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안전보건 활동가에게 듣는다] 향남공감의원의 5년을 돌아보다 / 2020.12

[노동안전보건 활동가에게 듣는다] 

 

향남공감의원의 5년을 돌아보다 

 

유청희 / 상임활동가 

 

지역 주민과 노동자가 제대로 된 치료를 받고, 일터의 안전을 위해 건강검진, 노동안전보건교육, 지역의 유해물질을 알아내는 활동을 하는 병원과 기관이 있다면 어떨까? 

2015년에 설립돼 지금까지 화성시 향남읍에서 지역 주민을 치료하고 노동자들과 함께 노동안전보건활동(아래 노안활동)을 이어온 향남공감의원(아래 공감의원)을 찾았다. 공감의원은 지역에서의 노안활동을 고민한 회원들이 시작한 의료기관이었기에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아래 한노보연)의 활동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지역 주민과 노동자들의 의사인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김정수 원장과 화성에서 노안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쳐온 공감직업환경의학센터 정경희 상임이사가 만남의 주인공이다. 

병원과 건강검진센터에서, 또 현장에서 지역 주민의 주치의이자 노동자 안전지킴이로 힘차게 달려온 지난 5년의 소회를 들어보았다.

 

▲   김정수 원장이 "뇌심혈관계질환이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아파트 경비노동자들에게 강의를 하고 있다.



화성이라는 지역에 직업환경의학 전문의가 진료하고 특수건강검진을 실시하는 의원을 세우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지 궁금했다.

김정수: 회원들 사이에 '병원 만들어보자'는 이야기가 오갔다. 2011년에 한노보연 10주년 준비하면서 근골격계질환 투쟁부터 이어왔는데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할 것인가' 전망 논의를 했다. 그때 나왔던 이야기가 의료기관 설립해서 지역에서 노안활동 밀착해서 해보는 것, 또 심야 노동에서 확장해 노동시간 문제 다루기가 나왔다. 노동시간도 센터로 만들고 향남공감의원 설립으로 연결됐다. 또 회원들이 각자 자기 직업을 가지고 활동하는 데 일과 활동이 일치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었다. 민간의료기관이 공공 의료 형태를 띠는 것이다. 기관을 여는 방식을 고민하다가 사단법인을 통해 의료기관을 만들기로 했다. 

지역주민, 노동자, 향남공감의원 구성원이라는 세 개의 발

공감의원 홈페이지 소개 페이지에는 3대 기치가 나온다. 바로 '지역 주민의 주치의, 노동자 건강지킴이, 일하는 사람이 행복한 병원'이 그것이다. 이 3대 기치는 공감의원이 사업을 선정할 때 기준이 된다. 

지역에서의 활동은 보건·환경 문제를 포함하고, 노동자 건강지킴이는 전국에서 이주노동자가 가장 많고 영세 제조사업장이 많아 적극적인 활동이 필요하다고 여겼기 때문에 나왔다. 더불어 병원에서 함께 일하는 노동자들이 행복한 병원을 만들기 위해 고민을 끊임없이 한다.

김정수: 지역사회 보건·환경에서의 역할, 노동안전보건 문제, 일하는 사람이 행복한 병원 등 세 가지를 세 개의 발이라고 생각한다. 매년 사업계획을 세울 때 각각에 대해서 세운다. 지역주민 주치의로 외래, 검진센터, 출장 검진, 내시경 등 여러 가지를 한다. 의사들 업무가 꽤 유동적이라 외래진료를 안정적으로 보지 못한다. 그래서 주민 주치의로서 역할에 미흡하지 않았나 생각하고 있다.

노동자건강 지킴이 활동은 '일과 건강 토크콘서트' 진행하고 후속으로 학습 모임 진행한 적도 있다. 아파트 경비, 미화 노동자들은 올해 후속 사업으로 방문해 관리 사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화성시 '노동안전'조례 제정도 같이하고 있고, 화성 외에도 안산, 안성, 일산 등등 지역뿐만 아니라 더 넓혀서 현장조사 같은 사업을 하려 한다. 화학물질 관련 활동은 노동자 건강권과 지역사회운동 둘 다 해당해서 의미가 있다. 

구성원들 노동조건을 개선하려고 노력해왔다. 5년 근속 시 1개월 안식월 부여하고 있고, 노동 감사도 둔다. 일하면서 느끼는 스트레스를 설문이나 면접으로 조사도 했다. 전 직원을 대상으로 근골격계유해요인조사 실시했다. 단기 대책, 장기 대책 각각 마련했다. 핵심은 업무 관련해 직접 결정할 수 있는지, 의견을 개진했을 때 반영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조직운영체계를 획기적으로 바꿔보자는 논의를 하고 있다. 

지역 주민과 노동자 주체 만드는 공감의원의 노동안전보건활동
 

▲   공감직업환경의학센터 정경희 상임의사. 정 상임이사는 지역 노동자들과 함께 사업장 위험요소를 조사하고, 지역에서 화학물질 위험을 알려내는 다양하고 꼭 필요한 활동을 하고 있다.


공감직업환경의학센터에서 노동안전보건 사업을 계획하고 지역사회에서 네트워크를 꾸려가며 활동하는 사람이 바로 정경희 상임이사다. 정 상임이사는 공감의원 초창기부터 본래 직업인 물리치료사 업무를 하다가 최근 센터에서 상임이사로 활동 중이다. 환자들의 아픈 곳을 풀어주다가 이제 공감의원의 노동안전보건 예방 활동에 더 집중해서 일하게 된 정 상임이사에게 센터의 활동을 구체적으로 들어보았다.

정경희: 지역활동 중에는 '화학물질 알 권리' 조례 제정과 시민사회단체 네트워크, 화학물질 알 권리 화성시민협의회 구성하고, 간사를 맡으면서 지역 사안 있을 때 대응하면서 시민사회에 공감센터에 대해서 알리게 됐다. 화성시는 난개발에 환경오염, 삼성반도체, 팔탄에 폭발 사고도 있었다. 그 외에도 2017년 싸이노스라는, 삼성반도체 제품을 해체하고 세척하는 업체가 있다. 거기서 화재 발생한 일이 있었는데 그때 공감의원이 성명서도 썼고, 그러면서 시민사회단체에 각인이 됐다. 이런 걸 되돌아보면 지역 시민에게 발언권을 가질 수 있게 하고 있어서 방향 설정은 제대로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노동자 건강권 관련해서는, 지역 주민 대상으로 공감의원에서 건강 강좌를 토크콘서트 식으로 했다. 집배노조의 경우 토크콘서트 후에 산업안전보건법 교육으로 이어갔다. 지역에서 화성청소년상담사 복직 투쟁에 연대 활동을 했다. 집배노조 노동자들이 청소년상담사에게 감정노동 집단 상담을 받으면서 노동자 간 연대활동을 추진한 게 기억에 남는다.

정 상임이사의 많은 활동 중 가장 뿌듯했던 것은 무엇이었는지를 들어보았다.

정경희: 도드람푸드지회에서 첫 번째 근골격계질환 유해요인조사 진행했던 게 기억에 남는다. 노동자들이 내가 왜 아픈지, 작업장 문제가 무엇인지 실천단을 통해서 찾게 하고 생각하던 걸 끄집어내는 역할을 하는 게 현장 참여 연구니까. 꾸준히 산재요양 신청이랑 설비 개선해가고 있어서 보면 보람을 느낀다. 제대로 된 조사가 아니면 큰 의미 없기 때문에 우리 센터는 원칙적으로 하고, 그래서 회사에서 두려워하긴 한다. 현장력이 받쳐주지 않으면 유해요인조사를 하기 어렵다. 그 외에 안산에 한국와이퍼지회는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유의미한 결과가 나왔다. 조합원 교육, 실천단 구성이라든지 지회를 독려하고 방향을 같이 설정했던 게 의미 있었다.

향남공감의원 직업환경의학센터는 올해 2월 산업안전보건법상 보건관리대행 기관으로 지정됐다. 50인 이상 300인 미만 기업에는 보건관리자를 두는 대신 보건관리대행 기관이 직접 관련 활동을 할 수 있다. 이 활동은 공감센터에 노동안전보건 활동 범위를 더 넓혔다는 의미가 있다.

정경희: 300인 이상 사업장에는 보건관리자를 두게 돼있고 5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은 보건관리 업무를 위탁할 수 있고, 50인 미만은 면해주고 있다. 우리가 보건관리전문기관 사업을 시작한 이유는 화성시의 사업장 대다수가 영세 소규모 사업장이기 때문이다. 대부분 미조직 사업장이고 보건관리기관으로 지정되면, 우리가 합법적으로 사업장에 들어갈 수 있다. 현장을 돌아보면서 법적으로 보완할 것을 제안하고 노동자들 정기 건강 상담도 진행했다. 작업 환경과 연관된 질병이 확인되면 사업주에 조치하라고 하는 게 역할이다. 특수건강검진도 지속하고 있다. 보건관리전문기관 하면서 노동자들이 의원에 외래진료 받으러 오기도 하고 순환이 되기 때문에 노동자 건강 주치의 개념으로 가져갈 수 있어서, 잘 되면 의미 있는 일이 되겠다 생각한다.

병·의원은 아픈 사람을 치료하고 생명을 살린다는 면에서 이미 의미 있는 활동을 하는 것이지만 모든 의사가, 병원이 지역주민이나 노동자를 위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병·의원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서 물었다.

김정수: 보건의료는 기본적으로 공공적인 것이라 생각한다. 최근 의사파업 즈음에 비상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법안이 나온 적 있는데, 거기서 의료인을 '공공재'로 표현한 부분이 있었다. 의사들이 반발하긴 했지만, 당연히 의료 행위는 공익적인 성격을 많이 갖고 있다. 코로나같은 위기에 공적인 대처가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의료인이 그런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가나 지자체가 만드는 병원, 또 민간이지만 공적인 소유구조를 가진 의료기관, 또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같은 공익병원이나 개인병원이 많아지면 좋겠다.

더 넓고 깊게, 노동안전보건 엮어내기

지난 5년간 지역 주민, 노동자들과 노안활동을 열심히 해 온 두 분에게 앞으로 해보고 싶은 활동을 물었다. 이미 생각해둔 사업이 꽤 많았고, 두 분의 계획대로 되면 지역에 큰 변화가 생기겠다는 예상을 하게 되었다. 오랫동안 지역 주민과 노동자의 노동안전보건 지킴이로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

김정수: 지역 주민 주치의 역할을 안정적으로 하고 싶다. 최소 30년 바라보고 있는데 앞으로 5년, 10년 계획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본다. 특수건강검진, 보건관리대행기관 역할을 하고 있는데, 작업환경측정 기관까지 갖추면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질 것이다. 검진센터 공간이 필요해서 병원 확장하는 것, 정신건강의학과와 산부인과 진료 개설하는 것도, 다른 지역에 제2의 공감의원을 설립하는 것도 고민 중이다. 또 새로운 조직 운영 방안을 도입할 예정이고, 일하는 사람들이 방향을 직접 결정하는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같이 어우러지면서 '스스로 진화하는 조직'이 됐으면 한다.

정경희: 이제 시작이다. 이제 노안활동 시작한 거다. 향후 5년 안에 여성건강권팀 만들고 싶다. 또 노동권익센터를 공감센터에서 위탁받아서 운영하고 싶다는 생각도 한다. '근골격계질환 유해요인조사 센터'도 설립해서 제대로 조사하는 곳으로 노동조합에 알려지길 바란다. 노동자 주치의는 물론이고, 상인회와 협력해서 지역주민 중 상인들 주치의도 하면 좋겠다.

[노동안전보건 할동가에게 듣는다] 아프면 쉬고, 예방은 과도하게 / 2020.06

[노동안전보건 할동가에게 듣는다] 

 

 

아프면 쉬고, 예방은 과도하게

 

 

최민 / 상임활동가 

 

 

한국에서 코로나19 첫 번째 확진자가 나온 것이 1월 20일. 5월 31일까지 133일, 벌써 4달이 넘는 시간이다. 2015년 메르스 때 첫 확진자 발생부터 신환자가 0명이 될 때까지 44일 걸렸던 것에 비하면 정말 긴 시간이다. 그나마 한국은 유럽이나 미국에 비하면 지금까지는 매우 안정적으로 이 새로운 감염병을 견뎌내고 있다.

K-방역의 우수성도 있겠지만, 사회구성원이 직접 접촉을 덜 할 수 있도록 대신해주는 많은 노동자, 우리가 만나고 생활하는 곳곳을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구석구석 소독하는 노동자들 덕에 우리의 일상이 유지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렇게 '대신' 해주던 콜센터노동자, 택배 노동자들이 과로사로, 연쇄 감염으로 건강을 잃은 뒤에야 이런 논의에 등장한다는 것이 함정이지만 말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노동자와 시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노동조합, 노동안전보건활동가들이 있다.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 한창운 노안국장을 만나 코로나 시기 노동조합의 대응을 들었다.



코로나19 감염위험 대응 과정

한창운 국장은 메르스 때는 노동조합 전임 활동가가 아니었다. 사실 현장에서는 메르스가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를 정도였다. 1월에 코로나가 처음 시작되었을 때만 해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노동조합이나 교통공사 모두 마찬가지였다. 2월에 감염병 예방 단계가 '경계'로 상승하면서, 공사에서 먼저 대책팀을 꾸리고 노조와도 협의를 시작했다.

"서울교통공사가 빨리 대처했고, 잘했다고 국제적으로도 칭찬을 많이 받고 있어요. 메르스 때 감염병 유행에 대비한 매뉴얼을 가지고 있었고, 거기에 준해서 준비를 할 수 있었거든요. 기존 시스템이 있었으니까, 빠르게 대처할 수 있었던 거죠. 노조에서도 2018년 말경부터 법정 감염병과 관련된 대책을 세우자는 얘기를 하고 있었어요. A형간염 등 법정 감염병이 있는데, 이 사람들의 공간 사용이나 치료비 등을 회사에서 보장해야 한다고 제기하고 있었습니다. 그때는 공사에서 심각하지 않게 받아들여서 의결하지는 못하고, 2019년에 의논만 좀 하다가 잊혔는데, 1년 뒤에 코로나가 터진 거죠."

"코로나 관련해서 첫 번째 대응이 코로나 관련 위험 국가로 지정된 7개 아시아 국가 방문자에 대해서는 유급 공가를 준다는 대책이었습니다. 처음 제안했을 때는, 악용하는 사람이 나오느니 마느니 하다가, 결국 악용 사례를 걱정하는 것보다는 예방이 중요하다는 걸 노사가 공감하게 된 거죠."

"공가는 병가와는 달리 '공적인 이유로 사용하게 되는 휴가'예요. 확진되고 나면 병가를 쓰면 되죠. 그런데 이건 확진되기 전에, 의심스러운 사람은 일터에 안 나오게 해서 질병 전파를 막자는 것이니, 따로 유급으로 휴가를 보장하는 것이 바르다고 봤어요. 한두 건 악용했을 수도 있지만, 공공기관에서 확진자가 없었다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습니다. 사실 지하철에서 확진자 나와서 사업장 폐쇄하면 어떻게 되겠어요? 조합원들 자신도 많이 조심했죠. 심각 단계에서는 부고 소식 알리면서도, 장례식장 오지 말라 공지하기도 하고요."

 

▲   코로나19 감염예방을 위해 지하철 내부를 소독 중이다. 시민과 노동자 모두의 안전을 위한 방역조치는 필수적이다. 나아가 이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감염되지 않게 충분한 안전보건조치를 취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고위험군에 대한 예방적인 유급 공가 보장

감염 고위험군에 대한 예방적인 유급 공가 보장은 코로나19 감염병 진행 단계에 따라 유연하게 적용되었다. 2월 말, 대구·경북 지역에서 감염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났을 때는, 대구·경북 지역 다녀온 사람이나 그 지역민과 접촉한 경우는 유급 공가를 보장했다.

3월 말 이후, 국내 확진자가 감소하고, 해외에서 유입되는 인구가 늘어나면서부터는 유학생 등 해외 거주 자녀가 들어온 경우, 무조건 유급 공가를 보장해줬다. 이를 통해 조합원 중 확진자가 없었다는 점이 성공한 것이라고 본다. 대구·경북에 다녀오기만 한 사람도 공가를 주면서, 아프면 쉬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게 각인된 것이, 코로나를 겪으면서 크게 달라진 점 중 하나다. 다만, 이런 대응이 개별 단위사업장만으로 적용된 것은 아쉽다.

"대응이 정부 수준에서 이루어졌어야 하지 않나 싶어요. 의심자 혹은 감염이 걱정되는 사람에게는 유급휴가를 보장하라고 정부가 똑똑히 말해줬어야죠. 나라에서 지정한 감염병이니까, 국가에서 보장해야죠. 고용노동부의 처음 대응 지침에서도 공가 사용은 '확진자'만 쓰라고 했거든요. 그런데 확진되기 전에, 걱정되거나 의심될 때부터 마음 놓고 안 나올 수 있어야죠. 무급이었으면 나오는 사람들 분명 있었을 거예요. 기침을 뭐 여덟 시간 내내 하는 건 아니니까, 참을 수 있다면서 나올 거고, 쉬라고 해도, 들어가라고 해도 버틸 사람들이 있죠. 월급이 깎여버리면요. 처음에 지하철 중에서도 이런 공가 지급 원칙이 어디는 적용되고, 어디는 적용이 안 됐다가 이제 보편적으로 적용되게 되었습니다. 노동조합들끼리 하는 궤도 노동안전위원회가 있으니까 거기서 우리가 시작한 공가 사용지침을 공유하면서, 부산지하철, 철도 등 다른 데들도 적용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공사만 보면 '아프면 쉬어라' 이게 화두입니다. 우리는 병가 사용이 그렇게 빡빡한 곳이 아니었는데도, '감기 걸려서 쉰다' 하면, '야, 그런 거 가지고 안 나오냐' 하는 분위기가 있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조금만 열이 나도, 기침 조금만 해도 쉬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됐죠. 출근해도 소속장이 바로 들여보내고 있거든요. 그런 게 사회가 변하는 큰 흐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동안에는 '아프면 쉬는 것'이 자기 권리라고 생각하지 못하는 조합원들도 많았는데, 앞으로는 이런 인식은 확실히 자리 잡힐 거로 생각해요."

교통공사에서 선제적으로 예방 차원의 공가를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은 노동자들의 감염 예방이 곧바로 시민들의 안전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서울시에서는 코로나19 신규 환자가 급증하던 2월 말, 코로나19 감염병 위기경보가 '경계' 단계로 격상되자, 지하철 역사와 전동차 방역 소독을 크게 강화했다. 원래 주 1회 실시하던 지하철 역사 내부 방역을 주 2회로, 화장실 방역은 일 1회에서 2회로, 일회용 교통카드 세척은 5일 1회에서 1일 1회로 늘렸다. 전동차 내 방역소독을 회차 때마다 매번 실시하고, 주 2회 실시하던 의자 옆 안전봉과 객실 내 분무 소독도 회차 때마다 실시하는 것으로 늘렸다.

시민들은 안전해졌지만, 노동 강도는 높아진다. 노동자들에게 보호구와 보호복은 제대로 지급되는지, 늘어난 방역과 관련된 위험은 잘 예방되고 있는지도 문제가 된다. 하지만 청소와 방역은 교통공사 노동자가 직접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교통공사 노동조합에서 직접 챙기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원청의 안전보건관리 책임 강화가 필요

"청소나 방역은 자회사에서 하거든요. 방역 강화하면서 일이 2~3배는 늘었을 겁니다. 보호구라도 더 주라고 공사에 여러 차례 말은 했어요. 언론에 비치는 건 세계적으로 대단한 K-방역이라지만, 그 이면에는 노동자들이 노동 강도 증가나 감염 노출, 보호구 적기 지급 문제 등 여러 가지 문제도 있었죠. 회사에 이런 것들을 제기했습니다. 회사에서는 자회사라서 직접적으로 개입하면 안 된다는 핑계를 대지요. 자회사 담당자 만나서 얘기를 해보기도 하고, 교통공사와 하는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자리를 통해서도 청소노동자 보호 대책 마련해야 한다는 당부를 했습니다."

"소독 등에 독성물질 포함될 수 있으니, 이점 유의해야 한다는 것과 제대로 된 보호구 지급 등이었어요. 보안경도 줘야 하고, 마스크도 보건용 마스크를 주고, 방진복도 필요하면 지급해야 하고요. 그런데 현장에서 봐도 덴탈 마스크 쓰고 작업하는 경우가 많고, 라텍스 장갑도 안 쓰시기도 하더라고요. 보안경은 정말 쓴 사람을 못 본 것 같고요. 역에서 일하는 우리 조합원들은, 한참 마스크 품귀일 때도 이틀에 한 번씩은 마스크를 지급받았거든요. 공사에서도 마스크 확보에 공을 들였고요. 코로나 사태에서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보호를 다르게 받고 있다는 것이 사실입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보호를 덜 받고 있죠."

2018년 김용균 노동자 사망과 이어진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이후 원청의 안전보건 관련 책임이 강조되고 있지만, 아직 현실에서 제대로 작동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2019년부터는 공공기관 안전관리에 관한 지침을 통해, 원청과 하청 노사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안전근로협의체'를 운영하도록 하고 있지만, 현재는 심의, 의결권도 없어 심도 있는 논의가 되지 않고 있다. 교통공사의 시설물과 역사를 방역하는 것인데도 예산을 직접 추가 지급하는 것을 공사는 꺼리게 된다. 절차상의 문제도 있고, 고용상의 책임 문제로 돌아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의 책임 있는 안전관리가 가능하게 되려면 구조적인 변화가 수반돼야 한다.

"안전근로협의체 준비할 때 공사 담당자에게 청소 노동자 보호구 등 문제를 제기하니, 우리 예산을 줄 수도 없고 애매하다고 변명하더라고요. 결국은 예산 문제로 귀결되는데, 현재는 예산 전용 등 여러 문제가 남게 됩니다. 안전근로협의체가 법적 구속력이 좀 더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원청에서 모든 책임을 제대로 질 수 있게 만들어야죠.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에 원청의 책임이 강조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관념적, 형식적으로만 선포됐을 뿐이라고 봐요. 실질적으로 예산 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원청 노동조합인데도 '자회사에 잘하라고 권고하라'는 정도의 얘기밖에 못 한다는 게 답답하죠."

공공기관 감염병 종합예방대책 수립이 시급하다

이런 문제점을 포괄적으로 담을 수 있는 공공기관 감염병 종합예방대책을 만드는 게 남은 숙제라고 생각한다.
 
"마스크 수급이 나아졌다고는 해도, 우리 사업장에서도 보호구가 여전히 문제이긴 하거든요. 식약처에서 마스크 물량을 의료, 방역, 안전, 국방, 교육, 안전 등 정책적 목적으로 배치하고 있는데, 여기에 철도나 도시철도 사업이 빠져 있어요. 그뿐만 아니라 버스 등 대중교통 단위를 포함해야죠. 우체국도 마스크를 보장받지 못해서, 식약처에 가서 따지고 투쟁했다고 하더라고요."

"이런 것들 포함해서, 포괄적인 감염병 종합대책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의료기관은 기본이고, 다양한 공공기관의 대응도 체계적인 정비가 필요한 것 같아요. 의료 노동자에 대해서 이제야 정비한다고 하는데 청소 노동자에 대한 대책이 있을까에 대해 의문이 들어요. 서울교통공사만 보면, 지하철 이용하면서 전파가 없고, 종사자 중 확진자가 없는 제일 큰 공은 청소노동자인데, 실질적으로 보호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거든요. 또 이번 과정에서 철도, 지하철 수입이 많이 줄었거든요. 적자가 커지는 건 사실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안전예산이 줄어들거나 그런 방향으로 튀지 않도록 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이런 건 정부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죠."
 
이번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가장 큰 원칙으로 삼았던 것이 무엇인지 물었다.

"코로나19에 약간은 과도하게 대하고 있기도 한 것 같아요. 그런데 그게 예방적인 거죠. 예방은 약간 과한 게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동안 우리가 말로는 항상 예방을 과하게 하자고 했지만, 지키기가 쉽지 않았거든요. 그게 감염병에 관해서는 지켜졌던 거죠. 예방은 그렇게 해야 한다는 점을 배웠다고 생각합니다."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이 코로나19에 대응하면서 배운, 아프면 쉬는 게 기본적인 권리라는 사실, 예방은 과도하게 하는 게 맞는다는 경험, 여전히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다르게 보호받고 있다는 깨달음을 놓치지 않고, 노동안전보건활동을 이어가기를 응원한다.

 

[노동안전보건 활동가에게 듣는다] 건설 현장 '걱정 인형'이 만들어가는 노동안전보건 활동 / 2020.04

[노동안전보건 활동가에게 듣는다] 

 

 

 

건설 현장 '걱정 인형'이 만들어가는 노동안전보건 활동

 

 

 

푸우씨 / 상임활동가 

 

 

 

조용준 동지의 전화는 쉴 틈이 없다. 인터뷰하는 도중에도 그의 핸드폰은 연신 바쁘게 울려 댔다. 건설노조 수도권남부본부 노안국장인 조용준 동지에게는 '경기건설기계지부 스카이지회 지회장'이라는 다른 직함도 있다. 그래서인지 온종일 전화를 붙잡고 연락을 주고받는다. 조합원들의 생계와 직결된 현장 배차 또한 그에게 중요한 역할이기 때문이다. 한때 '사장님(?)'으로 불렸던 조용준 동지는 건설노조 수도권남부본부에서 건설기계 장비인 스카이크레인을 운행하는 특수고용노동자를 책임지며, 동시에 1만 명에 이르는 건설노동자들의 안전과 건강의 문제를 담당하고 있다. 지난 3월 24일 화성행궁 인근 카페에서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건설법인 부도... 노동조합 활동으로 이끌다

'사장님'이었던 그가 어떻게 노동조합 활동을 하게 됐는지 궁금했다. 
  
"2013년이었던 것 같아요. 제가 동료들을 모아서 팀을 구성하고 있었고, 그 친구들을 모아서 어떤 건설법인의 일을 하게 됐는데요. 하루아침에 그 법인이 부도를 맞았어요. 그러다 보니 일했던 것을 한 푼도 받지 못했어요. 4~5천 만 원 정도를 체불로 통째로 날리게 됐거든요. 너무 억울해서 소송했는데, 결국 한 푼도 못 받은 건 마찬가지였죠.

그런데 아는 동생에게 전화가 온 거예요. '형님 저 일 하다가 회사가 부도를 맞았는데, 어떻게 합니까?'라고 말이죠. 제가 해줄 수 있는 얘기가 없었는데, '포기하든지, 노동조합이 있다고 하는데 한번 찾아가 보던지'라고 했거든요. 그리고 일주일 후에 전화가 왔어요. 체불 문제가 해결됐다고 말이죠. 그 얘기를 듣고 저도 노동조합을 찾아가게 됐어요. 당시에 특수고용노동자라는 개념도 별로 없었으니까, 사업자가 노동조합을 한다는 게 신기했고, 우리가 노동자라고 이야기하는 게 신기했던 것 같아요. 그리곤 줄곧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이렇게 저렇게 하다 보니 이런 역할을 하고 있네요. (웃음)" 
    
그런 그가 하는 노동안전보건 활동은 어떤 것인지를 물었다. 

"아쉽지만, 건설 현장에서는 아직 노안활동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타 산별이나 업종 같은 경우 예전부터 노안활동이 있었고, 그러다 보니 노안활동의 핵심이 '예방'이고 '예방'이 중심인데, 그에 비해 아직 건설에서는 노안활동이 시작 단계에 있어서 그렇지 못한 것 같거든요. 그런 상황이다 보니 저 같은 경우에 노안활동이라고 하면, 사고와 같은 재해가 발생한 결과에 대한 후처리가 많은 것 같아요. 특히 작은 규모의 건설현장은 안전보건의 사각지대가 많고, 무방비 상태에 놓인 경우가 많아서 사고가 빈발합니다. 그럴 때 발생하는 사고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중심으로 활동을 하고 있어요.

건설 현장에서도 형틀, 목공 일을 하는 건설 노동자들은 사고가 발생해서 다치거나, 근골격 계질환과 같은 질병이 발생했을 때 산재보험으로 처리하는 일들이 조금씩 생기고 있는데, 저와 같은 건설기계 장비를 다루는 소위 특수고용 노동자인 건설노동자들은 각종 안전사고가 발생해도 특히나 보상조차 받기 어려운 현실에 있거든요. 그러다 보니 안전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노조가 담보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크게 하고 있어요." 

조용준 동지는 특히 건설기계 장비의 전도나 파손과 같은 사고 또한 건설현장의 안전관리의 문제와 중요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힘주어 강조했다. 

"대부분 건설기계, 장비 사고가 발생하면 노동자가 운행을 잘못한 것으로 몰아가는데.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요. 건설 현장의 안전관리를 소홀히 하면서, 막상 사고 나면 노동자 책임으로 몰아가는 전형적인 논리거든요. 차량이 전도되는 사례는 명백히 지반침하와 같은 원인이 있고, 차량이 부딪쳐서 파손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예요. 출고 때부터 장비에 부착해 놓은 제조사의 안전센서를 무리하게 장비 운행을 시키려고 끄도록 요구하거든요. 가령, 30cm 정도의 간격이 있으면 안전센서가 계속 울리는데, 조금 더 붙여서 일을 시키려고 안전 센서를 끄도록 요구해요. 그런데 개인 노동자는 힘이 없으니까, 받아들일 수밖에 없어요. 안전 문제 때문에 거부하면, 다음부터는 그 사람은 일 안 시키거든요. 위험을 감수하고, 일해 주는 사람만 쓰려고 하는 거죠.

근데 그 결과로 사고가 발생하면 건설기계를 다루던 노동자가 미숙해서 사고를 낸 거로 몰아가요. 그럴 때마다 건설사에서 하는 얘기가 있어요. '장비 운용은 당신들 몫 아니냐!' 이러는 거죠. 사실상 그런 게 만연했던 건설 현장인데, 건설노조가 생기고 조금씩 바뀌고 있는 현실입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노동조합이 없으면 말도 못 하고, 개인이 장비파손, 안전사고에 대한 모든 걸 뒤집어쓰는 경우가 매우 흔해요." 

'걱정 인형'으로 불려도 좋은 이유

주변 동료들이 그런 피해의 당사자가 되는 경우를 자주 목격하다 보니, 그에게는 항상 걱정이 많다. 노안국장 역할을 하면서 특히 안전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조합원들에게 잔소리를 많이 한다. '무리해선 안 된다', '서두르면 안 된다'와 같은 잔소리가 자신도 모르게 늘게 됐다고 한다. 

"제 별명이 뭔지 아세요? '건강 염려증? 걱정 인형?' 뭐 그렇게 얘기하더라고요. 동생 중 한 명이 '저 형은 참 걱정도 많아'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그 얘기가 기분 나쁘지 않은 게 '그래도 내 얘기를 듣고는 있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서요." 

조용준 동지는 노안국장이 되면서 작년 하반기부터 건설노조 수도권남부본부에서 노안위원회를 구성하고, 격월 회의와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건설노조의 지역본부에서 노안위원회를 구성하고, 교육과 활동을 시작한 것은 첫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에 대한 경험을 물었다. 

"이제 시작하는 것이라서 특별한 건 없어요. 건설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은 정책의 문제이기도 한데, 사실상 정책적 방향과 입장을 낼 단계는 아니고요. 다만, 시작했다는 것 자체에 의의 가 있다고 생각해요. 또 건설 현장에서는 건설 기계, 타워크레인, 토목건축, 전기 등 다양한  분과가 있는데, 이런 동지들이 모여 서로의 경험을 차곡차곡 모아나가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해요. 전문가는 아무도 없고,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서 저희 노안위원회 회의 때마다 같이 회의도 하고 교육도 하고 하면서 도움을 주지만, 막상 그냥 자신 현장에서 일 해왔던 사람들이라서 아직 잘 모르는 게 더 많아요.

그래도 이 사람들이 모여서 우리 현장의 안전 문제와 관련한 얘기를 나누고, 이에 대한 경험을 쌓다 보면 뭐라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보면서 안전과 의료의 문제는 무엇보다 사전에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하거든요. 그런 차원에서 건설노동자가 안전 문제에 있어서는 항시적인 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더 크게 느끼고 있어요. 노안위원회를 구성하고, 정기적인 회의를 하면서 이제 그 준비와 시작을 하는 것이죠." 

건설노조 수도권남부본부에서는 지난 3월 초 대의원 대회의 사전 프로그램으로 안전보건 감수성 교육을 했다. 반응이 어땠을지 궁금했다. 

"제 경험으로는 대의원 대회에서 교육한 것도 처음이고, 그것도 안전과 관련한 주제를 가지고 얘기를 한 것도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졸지 않고 다들 열심히 들으시더라고요. 아무래도 피부로 다가오는 문제가 있기도 해서 그런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또한 건설노조에서도 고용을 넘어 안전한 현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요구가 조금씩 올라오고 있다고 생각하거 든요. 특히 건설노동자의 연령대가 높은 편이고 장년인 경우가 많아서 교육이 더 필요한 것 같습니다. 건설기초안전보건교육처럼 정부 위탁 기관이 하는 형식적인 교육이 아니라 노동자의 입장에서 안전과 건강에 대해서 권리라고 말하는 교육 말이죠."  

"한 번에 생각이 바뀌는 것은 어려워 보여요. 그래서 더 반복적인 교육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저도 그렇고 나이가 있는 동지들은 돌아서면 금방 까먹거든요. 반복 교육을 통해서 듣고 또 들어야 자신의 것이 될 수 있는 것 같아요. 이제 시작한 거지만, 그렇게 끊임없이 교육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그게 노동조합이 필요한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고용과 생존을 넘어
 

조용준 동지는 건설 현장에서 조합원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를 찾아가는 현실에서 그 시작으로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리고 그것을 기반으로 노동조합이 고용과 생존을 넘어, 안전을 요구하고 더 많이 말 할 수 있어야 한다고 힘주어 강조했다. 

"교육을 받다 보니 노동조합이 안전을 요구하고, 안전을 관철할 때 현장의 산업재해가 확실히 줄어든다는 걸 배웠고 알 수 있었어요. 안전을 요구하고, 행동하는 노동조합이 바꾸는 현장이 저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건설 현장은 젊은 노동자가 많이 부족한데요. 적절한 임금도 받아야 하고 고용도 보장받아야겠지만, 무엇보다 안전한 현장을 만들어야 젊은 노동자들이 찾고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노동안전보건활동가에게 듣는다] 조합원 속에서 길을 찾다- 도드람푸드지회 오홍석 지회장 인터뷰 / 2019.12

조합원 속에서 길을 찾다

- 도드람푸드지회 오홍석 지회장 인터뷰 -

 

선전위원회

 

양돈조합이 설립한 도드람푸드는 육가공을 하는 업체이다. 양돈 농가인 조합원의 필요에 따라 작업량에 영향을 받게 되는데 요즘은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예측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대부분 수작업으로 이루어지는 육가공은 근골격계에 무리가 가는 대표적인 작업 중 하나이다. 노동조합 사무실을 찾았을 때도 근골격계유해요인조사 현장실천단이 모여서 현장 개선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었다.

 

인격적 대우와 현장통제에서 벗어나고자 조합원 전원 가입으로 지회 만들어

 

도드람푸드 설립은 30여년 정도인 반면 도드람푸드지회 창립은 만 21개월이 지났다. 그 긴 침묵을 깬 무용담을 듣지 않을 수 없었다.

 

바로 담 너머에 도드람지회가 있는데 도축하는 도드람LPC사업장이 있어요. 여기서 도축해서 보내면 도드람푸드에서 가공하는데, 조합원들이 항상 도드람지회를 부러워했어요. 공공연하게 노동조합을 만들자는 얘기만 있다가 어느 날 남성조합원이 모인 자리에서 지회를 진짜로 설립해보자는 의견이 모아졌어요. 이날 모인 15명 중 이주노동자도 있었어요. 저를 포함해 추진할 사람을 5명 추천받고 2달 정도 일주일에 한 번씩 안성시비정규직지회 사무실에서 교육을 받았죠. 그 후 남성조합원과 여성조합원이 각각 회식을 가장해 모여서 전원 가입서를 받았어요. 아슬아슬하면서도 스릴 있었죠.

 

당시 조합원 전원이 가입서를 적었다는 것이 무척 놀라웠다. 이처럼 조합원을 단결시켰던 것이 무엇이었을지 궁금했다.

 

사무관리직이 현장에 와서 ‘이것 못하면 칼 놓고 나가라’는 인격적 모독도 많았고, 현장구조가 사무실에서 현장을 볼 수 있는 위에서 밑을 내려다보는 구조예요. 말은 견학창이라고는 하지만, 현장에서는 감시받는 느낌이거든요. 그래서 최우선으로 견학창을 차단하고, 관리자의 막말을 중단하라고 요구했죠.

해외여행을 보내주는 우수사원을 사무실에서 뽑았어요. 그래서 사무직한테 잘 보여야하고, 현장 주임한테 뭔가를 주면 그 대가로 편한 자리를 배정받고, 아침 8시 30분에 작업을 시작하는데 8시부터 현장에 들어가서 시키지도 않은 형광등을 닦는다든지 일을 하고 관리자의 눈에 띄면 우수사원으로 뽑히는 거예요. 그런데서 자유로워지고 조합원끼리 신뢰를 회복하고 싶은 욕구가 가장 컸었죠.

조합원의 일상도 챙기고, 자존심도 지키는 노사실무협의회를 위한 노력

 

매월 노사협의회와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포함한 노사실무협의회를 진행 중인데, 관련하여 몇 가지 보람이 있었다며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조합원 중 13명이 기숙사 생활하는데 작업이 늦게 끝나면 회사에서 석식을 제공하지만, 일찍 끝나면 거의 안 먹더라고요. 3개월 정도 협상과정을 거쳐 기숙사 생활하는 조합원이 석식을 제공받을 수 있게 되었어요.

단협 상 창립기념을 상반기에는 노조에서 야유회를 진행하고 하반기에는 회사에서 주관하기로 돼 있어요. 11월 2일이 회사 창립기념일이라서 그전에는 행사나 기념품에 대한 공지를 해왔었는데 11월 1일이 됐는데도 아무런 얘기가 없는 거예요. 단협 이행에 대한 공문을 보냈더니 경영이 어렵고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야유회는 할 수 없다는 회신을 받았어요. 이것은 단체협상 불이행건이기 때문에 조합원들이 모여 의논을 했어요. 조합원은 회사가 어렵다는 것을 감안해도 그런 회사 경영사정과 함께 미리 조합과 협의하지 않았다는 것에 분노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사측의 다짐과 사과를 요구하자는 의견이 모아졌어요. 조합원이 하나로 뭉쳐 사측에 강경히 요구하니 결국 두 가지 모두 받을 수 있었어요.

 

돼지고기의 신선함을 유지하기 위해 작업장 온도를 10°C이하로 유지하다보니 하루 종일 일하기에는 추운 환경이다. 추위는 근육을 더 긴장시키고 근골격계질환을 유발하는 원인 중 하나이기도 하다. 오홍석 지회장은 전 조합원의 건강과 관련해 가장 시급한 요구는 따뜻하게 쉴 휴게공간이라고 답했다.

 

사계절을 다 추운 곳에 있다 보니 쉬는 시간만이라도 따뜻한 곳에 누워 편하게 쉬기 위해 남자 탈의실은 만들어졌으나 아직 회사 사정상 여성조합원 휴게실은 증축을 못하고 있어요. 제한적인 방법으로 방한복을 지급하는 것인데 이것도 업그레이드를 해야 하는 형편이에요.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를 통해 일터 변화 모색

 

근골격계 유해인조사를 조합원이 만족하는 수준에서 어떻게 풀어나갈지가 요즘 가장 큰 고민이라는 오홍석 지회장은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를 시작하게 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2년차 단체협약을 맺을 때 처음에는 회사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생각했어요. 하다 보니 이게 잘못된 생각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죠. 조합원이 열악한 환경에서 산재 신청해서 불승인 된 분도 계시는데 이들에 대한 처우개선이나 신청과정에서 방법을 조합원에게 알리고 풀어나갔다면 더 나은 결과에,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들어요. 육가공을 하면서 10년 이상 근속자가 대다수이니, 작업자 손을 보면 손 관절이 대부분 휘어 있어요. 손이 무섭게 생겼다고 농담도 하지만 당사자는 그 과정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하게 했고, 회사 내 설비를 우선으로 개선하는 방법으로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를 통해 회사에 정당하게 요구할 수 있을 것 같아 하게 되었죠.

 

현장 조사활동으로 느끼게 된 조합원들의 마음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를 노사 공동으로 하기로 결정하기까지 어려운 과정이었겠지만, 근무시간 중 현장 조사단이 참여하는 조사를 진행하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

 

목표 설정이 가장 부담이었어요. 처음이라서 어디까지 해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더라고요. 지금은 정리가 된 것 같아요. 1차적으로 근골격계 질환자를 빨리 찾아 악화되지 않게 병원 진료를 빨리 받게 하는 것, 2차로 현장의 시설 컨베이어벨트 높이를 조정해서 작업자의 어깨부담을 줄이는 것이라 생각하고 있어요. 빨리 실행에 옮겨 작업자가 보다 편한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큰 목표라고 생각합니다. 설문조사 결과도 나왔지만 조합원의 건강상태에 대한 일대일 면담조사를 직접 진행했어요. ‘노조에서 나의 건강상태를 걱정해주고 있구나.’ 조합원들이 직접적인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조사과정에서 느낄 수 있었어요. 자신의 어렵고 아픈 점을 얘기함으로서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고 앞으로 나의 건강을 책임져줄 수 있는 조합이 있다는 든든함을 느끼신 것 같아요. 물론 저는 휴식시간, 점심시간을 할애하면서 진행했는데, 몸은 힘들었지만 마음은 대개 뿌듯함을 느꼈어요. 그래서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하든지 해결은 둘째고 조합원들의 속내를 들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조합원이 좀 더 좋은 조건과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머리로 생각하지 말고 몸으로 뛰는 것을 지론으로 생각한다는 오 지회장이 앞으로 근골격계 유해인조사 결과를 어떻게 풀어나갈 계획인지 물었다.

 

이번 개인 면담으로 조합원의 단결에 대한 신뢰가 더욱 굳어졌고, 지회 설립 이후 회사가 어렵다고 하지만, 몸이 아픈 문제이기 때문에 회사에서도 요구사항을 최대한 수용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어요. 어떻게 펼쳐질지는 모르지만 자신감은 있어요. 조합원들이 같은 뜻을 가지고 집행부를 믿기 때문에 저도 자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조합원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을 만큼 열정적으로 활동하는 그가 집에서의 노조활동에 대한 지지는 어떠한지 궁금해 물었는데 역시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아마 아내는 1% 정도는 걱정이 있을 것 같고, 99%는 긍정적으로 생각할 거예요. 노조 설립했다고 말했을 때도 아내는 아무 말하지 않았는데, 오히려 부모형제들이 더 걱정을 하는 것 같아요. 아이들이 아직 어리지만, 집회에 갔다 오면 이유도 설명해주곤 하죠. 사람들은 노동조합이 임금협상만 하는 줄 알고 사회적 문제를 고민하고 요구한다는 사실을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제 특기는 집 청소예요. 아내도 일을 하고 있고 가사노동을 분담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주중에는 지회 일도 있고, 회사 일도 늦게 끝나서 아이들이 평일에는 엄마를 많이 찾는 형편이지만, 주말에는 애들 맛있는 것도 해주고, 주말 가사의 70~80%는 하는 편이에요.

 

마침 지회 사무실 탁자 위에 놓인 <일터> 잡지가 보였다. 노동보건활동은 어떻게 하는지 궁금해서 노동보건 현장활동과 근골격계질환 대응활동을 가장 관심 있게 본다는 오 지회장은 만 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노조활동이 이런 것들을 하는 게 맞나 하는 자문을 할 때가 있다고 말한다.

 

처음에 생각했던 것과 활동하면서 느끼는 것의 괴리가 큰 것 같아요. 가장 어려운 것은 임기가 3년인데 과연 차기에는 누가 맡을지가 큰 고민이에요. 일하면서 노조활동을 하는 것이 힘들어요.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위원도 노조 집행부가 하고 있어요. 활동시간 보장이 따로 없어서 활동시간을 게시판에 적고 활동하고 있는데 두 명의 부지회장이 고생을 많이 하죠. 첫 집행부라서 부족한 면을 보일 때도 있고, 좌충우돌하기도 하지만 조합원과 소통하다보면 차기 활동가를 찾는 큰 숙제는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희망을 걸어봅니다.

 

기본에 충실한 지회장 덕분에 도드람푸드지회는 튼튼한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현재 진행 중인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도 현장 참여라는 원칙을 져버리지 않았기에 조합원의 신뢰와 지지를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바로 이 힘이 오홍석 지회장의 확신이지 않았을까. 앞으로 펼쳐질 도드람푸드지회의 건강한 노동을 위한 투쟁과정에 <일터> 독자들도 많은 관심과 지지를 아끼지 않으리라 믿는다.

 

[웹자보] 2018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 활동가 대회


2018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 활동가 대회


일시 : 2018년 10월 11일(목)~12일(금) 오후 12시30분 집결 

장소 : KOBACO 연수원 (경기도 양평군 강상면 화양리 45)

        031-772-2311

참가비 : 3만원 (지역본부 담당자, 연대단체 동지 무료)

신청 : 가맹, 산하 조직별 접수 (10월 4일 마감)

문의 : 노안보위 이메일 (kctu.ohs.@gmail.com)

전화 02-2670-91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