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2. 산재 보상 제도의 변화와 과제 / 2019.01

산재 보상 제도의 변화와 과제 

이진우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국장)

작년 12월 27일,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안이 28년 만에 개정되었다. 2월 입법 예고된 이후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들은 꾸준히 대응을 해왔고, 태안화력 비정규직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을 계기로 유족들의 완강한 법 개정 요구와 노동안전보건 단체와 전문가들의 투쟁이 확산 강화되면서 본회의까지 통과된 것이다.


산재보상 제도도 오랜 출퇴근 산재, 산재신청 사업주 날인제도 폐지, 소규모 건설공사 적용, 뇌심혈관질환 산재 인정기준 고시 개정 등 최근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 외에도 노동현장에서 꼭 점검하고 적용해 나가는 실천이 중요한 내용도 많다. 2019년에 주목해야 할 산재 보상 제도의변화와 과제를 살펴보자.

산재보험 적용이 확대되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건설기계업종 특수고용노동자 산재보험 적용 확대, 서비스업종 1인 자영업자 산재보험 가입이 가능해졌다.

기존에는 특수고용노동자 9개 직종(①보험설계사 ②골프장캐디 ③학습지교사 ④레미콘기사 ⑤택배기사, ⑥퀵서비스기사 ⑦대출모집인 ⑧신용카드회원 모집인 ⑨대리운전기사)에 한해 산재보험이 특례적용 되고 있었다.

건설기계 1인 사업주의 경우, 전체 27개 건설기계 중 '콘크리트믹서 트럭(레미콘)' 1개 직종만 특수형태고용으로 적용(26개 직종은 임의가입 대상)되고 있었는데, 이번 개정안을 통해 전체를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보고 산재보험에 당연히 가입할 수 있게 되었다. 건설기계 종사 특수형태고용 약 11만 명에게 적용확대가 되리라는 것이 노동부의 설명이다.

1인 자영업자의 산재보험 가입 가능 업종도 확대되고 있다. 기존에는 △여객운송업자, △화물운송업자, △건설기계업자, △퀵서비스업자, △대리운전업자, △예술인 등 6개 직종에 대해서만 적용되었다. 2018년 7월부터는 △자동차 정비업 △금속 가공제품 제조업 △1차 금속 제조업 △전자부품·컴퓨터·영상, 음향 및 통신장비 제조업 △의료 정밀 광학기기 및 시계 제조업 △전기장비 제조업 △기타 기계 및 장비 제조업 △귀금속 및 장신용품 제조업 등 8개 제조업종에 종사하는 자 영업자 5만6천여 명이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되었다.

이에 더해 2019년 1월 1일부터는 △음식점업, △소매업, △도매 및 상품중개업, △기타 개인서비스업 등 4개 서비스업종이 추가되어, 약 65만 여명에게 산재보험 가입자격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그 외에 주목해야 할 제도 변화는 다음과 같다.

우선, 산업재해 은폐와 미보고에 대한 처벌 강화는 2017년에 개정이 되었지만, 아직 현장에 널리 알려지지 않아 꼭 점검이 필요하다. 노조 전임활동 중 발생한 재해의 산재인정 기준이 정리되었다. 전임자의 노동자성과 전임활동의 업무를 인정하여, 사업장 노무관리업무와 관련된 노조 전임자의 전임활동(행사 포함) 중에 발생한 사고·질병은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야 하는 것으로 되었다(단, 사용자 사업과 무관, 쟁의단계 이후 활동은 현행과 같이 불인정).

점심시간 중 사고에 대한 업무상재해에 대해 점심 식사도 출퇴근과 같이 사회 통념상 본래 업무와 밀접한 행위이므로 그 취지에 맞게, 구내식당 유무 등과 관계없이 통상 이동시간 편도 10분 이내(도보, 차량 무관) 인근 식당에서의 식사를 위해 왕복 도중 발생한 사고는 업무상 재해로 인정(점심식사 목적이 아닌 사적 행위의 경우는 불인정)하는 것으로 개선되었다.

산재 해당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특별진찰 기간 중 증상이 위독하거나 증상 악화 방지가 필요한 경우에는 치료비용을 지급할 수 있다고 되어 있으나, 그동안은 구체적 가이드라인이 없어 실제로는 치료비용이 지급된 사례가 없었다. 이제는 뇌·심혈관질환 또는 근골격계질환의 업무상 재해(질병) 여부 판단을 위해 업무관련성 전문조사(특별진찰) 기간 중 치료비용을 인정하고, 추가로 산재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은 경우는 특별진찰 실시 일부터 업무상 재해 결정 일까지 치료비용을 공단이 부담하게 된다.

직업성 암과 원인적 연관성이 밝혀진 '석면, 벤젠'의 노출기준이 개선되었고 '도장작업'의 인정 업무 범위를 늘리는 내용의 시행령 개정이 진행되어, 직업성 암 산재 인정기준 확대되었다.

직장 내 괴롭힘 예방 및 피해노동자 보호에 관한 법안이 통과되었고, 이에 상응하여 직장 내 괴롭힘, 고객의 폭언 등 업무상 정신적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질병에 대한 인정도 가능해질 예정이다.

산재보상은 노동자의 최소한의 기본권이다. 하지만, 한국은 산재보상 관련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이번에 개선된 내용마저도 그렇다. 특수형태고용의 경우 노동자와 사용자가 보험료를 절반씩 부담해야 할 것에 더해, 적용제외 신청허용이 가능한 상황이라 사업주가 이를 악용하여 강요와 협박으로 대상 노동자의 9%만이 적용되고 있다.

적용제외 신청허용제도 폐지 개정안이 19대국회에 정부 입법으로 발의되었으나 삼성생명을 필두로 하는 보험 사업주 단체의 반대와 로비로 법사위를 통과 못 하고 폐기된 바 있다. 산재 입증 책임 전환이 필요하다. 산재 입증책임이 노동자에게 있지만, 업무 관련성을 증명할 정보는 사측이 보존하지 않거나 영업비밀로 감추고 있어 문제가 많다. 산재 치료가 건강보험 기준에 준용되어, 비급여가 많은 것도 여전한 문제이다. 산재 처리 절차가 어려워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는 사례가 많이 발생하고 있어 국선 산재노무사 제도의 도입도 절실하다.

'마지막으로 산안법 전면개정안이 보호 범위를 '근로자'에서 '노무 제공자' 등으로 확대하는 추세인 것을 고려하면, 여전히 배제되는 업종이 많은 산재법은 적용 범위 더욱 확대될 필요가 있다.

[직업환경의사가 들려주는 노동자 건강 이야기] 보험을 보험답게 쓰도록 알리고 장려해야 / 2018.12

보험을 보험답게 쓰도록 알리고 장려해야

권종호 (회원,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얼마 전 출장 검진에서 양손에 손목터널 증후군수술을 한 노동자를 만났다. 아직 수술 자국이 조금 빨갛게 남아있어 나는 그분의 검진 항목인 이소프로필 알코올보다 수술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올해 초에 정형외과에서 양 손목을 한꺼번에 수술하셨다는데 무릎까지 한꺼번에 해서 조금 싸게 할 수 있었다고 했다.

손 저림은 현재 공장에서 일 시작하면서 점점 안 좋아지기 시작해 올해 딱 10년째인데 더 참을 수 없어 수술했고 그동안 해온 작업이 물건을 집어 돌려보며 불량 확인하고 이물질 닦아내고 하는 일이라 손을 많이 쓰는 상황이었다. 일 때문에 생긴 질환인데 산재 신청은 안 하신 거냐고 묻자 도리어 일하다 아프면 치료받으라고 월급 받는 거 아니냐고 반문했다. 어차피 산재라고 해도 본인은 신청 방법도 모르고 복잡할 거고 회사에 싫은 소리 하기도 싫고 해서 그냥 수술받은 거에 만족한다고 했다.

매년 회사는 일정 금액의 보험금을 산재 발생에 대비해서 내고 있다.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대한 보험료를 회사가 열심히 내고 있으니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회사가 앞장설 수도 있지 않을까? 하지만 실제 회사는 마치 우리가 자동차 보험금 올라갈 것을 걱정해서 함부로 쓰지 못하는 것처럼 반응한다. 산재나 직업병이 많을수록 관리 감독이 심해지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다른 하나의 요인으로 산재 보험금 산정에 있어서 개별실적요율제를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개별실적요율제란 간단히 말해 산재 보험금사용액 비율에 따라 개별 사업장의 보험료를 할인해주거나 할증하는 제도이다. 예를 들면 납입 한 산재 보험료의 5% 미만을 사용한 사업장은 보험료를 50%까지도 감면해주게 된다. 물론 반대의 경우 50% 할증이 되기도 하지만 실제 할증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고 대부분(개별실적요율제 해당 사업장 중 89.8%)의 사업장은 할인을 받고 있다.

원래 취지는 산재 보험금 사용을 줄이기 위해 안전 설비에 더욱 투자하고 실제 산재가 줄어 할인받는 선순환을 의도한 것일지 모르나 결과는 산재 보험료 할인을 받기 위해 산재 신청에 비협조적이거나 공상 처리를 종용하는 행태로 나타나게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한국의 개별실적요율제는 매우 불평등한 구조로 되어 있다. 개별실적요율제를 적용받을 수 있는 사업장은 노동자 10인 이상, 3년 이상 산재 보험 가입한 사업장으로 한정하고 있는데 이는 2015년 통계로 보면 전체 사업장의 4.45%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사업장 전체 보험료의 29.6%(1조 4,037억 원)를 감소시키고 있고 규모별로 할인율에 차등(30인 미만 사업장 ± 20% ~ 1000인 이상 사업장 ±50%)을 따로 두어 대기업일수록 더 높은 할인을 받게 만들어 놓았다. 그 결과 2017년 산재보험료 감면자료(개별실적요율 적용현황)에 따르면, 최다 감면 기업은 1위 삼성 (1031억 원)이었고 뒤를 이어 현대자동차 (836억2300만 원), LG (423억1200만 원), SK (347억5400만 원) 순이었다. 이렇게 할인된 금액은 결국 개별실적요율 적용 대상이 아니거나 할인 폭이 적은 소규모 사업장의 부담으로 돌아가게 된다.

다행히 2018년 1월부터 시행되는 산재보상보험법 등의 개정 내용에서는 개별실적요율 할인수준을 규모와 관계없이 20%로 통일하였다. 노동부 보고서인 「개별실적요율제의 산업재해 예방에 대한 효과분석 및 개선방안 연구」에 따르면 이로 인한 보험료 징수 증가분은 7,136억 원 정도로 예상되었다. 적용 시까지 시간이 걸리긴 하겠지만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또한 같은 시기 제도 개선을 통해 출퇴근 산재 인정, 산재 신청 시 사업주 확인제도 폐지 등이 이루어졌고 올해 6월 말 기준 산재신청 건수가 전년 대비 19.4%(1만 618건) 증가했다고 한다. 그중 출퇴근 재해와 인정기준 완화로 재신청된 건수를 제외한 13.2% (7,240건) 정도는 사업주 확인제도 폐지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한다.

대기업 위주의 산재 보험료 할인 특혜, 불필요한 사업주 확인제도 등 이제 겨우 몇 가지 문제가 개선되었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한 노동자의 생각처럼 여전히 산재 신청의 과정은 복잡하고 껄끄럽고 어떤 제도인지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쉽게 다가가기 어렵다. 할인받기 위해 보험료를 내고도 최대한 안 쓰려는 제도로서의 산재 보험은 의미가 없다.

차라리 할인을 없애고 보험료를 낸 만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가벼운 산재나 흔하게 발생하는 직업병에 대한 산재 신청 시 불이익을 없애고 보건관리자나 사업주에게 신청을 장려하여야 한다. 또한, 신청과정을 간소화하고 적극적으로 홍보해 이를 통해 은폐된 산재를 양성화하는 것이 산재 예방 관련 지표 조작보다 훨씬 중요하고 시급한 일임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언론보도] "정부의 이주민 건강보험 개선안, 오히려 차별 강화" (오마이뉴스)

"정부의 이주민 건강보험 개선안, 오히려 차별 강화"

이주인권연대 등 인권노동단체 지적 ... "산정방식에 내·외국인간 차별 폐지해야"

18.06.18 09:40l최종 업데이트 18.06.18 09:40l


인권·노동·이주 단체들은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외국인 및 재외국민 건강보험 제도 개선방안'에 대해 이주민의 건강보험 가입 장벽을 높이고 차별을 유지·강화한다며 반대하고 나섰다.

http://omn.kr/roic

[공동성명서] 이주민의 건강보험 가입 장벽을 높이고 차별을 유지・강화 하는 보건복지부 「외국인 및 재외국민 건강보험 제도 개선방안」에 반대한다

< 공 동 성 명 서 > 

이주민의 건강보험 가입 장벽을 높이고 차별을 유지강화 하는 보건복지부 외국인 및 재외국민 건강보험 제도 개선방안에 반대한다 

지난 67, 보건복지부는 외국인 및 재외국민 건강보험 제도 개선으로, 도덕적 해이는 방지하고 내외국인간 형평성은 높인다!”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6개월 이상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의 지역가입을 의무화하고, 건강보험료를 체납한 외국인에 대해 체류 관련 심사 시 불이익을 주겠다는 것이 개선안의 골자이다. 

장기체류 이주민에게 건강보험 가입을 의무화해 건강보험 적용인구를 늘리겠다는 것 자체는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보도자료를 발표하면서 도덕적 해이 방지,’ ‘·외국인간 형평성 제고등 마치 이주민들이 건강보험 부정수급의 주범이며 부당하게 건강보험의 혜택을 받고 있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한 표현을 사용한 것은 유감이다. 

나아가 건강보험 가입의 의무와 책임을 이주민 당사자에게만 부과하고 있다는 점과, 이주민의 건강보험 지역가입에 장벽이 되어온 체류기간 요건은 강화하면서 차별적인 보험료 부과기준은 여전히 유지하겠다는 입장에는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건강보험법장기체류 재외국민 및 외국인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기준 (보건복지부 고시 제2015-138)은 외국인등록을 하고 국내에 일정 기간 이상 체류하는 이주민에 대해 내국인과 마찬가지로 건강보험 직장가입 또는 지역가입의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2017년 말 기준 장기 합법체류 이주민의 건강보험 가입률은 59.4%에 불과해, 전체 건강보험 가입률인 95.6%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1). 이주민들의 건강보험 가입률이 낮은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건강보험

전체

외국인

재외국민

직장가입자

36,898,912

625,891

16,843

지역가입자

14,041,973

264,000

6,416

합 계

50,940,885

889,891

23,259

건강보험 가입률

95.6%1)

59.4%2)

N/A3)

출처: 국민건강보험. 2017 건강보험 주요통계

비고: 1) 주민등록인구와 외국인등록(거소신고 포함)을 한 합법체류 외국인인구 중 건강보험가입자의 비율

2) 외국인등록(거소신고 포함)을 한 합법체류 외국인인구 중 건강보험가입자의 비율

3) 재외국민 중 귀국해 주민등록을 한 자는 건강보험 가입이 가능하나 국내 체류 재외국민의 수가 별도로 집계되지 않아 건강보험 가입률 계산이 불가능함

 

 1. 건강보험 직장가입의 문제 - 건강보험 미적용 사업장에 외국인 고용허가, 당연가입 사업장이라도 건강보험 가입 여부 감독 및 제재 조치가 없어 

우선, 이주민들은 취업을 하고 있어도 건강보험 직장가입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건강보험 당연적용 사업장이 아닌 곳에 고용되어 있거나, 당연적용 사업장에서 건강보험 가입을 거부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정부가 이주노동자 도입과 고용을 위해 공식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고용허가제 하에서도 사업자등록증이 없는 사업장에 고용허가를 내주어, 고용된 이주노동자들이 직장건강보험에 가입하지 못하는 사례들이 숱하게 존재한다. 

그럼에도 고용허가 발급 시 건강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라는 인권단체들의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건강보험 당연적용 사업장의 건강보험 가입여부를 감독하거나 사업주의 가입 거부를 제재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다. 그런데 보건복지부의 개선안에는 건강보험 직장가입률 제고를 위한 대책은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다. 

2-. 건강보험 지역가입 자격, 국내 체류기간 3개월에서 6개월 후로 요건 강화되면 건강보험 공백 기간만 길어져 

직장가입이 어렵다면 지역가입을 할 수도 있겠지만, 이 또한 쉽지는 않다. 유학이나 결혼을 목적으로 입국한 경우를 제외하고 이주민이 건강보험 지역가입자가 되려면 국내에 최소한 3개월 이상 체류해야 한다. 

그리고 그 공백기간 동안 건강보험이 없는 외국인은 의료관광객으로 분류되어 그 의료비에 건강보험수가의 200%에 달하는 외국인수가가 적용된다. 즉 건강보험가입자가 부담하는 의료비가 20이라면 건강보험이 없는 외국인은 100이 아니라 200을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수가종류

비율

본인부담

의료급여 1

100%

없음

의료급여 2

100%

10%

건강보험

100%

20%

일반수가

150%

100%

외국인수가

200%

100%

이러한 고액의 의료비는 치료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이주민 환자들을 몰아넣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이 기간을 앞으로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린다면, 장기 체류 이주민들의 건강보험 공백 기간은 더욱 길어질 것이다. 

단기간 적은 보험료 부담으로 고액진료를 받고 출국한 재외국민이나 외국인의 사례가 얼마나 많았는지, 또 그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 손실은 얼마나 되었는지에 대한 정확한 근거 자료도 제시하지 않은 채 도덕적 해이를 막아야 한다는 명분으로 건강보험 지역가입 자격을 얻는데 6개월 이상의 체류기간을 요구하는 것은 인간의 생명과 직결되는 의료서비스를 받을 권리를 빼앗는 것이다. 

2-. 건강보험 지역가입의 문제 - 소득이나 재산과 무관하게 최소한 전년도말 지역가입자 세대 당 평균보험료를 부과하는 규정 유지로 저소득층 또는 실직 이주민의 건강보험 가입 장벽은 여전히 남아 

이주민의 지역가입 건강보험료 산정 기준도 전혀 형평에 맞지 않는다. 보건복지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외국인은 국내에 소득·재산이 없거나 파악이 곤란한 경우가 많아 건강보험료를 상대적으로 적게 부담하는 경우가 있었다앞으로는 외국인 지역가입자 세대에 대해 전년도 지역가입자 평균보험료 이상을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치 지금까지는 이주민 지역가입자들이 건강보험료를 적게 납부해온 것처럼 표현하고 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지금까지도 이주민들은 앞서 언급한 보건복지부 고시 제6조 제2(지역가입자의 보험료 부과기준)에 따라 소득(임금)이 없거나 파악이 어려운 경우는 무조건 전년도말 지역가입자 세대당 평균보험료 만큼을 내야 했고, 소득(임금) 파악이 가능한 경우는 이를 바탕으로 보험료를 산정하되 산정된 액수가 평균 보험료 이하이면 평균 보험료를, 평균 이상이면 산정액을 내야 했다. 보건복지부가 언급하고 있는 영주권자와 결혼이민자에 대한 예외, 유학·종교 체류자격자에 대한 경감 조건 또한 이미 있었던 것으로 새로울 것은 없다. 

지금까지도 이주민들이 건강보험 지역가입을 하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는 소득이 낮거나 실직 상태에 있더라도 매달 10만원 가까이 내야 했던 높은 보험료였다. 그런데 보건복지부는 이주민의 소득과 재산을 파악해 공정하게 보험료를 산정하는 방법을 마련하는 대신, 차별적인 규정을 유지하는 쪽을 택했다. 그러면서 이주민들에게 지역 건강보험 의무가입을 강요하는 것이 정당한지, 게다가 실효성은 있을지 의문이다. 

3. 피부양자 등록의 문제 - 지금도 구비할 수 없는 서류 요구로 피부양자 등록 어려운데 앞으로는 본국 외교부 확인까지 받아야 

나아가 이번 개정안으로 이주민 가족의 피부양자 등록은 더욱 까다로워질 전망이다. 지금도 건강보험공단은 이주민이 배우자를 피부양자로 등록하는 경우 6개월 이내에 발급받은 혼인증명 서류를 제출하도록 요구하고 있고, 자녀의 경우 유전자검사 결과를 요구하기도 한다. 출입국관리사무소의 외국인사실증명을 통해 가족관계를 증명하는 것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이로 인해 본국에서 가족관계와 관련된 서류를 준비하지 못했거나, 난민 등 이를 발급받을 수 없는 상황에 있는 이주민들은 가족을 피부양자로 등록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앞으로 입국 후 6개월이 지나야 지역 건강보험 가입이 가능해지면 아예 본국에서 가져온 가족관계 증명 서류는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그런데 보건복지부는 문서 발행국 외교부의 확인까지 요구하겠다고 하니, 이주민 가족의 피부양자 등록은 더욱 어려워 질 것이다. 

4. 사회보험으로서의 건강보험 - 기여와 수혜가 일치하지 않는 것은 당연, 가입 장벽 낮추고 공정성 담보해야

보건복지부의 외국인 및 재외국민 건강보험제도 개선방안발표 이후, 언론은 앞 다투어 먹튀’ ‘무임승차’ ‘부정수급이라는 자극적인 단어를 사용하며 마치 지금까지 이주민들이 건강보험 제도를 남용해온 것처럼 묘사했다. 보건복지부가 보도자료에서 사용한 도덕적 해이’ ‘내외국인간 형평성’ ‘체납 시 불이익’ ‘자격 상실 후 급여 이용 차단’ ‘부정수급 시 처벌 강화와 같은 용어들이 부정적인 표현을 부추겼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사회보험에 대한 오해에 이주민에 대한 차별이 더해진 인식일 뿐이다. 

누군가는 수십 년간 꼬박꼬박 보험료를 내고도 병원 문턱 한 번 안 밟을 수도 있고, 누군가는 태어나자마자 신생아 중환자실로 옮겨져 수년간 고액의 치료를 받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후자의 경우를 건강보험 무임승차로 비난할 수는 없다.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해 능력껏 함께 모으고, 필요한 사람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사회보험이기 때문이다. 다만, 가입을 의무화하고 가입자의 기여금으로 재원을 마련하는 만큼, 형평성과 공정성은 필수 조건이다. 

지금까지 건강보험은 이주민들에게 체류자격과 체류기간의 제한을 두고, 소득수준에 비해 높은 보험료를 책정함으로써 가입 장벽을 높게 쳐왔다. 그런데 보건복지부는 이주민에 대한 기존의 비형평과 불공정은 유지·심화하면서, 가입은 의무화하고 제재와 처벌은 강화하는 방안을 외국인 건강보험제도 개선책으로 내놓았다. 이쯤 되면 더 많은 이주민들이 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인지, 건강보험 제도 운영의 문제를 이주민에게 덮어씌우려는 것인지 그 의도가 아리송하다. 

건강권(건강할 권리, 보건의료에 대한 권리, 보건의료체계 내에서의 권리)은 인권, 즉 인간이라면 누려야 할 보편적비차별적 권리이며, 세계인권선언,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1966), 인종차별철폐협약(1969), 여성차별철폐협약(1979), 아동권리협약(1989), 장애인권리협약(2006),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권리 보호에 대한 협약(1990) 등은 모두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기 위한 사회적 권리로서 건강에 대한 권리를 명시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에 가입할 권리가 이주민 또한 누려야 할 최소한의 권리라는 관점에 입각하여, 외국인 및 재외국민 건강보험 제도 개선방안을 재고하고, 형평성과 공정성에 기반하여 이주민의 건강보험 가입률을 높일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직장건강보험 당연가입 사업장에 대한 건강보험 가입여부 감독방안을 마련하고, 고용허가 발급 시 건강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라! 

2. 결혼, 유학 외에도 장기체류가 확실한 체류자격 보유자에 대해 입국 혹은 외국인등록과 동시에 지역건강보험 가입자격을 부여하라! 

3. 건강보험료 산정방식에서 내외국인간 차별을 폐지하고, 이주민에게도 소득재산 등에 따른 공정한 보험료를 부과하라! 

4. 이주민이 그 가족을 피부양자로 등록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을 마련하라!

2018618 

경기이주공대위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이주노동자 차별철폐와 인권 노동권 실현을 위한 공동행동

이주인권연대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부산경남지부

공익법센터 어필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경기이주공대위

노동자연대 경기지회, 노동당 수원오산화성당원협의회, 녹색당 경기도당, 다산인권센터, 민주노총 경기도본부, 변혁당 경기도당, 수원이주민센터, 아시아의 친구들, 오산이주노동자센터, 이주노조, 지구인의 정류장,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화성이주노동자쉼터, 포천이주노동자상담센터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지구촌사랑나눔중국동포의집, ()한국이주민건강협회희망의친구들, 남양주샬롬의집, 부천이주노동복지센터, 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 ()외국인노동자와함께, 아산외국인노동자센터, 아시아인권문화연대, 외국인이주노동자인권을위한모임,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의정부EXODUS, 인천외국인노동자센터, 파주샬롬의집, 포천나눔의집,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이주노동자 차별철폐와 인권 노동권 실현을 위한 공동행동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경기이주공대위,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구속노동자후원회, 노동당, 노동사회과학연구소, 노동전선, 노동자연대, 녹색당소수자인권특별위원회, 대한불교조계종사회노동위원회, 문화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노동위원회,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한국불교종단협의회인권위원회, 사회변혁노동자당, 사회진보연대, 서울경인이주노동자노동조합(MTU), 아시아의창, 이주노동희망센터, 이주노동자운동후원회, 이주민방송(MWTV),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전국빈민연합, 전국철거민연합, 전국학생행진, 지구인의정류장, 천주교인권위원회, 필리핀공동체카사마코, 한국비정규노동센터, 한국이주인권센터 

이주인권연대

경산이주노동자센터, 경주이주노동자센터, 이주민과 함께, 아시아의 창, 양산외국인노동자의 집, 울산이주민센터, 이주민노동인권센터, 이주와 인권연구소, 지구인의 정류장, 천안 모이세, 한국이주인권센터


201806017 [성명]이주민 건강보험 개악.hwp


[직업환경의학의사가 만난 노동자건강 이야기] 고깃배 만드는 어느 노동자 이야기 / 2014.4

고깃배 만드는 어느 노동자 이야기


Dr. 아이유

 

우리가 자주 보는 조그마한 어선이나 낚싯배는 보통 FRP[각주:1] 선박이라고 하는데 이런 어선이나 낚싯배를 만드는 공정은 매우 간단하다. 나무로 형틀을 제작해서 왁스를 바르면 그 위에 폴리에스테르 수지를 바른 유리섬유를 겹겹이 붙이고 건조하여 탈형 한다. 탈형된 FRP 선체에는 수지를 머금은 딱딱한 유리섬유밖에 없다. 여기에 온갖 세간들을 집어넣고, 장비를 붙이고 엔진을 넣는다. 선박의 겉은 그라인더로 연마하여 롤러로 도장을 하고 이름을 새기면 작은 항구에서 많이 보는 흔하디흔한 고깃배가 된다.

 

FRP 선박 제조작업장은 폴리에스테르 수지 때문에 냄새가 매우 많이 난다. 필자도 FRP 선박제조회사에 가서 유리섬유에 폴리에스테르 수지를 발라서 여러 겹으로 붙이는 현장 바로 옆에서 작업을 지켜보는데 지독한 냄새 때문에 오래 관찰하기 힘들 정도였다. 이런 공장에서 52세 때부터 15년간 유리섬유를 재단하는 작업만 수행한 노동자가 폐암에 걸려 사망하였는데 아들이 산재신청을 하기 위해서 찾아왔다.

 

그 노동자는 과거 약 18년간 4명 정도 승선하는 조그만 고깃배의 선원으로 일하다가 이후 4년간 냉동창고에서 냉동꽃게를 운반하는 작업을 한 후, 52세 때부터 약 15년간 FRP 선박 제조공장에서 유리섬유 재단만 하는 작업을 하였다. 태어날 때부터 귀가 잘 안 들려 말도 못하였기 때문에 기술이 필요한 복잡한 일은 하지 못하다 보니 월급도 매우 적었고, 심지어 임금체불도 있어 소송 중이라고 했다.

 

“저희 아버지가 일했던 공장은 냄새가 아주 많이 나고 각종 유해물질이 많습니다. 담배도 피우지 않은 아버지의 폐암은 이런 공장에서 유리섬유 재단을 하면서 (유리섬유) 먼지를 많이 마셨기 때문에 생겼다고 생각합니다.”

 

FRP선박회사에서 15년간 유리섬유를 재단하는 작업만 수행한 노동자의 폐암이라 산재가 안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유리섬유나 지독한 냄새의 원인인 폴리에스테르 수지, 그리고 형틀에 바르는 왁스까지 아직은 폐암과 관련이 낮은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도장작업에 대해서도 물어봤으나 도장작업은 하지 않았고, 바닷가에 있는 야외 공장의 도장작업장은 유리재단 작업장과는 반대쪽 끝에 있어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으리라고 판단되었다. 아들에게는 이러한 이유로 현재로서는 산재 승인 가능성이 낮을 것 같다고 말씀드리는 수밖에 없었다.

 

아, 괴롭다. 해마다 많은 노동자가 산재를 신청하고 불승인 처분을 받아야 하는 이 현실 자체가 직업환경의학 의사로서는 매우 불편한 현실이다. 노동자가 아프면 그것이 직업적 원인이든 비직업적 원인이든지 간에 우선 치료해주면 안 되나? 그리고 그것 때문에 일을 하지 못하는 기간만큼 보상 (상병보상) 해주면 안 되는가? 물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산재보험이든 건강보험이든 상병보상을 하는 것은 산재신청 자체가 직업병을 예방할 수 있는[각주:2] 지금의 현실에서 바로 적용하기 힘든 방법일 수도 있으나, 산재 불승인 노동자를 앞으로도 계속 지켜봐야 하는 필자의 입장에서는 솔깃한 방법이기도 하다. 과연 산재도 예방할 수 있으면서 이 괴로운 상황에서도 벗어나는 방법은 무엇인지 모든 사람이 같이 고민해봤으면 좋겠다.

 

 

  1. 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 (fiberglass reinforced plastics [본문으로]
  2. 산재신청을 하면 근로복지공단에서 사업장 재해조사를 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사업장은 해당 질병을 예방하려고 노력하게 되리라 판단한다. 만약 산재 승인이 되면 당연히 사업장은 해당 질병에 대해 예방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