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야간노동자들, 누워 잠드는데 53분..일반인 10배 수준" (190404, 노컷뉴스)

"야간노동자들, 누워 잠드는데 53분..일반인 10배 수준"
CBS 시사자키 제작진 메일보내기2019-04-05 05:30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 1 (18:15~19:55)
■ 방송일 : 2019년 4월 4일 (목요일) 
■ 진 행 : 정관용 (국민대 특임교수)
■ 출 연 : 최규화 (베이비뉴스 기자), 김영선 (노동시간센터 연구위원)

 

◆ 김영선> 네. 국제암연구소에서 야간노동을 2급 발암물질이라고 규정을 했는데요. 건강문제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얘기인데 앞서 말씀해 주신 야간 노동자들의 대표적인 증상이 수면장애인데요. 예전에 주야 맞교대로 일하던 분을 이제 인터뷰 주야 맞교대에서 주간 연속 2교대로 사업종이 다른 데로 잘 바뀐 사업장에 한 노동자를 이제 인터뷰했는데 다시 예전으로 돈 한 보따리 싸줘도 안 돌아가겠다라고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 정도로 수면장애에 대한 애로사항들이 많았는데요. 

수면장애 여러 가지 건강정보들 보면 수면장애뿐만이 아니라 소화기계 질환 같은 것도 많고 생리불순 같은 것도 여성의 경우에는 많이 보고가 되고 극단적인 경우에는 암 연구소에서 말한 것처럼 암 보고도 많고 또 뇌심질환 같은 것도 심장질환 같은 것들에 대한 보고가 많은데요. 그런데 우리가 통상 야간노동을 개인의 신체 건강 문제만 연결시키는데 이 문제뿐만 아니라 아까 가족의 관계의 질에도 그런 영향을 미치는 것이고 이게 특히 고립감에 대한 호소도 많이 보고된다고 하니까. 

 

https://www.nocutnews.co.kr/news/5129927

[언론보도] 노동시간 줄면 경쟁력 떨어질까 (19.03.25, 주간경향)

노동시간 줄면 경쟁력 떨어질까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2019.03.25ㅣ주간경향 1319호




이 때문에 노동계에서는 법정 노동시간 단축을 중심으로 이뤄졌던 기존의 운동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노동-자본의 권력관계가 변함에 따라 법과 제도에 기댄 일괄적인 노동시간 단축은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다. 최민 노동시간센터 직업환경의학 전문의는 “제도를 통해 노동시간의 양을 줄이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다양한 고용형태가 있는 상황에서 일률적인 시간 단축은 한계가 있다”며 “노동시간을 노동자 스스로 자율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방식으로 노동시간 단축운동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artid=201903181412431&code=115



[언론보도] 그는 일할 수 있는 다니엘 블레이크였다 ③ 업무적합성 평가의 고려점들 (매일노동뉴스)

그는 일할 수 있는 다니엘 블레이크였다 ③ 업무적합성 평가의 고려점들송윤희 직업환경의학전문의(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 송윤희
  • 승인 2018.12.20 08:00








작은 건설폐기물 수거업체를 방문해서 노동자 상담을 했다. 스물여섯 젊은 남자의 혈압이 190/110으로 나왔다. 병원 입원 상태라면 당장 정맥에 혈압강하제를 투여해야 할 정도로 높은 수치다. 깜짝 놀라 더 자세히 상황을 물었다. 그는 혈압약을 먹은 지 두 달째였으나 하루 한 알 투약으로 조절이 안 되고 있었고 2조2교대제, 흔히들 말하는 ‘죽음의 맞교대’를 하고 있었다. 생활 습관도 엉망이었다. 혈압약을 먹고 있음에도 매일 소주 두 병에 담배 한 갑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런 증상도 없었고 건강해 보였다. 일하는 데 몸에 무리가 된다고 하지도 않았다. 그는 업무적합성 평가 대상인가? 맞다. 대상이다. ‘고혈압성 긴박’이라는 개념이 있다. 신체의 특이증상이나 병의 징후는 보이지 않지만 너무나 혈압이 높아(180/120 이상) 주의를 요하는 상태를 말한다. 이 젊은 노동자는 의학적으로 이 범주에 속했다. 하지만 나는 그런 말을 사업장에 꺼내지도 않았다. 왜냐면 영세 사업장에서의 업무적합성 평가는 너무나 쉽게 해고, 혹은 자진 퇴사의 전 단계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5760

특집3. 과로사 예방하겠다는 정부가 내놓은 탄력근로제-노동시간 단축운동 역사를 통해 본 탄력근로제 / 2018.12

과로사 예방하겠다는 정부가 내놓은 탄력근로제

이나래 (노동시간센터) 


본 글은 11월 13일에 발행한 이슈페이퍼 「제한 없는 하루노동 가능케 하는 '고주물 노동시간제' 탄력근로제 – 하루 노동시간 제한을 통한 노동시간 단축이 필요하다」를 재구성하였습니다... 기자말

일하는 사람의 시간을 마음대로 줄였다, 늘렸다하는 '탄력근로제'

총성 없는 전쟁이다. 노동시간을 둘러싼 자본과 노동의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무제한 노동을 허용했던 근로기준법 59조 특례제도 업종 축소, 연장근로 12시간 제한을 중심으로 하는 주 52시간제, 최근엔 초과 노동 가산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탄력근로제까지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전쟁 중앙에 놓인 탄력근로제는 특정 일·주에 법정근로시간을 초과한 노동을 가능하게 하며, 초과 노동시간 가산수당조차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제도이다. 특정일의 노동시간을 연장하는 대신 다른 날의 노동시간을 줄여 일정 기간 평균 노동시간을 법정노동시간에 맞추는 방식이다. 유연근무제의 일종으로, 근로기준법 51조에 근거를 둔다.

무엇보다 탄력근로제는 대상 제한 없이 모든 노동자의 장시간 노동을 야기할 우려가 크다. 정부는 유연 근로시간제 가이드에 탄력근로제 적합 직무를 계절적 영향을 받거나 성수기.비수기 등 시기별 업무량 편차가 많은 업종으로 설명하고 있지만, 전체 노동자를 대상으로 도입할 수 있기 때문에, 업종.직무별 특성을 벗어나 사업주의 필요에 의하면 얼마든지 사업장에 도입될 수 있다.

또한, 정부는 탄력근로제를 포함한 유연 근로시간제의 의의를 '근로시간의 결정 및 배치 등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여 업무 생산성 향상 및 기업 경쟁력을 제고 한다고 밝히고 있다. 동시에 근로시간의 효율적 배분을 통해서 일 · 생활 균형이 가능한 근로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고 강조하지만, 제도의 면면을 살펴보면 노동시간 제도는 노동자의 몸과 삶이 아닌 자본의 이윤 창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한편, 자본은 탄력근로제를 통해 일하는 사람의 시간을 구속해 자율성을 침해한다. 어떻게 노동하느냐, 어떤 노동시간과 휴게.휴식 시간을 보내느냐에 따라 노동자의 건강과 삶,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다르다. 예를 들어 하루 8시간 주간 고정 노동자와 12시간 주야 맞교대 노동자의 생활은 완전히 다를 수밖에 없다.

탄력근로제는 노동자의 필요, 욕구, 선택을 기준으로 하는 제도가 아니다. 노동자들의 의사와 판단, 필요와 무관하게 기업이 원하는 시점에 원하는 시간 동안 일하도록 강제한다. 이미 탄력근로제가 아니더라도 오래 일하는 것으로 인해 자기 시간에 대한 자율성을 박탈당한다. 심야교대, 주말교대, 파트타임 등 다양한 교대제가 대표적 예이다. 결국 탄력근로제는 노동자의 시간 주권을 강화하는 방향이 아닌 자본의 생산 향상을 위한 시간 통제력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자본은 끊임없이 노동시간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현행법으로 정해진 최장 3개월 단위 기간 조차 짧다며 단위 기간 확대를 주장하고 있고, 정치권은 단위 기간 확대안을 내년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민주당은 6개월, 자유한국당은 1년을 주장하고 있다.

하루 8시간 노동 쟁취, 노동자들의 오랜 요구


노동운동 역사는 노동시간 단축의 역사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노동시간을 둘러싼 노동과 자본간 대립은 오래된 첨예한 사안이다. '시간'을 누구의 시간으로 확보할 것인가, 노동자에겐 곧 목숨과 삶이었고 자본에겐 이윤 창출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노동시간 단축 요구는 전 세계 노동자들의 쟁취 대상이었다. 하루 8시간 노동제는 피의 역사다.

1884년 미국 방직노동자들을 중심으로 8시간 노동제 실현을 주장했다. 당시 노동자들은 하루 12~16시간 일해 주급 7~8달러 임금을 받으며 월 10~15달러 판잣집 방세를 감당했다. 결국 노동자들은 파업을 결의했고, 1890년 5월 1일 전 세계적으로 하루 8시간 노동을 요구하는 국제적 시위인 제1회 메이데이(노동절)가 열렸다. 우리나라도 1920년대부터 메이데이 행사를 치르며 노동시간 단축, 임금인상, 실업방지를 외쳤다.

1953년 도입된 근로기준법은 노동시간을 1일 8시간, 주 48시간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잘 지켜지지 않았다. 1987년 노동자 대투쟁을 거쳐 노동시간 단축 요구가 퍼졌고 1989년이 되어서야 주 44시간제로 개정됐다. 법정 근로시간 1주 4시간을 단축하는 데 36년이 걸린 것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주 40시간제가 입법화된 것은 2003년이다. 사업장 규모별 적용 제한을 두어 5인 이상 사업장에 주 40시간제가 완전히 도입된 것은 불과 7년밖에 지나지 않았다.

지난 노동시간 단축 역사를 살펴봤을 때 1953년 법정노동시간은 1일 8시간 주 48시간, 1989년 주 44시간, 2004년 1주 40시간으로 이어진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노동시간 단축은 하루 단위 기준으로 요구되어 왔다는 점이다. 하루를 기준으로 노동시간을 제한하는 것이 총 노동시간(주, 달)을 단축하는데 기준점이 되고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우리나라는 하루 노동시간 제한이 없다.

주 40시간제를 도입한 지 15년이 지났지만, 노동시간 단축 논의는 하루 노동시간 단축이 아닌 연장근로 12시간을 제한하는 주 52시간제로 전환됐다. 이는 노동시간 단축이 아닌 명백한 장시간 노동의 고착화일 뿐이다.

노동시간 단축, 하루 노동시간 제한으로 이뤄져야

일하는 사람들은 혼란스럽다. 분명 노동시간 단축이라고 정치권과 언론에서 호들갑을 떨긴 하는데, 정작 내 삶은 변한 게 없으니 말이다. 제도는 변하고 있지만 체감하지 못할 정도로 우린 이미 오랫동안 길게 일해 왔다.

한국은 OECD 최장 노동시간을 오랫동안 기록해왔으며, 이전에 묻혀 있던 노동자들의 장시간으로 인한 사고와 죽음이 '과로사'라 명명되어 세상에 드러나고 있다. 특히 이번 이슈페이퍼를 계기로 조사한 노동시간 상한선이 없는 특례 업종의 경우 운수업에서 35% 이상의 노동자가 하루 10시간 이상 근무를 한 달 10일 이상하고 있다고 응답한 결과가 나왔다. 근로기준법 적용 제외 대상인 특수고용 운수 노동자까지 포함하면 장시간 노동 실태는 더욱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운수 노동자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니다.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못하는 모든 노동자 혹은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이지만 노동시간 제한 대상이 되지 못하는 모두의 현실이다. 노동시간 단축은 일하는 사람의 건강과 삶에 근거해 이뤄져야 한다. 무엇을 원칙으로 삼느냐에 따라 너무나 많은 것이 달라진다. 하루 노동시간 제한을 통한 노동시간 단축, 그것이 노동시간 단축 투쟁을 통해 얻은 우리의 교훈이자,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A~Z까지 다양한 노동이야기] 어둠이 내린 학교는 누가 지킬까 / 2018.11

어둠이 내린 학교는 누가 지킬까

[인터뷰] 학교 야간당직 경비 노동자 이한수 님 인터뷰                                                                                                                                                          나래,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 

학생과 여러 노동자로 북적이는 낮의 학교. 하지만 어둠이 내린 학교를 홀로 지키는 이들이 있다. 바로 학교 야간당직 경비 노동자들이다. 밤의 학교를 지키는 학교 야간 당직 노동자들은 어떤 일을 할까? 많은 사람이 잘 알지 못한다. 가리워진 이들을 만나기 위해 인천의 한 초등학교에서 일하는 이한수(가명) 님을 지난 10월 25일 만났다.
 
과로 권장하는 근로기준법
 
학교 야간 당직 경비 노동자들은 감시·단속적 노동자다. 근로기준법 제62조에 따라 노동시간, 휴게 및 휴일 등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한마디로 무방비 상태다. 이한수 님은 오후 3시 30분에 집을 나서 일터인 학교로 향한다. 오후 4시 정도에 학교에 도착하면 바로 행정실로 향한다. 당직 근무 일지를 받기 위해서다. 오후 5시가 되면 학교 문을 잠그기 시작한다. 하지만 완전히 문을 다 잠그는 때는 밤 9시 30분 정도다. 학교 체육관을 지역 주민에게 개방하기 때문에 배드민턴을 치고 가는 사람들이 다 나가는 시간에 맞출 수밖에 없다. 최종 문을 닫는 시간은 밤 10시다. 문을 닫고 들어와 한 번 더 점검한다. 일을 마치고 밤 10시 40분 쯤 잠자리에 든다. 하지만 잠을 깊게 자기 어렵다. 간혹 비상벨이 울리기도 하고, 문이 1cm만 열려 있어도 작동되지 않는 세콤 때문에 몇 번씩 잠자리에서 일어나야 한다.
 
그렇게 긴장한 상태로 잠자리에서 일어나면 새벽 5시 30분이다. 씻는 일은 뒷순위다. 우선 학교 문을 열어야 한다. 그렇게 문을 다 열고 나면 겨우 씻을 수 있다. 문단속만 하지만은 않는다. 보이는 데를 쓸고 청소한다. 교감, 교사분들이 학교가 깨끗해졌다며 인사도 건넨다. 오전 8시가 되면 집으로 향한다. 여름, 겨울방학 때도 학교는 개방하기 때문에 독같이 근무한다. 이렇게 평일엔 꼬박 16시간을 교대 근무 없이 혼자 일한다. 주말은 이틀 내내 48시간 혼자 학교에 있다. 용역 소속 당시 2일 중 하루는 유급 휴무였지만 올해 9월 1일부터 교육감에게 직고용되고 나서 모든 휴일이 무급제로 전환됐다. 겨우 2일 가족, 친구들과 보낼 수 있는 시간도 이젠 없다.
 
"무급으로 쉴 수는 있죠. 그런데 열악한 처우에서 이틀을 무급으로 쉬면 임금을 더 못 받아요. 그러니깐 다들 쉬지 못해요. 이번 달 기준으로 평일 하루 소정근로시간이 6시간이고 22일 일한거로 하면 총 132시간이에요. 주말은 하루 소정근로시간이 9시간으로 되어있고 8일 계산하면 총 72시간이죠. 한 달 총 204시간 일 한 것으로 돼서 사대보험 제하면 월 140여만 원 을 받아요. 대체 근무자를 세워서 쉬려고 해도 이 분들 일당이 6만 원, 이틀로하면 총 12만 원이죠. 이 돈이 지금 임금에서 빠지게 되면 임금이 확 줄어요. 용역소속일 때보다 더 나빠진 거죠."
 
누구를 위한 정규직화죠?
 
정부는 지난 7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용역 소속의 간접고용 노동자를 직고용하라고 했다. 인천교육청 역시 이 가이드라인을 따랐다. 하지만 무늬만 직고용일 뿐 이한수 님이 체감하는 긍정적 변화는 적었다. 오히려 악화된 부분에 아쉬움이 크다.
 
"올해 추석 연휴가 길었잖아요. 용역 소속일 땐 명절 때 학교에 너무 오래 있으니깐 하루 쉴 수 있게 대체 근무자를 보내줬어요. 그런데 올해 직고용으로 바뀌고 나선 단 하루도 쉬지 못하고 학교에 있었어요. 직고용되고 나서 부풀었던 마음을 꺼트린 거죠. 전과 같든지 아니면 더 나아져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요.
 
그리고 무엇보다 일하는 시간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에요. 평일 16시간, 주말 24시간을 학교에 있고 일을 하는데 인정해주는 시간은 평일 6시간, 주말 9시간이에요. 나머지 10시간, 15시간 인정 못 받고 있어요. 전부 인정해달라고도 안 해요. 최소한 절반이라도 인정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학교 야간 당직 노동자가 하는 일을 사람들은 잘 모른다. 하지만 이한수 님이 없는 학교는 상상을 못 한다. 소소하게는 학생들 잃어버린 물건을 찾아주는 것부터 다쳐서 밴드를 찾는 학생들에게 밴드를 붙여주는 것까지 여러 가지다. 밴드도 일부러 보건실에 가서 부탁해 받아오기까지했다.
 
학교 야간당직 노동자로 지키고 싶은 자부심 
 
노동시간조차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지만, 학교 야간당직 경비 노동자로서 자부심은 단단하다.
 
"제가 경비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건 3년 정도 됐어요. 맨 처음 교육받고 나간 곳이 아파트예요. 학교보다 아파트 경비 일이 돈을 더 벌어요. 그런데 그럴 수밖에 없더라고요. 잠을 3시간밖에 못 자요. 돈을 더 주긴 하지만 아주 사람을 잡아요.

학교는 우리 집이란 생각이 들어요. 이렇게 큰 건물에 나 혼자밖에 없어요. 그런 책임감이 있죠. 어떤 사람은 무섭지 않냐고도 물어요. 나는 무섭지 않다, 자신 있다고 대답하긴 하는데 실제 근무를 해보니깐 무섭긴 해요. 밤에 아무것도 없고, 큰 건물에 혼자 있으니 말이죠. 헤드라이트 들고 학교 한 바퀴 돌 때 내가 이 큰 건물을 다 지킨다는 생각, 뿌듯함이 있어요. 또 그런 마음이 없으면 학교에서 근무 못 하겠더라고요."
 
자부심을 꺾는 노동환경
 
하지만 요즘 들어 자꾸 자부심을 꺾는 일이 있어 속상하다.
 
"노동시간을 제대로 인정 못 받는 게 정말 속상합니다. 그리고 본래 맡은 업무 외의 것을 자꾸 요구할 때도 그렇고요.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경험을 할 때가 있어요."
 
자는 공간도 문제다. 당직실이 있기는 하지만 시설이 좋지 않다. 여름엔 모기가 너무 많아서 괴롭다. 겨우 몸을 누울 수 있는 공간이 있는 정도다. 에어컨이 있지만, 작동이 잘 안되서 얘기를 하니 그때서야 리모컨을 줬다. 처음 들어갔을 때 충격이었다. 이불이 너무 지저분하고, 새까매서 도저히 잘 수가 없다 싶어 얘기하니 세탁을 해줬다. 하지만 너무 오래된 이불이라 더는 쓸 수 없어서 바꿔 달라고 하니 그때 새 이불을 학교에서 사줬다. 지금은 바꾼이불을 덮고 지내고 있다. 모든 게 얘기를 해야 그제야 겨우 들어주는 식이다. 정기적으로 관리를 해주거나 미리 물어봐 주는 경우가 드물다. 이한수 님은 밥 먹는 것도 문제라고 입을 열었다.
 
"우리는 나가서 사 먹을 수가 없어요. 학교에 있어야 하잖아요. 그래서 보통 도시락을 싸 오거나, 급식소에서 조그만 통에다 먹을 걸 담아서 줘요. 아니면 김치만 갖다 놓고 간단히 해 먹는 정도죠. 탕비실도 없어요. 화장실에서 겨우 쌀 씻어서 제가 집에서 밥솥 하나 가져왔는데 거기다 해먹고 그래요.
 
교육감 직고용이 되면서 식대로 13만 원이 나와요. 용역 소속일 땐 식대가 없었거든요. 그런데 나와서 좋지가 않아요. 식대가 나온다는 이유로 1끼당 3,100원~3,500원을 식대에서 빼요. 학교 행정실에서 급식실에서 밥을 받아먹냐고 묻길래 그렇다고 하니깐 식대를 빼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전에는 그렇게 하지 않았거든요."
 
종교 활동도 못하는 학교 야간당직 노동자의 고충 
 
이한수 님은 기독교 신자다. 하지만 학교 야간당직 경비 일을 하게 되면서 주말에 교회에 나가지 못하고 있다. 1인 교대근무제, 무급 휴일로 인해 종교 생활도 하지 못하고, 가족, 친구 등 사회적 관계가 전부 끊겨 버려 속상하다고 했다.
 
"원래 교회를 다녔어요. 그런데 학교 일 시작하고선 주일을 못 지키고 있죠. 너무 마음이 쓰여요. 종교 생활도 못 하게 돼서 안타깝죠. 그리고 원래 친목회가 몇 군데 있었어요. 그런데 이젠 다 끝났죠. 못해요. 겨우 같은 일 하는 사람들끼리 친목회 만들자고 하고 있는데, 어려움이 크죠. 아내하고도 쉬는 날엔 근교로 놀러 가기도 하고 그랬는데 무급 휴일이 되고 나선 그것도 못 하고 있어요. 많이 아쉬워하죠."
 
일하다 다치면 건강이 아니라 해고 걱정
 
"회사는 상급 단체가 없는 자체 노동조합이 대표노조에요. 시설 쪽이랑 주차 업무노동자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조합원이고요. 노동조합은 5~6년 전에 일하면서 부당한 것도 많고 처우는 나빠지다 보니까 한마음이 돼서 만들었어요. 저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쭉 조합원이었어요."
 
이길섭 님은 얼마 전까지 용역 업체 소속이다 보니 2~3년에 한 번씩 업체가 바뀌면서 고용 승계 불안, 원청과 용역 업체 간 책임 소재 떠넘기기 등으로 인해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었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이전에는 회사가 대표노조도 아니고 요구를 들어주는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개별 교섭도 해왔고 우리가 목소리라도 낼 수 있었는데 최근에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나서는 개별교섭을 해야 할 법적 책임이 없다 보니 전혀 응하지 않고 있어요. 그래서 저희가 지속해서 이 문제를 요구하고 있어요."
 
또, 노동조합은 같은 시설관리 업무 노동자 중 일부가 감시단속적 업무라는 이유로 근로기준법 63조에 의해 노동시간, 휴게, 휴일에 관한 근로기준법 적용이 제외 되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여기서 일하기 전까지는 노동조합에 대해 이야기만 들어봤고, 회사에서 일하다 억울한 일이 있다고 해도 어떻게 일일이 이야기하나 했었는데 결국 노동자가 자기 권리를 찾기 위해서는 노동조합이 있어야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대기업도 경총으로 목소리 내고 중소상인들도
협회가 있잖아요. 그렇다면 노동자들도 노동조합이 있어야죠."
 
명절때라도 쉬면 안될까요? 
 
노인빈곤율이 높은 우리나라에서 60~70세의 고령 노동자들에게 실업은 곧 삶의 불안으로 이어진다. OECD 한국경제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48.6%로 OECD 평균(12.4%)의 4배에 달한다. 한국을 포함 호주 35.5%, 일본 19.4%, 그리스 15.8%,
미국 14.6% 등 5개 국가만이 OECD 평균을 웃도는데 그중에서도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은 압도적으로 높다. 하지만 가계의 노후 준비는 미흡하다. 연금의 소득대체율은 39.3%에 머물고, 사적연금 가입률은 24%에 불과하다. 그렇기 때문에 저임금에 힘든 일이어도 꾹 참고 버틴다. 하지만 이제 조금씩 목소리를 모으고 있다. 이한수 님 역시 꼭 노동환경이 바뀌어야 한다고 마지막으로 강조했다.
 
"모두 똑같이 고생하는데 뭐라고 제가 얘기하겠어요. 그나마 용역 소속일 때보다 고용이 안정화된 건 다행이에요. 하지만 다른 것들은 아직 갈 길이 멀었죠. 정부와 교육청에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학교 야간당직 경비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이 필요합니다. 마음 놓고 건강하게 이틀만이라도 유급으로 제대로 쉴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최소한 명절 때라도 하루, 이틀 정도라도 쉴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주면 좋겠습니다."

[언론보도] 잠 못 자는 고통에 대해서 (매일노동뉴스)

잠 못 자는 고통에 대해서이선웅 직업환경의학전문의(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 이선웅
  • 승인 2018.11.08 08:00







우리나라는 전체 사업장의 33.4%(2013년 한국노동연구원)가 야간작업이 포한된 교대작업을 하고 있다. 교대작업을 하면서 노동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 중 하나가 수면장애일 것이다. 일례로 2012년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조합원 대상 설문에서 80.6%가 수면장애 증상이 있고, 10%가량이 수면제를 복용하기도 한다는 놀라운 보도가 있었다.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4923

[공지] 근로기준법 개정 이후 노동시간과 현장의 변화 연속 간담회

[연속간담회]

근로기준법 개정 이후 

노동시간과 현장의 변화 연속 간담회

연장 휴일 노동 포함 1주 최대 52시간 노동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 이후 노동시간과 현장의 변화를 살펴보기 위한 연속 간담회를 진행합니다. 관심 있는 분들의 많은 참석 바랍니다. 


1. 노선버스운송업 간담회

- 일시: 2018년 11월 14일 수요일 19시

- 발제: 공공운수노조

- 토론: 엄도영, 협진여객지회 지회장


2. 유통업 

- 일시: 2018년 11월 21일 수요일 19시

- 발제: 이성종 (서비스연맹 정책실장)

- 토론: 전수찬 (이마트지부 위원장), 하인주 (로레알코리아노조 위원장) 


3. 사무직 

- 일시: 2018년 12월 5일 수요일 19시 

- 발제: 김경수 (사무금융노조 정책기획국장)

- 토론: 사무금융노조 조합원


* 장소: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서울시 동작구 남부순환로 2019, 501호)


* 간담회 참석을 원하시는 분은 아래 연락처로 사전 신청을 해주세요

02-324-8633, laborr@jinbo.net 



[언론보도] '주 52시간 도입'... 집배원들이 불친절한 이유 (오마이뉴스)

'주 52시간 도입'... 집배원들이 불친절한 이유

[근로기준법 개정 이후 현장의 변화 추적기 ②] 우편업

18.11.07 09:58l최종 업데이트 18.11.07 10:13l




집배 노동자들의 연이은 죽음이 알려지면서 집배 노동자들과 여러 시민사회의 요구로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 기획추진단이 만들어졌다. 10월 22일, 이들은 1년여의 활동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10년간 166명의 집배 노동자가 교통사고, 심혈관계질환, 자살 등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어 심장질환, 뇌혈관질환, 사고에 의한 부상 등의 위험이 크다고 보고했다.

http://omn.kr/1chtv

<일터> 통권 176호 / 2018.10


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통권 176호, 2018년 10월호


[특집] 노동자 정신건강 문제 바로잡기

1. 노동자 정신건강과 자살실태

2. 정신건강 보호와 예방? 행복하게 일할 권리!

3. 노동자 정신건강 문제, 함께하기

[지금 지역에서는] 

사망사고 반복하는 삼성을 뜯어고쳐 보자

[국제 노동안전건강뉴스] 

번아웃 증후군 예방을 위한 프랑스의 시도

[연구리포트]

저임금 불안정노동자 '공급원'인 현장실습

[안전과 건강 칼럼]

골병의 악순환을 끊는 단초, 근로복지공단 병원의 시도

[사진으로 보는 세상]

[A~Z까지 다양한 노동 이야기]

작품 뒤에 보이지 않는 사람들

[현장의 목소리]

목숨 걸고 일하는 청소노동자의 하루

[노동시간 읽어주는 사람]

일, 방치나 탈주 혹은 주체되기

[직업환경의학 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직업을 묻고 대답하는 불편함을 넘어

[노동자 건강상식]

독감예방접종 이야기

[유노무사 상담일기 더불어 與]

똑바로 제대로 살아야 한다

[발칙 건강한 책방]

'오빠'가 읽은 '오빠는 필요없다'

[문화읽기]

우리의 죄는 중대하다

[이러쿵 저러쿵]

과로사의 나라, 일본에 다녀오다

[안전보건동향]

[한노보연 이모저모]


[현장의 목소리] 목숨 걸고 일하는 청소노동자의 하루 / 2018.10

목숨 걸고 일하는 청소노동자의 하루

- 마포구 청소위탁업체 노동자 인터뷰

나래 상임활동가


사람들은 더 사용할 수 없어지거나, 가치가 없어진 물건을 쓰레기라 칭하고 버린다. 일반적으로 가정에서 발생시키는 폐기물을 '생활폐기물'이라고 하는데, 환경부 통계자료에 의하면 2015년 기준 하루 평균 51,247톤, 1인당 0.97kg 정도다.

하지만 우리는 이 쓰레기들이 누구에 의해, 어떻게 치워지는지 잘 알지 못한다. 왜냐하면 바로 그 일을 하는 사람들, 거리 환경미화원들은 어둠이 내린 밤에만 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도시의 유령'이라 불리기도 한다.

지난 9월 14일 오전 9시 마포구청 앞에서 피케팅 중인 그들을 만났다. 마포구 청소 위탁업체 소속 청소노동자들인 이들은 민간위탁 폐지와 직고용 전환, 산업안전보건법 적용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인터뷰는 배성훈 위원장, 신용진 조합원, 서복석 조합원, 김성민(가명) 조합원 총 4명이 함께 했다.

이들이 노동조합을 설립한 건 작년 7월이다. 무엇보다 열악한 근무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였다.

배성훈 "주 6일 야간근무를 합니다. 지금보다 당시엔 10명가량 적은 인원으로 일을 했고, 작업량도 훨씬 많았습니다. 관리직 빼고 22~23명 정도가 근무했어요. 아무리 짧게 끝나도 평일 10시간 근무는 기본이었어요. 저희가 토요일 휴무인데 쉬고 출근하면 쓰레기가 쌓여있어서 12~13시간 일을 해야 했죠. 게다가 관리자들은 사람 취급도 안 해주고, 막말을 서슴지 않았죠. 하다못해 내 연차도 자유롭게 못썼어요.

그래서 노동조합을 결성했는데 사측 탄압이 거셌습니다. 신입 직원 중 수습 하던 분들은 계약해지 당했고, 퇴사도 당했어요. 대부분 노동조합 가입을 하려는 분들이었죠. 노동조합 생기고 나서 회사는 신규직원을 10명가량 채용했어요. 상대적으로 저희 조합을 축소시키기 위해서라고 보고 있습니다. 지금은 우리 소속 조합원이 8명이에요. 대표노조는 기업노조가 됐죠."


이들의 일과는 밤에 시작된다. 일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일을 하는데, 일요일 출근은 오후 4시 30분~5시에 하여 다음날 오전 6시~7시에 퇴근, 화~금요일은 저녁7시까지 출근해 다음날 오전 5시~6시에 퇴근했다. 노동조합이 만들어진 후에도 한동안 유지되다 얼마 전부터 일요일 저녁 7시에 출근해 오전 6~7시에 퇴근, 다른 요일에는 밤 9시에 출근을 하고 같은 시간에 퇴근한다.

쓰레기양도 어마어마하다. 뉴스타파 보도 영상(18년 1월25일)에 따르면, 마포구에서 일하는 청소 노동자의 경우 혼자서 하루 3톤이 넘는 폐기물을 처리하고 1805세대를 돌아야 한다. 5분에 쌀 한가마니(80kg) 무게에 이르는 폐기물을 쉼 없이 들어 올려야 겨우 일을 마친다.

휴일은 일주일에 토요일 단 하루다. 토요일 오전에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가 1주일 치 피로를 푸는 잠을 취하고 나면 출근해야 하는 일요일 밤이 금세 돌아온다. 만약 토요일에 일이 있다 치면 그마저도 날린다. 사실상 이들에게 온전히 쉬는 날은 없다.

연속 야간근무를 해도 되는 걸까? 야간노동은 노동자 건강에 절대 좋지 않다. 가장 흔하게 수면장애, 우울과 불안, 소화기계 질병을 일으키고, 오랜 기간 야간 노동에 종사할 경우 뇌심혈관 질환과 암 위험을 높일 뿐 아니라, 수명을 단축시킨다.

그럼에도 이들은 6일 연속 야간근무를 한다. 서복석 조합원은 벌써 11년째다. 한국의 근로기준법은 연속 야간근무 개수, 야간근무와 다음 야간근무 사이의 간격, 1주일 및 1개월에 가능한 야간근무 일수 등 세부적 규제가 없다. 단지 임금가산과 보상휴가만 명시할 뿐이다.

김성민 "불면증은 당연해요. 생체리듬이 바뀌니까요. 정말 힘든 건 생명의 위협을 매일 느낀다는거예요. 가족을 지키기 위해 일을 하는데 말이죠."

서복석 "야간에는 시력이 저하돼요. 빛에 약해지죠. 자동차 헤드라이트를 오래 못 쳐다봐요. 별것도 아닌 거에 신경도 예민해져요. 잠도 많이 못 자죠. 자더라도 깊이 못자요. 사실 야간 일을 하지 말아야죠."


하지만 마포구청은 문제를 제기한 노동조합에 주민들이 냄새와 청결 문제로 낮에 하는 걸 싫어하기 때문에 밤에 하는게 낫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야간노동으로 겪는 문제는 건강 문제만이 아니다. 사회적 관계까지 단절된다.

배성훈 "가족 모임이요? 상상도 못하죠."

서복석 "친구들하고 멀어져요. 모임에 가서 술 한잔해도 일찍 뻗어요. 2차 갈 생각도 못하죠. 모임에 가서 심지어 졸아요."


아픈 몸과 사회적 관계 단절은 정신 건강까지 위협한다. 일을 하며 받는 스트레스는 이미 자신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김성민 "어느 직장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우리 같은 경우는 민원에 대한 스트레스가 심해요. 동일한 곳에서 민원이 들어오면 사유서를 써야 해요. 누적되면 징계도 가능하죠. 회사에서 노동자가 마음에 안 들면 해고할 수 있는 이유가 되기도 해요."

노동자로서 자존감이 날아가는 요인은 여러 가지다. 휴게시설이 근무지마다 있지 않아 지하철 화장실이나 빌라 주차장 뒤편에서 눈치 보며 갈아입는다. 어둡기 때문에 감으로 옷을 갈아입는다. 회사 옥탑에 탈의실이 가건물로 하나 있지만, 그곳에 가는 것은 거리가 멀어 불가능하다. 탈의실만 아니라 휴게실, 샤워실 등 필요한 공간이 없는 문제도 심각하다.

배성훈 "저희는 밥도 못 먹어요. 미화원 근무복을 입고 쓰레기를 수거하다보면 오물이 많이 묻어요. 냄새가 나서 식당을 못 가죠. 그래서 정말 배고픈 사람만 편의점에서 삼각 김밥을 사 먹는 정도예요. 그러다가 저희가 문제 제기를 계속하니까 이제야 취업규칙에 있는 1시간 휴게시간을 보내게 됐어요."

이들의 담당지역은 마포구인 상암동, 성산동, 합정동, 상수동, 창전동, 서강동 6곳이다. 유동인구도 많고 상업지구가 몰려있는 곳이기도 하다.

배성훈 "상암동은 다 빌딩이라 무거운 게 많이 나와요. 100L 쓰레기봉투에 150L 양의 쓰레기를 담아 버려요. 그리고 농수산물 시장도 어려운 곳 중 하나예요. 거긴 쓰레기 압축기를 쓰거든요. 젖은 쓰레기를 100L 봉투에 담아 버리는데, 80~100kg 정도는 나갈 거예요. 둘이서 낑낑대며 겨우 들죠. 시장에 가면 그런 야채 쓰레기가 엄청 쌓여있어요. 제가 올해 1월에 거기서 수거작업 하다 청소차 회전판에 손이 껴서 부러졌어요."

김성민 "쓰레받기나 빗자루 사용은 엄두도 못내요. 일단 큰 마대자루를 땅바닥에 놓고 손으로 막 쓸어 담아요. 봉투에 잘 담겨 있으면 좋은데, 편의점 봉다리 같은데 넣고 안 묶어 두는 게 많아요."



마구 섞여 있는 쓰레기, 묶여있지 않은 봉투, 날카로운 것 등 위험 물질이 섞여 있지만 알 수 없는 상황 등이 청소 노동자들의 안전을 항상 위협한다. 무게 제한 없이 담긴 무거운 쓰레기 뭉치를 청소차량에 직접 들어 던지고, 받는 과정에서 근골격계 질환, 부상, 추락의 위험도 높다.

청소 차량 적재함에 쓰레기를 담고 발로 눌러 담으면 어느새 산처럼 높이 쌓이지만, 회사는 노동자들의 안전이 아니라 한 번 실어 나를 때 무조건 많이 담는 게 중요하기에 무시한다. 전기선이 낮게 위치한 주택가를 치울 땐 긴장하게 된다. 밤이라 잘보이지 않는 전깃줄이나 나뭇가지에 걸려 추락하거나 다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적재함에 올라타 있다가 전깃줄에 얼굴이 걸려 입이 찢어진 동료도 있다.

배성훈 "발판에 매달려 이동하다가 사망 사건이 많이 생겼죠. 마포구청에 불법 아니냐고 물었는데, 서로 책임을 미루더라고요. 결국 신문고에 올려서 떼게 했어요. 그런데 다른 업체는 발판을 다시 붙여서 매달려 일하더라고요. 저희는 걸어 다녀요. 조금 거리가 있으면 운전석 자리에 탑승해요. 걸어 다니는 게 훨씬 안전해요."

이처럼 사고의 위험도 높고 중량물 취급의 반복 작업을 해서 몸이 성한 곳이 없지만 산재처리는 꿈도 못 꾼다. 공상처리라도 해주면 다행인 현실이다. 산재 신청을 하겠다고 회사에 얘기했더니 인정 못 해준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위탁업체에 대한 관리·감독을 해야 하는 마포구청도 별 다른 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안전하게 일할 노동환경을 쟁취하기 위해 마포구와 업체를 상대로 민간위탁이 아닌 직고용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항에 대한 조치를, 조합원 상대 부당노동행위 중단을 요구하며 싸우고 있다. 하지만 마포구청은 올해 노동조합과 면담을 진행하고 나서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고, 회사는 조합원들에게 징계처분을 몰아붙이고 있다. 그럼에도 결코 노동조합을 포기하지 않겠다며 눈을 반짝였다.

배성훈 "청소 노동자들에겐 안전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지금까진 항상 위험을 강요받았어요. 내가 위험하다고 생각하면 안해야 해요. 야간근무는 매우 위험합니다. 야간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사고가 많아요. 그리고 민간위탁 형태는 업체가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서 인원수를 줄이고, 안전에 투자를 하지 않아요. 전문 경영인이 보다 나은 서비스와 질을 제공하기 위한다는 목적에도 맞지 않죠. 사실 소수 몇 명을 먹여 살리는 게 민간위탁입니다. 다수의 노동자들을 죽여가면서요."

김성민 "저희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태풍이 와도 일해요. 만약 구청 소속이었다면 험한 상황에서 최소한 한 시간이라도 작업중지 시켰을 거예요. 저는 저희가 하는 이 일이 공공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산업안전보건법이 모든 노동자에게 제대로 적용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청소노동자들이 어떤 건강 문제에 처해있는지도 제대로 연구되고, 조사되면 좋겠습니다."

신용진 "우리가 다 같이 권리를 지키기 위해 함께 하면 조금씩 변화할거라 생각해요. 우리가 비록 소수노조지만 회사도 분명 우리 눈치를 보거든요. 함께 뭉쳐서 바꿔내는 게 우리 힘의 원천이기도 해요. 많은 분들이 함께하면 좋겠어요."

서복석 "전국의 청소노동자분들 현실적으로 일을 그만두는 게 어렵겠지만, 그래도 힘들다면 과감히 건강을 꼭 먼저 챙기시라는 얘기를 꼭 하고 싶습니다."

[언론보도] 주 52시간 시행 100일, “진작 그랬다면, 남편 내 옆에 있을 텐데…” 과로사·과로자살 유족들이 말하는 주 52시간제 입력 (국민일보)

주 52시간 시행 100일, “진작 그랬다면, 남편 내 옆에 있을 텐데…”

과로사·과로자살 유족들이 말하는 주 52시간제

입력 : 2018-10-06 05:00

김모(57)씨의 남편은 지난해 1월 사망했다. 그는 한 주에 70시간 넘게 일했다고 한다. 세상을 떠난 날에도 회사에서 일을 하다 쓰러졌다. 김씨는 5일 “진작 일 좀 덜 했으면, 아휴… 지금 내 옆에 있을 텐데”라고 말했다. 시행 100일을 앞둔 ‘주 52시간 근무제’에 대한 회한이었다.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2737755&code=61121111&cp=nv

[현장의 목소리] 2018 여름건강현장활동 대학생, 모두의 건강을 고민하다 / 2018.08

2018 여름건강현장활동 대학생, 모두의 건강을 고민하다


활자, 그 너머에서 배우다 

윤상일 보건의료학생 매듭

그 일이 터졌을 때 나는 먼 지방에 있었다. 먼지의 방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 입 속의 검은 잎(기형도), 문학과지성사, 1989


스스로를 '노동'이라는 단어와 거리가 먼 사람이라 생각했다. 고등학생은 물론, 대학생이 되었을 때도 '노동', '노동자'라는 단어는 어딘지 모르게 어색했다. 단어가 주는 불온하고 강렬한 인상 때문이었을까.

애써 '일', '일하는 사람'이라고 바꿔 부르곤 했다. 의대에 진학하고 나서는 두꺼운 교과서와 수많은 강의록에 허우적대며 사회와 담을 쌓고 지내면서 노동과 더 멀어졌다.

그러다 노동자 건강권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것은 어느 한 책 덕분이었다. 그 책의 저자는 우리네 사회는 질병의 책임을 개인에게만 묻고 있으며, 때로는 일터 자체가 질병의 원인이 된다고 말하고 있었다.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반올림, 원진레이온 등 사례를 설명하며 '어떤 학자는 노동자들의 편에 서 있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의 말에 설득이 되어, 이후 학내 동아리에서 같이 책과 뉴스 기사를 읽으며 노동자 건강권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게 되었다. 그러던 중 보건의료학생 매듭에서 여름방학에 건강현장활동¹⁾ (이하건활)을 한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2주밖에 없는 방학 중에 6일을 바쳐야 한다는 점에서 조금은 망설였지만, 포스터에 적힌 '학교와 병원에만 있으면 알 수 없습니다'라는 글귀에 설득되어 길게 고민하지 않고 신청했다.

건활은 글이 차마 담아내지 못한 현장의 모습을 마주하는 시간이었다. 현장은 글을 통해 접한 것보다더 열악했다. 지난 6월 시안화수소 중독으로 인한 사망 사건이 발생한 인천남동공단에서 노동자 119연락처가 적힌 종이를 나눠주면서 눈에 들어온 것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공단 내부를 자세히 둘러볼수는 없어, 모든 장면을 설명할 수는 없다. 

하지만 수많은 담배꽁초와 숨 막히듯 더운 공기는 현장의 상황을 충분히 담아내는 듯했다. 특히 시안화나트륨 라벨이 그대로 붙어있는 쓰레기통은 두 눈으로 보아도 믿기지 않았다. 불과 1달 전 이곳에서 사람이 죽었는데도 말이다. 쓰레기통 하나만으로도 인천남동공단이 위험 물질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고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또한, 현장 당사자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책이든 기사든 필자가 현장에 오기 전 접한 글들은 현장 당사자의 목소리를 가공한 결과물이었다. 웹툰 『송곳』과 인천공항 노동자들에 대한 사전 세미나를 통해 노동조합과 그들의 현실을 접할 수 있었지만, 현장에 직접 가서 들은 노동조합 조합원들의 목소리는 글보다 더 열악하고 복잡다단했다. 수북이 쌓인 정체를 모르는 먼지들, 노동시간 52시간을 어떻게든 끼워 맞추겠다며 공항 공사에게 억지로 강요당한 12조 8교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노골적인 무시, 어떻게든 임금을 최소한으로 주려고 하는 공항 공사의 지능적인 꼼수.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 불건강에 기여하고 있었다.

현장의 이 모든 열악한 환경이 과연 무엇이 문제인지 몰라서 생기는 것일까?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현장에 찾아가기 전 사전 세미나에서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모두가 무엇이 문제인지 알고 있었다. 서울아산병원의 고(故) 박선욱 간호사 자살 사고는 태움이라는 기이한 일터 문화와 간호사 인력 부족이, ST유니타스 웹디자이너자살 사고는 과로를 조장하는 포괄근로계약이 문제였다. 인천남동공단 시안화수소 중독 사망 사고는 하청업체에 가해지는 낮은 단가의 압박, 부족한 위험 물질 관리 및 규제 제도와 원청 처벌의 부재가 문제였다.


한번은 휴식시간에 친구들과 모여 노동자가 건강하지 못한 근본적인 이유와 그에 대한 대책을 이야기한 적이 있다. 결론은 뻔했다. 생명보다 돈과 이익을 중요시하는 자본주의의 구조가 문제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본주의를 뒤엎고 새로운 구조를 만들어나가야 한다며 우리는 자조 섞인 말투로 이야기를 나눴다. 덤으로 '4차 산업혁명이 노동 구조를 바꾸면 노동자들이 더 건강할 수 있지 않을까'하고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그때 친구들과 나눴던 말들이 꽤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구조를 바꾸자는 말은 한편으로 공허한 말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당장 구조를 바꿀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건의료학생의 입장에서 볼 때 현실적인 대안은 막막하다. 2년여 전 파견직 노동자 6명이 메탄올 중독으로 인해 실명했을 때도, 노무사 선생님들은 원청을 처벌해야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외쳤다. 

피해자 중 한 명은 UN 인권이사회에 가서 원청과 정부에 책임을 요구한다는 발언을 했는데도, 지금까지 변한 것은 없다. 심지어 같은 공단에서 시안화수소로 인해 사망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분명해 보이는 대안마저 받아들여지지 않는 상황 속에서 학생 입장에서 제안할 수 있는 대안이 있을까?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렇다면 왜 이들의 외침이 전달되지 않았을까.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필자는 보건의료인의 무관심이 큰 몫을 한다고 생각한다. 프랑스를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학교 교육과정에 노동문제에 대해 경제 · 사회 · 윤리적 측면의 광범위한 교육이 포함돼 있다고 한다. 심지어 독일은 초등학교에서 모의 노사교섭을 진행한다고 한다.²⁾ 반면 우리나라는 노동권에 대한 교육은 거의 하지 않을뿐더러, 노동권 교육시간을 제외하면 노동이라는 표현을 수업시간에 듣기도 힘들다. 대학교에 오면 사정이 달라질까. 그렇지 않다. 대개 보건의료학생들은 고등학교에 다닐 때까지 학교가 시키는 것들을 꼬박꼬박 잘 지켜가며 대학교에 진학한 학생들이다. 애초에 이런 학생들이 노동권에 관심이 별로 없고, 혹시나 관심이 있는 학생들은 사회과학동아리에서 알아서 찾아가며 공부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올해 초, 내과 강의시간에 대사성 산증이 다뤄진 적이 있다. 그 시간에는 대사성 산증의 원인, 기전, 표준 치료 등에 대해 배웠다. 교수님은 "메탄올에 의해 대사성 산증이 생길 수 있지만, 그런 경우는 거의 없으니 몰라도 된다"며 지나가듯 말씀하셨다. 병원 안에서는 맞는 말일지 모른다. 하지만 병원 밖, 피해자분들께는 틀린 말이다. 2년 전 메탄올 중독 실명 사고, 1달 전 시안화수소 중독 사고 피해자분들 모두 대사성 산증으로 아파해야만 했다.

대사성 산증 강의 삽화에서 알 수 있듯, 의학 교육은 (적어도 필자의 학교에서는) 지나치게 과학적 측면에서만 이뤄진다. 의학을 사회적 맥락에서 바라보려는 사회 의학도 엄연히 의학의 하나의 패러다임으로서 존재하지만, 과학적 의학만을 진정한 의학이라 생각하며 교육하는 의과대학의 입장에서 사회 의학은 잊혀 버린 옛 이론일 뿐이다. 필자는 의학을 과학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현대의학이 지금까지 발전한 데에는 과학이 기여한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과학적 의학만이 의학의 전부가 아니며 의과대학에서 사회 의학도 과학적 의학만큼이나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다.

요즘 보건의료학생에게 "의학은 사회과학이며, 정치는 대규모의 의학에 불과하다"라는 말을 병리학의 아버지, 루돌프 피르호(Rudolf LudwigKarl Virchow, 1821-1902)가 했다고 말해주면 믿을까? 1848년 초, 상부 실레지아 지역의 직조공들 사이에서 전염병이 유행했다. 이에 당시 유능한 의사였던 루돌프 피르호는 현장으로 가서 머물면서 전염병의 원인이 무엇인지 조사했다. 

그가 작성한 보고서를 보면 전염병의 원인으로 빈곤을 지목하며, 노동을 해도 노동자의 몫에 돌아가는 돈이 적은 현실을 비판하고, 무능한 정부를 비난하는 대목이 나온다. 훗날 세균이 질병의 원인이라는 세균설이 입증되면서 당시의 전염병이 Rickettsia prowazekii라는 균에 의한 발진티푸스임이 밝혀졌지만, 루돌프 피르호의 주장이 오늘날 우리나라의 보건의료학생들에게 주는 울림은 크다. 결국은 교육이다. 교육이 바뀌고 보건의료학생들의 인식이 변해야 한다. 진부한 대안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필자는 보건의료인이 한 사람이라도 더 노동자 건강권에 관심을 두고 아픈 노동자의 곁에 선다면, 그들의 목소리는 더욱더 커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보건의료인이 과학 교과서 너머, 활자 너머의 현장과 연대하는 사회가 오길 꿈꿔본다.

* 각주
1) 건강현장활동은 보건의료학생 매듭이 기획하는 활동으로, 건강할 권리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모여 5박 6일 간 산업 재해, 의료민영화, 여성 건강권, 노동 건강권 등에 대해 세미나를 하고 현장을 찾아가는 활동이다. 올해 건강현장활동에서 노동, 인천남동공단 시안화수소 중독사망사고, 반올림, 인천공항 교대제다. 현장활동은 각각의 주제에 대해 먼저 글을 읽고 생각을 나눈 다음, 현장에 찾아가서 선전전이나 간담회를 진행했다.
2) 김소연, 『"한국 노동교육 전무…독일 초등학생은 단체교섭 배워"』 한겨레, 2012년 11월 18일



현장에 가야만 비로소 보이는 것들 
형섭 보건의료학생 매듭


불건강한 환경에 놓인 수많은 사람이 있고, 단순히 학교에서 배운 것만으로는, 병원만으로는 해결하지 못하는 사회적 원인이 존재한다. 책이나 뉴스를 통해 많이 접한 이야기이고, 이 이야기에 공감하면서 지난 세월을 살아왔습니다. 현장은 방문하지 않으면서 그에 관련한 뉴스만 들으면서, 학업 때문에 바쁘거나 해서 지칠 땐, 잠시 귀 기울이는 것을 멈추기도 하면서 지냈습니다. 그러면서도 스스로 자부심에 사로잡혀 살았던 것 같습니다. "나 이런 이슈들 알고 있다" 이런 식으로 말입니다.

저희는 이번 건강현장활동에서 故 박선욱 간호사 공동대책위원회와 ST 유니타스 과로 자살 대책위원회, 반올림, 인천남동공단, 인천공항,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 분회 등과 연대하였고 먼저 아산병원에 찾아가 선전전을 진행하였습니다. 병원은 으리으리하였고 그에 맞게 수많은 환자가 붐볐습니다. 병원이 크니깐, 게다가 아산병원이니깐 환자들은 병원의 의료를 믿고 자신의 몸을 맡기지만 정작 의료진들이 인력 부족에 의해 그에 따른 "태움"에 의해 고통 받는 것은 전혀 몰랐습니다.

'리플렛을 나눠주면서 정말 이런 일이 있었어요?'라면서 매우 놀란 시민분도 있었고, 같이 아산병원을 욕하면서 공감해주시는 분도 있었습니다. 단순히 저만 아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를 공론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고, 그뿐만 아니라 누군가에게 호소하고 알리는 것 자체가 정말 힘들다는 것 역시 깨달았습니다. 책상에만 앉아있으니 알 턱이 없었고, 알기만하고 행동하지 않았던 내가 위선적이었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故 박선욱 간호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된 것은 스트레스 조절을 못 한다거나 우울증이 있었다는 등의 개인적인 문제가 아닙니다. 간호사의 수련기간도 부족하고 수련을 담당할 인력 역시 부족하게 된다면, 감정적 스트레스는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고, 교육받는 사람과 교육하는 사람 모두 고통스럽게 됩니다. 게다가 아직은 본인의 일에 익숙지 않은 간호사가 현장에 투입되게 된다면 의료사고가 발생하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입니다.

의료서비스를 이용하는 환자에게 불이익이 되는 것뿐만 아니라 이런 환경에서 일한다면 신규 간호사는 환자에게 해가 되는 존재로 스스로를 바라볼 수밖에 없고 의료인으로서 효능감은 바닥에 떨어지게 됩니다. 이는 결국 구조의 문제입니다. 자살이 아니라 사회적 타살이고, 범인은 병원입니다. 추모의 의미로 보라색 리본을 육교에 묶으면서 보이는 병원이 과연 생명을 살리기만 하는 곳인지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이런 인력 부족과 직장 내 괴롭힘, 과로의 구조에 갇혀 사는 의료인들을 포함한 병원 노동자들을 바라보며, 사실 한국의 모든 노동자가 이러한 현실에 처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열심히 일하는 노동자라면 독서나 영화감상과 같은 취미생활은 사치이고, 사랑하는 사람이나 가족과 여유롭게 보낼 시간은 당연히 없고, 밤새워서 일하기도 하고 휴가 반납하기도 하면서 직장 내 상사의 괴롭힘도 다 버티면서 사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냐는 프레임에 갇혀 살진 않았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노동 구조가 과연 누구한테 이득이 돼서 굳건히 존재하는가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그 후 저희는 반올림 농성 마침 문화제에 참여하였습니다. 삼성전자, 조정위원회와 반올림이 중재합의서에 서명을 하고 1023일의 긴 농성이 끝난 현장이었습니다. 저희를 비롯해 많은 연대 단위들이 같이 발언하고 반올림 분들과 같이 지난 농성했던 순간들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 영광스러운 날에 함께하게 되었고, 저는 그날 너무나 부끄러웠습니다. 이렇게 지난한 싸움을 해온 현장이 있었는데, 그리고 그러한 현장 역시 알고 있었는데, 왜 난 바쁘다는 이유로, 과제가 많단 이유로 같이 농성장 지킴이를 많이 하지 못하였고, 그들과 공감하지 못하였는가. 승리의 기쁨을 같이 나눌 자격이 있는가.

그러나 문화제에 다녀온 후 작업환경보고서 공개가 될 경우 기업의 영업비밀이 노출되어 이익이 침해할 수 있다는 중앙행정심판위원회의 결정이 나와 아직 세상은 노동자의 편이 아니라 기업의 편이라는 생각이 너무 들었습니다. 언제 이윤보다 생명이 우선한다는 것, 생명 없는 이윤은 의미가 없다는 것을 세상이 알까요.

반올림과 마찬가지로 자신이 일하는 작업장에 대한 알 권리가 보장되지 않은 인천남동공단을 방문하여 선전전에 참여하였습니다. 인천남동공단에선 메탄올 중독으로 시력을 잃거나 마비가 되거나, 시안화수소 중독으로 노동자들이 죽어갔고 왜 자신이 아픈지 모른 채 자신이 건강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원망하고 있었습니다. 공단 내 식당으로 식사를 하러 가면서 주변의 공장을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내부에 들어가 자세히 살펴보진 못했지만, 얼핏 봐도 안전관리가 부실한 작업환경에 놓여 있었고, 대부분 하청업체에서 파견근로 하는 노동자들로 자신의 안전은 신경 쓸 겨를이 없었습니다. 심지어 작업환경 측정하는 기업조차도 관련 사업장들과 관련이 되어 있어 제대로 된 기능을 하지 못하였습니다.

파견업체, 하청업체, 원청업체, 정부 그 무엇도 이들의 건강을 책임지지 않고 방기했습니다. 파견업체나 원청은 작업장 탓으로 돌리고, 하청업체는 위험한 환경에 노출된 노동자를 지켜줄 수 있는 안전 장비나 화학약품 등을 갖추지 않고, 정부는 이러한 위험을 미리 방지하지 못하였고 하청업체들이 경쟁력을 위해 노동자의 안전을 희생하게 하도록 만든 환경 역시 방치하였습니다. 결국 근본적으로 자본이 낳은 파견과 하청의 구조가 노동자들의 건강보다 이윤추구에 힘쓰도록 만든 것이죠.

노동으로부터 소외된 노동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선 사업장 자체의 잘못도 크지만, 그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의 변화가 필요해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저희는 인천공항에 방문하여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조합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선전전에 동참하였습니다. 문재인대통령이 취임 후 공항에 찾아가 비정규직을 모두 정규직화하겠다며 선언했었기에 저는 잘 되겠거니 하고 관심을 두고 있지 않았으나 실상을 그렇지 못하였습니다. 아직 비정규직 정규직화의 진행 상황은 더디고, 직접고용이 아니라 자회사를 설립해 간접고용을 진행하며, 아직 비정규직에 대한 정규직의 차별은 심하였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몇몇 노동자들은 12조 8교대제와 같은 비인간적인 교대제에 처해있고, 대부분 4조 3교대제 근무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건강한 교대제는 없듯, 야간근무를 하여도 제대로 된 쉬는 시간을 보장받지 못한 채, 모두 겨우겨우 일하며 24시간 공항을 돌리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이번에 주 52시간 근무제로 전환되면서 기존의 교대제 근무를 하시는 분들의 일하는 시간은 단축하되 인력은 충원하지 않아 훨씬 더 고된 강도의 노동환경에 처할 위기입니다.

현장을 방문해보니 공항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시는 노동자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사실 공항에 가면 여행을 가는 느낌이 들어 싱숭생숭한 느낌이 많이 들었고, 그 안에서 일하시는 노동자분들은 생각해 보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현장에 방문하고 왜 우리가 공항을 갈 때마다 깨끗한지, 수화물이 처리되는데 착오가 없는지, 승강기나 무빙워크를 이용할 때 고장이 없고 고장이 나도 빠르게 고쳐지는지, 보안 검색이나 출입국 심사 시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는지, 공항 내 위험 상황 시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는지, 공항과 비행기를 연결해 주는 통로가 덥거나 춥지 않고 탑승 시 안전하게 지나갈 수 있는지, 이착륙 시 두려워하지 않고 안전한 비행이 되도록 활주로가 정리되어 있는지 등 우리가 지나쳤던 모든 노동을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공항뿐만 아니라 모든 우리가 누리는 시설에서, 제품에서 지나쳐왔던 노동들이 있겠죠.

이런 수많은 노동자가 그러나 같은 직장에서 노동해도 비정규직이라고 차별당하고 교대제에 의해 불건강한 삶을 살아간다는 것 역시 잘 몰랐습니다. 알아도 제대로 체감하지 못하였고, 저의 일로 와 닿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정말 현장에 와 봐야 이들의 존재를 느낄 수 있고 비로소 문제를 인식하고 공감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분들 역시 자본에 의해 착취당하는 노동자로 비정규직이라는 값싼 노동력으로 사람이 치환되고, 노동자를 사람 취급하지 않아 안전관리 역시 미흡해 수하물 관리하다가 벌레에 쏘여 하반신이 마비되거나, 분진에 의해 폐암이 생기고, 노동 강도도 높아 골병이 드는 등 건강권이 침해되고 있었습니다. 공사로서 타 기관들의 모범이 되어야 하는데, 정작 비정규직을 채용하고, 비인간적인 교대제를 적용하는 등 노동자 착취에 모범이 되고 있었습니다.

이토록 다양한 현장을 방문하면서 고통받는 노동자들을 만나보았습니다. 그들의 공통점은 일 때문에 다치고 아팠다는 것입니다. 그들을 아프게 한 구조를 살펴보면 얼마나 자본이 치밀하게 일터에 들어와 노동자들을 착취하는 구조를 짜왔는지, 이런 불건강한 환경에 놓인 노동자들은 얼마나 고통스러워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먼저 이러한 환경에서 노동자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정부는 병원의 규모나 병상수에 따라 필수 의료 인력을 정해두고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근로감독을 강화해야 합니다.

또한, 노동자들의 알 권리가 보장되도록 기업보다는 힘없는 노동자의 편에 서야 합니다. 산재 입증책임을 노동자가 아니라 사업장이나 기업이 하도록 해야하며, 영업기밀이라며 공장이 작업환경을 숨기지 못하도록 해야 합니다. 건강권을 침해하는 사업장을 찾아 강하게 처벌해야 하고, 이를 보장할 수 없는 사업장들을 돕기 위해 금전적 지원을 해주거나, 하청업체끼리의 경쟁을 줄이기 위해 원청의 하청 후려치기를 막는 규제를 두고, 하청업체에서 발생한 작업환경이나 안전 문제를 원청에도 직접 책임을 물어야 할 것입니다. 작업환경측정 역시 공정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감시해야 하고 비정규직을 철폐하고, 부족한 인력 역시 충원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런 조치에도 불구하고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 노동자들은 결국 더 아파할 것입니다.

저는 우리가 모두 얼마나 자본주의가 사회에 요구하는 이윤 중심, 효율 중심의 사고에 갇혀왔는지 반
성하며,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해선 어떤 가치를 우선 시 해야 하는지를 돌이켜 봐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건강한 삶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건강한 삶은 일하기 위한 삶이 아니라 일과 일 이외의 삶이 공존하는 삶입니다. 이를 위해선 노동자들은 일할 때도 자신이 어디서 무슨 약품이나 기계를 다루면서 어떤 일을 왜 하는지 알 수 있어야 하고, 자신이 어느 시간에 어느정도 일을 할 것인지 결정할 수 있으며, 그에 합당한 것을 넘어 일 이외의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만큼의 임금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의 몸을 버리고 죽어라 일해야 겨우 먹고 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한 일에 효능감을 느끼며, 건강권을 보장받고, 결정권과 통제권을 지닌 주체적인 노동자 말입니다. 이렇게 노동에 대한 근본적인 사고가 변해야 모두가 건강하게 노동할 수 있다고 봅니다. 자본가와 노동자를 포함한 모든 사람이 건강한 삶과 일터를 위해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장에 다녀온 후 전 정말 안일하게 살아왔음에 반성하였고, 노동자들의 삶과 사회적 구조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모든 노동자가 건강한 그 날까지 얻은 깨달음을 잊지 않고 열심히 투쟁하겠습니다.



ST 유니타스 간담회를 다녀와서

이지연 보건의료학생 매듭

이번 2018 건강현장 활동에서는 주로 여성 건강권과 노동자의 건강권을 다루었고, 몇 개의 현장을 방문하여 간담회를 갖기도 하고 직접 현장에서 연대하기도 하였다. 이 중에서 ST 유니타스 간담회에서 보고 들은 것들을 소개해보고 싶다. ST유니타스에서 과로로 인해 자살한 웹 디자이너 故 장민순 씨는 회사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가장 심각했던 것은 과로로, 일주일에 연장 근로했던 시간이 법으로 정해진 기준인 12시간이 넘는 주가 ST 유니타스에서 근무한 총 129주 중의 46주가 되었다. 이는 근로기준법을 심각하게 위반한 행위이다. 또한, 이와 같은 과도한 업무로 인해 회사에 입사하기 전 거의 완치되었던 우울증이 재발하게 되었다. 우울증 악화로 휴직하고 돌아온 고인에게 회사는 총 4명분의 일을 맡겼다. 그뿐만 아니라 업무 외 시간에 연락하거나, 수당도 주지않는 업무 참여 여부를 인사 고과 등에 반영하는 등, 직장에서의 갑질도 비일비재하였다.

이런 상황 뒤에는 특정 법령이 자리하고 있었다. 일 최대 근무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고, 월 69시간까지 연장 근로를 시킬 수 있는 탄력 근무제로 인해 노동자는 연장 근로와 야근을 매우 압축적으로 하게 되었다. 단적으로, 고인의 경우는 하루에 12시간 이상 근무한 비중이 18%가 되었다. 하지만 고인의 연봉 근로계약서에는 이미 주당 16시간이 연장근로수당으로 책정되어 있었다. 이것은 이미 이 자체로 연장근로 한도를 위반한 것뿐만 아니라, 노동자는 이러한 포괄 임금제로 인해 만성적으로 야근을 할 수밖에 없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근무환경에 못 이겨 자살을 한 직원에 대해 회사는 과로 자살을 인정해 주지 않았다. 심지어 고인은 이미 회사에 입사하기 전에 우울증이 거의 완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이것을 개인의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로 치부했다. 이러한 일이 다시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우선 하루 최장 노동시간을 법으로 정해야 할 것이다. 또한, 근무시간 이외의 연락을 지양하도록 해야 하고 과도한 업무를 방지하기 위해 인력을 확충해야 한다.


[A~Z까지 다양한 노동 이야기] 편의점 알바, 누가 쉽다고 하나요? / 2018.08

편의점 알바, 누가 쉽다고 하나요? 

- 20대 편의점 아르바이트 노동자 안지완 님 인터뷰 

나래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



▲  청년이 많이 이용하는 편의점은 아르바이트 청년들이 많은 사업장이기도 하다. 알바노조의 2013년 2월 28일 '점주와 알바를 착취하는 대기업 프랜차이즈 규탄' 알바5적 기자회견 모습. (출처: 알바노조) 

길거리를 지날 때마다 꼭 한 번은 마주하게 되는 편의점. 간단한 간식류부터 도시락, 생필품, 비상약 등 생활 전반에 필요한 물품을 파는 곳으로 기능한다. 국내 5대 편의점 프랜차이즈 점포 수가 올해 3월 4만 개를 넘어섰다. 그 수많은 편의점에는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이 있다. 계산할 때 말고 그들을 제대로 마주한 적이 없었다. 최근 최저임금 논란으로 다시 주목받은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는 안지완(23)씨를 지난 7월 29일에 만났다.

"대학생이고 다음 학기 휴학 예정입니다. 아르바이트는 생활비 벌려고 시작했어요. 학교 다니면 부모님이 생활비로 30만 원씩 주셨는데, 지금은 휴학 중이라 안주시거든요. 그래서 집 근처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게 됐어요. 이제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를 한 지 한 달 좀 넘었네요. 밤 11시부터 아침 9시까지 일하는데 물건 진열하고, 물류가 들어오면 정리하고 상품을 채워놔요. 유통기한 지난 음식도 확인해서 폐기하고, 청소하죠. 요즘엔 편의점에서 닭도 튀겨요. 그거 청소도 하고, 기름도 갈고. 도대체 누가 편의점 아르바이트가 태만하다고 하는지 모르겠어요."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을 향한 차별적이고 편견 어린 시선에 대해 안지완씨는 안타까움이 가득한 목소리로 답했다. 아르바이트를 얼마나 해봤냐고 물으니 생각 이상으로 많은 경험이 있었다.

"수능 끝나고 바로 시작했어요. 10대에서 20대로 넘어가는 사이에요. 휴학, 방학, 재학 중 가리지 않고 했어요. 전에 다른 편의점에서 6개월 정도 일을 했어요. 그전엔 파리바게뜨 4개월, 이자카야 술집 3개월, 단기 호텔 아르바이트, 인천공항 물류아르바이트도 했어요. 물류 일은 10시간 일하고 더 하면 1.5배 시급을 더 쳐준다고 했는데도 너무 힘들어서 거부했어요."

주변 친구들 대부분이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한다. 다들 등록금 대출을 갚아야 하는 상황이다. 부모님에게 용돈을 받더라도 물가 상승을 감당하기 힘들다. 연애는 꿈도 못 꾼다. 사람을 만나는 것 자체가 모두 '돈'이다. 지금까지 해본 아르바이트 중 어떤 일이 제일 힘들었는지 궁금했다. 체력적으로 힘들었던 공항 물류 아르바이트일 거라고 예상했는데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이자카야 술집이 제일 힘들었어요. 여성을 성적 대상화시켜요. 술집에서 아르바이트한다는 이유로 소위 '술집 여자'가 돼요. 손님들이 '아가씨 이리 와봐요', '술 좀 따라줄래요' 이래요. 거기에 대처 못 하는 사장이 있고, 2차 가해 하는 사장도 있었죠. 다른 직원들도 마찬가지고요. 그게 너무 싫었어요. 몸이 힘든 것보다 스트레스가 심했어요. 그래서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게 됐죠.

파리바게뜨도 힘들기로 유명해요. 빵 이름을 다 외워야 해요. 음료도 만들고 여름엔 빙수도 만들고요. 그런데 아르바이트를 그만둘 상황이 생겼는데 사람 구할 때까지만 해달라는 게 2~3주가 넘었어요. 근로계약서를 봐도 강제노동할 이유는 없거든요. 그래서 안 나갔죠. 13만 원을 못 받은 상황이었는데 굳이 사장이 직접 와서 받아가라는 거예요. 아마 뭐라고 하고 싶었던 거겠죠. 문자로 계좌 알려주고 보내 달랬더니 직접 오라고 하더라고요. 고용노동부에 신고했죠. 그리고 13만 원을 받았어요. 그 13만 원이 뭐라고요."


시간외근로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편의점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몬'은 지난 5월 4일 '아르바이트생 1106명 대상으로 갑질 경험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결과 '알바 근무 중 갑질 피해 경험이 있다'는 응답이 전체의 81%에 달했다. 1위는 반말 등 인격적인 무시(57.1%)였고, 불합리한 요구나 부당한 지시(47.2%), 감정노동 강요(40.7%), 폭언(28.6%) 등이 뒤를 이었다.

높은 갑질·폭력 경험에 비해 대응 방식은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그냥 참는다'는 응답이 57.2%로 가장 높았고 '지인에게 심정을 털어놓는다'가 18.8%, '관련 단체에 신고하거나 도움을 요청한다'는 답변은 1.9%에 그쳤다. 관련 법을 잘 모르기도 하고, 두렵기도 한 여러 상황이 복잡하게 얽히며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에 대한 노동권 · 인권 침해는 더욱 공고해진다.

안지완씨는 용기를 내어 노동부에 신고해 마땅히 받아야 할 임금을 받았지만,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사장이 출퇴근 기록부를 조작하지 않을까, 본인이 가진 유일한 증거는 문자밖에 없는데 이걸로 증명될까 걱정도 되고 겁도 났다. 그런 어려움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지금도 주휴수당, 야간수당 못 받아요. 수습 3개월 일 하는 거로 계약했거든요. 이미 6개월 동안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또 수습인 거죠. 지금 6700원 받아요. 편의점주가 그러더라고요. 정부가 임금 올리는 건 맞지만, 귀족 노동자를 탓해야지 우리같이 힘든 자영업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면 어떡하냐고요. 그래서 저에게 미안하지만, 수습으로 3개월 일해달라고 하더라고요. 그나마 바로 집 근처라 교통비 아끼는 셈 치고 하는 거예요."

주 15시간 일하는 경우 주휴수당 적용 대상이다. 하지만 편의점주는 운영이 힘들다는 이유로 주휴수당을 주지 않는다. 게다가 야간수당조차 받지 못한다. 시간외근로의 경우 5인 이상 사업장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편의점은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따져보면 실제로는 아르바이트 노동자가 5인이 넘을 거라고 추측은 하지만 소용없다. 명백히 야간근무를 하는데도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는 것이다.

"언제 잘릴지 모른다고 항상 느껴요. 저 아니어도 할 사람이 많은 거죠. 하지만 저는 이 일을 안 하면 생활이 불가능해요. 하다못해 등록금이라도 내야 해요. 그러니 사장 협박이 잘 먹히죠. 좋은 사장이 있을 수없다는 걸 아르바이트 하면서 느꼈어요. 그래서 아르바이트하면서 성추행, 성차별적 말을 들었을 때 뭔가 제기하기가 힘들어요. 제기해도 반응이 '좀 참지 그러냐'거든요.

사실 제기해본 적도 있어요. 너무 화가 났거든요. 그런데 사장이 '네가 술 취한 사람한테 가면 안 됐다, 오라고 해도 무시했어야지' 그러는 거예요. 또 어떤 사람은 칭찬이랍시고 '네가 섹시해서 그렇다'고 한 적도 있어요."


외모 평가, 성적 발언, 신체접촉 등은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이 흔하게 겪는 문제 중 하나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5명 중 2명이 근무 중 성희롱 피해를 겪었다. 특히 여성과 남성 비율이 9:1 정도로 여성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의 피해가 극심하다. 성폭력 문제에서도 고용주, 정부는 전혀 힘이 되지 못한다. 혹시 안전대책이 있는지 물었다.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의 안전, 건강 문제는 본사에 전혀 중요한 문제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편의점 노동자들이 자기 몸을 지킬 수 있었으면 

"얼마 전에 점장이 발주를 잘못해서 제 담당 시간에 상자 30개가 들어왔어요. 물류 노동자분이 저한테 오늘이 마지막이냐, 사장한테 밉보인 게 있냐고 할 정도로 말도안 되는 상황이었죠. 진열대에 있는 상품말고도 창고에 물건을 옮겨요. 라면은 천장 문을 열어 넣어야 해요. 사다리 타고요. 맨 처음엔 밤에 일하는 게 익숙하지 않아 눈 초점이 흐려지고 머리가 띵하더라고요. 그 상태로 올라가니 떨어질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휘청하면 끝장나겠다는 느낌이요. 잠을 잘 못 자니까 자꾸 어디 앉으면 나도 모르게 중력이 빨아들이듯 자요. 눈 뜨면 내가 잠을 잔 건지 모르게 피곤해요. 잔다고 해도 몰아서 자요. 눈도 되게 아프고요. 24시간 눈을 뜨고 있으니깐요. 현실감각도 없어지고 멍해져요.

폭력도 비일비재하죠. 일 시작하기 전에 사장에게 비상벨이나 전화기를 30초 이상 놓으면 경찰 호출 되는 게 잘 되냐고 물었는데, 사장이 그런 일 없을 거라는 거에요. 고장 난 지 한참 됐다고요. 다른데도 비슷할 거에요. 혹시나 통화가 돼도 위급한 상황이 정확히 어떤지 경찰이 구체적으로 설명하라고 요구한대요. 일촉즉발인 상황에서 그게 가능한가요."


한국 사회에서는 '아르바이트 노동'에 대해, 임시직, 젊은 층이 한때 하는 일, 생활비가 아니라 용돈 벌이, 고생해도 되는 일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노동력을 제공하고 임금을 받아 생활을 유지하는 자는 모두 '노동자'임에도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이다. 안지완씨에게 우리 사회가 아르바이트 노동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직접 체감한 경험이 있는지 물었다.

"생활비라고 전혀 생각 안 하는 것 같아요. 우리 나이 또래 청년들 말고도 수많은 사람이 아르바이트 노동으로 생계를 이어가요. 아르바이트 노동 역시 사회적으로 필요한 일을 사회적으로 해내는 거죠. 그런데 이걸 왜 쉬운 일로 생각하는 걸까요? 사회를 직시하면 차별을 정당화할 수 있는 기제를 기업이 얼마나 잘 이용하는지 알수 있어요."

아르바이트 노동 문제는 청년 세대의 대표적 문제이기도 하다. 안정적인 직장에서 일하고 싶어도 이미 나쁜 일자리가 노동시장을 잠식한 지 오래다. 그 문제를 지금의 청년 세대는 잘 알고 있다.

"이 사회에서는 장시간 노동을 할 수밖에 없어요. 제 주변 대부분이 150~180만 원 사이를 벌겠지 생각해요. 200만 원 이상 벌어야 하는 조건이면 장시간 노동을 하는거예요. 내 삶을 150~180만 원 사이에 맞출 생각을 하죠. 식비를 이만큼 쓰고, 외식을 몇 번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지금부터해요."

마지막으로 편의점을 이용하는 손님들과 편의점 아르바이트 노동자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편의점 노동자는 가게가 아무 일 없이 24시간 유지될 수 있게 하는 업무를 해요. 손님들이 그 이상 요구해서는 안 되고, 그럴 이유도 없어요. 그리고 편의점 노동자들이 자기 몸을 지킬 수 있으면 좋겠어요. 4대 보험도 안 되고, 산재 처리도 어렵잖아요. 모든 노동자가 4대 보험 적용이 될 수있도록 정부가 노력해야 해요. 4대 보험 들면 임금 줄어든다고 노동자가 스스로 포기하게 만드는데 그런 문제가 안 생기게 해야죠. 모두가 안전하게 일 할 수 있고,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아르바이트 노동자든 다치지 않게 하는 건 당장 이뤄져야 해요. 위험요소는 어느 직업에나 있는 거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