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안전보건 활동가에게 듣는다] 밥하고 국 끓여도 죽지 않는 학교를 위해 / 2018.11

밥하고 국 끓여도 죽지 않는 학교를 위해

[인터뷰] 김영애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부본부장

재현,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 


이번 '노동안전보건 활동가에 듣는다'는 학교에서 행정 업무 및 지원 역할을 하는 사무직, 특수 지도사, 과학실 실무사, 도서관 사서, 시설, 청소, 경비 노동자, 급식노동자 등이 모여 있는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 김영애 부본부장을 만났다. 인터뷰는 10월 24일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진행했다.

자신의 건강에 관심을 갖게 된 학교 노동자들 

"안녕하세요. 저는 학교에서 급식 일을 하고 있고, 올해 2월부터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부본장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또, 올해는 노동안전보건 담당 임원 역할도 같이 하고 있어요. 이전에는 안양지회장, 경기지부 부지부장으로 활동하면서 노동안전보건 문제에 관심을 두고 활동해 왔어요."

김영애 부본부장은 본인뿐만 아니라 교육공무직본부 조합원들 대부분이 업무로 인해 근골격계 질환 부담이 있어서 노동안전보건 활동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저처럼 급식 노동자들이나 시설, 청소 노동자들은 근골 문제가 없는 경우가 드물어요. 특수지도사 선생님들도 장시간 아이들이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 업무를 하면서 근골 부담이 높고요. 문제는 노동부, 교육부 그 누구도 이 사실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인식이 이러하니 개선을 요구하는 건 더 어렵고요."

잊을 수 없는 산재 인정 투쟁의 기억

"제가 2014년에 경기지부 부지부장, 안양지회장 역할을 했는데 근골 산재 노동자이기도 했어요. 그때는 학교 급식 노동자가 활발하게 산재를 신청하고 인정받을 때가 아니라서 산재 신청부터 인정받는 것까지 투쟁의 연속이었어요. 그때 왜 노동자가 일하다 다치거나 아플 때 노동조합이 같이 대응하지 못하고 혼자서 개별적으로 힘들게 싸워야 하는지 의문이 들더라고요."

김영애 부본부장은 노동조합에 이러한 문제를 제기했고, 그해 본격적으로 노동조합에서 노동안전보건 활동을 시작하도록 계기를 만들었다.

학교를 바꾸기 위한 노동안전보건 활동의 시작

"노동조합에서 당장 활동을 시작할 사람이 별로 없다 보니, 경기 지역에 있는 저를 서울에 있는 본부로 발령을 내서 노동안전보건 활동을 시작했어요. 다음 해인 2015년에는 노동조합에 노동안전보건국을 만들었고 지역별로 노동안전보건 활동 담당자를 조직했어요. 그러다 노동조합 전체 선거가 있었는데 제가 경기 지역으로 내려가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라, 다시 지역에 내려가야만 했죠."

결국 김영애 부본부장은 지역으로 내려갔다. 다만, 골병으로 아픈 조합원들을 생각해서 노동안전보건 활동이 유실되지 않도록 담당 활동가를 배치해달라고 요구했고, 올해 초까지 이 활동가와 함께 많은 활동을 만들어갔다.

"처음에 지역별로 노동안전보건 담당자를 세우고, 지역 담당자들이 정기 회의를 해서 현장 상황 공유하고, 조합원들과 함께 공부하고, 산재사건 현황 공유하면서 해결 방안을 찾았어요. 올해 여름엔 폭염이 큰 문제여서 현장에서 안전하게 일하도록 대책을 마련하는 일에 힘써왔고요. 최근엔 산업안전보건법 적용 투쟁 관련해서 꾸준히 논의 해왔어요."
 

김영애 부본부장은 꾸준히 노동안전보건 활동을 하면서 아주 중요한 깨달음을 얻었다고 했다.
 
"제가 이 활동을 할수록 느끼는 건데, 노동조합은 기본 임금단체협상 투쟁을 열심히 하잖아요. 그리고 이걸 제대로 하려면 간부나 조합원들이 기본적으로 현장을 잘 이해하고 이후에는 어떠한 개선이 필요한지 고민하고 활동하는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점에서 노동안전보건 활동 이야말로 간부나 조합원들이 현장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정말 중요하게 고민해야 하는 활동이라고 생각해요."


산업안전보건법 적용받지 못했던 학교 급식 노동자

교육공무직 노동조합은 일상 활동을 바탕으로 학교 급식 노동자들이 교육 서비스 업종이라는이유로 그동안 산업안전보건법상 보호를 받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투쟁해왔다.

"제가 학교 급식 일을 시작한 게 2004년 4월이에요. 그리고 그해 12월부터 병원을 정말 많이 다녔어요. 이유는 다 골병이었고요. 같이 일하는 동료들도 저랑 다를 게 없었는데 2009년에 노동조합이 만들어졌고, 너무 아파서 결국 잠깐 일을 쉬었는데 그때 누가 산재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저는 그때까지만 해도 산재는 일하다 다치거나 사고를 당한 노동자만 가능한 줄 알았어요.

그 정도로 교육을 받은 적도 없고 인식도 없었는데, 산재라는 것에 대해서 조금씩 알게 되면서 저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이때 산재 인정도 인정인데, 우리가 산업안전보건법상보호를 받지 못해서 산재도 발생하고 현장을 개선하기도 어렵다는 걸 알게 됐어요."


결국 교육공무직 노동조합은 지속해서 산재를 신청하고 인정받기 위해 투쟁하면서, 노동부나 교육부가 학교 노동자들의 안전보건 문제를 인식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그 결과 노동부가 예외적으로 학교 급식, 청소, 경비 노동자를 교육 서비스업에서 구내식당업 노동자로 분류하면서 산업안전보건법상 적용을 받도록 내부 지침을 바꿨다. 아주 큰 결실이었다.
 
"노동부가 2017년에 학교 급식실, 청소, 경비 노동자를 교육 서비스업이 아닌 구내식당업 노동자라고 판단하면서, 산업안전보건법을 적용하라고 교육부로 공문을 내렸어요. 그런데 교육부가 이 문제를 계속 손 놓고 있다가 올해 4월에서야 각 시도 교육청에 산업안전보건법상 중요한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설치를 명령했어요."


교육공무직 노동조합은 현재 교육청 측과 노동조합에서 이 문제를 협의하는 기구를 구성해서 구체적으로 논의하거나, 아직 협의체를 구성하지 못한 지역의 경우 시행되도록 요구하고 있다.

노동안전보건 활동으로 변한 학교 

"산재를 신청하는 조합원들이 많이 늘었어요. 예전에는 일하다 다치면 개인 실비보험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거든요. 특히 근골격계 질환에 대한 산재신청이 많아졌고 인정받은 사례도 늘어났어요. 결과가 이렇다 보니 조합원들이 산재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자신감도 높아졌고요. 결과적으로 조합원이나 노동조합 자체가 노동안전보건 활동에 관심이 높아졌죠. 물론 지금 산업안전보건법 적용 투쟁만 해도 노동조합이 더 노력할 게 많아요.

지금까지 현장에선 산업안전보건위원회가 어떠한 역할을 하는 기구인지 모르는 경우가 더 많거든요. 그래서 이걸 이해시키는 교육과 노동조합이 산업안전보건위원회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고, 교육청과 동등한 힘을 가지고 제도를 만들 수 있게 모의실습도 하고 있어요. 비슷하게 정부기관과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설치, 운영하는 현장 사례 교육도 공부하고 있구요."


물론 어려운 점도 있다. 김영애 부본부장은 아직 교육공무직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교육의 필요성은 동감하고 열심히 참여하지만 아직 법과 제도가 익숙하지 않고, 평일 내내 일하다 주말에 시간 내서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다보니 체력적으로 힘든 부분이 있다고 했다.

"제일 먼저 시작했던 투쟁은 위험수당을 확보하는 싸움이었어요. 그 이후에는 작업 환경에 대한 싸움이었고요. 급식실은 정기적으로 후드를 청소하는데 그때마다 낙상 사고가 있었거든요. 그래서 안전장비도 없이 무방비 상태로 일하는게 아니라 교육청이 후드 청소 전문업체를 선정해서 진행하도록 요구했어요. 폭염에 대응하는 투쟁도 중요했죠.

급식실은 불, 물을 많이 사용하니까 안 그래도 찜통인데 폭염 때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힘들어요. 그래서 에어컨을 설치해달라고 요구하고, 오래돼서 성능이 약한 에어컨을 새것으로 바꿔달라 요구했어요. 또, 음식을 만드는 것 못지않게 식기 청소를 할 때 근골 부담이 있는데 100% 수작업으로 했거든요. 그래서 1차로 식기를 애벌 해주는 세척기도 제공하라고 요구했고요."


김영애 부본부장의 이야기를 통해 노동안전보건 담당자를 세우고, 조합원의 필요와 문제의식을 반영한 활동이 중요함을 다시 확인하게 되었다.

여전히 과제가 많은 현장

"어제 인천 지역에서 가스 누출 사고로 조합원 한 분이 일산화탄소에 중독됐다는 소식을 접했어요. 바로 현장에 가서 상황을 살펴보니 설비에 큰 문제가 있더라고요. 신축 건물인 학교인데 급식실이 양쪽 건물에 꽉 막혀 있고 천장은 낮아서 환기 자체가 안 되겠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교육부 관계자에게 이야기 했어요. 여기서 밥하고 국 끓이면 급식실이 아니라 죽음의 공간이 된다고요. 문제는 여기뿐만 아니라 대부분 학교 급식실이 전혀 일하는 사람을 고려해서 만든 공간이 아니라는 거예요."

김영애 부본부장은 기본적으로 교육부가 노동자들의 건강을 보호해야 한다는 인식이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교육부가 학생들을 위해서 급식실 위생 점검은 굉장히 철저하게 하고 있어요. 그런데 급식 노동자들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후드, 가스 이런거에 대해서는 전혀 검사를 안 해요. 그나마 신경 쓴다고 하는데 위생 점검할 때 곁다리로 점검하는 정도, 아니면 후드를 몇 년에 한 번 청소 전문업체를 불러서 관리하는 정도예요. 노동부가 산업안전보건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지침을 내린 것도 1년간 다시 법적으로 해석을 요청하면서 시간을 끌고 어떻게든 면피하려고 했던게 바로 교육부에요."

이같은 사례만 보더라도 교육부가 산업안전보건법 1조 목표인 사업주가 노동자의 건강을 유지 증진하기 위해 해야 할 역할과 의무를 과연 다할지 걱정과 의구심이 들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1조 목적은 산업안전·보건에 관한 기준을 확립하고 그 책임의 소재를 명확하게 하여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쾌적한 작업환경을 조성함으로써 근로자의 안전과 보건을 유지·증진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해두었다. 교육부와 노동부는 학교 노동자들이 이 법에서 명확히 하고 있는 것처럼 아프지 않고, 다치지 않고, 죽지 않을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안전한 학교를 만들기 위한 다짐

"지금까지 활동 중 잘했다고 생각하는 거는, 법적으로 아무런 보호도 못 받았던 우리가 산업안전보건법 적용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이게 아닐까요. 지금까지 우리가 투쟁했던 결과로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었거든요. 그리고 이제는 조합원들이 일하다 아프면 아프다고 말하고, 산재를 신청하고 인정받기 위해 요구하고 투쟁에 나서는 게 참 뿌듯해요.

예전에는 일하다 아프거나 사고가 나도 뭐 하나 바꿔 달라고 말 한마디 못하고 꾹 참고 일했으니까요. 또, 산재 인정만이 아니라 현장 환경을 바꾸기 위해서도 꾸준히 활동해왔으니까, 이런 거는 잘 해왔다고 생각해요. 이제는 산업안전보건법 적용 문제를 시작하는 만큼 현장에 잘 안착하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해요."

김영애 부본부장 개인의 평가와 소회는 어떠한지 궁금했다.

"개인적으로 생각해보면 이전까지 노동조합에 대해서 잘 몰랐거든요. 그런데 노동조합이 만들어지고 그동안 일하면서 억울했던 부분, 입이 있어도 말하지 못했던 것들을 말할 수 있게 된 거 그게 제일 좋아요. 처음 기자회견이라는 걸 하면서 이야기 했을 때가 생각나는데요.

제가 그때 이런 말을 했어요. '왜 학교는 급식 노동자를 후미진 곳에 처박아 놓고 사람대접도 안 해 주냐,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라고 차별하는 거냐'고요. 그런데 이제는 아직 과제가 많이 남아있지만 적어도 우리 조합원들이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고 공감하고 현장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는 게 굉장히 뿌듯해요."


그동안 마음에 담아두고 잘 하지 못했던 날들을 떠올리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활발한 활동이 있었지만, 여전히 조합원들이 아파도 말하지 못하고 참고 일하는 게 사실이에요. 아직 노동조합의 활동이 부족하고 조합원들의 인식도 바뀌어야 할 게 많지요. 저는 이 부분에 대해서 꼭 이야기하고 싶은 게 있는데 우리 조합원들은 신체 포기각서를 쓰고 일하는 게 아니라는 거예요. 꼭 이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현장 상황이 참 슬프기도 하지만 그 슬픔이 앞으로 투쟁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으면 하고, 조합원들에게도 꼭 그렇게 하자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또, 임금투쟁 하는 것만큼 노동자 건강권 투쟁도 해나가자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그리고 사실 우리도 그렇고 많은 노동조합에서 노동안전보건 활동을 우선순위라고 생각하지 않잖아요. 사후약방문처럼 누가 다쳐야 대응하고, 사고가 있어야 조합원들이 위험성을 깨닫는 게 현실이고요. 앞으로는 정말로 예방 활동에 힘쓰고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러려면 여전히 의식화 교육이 필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우리가 모두 조합원들의 아픔에 대해서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노동조합에서 임금 인상, 고용 불안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투쟁하는 것만큼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권에 대해서 깊게 자각하고 투쟁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A~Z까지 다양한 노동이야기] 어둠이 내린 학교는 누가 지킬까 / 2018.11

어둠이 내린 학교는 누가 지킬까

[인터뷰] 학교 야간당직 경비 노동자 이한수 님 인터뷰                                                                                                                                                          나래,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 

학생과 여러 노동자로 북적이는 낮의 학교. 하지만 어둠이 내린 학교를 홀로 지키는 이들이 있다. 바로 학교 야간당직 경비 노동자들이다. 밤의 학교를 지키는 학교 야간 당직 노동자들은 어떤 일을 할까? 많은 사람이 잘 알지 못한다. 가리워진 이들을 만나기 위해 인천의 한 초등학교에서 일하는 이한수(가명) 님을 지난 10월 25일 만났다.
 
과로 권장하는 근로기준법
 
학교 야간 당직 경비 노동자들은 감시·단속적 노동자다. 근로기준법 제62조에 따라 노동시간, 휴게 및 휴일 등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한마디로 무방비 상태다. 이한수 님은 오후 3시 30분에 집을 나서 일터인 학교로 향한다. 오후 4시 정도에 학교에 도착하면 바로 행정실로 향한다. 당직 근무 일지를 받기 위해서다. 오후 5시가 되면 학교 문을 잠그기 시작한다. 하지만 완전히 문을 다 잠그는 때는 밤 9시 30분 정도다. 학교 체육관을 지역 주민에게 개방하기 때문에 배드민턴을 치고 가는 사람들이 다 나가는 시간에 맞출 수밖에 없다. 최종 문을 닫는 시간은 밤 10시다. 문을 닫고 들어와 한 번 더 점검한다. 일을 마치고 밤 10시 40분 쯤 잠자리에 든다. 하지만 잠을 깊게 자기 어렵다. 간혹 비상벨이 울리기도 하고, 문이 1cm만 열려 있어도 작동되지 않는 세콤 때문에 몇 번씩 잠자리에서 일어나야 한다.
 
그렇게 긴장한 상태로 잠자리에서 일어나면 새벽 5시 30분이다. 씻는 일은 뒷순위다. 우선 학교 문을 열어야 한다. 그렇게 문을 다 열고 나면 겨우 씻을 수 있다. 문단속만 하지만은 않는다. 보이는 데를 쓸고 청소한다. 교감, 교사분들이 학교가 깨끗해졌다며 인사도 건넨다. 오전 8시가 되면 집으로 향한다. 여름, 겨울방학 때도 학교는 개방하기 때문에 독같이 근무한다. 이렇게 평일엔 꼬박 16시간을 교대 근무 없이 혼자 일한다. 주말은 이틀 내내 48시간 혼자 학교에 있다. 용역 소속 당시 2일 중 하루는 유급 휴무였지만 올해 9월 1일부터 교육감에게 직고용되고 나서 모든 휴일이 무급제로 전환됐다. 겨우 2일 가족, 친구들과 보낼 수 있는 시간도 이젠 없다.
 
"무급으로 쉴 수는 있죠. 그런데 열악한 처우에서 이틀을 무급으로 쉬면 임금을 더 못 받아요. 그러니깐 다들 쉬지 못해요. 이번 달 기준으로 평일 하루 소정근로시간이 6시간이고 22일 일한거로 하면 총 132시간이에요. 주말은 하루 소정근로시간이 9시간으로 되어있고 8일 계산하면 총 72시간이죠. 한 달 총 204시간 일 한 것으로 돼서 사대보험 제하면 월 140여만 원 을 받아요. 대체 근무자를 세워서 쉬려고 해도 이 분들 일당이 6만 원, 이틀로하면 총 12만 원이죠. 이 돈이 지금 임금에서 빠지게 되면 임금이 확 줄어요. 용역소속일 때보다 더 나빠진 거죠."
 
누구를 위한 정규직화죠?
 
정부는 지난 7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용역 소속의 간접고용 노동자를 직고용하라고 했다. 인천교육청 역시 이 가이드라인을 따랐다. 하지만 무늬만 직고용일 뿐 이한수 님이 체감하는 긍정적 변화는 적었다. 오히려 악화된 부분에 아쉬움이 크다.
 
"올해 추석 연휴가 길었잖아요. 용역 소속일 땐 명절 때 학교에 너무 오래 있으니깐 하루 쉴 수 있게 대체 근무자를 보내줬어요. 그런데 올해 직고용으로 바뀌고 나선 단 하루도 쉬지 못하고 학교에 있었어요. 직고용되고 나서 부풀었던 마음을 꺼트린 거죠. 전과 같든지 아니면 더 나아져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요.
 
그리고 무엇보다 일하는 시간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에요. 평일 16시간, 주말 24시간을 학교에 있고 일을 하는데 인정해주는 시간은 평일 6시간, 주말 9시간이에요. 나머지 10시간, 15시간 인정 못 받고 있어요. 전부 인정해달라고도 안 해요. 최소한 절반이라도 인정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학교 야간 당직 노동자가 하는 일을 사람들은 잘 모른다. 하지만 이한수 님이 없는 학교는 상상을 못 한다. 소소하게는 학생들 잃어버린 물건을 찾아주는 것부터 다쳐서 밴드를 찾는 학생들에게 밴드를 붙여주는 것까지 여러 가지다. 밴드도 일부러 보건실에 가서 부탁해 받아오기까지했다.
 
학교 야간당직 노동자로 지키고 싶은 자부심 
 
노동시간조차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지만, 학교 야간당직 경비 노동자로서 자부심은 단단하다.
 
"제가 경비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건 3년 정도 됐어요. 맨 처음 교육받고 나간 곳이 아파트예요. 학교보다 아파트 경비 일이 돈을 더 벌어요. 그런데 그럴 수밖에 없더라고요. 잠을 3시간밖에 못 자요. 돈을 더 주긴 하지만 아주 사람을 잡아요.

학교는 우리 집이란 생각이 들어요. 이렇게 큰 건물에 나 혼자밖에 없어요. 그런 책임감이 있죠. 어떤 사람은 무섭지 않냐고도 물어요. 나는 무섭지 않다, 자신 있다고 대답하긴 하는데 실제 근무를 해보니깐 무섭긴 해요. 밤에 아무것도 없고, 큰 건물에 혼자 있으니 말이죠. 헤드라이트 들고 학교 한 바퀴 돌 때 내가 이 큰 건물을 다 지킨다는 생각, 뿌듯함이 있어요. 또 그런 마음이 없으면 학교에서 근무 못 하겠더라고요."
 
자부심을 꺾는 노동환경
 
하지만 요즘 들어 자꾸 자부심을 꺾는 일이 있어 속상하다.
 
"노동시간을 제대로 인정 못 받는 게 정말 속상합니다. 그리고 본래 맡은 업무 외의 것을 자꾸 요구할 때도 그렇고요.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경험을 할 때가 있어요."
 
자는 공간도 문제다. 당직실이 있기는 하지만 시설이 좋지 않다. 여름엔 모기가 너무 많아서 괴롭다. 겨우 몸을 누울 수 있는 공간이 있는 정도다. 에어컨이 있지만, 작동이 잘 안되서 얘기를 하니 그때서야 리모컨을 줬다. 처음 들어갔을 때 충격이었다. 이불이 너무 지저분하고, 새까매서 도저히 잘 수가 없다 싶어 얘기하니 세탁을 해줬다. 하지만 너무 오래된 이불이라 더는 쓸 수 없어서 바꿔 달라고 하니 그때 새 이불을 학교에서 사줬다. 지금은 바꾼이불을 덮고 지내고 있다. 모든 게 얘기를 해야 그제야 겨우 들어주는 식이다. 정기적으로 관리를 해주거나 미리 물어봐 주는 경우가 드물다. 이한수 님은 밥 먹는 것도 문제라고 입을 열었다.
 
"우리는 나가서 사 먹을 수가 없어요. 학교에 있어야 하잖아요. 그래서 보통 도시락을 싸 오거나, 급식소에서 조그만 통에다 먹을 걸 담아서 줘요. 아니면 김치만 갖다 놓고 간단히 해 먹는 정도죠. 탕비실도 없어요. 화장실에서 겨우 쌀 씻어서 제가 집에서 밥솥 하나 가져왔는데 거기다 해먹고 그래요.
 
교육감 직고용이 되면서 식대로 13만 원이 나와요. 용역 소속일 땐 식대가 없었거든요. 그런데 나와서 좋지가 않아요. 식대가 나온다는 이유로 1끼당 3,100원~3,500원을 식대에서 빼요. 학교 행정실에서 급식실에서 밥을 받아먹냐고 묻길래 그렇다고 하니깐 식대를 빼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전에는 그렇게 하지 않았거든요."
 
종교 활동도 못하는 학교 야간당직 노동자의 고충 
 
이한수 님은 기독교 신자다. 하지만 학교 야간당직 경비 일을 하게 되면서 주말에 교회에 나가지 못하고 있다. 1인 교대근무제, 무급 휴일로 인해 종교 생활도 하지 못하고, 가족, 친구 등 사회적 관계가 전부 끊겨 버려 속상하다고 했다.
 
"원래 교회를 다녔어요. 그런데 학교 일 시작하고선 주일을 못 지키고 있죠. 너무 마음이 쓰여요. 종교 생활도 못 하게 돼서 안타깝죠. 그리고 원래 친목회가 몇 군데 있었어요. 그런데 이젠 다 끝났죠. 못해요. 겨우 같은 일 하는 사람들끼리 친목회 만들자고 하고 있는데, 어려움이 크죠. 아내하고도 쉬는 날엔 근교로 놀러 가기도 하고 그랬는데 무급 휴일이 되고 나선 그것도 못 하고 있어요. 많이 아쉬워하죠."
 
일하다 다치면 건강이 아니라 해고 걱정
 
"회사는 상급 단체가 없는 자체 노동조합이 대표노조에요. 시설 쪽이랑 주차 업무노동자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조합원이고요. 노동조합은 5~6년 전에 일하면서 부당한 것도 많고 처우는 나빠지다 보니까 한마음이 돼서 만들었어요. 저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쭉 조합원이었어요."
 
이길섭 님은 얼마 전까지 용역 업체 소속이다 보니 2~3년에 한 번씩 업체가 바뀌면서 고용 승계 불안, 원청과 용역 업체 간 책임 소재 떠넘기기 등으로 인해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었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이전에는 회사가 대표노조도 아니고 요구를 들어주는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개별 교섭도 해왔고 우리가 목소리라도 낼 수 있었는데 최근에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나서는 개별교섭을 해야 할 법적 책임이 없다 보니 전혀 응하지 않고 있어요. 그래서 저희가 지속해서 이 문제를 요구하고 있어요."
 
또, 노동조합은 같은 시설관리 업무 노동자 중 일부가 감시단속적 업무라는 이유로 근로기준법 63조에 의해 노동시간, 휴게, 휴일에 관한 근로기준법 적용이 제외 되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여기서 일하기 전까지는 노동조합에 대해 이야기만 들어봤고, 회사에서 일하다 억울한 일이 있다고 해도 어떻게 일일이 이야기하나 했었는데 결국 노동자가 자기 권리를 찾기 위해서는 노동조합이 있어야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대기업도 경총으로 목소리 내고 중소상인들도
협회가 있잖아요. 그렇다면 노동자들도 노동조합이 있어야죠."
 
명절때라도 쉬면 안될까요? 
 
노인빈곤율이 높은 우리나라에서 60~70세의 고령 노동자들에게 실업은 곧 삶의 불안으로 이어진다. OECD 한국경제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48.6%로 OECD 평균(12.4%)의 4배에 달한다. 한국을 포함 호주 35.5%, 일본 19.4%, 그리스 15.8%,
미국 14.6% 등 5개 국가만이 OECD 평균을 웃도는데 그중에서도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은 압도적으로 높다. 하지만 가계의 노후 준비는 미흡하다. 연금의 소득대체율은 39.3%에 머물고, 사적연금 가입률은 24%에 불과하다. 그렇기 때문에 저임금에 힘든 일이어도 꾹 참고 버틴다. 하지만 이제 조금씩 목소리를 모으고 있다. 이한수 님 역시 꼭 노동환경이 바뀌어야 한다고 마지막으로 강조했다.
 
"모두 똑같이 고생하는데 뭐라고 제가 얘기하겠어요. 그나마 용역 소속일 때보다 고용이 안정화된 건 다행이에요. 하지만 다른 것들은 아직 갈 길이 멀었죠. 정부와 교육청에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학교 야간당직 경비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이 필요합니다. 마음 놓고 건강하게 이틀만이라도 유급으로 제대로 쉴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최소한 명절 때라도 하루, 이틀 정도라도 쉴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