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통권 200호 / 2020.10,11 합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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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 2020년 10,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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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축사 04
■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입니다.
■ 일터 200호 발간을 축하하며

일터가 걸어온 길 08

사진으로보는 일터

[기획] 노동안전보건운동의 발자취 13
■ 근골격계 직업병과 근골유해요인조사, 노동자가 현장을 바꾸는 무기?!
■ 노동시간과 노동자 건강 
■ 이윤보다 노동자의 ‘몸과 마음’을

노동안전보건운동과의 마주침 38 
■ 장애운동이 제기하는 과제, 안전보건에서의 ‘정상성’을 바꿔내는 일 
■ 노동안전보건을 ‘젠더’ 관점으로 바라보기  
■ 이주노동자 노동권 보장으로 안전한 현장 만들자! 
■ 청소년 노동건강권 활동을 돌아보며 


일터를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 57
■ 일상이 된 ‘유노무사 상담일기 더불어 여(與)’
■ <일터>라는 좋은 책을 세상에 내놓는 일
■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의 완성은?

한노보연 이모저모 63

특집3. 돌봄 떠안은 여성 고령 노동자들의 이야기 / 2020.08

[고령노동의 위험과 현실 들추기③] 

 

돌봄 떠안은 여성 고령 노동자들의 이야기

 

 

김가을길 / 상임활동가

 

'2019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2019년 65세 이상 인구는 768만 5천 명으로 전체 인구 중 14.9%를 차지한다. 올해 들어 출산율은 급격히 감소해 통계 집계 이래 최저치를 경신했다. 고령화는 미래의 일이 아니라 코앞에 맞닥뜨린, 우리의 주요 사회 문제 중 하나가 되었다. 그리고 이들이 제공하는 노동력은 이미 사회의 한 축으로 기능하고 있다.

같은 통계에 따르면, 55~79세의 고령자 중 64.9%가 장래에 일하기를 원한다. 그러나 실제 은퇴 이후 고령노동자 다수가 임시계약직·불안정 노동에 건강권을 침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여성고령노동자의 실태는 남성고령노동자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았다.

많은 여성고령노동자는 은퇴가 아닌 경력단절 이후부터 노동시장에 진입하며, 특히 청소·조리·가사·유아돌봄·간병·요양 등 광범위한 돌봄노동에 종사하고 있다. 여성고령노동의 건강권 문제를 알아보기 위해 진은정 요양서비스노조 부산경남지부장을 만나 인터뷰했다.

경력단절 이후 선택한 요양노동
 


요양노동의 평균연령은 다른 직종보다 상대적으로 높다고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보편적으로 어느 연령대부터 일을 시작해 언제까지 하는지 궁금했다.

"보건복지부 공식 통계 기준으로 요양보호사 평균 연령이 60세입니다. 대단히 높죠. 보통 서울시 같은 광역도시일수록 연령대가 상대적으로 낮고 인구가 적은 지역은 연령대도 더 높습니다. 시설요양보호사는 보통 50대 중반부터 60대까지 근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평균 50대에 자녀양육을 마치고 이 직종을 선택하는데, 50대 여성이 새로 시작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거의 다 경력단절이라고 보면 되고요. 그리고 방문요양, 재가요양보호사들의 경우는 요양원에서 정년을 하고 일자리가 없어서 옮겨가기도 합니다. 50대에 하게 되면 단시간이 대부분입니다. 집안일에 신경을 써야 하니 하루 3시간, 4시간 근무하고 개인 생활을 유지하는 방식이라고 볼 수 있죠.

재가요양보호사는 훨씬 더 취약합니다. 고용이 안정적으로 유지되지 못하는 게 가장 큽니다. 고용이 불안정하다는 건 사용자의 상황에 따라 쉽게 해고된다는 겁니다. 어르신이 아프다거나, 기관에 들어가신다거나, 돌아가신다거나, 보호자가 마음에 안 들어 한다거나. 그러면 바로 해고됩니다. 보호장치도 거의 없습니다. 그런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기 때문에 전반적인 노동환경, 노동안전도 더 열약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임금이 불안정한 것 또한 해당합니다. 한 달에 50만~60만 원 받는데 그걸로 어떻게 생활하겠습니까."

최소인력으로 장시간 근무

보건복지부 시행령에 따르면 시설요양보호사의 인력배치는 서비스대상자(돌봄어르신) 2.5명당 1명 이상을 고용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시설이 24시간 돌봄을 제공하기 때문에 기준에 맞춘 인력으로는 노동시간을 준수하기 어려웠으며, 실제 현장에서는 교대제가 일상적이었다. 또 노동시간이 지나치게 길어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문제가 요양보호사의 노동안전보건 의제에서 중요한 지점으로 보였다.

"2교대는 보통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15시간을 일하는데, 그 15시간 중에 명목상 휴게시간이 적게는 3시간 많게는 7시간까지 계산됩니다. 휴무를 잡아놓고 임금을 주지 않는 거예요. 실질적으로 쉬는 시간이 아니게 되죠. 밤에 일하는 경우엔 사고위험이 훨씬 큽니다. 치매 어르신들을 돌보기 때문에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습니다. 요양보호사들은 비상상황을 대비해 늘 대기하고 있는 거죠. 그 때문에 보건복지부에 야간근로를 인정하고 수당을 지급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사업주들은 야간 휴게시간을 많이 잡아놓고 임금을 주지 않는 형태로 장시간 노동을 시킵니다.

법적 인력 이상을 둘 수도 있지만 절대 그 이상 두지 않아요. 그렇기에 3교대를 하는 곳은 당연히 2교대를 하는 곳보다 노동밀도가 더 촘촘할 수밖에 없습니다. 절대적으로 쉴 시간도 모자라고, 빠르게 일을 처리해야 한다는 부담도 생기죠. 주로 2교대, 3교대를 많이 하지만 현장에 나가보면 별 희한한 근무 형태도 있습니다. 어떤 곳은 24시간 근무 후 이틀을 쉬게 해준답니다. 24시간을 연속으로 일하는데, 실제로는 12시간만 근무한 것으로 기록됩니다. 나머지는 휴무로 처리를 해버리는 거죠. 이걸 '퐁당당'이라고 부릅니다."

보건복지부에서 위법을 권장하는 수준이었다. 교대제나 노동시간을 보면 신체적, 정신적 부담이 상당히 클 것 같은데, 휴게공간이나 샤워시설은 별도로 마련이 되어 있는지 궁금했다.

"원래는 독자적인 휴게공간을 줘야 하지만 휴게시간을 보장하는 곳도 없기 때문에 아직 전면적으로 요구하기는 힘들어요. 지금은 정말 밥만 먹고 돌아서서 일합니다. 조합이 생긴 이후 쉬면서 일을 할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는 노동자들도 많고요. 그만큼 휴게시간에 대한 보장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이러니 요양원의 경우 같은 시설에서 1년에서 3년 미만으로 일하는 비율이 90%가량 됩니다. 그 정도로 일이 힘들고, 인력이 없고, 일자리가 불안정해 여기저기 옮겨 다니니 통계가 그렇게 나오는 거죠."

실제로 많은 요양서비스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과 산업안전보건법 등을 알고 있음에도 직장에서 해고될까 봐, 이후에 일할 곳이 없어질까 봐 두려워 지나치게 긴 노동시간을 참고 일한다. 진은정 지부장은 이러한 현상에 직종 특유의 '고령', '여성'이라는 조건이 큰 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

폭언·폭행·성희롱은 산재가 아니다? 

시설돌봄 특성상 업무범위가 굉장히 넓어 사고도 다양하게 일어날 것 같은데, 요양보호사가 많이 겪는 사고의 유형은 무엇일지, 또 특별히 더 위험하다고 할 만한 업무와 그 이유는 무엇일지 물었다.

"골절이 가장 많죠. 목욕시키다가 미끄러지기도 하고, 사용자가 밀쳐서 넘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 외 물기가 있는 곳에서 미끄러진다던가, 주방도 물기가 있는 곳에서 미끄러지면 부러집니다. 또 어르신들 다수가 치매 어르신인데 이분들 중 폭력적인 분들이 많습니다. 피멍이 생기는 게 일상이지만, 그런 건 아직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주지도 않습니다.

폭행, 폭언, 성희롱도 거의 매일 벌어집니다. 산재로 넣을 수 있는 건 골절사고나 폭행으로 다친 경우, 또 배식하거나 옮기다가 뜨거운 국을 쏟아 화상을 입는 그런 사례들입니다. 규모가 작은 곳에선 업무 구분이 없어 주방 일도 막 시키니까 사고가 많이 납니다. 김장철이 되면 배추 100포기를 쪼그려 앉아서 자르는 업무까지 하셨던 분이 있는데, 하다가 밑이 빠지는 느낌과 함께 통증이 심하게 들어 병원에 가보니 자궁이 탈출했다고. 그분은 심지어 업무가 끝날 때까지 참고 일을 하시다가 퇴근하고 119에 실려 가셨다고 합니다. 힘들어도 참고해야 한다는 인식이 상당히 보편적입니다. 노조에 상담 오는 거 보면 약 30%가 산재 관련 상담입니다." 

무리한 노동강도에 골병드는 몸
 
"환자를 휠체어에 태우고 내리는 일이 여러 차례 반복됩니다. 식사도 하셔야 하고, 거실에 나와서 TV도 보고, 목욕도 시키고 기저귀 교체 등 일상생활의 거의 모든 부분을 보조해야 하죠. 그때 개인 힘으로 어르신을 들어서 옮겨 태우는데, 최소 50~60kg 넘는 어르신들을 들어 옮기려고 하면 일단 허리에 큰 무리가 갑니다. 2.5명당 1명을 교대로 돌리려고 하니 규모가 작은 시설은 야간에 요양보호사 1인이 모든 돌봄을 다 담당하기도 합니다. 상황이 이러니 협동해서 한 분을 옮기는 방식은 지금 인력체계에서 불가능합니다.

시설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근골격계 질환이 많아요. 허리, 어깨, 손목에 부담이 많이 갈 수밖에 없죠. 디스크, 협착증, 탈출을 달고 산다고 보면 됩니다. 그러니까 우리끼리는 요양보호사 일을 하면 6개월 안에 근골격계 질환에 다 걸린다고 합니다. 어깨 같은 경우 회전근개파열이 많고요, 요양원 규모가 크면 많이 걸어야 해 족저근막염도 상당히 많습니다."

근골격계 질환은 개인적 요인으로 나이와 성별을 많이 고려한다. 그렇다면 여성고령노동자들이 직업병, 특히 근골격계 질환으로 산재신청을 했을 때 그 과정에서 차별을 받은 경험은 없는지 궁금했다.

"연령대가 높고 대부분 여성 노동자인데다가, 원래도 근골격계 질환이 많기 때문에 산재로 인정되기 힘든 부분이 있습니다. 노동자들 본인도 대부분 일반적인 질병으로 치부해버리고요. 그래서 산재 신청 자체를 꺼리게 됩니다. 그런데 근래에 조합원 중에 회전근개파열이나 이런 진단명으로 인정받으신 분은 있습니다. 그분도 오랫동안 참고 일하셨는데,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지경이 되어서 수술을 하셨습니다. 병원에 가면 '원래 본인이 가지고 있었던 질환 아니냐' 이렇게 말하기도 합니다.

고령인 만큼 수술력 같은 게 있을 수 있는데, 그것들이 업무상 요인으로 더 악화했음에도 산재로 인정받기는 상당히 어렵습니다. 또 사실 신청 자체가 극히 드문 편이에요. 조합이 생긴 곳 정도가 겨우 사고로 산재를 인정받고, 대다수의 시설에서는 고용 불안으로 신청 자체를 하지 않죠. 아프면 병가를 쓰거나 그냥 쉬거나 회사에서 일방적으로 해고해버리니까요.

산재는 최초진술이 중요한데 자신이 어떤 일을 하는지 말을 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공상처리도 많이 하고, 여전히 산재하려면 회사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기도 하고요. 인식의 문제가 큽니다. 결국 개인에 대한 차별보다도 전체적으로 낮은 인식과 고용불안 등 사회적인 요건이 이 큰 영향을 미치는 겁니다." 

인터뷰를 통해 들어본 요양보호사들의 노동시간 실태는 정말로 심각했다. 무엇보다도 노동시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보건복지부가 최소인력 지침을 조금이라도 강화하도록 요구하는 사회적 움직임이 필요하다. 공공영역인 노인돌봄 문제를 국가가 책임지고, 요양서비스 노동자들의 노동이 비로소 존중될 때 우리 사회가 안전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안내] '법률가가 알아야 할 노동보건 부산강좌' 개최

'법률가가 알아야 할 노동보건 부산 강좌' 개최합니다.

고 김용균님의 사망사고 이후 노동안전보건에 대한 인식과 노동자 건강권의 중요성은 높아지고 있습니다. 더불어 감정노동 및 일터괴롭힘, 직장갑질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 또한 시행 중입니다. 노동자의 직업성 질환에 대한 산재 인정도 확대되고 있으며, 직무스트레스, 정신질환 및 직업성암 등 과거와는 다르게 산재인정질병과 처리절차도 다양화되고 있습니다. 이에 변호사, 노무사 등 법률가들이 꼭 알아야 할 직업성 질환과 노동보건에 관한 실질적인 실무를 이해하기 위한 ‘법률가가 알아야 할 노동보건 강좌’를 개최하고자 합니다.

 

- 일시 : 2020년 3월 10일부터 3월 31일까지 매주 화요일(2강만 3월 16일(월) 개최) 오후 7시~9시

- 장소 : 부산시민운동지원센터 배움터

- 대상 : 부산경남울산지역 법률가 대상으로 선착순 40명까지

- 참가비 : 3만원/ 국민은행 957502-01-262341 이숙견

- 참가신청은 http://naver.me/5WgRoeNB 로 해주시면 됩니다.

[언론보도] [배전전기노동자③] 건강한 삶은 떠난 지 오래 (20.02.05,뉴스클레임)

[배전전기노동자③] 건강한 삶은 떠난 지 오래 
김동길 기자 승인 2020.02.05 11:14

 

배전 전기 노동자들은 종일 근골격계 부담을 받으며 일을 한다. 반복적인 작업과 어색한 자세, 많은 작업량 등 높은 노동강도는 이들을 골병 나게 했다.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일에 몰두하며 노동자들은 자신의 몸을 잃어버린 지 오래다. 건강하지 않은 채로 노동자가 일에 몰두하면, 모두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했다.

노동권에 따르면 배전전기 노동자들은 직종 무관하게 어깨, 팔, 손목 등 상지 중심의 부담 작업이 매우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0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설문조사 결과 근골격계 증상을 경험한 사람 중 어깨 증상을 경험한 사람은 1431명(64.6%)이었다. 이어 팔과 팔꿈치(61.6%), 손(57.2%)이 따랐다. 

http://www.newsclaim.co.kr/news/articleView.html?idxno=3860

 

[배전전기노동자③] 건강한 삶은 떠난 지 오래 - 뉴스클레임

배전 전기 노동자들은 종일 근골격계 부담을 받으며 일을 한다. 반복적인 작업과 어색한 자세, 많은 작업량 등 높은 노동강도는 이들을 골병 나게 했다.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일에 몰두하며 노동자들은 자신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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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 배전 전기 노동자 노동강도 평가 보고서

 

 

전국건설노동조합과 함께 수행한 '건설노조 전기분과위원회 배전 전기 노동자 노동강도 평가 사업' 보고서입니다. 

(발행일 : 2019.12)

 

 

 

<요약문>

1. 연구의 배경 및 방법

건설노조 산하 전기분과위원회 조합원들의 노동강도와 건강 실태를 설문조사, 면접조사, 현장조사, 생체지표 측정 등 다양한 방법으로 조사하고, 배전 전기 노동자들의 노동강도를 높이고 건강을 위협하는 원인을 분석하는 것을 목표로 조사 사업을 수행하였다.

 

2. 설문조사

2,558 명이 설문에 참여하여, 이 중 2,189명의 답변을 분석했다. 40~50, 장년 노동자가 다수를 차지하고, 전원이 남성이었다. 활선 노동자가 다수를 차지했다.

하루 노동시간은 8시간 이내라는 응답이 75%였지만 준비와 이동, 정리 시간을 제외하고 응답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작업 도중 점심시간 외에 따로 충분한 쉬는 시간을 갖지 못하는 비율이 높았다.

일반 취업자에 비해 물리적 유해요인에 근무시간 내내 혹은 거의 모든 근무시간 동안 노출되는 사람의 비율은 9~20, 인간공학적 유해요인에 근무시간 내내 혹은 거의 모든 근무시간 동안 노출된다는 응답은 1.8~7배 많았다. 저온노출과 중량물 취급이 가장 차이가 컸다.

68.6%의 응답자가 육체적으로 종종 혹은 항상 지친다고 응답했고, 65.3%의 응답자는 정신적으로 종종 혹은 항상 지친다고 응답했다. 현재의 작업량에서 약 33%가량의 노동강도/작업량 감소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강도를 가장 크게 호소하는 직종은 활선공이었다.

NIOSH 기준에 따라서 기준1에 해당하는 증상자는 1,670(76.3%)이며, 기준2에 해당하는 증상자는 1,489(68.0%)이고, 기준3에 해당하는 증상자는 691(31.6%)이었다. 이는 그동안의 건설노동자 대상 조사와 비교하면 훨씬 높은 것이다. 설문 응답자의 1/3가량이 치료가 필요한 기준3에 해당하기 때문에, 즉각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지난 1년간 한 군데라도, 한 번이라도 다친 적이 있다는 응답은 설문 응답자의 45.9%에 달했다. 부위별로는 손/손가락/손목, /팔꿈치, 어깨 순이었다. 4일 이상 다친 적이 있다는 응답은 전체 설문 응답자의 24.6%였다. 이 중 산재와 공상 치료를 모두 합친 처리 비율도 57.1%에 불과했고, 자비로 치료하지 않았다는 응답자 중에도 산재 처리 비율은 세 명 중 한 명에 불과했다. 사고의 유형은 부딪힘, 넘어짐, 물체에 맞음 순이다.

지난 1년간 아픈데도 나와서 일을 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46.5%였고, 아파서 일을 하지 못한 경험이 있다는 답변은 34.5%였다. 특히 활선공과 기계운전자는 아파도 쉬지 못하고 참고 나와서 일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였다. 업체별로 인원이 부족한 것과 관련이 있다.

본인의 일이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인식은 일반 인구에 비해 5배 이상 높았으며, 현재 일로부터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받고 있다는 인식도 1.9배 높았다. 업무는 위험하다고 생각하지만, 자신의 건강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는 경향이 엿보였다.

상용직에 비해 일용직 노동자들이 안전보건 정보 접근이나 건강검진 수검율에서 떨어지고 있어 노동조합에서 관심이 필요하다. 간접활선에 대해서 탁상 행정의 결과라는 인식이 컸다. 이에 대해 한전에게 적극적으로 대화와 대안 마련을 요구해야 한다. 조합원들이 제안하는 노동강도 완화를 위한 과제는 인원 충원, 고용안정, 휴게시간 확대였다.

 

3. 면접조사

배전 전기 노동자들의 노동강도는 크게 배전산업의 구조적 요인, 문화적 요인 두 가지에 의해 강화된다. 한전과 민간 하청업체, 배전 전기 노동자로 이뤄진 원·하청 구조는 배전 전기 노동자들의 고용안정성을 저해하여, 고용과 임금을 보장받기 위해선 높은 노동강도를 감내하도록 한다. 이는 민간 하청업체가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선 배전 전기 노동자에게 최대한 빨리 최대한 많이 일하도록 강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높은 노동강도로 인해 사고 발생 위험과 직업병 발병 위험이 높아짐에도 불구하고, 원청인 한전은 안전보건관리 책임을 민간 하청업체와 배전 전기 노동자들에게 전가하고 있다. 그로 인해 안전보건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며, 각종 산업재해는 배전 전기 노동자 개인이 감당해야 할 몫으로 남겨진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선 배전산업의 구조적, 문화적 요인들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 노동자들의 노동강도 현황 및 강화 요인에 대해선 노동자들이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지만,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변화시킬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인식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므로 본 연구에서 제안한 대안들을 놓고 조합원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다각도의 토론이 이뤄질 필요가 있으며, 이를 통해 조합원들과 현 상황 및 대안에 관해 충분히 공유하고 논의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토대로 배전 전기 노동자의 노동강도를 완화하기 위한 노동조합의 일치단결된 요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4. 현장조사

4일 동안 현장조사를 시행했다. 활선공을 중심으로 사선공, 조공도 함께 관찰했다. 이들 모두 쉬는 시간 없이 하루 종일 서서 일하고 있었다. 여러 개의 전주에 여러 명의 활선공이 공정 흐름에 맞춰 연속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작업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이에 따라 활선공은 물론 사선공과 조공을 비롯한 노동자들은 모두 쉴 새 없이 일하게 된다. 빠른 작업속도를 유지해야 하고 작업을 중지할 수 없다는 상황은 사고 위험을 높인다.

또한 제대로 쉬는 시간과 공간이 없는 것도 문제다. 실제 관찰하는 시간 내내 모든 작업자들의 쉬는 시간은 점심시간 1시간가량이었다. 실제 이 1시간도 점심을 먹는 시간을 제외하면 30분 내외이고 이마저도 배전 노동자들의 피곤함을 풀 수 있는 안정된 공간이 아니었다.

이는 배전 전기 노동자들이 가장 많이 겪는 추락, 감전사고 위험과도 연결된다. 빠른 속도로 여러 작업이, 여러 명에 의해 동시에 이뤄지는 것은 그만큼 사고 발생 위험 가능성을 높인다. 특히 전기가 살아있는 상태에서 작업하는 무정전공법을 하는 상황에선 사고의 긴장도를 낮출 수 없다. 활선공, 사선공은 고공 작업이 기본적이며 이때 안전 조치가 제대로 취해지지 않는다면 언제든 추락 위험이 있다. 무정전이 아닌 상태에서 감전사고 위험은 항시 존재한다. 저압선에서도 감전 사고 노출 위험이 있다.

고공, 상지부담, 중량물 취급은 모두 근골격계질환을 발생시키는 부담작업자세에 해당된다. 활선공, 사선공, 조공 모두 종일 서있는 자세를 취하며 각종 전선, 공구, 자재 등 무게가 나가는 중량물을 취급한다. 또한 손과 어깨, 목을 뒤로 젖히거나 꺾거나 비틀거나 여러 작업에 필요한 반복 작업을 종일하기 때문에 증상 호소자도 상당수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각종 방안 모색이 시급하다.

옥외작업이기 때문에, 날씨 영향이 크다. 자외선 관련된 질환 위험, 폭염으로 인한 건강 영향, 한랭 작업으로 인한 안전 사고 위험 증가와 근골격계 부담 증가 등이 우려된다.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스마트스틱도 배전 전기 노동자들의 노동강도를 높이는 주요 요인 중 하나다. 팔과 어깨에 과도한 힘을 사용하게 된다. 흐름공정과 빠른 작업 속도의 문화가 함께 개선되지 않는다면 안전이란 명목으로 스마트스틱을 사용하게 하더라도 실제 실효성을 거두기 쉽지 않아 보인다. 따라서 감전사고 위험을 최소화 하는 방법 모색이 필요한데, 이는 현장 노동자와 노동조합의 적극적인 협력으로 이뤄져야 적정한 공구 개발 시간도 줄이고 현장에서 안착화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더불어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된 것이 바로 안전 관리 시스템이다. 작업 날마다 안전회의를 진행하는데 매우 형식적인 것에서 그치고 있었다.

 

5. 생체지표 측정

24시간 활동혈압은 뇌심혈관질환 합병증의 유병률, 사망률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알려져 있고, 특히 야간 혈압이 고혈압의 합병증 및 사망률을 잘 예측하는 지표로 알려져 있다. 이번 연구에서 14명 중 10명이 숨겨진 고혈압이었고, 특히 이 중 9명은 모두 야간 활동 혈압이 고혈압에 해당했다. 많은 배전 전기 노동자들이 본인의 기초 질환에 대해 잘 모르고 있을 가능성이 있으며, 앞으로 일상적인 보건관리가 강화돼야 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야간 중 적절한 혈압강하 현상이 일어나지 않는 것은 만성적인 스트레스에 노출되었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야간혈압 비저하자의 경우 뇌졸중이나 표적장기손상의 위험성이 높고 심혈관계 합병증이 증가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는데, 이번 조사에서 14명 중 7명이 비저하자로 나타났다. 건강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많은 배전 전기 노동자들이 뇌심혈관질환 위험군에 속한다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이번 조사는 단 1회의 24시간 활동 혈압 측정을 기반으로 했고, 일한 날만 조사해 쉬는 날과 비교하지 못 한다는 제한점은 있다. , 주간 활동 시간에 전체적으로 측정률이 낮은 것도 아쉬움이다. 향후 유사한 조사를 반복 측정하고, 이후 보건관리 활동과 연계하여 배전 전기 노동자들의 뇌심혈관질환 예방에 기초 자료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6. 제언

평가에서 나타난 이와 같은 노동강도는 조합원들의 심각한 근골격계 증상 유병율로 나타났다. 앞으로 근골격계질환 예방과 치료받을 권리 확보, 휴식권 및 기초위생권 보장을 위한 투쟁이 필요하다. 최근 노동강도를 강화시키는 주요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간접활선 전환의 일방적 추진을 중단하고, 현장 노동자가 수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더불어, 현장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안전보건관리체계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앞서 지적한 근골격계질환 산재 승인 투쟁과 치료받을 권리 쟁취, 근골격계질환 예방 활동, 휴식권과 적정 노동강도 쟁취, 안전보건체계 구축 등은 매우 시급한 과제로 노동조합의 본격적 활동이 필요하다. 노동조합의 노동안전보건 활동을 강화하여, 인원 충원이나 고용 안정 등 구조적으로 노동강도를 높이는 원인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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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리포트] 일을 마친 후 지치지 않는, ‘적절한’ 노동강도 찾기 -형틀목수 노동강도 평가 사업 소개 / 2019.01

일을 마친 후 지치지 않는, ‘적절한’ 노동강도 찾기

- 형틀목수 노동강도 평가 사업 소개

최민 (상임활동가)


현장 방문 조사 중 연구진이 하나에 18kg쯤 나가는 유로폼을 양손에 하나씩 들고 이동하는 노동자에게, “유로폼 무게가 얼마나 나갈 것 같으세요?” 물었습니다. “이거? 한 5kg 나가려나?” 말끝을 흐리는 노동자에게 실은 하나당 20kg 가까이 나간다고 말씀드렸더니, 본인이 깜짝 놀랍니다. 쌀 한 가마니가 얼마나 무거운데, 내가 지금 그걸 두 개 들고 있는 거냐고 되묻습니다. 

본인들이 하는 일의 강도에 대한 건설 노동자들의 인식이, 이 장면에서 잘 드러납니다. 건설 노동자가 얼마나 힘든 일을 하는지 이미 잘 알려진 것 같지만, 본인들조차 그 ‘힘듦’이 어느 정도인지, 이렇게 수십 년을 일해도 되는지 잘 모릅니다. 사실 건설 현장에서 어떤 사람들이, 얼마나 힘든 일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그것 때문에 어떤 문제를 경험하는지 제대로 평가하고 드러낸 적은 별로 없었습니다.

그래서 2017년부터 건설노조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가 함께 건설노동자 중 먼저 형틀목수 노동강도 평가 사업을 했습니다. 2년에 걸쳐 설문조사, 면접조사, 현장조사, 심장박동수 측정 등의 생체지표 측정 조사를 현장 중심으로 실시하여, 형틀목수 노동자들이 느끼는 노동강도를 평가하고자 했습니다. 나아가 노동강도를 강화하는 근본적 원인을 밝혀, 이후 적정 노동강도 쟁취를 위한 노동조합의 기준과 대안을 모색해보는 것도 중요한 연구 목표였습니다.

건설현장 노동강도는 “생애 최고”

두 차례 심층 면접 조사를 실시했는데, 면접 참여자 모두 형틀목수 노동자의 노동강도는 “최고”라고 답했습니다. 가장 큰 원인으로, 적정 공사비를 왜곡시켜 무리하게 공사 기간을 단축하는 불법 하도급이 지적됐습니다. 조사에 참여한 건설노조 조합원은 하도급으로 일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점심시간 1시간과오전 오후 참시간 각 30분을 잘 챙기려고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주변의 비조합원 노동자들은 불안정한 고용과 임금 때문에, 쉬는 시간도 지키지 않고 늦은 시간까지 일하고 있죠. 건설 현장에서 노동조합 조직률이 높아지고, 함께 ‘시간을 지켜’, ‘적절하게’ 일할 수 있다면 건설현장 산업재해도 훨씬 줄어들지 않을까요?

무리한 공사 기간 단축으로 인한 빠른 작업속도와 강도는 근골격계질환과 사고 위험을 함께 높이게 됩니다. 게다가 발판이나 안전대가 제대로 돼있지 않고, 바닥이 안전하지 않은 환경에서 하는 일은 그 자체로도 위험 작업이 되기도 합니다. 피곤한 체력을 회복하고 피로를 풀 수 있는 휴게실, 화장실이 부족한 문제나 식당의 음식 질이 낮은 것처럼 기본적인 위생시설이 열악한 것은 신체적으로 불편함을 줄 뿐만 아니라, 노동자들의 자긍심을 떨어뜨리고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형틀목수 노동자들은 정부정책을 실효성 없게 느끼고 있었습니다. 현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안전관리자, 노후에 대한 불안을 가중시키는 퇴직공제부금 문제 등 정부를 신뢰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입니다.

형틀목수 노동자를 둘러싼 부정적 환경과 조건은 부실공사로까지 이어집니다. 건설노동자의 적정 노동강도 현실화와 노동환경 개선은 비단 형틀목수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조치입니다.

30~40대 건설노동자가 50~60대보다 더 아프다?

그런데, 막상 설문조사 결과에서는 이런 결과가 뚜렷하게 나오지 않았습니다. 건설노동자들의 노동강도 체감 정도는 제조업 등 다른 생산직 노동자들보다 오히려 더 낮았습니다. 건설노동자들 본들이 얼마나 힘들게 일하는지 별로 의식하지 못한 채 일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높은 노동강도를 짐작케 하는 설문 응답도 많았습니다. 설문 참여 노동자의 평균 연령은 53.2세, 60세 이상이 28%가 넘었습니다. 어떤 일을 하던 나이 때문에라도 일이 힘들다고 할 법도 한 상황입니다. 게다가, 형틀목수 노동자들은 계속 서 있거나 반복적 손과 팔 사용, 중량물 취급, 불편한 자세 등 인간공학적 유해요인, 한랭과 고열, 소음, 진동 등 물리적 요인, 각종 분진과 2차 흡연 등 화학적 유해요인에 일반 노동자 집단보다 2~10배 많이 노출되는 ‘위험한’ 작업환경에서 일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한 부위 이상 근골격계질환 증상을 호소한 비율은 62.2%. 이런 비율은 제조업 노동자나 학교급식노동자들에 비해 그렇게 높은 비율도 아닙니다. 한 분씩 만난 면접에서는 다른 어떤 직업보다 힘들다고 호소했지만, 동시에 ‘이 정도는 참고 일해야지, 이 정도 아픈 것은 아픈 것도 아니다’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요? ‘예전보다는 나아졌다’, ‘도급팀보다는 낫다’는 생각이 아프거나 피곤하다는 평가에 인색하도록 만드는지도 모릅니다. 일이 많이 힘든 분들은 이미 건설 현장을 떠났고, 상대적으로 더 건강한 노동자들만 형틀목수로 남아있는지도 모릅니다.

신기하게도 근골격계질환 증상 호소율은 50~60대보다 오히려 30~40대에서 더 높게 나타났습니다. 형틀목수라면 유사한 업무를 하고, 오히려 경력이 오래된 노동자들이 힘든 일을 하는 경우도 많아서, 구체적으로 하는 일의 차이로는 이 결과가 설명되지 않았습니다. 건설현장의 높은 노동강도에 적응한, 오랜 경력의 노동자들은 근골격계 통증도 덜 호소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정말 힘들지 않고 아프지 않아서인지, 아프거나 피곤하다는 평가를 꺼리기 때문인지는 더 자세히 들여다봐야 합니다. 면접 과정에서, 몸이 재산인 건설 노동자는 아픈 경우에도 스스로 나쁜 건강 상태를 숨길 수밖에 없다는 얘기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함께 일하는 동료들 역시 아픈 노동자에게 안타까움을 느끼지만, 같이 일하기는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입니다.

형틀목수 현장평가,

제조업 노동자의 2.33배 노동강도

실제로 현장에 가서 들여다보니, ‘괜찮다’던 설문 조사 결과는 더욱 믿기 어려웠습니다. 현장 평가 결과 형틀목수 노동자들의 하루 작업 대부분이 거의 모든 부위의 근골격계 부담 작업에 해당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지나치게 무거운 자재 운반, 두 사람이 나눠 들지 못 하므로 발생하는 중량물 작업, 불편한 자세 등은 물론이고 빠르고 수월하게 작업하기 위해 생략하는 안전 수칙들, 지나치게 이른 시간에 시작하는 작업 등 안전하지 못한 작업은 그 자체로 높은 노동강도의 작업이 되었습니다.

형틀목수 노동자들이 노출되는 소음, 분진, 화학물질, 직사광선과 고온 등의 유해요인 역시 형틀목수 노동자의 노동강도를 높이는 이유가 됩니다. 같은 일을 할 때, 더 열악한 물리적 환경에서 일하는 노동자, 더 많은 직무스트레스를 받는 노동자는 더 쉽게 피로를 느끼고, 더 많은 근골격계 증상에 시달리게 됩니다. 여전히 낮은 사회적 인식과 평가, 상대적으로 낮은 보상, 고용 불안정 등 직무스트레스 역시 건설현장 노동자의 노동강도를 높이는 중요한 조건입니다.

형틀목수 노동자들의 높은 노동강도는 직접 신체활동량을 측정한 결과에서도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형틀목수 노동자의 노동시간 한 시간당 칼로리 소모량은 평균 약 115.2kcal였습니다. 아파트 본층, 주택, 아파트 지하 순으로 칼로리 소모량이 높아 아파트 본층의 노동강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본층에는 건설노조 조합원들은 거의 일을 하지 않고, 이주 노동자들이 하도급으로 일하는 경우가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주로 조합원들이 일하는 아파트 지하팀의 칼로리 소모량도 사무직 노동자보다 4.6배, 제조업 생산직 노동자보다 2.33배 높았습니다.

측정한 심장박동수를 활용하여, 최대적정노동시간과 과로지수를 산출한 결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심장박동수가 잘 측정된 11명 중 10명이 과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심장박동수를 사용해서 계산한 최대적정노동시간은 평균 5시간으로, 현재의 노동강도로는 하루 5시간 정도 일하는 게 적당하다는 의미입니다. 일부 노동자의 경우 현재 작업량의 절반 이하로까지 작업을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과도 있었습니다. 평균 과로지수는 1.97로 절반 정도로 노동시간 혹은 노동강도를 줄여야 한다는 의미이며, 유난히 과로지수가 컸던 2명의 노동자를 제외한 경우에도 과로지수 1.76으로 현재 작업보다 43% 가량 노동강도를 줄여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우리의 노동이 할 만한 일이 되려면

이런 결과를 보면, 건설노동자들이 자신의 노동이 ‘힘든 일’이라는 것을 제대로 인정하는 것이 모든 활동의 기초가 되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은 누구나 건설 노동이 힘든 일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동시에 ‘건설 일이니까 어쩔 수 없다’, ‘원래 이 정도는 힘들다’고 쉽게 포기해버리고 있습니다. 이런 태도 대신 우리의 일이 얼마나 힘든지, 왜 힘든지, 어떻게 힘들지 않고,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을지를 스스로가 먼저 자세히 들여다보는 것이 건설 노동을 ‘할만한 일’로 만드는 시작점이 될 것입니다.

이번 노동강도 평가를 바탕으로, 건설노조에서는 조합원 근골격계질환 산재 승인 확대와 예방활동을 본격적으로 확대해가기로 했습니다. 건설노동이 위험한 일일 뿐 아니라 ‘힘든’ 일이라는 것을 알리자는 뜻도 모았습니다. 허리나 어깨가 아픈 노동자가 눈치 보지 않고, 당당하게 치료받도록 하는 활동에서 시작해서, 예방을 위한 활동까지 나아가는 것이 과제입니다.

이것은 건설노동자에게만 해당하는 과제는 아닐 것입니다. 다른 일터와 노동현장, 직장에서도 여러 노동자가 각각 본인이 현재하는 일이 적절한 노동강도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곱씹어보고 평가해보기를 기대합니다. 일을 마친 후에도 지치지 않을 만큼, 적당히 일하고 있나요? 아니, ‘지치지 않을 만큼’은 제대로 된 기준이 아닌 것 같습니다. 우리는 일을 마친 후, 가족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보고 싶은 영화를 보고,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서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만큼의 적당한 일을 하고 있나요? 한번 같이 평가해보고, 어떻게 하면 그렇게 일할 수 있을지 함께 궁리해보실래요?

[언론보도] 형틀목수 노동강도, 사무직의 4.6배·제조업 생산직의 2.3배 (매일노동뉴스)

형틀목수 노동강도, 사무직의 4.6배·제조업 생산직의 2.3배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노동강도 절반으로 줄여야"
  • 김미영
  • 승인 2018.12.13 08:00







유택균(가명)씨는 올해로 18년째 건설현장에서 형틀목수로 일하고 있다. 그는 주로 아파트 건설현장을 다니며 콘크리트를 타설할 때 거푸집 역할을 하는 나무판자인 형틀을 조립하는 일을 했다. 지난 6월 20킬로그램이 넘는 형틀을 옮기는 도중 어깨에서 '뚝' 소리가 나면서 통증이 느껴졌다. 일당을 포기하고 병원에 갈 수 없었던 그는 파스를 붙이고 찜질을 하면서 일했다. 한 달 뒤 통증을 더 이상 참기 힘들었던 그는 병원에 갔다가 '오른팔 회전근개 파열과 오른팔 수근관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5604

[언론보도] 골병의 악순환을 끊는 단초, 근로복지공단 병원의 시도 (매일노동뉴스)

골병의 악순환을 끊는 단초, 근로복지공단 병원의 시도류현철 직업환경의학전문의(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 류현철
  • 승인 2018.09.20 08:00







아프지 않은 날보다 아픈 날이 더 많았다. 허리가 끊어질 듯해도 등허리에 둘러붙인 파스 몇 장에 의지하고 나선 날도 셀 수 없었다. 하루 이틀 일하고 그만두는 친구들을 보며 혀를 끌끌 차며 요즘 젊은 것들의 끈기 없음을 탓할 수도 없었다. 그 역시도 생계를 유지할 다른 방법만 있었다면 벌써 몇 번이고 뛰쳐나갔을 것이기 때문이다.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4049

[직업환경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 2018.09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권종호 선전위원,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요긴한 것이 없어지면 다른 것으로 대체하면 된다는 의미로 많이 쓰이고 실제로 그렇게 일이 해결된 후 자신감을 표현하면서 쓰기도 한다. 하지만 잇몸까지 쓰는 상황이 좋을 수는 없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잇몸을 써야 할 상황이 온다면 훨씬 조심해서 써야 한다. 잇몸까지 상하고 나서는 더 이상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를 외칠 수는 없으니 말이다.

얼마 전 출장을 나간 곳에서 방아쇠 수지로 고생하고 있는 노동자를 만났다. 에어건(air gun)을 온종일 쓰면서 방아쇠를 수시로 당기니 검지 쪽인대에 전형적인 방아쇠 수지가 생겨버렸다. 병원에 다니면서 주사도 맞아봤지만, 그때뿐이고 어차피 검지를 계속 쓰면 더 안 좋아진다는 이야기에 이제는 중지로 방아쇠를 당기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래서 가능하면 왼손, 오른손, 검지, 중지를 번갈아 가면서 쓰는 게 좋겠다고 이야기했더니 그럴 수 있었으면 아플 일도 없었겠다 한다.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나오는 물건을 처리하는 동안 쉴 틈 없이 방아쇠를 당겨야 하고 조금만 신경을 못 써도 하자가 생기곤 하니 손가락이든 자세든 바꿀 틈 같은 건 없다고 한다. 결국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똑같은 일에 검지 대신 중지를 쓰는 것, 이 대신 잇몸을 내어주는 것뿐이다. 식품 포장하면서 철끈을 돌려 묶느라 손목에 수근관 증후군이 생겼던 다른 노동자는 오른손을 수술받고 아껴 쓰는 동안 왼쪽 손목에 수근관 증후군이 생겨버렸다. 자동차 정비를 하던 노동자는 테니스 엘보우를 치료받는 동안 어깨의 충돌증후군이 심해졌다. 쉼 없이 공장이 돌아가는 동안 노동자는 이가 깨지고 결국 잇몸마저 내어주게 되는 것이다.

평생 흔하게 발생하는 질환이 근골격계 질환이다. 특히 오랜 시간에 걸쳐 진행된 퇴행성 근골격계 질환의 대부분은 전업주부든 사무직이든 생산직이든 자영업자든 자신의 직업과 관련성이 매우 클 수밖에 없다. 인생의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부분을 직업이라고 할 수 있고 한국과 같은 장시간 노동 사회에서는 인생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때문에 과정 상 그것이 자세와 관련된 것이든 잦은 사용과 관련된 것이든, 개인적인 특성에 의한 것이든 오랜 시간 근골격계가 변형되게 만드는 데 있어서 직업은 배제할 수 없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근골격계 질환은 개인이 건강보험을 통해 치료받고 있다. 예를 들어, 사무직 노동자에게 요통이 발생했다고 하자. 오래 앉아서 근무하는 환경, 의자 및 책상의 좋지 않은 구조, 활동량이 적어 생기는 복부비만, 허리를 굽히는 자세 등 수많은 직업과 관련하여 파생된 요인들이 요통의 원인이 되겠지만 결국 그 노동자는 별다른 고민 없이 자비로 병원진료를 받고 치료를 받는다. 산재는커녕 공상조차 이야기하지도 어쩌면 생각하지도 못한다. 오히려 ‘이런 경우에는 산재해줘야 하는거 아냐?’라는 전혀 진지하지 않은 농담을 상사로부터 듣기도 한다. 한편, 병원에서는 ‘너무 오래 안 좋은자세로 앉아있어서 그래요. 계속 앉아만 계시면 안 돼요. 한 시간에 10분은 일어나서 스트레칭 하세요.’라며 가장 중요한 원인을 당연히 가장 오랜시간을 들이고, 불편한 자세를 강제하는 노동자의 직업에서 찾는다.

실제로 독일에서는 이러한 직업 관련한 근골격계 질환에 의한 사회 경제적 손실을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근로손실일수의 약 25%, 98억 유로의 생산 손실(2009년), 조기 은퇴하고 조기 노령 연금을 수급하는 이유 중 정신 질환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원인, 치료, 재활, 간병에 연간 250억 유로 사용 등 실제 사회가 근골격계 질환으로 입게 되는 손실은 어마어마했다. 이에 독일의 산업안전보건 종합계획에는 지속해서 근골격계 질환에 대한 예방 대책이 있고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반면에 한국은 근골격계 질환에 대한 직업 관련 손실이 통계조차 잡히지 않는다. 명백한 재해로 인한 근골격계 질환조차 공상처리를 강요하여 산재를 은폐하며, 질판위에서는 아직도 퇴행성 질환은 직업 관련성이 떨어진다는 논리가 나오고있는 상황이니 앞서 사무직 노동자의 예와 같이 직업 때문이지만 건강보험으로 치료되는 많은 경우는 확인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이를 확인하려는 관심조차 없다. 이렇게 직업 관련 근골격계 질환의 크기조차 확인이 안 되고 대부분 자비로 치료하는 상황, 이가 없으면 알아서 기꺼이 잇몸을 내어주는 노동자들이 있는 현실에서 어떤 사업주가 나서서 환경을 개선하려 할 것인가.

이제는 직업성 근골격계 질환의 인정 범위를 획기적으로 넓히고 이를 신청할 방법도 매우 간소화 시켜야 한다. 다른 질환보다 특히 근골격계 질환에 대해 이러한 과정을 간소화 시켜야 하는데, 이는 감기처럼 흔하면서 간단하게 진단할 수있는 질환은 동네 병원에서 치료 받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근골격계 질환이 직업성 암이나 뇌심혈관계 질환과 같은 중증 질환과 꼭 같은 과정을 통해 확인될 필요가 있을까, 현재는 제대로 된 질환의 규모를 먼저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를 통해 직업에 기인할 수밖에 없는 근골격계 질환이 더 이상 건강보험을 잠식하지 않도록 해야 하고 그만큼의 재정 부담을 그 원인 제공자인 사업주에게 산재 보험금 인상 등으로 물어야 한다. 근골격계 사고의 예방, 작업 환경에 대한 인간공학적 개선, 작업 간 휴식 시간을 통한 근골격계 피로 회복 등의 대책은 관리 감독만으로 해결되기보다, 직업에 의한 근골격계 질환의 부담을 사업주가 제대로 지게 될 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노동안전보건활동가에게 듣는다] 건설현장을 안전하게 바꾸고, 노동자의 삶도 바꾼다 / 2018.08

건설현장을 안전하게 바꾸고, 노동자의 삶도 바꾼다- 이준상 건설노조 광주전남지역본부 노동안전부장 인터뷰                                                                                                                                           나래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

             ▲ 건설노조 토목분과 노동안전보건 담당자 회의에서 교육을 진행하는 이준상 노동안전부장의 모습 [출처: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연일 계속되는 폭염 속에서 땀 흘리며 일하는 노동자들이 있다. 바로 건설 노동자들이다. 목수, 철근공, 건설기계, 타워크레인, 전기원 등 다양한 분야의 건설 노동자들이 존재한다. 상가, 주택, 빌라, 아파트의 다양한 건물을 완성해 나가는데 이들의 땀과 노력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들의 노동환경은 위험천만하다. 건설 노동자들의 사망 사고 소식은 하루가 멀다고 들려온다. 

최근에는 전주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20년 경력 베테랑 목수 노동자가 폭염 중 계속된 작업으로 정신을 잃고 추락해 사망했다. 광주에서도 비슷한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이처럼 건설 노동자들의 안전과 건강을 위협하는 요소는 너무나 많다. 건설현장을 바꾸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건설노조 광주전남지역본부(이하 광전본부) 노동안전부장 이준상님을 지난 7월 19일에 만났다.
"목수 일을 3년 정도 했습니다. 그러다 다쳐서 산재로 쉬는 중에 노동조합 지도부가 투쟁하다 구속됐고, 건강이 회복되면서 노동조합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그 뒤로 활동을 시작한 지 올해, 만 4년 됐네요."

10여 년이 넘은 광전본부는 목수 중심의 200여 명 조합원의 규모였으나 2014년 말 현장 투쟁이 크게 벌어지면서 규모가 10배 이상 늘었다. 그 과정에 함께 했던 이준상님에게 노동조합은 소중한 곳이다.

"원래는 급한 시기에 활동하고 다시 현장 일을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간부도 부족하고, 큰 투쟁에 승리해서 조직도 확대되니 여러 일이 생겼죠. 그때 마침 전기원지부에서 근골격계 질환으로 산재신청 하는 일이 있었어요. 개인적으로 조직사업 경험은 부족해도, 일용직 건설노동자들이 근골격계 질환으로 산재승인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관련 법이 있는지도 몰랐어요. 그런데 현장을 돌아보니 아픈 사람이 정말 많았던 거죠. 그때부터 노동안전보건 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어요."

건설현장의 안전사고는 끊임없이 발생한다. 정부도 심각성을 인지하고 2020년까지 산재 사고사망을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건설현장 사망자 수는 매해 늘어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최근 발표한 5년간 건설업 산업재해 현황을 보면 총재해자 수는 11만 878명이다. 사망재해도 문제지만 추락과 부딪힘 등 전형적인 재래형 사고가 흔하다. 도대체 왜 건설현장에서 사망, 사고가 반복되는 걸까.

"단순히 사고 문제만 놓고 접근할 것은 아닙니다. 건설 현장은 근본적, 절대적으로 적정 공사비와 공사 기간이 확보되지 않아요. 불법 하도급 문제도 심각하죠. 짧은 기간 안에 부족한 비용으로 일을 하려고 하니깐 당연히 급하게 공사 기간을 맞추게 되죠. 그러면 안전문제는 뒷전이고요. 이게 가장 핵심적 문제입니다. 그리고 노동자들 역시 이렇게 방치되어 일한 지 너무 오래됐어요. 안전시설이 부족하지만 갖춰져도 불편해하는 경우도 종종 있고요. 이런 상황에서 사측이 핵심적 역할을 하지 않으면 사고가 발생하는 거죠."

현장에서 계속해서 무리한 공사 기간 단축, 비용 문제를 제기하며 여러 노력을 하는 와중에도 이준상님의 눈길은 노동안전보건 영역으로 향한다. 최근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문제를 물었다.

"가장 먼저 근골격계 질환 사업에 관해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1~2년 이내에 관심을 둔다고 바뀌는 영역은 아니에요. 구조적, 관행적 문제를 하루아침에 바꿀 수 없기 때문이죠. 2~3년 동안 기초를 쌓고 안정화 되기 위한 중장기적 계획을 노동조합에서 만들어야 합니다. 지금까지 성과를 바탕으로 토대를 어떻게 구축할지가 핵심이죠. 건설현장에서 산재를 은폐하기 위한 공상 처리도 너무 흔하고 노동자들 역시도 익숙해서 이런 것들을 바꿔야 근골격계 질환도 공식적으로 드러낼 수 있겠죠. 최근 하는 중요한 고민입니다."

목수로 일을 하다 노동조합에서 활동하며 여러 좌충우돌이 있었다. 물론 이준상님에게도 노동안전보건 영역이 쉽지는 않았다. 낯설고 어려웠다. 그런데도 어떻게 돌파해 나가며 꾸준히 활동해올 수 있었는지 노하우가 궁금했다.

"방법보다는 당장 목적의식 때문에 여기저기 부딪혔어요. 그냥 했죠. 하다 보니 알게 되더라고요. 현실적 한계는 직면했지만, 생각도 못 했던 일이 되다 보니까,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봤죠. 더디게 가더라도 갈수는 있겠더라고요. 여기저기 자문도 구하고, 자료도 찾아보고요. 그러다 보니 시간이 지나면서 되더라고요."

지금도 많은 조합원과 산재 문제로 상담하고, 술잔도 기울이지만 그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조합원은 마음 한편에 있었다. 이준상님에게는 그분들이 힘들더라도 다시 활동을 다짐하게 되는 원동력이기도 했다.

"2015년 말에 처음 근골격계 질환 산재 신청을 냈던 조합원 두 분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한 분은 60대 중반이었고, 한 분은 50대 초반이요. 처음에 조합원들에게 꼭 산재 인정받을 거라고 했는데, 조합원들도 안 믿었어요. '노가다 골병'이라는 사회적 통념이 건설 노동자 스스로에게도 있었던 거죠. 산재가 되겠냐, 안 되는 거 해서 회사 불편하고 우리 불편하게 하지 말자는 인식이요. 두 분 다 수술하고 집에서 요양 중인데 산재신청 설득하려고 집까지 찾아갔어요. 가족들도 만났고요. 그렇게 신청하고 결국 인정받았죠. 너무 기뻤어요. 본인도 어려울 거로 생각하면서 돈을 못 버는 상황에서 생계 걱정을 많이 했는데, 소식을 듣고 나서 그분들이 지었던 표정이 아직도 기억나요."

물론 아쉬운 경험도 있다.

"근골격계 질환 산재 인정받고 나서 관심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전체 교육을 해보자 결심했어요. 한달 반 동안 조합원 대상으로 하루 2시간씩 교육을 했어요. 산재신청 기본 절차, 법적 구조, 사측 압박 문제 등에 대해 이해와 설득시키고 교육했죠. 교육하는 과정에서 조합원들이 소음성 난청 문제를 얘기하더라고요. 교육 때 소음성 난청 있는 분들을 개별적으로 면담 받아서 취합해보니 350명 중 10% 정도 해당됐어요. 알아보니 소음성 난청은 특수건강검진을 받아야 한다길래 안전보건공단에 직접 찾아가기도 했죠. 특히 건설노동자들은 검진을 받으려면 일을 하루 빼야 하는데 그러면 일당을 포기해야 하거든요. 그래서 업체 찾아가서 설득해서 특수검진을 받을 수 있게 만들었죠. 산재신청 추진도 했는데 기간도 오래 걸리고 작업환경측정도 준비가 안 되어있어서 장기적 싸움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그런데 그때 노동조합 조직사업 비중이 커지면서 접게 됐어요. 노동조합에서 집중하고 역량을 투여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기가 어려웠죠. 일단 상황을 파악한 수준에서 중단할 수밖에 없는 사업이어서 굉장히 아쉬워요."

그간 경험을 토대로 본인뿐만 아니라 노동조합에 작은 변화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변화들이 이준상님을 비롯해 건설현장에서 노동안전보건운동을 하는 이들에게 에너지가 된다.

"확실히 많은 변화가 있죠. 쉽게 산재 신청을 하고 승인받는 게 지금 구조에서 쉽지 않아요. 그래도 분명 인식은 변했죠. 조합원들도 많은 상담을 해와요. 초기에 본인의 질병을 굉장히 조심스럽게 얘기했어요. 몸이 경쟁력인 건설 현장에서 근골격계 질환은 고용 문제이기도 하니까 동료와 경쟁에서 떨어질 수도 있고요. 사회 관심은 둘째치고 노동조합도 관심이 없으니 본인이 참고 버텼는데 지속해서 사업을 하다 보니 주변 동료들도 건설현장에서 골병든 게 개인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문제이고, 우리가 얘기할 수 있고 산재도 할 수 있다는 걸 깨달은 거죠. 최근 노동조합에서도 이 사업에 대한 인식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어요."

건설 노동자들의 노동강도를 높이고 안전을 위협하는 문제는 현장에도 있지만, 생활 전반에 놓여있다. 바로 '휴식' 문제다. 건설현장은 촉박한 공사 기간 때문에 날씨 영향만 없다면 주말, 공휴일 없이 매일 돌아간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몸은 지치고, 위험에 노출될 확률이 높다. 집에 돌아가서 바로 기절하듯 자도 휴식권이 보장되지 않은 삶은 위태롭다. 

이런 문제에 대해 7월 12일 국토교통부는 공공 건설공사 안전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건설 현장의 안전을 강화하고 공사 품질을 높이기 위해 공공 현장부터 견실시공을 강화해 나갈 계획을 밝혔다. 이를 위해 공공 공사로부터 노동자의 휴식을 보장하며, 적정 공사 기간을 확보하는데 일요일 휴무제를 단계적으로 시행하기로한 것이다. 올해 9월부터 시범 도입되며 내년 상반기에는 모든 공공 공사에 적용된다. 하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은 문제가 있다.

"안정적 휴식이 보장되는 건 정말 중요해요. 그러기 위한 전제는 일상적 고용문제가 안정화 되고, 임금이 보전이죠. 쉬고 싶고, 그러면 정말 좋은데 건설현장 작업 특성상 눈, 비가 오면 쉬어야 해요. 그리고 공사가 끝나면 다른 현장에 가기 전까지 일을 못 해요. 당연히 생계 위협을 받죠. 이런 문제들이 해소되는 게 중요합니다."

무엇보다 이준상님은 정부와 건설 자본의 건설 노동자 안전, 건강 문제에 대한 태도와 관점을 지적했다.

"무지하고 무관심해요. 피상적으로 건설 노동자들이 힘들다는 건 누구나 다 알죠. 하지만 구체적으로 건설 노동자들의 노동 가치를 존중하고, 인격적으로 존중하는 구조는 전무해요. 여전히 빠른 시일 안에 공사를 끝내서 이익금을 최대한 많이 남기기 위해 수단으로 활용하죠. 그나마 최근 전국 토목건축 현장에서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노동조합을 통해 노동자들이 힘을 가진 조직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여전히 건설 노동자들의 노동 가치, 개별 노동자들의 안전, 복지, 건강을 진정성 있게 고민하진 않아요. 굉장히 형식적이죠."

노동안전보건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이에게 꼭 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는지 물었다.

"노동안전보건 활동이 누구나 다 알고 있고, 해야 한다는 인식은 있어요. 그런데 누구도 어떻게 하는게 맞는지, 어떻게 하는 게 잘 되는 거라는 조언을 해줄 사람이 많지 않아요. 굉장히 힘들고 어려운 부분이죠. 일단 노동안전보건 사업을 고민하는 분이 있다면 힘들더라도 지금부터 시작하면 누군가에게 큰 도움이 될 거란 생각을 하면 좋겠습니다. 분명 변해가는 흐름이 있어요. 건설노조도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게 변하고 있어요. 노동조합에서도 하면 좋은 사업 수준이 아니라, 이제는 구조적으로 사업에 대한 장기적 대책과 관심, 고민이 필요할 때입니다. 노동조합의 수준을 한 단계 발전시킬 수 있는 영역인 거죠."

[연구리포트] 인천공항 수하물시설관리 노동자들의 근골격계 질환 및 작업환경 실태조사 / 2018.08

인천공항 수하물시설관리 노동자들의 근골격계 질환 및 작업환경 실태조사

전지인 (건강한노동세상)


1. 한 노동자의 폐암으로부터 시작된 노동안전보건활동

인천공항 여객터미널이 수많은 사람이 이동하는 공간이라면, 같은 넓이의 지하 2층은 수하물이 이동하는 공간이다. 하루에도 수천, 수만 개의 수하물은 얼기설기 놓인 컨베이어벨트를 따라 흘러간다. 수하물처리시설은 기본적으로 무인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유지보수업무는 그림자처럼 보이지 않는 노동자들의 노동이 존재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얼마 전 인천공항 지역지부 노동조합을 통해 17년간 24시간 교대로 하루의 1/3을 수하물시설이 있는 지하 2층에서 보냈다던 노동자가 폐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노동조합과 건강한노동세상은 이 노동자에 대한 산재 요양신청을 진행했다. 또, 수하물시설관리공간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항을 찾아 원청인 인천공항공사, 1차 하청업체, 2차 하청업체 6곳 등 총 8개 업체를 대상으로 고발을 진행했다. 고발 이후 고용노동부 인천중부지청장 면담을 통해 수하물시설관리 작업현장에 대한 역학조사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항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지도 감독을 요구하였다.

고발 이후 노사 입회하에 근로감독관의 현장조사가 시행되었고, 그 결과 작업환경측정미실시, 안전 보건교육 미실시, 산업재해 미보고 등 실태가 드러났다. 이로 인해 원청인 인천공항공사를 비롯한 8개 업체에 총 1억 여 원의 과태료와 시정명령이 내려졌다. 또, 현장 환경에 대한 조사에서 분진이 법적 기준치 이하로는 조사되었지만, 노조는 미세먼지 등의 추가적인 분진조사와 환기장치의 추가 설치 및 충분한 가동, 청소작업 도구 및 방법 개선, 무엇보다 안전보건 사항에 대해 노사 간 협의체 구성을 요구하였다. 노동조합이 요구한 끝에 원청인 인청공항공사와 협의체 구성에 합의하는 성과를 만들어 냈다.

이후 수화물시설관리지회에서는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자체적인 노동안전보건교육과 함께 전반적인 작업환경과 근골격계 질환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하였다. 이번 폐암 사건을 계기로 조합원들은 지금까지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분진, 소음, 협소한 공간, 중량물, 어두운 작업환경에 대해 얘기하기 시작했고, 노동자들의 노동안전보건에 대한 인식이 확대됨은 물론 작업환경 개선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게 되었다.

2. 수하물시설 작업환경 및 근골격계 질환 실태조사

수하물지회 조합원 219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 평균 연령은 45세, 평균 근속연수는 8년으로 10년 이상의 장기근속자도 44.2%로 높게 나타났다. 주간노동시간은 77.6%가 8~9시간 사이로 일하고, 야간노동시간은 60.1%가 15시간 이상 일한다고 응답했다. 주관적으로 희망하는 업무량을 조사해보니 평균 희망업무량이 주간은 82%, 야간은 70%로 줄이고 싶다고 응답해 야간노동에 더 부담을 느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노동강도에 대한 설문에서는 72%가 강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이는 야간에 이루어지는 장시간 노동 때문이기도 하지만 야간에 중량물 작업인 모터와 벨트 교체작업이 이루어지다 보니 점검 및 모터 수리작업을 하는 주간보다 노동강도가 세기 때문으로 짐작할 수 있겠다.

작업현장에 대해 느끼는 주관적 심각성에서 1위 분진, 2위 소음, 3위 협소한 공간, 4위 중량물, 5위 조명(어두움) 순으로 꼽았다. (환산점수가 낮을수록 심각하다고 느낌)


근골격계질환 설문조사에서는 신체 부위별 통증 호소율은 허리, 어깨, 목 순으로 나타났으며, 1개 부위 이상 통증을 호소한 노동자는 84.4%로 나타났다. 이는 수하물시설의 모터와 벨트 교체작업을 진행할 때 모터와 벨트의 무게가 20~40kg으로 작업공간이 협소하다 보니 수동으로 운반해야하는 경우가 많고, 주로 어깨에 지고 이동하기 때문으로 파악할 수 있다.

신체 부위별 통증 호소 유무 및 정도, 통증의 지속시간, 통증의 빈도 등을 조합하여 근골격계 질환의 증상 유무에 대해서 설문했다. 각 조합의 결과에 따라서, 통증호소자, 관리대상자, 유소견자 등으로 구분하였으며, 한 부위 이상 미국 국립산업안전보건연구원을(NIOSH) 기준으로 관리가 필요한 응답자는 2.5%, 인천대 기준으로 근골격계 질환자일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 작업환경에 대한 신속한 개선과 면밀한 의학적 검진과 관리가 요구되는 응답자는 43.6%로 조사되었다.


3. 수하물시설관리 현장에서는

질병으로 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117명 중 52%가 근골격계 질환이라고 답할 만큼 많은 수의 수하물시설관리 노동자들이 골병을 앓고 있다. 협소한 작업공간으로 불편한 작업 자세를 강요받고, 중량물인 모터와 벨트의 수리 및 교체작업으로 허리와 어깨가 병들고 있다. 얼마 전 허리로 요양신청을 했던 수하물시설관리 노동자가 요양 불승인 통보를 받았다. 모터와 벨트 교체 작업이 상시작업이 아니라는 이유다. 수하물시설관리는 고장이 나거나 교체가 필요할 때 이루어지기 때문에 상시적인 작업은 아니지만 1회 작업의 노동강도가 훨씬 높은 작업으로 결국 노동강도의 증명도 당사자의 몫으로 남았다.

현재 수하물시설관리 현장은 다소나마 공기 순환이 이루어져 작업현장 온도가 내려갔고, 추락위험이 있었던 곳곳에 안전시설을 설치했으며, 분진청소 방법도 그저 공기중으로 날리는 것이 아닌 흡입의 방식으로 요구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시설관리책임자인 인천공항공사의 책임을 명확히 하고, 법적인 노사관계를 뛰어넘어 원청과의 협의체를 구성하여 이후 작업환경 개선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중량물 취급과 협소한 공간에 따른 불편한 작업 자세를 개선하기 위한 논의가 협의체에서 시작되기를 기대한다.

[카드뉴스] 산업안전보건법 A~Z 참여할 권리 (4-2) 근골격계 부담작업 유해요인조사

오마이뉴스 기사 링크 

http://omn.kr/s4fr



'노동자의 몸과 삶을 지킬' 산업안전보건법을 아시나요?


일터에서 산업재해를 예방하여 노동자의 안전과 보건을 유지, 증진시키기 위해 존재하는 법이 있습니다. 바로 '산업안전보건법'입니다. 하지만 이 산업안전보건법의 존재와 의미, 중요성, 내용을 잘 알지 못하는 노동자가 많습니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는 노동자의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위해 '산업안전보건법 A~Z' 카드뉴스를 기획했습니다.

[목차]
1. 산업안전보건법이란?
2. 알 권리 (안전보건교육, 작업환경측정, 건강진단 등)
3. 거부할 권리 (작업중지)
4. 참여할 권리 (산업안전보건위원회, 명예안전산업안전감독관, 근골격계유해요인조사, 위험성평가)
5. 산업안전보건법 이렇게 나아가자!

○ 최근 카드뉴스를 통한 언론보도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맹 시각장애인의 경우 카드뉴스의 내용을 읽을 수 없습니다. 텍스트가 있어야 접근이 가능합니다. 이는 전맹 시각장애인 뿐만 아니라 독서장애인, 저시력 시각장애인 등에게도 필요한 조치입니다. 따라서 향후 발행되는 '산업안전보건법 A~Z' 카드뉴스에는 텍스를 첨부할 예정입니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는 장애인의 정보 접근성, 알 권리 향상에 함께 하겠습니다. 

[카드뉴스 본 내용]

[1장] 산업안전보건법 A~Z
[4-2] 참여할 권리 - 근골격계 부담작업 유해요인조사

[2장] 노동자의 몸과 삶을 지킬 산업안전보건법 아시나요?
일터에서 산업재해를 예방하여 노동자의 안전과 보건을 유지, 증진시키기 위해 존재하는 법이 있습니다. 바로 '산업안전보건법'입니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는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위해 <산업안전보건법 A~Z> 카드뉴스를 기획했습니다. 앞으로 총 10회 연재됩니다.

[3장] 근골격계 질환(골병) 이란?
반복동작, 부적절한 자세, 무리한 힘 사용, 진동 및 온도, 휴식 부족 등으로 인해 목, 어깨, 허리, 팔, 다리, 근육 등에 나타나는 질환

바로 우리가 알고 있는 '골병'이 근골격계 질환입니다.

[4장] 골병을 잡으려면?
2004년 산업안전보건법에 근골격계 질환을 찾고 원인을
제거하는 '근골격계 부담작업 유해요인조사' 제도를 신설했습니다.
세게에서 처음 법제화된 곳이 한국입니다.

이 제도는 일 하다 다치고, 병든 노동자들이 집단요양투쟁으로 쟁취한 법적 권리입니다.

[5장] 근골격계 부담작업 유해요인조사란?

산업안전보건법 24조,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657조 등으로 보장됩니다.
단순반복작업, 인체에 과도한 부담을 주는 작업과 작업량, 작업속도, 작업강도 등 근골격계 질환의
원인이 되는 요인을 조사합니다.

3년 마다 실시하며, 회사를 새로 차리거나 설비를 신설할 시 즉시 조사해야 합니다.

이 조사는 노동자의 참여를 보장해야 하고,
법 위반시 사업주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

[6장] 근골격계 부담작업 유해요인조사의 의미?
- 은폐, 잠재되어 있는 골병 환자를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합니다.
- 제대로 치료 받고, 복귀하여 건강하게 일할 수 있도록 일터를 개선합니다
- 일하는 노동자가 골병 환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일터를 바꾸는 주체로 활동합니다

[7장] 조사하면 어떤 것들이 달라지나요?
일터의 인력충원, 설비개선, 작업 방법 및 환경 등을 개선합니다.
근골격계 질환이 의심되는 노동자에 대한 의학적 조치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사업주는 현장을 개선하고 아픈 노동자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8장] 내가 일하는 일터도 조사 대상?
- 상시 노동자 1인 이상 고용한 사업주가 실시
- 노동자가 근골격계 질환 부담 작업을 할 경우 실시
- 제조업은 물론 청소 노동자, 요양보호사, 항공사 객실승무원 등 다양한 업중에서 일하는 노동자도 조사 대상 포함

[9장] 무엇을 어떻게 조사하나요?
1. 조사 내용
- 업무량, 속도 등 노동강도
- 노동시간, 자세, 작업 방법 등 작업 조건
- 작업과 관련한 근골격계 질환 징후와 증상 여부

2. 조사 방법
- 설문조사, 노동자 면접 조사, 인간공항 평가 등 적절한 방법을 사용
- 조사 시 전체 노동자 조사하는 것이 원칙
- 사업주는 작업자에게 근골격계 부담작업 유해요인조사 취지와 과정, 결과를 교육

[10장] 조사할때 꼭 지켜야 할 것들!
- 해당 업무를 하는 노동자의 참여 보장!
- 사업주는 유해요인조사에 노동자 대표 또는 당해 작업 노동자를 참여시켜야!
- 사업주는 유해요인조사 방법, 결과 등을 해당 노동자에게 알려야!
- 근골격계 질환 예방관리 프로그램을 작성·시행할 경우에는 노사협의를 거쳐야!

[11장] 노동조합이 있다면 이렇게 해봅시다!
- 지난 근골격계 부담작업 유해요인조사를 평가해봅니다
- 평가를 바탕으로 이번 조사 목표와 계획을 세웁니다
- 목표와 계획에 대해 조합원들과 의견을 나누고 참여를 조직합니다
- 전체 조합원과 소통하고 참여하며 조사를 합니다
- 결과 및 개선안을 정할 때 전체 조합원의 의견을 수렴합니다
- 시급히 개선해야 할 사항과 중장기적 개선 과제를 나눠 실천해갑니다
- 조사 이후 개선사항 이행 여부를 확인합니다
- 차기 조사 때는 조금 더 진전될 수 있도록 노력합니다

[12장] 노동조합이 없다면 이렇게 해봅시다!
- 지난 근골격계 부담작업 유해요인조사를 했는지 결과를 회사측에 요구합니다
- 있다면 당시 결과를 확인합니다
- 이번 조사에서는 조사 실시 전과 후에 대한 교육을 요청합니다
- 조사 과정에서 작업자 의견을 수렴할 수 있도록 보장을 요구합니다
- 조사 이후 개선 사항 이행 여부에 대해 확인합니다
- 차기 조사 때는 조금 더 진전될 수 있도록 주변 동료들과 의견을 나눕니다


[연구리포트] 경기도 버스 운전 노동실태 (1) / 2018.06

경기도 버스 운전 노동실태 (1)

손진우 (한노보연 상임활동가) 


1. 연구 배경 및 연구방법

2018년 경기도버스공동행동¹[경기도 버스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2017년 기준, 지난 3년 동안 버스 졸음운전 사고로 700여 명이 다치거나 숨졌으나, 버스 운전노동자에게만 사고 책임을 묻고 처벌하는 현실에서, 경기도버스공동행동은 버스 안전사고를 일으키는 근본적인 원인을 확인하고 해결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연구를 수행했다.

이 연구 중 일부인 [경기도 버스 운전 노동실태]는 버스정책의 변화에 있어 가장 크게 반영되어야 할 버스운전 노동 당사자의 목소리를 담은 것이다. 경기도 버스운전 노동자의 노동현실은 2015년 가톨릭대학교, 사회건강연구소 등이 수행한 [버스 운전노동자의 과로 실태와 기준 연구]를 통해 기초적인 현황 파악이 진행된 상태로, 버스 노동현장의 실질적인 개선이 더딘 상황에서, 이를 재조사하기 보다는 버스운전 노동자의 진술을 통해 현실을 날 것 그대로 낼 필요에 따라 진행됐다.

심층면접은 201825~19일 용인, 평택, 안양, 부천 등 경기도 주요시 소재의 버스운전 노동자 9명을 대상으로 진행했고, 참가 대상은 아래 표와 같다.


 

2. 연구 내용과 결과

1) 버스운전 노동자의 노동실태

장시간 중노동

작년 졸음운전이 야기한 고속도로상의 대형 교통사고에 대해 버스운전 노동자들은 사실상 무제한 노동을 뒷받침하는 근로기준법 제59조 특례가 만들어낸 비극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작년에도 한참 말 많았던 뭐 59. 거기 그런거 좀 제발 좀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그래가지고 나 그 사람들 보면 그 따블자들(연속근무자) 보면 정말 그 아.... 어떻게 표현을 못하겠. 안타까워 죽겠어. 니네들 따블하나 더 타면 니네들 하루 더 일찍 죽는다고 그래요. (인터뷰D)

2015년 시행된 [버스 운전노동자의 과로 실태와 기준 연구]에 따르면, 경기 시내버스 노동자들은 하루 15시간 이상 운전하는 경우가 전체의 95.7%, 경기 광역버스는 70.1%를 나타내 그 심각성이 이미 확인된 바 있다. 앞선 선행연구 이후 무려 3년 가까이 경과한 이번 심층면접에서도장시간 노동의 현실은 그대로였다.

직행좌석은 다섯시 반, 다섯시 반에 출발해서 정상적으로 끝나면 10시 반이나 9시에 끝나야 되는데, 첫 차도 나가면 도로상황 하다 보면12, 11시 반, 12시 다 되어서 끝나요. () 첫차 나가서 12시에 끝난다는 건 말이 안되잖아요. 근데 보통 다 거의 다 그렇게 하고 있어. (인터뷰 H)

인터뷰에 참여한 버스운전 노동자들은 통계나 조사보다 실제 노동시간이 더 길다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버스운행 시간만을 노동시간에 반영해 운행을 위한 제반 준, 운행종료 후 차량 입고 및 뒷정리 등이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출근시간이나 운행 시작 준비시간이나 운행 마무리 시간 대기시간 정비시간이 근로 시간이 아니라고. (인터뷰 C)

장시간 운전과 연속근무(복격일제, 복복격일제)가 만연한 현실은, 대형 사고로 이어지지 않았을 뿐인 아차사고 등의 다양한 사고를 항시적으로 동반하고 있었다

나는 솔직히 얘기해서 졸면서 사고난 적도 두 세번 있어요, 솔직히. 큰 사고 아니고 접촉사고가다가 축 쳐져 가지고, 정신차려서 보면 앞차가 받쳐있고. 나만 그런게 아니라 졸다가 사고난 기사들이 80%는 돼요, 80%. (인터뷰 G)

더 큰 문제는 안전운전을 위해 버스운전 노동자의 근무여건과 환경을 조성해야 할 운수회사가 버스운전 노동자의 장시간 중 노동, 과로를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인제 그 운전자들이 부족하니까. 이틀도 타고삼일도 타고, 열흘타는 사람도 봤어요. (중략본인이 안할려고 해도 회사에서 부탁을 하니까(인터뷰 E)


낮은 임금

격일제 근무만으로도 하루 18~20시간을 근무하는 버스운전 노동자들의 주당 노동시간은 주40시간을 상회하는 수준의 과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연속근무에 나서는 것은 낮은 임금 때문이었다만근(12~13)이 보장하는 기본급만으로는 생활을 할 수 없어, 각종 수당과 연계된 연속근무를 버스운전 노동자들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수용하고 있었다.

두 가지가 있어요, 자기가 돈을 벌기 위해서 하는 분, 회사에서 시키니까 하는 분 이렇게 두 분류죠. 회사가 초과근로수당에 대해서 많이 지금하게 유혹을 하죠. 다른 거에서 받아야 하는데따블을 타면 더 많이 가져간다는 것을 책정하니, 그런 유혹에 넘어가는 거죠. (인터뷰 I)

저임금 체계로 인한 장시간 노동의 수용은 자발적인 것이 아니라 사실상 강제되는 것으로, 회사와의 관계에서 을의 위치에 놓인 버스노동자는 회사의 요구를 거부하기 쉽지 않고, 이를 거부할시 유, 무형의 압박에 노출된다. 이를 악용해 버스회사는 이익 극대화를 이루고 있었다.

(회사가 요청을 하나요?) . 사람이 부족하다 보니까, 매일 연락을 하는 거야. 그럼 사람이 기분이 좋지 않아요. 근데 전화가 오는 거야. 쉬는 시간에. 기사들 입장에서는 솔직히 그래요, 절을 못하는 사람들이 있어. 나중에 또 불이익 당하지 않을까, 이런 문제가 있단 말이에요. (터뷰 H)

장기간 중노동, 저임금은 신규 인력충원의 현실적 걸림돌이 되고 있으며, 신규 인원의 입사와 퇴사의 반복으로 인해 현장의 버스운전 노동자들에게 운행의 부담이 오롯히 전가되고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대학나와 가지고도 마땅히 취직이 안 되니까, 버스들을 하려고 젊은 사람들도 많이 오는데, 와서 해보니까 아니거든. 그래서 또 나가고. (인터뷰 H)

신규 인력충원의 현실적 어려움을 경험하며, 버스 현장의 노동자에게는 스스로의 노동에 대한 가치절하와 자조가 나타나고 있었다.

아 이게 참 천한 직업이다. (인터뷰 F)

버스에 만족해가지고 하는 사람이 과연. 10%정도 5% 정도? (인터뷰 F)

항상적인 인력부족 상태로 연·월차 등휴가는 필요에 의해 사용할 수 없는 것이 되고 있었다. 쉬고 싶을 때는 다른 일정에 투입되는 대근을 하거나, 결근계를 제출하도록 압박을 받고 있었다. 이로 인해 휴가 제도는 회사의 일방적인 통제와 강요를 거부하고, 권리 찾기에 나서는 민주노총 조합원이 누릴 수 있는 특권(?)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우리는 공문 보내서 통보하고 끝나거든요? 런데 다른 조합원들은 사정을 내야 하니까 그래도 안 들어주니까. 그리고 연차 같은 경우에도 회사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만 되고 다른 조합원은 안 된다. 선언을 해버린. (인터뷰 C)

야 그거 쓰지 말고 결근계 한 이틀쓰고 나서 쉬고 와. 이렇게 얘길해요 돈으로 주믄 줄테니까 선동하지 말고. (인터뷰 E)


증대되는 노동강도

통상적으로 대다수의 일터에서는 경력이 쌓이면 업무 숙련도가 증가하고, 이에 따라 일에 대한 통제력과 자율성이 상승하는데 반해, 버스현장의 노동강도는 날이갈수록 증대하고 있었다. 도로여건 및 교통체계의 변화 등이 잦기 때문이다

차는 자꾸 늘지, 신호등은 자꾸 더 생기지. 또 배차시간(빠듯하지)은 차가 많이 생기다보니까(인터뷰 G)

열악한 버스현장의 노동 현실은 조금 더 나은 조건에서 일하기 위해 불만을 드러내지 않고 순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을버스->시내버스->광역버스로 경력을 쌓아 이동하기 위해 당장의 불이익을 감내하는 것이다. 운행하는 버스종류에 따라 경력인, 임금, 안전사고의 위험 등 훨씬 나은 노동조건이 보장되기 때문이었다.

이제 마을버스에서 시내버스로 올 때는 임금의 차이도 있죠. 그리고 어디 다른 회사로 갔을 때취직했을 때에도 마을버스보다도 시내버스를 경력을 했다고 그러면 취직이 더 빨리 되는거죠(중략) 이제 시내버스는 뭐냐면 안전사고 같은 것도 많이 있고 좀 그러는데, 광역버스로 오면 좌석이 있고 그러니까 (안전사고 같은 것에서) 조금 더 낫죠. (중략) 그래서 마을버스하는 사람들 소원은 항상 시내버스 하는 거. (인터뷰 F)


그림의 떡이 되어버린 안전운행을 위한 기본적인 요건

버스 졸음운전 사고가 지속적으로 사회 문제화 되자 국토교통부는 20172월 여객운수사업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을 통해 연속운전 제한최소 운전 휴게시을 제도화 했다. ‘연속운전 제한은 그동안 근기법 59조 특례로 인해 무력화 됐고시내·마을버스와 시외·고속·전세버스의 휴게시간 또한 버스현장에서는 들어설 틈이 없는 현실이었다.

말로는 그렇게 되어 있는데, 예를 들어서 뭐 십오분 이십분 삼십분 이렇게 준다고. 그래도 회, 회사에서는 우리 출퇴근 시간에 뭐 소변 볼 시간도 없고, 바로 돌려서 나가는 사람들도 있어. (인터뷰 D)

버스운전 노동자들은 빠듯한 배차시간으로 인해 화장실 이용, 식사 등이 보장되지 않는 현실에 놓여 있었고, 조금이라도 쉴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도로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우리가 국물을 잘 안 먹어요. 소변 때문에. 2, 3시간 가는데 소변마려우면 고속도로에서 어떡할거야. 기사들이 그런 거 다 감안해서 물도 잘 안 마시려 해. 딱 맞춰서 가서 소변 볼 거 생각하고. 커피도 이뇨작용 땜에 안 마시는 사람들 많아요. 그만큼 힘들고, 우리가 다 모든 걸 신경써서 해야 되고. (인터뷰 H)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배차시간과 휴게시간, 이로 인해 촉발되는 과속, 난폭운전은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며, 장애인, 약자들의 버스 이용을 제약하게 되는 현실로 나타난다. 시간 압박을 받고 있는 버스운전 과정에서 장애인, 노약자 등의 교통약자는 도로 위의 불필요한 신호등으로 취급 당하며, 버스운전 노동자에게 내적 갈등을 일으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장애인이 타면은 말은 못하고 속은 끓었지. 앞차는 가는데 나는 벌어져. (인터뷰 B)

일상적인 과속, 난폭운전은 사고의 위험을 항상적으로 내포한다. 그러나 정작 사고가 발생할 시 모든 책임은 노동자 개인에게 전가된다. 사고와 피해의 규모에 따라 개인이 감당해야 할 몫이 커지는 상황이며, 사고로 인한 트라우마 치료 보장 등 사고에 대한 처리 및 지원체계는 사실상 없다고 느끼고 있는 형국이었다.

보험사고 대물피해 금액이 있어요, 금액이. 거 넘으면 그냥 사표 쓰고 가야돼요. 그 대신에 이제, 거기, 사고난 거 보험처리 같은 거 회사가 다 해주는데. 그냥 이제 미련없이 가야죠. (인터G)

동료가 사망사고나 사고가 큰 게 났다 그러면은 힘들죠. 내가 왜 운전을 해야 되나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되게 많아요. 사망사고 한 번씩 나면은 같은 기사, 기사도 후유증이 되게 심해요(중략) 나 같은 경우는 먹고 살라고 하는 건데어느 순간 내가 갑자기 사고가 나갔고, 사망사고라도 난다면, 범법자가 되는 거잖아요. 그게 스트레스가 되게 많습니다. (인터뷰 A)

버스운행 과정에서 승객과의 갈등 또한 빈번하며, 사유가 무엇이든 승객의 민원은 곧 버스운전 노동자들에게 묻지마 시말서와 징계 위협으로 이어지고 있다. 고객 응대 과정에서의 감정소진과 업무 스트레스가 상당하지만 이에 대한 회사의 지원체계는 사실상 전무하였다.

그럴 수밖에 없는게 막 그 뭐, 뭐라 그러지 스트레스 받아가지고 차는 밀리지 막 저기하고 스트레스 잔뜩 받아 있는 상황에서 그 친절이라는게 과연 그게 그 안될거라고 봐요. (인터뷰 D)

회사에 전화했을 때는. 기사가 불친절해서 욕하고 그랬다고 그러면서. 그러면 회사는 당장 이제 기사한테 전화해서 그런 상황 있었느냐, 그랬냐, 시말서 쓰라 뭐 어쩌고 그렇게 돌아오는 거죠. 결국은 피해가 돌아오는 건 기사한테 돌아오니까. (인터뷰 F)

안전운행의 기본적인 조건을 보장해야하는 현실에 눈감는 운수회사와 이를 관, 감독해야 할 지자체와 지방정부는 사실상 운수회사의 운영행태에 대해 모른척함으로써 현실의 문제를 방치하고 있었다.

우리를 사람이 아니라 부속품 취급을 한다고고장나면 그냥 바꿔버리면 되니까. 부속 고장나면 딴 걸로 교체하면 되니까. 그런 개념으로 우리를 생각을 하지. 우리 뭐 사람으로 뭐 같은 우리직원, 우리직원 그런 개념 아니에요. 회사는그냥 우리 타이어 펑크나면 그냥 다 되면 갖다 버리고 버리듯이 우리 그런 취급받는 그런 저기에요. (인터뷰 D)

버스운전 노동자는 휴게시간을 보장받지 못하는 것뿐만 아니라, 제대로 쉴만한 휴게공간을 제공받지 못하고 있었다. 형식적인 수준의 휴게공간은 마련되어 있으나인원대비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으로써의 만족도는 상당히 떨어지는 현실에 있었다.

차에서 그냥 앉아계시는 분들도 있어요. 좁으니까. 협소하니까. 나도 좀 가서 좀 눕고 싶은데 누울 자리 없으면 차에 앉아 있거나 그런 경우는 있죠. (인터뷰 A)

이와 함께 안전운행을 위해 중요하게 다루어져 할 버스의 정비는 기본적인 차량운행이 가능한 수준(제동장치의 작동 유무확인 수준의 기초적인 정비)에서 형식적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이에 대한 버스운전 노동자의 불만이 상당했다.

근데 나는 거의 이주에 한 번씩 하는데 브레이크 조정만 해요. 그 외에는 운행을 하면서 문제를 기사가 느낀 거를 기사가 얘기를 하거나 아니면 운행을 하다가 차가 갑자기 문제가 생겨서, 차가 이제 멈출 경우 정비사가 와서 뭐 견인을 해 간다든지, 그런 경우는 있죠. 근데 그게 불안하죠. (인터뷰 A)


망가지는 몸과 삶

앞서 살펴본 전반적인 버스운전 노동자의 노동실태는 버스운전 노동자의 육체적정신적, 사회적 건강의 훼손이라는 결과로 드러나고 있다. 버스운전 노동자들이 대부분의 일상을 보내고 있는 버스에서의 업무환경(미세먼지와 진동)과 노동조건(장시간노동, 야간노동, 교대제로 인해 일정하지 않은 수면 주기, 낮은 보상체계, 불충분한 휴식시간과 휴게공간 등), 복잡한 운전상(교통체증, 과도한 업무시간, 휴식 부족운전자 간의 갈등, 돌발 상황 발생, 승객과의 갈등 등) 등은 다양한 육체적 건강의 이상 징후로 이어지고 있다.


근골격계 질환

울퉁불퉁하고 요철도 많고 운행하는데, 그러다보니까 그 충격이 오다보니까 저녁에 이제 들어오면 좀 뻐근해요. 허리가. (인터뷰 A)

운전을 오래 하다보니까 목 관련해서 목이나 어깨라든지 기아를 계속 변속해야 되잖아요 그 다음에 클러치를 밟아야 하니까 무릎 쪽이. (인터C)

뇌심혈관계 질환

운전하다가 갑자기 아이쿠 하고 쓰러져 가지고 사망하시는 분, 분도 있고. 병원에 실려가는 분도 있고. 일년에...한 열건 이내에서 한 이상? 전국적으로 따지면 한 열건 이상으로 이렇게 생기는 거로 알고 있어요. 그래서 혹시라도 그런게 올까봐. 뇌졸증이나 이런게 올까봐. (인터뷰 E)

위장병, 방광염 등의 질환

식사시간이나 이제 휴게실에 있다보면은 약 봉지를 안 들고 다니시는 분들이 없더라구요. () 제가 보기에 사례를 보면 일곱 여덟명은 약봉지를 들고 다녀요. (인터뷰 A)

질병 같은 경우는 이제 기사들이 솔직히 해서 밥을 먹거나 목이 말라도 물을 자주 안 먹는 경우가. . 가다가 소변 마려울까봐. 물을 별로안 먹어요. 그러다보니까는 결석 같은 거. 로결석 같은 거 그런 게 자주 걸려요 기사들이(인터뷰 G)

호흡기계 질환

먼지가 엄청 많거든요, 차안에. 히터 틀고 이렇게 하면 호흡기 질환 같은 거. 감기 같은 건 거의 많이 달고 살죠. 차 안에 사람들이 많이 왔다갔다 하면서 나는 먼지가 엄청나요. (중략) 기관지쪽이 제일 안 좋죠. (인터뷰 F)

시력 악화

요즘에 선글라스를 안쓴지 오래됐더니 햇빛에 노출이 많이 되서 조금 시력이 안좋고. (인터뷰I)

나도 이제 시력이 옛날부터 좋다고 생각을 했어. 1.2, 1.5였는데, 그 정도로 했다가 야간운전이라는 게 훨씬 눈이 나빠지더라고. 히터 있잖아요. 겨울에 이게 건조가 와. 눈이 자주 건조하고. 안약 일회용 그 넣는 거 그거를 계속 넣어줘야 돼. (인터뷰 H)

수면 장애

집에 가면 세시가 넘어요. 세시가 넘는데. 그 다음날 일곱시 차나 일곱시 몇 분 차 이렇게 해서 나가야 되요. 그면 몇 시간을 자야 되는 거야집에 세시에 퇴근 했다가 안 씻고 자도 세시 세신데. 일곱시 출근하면 네시간이 남아요. 그면내가 아까 얘기 했잖아요. 두 시간 반 잔다고 그면 한 시간 반 자며는 무조건 일어나야지 되요씻고 또 출근해야 되니까는. 네 시간 남은데서 한 시간 반 이론적으로 또 한 시간 반 또는 두시간만 자는 거에요. 근데 사람이 또 이론적으로 살아갈 수 있나, 와서 씻고 금방 잠을 못 자니까. (인터뷰 E)

버스운전 노동자들의 정신적 건강의 훼손은 육체적 건강의 위협만큼 심각하였다고객 응대로 인한 감정노동과 업무 스트레, 사고 발생과 목격 등으로 인한 트라우마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었다.

고객 응대로 인한 업무 스트레스

예를 들어 손님이 물어보면 그냥 대답해주면 되는 건데 뭐 알아서 가시죠. 왜 나한테 물어봐요이런 거나. 대꾸 안하는 기사들 많잖아요. (인터C)

스트레스 받아가지고 차는 밀리지 막 저기하고 스트레스 잔뜩 받아 있는 상황에서 그 친절이라는 게 과연 그게 그 안될거라고 봐요. (인터D)

사고 압박과 목격 등으로 인한 트라우마

예를 들어서 버스가 지나가고 있는데, 무단횡단해서 사람이 버스랑 충돌해서 데굴데굴 굴러간다거나 그런 것들. 그런 것 때문에 트라우마를 갖게 됐어요. 다른 버스가 충돌한 걸 본건데(중략) 당사자야 당연히 엄청난 고통을 느낄 것이고, 그걸 봤던 사람도 그게 생각이 날꺼고. 안감을 갖고 운전을 하게 되는데. 운전을 잘 못하게 되는 거죠. 그 지역만 지나가면 또 생각나. 오히려 긴장을 너무 심하게 하게되면 운전은 사고가 날수밖에 없어요. 몸에 경련이 따로 오니까요. (인터뷰 I)

과로와 피로로 인한 소진, 우울함

그 어떻게 보면 그 정신적으로 굉장히 피폐해져있다고 그러나? 아마 운전업으로, 운전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은 거의 다 그럴 거에요. 정신적으로 조금 그런 거를 다 가지고 있어요. 나 자신을 갖다가 환자 취급하는 거는 아닌데. 그런게 있다고 생각을 해. 하도 과로 이런 게 누적이 돼가지고. 계속 쌓이다 보니까는 질환쪽으로 가는거야. 그 하여간 그런 얘기를 내가 이렇게 막 하면은 나 자신이 이상해지니까는. (인터뷰 D)

장시간 노동과 야간근무, 불규칙한 교대제로 인한 피로와 소진은 버스운전 노동자의 사회적 건강을 악화시키고 있다. 비번인 경우는 대부분 집에서 부족한 잠을 자거나, 소극적 여가를 하는 것으로 보내고 있었다. 가족관계는 물론 일상의 인간관계의 단절, 일상적인 생활을 영유하기 불가능한 조건이 지속되고 있다.

일단은 우리가 근무 형태가 직장인하고 틀려서같이 어울리는 건 휴가를 낸다던지 연차를 쓴다던지 그런 형태로 갈 수밖에 없는데요. (중략집에서 휴식. 나와서 활동하는 걸 굉장히 버겁게 생각 하고 있고 그러더라고요. (인터뷰 C)

지금도 카드, 카드가 있잖아요. 카드는 물건 사고 먹고, 카드 내는 거 그거 외에는 은행볼일을 못 봐 일절. 내가 어떻게 하는지도 모르고. 다 집사람이 해요 집사람이. (인터뷰 G)

쉬는 날은 인제 자야죠. 그러니까 대인관계가 승무원들은 승무원들끼리도 못 모여요. (인터뷰 E)

버스운전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다양한 형태의 건강 문제에 대해 회사나 지자체 차원의 제도적 지원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현재는 오롯이 개인이 감당해야 할 몫으로 전가되고 있는 실정에 있다. 버스운전 노동자의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 건강의 훼손은 결국 시민의 일상과 삶도 위협하는 것이 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한 개선을 우선으로 버스 정책 방향이 수립되는 것이 한시라도 시급한 조건이다.


※ 각주

1) 2017년 10월 17일 경기지역의 시민사회단체와 공공운수노조, 서울경기강원버스지부 등은 계속되는 버스 안전사고의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위해 ‘과로없는 안전한 버스, 교통복지 확대, 버스완전공영제 쟁취를 위한 경기도버스공동행동’을 출범했다.

  • tovan 2018.07.01 05:08 ADDR 수정/삭제 답글

    노조가 없나?

[안내] 2018 충남서부 노동안전 기본교육 '노동안전보건 활동가 되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가 함께 하고 있는 행복한서산을꿈꾸는노동자모임과 서산에서 열심히 노동안전 활동을 하고 있는 활동가들이 준비한 프로그램입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2018 충남서부 노동안전 기본교육]

노동안전보건 활동가 되기 
○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노안활동으로
노동조합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하자!


● 참가대상
- 각 노동조합 노동안전보건 담당자에게 추천합니다
- 노동안전문제에 관심있는 누구나 참가 가능합니다
- 교육장소가 서산인 관계로 충남서부권을 중심으로 하지만 기타지역에서의 참가도 환영합니다


● 참가신청 및 문의
- 세종충남본부 노안위원회 이정호 010-7275-6065
- 충남서부노안활동가모임 최진일 010-2017-6066


● 참가비
- 1인당 5만원 [4회차(8강) + 수련회(3강)]


● 세부 프로그램 
1회차 : 3월17일(토) 16시
- 1강. 노동자 건강권과 노안운동
- 2강. 트라우마, 노동과 삶 제대로 마주하기

2회차 : 3월31일(토) 16시
- 3강. 산안법 제대로 알기
- 4강. 산보위 제대로 하기

3회차 : 4월14일(토) 16시
- 5강. 산재처리 실무 배우기
- 6강. 사고, 중대재해 대응

4회차 : 4월28일(토) 16시 
- 7강. 근골, 뇌심, 직무스트레스 이해와 대응
- 8강. 발암물질과 MSDS

수련회 : 5월12일(토)~13일(일)
- 현장노안활동 잘하기
- 노동안전보건교육과 선전활동
- 모범단협안과 현장활동 기획안


● 장소: 서산비정규직지원센터 (서산시 문화로 47 2층 201호)


● 주최: 민주노총세종충남본부 충남서부노안활동가모임
● 주관: 민주노총서산태안위원회
● 후원: 충남서북부노동건강인권센터 '새움터', 행복한서산을꿈꾸는노동자모임


특집 1. 일하는 사람은 언제까지 보호의 대상일 뿐인가 / 2018.03

일하는 사람은 언제까지 보호의 대상일 뿐인가

- 국민생명 지키기 3대 프로젝트에 대해서

재현 선전위원장


문재인 정부가 지난 1월 10일 신년사를 통해 앞으로 5년간 자살, 교통사고, 산업재해 분야에서 사망자 수를 대폭 줄이기 위한 ‘국민생명 지키기 3대 프로젝트’에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프로젝트 목표로 2022년까지 2016년 대비 산업재해 사망자 수를 50%로 감축하겠다고 한다. 지난 1월 23일 이낙연 국무총리는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국민생명 3대 지키기 프로젝트’를 위한 산업재해 사망사고 감소대책을 의결하였다.

이어서 고용노동부는 지난 2월 9일 국민생명 지키기 3대 프로젝트 실현을 위한 방안으로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 법률안’을 입법 예고하였다. 반쪽짜리 프로젝트가 아니려면 이번 프로젝트는 대선 후보 시절부터 대통령 당선 이후 안전 사회를 위해 한국 사회의 프레임을 바꾸겠다며 팔을 걷어붙였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를 실현하기 위해선 범정부 차원의 노력은 물론, 개별 자본을 강제해야 하는 등 험난한 과정을 앞두고 있다. 게다가 설령 정부와 자본이 나선다고 해도 현재 노동자의 권리와 권한을 보장하고 확대하는 방안이 언급조차 안 되고 있어 이 프로젝트가 ‘빛 좋은 개살구’가 되는 건 아닌지걱정이 앞선다.

안전보건에 있어서 노동자 참여 보장해야 국민생명 지키기 3대 프로젝트 첫 번째 중점 추진과제로 ‘주체별 역할. 책임 명확화 및 실천’을 꼽았다. 가령 지금의 산재 사망을 줄이기 위해 우선 법 제도를 개정하여 발주자의 안전관리 의무를 규정하고, 원청의 안전관리 역할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로써 원청이 관리하는 모든 장소에서, 원청 회사는 하청노동자의 안전까지 관리하고 책임지도록 의무를 부여 하였다. 수은, 납, 카드뮴 제련 등 고유해 위험 작업 역시 도급 자체를 금지한다는 입장이다. 마지막으로 사업장에서 노사가 함께 위험요인을 평가하여 자체적으로 개선하도록 하는 ‘위험성평가’제도가 실효성 있게 이행되는지 점검하겠다고 하였다.

이러한 결정은 위험의 외주화로 인해 하청 노동자의 산재 사망이 집중되는 문제를 예방하기 위한 노력이 진전하고 있음을 확인시켰다. 그러나 ‘위험성평가’ 제도에 있어서 실제 현장에서 노사가 참여하고 실행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적극적인 고민이 모색되어야 할 것 같다. 만일 이러한 고민 없이 위험성평가 제도 이행 여부를 점검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은 실제 원하는 효과와 뜻을 실현하는데 턱없이 부족할 것이다.

노동자의 참여로 현장 안전보건 관리 시스템 구축해야

두 번째 중점 추진과제로 정부가 현장 관리·감독 시스템을 체계화를 꼽았다. 그러나 이 부분에서도 노동자의 참여는 비어있다. 지금 현재 산업안전감독관 인력은 1명당 약 6,000개 사업장을 담당해야 하는 열악한 조건이다. 참고로 독일은 1명당 493개, 미국은 1059개, 일본은 2,120개를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조건에서 정부가 현장 안전보건문제를 사전에 예방하도록 하고 법 위반 사항은 적발하여 개선하는 안전보건시스템 구축은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만일 산업안전감독관 인력을 일부 늘린다고 해도 현장에서 매일같이 고위험 작업을 하는 노동자가 현장을 스스로 진단하고 위험 상황을 개선할 수 있도록 권한과 시간을 부여하는 것 만이 근본적으로 산재 사망을 예방하는 방안일 것이다. 이번 대책에서 노동자의 참여와 권한을 보장하는 방안으로 고민해봄 직한 산업안전보건위원회와 명예산업안전감독관 제도 등에 있어서도 전혀 언급조차 없었다는 사실이 무척 아쉽다.

노동자에게 제대로 된 안전교육 참여부터 보장해야

세 번째 중점 추진과제로 안전인프라 확충과 안전중시 문화 확산을 꼽았다. 특히 안전 교육을체험과 현장 중심교육으로 재편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현장에서 진행되는 안전 교육도 작업 전 10분 안전 교육이 생활화되도록 지도하겠다고 하였다. 이러한 결정은 현장에서 실질적인 안전교육이 단 10분조차 안 되는 상황을 반영하는 것이다. 전혀 안전 교육이 이뤄지지 않다 보니 10분이라는 짧은 시간이라도 투자해서 위험 작업을 하는 작업자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은 것이다. 그러나 현실이 이렇다고 안전교육의 중요성을 고려했을 때 작업 전 10분 안전 교육을 장려하는 결정은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

정부는 사업장 개별로 열악한 조건으로 인해 안전보건교육을 제대로 운영하기 어려운 조건인 것이 확인된다면 다른 방안을 모색했어야 한다. 가령 중소영세사업장과 같은 공장의 경우 같은 지역/업종/구역 등에서 공동으로 제대로 된 안전교육을 하도록 방안을 마련하면 된다. 만일 개별 사업주를 강제하기 어렵다면 공공기관부터 우선해서 모범적인 현장 안전교육 사례를 만들고 확산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방안도 고민해 볼 수 있다. 안전보건교육은 단지 모르는 것을 알려주는 것을 넘어 위험 상황에서 작업자가 자신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대처할 수 있는 힘을 기르도록 기여할 수도 있다.

끝으로 

정부는 국민생명 지키기 3대 프로젝트에서는 물론 산업안전보건법 전면 개정안에서까지 안전보건에 있어서 노동자의 권리와 권한을 부여하지않았다. 단지 일하는 모든 사람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 할 수 있도록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 위치 지웠을 뿐이다. 이렇게 해서는 진정으로 바라는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도 할 수 없다는 걸 정부가 깨우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