크고, 마감일에 가까울수록 노동시간도 늘어나게 된다. 그러니 사실상 조금 늦게 출근해서 밤늦게까지 일을 하는 정도라고 보면 된다.

 

각각 독립된 스튜디오 칸에서 작업이 이루어지는데, 작업 자세도 문제지만 종일 소리를 듣는 직업이니 청각질환이나 정신적 스트레스도 우려된다

 

j: 맞다. 영화관의 음향시스템과 동일한 환경으로 맞추고 작업을 하기 때문에 후반작업자들이 일하는 환경은 작은 극장 같은 느낌의 1인 스튜디오다. 음량도 정확히 체크하기 위해서는 영화관에서 듣는 소리와 동일하게 두고 작업을 해야한다. 그러니 이명 같은 건 워낙 잦은 문제다. 종일 큰 소리를 듣기 때문에 작업을 하고 나면 귀도 먹먹하고 힘들다. 또 같은 자세로 장시간을 앉아 있다 보니 다들 허리나 목도 전반적으로 아프고 좋지 않다.

 

k: 액션영화의 경우, 효과음도 많고 음량도 크기 때문에 더욱 힘든 것 같다. 아직 주변에서 산재 신청했다는 분은 본적이 없다. 업계를 떠날 각오를 하고 신청하는 사례를 한번 보긴 했는데, 그 외에는 못 봤다. 산재 신청을 하는 것에 대해서 업계 내부에서 낙인이 워낙 심하다.

 

인턴노동에 대해 질문하려 한다. 두 분은 어떤 경위로 인턴으로 일하게 됐나.

 

j: 업계가 매우 좁다. 공채를 하는 경우는 잘 없고, 대부분 지인을 통해서 입사한다. 처음 인턴으로 일하게 되었을 때, 계약서를 작성했는데 계약서에는 3개월의 인턴 기간과 더불어 야근을 할 수 있고 본 급여의 90%를 지급한다고 명시되어있었다. 평균적으로 정직원 초봉이 최저임금 정도 되는데 포괄임금제라 야근 등 수당에 대한 지급도 없다.

 

k: 영화후반작업 일이 궁금해 대학 선배를 통해 채용에 응하게 되었다. 다른 일자리도 있었지만 영화 일이 해보고 싶어 인턴직임에도 일을 시작했다. 당시에 주변 사람들이 인턴 일자리가 고용도 불안정하고 처우도 좋지 않으니 걱정을 많이 했었다. 그럼에도 해보고 싶은 직업이고 업계가 공채도 잘 없고, 일자리도 잘 나오지 않아서 어쩔 수 없는 것이라 생각했다.

 

인턴으로 근무하면서는 주로 어떤 일을 했나.

 

j: 이전에는 오자마자 실무에 투입된 경우도 있다고 들었는데, 나는 채용된 당시에 회사가 덜 바쁜 시기였다. 덕분에 3개월 간 충분히 교육기간을 거칠 수 있었다. 그런데 회사가 ()시와 ()시에 나눠져있다. 선배들은 모두 ()시 사옥에 있고 또 일의 특성상 모두 개별 스튜디오에 들어가 일을 한다. 일과 중에도 서로 볼 일이 잘 없다. 나와 동기 인턴 2명만 ()시 사옥에 있었는데, 누가 작업을 시켜서 결과물을 내도 아무도 컨펌을 안해주고 사실상 방치된 기간이기도 했다.

 

k: 3개월 동안은 거의 참관하는 형식으로 있었다. 그리고 한 영화를 담당하는 것은 못하고 특정 장면만 담당한다던지 하는 식으로 일했다. 영화후반작업 일 자체가 전공자여도 실무는 회사에서 거의 새로 배우는 측면이 커서, 교육의 느낌이 강했다.

 

인턴으로 일했던 시기의 경험에 대해 스스로 어떻게 평가하는지 궁금하다.

 

j: 특이한 건, 거의 모든 후반작업 업체들이 경력직을 제외하고서는 인턴 기간을 무조건 거치는 방식으로 신입을 고용한다. 듣기로는 어느 회사가 인턴으로 3개월 일하고 정식 채용하기로 했는데, 마음에 막상 마음에 안 드니 몇 달 더 수습기간을 거치자고 한 일도 있다고 한다. 내 경험으로는 인턴기간이 꼭 필요할까 의문이 든 것은 사실이다. 인턴 일자리의 처우도 그렇고, 바로 실무에 투입되는 것이 좌충우돌을 겪더라도 빨리 적응할 수 있는 길이라 생각한다.

 

k: 당시에는 첫 직장이고 정말 열심히 하고 싶다는 마음이 강했다. 주변에서도 인턴으로 일한다고 하니 걱정이 많았지만, 당시에는 음향 작업 자체가 좋았다. 시간이 흐른 지금, 인턴제도가 너무 불안정하고 열악한 처우였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회사가 자율출퇴근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데, 정직원들이 오후에 출근해 밤에 퇴근하는 패턴으로 일하는데, 인턴은 10시부터 7시가 근무시간이었다. 그래서 7시에 퇴근하기도 눈치가 보였고, 옆에서 더 보고 배우고 싶다는 생각에 일부러 야근을 하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이러한 기준들이 명확했어야 하는 것 같다. 그걸 처음 들어온 신입직원, 그것도 인턴인 경우에 조율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조직문화에 대해서도 궁금하다. 일터 괴롭힘 등 문제도 있었다고 들었는데, 인턴 노동자에게 이런 조직문화는 더 어려운 조건이 되지 않을지 궁금하다.

 

j: 업계에 5년차 이상 직원이 거의 없다. 일한지 아주 오래된 시니어급 아니면 대부분 5년 미만의 직원들로 이루어져 있다. 영화후반작업은 외주 프리랜서들까지 다 합쳐봐야 100명도 안되는 좁은 판이다. 한 회사의 문제라기보다 업계 전체가 근속년수가 너무 짧고 이직률도 높다. 그런 배경으로 저임금, 장시간노동과 같은 처우상의 문제들도 있지만 말한 것처럼 괴롭힘 등 상사의 막말 사건, 물건을 집어 던진다던가 하는 일도 많았다. 최근에는 업계를 떠나 사회 분위기도 달라졌고, 신고할 수 있는 채널도 많아져 나아지긴 했다.

 

회사의 입장에서는 어떤 업계나 검증된 사람을 채용하고 싶은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경력직이 아닌 신입직원을 뽑을 때, 면접과정을 거치더라도 필요한 역량들을 확인한다는 것은 사실 어려운 일이다. 그러니 우선 인턴으로 채용을 해 실력도 확인하고, 정식 채용하기 적합한 인물인지 확인하는 절차를 갖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이 기간은, 반대로 인턴의 입장에서는 검증 기간 동안의 실적과 태도, 적응력 등에 이 채용의 여부가 달린 시간이기도 하다. 이만 퇴근을 하라고 해도 회사에 남아있었던 k님의 비/자발적인 야근이 아마 인턴 기간 동안의 불안정함과 심리를 잘 드러내주는 대목이 아닐까.

물론 실제로 실무에 투입되기 전 필요한 업무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 절차들을 익히는 기간은 모든 직원들에게 주어질수록 좋은 일이다. 그러나 이 기간이 정식 채용 이후 신입 직원에 대한 조직 차원의 투자, 즉 교육 기간이 못하고, 기업의 기회비용을 인턴의 형태로 노동자에게 전가시킬 때 그가 느낄 불안정함, 저임금, 적응에 대한 압박 역시 쉽게 상상할 수 있다. 이렇게 검증 기간내지는 신입직원에 대한 교육기간을 개별 인턴 노동자의 힘과 노력에 대한 문제로 전화시킬 것이 아니라 조직이 함께 풀어가고 투자할 문제로 다뤄져야 할 것이다.

 

[A-Z 노동이야기] '비정규적' 복지사업을 떠받치는 방문간호사 / 2019.09

[A-Z 노동이야기] 

 

'비정규적' 복지사업을 떠받치는 방문간호사

-서울시 찾동사업 방문간호사 김시현님, A님 인터뷰 

 

지안 / 상임활동가 

 

 

지난 호에서는 ‘다문화가정 방문교육지도사’ 인터뷰를 통해서, 다문화가정에 필요한 복 지를 제공해야 한다는 타당성 안에서 어떻게 실제로 사업을 수행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가 착취당하는지 살펴보았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서는 2015년부터 시행된 서울시 ‘찾 아가는 동주민센터’(이하 찾동) 사업 방문간호사들의 노동실태를 살펴보았다. 먼저 ‘방문간호사’라는 직업 자체의 생소함이 있을 것이다.

서울시 찾동 사업은 2015년 시민에 실질적으로 필요한 복지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목적 으로 시작되었다. 그중에서 ‘방문간호’ 사업은 일차적으로 방문을 통해 복지대상의 정 확한 필요를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보편복지 실현 주체로 중요한 역할 을 하고 있으나, 그에 필요한 업무를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방문간호사들이 담당하고 있다. 사업에 대한 기본적 설명부터 필요성을 설득하는 일, 각종 의료적 검사 등 전방위 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올해 7월, 서울시 강남구를 마지막으로 424개 전 동 에서 찾동 사업이 시행되고 있다. 대대적으로 사업 확대 시행이 홍보되고, 공공이 지역 주민을 직접 찾아가 지역 사회 문제를 발굴해내겠다는 의지가 표명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 사업을 수행하는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은 어떨까?

지난 8월 28일 수요일에 인터뷰이 두 분의 노동조건에 대해 직접 만나 들어보았다. 김 시현 님은 2015년 6월 처음 찾동 사업이 시행된 시기부터 방문간호사로 일하고 있으 며, A님 역시 같은 해 10월부터 근무했다.

서울시 찾동 사업 방문간호사의 노동

방문간호사들은 자치구 보건소 소속이지만 실제 근무는 각 동주민센터에 배치되 어 주 5일 오전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정규 노동시간 동안 일한다. 보통 오전에는 매일 도래하는 65세 복지 대상자들에게 연락을 돌려 사업을 설명하고 대상자 발굴 작업을 한다. 그러나 이 복지 대상자인 시민들 입장에서는 사전에 찾동 방문간호사업에 대한 인식이 없기 때문에, 갑자기 집을 방문한다고 할 때 당황하거나 거부감 이 생기기 마련이다. 처음 복지 대상에게 연락해서 사업을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작 업을 방문간호사들이 직접 담당하기 때문 에 업무 과중은 물론 부담감이 크다. 실제 로 방문간호사들에게 가장 큰 어려움으로 작용하는 것이 초기 연락 업무다. 방문간호사들은 보통 오전에 출근해서 먼저 그날 방문 약속을 확인하는 전화를 돌린다. 방문 약속이 오전이나 오후로 몰 리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대개는 시간대가 일정치 않아 방문한 뒤 사무실에 복귀해 업무 보고를 하고서 다시 외근을 나가는 형태로 업무가 진행된다.

김시현 "평균적으로 5개 가정 정도를 방문해 요. 처음 약속을 잡고 신규방문을 하러 가는 경우에는 모니터링을 하게 됩니다. 이 모니터 링 과정에서 대상자의 가정환경이나 건강상 태, 경제활동의 유무나 주변 환경 파악에 대 한 파악과 대상자 주변에 가족 등 지지체계 가 있는지 등을 확인하는 것이 필요해요. 그 래서시간이조금더소요되는편이죠.약60 분~90분 정도 걸리는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 는 혈압, 당뇨를 체크하고 판단에 따라서 우 울 검사 등을 진행하기도 해요. 신규가 아닌 재방문 가정은 그만큼 시간이 들지는 않지만, 대상자의 상황에 따라서 필요한 조치가 다르 기 때문에 소요 시간도 달라요. 대략적으로는 30~40분 정도 걸리는 편입니다."

A " 또 방문하는 것 자체로 끝이 아니라 사무실에 복귀 해서 행정시스템에 입력 해야 해요. 때에 따라서 시스템이 두 가지 이기 때문에 입력 시간이 꽤 오래 걸려요. 그리고 직접 방문 외에 주민센터로 내소를 오는 분들이 있어요. 그러면 상담도 별도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한 가지 업무에 어느 정도의 시간이 소요 된다고 말하기가 매우 어렵죠. 여기에 매일 보건소에 해야 하는 일일보고도 있고,대상자의 상황에 따라서 다른 복지사업 쪽으로 서비스 연계를 검토하기도 해요. 예를 들어 방문 시 치매가 의심되는 경우가  발생하면 치매지원센터에 연락해서 연계해드리는 식이죠."

최근 폭염으로 인한 옥외 노동자, 급식노 동자들의 노동환경이 이슈가 되었다. 방문 노동자들 역시 폭염, 한파 중 노동환경의 문제가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일상적으로 가정과다음가정사이의이동거리,시간 이양적,질적으로업무중많은부분을차 지하기때문에여기에드는휴식시간부 여가 필수적이다.

A "사실 저희가 폭염이나 한파면 더 바빠요. 왜냐면 전화로 안전 확인도 해야되고, 안전 지침도 교육 해야 하죠. 폭염, 한파 등 기후문제에 있어서 저희의 안전은 둘째고, 대상자들의 안전에 대해서만 별도의 지시를 받아요. 혹시라도 사건·사고가 생기면 안되니 그거에 더 집중적으로하지, 바로 그 예방 업무를 하는 방문간호사들의 안전은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아요."

방문노동의 취약성을 심화시키는 노동조건

방문대상자의 사적 공간인 집을 직접 ‘방문’한다는 형식에서 노동자에게 작용할 부담감과 그 공간 안의 권력이 기본적으로 불균등하고 보호장치가 부재하다는 점에서 오는 위협과 무력감을 쉽게 상상할 수 있다. 찾동 방문간호사들은 30분에서 많 게는 90분까지 방문대상자의 집에 머무르 며 각종 검사, 상담 등을 진행한다. 때에 따라서 다른 사업의 사회복지사와 동행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1동을 1명의 방문간 호사가 맡고 있기 때문에 혼자서 가정을 방문한다.

따라서 당연히 여기서 발생하는 감정노동 및 성폭력, 폭력에 대한 취약성이 있다. 그러나 방문이라는 노동의 형식 자체에서 발생하는 근본적인 문제들을 심화시키는, 몇 가지 특수한 사업 성격이 있다.첫 번째는 대상자와의 관계 속에서 폭력에 노출되거나, 무리한 부탁을 받는 경우, 혹은 감정 노동 문제에 대한 예방 조치가 없고 사망자 최초 발견과 같은 트라우마에 대해서도 후속 조치가 없다는 점이다.

김시현 "대상자가 감금하거나, 음란물을 간호사의 휴대폰으로 보내거나, 간호사가 방문했을 때 옷을 벗고서 성행위를 요구 한다던가 이런 문제들은 끊임없이 발생해요. 그렇다면 이 문제에 대해서 후속조치라도 제대로 해줄 필요가 있어요. 실제 안전 매뉴얼 마련과 트라우마 후속조치 지원의 필요성을 이야기 했었는데, 예산 상의 문제 때문에 안됐죠."

특히 김시현 간호사는 사후 조치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다. 물론 사전에 방문간호사들에게 문제에 대응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비상 상황에 대처 할 수 있는 공식적인 절차와 매뉴얼을 만드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이렇게 사후 조치라도 요구하고 있는 배경에는 현재 있는 사전 조치들이 간호사의 책임을 묻는 기제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김시현 "그 대책이라는 게 예방하는 것이 아니라 사후에 이 사람을 관리 하고 다시 업무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하는 대책이어야 하는데, 그런게아니라는 거죠. 그런 게 없다는 거죠. 다 사전이에요. 간호사에게 딱 그러죠. 왜 마스크 안 하셨어요. 왜 조심 안 하셨어요. 왜 사전에 확인 안 하셨어요? 이런 식으로요."

두 번째로 방문노동이 가지는 문제점들을 심화시키는 것은, 몇몇 자치구에서 개별 방문간호사들의 방문을 실적으로 수치화 한다는 점이다. 방문간호사들이 각 가정을 방문하는 횟수는 그날의 스케줄에 따라 편차가 있지만 대체로 5개의 가정이다.

김시현 "몇 개 자치구에서 그래프로 벽에 쫘악 그려놓고, 방문간호사 당 방문실적이 몇 건 인지 딱 찍어 놓는 거예요. 그렇게 해놓고 실적이 안 나오면 그 방문간호사에게 보건소 관리자가 전화해요. 실적을 채우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관리자가 그런 식으로 압박을 준다는 것 자체가 매우 문제가 있죠. 1등부터 쭉 줄 세운 다음에 그 간호사가 소속되어있는 동에 해당 방문간호사가 구에서 몇 등이라는 공문서를 보내요. 그럴 때는 정말 비참해지죠."

A "예를 들어서 어떤 날에 정말 힘든 일이 발생 할 수 있어요. 몇 년간 관계를 맺어온 대상자가 돌아가신 것을 최초 발견한다든지, 방문과정에서 폭력을 겪는다든지요. 그러면 당연히 그 가정에서 시간이 굉장히 많이 소요돼요. 그런데도 그날의 실적은 채워야 하는 상황인 거예요."

이렇게 방문을 수치화하고, 공개하고 ‘미달’된 방문 숫자를 채우라고 압박을 받는 것이 실제 일하는 노동자에게 어떤 위험으로 작용하는지는 잘 알려져 있다. 특히 방문간호사들 같은 경우에는 일상적으로 감정노동을 수행하며, 성폭력 및 각종 폭 력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이 위험에 대해 충분히 대비하고 안전을 확보 할 수 있는 시간이 부여되어야 한다. 그러나 실적 중심의 관리 체계가 이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마지막으로는 개개인에게 실제로 적용되는 복지 정책의 공백과 한계가 노동자가 개인적으로 대처하고 버텨야 하는 사적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김시현 "대부분의 선생님이 쇼크를 받는 건 대상자가 돌아가셨을 때예요. 병원에서 대상자 가 돌아가시는 것과 지역사회에서 내가 돌보던 대상자가 돌아가시는 거랑은 간호사가 입는 데미지가 차원이 달라요. 병원에서 돌아가시는 분들은 그래도 의료상의 치료와 서비스를 다 받는 셈이에요. 지역에서는 돈이 없고 힘들어서, 가족들에게 연락하고 싶지 않아서, 버티고 버티다가 돌아가시는 경우도 많고요. 간호사들이 대상자 집을 방문 했을 때 최초로 사망을 발견하는 경우들이 있어요. 그때가 저희에게 가장 고비 인 것 같아요. 이 대상자가 마지막에 의료적 조치, 서비스를 받은 사람이 나였고, 그것이 정말 의료적으로 충분했나 계속 후회가 남아요. 그분들이 마지막 순간에 받은 의료 서비스라는 것이 간호사들이 방문서비스를 통해서 혈당, 혈압 재는 것 이라니. 내가 할 수 있는 게 고작 그 정도 였을 까. 내가 조금 더 설득해서 병원에 모시고 갔더라면, 퇴근 전에 한번이라도 연락을 더 해 봤어야 했나, 연락이 두절된 가족들이라도 찾아냈어야 하나, 여러 가지 후회를 하게 돼요. 이 과정에서 많은 방문간호사가 그만두기도 했어요. 많게는 3~4년 이상 계속 봐오던 대상자들이고 상황의 객관화가 굉장히 어려워요. 사실 더 큰 조처 를 하지 못한 것에 대해 후회감이 들어 힘들지만, 보건소 의사를 지원 요청해서 방문 진료를 하더라도 대상자가 거부하거나, 어떤 실질적인 치료가 들어가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서는 사실 큰 의미가 없어요."

복지 정책을 지탱하는 비정규직 일자리

그렇다면 방문간호사들은 직접 개별 방문을 통해 주민들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 한다는 형식 자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점차 인구가 고령화되는 상황에서 의료 뿐 아니라 많은 복지 사업이 방문 형태를 취하고 있다.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그 복지를 수행하는 노동자의 불안전이 심각한 현실이다. 일차적으로 현재 무기계약직인 고용 형태의 문제점이 있을 것이다. 사업의 50%가 비정규직인 상태에 서는 아무리 복지사업을 수행하더라도 지속적인 역량과 데이터가 축적되지 않고 흩어진다. 복지 정책을 공공의 책임이자 지속적인 지원체계로 인식하고 있다면 어떻게 그 사업을 수행하는 노동자들의 50%를 비정규직으로 충당하고 있는 걸까?

또한 방문간호사들은 보건소 소속으로서 동주민센터로 파견되는 것에서 오는 정체성의 혼란도 느끼고 있다. 업무관리자는 현장 상황을 전혀 모르는 보건소에 있고, 근태와 일상적인 업무 교류는 동주민센터에서 관리하 는 것이다. 근무하는 동주민센터에 1명의 방문간호사만 배치되기 때문에 정규직 공무원과의 차별이나 소외감 문제도 있다. 정확히는 주민센터 소속이 아닌 채로, 근무는 주민센터에서 이루어지는 애매한 위치에서 각종 주민센터 사업에도 동원되고 있다. 서울시는 현재 무기계약직인 방문간호사 인력을 정년까지 두고서, 내년부터 새로 채용하 는 방문간호사는 간호직 공무원으로 채용 하기로 했다. 기존 찾동 사업을 해오던 방문간호사들의 처우와 노동실태와 당장 내년부터 본격화될 현장의 갈등은 전혀 고려 없이 사업을 확장 시행 하겠다는 허울 좋은 홍보만 있는 것이다. 사회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복지 업무를 수행하는 방문간호사 노동자들에게 더 이상 책임을 전가하는 방식이 아니라, 더 이상 이들이 소모되지 않도록, 건강과 안전에 위협 받지 않도록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A-Z 다양한 노동이야기] "목숨 걸고 쪽팔리지 않게 지역신문 만들게요" / 2019.07

[A-Z 다양한 노동이야기] 

 

 

"목숨 걸고 쪽팔리지 않게 지역신문 만들게요" 

 

 

정경희 / 선전위원

 

 

사회를 움직이는 다섯 권력 중 하나라 불리는 언론의 사회적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래서인지 남녀노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질문을 던지는 기자의 모습은 멋지게 비춰지기도 한다. 사회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만큼 책임 있는 일을 하는 그들은 어떤 고단함과 즐거움이 있을지 궁금했다. 늘 인터뷰를 하는 입장이었는데 받아보긴 처음이라며 쑥스러워하는 화성지역신문 ‘화성저널’ 윤미 기자를 지난 6월 11일 화성 어느 호숫가 근처 커피숍에서 만났다.

초중고 동안 책 보면서 밤샘하기가 부지기수였고, 활자중독증에 가까울 정도로 책을 많이 봤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글쓰기는 자연스럽게 따라가고, 학교 다닐 때 글을 곧잘 쓴다는 얘기를 듣기도 한 그녀가 작가보다 기자라는 직업을 선택한 이유를 물었다.


“대학생활 때 학생기자를 하기도 했었고, 인도 여행 3개월 동안 현지에서 글을 써잡지에 기고한 경험이 있어요. 그러면서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듣는 경험을 글로 작업하는 과정에 매력을 느껴 기자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아요. 일간지나 공중파 방송에 입사하려면 보는 1차 서류전형, 2차 서술시험, 3차 면접시험을 일컬어 언론고시라고 부르는데 이것을 준비하다가 굳이 어려운 시험을 준비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 전문지 만드는 곳에 들어가 기자생활을 시작했어요. 신문사는 나름대로 원하는 글의 틀이 있으니 첫 직장 수습기자 때 엄청 혼나고 많이 깨졌죠. 글쓰기가 좋아서 이 직업을 한 것 같지는 않아요.”

 

윤미 기자


언론자유 수호, 공정보도, 품위유지, 정당한 정보수집, 올바른 정보사용, 사생활 보호, 취재원 보호, 오보의 정정, 갈등·차별 조장금지, 광고·판매활동의 제한 내용이 기자윤리강령이지만, 7년차에 접어드는 기자생활을 하면서 생긴 나름의 원칙이 있다면 소개를 부탁했는데, 피할 수 없는 현실적 고민도 털어놨다.

“기본적으로 언론사나 기자로서 하면 안될 몇 가지가 있거든요. 그런 것이 원칙인데 솔직히 기사 쓰고, 신문 만드는 사이클 돌아가는 게 바빠서 깊이는 생각 못 하는 게 사실이지만, 적어도 내 이름을 걸고 만드는 신문이고 기사잖아요.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목숨 걸고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지면이 가지고 있는 힘이 있고, 없어지지 않는 기록물이기 때문에 가치를 갖고 있거든요. 10년이 지나고 20년이 지나도 내 이름이 박힌 결과물이 있는데 부끄럽지 않을 정도가 되려면 내가 하루하루를 좀 더 치열하고 더 고민해야 하는 것이 힘들죠. 


그러다 보면 신문사의 기자가 부족한 구조에서 소진이 돼요. 집안일도 하고 애들도 케어해야 하는데 이쪽에 너무 쏠려있면 집안일을 못하게 돼요. 그래서 균형을 어떻게 잡아야 하는가가 가장 큰 고민이에요. 언론사라는 게 공익을 위해 힘쓰지만, 공기업이 아닌 사기업이거든요. 운영자 입장에서는 광고도 받아야 하고 돈도 벌어야 하잖아요. 그런데 기사를 쓰는 공공의 역할은 자본과 권력에서 독립적이어야만 하죠. 그래서 항상 괴리가 있고, 양립할 수 없는 두 가지 평행선에서 기자도 왔다 갔다 할 수밖에 없는 거예요. ‘기레기’라는 표현을 제 앞에서 쓰는 분도 계시고, 현실적으로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것도 있는데 그런 얘기를 들으면 상당히 마음이 아프죠.”


일간지 기자는 보통 조간신문을 체크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고 한다. 윤미 기자가 발행하는 신문은 주간지라서 호흡이 긴 기사를 쓰게 된다고 한다. 일과가 궁금했다.


“일간지와는 다르게 주간지라서 기획기사나 아이템 취재기사 같은 호흡이 긴 기사를 쓰죠. 월요일은 어떤 취재를 할지 아이템 회의를 해요. 회사에 도착하면 이메일로 온 보도자료, 화성시 행사와 시장 스케줄을 확인해요. 취재원을 만나서 정보를 듣고, 취재처는 평균 하루 3명 이상 만나요. 오전에 만나고 같이 점심을 먹거나 오후에 한두 군데 취재처를 돌면서 흐름을 듣고, 어떤 취재를 하면 좋을지를 기획 하죠. 회사에 돌아가서 취재정보 보고를 하죠. 돌아다니면서 나왔던 정보나 취재원에게 들은 이슈는 회사에 보고하고, 취재가 완료됐으면 기사를 웹하드에 올려서 편집 기자한테 줘야 해요. 외근이 잦다 보니 근무시간은 자유로운 편이에요.”


주간신문 특성상 마감 날 기사를 몰아 쓰는 경향이 있어서 기사 마감할 때가 제일 힘들다고 한다.


“기사의 특성상 취재를 한 명만 하는 것이 아니고 어떤 사안이 있으면 거기에 관계되는 많은 사람을 취재하면 할수록 기사의 팩트나 신뢰도가 높아져요. 그런데 각각의 사람마다 스케줄이 있기 때문에 일정 잡기가 힘들기도 해요. 사안이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면 주간지는 마감 날까지 취재해서 정보를 모은 다음 통합해서 기사를 쓰게 되니까 자꾸 늦어지는 거예요. 그래서 마감 날 닥쳐 기사를 쓰게 되는 경우가 많죠. 그런데 기사도 써야 하고 편집·교열도 봐야 하니 여러 업무가 하루 이틀 동안에 몰리니까 예민해지고 피를 말리는 것 같아서 항상 신문 마감하고 나면 토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머리를 풀로 가동하고 오랜 시간 집중을 해야 하고, 오탈자는 교열팀에서 잡아줘야 하는데 지역신문사는 그것을 할 수 있는 인력이 없잖아요. 그래서 1인 다 역을 해야 하는 거죠. 끝나고 나면 너무 피곤해요.”

마감이 끝나고 나면 소진이 클 것 같은 데, 어떻게 만회하는지, 평상시 스트레스 해소방법을 물었는데 선 뜻 술을 주로 먹는다고 했다. 마시고 나면 더 피곤한데도 말이다.


“전 애주가입니다. 마감하고 나면 동료 기자와 먹기도 하고 애인과 마시기도 해요. 편집국 동료들과 마시면 급하게 빨리 먹으니까 빨리 취해서 집에 보내어지죠(웃음). 요즘은 나이 좀 먹었다고 술 마신 다음 날 컨디션이 상당히 다르더라고요. 사실 운동을 좋아해서 수영, 달리기, 걷기를 주로 하는데 일주일에 3번 이상은 시간을 내려고 노력해요. 이것의 궁극적인 목표는 술을 먹기 위해서예요(웃음).


업무 특성상 사람을 많이 만나고 많은 이야기를 듣죠. 머리가 복잡하고 심신이 피곤할 때가 와요. 그럴 때 밖에 나가서 집 근처 천변 코스를 한 시간 정도 걷거나 뛰어요. 우울하고 불안했던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으면서 어떤 게 문제이고, 어떤 걸 가지치기 해야 하는지 알게 되죠. 마음먹은 것과 행동이 같이 가진 않아서 문제지만.”

기사가 사회적으로 변화를 만들어냈을 때, 문제점을 지적한 기사로 인해서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됐을 때, 보람을
느끼기도 하지만, 책임이나 부담을 느낄 때도 있다고 한다. 덧붙여 중립에 대한 도덕적 회의도 가지고 있었다.

“잘못을 저지른 사람에 대한 비위라든가 고발성 기사를 통해 결국 그 사람이 해직이 나 해고를 당해 내부적으로 청소(?)됐을 때 보람도 느끼지만, 책임감도 느끼죠. 인간적으로 미안하기도 하고, 저 사람도 하나의 가장인데 직장을 잃게 만들지는 않았나 하는 부담감도 있어요. 기자나 언론은 치우치지 않고, 편파적이지 않게 중립을 지향하잖아요. 그런데 우리 사회구조가 그렇게 공평하지 않잖아요. 갑을 관계처럼 힘이 쏠려있다는 거죠. 정치도 그렇고. 그러면 지역신문 기자로서 약자의 목소리를 듣고, 주목해서 기사를 쓰지 않으면 그들의 목소리가 묻히는데 어디에 중점을 맞춰야 하는가가 항상 고민이에요.


예를 들어, 화성청소년상담사들이 계약해지 집회를 할 때 현장에 취재하러 가면 기자들이 거의 없어요. 현장에 많이 안 나와요. 그냥 보도자료 받고, 사진 받아서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말이죠. 그럴 때 가슴이 아파요. 나라도 가서 저 사람들의 목소리를 현장성 있게 전달하고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느껴질 때가 있거든요.”

포털뉴스에 노출되지 않아 영향력이나 전파력이 약한 플랫폼을 가진 지역신문의 한계를 느낄 때도 있지만, 지역 언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 윤 기자는 화성지역 언론이 발전하기 위한 방향을 내놓기도 했다.


“화성지역은 인구 유입 속도(곧 100만 도시를 앞두고 있다)나 산업의 변화는 빠른데, 그에 반해 문제나 지역 사안이 있을 때 시민단체와 지역 언론이 담론화하고 토론회를 여는 등 같이 나아가는 것이 아직 활발하지 않은 것 같아요. 서울의 1.4배로 넓은 화성 전체를 아우르는 시민 네트워킹이나 점점이 활동하는 조직이 얽혀서 모이는 장이 약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시민 개개인의 정치적 감수성이나 시민운동에 대한 감수성 또한 아직은 부족하죠. 이것을 조직하고 장을 만들어가는 역할을 지역 언론이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화성시 인구는 6월 기준 78만 이에요. 이 정도 되면 활발히 활동하는 성격이 다른 시민단체가 다섯 개 이상은 돼야 하지 않은가. 그래서 전선이 구축되고 시민의 안건이나 거버넌스 의제가 행정과 정치권과 활발하게 핑퐁 역할을 하면서 건강하게 다양한 색깔을 내면서 지역 여론을 형성하는 바탕이 마련돼야 한다고 보는 거죠.”


언론사 운영에서 재정 독립을 할 수 있는 방안으로 광고보다 독자 구독료로 움직이는 지역신문이 가장 건강하고 이상
적이라 말하는 그녀는 마지막으로 일터 독자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을 남겼다.


“내가 사는 지역에 관심을 가지고 목소리를 내고 지역에서도 활동을 꾸려가면서 지역 언론이나 정치에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어요. 지방자치·지방분권이 강해졌다는 것은 지자체장의 권력이나 예산 권한이 점점 커진다는 얘기거든요. 이 사람들이 일을 제대로 하는가를 볼 수 있는 시민이 필요해요. 자신이 존재하는 위치에서 좋은 변화를 일으키려면 할 수 있는 게 뭔지 고민해보고, 생각에만 머물지 않고 행동으로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봐요.”

 

* 참고) 현재 윤미 기자는 화성저널을 퇴사했습니다.

 

 

[A-Z 다양한 노동이야기] 강사는 왜 '노동자'가 되지 못하는가 / 2019.06

[A-Z 다양한 노동이야기] 

 

 

강사는 왜 '노동자'가 되지 못하는가

 

 

지안 / 상임활동가 

 

 

고등교육법, 일명 강사법 시행을 약 3달 앞둔 지난 5월 10일,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A씨와 B씨를 신림역 인근에서 만났다. A씨는 2010년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시간강사로 여러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B씨 역시 시간강사로 많은 대학에서 강의를 해오다가 최근 임용되어 모 대학의 비정규직 교수로 일하고 있는 중이다. 

강사법은 지난 2011년 12월 처음 발의 된 이후로 약 7년 정도 유예된 법이다. 법의 원 취지는 '시간강사'라는 열악한 일자리에 대한 보호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마련된 것이지만, 오히려 이 법을 근거로 많은 대학들은 시간강사 일자리를 줄이고 전임교수들의 수업 시수를 늘리는 방식으로 개악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악용을 방지하고자 지난 6월 4일 교육부는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발표했다. 개정안의 골자는 강사 인원을 감축한 대학에 제도적인 불이익을 준다는 것이지만 과연 실제로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앞으로 대학이 어떻게 강사들의 고용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계획이 필요할 것이며 교육부는 이를 적극적으로 감독하고 규제해야 할 것이다. 

한편에서는 시간강사라는 직업의 열악함을, 고학력자가 저임금 일자리를 전전하거나 심지어 강의 자리를 포기하고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는 상황을 통해 설명하는 방식이 있다. 이러한 설명은 저임금 일자리와 또 다른 저임금 일자리가 비교될 수 있는 것처럼 상황을 오도한다.

대학 강사의 일자리가 문제인 이유는 고학력자의 노동이 이토록 열악하다는 것이 서글프기 때문이 아니라, 강사들의 노동을 온전한 노동으로 인식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건들이 있기 때문이다. 초단시간 일자리가 늘어나고 있는 사회적 현실이 대학이라는 위계적인 공간과 만났을 때, 강사들의 노동이 어떤 방식으로 은폐되고 있는지 주목해야 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이번 <일터>를 통해서 강사법의 보장을 둘러싼 여러 가지 입장들에 대해서 살펴보기보다는 강사의 노동을 노동으로 인식하기 어렵게 만드는 노동조건을 조명하려 한다. 

 

강사의 노동을 노동으로 인식하기 어렵게 하는 노동조건은 무엇일까?



주목되지 않는 시간강사의 노동시간, 강도, 환경  

대학에서 강의하는 교육자들이 어떤 노동을 하고 있는지 그 과정을 짐작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또 강의를 누군가의 '노동'으로 생각하기도 쉽지 않다. 그러한 이유로는 우선 이 노동이 가지고 있는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이라는 특수성이 있겠지만 그 외에도 시간강사를 노동자로 인식하기 어렵게 만드는 몇 가지 조건들이 있다.

첫 번째는 임금이 수업시수에 따라 시급으로 책정된다는 점이다. 임금은 수업시간으로 책정되는데 실제 이들이 수행하고 있는 업무는 그 시간 안에 종료되는 것이 아니다. 수업 준비부터 학생들의 과제를 피드백하고, 수업에 대한 공지를 메일링하고, 시험지를 채점해서 시스템에 입력하는 일 등등 한 학기의 대학 수업동안 필수적으로 진행되는 업무 절차들이 있다. 

A= "먼저 수업 준비 시간이 있어요. 반복해서 진행하는 과목하고 새로 맡게 되는 과목에 소요되는 시간이 다르긴 해요. 물론 기존에 해왔던 수업들도 새로 자료를 업데이트해야 하긴 하지만요. 보통 강의를 받고 나서 방학 동안 수업 자료를 어느 정도 완성을 시켜놔요. 그 시간이 상당히 많이 걸려요. 한 번은 잘 모르던 분야의 강의를 제안 받은 적이 있어서 거의 방학 내내 그 분야 공부를 하고 강의 준비를 했던 적도 있었어요. 또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시험지 채점이라든가, 수업 공지를 메일링 하는 것, 학생들이 해온 과제 피드백이 있을 것 같아요." 

이러한 진행 절차는 모두 강사의 업무이지만 공식적인 노동시간으로 인정되지 않는 것이다. 보통 시간강사들이 일반적으로 받는 시급은 4.5만 원에서 8만 원 정도까지 대학마다 다르다. 이렇게 강사들의 시급이 법정 최저임금을 훨씬 뛰어넘는다는 점이 이 노동을 더욱 말하기 어렵게 하고 보이지 않게 만든다. 시급이 높기 때문에 수업과 연관된 기타의 노동들은 감수할 수 있는 일이 되며 높은 시급이 이미 충분히 보상을 제공하는 것처럼 착시를 준다.  

B = "사람들은 시간강사 시급이 높은 이유가 그런 부가적인 노동들이 포함되기 때문이라고 해요.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보면 많은 금액이기는 해요. 그렇지만 측정되지 않는 노동이 너무나 많습니다." 

그렇다면 이들의 노동강도는 어떨까? 많은 사람 앞에서 무언가를 설명하는 행위 자체가 긴장을 유발하거나 감정 소모, 소진 등을 야기하지 않을까. 

A= "강의를 하는 것이 체력적으로 힘든 건 사실이에요. 일반적인 강좌도 그렇지만, 요즘 대학들이 국가지원금을 받으려고 외국인 반을 많이 개설하고 있어요. 저도 예전에 전담한 적이 있었는데, 한국어 능력이 완벽하지 않은 학생들에게 전공수업과 어려운 이론 수업을 가르치는 것이 정말 힘들었어요. 물론 상황에 맞춰서 커리큘럼을 짜고 진행을 하지만 외국인 학생들은 1:1로 붙어서 케어 해줘야 하는 부분이 있어요. 그래서 수업을 하고 나면 몇 시간 되지 않더라도 완전히 탈진 상태가 돼요. 감정 소모도 크고요."

또한 강사법이 계속 유예되었던 지난 7년 동안 실제 시간강사들이 지속적으로 해고되는 일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고용불안이 노동자 개인에게 업무부담과 스트레스로 작용하는 것은 당연하다. 

A= "일단 정신적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요. 요즘에는 학생들의 반응을 신경 쓰지 않을 수가 없거든요. 맨 처음 강의를 시작한 시기에는 내가 하고 싶은 강의를 한다는 게 있었어요. 그런데 강사법에 대한 이야기가 점점 나오기 시작했고, 본격적으로 논의된 이후로는 학생들의 반응을 살피게 되더라고요. 그런 것들이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한 부분입니다."

학기마다 재계약 해야 하는 시간 강사들에게 고용 불안정이 가장 큰 업무 스트레스라면, 비정규직 교수들은 같은 분야에서 일하더라도 스트레스 요인이 다르다. 시간강사들보다 계약 기간은 길더라도, 학과의 각종 사업을 맡아서 진행해야하기 때문에 강의 이외의 추가 업무들이 주어진다.

B씨에게 평균적인 노동시간이 어떻게 되는지 물어보자 그는 아침부터 밤까지 쉬지 않고 업무를 해야 하기 때문에 출퇴근 시간이 큰 의미가 없다고 답했다. 수업 시간표 외에 출퇴근 시간이 정해진 것은 아니기 때문에 노동시간에 대한 상대적인 자율성이 있는 대신에 오히려 그런 조건이 더 일상과 노동을 구분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B= "저는 학기당 10학점~15학점 정도를 가르쳐요. 수업의 특성상 학생들을 피드백 해주는 데 걸리는 시간이 많은데 한 학기에 인 당 1시간은 걸리는 것 같아요. 학생 수는 200명이 조금 안 됩니다. 그리고 저 같은 경우에는 시간강사 때보다는 불안정성은 덜하죠. 최소한의 계약기간이 정해져있으니까요. 하지만 학회를 관리한다든지 하는 업무들이 있고, 또 학과의 각종 사업을 처리해야 해요. 이 업무들이 너무 과중해서 거의 매일 아침부터 밤까지 일하는 상황이에요. 또 개인적으로는 대학에서 정년을 확정해 준 정교수들을 제외한 모든 교수들이 주기적으로 재임용 심사를 받아요. 논문을 투고하거나 학회 업무를 맡아 봉사시간을 채우는 것 등등을 통해서 실적을 계속 관리해야 해요."

시간강사들의 경우에는 수업과 다음 수업 사이에 쉬거나 수업을 준비할 수 있는 휴게 공간이 있는지도 물었다. 강사실이 있기는 하지만 휴게공간으로서의 기능은 거의 하지 못하고 심지어 학생이 면담을 요청해도 상담을 진행할 공간이 없는 상황이었다. 

A ="강사실이 있지만 일단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워요. 학교마다 다르긴 하지만 비치되어 있는 물품이나 복사기, 컴퓨터 같은 것을 사용하는 것이 매우 제한적입니다. 컴퓨터가 6대 있는데 고장이 나도 고치질 않아서 2대를 나눠 사용하는 식이예요. 수업 준비를 하려면 거의 1시간 전에 가야 인쇄라도 할 수 있던 학교도 있었습니다. 또 사소한 건데 비참했던 건 학기 초에 강사실에 있던 벌레 사체가 학기 말까지도 치워져 있지 않는다던가 하는 경우가 있었어요. 그때 여기가 치워지지 않는 공간이구나 하는 걸 느꼈죠."  

고용 불안정성과 불안을 지목할 수 없는 문제   

앞서 시간강사들이 노동자로 자신을 인식하기 어렵게 만드는 조건으로써 높은 시급이 지불되지 않는 노동을 견디도록 만듦으로써 가려지는 노동시간에 대해 들어보았다. 두 번째 조건으로는 대학이 편의와 비용절감의 이유로 양산한 단시간 일자리와 고용 불안정성의 문제가 있을 것이다.

시간강사들이 일하는 일자리란 대부분 단시간, 혹은 초단시간 일자리들이다. 또 학기 단위로 고용계약을 하고, 고용의 전 과정이 매우 비공식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이 이들을 개인화하고 고립시킨다. 이런 방식으로 만들어진 일자리의 처우가 문제가 되자, 역으로 인력감축을 시도하는 대학이라는 노동현장에서 시간강사와 비정규직 교수들이 체감하는 문제점들은 무엇일까. 

A= "국공립, 사립대학 모두 포함해서 4개 정도의 대학에서 강의를 해왔고, 적게는 3학점부터 8학점까지 강의를 해왔어요. 1학점을 주당 1시간 수업이라고 보시면 돼요. 보통 3월에 시작하는 학기의 수업은 1월 정도에 강사에게 메일로 제안이 와요. 그 시기에 연락이 안 오면 그냥 그 학교는 잘렸구나 생각을 하는 거예요. 만약에 전에 수업하던 학교에서 연락이 안 왔다면, 어떤 기준에 미달해서 수업을 못 받은 것인지 전혀 알 수가 없어요. 예전에 개강하고 난 이후의 수업을 갑작스럽게 소개받은 적이 있는데, 학교가 지방에 있어서 이동시간도 만만치 않았고 3학점인 수업이었는데 혹시나 다음 학기로 연결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실낱같은 희망 때문에 받은 적이 있어요." 

B= "제가 일하고 있는 비정규직 교수 자리는 1년씩 계약연장을 해요. 만약 재계약이 안 되면 학교를 나가야 하는 상황이에요. 당장은 고용 불안에서 약간 벗어난 것은 맞지만 강사법이 시행돼 학교의 모든 강사 일자리가 3년 고용 보장으로 세팅이 되고 나면, 그 시기 이후 계약이 종료되는 비정규직 교수들은 시간강사로 일하기도 어려운 상황이 될 거예요."

A= "한 학기가 4개월이에요. 1년에 두 학기가 모두 계약된다는 전제 하에도 8개월만 임금을 받을 수 있는 거예요. 그렇지만 저라는 사람에게 들어가는 한 달 고정 지출은 있죠. 그래서 월급을 쪼개서 쓴다고 해도 방학 때는 빚을 질 수밖에 없어요. 방학 기간에 빚을 지고 그걸 갚는데 2달 정도 지나고 아무리 쪼개서 쓴다고 해도 금방 또 방학이 와요. 실업급여 같은 경우는 3학기 당 1번씩 받을 수가 있어요. 실업급여의 조건인 180일 근무를 채워야 하는데 1주일에 제가 실제로 수업을 하는 날은 2일이기 때문에 수급 조건을 채우려면 3학기는 되어야 하는 겁니다." 

대학 내 비정규직 교수 직함들은 겸임, 초빙, 객원, 연구, 대우 등등 업무 내용을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로 끝없이 양산되고 있었다. 계약직으로 대학 교수들이 임용되고 있는 한편에서 시간강사들은 학기 방학마다 다음 학기 계약을 기다려야 한다는 불안감을 견디고 있다.

여기서 7년 동안 유예되고 있던 강사법은 법 시행을 2달 앞둔 지금에서야 시행령 일부 개정안이 나왔다. 이 법이 실제로 대학으로 들어왔을 때 어떤 식의 효과를 낳을지, 대학이 마련하고 있는 구체적인 계획을 누구도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강사 개개인에게 정보가 차단되어 있거나 차등적으로 주어진다는 점도 불안을 가중시키는 문제다. 

B= "저도 비정규직이다 보니 앞으로 대학이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정보가 없어요. 창구도 없는데다가 정보가 차등적으로 들어와요. 비정규직 교수에게 공개된 정보도 강사들에게 공개하면 안 된다는 단서가 붙고요."

A= "학부의 한 영역에 소속되어 강의한 적이 있는데 여기 소속된 강사의 숫자가 100명은 넘었어요. 3~4년 전부터 매 학기에 선생님들이 없어졌어요. 갑자기 자르면 눈에 보이니까 순차적으로 잘라나간다는 느낌이 강했어요. 근데 누가 없어진다는 걸 사실 느낌으로만 아는 거죠. 우리끼리 연락망이 있는 것도 아니고 공식적인 절차가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내 지인이 잘렸는데 나는 아니구나, 이런 식으로밖에 알 수 없었어요." 


  
 이중적인 정체성의 문제 

마지막 조건으로 이중적인 정체성의 문제가 강사들의 노동을 비가시화하는 주요한 맥락이 된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박사과정 학생이기도, 연구자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강사인 이중적인 정체성이 스스로를 노동자로 정체화 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물론 그에 앞서 이러한 이중성을 이용해서 불합리하고 열악한 노동조건과 처우를 개인들이 감당하도록 하는 대학의 노동구조가 있을 것이다. 

A = "일자리가 불안정하다는 것에 더해서 기본적으로 시간강사라고 하는 것이 소속감이 없어요. 자신을 시간강사인 노동자로 정체화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어요. 오히려 연구자로 정체화하는 경우가 많을 거예요. 여러 대학에 출강하고 있는 시간강사들이 한 대학에 소속된 구성원이라고 생각하기도 어렵고, 대학에서도 그런 소속감을 부여해주지 않아요."  

이처럼 단시간, 초단시간 일자리 노동자로 여러 대학을 떠돌면서 강의를 하는 시간강사들의 경우에 자신을 한 대학에서 노동하는 노동자라고 인식하기 어렵다. 비정규직 교수라는 형태로 한 대학에 소속되어 노동을 하더라도 계약기간이 정해져 있을 뿐만 아니라 위계적인 대학 문화라는 조건 속에서 자신의 노동조건에 대해 문제제기하고 변화를 만들기란 대단히 어려울 것이다.

이런 총체적인 문제 속에서 어떻게 당사자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힘을 만들 수 있을까? 인터뷰이인 두 사람에게 노조 활동을 하거나 적극적인 목소리를 낼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물었다. 

A= "이런 어려움들 때문에 더 뭉쳐야 하는 건데, 정확한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점에서 저 스스로를 소극적인 주체로 만드는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그러면서도 두 인터뷰이 모두 앞으로 한 대학의 소속이라는 자격이나 소속감을 통해서가 아니라 이 일을 지금 하고 있다는 교육 노동자로서의 접근을 통해 연대할 필요성을 덧붙였다.

"이 일을 노동으로 접근했을 때 노조가 훨씬 강해질 수 있을 것 같고 그래야 한다고 생각해요. 노조에 가입을 해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