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리포트] 지방자치단체 노동안전보건정책 현황과 과제 / 2020.01

지방자치단체 노동안전보건정책 현황과 과제

 

류현철 소장, 직업환경의학전문의 / 선전위원회 편집

 

지자체와 교육청은 그 장이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상의 사업주로서 의무를 성실히 수행해야 하며, 더불어서 관내의 사업장 노동자들의 노동안전보건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한 지원업무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지역사회 내에서 노동안전보건, 지역안전 의제에 대한 요구도 점차 높아지는 상황이다. 그러나 각 지자체가 지방 행정 전반에 노동자들의 생명권, 건강권의 관점을 도입하고 노동안전보건과 지역안전에 대해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이행전략을 내오고 있지는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한 종합적이고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

노동안전보건행정 실태조사 결과 : 기구·조직, 조례 등

현재 지자체 수준에서 노동안전보건 행정과 관련한 제도 마련은 매우 미흡한 상황으로 평가된다. 가장 기본적인 단계로서 노동안전보건조례가 제정된 곳은 경기와 경남밖에 없으며, 실제적인 지자체의 노동안전보건 행정을 담당하는 직제가 편성된 곳도 서울과 경기에 불과하다. 경기의 경우에는 노동안전보건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전담부서를 설치하고 있어 형식과 내용적으로 가장 진전된 지자체이다. 서울은 노동안전보건 조례가 제정되지 않은 반면, 전담부서와 산업노동안전 외부전문가 자문회의를 통해 지자체 산업안전보건 정책을 수립해가고 있다. 경남은 조례가 제정되어 있으며, 전담부서는 아니지만 일자리 경제국 노동정책과에서 산재 예방 업무의 일정 부분을 주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부산의 경우 전담부서는 없으나 인권노동정책담당관이 관련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노동안전보건 관련 조례는 아직 제정되지 않았으나 노동자 권익보호 및 증진을 위한 조례에 따라 설립된 노동권익위원회에서 관련 주제를 상당부분 다루고 있고 노동안전보건 조례를 준비하고 있다. 경기, 서울, 경남, 부산을 제외하고는 지자체의 독자적인 역할과 정책 기능은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라 할 수 있다.

감정노동자 보호 관련 정책 현황

감정노동과 관련해 조례의 적용대상은 사용자의 적용범위에 있어서 차이가 있다. 서울, 광주, 전북, 전남은 사용자와 더불어서 도와 공사, 용역 기타 유사한 계약을 체결하고 업무를 수행하는 법인 및 개인계약 사용자로 정의하고 조례의 적용대상에 포함시키고 있다. 서울과 광주시는 지자체장이 감정노동자를 위한 노동환경개선계획, 실태조사, 권리보장교육, 실태조사 결과 필요시 경영평가 반영, 가이드라인과 모범 매뉴얼을 배포하도록 하고 있으며, 두 지자체의 조례가 감정노동자 보호 관련 조례의 대표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외의 지자체는 다소 차이는 있으나 보호 계획의 수립 이외의 사항에 대해서는 대부분 의무로 규정하기보다는 수행할 수 있는 권능의 부여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적극적인 정책 실현의지를 확인하기 어렵다. 서울, 부산, 광주, 대전, 경기, 경남의 조례는 감정노동자를 지원 및 보호를 위한 위원회와 사업을 수행할 센터를 설립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강원과 전남은 지원센터, 전북은 위원회에 대해서 설립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서울, 광주, 대전의 경우에는 실태조사의 결과를 기관평가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광역지자체별로 감정노동자 보호 관련한 조례의 이행수준에 편차가 높게 나타났다. 서울, 광주, 경기는 조례에서 규정한 감정노동자 종합계획을 수립하였다. 서울시는 감정노동종사자 권리보호위원회를 운영하고 감정노동종사자 권리보호 종합계획 수립, 감정노동보호 가이드라인 배포 시행, ‘서울시 감정노동종사자 권리보호센터개소 등 이행수준도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경기 역시 경기도 감정노동자 보호 및 건전한 근로문화 조성계획수립, ‘경기도 감정노동자권리보장 위원회개최, 여성 감정노동자 지원 프로그램운영, 감정노동자 권리보호 및 치유 전문 인력 양성 워크숍을 개최하였다. 광주는 광주시 감정노동자의 권리보호와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감정노동자 보호 종합계획수립, 감정노동자 보호 가이드라인 배포, ‘광주시 감정노동자 보호위원회개최, 공공부문 감정노동자 보호를 위한 힐링 교육 등 지자체 차원의 감정노동자 보호를 위한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이외의 지역에서의 감정노동자 보호를 위한 지자체의 구체적 활동은 매우 저조한 상황이다.

화학물질 안전관리 및 지역사회 알권리 관련 조례제정 현황

지자체별로 화학물질 안전과 지역사회 알권리와 관련된 조례는 2019831일을 기준으로 광역 12, 기초 35개 총 47개 지자체 (/구 조례 7개 포함)에서 제정되어 있다. 조례에서 규정하는 화학물질 안전관리계획의 실제적인 수립 현황과 내용적 검토, 화학물질 안전관리 위원회의 구성 및 실제적 운영여부에 대한 사항들에 대해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광역 : 경기, 충북, 인천, 전북, 부산, 광주, 전남, 울산, 경남, 충남, 강원, 대전

기초 : 군산, 양산, 광주광산구, 수원, 전남해남군, 여수, 평택, 영주, 청주, 나주, 포함, 울산남구, 성남, 파주, 구미, 의정부, 동두천, 익산, 창원, 경기도연천군, 김포, 서산, 아산, 충남태안군, 천안, 김해, 안산, 인천서구, 안양, 양주, 울산동구, 화성, 하남, 전주, 군포

 

지자체의 사업주로서의 의무 준수 현황

지자체장이 가지는 산안법상 사업주의 의무 준수 여부에 있어서는 서울과 강원, 충남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지자체가 산안법상 공공행정 업무로 분류되지 아니하는 소속 노동자들의 현황에 대해서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거나 외면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서울시와 강원도의 경우 산안법상 법적용 대상 인원과 안전보건관리체제, 산보위 운영현황에 대한 파악과 관리가 비교적 일목요연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대전, 세종, 충남의 경우에는 일부 산하기관에 안전/보건관리자를 전문기관에 위탁하고 산보위를 개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외 지자체에서는 지자체 및 산하 기관에 산안법 적용대상에 대한 파악이 미진하거나 혹은 법 규정에 대한 몰이해가 있는 것으로 보이며 산안법상 사업주로서의 의무 이행 수준이 매우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안전보건관련 조례가 제정되어 있고 노동안전보건을 담당하는 전담 조직이 지자체 행정조직 내에 존재하고 조례에 따른 안전보건과 관련한 위원회와 지원센터를 운영 지원하는 자기 완결적인 안전보건 관리 시스템을 모두 갖춘 지자체는 한 군데도 없었다. 전반적으로 지자체가 지역의 노동안전보건 및 안전관리에 대한 책임성과 역할을 분명히 규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자체 중에서는 서울이 노동안전보건 관련 조례는 제정하지 않은 상태이나 가장 먼저 노동안전보건과 관련한 직제를 설치하고 사업주로서의 의무이행에 대해서 파악하여 대응하고 있으며, 감정노동자의 보호에 있어서도 조례의 구성이나 이행수준도 높았다. 경기는 노동안전보건 조례를 가장 먼저 제정하고 노동안전보건 행정 전담 조직을 설치하였으며 전국에서 유일하게 노동자 건강증진 조례를 통해서 소규모 사업장이나 관리 사각지대 노동자들의 직업건강 및 보건관리에 산하 의료원이나 관련 자원을 동원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였다. 경남의 경우 최근 노동안전보건 조례를 제정하고 조직과 내용을 정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전반적으로 노동안전보건과 관련한 지자체의 역할은 충분하지 않았으며 특히 사업주로서의 의무이행 부분이 미진하였다.

결론 및 제언

현행 법률상 산업안전보건 관련 정책은 기본적으로 조례 제정의 대상이라고 할 수 없는 국가사무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산안법에서는 산업안전보건에 관한 기준·방법, 사업 수행에 필요한 재원 등에 관하여 직접 규정하고 있으면서 국가, 지자체, 공기업, 사업주 및 근로자 등에 대하여 해당 법과 같은 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에 따르도록 할 뿐, 조례로 이와 달리 정하거나 조례로 구체적인 사항을 정할 수 있도록 위임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관은 부족하며, 경영상의 부담을 이유로 산재 위험이 가장 큰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산안법상의 규제는 느슨하고, 안전보건공단을 통한 지원책도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다. 더구나 고용구조 왜곡이 심화되면서 특수고용, 플랫폼 노동이 증가하고 있고, 이동 노동, 방문 서비스 노동이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고용형태는 기존 산안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으며. 개별 사업주 차원에서의 예방 의무만으론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자체가 적극적인 주체로 나서 지자체 내의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사업이 장기적이고 연속적으로 진행되도록 지원하고 산안법으로 포괄하여 보호하기 어려운 노동자들에 대한 안전보건 관리의 역할을 자임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지자체가 동원할 수 있는 지역 내 자원들을 활용하고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가용한 행정력을 동원해야 한다. 지자체가 적극적인 주체로 나서 지자체 내의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사업이 장기적이고 연속적으로 진행되도록 해야 하고, 이를 위한 조례를 제정하고, 노동자들의 안전과 건강의 관점으로 지자체의 정책을 풀어가는 전담부서가 마련해야 한다.

지자체 스스로 사용자이며 발주처로서의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지자체에는 공무원 노동자를 비롯하여 지자체가 직접 고용, 위탁 도급 고용을 한 노동자, 지자체 산하 출연기관의 노동자들이 있다. 지자체가 건설공사 및 각종 서비스 용역을 발주하고 있고 지자체의 의회는 교육청 예산에도 관여하고 있다. 그러나 지자체는 산안법을 준수해야 할 사용자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못하고 있다. 2020년부터 시행되는 산안법은 사용자로서 안전조치, 보건조치는 물론이고 지자체 현업 노동자에 대해 안전교육, 안전보건관리자 선임, 산보위 구성을 법적으로 강제한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지자체가 산업안전보건법상 공공행정 업무로 분류되지 아니하는 소속 노동자들의 현황에 대해서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거나 외면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산안법 적용대상별 노동자들의 현황이 파악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안전보건체제와 안전보건교육이 제대로 지켜지는 것이 불가능하다.

개정 산안법은 건설공사의 발주자로서의 책임도 전면 강제되고 이 조항은 당연히 지자체에도 적용된다. 지자체가 발주하는 건설공사에서도 공사계획, 설계, 시공하는 전 단계에서 노동자의 안전을 위한 조치가 반영하도록 의무가 부여된다. 또 폐기물 관리법 개정으로 환경미화 노동자에 대한 안전조치 의무도 지자체에 부여된다. 이러한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선 법에 한정되어있는 적용대상을 더욱 확대하고 지자체의 특성에 맞는 적극적인 조치와 사업이 진행되도록 조례를 제/개정함으로써 실제적 이행이 담보되어야 한다.

사업장의 안전은 노동자의 안전이자 시민의 안전이기도 하다. 시민의 안전과 밀착되어 있는 화학물질 사고 등과 관련된 지역 안전은 노동부와 산안법으로만 해결되기 어렵다. 책임소재, 관할이 누구인가를 따지면서 사고조사도, 재발방지도 방치해 왔던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지역의 노동자와 시민의 안전을 책임질 의무가 있는 지자체가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고, 조례제정으로 제도화해야 한다. 특히, 영업허가 및 영업정지에 직접 권한을 갖고 있는 지자체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각 지자체의 노동안전보건과 관련한 조례의 제/개정과 이와 관련한 업무를 수행한 지자체 내의 직제 구성, 조례에 기반한 위원회와 센터의 구성과 운영에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한 상황이다. 더불어서 기존의 노동안전보건 분야의 거버넌스를 통해 성과를 이뤄낸 의미 있는 사례들에 대해서 함께 공유하고 확산시키는 전략이 필요하다.

[언론보도] 꼭 필요한 노동을 직접 고용과 2인 1조 근무로 (19.12.10, 오마이뉴스)

꼭 필요한 노동을 직접 고용과 2인 1조 근무로

[노동시간센터 여성방문노동자 연속간담회 ②] 도시가스 안전점검원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노동시간센터에서는 3차에 걸친 여성 방문노동자들의 노동실태를 듣는 연속간담회를 개최했습니다.

간담회를 통해 방문노동자들의 노동시간 문제와 더불어 방문대상의 사적 공간을 '방문'한다는 형식에서 비롯되는 감정노동, 성폭력 등의 안전문제, 그리고 중년여성 노동자들의 저임금 일자리와 노동조건을 살펴봤습니다. 간담회의 결과물로 각 회차의 후기를 연재합니다. 

① 돌봄에 대한 저평가와 돌봄노동의 필요성, 그 사이의 불안정 노동자 
② 꼭 필요한 노동을 직접 고용과 2인 1조 근무로 
③ 지역사회 복지를 짊어진 무기계약 노동자 


가스안전점검 노동자로 불러주세요
 
가스안전 점검 노동자들의 주요 업무는 세 가지다. 한 달에 4700세대에 대해 가스 검침 업무를 하고, 고지서 송달 업무, 그리고 각 세대별로 1년에 2번씩 가스 안전점검을 한다. 이때 점검이 안될 경우는, 점검률을 맞추기 위해서 10번 이상도 방문하게 된다. 하루 2, 3만보를 걸어야 하고, 주당 60시간 이상 일하거나 가족을 동원에서 일하기도 하는 힘든 노동이지만, 꼭 필요한 노동이며 일을 하는 것에 보람을 느끼는 노동이다.
 
"노인분들만 사는 곳인데, 집안에 계실 시간인데 벨을 눌러도 반응이 없었어요. 몇 번 누르니까 늦게 문을 열어 주셨는데, 문을 여는 순간 가스 냄새가 심하게 나더라고요. 할아버지~ 냄새 안 나세요? 하니까 나이가 들어 냄새를 못 맡는다고.. 얼른 가스레인지 있는 곳으로 가봤는데 중간밸브에서 가스가 새고 있었어요. 빨리 조치를 했죠. 창문 열고, 환기시키고, 할머니, 할아버지 안심시켜 드리고. 그날 저녁에 집에 와서 아이들에게 자랑 했어요. 엄마가 이런 일 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그날 밤에 잠을 자는데 식은땀이 흐르더라고요. 내가 그냥 지나쳤으면 어떻게 됐을까, 이런 일이 드물지 않게 있어요. 가스 누출 엄청 흔하게 있어요. 우리 일은 공공 서비스,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 매우 중요한 일이예요."

"이렇게 중요한 일이지만, 회사에서는 우리 노동을 그리 중요하게 보지 않아요. 반찬값 벌러 나오는 사람, 잠시 나가서 스윽 돌아다니며 일 보는 사람 정도로 생각해요."

 

출처: 뉴시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ss_pg.aspx?CNTN_CD=A0002593386

 

꼭 필요한 노동을 직접 고용과 2인 1조 근무로 - 오마이뉴스

가스안전점검 노동자로 불러주세요 가스안전 점검 노동자들의 주요 업무는 세 가지다. 한 달에 4700세대에 대해 가스 검침 업무를 하고, 고지서 송달 업무, 그리고 각 세대별로 1년에 2번씩 가스 안전점검을 한다. 이때 점검이 안될 경우는, 점검률을 맞추기 위해서 10번 이상도 방문하게 된다. 하루 2, 3만보를 걸어야 하...

www.ohmynews.com

 

[직어보한경의사가 만난 노동자건강 이야기] 저녁이 없는 공공기관 노동자 / 2019.12

저녁이 없는 공공기관 노동자

 

박승권 / 후원회원,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

 

세종시에 위치한 공공기관 A 기관에 출장 검진을 다녀 온 경험이다.

 

2년 전 A 기관에 처음 갔을 때 의사 상담을 기다리는 잠깐의 시간에 졸고 있던 노동자를 볼 수 있었다. 여태 오랜 기간 수많은 사업장을 다녀봤음에도, 아무리 의사 상담 대기시간이 길지라도 그 찰나의 시간 동안 졸고 있는 노동자는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 기관에서는 졸고 있는 노동자가 2명이나 보이는 것이 다소 의아했다.

 

어제 잠을 많이 못 주무셨나 봐요?”

 

.. 일이 많아서..”

 

노동자가 잠을 많이 못 잤다고 하는 경우 보통 교대근무 등으로 인한 불면증 얘기가 나오는 경우가 가장 많다. 하지만 의아하게도 두 노동자 모두 일이 많아서라고 대답했다.

 

민간 사업장 노동자의 과로 문제야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비교적 과로와는 다소 거리가 있을 거라 으레 짐작하는 공공행정기관 노동자였기에 다소 생소한 대답이었다. 다행히 수검자가 밀리지 않아 한 명, 한 명의 심도 있는 이야기를 들어 볼 수 있었다.

 

보통 밤 12시에 퇴근해요. 일요일에도 출근합니다. 누가 강요하는 건 아니죠. 하지만 일요일에 미리 일을 안 해두면 주중에 일이 너무 많아요. 안 믿어지시죠? 저도 공무원 일이 이런 줄 꿈에도 몰랐어요.”

 

하루는 밤늦게 일을 마치고 퇴근하는데 도저히 집까지 운전할 힘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대리운전 불러서 갔어요. 술도 마시지 않았는데 대리운전 불러본 적 있으세요?”

 

저랑 엇비슷하게 공부했던 친구는 의사가 되었고, 전 여기에 있어요. 다들 그 친구가 바쁠 거로 생각하지만 사실 제가 시간이 안돼서 못 만나요.”

 

여기 와서 몸무게가 20킬로 넘게 빠졌어요. 우울증 설문이 모두 제 얘기 같아요. 그런데 평일에 병원에 갈 시간이 없어요.”

내가 굳이 과로나, 장시간 노동에 대해 얘기를 먼저 꺼내지 않아도 많은 노동자가 격무에 따른 피로감과 무기력감, 일부는 우울증상까지도 마치 약속이나 한 듯이 내게 하소연했다.

 

공공기관은 300인 이상 사업장과 함께 지난해 7월부터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었다. 작년에도 이 기관 노동자의 하소연은 재작년과 다르지 않았는데, 그때는 계도기간이라 그러려니 싶었다. 하지만 계도기간도 올해 진작 끝났는데 왜 이곳 노동자들의 삶은 변한 것이 없을까?

 

3년 전부터 전공의 특별법으로 수련의사의 주 근무시간을 제한한 것도 환자의 건강을 지키는 의사의 건강부터 지켜져야 한다는 전제가 깔린 것이다. 이 기관도 우리의 생활과 매우 밀접한 일을 하는 기관이다. 탈진에 가까운 강도로 일하는 공공기관 노동자의 공무를 국민들은 믿을 수 있을까? 누군가를 위해 일하기 위해서는 그 구성원의 건강부터 보장되어야 한다.

 

직업환경의학을 전공하는 의사의 사회적 소임 중 하나는 끊임없이 안전보건 사각지대를 찾아 이들을 보호하는데 일조하는 것이다. 하지만 문득 사각지대나 취약계층이라는 단어가 그다지 멀리에만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 2017년 초 과로로 숨진 보건복지부 사무관처럼 산업보건 사각지대에 몰리면서 일하고 있을 공공기관 노동자의 규모는 어느 정도일까? 실태 파악이 미진한 거 같아 아쉽다.

 

이곳은 공공행정기관이기 때문에 적용 제외되는 산업안전보건법 규정이 많아 산업안전보건체계가 대부분 작동하지 않는 곳이다. 민간 사업장의 양호선생님 격인 보건관리자라든지, 산업보건의사, 하물며 이를 논의하는 위원회도 구성될 근거가 없다.

 

정말 등잔 밑이 더 어두운 것인지 모를 일이다. 등잔 밑에 있을지 모를 공공기관 노동자를 위한 산업보건, 건강증진 체계 정비 논의가 하루빨리 활발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안내] 구의역 참사 3주기 추모 문화제

구의역 참사 3주기 추모문화제

2019년 5월 25일 낮2시 구의역 
* 문화제 후 구의역 헌화



추모의 벽 5월 20일~28일 구의역9-4 강남역 10-2 성수역 10-3
[토론회] 서울교통공사 출범 2년을 돌아보다 5월 30일 낮2시 서울시의회 별관 2층 제1대회의실 

청년에게 좋은 일자리를
긴 경제 위기, 청년들은 경쟁에 내몰리고 기업주들은 더 나쁜 일자리를 강요해도 괜찮다고 여깁니다. 오늘도 세상 어딘가의 '김군'은 더 낮은 임금, 더 힘든 일을 참으며 갑작스런 죽음을 맞이할 지도 모릅니다. 

죽음의 외주화 중단
기업들은 안전 비용을 줄이려 외주화합니다. 외주된 기업은 규제와 감시가 허술한 틈을 타 또다시 안전을 무시합니다. 2인1조는 커녕 안전장비조차 지급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안전제일'이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돈이 제일'입니다. 

차별 없는 정규직화
'비정규직'은 구조적 차별의 다른 이름입니다. 누군가의 능력이 부족하고 무언가 잘못했기 때문이 아닙니다. 제대로 된 정규직화는 차별을 없애는 것입니다. 그래야 또 다른 '김군'이 없도록 할 수 있습니다. 

[안내] 태안화력 비정규직노동자 사망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죽음의 외주화 즉각 중단 3차 부산 추모행동의 날 (19.01.03)

태안화력 비정규직노동자 사망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죽음의 외주화 즉각 중단

3차 부산 추모행동의 날 

2019년 1월 3일 (목) 저녁7시30분 

서면태화 옆 단일기 거리 

[성명] 금속노조 노동안전보건실장 박세민을 석방하라!

[성명] 금속노조 노동안전보건실장 박세민을 석방하라!


지난 12월 6일 울산지방법원은 금속노조 박세민 노동안전보건실장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하였다. 울산지방법원은 검찰의 집행유예 구형을 비웃듯 실형을 선고했다. 산업재해 노동자의 곁에서 일상을 보내며, 재해노동자의 아픔을 나누고, 치료받을 권리 보장을 위해 앞장섰다는 이유로 박세민 동지는 구속됐다.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을 겁박하고, 죄를 묻겠다는 법원의 판결에 우리는 분노한다. 

구속의 사유는 2017년 9월 6일 근로복지공단 울산지사 지사장과 금속노조의 면담 추진 과정에서 발생한 경미한 다툼 때문이다. 사건 발생당시 30여 건에 달하는 산재신청 재해조사가 부실하고, 부당하게 실시된 것을 바로 잡고자, 지사장 면담을 요구한 것이 구속의 사유란 말인가!

울산지방법원은 당시의 면담이 ‘적법한 절차 없이’, ‘다수의 위력으로’,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진행된 ‘잘못된 관행과 사고’라고 판결문에 적시했다. 이에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적법한 절차없이’ 부실·부당하게 재해조사를 실시한 것이 과연 누구인가.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산업재해 불승인을 남발하여 재해노동자를 다시 한번 고통에 빠뜨린 것이 누구인가. 수없이 많은 노동자가 겪고 있는 아픔을 가벼이 여기고, ‘공공기관의 위력으로’ 무시한 이들이 과연 누구란 말인가! 

노동자의 아픔과 고통에 눈감고 ‘잘못된 관행과 사고’로 문제를 야기한 근로복지공단 울산지사의 처사를 문제삼지 않고, 정당한 항의면담에 앞장 선 노동조합 활동가를 구속한 법원을 강력히 규탄한다! 

금속노조 박세민 노안실장을 즉각 석방하라! 

2018. 12. 12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현장의 목소리] 전국 243개 시군구청장 고발한다! / 2018.03

전국 243개 시군구청장 고발한다!

- 환경미화원 산업재해 근본적 해결을 위한 시장·군수·구청장 고발투쟁

재현 선전위원장


지난 1월 언론을 통해 환경미화 노동자들이 일터를 바꾸기 위해 투쟁에 나섰다는 소식을 접했다. 3년간 15명의 동료를 하늘나라로 떠나보내면서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는 가슴 절절한 외침이었다. 소식을 접하고 바로 인터뷰를 요청했다. 인터뷰는 지난 2월20일 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진행했다.


이름만 정규직인 환경미화원 노동자

“안녕하세요. 저는 민주노총 민주연합노조 김성환 위원장입니다. 경기도 시흥시에서 11년 동안 환경미화원으로 일했는데, 현재는 휴직계를 내고 노동조합에서 전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위원장 임기를 마치면 다시 현장으로 복귀할 예정입니다.”

김성환 위원장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도로에서 빗자루를 들고 청소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 환경미화원은 도로 청소 외에도 생활폐기물이나 음식물쓰레기를 수거하는 직종 등으로 나눌 수있다고 한다.

“도로를 청소하는 업무라서 동료들끼리 각자 구역을 나눠서 업무를 합니다. 구역에 따라서 어떤 곳은 좁으면서 넓고, 넓으면서 좁고 다른데 평균적으로 아침·저녁으로 가로, 세로 4km씩 전체를 청소한다고 보면 됩니다. 여름엔 사람들이 먹다 남기거나 버린 음료수를 치우고 가을엔 떨어지는 낙엽 치우고 겨울엔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에 눈이나 얼음을 치우고 그렇게 1년을 보냅니다.”

김성환 위원장은 현재 시흥시가 직고용해서 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는데 이런 경우가 흔하지 않다고 한다. 

“경기도 시흥시 직영 환경미화원이라서 공무원들은 저희보고 정규직이라고 하는데 저희는 언제든지 해고될 수 있는 상황입니다. 고용이 보장돼 있다고 하는데 이것도 노동조합이 있어서 그런 거지, 노동조합이 아니라면 언제든 지자체에서 민간위탁을 할 수 있습니다. 조례에서도 민간위탁을 금지하지않고 있어서 언제든 상황이 바뀔 가능성이 있습니다.”


늘 안전사고 위험을 감수하는 현장

“하루에 8시간 근무를 하는데 오전 7시에 시작해서 4시간 일하고 오후에 1시간 쉬었다 오후12시부터 16시까지 또 4시간 일합니다. 밥은 대기실이 있는 곳에서 먹는데 이 대기실도 노동조합이 있어서 가능해진 겁니다. 요즘엔 본인이 일하는 구역이랑 집이 가까운 분들은 집에서 식사하고 나오기도 합니다.”

아직도 환경미화원들은 매일 다치거나 사고가 나는 등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

“뾰족한 물건에 찔리거나 유리병에 감염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주삿바늘에 저도 많이 찔렸는데 병원에서 나온 주삿바늘은 문제가 없지만, 그게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요즘은 마약도 하고 불법 시술도 흔해서 이게 혹시 감염된 바늘은 아닌지 전혀 사실을 모르니까 두려울 때가 있습니다. 주사 바늘이 아니어도 깨진 형광등을 폐기물에 버리지 않고 쓰레기봉투에 버려서 청소하다가 찔리고 파상풍으로 치료받는 경우도 자주 있습니다.”

일하다 다쳤을 때 작업자들이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물었더니 그냥 참는다는 답이 돌아왔다. “일하다 다쳐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합니다. 지자체 차원으로 안전교육도 하고 대처 방안에 대해 알려주고 그래야 하는데 자치단체가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이렇다 보니 조합원들도 일하다 다쳤을 때 어떻게 해야 한다는 인식이 부재한 게 현실입니다. 그나마 노동조합에서 싸우니까 지자체가 뭐라도 하는 시늉만 하고 있습니다.”


일하다 다쳐도 아무 대책이 없는 현장

자치단체의 경우 치료는커녕 일하다 다친 노동자에게 핀잔을 준다고 한다. 

“자치단체랑 가장 쟁점이 붙는 게 뭐냐면 바로 병원에 가는 겁니다. 작업자들은 일하다 다쳤을 때 바로 병원에 가질 않습니다. 만일 내가 업무에서 빠지면 일 할 사람이 없기도 하고 워낙 안전사고가 자주 있는 데다, 다쳤을 때 별다른 대책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며칠 뒤 작업자가 통증이 심해져 집 근처 병원을 가면 지자체가 왜 오늘에서야 아프다고 병원을 가나며 혼을 냅니다. 더 황당한 건 작업자가 집이랑 가깝고 자주 가는 병원에 가면 병원을 옮기라고 강요합니다.”

대체 어떻게 이런 비상식적인 일이 왜 발생하는걸까?

“지자체는 우리가 일하다 다쳐서 병원에 가 있으면 가짜 환자로 취급합니다. 그리고 병원 의사랑 이야기해서 과도하게 병원비를 요구하거나 진단서를 받을까 봐 의심합니다. 나중에는 지자체에서 작업자가 자주 다니는 병원이 아니라 본인들이 지정하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도록 강제합니다. 병원비 한푼 지원해주지도 않는데 이런 일이 벌어집니다.”

다친 사람에게 지자체가 하는 짓을 보니 노사가 서로 전혀 신뢰조차 없는 것처럼 보였다. 

“노동조합이 만들어졌으면 사용자랑 상호 간 대화를 많이 해서 서로 발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사용자가 노동조합 자체를 싫어하고 부정합니다. 그러니 지금까지 대화 자체가 안 되는 게 가장 문제고 어렵습니다. 노동조합이 무슨 터무니없는 걸 요구하는 것도 아닌데...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그나마 공무원 중에 실무자급은 이야기가 되는 경우도 있는데 노동조합과 직접 교섭을 하는 공무원들은 대개 노동조합을 좋아하질 않습니다.”


결국, 사용자를 고발하다

지난 1월24일 환경미화원 산업재해 근본적 해결을 위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243개 시장·군수·구청장을 고발하는 기자회견 개최했다. 어떻게 고발 투쟁을 시작하게 된 것인지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사용자가 공공기관인데도 산업안전보건법 자체를 지키지 않고 있고 불법을 저지르고 있으니 법을 지키고 시행하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특히 법으로 지키라고 조항이 있는데도 그걸 시행하지 않고 있어 노동조합에서 문제를 제기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검찰에 고발하면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청와대에도 고발장 전달하고 왔습니다.”

이번 고발은 목숨 걸고 일하는 조합원들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요구하기 위해서 라고도 했다. 

“제가 다녀온 건 아니지만, 2011년에 노동조합에서 일본을 다녀왔습니다. 일본은 산업안전보건법에 해당하는 법 조항으로 환경미화원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보호하고 있었습니다. 당시에 작업 안전 매뉴얼도 있어서 검토해보니 일본 환경미화원도 우리와 같이 공무원 신분이었는데 법 적용을 받고 있어서 한국으로 돌아오자마자 우리는 어떤 상황인지 확인하는 작업을 거쳤습니다. 이후 몇 년간 정부와 노동부에 입장을 물었고, 2016년 2월에 노동부가 지침으로 환경미화원이 산업안전보건법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대상임을 확인시켰습니다. 노동조합은 이어서 사용자가 산업안전보건법을 지키라고 항의했는데도 아무런 조치가 없어서 고발 투쟁을 하게 되었습니다.”


고발 투쟁 이후 계획

“공무원들은 법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이번 고발에 대해서 일단 과태료를 부과하고 조금씩 현장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노동조합은 이번 고발을 계기로 지자체별로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반드시 설치하고 운영하도록 강제할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산업안전보건위원회가 있어야 현장에 안전보건 문제를 지적하고 개선을 강제할 텐데, 이게 없다 보니 지금까지는 개인이 민원을 제기하거나 항의하는 정도로 인식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노동조합은 안전공단 캠페인 사업에 공모해서 지원금을 일부 받고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운영매뉴얼을 만들고 현장에 배포하게 될 계획이라고 한다.

민간위탁 폐지를 위한 투쟁도 이어간다. 산업안전보건법 고발은 물론이고 노동조합에서꽤 오랫동안 민간위탁 폐지를 주요한 투쟁 요구로 걸고 싸우고 있는데 이점을 강조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물어보았다. 

“예전에는 전부 시나 구에서 직영으로 운영하면서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고용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공무원들이 일하기 싫으니까 민간에 위탁하는 거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지자체에서 직영으로 운영하다 보면 공무원들이 사고부터 각종 업무에 대해서 일정 책임져야 하는 부담이 있습니다."

그런데 민간으로 위탁하면 노동조합이 위탁 업체 사장하고 이야기 김성환 위원장은 인터뷰를 마치며 이렇게 오랫동안 환경미화원의 노동조건이 바뀌지 않는 이유를 인간으로서 존엄을 존중받지 못해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산업안전보건법 고발 투쟁이 모든 걸 한 번에 바뀌지는 못하겠지만, 이번 투쟁을 계기로 적어도 노동자가 목숨을 걸면서 출근하는 일터가 아닌 현장으로 점차 변화하는 전환점이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