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1. 국회 문턱 넘은 노동개악, 그에 맞선 우리의 투쟁 / 2020.12

[노동개악에 맞서자①]

 

국회 문턱 넘은 노동개악, 그에 맞선 우리의 투쟁 

 

박기형 상임활동가 

 

지난 12월 9일, 노동개악 법안들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날 본회의에서는 보험료징수법 개정안, 고용보험법 개정안, 공무원노조법 개정안, 교원노조법 개정안, 근기법 개정안, 노조법 개정안, 산재보험법 개정안 등 총 7개 노동관련 법안이 처리되었다. 이 중 노동권을 제약할 독소조항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과 노조법 개정안은 각각 76.31%와 62.95%로 가결되었다. 민주당은 이 두 법안을 당일 새벽 1시 30분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날치기 처리하였다.

반면, 10만 국민동의청원을 받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심의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 노동자들의 몸과 삶을 지키기 위한 법은 도외시 한 채, 과로사회를 심화시키고 노동권을 제약하는 법을 통과시킨 것이다. 이렇게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노동개악은 현재 진행형이다.

노동개악 국면의 지형

지금의 노동개악 시도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약속했던 '노동존중 사회 실현'과도 거리가 멀다. 이뿐만 아니라, 사회개혁을 요구하는 변화의 흐름에도 역행한다.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라며 전태일 열사가 산화한 지 50년이 지났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노동권 보장은 미약하기만 하며, 각종 사회적 변화 가운데 새롭게 등장하는 노동형태들에 놓인 노동자들은 노동권 사각지대에 계속해서 머물고 있다. 그리고 고 문송면군이 수은중독으로 사망한 지 32년이 지났다. 그러나 오늘도 수많은 노동자가 일터에서 일하다 아프고 다치고 죽는다.

올해 매일 7명이 퇴근하지 못하는 죽음의 일터를 멈추고 바꿔보자고, 모든 일하는 사람이 노동자로서 존중받고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해보자고, 노동자와 시민이 힘을 합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전태일3법을 마련하여 10만의 국민동의청원을 하였다. 코로나19가 극심한 상황에서도 각자의 자리에서 모이고 흩어지며 목소리를 내고 사회개혁을 요구하였다.

하지만 국회에서는 공수처법, 국정원법 등 권력기관 개혁을 우선입법과제로 내세우면서, 다른 모든 법안을 뒷전으로 밀어내었다. 며칠 전 임시국회가 열렸지만, 여전히 두 법안은 법안 심의조차 제대로 거치지 못했다. 이들은 서로 선후문제나 양자택일 문제가 아니었음에도,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마치 자신들이 하는 모든 선택이 세상 모든 정의를 담보하고 있는 것인 양, 노동존중 사회를 위한 과제는 나중에 할 수 있고 할 것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그들은 나중에, 언젠가 하겠다고 약속한 것이 무색할 정도로 '노동존중 사회' 실현에 역행하는 수많은 조치를 아무 거리낌 없이 통과시켰다. 
 

▲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운동본부와 정의당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요구하며,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노조법 개정 논의의 출발점

그러면서 그들은 노조법·공무원노조법·교원노조법 개정안을 가리켜, 'ILO 3법'이라 부르며, 국제노동기구 ILO의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것이라 주장했다. 한국은 ILO에 가입한 지 30년이 지났지만, 총 29개 항만 비준했으며 핵심협약 8개 항 중 4개 항을 비준하지 않았다.

그 4개 항의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결사의 자유 협약'(87호·98호)과 '강제노동 협약'(29호·105호)이다. 이 중 전자가 바로 '노조할 권리'에 해당하는 조항이다. 그런데 왜 지금까지 비준하지 않다가, 올해 서둘러 노조법 개정안을 준비하고 환노위 날치기 통과를 하면서까지 비준에 나선 것인가? 더욱이 얼핏 보기에 ILO협약을 비준해 노동권을 강화시켜주는 법안에 60%가 넘는 위원들이 아무런 토를 달지 않고 찬성한 것일까?

이에 답하기 위해선, ILO 핵심협약 비준을 누가 어떻게 요구했는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그동안 한국은 ILO, OECD, EU로부터 이 4개 항의 비준을 지속해서 요구받았다. 그 압력이 가장 높아진 때가 바로 최근 추진 중인 EU와의 무역협상을 하던 때였다. EU는 한-EU FTA를 체결할 당시 "핵심협약 체결을 위해 노력한다"고 약속한 조항을 근거로 한국 정부에 대해 경제적 제재를 시사하며 압박을 했다. 이에 한국 정부는 EU와의 경제적 관계를 원만히 해결하기 위해, ILO 협약 비준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결국, ILO 3법이라 불리는 노동 관련 법률 개정안들은 애초부터 노동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EU와의 무역갈등을 해소해, 자본과 기업을 위한 경제활동을 원활히 지속하기 위한 것이었다.

노조할 권리를 제약한다

그런데 더 큰 문제가 있다. 법 제정의 목적이 무엇이든, 그 논의 출발이 무역갈등해소였든 아니든, 국제사회가 요구한 바는 '결사의 자유에 관한 협약'을 비준하라는 것이었다. 해당 핵심협약의 요지는 모든 노동자들에게 '노조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 정부의 법률 개정안은 노동권을 강화시켜주는 거란 게 당연한 논리적 귀결이 아닌가. 출발점이 어떻든, 결과만 좋으면 괜찮지 않은가. 여기가 바로 문제의 지점이다.

ILO가 지속적으로 한국 정부에 요구해온 건 특수고용노동자, 하청노동자, 간접고용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법‧제도적으로 노동3권을 온전히 보장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정부는 노조법 개정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듣겠다며, 일견 공평무사한 자세를 취했다. 하지만 정작 정부가 제출한 노조법 개정안은 이들의 노동3권을 보장하기는커녕, 부족하지만 어렵사리 지켜온 현재의 노동권들마저 후퇴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물론 공무원노조법 개정으로 가입 기준 가운데 직급 제한을 폐지하고, 교원을 제외한 교육·소방공무원 및 퇴직공무원 등의 노조 가입도 허용하도록 했다. 일부 개선된 면이 없다고 할 수 없지만, 정작 핵심 쟁점이었던 노조법 개정은 개악이라 비난받기에 충분했다. 해고자·실업자의 노조 가입도 허용했다고 하지만, ILO 핵심 협약 비준의 의미에 비춰볼 때, 너무 당연한 상식을 법으로 확인시켜주는 것에 불과했다. 기존 정부안에서는 근로자가 아닌 조합원의 사업장 출입에 제한을 두는 등의 단서 조항을 뒀다가 비판이 거세게 일자 국회 심의 과정에서 삭제하기도 했다. 더욱이 실상을 들여다보면, 실업자·해고자 등은 현재 산별노조에 자유롭게 가입이 가능했었다. 그런데 기업별노조에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라 개선이라 부르기 민망할 정도이다.

오히려 실업자·해고자 등이 사업장 내에서 노조활동을 하려면 '사업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허용되고, 실업자·해고자 등은 기업별 노조의 임원 및 대의원으로 출마하는 것 자체가 금지된다. 그나마 좋게 봐준다면, 심의 과정에서 독소조항이라고 비판받아온 '생산 주요 시설에서의 쟁의행위 금지' 조항도 제외되긴 했다. 하지만 이를 대신하여 '사용자의 점유를 배제하여 조업을 방해하는 형태의 쟁의행위 금지' 규정이 신설되었다.  

▲   올해 초중순 ILO협약 비준을 이유로 제출한 정부의 노조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의 기자회견 당시 사진.


또한 문제가 되는 것은 단체협약 유효기간 최대 3년 연장으로 기업에서 단체협약을 지속해서 미룰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조합원만 기업별 노조의 임원·대의원을 맡을 수 있다는 조항이 남아 해고자의 임원 자격을 제한하고 있는 등 비종사자의 노조 활동 또한 제약할 수 있다. 더욱이 현재에도 현장에서는 교섭대표노조가 되지 못한 노조는 교섭대표노조가 체결한 단체협약 유효기간 동안 교섭도 할 수 없고, 근로시간 면제를 인정받아 조합활동을 하는 것도 공정하게 보장받지 못하는 일이 빈번이 발생한다. 이런 상황에서 개악안이 시행되면, 사용자와 어용노조가 담합하여 최소 4년간 교섭대표노조가 아닌 노조의 단결권, 단체교섭권에 '합법적'으로 제약을 가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건 당연하다.

더구나 노조 전임자 급여지급 금지조항을 삭제하는 대신, 타임오프제라 불리는 근로시간 면제제도 한도 내에서 하도록 규정함으로써 해당 제도를 유지하게 되었다. 이에 더해, 타임오프 한도 초과 단협이나 기존에 개별 사용자가 동의한 내용을 모두 무효로 한다는 규정을 신설하기까지 했다.

이렇게 기존 현행법을 교모하게 후퇴시켰을 뿐만 아니라, 정작 정부가 개정 압력을 받았던 지점인 특수고용, 간접고용,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노동권 보장은 제대로 이뤄지지도 못했다. 물론 배달노동, 물류·택배 노동 등에서 논란이 일자, 산재법 개정안, 보험료징수법 개정안, 고용보험법 개정안 등을 통해, 이들 노동에서의 처우 개선이 일부 이뤄질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정작 이들이 노동자로서 노동3권을 제대로 인정하도록 하진 않고 있다.

이를 위해선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한다"는 노조법상의 규정과 행정관청이 노조설립 신고를 반려할 수 있는 규정을 수정 또는 삭제해야 한다. 고용노동부가 행정집행 중 특수고용 노동자, 플랫폼 노동자 등을 '근로자가 아닌 자'로 보고 노조설립 신고를 반려·지체하는 일은 지금도 빈번히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이러한 현실을 무시한 채, 개정안 자체에서 전혀 다루고 있지 않았다. 
 

▲   전태일 열사의 바람은 언제 실현될 수 있을 것인가.

 

노동존중 사회 실현을 위한 투쟁들

노조법 개악만이 아니라, 3개월에서 6개월로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을 확대하는 근기법 개악까지 이뤄졌다. 내년부터 주52시간제가 각 사업장 규모별로 계도기간이 종료되면서 차츰 적용되기 시작하는 상황에서, 탄력근로제 도입을 통해 장시간 노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조치로 이해된다. 이런 탄력근로제의 확대는 장시간 노동에 따른 건강상 위험을 더 가중시키는 조치라고 지속해서 비판받아왔다. 한국의 과로문제는 앞으로 더욱 심각해질 가능성이 크다. 청계천 피복공장에서 노동권을 보장받지 못한 채, 피를 토하며 장시간 일해야 했던 여공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오늘날 우리의 현실은 얼마나 달라졌는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지금 국회 안팎에서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노동개악을 비판하며, 노동자와 시민들이 행동에서 나서고 있다. 고 김용균 노동자 2주기를 맞이했지만, 김미숙님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요구하며 아들의 기일에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이에 연대함과 동시에, 전태일3법 입법을 요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국회 정문 앞에서 단식농성을 함께 이어가고, 구의역에서부터 국회로 오체투지 행진을 시작했다. 국회에서 노동개악이 시도되고 있던 11월 말과 12월 초에도 노동자들은 떨어져서 죽고 폭발사고로 죽고 기계에 끼여 죽고 과로로 쓰러져 죽었다.

모든 일하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일터에서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기 위해선, 노동자로서의 지위를 보장받고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집단적으로'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나아가 자기 일터에 국한하지 않고 사회 전체 노동자 집단으로 연대하여 노동권을 지켜내고 신장하기 위해선, 산별 노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우리가 지금 여기서 요구하는 노동개악 저지, 나아가 전태일3법 입법,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은 바로 이러한 변화들을 쟁취하기 위함이다. 코로나19가 극심한 와중에도 우리는 자신이 행하는 바가 곧 정의라고 생각하는 자기승리 서사에 도취된 저들에 맞서, 전국 곳곳에서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노동존중 사회 실현을 위한 우리의 싸움은 다시, 새롭게 뜨겁게 불타오르고 있다.

 

 

[언론보도] ‘과로사 활동가’ 집담회 “개인 탓으로 치부되는 과로사, 업무상 재해 입증도 버겁다” (19.10.29, 경향)

‘과로사 활동가’ 집담회 “개인 탓으로 치부되는 과로사, 업무상 재해 입증도 버겁다”
입력 : 2019.10.29 22:12 수정 : 2019.10.29 22:14

 

출처: 경향



29일 장향미씨와 한국·대만·홍콩 활동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경향신문과 집담회를 했다. 집담회에는 대만 ‘OSH 링크’ 활동가 황이링·정추링, 대만 ‘TAVOI’ 활동가 리우니엔윤·린수전, 홍콩 ‘ARIAV’ 시우신만이 함께했다. 황이링은 2015년 대만 과로사 사례를 담은 <타이완, 과로의 섬>이란 책을 내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장씨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최민 상임활동가가 자리했다. 장씨가 질문하고 활동가들이 답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이들은 죽음을 피해자 개인의 탓으로 돌리는 문화에서는 과로사를 근절할 수 없다며 가해자에 대한 엄격한 처벌만이 과로사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10292212045&code=940702

 

‘과로사 활동가’ 집담회 “개인 탓으로 치부되는 과로사, 업무상 재해 입증도 버겁다”

장시간 노동과 이로 인한 과로사·과로자살 문제는 비단 한국만 겪고 있는 문제가 아니다. 동아시아 국가들...

news.khan.co.kr

 

[언론보도] 조삼모사 최저임금법 개정 (매일노동뉴스)

조삼모사 최저임금법 개정류현철 직업환경의학전문의(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 류현철
  • 승인 2018.05.31 08:00
  • 댓글 0







쏟아지는 졸음을 이기려 ‘사탕·청양고추·생강’을 씹으며 운전하는 시내버스 운전노동자들을 만난다. 그들은 첫차를 몰러 새벽 4시가 되기 전에 집을 나선다. 나섰던 현관문으로 다시 들어오는 시간은 밤 12시는 돼야 했다. 가뜩이나 심각한 교통체증, 촉박한 배차시간, 사고 위험으로 온몸의 신경과 근육이 긴장한 채로 하루 14시간을 운전했다. 언론에서 떠들어 대는 시민 안전을 책임지기는커녕 자신의 몸도 챙기기 힘들다. 언제인가부터 어깨가 아프고, 허리가 아프고, 목을 가누기 힘들어졌다.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1851

특집 1.노동개악과 노동자 건강 /2015.12

노동개악과 노동자 건강

 

 

선전위원회

 

 

 

9월 13일 노사정 대타협 혹은 ‘야합’이 타결되자마자, 새누리당은 9월 16일 근로기준법,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고용보험법, 산재보상보험법 개정안을 일시에 제출했다. ‘합의’의 모양새는 갖추었으므로, 일사천리로 입법 등의 절차를 올 해 안에 마무리 짓고, '노동시장 구조개악'을 완성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나타내는 한 걸음이었다. 이들 법안은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이다. 이번 노동시장 구조개악 중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 요건 완화는 사업주들이 법보다도 훨씬 쉽게 활용할 수 있는 노동부 가이드라인으로 정할 계획이어서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정부와 자본의 단호함만큼이나, 노동자들 역시 이 시도가 가져올 결과의 처참함을 예감하고 있으므로 추운 겨울 물대포 앞에 설 수 밖에 없다. 어쩌면 그 대열에 끼지도 못하고 이 흐름을 수상쩍게, 의심스럽게, 우려하며 바라보는 노동자들의 마음은 더 차갑게 얼어붙어 있는지도 모른다. 이번 일터 특집에서는 쉬운 해고와 비정규직 확대 정책, 산재보상보험법 개정안을 중심으로, 노동개악이 ‘노동자 건강’에도 지옥문이 되리라는 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어쩌면 지옥문이 새로 열리는 게 아니라, 이미 지옥만큼이나 감내하고 있는 고통도 적지 않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아직 시간이 있다. 연대하고 힘을 모을 시간이다.

 

 

 

 

쉬운 해고
사용자의 자의적인 성과 평가에 따라 노동자 해고가 가능해진다. 정부는 일반해고라고 하지만, 많은 언론은 이미 ‘쉬운 해고’라고 부르고 있다. 일반해고의 정수는, 법적으로 규제가 많은 정리해고 대신 ‘사용자가 원할 때’, ‘사용자의 평가에 따라’ 노동자를 해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지금도 노조활동을 핑계로, 구조조정의 수단으로 일터 괴롭힘이 만연한 한국사회에서 쉬운 해고는 노동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비정규직과 불안정노동 확대
이번 노동개악에서 추진하고 있는 비정규직 확대는 크게 두 가지로 기간제 비정규직의 계약 기한을 최장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고, 현재 32개로 제한되어 있는 파견허용 업종을 55세 이상 노동자와 전문직에 대해서 전면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기간제 계약 기간이 2년에서 4년으로 늘어나도 그 이후가 정규직 고용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고용의 불안정성이 완화될 리가 없다. 불안정 노동은 노동자의 몸과 영혼을 갉아먹는다.

 

 

산재법, 고용보험법은 선물?
정부는 노동개악안을 내놓으면서 선심 쓰듯 산재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노동자들과 노동안전보건단체, 전문가들이 오래 전부터 주장했던 출퇴근 재해의 산업재해 인정이나 업무상 정신질환의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이 들어있다. 산재법 특례 적용 대상을 확대한다는 내용도 있다. 고용보험법도 개정하여 실업급여 지급수준을 실직 전 평균임금의 50%에서 60%로 올리고 지급 기간도 30일 확대한다고 한다. 이들 법 개정안은 정말 정부의 선물일까?

 

<일터> 통권 143호 / 20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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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례 -


[특집] 노동자 건강, 지옥문이 열린다

28 노동개악과 노동자 건강

30 일반해고의 도입과 고용불안 확대

32 비정규직 늘리는 힘, 노동자를 불건강하게 만드는 힘

34 산재법 개정에 대한 간단한 소고

36 내용없는 당근책으로 이용된 노동안전의제들


4 [노동안전건강뉴스]

 

8 [지금 지역에서는]

주간연속2교대 전환, 가학적 인사관리 다룬 2015 현장연구나눔마당

 

10 [달려라 건강권, 날아라 노동자]

보건의료노조, 고려대의료원지부 인터뷰

 

12 [안전보건활동 참고서]

감정노동 문제를 노동안전보건활동으로

 

14 [현장의 목소리]

청년 알바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싸운다

 

18 [A-Z까지 다양한 노동이야기]

주제전문 사서에게 드는 도서관 노동이야기

 

22 [연구소 리포트]

유성기업 노동자 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와 과제

 

26 [사진으로 보는 세상]

 

38 [직업환경의학의사가 만난 노동자건강이야기]

일하는 사람을 보호하지 못하는 건겅검진

 

40 [지키고 되살리자, 작업중지권]

노동자가 라인 잡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44 [시간의 재발견_노동시간 에세이]

적정 소득, 적정 시간 그리고 건강한 삶

 

48 [문화읽기]

패션, 광고모델 비자로 배추를 절이는 이주노동자들

 

50 [유노무사의 상담일기 더불어 與]

검진뿐인 건강검진은 소용없다

 

52 [일터 다시 보기]

더 늦기 전에 석면피해 구제해야!

 

54 [이러쿵저러쿵]

변화, 그리고 오버로딩



[직업환경의학의사가 만난 노동자건강이야기] 소규모 사업장, 보건관리의 사각지대 /2015.11

소규모 사업장, 보건관리의 사각지대

 

 

 

이영일 회원,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현재 근무하고 있는 병원 근처에는 공단들이 제법 있다. 병원 바로 근처인 사상지역에 주로 5인 이상 50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들이 밀집된 공단이 있으며, 낙동강을 건너가면 녹산공단이라는 비교적 큰 규모의 공업단지가 있다. 유해물질을 취급하는 곳이라면 특수건강검진을 당연히 받아야 함에도 현실적으로는 그렇지 못한 부분이 있으며, 특히 영세사업장이 그러하다. 특수건강검진업무를 시행하는 기관들은 대부분 50인 이상의 사업장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현재 근무하고 있는 병원의 경우 종종 사상공단의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들이 병원 외래로 특수건강검진을 위해 내원한다.

 

올해 4월에 전체 노동자 10명 미만의 작은 사업장에서 노동자들이 특수검진을 위해 내원하였는데, 이 사업장에서 노동자들의 주된 업무는 용해작업과 사상작업이었으며, 작업과 관련된 여러 가지 유해인자 중 특히 납이 문제가 되었다. 인체에 유해할 수 있는 금속, 유기용제 등은 소변이나 혈액 검사를 통해 노출 정도를 측정할 수 있는데, 납의 경우 특수 검진 1차 검사항목으로 혈액검사를 통해 납 농도를 측정하게 되어 있다. 특수건강검진 실무지침에 의하면 혈중 납 농도가 30ug/dl이상이면 요관찰자로 더 이상 노출이 없도록하고 관찰해야하며, 혈중 납 농도가 40ug/dl이상이면 질병이 있는 사람으로 분류해야 한다. (ug은 마이크로그램으로 1/1,000,000그램, dl은 데시리터로 1/10리터에 해당하는 단위다.) 내원한 노동자들의 검진 결과는 평균 혈중 납 농도가 45ug/dl 이상이었으며, 60ug/dl을 넘어가는 분도 한 분 있었다.

  

미국에서 사용되는 납 작업장 경고 표지 "중독될 수 있으므로 흡연이나 음식물 섭취 금지

 

납을 다루는 직업군은 다양한데, 그중에서도 납 노출의 위험성이 크다고 알려진 업종은 제련·합금 제조업, 고철 가공처리업 등이다. 용해된 납의 경우 500~600℃부터는 납 흄(fume)이 발생하는데, 흄이란 고체 상태의 물질이 높은 온도에 의해 기체로 되었다가 다시 응축되어 아주 작은 입자 상태로 된 것을 말한다. 이러한 납 흄은 입자가 아주 작아서 호흡기를 통해 쉽게 흡수될 수 있고, 혈액 속으로 녹아들면서 인체에 고루 퍼져 유해한 영향을 줄 수 있으며, 납뿐만 아니라 어떤 종류이든 흄의 흡입은 인체에 유해할 수 있다. 용접작업자와 용해작업자 는 흄에 쉽게 노출될 수 있는 대표적인 직업군에 속한다. 그 밖에도 페인트 등의 안료나 염료 제조에도 사용되며, 이전에는 휘발유를 만드는 과정에서 성능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납을 첨가하였지만, 대기 중으로 납이 방출되는 문제로 미국에서는 일찌감치 판매를 제한하였고, 우리나라의 경우 1993년부터 판매가 중지되었다. 납은 한자어로 연(鉛)인데, 과거 주유소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무연휘발유에서 ‘무연’은 매연을 배출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닌, 납이 포함되지 않은 휘발유를 의미한다.

 

외래로 내원했던 노동자들의 작업환경은 열악했으리라 판단이 된다. 혈중 납 농도가 60.7ug/dl로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던 분은 용해작업이 아닌 사상 작업을 하시는 분이었는데, 용해작업과 사상 작업의 공간이 분리되지 않았고, 용해작업자들의 경우 간헐적으로라도 마스크를 착용한 반면, 이 분의 경우 사상 작업을 하시면서 마스크 착용을 거의 안 했던 것이 유독 혈중 납 농도가 높았던 이유였으리라 판단된다. 사업장 내에 배기장치가 있다고는 하였으나,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했을 것으로 생각하였고, 배기장치에 대한 주기적인 점검은 이루어지지 않는 등 작업환경에 대해서도 개선할 점이 많았다. 특수건강검진 실무지침에 의하면 혈중 납이 30ug/dl 이상일 경우 2개월에 한 번씩 혈중 납을 연속해서 최소 2번 추적검사를 하게 되어있으며, 작업을 제한한 후에 추적검사를 하는 것이 타당하지만, 이러한 소규모 사업장에서 작업제한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납 자체가 1급 발암물질은 아니지만, 신경계 증상(떨림, 저림), 소화기계 증상(식욕 저하, 소화불량 등) 등을 유발할 수 있으며, 신장에 손상을 가하는 등 다양한 계통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심한 납중독은 뇌병증까지도 유발할 수 있다. 노동자들의 높은 혈중 납 수치와 비교하면 호소하는 증상은 없었으며, 표적장기들과 관련된 검사에서 특별한 소견들이 나타나지 않았던 것이 오히려 다행이었다. 노동자들 개개인에게 현재 하는 작업에서 납이 인체에 끼칠 수 있는 유해한 영향, 납의 특성과 함께 납 흄의 개념을 알려드리면서 특수방진 마스크 착용의 필요성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드렸다. 8월 2차 추적검사까지 완료한 결과 다행히도 노동자들의 혈중 납 농도는 4개월 전에 비해 많게는 15ug/dl 이상 감소하였다.

 

요즘 TV에서 노동개혁 공익광고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사실 공공의 이익에 전혀 부합하지 않기 때문에 ‘공익광고’에서 ‘공익’이란 단어는 어폐가 있으며, 광고를 보고 있자면 부아가 치민다. 진정한 노동 개혁은 노동자들이 당연하게 누려야 할 권리를 최대한 보장하고, 산업현장에서 생길 수 있는 여러 가지 위험요소로부터 노동자들을 잘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함에도, 정부가 외치는 노동개혁에는 ‘쉬운 해고’만 있을 뿐 개혁의 방향은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다. 2014년 고용노동부에서 발표한 산업재해 통계자료에 의하면 전체 노동자 수 중에 50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 수가 월등히 많으며, 재해율 또한 사업장의 규모가 작을수록 높다. 과거와 비교했을 때 크게 달라진 것도 없으며, 여전히 소규모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산업보건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더는 방치할 수 없다. 소규모 사업장의 보건관리를 위한 인프라 구축과 관리방안에 대한 제대로 된 담론이 필요하며, 장기적이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나가도록 해야 할 것이다. 지금 시작해도 늦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