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안 활동가에게 듣는다] 화학물질의 위험으로부터 노동자와 시민이 안전한 지역을 만들자!

화학물질의 위험으로부터 노동자와 시민이 안전한 지역을 만들자!

- 이윤수 화섬세종충남본부 노안위원장 인터뷰

 

박기형 상임활동가

 

지난 8<일터>에서 충남플랜트노조의 노안활동을 소개한 적이 있다. 한화토탈 대산공장의 유증기 유출 사고가 계기였는데, 그때는 석유화학공장의 건설·정비 등에 관여하는 플랜트 산업 노동자들의 안전·보건 문제에 주목했었다. 이번 11<일터>에서는 석유화학공장에서 일하는 또 다른 노동자, 즉 석유화학 제품의 생산을 담당하는 노동자들의 안전·문제에 관해 다뤄보고자 한다. 다시 한화토탈 대산공장 유증기 유출 사고의 대응 과정을 돌이켜보며 석유화학단지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석유화학단지에서 일상적으로 어떻게 노동자들의 안전보건을 지켜낼 수 있을지 등을 이윤수 화섬세종충남본부 노안위원장을 만나 얘기를 나눴다.

 

중대재해 대응, 기본에 충실히! 규정대로 제대로!

 

“안녕하세요. 저는 민주노총 화학섬유연맹 세종충남지역본부 노안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윤수라고 합니다. 한화토탈에서 1996년 10월에 입사한 후 지금까지 23년째 근무하고 있습니다. 제가 속한 한화토탈 노동조합은 2014년 11월 28일에 발촉이 되었습니다. 현재 현장에는 852명의 조합원이 있고, 상집과 대의원을 포함해서 총 55명이 간부로 있습니다. 제가 한화토탈에서 맡은 업무는 생산부 중 벤젠·톨루엔, 파라자일렌을 만드는 일로, 조정실에서 근무했습니다.”

 

이윤수 노안위원장은 지역본부로 옮기기 전에 한화토탈 수석부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지난 5월 중순 발생했던 한화토탈 대산공장 유증기 유출 사고에 적극적으로 대응했었다. 그 결과, 환경부와 고용노동부 등 관계기관 합동조사단이 꾸려졌고, 지난 726일 사측 과실로 인한 사고라는 것이 밝혀졌다. 합동조사단의 발표에 따르면, SM 폭주반응의 위험성을 간과하고, 공정안전관리 절차를 준수하지 않은 채 SM이 다량함유 된 내용물을 전사유(殘渣油) 탱크로 이송한 한화토탈의 과실과 보일러가 정상 가동되지 않은 상황이 맞물려 유출사고가 발생했다. 이윤수 노안위원장은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며, 중대재해 대응의 기본적인 사항들만 지켰어도 피해가 이렇게 크지 않았을 것이라 지적했다. 그러면서 석유화학공장에서 발생한 중대재해에 대응해야 하는 기본수칙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석유화학공장 내에서 화학물질 유출 사고가 발생하면, 다음과 같이 대응해야 합니다. 첫째, 사고현장을 목격한 사람들은 즉각 생산부와 안전팀에 대피신고를 해야 하고, 생산부와 안전팀은 공장 내 모든 노동자에게 사고상황을 알리기 위해 대피방송을 해야 합니다. 사내 방송이든, 문자나 카톡이든 모든 채널을 통해 알려야 합니다. 이것이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사항입니다. 둘째, 생산부 직원들이 사고공정에 투입되어 사고 범위 및 정도를 줄이기 위해 생산설비를 운전하도록 조치해야 합니다. 생산부의 각 조장을 긴급호출하여 상황을 공유하고, 추가 사고 위험이 없는지 점검하도록 하며, 사고가 확인된 공정에서는 확산방지를 위해 생산공정 차단 등 긴급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셋째, 환경부와 고용노동부, 지자체 등 관계기관에 신고하여야 합니다. 이 세 가지가 동시에 진행되어야 합니다.”

 

화학물질은 단지 공장 내의 노동자만이 아니라 인근 지역 시민들의 안전까지 위협할 수 있기에, 사람들의 대피와 화학물질의 확산방지가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 화학사고의 경우 15분 이내에 신고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517일에는 사측에서 늑장 신고를 했으며, 근무자 대피방송 및 경보가 1시간 이상 지난 뒤에야 이뤄졌다. 초동 대처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초동 대처에서 생산부 직원들의 대응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반대로 생산부 직원들이야말로, 사고 위험에 가장 가까이 그리고 직접 노출된다. 생산부 직원들은 신속한 사고대응 및 보호조치를 위해 안전 교육을 받는다.

 

“근무 3년 차까지 소방훈련을 받아요. 그리고 사내에 기동소방대라는 것도 운영합니다. 5개 조로 교대근무를 하고, 방연복 등 보호장비도 지급받습니다. 생산공정별로 안전보건교육 및 사고대응교육을 받아요. 설비별로 유증기 유출이나 폭발 등 긴급상황 대처 시나리오가 있어요. 조정실에서 작성하고 생산부에서 보관하죠. 생산부에서는 이에 근거해서 각 공정에 해당하는 현장과 조정실에서 어떻게 대응할지 훈련해요. 한화토탈의 경우 공장마다 1달에 한 번씩 합니다. 공정별로는 1년에 한 번씩 한다고 보면 됩니다. 실제 대응 과정에서 소방서에서도 출동하지만, 해당 공정에서 어떤 화학물질이 유출되는지, 그게 어떤 위험이 있는지는 생산부 직원이 제일 잘 알죠. 만약 소방관이 그런 정보 없이 함부로 물을 쏘다가 사고가 더 커질 수도 있어요. 그렇기에 생산부 직원들의 안전보건교육 및 사고대응교육이 정말 중요하죠. 그리고 예방 및 대응 매뉴얼이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해요.”

 

이윤수 노안위원장은 잘 만들어진 대응 시나리오가 있음에도 사고위험이 커지는 이유는, 그것들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미 갖춰진 규정에 따라 대응하면 되는데, 화학공장의 흐름 공정이 갖는 특성상 설비가동을 멈추게 되면 이윤손실이 나므로 이를 피하고 이윤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업들이 무리하게 설비가동을 하다가 사고 위험이 커진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윤수 노안위원장은 사고예방 및 대응이 실질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선 공정안전관리절차 및 사고대응 시나리오를 제대로 준수하는 게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출처 : 이윤수 화섬세종충남본부 노안위원장

 

현장점검과 산보위 활동, 끈기로 오기로 해나가기

 

그렇다면, 사업장 내에서 노동자들의 안전과 건강을 보장하기 위해 어떤 일상 활동이 이뤄지고 있을까? 우리가 그동안 석유화학단지에서 벌어진 중대재해, 예컨대 불산누출이나 sm누출 등의 사고는 위험의 범위와 정도가 물론 크지만, 자주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평소에 설비점검 및 안전조치를 잘한다면, 중대재해 발생도 줄어들 것이다. 이윤수 노안위원장은 이러한 일상적인 노동안전보건 활동이 갖는 중요성을 잊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사업장에서 노동자들이 스스로 자신의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하려면, 안전보건 의제에 참여할 수 있는 창구인 산업안전보건위원회(이하 산보위)를 잘 활용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화토탈에서도 산보위를 하고 있어요. 제가 지역본부로 오기 전에는 노동안전부원을 맡은 부장과 차장 각각 2명에다 저까지 포함해 총 5명이었죠. 산보위에서 다를 의제를 발굴하기 위해서 각 부서별로 담당 구역을 조사해서 안전보건 관련해 사업장 내 문제점이 있는지 점검하는 활동을 계속했어요.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현장순회점검을 하든 산보위를 하든 형식적이지 않게 제대로 해야 한다는 것이에요. 과거 삼성이 공장을 소유 및 운영하고 있던 시절부터 합동현장점검은 있었지만, 사측이 안내하면 노동자들이 따라다니는 형태로 형식적인 수준에 그쳤었거든요. 노동자들에게 정말 필요하고 실질적인 개선 효과가 나도록 해야 해요.”

 

“저는 명예산업안전감독관(이하 명감)을 하면서 한 달에 한 번씩 총괄 공장장 및 부사장과 함께 공장을 하나씩 돌았어요. 이때 공장 순회 전에 저 나름대로 준비를 해갔죠. 만약 1월에 A공장 점검이라면, 12월에 미리 가서 조합원들에게 해당 공장에서의 애로사항이나 설비 등의 문제점을 파악합니다. 그리고 조합원들에게 의견을 취합해서 개선조치 및 개선시기 등이 담긴 안을 작성합니다. 이후 1월에 사측과 함께 점검하면서 해당 안을 가지고 지적 및 요구를 하는 거죠. 이때 노조 측 인사 빼고 나머지는 거의 다 사측 인원들이에요. 환경안전팀 임원, 팀장, 직원들 포함해서 4~5명, 생산부 임원과 팀장, 직원들 포함해서 4~5명 등 총 10~12명하고 함께 가는 거죠. 아무래도 노조 측 참여인원이 적으니 불리할 수 있잖아요. 그러니까 미리 조합원들의 의견과 주요 사항들을 파악하는 게 중요한 거죠. 이렇게 순회하면서 위반사항이나 개선사항을 지적하고, 추후 지적된 게 반영 안 되면 노동부에 신고해서 개선하라고 압박하죠. 이를 위해서 조사 자료도 체계적으로 정리해놓고요. 안전 및 보건 조치를 취하는 시기도 딱 정해두고 요구해야 해요. 그래야 압박하든 협상하든 우리가 주도할 수 있죠. 만약 현장에서 바로 조치가 어려운 사항이면, 산보위로 의제화시키죠. 산보위에서 이런 의제를 정기적으로 다루면서 일상적인 예방활동을 하는 거예요.”

 

이윤수 노안위원장은 이 활동의 성과 중 하나로 공정을 통해 제품이 잘 만들어지고 있는지 테스트 하는, 샘플 작업의 개선조치를 언급했다. 샘플 작업을 할 때, 벤젠이나 sm 등 화학물질과 공간적으로 분리되지 않은 채 근거리에서 증기 등에 노출된 채 샘플을 빼왔던 오픈 시스템의 문제점이 조합원들과의 면담에서 드러났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화학물질에 최대한 노출되지 않은 상태로 추출할 수 있게 하는 클로즈 시스템으로 변경하도록 했다. 정기적으로 현장점검을 하고 이때 발굴된 의제를 산보위를 통해 협의함으로써 사업장 안전 수준을 높일 수 있었다. 설비 개선에 비용과 시간이 드는 문제에 대해 노조가 사측과 면밀히 협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산보위는 안전보건 활동을 해나가는 데 필수적인 제도였다.

 

“일상적인 점검 활동에 성실히 참여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하지만, 이러한 점검 활동에서 노조의 목소리가 힘을 받기 위해서는 산보위를 비롯해 사측과 함께 안전보건 의제를 다루는 모든 자리에서 노조가 준비가 잘 되어 있고 실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해요. 한화토탈의 경우에는 공정안전보고서 채택을 놓고 3달 반가량 줄다리기를 해었죠. 석유화학공장에서는 공정안전보고서를 제대로 검토하는 게 중요하거든요. 공장을 새로 짓는다든지 일정 기준 이상의 설비를 확장한다든지 하면, 공정안전보고서를 작성해야 해요. 이는 산보위의 심의안건입니다. 의결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노조가 개입할 여지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공정안전보고서가 채택되지 않고서는 설비를 증축 및 신설할 수가 없어요. 더구나 공정안전보고서가 생산과정 상의 안전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 중요한 문서죠. 그렇기에 면밀하게 검토해야 해요. 검토할 수 있는 자료의 한계도 있고 활동시간이나 인력도 부족했지만, 이 문제를 놓고 사측과 치열하게 부딪히는 과정에서 노안활동의 중요성도 각인시켜 줄 수 있었어요. 나아가 노조의 요구를 최대한 수용하는 게 좋겠다는 인식도 심어줄 수 있었죠.”

 

공장과 공단을 넘어 지역과 함께 하는 노안활동 만들기

 

앞서 얘기했듯이, 석유화학단지의 사고가 빈번하지 않지만, 한 번 일어나면 규모가 크고 시민안전도 위협받기 때문에, 지역차원의 대응 및 예방활동 또한 중요하다. 이를 위해 지역의 시민단체들과 노동조합이 뭉쳐서 서산화학물질감시학교를 만들었다. 시민 대상으로 유해화학물질의 종료와 위험성, 화학물질 유출 신고 절차, 사고 발생 시 지역 차원 공동대응 등을 교육하려 한다. 시민들이 화학물질의 관리 및 사고 예방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역량을 갖추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그 외에는 석유화학단지 내에서 사업장 간 공동대응에 대해서도 고민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서산에선 한국노총이 있는 현대오일뱅크, 민주노총 화학섬유연맹이 있는 KCC 대죽공장, 롯데케미칼 등에서 노안담당자들이 한 달에 한 번씩 모이고 있어요. 한 해 계획을 세워서, 안전보건 관련 교육을 하고 공단 내 안전보건 의제(사안 별 탄원서 제출 등)에 대해 회의도 하고, 각 사업장 내 활동(산재처리, 안전점검 활동, 공정안전보고서 검토, 작업환경측정 사업 등)도 공유합니다. 민주노총 세종충남지역본부, 새움터, 건강과생명을지키는사람들 등이 함께하고 있어요. 지역의 여러 단위들과 함께 공동대응 체계를 마련하고자 논의 중입니다. 나아가 지역명감 제도를 활용해보려고 시도 중입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지역 내에서 노동안전보건 활동가들의 역량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에요. 더 많이 배우고, 서로의 경험을 나눠야죠. 노안활동가 대회와 같은 자리도 소중하죠. 만나서 고민도 토로하고, 네트워크도 형성하고. 각자의 노안활동 역량만 올라가는 게 아니라, 함께 노안활동의 수준이 높아져야죠. 그래야 누군가 열심히 하다 소진되는 반면 노안활동의 토대는 갖춰지지 않는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지난 9월에 한화토탈 대산공장에서 공장 외부벽면과 지붕을 수리하던 하청업체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 인터뷰 막바지에 이윤수 노안위원장은 이를 떠올리며, 지역공동대응체계 마련을 위한 노력과 함께 산업안전보건법의 의무 주체인 사업주에게 우리 사회가 얼마나 많은 책임을 묻고 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헀다. 처벌 수준은 미미하며, 안전 및 보건 조치마저 다단계 원하청 구조를 통해 원청이 의무를 지지 않도록 하는 것 또한 사업장의 안전을 위협하는 주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앞으로 지역 차원에서 위험의 외주화 금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등의 의제를 지역 내 노동자들과 시민들이 인식하고 지지할 수 있도록 하는 활동을 이어가려고 합니다. 노안활동가들만이 해서는 변화를 이끌어낼 수 없겠죠. 우리 모두 함께 나란히 안전하고 건강한 삶을 위해 싸워갈 수 있도록 노안활동가들이 앞서고 뒤서며, 노안활동을 지역의 중요 의제로 만들어 갑시다!”

 

[노안 활동가에게 듣는다] “안전과 생명은 가장 중요하기에 꾸준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 2019.09

[노안 활동가에게 듣는다] 

 

“안전과 생명은 가장 중요하기에 꾸준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부산지하철노동조합 노동안전보건위원회 인터뷰 

 

이숙견 / 상임활동가 

 

파업 이틀 만에 극적인 노사 타협으로 통상임금 인상분 보전 대신 540명의 신규채용을 이루어낸 부산지하철 노 동조합의 타결 소식은 더운 여름날에 내리는 소나기처럼 시원함을 안겨주었다. 부산에서 가장 큰 사업장 중 하 나이며,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이 시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공공기관이기도 한 부산지하철이기에 조합원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 활동하는 노동안전보건활동가들이 소중하다.

지난 8월 30일, 부산지하철 노동조합 노동안전보건위원회 동지들을 만나 지하철 현장에서 노동자의 건강을 위협하는 여러 문제와 그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안위원회의 활동, 그리고 과정에서 고민을 함께 나누었다.

집행부와 독립적인 활동을 위한 위원회 형태로 출발

2011년부터 구성된 부산지하철 노동조합 '노동안전보건위원회'(이하 노안위)는 집행부와는 독립적인 노안활동을 하기 위하여 시작부터 '위원회'로 만들었다. 노안활동 자체가 연속적이고 조금은 전문적이기도 하기에 다른 노동조합의 집행부처럼 노안활동가가 매번 바뀌는 방식을 지양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부산지하철 노동조합은 5개 지부-승무지부, 역무지부, 기술지부, 차량지부, 서비스지부(청소용역노동자)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금속노조처럼 한 공장에 모여있거나 단일한 공정으로 되어있지 않고, 여러 개의 지부에, 지부 또한 지역별로 흩어져서 있고, 5000명 이상의 노동자가 여러 직종으로 구성되어있는 곳입니다.

처음 노안위를 구성하였을 때, 집행부에 따라서 매번 바뀌는 노안활동가로는 활동 자체가 어려울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어서 집행부와는 독립적인 형태로 활동하는 '노동안전보건위원회'를 구성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각 지부에 1명씩 선임하여 구성하였으나, 현재는 3개 지부-승무지부, 기술지부, 차량지부-의 노안위원과 명예산업안전감독관으로 4명이 구성되어 활동 중입니다. 타임오프 문제로 타 위원회와의 활동 시간을 고려하여, 격주 4시간의 활동시간을 보장받고 있으며, 정기적인 노안위 회의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5개 지부에서 적어도 1명 이상의 노안위원이 선임되어야 그나마 각 지부의 여러 현황과 문제점을 파악하고, 실제 현장 점검 활동 및 일상적인 노안 활동에 힘을 쏟을 수 있겠지만 현재 2개 지부가 빠진 상태라 다소 힘들다는 이야기도 하였다.

하지만 일상적인 노안 활동은 전체 지부를 대상으로 추진하고 있었으며, 특히 조직 전환 문제로 치열한 싸움을 진행 중인 서비스지부 조합원의 여러 직업성 질환 및 산재 상담 활동은 꾸준히 하고 있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사측의 산업재해 은폐 문제에 대한 대응 활동을 진행 중이었다.

"최근 사측의 산업재해보고 은폐 건에 대한 노동부 고소고발 대응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경전철사업소에서 조합원이 발등을 다쳤는데 개인 병가로 40일 이상 치료를 받았지만, 사측이 노동부에 산재 발생 보고를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측에 산재 발생 보고를 제기하였으나 계속 은폐하고 있기에 노동부에 고소 고발을 하게 되었어요.

이번 기회에 그동안 관행처럼 되어왔던 사측의 은폐 행태를 드러내고 되풀이하지 않도록 만들기 위해 집중적인 대응을 하고 있고요. 공공기관이라 이번 산재 은폐 건에 대하여 언론 보도도 나갔습니다. 이번 활동을 통해서 사측의 산재 은폐 근절은 물론 실제 조합원이나 지부 간부들도 산재가 발생했을 때 당연히 산재처리를 하게끔 하는 현장 분위기를 만들고자 합니다."

올해는 근골격계질환 정기유해요인조사 6번째 해이다. 2018년부터 노안위에서도 근골격계질환 유해요인조사를 추진해보고자 여러 준비를 하였다. 하지만 올해 임금인상 및 신규 인원채용, 교대제변경 등 노사 임단협 협상이 난항을 겪었고, 파업 하루 만에 극적으로 타결되면서 540명 정규인원 충원을 약속 받았고 4조2교대 변경이 2020년 7월이 되어야 시행될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더불어 서비스지부의 정규직 전환 문제가 중요하게 남아있는 상황이라 본격적인 근골격계유해요인조사는 2020년 7월이 되어야 추진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제대로 진행되기 위해선 지금부터 준비작업을 시작하고 있었다.

"신규 인원채용 및 교대제 변경, 서비스지부 조직 전환 등으로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통하여 2020년에 근골격계질환 정기유해요인조사를 하기로 유예한 상황입니다. 현재는 그동안 유해요인조사평가를 통하여, 보완할 부분을 논의 중에 있으며, 가능한 이번 유해요인조사에서 전체 작업자를 대상으로 유해요인조사를 계획하고 있기에 외부 조사기관 선정을 고민 중입니다. 사측은 공개 입찰을, 노조는 노사합의로 선정할 것을 요구 중인데 아직 좁혀지지 못한 상황입니다.

그리고 신규채용 540명과 2020년까지 자연감소(퇴직)인원 170명, 기술직 등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인원 300여명을 합치면 최대 4700여명의 정규인원이 될 예정이고, 서비스지부가 조직 전환이 되면 유해요인조사 대상 인원만 대략 6000명 이상이 되는 엄청난 규모가 됩니다.

3조2교대제에서 4조2교대제 변경도 내년 3~4월 중으로 시행계획을 잡았으나 승무지부의 준비 문제로 내년 7월이 되어야 변경될 예정이기에 본격적인 근골 유해요인조사는 2020년 7월경에 시작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지금부터 열심히 논의하고 준비해야지요."

부산지하철노동조합은 지역에서 석면공동대책위원회 활동 등 많은 연대 활동에 함께하고 있다. 특히 전국에서 두 번째로 지하철이 운행된 지역이기에 과거 지하철 역사 내 석면을 많이 사용하였다. 다중이 이용하는 시설이고 공공기관이기에 2012년부터 현재까지 지하철 역사 및 현장에서 석면 해체 작업을 노안위의 감시감독 하에 추진하였고, 그 결과 현재 대부분 석면은 제거가 된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시민이 이용하지 않는 야간시간에 제거 작업을 해야 하기에 노안위원들이 교대로 밤을 새워가면서 감시·감독을 하였고, 지속적인 노안위원회의 관심과 요구로 석면으로부터 안전한 지하철을 만들고 있다.

현실에 맞는 다양한 활동과 의제로 조합원에게 다가가

"요즈음 안전사고보다 직업성 질환이 많이 발생하는 거 같습니다. 최근에는 기술지부 시설사업소 궤도지회 선로 현장의 작업자들에게 폐암, 천식, 특발성 폐섬유화증 등 폐질환이 3건이 발생하여 1건은 승인이 나고, 2건은 산재 신청을 준비 중입니다.

아무래도 조합원이 근속 년수가 증가하고 고령화가 되어 감에 따라 특히 폐질환이 많이 발생하고 있어요. 특히 궤도 쪽은 레일연마, 자갈 다지기 작업, 청소작업 등으로 엄청나게 많은 유해물질-유기물질, 금속, 라돈, 석면, 페놀수지 등-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고, 집진 설비 등 작업환경이 점차 개선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분진노출을 100% 방지할 수 없기에 작업자들의 보호구 착용도 매우 중요합니다.

사실 예전에는 대부분 불편하니깐 착용을 안했지만 지금은 주변 동료들이 폐암에 걸린다거나 사망하는 사례가 나오면서 보호장구도 신경을 쓰는 편이죠. 그래도 여전히 불편하니 착용하기 어렵다고 하는 조합원들이 일부 있어서 걱정입니다."

변화하는 상황에 맞춰서 다양한 방안을 모색 중인 노안위원회의 활동 이야기를 들으며 조합원에 대한 애정과 노안활동의 중요성이 느껴졌다. 한편에선 노안 위원들만큼 노동안전보건활동에 적극적이지 못한 집행부와 지부 간부, 조합원의 태도에 아쉬움도 토로하기도 하였다.

"현재 건강검진제도 개선을 위한 전면 검토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단협에 보장되는 특수검진이나 여러 검진에서 이중 삼중으로 겹치는 항목이 많기에 조합원에게 꼭 필요한 항목을 선정 중이며, 안전보건관리규정도 정신보건 부분을 강화해서 변경하려고 합니다. 이와 함께 최근 공공기관 안전관리 가이드에 맞추어서 할 일이 많아졌어요.

향후 근골격계질환 유해요인조사도 좀 더 공신력 있는 기관을 선정해서 잘하고 싶은데.... 사실 힘든 부분은 이러한 노안위원회의 활동과 고민을 집행부와 조합원이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미 5명으로 구성되어야 할 노안위원이 3명밖에 없는 상황이고, 안전과 건강을 위해서 노안위에서 제기하는 문제점과 요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경우가 있기에 힘들 때도 많습니다."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고, 특히 부산지하철은 노동자의 안전이 곧 시민의안전과 직결되는 공공기관이기에 힘듦이 있어도, 꾸준히 지속하겠다는 노안위원들의 다짐을 들으면서, 집행부와 조합원이 좀 더 노안활동에 귀를 기울이고 이들의 활동에 함께하기를 기대하면서 노안위원들의 마지막 발언 내용으로 정리하고자 한다.

정영민 노안위원 : "몸이 건강해야지 노동을 할 수 있죠. 가족이나 동료가 산재를 당하면 나머지 남은 가족과 동료가 얼마나 힘든지를 여러 번 봤기때문에 나와 조합원의 소중한 생명을 지키기 위하여 활동합니다."

조영호 노안위원 : "25년 전 남동생이 산재 사고로 사망하였습니다. 지하철 입사 후 22년 동안 잊고 있다가 노안위원회 활동을 시작하면서 죽었던 남동생 일도, 입사 전 다른 회사에서 발생했던 동료의 산재 사고도 기억이 났습니다. 가장 늦게 활동을 시작한 노안위원이지만 역량강화를 위하여 스스로 노력중이며, 교육도 참가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안전과 생명이 중요하니깐요."

이동훈 노안위원 : "노동안전보건위원회 시작할 때는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 활동하면서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할 때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버티고 있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집행부와 조합원에게 바라는 것은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노안 활동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함께 활동을 만들어 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한규권 명예산업안전감독관 : "제 동기가 전기 감전으로 사망했던 경험이 있기에, 다시는 다른 이에게 그러한 일이 발생되지 않기를 바라기에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노안 활동이 힘들고 어렵다고 소문은 많이 났지만 그만두면 안 되는 가장 기본적인 노동조합 활동이기에 힘들어도 하고 있습니다."

[노동안전보건활동가에게 듣는다] "플랜트노조의 힘으로 현장과 지역의 안전 지키고 싶어요"

[노동안전보건활동가에게 듣는다]

 "플랜트노조의 힘으로 현장과 지역의 안전 지키고 싶어요"

: 전국플랜트건설노동조합 충남지부 오종철 노안위원장

 

박기형 상임활동가

지난 5월 중순 충남 서산의 한화토탈공장에서 유증기가 유출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에 특별근로감독을 실시 하고, 합동조사단을 꾸려 진상조사를 하고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환경부와 고용노동부, 지역주민, 시민사회단체까지 참여한 합동조사단에 전국플랜트건설노동조합 충남지부(이하 충남플랜트노조)도 참여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노동자 참여를 고용노동부에서 거부했지만, 충남플랜트노조를 비롯한 노동조합과 시민사회 단체가 항의집회를 열고,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노동자 참여의 보장을 요구했다. 이런 노력 끝에 특별근로감독에 플랜트노조가 추천하는 4인, 합동조사단에 한화토탈 노조원과 충남플랜트 노조원 등 2명이 참여하는 합의를 끌어냈다. 이 일련의 과정을 함께 한 충남플랜트노조의 오종철 노안위원장을 지난 7월 24일 지부 사무실에서 만나, 플랜트 건설 현장에서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을 어떻게 지킬 수 있을지에 관한 고민을 나눴다.

조선소와 건설현장 사이 어딘가 자리한 위험들

플랜트 건설현장은 일반 건설현장과는 달리, 조선소의 풍경을 닮아있다. 커다란 유류 탱크와 복잡한 난간,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배관 등 쇳덩이들로 이뤄진 거대한 구조물 한가운데에서 수많은 사람이 다양한 작업을 수행한다. 건설현장처럼 중량물을 나르고 용접하고 전선도 설치한다.

"플랜트 노조에는 8개 분회가 있어요. 비계, 기계, 배관, 제관, 보온, 여성, 계전, 탱크로 나뉩니다. 8개 분회는 현장의 담당 업무에 따라 분류된 것이죠. 예를 들어, 배관사-용접사-조공 3명이 한 팀을 이뤄 용접 작업만 해요. 비계분회는 크레인 장비를 이용해서 배관을 높은 위치에 올려주거나 위험한 곳마다 발판을 설치하는 등의 일을 하죠. 제관팀은 배관이 지나가는 곳에 서포트(받침) 를 설치해요.

여성분회는 신호수, 장비유도원 등을 맡고요. 위험작업에는 여성 한 분씩을 각 팀에 배치하거든요. 보온 분회는 배관이나 파이프가 부식되지 않게끔 조치하는 업무를 담당해요. 계전 분회는 전기 케이블, 컨트롤 박스 등 전기 설비 관련 업무를, 탱크 분회는 화학단지에 있는 각종 유류 저장 탱크를 설치 ·정비하는 업무를 맡고 있어요."

조선소나 일반 건설현장에서 공사 기간을 맞추기 위해 노동자들의 노동강도를 높이고 여러 작업을 한꺼번에 시키듯, 플랜트 건설현장에서도 각종 위험작업이 한 공간 내에 혼재되어 진행된다. 그 자체로도 분진, 폭발 등의 위험이 크지만, 설비 곳곳에 묻은 기름 등으로 인한 미끄럼 사고, 높은 곳에서의 추락사고, 작업 중 낙하물에 의한 사고 등도 늘 노동자의 안전을 위협한다.

"일반 건설현장이나 조선소와 다른 점은 화재 사고와 유해화학물질 누출사고가 잦다는 거예요. 화재 사고는 정말 빈번히 일어나요. 생산 설비를 정지시키고 정비하는 일이 플랜트 건설현장의 핵심 작업인데요. 생산이 멈추는 기간을 최대한 줄여야 회사에 손해가 덜 가니까, 빨리 공장을 돌려야 이 윤이 나니까 발주처 입장에서는 공사 기간을 최대한 단축하려고 해요.

문제는 셧다운 작업(정기보수작업)을 하려면, 사전에 배관 및 기기 장치의 청소(퍼지와 드레인)를 해야 해요. 이건 안전 매뉴얼에도 명시된 아주 기초적인 사항이죠. 만약 탱크 정비라면, 탱크 오픈 전에 탱크나 배관에 있는 내용물을 완전히 제거하고 물로 세척한 후에 오픈해야 해요. 그걸 무시하고 공사 기간을 단축하려고 작업자를 무리하게 투입해 작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요.

만약 가스가 다 빠져나가지 않았는데, 산소절단기를 이용해 배관을 불로 절단하게 되면, 화재폭발이 발생하게 되는 거죠. 때론 작업계획서에 따르지 않고, 사전준비가 필요하지 않은 작업을 임의로 판단해서 미리 시작하도록 했다가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어요. 관리감독자가 원칙만 제대로 지켰어도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텐데 말이죠."

▲  전국플랜트건설노동조합 충남지부 오종철 노동안전보건위원장. 한화토탈 특별근로감독에 플랜트노동조합의 참여를 요구하는 피켓팅을 하는 모습.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이외에도 석유화학단지의 건설현장인 만큼 유해화학물질 누출사고가 규모나 심각성 면에서 가장 위험하다. 이번 한화토탈 유증기 유출 사고의 경우도 비닐벤젠이 포함된 가스여서 급성 호흡기 질환이나 차량 부식 등 대인·대물 피해가 막 심했다. 유출 사고가 일어났을 때 급박한 위험에 처하는 사람은 결국 해당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다. 하지만 오종철 노안위원장은 발주처와 원청이 비상 대응 매뉴얼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번 한화토탈 유증기 유출 사고에서도 건설현장 노동자들에게 사고 사실을 뒤늦게 통보하거나 업체마다 사고상황 파악이 달라서 대피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등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119가 출동해서 현장에 들어온 뒤에야 상황을 전달받은 조합원도 다수였다고 지적했다. 비상상황 대응 체계가 있더라도 대피명령과 비상사이렌, 관할 관서 보고 등을 안 하거나 하 더라도 뒤늦게 하는 경우가 많다는 말이다. 그러니 있는 매뉴얼이라도 제대로 지켰으면 한다는 바람을 다시 한번 밝혔다.

"앞서 말한 두 가지 위험 외에도 대표적인 사고가 바로 질식사예요. 건설현장 질식사는 다른 현장 들에서 많이 이슈화되었잖아요. 그런데 최근 플랜트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질식사 사고가 있었는데, 해당 사고를 계기로 질식사에 접근하는 관점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흔히 맨홀이나 냉동창고 등 밀폐공간에서 질식사가 일어난 경우가 기삿거리가 되었죠. 하지만 최근 깊이 2m도 안 되고 지붕도 뚫려 있는 현장에서 황 화수소가스에 작업자가 질식사한 사례가 있었어요. 이를 놓고 볼 때, 밀폐공간의 정의와 판단기준을 더 폭넓게 규정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현장 장악력에 바탕을 둔 노동안전보건 활동

정말 다양한 위험을 안고 있는 플랜트 건설현장이지만, 일용직 노동자라는 특성으로 인해 고용 불안과 임금 문제로 상대적으로 안전에 관한 관심 이 낮을 수 있다. 그런데도 오종철 노안위원장이 노안 활동에 매진하게 된 계기가 무엇일까 궁금했다.

"제가 태안화력발전소에 일할 당시에는 조직국에 몸담고 있었어요. 9, 10호기를 건설할 때였죠. 한 젊은 친구가 화학발전소의 열을 식히는 수로에 빠져서 익사한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그때 노안 활동을 하지 않았지만, 현장에 먼저 달려갔었어요. 물을 빨아들이는 펌프 때문에 수로 근처는 정말 위험해요. 그런데 생명줄 하나 없이 안전펜스를 넘어서 작업하다 바닷가에 떨어져 그렇게 된 거죠. 유가족이 오열하는 것을 보고 가슴이 너무 아팠어요. 그 이후에 열악하고 위험한 환경에서 일용직 노동자들이 일하다 다치거나 죽지 않아야 한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죠. 그래서 조직국에서 노안위로 옮겨 활동하게 되었어요."

노안위로 자리를 옮겼지만, 처음 활동을 시작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도 충남서북부 노동건강인권센터 새움터 등 여러 노동안전보건 단체와 함께 노안활동가 교육도 받고, 점차 노안 위 구성도 확대 충원했다. 일용직 노동자가 중심인 노동조합이다 보니 다른 사업장과 달리 정기적인 노안 사업을 만들어가는 게 어려웠다. 그러한 현장 특성을 반영해 플랜트 노조의 노안활동은 법 제도적으로 규정된 노안 사업의 형태가 아닌 현장에서 즉각 대응 가능한 실질적인 효력을 가진 형태로 이뤄지고 있었다. 이는 노동조합의 조직률이 높기 때문이다. 현장 장악력을 확보하고 있기에, 위험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는 말이다.

"플랜트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대부분 이 노동조합 조합원으로 조직되어 있습니다. 고용 및 임금 문제 등에 대처하는 여러 조직화 사업의 성과라 할 수 있죠. 노동조합 조직률이 높다 보니, 대산석유화학단지 내 50여 개의 하청업체들도 협의체를 구성해서, 노동조합과 단체협상을 하게 되었어요. 노안 관련한 문제들도 지속적으로 의견을 나누며 우리의 요구를 전달하기도 하죠.

과거에는 현장에서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한다거나 하면, 손해배상을 맞는 등 불이익을 받았었죠. 현장 활동가를 비롯해 노동조합 전체가 치열하게 투쟁한 결과, 이제는 위험하다고 판단하면 일시적으로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하거나 점검할 수 있는 현장이 늘고 있어요. 노사 공동안전교육과 노사 합동점검도 하고, 휴게공간·휴게시설 등도 확보 할 수 있게 되었죠. 이런 것들을 쟁취할 수 있었던 건 각 분회에서 더는 머슴이나 부품처럼 살기 싫다는 바람이 컸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물론 노동조합이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최대한 잘 조직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요. 점차 중대사고도 줄고, 일상적인 사건·사고도 줄고 있어요. 여전히 조합이 활동하지 못하는 취약지점을 중심으로 위험이 만연해 있지만요. 그런 점에서 아직 갈 길이 멀죠. 근본적인 수준에서 플랜트 건설 현장의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선 최저낙찰제와 불법하 도급 문제를 해결해야 해요. 이에 맞서는 투쟁과 함께 각종 노안 활동을 통해 현장 자체를 안전하게 바꿔나가야겠죠."

▲  충남 플랜트노조가 참여한 노사합동점검의 현장 모습이다.


유해화학물질 누출사고를 계기로 지역 연대로 나아가다

오종철 노안위원장은 최근 안전 문제에 대한 조합원들의 인식도 점차 바뀌고 있어서, 앞으로 더 많은 노안 활동을 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건설현장에서 활동하는 조직 중에 특별근로감독에 참여한 것은 충남플랜트노조가 처음이라고 한다. 중요한 선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종철 노안위윈장은 이를 출발점 삼아 플랜트 건설 현장의 노동자뿐만 아니라 다른 노동자와 시민의 안전까지 지킬 수 있는 지역 연대를 구축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제가 이 일을 해나가기엔 노안 관련한 법률이나 제도를 아직 많이 알진 못합니다. 하지만 새움터의 최진일 동지나 다른 노안활동가들과 교류하면서 차츰 알아가고 있어요. 최근 한화토탈 유증기 유출사고 대응 과정에서 함께 한 민주노총 세종충남지부의 안재범 동지나 이정호 동지 보면서도 많은 걸 배웠습니다. 본받을 점이 많은 멋진 활동가들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런 분들과 함께 이번 중대 재해 대응을 지역 차원의 연대를 만들어가는 계기로 삼아보고 싶네요. 플랜트 노조의 투쟁력으로 함께 하겠습니다."

[현장의 목소리] 반복되는 중대재해, 악순환의 고리 끊어내야 / 2019.04

[현장의 목소리] 

 

 

 

 

반복되는 중대재해, 악순환의 고리 끊어내야 

 

 

 

 

박기형 / 상임활동가 

 

 

 

 

지난 3월 13일 오전에 한화 대전공장 폭발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노동자 세 분의 합동 영결식이 열렸다. 사고 발생 28일 만이었다. 진상조사와 재발 방지를 위한 합의문을 받고 나서야 장례를 치르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 어려웠을 한 달여의 시간 동안 장례식장을 지키며 유가족들과 연대해온 민주노총 대전지역본부 오임술 노동안전국장을 지난 3월 15일 대전에서 직접 만나 한화 대전공장 폭발사고 이후 대응 과정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 한화 대전공장 폭발사고에 어떻게 연대하게 되셨나요?


"장례식장을 먼저 찾아가 유가족들을 뵈었죠. 물론 사고가 발생했을 당시부터 체계적으로 결합하지는 못했어요. 아무래도 한화 대전공장은 한국노총 사업장이고 돌아가신 분 중 한국노총 조합원도 계셨으니까요. 민주노총대전지역본부에서 이번 중대재해 사망사고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고심이 많았죠.

그렇지만 이번 사고에 결합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하고 지역본부 차원에서 대응하게 되었죠. 그때 다른 시민사회단체들 또한 함께 해주었고, 이후 방사청 항의 방문이나 국회 투쟁에 정의당 대전시당에서도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대전지역본부뿐만 아니라 여러 시민사회단체들이 연대하여 지원하게 되었어요. 저는 장례식장에 자주 거하며, 정의당 대전시당 대변인과 함께 유가족들에게 대응 과정에 필요한 조언을 드렸죠. 

그때 유가족들이 고 김용균 노동자 어머니 김미숙님의 투쟁을 보고 먼저 적극적으로 나서주셨어요. 사고 발생 직후인 2월 15일에 청와대 게시판에 '한화 대전공장 폭발 진상규명' 국민청원을 올리셨죠. 유가족들이 크게 분노하신 건 작년에 발생했던 사고 이후로 9개월 동안 진상조사,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조치 등 하나도 제대로 이뤄진 게 없었다는 사실 때문이에요.

 

국민청원이 진행될 때쯤 저 혼자서라도 연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장례식장에 찾아가게 되었죠. 유가족들께서 많이 질타하셨어요. 지역에서는 도대체 뭐 하고 있었냐고. 그 말을 듣고 나니 참 마음이 무거웠어요. 물론 대책위원회가 꾸려지지 않았어요. 그렇지만 곁에서 뭐라도 함께 하며 힘을 보태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때 유가족들이 세종시, 한화, 방사청, 노동청 등으로의 항의 방문 및 지역 내 현수막 게시 등 연대를 요청했고, 지역활동가들과 함께 곁에서 도움 드리게 되었어요."


- 작년에 있었던 사망사고에 대해 좀 더 얘기해주실 수 있을까요?


"우선 지난 2월에 있었던 사망사고는 70동 공장에서 벌어진 것이에요. 로켓 추진체와 코어를 분리하고 유압실린더를 연결하는 이형작업을 하다 폭발이 발생해서 20~30대 청년노동자 세 분이 돌아가셨죠. 같은 사업장인 한화 대전공장에서 작년에도 비슷한 사망사고가 있었어요. 2018년 5월 29일 51동 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 다섯 분이 중대재해로 사망했죠.

사고가 발생한 이후 노동청에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했고, 처벌 126건, 과태료 2억 6156만원(322건), 시정지시 31건, 권고 7건 등 총 486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행위를 적발했어요. 그리고 한화 측에서도 안전대책을 시행한다는 명목으로 공정위험평가서 또는 위험요인발굴서를 작성하기로 했었죠. 그때 노동자들이 참여해서 70개 동에서 135건의 위험요인을 발굴했다고 해요.

하지만 어떠한 개선 조치나 재발방지 대책이 취해지지 않았어요. 2018년 5월 발생했던 사고의 원인에 대해서도 제대로 규명하지 못했고요. 안타까운 건 당시 위험요인발굴서를 작성했던 분 중의 한 분이 이번 폭발사고로 돌아가신 거예요. 유가족들이 분노하신 것도 그때 제대로 조사, 처벌, 개선이 이뤄졌으면, 이런 일이 반복되었겠냐는 거죠. 더구나 최신식 첨단무기인 천무를 생산하는 공장의 작업환경이 다른 일반 공장들보다도 더 열악하다는 것에 충격을 많이 받으셨다고 해요."
       
- 비록 대책위가 꾸려지지 않았지만, 유가족들과 함께 대응해오셨잖아요. 지역 차원에서는 어떤 활동들을 진행하셨나요?


"대책위가 구성되어서 그 일원으로 참여한 게 아니었기 때문에, 체계적으로 활동하기엔 어려움이 있었어요. 그렇지만 진상규명, 재발방지 차원에서 유가족들과 공감대가 형성되었죠. 결국 한화 대전공장에서 반복되는 중대재해를 해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죠. 할 수 있는 선에서 도움을 드리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산업안전보건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과 같은 법률적 자문이나 현수막과 성명서 등의 내용 수정 및 게시, 항의 방문 시 노동조합이나 시민단체의 연대요청 등을 계속했죠. 특히 한화 및 유관기관들과 유가족들이 합의하는 과정에서 작업중지해제심의위원회에 노동자 참여권을 보장받기 위한 조항을 넣을 수 있도록 유가족들과 여러 차례 소통했어요."

- 3월 4일 대전시, 대전고용노동청, 대전소방본부, 방위사업청 등이 참여하고 더불어민주당이 주재한 '한화 중대재해 관계기관 회의'에서 유가족들의 요구사항이 담긴 합의문이 받아들여졌잖아요. 여기서 어떤 내용을 강조해야 한다고 조언하셨나요?


"노동자들의 위험은 작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가장 잘 알잖아요. 그래서 노동자들의 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말씀드렸죠. 노동조합이나 시민단체가 추천하는 외부 전문가가 작업중지해제심의위원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요구해야 한다고 조언했어요. 유가족분들 또한 외부에서의 개입과 견제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셔서, 외부 전문가 참여 보장 내용이 합의문에 반영되었어요. 폭발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선 화약만이 아니라 작업공정에 대한 이해도 중요하죠. 그래서 앞으로 해당 합의문에 근거해서 외부 전문가 선정 과정에서 다양한 인원을 추천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겠죠. 

이와 함께 연 1회 위험환경평가를 시행하기로 합의도 했어요. 여기에 방사청, 노동청, 대전소방본부, 대전시와 대전소방본부가 추천한 전문가 외에 조합원 투표로 선출된 명예산업안전감독관이 참여하지요. 그리고 작업 중지 및 해제, 위험환경 평가를 실시할 때, 위험요인발굴서를 심의위원들이나 조사단에게 공유하기로 했잖아요. 이 정도에 만족할 수는 없겠지만, 이전에 비해 노동자들의 참여 측면에서는 진전된 부분이 있다고 봐요."

- 방산업체가 갖는 특수성 때문에 노동자에 대해 기밀엄수, 보안유지 등을 이유로 통제가 어느 정도 가해진다고 알고 있는데, 노동자 참여 측면의 진전은 어떤 내용인가요?


"위험요인발굴서의 공개 및 공유, 합동조사단에 의한 위험환경평가를 약속이 의미 있는 이유는 노동자 참여가 일정 수준이나마 보장받았다는 것뿐만 아니라 한화 대전공장의 특수성 때문이기도 해요. 한화 대전공장은 군사무기를 만드는 방산업체예요. 그래서 국방부와 방사청이 모두 연관되어 있어요. 기밀유지, 보안 등의 이유 때문에 외부에서 관리감독하기가 어려운 특성이 있는 거죠. 더구나 발주처가 국방부인데다, 거의 방산업을 특정 기업들이 독점하다시피하기 때문에 패널티를 가하기가 여러모로 어렵죠.

그리고 해당 사업장에 적용되는 안전관련 법제도도 방위사업법, 산업안전보건법 둘 다 적용을 받아요. 그래서 사업장 안전문제에 대해 어디까지가 노동청이나 방사청의 책임인지 명확하지 않아요. 서로 자기 소관이 아니라고 떠넘길뿐이죠. 이런 식으로 방산업체 사업장이 지닌 특수성 때문에 안전보건관리가 제대로 되기 어려운 한계가 있어서 감독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하는 것이 필요하죠.

그만큼 안전보건 관련 정보가 보안 문제를 이유로 은폐되지 않고 노동자와 조사단에게 공개하는 것도 중요해요. 노동자 자신이 어떤 위험에 노출되는지 알면, 대응하거나 관련된 요구를 할 수 있으니까요. 작업장의 정보가 공개된다 하더라도 일상적인 안전보건 활동 같은 작업장 분위기가 중요해요. 작업장 내에서 노동조합 활동이 활발해져야, 합의문의 내용이 작업장에서 진짜로 실현되고, 안전한 작업장을 노동자 스스로 만들어갈 수 있는 현장 통제력을 가질 수 있다고 봐요.

- 대전 한화공장 폭발사고의 원인에 대한 진상조사가 진행되고 있잖아요. 이형 작업에 대한 실험 조사로 물리적 요인 또는 작업장 내 위험이 밝혀진다고 해도, 그걸 제거 또는 관리하기 위해 작업장 안팎에서 유가족들 또는 연대단체 및 활동가들과 고민을 나눈 적이 있으신가요?


"유가족 중 몇 분은 한화와 관계기관들이 처벌받지 않는 것에 많이 답답해하고 화도 내셨어요. 사업장에 대한 관리 감독의 책임을 그들에게 물을 수 없는 상황에 실망하신 거죠. 그래도 대응 과정에서 저나 다른 분을 통해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에 대해 알게 되셨죠.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의 취지와 내용에 크게 공감하시더라고요.

또한, 노동조합이 사업장의 안건보건문제에 대해 대처하는 방법도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어요. 노동조합이 있는 사업장이라 하더라도, 여전히 노동안전보건활동에 대한 인식이 낮은 곳이 많아요. 대개 당장 위험하지 않고, 내가 당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이유로 안전보건문제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아요. 하지만 정말 산재사망사고가 없었을지, 정말 위험하지 않은 것인지 의문이 들어요.

자신들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죠. 더욱이 노동안전보건활동은 임금과 각종 수당 등 다른 문제들에 비해 부차적인 것으로 자주 밀려나죠. 특히 단체협상이 시작되면, 협상 테이블에서 노동안전보건문제는 거래를 위한 수단, 흥정의 대상으로 취급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다보니 지속적이고 확실하게 안전보건과 관련한 활동을 해내기가 어렵죠.

작업장 내 어려움도 있지만, 중대재해의 경우 지역 차원에서 연대해서 경험을 나누고 함께 대응하는 것이 중요해요. 이를 위해 중대재해에 대처하는 매뉴얼을 고민할 필요가 있어요. 그런데 매뉴얼을 포함한 대응활동이 가능한 조직 단위가 없어요. 예를 들어, 한화 대전공장 폭발사고 발생 시, 대전충청권 내에서 공동대응을 할 수 있는 조직 단위가 필요한 거죠. 이를 위해서 공장 담을 넘어선 지역 내 역량 있는 네트워크가 구축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