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보험 톺아보기] 노동자 건강을 위협하는 산재보험 민영화 / 2020.03

[산재보험 톺아보기] 

 

 

노동자 건강을 위협하는 산재보험 민영화

 

 

 

김형렬 / 노동시간센터 

 

 

 

 

우리나라에서 산재보험을 운영하는 보험자(보험회사)는 근로복지공단이다. 우리나라 산재보험은 1963년에 제정된 이후, 1964년에 노동청 출범과 함께 시행되었고, 1995년부터는 국가에서 운영하던 산재보험을 근로복지공단에 위탁하여 운영하고 있다. 일본은 국가에서 직접 관리운영하고 있고, 오스트리아, 독일, 프랑스 등이 우리와 유사한 공단 중심의 공공운영을 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일부 주와 몇몇 나라에서는 민간에서 산재보험을 운영하고 있다. 그동안 효율성, 포괄성 등을 중심으로 산재보험의 운영체계에 대한 논쟁은 지속되어 왔다. 국내에서도 산재보험의 운영을 민영화하자는 주장이 민간 보험사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다는 주장과 공공 운영의 경직성을 근거로 정부에서도 구체적인 도입 방안을 논의한 적도 있다. 산재보험을 민간에서 운영하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동안 산재보험 민영화에 대해 다양한 논의와 부적절함에 대한 합의가 있었지만, 여전히 이러한 시도는 금융자본에 의해 계속되고 있다.

산재보험 민영화를 주장하는 논리

산재보험 민영화를 주장할 때 가장 먼저 이야기되는 근거는 산재보험이 사회보험으로서의 속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산재보험은 사업주의 보험으로 국가가 법으로 제도화한 의무보험에 불과하며 이미 사회보험으로서의 산재보험이 개별실적요율제와 같은 민영보험의 방식을 활용하고 있고, 사회보험임에도 강제가입에서 누락된 다수의 노동자가 있어, 사회보험의 기능에 이미 한계가 있음을 제시한다. 즉 민영보험의 기능이 존재한다는 주장이다.

다음으로 민영보험사의 운영능력이 더 있다는 주장이다. 다원적 운영체계를 통해 독점관리체계의 경직성을 줄이고 개인맞춤형의 개별성 향상의 효과가 있을 수 있고, 경쟁체제 도입으로 비용절감과 성과향상을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때 성과향상은 불필요한 급여지급을 줄이는 방식의 효율 추구를 의미한다. 관리운영 효율화는 보험료 인하를 가져올 수 있고, 보험료 산정에서도 원가분석, 개별성 강화 등을 통해 보험료 인하를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한다. 마지막으로 사회보장이 노동의욕 위축, 경제 성장저해를 가져온다는 주장이다.

 

 사회보험으로써 산재보험, 산재 노동자의 재활과 복귀를 위한 여러 가지 공공적 프로세스가 필요하다.



민영화 도입시 나타날 문제점

민영화를 도입할 경우 드러날 여러 문제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산재보험의 사회보험으로서의 포괄성을 해친다. 단지 산재 노동자의 치료뿐 아니라 재활과 직장 복귀, 예방이라는 포괄적 목표를 침해할 가능성이 크다. 민영 보험에서는 재활과 직장복귀, 예방의 역할은 관심 밖의 문제다. 민영보험에서 생각하는 산재보험은 치료의 문제에 한정된 것이고, 민영화가 되더라도 예방, 재활의 문제는 공공이 담당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둘째, 보험가입자를 철저히 개별화하여 사회보험이 가질 수 있는 소득재분배 효과를 무력화하고, 이로 인해 보험의 수혜가 필요한 대상자의 가입이 오히려 축소될 위험이 있다. 보험가입자의 개별화는 업종별 요율제, 개별실적요율제 강화를 통해 고위험 업종과 사업장에 대한 보험료 부과를 높이고, 상대적으로 산재발생위험이 낮은 업종과 대기업에게 보험료 부과를 줄이는 정책이다. 이로 인해 보험의 필요성이 높은 고위험 업종에서는 높은 보험료 부담으로 인해 보험가입이 어려워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셋째, 민영관리체계의 효율화는 급여의 축소를 의미하며, 오히려 일반적 관리 비용은 공공운영에 비해 높을 수밖에 없어, 실제적인 효율에 도달하기 어렵다. 민영보험의 관리 비용은 모집인의 활동비용, 보험회사 간 판매경쟁 유발로 광고 및 선전비용 그리고 영리기관으로서 이윤 확보 등이 필요하여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이밖에 민영화 주장의 핵심인 관리체계의 다원화는 체계의 산만성으로 미가입 사업장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우려 지점에도 산재보험 민영화 주장은 보험업계를 중심으로 지속적인 요구가 있었고,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적어도 관리운영체계를 민간과 경쟁체제로 운영하자는 주장과 사회보험과 보완적 형태의 민간 산재보험을 도입하자는 주장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민간에 의한 운영체제의 핵심적 주장은 완전 민영화보다는 엄밀한 의미에서의 운영주체의 다원화에 있다. 근로복지공단의 독점 운영체제가 아니라 민간에서도 산재보험을 운영하여 보험가입자의 선택의 자유를 보장하고, 경쟁체제 도입으로 운영의 효율을 가져오자는 주장이다. 운영체계 다원화는 경쟁체제로 인한 관리운영비 감소가 아닌 증가가 우려되며, 가입자 이원화 문제로 민영보험사는 위험이 낮은 사업장을 선호할 가능성이 커서 공공운영의 재정적 어려움을 야기할 수 있으며, 급여 축소로 질 향상을 오히려 저해하거나 산재예방과 재활 사업의 축소를 야기할 위험이 크다. 
 

공공이 운영하는 산재보험이 바람직하다

산재보험 제도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공공이 운영하는 사회보험 형태가 바람직하다. 산재 발생을 줄이는 예방정책과 산재노동자의 장애를 최소화하고 직장복귀를 촉진하는 재활사업 그리고 모든 기업이 산재가입을 쉽게 하고 급여를 신속하고 적절하게 확보할 수 있어야 하고, 사회 총비용의 감소와 효율을 위해서도 사회보험으로서 공적 기관에 의한 관리운영체제가 유지될 필요가 있다.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제도 변화 과정을 거쳐 사회보험으로 정착한 것 자체가 사회보험으로서 산재보험이 가장 효율적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 할 수 있다. 사회보험으로서의 산재보험이 구축해 온 예방-보상-재활의 과정을 통해 재해 발생을 줄이고, 장애를 최소화함으로써 재정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민간 보험회사의 새로운 시도와 우려

민간 보험회사에서는 특수형태근로자의 산재보험 적용 범위 확대에 따라 산재보험 가입을 해야하는 보험모집인에 대해 자사 보험에 가입하게 하고 산재보험 가입을 포기하게 했다. 왜 내가 다니는 보험회사를 두고 산재보험을 가입하느냐는 주장이었다. 노동자 개인에게 선택의 자유를 주어 더 좋은 질의 민간보험을 선택하게 하겠다는 주장을 연이어 하고 있다. 보험모집인의 자사 가입 주장의 논리는 예방, 재활을 포괄하는 사회보험의 역할을 고려하지 않은 매우 협소한 시각의 접근이다.

또한 실제 급여에 있어서도 비급여 영역의 확대, 장해보상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현재의 산재보험에 비해 우수하다고 볼 수 없다. 실손 보험 등에서 추진하고 있는 공공 사회보험의 보완적 역할을 하겠다는 시도 역시, 사업주 비용 부담이 늘어나는 만큼 실제 사회적 혜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사회보험에 비해 낮을 수 밖에 없다. 사업주가 비용 부담을 늘려야 한다면 민간보험 가입이 아닌 현재 산재보험의 급여의 범위와 규모를 더 늘리는 방향의 접근이 효과적일 것이다.

근로복지공단의 개선 방향

민영화 반대의 주장이 현재 근로복지공단 운영의 문제를 덮어 버려서는 안 된다. 공공운영기관의 존립근거가 재정 효율에 있지 않고, 충분한 보상과 이전 생활로의 복귀, 노동력 회복에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를 위해 승인과 종결 중심의 판단을 위한 행정을 대폭 축소하고 산재노동자의 효과적인 치료와 요양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고, 재활과 직장복귀, 예방을 위한 서비스와 행정이 확대될 수 있도록 업무 효율을 높이는 노력이 지속되어야 한다. 근로복지공단이 개별실적요율제와 같은 개별화, 효율화에 집착할수록, 경영효율을 주요한 운영목표로 정할수록 민영화 주장과 위협은 더해질 것이고, 스스로 사회보험 운영자로서 사회보험의 성격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변화를 시도할 때 민영화 시도는 줄어들고, 공공기관으로서 존재의 의미는 더욱 부각될 것이다.

[산재보험 톺아보기] 산재보험제도의 선순환 체계 마련을 위하여 / 2020.02

산재보험제도의 선순환 체계 마련을 위하여 : 예방 기능을 중심으로

 

박기형 상임활동가, 노동시간센터 산재보험연구팀

 

 

산재보험의 선순환 체계: 보상-재활-예방

 

산재보험이라고 하면, 해당 제도를 규정하는 법률인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라는 이름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보상을 흔히 떠올린다. 산재보험의 여러 기능 중 요양급여와 현금급여를 중심에 놓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보상 문제는 재해자가 당분간 경제활동을 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해, 사회적 차원에서 생계를 보장하고 충분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재정적으로 지원해주기 위함이었다.

이후 제도를 운용해가면서, 산재 발생 후에 금전적 보상을 해주는 소극적인 대처를 넘어서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되었다. 이에 보상 자체도 좀 더 재해자에게 실질적인 요양/치료를 제공해주는 문제로 확장됨과 동시에, 사업주의 예방활동을 강화함으로써 사후 보상과 사전 대응 간의 선순환 체계를 마련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그리하여 보상을 중심에 둔 전통적 의미에서의 산재보험 제도로부터 점차 재활과 예방의 기능까지 갖춘 다양한 기능으로 확장된 산재보험 제도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이러한 두 차원의 변화는 한편으로는 재활을 통해 재해자의 직업복귀 가능성을 최대한으로 높이기 위함이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사업주의 예방활동 강화를 통해 산재와 직업병 발생을 줄임과 동시에 산재보험재정 운용의 효율을 높이기 위함이었다.

 

산재보험 예방 기능의 효과

 

산업재해가 노동자에게 미치는 위험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사후적 대처보다는 사전적 예방이 중요하다는 것은 근본적인 원칙이다. 다양한 급여제도를 통해 보상과 치료를 지원한다고 하지만, 재해자가 받은 신체적·정신적 고통과 휴유증, 그리고 가족을 비롯한 재해자를 둘러싼 사회구성원들이 입는 피해는 오랜 시간에 걸쳐 지속된다.

더욱이 산업재해는 재해자와 사회구성원 각자에게 피해를 가하는 것뿐만 아니라, 사회보험을 운영하는 해당 사회에도 영향을 미친다. 재해자를 지원하는 것에만 제한될 경우 산재보험제도 운영에 있어서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산업재해 발생이 줄어들지 않고 더욱 늘거나 유지된다면, 재정상 막대한 비용을 계속해서 지출해야 하는 부담이 시간이 갈수록 가중되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산재보험제도의 예방 기능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요구가 있는 것이다.

출처: pixabay

예방 기능의 강화를 위한 선행과제 : 산재통계의 정확성/분석력 증진

 

그렇다면, 산재보험제도와 관련해 재해자를 비롯한 사회구성원의 피해와 산재보험제도의 재정적 부담을 최소화하고 사전적으로 산재 자체를 줄여가나기 위한 예방기능 강화를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무엇보다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산업재해 발생 현황과 원인을 명확히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예방기능 강화의 선행조건은 정확하고 체계적인 산재통계 및 분석이다.

하지만 한국에서의 산재통계는 사업장에 만연한 산재 은폐와 산재보험 처리 기피 등으로 인해 정확성이 떨어진다. 그동안 징벌적 제재 중심의 정부 관리감독으로 인해 사업장에서 보험료 인상 및 행정감독 증대를 우려하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개별실적요율제를 통한 경제적 유인책 제공도 산재 은폐를 줄이거나 산재보험 처리를 높이는 데 충분한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오히려 원하청 구조나 다단계 하도급의 심화, 비정규직 증대 등의 변화 속에서 개별실적요율제는 위험을 외주화한 대기업/원청들에게 산재보험료 절감해주고 정작 산재에 취약한 소규모 사업장들에게는 비용부담을 증대시키는 역설적 효과를 가져왔다.

다른 한편, 사업주의 산재보고 의무를 강화하기 위해 2013~2014년에 걸쳐 산업안전보건법 및 해당 법령 시행규칙을 개정하여 요양급여신청 등으로 산재발생 보고를 대신할 수 없도록 하고 보고대상도 사망자 또는 3일 이상 휴업재해로 변경했다. 하지만 노동부 해석지침 중 휴업일수 산정에 대한 비판이 있었고, 무엇보다 최근 2019년 산안법 개정에서도 보고의무 미이행에 따른 처벌은 과태료 수준에 머무르고 말았다. 이로 인해 여전히 산재보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고, 산재통계 자체의 정확성도 확보되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어렵게 취합된 산재통계 데이터를 가지고서 목적의식 없는 분석만을 내놓는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기초통계 수준의 단편적인 분석만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재현황 및 원인을 분석하는 데 있어서 보다 분명한 목적의식을 갖고서, 다른 통계와의 비교 및 다양한 요인을 고려한 복합적-종합적 분석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 이렇듯 산재보험제도를 활성화하는 과정에서 산재통계의 정확성 및 분석력을 강화해야만, 산업재해가 발생하는 구조와 원인을 명확히 드러낼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예방기능을 강화할 수 있다.

 

예방 효과성 검증 시스템 구축의 필요성

 

장기적으로는 산재보험제도의 선순환 체계를 마련하기 위해서 예방의 효과를 검증하기 위한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선순환의 흐름을 만드는 일과 이러한 흐름이 잘 이뤄지고 있는지 평가하는 일은 분리 불가능하다. 그러나 현재 한국의 산재예방사업과 산재보험 사업은 명확히 업무상 분리되어 있다. 전자는 고용노동부 산재예방정책과가 정책입안을 하고 산업안전보건공단에서 집행하고 있고, 후자는 고용노동부 산재보상정책과가 정책입안을 하고 근로복지공단에서 집행하고 있다. 다시 말해, 안전보건공단과 근로복지공단이라는 두 축으로 분리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기능상의 분리는 산재보험을 통한 보상·재활과 사업장 현황 파악을 각종 안전점검·보건관리 등 예방 정책과 체계적으로 연계하지 못하는 한계로 작용한다. 물론 산재보험 지출 예산의 8% 이상을 매년 산업안전보건사업과 안전보건공단에 출연하도록 하고 있지만, 보상과 예방의 체계적 연계 없이는 산재예방 사업에 대한 투입 비용 대비 산출 효과가 충분히 담보될 수 없다. 다시 말해, 예방사업을 운영하기 위한 기금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앞서, 예방사업의 효과성을 검증하는 시스템 마련이 전제될 필요성이 있다는 말이다.

또한 유의해야 할 것은 예방효과라고 할 때, 해당 효과에 대한 정의와 그 효과를 검증하기 위한 지표가 무엇인지를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 클린사업·검진지원·국고사업·근로자건강센터운영·작업환경측정사업지원·기술지원 등 안전보건공단의 예방사업이 여러 방면에서 진행되고 있지만, 정작 우수사례 중심의 평가 보고서로만 그치고 있다. 검진이나 조사, 재활치료, 보험료 지출 절감 등의 양적 성과만을 보여주는 것으로는 현장의 변화와 예방사업의 효과를 제대로 검증할 수 없다. 업종 내 사업장별 위험특성, 업종 간 위험특성을 고려한 적합한 예방사업이 이뤄졌는지, 사업장에서 산재현황이 제대로 파악되고 있는지, 현장에서의 안전보건조치가 얼마나 개선되었는지 등을 보험사업에서의 활동 및 데이터와 예방사업에서의 활동 및 데이터를 상호연계함으로써 면밀히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

 

[산재보험 톺아보기] 개별실적요율제가 산재보험의 공평성과 예방효과를 담보하는가? / 2020.01

[산재보험 톺아보기] 

 

 

 

개별실적요율제가 산재보험의 공평성과 예방효과를 담보하는가? 

 

 

천지선 / 회원

 

 

대한민국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율은 업종별 요율과 개별실적요율을 채택하고 있다. 이 중 개별실적요율제도란 해당 사업의 재해의 많고 적음에 따라 보험료율이 증감되는 방식이다. 재해가 많을수록 보험료율이 높아지는 이 방식은 일견 공평하고 산업재해 예방에 효과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실제 개별실적요율제의 운영과 결과를 살펴보면 과연 취지에 맞게 운영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생긴다.

보험료 부담의 형평성 왜곡, 위험부담 분산기능 약화

우선 개별실적요율제에 따른 보험료 부담이 과연 공평한가 하는 의문이다.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는 산업에서 발생하는 위험을 사회가 분산하기 위한 제도이다. 그런데 개별실적요율제도 적용에 의해 감소된 보험료 수입은 전체 업종의 일반 산업재해보험요율에 추가적으로 분산하여 부담시킨다. 결과적으로 보험료율 인하 혜택을 받은 사업장이 냈어야 할 보험료를 개별실적요율을 적용받지 않는 사업장이 부담하는 셈이다. 
  

이 의문은 개별실적요율제도의 적용 대상과 실제 감면 대기업 비중을 보면 더욱 강해진다. 현재 산업재해보상보험 개별실적요율제도의 적용 대상은 건설업 이외는 상시노동자수 30인 이상, 건설업의 경우 공사금액 60억 원 이상 사업이다. 

지난 2019년 11월 29일 한정애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상위 30대 기업 개별실적요율 산재보험료 감면액 현황'에 따르면, 2019년 상반기 30대 대기업이 감면받은 산재보험료는 1472억 원이다. 전체 대비 상위 30대 대기업의 산재보험료 감면금액 비중은 34.5%으로 감면금액 순위는 1위 삼성, 2위 현대자동차, 3위 SK 등이었다. 2015년 개별실적요율을 적용받는 사업장은 전체의 4.45%였고 이 대부분인 89.9%는 보험요율 할인 혜택을 적용받았다.

개별실적요율제도는 소수 기업이 감면받은 만큼 그 외 기업들이 부담하는 구조를 만든다. 개별실적요율제도는 보험료 부담의 형평성을 왜곡하고, 위험부담 분산 기능을 약화시킨다.

보험요율 할인을 위한 산업재해 은폐 및 위험의 외주화

다음으로 개별실적요율제가 산업재해 예방에 효과적인가 하는 의문이다. 개별실적요율을 적용받는 대부분(2015년 기준 89.9%)의 사업장은 보험요율 할인을 받고 있다. 별다른 재해예방노력을 하지 않아도 대부분 사업장은 보험요율 할인혜택을 받게 되어 산재예방 유인기능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사업주의 예방 노력과 상관없이 우연히 발생하는 재해는 재해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이를 기대할 수 있는 적정규모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

개별실적요율제는 산업재해를 은폐시킨다, 위험의 외주화를 부추긴다는 지적은 지속적으로 있어 왔다. 이윤을 최대화하는 것이 목적인 기업의 입장에서 산재를 은폐하여 산재보험료를 감면받을 수 있다면, 산재 은폐는 당연한 것이다. 위험의 외주화도 그 일환이다. 위험작업 등에 대한 사내하도급이 확산되고 있지만, 사내하청업체에서 발생한 산재는 원청의 개별실적요율 수지율에는 반영되지 않고 있다. 매일노동뉴스에 따르면 하청노동자 4명 포함 6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은현대제철은 5년 간 105억 원이 넘는 산재보험료를, 지난해 5명의 하청 노동자가 숨진 포스코 역시 올해 상반기에만 94억 원의 산재보험료를 감면받았다.
  
기술적 문제가 아닌 정치적 문제로서의 산재보험료 산정·부과

다행히도 개별실적요율제도의 형평성과 효율성 문제에 대한 지적과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도 지속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2019년부터 적용대상·범위를 축소하고, 증감비율을 변경하고(이전 규정에 따르면 사업장 규모별로 최대 할인·할증폭 차등10~29인(±20%), 30~149인(±30%), 150~999인(±40%), 1,000인 이상(±50%)이었으나 개편한 후에는 사업장 규모와 관계없이 30인 이상(±20%)), 업무상 질병은 반영하지 않도록 했다.

현재 국회에서 하청노동자, 파견노동자 산업재해에 원청, 사용업체에 책임이 있을 경우 이를 원청, 사용업체의 개별실적요율에 반영하는 법안이 계류 중이다. 위험의 외주화 방지를 위해선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사항이다. 보험료 산정과 부과는 언뜻 기술적인 문제처럼 보이지만, 산업재해보상보험이 사회보험으로서 적절히 작동하고 있는지를 볼 수 있는 지표 중 하나이다. 기업들의 보험료 감면이라는 혜택만 제공하는 것에 그치고 실질적인산업재해 예방과 연계되지 않는 것은 아닌지, 개별실적요율제를 비롯한 산재보험료의 산정과 부과 문제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개선이 필요하다.

 

 

[산재보험 톺아보기] 우리나라 산재보험은 충분한 보상을 하고 있나? - 한국 산재보험 급여체계에 대한 고찰 / 2019.12

우리나라 산재보험은 충분한 보상을 하고 있나?

- 한국 산재보험 급여체계에 대한 고찰

 

 

김형렬 노동시간센터, 산재보험연구팀

 

 

일하다 다치고 병들면 산재신청을 하게 된다. 안 아픈 게 가장 좋겠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직업위험이론에 따라 최소한의 산재발생은 일어날 수 있다. 산재 승인이 되면 받게 되는 보상을 급여라고 부르는데, 의료기관에서 치료비용을 현물로 지급하는 요양급여, 요양으로 인해 발생하는 소득손실을 보장해주는 휴업급여가 가장 핵심이다. 그 외 휴업급여와 유사한 성격이지만 장기 요양을 하는 폐질등급 환자에게 주어지는 상병보상연금, 그리고 장해급여, 간병급여, 유족 급여, 장의비 등이 있다. 산재보험만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인 급여가 있는데, 바로 직업재활급여다. 산재보험은 단지 질병을 낫게 하는데 한정하지 않고, 건강하게 작업장에 복귀하는 것까지 목적으로 한다. 따라서 일반적인 건강보험에 비해 훨씬 적극적인 요양과 재활의 기회가 제공해야 한다.

 

출처: 광주노무사 일과품 산재사업부

여전히 높은 본인 부담 비율

 

건강보험에서는 외래/입원, 병원의 등급(의원, 병원, 종합병원), 연령, 중증질환 여부에 따라 다양하게 본인 부담 정도를 결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의원급에서 외래를 볼 때, 요양급여 총액의 30%를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그러나 산재보험은 원칙적으로 본인부담이 없다. 하지만 한국의 산재보험은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 기준에서 규정한 사항을 급여로 인정하고 있어, 비급여 진료가 집중적으로 이루어지는 입원 초기 산업재해 의료비의 비급여율은 2015년 기준 44.2%에 이른다(송윤아, 2017). 구체적으로 보고된 액수로는 산재보험 1건당 비급여 의료비가 116만원이었고, 종합병원에서는 133만원이었다.

 

회사에서 일하다 다쳤는데도 본인이 부담해야 비용이 현실적으로 과도한 수준이라 할 수 있다. 비급여라고 하는 것이 필요 없는 치료가 아니라 종합병원에서 병실 부족으로 인해 상급병실을 사용하거나 수술, 약물 치료에서 주치의의 치료 권고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가 대부분이어서, 환자 입장에서는 불가피한 선택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여 요양기관 종별가산율, 이송처치료, 물리치료, 가정산소치료, MRI, 초음파검사 등 분야에서 국민건강보험보다 완화하여 급여 적용을 해주거나, 상급병실사용료, 재활치료, 재활보조기구 등에서도 건강보험과 달리 별도 추가 인정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본인 부담 정도가 높아, 사업주가 부담을 해주는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개인이 실비보험 처리를 하거나 직접 부담해야 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산재보험에서 급여로 인정하지 않는 의료비가 발생하더라도 산재환자 치료에 필요하다고 인정될 경우, 개별 심사를 통해 별도로 인정을 해주는 개별요양급여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대체가능 항목이 없어야 하고 사유를 명확히 해야 하는 등 현실적으로 절차가 까다로워 신청하는 사례가 많지 않다. 이러한 제도가 있다는 사실조차 잘 알려지지 않은 것도 문제다.

 

환자 치료에 필요함에도 건강보험의 재정 여건으로 인해 혹은 한국 의료의 현실에서 발생하는 비급여 영역이 다수 있는 점을 고려해서, 신청한 사람에 대해서만 개별요양급여 제도를 적용할 것이 아니라 모든 산재 환자에 대해 개별 심의를 통해 비급여 적정성 검토를 하고 요양급여를 지급해야 한다. 이를 수행할 수 있는 인력이 부족하다면, 다빈도 비급여 영역을 급여 영역으로 확장하거나 특정 불필요 비급여를 제외하고, (보약 처방 등) 전체 비급여의 일정 비율을 급여로 지급하고, 추후 이를 점차 확대해 가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

 

 

생활임금 및 실질적인 직업재활 급여 보장이 되어야

 

산재보험에서는 휴업치료에 따른 소득손실을 보장하기 위해 산재요양기간 동안 평균임금의 70%를 휴업급여로 지급하고 있다. 초기 요양 6주간 임금 전액을 이후 80%를 지급하는 독일보다는 부족하지만, 부양가족 수에 따라 60~75%를 지급하는 미국 워싱턴주와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100%로 지급하는 건 안 되는 건가? 일하다 다치거나 병들었다고 해서, 70%의 임금만을 보장받아야 할 명확한 근거는 없다. 아파도 생활임금이 보장될 필요가 있고, 이는 예방적 기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회보험의 취지에도 맞다. 더욱이 앞서 언급했던 비급여 영역의 치료비가 추가로 발생하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그러니 일정한 상한액을 두고 상한액 이하에서는 휴업급여를 100% 지급하는 방안을 우선 시도해 볼 수 있다.

 

나아가 산재환자의 실질적인 재활을 보장할 수 있는 수준의 급여 또한 제공되어야 한다. 장해가 있는 산재노동자에게 직업훈련에 드는 비용 및 직업훈련수당 등을 지급하거나 직장적응훈련, 재활운동을 위해 직장복귀지원금 등을 지급하고 있다. 직업복귀프로그램은 장해가 없이 복귀하는 노동자들에게도 주어져야 하고, 원직장 복귀 의무화 등 실질적인 작업복귀를 위한 제도적 뒷받침도 이루어져야 한다.

 

 

산재보상의 확대와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가 연결되는 이유

 

이외에 산재보험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가 함께 이루어질 필요 또한 있다. 당장 산재보험의 비급여 영역이 건강보험의 비급여 영역에 근거한다는 점에서 가장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에서도 휴업급여가 지급될 필요가 있다. 자신의 병이 직업병으로 인정되지 못한 수많은 노동자도 치료를 위해 일하지 못해 발생하는 소득손실을 보상받을 필요가 있어서다. 그것이 사회보험의 역할이고, 이를 관장하는 국가의 역할이다.

 

[산재보험 톺아보기] 산재보상보험 전면 적용, 어디부터 어떻게 : 산재보험 적용 확대 3 / 2019.11

산재보상보험 전면 적용, 어디부터 어떻게 : 산재보험 적용 확대 3

 

최민 상임활동가

 

지난 두 번의 기사를 통해 산업재해보상보험 적용을 받지 않는 노동자, 특수고용노동자, 1인 자영업자가 여전히 많다는 것을 살펴보았다. 일하는 사람 누구나 일하다 다치거나 병들었을 때 치료받을 수 있고, 다시 일할 수 있도록 지원받는 것은 누구나 보장받아야 할 기본권이다. 혹시라도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로 심하게 다치거나 사망한 경우에도 충분한 보상이 따르고, 사회는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는 믿음은 노동에 기초한 사회가 운영되기 위한 기반이다. 그런 점에서 산재보험 전면 적용은 더 이상 구호가 아니라 구체적인 과제가 되어야 한다.

 

산재보험 적용 확대, 기준과 원칙은?

 

논의는 이제, 산재보험 적용을 어떤 기준으로, 어떤 순서로, 어떤 속도로 확대해나갈 것인가이다. 한국노동연구원 박찬임은 2천 년대 초반부터 산재보험 적용 확대 방안의 원칙을 몇 가지로 제안한 바 있다. 첫째, 보호의 필요성이 높은 업종부터, 둘째, 산재 보험 적용확대로 실질적 보호 수준이 높아질 수 있는 집단부터, 셋째 이미 산재보험이 적용되고 있는 노동자와의 형평성, 넷째, 한국보다 더 넓은 적용범위를 가진 외국 산재보험의 적용 범주를 고려하는 것이다. 이런 기준에 따라 제안하는 적용 확대는 현 적용제외 노동자를 먼저 적용 확대하고, 그다음 농민 및 위험작업 종사 자영업자와 특수고용관계 종사자, 마지막으로 일반 자영업자의 순으로 실시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사회적 논의가 본격화되어야 한다고 본다. 물론 산재보험 적용 범위는 조금씩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사회적 이슈가 된 특정 직종, 업종을 기워가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전면적인 적용 확대를 목표로, 일정한 우선순위 원칙에 따라 확대되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징수체계의 개편 등도 적극적이고 구체적으로 모색되어야 한다.

 

적용제외 노동자 전면 적용부터

 

가장 시급한 것은 노동자임에도 불구하고 적용되지 않는 적용제외 노동자들에게 산재보험을 전면 적용하는 문제다. 농업, 임업, 어업 및 수렵업의 법인이 아닌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가구 내 가사서비스 노동자 등이다. 농업, 어업, 임업은 모두 산업재해율이나 사망만인율이 높은 업종이다. 특히 임업은 2018년 기준 사망만인율이 1.11로 전체 산업 평균 0.51명의 2배가 넘는 위험한 업종이다. 위험한 업종의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에게 사업장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사회보험을 똑같이 보장하지 않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일하며 발생하는 사고나 재해 위험을 사회적으로 나누어 책임진다는 산재보험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 국가 간 협약에 따라 입국해 일하는 농·임어업의 이주노동자 중 산재보험 대상이 되지 않는 노동자들이 있다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정부는 적용 제외 문제에서 노동자임에도 산재보험 적용 대상이 아닌 노동자들의 문제를 최우선으로 다루어야 한다.

 

공무원 재해보상법, 선원법, 사립학교교직원연금법 등 타법으로 업무상재해를 보상받는 노동자들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관심과 보완이 필요하다. 보상을 사회보험 대신 특수한 법으로 따로 규율할 때는, 이로 인해 해당 노동자들에게 실질적인 이익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산재보험이 지속적인 관심과 사회적 감시, 투쟁으로 개선되어가는 사이 이들 분야에서는 개선이 없거나 행정적 수준에서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일례로 과로에 의한 뇌심혈관질환 인정 기준을 먼저 주 52시간으로 채택했던 공무원재해보상법 하에서 뇌심혈관질환을 업무상재해로 인정받는 것이 더 어렵다는 비판도 있다.

 

특수고용노동자는 보편적 접근으로

 

그나마 사회적 관심이 높아져, 최근 적용 확대 논의의 중심이 되는 특수고용노동자에 대해서도 좀 더 보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지난 107일 고용노동부는 특수고용노동자와 중소사업주 산재보험 적용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고용노동부는 스스로 특수고용 노동자들과 중소기업 사업주 다수가 산재보상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내놓은 개선안이다. 내년 7월부터, 방문판매원, 방문교사, 대여제품 방문 점검원, 가전제품 설치기사, 화물차주 등 약 274천 명의 특수고용노동자가 추가로 산재보험 적용을 받는다.

 

기존 산재보험 적용 대상인 특수고용노동자가 47만 명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큰 폭의 변화처럼 보인다. 그러나 아쉬운 점이 여전하다. 특수고용직 규모는 정부 추산으로 150만 명에서 최대 221만 명에 이르고, 지속해서 늘어나는 추세이지만 이번 개선안으로 확대된 대상을 모두 포함해도 75만 명도 되지 않는다. 규모도 문제지만, 숫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여전히 특수고용노동자 전체를 산재보험 대상으로 하겠다는 계획 없이, 일부 직종 그것도 문제가 제기되는 직종에 대해서만 땜질식으로 늘려가고 있다는 점이다.

 

직종이 포함되더라도 전속성 등 까다로운 조건 때문에 가입 대상이 되지 않는 특수고용노동자도 많다. 특례 대상인 대리운전 노동자는 전국적으로 20만 명 정도로 추산되는데, ‘주로 한 사업장에 소속되어야 한다라는 규정 때문에, 가입 대상이 2019년 기준 12, 가입된 사람은 8명에 불과하다.

 

이런 장애물을 모두 통과해 당연 적용 대상이 되었는데도, 여전히 적용제외 신청이 가능하도록 하는 점도 큰 문제다. 임의 가입이 가능한 자영업자와 달리 해당 직종의 특수고용 노동자는 당연 적용 대상이라고 하지만, “적용제외 신청이 가능해 사실상 임의 가입과 다를 바 없다. 지난 기사에서 살펴본 대로, 계약 당시 사업주가 보험에 가입하지 않기를 설득하거나, 제대로 된 설명 없이 적용제외 신청서를 받아 가는 경우도 많다. 이러니 기존에 산재보험을 적용받아 온 9개 직종 가입률은 올해 6월 기준으로 13.7%에 불과하다.

 

특수고용노동자의 보편적 권리로 접근되기 위해서는 전속성 폐지 등 개념 규정을 정비하고, 적용제외 신청 제도도 폐지해야 한다. 더불어 필요한 경우 산재보험 징수 체계도 개편해야 한다. 이미 민간 보험들은 배달노동자 등을 대상으로 건별 산재보험료를 부과하는 등 변화된 환경에 발 빠르게 대응하며, 산재보험 사각지대에서 이윤을 얻어가고 있다. 이윤이 목적이 아닌 사회보험의 견지에서, 이렇게 변화된 노동환경에서 적절한 보험료 부과와 징수 방편이 무엇일지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

 

일하는 사람 모두의 보편적 권리로

 

보험료 부과와 징수 체계 개편 논의는 특수고용노동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특수고용노동자나 플랫폼 노동자뿐만 아니라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일하는 방송, 영화, 건설 등의 불안정한 노동자가 지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누가 정확한 고용주인지 알기 어려운 복잡한 고용 관계가 늘어나면서 특수고용뿐 아니라 다양한 고용관계와 비용의 외부화가 벌어지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에서도 도급인이 산업안전의 책임을 지는 방향으로 법이 진전되어 온 것처럼, 안전과 관련된 비용인 산재보험에 대해서도 원청, 바로 진짜 사용자가 책임을 지도록 하는 변화가 필요하다.

, 고용 관계에만 기초한 산재보험은 여러 일자리를 이동하거나,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오늘날의 노동자가 자신의 권리를 제대로 인식하기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일하는 기간 동안 발생하는 사고성 재해에 대해서는 그나마 보상을 적용할 수 있어도, 누적된 손상이나 직업력에 의해 발생하는 암이나 근골격계질환, 뇌심혈관계질환, 정신질환과 같은 만성 질환에 대해서는 노동자가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고, 보상을 청구하기도 어렵게 된다.

업무상 재해에 대해 보상받을 권리를 취업자 모두의 보편적 권리로 만들어가기 위해, 노동관계를 중심으로 산재보험을 적용하는 기존의 보험체계 자체를 의심하고 바꾸어가야 할 시점이다. 산재보험료를 사업장 매출에 따라 부과하고 보험 적용은 일하는 사람 누구나 대상이 되도록 하는 방안, 전 국민이 강제 가입되는 건강보험에 상병수당을 도입해, 업무상 재해 여부와 무관하게 일정한 소득을 보전하는 방안과 적극 연계한 새로운 (그러나 아주 오래전부터 제안되어 온) 고민이 본격화되어야 한다.

[산재보험 톺아보기] 노동자 기본권, 산재보험 전면 보장하라 : 산재보험 적용 확대 2 / 2019.10

노동자 기본권, 산재보험 전면 보장하라 : 산재보험 적용 확대 2

전국보험설계사노조 오세중 위원장 인터뷰

최민 상임활동가

 

한국 산재보험은 특수고용 노동자 중 일부를 특례 형태로 산재보험 적용 대상에 포함하고 있다. 이렇게 특례 형태로 특수고용 노동자들을 산재보험 보장 범위로 포함하면서, 특수고용노동자 중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특정 직종만 적용 대상이 됐으며, 산재보험료를 사용자와 특수고용노동자가 반씩 부담한다. 또 무엇보다 당사자가 적용제외 신청을 할 수 있게 해 가입률이 계속해서 매우 낮은 수준이었다.

가장 대표적인 특수고용 직업군인 보험설계 노동자들은 특히 산재보험 가입률이 낮다. 보험설계사가 30~40만 명 정도 될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 중 10% 정도만 산재보험에 가입돼 있다. 보험설계 노동자들의 산재보험 적용 문제에 대해 보험설계사노조 오세중 위원장을 만나 들어보았다.

보험설계사노조는 2013년부터 대한보험인협회라는 이름으로 모여 활동하다, 2017년부터 노조로 이름을 바꾸어 활동해오고 있다. 지난 918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노조 설립 신고서를 제출했다오세중 위원장은 최근에 ILO 핵심협약 등 노조할 권리, 노조법 개정에 활동의 중점을 두다 보니 산재 적용 확대 얘기는 최근에 잘 다루지 못 했지만, 특수고용노동자 전체에 걸쳐 핵심적인 요구사항은 노조법 개정과 산재보험 의무화. 이 두 가지라고 얘기했다.

“산재보험 가입 현황은 10% 정도지만, 노동조합이 보기에 훨씬 많은 보험설계사가 원한다. 근로기준법의 노동자 적용과 노동조합법의 노조할 권리는 구분된다. 우리가 조사해보면 보험설계사들은 본인이 자영업자라 생각한다는 비율은 대략 반반인데, 노조가 필요하다는 의견은 90%가 넘는다. 당장 정규직으로, 보험회사 직원으로 모두 받아들여달라는 이 아니다. 사실상 노동자로서 일하고 있는데, 노동자의 기본적 권리를 인정하지 않아 발생하는 갑질, 부당 행위가 너무 많다는 점이다. 거기에 대응할 수 있는 노동조합을 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바로 이런 핵심적인 노동자 기본권 중에 산재보험 적용이 포함된다고 본다.”

그런데도 이렇게 산재보험 가입률이 낮은 것은 보험회사들이 말하는 대로, 보험회사에서 제공하는 단체보험이 충분히 보장성이 높고 산재보험 가입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은 아니라고 본다.

“산재보험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어서 가입을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생각한다. 직장인들도 본인이 특별히 선택해서 고용보험에 가입하고 산재보험에 가입하는 게 아니지 않나. 처음 보험회사랑 계약을 맺을 때, 작성하는 계약서나 동의서가 수십 장 된다. 그중에 ‘산재보험 적용제외신청서’가 들어 있는데, 저절로 싸인만 하면 되게 돼 있다. 아예 ‘적용제외’에 체크까지 돼 있어서, 술술 싸인하면서 넘어가면 누구나 가입하기 어렵게 돼 있기도 하다.

보험회사의 단체보험 가입 때문에 산재보험 가입률이 낮다는 것도 과장이다. 보험설계사는 총 40여만 명으로, 크게 손해보험, 생명보험, 법인대리점 소속으로 나뉘는데, 대략 손해보험이 8만 명, 생명보험이 약 11만 명, 법인대리점이 약 22만 명 정도 된다. 그런데, 이 중 보험회사에서 단체보험으로 보장해주는 것은 생명보험사뿐이다. 손해보험이나 법인대리점은 대부분 사각지대라고 보는 게 맞다. 회사 단체보험으로 보장받는 대상자 자체가 전체 보험설계사 중 절반도 안 되는 것이다. 각자 개인 보험에 많이 들어 있어서 걱정을 덜 할 수는 있겠지만, 단체보험 때문이라고 보는 것은 악의적인 왜곡이다.”

보험설계사들은 본인이 속한 회사에서 운영하는 단체보험이 산재보험을 대체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산재보험 가입을 원하지 않는다는 설명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2017년 보험연구원에서 실시한 한 조사결과는 단체보험을 선호하는 비중이 산재보험 선호 비중보다 월등히 높고, 산재보험 가입의무화도 반대가 65%나 된다고 했다. 하지만 오세중 위원장은 이 조사 자체가 그나마 단체보험의 대상이 되는 생명보험사만 대상으로 했고,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선택지를 구성해 특정 대답을 유도했으며, 미리 설문 대상을 지정한 왜곡 조사라고 평가했다.

“보험회사들이 거짓말과 과장이 몇 가지 있다. 앞서 말한 실제 단체보험 적용받는 보험설계사가 일부에 불과하다는 것 외에도 마치 노동자로 인정받으면 지금보다 세금을 더 많이 내게 된다는 잘못된 소문도 있다. 보험설계사들은 지금도 사업소득세로 수익의 3.3%를 원천징수하고, 연말정산과 종합소득신고 시 기본세율(6%~40%)을 적용받는다. 하지만 보험업계에서는 보험설계사의 근로자성이 인정될 경우 최대 40%에 달하는 세금을 내야 하지만 개인사업자로 될 경우 3.3%의 원천징수분만 내면 된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잘못된 정보가 널리 퍼져 있는 것이다.

보험회사의 산재보험료 부담이 매우 커서, 산재보험 모두 적용하면 고용이 불안해진다는 것도 과장이다. 고용보험도 그렇지만 산재보험료가 1인당 비용이 월 1만 원 정도다. 두 개 의무화되어도 2만원 밖에 안 된다. 이 정도 부담 때문에 고용 악화된다는 주장은 신뢰하기 힘들다. 사실 지금도 열 명 중 6~7명은 1년 내 이직을 계속한다. 전체 40만 명은 유지되지만, 물갈이는 계속 이뤄지고 있다. 이미 고용불안이 심하다. 산재보험 적용으로 더 심해질 상황도 아니다. 보험회사뿐 아니라 행정도 보험설계사들이 산재보험 가입하기 어렵게 돼 있다. 처음 계약할 때 적용제외를 신청했다가, 이를 철회하는 것은 연초에만 된다. 지금 신청해도 내년 초부터 적용된다.”

그나마 있는 단체보험의 보장 범위나 보장성은 어떨까?

“보험회사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암 진단 시천만 원 정도 정액을 지급하고, 의료실비를 보장하거나, 상해나 사망 시 1억 정도 보장해주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산재보험이 보장성이 훨씬 좋다. 특히 휴업급여, 장애보상 등이 있기 때문에, 크게 다친 경우 차이가 커진다. 재발 시 보상을 받을 수 있다든지, 재활 등도 보상 범위에 들어간다는 점에서 보장성이 훨씬 좋다. 그런데 이런 사실을 모르는 보험설계사가 대부분이다. 나 역시 활동을 하면서 알게 됐고, 그 뒤로는 조합 가입을 안 하더라도 주변 설계사들에게 꼭 가입하라고 한다. 지금처럼 50% 부담한다 해도 훨씬 낫다.”

보험회사들이 이렇게까지 산재보험적용을 반대하는 이유는 노동자성을 부인하는 것이 핵심적 이유라고 본다.

“노동자성 부인이 핵심이다. 노조로 이어질까 두렵기 때문이다. 사실 고용보험이나 산재보험 자체가 두려운 것이 아니라 노동조합을 두려워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당연히 자영업자라고 생각했던 보험설계사들이, 보험회사의 부당 행위 등을 겪으면서 점차 노동자라고 생각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데, 보험까지 해 주면 근로자성 인정에 더 가까워질 거라고 보는 거다.

그런 만큼, 우리의 주장도 산재보험 적용은 노동자의 기본 권리라는 것이다. 외근이 많으니까, 자동차 사고 등도 많다. 대부분 자동차 보험으로 처리한다고 하지만, 장애가 남거나 하면 산재가 더 좋을 수있는데 이런 것도 잘 모른다. 그 외에 자살을 비롯한 업무 관련 정신질환도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여전히 가입률 자체가 10%에 머물고, 가입해 있는 사람도 신청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산재보험은 노동자가 받아야 할 기본적 복지라면 이 상황이 바뀌어야 한다. 국가가 최소한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나서야 한다.”

고용형태가 나날이 다양해지고, 새로운 형태의 특수고용노동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기존의 종속근로자만을 사회보험의 대상으로 제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여전히 가입률 논의에 머물고 있지만,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산재에 대해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 2018년 초 한 조사에 따르면, 업무상 질병에 대한 일반 노동자의 승인율이47.2%인 데 반해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승인율은 26.5%였다고용형태가 승인율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어떤 부상과 질병으로 치료받고 있는지, 이를 줄이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한발 더 나아간 논의를 위해서도 특수고용노동자들에 대한 산재보험 전면 적용이 선행돼야한다.

1)“왜냐면, 산재를 산재라 말하지 못하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 한겨레. 2018.01.04.

[산재보험 톺아보기] 모든 산재를 산재로 : 산재보험 적용 확대 1 / 2019.09

모든 산재를 산재로 : 산재보험 적용 확대 1

최민 상임활동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의 노동시간센터에서 운영 중인 '산재보험 연구모임'은 논의한 주제들을 갈무리하여, 지난 8월부터 10여 차례에 걸쳐 국내 유일 노동안전보건잡지 월간 <일터>에 [산재보험 톺아보기]에 연재합니다. 이번 두번째 글은 두 차례 걸쳐 '산재보험 확대적용 문제'를 다뤄보려 합니다. - 기자말


일하던 사람이 일과 관련된 원인에 의해 질병, 부상, 사망을 당하는 것이 산업재해다. 하지만 모든 산업재해가 모두 산업재해보상보험에 의해 보상받는 것은 아니다. '모든 산재를 산재로' 하자는 말장난 같은 구호는, 그래서 나오게 됐다.

우리나라 산재보험은 현재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장'에서 산재보험에 가입해야 하는 것이 의무이지만 '노동자'에게만 적용된다. 자영업자나 특수고용노동자가 일하다 다치거나 병에 걸려도 산재보험을 통해 보상받을 수 없다. 노동자 중에도 여전히 산재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농업, 임업, 어업의 5인 미만 사업장은 산재보험이 의무 가입 대상이 아니다.

사업장은 적용 대상이고, 거기서 일하는 노동자인데도 산재보험으로 보상받지 못하는 질병, 부상도 있다. 산재보험의 요양급여는 '4일 이상의 요양을 필요로 하는 질병이나 부상'에 대해서만 지급된다. 3일 이내의 요양으로 치유될 수 있는 질병이나 부상은 해당이 안 된다. 산재보험 적용 확대 과정을 살펴보고 앞으로의 과제를 짚어본다.

500인 이상 대기업부터 시작된 산재보험

산업재해보상보험은 건강보험, 고용보험, 국민연금보다 먼저 시작됐다. 한국에서도 1963년 법이 제정되고 1964년 노동청 출범과 함께 시행되었다. 4대 사회보험 중 최초다. 1964년 처음 시행된 사업장은 노동자 500인 이상의 광업과 제조업이었다. 산재 발생 위험이 높은 광업에 먼저 적용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500인 이상 대기업에서 먼저 시작된 것은 고개가 갸웃해진다. 작은 사업장일수록 사고 위험이 높은 것은 동서고금의 진리인데 말이다. 우리 산재보험 제도가 처음부터 노동자 권리와 형평성은 물론 노동력 재생산 문제보다 보험 재정 안정화와 행정 편의를 중요시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이렇게 시작된 산재보험은 10여 년이 지나 1972년 30인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됐고, 1992년이 되어서야 5인 이상 사업장까지 확대될 수 있었다. 근로기준법은 5인 이상 사업장에만 적용되는 반면 산업재해보상보험 적용 대상 사업장은 2000년 7월부터 1명 이상의 사업장까지 확대됐다. 2018년에는 1인 미만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 사업장까지 확대됐다. 즉 노동자를 고용하는 사업장은 무조건 산재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모든 노동자는 자동적으로 산업재해에 대해 산재보험으로 보상받을 권리가 있다. 사업주가 보험에 가입하고 있지 않았을 때 발생한 사고나 질병에 대해서도 노동자는 산재보상을 받을 수 있다.

지금도 산재보험 사각지대의 노동자들

지금의 적용 범위까지 확대되는 데에도 50년이 넘는 긴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여전히 사각지대가 남아 있다. 농업, 임업(벌목업은 제외), 어업 및 수렵업 5명 미만인 사업장은 산재보험 적용 사업장이 아니다. 이렇다 보니 농업, 임업, 어업의 사업장에서 일하는 등록 이주노동자 중 산재보상보험에 가입되지 않는 경우가 생긴다. 엄연히 국가 대 국가의 협약을 근거로 '노동'을 하러 온 이주노동자들이다. 대한민국 정부는 이주노동자들의 자유를 제약하는 고용허가제까지 시행하고 있다. 이주노동자는 말과 문화가 달라 사고 위험이 크다. 그런데도 노동자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산업재해 발생 시 치료받을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것은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다. 농축산업과 어업에서는 사업자 등록이 돼 있지 않은 곳에서도 이주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어 이주노동자들이 건강보험 직장가입도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주노동자의 산재보험, 직장 건강보험은 전면 의무화돼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모든 농업, 임업, 어업의 노동자들에게도 산재보험이 전면 적용돼야 한다.

가구 내 고용 활동 역시 산재보험 적용 대상이 아니다. 근로기준법에서도 '가사 사용인'을 법 적용에서 제외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가사노동자들은 최저임금, 연차나 휴식 시간, 퇴직금 등을 보장받지 못하고, 산재보험에 따른 산재 보상도 받을 수 없다. 그래서 2017년 겨울 국회에 제출된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안>은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이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고 사용자로서 책임을 묻게 하자고 제안한다. 이를 통해 근로기준법 등 노동관계법을 적용하고, 사회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게 된다고 한다. 하지만 '전국가정관리사협회' 등 당사자와 관계자들이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음에도 아직도 해당 법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최근에는 이런 공백을 이용해 플랫폼을 활용한 '특수고용' 형태의 가사 노동이 늘고 있는 등 다른 측면에서 노동권 사각지대의 가사노동자가 급증하고 있다. 그렇기에 '노동자'임에도 산재보험에서 배제되고 있는 이들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노동자가 아니라서?

산재보험 적용 대상 논의에서 더 주목받는 것은 특수고용형태 근로자(이하 특수고용노동자)들과 자영업자 문제다. 한국 산재보험은 2010년부터 특수고용 노동자 중 일부를 특례 형태로 산재보험 적용 대상에 포함하고 있다. 지금도 보험·신용 카드·대출모집인, 건설기계 운전자, 학습지 교사, 골프장 경기보조원, 택배, 퀵서비스, 대리운전 노동자에게만 산재보험이 적용된다.

하지만 '노동자'와 달리 '특수고용노동자'는 보험료의 50%를 납부해야 하며 이를 이유로 본인이 적용 제외 신청을 하면 가입하지 않아도 된다. 사업장을 강제 가입시켜 보호가 필요한 노동자에게 권리를 보장한다는 사회보험의 원리를 포기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회사의 압력 때문에, 번거로워서 당장 필요성을 못 느껴서 산재보험 가입을 미루게 된다. 2018년 조사에서도 여전히 특수고용노동자의 산재보험 가입률은 70% 미만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이 중 자신이 일하는 보험 회사의 민간 보험에 가입해, 산재보험을 대체하게 되면서 이중의 착취에 처하는 보험모집, 보험설계 노동자들의 사례는 다음 달 기사로 더 자세히 다루기로 한다.

특례 형태로 사회문제가 된 노동자들에 한해 차츰 산재보험 적용을 확대하는 방향은 산재보험제도의 취지을 충실히 실현하기에 적합하지 않다. 산재보험 제도의 제대로된 운영을 위해서는 전면적용이 원칙으로 자리잡아야 할 것이다.

 

특수고용노동자들의 치료받을 권리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자 산재보험 대상에 특수고용노동자들을 일부 포함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 과정은 특수고용노동자의 '근로자성' 문제를 다루지 않으면서 일부 노동자만 '보호'하려는 접근이어서 10년이 지난 지금도 제자리걸음과 다를 바 없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특정 업종에서 사회적 문제가 대두되고 나면 해당 업종만 특례를 추가하는 식의 접근은 결국 해당 노동자들에게도 큰 실효성이 없고, 특수고용 노동자 전체로 확장성도 없었다. 따라서 사실상 노동자인 특수고용노동자의 산재 발생 책임을 누가 지느냐, 노동안전보건 예방책임은 누구에게 있느냐에 대한 물음과 답변을 담은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

유사한 논리가 영세 자영업자에게도 적용된다. 산재발생의 위험이 높은 영세 자영업자도 산재보험 적용 대상이 아니다. 현재는 재해위험이 높은 자영업자 일부 직종에 대해서만 산재보험 가입을 허용하지만 보험료는 100% 본인 부담이다. 나날이 기존의 근로계약으로 포괄할 수 없는 다양한 방식의 노동이 등장하고 자영업자와 임금노동자 경계에 놓인 일자리, 사실상 본인의 노동에 따른 소득에 의존하는 노동자가 늘고 있다. 여기서 발생하는 산업재해로 인한 손실 역시 적극적인 재활과 사회 복귀 대상이 돼야 한다. 이는 단순히 도덕적 요구만이 아니라 산재보험 제도의 목적과 취지에 비춰 봐도 그러하다.

산재보험 목적과 취지를 다시 들여다본다

산재보험은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인해 발생하는 심각한 직업병과 사고 재해에 분노한 노동자들의 저항이 사회주의 정치세력으로 결집 된 19세기 말 독일에서 시작됐다. 산재보험을 제도화한 것은 노동자의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서 뿐만이 아니었다. 생산력 유지 및 증진의 측면에서 노동자의 신체와 건강을 관리하는 것, 즉 다친 노동자가 치료와 재활을 통해 사업장에 복귀하는 것이 국가와 자본에도 중요한 과제라는 점을 직시한 독일 정부가 내놓은 타협안이었다.

이렇듯 단지 노동자들의 분노에 찬 저항만이 아니라 산업재해 자체가 국가와 자본을 위협할 수 있다. 그렇기에 사회의 재생산을 위해서라도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일하는 사람의 제대로 치료받고 재활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그리고 노동력 재생산에 대한 사회적 책임이라는 산재보험 제도의 취지를 살리는 방향으로 우리나라 산재보험 제도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 그 논의의 출발은 산재보험 적용 대상의 전면적인 확대에서 시작될 것이다.

 

[산재보험 톺아보기] 산재보험의 쟁점과 대안, 연재를 시작하며 / 2019.08

산재보험의 쟁점과 대안, 연재를 시작하며

 

김형렬 노동시간센터, 산재보험연구팀

 

노동자 건강권 운동에서 산재보험의 문제와 개선은 지속적으로 주요한 주제였다. 사업장 규모가 작아서 산재보험 적용이 되지 않고, 특수 형태 고용 노동자라는 이유로 산재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직업병으로 인정되는 것이 매우 어려웠고, 절차 역시 까다롭다. 산재 승인을 받아도 제대로 치료받고, 건강하게 직장 복귀하는 노동자 비율은 항상 낮았다. 직장에 복귀해도 산재를 유발한 위험요인에 다시 노출되는 경우가 많아, 사회보장이 예방과 분리된 채 사고와 복귀, 다시 사고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경험하고 있다. 


오래된 문제 제기이며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을 풀어나가기 위해 그동안의 쟁점을 정리하고 개선의 핵심 지점을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이하 한노보연)에서는 올해 초 산재보험 연구팀을 꾸려 산재보험 문제의 주요 쟁점과 개선 방향의 핵심을 정리하는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산재보험의 주요 쟁점을 1) 산재보험 적용 대상 2) 재정과 급여 3) 관리운영체계 4) 예방과 재활기능 5) 업무상재해 판정으로 구분하여 정리한다. 이를 위해 주요 문헌 검토, 해외사례 검토, 강의, 토론 방식을 통해 쟁점과 개선 방향을 정리하였다. 


사회보험의 기본원리로 다시 보기 


산재보험 적용 대상의 문제는 많은 논쟁이 있었고, 여전히 주요한 쟁점으로 남아 있다. 농·어업인은 산재 적용이 되지 않으며, 임노동 관계에 있는 농·어업인들도 5인 이상 고용한 사업장의 노동자들에게만 산재보험 적용이 되고 있다. 산재 발생의 위험이 높은 영세 자영업자도 산재 보험 적용대상이 아니다. 특수고용형태 노동자들은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지만, 강제 가입이 아니라 본인이 적용제외신청을 하면 가입하지 않아도 된다. 법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노동자에게 강제 가입을 통해 적용대상에 포함하는사회보험의 기본원리가 무시되고 있다. 이러한 독소조항은 실제 특수고용형태 노동자들의 낮은 산재보험 가입률을 유도하고 있다. 더군다나 민간보험회사는 당사의 판매 노동자들에 대해 자체 민영보험에 가입하여 산재보험을 대체하고 있다고 설명하는데, 이는 예방, 재활의 기능이 누락되어 있고, 사회보험의 강제성, 노동자
의 권리가 무시된 임의성이 확대되고 노동자의 재해 예방과 건강한 작업 복귀라는 산재보험의 고유 기능을 위협하는 조치라고 판단된다. 자영업자, 특수고용 노동자, 농·어업인, 학생 등을 산재보험의 적용대상으로 포함하고 있는 여러 해외 사례들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산재보험의 재정은 사업주의 부담을 기본으로 한다. 보험료는 업종별 위험에 따라, 사업장의 산재 발생의 정도에 따른 개별 실적을 반영하여 부과한다. 장해연금, 유족연금의 확대로 인해 재정적립의 강화 주장이 지속되고 있으나, 산재보험은 기본적으로 부과방식을 취하고 있다. 개별실적에 따른 보험료 부과, 재정적립 강화 요구가 산재 예방, 산재보험 지속성 확보라는 이유로 필요성이 주장되고 있으나, 산재보험의 사회보험 특성을 위협하는 요소로서 작동되는 측면도 있다. 산재보험을 조세 방식으로 운영하는 모델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 산재보험 급여에서는 산재보험의 비급여 영역 문제, 휴업급여 70%의 타당성 등이 검토될 필요가 있다. 

근로복지공단이 위탁받아 운영하는 산재보험 운영체계의 적합성은 지속해서 문제 제기가 있었다. 한쪽에서는 운영의 경직성, 사회보험의 서비스 제공자의 역할 부족 등을 문제 삼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이를 문제 삼아 산재보험의 운영체계를 민영화, 혹은 다원화하자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산재보험의 시장 규모와 유사 민영보험을 운영해 본 경험을 근거로 민영보험사의 지속적인 민영화, 다원화 요구가 있었고, 이는 앞으로도 산재보험의 사회보험 성격을 위협하는 중요한 원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 민간보험사는 산재보험의 주요 기능인 재활이나 예방은 중요하게 고려하지 않는 포괄성 부족 문제가 있을 뿐더러높은 관리 비용, 소득재분배를 고려하지 않는 효율성 추구, 위험이 낮은 집단만을 선별하여 가입시키는 전략을 추구 할 것이다. 이는 노동자 건강권이 위협받는 상황을 낳을 가능성이 크다.

국가가 운영하는 4대 사회보험 중 하나로 국민의 복지와 연관된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사실상 개선해야할 지점이 상당한 산재보험


일하는 사람을 위한 산재보험의 목적 되살려야 


산재보험은 재해를 입은 노동자에 대한 적절한 보상뿐 아니라, 재해를 예방하고, 재해 노동자를 건강하게 사회에 복귀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현재 산재보험은 일부 산재보험의 재정을 이용하여 안전보건공단이 예방사업을 하도록 이를 위탁하고 있다. 예방사업이 적절히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또한 40%도 되지 않는 재해노동자들의 원직장 복귀율을 볼 때, 적절한 재활 복귀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이를 높이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지 검토가 필요하다. 


최근 들어 업무상 재해 판정제도의 다양한 변화가 시도되고 있다. 추정의 원칙이 도입되어 근로복지공단, 법원의 과거 유사 인정사례를 신속하게 처리하는 절차가 진행되고 있고, 인정기준도 합리적 방향으로 완화되는 추세이다. 그러나 여전히 행정절차의 불합리가 있고, 산재승인까지의 기간이 긴 문제, 그리고 심의 기구의 불합리함이 있다. 


특수고용형태 노동자 산재보험 가입 의무화, 산재재해 노동자 원직장 복귀 의무화, 직업병 판정 구조 개혁, 선보상·후판정을 통한 직업병 인정 및 치료 신속성 확보, 산재의료기관 질향상 방안, 건강보험 상병수당 도입 등이 산재보험 개선의 주요 대안으로 제시되어 왔다. 이들 대안에 대한 검토 역시 필요하다. 


노동자의 입장에서 산재보험의 개선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개선방향의 결과물뿐만 아니라 변화를 만들 ‘현장의 힘’을 모아내는 과정이 동반되어야 한다. 이를 위한 노력에 한노보연이 함께하려고 한다. 

 

산재보험연구팀 연구 주제
1. 우리나라 산재보험의 역사와 체계
2. 노동의 변화와 산재보험 적용대상 확대
3. 산재보험의 재정과 급여
4. 산재보험의 관리운영체계 / 민영화 논쟁
5. 산재보험의 예방 기능과 재활 기능
6. 외국의 산재보험 체계 비교
7. 업무상재해 판정 제도
8. 산재의료기관 및 산재관리의사제도
9. 직업병 인정기준과 역학조사
10. 산재보험 제도 개혁을 위한 대안 모색

* 산재보험연구팀이 다루려는 연구주제의 목록이다. 함께 토론하며 쟁점을 만들고, 대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그 결과물을 앞으로 <일터>에 게재할 예정이다. 노동시간센터 산재보험 연구팀의 작업에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