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과로사통신] 노동시간 제한이 부재한 과로사회, 일본 / 2020.05

노동시간 제한이 부재한 과로사회, 일본

이와하시 마코토 POSSE

 

일본은 '과로사'라는 말을 만들어낼 정도로 과로가 심각한 나라입니다. 그런데도 2019년까지 의미 있는 법적 노동시간 제한이 없었습니다. 이는 회사가 노동자에게 1년 동안 하루 24시간, 365일 일을 시켜도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뜻이었습니다. 지금은 고용주들이 한 달에 100시간 이상의 연장근무를 시킬 수 없도록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여전히 '과로사 역치'라고 불리는 월 80시간의 연장근무보다 20시간이나 많은 장시간 노동이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일본의 과로사 현황

1980년대에 노동법률가, 의사, 노동운동가들이 함께 '과로사'라는 단어를 사용하기 시작한 이후, 직장에서의 일 때문에 발생하는 죽음과 질병의 숫자는 극적으로 증가했습니다. 일본 정부의 과로사 백서에 따르면, 2018년 과로에 의한 뇌혈관, 심혈관질환 혹은 그 사망으로 산업재해보상보험에 보상을 신청한 사례는 모두 877건입니다. 이 중 업무관련성이 있다고 승인된 것은 238건 뿐이고, 이 중 82건이 사망 사건이었습니다. 2017년에는 업무상 과로에 의한 질환으로 승인된 것이 253건, 이 중 92건이 사망 사건이었습니다. 2002년 이후, 일본에서는 매년 100여 건의 과로사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고, 이는 4일에 한 명씩 과로로 사망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일반적으로 한 달에 100시간 이상의 연장 노동을 하거나, 2~6개월 동안 한 달에 80시간 이상의 연장 노동을 한 경우에만 과로사로 인정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산업재해로 인정하고 있는 사례들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는 점을 지적해야 합니다. 자신의 가족 중 한 사람을 잃은 유가족들이 나서, 그 죽음이 업무와 관련됐다고 '증명'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많은 과로사 사례가 아예 보고되지 않거나, 특별한 이유가 없는 '급성심장사'로 처리되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이런 점에서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이 과로 때문에 자신의 삶을 잃고 있는지 제대로 정보도 모으지 않고 있습니다.
  

▲  일본에서 과로사는 1980년대부터 꾸준히 문제제기되었다. 그럼에도 2015년 일본의 대기업 광고회사 덴츠에서 일하던 다카하시 마쓰리 씨가 과로자살로 유명을 달리했다. 여전히 장시간 노동과 블랙기업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 ⓒ ANN 방송화면 캡쳐

 
일본의 블랙기업과 과로자살

과로자살은 말 그대로 과로에 따른 자살이라는 뜻입니다. 과로자살은 장시간 노동이나 업무의 양적, 질적인 변화에 따른 정신질환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2018년 자살을 포함해 과로로 인한 정신질환으로 산재 보상을 신청한 건수는 모두 1820건으로, 역사상 가장 많은 숫자였습니다. 이 중 정부가 산재로 인정한 것은 465건이고, 이 중 76건은 노동자의 자살 혹은 자살 시도였습니다. 과로사 피해자들이 주로 40대~50대의 남성 노동자들인 데 비해, 과로자살은 성별에 관계없이 젊은 노동자들 사이에서 많이 발생합니다. 과로자살이 매년 늘어가는 이유는 노동자를 일회용품 취급하는 '블랙기업'들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에 만연한 장시간 노동과 일터 괴롭힘을 생각해보면, 465건이 빙산의 일각이라는 것은 아주 명확합니다. 경찰청에서 자살 사건을 수집해 분석한 결과, 2천여 건의 자살은 업무와 관련해서 발생한다고 합니다. 매년 2천여 명의 노동자가 업무와 관련된 이유로 자신의 목숨을 던지고 있는데, 정부는 이 중 100건도 안 되는 사례에 대해서만 보상하고 있는 것입니다.


산재인정을 위해 넘어야 할 난관들

이렇게 많은 사례들이 보고도 제대로 안 되는 이유는 1) 과로사라고 생각하는 경우, 가족을 잃은 누군가가 자료를 모아 산재보상을 신청해야 하고 2) 유가족이 스스로 과로의 증거를 충분히 모았을 때에만 정부로부터 산재 승인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일 노동자 가족들이 산재 보상 신청을 하지 않으면, 이 사건은 그대로 숨겨지게 됩니다. 그 죽음이 과로에 의해 발생했거나, 다른 업무 관련 문제와 관련이 높다고 하더라도 말입니다.

노동자나 유가족이 신청하지 않으면, 정부나 지방 노동 관서에서는 먼저 나서 회사를 조사할 권한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유가족이 최소한 그 죽음이 업무와 관련되었다고 의심을 하고, 이 노동자가 극심한 장시간 노동이나 일터괴롭힘 혹은 다른 어떤 이유 때문에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았다는 믿을만한 증거를 수집하는 것이 과로자살로 보고되는 데 필수적이라는 뜻입니다.

많은 고용주들은 직장 내 정보를 공개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노동자들에게 연장근무를 강요해서 발생한 손해에 대해 책임지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일터 괴롭힘과 관련된 많은 경우에서, 자살의 원인이 업무와 관련돼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은 더욱 어렵습니다. 유가족들이 중요한 증거를 성공적으로 수집한다 해도, 정부가 그 죽음을 업무와 관련되었다고 승인하고 보상을 제공할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가족들이 그 질병이 과로 때문이라고 생각한 사례는 877건이었지만, 그 중 238건만 업무와 관련이 있다고 승인되었습니다. 수백 명의 노동자, 유가족 들은 어떤 보상도 받지 못한 채 남겨졌습니다.

일본의 고용주들은 노동자들에게 장시간 노동을 시키는 것으로 악명이 높습니다. 노동자들은 수백시간에서 심하면 수천 시간에 해당하는 자신의 삶을 일하느라 빼앗기게 됩니다. 이를 멈추기 위해 노동조합과 사회단체들은 노동자들과 가족들이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고, 정부나 회사로부터 정당한 보상을 요구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연구리포트] 노동시간에 관한 사회학 연구 동향 / 2020.05

노동시간에 관한 사회학 연구 동향

 

신희주 노동시간센터 연구위원

 

이 글에서 소개할 노동시간의 건강관련성을 다루는 논문들은 노동시간에 대한 사회학적 접근이라 필자가 분류한 것들이다. 사실 노동시간은 배타적으로 사회학적 주제는 아니며, 다양한 사회과학과 의학·보건학적 주제이기도 할 것이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현대 사회학의 수많은 연구 주제들이 실제로 경제학, 역사, 철학, 정치학 등 사회학보다 등장이 빨랐던 오래된 학문들에서 다루어 왔던 것들을 재구성하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대부분의 학문들은 학문 자체의 정통성을 유지하기보다는 변화된 요구에 맞는 학제 간(interdisciplinary) 접근 방식을 택하고 있다. 사회학 역시 인접학문과 소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할 뿐만 아니라, 예전에는 별개의 영역이라 여겨지던 과학기술, 의료·건강 분야까지 학제 간 연구가 이루어진 지 오래되었다.

사회학을 학문으로 정착시키는데 선구적으로 기여한 프랑스의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 (Emile Durkheim)은 이미 130여 년 전에 우울과 자살이 정신병리학적이거나 심리적인 현상이 아니라 사회구조적 요소들에 의해 이루어지는 사회적 현상임을 강조하며, 사회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자살의 현상을 사회적으로 연구하기도 했다. 따라서, 사회학은 어떤 면에서 보면 의학과 심리학의 영역과도 처음부터 밀접하게 교류하던 학문이었을 것이다.

이 글에서 소개하는 세 편의 사회학적논문들은 노동시간을 구성하는 구조적이고 체계적인 사회적 배경에 대한 고찰을 기반으로 노동시간이 개인의 건강, 그리고 그들이 속한 사회에 미치는 효과를 고려하고 있다는 점에서 학제 간 연구의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이 논문들이 수록된 학술 저널들 (Social Science & Medicine, Occupational and environmental medicine, 보건과 사회과학) 들의 제목들은 그 자체로 사회과학과 의·보건학을 접목하고 융합시키는 중요한 시도를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신건강을 위해서는 얼마의 노동시간이 필요한가?

소개할 첫 번째 논문은 주당 근로시간의 단축: 정신건강을 위해서는 얼마의 노동시간이 필요한가?(A shorter working week for everyone: How much paid work is needed for mental health and well-being?)이다.

이 논문은 최근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많은 사람이 일자리 없는 미래에 대해 갖는 불안감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오랫동안 영화나 소설의 소재로 쓰여 왔던 인공지능의 개념은 이제 사람들에게 매우 친숙하고 일상화되었으며, 노동의 공간까지 침투하여 비교적 단순한 형태의 직업뿐만 아니라 전문가의 직업까지 위협하는 불안정노동의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내고 있다. 산업사회 이후에 늘 존재해왔던 불안감이었지만, AI의 발전은 광범위한 분야에서의 직업의 상실로 대규모 실업 사태를 야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장시간 노동 대() 과소 노동 혹은 실업이라는 노동의 양극화라는 새로운 사회적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실업은 정신적 스트레스와 사회적 소외, 음주, 흡연 등의 생활습관으로 인한 여러 가지 건강문제를 야기할 수 있으며, 수입의 감소나 부재로 인한 빈곤의 확대, 사회적 불평등과 관련된 요소이다. 이런 점에서 직업은 개인에게 수입을 보장해주는 명시적 기능 이외에도 시간을 일상적으로 구조화하고 체계적으로 보낼 수 있게 할 뿐만 아니라 직장을 통해 이루어지는 사회적 접촉, 구성원들 간 공유된 목적의식, 노동자의 정체성 형성 등의 잠재적 기능 역시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이 논문은 사람들의 정신건강을 위해 직업이 어떤 의미를 가지며, 보다 직접적으로는 일하는 사람들이 최상의 건강상태를 누리기 위해 어느 정도의 주당 노동시간이 필요한지를 규명하고자 하는 것이다.

영국의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본 논문의 몇 가지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실업 상태였거나 비경제활동상태였다가 고용상태가 된 사람들이 심리적 안정을 얻을 수 있는 최소한의 근로시간은 주당 1~8시간, 즉 일단 고용되어 일주일에 한 시간 이상 일을 하는 것만으로도 심리적 스트레스가 줄어든다, 2) 삶의 만족도는 주당 8시간 근무까지 지속적으로 증가를 하지만, 8시간 이상의 근무는 특별히 삶의 만족도와 관련이 없다, 3) 이전에 실업이었거나 비경제활동상태였다가 고용된 여성들은 20시간 이상 일할 때 높은 삶의 만족도를 나타낸다.

2, 3번의 결과에 대해 저자는 개인의 삶의 만족도가 단순히 일자리 여부나 높은 수준의 임금과 단선적으로 연관되는 것이 아니라, 수당 등의 사회복지 체계가 그들의 노동조건과 어떻게 맞물리는지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 해석한다. , 연령이나 가족구성에 따라 결정되는 노동시간에 대한 수당(benefits) 수입이 노동시간 만족도를 결정하는 요소가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논문은 야심차게 던진 삶의 만족도와 정신적 건강을 최대한 누릴 수 있는 적정 노동시간은 얼마인가?”라는 질문에는 일관된 결과를 확보하지 못한 것 같다. 그러나 몇 가지 결과들로부터 삶의 질의 향상과 심리적 부담을 가장 적게 느끼는 노동시간은 주당 8시간이라는 추론을 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저자들은 정상적 풀타임 노동시간이라 여겨지는 40시간 노동이 정말 정상적인가라는 상당히 공격적 문제를 던지는 한편, 노동자들의 정신건강과 사회적으로는 생산성 향상을 위해 장기 휴가 후 단시간 노동하는 업무로의 복귀 등의 혁신적 정책 또한 실험적으로 시도해볼 수 있다는 점도 제시한다.

 

병원노동자의 일·삶 균형을 위한 근무시간 변화

두 번째 논문은 근무 시간의 변화가 교대제 근무를 하는 병원 노동자들의 일-생활 갈등에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가?(Are changes in objective working hour characteristics associated with changes in work-life conflict among hospital employees working shifts? A 7-year follow-up)인데, 이 논문은 핀란드의 공공부문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수행한 서베이를 이용한 병원 근무자들의 일-생활 균형에 관한 연구다.

우리 사회에서도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 워라밸의 대조적인 개념인 일-생활 갈등(work-life conflict)은 노동자들의 심리적 안정을 저해하는 가장 큰 심리사회적 위험요소로 꼽히는데, 그 중에서도 일과 가족생활 간의 불균형이 가장 대표적인 일-생활 갈등일 것이다. 특히 어린 자녀를 둔 사람들(특히 여성들)의 경우 자녀 양육 문제는 노동시간의 문제와 중첩되어 이중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런 갈등은 그들의 삶의 질을 낮추고, 직업 스트레스, 수면장애, 우울증, 병가의 가능성을 높이며, 사회적으로는 생산성을 저해하여 고비용을 발생시키는 효과를 낳는다. -생활 갈등을 발생시키는 노동시간 형태는 교대제 이외에도 장시간 노동, 야간노동이나 주말노동 등과 같은 비표준화된 근로시간, 혹은 비상 대기업무 (on-call) 등이라 할 수 있다.

이 연구의 결과들은 비표준적 노동시간의 영향성을 연구한 다른 논문들과 대체적으로 일관된 내용을 보여주는데, 우선 교대제의 경우 오후(evening)근무나 야간(night)근무 비율이 증가할수록 일-생활 갈등이 더 빈번하게 나타나며, 주말 근무가 빈번해질수록 역시 갈등이 증가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근무를 끝낸 지 11시간 이내의 업무 복귀를 뜻하는 급속복귀(quick return)48시간 이상의 장시간 근무 역시 교대제 밤 근무와 마찬가지로 부정적 건강 영향성을 갖는다.

우리 사회에서도 병원은 사회적 요구에 의해 경찰, 소방서 등과 함께 교대제 노동이 필요한 곳이라 인식된다. 그러나 공공서비스 분야라 하더라도 야간노동은 신체리듬을 교란시켜 건강에 심각한 위협을 끼치고, 가족생활이나 사회생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따라서, 야간노동의 환경 개선, 인력과 예산의 충분한 확보, 그에 따른 합리적 근무 스케줄의 구성 등을 통해 이러한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사회적 장치들이 반드시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노동시간 불일치와 노동자 건강

세 번째 논문은 보건사회연구에 게재된 노동시간 불일치와 근로자의 건강과의 관계 분석이다. 노동시간 불일치는 기본적으로 노동자가 선호하는 노동시간과 실제 노동시간이 차이가 나는 것을 뜻하며, 이러한 불일치의 발생 원인은 장기계약, 일자리 불안, 규제, 정보의 비대칭성, 소득불평등에 의한 것으로 생각된다. 한국의 경우, 임금 노동자들의 실제 노동시간은 46.5시간이며, 선호 노동시간은 45시간가량으로 원하는 시간보다 1~2시간 더 일하는 것으로 나타나며, 노동자들의 28.5% 가 과잉노동을 그리고 과소노동을 하는 비율은 11.4% 수준인 것으로 나타난다.

노동시간이 사용자와 노동자들 간의 동등한 교환관계에 의해 성립하는 것이라는 신고전주의 경제학의 전제와는 달리, 노동력을 판매하여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노동자들은 실제로는 노동시간을 선택의 자유가 거의 없기에 개인이 원하는 시간보다 적은 시간 혹은 많은 시간 일을 하게 된다.

노동자들은 작업량이 많거나 노동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때, 고용상태가 불안하고 작업성과에 대한 압력이 증가할 때 장시간 노동을 하게 되고 이는 노동자 개인의 건강과 생활뿐만 아니라 생산성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한편, 과소 노동은 비정규 및 시간제 노동을 하는 사람들의 경우가 많은데 이 역시 저임금, 직업 안정성의 저하, 삶의 예측 불가능성 등으로 인해 높은 수준의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된다. 많은 경우 우울 등의 정신적 문제를 겪으며 알콜 의존성 역시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연구의 목적은 한국에서의 노동시간 불일치와 노동자 건강 간의 관계를 분석하여 노동시간 정책에 대한 시사점을 제공하고자 하는 것이다.

연구 결과는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주당 44~49시간보다 적게 일하거나 많이 일하는 경우 모두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으며, 특히 자신이 선호하는 노동시간보다 실제 노동시간이 적어지거나 많아지는 경우 모두 부정적 건강영향을 띤다. 초과노동의 경우에는 장시간 노동이 노동자들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력의 설명과 맥락이 일치한다. 과소노동의 경우에는 실제 노동시간은 짧지만, 그만큼 원하는 임금 수준에 도달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삶의 만족도가 낮아지게 되고, 나쁜 습관(알콜, 흡연, 신체활동의 제한 등)에 의한 건강 악화를 경험할 가능성이 많다는 설명이 흥미롭다.

과소노동과 과잉노동에 대한 연령효과도 주목할만하다. 주로 가정을 가진 연령대인 30, 40대 노동자들은 상대적으로 과잉노동에 대해 수용적인데, 이는 승진 등의 고용상 보상동기가 강해 금전적 보상이 없어도 장시간 노동을 수용하는 경향이 나타나며, 보상이 있는 경우 장시간 노동과 건강 간의 부정적 관계는 완화된다는 것이다.

 

노동시간연구가 더 활발히 이뤄지길

누구에게나 시간은 늘리거나 줄일 수 없는 제한된 자원이며 삶 자체이다. 노동시간은 근본적으로 인간들이 자신들의 삶을 구성하는 데에서 자신의 욕구와 사회적 필요에 의해 노동하는 사람 스스로에 의해 자율적으로 배분되어야 한다. 그러나 자본주의적 사회관계 속에서 규정되는 노동시간에 의해 삶의 위협을 받는 사람들은 바로 그 삶의 위협 때문에 노동하게 되는 노동자일 수밖에 없다. 노동시간에 대한 학제 간 연구들이 더욱 활성화되어 노동시간과 삶의 질에 대한 보다 근본적이고도 다양한 주제들에 대해 논의할 수 있길 바란다.

특집2. 코로나 이후, 재난자본주의를 경계한다 / 2020.05

코로나 이후, 재난자본주의를 경계한다

 

최민 상임활동가

지난  4월 13일 민주노총 부설 민주노동연구원은 「문재인 정부 코로나19 대응 비판」(민주노동연구원, 이슈페이퍼 2020-06)을 통해, 정부가 천문학적 규모의 기업지원 조치를 발표했지만, 그에 비해 고용·실업 및 노동자 지원대책은 매우 부실하다고 비판했다. 금융시장 안정화에 100조원 이상, 코로나 19 피해 수출입해외진출기업에 대한 긴급 금융지원 20조, 36조 이상의 수출활력 제고 방안, 2.2조 원 규모의 스타트업·벤처 지원방안이 발표됐다. 이에 비해, 고용․실업 및 노동자 지원대책에 새롭게 증액된 예산 규모는 현재 논의가 진행 중인 재난지원금(14조 가량)을 제외하면 1조 5783억 원에 불과하다.

게다가 고용충격에 대비한 대책도 기존의 고용유지지원금과 일자리안정자금을 확대하는 방식이어서, 해당 제도의 문제점이 그대로 반복된다. 예를 들어, 고용보험 미가입자, 특수고용 노동자, 파견·용역·사내하청 등 간접고용 노동자,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은 법적 혹은 실질적으로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남아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경총과 전경련은 지난 3월 말 "경제활력 제고와 고용·노동시장 선진화를 위한 경영계 건의", "코로나19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경제계 긴급제언"을 통해, 일상 해고를 포함한 노동유연화와 법인세·소득세〮 상속세 인하 등 기업 비용 축소, 규제 완화 등을 요구했다. 코로나 19를 핑계로 대고 있지만, 사실상 재계가 지속적으로 요구하던 규제완화 내용이다. 경총과 전경련의 제안은 유사한 내용을 담고 있어, 전경련의 경제계 긴급제언 중 노동자 건강 및 안전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조항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코로나19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경제계 긴급 제언(2020.03.25) ⓒ 전경련

   
코로나19 빙자한 노동시간 연장 시도

눈에 띄는 것 중 하나는 노동시간과 관련된 규제 완화 요구가 대거 들어있다는 점이다. 2018년 주 52시간까지로 노동시간을 제한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이 있었지만, 300인 이상 사업장에만 먼저 시행됐고, 겨우 올해부터 50인 이상 사업장에도 적용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노동시간 제한의 예외가 되는 특별연장근로 인가 대상을 확대하라는 요구가 포함돼 있다. 그리고 노동부 장관은 코로나19와 관련한 지원 때문에 바빠진 금융기관의 경우 특별연장근로 인가를 빠르게 추진해주겠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지난해 말,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특별연장근로가 가능한 사유를 대폭 늘릴 수 있게 준비해두었다. 원래 인가 대상이던 '자연재해, 재난 또는 이에 준하는 사고의 수습'과 같은 제한적인 경우뿐 아니라, '통상적인 경우에 비해 업무량이 대폭 증가한 경우로서 이를 단기간 내에 처리하지 않으면 사업에 중대한 지장이 초래되거나 손해가 발생되는 경우'까지 포함시켜놓았던 것이다. 이 개정 내용이 코로나 국면에서 방역업체, 마스크 생산 업체로 적용되더니, 이제 금융기관까지 확대되려는 것이다.

재계는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연장도 요구하고 있다. 주52시간으로 노동시간 연장이 제한되면서부터 지속적으로 요구해오던 것이다. 탄력적 근로시간 기간 동안에는 주당 최대 64시간까지 일할 수 있는데, 그 단위 기간이 늘어나면 연달아 64시간까지 일하는 기간도 늘어난다. 단위기간이 6개월만 돼도, 3개월 연속 주당 64시간 일할 수 있어 뇌심혈관질환이나 정신질환 위험이 크게 증가한다.

특별연장근로 인가 확대나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연장 요구는 모두 노동시간 제한을 무력화시키려는 시도다. 자본이 꿈꾸는 코로나 이후의 세상은 아마도 과로와 실업이 공존하는, 일자리 때문에 과로도 감지덕지하는, 그래서 노동시간 제한이 필요 없는 사회인 것 같다.

안전도 상생도 뒷전으로

그 외에도 대형마트 의무휴업을 폐지하라는 요구나 화물차 안전운임제도 유예기간 연장 요구 역시 해당 산업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을 늘리고, 노동환경을 악화시키게 된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지정의 주요 근거는 소상공인 살리기였지만, 그 덕에 마트 노동자들의 노동시간도 단축되었다. 특히 남들 쉴 때 쉬는 '사회적 휴일'을 보장받을 수 있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본다. 인간다운 삶을 위해, 필수적인 업무가 아닌 다음에야 불필요한 야간 노동, 휴일 노동을 해서는 안 된다. 이런 측면에서의 작은 성과를 없던 것으로 하자는 주장이다. 유통업계에서는 대형마트가 더 이상 유통업계의 강자가 아니라고 하지만, 코로나19로 대형마트의 온라인 매장 매출액이 오히려 증가했다는 사실은 말하지 않는다.

일부 유통재벌만의 욕심은 아닌 것이, 안동시에서 대형마트 의무휴업 한시 철폐가 추진되기도 했다. 생필품 품귀 현상을 막는다는 명분이었다. 결국 부결되어 없던 얘기가 되었지만, 논의가 진행되는 동안 유통업계와 경제지들은 안동시에서 규제가 풀리면 다른 지자체까지 확대되기를 고대하고 있었다.

자본의 공격은 2020년 1월 1일부터 시작된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에도 닿았다. 안전운임제는 낮은 운임으로 인해 과로, 과속, 과적의 위험에 내몰리는 화물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제안됐다. 화물노동자가 지급받는 최소한의 운임을 공표하고 지키지 않을 시 과태료를 부과하는 제도다. 화물노동자들의 과로, 과속, 과적으로 인한 사고 발생이나 도로 손상 등 사회적 비용이 크기 때문이다. 그나마 현재 시행되는 안전운임제는 3년 한시적으로 전체 화물노동자 40만 명 중 6.5%에 해당하는 수출입 컨테이너와 시멘트 품목에만 적용되고 있을 뿐이다. 적용대상이 훨씬 넓어져야 한다는 서명 운동도 진행 중이다. 그런데 2월까지였던 유예 기간을 코로나 사태 종료 때까지 연장하자는 것이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를 계기로 2013년 제정된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이하 화평법)도, 재계가 무슨 일만 있으면 완화와 유예를 요구해오던 법률이다. 이번에도 역시 화학물질 등록 기간을 1년 유예해달라고 요청했다. 환경운동연합 등은 이에 대해 "올해 들어서도 서산 롯데케미칼 폭발사고 등 전국 곳곳의 화학물질을 다루는 공장에서 사고가 발생하고 있고 여전히 노동자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위험에 노출되고 있는 상황"인데, 가당찮은 요구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정부의 생각은 달랐다. 4월 8일 열린 제4차 비상경제회의에서 환경부는 화학물질관리법(이하 화관법), 화평법상 일부 조치를 유예하거나 완화해주었다. 내년 12월까지 한시적으로 화관법상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 인허가 패스트트랙 품목을 늘리고, 화평법상 연 1톤 미만으로 신규화학물질을 제조·수입하는 기업이 환경부에 제출해야 했던 시험자료 제출생략 품목을 크게 확대해주는 것이다.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요구나 안전운임제 유예 연장, 화평법 완화 등은 모두 안전과 상생은 뒷전으로 하고 싶던 기업들의 속내를 보여준다. 재난 상황을 기회로 규제완화의 '뉴 노멀'을 만들고 싶은 모양이다.

어떤 사회로의 회복을 요구할 것인가?

이런 기업들의 요구에 정부가 적극 호응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노동부에서 노동시간 제한을 완화하고, 환경부는 화학물질 관리 책임을 느슨하게 해 준다. 기업활력제고 특별법 적용대상 모든 업종으로 확대하라는 요구에, 정부가 법 개정을 고민하고 있다는 기사도 나왔다. 원샷법이라고 불리는 기업활력제고 특별법은 기업 인수합병을 쉽게 하는 법인데, 정부 스스로도 이 법에 따라 사업 재편을 위한 기업 인수합병이 활발해지면 중장년층 실직자들이 양산될 수 있다고 말해왔다.한국판 재난자본주의가 펼쳐질 수 있다.

전쟁, 자연재해 등과 같은 재난이 사회를 덮쳐, 사람들이 충격을 받고 공포에 빠져 있을 때, 자본이 즉각적으로 자신의 이익을 높이기 위한 약탈 행위를 재난자본주의라 한다. 1998년 한국의 외환위기도 한 예다. 국가 부도라는 초유의 사태로 '쇼크'를 받은 한국은, "개방하고 민영화해야 국가 부도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신자유주의를 '쇼크 독트린'으로 받아들인다. 외환위기 이후 비정규직 확대, 상시적 구조조정과 불안정 고용이 한국사회의 '정상'이 되었다. 구조조정 후 살아남은 노동자들의 노동강도는 높아졌다. 1998년 크게 증가한 자살률은 이후로 20년째 떨어지지 않고 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코로나로 인한 감염자 수, 재난지원금만 바라보다 지난 과오를 되풀이 할 수 있다. 경기활력 제고를 앞세운 규제 완화, 일자리를 볼모로 한 노동권 후퇴, 노동관계법 개악이 슬금슬금 진행되고 있다. 고통분담이냐 노동자 사이의 연대냐, 기업 살리기냐 고용 유지이냐, 어떤 기조로 이 시기를 넘어서느냐에 따라 앞으로 마주할 20년이 달라질 것이다.

[언론보도] “6월 항쟁이 직업환경의학을 깨웠다” [인터뷰] 김형렬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20.02.06,

“6월 항쟁이 직업환경의학을 깨웠다”
[인터뷰] 김형렬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어디가 아프냐”보다는 “어디서 일하냐”고 묻는 의사
직업 또는 환경과 질병의 인과관계를 밝히는 역할 수행
“일 때문에 아픈 노동자 없는 사회 위해 계속 노력”


 서정필
 승인 2020.02.06 08:16

 

김 교수는 “노동자가 건강하게 일을 하려면 단지 건강검진 열심히 받고, 술, 담배 적게 하고, 운동하고, 건강한 식습관을 갖는 것만은 아니다”라며 “이러한 불건강 행위를 유발하는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것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직업환경의학은 노동자들의 건강을 해치는 직무스트레스, 장시간노동, 저임금, 열악한 작업환경을 바꾸어내는 역할을 자신의 주요한 역할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https://www.hkn24.com/news/articleView.html?idxno=309388

 

“6월 항쟁이 직업환경의학을 깨웠다” - 헬스코리아뉴스

[헬스코리아뉴스 / 서정필] “1987년 6월 항쟁 후 9월까지 이어진 노동자 대투쟁을 겪으며 우리 사회가 노동자의 건강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이듬해인 1988년 ‘문송면 씨 사건’과 ‘원진레이온 사건’이 잇...

www.hkn24.com

 

[언론보도] [배전전기노동자③] 건강한 삶은 떠난 지 오래 (20.02.05,뉴스클레임)

[배전전기노동자③] 건강한 삶은 떠난 지 오래 
김동길 기자 승인 2020.02.05 11:14

 

배전 전기 노동자들은 종일 근골격계 부담을 받으며 일을 한다. 반복적인 작업과 어색한 자세, 많은 작업량 등 높은 노동강도는 이들을 골병 나게 했다.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일에 몰두하며 노동자들은 자신의 몸을 잃어버린 지 오래다. 건강하지 않은 채로 노동자가 일에 몰두하면, 모두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했다.

노동권에 따르면 배전전기 노동자들은 직종 무관하게 어깨, 팔, 손목 등 상지 중심의 부담 작업이 매우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0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설문조사 결과 근골격계 증상을 경험한 사람 중 어깨 증상을 경험한 사람은 1431명(64.6%)이었다. 이어 팔과 팔꿈치(61.6%), 손(57.2%)이 따랐다. 

http://www.newsclaim.co.kr/news/articleView.html?idxno=3860

 

[배전전기노동자③] 건강한 삶은 떠난 지 오래 - 뉴스클레임

배전 전기 노동자들은 종일 근골격계 부담을 받으며 일을 한다. 반복적인 작업과 어색한 자세, 많은 작업량 등 높은 노동강도는 이들을 골병 나게 했다.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일에 몰두하며 노동자들은 자신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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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배전전기노동자②] 눈 떴다 감으면 하루 끝 (20.02.04, 뉴스클레임)

[배전전기노동자②] 눈 떴다 감으면 하루 끝
 김동길 기자 승인 2020.02.04 09:05

 

 

배전 전기노동자들이 일하는 환경은 매우 위험한 곳이다. 노동자들은 매일 22900 볼트의 살아 있는 전기를 만지는 일을 한다. 이로 인해 노동자들은 근무시간에 매번 스트레스를 호소한다. <뉴스클레임>은 그간 배전 전기 노동자들이 얼마나 힘들게 살아왔는지 총 3회의 시리즈 기획기사를 통해 집중 조명한다. <편집자말>

“휴식시간 뭐 있어요? 점심 먹고 한 30분 정도 일할 수밖에 없지 뭐 그 자리에서... 자고, 쉴 시간도 없으니까. 보면 이게 언제쯤 끝나겠다는 걸 대충은 아는 사람인데 다. 일하는 사람들이 쉴 시간이 없어요.” 

한 배전 전기 노동자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 이같이 호소했다. 배전 전기 노동자는 장시간 노동을 하며 쉴 틈 없는 작업 속도로 스트레스를 받는다. 

http://www.newsclaim.co.kr/news/articleView.html?idxno=3843

 

[배전전기노동자②] 눈 떴다 감으면 하루 끝 - 뉴스클레임

배전 전기노동자들이 일하는 환경은 매우 위험한 곳이다. 노동자들은 매일 22900 볼트의 살아 있는 전기를 만지는 일을 한다. 이로 인해 노동자들은 근무시간에 매번 스트레스를 호소한다. 은 그간 배전 전기 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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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배전전기노동자①] 자유는 그림의 떡 (20.02.03, 뉴스클레임)

[배전전기노동자①] 자유는 그림의 떡
김동길 기자 승인 2020.02.03 09:14

 

 

배전 전기노동자들이 일하는 환경은 매우 위험한 곳이다. 노동자들은 매일 22900 볼트의 살아 있는 전기를 만지는 일을 한다. 이로 인해 노동자들은 근무시간에 매번 스트레스를 호소한다. <뉴스클레임>은 그간 배전 전기 노동자들이 얼마나 힘들게 살아왔는지 총 3회의 시리즈 기획기사를 통해 집중 조명한다. 편집자말

배전 전기 노동자가 생계를 위해 추락과 끼임 등 위험을 감수하고 살아가고 있다. 이들은 신체적 스트레스뿐 아니라 정신적 스트레스도 호소한다. 하루 실근무시간은 9시간을 넘는다.  제대로 된 여가시간도 없이 노동자들은 하루를 버틴다.

3일 노동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전국노동건설조합은 배전 전기 노동자 2189명에게 실시한 설문조사를 분석했다. 그 결과 대다수 노동자들이 여러 위험 환경에 노출되고 있었다. 근무환경도 열악했다. 

http://www.newsclaim.co.kr/news/articleView.html?idxno=3823

 

[배전전기노동자①] 자유는 그림의 떡 - 뉴스클레임

배전 전기노동자들이 일하는 환경은 매우 위험한 곳이다. 노동자들은 매일 22900 볼트의 살아 있는 전기를 만지는 일을 한다. 이로 인해 노동자들은 근무시간에 매번 스트레스를 호소한다. 은 그간 배전 전기 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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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노동시간단축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19.01.23, 매일노동뉴스)

노동시간단축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김정수 직업환경의학전문의(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2020.01.23 08:00

 

 

필자가 원장으로 근무하는 의원은 직원 20~30명 규모의 중소기업이다. 5년 전 처음 개원했을 당시 직원이 8명이었는데, 개원 초반에는 대부분 직원이 상당한 시간의 초과노동을 했다. 직원들은 급여를 많이 받고 의원은 경영상 이득이 있었지만 과로로 인한 피로감, 업무상 스트레스, 직원들 간의 갈등 등 폐해가 적지 않았다. 초과노동으로 인한 수당이 신규인력 채용에 드는 비용을 오히려 초과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 대한 성찰을 통해 주 40시간 근무 원칙을 가능한 한 철저히 준수하기로 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업무량이 증가할 경우 근무시간 증가보다는 신규인력 채용을 우선 고려하게 됐다. 신규인력 채용에 따른 인건비 부담은 초과노동에 대한 인건비 부담을 고려하면 그다지 크지 않았다. 직원들의 급여 수준은 일시적으로 감소했다가 다시 증가했다. 건강검진 등으로 인해 연말 업무량이 평상시의 2~3배로 폭증하는 업무 특성상 일시적으로 초과노동이 발생하기는 하나 이 또한 월 20시간(주 5시간)을 초과하는 경우는 드물다. 직원들의 근무시간 만족도는 꽤 높은 편이다. 이는 낮은 이직률과 높은 업무 숙련도로 이어져 의원의 경쟁력 강화에 상당히 도움이 되는 것으로 판단된다.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62677

 

노동시간단축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 매일노동뉴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노동자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칠 노동정책은 단연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일 것이다. 2018년 7월 300명 이상, 올해 50명 이상 사업장에서 시행 중이다. 48.7%의 직장인들이 주 52시간 근무제로 야근이 줄었다고 응답한 설문조사 결과도 있고(비슷하다 43.6%, 늘었다 7.7%), 근무시간이 하루 평균 13.5분 줄어들었다는 조사 결과도 있고, 온라인 숙박 예약 업체들의 실적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는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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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 배전 전기 노동자 노동강도 평가 보고서

 

 

전국건설노동조합과 함께 수행한 '건설노조 전기분과위원회 배전 전기 노동자 노동강도 평가 사업' 보고서입니다. 

(발행일 : 2019.12)

 

 

 

<요약문>

1. 연구의 배경 및 방법

건설노조 산하 전기분과위원회 조합원들의 노동강도와 건강 실태를 설문조사, 면접조사, 현장조사, 생체지표 측정 등 다양한 방법으로 조사하고, 배전 전기 노동자들의 노동강도를 높이고 건강을 위협하는 원인을 분석하는 것을 목표로 조사 사업을 수행하였다.

 

2. 설문조사

2,558 명이 설문에 참여하여, 이 중 2,189명의 답변을 분석했다. 40~50, 장년 노동자가 다수를 차지하고, 전원이 남성이었다. 활선 노동자가 다수를 차지했다.

하루 노동시간은 8시간 이내라는 응답이 75%였지만 준비와 이동, 정리 시간을 제외하고 응답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작업 도중 점심시간 외에 따로 충분한 쉬는 시간을 갖지 못하는 비율이 높았다.

일반 취업자에 비해 물리적 유해요인에 근무시간 내내 혹은 거의 모든 근무시간 동안 노출되는 사람의 비율은 9~20, 인간공학적 유해요인에 근무시간 내내 혹은 거의 모든 근무시간 동안 노출된다는 응답은 1.8~7배 많았다. 저온노출과 중량물 취급이 가장 차이가 컸다.

68.6%의 응답자가 육체적으로 종종 혹은 항상 지친다고 응답했고, 65.3%의 응답자는 정신적으로 종종 혹은 항상 지친다고 응답했다. 현재의 작업량에서 약 33%가량의 노동강도/작업량 감소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강도를 가장 크게 호소하는 직종은 활선공이었다.

NIOSH 기준에 따라서 기준1에 해당하는 증상자는 1,670(76.3%)이며, 기준2에 해당하는 증상자는 1,489(68.0%)이고, 기준3에 해당하는 증상자는 691(31.6%)이었다. 이는 그동안의 건설노동자 대상 조사와 비교하면 훨씬 높은 것이다. 설문 응답자의 1/3가량이 치료가 필요한 기준3에 해당하기 때문에, 즉각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지난 1년간 한 군데라도, 한 번이라도 다친 적이 있다는 응답은 설문 응답자의 45.9%에 달했다. 부위별로는 손/손가락/손목, /팔꿈치, 어깨 순이었다. 4일 이상 다친 적이 있다는 응답은 전체 설문 응답자의 24.6%였다. 이 중 산재와 공상 치료를 모두 합친 처리 비율도 57.1%에 불과했고, 자비로 치료하지 않았다는 응답자 중에도 산재 처리 비율은 세 명 중 한 명에 불과했다. 사고의 유형은 부딪힘, 넘어짐, 물체에 맞음 순이다.

지난 1년간 아픈데도 나와서 일을 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46.5%였고, 아파서 일을 하지 못한 경험이 있다는 답변은 34.5%였다. 특히 활선공과 기계운전자는 아파도 쉬지 못하고 참고 나와서 일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였다. 업체별로 인원이 부족한 것과 관련이 있다.

본인의 일이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인식은 일반 인구에 비해 5배 이상 높았으며, 현재 일로부터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받고 있다는 인식도 1.9배 높았다. 업무는 위험하다고 생각하지만, 자신의 건강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는 경향이 엿보였다.

상용직에 비해 일용직 노동자들이 안전보건 정보 접근이나 건강검진 수검율에서 떨어지고 있어 노동조합에서 관심이 필요하다. 간접활선에 대해서 탁상 행정의 결과라는 인식이 컸다. 이에 대해 한전에게 적극적으로 대화와 대안 마련을 요구해야 한다. 조합원들이 제안하는 노동강도 완화를 위한 과제는 인원 충원, 고용안정, 휴게시간 확대였다.

 

3. 면접조사

배전 전기 노동자들의 노동강도는 크게 배전산업의 구조적 요인, 문화적 요인 두 가지에 의해 강화된다. 한전과 민간 하청업체, 배전 전기 노동자로 이뤄진 원·하청 구조는 배전 전기 노동자들의 고용안정성을 저해하여, 고용과 임금을 보장받기 위해선 높은 노동강도를 감내하도록 한다. 이는 민간 하청업체가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선 배전 전기 노동자에게 최대한 빨리 최대한 많이 일하도록 강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높은 노동강도로 인해 사고 발생 위험과 직업병 발병 위험이 높아짐에도 불구하고, 원청인 한전은 안전보건관리 책임을 민간 하청업체와 배전 전기 노동자들에게 전가하고 있다. 그로 인해 안전보건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며, 각종 산업재해는 배전 전기 노동자 개인이 감당해야 할 몫으로 남겨진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선 배전산업의 구조적, 문화적 요인들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 노동자들의 노동강도 현황 및 강화 요인에 대해선 노동자들이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지만,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변화시킬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인식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므로 본 연구에서 제안한 대안들을 놓고 조합원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다각도의 토론이 이뤄질 필요가 있으며, 이를 통해 조합원들과 현 상황 및 대안에 관해 충분히 공유하고 논의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토대로 배전 전기 노동자의 노동강도를 완화하기 위한 노동조합의 일치단결된 요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4. 현장조사

4일 동안 현장조사를 시행했다. 활선공을 중심으로 사선공, 조공도 함께 관찰했다. 이들 모두 쉬는 시간 없이 하루 종일 서서 일하고 있었다. 여러 개의 전주에 여러 명의 활선공이 공정 흐름에 맞춰 연속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작업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이에 따라 활선공은 물론 사선공과 조공을 비롯한 노동자들은 모두 쉴 새 없이 일하게 된다. 빠른 작업속도를 유지해야 하고 작업을 중지할 수 없다는 상황은 사고 위험을 높인다.

또한 제대로 쉬는 시간과 공간이 없는 것도 문제다. 실제 관찰하는 시간 내내 모든 작업자들의 쉬는 시간은 점심시간 1시간가량이었다. 실제 이 1시간도 점심을 먹는 시간을 제외하면 30분 내외이고 이마저도 배전 노동자들의 피곤함을 풀 수 있는 안정된 공간이 아니었다.

이는 배전 전기 노동자들이 가장 많이 겪는 추락, 감전사고 위험과도 연결된다. 빠른 속도로 여러 작업이, 여러 명에 의해 동시에 이뤄지는 것은 그만큼 사고 발생 위험 가능성을 높인다. 특히 전기가 살아있는 상태에서 작업하는 무정전공법을 하는 상황에선 사고의 긴장도를 낮출 수 없다. 활선공, 사선공은 고공 작업이 기본적이며 이때 안전 조치가 제대로 취해지지 않는다면 언제든 추락 위험이 있다. 무정전이 아닌 상태에서 감전사고 위험은 항시 존재한다. 저압선에서도 감전 사고 노출 위험이 있다.

고공, 상지부담, 중량물 취급은 모두 근골격계질환을 발생시키는 부담작업자세에 해당된다. 활선공, 사선공, 조공 모두 종일 서있는 자세를 취하며 각종 전선, 공구, 자재 등 무게가 나가는 중량물을 취급한다. 또한 손과 어깨, 목을 뒤로 젖히거나 꺾거나 비틀거나 여러 작업에 필요한 반복 작업을 종일하기 때문에 증상 호소자도 상당수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각종 방안 모색이 시급하다.

옥외작업이기 때문에, 날씨 영향이 크다. 자외선 관련된 질환 위험, 폭염으로 인한 건강 영향, 한랭 작업으로 인한 안전 사고 위험 증가와 근골격계 부담 증가 등이 우려된다.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스마트스틱도 배전 전기 노동자들의 노동강도를 높이는 주요 요인 중 하나다. 팔과 어깨에 과도한 힘을 사용하게 된다. 흐름공정과 빠른 작업 속도의 문화가 함께 개선되지 않는다면 안전이란 명목으로 스마트스틱을 사용하게 하더라도 실제 실효성을 거두기 쉽지 않아 보인다. 따라서 감전사고 위험을 최소화 하는 방법 모색이 필요한데, 이는 현장 노동자와 노동조합의 적극적인 협력으로 이뤄져야 적정한 공구 개발 시간도 줄이고 현장에서 안착화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더불어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된 것이 바로 안전 관리 시스템이다. 작업 날마다 안전회의를 진행하는데 매우 형식적인 것에서 그치고 있었다.

 

5. 생체지표 측정

24시간 활동혈압은 뇌심혈관질환 합병증의 유병률, 사망률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알려져 있고, 특히 야간 혈압이 고혈압의 합병증 및 사망률을 잘 예측하는 지표로 알려져 있다. 이번 연구에서 14명 중 10명이 숨겨진 고혈압이었고, 특히 이 중 9명은 모두 야간 활동 혈압이 고혈압에 해당했다. 많은 배전 전기 노동자들이 본인의 기초 질환에 대해 잘 모르고 있을 가능성이 있으며, 앞으로 일상적인 보건관리가 강화돼야 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야간 중 적절한 혈압강하 현상이 일어나지 않는 것은 만성적인 스트레스에 노출되었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야간혈압 비저하자의 경우 뇌졸중이나 표적장기손상의 위험성이 높고 심혈관계 합병증이 증가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는데, 이번 조사에서 14명 중 7명이 비저하자로 나타났다. 건강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많은 배전 전기 노동자들이 뇌심혈관질환 위험군에 속한다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이번 조사는 단 1회의 24시간 활동 혈압 측정을 기반으로 했고, 일한 날만 조사해 쉬는 날과 비교하지 못 한다는 제한점은 있다. , 주간 활동 시간에 전체적으로 측정률이 낮은 것도 아쉬움이다. 향후 유사한 조사를 반복 측정하고, 이후 보건관리 활동과 연계하여 배전 전기 노동자들의 뇌심혈관질환 예방에 기초 자료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6. 제언

평가에서 나타난 이와 같은 노동강도는 조합원들의 심각한 근골격계 증상 유병율로 나타났다. 앞으로 근골격계질환 예방과 치료받을 권리 확보, 휴식권 및 기초위생권 보장을 위한 투쟁이 필요하다. 최근 노동강도를 강화시키는 주요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간접활선 전환의 일방적 추진을 중단하고, 현장 노동자가 수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더불어, 현장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안전보건관리체계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앞서 지적한 근골격계질환 산재 승인 투쟁과 치료받을 권리 쟁취, 근골격계질환 예방 활동, 휴식권과 적정 노동강도 쟁취, 안전보건체계 구축 등은 매우 시급한 과제로 노동조합의 본격적 활동이 필요하다. 노동조합의 노동안전보건 활동을 강화하여, 인원 충원이나 고용 안정 등 구조적으로 노동강도를 높이는 원인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

 

 

최종_배전전기_노동강도_보고서.pdf
6.68MB

[언론보도] 국가기관은 근로감독의 성역이 아니다 (2020.01.02, 매일노동뉴스)

국가기관은 근로감독의 성역이 아니다

 

손익찬 변호사(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2020.01.02 08:00

 

필자는 지난달 16일 공공노총 산하 전국우체국노조가 주최한 “우체국 창구노동자의 노동현실 이대로 좋은가” 국회 토론회에 토론자로 참석했다. 집배노동자의 살인적인 근무조건에 가려진 창구노동자의 노동강도·근골격계 질환·감정노동 등이 다뤄졌다. 그래서 필자는 토론문에서 우정사업본부와 노동자들에게 산업안전보건법이 적용될 수 있는지를 검토했다. 산업안전보건법이 적용된다면 그 법률이 보장하는 권리를 노동자들이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집배노조에서 과로사를 막으려면 우정사업본부 특별근로감독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줄기차게 했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정말로 산업안전보건법 적용과 근로감독이 가능한지를 검토할 필요가 있었다.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62298

 

국가기관은 근로감독의 성역이 아니다 - 매일노동뉴스

필자는 지난달 16일 공공노총 산하 전국우체국노조가 주최한 “우체국 창구노동자의 노동현실 이대로 좋은가” 국회 토론회에 토론자로 참석했다. 집배노동자의 살인적인 근무조건에 가려진 창구노동자의 노동강도·근골격계 질환·감정노동 등이 다뤄졌다. 그래서 필자는 토론문에서 우정사업본부와 노동자들에게 산업안전보건법이 적용될 수 있는지를 검토했다. 산업안전보건법이 적용된다면 그 법률이 보장하는 권리를 노동자들이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집배노조에서 과로사를 막으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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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목소리] 노조 탄압을 멈추는 날까지, 흔들림 없는 투쟁 이어간다 / 2019.10

노조 탄압을 멈추는 날까지, 흔들림 없는 투쟁 이어간다

-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일진다이아몬드지회 정책부장 배원길 인터뷰

 

지안 상임활동가

지난 626,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일진다이아몬드지회는 전면파업에 들어갔다. 작년 1229일 설립된 노조는 2월부터 노조 인정과 노조파괴중단, 5년째 동결된 임금 인상, 작업환경 개선을 놓고 교섭을 진행했다. 그러나 사측은 노조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교섭에도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했고, 이에 조합원들은 서울 마포에 위치한 일진그룹 본사로 상경 투쟁을 시작하게 되었다. 일진다이아몬드 사측은 8/12 충북 음성공장을 직장폐쇄하면서 여전히 노조 탄압을 이어가고 있다. 28회차 교섭에 이르는 현재까지 사측은 쟁의 행위중단을 조건을 내걸며 교섭 이행에 응하지 않는 상황이다.

늦여름부터 이어진 일진다이아몬드 조합원들의 상경 투쟁은 폭염을 지나 완연한 가을이 온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103일이면 노조 파업 100일을 맞는다. 지난 923일에 마포 본사에서 농성 중인 일진다이아몬드지회를 방문해, 정책부장인 배원길 님을 만나 음성공장과 일진그룹 본사 농성장의 상황을 들어보았다. 또한 노조를 탄압하기 위해 설치한 40~50개에 달하는 작업장 CCTV 설치부터, 늘 발생해왔던 강압적인 조직문화 문제들을 짚어보며, 현장에서 어떤 문제점들이 있어 왔는지 들어보았다.

노조설립부터 전면파업까지

인터뷰를 위해 방문한 일진다이아몬드에는 현관부터 일층 로비에는 돗자리를 깐 채 농성 중인 조합원 수십 명이 있었다. 가장 먼저 폭염 중 상경투쟁을 시작한 조합원들의 건강은 어떤지, 또 음성공장 퇴거명령은 어떤 상황인지 궁금했다.

“상경했을 때가 늦여름이긴 했는데, 무척 더웠거든요. 본사 로비는 전기가 끊어진 상황이기 때문에 냉난방이 안 되어서 많이 힘들었죠. 발전기를 연결해 사용하고 있어요. 가을 접어들면서 저녁에는 선선해지긴 했지만 그래서 감기 환자들이 많이 발생하고 있어요.

음성공장 같은 경우는 회사에서 소송을 걸어퇴거 요청이 들어왔는데, 법원 판결이 보류되면서 시월로 연기되었습니다. 기본적으로 노조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보이고요. 지금 협의를 통해서 상명관이라는 복지관을 쓰고 있는데, 컨테이너를 가져다가 회사랑 벽을 쳐버렸어요. 복지관 쓰지 말고 컨테이너를 쓰라고 하는 상황입니다.”

노조 설립 이후로 올해 초부터 시작된 교섭 이후로 일진다이아몬드 사측은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했다. 교섭의 의지를 보이지 않기 때문에 노조가 파업까지 감행했지만, 황당하게도 회사는 파업을 중단해야만 교섭에 응하겠다는 입장이다.

“본 교섭이 지금 28차까지 왔고, 실무 교섭도 하자고 해서 일주일에 3~4회를 사측과 만나고 있어요. 그런데 아무런 진전이 없어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본사 농성을 중지하고 내려와야 본 교섭을 진행하겠다고 대표이사가 직접 피력을 했어요. 또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를 제외하고 지회 조합원들과만 대화를 하겠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파업을 시작한 지 백일이 되고 있는데 아무런 태도 변화가 없다는 것 자체가 일진다이아몬드라는 회사가 어떤 기업인지 드러내 주는 것 같습니다.”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환경

대표적으로 최저임금에 수렴하는 저임금이 노조 설립의 계기가 되기도 한 일진다이아몬드의 문제점이다. 올해 2분기 일진다이아몬드의 영업이익은 전분기 대비 178.4%, 전년 동기보다도 77% 상승했다. 반면 올해 일진다이아몬드 노동자들의 기본급은 최저임금인 8350원보다 10원 높은 8360원이다. 또 회사의 영업이익이 매년 10%씩 났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5년간 이루어진 임금 동결 이후로 신입직원과 10년차 직원의 임금 차이가 미비 해질 정도로 노동자들의 임금 수준은 하락했다. 기존의 상여금 600% 400%를 기본급으로 전환 시키면서 몇 년간의 최저임금 인상분을 맞춘 것이다.

“대표이사가 바뀌면서, 5년간의 임금 동결 뿐만 아니라 원래 회사에 있던 얼마 안 되는 복지도 대부분 사라졌어요. 저희는 회사가 어렵다고 해서, 정말 그런 줄 알고 임금 동결에도 5년간 참아왔어요. 알고 보니 그동안 영업 이익은 해마다 10%씩 났어요. 그런데 그 일을 하는 노동자들은 10년을 일해도 최저임금 수준을 받고 있는 것이 말이 되나요?”

이러한 저임금 문제뿐만 아니라 작업장의 열악한 노동환경 역시 심각한 문제점이다. 작업환경 개선 역시 노조의 핵심 요구사항이다. 일진다이아몬드의 열악한 작업장의 문제는, 대표적으로 20181월 발생했던 음성공장 불산누출 사고를 통해 알려져 있다. 사고 당시 인근에 있던 두 명의 노동자는 보호구나 보호복 차림을 하지 않은 채였고 화관법상 유해화학물질인 불산은 누출 시 바로 신고 하도록 되어 있지만 회사는 신고뿐만 아니라 누출 장소에 있었던 두 명의 노동자에 대해서도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위험 물질을 사용하는 작업장에서 평소에도 안전보건 조치들은 어떠했는지 궁금했다.

“저희가 불산 뿐만 아니라 황상, 핵산, 염산, 질산을 다 다루고 있어요. 불산 누출 사고 같은 경우에는 노출된 노동자가 밤에 호흡곤란 등을 느끼고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았는데, 관리자는 되려 ‘왜 검사를 받느냐’며 질타를 했어요. 안전교육조차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요. 기본적으로 아주 형식적인 교육일 뿐이고, 거기다 교육에 불참하게 된 사람들이있으면 그냥 했다고 체크 하는 일도 비일비재해요. 누출사고가 있었던 곳에서는 마스크조차 안 쓰고 일 해왔다고 하더라고요. 안전장비는 물론이고요. 이런 배경에서 작업환경개선이 노조의 핵심 요구사항 중 하나가 된 것입니다.”

현재 음성공장은 회사가 유해화학물질 안전교육 등을 하지 않은 채 대체인력을 투입하여 고용노동부 충주지청은 공정 12곳을 작업중지명령을 내린 상황이다. 1차 현장조사에서도 2곳을 제외한 10곳은 여전히 작업중지 상태다. 한편 불산 등 화학물질 문제만이 아니라 일터의 수많은 위험들 역시 방치되어 왔고 노동자들의 부담으로 전가되어왔다.

“제가 있는 부서가 파우더를 다루는 부서인데요. 폐초경을 가져와 다시 반응을 시키고 세척을 해서 원자재인 파우더로 만드는 공정입니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분진이 엄청나게 날려요. 그런데 그 넓은 공장에서 이동식 집진기 하나를 사용하고 있어요. 이전부터 아무리 요구해도 회사에서는 아무런 답이 없었어요. 그리고 일 할 때 워낙 중량물을 많이 취급해요. 쉽게 말하면 원자재 깡통 하나가 50kg에요. 원래 2인 1조로 들도록 되어 있고, 보통은 이렇게 무거운 건 기계로 들어야 해요. 근데 야간조 편성이 1명이 되면 그냥 혼자 들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허리, 목 디스크 환자들이 많이 발생하고요. 이건 화학물질과 다르게 서서히 나타나는 것이기 때문에 비가시화 된다는 측면에서 어떻게 보면 더 위험합니다.”

강압적인 조직문화 속 노동자 통제

분진으로 인한 폐질환이나 무거운 중량물 등으로 인한 디스크 등의 산재는 없었는지 궁금했다. 12년의 근무 동안 산재 처리는 프레스 절단 사고 이외에 없었다는 답변을 들었다. 놀라운 점은, 작년 1229일 노조가 생긴 이후로 파업(6/26) 이전까지 단 6개월 간 승인된 산재만 5건이라는 점이다. 노동자의 안전에 있어서 노조의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 드러내주는 대목이다.

“예전에 프레스에 손가락 2개가 절단되는 사고가 있었어요. 그런데도 입원한 노동자를 총무과장이 찾아와서 꼭 산재를 해야겠느냐, 공상처리를 해주겠다고 말했다고 해요. 즉 사고와 질병이 없었던 게 아니라 이제껏 회사가 공상처리하는 방식으로 숨겨왔던 거죠. 허리, 목 디스크, 인대파열 등 총 5건이 산재 승인되었고 현재 1건이 진행 중에 있습니다.”

이러한 사례를 통해 짐작할 수 있듯이 강압적인 조직문화 역시 뿌리 깊은 문제였다. , 이런 조직문화 속에서 정해진 작업량에 사람을 맞추는 식으로 노동강도는 점점 강해졌다.

“몇 년 전부터 각 부서에서 1인 당 소화할 수있는 작업량 데이터를 수집해서 1일 작업량 평균을 냈어요. 한 시간에 노동자가 최대 10개를 작업할 수 있다고 하면 8시간을 곱해서 80개를 산정하는 식이에요. 그러나 사람인 노동자는 기계가 될 수 없고, 1시간 작업량 최대치를 8시간 내내 동일하게 유지할 수는 없어요. 이런 작업량 데이터를 가지고 개개인을 ‘왜 이것 밖에 못했느냐’는 식으로 압박을 주는 것이 심했어요. 일 자체에 스트레스가 많았을 뿐만 아니라 실적이 떨어지거나 관리자와 관계가 안 좋아지면 바로 배치전환되는 것이 부지기수였어요. 노조 설립을 하고 활동을 하기 전까지 참 눈치를 많이 보고 살아왔어요. 출근하면 전 직원의 핸드폰을 걷어 갔고, 잠깐 짬이 나는 사이에 담배를 피거나 하는 것도 들키면 안 되는 분위기였죠. 노조 만들기 전까지 저희는 원래 어디나 다 그런 건 줄 알았어요.”

작업량의 데이터화, 배치전환, 핸드폰 거치 등의 각종 규율 속에서 일진다이아몬드는 지속적으로 노동자에 대한 통제력을 강하게 행사해왔다. 이런 배경 속에서 노조 설립조차 인정하지 않고, 직장폐쇄까지 감행한 노조탄압 기업 일진다이아몬드에 대항해 싸우고 있는 상황에서 마지막으로, 흔들림 없이 끝까지 싸우겠다는 결의를 말했다.

“노조 활동을 시작하면서 작업환경이, 노동안전이 이렇게 중요하구나 하는 것을 알아가고 있어요. 이런 앎 속에서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기 위해 조합원들이 다함께 투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자본이 이렇게 노동을 탄압하는 건 비단 현재 일진다이아몬드지회의 싸움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의 전반적인 문제입니다. 더 이상 침묵하지 않고 맞서서 싸우기 위해 전 조합원이 흔들림 없이 다짐하고 있습니다.”

[자료집]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 기획추진단 7대 권고 이행 점검 토론회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 기획추진단
7대 권고이행 점검 토론회

일시: 2019년 7월 1일(월) 오후 2시
장소: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실
주관: 국회의원 신창현, 집배노동자 장시간 노동철폐 및 과로사 · 자살방지 시민사회 대책위원회
주최: 국회의원 윤소하, 국회의원 추혜선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 기획추진단 7대 권고와 활동 의미 
이정희(기획추진단 전문위원,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권고안 이행 진행상황 및 최근 노동조건 악화 유형 정리 
오현암(전국집배노동조합 집배국장)

 

190701_집배원_권고이행토론회.pdf
3.13MB

 

 

[연구리포트] 일을 마친 후 지치지 않는, ‘적절한’ 노동강도 찾기 -형틀목수 노동강도 평가 사업 소개 / 2019.01

일을 마친 후 지치지 않는, ‘적절한’ 노동강도 찾기

- 형틀목수 노동강도 평가 사업 소개

최민 (상임활동가)


현장 방문 조사 중 연구진이 하나에 18kg쯤 나가는 유로폼을 양손에 하나씩 들고 이동하는 노동자에게, “유로폼 무게가 얼마나 나갈 것 같으세요?” 물었습니다. “이거? 한 5kg 나가려나?” 말끝을 흐리는 노동자에게 실은 하나당 20kg 가까이 나간다고 말씀드렸더니, 본인이 깜짝 놀랍니다. 쌀 한 가마니가 얼마나 무거운데, 내가 지금 그걸 두 개 들고 있는 거냐고 되묻습니다. 

본인들이 하는 일의 강도에 대한 건설 노동자들의 인식이, 이 장면에서 잘 드러납니다. 건설 노동자가 얼마나 힘든 일을 하는지 이미 잘 알려진 것 같지만, 본인들조차 그 ‘힘듦’이 어느 정도인지, 이렇게 수십 년을 일해도 되는지 잘 모릅니다. 사실 건설 현장에서 어떤 사람들이, 얼마나 힘든 일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그것 때문에 어떤 문제를 경험하는지 제대로 평가하고 드러낸 적은 별로 없었습니다.

그래서 2017년부터 건설노조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가 함께 건설노동자 중 먼저 형틀목수 노동강도 평가 사업을 했습니다. 2년에 걸쳐 설문조사, 면접조사, 현장조사, 심장박동수 측정 등의 생체지표 측정 조사를 현장 중심으로 실시하여, 형틀목수 노동자들이 느끼는 노동강도를 평가하고자 했습니다. 나아가 노동강도를 강화하는 근본적 원인을 밝혀, 이후 적정 노동강도 쟁취를 위한 노동조합의 기준과 대안을 모색해보는 것도 중요한 연구 목표였습니다.

건설현장 노동강도는 “생애 최고”

두 차례 심층 면접 조사를 실시했는데, 면접 참여자 모두 형틀목수 노동자의 노동강도는 “최고”라고 답했습니다. 가장 큰 원인으로, 적정 공사비를 왜곡시켜 무리하게 공사 기간을 단축하는 불법 하도급이 지적됐습니다. 조사에 참여한 건설노조 조합원은 하도급으로 일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점심시간 1시간과오전 오후 참시간 각 30분을 잘 챙기려고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주변의 비조합원 노동자들은 불안정한 고용과 임금 때문에, 쉬는 시간도 지키지 않고 늦은 시간까지 일하고 있죠. 건설 현장에서 노동조합 조직률이 높아지고, 함께 ‘시간을 지켜’, ‘적절하게’ 일할 수 있다면 건설현장 산업재해도 훨씬 줄어들지 않을까요?

무리한 공사 기간 단축으로 인한 빠른 작업속도와 강도는 근골격계질환과 사고 위험을 함께 높이게 됩니다. 게다가 발판이나 안전대가 제대로 돼있지 않고, 바닥이 안전하지 않은 환경에서 하는 일은 그 자체로도 위험 작업이 되기도 합니다. 피곤한 체력을 회복하고 피로를 풀 수 있는 휴게실, 화장실이 부족한 문제나 식당의 음식 질이 낮은 것처럼 기본적인 위생시설이 열악한 것은 신체적으로 불편함을 줄 뿐만 아니라, 노동자들의 자긍심을 떨어뜨리고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형틀목수 노동자들은 정부정책을 실효성 없게 느끼고 있었습니다. 현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안전관리자, 노후에 대한 불안을 가중시키는 퇴직공제부금 문제 등 정부를 신뢰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입니다.

형틀목수 노동자를 둘러싼 부정적 환경과 조건은 부실공사로까지 이어집니다. 건설노동자의 적정 노동강도 현실화와 노동환경 개선은 비단 형틀목수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조치입니다.

30~40대 건설노동자가 50~60대보다 더 아프다?

그런데, 막상 설문조사 결과에서는 이런 결과가 뚜렷하게 나오지 않았습니다. 건설노동자들의 노동강도 체감 정도는 제조업 등 다른 생산직 노동자들보다 오히려 더 낮았습니다. 건설노동자들 본들이 얼마나 힘들게 일하는지 별로 의식하지 못한 채 일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높은 노동강도를 짐작케 하는 설문 응답도 많았습니다. 설문 참여 노동자의 평균 연령은 53.2세, 60세 이상이 28%가 넘었습니다. 어떤 일을 하던 나이 때문에라도 일이 힘들다고 할 법도 한 상황입니다. 게다가, 형틀목수 노동자들은 계속 서 있거나 반복적 손과 팔 사용, 중량물 취급, 불편한 자세 등 인간공학적 유해요인, 한랭과 고열, 소음, 진동 등 물리적 요인, 각종 분진과 2차 흡연 등 화학적 유해요인에 일반 노동자 집단보다 2~10배 많이 노출되는 ‘위험한’ 작업환경에서 일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한 부위 이상 근골격계질환 증상을 호소한 비율은 62.2%. 이런 비율은 제조업 노동자나 학교급식노동자들에 비해 그렇게 높은 비율도 아닙니다. 한 분씩 만난 면접에서는 다른 어떤 직업보다 힘들다고 호소했지만, 동시에 ‘이 정도는 참고 일해야지, 이 정도 아픈 것은 아픈 것도 아니다’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요? ‘예전보다는 나아졌다’, ‘도급팀보다는 낫다’는 생각이 아프거나 피곤하다는 평가에 인색하도록 만드는지도 모릅니다. 일이 많이 힘든 분들은 이미 건설 현장을 떠났고, 상대적으로 더 건강한 노동자들만 형틀목수로 남아있는지도 모릅니다.

신기하게도 근골격계질환 증상 호소율은 50~60대보다 오히려 30~40대에서 더 높게 나타났습니다. 형틀목수라면 유사한 업무를 하고, 오히려 경력이 오래된 노동자들이 힘든 일을 하는 경우도 많아서, 구체적으로 하는 일의 차이로는 이 결과가 설명되지 않았습니다. 건설현장의 높은 노동강도에 적응한, 오랜 경력의 노동자들은 근골격계 통증도 덜 호소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정말 힘들지 않고 아프지 않아서인지, 아프거나 피곤하다는 평가를 꺼리기 때문인지는 더 자세히 들여다봐야 합니다. 면접 과정에서, 몸이 재산인 건설 노동자는 아픈 경우에도 스스로 나쁜 건강 상태를 숨길 수밖에 없다는 얘기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함께 일하는 동료들 역시 아픈 노동자에게 안타까움을 느끼지만, 같이 일하기는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입니다.

형틀목수 현장평가,

제조업 노동자의 2.33배 노동강도

실제로 현장에 가서 들여다보니, ‘괜찮다’던 설문 조사 결과는 더욱 믿기 어려웠습니다. 현장 평가 결과 형틀목수 노동자들의 하루 작업 대부분이 거의 모든 부위의 근골격계 부담 작업에 해당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지나치게 무거운 자재 운반, 두 사람이 나눠 들지 못 하므로 발생하는 중량물 작업, 불편한 자세 등은 물론이고 빠르고 수월하게 작업하기 위해 생략하는 안전 수칙들, 지나치게 이른 시간에 시작하는 작업 등 안전하지 못한 작업은 그 자체로 높은 노동강도의 작업이 되었습니다.

형틀목수 노동자들이 노출되는 소음, 분진, 화학물질, 직사광선과 고온 등의 유해요인 역시 형틀목수 노동자의 노동강도를 높이는 이유가 됩니다. 같은 일을 할 때, 더 열악한 물리적 환경에서 일하는 노동자, 더 많은 직무스트레스를 받는 노동자는 더 쉽게 피로를 느끼고, 더 많은 근골격계 증상에 시달리게 됩니다. 여전히 낮은 사회적 인식과 평가, 상대적으로 낮은 보상, 고용 불안정 등 직무스트레스 역시 건설현장 노동자의 노동강도를 높이는 중요한 조건입니다.

형틀목수 노동자들의 높은 노동강도는 직접 신체활동량을 측정한 결과에서도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형틀목수 노동자의 노동시간 한 시간당 칼로리 소모량은 평균 약 115.2kcal였습니다. 아파트 본층, 주택, 아파트 지하 순으로 칼로리 소모량이 높아 아파트 본층의 노동강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본층에는 건설노조 조합원들은 거의 일을 하지 않고, 이주 노동자들이 하도급으로 일하는 경우가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주로 조합원들이 일하는 아파트 지하팀의 칼로리 소모량도 사무직 노동자보다 4.6배, 제조업 생산직 노동자보다 2.33배 높았습니다.

측정한 심장박동수를 활용하여, 최대적정노동시간과 과로지수를 산출한 결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심장박동수가 잘 측정된 11명 중 10명이 과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심장박동수를 사용해서 계산한 최대적정노동시간은 평균 5시간으로, 현재의 노동강도로는 하루 5시간 정도 일하는 게 적당하다는 의미입니다. 일부 노동자의 경우 현재 작업량의 절반 이하로까지 작업을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과도 있었습니다. 평균 과로지수는 1.97로 절반 정도로 노동시간 혹은 노동강도를 줄여야 한다는 의미이며, 유난히 과로지수가 컸던 2명의 노동자를 제외한 경우에도 과로지수 1.76으로 현재 작업보다 43% 가량 노동강도를 줄여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우리의 노동이 할 만한 일이 되려면

이런 결과를 보면, 건설노동자들이 자신의 노동이 ‘힘든 일’이라는 것을 제대로 인정하는 것이 모든 활동의 기초가 되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은 누구나 건설 노동이 힘든 일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동시에 ‘건설 일이니까 어쩔 수 없다’, ‘원래 이 정도는 힘들다’고 쉽게 포기해버리고 있습니다. 이런 태도 대신 우리의 일이 얼마나 힘든지, 왜 힘든지, 어떻게 힘들지 않고,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을지를 스스로가 먼저 자세히 들여다보는 것이 건설 노동을 ‘할만한 일’로 만드는 시작점이 될 것입니다.

이번 노동강도 평가를 바탕으로, 건설노조에서는 조합원 근골격계질환 산재 승인 확대와 예방활동을 본격적으로 확대해가기로 했습니다. 건설노동이 위험한 일일 뿐 아니라 ‘힘든’ 일이라는 것을 알리자는 뜻도 모았습니다. 허리나 어깨가 아픈 노동자가 눈치 보지 않고, 당당하게 치료받도록 하는 활동에서 시작해서, 예방을 위한 활동까지 나아가는 것이 과제입니다.

이것은 건설노동자에게만 해당하는 과제는 아닐 것입니다. 다른 일터와 노동현장, 직장에서도 여러 노동자가 각각 본인이 현재하는 일이 적절한 노동강도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곱씹어보고 평가해보기를 기대합니다. 일을 마친 후에도 지치지 않을 만큼, 적당히 일하고 있나요? 아니, ‘지치지 않을 만큼’은 제대로 된 기준이 아닌 것 같습니다. 우리는 일을 마친 후, 가족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보고 싶은 영화를 보고,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서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만큼의 적당한 일을 하고 있나요? 한번 같이 평가해보고, 어떻게 하면 그렇게 일할 수 있을지 함께 궁리해보실래요?

특집3. 과로사 예방하겠다는 정부가 내놓은 탄력근로제-노동시간 단축운동 역사를 통해 본 탄력근로제 / 2018.12

과로사 예방하겠다는 정부가 내놓은 탄력근로제

이나래 (노동시간센터) 


본 글은 11월 13일에 발행한 이슈페이퍼 「제한 없는 하루노동 가능케 하는 '고주물 노동시간제' 탄력근로제 – 하루 노동시간 제한을 통한 노동시간 단축이 필요하다」를 재구성하였습니다... 기자말

일하는 사람의 시간을 마음대로 줄였다, 늘렸다하는 '탄력근로제'

총성 없는 전쟁이다. 노동시간을 둘러싼 자본과 노동의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무제한 노동을 허용했던 근로기준법 59조 특례제도 업종 축소, 연장근로 12시간 제한을 중심으로 하는 주 52시간제, 최근엔 초과 노동 가산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탄력근로제까지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전쟁 중앙에 놓인 탄력근로제는 특정 일·주에 법정근로시간을 초과한 노동을 가능하게 하며, 초과 노동시간 가산수당조차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제도이다. 특정일의 노동시간을 연장하는 대신 다른 날의 노동시간을 줄여 일정 기간 평균 노동시간을 법정노동시간에 맞추는 방식이다. 유연근무제의 일종으로, 근로기준법 51조에 근거를 둔다.

무엇보다 탄력근로제는 대상 제한 없이 모든 노동자의 장시간 노동을 야기할 우려가 크다. 정부는 유연 근로시간제 가이드에 탄력근로제 적합 직무를 계절적 영향을 받거나 성수기.비수기 등 시기별 업무량 편차가 많은 업종으로 설명하고 있지만, 전체 노동자를 대상으로 도입할 수 있기 때문에, 업종.직무별 특성을 벗어나 사업주의 필요에 의하면 얼마든지 사업장에 도입될 수 있다.

또한, 정부는 탄력근로제를 포함한 유연 근로시간제의 의의를 '근로시간의 결정 및 배치 등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여 업무 생산성 향상 및 기업 경쟁력을 제고 한다고 밝히고 있다. 동시에 근로시간의 효율적 배분을 통해서 일 · 생활 균형이 가능한 근로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고 강조하지만, 제도의 면면을 살펴보면 노동시간 제도는 노동자의 몸과 삶이 아닌 자본의 이윤 창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한편, 자본은 탄력근로제를 통해 일하는 사람의 시간을 구속해 자율성을 침해한다. 어떻게 노동하느냐, 어떤 노동시간과 휴게.휴식 시간을 보내느냐에 따라 노동자의 건강과 삶,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다르다. 예를 들어 하루 8시간 주간 고정 노동자와 12시간 주야 맞교대 노동자의 생활은 완전히 다를 수밖에 없다.

탄력근로제는 노동자의 필요, 욕구, 선택을 기준으로 하는 제도가 아니다. 노동자들의 의사와 판단, 필요와 무관하게 기업이 원하는 시점에 원하는 시간 동안 일하도록 강제한다. 이미 탄력근로제가 아니더라도 오래 일하는 것으로 인해 자기 시간에 대한 자율성을 박탈당한다. 심야교대, 주말교대, 파트타임 등 다양한 교대제가 대표적 예이다. 결국 탄력근로제는 노동자의 시간 주권을 강화하는 방향이 아닌 자본의 생산 향상을 위한 시간 통제력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자본은 끊임없이 노동시간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현행법으로 정해진 최장 3개월 단위 기간 조차 짧다며 단위 기간 확대를 주장하고 있고, 정치권은 단위 기간 확대안을 내년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민주당은 6개월, 자유한국당은 1년을 주장하고 있다.

하루 8시간 노동 쟁취, 노동자들의 오랜 요구


노동운동 역사는 노동시간 단축의 역사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노동시간을 둘러싼 노동과 자본간 대립은 오래된 첨예한 사안이다. '시간'을 누구의 시간으로 확보할 것인가, 노동자에겐 곧 목숨과 삶이었고 자본에겐 이윤 창출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노동시간 단축 요구는 전 세계 노동자들의 쟁취 대상이었다. 하루 8시간 노동제는 피의 역사다.

1884년 미국 방직노동자들을 중심으로 8시간 노동제 실현을 주장했다. 당시 노동자들은 하루 12~16시간 일해 주급 7~8달러 임금을 받으며 월 10~15달러 판잣집 방세를 감당했다. 결국 노동자들은 파업을 결의했고, 1890년 5월 1일 전 세계적으로 하루 8시간 노동을 요구하는 국제적 시위인 제1회 메이데이(노동절)가 열렸다. 우리나라도 1920년대부터 메이데이 행사를 치르며 노동시간 단축, 임금인상, 실업방지를 외쳤다.

1953년 도입된 근로기준법은 노동시간을 1일 8시간, 주 48시간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잘 지켜지지 않았다. 1987년 노동자 대투쟁을 거쳐 노동시간 단축 요구가 퍼졌고 1989년이 되어서야 주 44시간제로 개정됐다. 법정 근로시간 1주 4시간을 단축하는 데 36년이 걸린 것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주 40시간제가 입법화된 것은 2003년이다. 사업장 규모별 적용 제한을 두어 5인 이상 사업장에 주 40시간제가 완전히 도입된 것은 불과 7년밖에 지나지 않았다.

지난 노동시간 단축 역사를 살펴봤을 때 1953년 법정노동시간은 1일 8시간 주 48시간, 1989년 주 44시간, 2004년 1주 40시간으로 이어진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노동시간 단축은 하루 단위 기준으로 요구되어 왔다는 점이다. 하루를 기준으로 노동시간을 제한하는 것이 총 노동시간(주, 달)을 단축하는데 기준점이 되고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우리나라는 하루 노동시간 제한이 없다.

주 40시간제를 도입한 지 15년이 지났지만, 노동시간 단축 논의는 하루 노동시간 단축이 아닌 연장근로 12시간을 제한하는 주 52시간제로 전환됐다. 이는 노동시간 단축이 아닌 명백한 장시간 노동의 고착화일 뿐이다.

노동시간 단축, 하루 노동시간 제한으로 이뤄져야

일하는 사람들은 혼란스럽다. 분명 노동시간 단축이라고 정치권과 언론에서 호들갑을 떨긴 하는데, 정작 내 삶은 변한 게 없으니 말이다. 제도는 변하고 있지만 체감하지 못할 정도로 우린 이미 오랫동안 길게 일해 왔다.

한국은 OECD 최장 노동시간을 오랫동안 기록해왔으며, 이전에 묻혀 있던 노동자들의 장시간으로 인한 사고와 죽음이 '과로사'라 명명되어 세상에 드러나고 있다. 특히 이번 이슈페이퍼를 계기로 조사한 노동시간 상한선이 없는 특례 업종의 경우 운수업에서 35% 이상의 노동자가 하루 10시간 이상 근무를 한 달 10일 이상하고 있다고 응답한 결과가 나왔다. 근로기준법 적용 제외 대상인 특수고용 운수 노동자까지 포함하면 장시간 노동 실태는 더욱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운수 노동자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니다.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못하는 모든 노동자 혹은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이지만 노동시간 제한 대상이 되지 못하는 모두의 현실이다. 노동시간 단축은 일하는 사람의 건강과 삶에 근거해 이뤄져야 한다. 무엇을 원칙으로 삼느냐에 따라 너무나 많은 것이 달라진다. 하루 노동시간 제한을 통한 노동시간 단축, 그것이 노동시간 단축 투쟁을 통해 얻은 우리의 교훈이자,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특집1. 위기를 위기로 덮는 방법 / 2018.12

위기를 위기로 덮는 방법


전주희 (노동시간센터 회원,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연구원)


최근 개봉한 영화 <국가부도의 날>은 'IMF 위기'로 회자되는 사건을 정면으로 다룬다. 젊은 남성들, 그러니까 'IMF 키드'로 어린 시절을 지나 성인이 된 이들은 이 영화를 어떻게 보았을까?

"역시 종자돈이 있어야 위기 때 과감하게 투자를 할 수 있어. 우리한테 인생역전은 이럴 때 가진 돈을 어떻게 활용하느냐, 이거거든."
"그래. 곧 또 닥칠 텐데, 알바해서 참 많이도 모아봐라. 쯧쯧"


자신들도 어이가 없는지 낄낄거리며 영화관을 빠져나간다.

IMF 위기. 따지고 보면 이상한 말이다. 김영삼 정부시절 경제위기가 있었고, 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IMF(국제통화기금)에게 구제금융을 요청했다는 단순한 사실을 뒤집어놓는다. IMF로부터 야기된 위기인지, IMF로 극복된 위기인지도 불분명하다.

하지만 때로는 모호한 의미가 복잡한 사건을, 엉킨 실타래를 표현하기도 한다. 단어 혹은 개념은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단어들 간의 관계이다. IMF 그리고 위기라는 단어가 맺는 관계. 이것은 위기의 자리이동 혹은 한 국면에서 다른 국면으로 위기의 전화를 의미한다. 그러니까 위기는 여전히 한국사회를 떠받치는 불안의 이면이지만, 이것은 우리가 다른 위기 속에 놓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위기는 무엇일까?

<국가부도의 날>에서 내가 본 것은 위기의 층위다. 자본의 위기가 곧 노동자의 위기로 전화되는 국면, 자본이 위기를 극복했을 때 노동자의 위기가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장면으로 펼쳐지는 그 순간 말이다.

경제위기라는 이 의도적인 모호한 단어는 이 분열, 삶의 위기가 곧 자본의 위기가 되지 않는 IMF 이후 20년의 현실에 베일을 드리우는 효과적인 이데올로기가 된다. 그럼에도 위기는 '현실적으로' 존재한다. 우리는 피부로 느낀다. 하지만 이 생활세계의 바깥에서 어떤 자본은, 어떤 부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 좋은 조건에서 부를 축적하며 황금의 20년을 살아왔다.

그래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위기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어떤 위기인가이다. 자본의 위기는 곧 삶의 위기로 간주되지만, 삶의 위기는 자본의 위기가 아닌 시대. 둘 중 하나는 현실이고 둘 중 하나는 기만인 이 기묘한 위기의 시대.

자본의 축적이 개인의 더 나은 삶으로 이어지지 않는 지금, 우리는 '유연화'라고 부르는 노동의 위기를 지렛대 삼아 유래 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는 자본이 어떻게 지난 20년간 부를 축적해왔는지, 그리고 그것은 우리가 처한 삶의 위기를 어떻게 재료로 삼아왔는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최저임금, 노동시간 단축은 왜 흔들렸는가?

한때는 영광의 표현으로, 지금은 비난의 표현이 된 '촛불정부'. 문재인 정부는 수많은 논란과 반발에도 불구하고 최저임금과 노동시간 단축을 감행했다. 그리고 이제 탄력근로제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2018년 최저임금 16.4% 인상에 맞서 보수 언론이 내건 대응은 '자영업자의 눈물'과 '중소 자본의 한숨'이었다. 이것은 노동시간 단축 관련 보도에서도 반복된다. 언론사들은 이른바 '지불능력'이 없는 중소영세 사업장들의 문제를 현장의 목소리를 인용해 앞 다퉈 보도했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로 최저임금의 가시적 인상을 무력화하고, 주 40시간인 법정노동시간을 사실상 주 52시간으로 대체하는 효과를 가지게 된 기묘한 상황이 펼쳐졌음에도 말이다.

이때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 성장론'을 이야기했다. 여기서 소득은 노동자들의 임금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자영업자의 소득까지 포함한 자본소득을 의미하고 이는 중소영세사업장의 소득분배를 개선하는 것을 포함한다.

즉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론은 이론상으로는 대기업과 상위 1% 혹은 상위 10%의 부의 집중이 사실상 대다수 노동자 대중들의 소득을 약탈한 결과이며, 이러한 부정의한 분배를 다시 바꾸겠다는 것의 부분적 인정인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최저임금인상과 같은 조치와 함께 무엇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약탈적 거래, 건물주들의 약탈적 지대 수취의 문제 해결이 우선해야한다.

왜냐하면 보수언론이 떠들어대는 중소영세 사업장의 '약한 지불능력' 원인이 중소기업의 부실함이나, 우후죽순으로 난립하고 있는 자영업자들의 태생적 한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것들은 원인이 아니라 지난 20년간의 결과이다.

다시 말해 부실한 중소기업이나 준비 안 된 자영업자들의 취약함은 지난 20년간 구조화된 거대자본과 중소자본 간 생산력 차이의 결과이며, 이 생산력의 차이는 IMF 이후 구조조정을 통해 체질이 강화된 재벌이 "약탈적 산업생태계"를 구축하면서 높아진 지배력의 결과이다. 그 결과 대기업은 자본집약적 고부가가치 부분과 중소기업의 노동집약적 저부가가치 부문으로 나뉘었다(홍장표 2014). 이에 따라 노동자들의 삶 역시 기업규모 뿐만 아니라 업종과 고용형태에 따라 분할되었다.

탄력근로제 확대가 지시하는 태세전환

그러기에 최근 정부에서 강행하고 있는 탄력근로제 확대 추진은 매우 중요한 전환처럼 보인다. 이는 '줬다 뺏는' 최저임금, 노동시간단축의 연장으로 보일 수 있지만 보다 궁극적으로는 소득주도 성장론의 폐기이다. 그리고 지난 20년간 진행된 IMF 위기를 노동자 대중의 '삶의 위기'로 정정하려는 시도의 발 빠른 포기이기도 하다.

이러한 포기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후보의 입을 통해 드라마틱하게 표명되었다. 탄력근로제 확대 추진, 최저임금 결정구조 이원화, 제주영리병원 허용 등과 관련된 입장은 그가 여전히 후보임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인 위력을 행사하고 있다. 최종적으로 그는 소득주도 성장의 속도조절을 이야기하며 현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론을 사실상 폐기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탄력근로제 확대와 관련한 보수 언론의 초점은 '중소기업 살리기'라는 프레임으로 정당화된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탄력근로제 확대를 둘러싼 여·야를 비롯한 정치권 일반의 논조는 그 차이가 식별불가능하다. 지난 12월 3일 바른미래당과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 한국게임산업협회가 공동주관한 "ITC분야, 52시간 근무, 정답인가?"라는 정책토론회의 부제는 아이러니하게도 '저녁있는 삶과 선택근로제를 중심으로'이다.

여기에서는 "획일적인 노동시간 단축" 혹은 "과도한 노동규제"를 한목소리로 비판하고 있다. 탄력근로제 도입의 정당성을 획일적인 노동시간 단축의 문제로 바라보고 있다. 여기서는 IT업계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이러한 주장의 이면에는 또 다른 차원이 존재한다. 그것은 법에 대한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일지라도 국가가 필요한 이유는 이 획일적인 법, 제도가 반드시 자본주의의 재생산에 필요한 계기들을 마련하기 때문이다. 가령 기업은 노동력의 사용을 위해 노동력의 재생산 따위는 관심이 없기 마련이기에, 국가는 기업의 무정부적인 경쟁을 제어하며 교육이나 의료 등의 '획일적인' 조치를 취하며 노동력을 재생산해야할 필요가 있다.

정치는 이러한 보편성(그들이 "획일적"이라는 부정적 뉘앙스로 끌어내리고 있는)의 계급적, 사회적 의미를 둘러싸고 벌어진다. 그런데 경제부총리 장관 후보와 여, 야 모두는 지금 최저임금과 노동시간단축에 이어 탄력근로제 확대에 이르러 이러한 법의 보편성을 공격하고 있다.

이것은 지난 IMF 위기이후 20년간 시장권력이 국가의 영향으로부터 벗어나 독자적인 권력기반을 갖추었으며, 이제 그 시장권력이 국가의 정책과 제정된 법을 얼마나 마음껏 휴지조각으로 만드는 지를 극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자본의 반격이 한 두해의 일이 아님을, 단지 올해의 노동정책을 둘러싼 문제만이 아님을 익히 알고 있지만, 그래도 새삼스러운 것은 단지 '촛불정부'의 실망만은 아닐 터이다.

IMF 위기 이후, 20년 동안 이 위기는 과연 어떤 위기였는지, 누구의 위기였으며, 누군가는 이 위기가 엄청난 기회였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이야기해야 하지 않을까? 얽힌 실타래를 붙잡고, 성급하게 풀리지 않는 매듭을 자르지 않고 한 올 한 올 풀어내는 시도를 우리는 매번 반복했지만 또 다시 반복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여전히 보수언론이 매순간 꺼내드는 '경제위기'에 움츠러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