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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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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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운동가 이훈구 동지를 추모하며 02

특집 05

위험성평가, 노동자 손으로!

■위험성평가 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은?

■“노동자가 참여하는 위험성평가, 무엇이 어려운가요?”

■노동자 참여, ‘제대로 된’ 위험성평가의 시작

지금 지역에서는 15

경기지역 노동시민단체, 연이은 이주노동자 산재사망 근본대책 마련 요구

알아보자, LAW동건강 17

감시단속적 근로자 승인기준 개선안, 어떤 내용일까

연구리포트 20

2021 한국 과로사‧과로자살 발생현황 이슈페이퍼

동아시아 과로사 통신 24

정부기관의 인력남용으로 인한 과로사, 감찰원으로부터 시정요구 받아

A-Z까지 다양한 노동 이야기 26

부스 안팎, 그 어디에도 없는 요금징수원의 안전

현장의 목소리 30

게임개발자가 행복해야 게임하는 사람들도 행복합니다.

노동안전보건활동가에게 듣는다 34

손발 맞춰가는 사이 노동안전 활동도 무르익어

문화로 읽는 노동 38

저 너머의 굴뚝은 언젠가 찾아온다.

직환의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42

산재장해를 딛고 ‘당연히’ 출근할 수 있게 되길

여성노동 건강 상식 46

중년의 불청객, 화병

유노무사 상담일기 더불어 여(與) 44

왜 여전히 ‘용역자회사’인가

발칙 건강한 책방 50

아이의 눈길로 담아낸 아픔과 회복

안전보건동향 54

한노보연 이모저모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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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_직환의이야기] 산재장해를 딛고 ‘당연히’ 출근할 수 있게 되길

산재장해를 딛고 당연히출근할 수 있게 되길

 

김은경 후원회원, 근로복지공단 안산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

 

마스크 밖으로 보이는 눈매가 무척 선해 보이는 남자 분을 외래에서 만났다. 40대 초중반, 세 아이의 아빠라며, 병원에 입원해있으면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하는 것이 가장 싫고 불편하다면서 수줍게 말하는 환자였다. 202010월의 어느 날, 여느 새벽처럼 트럭을 운전해서 나갔고, 늘 해왔던 것처럼 동료를 돕기 위해 운전석에서 내려 트럭 뒤쪽에서 작업을 하던 중 승용차가 추돌하면서 환자의 양다리에 부딪혔다고 한다. 그 사고로 왼쪽다리는 무릎 위에서 절단하고 오른쪽은 골절로 수술을 받게 되었다.

 

순식간에 일어난 사고로 다리를 잃었을 뿐 아니라 가족과 함께 하던 평범한 일상이 깨졌고, 20여년을 성실하게 매일 출근하던 회사에 다시 출근할 수 없을지도 모르는 상태로 20216월 외래에서 나와 만났다. 근로복지공단 지역본부의 직장복귀지원팀장님과 우리 병원의 직장복귀지원팀은 환자분과 첫 만남 이후, 왼쪽 다리 절단 상태에서도 트럭 운전 업무를 하실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함께 머리를 싸매고 고민했다. 사고 후 치료받고 열심히 재활 훈련을 받는 환자분의 모습을 보며 어떻게든 꼭 직장에 복귀시켜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환자의 회사에 물었더니 이 회사에서 운행하는 모든 차량이 수동 변속기 차량이라고 답해주었다. 왼다리로 순발력 있게 크러치를 밟지 못하는 상태로는 운전을 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되었다. 그렇다면 자동 변속기로 개조하자고 의기투합하여 견적을 내보니 비용이 2,000만원이 넘게 든다고 하였다. 개조 비용을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알아보았다. 아쉽게도 근로복지공단에는 해당 비용을 지원할 수 있는 재원이나 규정이 없고, 안전보건공단의 클린사업장조성지원사업도, 장애인고용공단의 차량개조 비용지원도 예산소진이라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다행히 청주의 일환경건강센터 예산으로 사례 당 최대 500만원까지 지원이 가능하다는 반가운 소식을 접하게 되어 우리 병원과 협약도 진행하였으나, 나머지 1,500만원은 어디서 구해야할지 난감했다. 사업주는 추가 비용을 내는 것에 대해 생각을 해본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설령 한 대를 개조한다 해도 그 차량을 정비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어떻게 하냐며 난색을 표했다. 난감해하며 수소문 하던 중 수동변속기 차량을 세미오토로 개조하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 대 당 160만 원 정도 소요되는 터라 일환경건강센터의 지원으로 세 대까지 개조를 할 수 있게 되었다.

 

환자를 만나 진행 상황을 설명하니 눈물을 글썽였다. 그간의 마음고생이 우직한 환자의 얼굴에 잠시 스쳐지나갔다. 환자는 우리 병원의 재활의학과에서 작업능력강화 등 맞춤형 재활치료를 통해 전반적인 신체능력을 향상 시키며 의족 적응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8월부터 9월 사이에는 요양 중 직장적응훈련까지 진행하여 10월경에는 고대한 것처럼 원래 직장에 복귀하게 될 것이다.

 

산재는 노동자의 일상에 많은 변화를 가져온다. 2020년 한 연구결과는 산재환자들의 자살위험은 경제활동을 하는 일반인들과 비교하여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그렇잖아도 자살률이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우리나라에서 일반인구의 2배 이상이라니! 아파서 미안한 마음, 투병이 길어질수록 생기는 직장이나 동료들과의 단절,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생기는 가족 안에서의 갈등, 원하는 만큼 호전되지 않아서 생기는 좌절감. 이런 복잡한 상황과 감정은 산재환자들을 자칫 벼랑 끝으로 몰아갈 수 있다. 산재 환자들에게 최선의 치료를 제공하고 직장복귀를 위해 적절한 도움을 주는 것, 그들이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은 단순한 치료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산재 이후의 직장복귀가 일상 회복에 있어 매우 중요함에도 우리나라의 산재환자 직장복귀율(원직장 또는 타직장)은 몇 년째 70퍼센트 안팎이며, 원직복귀율은 40퍼센트 남짓이다. OECD 국가들의 상당수가 원직복귀율 70퍼센트 이상을 보고하고 있는 것을 고려할 때 매우 초라한 성적표다.

 

개정된 산재보상보험법에 의해 2022년부터 사업주가 산재환자들에 대한 원직복귀계획서를 근로복지공단에 제출할 수 있고, 공단은 적절한 절차를 만들어 사업주와 산재환자들을 지원 할 예정이다. 산재환자의 직장복귀에 대하여 좀 더 구체적인 법적근거가 생기고 사회적 인식이 생기는 것은 무척 반가운 일이다. 다만, 앞의 사례에서 본 바와 같이 산재환자의 직장복귀는 설득 또는 협박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우선, 스포츠 선수들이 수상 후 복귀를 위해 스포츠 재활을 하는 것처럼 직장복귀를 위한 최선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장해가 발생한 환자들이나 업무상 질병이 발생해 요양 후 복귀하는 환자들을 위해 작업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재원과 절차도 마련되어야 한다. 그것을 위해 이해 당사자인 노측과 사측이 산재 이후 직장복귀에 대하여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더불어 고용노동부, 근로복지공단, 안전보건공단이 지혜를 모아 가용한 자원을 파악하고 산재환자의 직장복귀와 재손상 방지, 동료노동자들의 유사 손상과 질병발생 예방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산재는 적용 받고 승인 받는 것도 매우 중요하지만, 최적의 요양과정을 거쳐 일상으로 복귀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가 되어야하는 제도이다. ‘목걸이의 강도는 가장 약한 고리가 결정한다는 독일 수공업자들의 이야기가 문득 떠오른다. 산재환자는 우리나라의 약한 고리 중 하나가 아닐까? 산업전선에서 일하다 다치거나 병을 얻은 분들이 끊어지지 않는 강한 고리가 될 수 있길 간절히 바라본다.

 

 

 

 

[9월호_여성노동건강상식] 중년의 불청객, 화병

중년의 불청객, 화병

 

권윤영 회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50대 중반 여성이자 주부인 A씨는 최근 20대 딸의 간곡한 요청으로 난생처음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했다. 지난 10년간 울화가 치밀고 열이 오르며, 목구멍이 가슴에 응어리가 지는 현상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남편과 싸울 때면 증상이 더욱 두드러졌지만, 일상생활은 그럭저럭할 만해 병원에 방문할 생각은 딱히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두 달 전, 남편이 안 하겠다고 다짐했던 인터넷 게임을 다시 하는 모습을 목격하면서부터 문제가 시작됐다. 빚에 허덕일 때도 무책임하게 게임에만 몰두했던 남편의 예전 모습이 떠오르며 분노가 되살아난 것이다. 남편과 살갑게 지내고 싶은 마음도 없고 그저 싸우지만 않으면 괜찮겠거니 생각했는데, 앞으로 남은 세월을 한집에서 살아갈 게 막막하게 느껴졌다. 화르르 불이 번지듯 한동안 괜찮던 증상이 심해져 답답함에 집을 뛰쳐나가고 싶은 충동이 들기도 했다. 부부 사이에 서운했던 일, 시댁으로부터 당한 부당한 대우 등 그간 억울했던 일이 계속 떠올라, 딸에게 끊임없이 하소연하기도 했다. 급기야 한 달 전부터 가슴에 열불이 나 가만히 있을 수 없고, 밤에 잠도 설치게 돼 기력이 떨어져 늘 하던 집안일을 하기도 벅차 차라리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화병에서 시작돼 우울증으로 번질 뻔한 사례다. 이후 A씨는 항우울제 복용 등 치료를 시작한 지 한달 내에 가슴의 뜨거운 응어리와 불면이 완화됐다. 치료받으며 스스로 시작한 운동과 딸이 보내는 정서적 지지가 큰 도움이 돼, 반년 만에 안정적인 컨디션을 찾으며 빠른 회복을 보였다.

 

화병은 우리에게서 멀지 않은, 친숙한 존재지만 정신의학과적으로 정식 진단명은 아니어서 개념이 다소 모호하다. 특정 지역의 고유문화에 따라 특유한 정신질환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를 가리켜 문화관련 증후군(Culture-bound syndromes)’이라 한다. 한국의 문화관련 증후군으로 화병(火病, Hwa Byung)’이 제시돼왔다. 화병은 분노를 장기간 참으면서 화·열감·억울함·증오를 보이고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기분이나 가슴에 응어리·답답함·두근거림을 호소하며, 입 마름, 한숨, 잡념, 하소연 등의 특징을 보인다. 분노를 드러내거나 자기주장을 하는 게 어려운 문화, 상대적으로 빈번하게 참을 수밖에 없는 집단에서 발생하기 쉽다. 국제적으로 엄격하게 합의된 진단 기준이 없긴 해도, 넓은 의미에서 우울증의 한 종류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일반 인구의 유병률은 4~5% 정도로 추정되고, 주로 중년 이후의 여성·기혼자·사회경제적으로 낮은 계층에서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2배 이상 많이 관찰된다.

 

화병과 우울증, 범불안장애, 신체증상장애 등 유사성이 높은 다른 정신과 질환과의 감별이 필요하다. 화병은 대체로 앞서 제시한 장애보다 경미하며 증상의 악화와 완화를 반복하고, 정서적 지지를 받으면 회복이 빠르다. 그러나 화병을 방치하면 정신과 질환뿐만 아니라 만성 스트레스로 인해 생리적으로 이상이 생겨, 심장병·성인병·위장병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초기 치료가 중요하다.

 

화병의 유발인자 연구에 따르면 배우자·시댁·사업 실패와 사기·가난·자녀 문제·오랜 지병과 같은 스트레스 요인이 네댓 개 중첩되는 경우, 화병을 앓게 된다고 한다. 화병에 취약한 심리적 요인으로는 소심하고 내성적인 성격, 갈등이나 위험 자체를 회피하려는 성향이 강하거나 완벽주의, 낮은 자존감과 낮은 사회기술을 지닌 경우다. 중년 이후의 여성은 주로 가족 내 문제로 인해 화병 증상을 호소한다. 가족은 물리적·감정적으로 가까워 서로 영향을 깊이 주고받으며, 쉽게 단절할 수 없는 관계다. 그렇다 보니 전통적으로 가족 내 돌봄 관리자인 기혼 여성의 화병 원인이 가족이 되곤 한다. 동시에 가족은 치료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많은 화병 환자는 가족으로부터 공감과 인정을 받는 것만으로도 증상이 호전된다. 따라서 가족 내 소통을 점검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이 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가족 내 상호작용 패턴이 달라지기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으며, 구성원 모두가 문제점을 함께 느끼며 각자 변화하고자 하는 강한 동기가 없다면 가족 대상의 교육과 치료도 쉽지 않다.

 

설령 가족이 조력자로 나서지 않는다고 해도, 내가 나를 돕는 방법이 있다. 개인에게 가해지는 스트레스 요인을 조력자 도움을 받거나 사회적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할 때 개인적 차원에서 화병의 원인인 스트레스를 잘 관리해야 한다. 우선 스트레스 요인과 스트레스 반응을 구분해 다뤄보자. 스트레스 요인은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것으로, 더위 등 물리적 환경·사회적 환경·개인적 사건·생활 습관이나 생리적 상태 등을 가리킨다. 스트레스 반응은 심리적, 신체적 영역 모두에게서 나타난다. 불면 등 수면장애·피로·근육 뭉침이나 소화불량·심장 두근거림·숨쉬기 곤란한 느낌·어지러움 등을 보일 수 있으며, 신경질·거친 언행·충동구매·과식, 과음 등의 행동을 동반하기도 한다.

 

스트레스 요인을 잘 관리하려면 가족·일터 등 사회적 관계 내에서 적절한 자기주장, 타협과 조율을 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우선 스트레스 요인과 스트레스 반응인 불편을 인지하고, 불편을 표현하고 해결책을 찾거나 상대에게 타협점을 요구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앞서 말했듯이 많은 수의 화병 환자는 나만 참으면 별 탈 없다라는 생각을 하거나, 참지 않았을 때 생길 위험·갈등에 대해 미리 두려움을 갖는 나머지 자기주장을 하는 대신 무작정 참는 쪽을 택한다. 물론 때로는 꾹 참을 수밖에 없는 상황도 있고, 참는 게 가장 좋은 선택일 수도 있다. 하지만 습관적으로 부정적 감정을 피하려고 화나도 참는 쪽을 선택하는 것이라면, 더 나은 문제해결을 위해서 경청하되 할 말은 하는 기회를 점차 늘려야 한다.

 

시작은 애정이 있거나 두렵지 않은 대상을 상대로, 여유롭고 편안한 태도로 한계를 알려주거나 거절혹은 타협을 해본다. 예를 들어 자녀가 용돈을 추가로 요구할 경우, 부모로서 마음이 불편해질 수 있다. 이때 잔소리하거나 그냥 용돈 주며 불편한 마음을 덮어놓고 지나치지 말고, 자녀와 잠시 눈을 맞추고 문제해결을 위해 진지하게 얘기를 나누는 것이다. 용돈 인상을 요구하는 자녀의 사정을 일단 경청한 뒤, 부모로서 추가로 줄 수 있는 용돈의 한계를 알려주고 이후에도 같은 일이 반복되지는 않을지 걱정되고 불안한 마음을 전달한다. 그리고 함께 해결책을 의논해본다. 이런 상호작용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면 자기주장이 익숙해지고 감정표현의 기술도 점차 세련돼진다. 또한 부정적인 감정을 직면하는 걸 크게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다. 무작정 참는 것만이 나와 상대를 위하는 길이 결코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적절한 감정표현, 자기주장이나 세련된 사회기술에 대해선 시중에 나와 있는 서적과 동영상을 통해 어렵지 않게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실전에 적용할 상담이 필요하다면 정신건강의학과나 심리상담센터를 방문하는 게 좋다.

 

스트레스 반응을 관리를 위해선 규칙적인 생활, 질 좋은 수면 등 일반적인 건강 수칙을 준수하는 것뿐만 아니라 심호흡과 근육 이완 역시 도움이 된다. 스트레스 요인이 발생하면 우리 몸에선 스트레스 호르몬이 늘어나면서, 자율신경계를 흥분시키고 과민하게 만든다. 자율신경계는 의지로는 잘 조절이 되지 않기 때문에, 이를 진정시키는 방법으로 호흡과 근육 이완을 이용하는 게 좋다. 스트레스가 높은 환자에게 보건복지부에서 제작한 영상을 자주 안내하는 편인데, 이 밖에도 유튜브에서 마음 안정화를 위한 복식 훈련 기법이나 마음 안정화를 위한 근육 이완 운동등을 키워드로 검색하면 도움이 될만한 영상을 볼 수 있다. 관련된 영상을 보고 꾸준히 따라하며 수주 간 훈련하면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항우울제 등의 약물치료도 과민해진 신경계를 빠르게 안정화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

 

[9월호_알아보자LAW동건강] 감시단속적 근로자 승인기준 개선안, 어떤 내용일까

감시단속적 근로자 승인기준 개선안, 어떤 내용일까

 

박경환 회원, 노무사

 

고용노동부는 2021.08.18. 아파트 경비원 등 감시단속적 근로자 승인을 위한 휴게시설과 근로조건의 기준을 개선한 근로감독관 집무규정의 개정안을 행정예고 하였다. 그동안 아파트 경비 노동자나 노동조합, 시민단체에서는 감시단속적 근로 승인으로 인해 아파트 경비 노동자의 건강권이 보호받지 못하고 있어 제도의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제기하여 왔다. 이번 개정안은 이러한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여 감시단속적 근로 승인 제도의 일부 개선을 하는 내용으로 개정되었다. 늦었지만 아파트 경비 노동자들이 조금이나마 인간답게 노동을 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

 

현행 아파트 경비업무의 감시적 근로 승인 요건

 

아파트 경비 업무는 감시 업무만 수행함으로써 심신의 피로가 적은 감시적 근로에 해당하여, 고용노동부 장관의 승인을 받을 경우 근로기준법 제63조에 따라 근로시간, 휴게, 휴일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구체적인 감시적 근로자 승인 절차는 고용노동부 훈령인 근로감독관 집무규정68조에 따른다. 해당 규정에서는 불규칙적으로 단시간동안 타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 외에 감시적 업무가 본래의 업무일 것 24시간 격일제 근무의 경우 수면시간 또는 휴게시간을 8시간 이상 확보할 것 근무장소 외에 노동자가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는 별도의 수면시설 또는 휴게시설이 마련되어 있을 것 등의 감시적 근로 승인 요건을 규정하고 있다. 근로감독관은 감시적 근로 승인 신청을 접수한 경우 반드시 현장에 가서 근로조건 실태를 확인하도록 되어 있다. 이러한 규정들을 살펴보면 아파트 경비원들의 업무는 심신의 피로가 적은 감시 업무를 주로 수행하고, 휴게시간도 충분히 보장되어 있으며, 휴게시설도 별도로 있어 편하게 수면하거나 휴식을 취할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아파트 경비노동자의 열악한 노동환경

 

그러나 근로기준법의 보호로부터 배제된 아파트 경비원들의 현실은 감시적 업무 승인제도의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열악했다. 먼저 아파트 경비노동자들은 경비초소 내 감시 업무만 수행할 수 없었다. 근로복지공단에 접수된 2015~2020년 경비노동자 과로사 사건을 분석한 결과 대부분의 아파트 경비노동자들은 감시 업무 외에 화단관리·가지치기·청소 등의 환경관리 업무와 주차 차량관리나 택배관리 등의 업무를 추가적으로 수행하였다. 그리고 아파트 경비노동자들은 휴게시간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였다. 2015~2020년 경비노동자 과로사 산재 접수 건 중 산업재해로 인정된 사건에서 노동자의 하루 수면시간은 평균 2.7시간, 휴게시간은 평균 3.08시간으로 수면시간과 휴게시간은 하루 8시간이 되지 않았다. 휴게시간에도 상시적으로 발생하는 입주민의 민원, 주차·택배 관리로 인하여 사실상 업무를 수행해야만 했다.

 

독립된 휴게시설 또한 갖추지 않은 사업장이 많았다. 사례들을 살펴보면 독립된 휴게시설이 존재하지 않아 경비초소에서 간이침대나 의자에서 수면을 했던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독립된 휴게시설이 있다고 하더라도 근무초소에서 너무 멀어 가기 힘들거나 냉·난방 시설이 갖춰지지 못해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았다. 경비초소에서 휴식이나 수면을 취하는 경우에는 상시적으로 입주민의 민원, 주차나 택배관리 업무를 맡게 되는 상황에 처했다. 또한, 대부분의 아파트 경비노동자들은 24시간 교대제의 형태로 근무함으로써 건강에 부정적인 환경에서 근무하였다. 연구에 따르면 교대근무는 생리적 리듬을 변화시켜 심혈관 질환을 일으킬 수 있고, 교대근무 기간이 길어질수록 질병의 발생 위험도는 더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위 사례를 분석한 결과 전체 사망자의 59.52%가 심혈관 질병으로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시적 근로자의 대표사례인 아파트 경비노동자들의 현실은 열악하나 고용노동부의 감시단속적 근로자 적용제외 승인 비율은 2015~2020년 동안 평균 93.7%에 달한다. 신청 건수 100건 중 93건은 승인이 된다. 사용자가 신청을 하게 되면 대부분 승인이 되는 것이다. 승인의 유효기간도 없었다. 승인 요건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있더라도 승인을 행한 노동청에서는 이를 쉽사리 취소하지 않기 때문에 승인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을 제기해야만 한다. 또한 승인처분이 취소된다고 하더라도 그 효력은 승인처분이 취소된 이후에 대해 발생한다. 승인처분 취소로 나아가는 긴 기간 동안 그 피해는 고스란히 노동자의 몫이 된다.

 

위와 같은 열악한 노동환경, 승인제도 운영상의 문제점 등에 대해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고, 고용노동부가 뒤늦게 감시단속적 근로자 승인 제도 개정을 하게 된 것이다.

 

휴게시설 기준의 구체화

 

현행 감시단속적 근로자 승인제도를 규정하고 있는 근로감독관 집무규정68조에서도 근로자가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는 별도의 수면시설 또는 휴게시설 마련을 승인 요건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별도시설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은 부재하다. 이에 근로감독관들은 현장조사를 하더라도 그야말로 별도 휴게시설만 있으면 해당 요건은 충족하였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2021.08.21.자 개정안에서는 수면 또는 휴게시설에 여름 20~28, 겨울 18~22도의 적정한 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 냉·난방 시설을 갖추고, 유해물질이나 소음에 노출되지 않는 공간일 것, 식수 등 최소한의 비품을 비치하고 청결을 유지하며 창고와 같이 수납공간으로 활용되지 않는 곳일 것, 수면 또는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충분한 공간과 침구 등의 물품이 구비되어 있을 것의 요건이 추가되었다.

 

근로조건 기준의 강화

 

현재 근로감독관 집무규정68조 제1항 제5호에서는 근로자가 감시적 근로자로서 근로시간, 휴게, 휴일에 관한 규정의 적용이 제외된다는 것을 알 수 있도록 근로계약서, 확인서 등에서 명시하도록 한다. 그러나 사용자가 감시적 근로자 승인을 받겠다며 근로계약서 등에 근로시간·휴게·휴일 규정 적용 제외를 기재하였을 때, 불안정한 고용을 걱정하는 노동자들이 이를 거절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있으나마나한 조항인 것이다.

 

개정안에서는 노동자들에게 실질적인 휴식시간을 보장하도록 하기 위하여 휴게시간이 근로시간보다 짧을 것, 휴게시간 보장을 위해 입주민 등이 인지할 수 있도록 외부 알림판 부착, 근무초소 소등 조치, 안내 등의 조치를 취할 것, 월평균 4회 이상의 휴무일이 보장될 것의 요건이 추가되었다. 그러나 이 개정안이 노동자의 건강권을 더 보호하는 방향으로 진전되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부분이 있으나, 아직도 애매한 부분이 남아 있다.

 

경비업법에 따라 경비업을 영위하는 경비업자는 경비업무 외의 업무에 경비원을 종사하도록 할 수 없다. 그러나 2020.10. 공동주택관리법 제65조의2가 신설되어 공동주택에 경비원을 배치한 경비업자는 경비원에게 경비업무 외 일부 공동주택 관리업무도 수행하게 할 수 있다. 해당 조항은 2021.10.21.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에 따르면 경비노동자들은 경비업무 외에 주차, 택배, 환경관리 등의 관리업무도 합법적으로 겸직하게 되는 수밖에 없는 셈이다. 그러나 감시적 근로 승인 요건에 따르면 감시업무 외에 타 업무를 겸직하게 되는 경우 이는 불승인 대상이다. 경비업무 외 관리업무를 수행하게 될 경우 감시적 근로 승인 처분이 취소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소극적 모습을 보인다. 2021.02.18. 고용노동부 설명자료에 의하면 경비 업무 외 다른 일을 한다는 사실만으로 승인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은 아니며 다른 업무의 시간·빈도·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사실상 경비 업무 외에 다른 업무를 겸직하더라도 감시적 근로자 승인을 하겠다는 취지로 읽히는데, 이와 관련된 내용은 이번 개정안에서 제외되었다.

 

결국 10월 정도가 되어서야 고용노동부의 최종 결정을 알 수 있겠으나, 경비원을 비롯한 감시적 근로자에게 감시업무 외에 타 업무를 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근로기준법 제63조의 취지에 반하는 것임은 분명하다.

 

 

[9월호_다양한노동이야기] 부스 안팎, 그 어디에도 없는 요금 징수원의 안전_부산일반노조 공무직지부 시설공단지회 김혜수 지회장 인터뷰

부스 안팎, 그 어디에도 없는 요금 징수원의 안전

부산일반노조 공무직지부 시설공단지회 김혜수 지회장 인터뷰

 

박시윤 상임활동가

 

부산 수영구에 위치한 광안대교는 국내 최대 규모의 해상 복층 현수교로, 밤에는 아름다운 조명으로 광안리를 밝히는 부산의 대표 명물이다. 광안대교로 진입하기 위해선 우선 요금소 부스를 거쳐야만 한다. 광안대교를 찾는 많은 이들이 교량이나 고속도로의 요금소를 일상적으로 지나치지만, 부스 안 노동자의 노동환경에 대해선 깊게 생각해보지 못했을 것이다. 광안대교 요금소를 지키는 요금 징수원 노동자들은 어떤 환경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일할까? 광안대교의 요금 징수원은 약 90명으로, 50대 노동자의 비중이 가장 높고 열에 아홉은 여성 노동자다. 이들의 노동이 어떤 모습인지, 부산일반노조 공무직지부 시설공단지회 김혜수 지회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요금소는 지금 업무와의 전쟁

 

종일 차량이 이동하는 광안대교에선 요금소 역시 24시간 운영된다. 이 때문에 요금 징수원은 43교대 근무를 하며, 24시간 내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저희의 주된 업무는 광안대교를 통과하는 차량의 대교 통과요금을 받는 일이에요. 자동차 중에서 통행료 면제 스티커나 카드가 부착된 경우가 있는데, 이걸 일일이 눈으로 구분해서 징수해야 해요. 이외에도 통행료 미납요금이 고지서로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기록 업무나 교통카드 충전, 길 안내도 맡고 있어요. 하루에 부스 하나당 3천에서 4천 대의 차량을 다루는데 한 번 엉키면 혼란이 발생할 경우가 많고, 민원 발생의 소지가 될 우려도 있죠. 그래서 요금소 안에선 항상 전방주시를 하는 터라, 일하는 내내 긴장할 수밖에 없어요.

 

수 천대의 차량을 처리하다 보면 요금을 내지 않고 통과하는 도주 차량이 적게는 50, 많게는 120대 정도로 발생해요. 도주 차량은 차량번호를 파악한 뒤 우편으로 고지서가 발송하는데 해당 업무는 미납팀이 담당하고 있지만, 일차처리는 요금 징수원이 현장에서 맡고 있어요. 간혹 일하다 실수가 생기면, 뒤에 오던 다른 차가 도주 차량으로 처리될 수도 있어서 늘 조심해야 해요. 민원 응대도 요금 징수원의 업무 중 하나인데요, 광안대교의 경우 BC·롯데·농협 등 일부 카드만 사용할 수 있어서 이와 관련된 불편 호소도 종종 들어오곤 합니다.”

 

짧게는 몇 초, 길어봤자 1분 이내. 요금 징수원은 차량이 요금소에 머무는 단시간 내에 차량번호 파악, 하이패스 및 면제 카드 유무 확인, 도주 차량 발생 시 정보 수집, 이전에 미납된 요금 등 수많은 정보를 확인해야 한다. 통행료 부과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지체되면 뒤따라오던 차량이 빵빵거리며 압박을 주기도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부스 안에서 일하는 2시간 동안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잠시 숨을 돌릴 여유조차 없다.

 

쉴 수 없는 휴식 시간

 

“2시간 근무당 40분 휴식 시간이 있어요. 이걸 하루에 3번 하는 구조죠. 40분 안에 화장실도 가고 식사도 해야 하는데, 휴게실까지 왔다 갔다만 해도 20분이 소요되니까 시간이 턱없이 부족해요. 직고용되면 모든 게 나아질 거란 기대는 잘못된 생각이었죠. 직고용되기 전엔 2시간 근무당 1시간 휴식 시간이었는데, 오히려 정규직 전환이 되면서 인원과 휴식 시간이 감소했어요. 모든 게 돈의 기준에 따라 바뀌고, 현장의 특수성이 고려되기엔 우리 사회가 노동 존중을 기반으로 해 성장한 사회가 아니란 걸 입증하는 현실이었습니다.

 

일하면서 이동 시간이 많기도 하고, 휴게실에 별도의 식당도 없어서 싸 온 도시락을 데워먹어야 해요. 항상 시간이 빠듯해 마음이 급하고 식사도 빨리 끝내느라, 소화불량에 걸리는 사람도 많죠. 휴식 시간에 화장실을 가지 못했거나 배탈이 나는 등 긴급한 상황이 생기기도 하는데, 인력이 부족하니 쉬고 있는 사람을 불러내요. 불려 나온 사람은 쉬지도 못하고, 휴식 시간도 그대로 끝나 버려요. 그러면 해당 근무자의 피로도가 높아지고, 그건 또 도미노 현상처럼 퍼져나가고 되고요. 그래서 그런 일이 생기지 않게 늘 음식 조심, 컨디션 조절을 합니다. 이외에도 노동자의 근속연수가 높기도 하고, 50대가 대부분이어서 근골격계질환도 심각해요. 순환기질환이나 호흡기질환도 많고 전반적으로 건강 상태가 좋지 못하죠.”

 

일하러 갈 때마다 차에 치일까 노심초사

 

야간근무할 때면 잠을 거의 못 자요. 집이 멀었던 직원이 있었는데, 오전 730분에 일을 마치고 귀가하다가 졸음 때문에 사고가 나는 경우도 있었어요. 교통사고의 위험도 커요. 요금소 부스를 올라갈 때 부산항의 경우에는 아치형으로 된 통로가 있다고 해요. 그런데 여기는 별도의 통로가 없어서 차량 사이를 지나다녀야 하거든요. 이동하는 구간에 횡단보도가 있긴 하지만 법적으로 정해진 횡단보도는 아니에요. 길을 건널 때마다 눈에 잘 띄는 조끼를 입고, 불이 들어오는 비상봉을 흔들기도 하는데 날이 밝을 때면 이마저도 표시가 잘 나진 않아요. 이렇게 늘 조심해서 길을 건너지만 차에 치이는 사고가 발생할 때도 있죠.”

 

실제로 부스로 향하는 길은 교량 기둥에 시야가 가로막혀 차량이 오는지도 잘 보이지 않았다. 또한 달려오는 차량도 마찬가지로 부스 사이를 이동하는 사람을 확인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교대근무를 하는 요금 징수원은 해당 길을 건너는 일도 잦아, 길을 건널 때마다 치이진 않을지 걱정하며 차량 통행이 드문 시간에 조심해 건너곤 한다. 요금 징수원이 시달리는 건 비단 일상적인 교통사고의 위험뿐만이 아니다. 좁디좁은 공간에서 같은 자세로 오랜 시간 일하는 탓에 각종 질환에 시달린다.

 

일단 2시간 동안 좁은 공간에서 한 자세로 앉아서 일하느라 허리가 아파요. 변비나 비뇨기계 질환, 자궁근종이 많이 발생하고요. 관리자가 정규직 전환이 되기 전까지는 병가가 많지 않았는데, 최근 들어선 왜 이렇게 병가가 많이 생기냐는 거예요. 정규직 전환 이후 인원이 줄어들어 상대적으로 시간 내 노동 강도가 높아졌고, 여유 인력이 부족해 연차 사용도 자유롭지 못하니 병에 걸리기 더 쉬워진 거죠. 점점 더 몸이 버티기 힘드니까, 돈을 더 벌 수 있다고 해도 연장근무를 많이 하지 않으려 하기도 하고요.”

 

숙명처럼 여겨지는 감정노동의 굴레

 

요금이 1,000원인데 수중에 있는 돈이 900원밖에 없다며 너무 죄송하다고 양해를 구하는 손님이 있었어요. 이때 대신 100원을 내드리기도 하죠. 그러면 다음에 올 때는 더 많은 돈을 주고 가시기도 해요. 물론 요금보다 더 많이 주신 경우에도 무조건 공단으로 입금해야 하고, 간혹 정산이 맞지 않아 돈이 부족할 때면 노동자가 충당해야 해요. 나중에 관련해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어서 사비로 메꾸는 거죠.

 

고객 중에서 네가 나와서 받아 가라라고 하거나 찢어진 돈을 주는 경우, 500원인데 5만 원을 주는 사람, ‘배 째라라며 요금을 주지 않는 경우도 많아요. 카메라로 직원의 얼굴을 촬영한다든지, 고의로 거짓 민원을 넣는 일도 있죠. 그리고 반말하는 사람, 욕설하는 사람도 아직 있고요.”

 

감정 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바뀌고 관련된 보호법이 제정되면서 예전보다 고객의 폭언이나 폭행 등의 문제가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고객의 갑질은 존재한다. 고객 응대가 주된 업무 중 하나인 요금 징수원 역시 하루에 만나는 수천 명의 고객에게 친절해야 한다. 일하면서 고객에게 상처를 받더라도 당장 해소할 방법이 없을뿐더러 이 일을 하기 위해선 당연히 감수해야 하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감정노동으로 인한 피해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는 체계는 여전히 필요하다.

 

그래도 요금소를 지나는 짧은 찰나에 고생이 많다며 요금 징수원의 노동에 공감하고, 그들의 고됨에 위로해주며 고마움을 전하는 고객들이 있어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것 같지만, 매일 새롭다라고 한다.

 

광안대교를 매일 지나가야 하는 사람이 많아요. 그중에선 우리더러 고생한다고 인사하거나 박카스를 챙겨주는 분도 있어요. 새벽 두 시쯤 장사 나가는 어르신은 잠을 못 자면서 일하는 고단함을 안다며 껌이나 초코바, 김밥을 챙겨주시기도 해요. 음식이나 음료를 받아도 부스 안에서 먹을 순 없어요. 하지만 함께 건네주는 손길에 담긴 그 마음과 표정, 눈인사에 힘들었던 몸이 확 가벼워지고 보람을 느끼곤 하죠.”

 

노동조합의 길을 선택한 까닭

 

정규직 전환 이전에 용역으로 관리되고 있을 당시 현장 관리소장의 지나친 갑질과 비리가 있었다. 심한 횡포를 견디다 못한 직원들이 말 그대로 폭발하기 직전이었을 때, 현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이 이뤄지기 시작했다. 이를 계기로 부산일반노조 공무직지부 시설공단지회가 설립됐다. 당시 조합원들은 서울에 본사를 두고 있던 용역회사의 회장을 부산으로 불러내, 단체협약을 맺고 임금체계를 잡아가는 등 시설공단의 잘못된 용역 수주 비리와 싸웠다. 장장 3년간의 치열한 투쟁 끝에 20204, 정규직 전환이 이뤄졌고 마침내 문제 많던 소장과도 끝을 볼 수 있었다.

 

정규직 전환 투쟁을 하면서 몸으로 습득한 게 있어요. 사소한 두루마리 휴지 하나도 쟁취하려 노력하지 않고선 우리에게 당연히 주어지는 게 없다는 거예요. 저희가 소수노조이다 보니, 어용인 대표노조에 의지해 나가야 하는 현실이 불만족스럽고 빛이 보이지 않을 때도 있어요. 하지만 그럴 때마다 이 길이 맞는 거라고, 바른길로 가고 있다고 서로 위로하며 쉬지 않고 나아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