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리포트] 플랫폼 노동자 보호법안의 내용과 쟁점/2021.5

[일터5월_연구리포트]

플랫폼 노동자 보호법안의 내용과 쟁점

 

이글은 얼마 전 발의된 <플랫폼 종사자 보호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을 살펴보기 위해 작성되었다. 구체적으로 플랫폼 노동의 특징과 보호방안을 살펴본 후 법안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고 쟁점과 대안을 제시하였다.

플랫폼 노동의 특징과 노동기본권 사각지대인 이유

최근 플랫폼 노동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플랫폼 노동은 컴퓨터의 웹(Web)이나 휴대폰과 같은 개인단말기의 앱(App)을 통해 일이 수행되는 노동을 의미한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조사에 의하면 플랫폼 노동자는 최소한 22만 명이지만 정의에 따라 175만 명까지 늘어난다. 플랫폼 노동자는 고용계약을 맺지 않으며 매 건당 계약을 통해 일을 한다. 플랫폼 노동은 크게 두 종류로 구분할 수 있는데, 상대적으로 프리랜서에 가까운 크라우드형 미세작업 노동자와 호출(주문)형 긱(Gig) 노동이다. 전자의 대표적인 예는 데이터 입력 노동이며 후자의 대표적인 예는 음식배달 노동이다. 두 경우 모두 고용계약을 맺지 않기 때문에 법적으로 임금노동자가 아니며 근로기준법 등과 같은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갖지 못한다.

플랫폼 노동은 새로운 형태의 노동이란 점에서 주목을 받지만 동시에 적지 않은 우려가 있다. 무엇보다 플랫폼 노동자가 특수고용 노동자와 마찬가지로 노동권 사각지대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플랫폼 노동은 특수고용 노동자와 유사한 형태의 독립 계약자이지만 대부분이 플랫폼 기업의 알고리즘에 의해 직, 간접적인 통제를 받고 있다. 형식적으로 독립 계약자이지만 일을 수행하는 방식은 임금노동자와 유사한 면이 적지 않아 노동자로서의 지위를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반대로 지금처럼 독립 계약자로서 존재할 경우 플랫폼 노동자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노동기본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자도 동시에 늘어날 수 있다.

그동안 플랫폼 기업은 스스로를 노동력을 원하는 고객과 일을 원하는 사람들을 컴퓨터의 웹이나 개인 단말기 앱을 통해 중개해주는 프로그램 회사라고 설명해 왔으며 이러한 이유로 고용관계 책임이 없다고 주장해 왔다. 플랫폼 기업은 일자리를 매칭해 주고 수수료를 받기 때문에 전통적인 오프라인 인력중개회사와 다를 바 없다고 하지만 이는 다음의 두 가지 이유로 사실이 아니다.

첫째, 플랫폼 기업이 전통적인 인력 중개업체와 달리 일에 대한 규율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조정한다. 노동력이 수요자인 개인이나 기업고객, 그리고 플랫폼 노동자는 모두 플랫폼 기업이 정해 놓은 약관과 규칙에 동의해야 한다. 예를 들어 가장 민감한 사안인 수수료도 플랫폼 기업이 일방적으로 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의 규칙을 플랫폼 기업이 정해 놓는 것이다.

둘째, 알고리즘에 의해 플랫폼 노동자의 업무를 통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고객에 의한 평점주기와 업무 트래킹 등을 통해 관리하고 보수를 차등화하는 것인데, 이는 오프라인에서 노동자를 관리, 감독하는 기능을 한다. 이렇듯, 플랫폼 기업은 단순히 일을 중개하는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일을 조직하고 관리하기 때문에 스스로 정의하는 것처럼 단순한 프로그램 회사가 아니며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플랫폼 노동자 보호를 위한 세 가지 방안

플랫폼 노동의 특징상 다수가 플랫폼 노동자의 보호에 대해 동의하며, 그를 위한 방안들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플랫폼 노동자에게 사회보험 의무 가입 권리를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플랫폼 노동자는 법적으로 임금노동자가 아니므로 근로기준법 등 노동기본권을 적용받지 못하지만, 자신의 노동력을 제공하여 일을 수행하며 어느 정도의 종속성이 확인되므로 최소한의 사회적 보호를 제공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다수의 플랫폼 노동자가 산재보험과 고용보험 등을 적용받지 못하고 있는데 이를 개선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정부는 고용보험 적용을 14개 특수고용 업종으로 확대하여 20217월부터 시행하고, 적용 범위를 점차 넓혀 모든 특수고용과 플랫폼 노동자, 그리고 자영업자까지 확대한다는 <전국민고용보험>로드맵을 발표하기도 하였다.

다만, 정부의 발표는 계획이기 때문에 확정하기는 어려우며 전국민고용보험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소득파악 등 세부 준비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예를 들어 특수고용과 플랫폼 노동자에 대해 산재보험과 고용보험을 전면적으로 적용하기 위해선 이들 노동자의 소득파악이 우선 이루어져야 하며 기업이 얼마를 부담할 것인지에 대한 방법도 정해져야 한다. 특고나 플랫폼 노동자의 소득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선 플랫폼 기업이 해당 노동자의 소득을 신고를 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이에 대한 법제도가 없는 상태이고, 플랫폼 기업 역시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플랫폼 기업에 보험금을 부과한 것도 아니고 단순히 정보를 제공하라고 요청에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따라서 플랫폼 기업에 대한 제도적 책임 부여가 필요하다.

둘째, 플랫폼 노동자 스스로 이해를 대변할 수 있도록 노동3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재 플랫폼 노동자는 특수고용 노동자와 마찬가지로 제도적으로 노동3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 노조법 상 노동자가 아니다. 일부에선 노조설립이 가능해졌기 때문에 큰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할 수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비록 ILO 결사의 자유 관련 87, 98호를 비준하고 이를 계기로 특수고용이나 플랫폼 노동자의 노조설립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워진 것은 맞지만 노조 설립 이후 단체교섭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노조법 상 노조3권을 보장받지 못하다보니 사용자가 단체교섭에 나서지 않는다. 노동조합의 목적이 노동자의 단결과 동시에 조합원의 경제적 권리를 보호하고 향상시키는 것이어서 사용자가 단체교섭에 응하지 않으면 노동조합의 실효성이 크게 훼손된다. 이러한 이유로 특수고용과 플랫폼 노동자의 노조가입률이 높지 않은 편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선 노조법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마지막은 플랫폼 노동자의 오분류를 바로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플랫폼 노동자 중 일부는 특수고용 노동자와 마찬가지로 실제는 임금노동자이지만 계약 형식이 독립 계약자로 되어 있어 억울하게 노동자로 인정을 못 받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18년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규모추정 연구에 따르면, 임금노동자이지만 특수고용으로 오분류 가능성이 있는 노동자의 규모가 74.5만 명으로 나타났다. 플랫폼 노동의 경우도 오분류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오분류를 바로 잡을 수 있는 절차나 제도가 없어 이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

최초 발의된 플랫폼 종사자 보호법의 내용과 쟁점

지난 318일 더불어민주당 장철민 의원은 <플랫폼 종사자 보호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하였다. 이 법안은 2020년 일자리위원회가 내 놓은 <플랫폼 종사자 보호대책>의 후속조치 성격이 강하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플랫폼 운영자 책임>
(5~6) 서면 계약서를 체결하고 계약변경 시 10일 전에 통보하며 계약을 해지하는 경우 15일 전에 내용, 이유. 시기를 플랫폼 종사자에게 제공하도록 함
(7) 플랫폼 운영자는 플랫폼 종사자의 산업재해보상보험, 고용보험 등 사회보험의 적용 등을 위하여 자료 및 정보의 제공 등 관계법령에서 정하는 의무를 성실하게 이행
(9~10) 플랫폼 운영자는 단독 또는 다른 온라인 플랫폼과 공동으로 플랫폼 종사자의 복지 증진을 위하여 퇴직공제 등 공제사업을 실시할 수 있음
(20~25) 플랫폼 운영자는 플랫폼 종사자에 대해 차별적 처우 금지, 불이익 조치 금지, 안전과 건강 보호, 괴롭힘 금지 등의 의무를 지님
<정부의 책임>
(29~30) 고용노동부장관은 플랫폼 종사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 5년 범위에서 주기적으로 플랫폼 종사자에 관한 기본계획을 수립함
(36) 고용노동부장관은 이 법의 주요 사항을 위반한 플랫폼 운영자 또는 사업자에게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함
<다른 법률과의 관계>
(3) 플랫폼 종사자가 근로기준법, 노조법, 산업안전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고용보험법 등에 따른 근로자에 해당하는 경우 해당 법률을 이 법에 우선하여 적용함

플랫폼 종사자 보호 법안은 의미와 한계를 모두 가지고 있다. 우선, 이 법안의 의미는 처음으로 플랫폼 기업의 책임을 분명하게 물은 것이다. 특히 플랫폼 노동자의 사회보험 적용을 위해 기업에 소득 등 정보제공 의무를 부과한 점이 눈에 띈다. 그러나 이 법은 특별법 성격으로 그동안 쟁점이 되어 온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3권 보장을 제도화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한계도 명확하다. 다만 다른 법률과의 관계에서 플랫폼 노동자가 다른 법에 의해 근로자에 해당할 경우 해당 법률을 이 법에 우선하여 적용한다고 밝혀 앞으로 노조법 개정이 이루어 질 경우 노동자성을 인정받아 노동기본권을 적용받을 수 있도록 단서조항을 달아 두었다.

노동기본권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과제

장철민의원의 법안은 플랫폼 기업의 책임을 묻고, 플랫폼 노동자의 보호를 위해 계약과 정보공개 등에 있어 최소한의 권리를 담은 점에서 의미가 있으나 과제도 적지 않다.

첫째, 플랫폼 기업의 사회보험 분담 책임을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플랫폼 기업은 직, 간접적인 공동사용자로 책임을 져야 함에도 지금까지 모든 책임에서 면제되어 왔다.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력을 통제하고 활용하여 이윤을 남기는 만큼 최소한 사회보험 관련 공동책임을 져야 하고 이를 법률로 규정해야 한다. 현재의 법안은 소득 등 정보제공의 의미만을 부여하고 있는데, 여기에 더해 산재보상법, 고용보험법 등에서 플랫폼 사업주의 보험료 분담 책임을 다루어야 한다.

둘째, 노조법 개정을 통한 플랫폼 노동자의 온전한 노동3권을 보장하도록 해야 한다. 많은 이들이 이번에 발의된 플랫폼 노동자 법안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이 법이 통과될 경우 이를 계기로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3권이 더 이상 논의되지 않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경제계에서는 특별법을 계기로 플랫폼 노동자에 대해 보호 조치가 어느 정도 이루어졌으니 더 이상 노동기본권을 논의하지 말자는 입장을 강하게 주장할 수 있다. 따라서 플랫폼 사용자의 최소한의 책임을 다룬 이 법과 별개로 노조법 개정 논의는 계속 이어져야 한다.

앞으로 플랫폼 노동자의 권리와 보호에 대한 논의가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장철민의원의 법안만 해도 공청회 등을 앞두고 있으므로 논의를 통해 내용 수정이 예상된다. 그 과정에서 악용의 소지를 줄이고, 애초의 목적대로 플랫폼 노동자의 보호가 분명해지는 방향으로 수정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또한 이 법의 통과 여부와 별개로 노동3권을 보장하기 위한 법 개정 노력은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정흥준 회원,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일터5월_특집1] 가사노동, 착취에서 벗어나 노동권 쟁취의 길로!

일터5월호_특집1

가사노동, 착취에서 벗어나 노동권 쟁취의 길로!

당신이 가정에서 일상을 보내는 동안 스스로 하지 않았지만 거슬림이나 불편함이 없도록 많은 것들이 갖추어져 있다면 필요한 여러 가지 일을 다른 누군가가 해놓았다는 말이 된다. 당신이 쓴 수건을 빨아서 건조시키기, 설거지하기, 쌀 구입하기, 돌봄이 필요한 가족 구성원의 일상을 케어하는 일까지. 여기 보이지 않는 가사노동이 있다.

오랫동안 가사노동은 무급노동 영역에 있었고 노동으로 인식되지도 않았다. 그 노동 대부분은 여성들이 맡아왔고 지금도 그렇다. 가부장제 하에서 남성은 사회로 나간 반면, 여성은 가정에 머물며 가사노동을 담당하게 되었고 여성의 가사노동은 오랜 세월 가치 없는 것으로 여겨졌다.

가사노동이라는 노동

여성들의 가사노동은 애정이나 여성의 본성으로 오래 인식되었고 노동으로 여겨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70년대 페미니스트들은 가사노동에 임금을 지급하라는 투쟁(Wages for Housework)을 시작했다. 자본주의와 가부장제 하에서의 착취를 이제 끝내겠다는 선언을 한 것이다. 70년대 영국과 이탈리아, 그리고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지에서 가사노동에 임금을 지급하라는 요구가 이어졌다. 이 투쟁은 단순히 가사노동에 임금을 지급하라는 요구가 아니라, 드러나지 않던 가사노동이 노동임을 선포하는 강력한 싸움이었다. 여성들이 가사노동을 거부할 때 남성과 사회의 일상이 어떻게 흔들릴지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70년대 가사노동 임금 투쟁을 이끌었던 실비아 페데리치는 가사노동에 대한 임금을 투쟁할 때는 우리의 사회적 역할을 직접적으로 분명하게 거역하면서 투쟁한다고 밝혔다.

여성들의 가사노동에 대한 임금 투쟁은 가사노동뿐 아니라 모든 무급 노동에 대한 싸움이기도 했다. 이런 싸움은 확장하면서, 또 다른 방향으로 갈라지기도 하면서 이어졌다. 2018년 스페인에서는 여성들이 전국적 파업을 선언하고, 2시간 동안 부분파업에 돌입해 530만 명이 동참했다. 그 결과 열차 300편이 운행을 취소했다. 또한 여성단체들은 가사를 내려놓으라고 선언하였고, 여성들이 아파트 발코니에 앞치마를 내걸기도 했다. 모든 차별과 착취를 끝내기 위해 노동조합과 여성단체가 함께 했고, 일하는 여성과 전업주부가 함께 행동에 참여했다. 이 행동은 가사노동을 하는 무급 여성 노동자들과 유급 여성 노동자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고 한쪽이 착취된다면 다른 한쪽 역시 착취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신호를 보여주었다.

이와 같은 투쟁이 있었지만, 여성의 노동이, 여성의 무급 가사노동이 제대로 인정받는 시대가 오지는 않았다. 다만, 여성들은 공고한 가부장제 하에서 여성들은 모든 차별과 착취에 대해 계속해서 싸울 뿐이다. 한편, 여성들이 사회 진출을 시작하면서 집 밖에서 유급 노동을 하게 되었으므로 가사노동을 대신 할 사람이 필요해졌고 그 결과 하나의 유급 가사노동 시장이 생겼다. 남성의 노동에는 큰 변화가 없었고 여성의 노동에 변화가 생기면서 새로운 가사노동 시장이 생겼다는 것은 씁쓸하면서도 흥미롭다. 가사노동 시장에 진입한 노동자들 역시 여성이기 때문이다. 여성들이 가사노동 임금 투쟁을 하면서 가사노동의 사회적 역할을 외쳤지만, 가사노동 시장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이런 가치는 반영되지 않았다. 반대로 낮게 평가된 무급 가사노동의 가치가 그대로 시장에도 반영되어 가사노동자들을 불안정한 고용과 저임금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가사노동 시장 형성과 노동권 배제

시장화된 가사노동을 법제도는 어떻게 정의할까? 근로기준법은 제2조에서 근로자를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다. 한편, 동법 제11조 제1항 단서에서는 가사사용인에 대해 근로기준법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정해두었다. 가사노동을 비공식 노동으로 보는 관점이 법제도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는 것이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역시 시행령 제2조 제4호에서 가구내 고용활동에 대해 법 적용을 제외하고 있어 가사노동자들은 법으로 보호받지 못한다. 때문에, 가사노동자들은 엄연히 노동하고 있지만, 일하다가 다치거나 질병을 얻었을 때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을 수 없고 개인이 감당해야 할 몫으로 남고 만다. 이렇게 가사노동자들이 법 적용에서 배제되고, 가사노동의 여러 문제가 개별화된 영역에 남아 있을수록 이 노동자들의 고용 불안정, 인권 침해 문제가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가사노동자의 법 적용 제외 이유는 무엇일까. 가정은 상호의존과 애정에 바탕한 공간으로 상상되기 때문에, 시장의 가치와는 상충될 수밖에 없고 기존의 노동법상 권리는 가정에서는 부적합한 것으로 인식되는 것을 하나의 이유로 들 수 있다. “가사서비스는 전형적인 여성의 일로 인식됐기 때문에 그에 대한 지위 및 대우가 정당화되었다는 점은 또 다른 근거가 된다. 누군가의 가정은 다른 이의 직장이 될 수 없으며, 하필 그 일이 여성의 일이라는 것이다.

가사노동이 본업임에도 노동자들은 업무를 하기로 한 당일 아침에도 이용자에게 나오지 말라는 통보를 받기도 하는 등 고용이 매우 불안정하다. 다른 직종에서는 보기 힘든 일이 가사노동에서는 이렇게 생기기도 한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발표한 2015<비공식부문 가사노동자 인권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중개업체를 통해 이용자의 집에 노동을 제공하는 가사노동자들이 겪는 심각한 고충 중 하나는 이용자들의 하녀처럼 대하는 원시적인 태도였다. 가사노동자들을 동등한 노동자로 보지 않는 것이다. 또한 타인의 집안이라는 매우 폐쇄된 공간에서 이용자에게 인권이 침해되는 경험을 할 가능성이 있고, 일터에서 성폭력이나 육체적 폭력이 발생할 경우, 이용자와 단둘이 있어 대처하기가 다른 직장에 비해 훨씬 어렵다. 가사노동이 남성들이 하는 노동과 종류가 다른 노동이지만, 동등한 노동으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점이 시장이 형성된 이후에도 동일하게 유지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은 문제 발생 시 법 적용을 받는 노동자에 비해 해결, 보상을 요구하기보다 참고 넘어가는 일이 빈번할 수밖에 없다.

가사노동자법 제정 시도 및 쟁점 검토

오랫동안 비공식 노동으로 인식되었던 가사노동은 ILO의 협약 이후 제도화 논의가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ILO2011년 제100회 총회에서 가사노동자의 인간다운 노동에 대한 협약(Convention Concerning Decent Work for Domestic Workers)을 채택했다. ILO 협약의 주요 내용을 보면, 가사노동자들에게 결사의 자유 및 단체교섭권 인정, 모든 종류의 강제노동 금지, 아동노동 금지, 차별 금지 등을 명시하고(3), 모든 종류의 학대, 추행, 폭력으로부터 가사노동자를 보호하도록 하며(5), 가사노동자들에게 고용 관련 조건을 명시하고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7), 노동시간, 연장노동수당, 휴게시간, 주휴, 유급연차휴가에 대해 일반 노동자와 동등하게 대우해야 한다고(10) 명시하는 등 가사노동자와 가사노동자의 노동권을 보호하도록 했다.

ILO 협약 채택 이후 2012년부터 국내에서 가사노동자 관련 법안은 국회에서 수차례 발의되었지만, 지금까지 제정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거의 매년 법안이 발의되었는데, 2020<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안>이라는 동일한 이름으로 정부안, 이수진 의원 안, 강은미 의원 안이 발의되고, 213월 임이자 의원 안이 국회에 발의되었다. 발의된 법안들을 보면 정부에서 인증받은 제공기관과 가사노동자가 근로계약을 맺고 사용관계를 명확히 하게 된다. 또한 주당 근로시간을 15시간 이상으로 정하고 노동자들이 초단시간 근로에서 벗어나게 해 주휴 수당과 연차유급휴가를 받게 한다. 발의된 네 개의 법안대로라면 제공기관와 계약한 가사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과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역시 적용받게 된다. ILO 협약과 국가인권위원회 권고대로 상당 부분 가고 있는 것이다. 위와 같은 법안이 마련되면 안정적 노동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가사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는 기관은 가사노동자 법안을 추진해온 가사노동자 협회, 여성단체에서 꾸준히 요구해온 것이기도 하다.

가사노동자들은 비공식 노동에서 벗어나 다른 노동과 업무가 다를 뿐 같은 노동을 제공하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이미 가사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해 사용자 단체와 단체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우루과이의 경우, 가사노동자들이 전국가사노동자연맹에 소속되어 이용자 단체인 가정주부연맹과 교섭한다. 이들의 단체교섭의 결과는 교섭 당사자뿐만 아니라 우루과이의 모든 가사노동자에게 전국적으로 확장되어 효력을 미친다. 미국에서는 개별 이용자들이 자발적으로 교섭 단체를 꾸려 가사노동자들과 교섭을 진행하기도 한다. 아직 해보지 않았을 뿐 이를 위한 투쟁이 있다면 한국에서도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가사노동자들의 온전한 노동권 보장의 길

10여 년간 가사노동자들의 법제화가 시도되었으나 한 번도 제정으로 이어지지 못한 가운데 어떤 법제화인가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가사노동자 고용개선을 위해 현재 논의되는 법안들은 제도 안에 포함되지 않았던 가사노동자들을 임금, 근로계약, 노동시간, 고용안정의 측면에서 보호하기 때문에 분명 진일보한 면이 있다. 여성의 가사노동이 오랫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상황을 타파하고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방향이라고 할 수 있는 법안이다. 그러나 현재의 가사노동자법 제정 움직임은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서 가사노동자 적용 제외 조항을 삭제하려는 것은 아니다. 때문에, 정부가 인증하는 제공기관과 계약을 맺지 않은 가사노동자는 여전히 법 적용을 받지 못하게 되고 사각지대에 머물게 된다는 한계가 있다. 여전히 여성이 하는 가사노동이 비공식적 노동으로 남게 될 수 있는 것이다. 이 법안을 통해 가사노동에 대한 오랜 차별이 사라질 수 있을지 의문이 남는 부분이다.

가사노동자들에게 온전히 노동권을 보장해 노동에 대한 대가를 충분히 지급해야 하고, 쉴 권리,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또한, 집단적으로 노동조합을 조직해 사용자 단체와 교섭을 진행하고 행동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이것이 비가시화되고 비공식 노동 영역에 있는 가사노동자들이 드러내고 목소리 내게 하는 길이다. 가사노동이 멈추면 모두의 생활이 멈추고 사회가 멈춘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유청희 상임활동가)

[일터5월_특집2] 가사노동자의 몸을 노동자의 몸으로 인정하라

일터 5월_특집 2

가사노동자의 몸을 노동자의 몸으로 인정하라

 

62세 재가요양보호사 이씨는 하루 동안 네 집을 방문한다. 치매환자 홀로 사는 집, 거동이 불편한 80대 노인 부부의 집, 70대 여성 노인의 집 두 군데를 차례로 돌고 퇴근을 한다. 어느 날 70대 여성 노인 집을 방문했을 때 장 봐온 것들을 옮기다가 어깨에서 뚝 하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통증으로 며칠을 앓다가 정형외과를 방문해 우측 회전근개 완전 파열을 진단받았다. 결국 그녀는 수술을 했다. 비슷한 일을 겪은 동료 재가요양보호사의 소식을 듣고 자신도 산재를 신청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수술 후 한 달 반, 보호대를 풀고 재활치료 중인 그를 진료실에서 만난 근로복지공단 의사는 그간 어떤 일을 해왔는지 묻는다.

재가요양보호사 한 지는 이제 1년 반 정도 되었고, 이전에는 10년 정도 남의 집 집안일 도와주는 일을 하다가 그만뒀어요. 그 전에는 남편 사업이 괜찮아서 집안일만 했고요. 그 때 일하면서도 이렇게 저렇게 다치고 아플 때 있었는데 우리 집에서 일 할 때도 그 정도는 힘드니까 그냥 참고 지냈어요.”

가사서비스노동자로서 지내온 시간들을 노동자 스스로가 도와주는 일로 표현하는 것은 그의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한 역사를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그때나 지금이나 돌봄이 필요한 사람에게 돌봄을 제공하고 가사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로 어깨 부담작업을 수행해왔지만 산재보험에서 인정하는 어깨 부담 작업 경력은 18개월인 셈이다.

또 다른 60대 여성 정씨는 재작년, 고객의 집 화장실을 청소하다 미끄러져 손목 뼈가 골절되었다. 고객에게 치료비를 요청해보았지만 어떤 의무조항도 없었기에 400만원 가량의 치료비를 스스로 떠안았다. 손목뼈 고정 수술을 2번 받는 동안 그는 이른바 생산활동을 할 수 없었는데, 노동자 신분이 아니었기 때문에 실업급여도 없었고 은행 대출도 불가능 했다. 노동자인적은 단 한 번도 없었던 그는 다시 비공식부문 가사노동자로 돌아갔고, 일하다 손목이 또 부러지지는 않을까 두렵다.

드러나지 않는 가사노동자의 아픈 몸

2017년 고용노동부는 국내 가사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의 규모를 25만명으로 집계했고 2020년 한국가사노동자협회는 30만명에서 50만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가사도우미, 산후관리사, 베이비 시터, 그리고 펫 시터까지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이들의 몸은 한 번도 노동자의 몸으로 지칭된 적이 없었으며 제대로 된 숫자조차 파악된 적이 없었다.

국내 가사노동자의 건강권에 대하여 다룬 연구 중 2015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진행한 비공식부문 가사노동자 인권상황 실태조사는 가사도우미, 간병인, 육아도우미 50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하였다. 연구 결과 가사도우미, 간병인, 육아도우미 각 집단에서 최근 1년간 경험한 건강문제 중 가장 높은 빈도를 보인 것은 근골격계 증상’(간병노동자 77.6%)아픈데도 일함’(가사도우미 74.3%, 육아도우미 57.2%)이었다. 근골격계 증상은 가사도움, 간병인, 육아도우미 모두에서 빈도가 가장 많이 또는 2번째로 많이(육아도우미) 경험했다고 보고되었다. 앞서 만나본 이씨와 정씨 역시 가사노동자로서 경험하는 근골격계 위험을 잘 보여준다. 반복적인 근골격계 부담작업으로 인한 건강상의 불편이 있음에도 계속해서 일해야만 하는 아픈 몸들의 이야기는 이미 낯선 것이 아니다.

그런데 가사노동자가 겪는 건강의 위험은 그 뿐만이 아니다. 같은 연구에서 가사도우미의 경우 독한 세제로 인한 각종 건강문제를 다수가 경험했다고 보고하고 있으며 간병인은 정신적 스트레스 관련 높은 경험률을 보고하였다. 간병인의 경우 무시당한 경험, 과도하게 감시당한 경험을 가장 많이 했다고 응답했다. 가사도우미와 간병인은 물품 분실 관련하여 부당하게 의심 받은 경험은 11%, 업무 수행 과정에서 과도하게 감시당했다는 응답도 가사 28.2%, 간병 31.4%, 육아 17.9%로 높게 드러났다. 과도한 감시와 관련하여 CCTV가 설치돼 있음을 인식하는 경우가 16~32%에 달했는데, 가사노동자에게 사전 동의를 받은 경우는 26%에 불과했다. 고용노동부에서 발간한 직장내 괴롭힘의 판단 및 예방·대응 매뉴얼에서 ‘CCTV를 통한 지나친 감시가 명시되어있는 것을 고려하면 노동자로서 가사노동자의 일터는 그 기준 밖에 존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렇게 감시당하고 있음에도 성희롱, 성폭력에의 노출 역시 크다는 점 역시 아이러니하다. 간병인의 경우 성희롱을 경험했다는 답변은 전체의 30.8%에 달했다.

2015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는 가사서비스 노동자의 노동환경과 건강실태 연구를 발표하며 근로환경조사 내 가사서비스 노동자라는 범주와 돌봄노동 노동자(보육교사, 간병인, 육아도우미)’를 나누어 돌봄노동자와 다른 가사노동자들만의 특성을 확인하고자 돌봄노동자 780, 가사노동자 165명의 자료를 인용해 가사노동자들의 특성을 살펴보았다. 해당 연구에서는 중고령자가 많은 가사노동자의 특성을 고려하여 분석대상자인 전체노동자·돌봄노동자·가사노동자의 연령대를 동일하게 하였으나 본인 스스로 평가하는 건강수준은 가사노동자가 가장 낮았고, 실제 직무(가사노동 등)로 인해 발생된 질환들도 가사노동자에게서 많이 보고되었다. 신체적 질환 이외 우울과 불안장애 등의 심리정서적 건강문제도 가사노동자가 상대적으로 많았고, 이 또한 가사노동자로서 업무를 시작한 이후에 경험한 사례들로 확인되었다.

가사노동자들이 경험하는 열악한 노동조건(아플 때 일해야 했던 경험, 원할 때 휴식이 불가능했음, 건강·안전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지 못함)과 노동환경(근로환경 만족도, 고용 안정성, 보상의 적절성, 일의 가치성)이 건강(주관적 건강, 직업성 근골격계 질환, 정신건강 지표)과 연관성이 있는지도 분석을 수행하였다. 그 결과 거의 모든 영역에서 이러한 부정적 노동조건, 노동환경의 세부 항목들이 건강의 세부항목과 연관성이 있었다. 이 연구에서는 실태조사를 위해 총 800명의 가사서비스노동자를 대상으로 직접 개발한 설문 역시 진행하였는데, 고객으로부터 위험한 작업을 요구 받은 경험자는 무경험자에 비해 주관적 불건강은 1.92, 근골격계질환 경험은 1.99, 안전사고 경험은 7.11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아플 때 일한 경험자는 무경험자 보다 주관적 불건강은 3.21, 우울감은 3.52, 근골격계 질환 경험은 2.63, 그리고 안전사고 경험은 3.49배 더 많았다. 특히, 물건 파손/도난 오해 경험자와 부당한 대우 경험자는 각각 무경험자 보다 우울감 경험 확률이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연구 밖에서, 표집되지 않은 근로자 모수에서 얼마나 많은 가사노동자들이 일하다 다쳐 일을 못하게 되었는지, 혹은 아픈 몸을 견디며 일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안에 가사노동자들은 포함되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일하고 있는 가사노동자의 수는 물론이거니와 일하다 다친 가사노동자의 수는 아무도 모른다.

가사노동자의 몸을 노동자의 몸으로 인정하라

가사노동이 사회의 근간을 유지하는 필수 노동임에도 가사노동자는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으며 코로나 시대를 겪으며 취약한 일자리로 다시 한 번 자리매김 하고 있다. 20206월 한국여성정책연구원과 여성가족부는 가사노동자 290명을 상대로 코로나 19가 가사노동자들의 일자리에 미친 영향에 대해 조사했다. 응답자 10명 중 7명 이상은 코로나19 전후 방문가정 수가 줄어들었다고 응답했다. 연구에 참여한 가사노동자의 월 평균 수입은 112만원으로 코로나 19 이후 월 평균 수입은 63.9만원이었으며 코로나19 이전보다 48.4만원이 감소하였다.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에 대해 가사노동자 10명 중 8명은 수입 감소를 꼽았고 7명은 일방적 방문취소로 인한 어려움을 꼽았다. ‘코로나 감염위험5.6명이었다. 코로나 시대에 가사노동자들이 감염보다 더 절실하게 느낀 위협은 수입 감소와 일방적 방문취소였던 것이다.

타인의 가정 내에서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것은 이전과는 또 다른 어려움을 야기한다. 2015년에도 가사노동자들은 휴게시간 없이 개별 고객 집에서 일만 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었다. 4시간 시간제로 일할 경우 10분에서 20분가량만이라도 쉬고 싶다는 것이 그들의 요구였으나 고객의 요구에 맞춰 일을 다 끝내려면 쉬지 않고 일할 수밖에 없었다. 어린이집과 학교가 돌봄노동을 가정으로 이행시키며 업무 요구도는 더 가중되었지만 그 자리마저 놓칠세라 두려운 시대가 된 것이다.

노동관계법이 가사노동자의 보호에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아도, 일을 하다 다쳐도 고용주는 이를 부담할 법적 책임이 없다. 가사노동자를 노동관계법의 보호가 미치는 곳으로 포섭하려는 노력은 18대 국회로부터 현재까지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다. 실질적인 근로계약과 그에 따른 노동자 보호의 책임을 누구에게 물을 것인가를 정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가사노동자의 사용인을 명확히 하는 일 역시 중요하다. 원칙적으로는 그 노동자의 서비스를 받는 가정이 사용자처럼 보이나 실상은 가사노동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직업소개소, 알선업체, 간병업무를 지시하는 병원 등)이 있기 때문인데, 결국 가사노동자의 사용인, 가사노동자의 노동권과 건강권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업무의 지휘, 감독을 누가 하고 있는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다변화하는 노동시장 형태와 고용관계 때문에 보편적인 노동관계법에서 보호받지 못 하는 노동자들의 얼굴은 이미 낯설지 않다. 중요한 것은 평가 절하된 가사노동자의 노동을 다시 수면위로 올려 필수영역에서 일하는 여성의 몸을 일하는 몸으로 다루지 않는다면 여성노동의 문제는 답보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성 노동자이자 비전형, 비공식영역의 노동자로서 가사노동자는 가장 취약한 일하는 몸인 셈이다.

1953년 근로기준법 제 111항의 가사사용인에 대하여는 적용하지 아니한다는 문구에 근거해 가사노동자들은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한 채 60여년을 보내왔다. 2011ILO 가사노동자 협약 채택을 계기로 정부에 가사노동자들의 노동자성 인정을 강력히 요구하기 시작했으나 그 후로 다시 10년이 흐른 현재까지도 가사노동자의 몸은 노동자의 몸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로 노동자의 아프면 쉴 권리가 화두에 오른 가운데 일하는 몸으로서 인정받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제는 부디, 가사노동자의 노동권을,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보장하라.

(정지윤 회원,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