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2. 법이 허용해온 노동권 사각지대, 특수고용노동자

[노동권 회색지대에 맞서다②] 

 

 

법이 허용해온 노동권 사각지대, 특수고용노동자 

 

 

지안 / 상임활동가 

코로나19 이후의 위기 상황은 한국 사회를 지탱해온 열악한 노동의 불안정성을 드러냈다. 현재 노동을 하고 있으나 법적으로는 '노동자'가 아닌 사람들이 만들어지는 이유는 다양하다. 단시간 일자리거나, 5인 미만 사업장이라는 이유로, 근로계약이 아니라 도급이나 용역 계약 형태라서, 일감과 노동자 사이를 중개만 한 것이기 때문에 등등.

이런 갖가지 이유로 인해 그동안 법이 허용해온 노동권의 사각지대에서 수많은 '일하는 사람들'이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했다. 2018년 한국노동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그렇게 양산된 '임금노동자'도 '자영업자'도 아닌 노동자의 규모는 221만 명에 달한다.01

노동력이 필요한 시기에 열악한 조건으로 고용해 이윤을 창출하고, 위기 상황에는 쉽게 해고하는 자본과 그것을 합법적으로 허용해준 법이 불안정 노동자의 층을 지속적으로 양산한 것이다. 이들은 일상적으로도 고용불안과 차별에 노출되어 있었지만, 코로나19는 위험의 비대칭성을 극단적으로 드러냈다. 동일한 위기 상황이 고용 형태에 따라 달라지며, 불안정 노동자들의 심각한 소득감소와 무급휴가, 해고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산업과 노동의 변화에 따라 증가하고 있는 특수고용노동자들의 경우에는 표면적으로는 '자영업자'라는 점에서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인 사회보험에서 배제되어있기에 더욱 문제적이다. 따라서 '노동자'의 법적 정의를 '모든 일하는 사람들'로 확대해야만 한다는 문제의식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고민 속에서 지난 5월 31일,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담기 위해 전국보험설계사노조 오세중 위원장과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이대근 대외협력국장을 만났다.

전국보험설계사노조는 노동자성 인정 여부 때문에 아직 인가조차 받지 못한 상황이다. 화물연대는 얼마 전 노동부 지침에 의거한 집단 산재신청을 통해 화물노동자, 그리고 산재보험에서 배제된 노동자의 치료받을 권리를 환기하고 있다. 이번 고용보험 개정에 대한 비판부터 코로나19 이후 특수고용노동자(이하 특고 노동자)들의 안전보건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사회보험, '시혜가 아닌 권리'02로 보장하라

지난 5월 1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이하 환노위)는 고용보험법 개정을 의결했다. 정부가 '전국민고용보험제'를 이야기하는 상황에서도, 특고노동자는 여전히 개정안에 포함되지 못했다. 위기 속에서 고용보험의 사각지대가 얼마나 노동자들의 삶을 불안정하게 만드는지 드러났고, 이에 대한 응답으로 '전국민고용보험제'를 꺼냈지만 실제로는 특고보다 훨씬 작은 규모(5만명)의 '예술인' 직종만을 특례 조항을 통해 포함시킨 것이다.

이에 대한 시급한 비판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환노위 고용소위원회 임이자 위원장은 특고가 이번 개정 논의에서 제외된 까닭을 범위가 넓어 쟁점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우선 범위가 크다는 것은 단순히 법 개념의 적용 범위가 크거나 불분명하다는 문제가 아니다. 수많은 실제의 삶이 최소한의 보호도 받지 못하는 고용불안과 생계 위협 속에 있다는 의미다.

이미 산업의 변화 속에서 특수고용·플랫폼·단시간·일용직 노동자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여전히 수세적인 법 개정은 전통적인 근로관계에 준거해 땜질에 그치고 있다. 비정규 노동자에게 집중된 극심한 위기 상황에서도 사회보험 체계의 근본적 변화가 불가능하다면, 대체 언제까지 평등을 유보해야 하는가?

나아가 화물연대가 성명을 통해 비판했듯이, 2018년 특고, 예술인 노동자가 함께 논의하고 제기한 결과 만들어진 한정애 의원 발의안(2018.11.6.)에는 적용대상 "근로자가 아니면서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사업을 위하여 다른 사람을 고용하지 않고 자신이 직접 노무를 제공하고 해당 사업주 또는 노무 수령자로부터 대가를 얻는 사람으로서 이 법에 따른 보호의 필요성이 있다고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람"이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었고, 또한 실업급여 등 고용보험 혜택을 어떤 방식으로 적용할지를 규정하는 제도적 설계가 포함되어있었다.

"특고를 고용보험에 포함시키면 실업급여 등 부정수급이나 악용사례가 있을 것이라는 비판이 있는데요. 2018년 논의된 합의안에서는 기존 실업급여 납입일 기준인 180일이, 특고의 경우 12개월로 설정되어있었어요. 악용을 막을 장치를 '보수적으로' 마련해 둔 거죠. 그러니 이런 비판은 근본적으로 고용 관계에 대한 사업주 책임성과 고용보험료에 대한 부담을 비가시화하는 핑계입니다." - 전국보험설계사노조 오세중 위원장

또한 이러한 포함 방식 자체에 대해 비판할 필요가 있다. 의결 이후 5월 12일 문화예술노동연대는 노동권이 시혜가 아닌 권리로써 주어져야 한다는 사실을 명시하며 개정안을 비판했다.

당초 예술인, 특고 노동자들이 줄곧 제기하고 싸워 마련한 결과로써 한정애 의원의 발의안(2018.11.6)은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으로 고용보험의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었는데, 이러한 논의 과정이 묵살 당한 채 '특례조항'의 형태로 예술인만 포함되었다는 것이다. 기존 법체계를 바꾸지 않고, 특정 직종만 예외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평등한 노동자의 권리로써 노동법 적용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올해 7월 1일부터 화물노동자 중 일부 직종도 산재보험에 포함이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화물노동자 중에서 극히 일부 품목을 다루는 화물차의 노동자만 포함이 되었고, 두 번째로 과반 소득을 얻는 사업장이 있어야 적용이 됩니다. 비록 산재보험의 예시를 들었지만, 이렇게 몇몇 직종들만 추가되는 식으로 법이 개정되면 특고 노동자가 광범위하게 포괄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전속성의 정도를 따지고 결국 사용자가 누구냐는 이야기로 전도됩니다." -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이대근 대외협력국장

지난 5월 고용보험 개정 의결 당시, 환노위는 21대 국회에서 특고에 대한 적용 논의를 다루겠다고 하였고, 본 인터뷰가 이루어진 이후 6월 9일 21대 국회에서 다시 개정 법안이 발의되었다. 우려한 대로 20대 국회에서 '예술인'이 특례로 규정된 것처럼, 이번에도 특고 중 산재보험에서 규정하는 9개 직종만 특례로 도입되는 방식이었다. 뿐만 아니라 당초 의결안에는 없었던 '노무제공계약을 체결'한 경우라는 제약이 추가되었다.

민주노총 특수고용노동자대책위 역시 이 규정 하나로 인해 실제 사업주와 직접 계약을 맺지 않는 방식으로 일하는 수많은 특수고용노동자들이 제외된다는 점을 비판했다. '특례' 형태로 적용 제외된 노동자 중 일부만을 다시 법 안으로 포함시키는 것이 아니라, 일하는 모든 노동자가 산업 특성, 고용구조의 문제로 인해 사회 안전망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보편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코로나19 속 특수고용노동자의 안전과 건강 문제

가장 열악한 노동 계층이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는 경험적인 사실을 드러낸 통계가 있다. 간접고용 노동자, 프리랜서, 특수고용노동자의 소득감소가 정규직 대비 30% 높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즉 노동시장 취약계층에게 위기의 영향이 집중되고 있다. 03

그렇다면 현장에서 체감하는 코로나19 이후의 상황은 어떨까. 보험설계사노조에 따르면, 소득감소 상황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첫째, 고객을 대면해 보험 상품을 설명하고 계약을 체결하는 설계사의 노동 특성상 실제 보험 계약 건수가 낮아졌다. 이는 대부분 100% 성과에 따른 임금을 받는 보험설계사들의 경우 더욱 심각한 문제가 된다.

둘째, 소득감소를 노동시간 증가를 통해 모면하고 있는 상황이다. 동일한 임금을 받기 위해 이전에는 8시간의 노동을 했다면, 다수의 설계사들이 스스로 노동시간을 10~12시간으로 증가시킴으로써 성과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임금이 100% 성과제로 구성되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위기상황에서 (비)자발적인 장시간 노동은 필연적이다. 위기에 대응하는 노력은 개인의 책임이 된 사이, 성과의 이윤은 앉은 자리에서 보험사가 나누어 가는 구조다.

이런 상황에서 특수고용노동자들의 안전 및 건강 문제를 규제하고 감독할 방안 역시 구체적으로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한편, 장시간 노동 자체의 건강 영향도 크지만, 노동시간이 증가할 경우 대면 노동자에게 더욱 취약한 감염병 위험 역시 문제다.

"감염병 관련 예방 대책은 전무한 상황이에요. 또 보험설계사들은 산재보험에서 규정하는 9개 직종 중 하나지만, 현재 보험설계사들의 산재보험 가입률은 10%밖에 되지 않아요. 의무가입이 아니기에 노동자들이 제도를 잘 모르는 것도 있지만, 가입하려고 해도 회사에서 막는 경우가 많아요." - 전국보험설계사노조 오세중 위원장

감염병 유행 시기에 노동자들이 생계뿐 아니라 건강을 훼손하지 않도록 산재보험이 폭넓게 적용되어야 하고, 이미 적용된 직종 역시 실질적으로 가입 및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의무가입화 해야 할 것이다.

화물노동자의 경우 97년 합법화된 지입제의 도입 이후로 등록은 운송사 명의이더라도 화물 운송에 필요한 차량은 직접 구매하고 있다. 화물 운송 차량은 1~2억을 쉽게 호가하기 때문에 대부분 캐피탈사를 끼고 할부금과 이자를 갚아 나간다. 그래서 물량 감소로 인한 당장의 생계비도 문제지만, 소득이 없어도 한 달에 200~300만 원에 달하는 고정비용을 갚아야 한다는 것이 가장 심각한 경제적 위협이 되고 있다.

이런 경제적 위협은 노동자의 정신건강 문제에도 악영향일 뿐 아니라, 특히 화물노동자에겐 과적, 과속을 하게 되는 기제로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월 50만 원씩 총 150만 원을 지원하는 특고 대상 지원 정책이 얼마나 큰 실효성이 있을까. 노동자들의 삶이 하루 빨리 안정될 수 있도록 근본적인 법, 정책의 변화가 시급하다.

게다가 스스로 노동시간을 늘려 소득을 보전하고 있는 노동자들에게 '소득감소'를 기준으로 하는 정부의 특고 지원정책은 무효한 상황이다. 또 3~4월 감소분을 기준으로 특고 노동자를 지원하는, '시기'의 문제도 있다.

예를 들어 물류 산업의 특성상, 코로나19 이후 전체 물량이 줄어도 항구 컨테이너에 집적된 분이 있기에 실제 화물노동자에게 소득감소 타격이 오기 시작하는 것은 다른 산업보다 뒤늦다. 이런 정부 정책 전달의 공백은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 특성을 다면적으로 반영하지 못한 결과다.

배제 없는 사회 안전망 구축하라
 

법을 누더기처럼 개정한 결과, 사회보험을 둘러싼 현장의 쟁점은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산재보험 적용 직종이더라도 세부 기준에서는 누락되는 직종이 너무 많은 화물노동자, 그리고 의무가입 대상이 아니기에 제도의 실질적 효과가 미미한 보험설계사들, 법의 사각지대에서 노동자들의 노동권과 안전보건 문제가 누락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화물연대의 집단 산재신청의 의의는 무엇인지 물었다.

"7월1일부터 시행되는 산재보험 적용대상은 전체 화물노동자 중에 극히 일부이지만, 일하다가 업무 외 작업 때문에 다치는 사고에 대해서는 전 직종 화물노동자에게 보상이 이루어지도록 노동부 지침이 신설되었어요. 그런데 이 과정에서도 업무 지시가 없었다고 발뺌하거나, 화물운송법상 차주의 의무(적재물 낙하 방지 조치, 복포작업, 밴딩작업)를 가지고 업무 외 작업이 아니라고 해석할 것이 우려됩니다.

상하차 작업은 화물노동자의 업무가 아니지만, 막상 현장에 가면 인력 부족으로 스스로 작업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고 그러다 낙상사고 또는 물체에 의해 깔리거나 다치는 사고가 빈번해요. 차주의 업무냐 아니냐를 따지지 않고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관행적 지시를 폭넓게 승인해야 실질적으로 화물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을 거예요. 집단 산재신청을 통해 그런 의미를 알리고 싶고, 현장에도 잘 안착되길 바랍니다." -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이대근 대외협력국장

화물연대의 집단 산재신청 역시 현장의 노동을 충분히 반영해 지침의 취지를 살리자는 의미가 크다. 마찬가지로 코로나19에 대한 정부 정책과 사회보험 논의도 애초 취지를 살리고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내야 한다. 특히 산업이 다변화하고, 점차 사업주를 가리는 것이 불가능해질 뿐만 아니라 노동의 형태가 달라진 시대에 더 이상 전속성, 종속성이 적용 기준이 되어선 안 된다.

전속성이 불분명한 노동이 벌어들인 이윤은 대자본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런 사회에서는 고용은 물론이고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은 더욱 개인의 책임으로 전가되며 등한시될 것이다. 위기를 통해 근본적인 법체계를 변화시키고 배제 없는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해나가야 한다.

 

 


01 
여기서 특수고용노동자의 규모에 대해서는 ⑴ 이전까지 정확히 통계화 되지 않았고 ⑵ 기존의 특고의 범위를 너무 좁게 설정했다는 문제의식에 따라 전체 노동자에서 '임금근로자'와 '자영업자'를 제외하는 방식으로 추산했다. '디지털 특고'로 불리는 플랫폼 노동자 55만 명은 기존 정의된 특고보다 종속성은 더 약하지만, 임금근로자와 자영업자의 경계에 있는 존재다. 따라서 이 글에는 양 집단을 합산한 221만명을 기술했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규모추정을 위한 기초연구>, 정흥준, 2018

02 
2020년 5월 12일, 문화예술노동연대 성명 중.

03
<코로나19 비정규노동의 현실과 고용안정 방안>, 황선웅, 직장인 1천명 코로나19 설문결과와 건강·일자리 긴급토론회, 2020.5.12.

 

특집1. 노동안전보건의 경계를 허무는 전장, 노동자성 인정 / 2020.06

[노동권 회색지대에 맞서다①]

 

노동안전보건의 경계를 허무는 전장, 노동자성 인정

 

 

류현철 / 한노보연 소장, 직업환경전문의 

 

'평등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평등한가'라는 질문은 끊임없이 사회적 규범과 법제도의 경계를 문제 삼으면서, 경계를 무너뜨리고 확장시킨다. 노동자들의 안전과 건강의 문제를 다룰 때도 이 문제가 지속적으로 등장한다. 현재의 평등과 차별의 경계를 인정하고 방치하거나, 때로는 조장하고 강화하는 법 제도에 대한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것이다.

근로기준법과 산업안전보건법의 경계를 문제 삼다

근로기준법은 '헌법에 따라 근로조건의 기준을 정함으로써 근로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 향상시키며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발전을 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산업안전보건법은 근로자의 안전과 보건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근로기준법의 위임을 받아 '산업 안전 및 보건에 관한 기준을 확립하고 그 책임의 소재를 명확하게 하여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쾌적한 작업환경을 조성함으로써 노무를 제공하는 자의 안전 및 보건을 유지·증진함을 목적'으로 하겠다고 한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산업재해보상보험 사업을 시행하여 근로자의 업무상의 재해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보상하며, 재해근로자의 재활 및 사회 복귀를 촉진하기 위하여 이에 필요한 보험시설을 설치·운영하고, 재해 예방과 그 밖에 근로자의 복지 증진을 위한 사업을 시행하여 근로자 보호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다. 그런데 법이 만들어진 취지가 온전히 지켜지고 있을까?

전형적인 근로계약관계나 사용종속관계만을 대상으로 해온 근로기준법을 위시한 노동법제와 정책은 많은 비판의 대상이 되어왔다. 특수고용노동자,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는 이들의 등장은 근로기준법의 경계를 여실히 드러냈다.

소위 '특수고용'(이하 특고)의 본격적인 등장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의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가부도의 불안감을 극대화시키면서, 정부는 정리해고 합법화, 파견노동 도입 등 노동유연화 정책을 시행하였고, 이로 인해 전통적인 고용관계에 균열이 생기고 특수한 형태의 '자영업자'가 늘어났다.

예컨대, 건설회사는 고용하고 있던 대형트럭 기사들을 해고하고, 계속 일을 하고 싶으면 트럭을 구매하여 회사와 일대일 계약을 체결하고 수수료를 받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제안하였다. 화물트럭기사나 택배기사들도 비슷한 과정을 거쳐 근로계약을 가진 노동자에서 위·수탁계약을 하는 독립 자영업자로 노동시장 내 지위가 변했다. 이렇게 시작된 한국의 특고 종사자는 보험설계사, 방문판매원, 학습지교사, 대리운전기사 등으로 확대되어 왔다(정흥준, 특수형태고용종사자의 현황과 실태, 2019). 

노동자성 은폐로 만들어진 회색지대

권오성 성신여대 법학과 교수는 이러한 과정을 기업이 근로자(employee)개념에 대한 정교한 조작을 통해 노동법을 회피하는 데 성공해 왔으며, 이를 통해 기업이 마땅히 부담해야 할 비용들을 사회에 전가해왔던 과정이었다고 규정한다. 특히 기업은 노동자를 노동자가 아닌 존재로 은폐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노동자를 자영인으로 오분류하게 만들었고, 그들이 마땅히 누렸어야 할 노동법적 보호가 박탈되고 말았다(권오성, 플랫폼 유니온 출범의 기회와 도전, 2020).

택배노동자였으며 동시에 만화작가였던 이종철은 자신의 책 <까대기>(2019, 보리출판사)에서 "개인 사업자인데 개인 사업자의 자율성은 없고, 노동자인데 노동자의 권리는 없는 게 바로 특수고용직이죠"라는 대사를 통해 노동권의 회색지대를 지적했다.

하는 일이 똑같아도 종이 문서 한 장만으로 특고는 회색지대에 놓이게 된다. 그리하여 실은 강요이지만 자신의 선택이라는 포장된 채, 일과 관련한 모든 걸 자기 책임을 넘겨받는다. 그 대가로 근로기준법상의 부여되고 있는 근로자의 권리를 잃어버리고 만다.

이는 플랫폼 노동에도 마찬가지다.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해내는 과정과 거기에 결부되는 노동의 투입과 매개의 방식이 다변화되고 있다. 사회는 이것을 소위 4차산업혁명, 혁신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 와중에 기업과 사용자들은 오로지 책임회피의 측면에서만 창의적이고 희한한 고용계약 관계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이 점에서 특고의 문제와 크게 다를 바 없다.

플랫폼 노동은 장소라는 측면에서 산업화 이후로 등장한 공장형태의 공동 작업공간에 기반하지 않고, 노동(혹은 서비스)의 수요가 발생하는 지점에서 이루어지는 특징이 있다. 그리고 플랫폼의 중개를 통해서 만들어지는 일자리는 작은 직무로 세분화된 초단기 일자리라는 특징도 가지게 된다. 이 속에서 전통적인 노사관계의 붕괴, 노동자와 사용자 간 경계의 모호성, 집과 일터 간 경계의 모호성 등이 발생한다. 그로 인해 노동과정에서의 건강위험은 상존하지만, 그에 대한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관리는 어려워진다.

플랫폼 노동은 기술변화에 따라서 생산·소비 방식이 달라지고, 고용과 노동을 매개하는 방식이 바뀐다는 점에선 새롭다. 그러나 노동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고 불안정한 노동을 활용하고자 하는 사용자의 전략이라는 측면에서는 특고의 등장 이래로 전혀 새롭지 않다.

안전보건의 관점에서도 유해·위험요인의 노출 결과로 나타난 손상이나 질환 등의 건강 문제에 대한 치료기법이 특고나 플랫폼 노동자들이라고 해서 다를 바는 없다. 문제는 이러한 노동에서 마주치는 건강상의 유해인자들을 어떻게 관리하고 그 책임은 누구에게 두어야 사고와 질환을 예방할 것인가에 있으며, 또한 건강문제에 뒤따르게 되는 치료·보상·재활·생계에 소요되는 사회적 비용의 부담은 어떻게 할 것인가에 있다.

또한 노출되는 유해요인 자체의 고유한 위험성을 넘어서, 건강의 사회적인 결정요인에 대해 주목하는 게 필요하다. 노동을 통해서 안정적으로 생활임금이 유지가능하지 않다면 개인은 노동시간이나 노동밀도를 높이고 위험을 감수해야만 하며, 파편화된 노동에서 발생하는 건강상의 위험은 관리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이윤을 취하는 이들은 어떤 책임도 나누지 않고 숨어있게 된다.

노동자성 인정이라는 전장

이에 대한 사회적 제약이 부재한 상황에서, 근로자성을 다투는 일이 격렬한 양상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특고에 대해 국가는 산재보험제도로의 반쪽 편입이라는 매우 소극적인 태도를 취했다. 2008년 산업재해보상법에서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근로자와 유사하게 노무를 제공함에도 '근로기준법' 등이 적용되지 아니하여 업무상의 재해로부터 보호할 필요가 있는 자"로서 법정 요건에 해당하는 자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종에 종사하는 자"를 특수형태근로종사자라고 규정하여 최초로 법률상에 특고가 등장하게 된다.

기형적인 고용관행은 '특수형태'가 되고, 차마 근로자로 호명하지 못하여 '근로종사자'가 된 모양새였다.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근로자와 유사하게 노무를 제공함에도 '근로기준법' 등이 적용되지 아니하여 업무상의 재해로부터 보호할 필요가 있는 자" 가운데에서도 법정 요건(주로 하나의 사업에 그 운영에 필요한 노무를 상시적으로 제공하고 보수를 받아 생활할 것, 그리고 노무를 제공함에 있어서 타인을 사용하지 아니할 것)을 갖춘 자 가운데 산재보험법 시행령으로 정하는 직종에 종사하는 자를 제한적으로 부르는 이름이 특수형태근로종사자다(박은정, 특수형태고용종사자에 대한 법적 보호, 2019).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2008년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에서 최초로 규정된 보험설계사나 모집인, 콘크리트믹서트럭 운전자, 학습지 교사, 골프장 캐디에서출발해서 현재는 택배원, 대출모집인, 신용카드회원 모집인, 대리운전기사, 방문판매원, 제품 방문점검원, 가전제품 설치 수리원, 컨테이너 운전기사, 화물자동차 운전사 일부까지 포함하고 있다.

직업군은 근로기준법이 아닌 보험업법, 건설기계관리법,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 대부업법, 여신전문금융업법,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등등의 법률의 규정을 따르고 있다. 이러한 '특고'의 규모는 정의에 따라서 매우 편차가 커서 50만에서 230만까지 다양한 추정을 하고 있으며, 2018년 한국노동연구원의 '특수형태근로(특수고용)종사자의 규모추정을 위한 기초연구'에서는 166만 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정흥준·장희은, 2018).

특고 종사자의 규모 결과 출처: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규모추청을 위한 기초연구, 정흥준, 2018 


플랫폼 노동자의 경우에는 그 규모의 추정이 매우 어려우나 2018년 한국고용정보원의 '플랫폼경제종사자 규모 추정과 특성 분석' 보고서에서는 무작위 추출 표본조사 방식으로 최소 47만에서 최대 54만 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럼에도 근로기준법은 기존 법률의 '근로자'의 개념의 고루함에서 벗어나지 못하여 수많은 노동자를 '노동자'라 불리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적용 제외를 '제외'하라

이름을 제대로 얻지 못하면, 권리에서도 배제된다. 노동자가 분명함에도 사업장의 규모에 따라서도 차별받고 있다. 이것은 근로기준법에서만이 아니라 산업안전보건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고용특례업종, 영세업종(업주) 보호, 공익필수직종,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위험작업의 범위 등 여러 가지 설명을 곁들여 이들 법의 적용범위에 '차이'를 두고 있고, 이는 노동자들의 권리와 일터의 안전과 건강문제에 있어서 '차별'을 낳는다. 사용자와 사업주가 지켜야 할 기준 적용에 있어서 예외(특례)는 결국 불평등을 낳고, 이것은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의 수준이 낮아 열악한 조건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일수록 권리의 박탈과 건강과 안전상 위험이 높아질 것이다.

변화하고 있는 존재나 관계를 새롭게 해석하지 않고 법을 통해 포괄하고자 하지 않으면 필연적으로 차별과 배제를 낳게 된다. 합리적 이유나 설명 없이 법의 적용을 받지 않도록 하는 예외규정을 손봐야 한다. 단지 사업장의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자신의 권리에 대한 제약이 따르고, 안전과 건강문제에 대해서 작업환경이나 업무의 위험성과 그에 따른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관리 전략에 따른 것이 아니라, 사업주의 경제적 여건이나 기형적인 계약 관행에 따라 적용을 달리하는 것은 차별이다.
  
노동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하여 향상하고, 노동자의 안전과 보건을 유지 증진하기 위한다는 법의 예외는 그 목적(법익)에 충실히 부합하는 한에서 인정할 수 있는 것이다. 예외는 어쩔 수 없는 경우에만 인정되어야 하며, 그 어쩔 수 없는 이유라는 게 누구의 이해에 맞닿아 있는 것인가를 살펴야 한다. 노동자들이 노동을 통해서 자신의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고, 안전하고 건강할 '권리'가 우선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플랫폼 혁신'이라는 허울 좋은 말이나 '특고'라는 족보 없는 단어 사용을 지속하면서, 새로운 고용 관계들에 대한 적극적 해석을 방기하거나 법제도 내로 포괄하려는 노력이 결여된다면, 권리의 사각지대는 자꾸만 넓어질 뿐이다.

사업의 규모나 사업주의 여건을 고려한 적용 제외조항이 남아있는 한 고용 관행의 왜곡은 지속될 것이며, 위험의 외주화는 계속될 것이다. 그로 인해 법률상 권리도 조직력도 없는 노동자들은 더욱 위험해질 것이다.

법의 규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개발된 기묘한 편법들을 방치하게 되면, 법은 시대의 변화에 부응하지 못한 채, 본연의 목적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여러 번 주장하거니와 모든 노동자에게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적용제외 조항을 제외하여야 한다. 새롭게 시작되는 21대 국회에서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 특수고용노동자 노동3법 보장, 중대재해기업처벌법(기업살인법) 제정으로 대표되는 '전태일 3법'이 반드시 관철되어야 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