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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간 「일 터」/[직업환경의사가 만난...]

[직업환경의학의사가 만난 노동자건강이야기] 소규모 사업장, 보건관리의 사각지대 /2015.11 소규모 사업장, 보건관리의 사각지대 이영일 회원,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현재 근무하고 있는 병원 근처에는 공단들이 제법 있다. 병원 바로 근처인 사상지역에 주로 5인 이상 50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들이 밀집된 공단이 있으며, 낙동강을 건너가면 녹산공단이라는 비교적 큰 규모의 공업단지가 있다. 유해물질을 취급하는 곳이라면 특수건강검진을 당연히 받아야 함에도 현실적으로는 그렇지 못한 부분이 있으며, 특히 영세사업장이 그러하다. 특수건강검진업무를 시행하는 기관들은 대부분 50인 이상의 사업장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현재 근무하고 있는 병원의 경우 종종 사상공단의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들이 병원 외래로 특수건강검진을 위해 내원한다. 올해 4월에 전체 노동자 10명 미만의 작은 사업장에서 노동자들이 특수검진을 .. 더보기
[직업환경의학의사가 만난 노동자건강이야기] 너무 흔한 산재은폐와 직업병의 은폐 /2015.10 너무 흔한 산재은폐와 직업병의 은폐 조성식 회원, 직업환경의학전문의 얼마 전 특수검진 시, 한 노동자에게 직업병에 해당하는 D1 판정을 하였고, 얼마 후 그 사업장의 사업주에게 항의와 함께 판정을 바꾸어 달라는 부탁을 들었다. 그 사업장은 자동차 휠을 만드는 사업장의 사내하청 회사였다. 작업 중 소음 노출 수준이 높고, 소음으로 인한 직업성 난청도 적지 않게 발생하는 사업장이었다. D1 판정을 한 노동자의 경우, 한쪽 귀는 소음 노출로 인해 생기는 감각신경성 난청과 중이염으로 인한 전음성 난청이 동반된 혼합성 난청으로 직업성 소음 노출로 인한 소음성 난청이 존재하였기에 직업성 질환으로 판정을 내렸고, 다른 쪽 귀는 '소음성 난청 주의'에 해당하는 C1 판정을 하였다. 하지만 사업주는 이 노동자가 중이염의.. 더보기
[직업환경의학의사가 만난 노동자건강이야기] 작은 것부터 시작하기 /2015.9 작은 것부터 시작하기 김세은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서울에서 전공의 생활을 했던 작년까지는 이주노동자 진료소에 나가는 등의 적극적인 활동을 하지 않는 이상 일하면서 이주노동자를 만나는 일이 거의 없었다. 어쩌다 가끔 만나게 된다 해도 몸짓, 손짓, 간단한 그림으로 미흡하게나마 의사소통을 할 수 있었고, 그런 상황이 일단락되고 나면 더는 그 문제에 대해 깊이 고민하지 않았다. 일하면서 자주 접하는 상황이 아니다 보니 큰 관심도, 그럴만한 별다른 계기도 없었다. 그런데 올해 봄부터 공단 지역이 있는 중소도시의 병원에서 일하게 되면서 상황이 좀 달라졌다. 공단과 다소 거리가 있는 집 근처의 동네마트에서도 이주민들을 심심찮게 만날 정도이니, 공단에 있는 사업장으로 출장검진을 가면 회사마다 좀 차이는 있지만, 이전보.. 더보기
[직업환경의학의사가 만난 노동자건강이야기] 병원에 갈 시간이 없어요/ 2015.8 병원에 갈 시간이 없어요 권종호 회원, 직업환경의학 전공의 전공의 4년 차가 시작되면서 본격적으로 보건관리 대행 업무를 시작했다. 보건관리 대행은 병원과 계약된 사업장들을 돌아다니면서 노동자들의 건강 상태를 점검하고 특별한 이상은 없는지, 작업과 관련된 문제는 없는지 확인하고 이에 대한 상담과 관리를 하는 업무이다. 간호사 선생님들은 사업장을 전담해서 매달 다니시지만, 의사는 분기별 혹은 상하 반기로 나눠서 방문한다. 처음 보건관리 대행을 다니면서 날씨가 덜 풀린 탓에 추위에 고생을 많이 했다. 유난히 경기 북부에 대행사업장이 많은 우리 병원의 특성상 가는 곳마다 매서운 칼바람이 몰아쳤고 출장용 소형 차량은 그 칼바람을 이겨내기엔 상당히 버거웠다. 간혹 난방도 잘 안 되는 창고 같은 공간에서 상담하기도 .. 더보기
[직업환경의학의사가 만난 노동자건강이야기] 열사병의 원인은 태양이 아니라 저열한 제도/ 2015.7 열사병의 원인은 태양이 아니라 저열한 제도 류현철 회원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얼마 전 반가운 산재 승인 소식을 전해 들었다. 내심 재판까지 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 걱정했던 사안이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에서 인정되어 승인됐다는 것이다. 지난해 늦여름이나 초가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조선소에서 일하던 만 23살의 젊은 하청 노동자의 '돌연사' 건으로 연락이 왔다. 그는 8월 한여름 낮에 조선소에서 작업하던 도중 혼자 쓰러진 상태로 동료 작업자에 발견돼 응급실로 후송됐으나 결국 사망했다. 담당 의사는 심근경색을 사망 원인으로 의심했고, 돌연사의 가장 흔한 원인이 되는 것이 뇌심혈관계 질환이기에 그쪽으로 가능성을 두고 있었으나 국과수의 부검 결과 뇌심혈관계 질환의 가능성은 배제됐다는 것이다. "의사 선상, 뭐라.. 더보기
[직업환경의학의사가 만난 노동자건강이야기] 잘 살려고 하는 노동인데/ 2015.6 잘 살려고 하는 노동인데... 나후오 후원회원 교대제 근무는 본디 일부 특수직종(군인, 선원 등)에만 있었던 근무 형태였으나 산업화와 자본주의의 확산으로 인해 이제는 너무도 당연한 근무형태로 자리를 잡고 있다. 하지만 이미 많은 연구가 교대근무 자체가 노동자의 건강에 상당한 위험요인임을 밝히고 있지만, 자본은 교대근무를 포기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장시간 노동도 자본이 포기하기 힘들기는 마찬가지 인가보다. 자본주의 초기 하루 16~18시간씩 노동을 강요하다가 노동자들의 끈질긴 투쟁으로 10시간, 8시간 하루 노동시간을 줄여왔지만, 여전히 현실에서 하루 8시간 이상 노동하는 노동자를 만나는 것은 너무 쉬운 일이니 말이다. 직업환경의학과 전공의로 첫 근무를 시작한 2012년 3월, 한 노동자가 외래를 방문하.. 더보기
[직업환경의사가 만난 노동자건강이야기] 고깃집에서도 폐암이? /2015.5 [직업환경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이야기]고깃집에서도 폐암이? Dr. 아이유 53세의 젊은 나이에 폐암을 진단받은 A 씨(남자)가 산재를 신청하겠다고 찾아왔다. A 씨는 18살 때 아주 유명한 고깃집에 취직하여 35년간 연탄불 관리, 식자재 준비, 서빙, 불판(석쇠) 세척 및 청소 등 하루 14시간 이상 식당의 거의 모든 일을 하면서 고기 구울 때 나오는 연기와 손님들이 피우는 담배 연기 때문에 폐암이 진단되었다고 확신하고 있었다.자세히 물어보니 장기간 근무하였던 고깃집은 연탄 구이 전문점이었는데, A 씨는 초기 15년간 식당에 거주하면서 하루 평균 16~18개의 연탄을 관리하였고, 다음 날 연탄을 사용하기 위해 밤에 자기 전에 연탄 1개는 살려놓았다고 한다. A 씨가 가져온 과거 고깃집의 사진에서는 10.. 더보기
[직업환경의학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돌, 밥, 이 /2015.4 [직업환경의학의가 만난 노동자건강 이야기] 돌, 밥, 이공유정옥 몇 년 전, 사업장 보건관리 대행차 경기도에 있는 어느 채석장에 출장을 나갔다. 점심시간에 맞추어 구내식당에 들어가 앉았다. 이윽고 오전 업무를 마치고 잔뜩 허기진 노동자들이 들어왔다. 대개 오륙십대 나이로, 키는 작지만, 몸이 제법 다부지다. 방금 씻고 온 두 손과 얼굴을 빼고는 여기저기 하얀 돌 먼지투성이다.안녕하세요, 건강 상담하러 오세요, 나랑 간호사가 큰 소리로 인사를 건넨다. 나긋나긋하게 말하면 못 듣기 때문에 크게 말해야 한다. 채석장 소음 때문에 청력이 다들 나이에 비해 떨어져 있다. 하지만 씩씩하게 인사해도 대부분 힐끗 쳐다만 보고 배식대로 직행한다. 가끔 낯익은 ‘단골손님’들은 눈인사를 건네기도 하지만 발걸음은 배식대로 향.. 더보기
[직업환경의학의가 만난 노동자건강 이야기] 장애가 있는 노동자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 2015.2 장애가 있는 노동자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강충원 직업환경의학의 2년 전쯤 모 방송국 의학전문기자를 하는 형에게서 전화가 왔다. 장애인들의 건강검진 수검률이나 병의원 방문 횟수, 운동 등 건강습관이 비장애인에 비해 열악하다는 기사를 쓰려고 하는데, 혹시 개선할 방법을 생각해 본 적이 있냐는 것이었다. 그 때부터 일터에서의 장애 노동자들의 건강보호와 증진에 작은 관심이 더 생긴 것 같다. 우리나라는 장애인의무고용제도에 따라 국가·지방자치단체나 50명 이상 공공기관은 직원 수의 3%, 50인 이상 민간 기업은 2.7%를 의무적으로 고용해야한다. 우리가 방문하는 보건관리대행사업장도 50인 이상이기 때문에 적어도 사업장별 1.5명 이상의 장애인 노동자를 만나게 된다는 것이다. 사업장을 방문해서 보건담당자에게 .. 더보기
[직업환경의학의가 만난 노동자건강 이야기] 갑질, 장시간 노동, 직무스트레스 그리고 건강 / 2015.1 갑질, 장시간 노동, 직무스트레스 그리고 건강 조성식 회원 몇 달 전 실험실에서 실험 업무를 수행하는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특수검진을 한 적이 있었다. 실험실은 여러 가지 화학물질을 취급하기 때문에 이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나 대학원생은 특수검진을 해야 한다. 그런데 문진에서 한 대학원생이 화학물질로 인한 건강문제가 아닌,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것이었다. 그의 스트레스는 교수의 갑질과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것이었다. 많은 대학원생이 지도교수의 엄격한 통제 하에서 장시간 일하고 있고, 지도교수의 개인적인 잔심부름과 같은 학업과 무관한 일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으며, 실험 업무에 대한 경제적 보상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직무스트레스를 자세히 조사하지는 않았지만, 이들이 처한 상황을 생각했을 때 .. 더보기
[직업환경의학의사가 만난 노동자건강 이야기] 중소사업장 사내하청 노동자와 보건관리대행 / 2014.12 중소사업장 사내하청 노동자와 보건관리대행 이선웅 직업환경의학의 필자는 주로 300인 미만의 중소규모사업장 노동자들을 3개월 또는 6개월 간격으로 방문하여 정기적으로 건강상담을 하고 있다. 그런데 지속적 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자가 입사 후 한두 번의 상담만 하고 곧 퇴사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특히 대부분이 단기계약직인 사내하청업체에서 흔한데, 매달 방문하는 간호사로부터 이번 달 상담예정자가 퇴사하였으며 마지막 상담 이후 치료나 적절한 관리 여부조차 확인되지 않은 상태였다는 말을 흔하게 듣고, 어느덧 이를 당연하게 여기며 다른 노동자를 대하게 된다. ① 대기업 사내하청업체에서 일하는 42세 김◯◯ 씨. 작년 하반기 입사하여 3월 검진 시 공복혈당 152, 5월 상담 시 식후혈당 224로 치료가 필요한 당뇨.. 더보기
[직업환경의학의사가 만난 노동자건강 이야기] 진료실에서 만나는 간호사들 / 2014.11 진료실에서 만나는 간호사들 김세은 운영집행위원 지금이야 아침에 출근해서 저녁에 퇴근하는 삶을 살고 있지만, 인턴, 그리고 전공의 1년 차 때는 그야말로 당직을 ‘밥 먹듯이’ 하며 지냈다. (물론 4년 내내 당직이 많은 다른 과에 비하면 나은 형편이지만 말이다.) 인턴 때는 매달 다른 과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당직일수가 달마다 꽤 차이가 났지만, 전공의 1년 차 전반기 6개월 동안은 일주일 중 22시간을 제외하고 늘 당직이었다. 언제든 병동이나 응급실에서 걸려오는 콜을 받을 준비가 되어있어야 했다. 병동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았고, 병동 간호사들과 업무상 접촉할 일이 많았기 때문에 자연히 가까워졌다. 단순히 인사하고 업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넘어 농담을 주고받거나 사소한 것을 챙겨주기도 하는 간호사들도 있었.. 더보기
[직업환경의학의사가 만난 노동자건강 이야기] 한국에서 단다린을 기대하는 것은 정녕 불가능한 일인가? / 2014.10 한국에서 단다린을 기대하는 것은 정녕 불가능한 일인가? 백리마 회원 출처 : http://www.ntv.co.jp/dandarin/ 2013년에 “노동기준감독관 단다린”이란 일본 드라마가 있었다. 한국으로 치면 근로감독관에 해당하는데 이 드라마를 통해 일본의 임금체불, 하청, 초과노동, 산업재해, 정리해고 등의 노동현안 문제를 바라보는 일본의 상황과 시선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이 단다린 감독관은 한국의 근로기준법에 해당되는 노동기준법을 어긴 악덕 기업주를 어떤 타협도 없이 처벌해 나가는데 이런 소재의 드라마가 방영된다는 사실 자체와 드라마에서 단다린 감독관이 말하는 한마디들이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이주노동자를 저임금, 장시간 노동으로 부려먹다가 처벌을 받는 사업주가 기업의 어려움을 항변하자 단다.. 더보기
[직업환경의학의사가 만난 노동자건강 이야기] 건강하게 일할 권리, 이제부터 시작이다 / 2014.8 건강하게 일할 권리, 이제부터 시작이다 이진우 운영집행위원 지난 3월 삼성전자서비스지회의 한 활동가에게서 다급하게 연락이 왔다. 사측에서 갑자기 ‘보건관리대행’이라는 것을 하겠다며, 노동자들에게 정보공개 동의서에 서명을 받으려 안달이라는 것이다. 노동자들의 건강과는 담쌓고 지내던 바지사장들이 보건관리를 하겠다고 나서니, 황당하기도 하고 뭔가 꼼수가 숨어 있을 것 같아 연락을 취해 온 것이다. 삼성전자서비스 AS기사 노동자들은 S 기업 역사상 처음으로 대규모의 노동조합을 만들고 2013년 7월 민주노총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를 출범시켰다. 이들은 S 기업의 직접 지휘 감독을 받는 한편, 노동조건, 임금까지 S 기업의 관리를 받았다. 또한, 근로기준법에 위배되는 건당 수수료 임금체계로 장시간 저임금 노동.. 더보기
[직업환경의사가 만난 노동자건강 이야기] 대행의사가 건강(?)한 노동자를 만나는 방식 / 2014.6 대행의사가 건강(?)한 노동자를 만나는 방식 - 건강노동자 역설, 그리고 노동시간센터 - 류현철 회원 그는 자리에 앉으면서 양팔을 가로질러 팔짱부터 끼었다. 상체를 쑤욱 뒤로 젖히고 앉는 바람에 의자의 등판은 한껏 뒤로 젖혀지고 엉덩이는 아슬아슬하게 의자 끝에 걸쳐져 있다. 낯선 방문자에 대한 심드렁함을 온전히 드러내려는 듯, 그는 기름때가 완연한 작업복 바지에 다소 유행이 지난 안전화(분명 안전화에도 유행도 스타일도 있다!)로 마감된 단단해 보이는 하체의 한쪽 다리만 길게 뻗은 채 쩍 벌리고 앉는다. 짐짓 한쪽으로 고개를 기울여 삐딱해진 시선은 이 바닥에서는 나름 젊은 축에 속하는 그래서 더욱 시답잖아 보이는 의사양반의 행색을 아래위로 훑고, 잠깐 왼쪽 가슴의 직업환경의학 전문의라는 이름표에 머물렀다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