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_현장의목소리] 게임 개발자가 행복해야 게임하는 사람들도 행복합니다._스마일게이트 노동조합 SG길드(smile gate guild)지부장 차상준 인터뷰

게임 개발자가 행복해야 게임하는 사람들도 행복합니다.

_스마일게이트 노동조합 SG길드(smile gate guild)지부장 차상준 인터뷰

 

장영우 선전위원장

 

국내 게임산업 시장은 지난 10여 년간 급성장해왔다. 2010년 게임시장은 7.8조 규모였는데, 2020년 기준 17조 규모까지 늘어났다. 앞으로도 모바일게임을 필두로 성장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하지만 게임을 만드는 노동자들의 업무조건은 과거에 머물러 있었다. 프로젝트 단위로 채용돼 상시적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야근수당 등 법정수당을 기본급과 구분하지 않는 포괄임금제로 인해 야근과 장시간 노동이 만연했다. 노동자들의 과로사와 자살이 잇따른 적도 있었다. 열악한 노동현실에 대응하기 위해 IT업계 노동자들은 하나둘씩 노동조합을 설립하기 시작하였다. 판교의 중견 게임회사인 스마일 게이트 노동자들은 20189월 노동조합을 설립하였다. 노동조합이 설립되고 3년째,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 알아본다.

 

노동조합을 만들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게임업계는 2018년 주 52시간을 앞두고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하려 했습니다. 게임 개발과정에서 특정시기, 예를 들면 게임을 출시하는 시기, 이후 업데이트 하는 시기에 업무가 집중이 되는데요. 야근도 많이 했습니다.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노동시간을 조절해서 일이 몰리는 특정시기에는 업무시간을 늘리고, 업무가 줄어들게 되면 쉬자는 취지입니다.

선택적 근로제를 도입하려면 근로기준법에서 근로자대표와 합의를 해야 합니다. 저는 당시 근로자 대표로 선출이 되었습니다. 근로자대표로 뽑힌 다음날 회사는 선택적근로제 동의에 관한 문서를 들고 와서 일방적으로 서명하라고 내밀더라고요. 근로자대표로 회사와 협의를 진행할 거로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던 겁니다. 일단 내부적으로 혼란이 있을 것으로 보아 그 문서에 서명을 했는데 향후에도 이런 식으로 진행되면 안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후 논의결과 근로자대표라는 제도 자체에 문제가 있어 노동조합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넥슨도 비슷한 시기, 비슷한 이슈로 노조가 만들어 졌습니다.

 

최근 한 유명 대선 후보가 주 120시간을 이야기 하면서 선택근로시간을 이야기했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희 개발자 커뮤니티에서도 저 발언으로 활발하게 논의했었는데요, 다들 놀랬습니다. 이미 게임업계는 앞에서 언급한 이유로 선택적 근로시간제도를 많이 도입하고 있습니다. 법을 판단하고 집행했던 분이 현실과 근로기준법을 제대로 알지 못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드는 비상식적인 발언이었다고 봅니다. 무엇을 더 이야기하고 싶었던 걸까요? 사용자들은 주 52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니깐 노동자들도 더 일하고 싶은데 일을 못하게 한다는 표현을 하고 싶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IT업계는 창작과 연결되기 때문에 투입한 '근무시간=성과'로 이어지는 제조업 분야가 아닙니다. 그런데 자리 오래 앉아 있고 야근 많이 하면 좋은 인재라는 구시대적 인식이 있어요. 예전에는 업무시간으로 평가했다면 이제는 업무의 효율을 고민할 때가 되었습니다. 개인이 아닌 대통령 후보의 발언이라고 보기에는 많이 미흡했다고 봅니다.

 

노동조합이 만들어지기 전과 후의 차이는요?

 

한국의 게임산업은 단시간에 급성장 했습니다. 초창기에는 20대 매니아들이 골방에서 라면 먹으며 밤새 게임을 만들었지요. 저도 예전에는 그런식으로 밤샘 작업을 했었습니다. 이렇게 게임개발에 성공한 사람들이 현재 경영자가 되었는데 여전히 라떼마인드를 못 버리고 있는 거예요. IT업계가 양적으로는 빠른 성장을 거쳤지만 그 과정에서 노동을 살펴보진 않았습니다. 저희가 속해 있는 민주노총 화학섬유노조에서 같이 연구를 수행했던 분들이 우리나라의 과거, 현재의 모든 노동문제를 IT업계에서 다 볼 수 있다고 할 정도였어요. 노동조합이 만들어진 뒤에야, 포괄임금제와 권고사직 문화가 사라지고 주 52시간 노동시간제가 정착되었습니다.

하지만 주 52시간제가 도입이 되고도 실제로는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작년 자체적으로 실태조사를 했고, 실제로 주 52시간을 넘긴 케이스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회사에 문제제기를 하였으나 해결되지 않아 고용노동부에 근로감독을 신청 했었지요, 마침 그때 국정감사를 하게 되고 언론 등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어, 근로감독까지 받게 되었어요. 지금은 회사가 주 52시간을 초과하는 노동시간에 대해서는 컴퓨터를 끄는 방식으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노동조합이 만들어지고 고용이 안정되었습니다. 그간 게임개발 업계는 권고사직 문화가 있었습니다. 게임회사에서 동시에 여러 개의 게임개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데요. 작은 스타트업 기업이 여러 개 있는 셈이에요. 게임의 성공은 아이돌의 성공과 비슷해서 대부분의 개발된 게임은 실패로 끝나고 단 1개의 게임만이 성공하는 식이에요. 그러면 실패한 프로젝트는 공중분해되고 게임을 만든 사람들은 권고사직 당했습니다. 우리 회사를 포함한 다수의 게임업 종사자 대부분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권고사직에 동의를 하고 있었습니다. 근로기준법 등에 대해 배운 적이 없으니깐요. 회사가 나가라고 하면 당연히 나가야 되는 줄 알았어요. 게임업에 오래 종사한 분들은 권고사직은 한두 번은 경험했다고 봐야돼요. 사직당하고 이직하는 게 여기선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우리 회사 직원 근속연수가 2~3년 밖에 안 됩니다. 다른 게임회사도 5년 넘어가는 경우가 별로 없습니다. 저는 입사한 지 10년이 넘었는데, 드문 경우지요. 젊을 때는 이직이 어렵지 않지만 나이가 들고 부양해야 할 가족이 있으면 쉽지 않습니다. 노동조합을 만들고 직원들에게 정규직의 의미에 대해 설명했어요. 정규직은 기한을 정하지 않은 정규계약으로, 경영상 심각한 위기나 특별한 이유가 있지 않은 한 정년까지 고용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것을요. 그 설명을 듣고 다들 권고사직에 사인하지 않아도 괜찮은 건지 의아해했어요. 그동안 게임 개발자 머리속에는 노동조합은 없었고 권고사직에 사인을 해왔으니까요. 노동조합이 생기고 난 뒤, 권고사직 문화도 많이 사라지고 고용이 안정화되었다고 봅니다.

아직까지는 회사에서는 대립적인 노사관계를 원하진 않고 대화로 해결하려는 편입니다. IT 업계에서는 언론에서 미치는 이미지와 여론에 민감한 편이거든요. 더구나 우리 회사는 그간 노동이슈로 국정감사를 2번이나 받았기 때문에 노동조합에 대해 비상식적인 무시나 억압은 아직까진 없는 편으로 보입니다.

 

회사의 조직 분위기는 어떠한지?

 

게임을 개발하는 다양한 직종의 성과를 객관적으로, 일률적으로 평가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다 보니 윗사람의 주관적인 평가에 의존하게 되고 상관에 함부로 할 수 없는 구조가 되버렸습니다. 상사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최하 평가 주는 식으로요. 그래서 최근 네이버 갑질 사건도 생겼다고 봐요. 서로 호칭만 으로 존중하면 뭐합니까? 밖에서는 IT업계라고 하면 수평적이고 자율적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수직적입니다. 문제 해결을 위해 공동대책위 차원에서 논의하고 있는데요. 인사고과는 업무의 범위라고 간주되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적용할 수가 없다고 합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한계라고도 보여지는데요. 사례를 더 찾고 해결방법을 고민 중입니다.

 

노동조합에서 더 하고 싶은 일은요?

 

저는 게임을 좋아했고 게임업계에서 일 한지 오래되었는데요, 게임잡지 기자, 게임방송국에서 일해보고, 프로게이머도 해 보았습니다. 첫 회사에서는 회사 사규, 취업규칙을 정리하는 업무를 했는데요, 그걸 보면서 근로기준법을 처음 보았습니다. 그리고 법과 현실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었고요. 적절한 시기에 좋은 사람들을 만나 노동조합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노동조합에서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은 많은데요, 우선 일하다가 아픈 사람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일하다가 아픈 분들을 많이 봤습니다. 앞으로도 게임산업이 더 성장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다음 젊은 세대들이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어요. 그간 산재신고가 잘 안되고 있었는데요. 산재문제도 관심을 가지면 사례가 나올 거라고 봅니다. 이상적으로 들리겠지만 즐겁게 일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내가 즐거워야지 남이 즐길 수 있는 게임도 잘 만들 수 있어요.

또 공정하게 성과가 분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IT업계에서는 임원과 직원의 임금격차가 큽니다. 게임업계 평균임금이 높다고 보도되잖아요. 하지만 실제로는 임원 급여가 워낙 높으니 전체 평균도 높아진 착시효과가 있어요. 그리고 이직이 잦다보니 업계간 연봉도 비슷한 편인데요. 올해 초 IT업계가 똑같이 연봉을 인상했어요. 회사는 성과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려 않고 우리 회사의 실적을 기반으로 연봉을 정하기보다는 옆에 회사와 임금을 비슷하게 맞추려는 경향이 있어요. 정보와 의견이 투명하게 공개되는 것, 이런 일을 하는 것이 저의 과제라고 봅니다. 앞으로 해야 할 게 많네요.

 

 

 

 

 

 

 

 

 

 

 

 

 

 

[연구 리포트] 게임개발 노동자들의 노동환경 실태 /2017.3

게임개발 노동자들의 노동환경 실태



최민 상임활동가



1. 연구의 배경과 목표

게임 개발 업체의 장시간 노동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넷마블과 같은 거대 게임 플랫폼 업체들이 시장을 주도하면서 개발사/개발자 사이의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 게다가 이들 거대 게임 플랫폼 회사들은 더 단순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모바일 게임 중심의 시장 재편 과정에서, 개발에 따른 위험을 개발사/개발자에게 떠넘기면서 몸집을 부풀리고 있다.

이런 게임 산업의 환경 변화와 산업적 재편 과정은 더 잦은 런칭과 업데이트, 이벤트 등으로 게임 산업 노동자들의 노동 강도를 강화시켰고, 개발자들의 노동을 단순기능공처럼 ‘부품화’ 시키는 경향을 가속화했다.

넷마블은 이런 게임업계의 변화를 상징하는 업체이다. 늦은 밤시간에도 사무실에 불이 항상 켜 있는 ‘구로의 등대’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이런 넷마블에서 2016년 3명이 사망했다. 돌연사 2건, 자살 1건이었다.


IT노조와 게임개발자연대 등 당사자 조직들은, 모바일 게임 시대에 게임 개발 노동자의 노동환경 악화를 주도하고 있는 넷마블을 겨냥한 집중적인 노동실태 폭로, 주체 조직화, 여론전 등이 넷마블의 변화를 이끌 수 있을 뿐 아니라, 나아가 게임업계 전반의 변화를 견인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두 단체 외에도 노동자의 미래, 노동건강연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등이 참여해 넷마블 및 게임개발노동자 관련 대응팀을 꾸리고 향후 활동을 기획하고 있다. 첫 활동으로 지난 2월 9일 정의당 이정미 의원실과 함께 국회에서 ‘넷마블 노동자의 돌연사, 우연인가 필연인가?’를 열었다. 토론회 이후 넷마블에서 야간 근무 금지, 퇴근 후 SNS로 업무 지시 금지 등의 조처를 취하겠다고 발표하는 성과가 있었다. 2월 9일 토론회에서 발표했던 ‘게임산업 종사자의 노동환경 실태에 관한 설문조사’와 ‘넷마블 전현직 근무자 설문조사’의 주요 결과를 소개한다.


2. 주요 결과

‘게임산업 종사자의 노동환경 실태에 관한 설문조사’(이하 게임개발자 설문)는 게임개발자연대에서, 2016년 3월 7일~4월 30일까지 온라인에서 실시했다. 총 420명이 응답했는데, 이 중 15%인 63 명은 현재 실직 상태라고 응답했고, 4.8%에 해당하는 20명은 정식 취업 이력이 없는 학원생, 실습생 신분으로 일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들을 제외한 현재 재직자 337명의 응답을 분석했다.

넷마블 전현직 근무자 설문조사(이하 넷마블 설문)는 돌연사 소식이 연달아 알려진 2016년 11월 노동건강연대에서, 긴급 온라인 설문을 조직해 실시됐다. 총 545명이 응답했고, 이 중 277 명은 현재 넷마블 혹은 그 자회사에서 일하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268명은 지금은 일하고 있지 않지만, 예전에 넷마블이나 그 자회사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불안정한 청년 노동의 얼굴

두 설문 모두 20대가 28~29%, 30대가 59~6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남성이 72~74%로 30대 미만의 젊은 남성이 몰려있는 게임개발 노동자들의 특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넷마블 설문의 경우 직군을 따로 묻지 않았는데, 게임개발자 설문조사 응답자는 개발직이 53%, 아티스트가 25%, 사무직이나 관리직이 19%로 나타났다. 아티스트는 개발직에 비해 나이가 더 젊고, 여성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 직장 근무 기간이 1년 미만이라는 응답이 43%에 달했고, 3년 이상이라는 답변은 24%에 불과했다. 경력이 오래 되더라도, 한 직장에서 오랫 동안, 안정적으로 근무할 수 없는 게임개발 노동자들의 고용 불안정성을 보여준다.

이는 넷마블 설문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는데, 현 직장 근무 기간이 1년 미만이라는 응답이 31.6%, 3년 이상이라는 응답이 26.1%였다. 이런 불안정성의 단면은 게임개발자 설문의 애초 응답자 중 15%가 현재 실직 상태였다는 점에서도 드러난다. 실직 중이라는 응답자의 설문은 분석에서는 제외하였지만, 이렇게 높은 실직율은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게임 하나의 성패에 따라 고용이 좌우될 수 밖에 없어 취업과 실업을 오가는 게임개발 노동자들의 고용 불안정성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그렇다 보니, 이직 경험도 잦았다. 지금까지 몇 회 정도 이직을 경험했느냐는 질문에 대해, 이직 경험이 아예 없다는 응답은 20%에 채 미치지 못 했다. 5회 이상 이직 경험이 있다는 응답이 21.7%에 달했다.


간헐 집중적 초장시간 노동

가장 관심이 있었던 것은 노동시간 상황이었다. 게임개발자 설문에서, 근로계약서 에는 대부분 주 5일 근무로 되어 있고, 정해진 출퇴근 시간이 있다지만, 연장 근로가 일상적이라는 응답이 37%에 달했다.

이런 장시간 노동 상황은 넷마블 설문에서 더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현재 재직자와 퇴직자 사이에 응답 차이가 크긴 했지만, 현재 재직자만 대상으로 하더라도, 하루 노동시간이 8시간 내외라는 응답은 20%가 채 되지 않았다. 


각 설문 조사에서 하루 노동시간, 휴일 노동일수를 구해 노동자들의 월 평균 노동시간을 구해보았다. 2015년 5인 이상 상용직 근로자의 월평균 노동시간이 178.4시간이었는데, 게임개발자 설문 결과는 월 평균 205.7시간이었다. 넷마블 설문 전체 응답자의 월 평균 노동시간은 이보다 50시간이나 많은 257.8 시간. 퇴직자들의 기억이 가장 심한 노동시간으로 비뚤림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현재 넷마블에 재직 중이라고 응답한 사람들의 노동시간만 계산해봐도 236.8 시간이었다.


36시간 이상 근무해봤다, 30%

넷마블 설문에서는 흥미로운 질문이 포함돼 있었는데, 한번 출근해서 회사에 머물렀던 최장시간이 얼마나 되느냐는 질문이었다. 놀랍게도 전체 응답자의 30%가 36

시간 이상 회사에 머물러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퇴직자의 40.1%였고, 현재 재직중이라는 응답자 중에도 21.4%로, 현재 재직 중이라는 응답자로만 좁혀 봐도 5명 중 한 명은 회사에 36시간 이상 머물러봤다는 얘기다. <그림 6>

그러니, ‘죽어서라도 쉬고 싶다’, ‘과로사할 것 같다’는 얘기가 나온다. 경향신문에도 보도됐던, 넷마블 설문조사 주관식 응답을 보면, 장시간 노동 그 자체 뿐 아니라, 이를 장려하는 회사의 분위기도 읽을 수 있다.


장시간 노동 관련 주관식 응답

* 넷마블 근무 중 일주일 2번 출근 1년을 일했습니다. 2번 출근이란 게 아침 회사 나가면 2박3일 내지 3박4일 일한 거임

* 쉬지 못하고 일하다가 우울증 오고 죽어서라도 쉬고 싶다는 생각까지 하면서 결국 퇴사하는데 퇴사날까지 야근했어요

* 과로사 할 것 같음


장시간 노동을 장려하는 회사 분위기

* 말로만 불필요한 야근, 주말출근 근절 하지 말고, 업무량을 줄이거나 살인적인 스케쥴을 개선하라

* 평가 기준, 인센티브지급 기준, 연봉인상 기준에 야근을 넣지 마세요. 일을 못 해서 야근하는 걸 일을 잘 한다고 생각함.

* 10시면 일하라고 방송. 2시면 일하라고 방송. 7시엔 왜 퇴근하라 안함?

* 다른 회사에 비해 일정을 3분의 1로 후려치니 사람들도 안 오고 사람 부족하니 더 힘들고 악순환, 나도 여건되면 이직한 후 넷마블은 다신 안 올 생각


오래 일할수록 줄어드는 시간당 임금의 역설

게다가 노동자들의 큰 불만 중 하나는, 이런 장시간 노동에 대해 회사가 정당한 대가조차 지급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연장근무 수당이나 휴일 근무 수당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것은 게임업계 전반의 관행이다. 게임 개발 노동자들은 게임 개발 일정과 추가 수정 등 요구에 따른 작업을 하고 있고, 따라서 노동시간을 충분히 산정하고 계산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게임업계 전반은 포괄임금제 명목으로 장시간 노동에 대한 급여를 지불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게임개발 노동자들은 창의적인 게임을 만든다는 자부심도 줄어든 속에서 플랫폼 업체의 요구를 따라가기 급급한 ‘소작농’화 되고 있는 것이다.


3. 과제

과제 1 : 간헐·집중적 장시간노동을 규제해야 한다

게임개발자들의 장시간 노동은 간헐적, 집중적인 초장시간 노동이라는 특징을 가진다. 연속 노동시간에 제한을 두고, 퇴근과 다음 출근 사이에 일정 휴식시간을 보장하는 입법이 필요하다. 그에 앞서, 현재의 노동시간 규제로도 막을 수 있는 초장시간 노동은 규제가 필요하다. 해당 업계에 대한 집중 조사 및 특별근로감독 등으로 간헐·집중적 장시간노동 실태를 조사하고, 주당 68시간(52시간) 초과 근무 등 현행 제도로 막을 수 있는 장시간 노동 관행에 대해 행정 지도를 실시해야 한다.


과제 2 : 돌연사 사례 업무관련성 평가, 해당 사업장 역학조사가 필요하다

특정 직종에서 특정 직업병이 많이 발생하면, 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산재율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그런 점에서 추정만 있고, 정확한 사인과 업무관련성이 전혀 공개되지 않고 있는 현재의 상황은 문제가 있다.

2016년 게임개발노동자들의 잇따른 과로사/과로자살(추정) 사건을 조사하고, 업무관련성을 밝혀야 한다. 더불어, 이번 조사에서 게임개발노동자 전반이 뇌심혈관질환이나 정신질환의 위험 상황에 처해 있을 가능성이 드러났으므로, 해당 사업장 혹은 구로 지역 게임개발 노동자를 대상으로 역학조사를 실시하여, 문제의 규모와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해야 한다.


과제3: 게임 산업 노동 실태 조사

첫째, 정부 차원에서는 장시간 노동으로 ‘빚어진’ 사망사고에 대한 실태 조사를 실시할 수 있다. 일례로 일본의 ‘과로사방지법’이 제안한 ‘과로사 백서’를 참조할 수 있다. 과로사의 실태, 원인, 유형 등을 구체화하는 작업일 것이다.

둘째, ‘실태 조사 실시’를 게임 업계로 국한한다면, 현재의 <게임 백서>에 노동자 실태 조사를 추가하는 방안도 있다. 지금까지 백서에는 시장 전망이나 업계 동향, 이용 현황이나 업체별 종사자 현황(성별, 연령, 학력, 종사자 수 등)을 넣고 있다. 여기에 게임업계의 노동시간 실태를 추가해야 한다.

셋째, 문제를 가시화하는 방법이다. 최근 일본 정부는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과로사를 막기 위한 조치로 ‘기업 명단 공개’토록 하는 대책을 내놓았다. 우리나라도 과로사가 발생한 기업을 포함하여 일정(4분의 1 이상의) 직원이 산재기준선을 넘긴 기업명을 공개토록 할 수 있다.


과제4: 경제 민주화를 위한 과제_위험의 연대 책임제

한편, 시장의 민주화를 위한 대안/과제의 하나로 ‘위험의 연대 책임제’ 도입을 제안한다. “부는 상층에 축적되지만, 위험은 하층에 축적된다”는 말처럼, 개발사, 유통사, 플랫폼사 간의 수익 분배는 상당히 양극화되고 있는 동시에 ‘현저하게 낮은 단가 책정’, ‘추가 비용 없이 재작업 요구’, ‘계약 내용 불이행’ 등의 불공정 거래는 위험수위를 넘고 있다고 지적된다. 개발 과정 상의 위험이 중소형 개발사에 떠넘겨지는 상황도 문제로 언급된다. 기업 간 불공정 거래를 차단하기 위한 현실적인 장치들이 요청됨과 동시에 게임의 제작・유통 과정의 위험을 참여 기업들이 분담토록 하는 ‘위험의 연대 책임제’ 도입을 제안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