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_동아시아과로사통신] 과로사 판단기준 변경과 노동법에서 배제된 가사노동자

과로사 판단기준 변경과 노동법에서 배제된 가사노동자

 

623일자 신문기사에서, 일본 정부는 후생노동성이 뇌심질환으로 인한 사망이 업무 관련인지 혹은 과로사인지 판단하는 과로사 기준의 수정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20년 동안 변함없이 유지돼 온 현재의 판단 기준에서는, 질병 재해 발생 전 한 달 동안 100시간 혹은 질병 재해가 발생하기 2~6개월 전 평균 80시간 이상의 초과 근로를 했을 경우 업무 관련성이 인정될 수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서류상으로는 초과 노동 여부를 과로사 판정의 유일한 기준으로 삼지 않고, 직장 내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는 다른 문제들도 고려한다고 정부는 이야기 한다. 하지만 이제까진 실질적으로 초과 노동 시간이 가장 주요한 판단 기준으로 작용했다. 이는 업무 관련으로 승인된 사건들 중에서 초과 노동시간이 한 달 동안 80시간 미만인 사건은 단지 10%에 불과하다는 사실에서도 드러난다.

피해 가족 구성원들은 수 년 동안 이 기준을 낮출 것을 주장해 왔다. 정부나 법원은 피해자가 한 달 동안 60-70시간의 초과 노동을 했다는 단순한 이유만으로 과로사 인정을 거부한 사례가 많다. 피해자 가족은 피해자의 노동 조건과 같이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증거에 대해서는 접근할 수 없다. 이렇게 피해자 가족들이 피해자의 실 노동시간 정보를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초과 노동 시간이라는 판단 기준은 추가적인 걸림돌이 된다. 하지만 정부 부처 스스로도 한 달 동안 45시간 이상의 초과 근무는 뇌심질환 발병을 야기할 위험이 높다고 인정했고, 세계 보건기구(WHO)는 주당 55시간(40시간 근로 기준으로 한 달 동안 60시간 초과 근로) 일하는 노동자는 뇌심장 관련 질병에 걸릴 위험이 더 높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80시간 기준은 이 문제에 대한 수많은 학술 연구를 무시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많은 피해자(피해 가족)들이 정부를 상대로 보상을 청구하는 것을 가로막고 있다.

그러나 기준이 낮아질지 여부는 아직 불확실하다. 정부는 보다 전체적이고 포괄적인 방식으로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부상이나 질병의 업무 관련성 여부를 판단하는 여러 기준을 추가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새로운 기준은 4 시간 이상의 시차가 있는 곳으로의 해외 출장, 교대근무 사이 휴식 시간이 11 시간 미만인 경우, 무휴 근로 등이다. 하지만 정부는 시간 기준을 낮출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 보호에서 배제된 가사 노동자

대부분의 노동자는 근로기준법에 의해 보호되지만 개인이 고용한 가정부 또는 가사 도우미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근로기준법 제 116조는동거하는 친족만 고용하는 사업체나 가사 노동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어, 가사 노동자는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에서 배제되었다는 것은 가사 노동자들이 직장 상해 보상 제도(역자주- 한국의 산업재해 보상보험 제도에 해당함) 의 적용을 받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개인 가구를 위해 일하는 동안 입은 부상은 업무와 관련이 없는 것으로 간주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기업에서 고용한 가사 노동자는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는다는 점이다. 개인 가구를 위해 일하는 근로 계약에 동의한 사람만 제외된다(노동권 보호 측면에서 노동자가 고용주와 집에 함께 거주하는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가사 노동자는 직장 상해 보상 청구에서 명시적으로 배제된 유일한 노동직군이다.

게다가 더 많은 여성들이 노동 시장으로 진출하도록 장려하기 위해 일본 정부는 이주 노동자가 가사 노동자로 일할 수 있도록 경제 특구를 만들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에는 대부분 필리핀에서 온 약 1000명 이상의 여성 노동자가 일본에서 가정부로 일하기 위해 입국했다. 그들 모두는 주요 노인 요양 기업들의 직원이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에 의해 보호를 받겠지만, 개인 가구에 고용되는 순간 그들은 모든 권리를 잃게 된다.

법이 제정된 지 약 70년 만에 마침내 이 규정이 사회적 논쟁거리가 되었다. 68 세의 일본인 가사 노동자가 2015년 거의 6일 연속으로 24시간 동안 일 하다가 심장 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고인의 남편은 2017년 시부야 노동 기준국에 직장 상해 보상 청구서(역자주- 한국의 산업재해보상보험 유족급여 청구에 해당함)를 제출했지만 보상을 받지 못했다. 근로기준법 제 116조 제 2항에 따라 가사 노동자로 간주되었기 때문이다.

72세가 된 고인의 남편은 POSSE의 도움으로 20203월 도쿄 지방 법원에서 후생 노동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여 고인의 사망에 대해 정부의 보상을 받을 수 있어야 하고, 개인 가구를 위해 일하는 가사 노동자에 대한 차별은 위헌임을 주장하였다. 이는 동종 사건에서 최초의 소송이며, 이는 아직 진행 중이다. 우리는 차별을 용인하고 가사노동자를 일회용처럼 다루는 법에 도전하고 있다.

(Makoto Iwahashi(POSSE))

[연구리포트] 플랫폼 노동자 보호법안의 내용과 쟁점/2021.5

[일터5월_연구리포트]

플랫폼 노동자 보호법안의 내용과 쟁점

 

이글은 얼마 전 발의된 <플랫폼 종사자 보호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을 살펴보기 위해 작성되었다. 구체적으로 플랫폼 노동의 특징과 보호방안을 살펴본 후 법안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고 쟁점과 대안을 제시하였다.

플랫폼 노동의 특징과 노동기본권 사각지대인 이유

최근 플랫폼 노동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플랫폼 노동은 컴퓨터의 웹(Web)이나 휴대폰과 같은 개인단말기의 앱(App)을 통해 일이 수행되는 노동을 의미한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조사에 의하면 플랫폼 노동자는 최소한 22만 명이지만 정의에 따라 175만 명까지 늘어난다. 플랫폼 노동자는 고용계약을 맺지 않으며 매 건당 계약을 통해 일을 한다. 플랫폼 노동은 크게 두 종류로 구분할 수 있는데, 상대적으로 프리랜서에 가까운 크라우드형 미세작업 노동자와 호출(주문)형 긱(Gig) 노동이다. 전자의 대표적인 예는 데이터 입력 노동이며 후자의 대표적인 예는 음식배달 노동이다. 두 경우 모두 고용계약을 맺지 않기 때문에 법적으로 임금노동자가 아니며 근로기준법 등과 같은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갖지 못한다.

플랫폼 노동은 새로운 형태의 노동이란 점에서 주목을 받지만 동시에 적지 않은 우려가 있다. 무엇보다 플랫폼 노동자가 특수고용 노동자와 마찬가지로 노동권 사각지대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플랫폼 노동은 특수고용 노동자와 유사한 형태의 독립 계약자이지만 대부분이 플랫폼 기업의 알고리즘에 의해 직, 간접적인 통제를 받고 있다. 형식적으로 독립 계약자이지만 일을 수행하는 방식은 임금노동자와 유사한 면이 적지 않아 노동자로서의 지위를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반대로 지금처럼 독립 계약자로서 존재할 경우 플랫폼 노동자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노동기본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자도 동시에 늘어날 수 있다.

그동안 플랫폼 기업은 스스로를 노동력을 원하는 고객과 일을 원하는 사람들을 컴퓨터의 웹이나 개인 단말기 앱을 통해 중개해주는 프로그램 회사라고 설명해 왔으며 이러한 이유로 고용관계 책임이 없다고 주장해 왔다. 플랫폼 기업은 일자리를 매칭해 주고 수수료를 받기 때문에 전통적인 오프라인 인력중개회사와 다를 바 없다고 하지만 이는 다음의 두 가지 이유로 사실이 아니다.

첫째, 플랫폼 기업이 전통적인 인력 중개업체와 달리 일에 대한 규율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조정한다. 노동력이 수요자인 개인이나 기업고객, 그리고 플랫폼 노동자는 모두 플랫폼 기업이 정해 놓은 약관과 규칙에 동의해야 한다. 예를 들어 가장 민감한 사안인 수수료도 플랫폼 기업이 일방적으로 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의 규칙을 플랫폼 기업이 정해 놓는 것이다.

둘째, 알고리즘에 의해 플랫폼 노동자의 업무를 통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고객에 의한 평점주기와 업무 트래킹 등을 통해 관리하고 보수를 차등화하는 것인데, 이는 오프라인에서 노동자를 관리, 감독하는 기능을 한다. 이렇듯, 플랫폼 기업은 단순히 일을 중개하는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일을 조직하고 관리하기 때문에 스스로 정의하는 것처럼 단순한 프로그램 회사가 아니며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플랫폼 노동자 보호를 위한 세 가지 방안

플랫폼 노동의 특징상 다수가 플랫폼 노동자의 보호에 대해 동의하며, 그를 위한 방안들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플랫폼 노동자에게 사회보험 의무 가입 권리를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플랫폼 노동자는 법적으로 임금노동자가 아니므로 근로기준법 등 노동기본권을 적용받지 못하지만, 자신의 노동력을 제공하여 일을 수행하며 어느 정도의 종속성이 확인되므로 최소한의 사회적 보호를 제공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다수의 플랫폼 노동자가 산재보험과 고용보험 등을 적용받지 못하고 있는데 이를 개선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정부는 고용보험 적용을 14개 특수고용 업종으로 확대하여 20217월부터 시행하고, 적용 범위를 점차 넓혀 모든 특수고용과 플랫폼 노동자, 그리고 자영업자까지 확대한다는 <전국민고용보험>로드맵을 발표하기도 하였다.

다만, 정부의 발표는 계획이기 때문에 확정하기는 어려우며 전국민고용보험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소득파악 등 세부 준비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예를 들어 특수고용과 플랫폼 노동자에 대해 산재보험과 고용보험을 전면적으로 적용하기 위해선 이들 노동자의 소득파악이 우선 이루어져야 하며 기업이 얼마를 부담할 것인지에 대한 방법도 정해져야 한다. 특고나 플랫폼 노동자의 소득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선 플랫폼 기업이 해당 노동자의 소득을 신고를 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이에 대한 법제도가 없는 상태이고, 플랫폼 기업 역시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플랫폼 기업에 보험금을 부과한 것도 아니고 단순히 정보를 제공하라고 요청에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따라서 플랫폼 기업에 대한 제도적 책임 부여가 필요하다.

둘째, 플랫폼 노동자 스스로 이해를 대변할 수 있도록 노동3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재 플랫폼 노동자는 특수고용 노동자와 마찬가지로 제도적으로 노동3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 노조법 상 노동자가 아니다. 일부에선 노조설립이 가능해졌기 때문에 큰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할 수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비록 ILO 결사의 자유 관련 87, 98호를 비준하고 이를 계기로 특수고용이나 플랫폼 노동자의 노조설립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워진 것은 맞지만 노조 설립 이후 단체교섭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노조법 상 노조3권을 보장받지 못하다보니 사용자가 단체교섭에 나서지 않는다. 노동조합의 목적이 노동자의 단결과 동시에 조합원의 경제적 권리를 보호하고 향상시키는 것이어서 사용자가 단체교섭에 응하지 않으면 노동조합의 실효성이 크게 훼손된다. 이러한 이유로 특수고용과 플랫폼 노동자의 노조가입률이 높지 않은 편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선 노조법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마지막은 플랫폼 노동자의 오분류를 바로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플랫폼 노동자 중 일부는 특수고용 노동자와 마찬가지로 실제는 임금노동자이지만 계약 형식이 독립 계약자로 되어 있어 억울하게 노동자로 인정을 못 받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18년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규모추정 연구에 따르면, 임금노동자이지만 특수고용으로 오분류 가능성이 있는 노동자의 규모가 74.5만 명으로 나타났다. 플랫폼 노동의 경우도 오분류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오분류를 바로 잡을 수 있는 절차나 제도가 없어 이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

최초 발의된 플랫폼 종사자 보호법의 내용과 쟁점

지난 318일 더불어민주당 장철민 의원은 <플랫폼 종사자 보호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하였다. 이 법안은 2020년 일자리위원회가 내 놓은 <플랫폼 종사자 보호대책>의 후속조치 성격이 강하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플랫폼 운영자 책임>
(5~6) 서면 계약서를 체결하고 계약변경 시 10일 전에 통보하며 계약을 해지하는 경우 15일 전에 내용, 이유. 시기를 플랫폼 종사자에게 제공하도록 함
(7) 플랫폼 운영자는 플랫폼 종사자의 산업재해보상보험, 고용보험 등 사회보험의 적용 등을 위하여 자료 및 정보의 제공 등 관계법령에서 정하는 의무를 성실하게 이행
(9~10) 플랫폼 운영자는 단독 또는 다른 온라인 플랫폼과 공동으로 플랫폼 종사자의 복지 증진을 위하여 퇴직공제 등 공제사업을 실시할 수 있음
(20~25) 플랫폼 운영자는 플랫폼 종사자에 대해 차별적 처우 금지, 불이익 조치 금지, 안전과 건강 보호, 괴롭힘 금지 등의 의무를 지님
<정부의 책임>
(29~30) 고용노동부장관은 플랫폼 종사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 5년 범위에서 주기적으로 플랫폼 종사자에 관한 기본계획을 수립함
(36) 고용노동부장관은 이 법의 주요 사항을 위반한 플랫폼 운영자 또는 사업자에게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함
<다른 법률과의 관계>
(3) 플랫폼 종사자가 근로기준법, 노조법, 산업안전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고용보험법 등에 따른 근로자에 해당하는 경우 해당 법률을 이 법에 우선하여 적용함

플랫폼 종사자 보호 법안은 의미와 한계를 모두 가지고 있다. 우선, 이 법안의 의미는 처음으로 플랫폼 기업의 책임을 분명하게 물은 것이다. 특히 플랫폼 노동자의 사회보험 적용을 위해 기업에 소득 등 정보제공 의무를 부과한 점이 눈에 띈다. 그러나 이 법은 특별법 성격으로 그동안 쟁점이 되어 온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3권 보장을 제도화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한계도 명확하다. 다만 다른 법률과의 관계에서 플랫폼 노동자가 다른 법에 의해 근로자에 해당할 경우 해당 법률을 이 법에 우선하여 적용한다고 밝혀 앞으로 노조법 개정이 이루어 질 경우 노동자성을 인정받아 노동기본권을 적용받을 수 있도록 단서조항을 달아 두었다.

노동기본권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과제

장철민의원의 법안은 플랫폼 기업의 책임을 묻고, 플랫폼 노동자의 보호를 위해 계약과 정보공개 등에 있어 최소한의 권리를 담은 점에서 의미가 있으나 과제도 적지 않다.

첫째, 플랫폼 기업의 사회보험 분담 책임을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플랫폼 기업은 직, 간접적인 공동사용자로 책임을 져야 함에도 지금까지 모든 책임에서 면제되어 왔다.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력을 통제하고 활용하여 이윤을 남기는 만큼 최소한 사회보험 관련 공동책임을 져야 하고 이를 법률로 규정해야 한다. 현재의 법안은 소득 등 정보제공의 의미만을 부여하고 있는데, 여기에 더해 산재보상법, 고용보험법 등에서 플랫폼 사업주의 보험료 분담 책임을 다루어야 한다.

둘째, 노조법 개정을 통한 플랫폼 노동자의 온전한 노동3권을 보장하도록 해야 한다. 많은 이들이 이번에 발의된 플랫폼 노동자 법안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이 법이 통과될 경우 이를 계기로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3권이 더 이상 논의되지 않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경제계에서는 특별법을 계기로 플랫폼 노동자에 대해 보호 조치가 어느 정도 이루어졌으니 더 이상 노동기본권을 논의하지 말자는 입장을 강하게 주장할 수 있다. 따라서 플랫폼 사용자의 최소한의 책임을 다룬 이 법과 별개로 노조법 개정 논의는 계속 이어져야 한다.

앞으로 플랫폼 노동자의 권리와 보호에 대한 논의가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장철민의원의 법안만 해도 공청회 등을 앞두고 있으므로 논의를 통해 내용 수정이 예상된다. 그 과정에서 악용의 소지를 줄이고, 애초의 목적대로 플랫폼 노동자의 보호가 분명해지는 방향으로 수정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또한 이 법의 통과 여부와 별개로 노동3권을 보장하기 위한 법 개정 노력은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정흥준 회원,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일터5월_특집1] 가사노동, 착취에서 벗어나 노동권 쟁취의 길로!

일터5월호_특집1

가사노동, 착취에서 벗어나 노동권 쟁취의 길로!

당신이 가정에서 일상을 보내는 동안 스스로 하지 않았지만 거슬림이나 불편함이 없도록 많은 것들이 갖추어져 있다면 필요한 여러 가지 일을 다른 누군가가 해놓았다는 말이 된다. 당신이 쓴 수건을 빨아서 건조시키기, 설거지하기, 쌀 구입하기, 돌봄이 필요한 가족 구성원의 일상을 케어하는 일까지. 여기 보이지 않는 가사노동이 있다.

오랫동안 가사노동은 무급노동 영역에 있었고 노동으로 인식되지도 않았다. 그 노동 대부분은 여성들이 맡아왔고 지금도 그렇다. 가부장제 하에서 남성은 사회로 나간 반면, 여성은 가정에 머물며 가사노동을 담당하게 되었고 여성의 가사노동은 오랜 세월 가치 없는 것으로 여겨졌다.

가사노동이라는 노동

여성들의 가사노동은 애정이나 여성의 본성으로 오래 인식되었고 노동으로 여겨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70년대 페미니스트들은 가사노동에 임금을 지급하라는 투쟁(Wages for Housework)을 시작했다. 자본주의와 가부장제 하에서의 착취를 이제 끝내겠다는 선언을 한 것이다. 70년대 영국과 이탈리아, 그리고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지에서 가사노동에 임금을 지급하라는 요구가 이어졌다. 이 투쟁은 단순히 가사노동에 임금을 지급하라는 요구가 아니라, 드러나지 않던 가사노동이 노동임을 선포하는 강력한 싸움이었다. 여성들이 가사노동을 거부할 때 남성과 사회의 일상이 어떻게 흔들릴지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70년대 가사노동 임금 투쟁을 이끌었던 실비아 페데리치는 가사노동에 대한 임금을 투쟁할 때는 우리의 사회적 역할을 직접적으로 분명하게 거역하면서 투쟁한다고 밝혔다.

여성들의 가사노동에 대한 임금 투쟁은 가사노동뿐 아니라 모든 무급 노동에 대한 싸움이기도 했다. 이런 싸움은 확장하면서, 또 다른 방향으로 갈라지기도 하면서 이어졌다. 2018년 스페인에서는 여성들이 전국적 파업을 선언하고, 2시간 동안 부분파업에 돌입해 530만 명이 동참했다. 그 결과 열차 300편이 운행을 취소했다. 또한 여성단체들은 가사를 내려놓으라고 선언하였고, 여성들이 아파트 발코니에 앞치마를 내걸기도 했다. 모든 차별과 착취를 끝내기 위해 노동조합과 여성단체가 함께 했고, 일하는 여성과 전업주부가 함께 행동에 참여했다. 이 행동은 가사노동을 하는 무급 여성 노동자들과 유급 여성 노동자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고 한쪽이 착취된다면 다른 한쪽 역시 착취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신호를 보여주었다.

이와 같은 투쟁이 있었지만, 여성의 노동이, 여성의 무급 가사노동이 제대로 인정받는 시대가 오지는 않았다. 다만, 여성들은 공고한 가부장제 하에서 여성들은 모든 차별과 착취에 대해 계속해서 싸울 뿐이다. 한편, 여성들이 사회 진출을 시작하면서 집 밖에서 유급 노동을 하게 되었으므로 가사노동을 대신 할 사람이 필요해졌고 그 결과 하나의 유급 가사노동 시장이 생겼다. 남성의 노동에는 큰 변화가 없었고 여성의 노동에 변화가 생기면서 새로운 가사노동 시장이 생겼다는 것은 씁쓸하면서도 흥미롭다. 가사노동 시장에 진입한 노동자들 역시 여성이기 때문이다. 여성들이 가사노동 임금 투쟁을 하면서 가사노동의 사회적 역할을 외쳤지만, 가사노동 시장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이런 가치는 반영되지 않았다. 반대로 낮게 평가된 무급 가사노동의 가치가 그대로 시장에도 반영되어 가사노동자들을 불안정한 고용과 저임금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가사노동 시장 형성과 노동권 배제

시장화된 가사노동을 법제도는 어떻게 정의할까? 근로기준법은 제2조에서 근로자를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다. 한편, 동법 제11조 제1항 단서에서는 가사사용인에 대해 근로기준법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정해두었다. 가사노동을 비공식 노동으로 보는 관점이 법제도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는 것이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역시 시행령 제2조 제4호에서 가구내 고용활동에 대해 법 적용을 제외하고 있어 가사노동자들은 법으로 보호받지 못한다. 때문에, 가사노동자들은 엄연히 노동하고 있지만, 일하다가 다치거나 질병을 얻었을 때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을 수 없고 개인이 감당해야 할 몫으로 남고 만다. 이렇게 가사노동자들이 법 적용에서 배제되고, 가사노동의 여러 문제가 개별화된 영역에 남아 있을수록 이 노동자들의 고용 불안정, 인권 침해 문제가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가사노동자의 법 적용 제외 이유는 무엇일까. 가정은 상호의존과 애정에 바탕한 공간으로 상상되기 때문에, 시장의 가치와는 상충될 수밖에 없고 기존의 노동법상 권리는 가정에서는 부적합한 것으로 인식되는 것을 하나의 이유로 들 수 있다. “가사서비스는 전형적인 여성의 일로 인식됐기 때문에 그에 대한 지위 및 대우가 정당화되었다는 점은 또 다른 근거가 된다. 누군가의 가정은 다른 이의 직장이 될 수 없으며, 하필 그 일이 여성의 일이라는 것이다.

가사노동이 본업임에도 노동자들은 업무를 하기로 한 당일 아침에도 이용자에게 나오지 말라는 통보를 받기도 하는 등 고용이 매우 불안정하다. 다른 직종에서는 보기 힘든 일이 가사노동에서는 이렇게 생기기도 한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발표한 2015<비공식부문 가사노동자 인권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중개업체를 통해 이용자의 집에 노동을 제공하는 가사노동자들이 겪는 심각한 고충 중 하나는 이용자들의 하녀처럼 대하는 원시적인 태도였다. 가사노동자들을 동등한 노동자로 보지 않는 것이다. 또한 타인의 집안이라는 매우 폐쇄된 공간에서 이용자에게 인권이 침해되는 경험을 할 가능성이 있고, 일터에서 성폭력이나 육체적 폭력이 발생할 경우, 이용자와 단둘이 있어 대처하기가 다른 직장에 비해 훨씬 어렵다. 가사노동이 남성들이 하는 노동과 종류가 다른 노동이지만, 동등한 노동으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점이 시장이 형성된 이후에도 동일하게 유지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은 문제 발생 시 법 적용을 받는 노동자에 비해 해결, 보상을 요구하기보다 참고 넘어가는 일이 빈번할 수밖에 없다.

가사노동자법 제정 시도 및 쟁점 검토

오랫동안 비공식 노동으로 인식되었던 가사노동은 ILO의 협약 이후 제도화 논의가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ILO2011년 제100회 총회에서 가사노동자의 인간다운 노동에 대한 협약(Convention Concerning Decent Work for Domestic Workers)을 채택했다. ILO 협약의 주요 내용을 보면, 가사노동자들에게 결사의 자유 및 단체교섭권 인정, 모든 종류의 강제노동 금지, 아동노동 금지, 차별 금지 등을 명시하고(3), 모든 종류의 학대, 추행, 폭력으로부터 가사노동자를 보호하도록 하며(5), 가사노동자들에게 고용 관련 조건을 명시하고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7), 노동시간, 연장노동수당, 휴게시간, 주휴, 유급연차휴가에 대해 일반 노동자와 동등하게 대우해야 한다고(10) 명시하는 등 가사노동자와 가사노동자의 노동권을 보호하도록 했다.

ILO 협약 채택 이후 2012년부터 국내에서 가사노동자 관련 법안은 국회에서 수차례 발의되었지만, 지금까지 제정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거의 매년 법안이 발의되었는데, 2020<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안>이라는 동일한 이름으로 정부안, 이수진 의원 안, 강은미 의원 안이 발의되고, 213월 임이자 의원 안이 국회에 발의되었다. 발의된 법안들을 보면 정부에서 인증받은 제공기관과 가사노동자가 근로계약을 맺고 사용관계를 명확히 하게 된다. 또한 주당 근로시간을 15시간 이상으로 정하고 노동자들이 초단시간 근로에서 벗어나게 해 주휴 수당과 연차유급휴가를 받게 한다. 발의된 네 개의 법안대로라면 제공기관와 계약한 가사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과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역시 적용받게 된다. ILO 협약과 국가인권위원회 권고대로 상당 부분 가고 있는 것이다. 위와 같은 법안이 마련되면 안정적 노동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가사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는 기관은 가사노동자 법안을 추진해온 가사노동자 협회, 여성단체에서 꾸준히 요구해온 것이기도 하다.

가사노동자들은 비공식 노동에서 벗어나 다른 노동과 업무가 다를 뿐 같은 노동을 제공하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이미 가사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해 사용자 단체와 단체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우루과이의 경우, 가사노동자들이 전국가사노동자연맹에 소속되어 이용자 단체인 가정주부연맹과 교섭한다. 이들의 단체교섭의 결과는 교섭 당사자뿐만 아니라 우루과이의 모든 가사노동자에게 전국적으로 확장되어 효력을 미친다. 미국에서는 개별 이용자들이 자발적으로 교섭 단체를 꾸려 가사노동자들과 교섭을 진행하기도 한다. 아직 해보지 않았을 뿐 이를 위한 투쟁이 있다면 한국에서도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가사노동자들의 온전한 노동권 보장의 길

10여 년간 가사노동자들의 법제화가 시도되었으나 한 번도 제정으로 이어지지 못한 가운데 어떤 법제화인가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가사노동자 고용개선을 위해 현재 논의되는 법안들은 제도 안에 포함되지 않았던 가사노동자들을 임금, 근로계약, 노동시간, 고용안정의 측면에서 보호하기 때문에 분명 진일보한 면이 있다. 여성의 가사노동이 오랫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상황을 타파하고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방향이라고 할 수 있는 법안이다. 그러나 현재의 가사노동자법 제정 움직임은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서 가사노동자 적용 제외 조항을 삭제하려는 것은 아니다. 때문에, 정부가 인증하는 제공기관과 계약을 맺지 않은 가사노동자는 여전히 법 적용을 받지 못하게 되고 사각지대에 머물게 된다는 한계가 있다. 여전히 여성이 하는 가사노동이 비공식적 노동으로 남게 될 수 있는 것이다. 이 법안을 통해 가사노동에 대한 오랜 차별이 사라질 수 있을지 의문이 남는 부분이다.

가사노동자들에게 온전히 노동권을 보장해 노동에 대한 대가를 충분히 지급해야 하고, 쉴 권리,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또한, 집단적으로 노동조합을 조직해 사용자 단체와 교섭을 진행하고 행동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이것이 비가시화되고 비공식 노동 영역에 있는 가사노동자들이 드러내고 목소리 내게 하는 길이다. 가사노동이 멈추면 모두의 생활이 멈추고 사회가 멈춘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유청희 상임활동가)

[일터5월_특집2] 가사노동자의 몸을 노동자의 몸으로 인정하라

일터 5월_특집 2

가사노동자의 몸을 노동자의 몸으로 인정하라

 

62세 재가요양보호사 이씨는 하루 동안 네 집을 방문한다. 치매환자 홀로 사는 집, 거동이 불편한 80대 노인 부부의 집, 70대 여성 노인의 집 두 군데를 차례로 돌고 퇴근을 한다. 어느 날 70대 여성 노인 집을 방문했을 때 장 봐온 것들을 옮기다가 어깨에서 뚝 하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통증으로 며칠을 앓다가 정형외과를 방문해 우측 회전근개 완전 파열을 진단받았다. 결국 그녀는 수술을 했다. 비슷한 일을 겪은 동료 재가요양보호사의 소식을 듣고 자신도 산재를 신청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수술 후 한 달 반, 보호대를 풀고 재활치료 중인 그를 진료실에서 만난 근로복지공단 의사는 그간 어떤 일을 해왔는지 묻는다.

재가요양보호사 한 지는 이제 1년 반 정도 되었고, 이전에는 10년 정도 남의 집 집안일 도와주는 일을 하다가 그만뒀어요. 그 전에는 남편 사업이 괜찮아서 집안일만 했고요. 그 때 일하면서도 이렇게 저렇게 다치고 아플 때 있었는데 우리 집에서 일 할 때도 그 정도는 힘드니까 그냥 참고 지냈어요.”

가사서비스노동자로서 지내온 시간들을 노동자 스스로가 도와주는 일로 표현하는 것은 그의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한 역사를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그때나 지금이나 돌봄이 필요한 사람에게 돌봄을 제공하고 가사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로 어깨 부담작업을 수행해왔지만 산재보험에서 인정하는 어깨 부담 작업 경력은 18개월인 셈이다.

또 다른 60대 여성 정씨는 재작년, 고객의 집 화장실을 청소하다 미끄러져 손목 뼈가 골절되었다. 고객에게 치료비를 요청해보았지만 어떤 의무조항도 없었기에 400만원 가량의 치료비를 스스로 떠안았다. 손목뼈 고정 수술을 2번 받는 동안 그는 이른바 생산활동을 할 수 없었는데, 노동자 신분이 아니었기 때문에 실업급여도 없었고 은행 대출도 불가능 했다. 노동자인적은 단 한 번도 없었던 그는 다시 비공식부문 가사노동자로 돌아갔고, 일하다 손목이 또 부러지지는 않을까 두렵다.

드러나지 않는 가사노동자의 아픈 몸

2017년 고용노동부는 국내 가사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의 규모를 25만명으로 집계했고 2020년 한국가사노동자협회는 30만명에서 50만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가사도우미, 산후관리사, 베이비 시터, 그리고 펫 시터까지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이들의 몸은 한 번도 노동자의 몸으로 지칭된 적이 없었으며 제대로 된 숫자조차 파악된 적이 없었다.

국내 가사노동자의 건강권에 대하여 다룬 연구 중 2015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진행한 비공식부문 가사노동자 인권상황 실태조사는 가사도우미, 간병인, 육아도우미 50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하였다. 연구 결과 가사도우미, 간병인, 육아도우미 각 집단에서 최근 1년간 경험한 건강문제 중 가장 높은 빈도를 보인 것은 근골격계 증상’(간병노동자 77.6%)아픈데도 일함’(가사도우미 74.3%, 육아도우미 57.2%)이었다. 근골격계 증상은 가사도움, 간병인, 육아도우미 모두에서 빈도가 가장 많이 또는 2번째로 많이(육아도우미) 경험했다고 보고되었다. 앞서 만나본 이씨와 정씨 역시 가사노동자로서 경험하는 근골격계 위험을 잘 보여준다. 반복적인 근골격계 부담작업으로 인한 건강상의 불편이 있음에도 계속해서 일해야만 하는 아픈 몸들의 이야기는 이미 낯선 것이 아니다.

그런데 가사노동자가 겪는 건강의 위험은 그 뿐만이 아니다. 같은 연구에서 가사도우미의 경우 독한 세제로 인한 각종 건강문제를 다수가 경험했다고 보고하고 있으며 간병인은 정신적 스트레스 관련 높은 경험률을 보고하였다. 간병인의 경우 무시당한 경험, 과도하게 감시당한 경험을 가장 많이 했다고 응답했다. 가사도우미와 간병인은 물품 분실 관련하여 부당하게 의심 받은 경험은 11%, 업무 수행 과정에서 과도하게 감시당했다는 응답도 가사 28.2%, 간병 31.4%, 육아 17.9%로 높게 드러났다. 과도한 감시와 관련하여 CCTV가 설치돼 있음을 인식하는 경우가 16~32%에 달했는데, 가사노동자에게 사전 동의를 받은 경우는 26%에 불과했다. 고용노동부에서 발간한 직장내 괴롭힘의 판단 및 예방·대응 매뉴얼에서 ‘CCTV를 통한 지나친 감시가 명시되어있는 것을 고려하면 노동자로서 가사노동자의 일터는 그 기준 밖에 존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렇게 감시당하고 있음에도 성희롱, 성폭력에의 노출 역시 크다는 점 역시 아이러니하다. 간병인의 경우 성희롱을 경험했다는 답변은 전체의 30.8%에 달했다.

2015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는 가사서비스 노동자의 노동환경과 건강실태 연구를 발표하며 근로환경조사 내 가사서비스 노동자라는 범주와 돌봄노동 노동자(보육교사, 간병인, 육아도우미)’를 나누어 돌봄노동자와 다른 가사노동자들만의 특성을 확인하고자 돌봄노동자 780, 가사노동자 165명의 자료를 인용해 가사노동자들의 특성을 살펴보았다. 해당 연구에서는 중고령자가 많은 가사노동자의 특성을 고려하여 분석대상자인 전체노동자·돌봄노동자·가사노동자의 연령대를 동일하게 하였으나 본인 스스로 평가하는 건강수준은 가사노동자가 가장 낮았고, 실제 직무(가사노동 등)로 인해 발생된 질환들도 가사노동자에게서 많이 보고되었다. 신체적 질환 이외 우울과 불안장애 등의 심리정서적 건강문제도 가사노동자가 상대적으로 많았고, 이 또한 가사노동자로서 업무를 시작한 이후에 경험한 사례들로 확인되었다.

가사노동자들이 경험하는 열악한 노동조건(아플 때 일해야 했던 경험, 원할 때 휴식이 불가능했음, 건강·안전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지 못함)과 노동환경(근로환경 만족도, 고용 안정성, 보상의 적절성, 일의 가치성)이 건강(주관적 건강, 직업성 근골격계 질환, 정신건강 지표)과 연관성이 있는지도 분석을 수행하였다. 그 결과 거의 모든 영역에서 이러한 부정적 노동조건, 노동환경의 세부 항목들이 건강의 세부항목과 연관성이 있었다. 이 연구에서는 실태조사를 위해 총 800명의 가사서비스노동자를 대상으로 직접 개발한 설문 역시 진행하였는데, 고객으로부터 위험한 작업을 요구 받은 경험자는 무경험자에 비해 주관적 불건강은 1.92, 근골격계질환 경험은 1.99, 안전사고 경험은 7.11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아플 때 일한 경험자는 무경험자 보다 주관적 불건강은 3.21, 우울감은 3.52, 근골격계 질환 경험은 2.63, 그리고 안전사고 경험은 3.49배 더 많았다. 특히, 물건 파손/도난 오해 경험자와 부당한 대우 경험자는 각각 무경험자 보다 우울감 경험 확률이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연구 밖에서, 표집되지 않은 근로자 모수에서 얼마나 많은 가사노동자들이 일하다 다쳐 일을 못하게 되었는지, 혹은 아픈 몸을 견디며 일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안에 가사노동자들은 포함되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일하고 있는 가사노동자의 수는 물론이거니와 일하다 다친 가사노동자의 수는 아무도 모른다.

가사노동자의 몸을 노동자의 몸으로 인정하라

가사노동이 사회의 근간을 유지하는 필수 노동임에도 가사노동자는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으며 코로나 시대를 겪으며 취약한 일자리로 다시 한 번 자리매김 하고 있다. 20206월 한국여성정책연구원과 여성가족부는 가사노동자 290명을 상대로 코로나 19가 가사노동자들의 일자리에 미친 영향에 대해 조사했다. 응답자 10명 중 7명 이상은 코로나19 전후 방문가정 수가 줄어들었다고 응답했다. 연구에 참여한 가사노동자의 월 평균 수입은 112만원으로 코로나 19 이후 월 평균 수입은 63.9만원이었으며 코로나19 이전보다 48.4만원이 감소하였다.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에 대해 가사노동자 10명 중 8명은 수입 감소를 꼽았고 7명은 일방적 방문취소로 인한 어려움을 꼽았다. ‘코로나 감염위험5.6명이었다. 코로나 시대에 가사노동자들이 감염보다 더 절실하게 느낀 위협은 수입 감소와 일방적 방문취소였던 것이다.

타인의 가정 내에서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것은 이전과는 또 다른 어려움을 야기한다. 2015년에도 가사노동자들은 휴게시간 없이 개별 고객 집에서 일만 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었다. 4시간 시간제로 일할 경우 10분에서 20분가량만이라도 쉬고 싶다는 것이 그들의 요구였으나 고객의 요구에 맞춰 일을 다 끝내려면 쉬지 않고 일할 수밖에 없었다. 어린이집과 학교가 돌봄노동을 가정으로 이행시키며 업무 요구도는 더 가중되었지만 그 자리마저 놓칠세라 두려운 시대가 된 것이다.

노동관계법이 가사노동자의 보호에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아도, 일을 하다 다쳐도 고용주는 이를 부담할 법적 책임이 없다. 가사노동자를 노동관계법의 보호가 미치는 곳으로 포섭하려는 노력은 18대 국회로부터 현재까지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다. 실질적인 근로계약과 그에 따른 노동자 보호의 책임을 누구에게 물을 것인가를 정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가사노동자의 사용인을 명확히 하는 일 역시 중요하다. 원칙적으로는 그 노동자의 서비스를 받는 가정이 사용자처럼 보이나 실상은 가사노동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직업소개소, 알선업체, 간병업무를 지시하는 병원 등)이 있기 때문인데, 결국 가사노동자의 사용인, 가사노동자의 노동권과 건강권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업무의 지휘, 감독을 누가 하고 있는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다변화하는 노동시장 형태와 고용관계 때문에 보편적인 노동관계법에서 보호받지 못 하는 노동자들의 얼굴은 이미 낯설지 않다. 중요한 것은 평가 절하된 가사노동자의 노동을 다시 수면위로 올려 필수영역에서 일하는 여성의 몸을 일하는 몸으로 다루지 않는다면 여성노동의 문제는 답보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성 노동자이자 비전형, 비공식영역의 노동자로서 가사노동자는 가장 취약한 일하는 몸인 셈이다.

1953년 근로기준법 제 111항의 가사사용인에 대하여는 적용하지 아니한다는 문구에 근거해 가사노동자들은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한 채 60여년을 보내왔다. 2011ILO 가사노동자 협약 채택을 계기로 정부에 가사노동자들의 노동자성 인정을 강력히 요구하기 시작했으나 그 후로 다시 10년이 흐른 현재까지도 가사노동자의 몸은 노동자의 몸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로 노동자의 아프면 쉴 권리가 화두에 오른 가운데 일하는 몸으로서 인정받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제는 부디, 가사노동자의 노동권을,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보장하라.

(정지윤 회원,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

[일터5월_특집3] 가사노동자법안은 노동권을 보장하는 법이 될 수 있나?

일터5월호_특집3

가사노동자법안은 노동권을 보장하는 법이 될 수 있나?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안’(이하 가사노동자법’)이 국회 통과를 눈앞에 두고 있다. 그간 정부 발의안 및 이수진 의원 대표발의안, 강은미 의원 대표발의안이 논의되어 왔다. 근로기준법 제정 당시부터 그 적용을 제외되어 수십 년간 노동자로서의 기본권이 보장되지 못했던 노동자들에게 드디어 노동관계법령이 적용될 것인지에 대해 주목하는 시선이 많다. 가사노동자들의 일을 중개하는 기관들에서 특히 법안 통과의 요구가 높다.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도 동시에 존재한다. 첫번째 이유는 노동관계법의 적용을 확대하여 포괄적인 노동권을 보장하는 방식이 아닌 별도 법안의 형태로 발의되었다는 점, 두번째는 해당 법안의 내용이 노동력의 중개를 중심으로 가사노동의 공식화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두번째 이유는 최근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플랫폼 종사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직업안정법 개정안과 함께 노동력 중개 시장을 확산하기 위한 정책의 추진과 연관되어 더 우려를 낳는 지점이기도 하다. 이 글에서는 특히 후자를 중심으로 법안의 문제점을 검토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그러한 방식이 각 법안이 내세우고 있는 목적인 노동자 보호에 과연 실효성이 있는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인증절차 도입의 효과는 불분명

현재 발의된 법안에서 제시되는 제정의 취지 및 목적 사항은 가사서비스의 질 개선의 필요와 고용·노동환경·처우 등의 개선을 통한 노동권 보호로 축약해 볼 수 있다. 가사노동자 고용이 노동관계법 적용이 배제되는 비공식 영역에 존재하기에 이를 공식화하여 서비스 공급체계 및 질을 개선하고 노동권 보장을 획득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가사노동을 비공식에서 공식 영역으로 끌어내기 위한 방안은 노동관계를 공식화하는 것이 아니라 가사노동의 중개를 공식화하는 방안을 취하고 있다. 이 공식화는 제공기관의 인증, 그리고 제공기관을 사용자로 하여 근로계약(노동자성)을 공인하는 것을 그 요소로 한다. 즉 이용자에 대해서는 기관 인증을 통해 서비스를 보증하고, 노동자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노동조건 보장이라는 양면을 충족해 수요와 공급의 각 측면을 확대함을 통해 가사 노동 시장을 확장하려는 방안이다.

그런데 정작 정부가 의도하는 인증 절차를 통한 시장 정비와 확장이라는 효과는 불분명한 측면이 있다. 세 법안은 모두 가사노동자의 대다수가 중개업체 등을 통해 구직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으나 가사노동자의 구직 경로는 다양하다. 중개업체를 통한 구직이 오히려 비율이 낮은 것으로 나타나는 연구도 있는데, 이남신 외(2010)에서는 사회단체 및 여성인력개발센터, 가정관리사 협회 등을 통한 구직이 36%로 나타났고, 박지순 외(2015)에서는 중개업체의 이용이 불과 3.1%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이에 플랫폼을 통한 공급 혹은 매칭을 고려하면 가사노동자의 취업 경로는 더욱 다양화될 것으로 예측되는데, 조현경 외(2019)에서는 수도권의 경우 30% 가량의 서비스 거래가 플랫폼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즉 법안의 의도와 같이 인증된 제공기관을 통한 공급체계의 안착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수요와 공급이 모두 인증 기관으로 수렴될 수 있어야 할텐데, 이의 효과성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공식과 비공식, 노동시장의 양분화 우려

오히려 공식 노동 시장의 확대나 정비가 아니라 시장의 양분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시장의 양분은 인증된 기관이 체결하는 근로계약에 의해 노동자성을 공인하는 구조에서 기인한다. 인증 제공기관을 통해 일하는 노동자들과 그렇지 않은 근로기준법상의 가사근로자를 구분하고, 근로기준법상의 가사근로자에 대한 적용 배제를 그대로 둠으로써 두 노동자 군 사이의 법 적용에서의 차별을 만든다. 인증 제공기관과 근로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노동자성을 부여하면서 일부 노동관계법상의 보호를 적용하는 구조에서 인증이라는 요건이 법 적용 여부를 나누는 기준이 되어 버리는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러한 구분은 여전히 비공식 영역에 노동자들을 남기고, 남겨진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방치해 버린다.

게다가 노동의 특성상 제공기관을 통한 노동에 근로계약이라는 공식성을 부여한다고 하더라도 이를 회피할 수 있는 경로가 다양하게 존재한다. 가사노동 중개는 일회성을 띤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일시 파견, 호출노동화의 우려는 여전히 크다. 법안은 근로계약을 체결하도록 하고 있지만, 계약기간에 대한 제한은 없으므로 일용직 고용이 배제되지도 않기에 인증을 받은 중개업체가 모든 노동자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계약을 할 것이라는 것도 보장되지 않는다. 일용직 고용은 법안의 취지와 분명 상충되지만 현재 발의된 법안에서 배제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는 분명 법안 제정 이후에 발생할 수 있는 양상의 하나로 가정될 필요가 있다. 유사한 예로 (재가)요양보호사에 대해 장기요양제도에서는 기관 직접고용을 규정하고 있으나, 해당 노동은 끊임없이 특수고용, 파견 등의 형태로 이탈한다. 해당 시장이 다른 불안정 고용이 충분히 가능한 형태로 열려있고, 노동관계법령의 적용 범위가 매우 협소한 탓이다.

노무중개 플랫폼의 확대에 따른 한계

플랫폼 확대를 고려하면, 해당 법안의 한계는 더욱 분명해진다. 인증기관을 통한 가사서비스 제공 역시 인력공급의 구조 측면에서 바라보고 해당 법안의 제정이 미치게 될 효과를 가늠할 필요가 있는데,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플랫폼 종사자 관련 법안은 플랫폼 기업에 사용자로서의 의무를 지우지 않는 것으로 자유로운 활동을 도모하고 그로써 노무중개이라는 새로운 노동력 거래를 만들어내는 것을 시도한다. 직업안정법상 파견을 제외하고는 노동관계에 제3자가 개입하는 것이 금지되지만, 플랫폼을 통한 노무중개는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도 아니고 그 일자리에 노동자를 안착시키지도 않는다. 파견과 유사하게 노동력을 보유한 노동자를 공급하는 것임에도, ‘노무중개로 개념화하여 또 다른 노동력 거래 시장을 열고 그 노동에 대해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구조를 만든다. 그 과정에서 플랫폼기업에 대한 신고와 같은 관리 구조의 마련은 노동관계 자체를 은폐하고 노동자의 권리를 박탈한다.

가사노동자법이 의도하는 노동시장의 공식화 과정은 이러한 흐름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중개기관의 공식화라는 과정을 공유하면서 법의 범위 밖에 놓이는 더 많은 노동자를 권리의 보유 주체 목록에서 지워버린다. 그리고 가사노동자를 보호한다는 명분은 이러한 사실을 은폐하는 것조차 덮어 버린다. 인증 여부에 따라 노동관계는 공식과 비공식의 영역으로 양분되고, 비공식의 영역, 사적 영역으로 남겨지는 일자리에서는 여전히 알선, 중개, 파견 등의 불안정한 고용이 노동관계를 은폐한 채 확산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노동관계법 적용이라는 원칙을 세워야

제대로 된 가사노동자 권리 보장을 위해서는 가사 노동 시장을 공식화하는 방안이 아니라 가사노동자에 대한 노동관계법의 적용을 통해 노동관계 자체를 공식화하고, 그에 따른 사용자, 노동자의 권리 · 의무를 규정해야 한다. 가장 먼저 근로기준법의 가사노동자 적용 배제에 대한 제11조 제1항 단서 조항 가사사용인에 대하여는 적용하지 아니한다를 삭제하는 개정이 이루어져야 하며, 가사노동자의 노동 특성에 따른 근로기준법의 유연한 적용은 그다음에 뒤따르면 될 문제이다. 별도 법안을 제정하는 방식에 대한 우려에 대해 글 앞머리에 언급한 바 있다. 별도 법안의 제정 방식에 반대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필자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노동권의 확장이 아닌 갈라치기 방식이라는 점이다. 노동자와 아닌 자, 노동자와 아닌 자 사이에 노동자와 유사한 자 등을 계속해 구분짓는 방식으로 인해 노동권은 일부의 권리인 양 여겨지게 되고 보편적인 권리로 나아가는 길은 계속해 가로막힌다. 노동자들은 노동관계법의 확장을 통해 권리의 보편화로 나아가려 하지만 노동권의 반대 편에 사용자의 의무를 두고 그 의무의 경중을 고심하는 정부는 늘 보편이 아닌 예외를 만들고 그 예외를 허용하기 위한 절차를 짜맞춘다.

정부의 본의는 노동자성의 부여 혹은 노동권의 보장이 아니라 새롭게 시장화되는 영역에 대한 제도적 규율의 필요와 함께 더 자유롭게 유연한 노동을 사용할 수 있는 길도 열어두는 것에 있다. 노동권의 보장을 이야기하고자 한다면 노동법의 영역에서 권리 보장을 위한 논의를 형성해야 한다. 하지만 노동관계를 노동관계법령으로 규율하는 시도는 약하고 정부 주도의 시장 규율을 위한 제도 추진의 힘은 강한 것이 현실이다. 새롭게 등장하는 노동, 혹은 공식화를 통한 시장 형성을 필요로 하는 직종에 대한 노동권 보호 전반을 어렵게 만드는 흐름이 계속해 이어질 것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그럴수록 정부의 의도에 편승하면서 노동권 보장 조항을 끼워 넣는 것이 아니라, 노동법의 원리에 따라 노동권 보호를 위한 전략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보다 보편적 노동권의 보장을 위해 한번 더 고심해야 할 때다.

(엄진령,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월례토론회 안내] 여성/가사노동의 가치불인정 문제와 과제

 

여성노동건강권 월례토론회 시작!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서 여성노동자 건강권을 활동 시작을 위해 올해 4월부터 주요 주제를 선정하여 '월례토론회'를 개최합니다.

4월 월례토론회 주제는 '여성/가사노동'이 왜 온전히 인정 받지 못하고 있는지, 가치 불인정이 노동 시장 전체에 미치는 영향과 그 속에서 배제되는 여성노동의 권리는 어떠한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여성노동 문제, 여성의 노동안전보건/건강권에 대해 관심 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4월 월례토론 안내>

* 주제: 여성/가사노동의 가치불인정 문제와 과제 
* 연사: 고정갑희 (NGA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 장소: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서울사무실 (서울시 동작구 남부순환로 2019, 경신빌딩 5층)

* 장소: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서울사무실 (서울시 동작구 남부순환로 2019, 경신빌딩 5층)
** 온라인: ZOOM (줌) 

* 온라인, 오프라인을 병행하여 진행합니다. 
가능하신 분은 사무실로 직접 오셔서 참여하셔도 되고, 온라인이 가능하신 분들은 온라인 접속 가능합니다. 

* 온라인 접속 링크는 사전 신청해주신 분에 한하여 링크를 보내드립니다. 


* 신청 링크

bit.ly/여성노동건강권월례토론회신청

 

여성노동건강권 '월례토론회' 참여 신청서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이하 한노보연)는 노동자 건강권 쟁취를 위해 활동하는 단체입니다. 노동안전보건 문제에 관심 있는 노동조합 활동가, 의료인, 법률인, 연구자,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docs.google.com

 

* 문의

kilshlabor@gmail.com 

[A~Z까지 다양한 노동이야기] “살림이 일인 사람들, 우리의 일터는 다른 누군가의 가정입니다.” / 2019.10

살림이 일인 사람들, 우리의 일터는 다른 누군가의 가정입니다.”

[인터뷰] 가사관리사 J, W

박기형 상임활동가

하루의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흔히 우리는 집이라고 때, 쉼을 떠올린다. 내일 다시 하루를 시작할 수 있게 휴식을 취하는 곳, 생활하는 데 기본적인 의식주를 제공해주는 안식처. 하지만 집은 모두에게 쉼의 공간으로만 다가오지 않는다. 누군가가 쉴수 있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해주는 사람이 있다. 바로 집안일을 하는 사람, 가사노동자다. 우리에겐 가정이 생활의 터전이지만, 가사노동자에게는 일터다. 여기서 말하는 가사노동의 범주에는 가정에서 직업을 갖지 않고 주부로서 노동하는 사람이 포함되었다. 이에 더해 임금을 받고 가사노동을 하는 사람들, 어떤 가정에 방문해 세탁·청소·요리·육아·요양 등을 대신하고 일정한 대가를 받는 노동자들도 포함되었다.  

과거에는 파출부, 가사도우미라고 불렸던 이들은 시간제 또는 일일 고용 형태로 가정과 계약을 맺고 가사를 전담하거나 보조한다. 최근에는 1인 가구 및 맞벌이 부부의 증가, 사회 고령화 등으로 인해 돌봄 서비스 시장이 확대되면서 후자에 속하는 가사노동자의 비중과 규모가 점차 늘고 있다. 그리고 이전에는 알음알음 가정을 소개받거나 인력파견업체를 통해서 연결되어 가정과 직접 계약하는 형태였다면, 근래 돌봄 서비스의 사회적 가치가 높아지면서 사회적 기업을 중심으로 가사노동자와 가정을 매칭해주는 형태도 등장했다. 더욱이 플랫폼 경제가 확대되면서 배달 정보·서비스를 중개해주는 배달의 민족과 같이 돌봄 서비스를 중개해주는 플랫폼 회사도 여럿 운영되고 있다. 이번 일터에서는 사회적 기업이 운영하는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사관리사 J씨와 W씨를 지난 930일에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J씨 : 가사관리사를 한 지는 10여년이 되었네요. 가사관리사를 하기 전에도 가정방문형태의 일을 몇 번 했었어요. 대학에서 중국어를 전공해서 방문교사도 해봤고 요리도 곧잘 해서 출장요리 일을 한 적도 있죠. 그래서 가사관리사 중에서 요리를 요구하는 가정에 특화되어 있는 편이에요.  

W씨 : 저도 중간에 몇 번 쉬었던 경우를 제외하면, 거의 15여년 넘게 일한 거 같아요. 저희가 속해있다고 해야 하나요...일거리를 연결시켜주는 사회적 기업이 처음 가사관리사를 운영할 때부터 시작했었죠. 제가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거는 아이들이 어느 정도 커서 학교를 가기 시작하면서부터였어요. 애들이 학교가고나면, 집에 혼자 있기도 하고 집안일을 마치고 조금 시간이 남기도 했었죠. 이 시간을 활용해 일하면 좋겠다 싶어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그러면서 혼자만 있을 때 보다 기운도 나고, 삶에 활력도 생겼었어요.  

J씨 : 저는 가사관리사 일을 부담 없이 시작한 편이었어요. 제가 일하지 않으면, 가계를 꾸리기가 힘든 정도는 아니었으니까요. 그래도 가계에 제 일이 꽤 기여를 많이 했다고 생각해요. 아이들 교육비 때문에 시작했지만, 그 비중을 무시하지는 못하잖아요.  

J씨나 W씨처럼 가사관리사를 시작한 여성들은 살림을 챙기는 동시에 가사관리사 일을 한다. 이렇게 일과 살림을 병행하기 위해서는 야근을 한다거나 장시간 노동을 하기가 어렵다. 물론 J씨나 W씨도 다른 일자리를 고민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J씨가 얘기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집안일을 전담하는 여성이 살림을 챙기며 일하려다 보면 노동시간의 부담이 덜한 단시간, 일용직, 방문노동 등의 노동조건을 찾게 된다.  

W씨 : 우리 업무는 크게 청소·정리·요리·세탁으로 나눠져요. 일하는 건 오전파트, 오후 파트로 각각 4시간 단위로 나눠져요. 하루 한 곳에서 8시간 넘게 근무하는 경우는 드물어요. 물론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가정이 아니라 1회성으로 신청한 곳이면 하루 종일일하는 경우도 있고, 요리를 포함해 여러 서비스를 한꺼번에 바라는 가정인 경우에는 한 달에 2~3번 정도 8시간 일하기도 해요. 그렇지만 한 가정마다 하루 4시간씩 일하는 게 일반적이죠. 일정표 보시면 알 수 있겠지만, 오전 8시 반부터 오후 12시 반, 오후 1시 반에서 오후 5시 반까지로 나눠져요.  

J씨 : 전 처음 가정을 방문하면, 집 내부도 살펴보지만, 집 주변도 한 바퀴 둘러봐요. 전체 분위기를 파악하는 거죠. 그리고 중요한 것은해당 가정과의 소통이에요. 4시간 안에 할 수 있는 게 정해져 있거든요. 집마다 요구사항도 다르고요. 청소·정리가 기본이지만, 그것도 사람마다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들이 다른 거죠. 그래서 어떤 걸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하는지를 확인해야 해요. 때론 가정관리사를 오래 써본 분이면, 먼저 목록을 정리해서 주시기도 해요. 한 달 정도 지나면, 쓰레기봉투나 청소도구, 소소한 물건 등 우리가 그 집에 사는 분보다 잘 알게 되요. 정리수납과 관련한 교육도 듣기도 하고, 수건 개는 것부터 침구각을 잡는 것까지 다른 분들이 손대는 거랑은 확실히 다르죠. 그렇지만 정작 집에 가서는 지치고 힘드니까 일할 때만큼 청소나 정리를 신경쓰지는 못해요(웃음).  

W씨 : 저나 다른 분들의 경우엔 한 가정에서 오래 일하는 편이에요. 한 곳에서 5년 넘게 일하는 가정들이 꽤 되죠. 저희가 가사관리를 잘 해드려서 만족도가 높으신 것도 있겠죠. 그와 함께 가사관리사를 사용하는 집인 경우엔 대부분 맞벌이를 하니까 가사관리사를 쓰지 않을 수 없는 것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그런 가정은 대개 소득형편이 높은 편이에요. 최근에 1인 가구가 늘면서 1회성 신청도 늘고는 있지만, 아직 큰 비중은 아니에요. 그리고 저희 입장에서도 장기간 일할 수 있는 곳이 좋죠. 소득안정성도 생기고, 고객의 요구도 잘 파악하고 있고 익숙하니까 일하기도 편하고요.  

물론 능숙한 가사관리사도 실수할 때가 있다. 그릇을 깨뜨린다거나 옷이 세탁하다 망가진다거나 기타 등등. 그래도 그로 인해 부당하게 해고되거나 과하게 변상을 요구받은 적은 많지는 않다고 한다. J씨와 W씨의 경우엔 만약 고객이 변상을 요구하면, 사회적 기업이 들어놓은 민간손해보험으로 처리한다고 했다. 그러나 사회적 기업이 아니라 일반 영리회사에 속한 경우에는 민간손해보험을 가사관리사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사회적 기업의 경우에도 수도 누수, 화재 등 변상 수준이 너무 높을 때엔 민간손해보험으로 처리하는 데 한계가 있어, 가사관리사에게도 부담이 넘어오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가사관리사는 법제도의 보호 바깥에 놓여 있는 것이다.  

▲ 지난 2018년 6월 12일 국제가사노동자의 날(6월 16일)을 앞두고 한국YWCA연합회와 한국가사노동자협회가 국회 정문 앞에서 '제 8회 국제가사노동자의 날' 기념 기자회견을 열고, ‘가사근로자 고용개선법 제정과 함께 국제노동기구(ILO) 가사노동자협약 비준을 촉구 했다. 출처 : 여성신문

W씨 : 최근에 저도 일하다 넘어진 적이 있어요. 가정이라고 해도, 위험하지 않은 건 아니거든요. 의자 위에 올라가서 먼지를 털거나 물기가 흥건한 화장실 청소를 할 때 넘어져서 다치는 사고가 자주 있지는 않아도 가끔 발생해요. 그렇다고 일하다 다치는 일이 없다고 말을 할 수는 없는 거죠. 그래도 저희가 속해 있는 사회적 기업에서는 민간보험을 통해 일정 부분 지원해줘요. 하지만 좀 더 제대로 된 보호를 받을 수 있다면 좋겠죠.  

J씨 : 요즘 들어서 4대 보험을 보장받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개인 사정 때문에 고용안정성과 사회보장 서비스 이용이 필요해졌기 때문이긴 하지만, 주변 사람들의 경험을 듣다보니 산재 보험을 통해서 아니라 일하다 다쳤을 때 제대로 치료받고 재활도 받을 수 있으면 훨씬 나을 것이란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국민연금이나 실업급여 등의 금전적 지원을 받는다면, 더 안정성을 누릴수도 있고요.  

그런데 J씨와 W씨 모두 한결같이 지적하는 문제가 있다. 가사관리사가 근로기준법 상의 근로자로 인정받게 될 경우에, 지금과 같은 일-가정 양립이 가능하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살림과 일을 병행할 수밖에 없는 조건에서 4시간 파트타임으로 비정기적으로 일하지 못하는 것은 큰 부담으로 다가 오기 때문이다. 더구나 현재는 사회적 기업에서 가정을 매칭해줄 때 자신이 원하는 근무환경, 예컨대 이동거리, 애완동물, 업무내용 및 방식 등을 요구할 수 있는데, 사회적 기업을 비롯한 가사관리 서비스 및 중개 업체에 근로자로 고용될 경우에는 이와 같은 이점이 사라지지 않을까 걱정했다.  

이는 가사관리사가 위치한 모호한 경계 때문이다. 가사 서비스를 중개하는 업체나 가사 서비스를 이용하는 가정 모두 가사관리사의 노동권을 보장해줄 책임이 없다. 다시 말해, 자영업자로서의 성격과 근기법상 근로자의 성격 사이 어딘가에 가정관리사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벌어지는 딜레마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1953년 근기법 제정 이후 현재까지 66년째 가사노동자는 근기법 제11가사사용인 제외 조항으로 인해 노동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 전국가정관리사협회와 한국여성노동자회에서 가사근로자 고용 개선 등에 관한 법률안제정을 꾸준히 요구해왔었고, 지난 2017년 정부에서 자녀를 둔 맞벌이 부부의 가사노동과 육아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2019년부터 가사서비스 바우처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발표 내용에 정부가 인증한 가사서비스 제공 회사에 가사 노동자를 직접고용하도록 해 4대 보험 및 유급휴가 등 노동권을 보장하도록 하려는 취지가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해당 법률안은 2년째 국회에서 계류된 채 아무런 진척도 없는 상황이다. 그 결과, 근기법 상 근로자 개념을 변화하는 노동시장 현실에 맞게 확대하라는 요구, 아니면 특수고용노동자나 가사노동자와 같은 경계선에 놓인 이들에게 노동권 및 사회보장 서비스 제공을 보장하는 법률안을 제정하라는 요구가 제기되고 있다.

J: 제가 주변 동료들에게 늘 강조하는 게 있어요. 일하러 갈 때 옷을 단정히 갖춰 입고 가는 것 말이에요. 과거와 달리, 가사 서비스는 점점 더 사회적으로 중요해질 것이라고 생각해요. 점차 기술 발달로 집안일이 줄어들 것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 일을 하면서 느끼는 건 갈수록 가사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가정이 늘고 있다는 거예요. 물론 저의 경우엔 가사 서비스를 꾸준히 안정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중상층 이상의 가정을 자주 가지만, 업체를 이용하는 고객들은 더 다양해지는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우리 업무는 정말 가사를 관리해주는 것이죠. 보통 가정에서 집안일 하는 것 이상의 서비스 질을 제공하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우리 스스로도 더욱 프로처럼 행동해야 한다고 봐요. 사회적으로 가사노동자를 위한 제도가 만들어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사관리사로서 자부심을 갖는 것도중요해요. 이건 우리가 가사 서비스를 고객들이 충분히 만족할 수 있게 잘 제공해주는 것, 가사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함부로 자신을 대하지 않고 나를 가꾸는 것일 수 있겠죠. 이런 다양한 변화 속에서 우리 가사관리사, 나아가 가사노동자가 갖는 가치를 사회가 인정해주게 되겠죠.  

가사노동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공기처럼 늘 우리 주변에서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숨 쉬는 데 불편함을 느끼지 않으면 공기의 소중함을 모르듯이, 가사노동의 가치를 우리는 쉽게 망각한다. 더욱이 가사노동 자체가 노동이 아닌 것처럼 취급한다. 따라서 집안일을 가사노동으로, 파출부나 가사도우미를 가사관리사로 호명하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한 진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로부터 노동자 스스로 자기정체성을 노동자로 확립할 수 있으며, 사회에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사관리사가 가사노동자로서 자신들의 권리를 정당하고 보장받을 수 있기 위한 여정은 아직은 갈 길이 멀다. 하지만 J씨와 W씨의 말처럼 가사관리사들이 처한 상황이 늘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자녀를 가진 중장년층 여성들로서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꾸려나기 위해 이 일을 택했고, 그것을 통해 가정에 여러모로 중요한 기여를 했으며, 자신의 삶에 활력을 되찾기도 했지않는가. 그럼에도 가사노동자가 겪는 임금, 고용안정, 사회보장 등의 한계에 대해, ‘노동자이기에 그런 것은 아닌지 치열한 고민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의 젠더불평등 을 해체하고, 가사노동자들 스스로 주체로서 바로설 수 있도록 이들과 함께 다양한 실천을 모색해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