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_노안활동가에게듣는다] 노동안전이라는 노동조합운동의 돌파구

노동안전이라는 노동조합운동의 돌파구

 

정경희 선전위원

 

건설노조 조직 및 교육 담당자에서 교육공무직본부 노동안전 담당자로. 같은 노동운동이지만 여러 가지 면에서 차이가 큰 노동조합에서 활동을 시작한 지 벌써 8개월째인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김진모 노동안전부장을 만났다. 출퇴근시간이 긴 두 시간이 걸려도 대학시절 익숙해진 동네에 정이 들어 화성시 병점에 살고 있다는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 김진모 노동안전부장을 715일 오후 동네 카페에서 만나 활동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김진모 부장은 노안부장을 맡기 전 건설노조 경기중서부건설지부에서 4년 가까이 조직과 교육업무를 맡아 활동하다 자연스럽게 정리하고 3개월 정도 쉬던 중 교육공무직본부 얘기를 들었고 활동 결심을 했다. 노동안전 활동은 처음이었다.

 

사실 노동안전을 할 것인지 망설였어요. 건설의 경우 노동안전 문제가 많긴 하지만 워낙 고용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에 고용 관련 투쟁이 많았었고, 노동안전에 에너지를 많이 못 쏟고 있었죠. 노조에서 특히 노동안전은 부수적인 경우가 많거든요. 노동안전이라고 하니 엄청난 압박감이 느껴졌고요.”

 

현장과 가까이에서 노동안전 활동을

 

전에 활동했던 건설과 현재의 교육공무직은 직종에 따른 업무특성이나 조합원 구성 면에서 다른 점도 많지만 공통점도 있다고 한다. 조합원 구성 성별 비율의 경우만 봐도 건설은 90%가 남성, 교육공무직본부는 90%가 여성이다. 고용형태도 건설은 일용직이 대다수고, 교육공무직은 무기계약으로 전환되어 비정규직으로 차별은 있지만 고용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되었다는 차이가 있다. 그러나 교육공무직에도 다양한 직종이 있는데 그 중 가장 규모가 큰 급식은 현장 안에서 팀 단위로 움직이는데, 건설도 팀 단위로 움직이며 일하고, 연령대도 50대가 많다는 점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노동안전 활동을 전문적으로 접근하면 못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최대한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소화하려고 노력해요. 산업안전보건법 조항을 모르더라도 조합원들이 겪는 노동현장의 작업에 가까워져야 저도 이해하기 편해서 책을 보는 것보다 현장에 가 직접 보면서 접근했더니 더 빠르게 이해가 되더라고요.”

 

코로나19로 학교방문을 많이 하지 못하다 최근 급식실 폐암 산재신청 관련해서 전북의 어느 고등학교에 갔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조리사 혼자서 3시간 반 동안 튀김을 했고 계속 연기가 올라왔다고 한다. 설치된 후드가 그 연기를 전혀 빨아들이지 못해 옆으로 번졌다. 제대로 작동을 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곳에서 일하는 영양교사는 후드 스위치가 어디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어 황당하고 안타까웠다고 한다. 김진모 부장은 급식실에서 폐암 환자가 속출하고 있는 사실을 잘 알리고 동시에 당당하게 건강을 지키기 위한 요구를 할 수 있게 만들어 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노동조합에서 집중하고 있는 것에 노동과정이 빠져있는 상태라는 생각이 들어요. 노동조합에서 제일 중요한 문제는 일자리 안정과 일 한만큼 임금을 받는 것인데, 그 중간이 없어요. 저도 노동조합 운동을 해오면서 고용과 임금에만 꽂혀있었거든요. 그런데 열심히 싸워도 임금을 충분히 받지 못 하는 상황에서 일을 30~40년을 해도 안 다치고 몸 성히 나갈 수 있는 건가, 이게 전제가 안 되면 한푼 두푼 버는 게 무슨 소용일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거죠. 노동조합이 전환하기에 늘 쉽지 않은 게 이런 얘기를 하다가도 결국 교섭 시즌이 오면 다 뒤로 가고, 임금 인상에 집중하게 돼요.”

 

노동조합 활동가의 로망은 조합원 가까이 가고자하는 것이라고 한다. 조합원들과 부대끼면서 서로 웃고, 때로는 싸우기도 하면서 신뢰관계를 만들어가는 것이 노동조합의 중요한 힘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코로나19를 뚫고 몇 만 명 모여 위세를 떨치는 것보다 노동조합이 오래 가려면 조합원 가까이에서 소통하는 것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했다. ‘요즘 몸은 괜찮냐는 얘기부터 생활에 대한 이야기, 현재 상태가 어떤지 등 노동안전에 대한 이야기를 활동가와 조합원이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그러려면 노동조합운동도 더 깊이 조합원 속으로 들어가고 소통하는 방식으로 전환되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고 생각을 밝혔다.

 

노동안전 활동을 하다보면 방향이나 구상이 좀 더 달라질 것 같아요. 물론 그게 지난해보이고, 당장 돈 더 얻어내야 하는데 뭐하는 짓이냐 그럴 수 있을 것 같고, 그래도 그렇게 하지 않으면 어렵다는 생각도 들어요. 조합원들과 가깝게 할 수 있는 노동운동에 노동안전으로 접근하는 전환을 하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하죠.”

 

직종이 다양한만큼 위험도 다양하다

 

산업안전보건법을 적용받는 직종은 현업업무로 분류되고, 여기에는 비교적 육체노동이 잘 드러나는 급식, 미화, 시설, 통학, 경비업무가 해당되는데, 교육공무직에는 이외에도 돌봄, 교무실, 행정실, 도서관, 특수교육직, 실무사 등 직종이 많다고 한다. 직종을 세분화하면 80여개가 된다. 업무상 유해위험 요소가 더 드러나는 직종 외에도 사무직종처럼 그렇지 않은 직종도 있다. 교무실에 있는 교무실무사, 행정실무사나 학생들을 직접 만나고 돌보는 돌봄 노동자의 노동안전 의제가 그렇다.

 

교무실, 행정실 노동안전 설문조사에서 전화가 울려도 아무도 받지 않는다고 적었다고 한다. 학교 대표번호로 전화가 오면 비정규직 노동자가 받게 된다. 그러나 걸려오는 전화 중 비정규직이 해결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어 민원인의 비난을 혼자 다 들어야 하고, 대처할 수도 없는 고충이 있다고 한다. 돌봄 노동자들은 30~40명 아이들을 혼자 감당해야하는 전쟁터 같은 상황에 있는 것은 이미 알려진 바다. 특수교육지도사의 90%가 여성인데 10~20명 학생을 혼자서 맡는다고 한다. 도서관 사서는 무거운 책을 혼자 정리하고 운반하고, 과학실무사는 유해화학물질을 취급하기 때문에 특수건강진단을 받지만 산업안전보건법 적용대상은 아니라고 한다. 이처럼 학교는 특수한 공간이고 무궁무진한 비정규노동자가 있고 이들은 절대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 계속 드러나고 있다.

 

아직도 학교가 서당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학교에 가면 선생님이 가르치고 아이들은 알아서 혼자 큰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학교를 운영하기 위해서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받치고 있거든요. 그 분들의 노동이 안 드러나는 것, 그게 제일 과제고 어려운 상황이에요.”

 

학교가 산업안전보건법이 적용된 지 얼마 안 됐잖아요. 그래서 교육부나 교육청도 저희도 처음이다 보니 서로 감이 안 잡히는 거예요. 임금교섭은 이미 자리 잡았고 잘 하고 있는데 말이죠.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꾸려서 안전보건관리체계를 만들어야 하는데 관리감독자를 어떻게 지정할 것인가를 가지고 거의 2년을 싸우는 거예요. 교육부나 교육청이 보수적이어서 학교에 무슨 산업안전이냐고 방어적인 태도로 나오니까 노동안전사업들이 공회전하는 거죠. 그래서 힘든 것 같아요.”

 

학교가 위험하다

 

요즘 교육공무직본부 노동안전에서는 폐암 집단 산재신청이 가장 큰 현안이다. 20년씩 근무한 노동자들이 폐암에 걸렸다는 얘기가 급식실 조합원들 사이에서 돌고 있었는데, 3년간의 싸움 끝에 결국 올해 산재인정을 스스로 받은 조합원이 있었다고 한다. 4개월 후에는 충북에서 두 번째 산재승인 사례도 나왔다. 올해 5월 직업성암 119에서 집단산재신청을 했을 때는 학교급식실 노동자 중 10명이 폐암을 제보하는 충격적인 상황이 펼쳐졌다고 한다.

 

이건 사실 대참사거든요. 학교에서 발생하는 일은 빠르게 사회적 이슈가 되는 현장이라, 학교 측에서 여론에는 엄청 신경 쓰는데 문제해결에는 소극적이에요. 지역여론이 민감하니 17개 각 시도교육청은 대응은 하는데, 고용노동부에서 조치사항을 내리면 뭘 해야 하는지 모르는 거죠. 그런데 이 문제 원인에 95%가 시설과 식단문제가 있더라구요. 지하에 급식실이 있다면 무조건 리모델링해야 하고, 후드가 문제면 다 들어 엎어야하죠, 급식실 전체에 방향을 잡고 중장기적으로 가야하는 것 같아요.”

 

노동안전이라는 돌파구

 

과거 노동조합 활동을 할 때는 중요한 명분이나 활동을 내세워 조합원들을 끌어오려고 하는 것도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최근 노동안전 활동을 하다보면 조합원과 활동가 사이의 벽을 허물고 가깝게 소통할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투쟁 이후 민주노총에서 더 이상 죽이지 마라는 노동안전 의제를 슬로건으로 걸고는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요구는 여전히 그대로여서 노동안전에 대해 친근하고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법방을 더 깊게 습득해 가야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고 노동조합 활동가들에게 필요한 것 같다고 강조했다.

 

요즘 노동운동 길이 막혔다고 하는데, 노동안전이 길을 뚫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아이디어도 많이 제공하면서요. 교육공무직본부는 어느 정도 고용이 안정돼서 우리의 목소리를 어떻게 내야할지 노조가 고민을 많이 하거든요. 거기에서 노동안전 이야기가 중요하게 많이 나와요. 노력하는 게 확실히 보이는데 사업의 위상이 잘 안 만들어지는 어려움은 있지만요.”

 

노동안전 활동을 하는 분들이 많다는 사실도 노동안전부장을 맡고 알게 되었다는 그는 노동안전 활동가 선배들을 만날 때면 활동 오래 할수록 한도 많이 쌓이고 애타는 게 느껴진다고 했다. 선배 활동가들의 활동을 통한 고민과 과제를 공유하고 공부도 같이 할 필요도 느끼고 있다. 또 노동안전 활동이 풍부해지려면 후배 노동안전 활동가들이 선배 활동가들을 찾아가는 게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이렇게 노동안전 활동가들이 서로 발전하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인터뷰를 마쳤다.

 

 

 

특집3. 노동자 건강 불평등, 노동조합의 참여로 시작하기 / 2019.11

노동자 건강 불평등, 노동조합의 참여로 시작하기

[인터뷰]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유청희 노동안전보건부장

 

나래 상임활동가

 

유령에서 인간으로!’라는 울림 넘치는 구호를 외치는 노동자들이 있다. 바로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어떤 환경과 조건이 그들을 유령으로 만들었고, 스스로 인간임을 선언할 수밖에 없었을까. 또 차별과 불평등은 노동자들의 건강과 생활에 어떤 문제를 야기하는지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라는 고민에서 인터뷰를 기획했다. 지난 1031일 노조 회의실에서 유청희 노동안전보건부장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마침 이날은 노동개악과 탄력근로제 저지를 위한 민주노총 결의대회가 있었던 날이기도 했다.

유청희 노동안전보건부장은 노조 활동을 시작하기 전 회사에도 다니고 이주노동자 한국어 자원봉사도 하는 등 다양한 이력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이주노동자 자원 활동은 그에게 차별, 불평등에 대해 곱씹어볼 수밖에 없는 소중한 경험이기도 했다. 현재는 전국교육공무직본부에서 노동안전보건활동을 전담하고 있다. 1년 반 동안 해온 활동들을 돌이켜 보면 폭풍 같은 시간이기도 했지만, 하루하루 쉽지 않았다며 지난날을 되새겼다.

 

비정규직 양산하는 학교의 실상

 

전국에 약 40만 명의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있다. 그들이 노동조합을 만들고 나서기 전까지 학교엔 비정규직이 존재하는지조차 몰랐다. 왜냐면 학교라는 곳은 당연히(?) ‘평등이라는 가치를 가르치고 직접 실현하는 공간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그 어느 공공기관보다 더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를 양산하고 있었다.

 

“직종이 매우 많다. 최소 잡아도 20~30개 정도다. 세부적으로 나눠 잡으면 100개 이상으로 잡기도 한다. 언뜻 생각하면 학교에 교사만 떠올리기 쉽지만, 비정규직 노동자 직종이 이렇게 많다. 거기에 지역마다 명칭이나 처우도 각기 다르다 보니 100개 이상까지 나오는 것이다.”

 

올해는 전국교육공무직본부가 창립 10주년을 맞이한 해이기도 하다. 2009우리는 유령이 아니다를 외치며 학교 비정규직 문제의 심각성을 드러냈고, 그동안 부당함을 이야기하지 못했던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이란 조직으로 뭉친 것이다. ‘모든 학교비정규직을 교육공무직으로! 노동존중 평등학교, 비정규직 없는 세상으로! 평등하고 차별 없는 학교 만들기! 아프지 않고 일할 권리, 안전하고 건강한 학교를!’은 노조 창립부터 지금까지 노동조합의 핵심적 요구이며 동시에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이 요구는 노조를 만든 이유이기도 하고, 노조가 존재하는 이유 그 자체다. 우리 노조뿐만 아니라 다른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마침 오늘 인티뷰를 준비하면서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다들 분노에 차서 이야기했다. 교사의 경우 방학 중 임금이 당연히 나오지만, 다수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방학 중 근무가 없어 임금이 나오지 않고, 이 때문에 생계에 어려움도 겪는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방학 중 최소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해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방학 중 근무가 없어 임금이 지급되지 않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는 급식실 조리사와 조리원, 특수교육 실무사, 교무 실무사, 전산 실무사 등 10개 직종 안팎에 이른다. 전체 학교 비정규직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규모임에도 이들의 처우 개선은 여전히 더디다. 방학 중에 생계를 위한 일을 하고 싶어도 학교장에게 겸직허락을 얻어야 하는 데 쉬운 일이 아니다. 고용과 임금의 불안정성은 이처럼 삶의 불안정으로 이어진다.

 

”임금과 처우 모든 면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 정규직 임금의 60%를 받고 있다. 우리의 요구는 80%이다. 또 하나의 중요한 사례는 바로 호칭이다. 선생님, 실장님 다양한 호칭이 있지만 학교 급식 노동자에게 아무도 그런 호칭으로 부르지 않는다. 아줌마로 부른다. 교무·행정 실무사의 경우에는 차 심부름 문제가 한창 논란이 됐었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라면 누구나 흔히 경험한 사례들이다. 그런데도 노동조합의 싸움으로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사실 정규직의 80% 임금을 요구하는 것도 고민이 든다. 최근 공정성이 이슈가 되지 않았나. 노동을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서 가치가 달라진다. 그렇다면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은 정규직의 60%만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인가. 사람들은 시험이 공평함의 기준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정말 그 시험이 공평한지 되물어야 한다. 사실 노동자들끼리 공평함, 고정성을 두고 싸울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직업과 노동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하고, 공정성에 대해 사회적으로 정교하게 논의를 하는 식으로 구조를 제대로 만들고 설계해 나가야 한다.”

 

아프다는 이야기하는데 필요한 용기

 

노동조합이 가장 앞장서서 바꾸고 있는 것에는 임금과 처우 문제 말고도 바로 노동안전보건 문제가 있다. 자신이 아프다는 것을 이야기하는데 이들에겐 다른 무엇보다 바로 용기가 필요하다. 일 때문에 아프다는 것을 증명하기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쌓인 차별과 불평등의 장벽이 너무나 높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의 고혈압 유병률이 정규직 여성 노동자보다 1.4배 높다.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의 경우 고용 불안정 등의 이유로 더 많은 스트레스에 시달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조합원들이 아프다는 말을 잘못 한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노조 교육을 하러 가면 산재 신청 실무의 경우 인기가 굉장히 높다. 질문이 정말 많다. 가려는 강사를 붙잡고 세세하게 물어본다. 현실에서의 문제는 이들이 아프다고 말하기 위해선 ‘용기’를 내야 한다는 점이다. 내 질병과 사고가 업무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도 용기가 필요한 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실이다. 최근 <당신이 숭배하든 혐오하든>이라는 책을 읽었다. 여성의 몸이 어떻게 차별받아왔는지에 대한 내용이 담긴 책이다. 인상적이었던 내용은 심장의 경우에도 여성이 더 아프다는 것이다. 여성은 아파도 아프다는 이야기를 잘 하지 않는다는 거다. 밤에 굉장히 아파도 119 부르는 걸 폐 끼치는 거로 생각해서 참고, 다음 날 아침에 응급실에도 안 가고 외래에 가서 치료를 받는다는 것이다. 그렇게 여성들은 살아왔기 때문에 자기가 필요한 걸 잘 이야기하지 못한다.

 

그런데 우리 노조의 경우 중년 여성들이 대다수다. 산재 신청하는 것에 대해서 지금까지 입사할 때 교육을 받은 적도 없다. 학교에 얘기하기보다 노조에 얘기하는 것을 더 친숙하게 여길 거다. 그만큼 학교라는 공간은 이들에게 안전한 공간, 평등한 공간이 아니다. 이런 여러 가지 불평등, 학교에서 유령 취급당하고 학교에서 아줌마로 불리는 분들이 이런 식으로 불평등과 차별을 경험해오지 않았나 싶다.”

 

노동자의 참여가 건강 불평등 해결의 열쇠

 

노동조합이 만들어져 10년이라는 긴 시간을 보내오며 쌓아온 결실이 이제 조금씩 빛을 보고 있다. 2017년 학교 비정규직 중 급식 노동자를 대상으로 산업안전보건법 적용 대상으로 인정받으며 드디어 산업안전보건위원회가 가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전까진 법의 적용 대상조차 아니었다. 노조가 생기고 학교에서의 차별 경험이 얼마나 건강에 유해한지를 밝히는 활동을 통해 어렵게 만들어낸 성과다. 현재 17개 각 지역 교육청들이 시간 끌기를 해온 바람에 이제야 몇 개 지역에서 회의를 1~2차례 진행했다. 그런데도 노동자 참여가 건강 불평등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아주 소중한 징검다리란 것을 조금씩 경험하고 있다.

 

“참여라는 것은 노조 활동의 기본이다. 제가 자주 하는 얘기가 있다. 급식실에 높이 조절되는 조리대 같은 게 들어오면 어떨지 생각해보자고 말이다. 지금이 어떤 시대인가. 자율주행차가 다니고, AI가 바둑을 두는 시대다. 그런데 학교 급식실이나 여성들이 일하는 곳, 비정규직이 일하는 곳을 보면 놀라우리만큼 발전이 안 되어 있다. 사실 기술이 발전하지 못한 게 아니고 ‘하지 않는 것’이다. 여성들이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이 많지 않고 직장에 다니더라도 여러 기회를 박탈당한다. 학교 급식실의 경우도 경력단절 된 분들이 많이 가는데 이들이 일하는 곳은 시설 개선이란 게 없다. 노동자 참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바로 이런 지점이다. 일하는 사람이 직접 자기 일터를 돌아보고 무엇이 필요한지 이야기할 수 있을 때 그때 바로 변화가 일어난다.”

 

유청희 노동안전보건부장은 노동자의 건강 불평등 문제를 사회적으로 제기하고 실천해나갈 중요한 단위가 바로 노동조합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이 외친 구호는 여전히, 어쩌면 앞으로도 유효할 것이다. ‘평등해야 건강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기 위한 여정을 하고 있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우리는 어떤 연대의 손길을 내밀 것인지 그 고민부터 함께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