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안전보건 활동가에게 듣는다] 건설 현장 '걱정 인형'이 만들어가는 노동안전보건 활동 / 2020.04

[노동안전보건 활동가에게 듣는다] 

 

 

 

건설 현장 '걱정 인형'이 만들어가는 노동안전보건 활동

 

 

 

푸우씨 / 상임활동가 

 

 

 

조용준 동지의 전화는 쉴 틈이 없다. 인터뷰하는 도중에도 그의 핸드폰은 연신 바쁘게 울려 댔다. 건설노조 수도권남부본부 노안국장인 조용준 동지에게는 '경기건설기계지부 스카이지회 지회장'이라는 다른 직함도 있다. 그래서인지 온종일 전화를 붙잡고 연락을 주고받는다. 조합원들의 생계와 직결된 현장 배차 또한 그에게 중요한 역할이기 때문이다. 한때 '사장님(?)'으로 불렸던 조용준 동지는 건설노조 수도권남부본부에서 건설기계 장비인 스카이크레인을 운행하는 특수고용노동자를 책임지며, 동시에 1만 명에 이르는 건설노동자들의 안전과 건강의 문제를 담당하고 있다. 지난 3월 24일 화성행궁 인근 카페에서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건설법인 부도... 노동조합 활동으로 이끌다

'사장님'이었던 그가 어떻게 노동조합 활동을 하게 됐는지 궁금했다. 
  
"2013년이었던 것 같아요. 제가 동료들을 모아서 팀을 구성하고 있었고, 그 친구들을 모아서 어떤 건설법인의 일을 하게 됐는데요. 하루아침에 그 법인이 부도를 맞았어요. 그러다 보니 일했던 것을 한 푼도 받지 못했어요. 4~5천 만 원 정도를 체불로 통째로 날리게 됐거든요. 너무 억울해서 소송했는데, 결국 한 푼도 못 받은 건 마찬가지였죠.

그런데 아는 동생에게 전화가 온 거예요. '형님 저 일 하다가 회사가 부도를 맞았는데, 어떻게 합니까?'라고 말이죠. 제가 해줄 수 있는 얘기가 없었는데, '포기하든지, 노동조합이 있다고 하는데 한번 찾아가 보던지'라고 했거든요. 그리고 일주일 후에 전화가 왔어요. 체불 문제가 해결됐다고 말이죠. 그 얘기를 듣고 저도 노동조합을 찾아가게 됐어요. 당시에 특수고용노동자라는 개념도 별로 없었으니까, 사업자가 노동조합을 한다는 게 신기했고, 우리가 노동자라고 이야기하는 게 신기했던 것 같아요. 그리곤 줄곧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이렇게 저렇게 하다 보니 이런 역할을 하고 있네요. (웃음)" 
    
그런 그가 하는 노동안전보건 활동은 어떤 것인지를 물었다. 

"아쉽지만, 건설 현장에서는 아직 노안활동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타 산별이나 업종 같은 경우 예전부터 노안활동이 있었고, 그러다 보니 노안활동의 핵심이 '예방'이고 '예방'이 중심인데, 그에 비해 아직 건설에서는 노안활동이 시작 단계에 있어서 그렇지 못한 것 같거든요. 그런 상황이다 보니 저 같은 경우에 노안활동이라고 하면, 사고와 같은 재해가 발생한 결과에 대한 후처리가 많은 것 같아요. 특히 작은 규모의 건설현장은 안전보건의 사각지대가 많고, 무방비 상태에 놓인 경우가 많아서 사고가 빈발합니다. 그럴 때 발생하는 사고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중심으로 활동을 하고 있어요.

건설 현장에서도 형틀, 목공 일을 하는 건설 노동자들은 사고가 발생해서 다치거나, 근골격 계질환과 같은 질병이 발생했을 때 산재보험으로 처리하는 일들이 조금씩 생기고 있는데, 저와 같은 건설기계 장비를 다루는 소위 특수고용 노동자인 건설노동자들은 각종 안전사고가 발생해도 특히나 보상조차 받기 어려운 현실에 있거든요. 그러다 보니 안전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노조가 담보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크게 하고 있어요." 

조용준 동지는 특히 건설기계 장비의 전도나 파손과 같은 사고 또한 건설현장의 안전관리의 문제와 중요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힘주어 강조했다. 

"대부분 건설기계, 장비 사고가 발생하면 노동자가 운행을 잘못한 것으로 몰아가는데.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요. 건설 현장의 안전관리를 소홀히 하면서, 막상 사고 나면 노동자 책임으로 몰아가는 전형적인 논리거든요. 차량이 전도되는 사례는 명백히 지반침하와 같은 원인이 있고, 차량이 부딪쳐서 파손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예요. 출고 때부터 장비에 부착해 놓은 제조사의 안전센서를 무리하게 장비 운행을 시키려고 끄도록 요구하거든요. 가령, 30cm 정도의 간격이 있으면 안전센서가 계속 울리는데, 조금 더 붙여서 일을 시키려고 안전 센서를 끄도록 요구해요. 그런데 개인 노동자는 힘이 없으니까, 받아들일 수밖에 없어요. 안전 문제 때문에 거부하면, 다음부터는 그 사람은 일 안 시키거든요. 위험을 감수하고, 일해 주는 사람만 쓰려고 하는 거죠.

근데 그 결과로 사고가 발생하면 건설기계를 다루던 노동자가 미숙해서 사고를 낸 거로 몰아가요. 그럴 때마다 건설사에서 하는 얘기가 있어요. '장비 운용은 당신들 몫 아니냐!' 이러는 거죠. 사실상 그런 게 만연했던 건설 현장인데, 건설노조가 생기고 조금씩 바뀌고 있는 현실입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노동조합이 없으면 말도 못 하고, 개인이 장비파손, 안전사고에 대한 모든 걸 뒤집어쓰는 경우가 매우 흔해요." 

'걱정 인형'으로 불려도 좋은 이유

주변 동료들이 그런 피해의 당사자가 되는 경우를 자주 목격하다 보니, 그에게는 항상 걱정이 많다. 노안국장 역할을 하면서 특히 안전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조합원들에게 잔소리를 많이 한다. '무리해선 안 된다', '서두르면 안 된다'와 같은 잔소리가 자신도 모르게 늘게 됐다고 한다. 

"제 별명이 뭔지 아세요? '건강 염려증? 걱정 인형?' 뭐 그렇게 얘기하더라고요. 동생 중 한 명이 '저 형은 참 걱정도 많아'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그 얘기가 기분 나쁘지 않은 게 '그래도 내 얘기를 듣고는 있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서요." 

조용준 동지는 노안국장이 되면서 작년 하반기부터 건설노조 수도권남부본부에서 노안위원회를 구성하고, 격월 회의와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건설노조의 지역본부에서 노안위원회를 구성하고, 교육과 활동을 시작한 것은 첫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에 대한 경험을 물었다. 

"이제 시작하는 것이라서 특별한 건 없어요. 건설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은 정책의 문제이기도 한데, 사실상 정책적 방향과 입장을 낼 단계는 아니고요. 다만, 시작했다는 것 자체에 의의 가 있다고 생각해요. 또 건설 현장에서는 건설 기계, 타워크레인, 토목건축, 전기 등 다양한  분과가 있는데, 이런 동지들이 모여 서로의 경험을 차곡차곡 모아나가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해요. 전문가는 아무도 없고,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서 저희 노안위원회 회의 때마다 같이 회의도 하고 교육도 하고 하면서 도움을 주지만, 막상 그냥 자신 현장에서 일 해왔던 사람들이라서 아직 잘 모르는 게 더 많아요.

그래도 이 사람들이 모여서 우리 현장의 안전 문제와 관련한 얘기를 나누고, 이에 대한 경험을 쌓다 보면 뭐라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보면서 안전과 의료의 문제는 무엇보다 사전에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하거든요. 그런 차원에서 건설노동자가 안전 문제에 있어서는 항시적인 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더 크게 느끼고 있어요. 노안위원회를 구성하고, 정기적인 회의를 하면서 이제 그 준비와 시작을 하는 것이죠." 

건설노조 수도권남부본부에서는 지난 3월 초 대의원 대회의 사전 프로그램으로 안전보건 감수성 교육을 했다. 반응이 어땠을지 궁금했다. 

"제 경험으로는 대의원 대회에서 교육한 것도 처음이고, 그것도 안전과 관련한 주제를 가지고 얘기를 한 것도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졸지 않고 다들 열심히 들으시더라고요. 아무래도 피부로 다가오는 문제가 있기도 해서 그런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또한 건설노조에서도 고용을 넘어 안전한 현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요구가 조금씩 올라오고 있다고 생각하거 든요. 특히 건설노동자의 연령대가 높은 편이고 장년인 경우가 많아서 교육이 더 필요한 것 같습니다. 건설기초안전보건교육처럼 정부 위탁 기관이 하는 형식적인 교육이 아니라 노동자의 입장에서 안전과 건강에 대해서 권리라고 말하는 교육 말이죠."  

"한 번에 생각이 바뀌는 것은 어려워 보여요. 그래서 더 반복적인 교육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저도 그렇고 나이가 있는 동지들은 돌아서면 금방 까먹거든요. 반복 교육을 통해서 듣고 또 들어야 자신의 것이 될 수 있는 것 같아요. 이제 시작한 거지만, 그렇게 끊임없이 교육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그게 노동조합이 필요한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고용과 생존을 넘어
 

조용준 동지는 건설 현장에서 조합원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를 찾아가는 현실에서 그 시작으로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리고 그것을 기반으로 노동조합이 고용과 생존을 넘어, 안전을 요구하고 더 많이 말 할 수 있어야 한다고 힘주어 강조했다. 

"교육을 받다 보니 노동조합이 안전을 요구하고, 안전을 관철할 때 현장의 산업재해가 확실히 줄어든다는 걸 배웠고 알 수 있었어요. 안전을 요구하고, 행동하는 노동조합이 바꾸는 현장이 저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건설 현장은 젊은 노동자가 많이 부족한데요. 적절한 임금도 받아야 하고 고용도 보장받아야겠지만, 무엇보다 안전한 현장을 만들어야 젊은 노동자들이 찾고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