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3. 노조법 개악 저지, 산별 체제와 작업장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투쟁 / 2020.12

[노동개악에 맞서자] 

 

노조법 개악 저지, 산별 체제와 작업장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투쟁 

 

이원재 / 금속노조 기획실장 

 

정부는 ILO협약과 상충되는 국내법의 해석과 적용상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이번 정기국회에서 노조법 개정과 협약 비준 절차가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정작 ILO는 "법제가 완벽해지고 모든 이해당사자가 만족할 때까지 핵심 협약 비준을 미룬다면 노동권 보호 진전은 더욱 지체될 것이다"라며 신속한 협약비준을 주문하고 있다. 실제 핵심 협약은 비준 이후 1년 후부터 국제법적 효력이 발생한다.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비준이 이렇게까지 사회적 쟁점이 되는 것은 정부가 제출한 노동조합법 개정안 탓이다. ILO 노동헌장에는 "어떠한 경우에도 협약의 비준이, 협약에 규정된 조건보다 노동자에게 유리한 조건을 보장하고 있는 법률에 영향을 줄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음에도 정부는 협약 비준에 따라 '보완 장치를 마련'하겠다며 오히려 결사의 자유 협약을 비준하기 위해 결사의 자유를 후퇴시키는 말도 안 되는 노조법 개악안을 제출했다.
   
현 노조법 개악안의 문제점
 

정부의 노조법 개악안의 문제점은 크게 네 가지이다. 하나씩 집어보자.

첫째, '종사자인 조합원'과 '비종사자인 조합원'을 나눠 놓고 비종사자 조합원의 노조활동을 제한했다.

사업장 출입과 조합활동이 제한되는 '비종사 조합원'에는 해고자 뿐만 아니라, 산별노조의 임원 및 조합원, 특수고용, 간접고용 조합원도 포함될 수 있다. 현재 대법원은 산별노조 조합원이 다른 지부·지회 사업장의 파업을 지지하기 위해 그 사업장에 출입하는 행위와 하청 노동자들이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하며 원청 사업장에 출입하는 것 모두 노조의 정당한 활동으로 판시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개정안에 의하면 지금까지 허용되던 노조 활동이 사용자 의사에 반해 사업장 출입시 주거침입죄, 업무방해죄로 처벌 대상이 된다. 정부는 '합리적 이유 없이 비종사 조합원의 사업장 출입을 거부해서는 안된다'라고 안전장치를 마련했다지만 '합리적 이유' 는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이다. 사용자는 당연히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산별노조 조합원, 하청업체 조합원의 사업장 출입을 제지하고 조합활동을 방해할 것이다.

또한 노조 대의원 및 임원 자격을 종사자로 제한하고 있는데 ILO와 EU는 노조의 임원과 대의원을 종사자에 한정하는 게 결사의 자유 원칙 위반이라고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고, 노동조합의 임원과 대의원을 누구로 할지는 조합원들이 스스로 판단하여 결정할 문제지 국가가 법으로 관여할 사항이 아니다. 군사독재 시절의 악명높은 제3자 개입금지 조항의 부활에 다름 아니다.

둘째, 단체협약 유효기간을 연장했다.

노동조합은 임금·단체협상을 거치며 노동조건을 개선하고, 조직력과 투쟁력을 강화해간다. 그런데 현재 2년으로 되어있는 단체협약유효 기간을 3년으로 늘리면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인사, 전환배치, 고용, 안전 등에 영향을 미치는 기업의 계획수립과 의사결정에 관여할 수 있는 법제도가 부재한 현실에서, 사용자의 일방적 횡포를 노조가 견제할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사용자들이 민주노조를 탄압하기 위해 복수노조와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를 악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소수노조는 단체협약 유효기간 상한이 3년으로 늘어나면 4년을 기다려야 교섭하자는 말을 꺼낼 수 있다. 조합원 수가 한 명이 부족했건 열 명이 부족했건 소수노조가 되면 4년 동안 식물노조가 될 수밖에 없다.

셋째, 가장 크게 논란이 되고 있는 직장점거 금지이다.

대법원은 일관되게 주요업무시설이든, 주변업무시설이든 장소를 가리지 않고 그 점거의 범위가 직장 또는 사업장 시설의 일부분이고 사용자측의 출입이나 관리지배를 배제하지 않는 병존적인 점거인 경우에는 정당한 쟁의행위로 판결해왔다. 그런데 정부안은 아무런 근거 없이 현재 대법원 판례가 인정하는 '부분적·병존적 직장점거의 정당성'을 불이익하게 변경하여 주요업무시설에 대한 '전부 또는 일부'의 점거를 일체 금지하고 있다. ILO도 확고하게 직장점거를 정당한 쟁의행위의 한 유형으로 보장하고 있다. 정부안은 직장점거를 금지하여 노동조합의 쟁의권, 파업권을 약화시켜 달라는 사용자의 일방적인 민원사항을 그대로 수용한 것일 뿐이다.

노동부 업무매뉴얼을 보면, 주요업무시설의 예시로 호텔 로비, 병원 진료대기 공간, 백화점 통로, 사무실, 자동차 판매 및 정비와 관련된 시설 일체 등으로 적시하고 있다. 이런 곳의 일부라도 점거가 금지되면 그 공간에서 평화롭게 피켓을 들고 있을 수 있을까? 피켓팅은 가장 평화로운 쟁의행위 수단이지만, 불가피하게 공간 일부의 점유를 수반한다. 제조업 사업장 내에서 진행하는 많은 쟁의행위도 마찬가지이다.

피켓팅 뿐만 아니라 현장순회, 생산시설에 위법한 대체인력 투입 감시활동 등 현재의 일상적인 노조 활동마저 제한될 것이다. 심지어는 사업장 정문에서 노조의 선전물을 나눠주는 행위도 불법으로 규정될 수 있다. 이를 금지한다는 것은 사업장 내 쟁의행위 대부분을 제한하는 것이다. 정부안이 통과된다면 노동조합이 파업할 경우 사업장에서 쫓겨나 공원에 가서 파업 집회를 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정부안에는 ILO가 지속적‧명시적으로 권고했고, EU가 쟁점적으로 문제제기했던 사항들이 대거 누락되어 있다.

특수고용노동자의 노조할 권리, 간접고용노동자의 교섭할 권리, 사실상 허가제로 운영되는 노조설립신고제도, 노조 전임자 급여 노사자율결정, 필수공익사업장 쟁의권 보장, 파업으로 인한 민·형사책임의 면제에 관한 사항도 모두 누락되어 있다.

예상되는 노조 탄압 시나리오

최근에 광주에 있는 금속노조 호원지회의 노조 탄압사례를 보면, 노조법 개악이 가져올 현장의 노조탄압 시나리오를 예상할 수 있다. 호원지회는 올해 1월 '공장에서 인간으로 존중받고 일하고 싶다. 사측은 막말하지 마라, 욕하지 마라'라고 호소하며 노동조합을 설립했다. 그러자 회사는 즉시 기업노조를 만들고 금속노조 조합원들에게 탈퇴를 종용하고 간부들을 징계하고 금속노조 조합원들에 대한 출입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

노조법 개악안이 통과도 안 됐는데, 놀랍게도 광주지법은 음향 장비를 사용한 사내집회를 금지하고, 산별노조 임원 사업장 출입을 금지하고 위반 시 1회당 위반자별 강제이행금 100만 원을 부과하는 엽기적인 판결을 내렸다. 또 어용노조에만 사무실을 제공해 지회가 천막으로 설치한 '노조 임시 사무실'도 불법 시설이라며 철거하라고 판결했다.

판결 이후 호원지회는 천막 사무실을 공장쪽에서 주차장쪽으로 옮겼는데, 사측은 여기도 '사업장 시설이기 때문에 불법'이라는 이유를 대며 철거하라고 하고 있고, 판결 이후 사내집회를 했다는 이유로 지회장을 해고하고 지회 조직부장에게 정직 1개월, 사무장에게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또한 산별노조의 식수와 농성 물품 전달도 통제하고, '비종사자' 출입금지뿐만 아니라 '비근무자인 종사자'의 출입도 징계위원회로 회부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문재인 정권의 노조법 개악안이 실제 현장에서는 '민주노조 파괴'로 다가오고 있다. 정부의 노조법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전국에서 호원지회 사례처럼 수많은 노조파괴사업장이 생길 것이다. 정부가 노동개악 판을 깔아주면 자본이 받아서 현장에서 노조를 파괴하고 법원이 이를 정당하다고 지원하는 모양새다.

우리는 이에 어떻게 맞설 것인가

금속노조는 올해 임단협 교섭에서 노조법 개악에 대비한 '노동3권 보장'과 코로나19 확산이라는 전대미문의 정세변화 속에 '감염병으로부터의 보호'를 통일요구로 교섭을 진행했다. 올해 교섭을 통해 금속 노사는 '회사는 기존 노사합의 또는 관례적으로 보장해온 종사자가 아닌 조합원 및 금속노조 간부의 사업장 내 출입과 노동조합 활동을 보장한다'라고 합의해 법 개악을 핑계로 산별노조 간부나 해고자의 사업장 출입과 조합활동을 규제할 수 없도록 못을 박았고, '회사는 쟁의행위 중 노동조합의 회사 내 일상적인 각종 시설 이용에 협조한다. 단, 세부적인 사항은 사업장 노사가 정하는 바에 따른다'고 합의했다.

그러나 금속노조의 올해 합의사항은 노조법 개악에 대비한 최소한의 방어 장치를 확보한 수준에 불과하고. 중앙교섭이나 지부집단교섭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신규사업장이나 소수노조 사업장은 그나마 최소한의 방어 장치조차 없다. 그래서 금속노조는 노조법 개악을 막아내기 위해 올 하반기 총파업 총력투쟁을 전개하면서 11월 25일 어려운 조건에서도 8만여 명의 조합원이 '노조파괴법저지! 전태일 3법쟁취'를 위한 총파업에 참여했고 대국회 압박투쟁을 진행 중이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한국사회의 노동시장 이중구조화(노동자 간의 임금과 고용안정성의 질적 차이 심화, 위험의 외주화 등)의 폐해가 더욱 극명하게 드러났다. 사회 양극화가 더 빠르게 심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피해가 집중되는 취약계층을 포괄하거나 대변하기 위해서는 폭넓은 연대를 가능케 하는 노사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그런데 정부와 언론, 사용자들은 틈만 나면 노동운동이 기업별 이기주의에 빠져 있다고 비판한다. 그러면서 정작 정부의 노조법 개정안은 오히려 산업별 노조를 무력화하고 기업별 노조 체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어 있다. 노동배제적인 한국 사회에서 사업장별로 개별화, 파편화된 교섭구조로는 양극화 해소나 사회연대가 가능하지 않다. 그렇기에 고용안정성은 더욱 취약해질 수밖에 없고 노동권은 보장되기 어려우며, 노동자들의 안전과 건강은 지켜질 수 없다. 또한 기후위기와 기술변화, 산업전환에의 대응 과정에서 노동자와 노동조합은 배제되고 사용자의 일방적인 독주가 강화되고 있다.

산별체제로의 전환과 작업장 민주주의 실현

따라서 기후위기에 대한 대처와 기술 변화에의 대응이 정부와 기업의 일방적인 결정에 따라 이루어지지 않게 하려면, 노동권을 쟁취하고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기 위해선, 노동자들이 의사결정 과정에 주도적·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자신의 권한과 권리를 행사할 수 있기 위한 제도가 형성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기업의 의사결정에 노동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작업장 민주주의를 확대하여야 한다. 둘째, 실질적인 산별체제 확립을 통해 작업장 민주주의가 개별 사업장의 이해관계가 아니라 산업적인 차원에서 작동되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작업장 민주주의 확대와 산별체제 확립을 제도화될 때에야 비로소 노동조합의 사회적 영향력이 확대되어 노동자와 노동조합이 사회 양극화 해소의 대안적 주체로 바로 설 수 있다.

기업 내 의사결정에 대한 노동자 또는 노동조합의 통제력을 높이는 제도적 방향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 번째는 유럽에서의 공동결정제도나 이사회·감사회에 대한 참여 등을 통해 노동자 또는 노동조합의 참여를 제도화하는 방식이 있다. 두 번째는 단체교섭 및 쟁의행위의 대상 범위 등을 넓혀 노동3권을 실질적으로 보장되도록 하는 것이다.

정부는 노조의 쟁의권을 제한하고 기업별 노사관계를 고착하는 노조법 개악안이 아니라 모든 노동자의 노조할 권리를 보장하는 노동3권 전면보장을 위한 노동법 개정안을 제출해야 한다. 노동3권을 지키는 것은 일하는 모든 노동자의 생존이 달린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