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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간 「일 터」/[A-Z 다양한 노동이야기]

[A-Z 노동이야기] 멋진 건물을 설계하는 그의 노동은 / 2014.10 멋진 건물을 설계하는 그의 노동은'건축 설계사 인터뷰' 최민 선전위원장 초과노동 200시간, 병 나는 게 당연 30대 후반, 이승현(가명) 씨는 대학과 대학원에서 건축 설계를 전공하고, 제법 큰 규모의 건축 설계회사에서 10여 년째 일하고 있다. 자기가 배우고 싶은 대학에 가고, 전공 살려 대기업에 취직해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으니 꽤 안정적인 인생이다. 그런 이승현 씨가 얼마 전 아주 호되게 열병을 앓았다. 열이 39도까지 오르고,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 걸을 수조차 없었다. 뇌수막염이 아닌가 걱정됐지만 아직 취학 전인 아이가 셋이었다. 부인은 집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있어야 했다. 혼자서는 병원에 갈 엄두가 안 날 정도로 아파, 주말 내내 집에서 끙끙댔다. 그렇게 이틀을 내리 앓고 나니 열은 떨어졌는데 .. 더보기
[A-Z 노동이야기] 도서관 선생님을 꿈꾸는 서점 직원 / 2014.9 도서관 선생님을 꿈꾸는 서점 직원 최민 선전위원장 대형 서점에서 일했다는 손00 씨를 소개받았을 때는 당연히 ‘매장 직원’일 줄 알았다. 책을 사는 일 외에 대형 서점과 관계할 일이 없는 내 눈에는 매장 직원들만 보였으니까. 하지만 손00 씨가 한 대형 서점의 직원으로 1년 남짓했던 일은 ‘검수팀’ 업무였다. 오히려 매장 직원들은 모두 이 대형 서점 직원이 아니라고 한다. 제조업 공장에 하청업체가 들어와 있는 것처럼, 백화점 안에 있는 각종 매장이 해당 업체에 의해 운영되는 것처럼, 매장은 2개 소사장이 나누어 운영하고 있다. 매장 직원들은 이 소사장에게 고용돼 있다. “일반서적과 전문서적 크게 두 부문으로 나뉘어 각각 소사장이 있어요. 매장 직원들은 이 소사장이 거느린 직원이죠. 물론 거기에도 정직원,.. 더보기
[A-Z 노동이야기] 고3이 안 쉬면 학원 알바도 못 쉬죠 '수험생처럼 쉴 틈 없는 일 년을 보내는 논술첨삭 선생님' / 2014.8 고3이 안 쉬면 학원 알바도 못 쉬죠 '수험생처럼 쉴 틈 없는 일 년을 보내는 논술첨삭 선생님' 정하나 선전위원 직장인에게 7, 8월은 휴가철이지만 학생들에게는 방학이다. 오늘 소개하는 박다현(28세) 씨의 여름방학은 대입 논술고사를 준비하는 고3 학생들을 가르치는 아르바이트로 바쁘다. 다현 씨는 서울의 유명 학원가에 있는 논술학원에서 첨삭지도 아르바이트 중이다. 사교육계의 하청, 논술 첨삭 알바 올해 대학원 입학 전, 사회단체 활동을 하던 다현 씨. 벌써 4년 차에 접어든 이 논술 첨삭지도 알바는 단체에서 지급되는 활동비가 너무 적어 생활비를 벌기 위해 시작한 일이었다. 주말에만 하면 되고, 시간당 임금이 높은 편이라 좋았다고 했다. 그럼 다현 씨는 말로만 듣던 연봉이 몇 억씩 된다는 ‘○○동 스타강사.. 더보기
[A-Z 노동이야기] 아파트 경비 아저씨를 만나다 / 2014.7 아파트 경비 아저씨를 만나다송홍석 선전위원 “안녕하세요? 저... 이 아파트에 사는 주민인데요.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담는 잡지에 경비 아저씨들의 일하는 이야기를 실으려고요.” 매일 아침 출근길, 말없는 인사만 받고 주며 스치듯 지나쳤던 아파트 경비 아저씨를 찾아 갔다. 이런 인사말을 건내자니 좀 뻘쭘하다. 연 3,600시간, 24시간 맞교대 노동, 최저임금도 못 받는 저임금 노동을 평소에는 의식하지 못한 채 한 공간에서 살아가다가 말이다. 좀 당황스러울 수도 있는 나의 인사말에 아저씨는 전혀 당황하지 않고 의자 하나를 빼 주신다. 그리고 마치 내가 오기만을 기다렸다는 듯 준비해 두었던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내셨다. 총 11개 동, 580세대가 모여 사는 우리 아파트에는 6명의 경비아저씨가 3명씩 24시간 맞.. 더보기
[A-Z 노동이야기] 나는 뮤지컬 노동자다 / 2014.6 나는 뮤지컬 노동자다 - 15년 베테랑 뮤지컬 배우 전준성 님 인터뷰 - 정하나 선전위원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은 늘 즐겁다. 인터뷰를 빌미로 상대방의 생활에 대해 이것저것 ‘꼬치꼬치’ 캐묻다 보면 이전에 알지 못했던 ‘세계’를 만나는 게 재미있다. 이번 만남은 더 설레었다. 내 일상에서는 도통 만나지지 않을 만한 ‘예술계’ 인사, 그것도 ‘뮤지컬 배우’를 만나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배우의 질문, “이렇게 인터뷰하러 많이 다니세요?” 자리에 앉자 오늘의 주인공, 배우 전준성 씨는 도리어 질문을 던져왔다. “이런 일 하시면, 다양한 직업 가진 분들이랑 인터뷰 자주 하시겠네요?” 일반인의 ‘발성’과는 좀 다른, 약간은 부러워하는 목소리. 배우로서 늘 다른 사람의 삶을 탐구하고 연기로 담아내야 하는 그로서는.. 더보기
[A-Z 노동이야기] 우체국에서 보내는 편지 / 2014.5 우체국에서 보내는 편지 '동서울우편집중국 양현순 조합원 인터뷰' 최민 선전위원 ‘동집’. 동서울 우편집중국을 동집이라고 한다. 서울 지역의 우체국에서 모아 온 우편물을 권역별로 분리하여 보내는 곳이다. 통신회사의 청구서와 같은 대량 우편물은 동집에서 보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서 다루는 우편물 양이 어마어마하다. 소포와 택배, 등기 우편물을 모두 합치면 1일 평균 600여만 통의 물량을 처리한다. 대량 우편물은 대부분 기계로 분류하지만, 개인들이 보내는 우편물, 대량 우편물 중 반송 물량 등은 일일이 손으로 분류해야 한다. 양현순 씨는 동서울우편집중국에서 12년째 일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다. 저는 지금은 ‘소형계’에서 일해요. 일반 우편물을 분류하는 부서예요. 잡지나 책자 다루는 ‘대형계’, 등기나 카드.. 더보기
[A-Z 노동이야기] 사회적 돌봄의 최전선에서 / 2014.4 사회적 돌봄의 최전선에서 '방문간호사 전미옥 씨를 만나고' 정하나 선전위원 돌봄. 어쩐지 글자 생김부터 뜻까지 봄과 닮았다. 따뜻하고 외롭지 않은 느낌, 겨우내 침체되어 있던 대지를 살살 달래 일으키는 봄과 닮아있다. 국어사전에서 [돌봄]과 기본형 [돌보다]의 뜻을 찾아봤는데 관심을 가지고 보살피다는 뜻을 같고 있었다. 내친김에 [보살피다]도 찾아봤다. 뜻은 “정성을 기울여 보호하며 돕다, 이리저리 보아서 살피다”이다. 그리고 며칠 전 4월 어느 봄 돌봄과 뜻이 똑 떨어지게 어울리는 방문간호사 전미옥 씨를 만났다. 방문간호사, 사회적 돌봄서비스 대부분에게 개념도 생소한 방문간호사는 2007년부터 도입된 일자리로, 보건복지부 정책인 맞춤형 방문건강관리사업 내 배치된 인력으로 빈곤·질병·장애·고령 등 건강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