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공모전 기간 연장] 여성, 일터, 화장실 : 결코 사소하지 않은 우리의 기록 (~9/26까지)

<<사진 공모전>> 

여성, 
일터, 
화장실
: 결코 사소하지 않은 우리의 기록

여성이어서 노동자여서 혹은 여성 노동자여서, 화장실을 사용하기에 어려웠던 적은 없나요? 당신이 일하며 화장실을 사용할 때마다 느꼈던, 경험했던 문제가 궁금합니다. 혹시 “불편하긴 한데, 좀 사소해서…”라는 고민이 든다면, 망설이지 말고 당신의 불편을 나눠주세요. 그 불편함은 전혀 사소한 게 아니니까요.

너무나 사소한 것으로, 때로는 혼자만의 이야기로만 남겨졌던 우리의 고민과 경험을 모아 기록으로 남기고자 합니다. 어쩌면 우리의 화장실을 바꿔 나갈 첫걸음이 될지도 모르죠. 그러니 그대, 우리의 기록자가 되어주세요. 여러분의 사진을 모아 '사진전'을 개최합니다. 

■ 공모 내용 
▪ 아래 내용이 담긴 사진과 사례
- 여성 노동자의 화장실 이용을 어렵게 하는 노동환경과 근무 조건을 드러내는 장면
- 여성 노동자가 이용하는 문제적인 화장실 환경과 실태
- 차별과 배제 없이, 모두가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긍정적으로 개선된 화장실

※ 사진은 2매 이내, 사진 설명 또는 사례는 A4 반쪽 이내
※ 응모한 사진은 추후 사진전, 영상, 부대행사, 연구소 자료 등에 활용됩니다. 사진전 전시와 관련 없이 추후 사진 활용이 발생할 경우 응모자에게 주최 측인 연구소에서 사전에 연락 및 협의할 예정입니다.
※ 사진전에 활용될 예정이니 가능한 고화질의 사진으로 제출해주시기 바랍니다.

■ 공모 대상
일터의 화장실 문제와 경험을 기록하고자 하는 여성 노동자

■ 접수 일정
- 접수 : 2021년 9월 1일(수)~26일(일) 자정 도착 분까지
※ 연구소 일정에 의한 상기 일정 변동 가능

■ 접수 방법
- 연구소 홈페이지 공고문 참조 하여 지원서(첨부된 한글 파일 양식 또는 온라인 지원서 중 선택하여 지원서 접수), 사진 파일(사진은 개별 파일)을 이메일로 접수

- 온라인 지원서 (하단 링크 클릭) 

https://bit.ly/여성일터화장실사진공모지원서

 

사진 공모전 <여성, 일터, 화장실> 지원서

여성, 일터, 화장실 : 결코 사소하지 않은 우리의 기록 여성이어서 노동자여서 혹은 여성 노동자여서, 화장실을 사용하기에 어려웠던 적은 없나요? 당신이 일하며 화장실을 사용할 때마다 느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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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 대표 메일 주소 kilshlabor@gmail.com)
* 다른 방법의 접수가 필요하실 연구소로 문의 

■ 응모 선물 
선착순 50명에 편의점 5천 원 모바일 쿠폰 증정

■ 사진전 및 부대행사 개최 
- 접수된 사진 중 선정된 사진은 서울시 NPO지원센터에서 지원하는 전시 기획사업의 일환으로 사진전 개최
- 사진전은 10월 11일(월)~29일(금)까지 3주간 오프라인 또는 온라인으로 진행
- 10월 13일(수) 19시 여성 노동자 일터 화장실 문제를 나누는 행사 개최
- 세부 사항 추후 공지 

■ 유의 사항 
- 사생활을 침범하거나 혐오‧차별적일 수 있는 장면이 담긴 사진은 게시하지 않음 
- 공모된 사진 중 전시 취지에 맞는 사진을 선정하여 게시 대상으로 게시 함 
- 응모는 하였으나 전시 대상으로 선정되지 않은 사진에 대해선 주최 측인 연구소에서 3개월 이내 폐기함 

■ 문의 사항 
이메일 kilshlabor@gmail.com, 직통 ☎ 02-324-8633 

■ 주최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www.kilsh.or.kr 

* 이 사업은 서울시NPO지원센터의 "2021 NPO기획전시 지원사업"으로 진행합니다. 


[첨부 파일] 

1. [양식] 여성노동화장실 사진공모전 지원서_2021 
2. [가이드] 여성노동화장실 사진공모전 지원 가이드_2021
3. [공고문] 여성노동화장실 사진 공모전 안내_2021

[양식] 여성노동화장실 사진공모전 지원서_2021.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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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 여성노동화장실 사진공모전 지원 가이드_2021.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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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고문] 여성노동화장실 사진공모전 안내_2021.hwp
3.48MB

[여성노동건강권 월례토론회 안내] 동일 임금, 동일 노동 : 평등한 일터의 재구성을 위한 의미와 과제



<여성노동건강권 월례토론회>

동일 노동, 동일 임금
: 평등한 일터의 재구성을 위한 의미와 과제 

* 발제: 황수옥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
* 일시: 2021년 9월 15일 (수) 저녁7시
* 장소: 온라인 (줌, ZOOM)
* 신청 http://bit.ly/여성노동건강권월례토론회신청
* 문의: kilshlabor@gmail.com, 02-324-8633

 

여성노동건강권 '월례토론회' 참여 신청서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이하 한노보연)는 노동자 건강권 쟁취를 위해 활동하는 사회운동단체입니다. 노동안전보건 문제에 관심 있는 노동조합 활동가, 의료인, 법률인, 연구자, 시민사회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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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 통권 209호/2021.08

일터 8월호 전체 읽으러 가기 ▶

https://issuu.com/kilsh2003/docs/8_-_

 

일터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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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04

여성노동자 재생산권, 일터 안전보건의 전장

■안전한 노동환경을 보장받을 권리, 성과 재생산 권리로 이야기하자

■여성노동자 재생산권 침해와 인정투쟁의 역사

■태아 산재의 인정과 실질적인 보상 법령 마련을 위한 검토

지금 지역에서는 14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령, 끝까지 제대로 제정해야

알아보자, LAW동건강 16

일터 괴롭힘 관련 첫 징역형 선고

연구리포트 19

택배 노동, 적정 노동시간 산정할 수 있을까?

동아시아 과로사 통신 23

과로자살, 개인의 취약성이 아니라 노동조건의 문제로

A-Z까지 다양한 노동 이야기 26

“현장의 힘으로 소방의 미래를 열자”

현장의 목소리 30

독점적 지배구조 개혁, 노동환경 개선의 출발점

노동안전보건활동가에게 듣는다 34

노동안전이라는 노동조합운동의 돌파구

문화로 읽는 노동 38

당신은 그것을 가지고 갈 수 없다 (You can't take it with you).

직환의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42

유해요소 가득한 소규모 사업장에서 만들어낼 변화

여성노동 건강 상식 46

무게를 넘어 고려해야 할 것들

유노무사 상담일기 더불어 여(與) 44

내부 공익신고자에 대한 보호조치의 당위성

발칙 건강한 책방 50

동아시아 장시간 노동체제, 어떻게 무너뜨릴 것인가?

안전보건동향 54

한노보연 이모저모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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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평] 태아산재보상법...

[8월_여성노동건강] 무게를 넘어 고려해야 할 것들

무게를 넘어 고려해야 할 것들

 

정지윤 회원,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

 

인력에 의한 중량물 취급의 주요형태에는 크게 중량물의 들기와 내리기, 밀기와 끌기, 들고 가기, 던지기 등이 있다. 해당 작업은 취급 자세에 따라 목·어깨·팔목 등 다양한 근골격계 증상을 일으킬 수 있는데, 특히 큰 영향을 받는 부위는 요추를 포함한 허리다. 허리는 중량물 취급과정에서 힘을 발휘해야 하고, 보행 시는 물론 앉은 자세에서도 신체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스트레스를 견뎌야 한다. 중량물 취급은 허리에 압력과 긴장 상태를 유발하는 활동이며, 흔히 ‘kg’으로 표현되는 물체의 하중뿐 아니라 물체의 크기·형태도 노동자의 허리에 가해지는 압력과 긴장 상태의 정도를 다르게 만든다. 물체가 너무 크면 작업자의 몸에 최대한 가깝게 유지하기가 어려워 더 많은 힘을 사용하게 되고, 무게중심을 알기 어려운 형태라면 어떤 지점에서 쥐어야 가장 효율적으로 다룰 수 있는지 알기 어려워 더 많은 힘을 사용하게 된다. 안정적으로 물체를 고정해 쥘 수 있는 손잡이가 없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작업자가 다루는 무게만으로 중량물 취급작업의 고됨과 이로 인한 건강 영향을 설명할 수는 없다. 작업의 빈도, 동작의 높이와 거리 역시 고려돼야 한다. 노동자를 둘러싼 환경적인 요인도 작업의 강도를 높일 수 있다. 온도나 습도가 높거나 산소가 부족한 조건, 바닥이 미끄러운 곳, 진동이 있는 곳에서 작업자가 경험하는 노동의 강도와 허리에 가해지는 부담은 더욱 커진다. 중량물 작업 자체가 갖는 특성과 환경요인이 복합적으로 취급작업의 강도를 결정하는 것이다.

 

노동자의 조건에 따른 중량물 취급 부담

 

노동자의 신체조건에 따라서는 어떨까? 당연하게 노동자의 나이·성별·몸무게·에너지대사능력·근력·훈련 정도에 따라 작업에 의한 신체부담은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인력에 의한 중량물 취급 가이드라인을 정할 때 흔히 이용하는 방법은 성별, 나이 등 노동자의 개괄적 조건에 따라 안전한 상한선을 일정 무게로 제시하는 것이다. 작업자세나 작업빈도, 환경요건은 반영할 수 없지만, 개괄적 조건은 범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기에 ILO·일본·독일·한국에서 해당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국내의 인력 운반작업과 관련된 인력 운반 중량 권장기준은 다음과 같이 제시된다.

작업 형태 성별 연령별 허용 권장기준(kg)
18세 이하 19~35 36~50 51세 이상
임시작업
(시간당
2회 이상)
25 30 27 25
17 20 17 15
계속작업
(시간당
3회 이상)
12 15 13 10
8 10 8 5

해당 기준은 일본 후생노동성 재해의학 연구소의 기준을 빌려온 것이며, 연령과 국내 노동자의 중량물 취급기준을 세우려는 연구가 있었으나 아직 법적·기술적 권장사항으로써 효력을 갖는 단일 기준은 정립돼 있지 않다.

작업자의 체중을 고려한 하중지침은 직업성 요통예방을 위한 작업관리지침(KOSHA CODE H-5-1998)에서 제시되는데, “사업주는 근로자가 항상 수작업으로 물건을 취급하는 경우에는 동 물건의 중량이 남자 근로자인 경우 체중의 40% 이하, 여자근로자인 경우 체중의 24% 이하가 되도록 노력하여야 하며, 중량물의 폭은 일반적으로 75cm이상 되지 않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한다. 작업에 임하는 노동자 특성·작업 특성·취급 하중·환경을 종합한 지침은 국내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여성노동자의 중량물 취급과 요추 부담

 

54세 여성 장애인활동보조사(이하 활동보조사) A 씨는 지난 6년간 남성 시각장애인의 활동보조사로 일해왔다. A 씨가 담당하는 고객은 목·허리 추간판탈출증으로 세 차례 수술을 받은 상태로, 보행 시 A 씨에게 본인의 체중을 실어 지지하는 경향이 있다. A 씨는 고객이 병원에 갈 때나 장을 볼 때, 노래 교실에 갈 때도 함께한다. 150cm51kgA 씨는 하루 6시간의 근무시간 중 2시간은 170cm75kg인 고객이 이동할 때의 하중을 견디고, 4시간은 고객의 식사를 보조하거나 집을 청소하며 보냈다. 어느 날 목과 허리의 통증으로 병원에 내원했고 경추염좌, 요추의 추간판탈출증을 진단받게 돼,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고자 산재를 신청했다.

요추 근골격계질환의 업무관련성요인에 대한 역학적 연구에서는 과도한 중량물 들기와 옮기기, 허리의 굽힘과 비틀기(불편한 자세), 전신 진동을 잠재적 위험인자로 다룬다. 이때 과도한 중량물 들기와 옮기기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해석의 여지가 있다. 국내에서 업무상 과도한 중량물기준은 무엇일까?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사업주는 노동자에게 건강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에 대해 예방적인 조치를 해야 하는데(39조 보건조치), 유해요인 중 하나가 근골격계 부담작업이다. ‘근골격계 부담작업은 다시 고용노동부 고시에서 11개의 구체적인 작업으로 정의되는데, 그중 취급 하중을 언급한 조항 5개 중 상지의 위험작업에 제한된 조항(손가락·손 언급)을 제외하면 다음 세 조항이 남는다. 하루에 10회 이상 25kg 이상의 물체를 드는 작업 하루에 25회 이상 10kg 이상의 물체를 무릎 아래에서 들거나 어깨 위에서 들거나 팔을 뻗은 상태에서 드는 작업 하루에 총 2시간 이상, 분당 2회 이상 4.5kg 이상의 물체를 드는 작업

사례 속 A 씨의 경우 활동보조사로서 고객을 부축하는 업무를 하지만, 이것이 들기나 옮기기작업으로 볼 수 있을까? A 씨의 일일 취급 총중량은 어떻게 계산되는 것일까? A 씨는 자신보다 20cm가량 큰 고객이 체중을 실어 이동할 때 버티기 위해 요추의 전방굴곡을 최소한으로 유지하고, 10°가량의 측방굴곡상태를 유지했다.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활동보조사의 이 정도 굴곡이 추간판탈출을 일으킬 만큼의 부담요인으로 고려될 수 있을까? A 씨의 상병과 활동보조사로서 업무와의 인과성을 판단하기에 모호한 부분은 비단 A 씨에게만 해당하는 게 아니다.

돌봄노동의 경우 중량물 관점에서의 부담을 단순 들어 올리기 하중으로 계산하기 어렵고, 사람을 중량물로써 다루기 때문에 작업위치가 작업자에게 부담을 많이 주는 방향으로 작동하곤 한다. 돌봄이 필요한 고객의 건강상태는 그 무게중심을 알기 어렵고, 어떤 지점에서 개입해야 가장 효율적으로 다룰 수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 역시 어렵다. 또한 안정적으로 고정해 쥘 수 있는 손잡이도 없다. 여기에 돌봄노동자의 요인 또한 녹록치 않다. 폐경 이후 골감소증을 겪으며, 상대적으로 근육량이 적은 여성의 몸은 근골격계 부담작업이 질병으로 이어지기 쉬운 요인을 갖고 있다. 이전까지는 본인의 가정에서 집안일을 해온, 업무경력이 단속적인, 고용보험 없이 일하면서 발생한 요추통증으로 수차례 진료를 받아온 중장년여성이 일하면서 요추통증의 악화를 겪고 질병을 진단 받는다.

업무상의 근골격계 부담을 증명하기 어려운 작업과 취약한 몸을 가진 노동자의 특성이 만나는 상황은 돌봄노동-중장년 여성노동자에게만 국한되는 것도 아니다. 학업과 업무를 병행하는 저체중의 여성 카페종업원이나 근속연수가 짧은 여성 보건의료인 등 업무로 인한 노동자의 신체부담을 정량화할 때 그가 다루는 물체의 하중은 가장 객관적인 자료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대로 고려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업무와 재해 사이 인과관계의 상당인과관계는 평균값이 아닌 해당 노동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여성노동자가 수행하는 작업의 특성·환경·노동자 특성(성별·나이·체중·병력 등)에 따라 업무상의 신체 부담을 달리 평가할 수 있는 잣대가 필요하다.

 

[8월_Law동건강] 일터 괴롭힘 관련 첫 징역형 선고

일터 괴롭힘 관련 첫 징역형 선고

 

임혜인 노무사

 

지난 4, 일터 괴롭힘 피해자에 대해 불리한 처우를 한 사용자에게 징역형을 선고하는 1심 판결이 있었다. 집행유예라는 아쉬움이 있지만, 근로기준법을 적용하여 형사 처벌을 결정한 첫 판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괴롭힘으로 범벅된 일터

 

이 사건 사용자는 충북 음성군에 있는 병원으로부터 구내식당 운영을 위탁받아 운영하는 사업주다. 해당 사업장은 30명의 노동자가 함께 근무하는 일터이다. 피해 노동자는 이 작은 규모의 일터에서 벌어진 괴롭힘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가해자는 피해 노동자에게 입사 신고식을 해야 하니 회식비를 내라고 강요하였고, 본인이 부업으로 팔고 있는 화장품을 강매시켰다. 피해 노동자가 이에 반발하거나 그 밖의 요구 사항을 따르지 않으면 피해 노동자가 임금을 적게 받도록 근무표를 불리하게 배치하였고 욕설과 폭언도 서슴지 않았다.

 

피해 노동자는 괴롭힘 피해를 호소하며, 회사 본사까지 찾아가 관리이사에게 그 해결을 요구하였다. 회사는 피해 노동자의 신고 사실을 바탕으로 직장 내 금전거래 금지를 골자로 한 교육을 실시하는 등 형식적인 해결을 도모하는 한편, 어떤 이유에서인지 피해 노동자에 대한 가해자의 괴롭힘은 더욱 심각해졌다. 판결문에 명시된 바에 따르면, 가해자는 피해 노동자에게 벼락 맞아라. 자식도”, “차에 갈려서 박살 나라”, “눈알들이 다 빠져라등의 상스러운 언사로 괴롭힘을 자행하였으며, 사직서 제출을 종용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피해 노동자에게 심각한 피해를 끼친 가해자의 심각한 언동에 회사의 조치는 단지 부하 직원들에게 업무상 지시를 함에 있어 오해 소지가 있었다.’라며 견책이라는 경징계 처분을 하는 것이 전부였다.

 

괴롭힘으로 범벅된 일터에서 보호받지 못한 피해 노동자는 결근하는 방식으로 스스로를 보호하였다. 그러나 괴롭힘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피해 노동자가 찾은 대책을 회사는 피해 근로자를 내쫓기 위한 구실로 삼았다. 피해 노동자가 결근한 지 5일 정도 되자 회사는 기다렸다는 듯이 무단결근을 사유로 해고를 통보했다가, 갑자기 복직을 명령하며 근무지를 변경하였다. 변경된 근무지는 피해 노동자가 첫 버스를 타도 출근 시간을 맞출 수 없는 벽지로, 정상적인 출퇴근이 불가능한 곳이다.

 

한편, 피해 노동자는 지역 내 노동인권센터의 도움을 받아 직장 내 괴롭힘 신고서를 회사에 내용증명으로 보내고, 본인을 비롯한 다른 피해 노동자들의 진술을 담은 녹음파일을 회사에 전달하였다. 그러나 회사는 이를 오히려 가해자에게 고스란히 전달하였고, 가해자는 그 녹음파일을 빌미로 피해 노동자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였다.

 

모든 것이 적정하다는 회사의 항변

 

피해 노동자는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 금지에 관한 규정 위반을 이유로 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하였다. 이 사건에서 특히나 쟁점이 된 것은 회사가 피해 노동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하였는지 여부이다. 근로기준법76조의3 6항에 따르면 사용자는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신고한 근로자 및 피해 근로자 등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불리한 처우의 존부와 관련하여 회사는 피해 노동자에 대한 모든 조치는 정당하였으므로 불리한 처우란 없었다고 항변하였다. 가해자에게 즉시 인사 경고를 한 후 다수의 외부인사까지 초빙한 인사위원회를 개최하여 징계를 처분하였고, 피해 근로자의 복직 및 전보 조치까지 하였기 때문에 회사로서는 근로기준법이 정한 적정한 조치를 모두 하였다는 것이다. 특히, 근무지 변경과 관련해서는 기숙사로 아파트를 제공하는 점, 노동강도나 의사소통 측면에서 더 나은 점, 시설이 더 쾌적한 점 등 전보 이후 피해 노동자의 객관적 근무환경이 개선이 개선되기 때문에 불리한 처우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회사의 항변에 대한 법원의 판단

 

법원은 회사는 외부 인사 참여에 의한 인사위원회로 그 공정성을 강조하지만, 인사위원회를 개최하여 징계를 의결하는 과정에서 가해자에게만 출석과 청문의 기회가 주어졌을 뿐 피해 노동자를 비롯한 괴롭힘을 호소한 근로자들에게 출석 및 의견 진술 등의 기회를 보장하는 절차가 없었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더하여 법원은 인사위원회 위원들에게 일방의 소명만 제공한 채 나머지 당사자들에 대한 판단 자료 제공을 배제한 것은 허울뿐인 인사위원회에 불과하다고 표현하였다.

 

가해자에 대한 징계 그 자체도 문제 삼았다. 가해자를 징계처분 한 그 사유는 조직 관리 미흡이었다. 회사는 관리자로서 직장 질서가 혼란스러워질 때까지 방치한 책임을 물은 것에 불과하고, 일터 괴롭힘 그 자체에 대한 조치가 아니라고 보았다. 또한 피해자들의 녹음 파일을 가해자에게 전달하고 인사위원회에는 제대로 알리지 않은 점에 비추어 볼 때, 가해자의 문제를 경징계로 무마하려고 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하였다.

 

피해 노동자에 대한 전보 조치의 적정성도 부정하였다. 법원은 회사가 전보 조치에 대한 피해 노동자의 의견도 듣지 않았고 의견을 개진할 기회도 주지 않았다고 보았다. 뿐만 아니라 피해 노동자의 주관적인 사정을 일절 고려하지 않고 회사의 경영 사정, 객관적 근무환경 개선만을 내세웠기에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적정한 조치를 취하지 못하였다는 것이다.

 

법원의 양형 이유

 

법원의 양형 이유는 사용자에게는 근로자에게 생명, 신체, 건강을 해지치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할 보호의무 내지 안전배려의무가 있음을 확인하며 시작된다. 더하여 법원은 오늘날의 노동환경에 비추어 볼 때, 생명, 신체, 건강에는 유형적, 물리적 위험으로부터의 보호, 안전배려 뿐만 아니라 무형적, 정신적 위험으로부터의 보호, 안전배려까지 포함되어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하며, 이러한 취지에서 근로기준법 제76조의3이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구체적 행위 태양을 유형화하여 그 무형적, 정신적 위험으로부터 근로자를 보호하도록 사용자에게 의무를 지운 것이라고 판시하고 있다.

 

또한 법원은 이 사건 공소사실에 불리한 처우로 적시된 전보만을 떼어놓고 본다면, 피해 근로자에게 그리 과하지 않은 정도의 불리한 처우로 볼 여지도 있겠으나 피해 근로자가 본사를 찾아가 관리이사에게 피해를 호소한 이래 부당 전보 구제심판이 확정될 때까지 일련의 단계에서 피고인 회사가 취한 개개의 조치를 살펴보면, 근로자에 대한 배려를 조금도 찾아볼 수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나아가 법원은 이 사건 회사의 경영마인드라는 것이 현행 규범에 못 미치는 매우 낮은 수준으로 근로자를 대상화하고 인식하는 것에 기인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러한 근로자에 대한 낮은 수준의 인식은 언제든지 또 다른 가해자를 용인하고, 또 다른 다수의 피해자를 방치할 수 있으므로 검사가 구약식 청구한 벌금 200만원을 넘어 징역 6(집행유예 2)에 보호관찰과 120시간 사회봉사를 선고했다.

 

일터 괴롭힘을 방관한 사용자도 처벌될 수 있다.

 

소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라 불리는 근로기준법의 규정이 시행된 지 2년째이다. 법 개정 전에는 근로기준법으로 일터 괴롭힘을 해결하기 어려워 괴롭힘 피해를 참고 견디거나 형법으로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구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도입은 무수한 괴롭힘 피해자들에게 한 줄기 희망과도 같은 일이었다. 그러나 아직도 현행법으로는 피해자 구제나 가해자 (또는 가해 사업장)에 대한 적절한 제재가 요원하여 그 실효성이 의심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상 판결은 일터 괴롭힘을 방관한 사용자는 처벌될 수 있다.”라는 근로기준법의 취지와 사회통념을 재확인하고 있다. 이번 판결에 힘입어 일터 괴롭힘을 방조하고 방관한 사용자와 가해자에 대한 제재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8월_노안활동가에게듣는다] 노동안전이라는 노동조합운동의 돌파구

노동안전이라는 노동조합운동의 돌파구

 

정경희 선전위원

 

건설노조 조직 및 교육 담당자에서 교육공무직본부 노동안전 담당자로. 같은 노동운동이지만 여러 가지 면에서 차이가 큰 노동조합에서 활동을 시작한 지 벌써 8개월째인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김진모 노동안전부장을 만났다. 출퇴근시간이 긴 두 시간이 걸려도 대학시절 익숙해진 동네에 정이 들어 화성시 병점에 살고 있다는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 김진모 노동안전부장을 715일 오후 동네 카페에서 만나 활동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김진모 부장은 노안부장을 맡기 전 건설노조 경기중서부건설지부에서 4년 가까이 조직과 교육업무를 맡아 활동하다 자연스럽게 정리하고 3개월 정도 쉬던 중 교육공무직본부 얘기를 들었고 활동 결심을 했다. 노동안전 활동은 처음이었다.

 

사실 노동안전을 할 것인지 망설였어요. 건설의 경우 노동안전 문제가 많긴 하지만 워낙 고용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에 고용 관련 투쟁이 많았었고, 노동안전에 에너지를 많이 못 쏟고 있었죠. 노조에서 특히 노동안전은 부수적인 경우가 많거든요. 노동안전이라고 하니 엄청난 압박감이 느껴졌고요.”

 

현장과 가까이에서 노동안전 활동을

 

전에 활동했던 건설과 현재의 교육공무직은 직종에 따른 업무특성이나 조합원 구성 면에서 다른 점도 많지만 공통점도 있다고 한다. 조합원 구성 성별 비율의 경우만 봐도 건설은 90%가 남성, 교육공무직본부는 90%가 여성이다. 고용형태도 건설은 일용직이 대다수고, 교육공무직은 무기계약으로 전환되어 비정규직으로 차별은 있지만 고용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되었다는 차이가 있다. 그러나 교육공무직에도 다양한 직종이 있는데 그 중 가장 규모가 큰 급식은 현장 안에서 팀 단위로 움직이는데, 건설도 팀 단위로 움직이며 일하고, 연령대도 50대가 많다는 점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노동안전 활동을 전문적으로 접근하면 못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최대한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소화하려고 노력해요. 산업안전보건법 조항을 모르더라도 조합원들이 겪는 노동현장의 작업에 가까워져야 저도 이해하기 편해서 책을 보는 것보다 현장에 가 직접 보면서 접근했더니 더 빠르게 이해가 되더라고요.”

 

코로나19로 학교방문을 많이 하지 못하다 최근 급식실 폐암 산재신청 관련해서 전북의 어느 고등학교에 갔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조리사 혼자서 3시간 반 동안 튀김을 했고 계속 연기가 올라왔다고 한다. 설치된 후드가 그 연기를 전혀 빨아들이지 못해 옆으로 번졌다. 제대로 작동을 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곳에서 일하는 영양교사는 후드 스위치가 어디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어 황당하고 안타까웠다고 한다. 김진모 부장은 급식실에서 폐암 환자가 속출하고 있는 사실을 잘 알리고 동시에 당당하게 건강을 지키기 위한 요구를 할 수 있게 만들어 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노동조합에서 집중하고 있는 것에 노동과정이 빠져있는 상태라는 생각이 들어요. 노동조합에서 제일 중요한 문제는 일자리 안정과 일 한만큼 임금을 받는 것인데, 그 중간이 없어요. 저도 노동조합 운동을 해오면서 고용과 임금에만 꽂혀있었거든요. 그런데 열심히 싸워도 임금을 충분히 받지 못 하는 상황에서 일을 30~40년을 해도 안 다치고 몸 성히 나갈 수 있는 건가, 이게 전제가 안 되면 한푼 두푼 버는 게 무슨 소용일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거죠. 노동조합이 전환하기에 늘 쉽지 않은 게 이런 얘기를 하다가도 결국 교섭 시즌이 오면 다 뒤로 가고, 임금 인상에 집중하게 돼요.”

 

노동조합 활동가의 로망은 조합원 가까이 가고자하는 것이라고 한다. 조합원들과 부대끼면서 서로 웃고, 때로는 싸우기도 하면서 신뢰관계를 만들어가는 것이 노동조합의 중요한 힘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코로나19를 뚫고 몇 만 명 모여 위세를 떨치는 것보다 노동조합이 오래 가려면 조합원 가까이에서 소통하는 것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했다. ‘요즘 몸은 괜찮냐는 얘기부터 생활에 대한 이야기, 현재 상태가 어떤지 등 노동안전에 대한 이야기를 활동가와 조합원이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그러려면 노동조합운동도 더 깊이 조합원 속으로 들어가고 소통하는 방식으로 전환되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고 생각을 밝혔다.

 

노동안전 활동을 하다보면 방향이나 구상이 좀 더 달라질 것 같아요. 물론 그게 지난해보이고, 당장 돈 더 얻어내야 하는데 뭐하는 짓이냐 그럴 수 있을 것 같고, 그래도 그렇게 하지 않으면 어렵다는 생각도 들어요. 조합원들과 가깝게 할 수 있는 노동운동에 노동안전으로 접근하는 전환을 하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하죠.”

 

직종이 다양한만큼 위험도 다양하다

 

산업안전보건법을 적용받는 직종은 현업업무로 분류되고, 여기에는 비교적 육체노동이 잘 드러나는 급식, 미화, 시설, 통학, 경비업무가 해당되는데, 교육공무직에는 이외에도 돌봄, 교무실, 행정실, 도서관, 특수교육직, 실무사 등 직종이 많다고 한다. 직종을 세분화하면 80여개가 된다. 업무상 유해위험 요소가 더 드러나는 직종 외에도 사무직종처럼 그렇지 않은 직종도 있다. 교무실에 있는 교무실무사, 행정실무사나 학생들을 직접 만나고 돌보는 돌봄 노동자의 노동안전 의제가 그렇다.

 

교무실, 행정실 노동안전 설문조사에서 전화가 울려도 아무도 받지 않는다고 적었다고 한다. 학교 대표번호로 전화가 오면 비정규직 노동자가 받게 된다. 그러나 걸려오는 전화 중 비정규직이 해결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어 민원인의 비난을 혼자 다 들어야 하고, 대처할 수도 없는 고충이 있다고 한다. 돌봄 노동자들은 30~40명 아이들을 혼자 감당해야하는 전쟁터 같은 상황에 있는 것은 이미 알려진 바다. 특수교육지도사의 90%가 여성인데 10~20명 학생을 혼자서 맡는다고 한다. 도서관 사서는 무거운 책을 혼자 정리하고 운반하고, 과학실무사는 유해화학물질을 취급하기 때문에 특수건강진단을 받지만 산업안전보건법 적용대상은 아니라고 한다. 이처럼 학교는 특수한 공간이고 무궁무진한 비정규노동자가 있고 이들은 절대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 계속 드러나고 있다.

 

아직도 학교가 서당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학교에 가면 선생님이 가르치고 아이들은 알아서 혼자 큰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학교를 운영하기 위해서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받치고 있거든요. 그 분들의 노동이 안 드러나는 것, 그게 제일 과제고 어려운 상황이에요.”

 

학교가 산업안전보건법이 적용된 지 얼마 안 됐잖아요. 그래서 교육부나 교육청도 저희도 처음이다 보니 서로 감이 안 잡히는 거예요. 임금교섭은 이미 자리 잡았고 잘 하고 있는데 말이죠.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꾸려서 안전보건관리체계를 만들어야 하는데 관리감독자를 어떻게 지정할 것인가를 가지고 거의 2년을 싸우는 거예요. 교육부나 교육청이 보수적이어서 학교에 무슨 산업안전이냐고 방어적인 태도로 나오니까 노동안전사업들이 공회전하는 거죠. 그래서 힘든 것 같아요.”

 

학교가 위험하다

 

요즘 교육공무직본부 노동안전에서는 폐암 집단 산재신청이 가장 큰 현안이다. 20년씩 근무한 노동자들이 폐암에 걸렸다는 얘기가 급식실 조합원들 사이에서 돌고 있었는데, 3년간의 싸움 끝에 결국 올해 산재인정을 스스로 받은 조합원이 있었다고 한다. 4개월 후에는 충북에서 두 번째 산재승인 사례도 나왔다. 올해 5월 직업성암 119에서 집단산재신청을 했을 때는 학교급식실 노동자 중 10명이 폐암을 제보하는 충격적인 상황이 펼쳐졌다고 한다.

 

이건 사실 대참사거든요. 학교에서 발생하는 일은 빠르게 사회적 이슈가 되는 현장이라, 학교 측에서 여론에는 엄청 신경 쓰는데 문제해결에는 소극적이에요. 지역여론이 민감하니 17개 각 시도교육청은 대응은 하는데, 고용노동부에서 조치사항을 내리면 뭘 해야 하는지 모르는 거죠. 그런데 이 문제 원인에 95%가 시설과 식단문제가 있더라구요. 지하에 급식실이 있다면 무조건 리모델링해야 하고, 후드가 문제면 다 들어 엎어야하죠, 급식실 전체에 방향을 잡고 중장기적으로 가야하는 것 같아요.”

 

노동안전이라는 돌파구

 

과거 노동조합 활동을 할 때는 중요한 명분이나 활동을 내세워 조합원들을 끌어오려고 하는 것도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최근 노동안전 활동을 하다보면 조합원과 활동가 사이의 벽을 허물고 가깝게 소통할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투쟁 이후 민주노총에서 더 이상 죽이지 마라는 노동안전 의제를 슬로건으로 걸고는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요구는 여전히 그대로여서 노동안전에 대해 친근하고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법방을 더 깊게 습득해 가야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고 노동조합 활동가들에게 필요한 것 같다고 강조했다.

 

요즘 노동운동 길이 막혔다고 하는데, 노동안전이 길을 뚫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아이디어도 많이 제공하면서요. 교육공무직본부는 어느 정도 고용이 안정돼서 우리의 목소리를 어떻게 내야할지 노조가 고민을 많이 하거든요. 거기에서 노동안전 이야기가 중요하게 많이 나와요. 노력하는 게 확실히 보이는데 사업의 위상이 잘 안 만들어지는 어려움은 있지만요.”

 

노동안전 활동을 하는 분들이 많다는 사실도 노동안전부장을 맡고 알게 되었다는 그는 노동안전 활동가 선배들을 만날 때면 활동 오래 할수록 한도 많이 쌓이고 애타는 게 느껴진다고 했다. 선배 활동가들의 활동을 통한 고민과 과제를 공유하고 공부도 같이 할 필요도 느끼고 있다. 또 노동안전 활동이 풍부해지려면 후배 노동안전 활동가들이 선배 활동가들을 찾아가는 게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이렇게 노동안전 활동가들이 서로 발전하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인터뷰를 마쳤다.

 

 

 

[8월_다양한노동이야기] “현장의 힘으로 소방의 미래를 열자”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 김주형 사무처장 인터뷰

 

현장의 힘으로 소방의 미래를 열자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 김주형 사무처장 인터뷰

 

이숙견 상임활동가

 

부산지역에서의 연구소 연대 활동 중 하나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노동인권 교육이다. 그간 교육자료를 만들며 외국의 사례를 자주 인용했는데, 그중 소방관도 경찰도 스스로가 노동자로 생각하기 때문에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국가도 이를 공식적으로 인정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지난 76, 한국에서도 드디어 73년 만에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가 출범했다. 6만 명의 소방관을 대표해 1만 명 조합원의 압도적 지지로 당선된 초대 집행부(박해근 본부장, 김주형 사무처장)의 김주형 사무처장을 만나 소방관 업무와 애로점, 소방본부가 출범하게 된 배경과 앞으로의 과제를 들었다.

 

한 개의 시나 도의 경우 소방본부 아래 소방서와 119안전센터, 구조대, 소방정대, 119지역대 등의 체계가 잡혀있다. 소방서는 내근직으로 총무·회계·예방업무를 하고, 119안전센터나 119지역대의 경우 현장직으로 화재 진압·민원업무·화재 예방업무를 도맡는다. ‘소방이라고 하면 대부분 화재 진압이 중심 업무라 생각하지만, 오히려 화재 진압은 10% 정도다.

 

행정업무를 정말 많이 한다. 카페에도 소방시설(비상구·소화기·소화전 등)이 다 있다. 이를 관리하고 점검하는 것 역시 화재 예방업무다. 큰 건물의 경우 그 층에 어떤 시설이 있는지, 식당이면 어떤 가스를 사용하는지, 유동 인구가 몇 명인지를 조사해서 기록한다. 해당 작업이 쉽지는 않다. 시스템이 제대로 연계되지 않아, 시나 구청에서 넘어오는 자료도 별도의 작업을 한 번 더 해야 할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언제부턴가 119는 화재 진압 및 예방작업 이외에도 긴급한 일이 발생할 경우, 민원을 해결하는 공공기관이 됐다. 실제 업무 중 50% 이상이 현관문을 열어 달라거나 여름철에는 말 벌집 제거, 애완동물 구조 등 다양한 민원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민원업무의 경우 손실에 대한 배상이 있고 보험도 들어있지만, 가능한 관계자나 주인이 책임진다고 동의하면 진행한다. 하지만 화재 발생과 같은 긴급한 상황이 되면 확인할 시간이 없어서 일단 문을 부수고 들어간다. 배상 문제는 나중에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정말 긴급한 상황이 아니면 부수는 건 신중하게 생각하고, 되도록 부수지 않고 다른 방법을 시도하려고 한다.”

 

공공기관 대부분은 공공의 서비스를 위해 24시간 교대근무를 하며,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고 있다. 이 때문에 공공기관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은 위협에 노출돼 있었고, 최근 근무체계변경에 대한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실제 부산지하철의 경우 202011월부터 32교대제에서 42교대제로 변경했고, 철도는 시범 운영을 통해 교대제 변경을 모색 중이다. 하지만 소방서의 경우, “안전하고 행복한 대한민국을 위해 24시간 깨어있겠습니다라는 소방청 홈페이지 문구를 이행하기 위한 32교대 근무체계에 맞는 인력 충원이 되지 않은 상태다.. 2009년부터 현재의 3교대 근무체계를 위해 인력을 충원 중이나 아직도 미충원 인원은 7천 명이나 된다.

 

현장직 대부분은 32교대 근무로, 21주기 체계다. 1주기는 주간근무를 하고, 2주기는 월··금 야간근무 후에 일요일은 24시간 당직을 한다. 3주기는 화·목에 야간근무를 하고 토요일에 24시간 당직한 뒤 다시 1주기인 주간근무를 하는 방식이다. 교대근무로 인해 생활 리듬이 계속 바뀌어서 직원들이 힘들어한다. 더군다나 인원도 부족해서 더욱더 힘들다. 그러다 보니 근무체계 변경의 요구가 많다.

 

궁극적으로 42교대를 희망하지만, 4교대를 하려면 기존 미충원 인원인 7천 명에 17천 명을 더 뽑아야 한다. 언제 인원 충원이 될지 모르니, 4교대로 넘어가기 전의 과도기라도 기존의 32교대 근무체계에서 하루 24시간 당직, 이틀간 비번 근무체계로 변경하는 것을 원한다. 실제로 시범 실시도 해봤는데 직원들의 반응이 좋았다. 설문조사에서 7~80%가 선호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김주형 사무처장은 경상남도 소방본부 소속으로 현재 근무지는 원동 119구조대다. 집에서 근무지까지 넉넉히 잡아도 1시간 이상 소요되는 거리이며, 대중교통으로 이동하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예산이 지자체에서 나오기 때문에 같은 국가공무원이라도 지역에 따라 식사, 숙소, 시설 등 복지와 관련된 것들이 균등하지 않다.

 

식사의 경우 지원이 되는 곳도 있고, 하나도 안되는 지역도 있다. 부산은 영양사 선생님이 식단을 짜주고 단체 구매해서 체계가 잘 돼 있는 편이다. 하지만 도() 단위는 조금 열악하다. 영양사 선생님이나 공무직 두 분이 계시는 곳도 있긴 하지만, 시니어클럽의 지원을 받아서 식사를 지원해주는 곳도 있다. 내가 있는 곳은 외곽지라서 약간의 지원금은 있긴 하지만, 거의 아무것도 없고 알아서 먹어야 한다.”

 

교대제나 복지시설의 문제도 힘들지만, 조합원을 가장 힘들게 하는 건 현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업무지시와 공정하지 못한 인사제도다. 대표적인 것으로 일과표라는 게 있는데, 이는 전국의 모든 현장에서 소방청에서 작성한 일과표에 맞춰 업무를 하도록 하는 방침이다. 실제로 행정업무가 너무 많아 일과표대로 하지 못한 상황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몰래 촬영해 일과표대로 현장훈련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을 문제로 삼는다. 더욱 문제는 현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업무지시가 점점 더 많아진다는 것이다.

 

시골의 경우 화목보일러가 많은데, 화목보일러가 있는 집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라는 특수시책 사업이 내려왔다. 문제는 예산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소방관들 보고 나가서 직접 설치하라는데, 우리가 설비업을 하는 것도 아닌데 다짜고짜 하라고 하니 어이가 없었다. 직장협의회에 문제를 제기했지만 달라지는 게 없었다. 소방관이 상수도관 연결하는 전문가도 아닌 데, 만약 설치 후 문제가 발생한다면 책임은 설치한 사람에게 있다. 위에서는 진급을 위해서 말도 안 되는 사업이 자꾸 내려오는데, 예산을 확보해서 제대로 하게 하거나 사업에 대한 적정성 평가가 필요하다.”

 

일방적인 업무지시는 공정하지 못한 진급 제도와 연관이 돼 있어, 진급을 위해서는 이러한 불합리한 업무를 수행할 수밖에 없다. 열악한 노동조건과 경직된 조직 분위기는 업무상 사고로 발생한 사망도 순직 처리로 인정받기 어렵게 한다.

 

대표적인 사건이 고양이 구조사건이라고, 고양이를 구조하다가 로프가 끊어져서 사망하셨는데 처음에는 순직 처리가 안 됐다. 그런데 여론이 들끓고 시민이 함께 문제를 제기하자 순직 처리가 됐다.”

 

실제로 이 사건뿐만 아니라 김주형 사무처장도 현장업무를 하다가 어깨의 인대가 끊어진 사고를 당했다. 공무상 재해 또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처럼 재해 당사자가 모든 서류를 만들고 업무와의 연관성을 입증할 책임이 있기에 매우 어렵다. 심지어 공무상 처리를 하면 승진 고과에도 영향을 받아 더욱 눈치를 보거나 신청을 할 수 없는 분위기다. 하지만 최근에는 직업성 암(혈액암·폐암 등)이나 질병으로 공상처리를 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혈액암으로 돌아가신 분도 있는데 개인이 서류를 만들고 입증했다. 그분이 길을 만든 덕분에 다른 피해자도 그 길을 갈 수 있게 됐다. 우리 일이 연기를 많이 마시다 보니 폐암도 많고 혈액암도 많다. 알려지지 않은 질병이 많다 보니, 아는 선배님 중 두 분이나 퇴직하고 채 1년이 못 돼서 암으로 돌아가셨다. 명백하지 않은 혈액암이나 여러 질병은 입증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하지만 이러한 일도 노동조합에서 챙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방본부 노동조합이 1만의 조합원과 함께 시작할 수 있었던 건 과정에서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많은 현장 활동가의 싸움과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 함께한 덕분이다. 이제는 조합원을 가장 힘들게 하는 일과표 폐지·근무체계 변경·공정한 인사제도 도입·수당 현실화·효율적인 인력배치 등 현장의 여러 문제를 해결해나가면서, 조직된 힘으로 소방노동자의 미래를 함께 만드는 것이 중요한 지점이다.

 

“5대 과제는 큰 것을 요구하는 게 아니다. 인간, 노동자로서 자존감을 높이고 존중해달라는 것이다. 지금까진 위에서 조합원의 자존감을 떨어트리는 행동을 많이 해왔다. 솔직히 노동조합에서 일과표 대응을 위해서 유튜브 영상도 만들었는데, 남들이 보면 웃을 만한 일이다. 그런 사업을 만든 사람들 대부분은 현장경험이 없는 간부다. 현장 활동을 안 하다 보니까 그렇다. 임용받자마자 시험 쳐서 간부가 되는 간부후보생 제도도 바꿔야 한다.”

 

지난 3개월 동안 세 명의 소방관이 사망했다. 510일 성남시 분당구 농기계 창고의 화재 진압 과정에서 차가 전도돼 사망했고, 619일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인명구조를 하다 사망했으며, 629일 울산 중구 상가 건물 3층에서 화재 진압을 위해 진입했던 소방관이 사망했다.

 

“3개월 사이에 세 분이 돌아가셨다. 하지만 쿠팡, 울산, 용인 사고 현장에서 책임지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사과하는 사람도 없다. 소방 쪽에도 중대재해처벌법이 도입돼야 한다. 사망사고가 너무 일상이 됐다. 지휘부가 언급조차 하지 않지만 더는 순직사고가 나오지 않게 지휘부(서장, 소방본부장, 소방청장)가 책임져야 한다. 사과도 하고 재발 방지대책을 만들어져야 계속되는 죽음을 멈출 수 있다. 앞으로 5대 핵심과제와 함께 조합원의 안전과 건강권 쟁취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8월_과로사통신] 과로자살, 개인의 취약성이 아니라 노동조건의 문제로

과로자살, 개인의 취약성이 아니라 노동조건의 문제로

 

김다연 상임활동가

 

낮은 과로자살 산재 신청률, 과소보고 된 업무관련 자살

 

2018년 과로자살 산업재해(이하 산재’) 신청 건수는 95건으로, ‘직장 및 업무상의 문제로 자살한 이들 487명 중 19.51%에 불과했다. 2019년도에는 자살한 598명 중 72명만이(12%)신청했다. 그나마 공식적으로 보고되는 과로자살 건수도 실수치를 반영하기 어렵다. 이유는 경찰청에서 전체 자살 건을 자살 동기(원인)별로 분류하는 방식에 있다. 경찰청은 정신적정신과적 문제와 여타 다른 자살 원인들을 각자 독립적인 원인으로 설정하고, 이 중 한 가지를 선택하여 분류한다. 2014~2019년까지 여러 동기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건 정신적정신과적 문제였다. 하지만 설사 정신적정신과적 문제가 자살을 야기하는 직접적 원인이라 할지라도, 이는 동시에 다른 근본적인 원인으로 인해 나타난 결과일 수 있다. 혹은 다른 원인들과 혼재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복잡한 면면들은 고려되지 않는다. 결국 과로자살을 포함한 여러 자살 사건들이 단순한 정신적/정신과적 문제로 묻히는 경우들이 발생한다. 과로자살 현황이 온전히 집계되지 않고, 그나마 과로자살이라는 제 이름을 입고도 산재를 통해 공식적으로 드러나는 경우가 매우 적은 현실. 정신적인 고통을 유발하는 노동현장의 조건들이 제대로 조명되지 않고, 많은 자살이 개인과 그 가족의 비극으로만 남고 있다.

그럼에도, 고무적인 변화도 있었다. 업무상 정신질환이나 자살에 관한 산재승인 기준이나 법원의 판결은 노동자의 자살이 그 개인의 취약성이 아니라 노동조건을 봐야 할 문제라는 점을 보다 인정하는 쪽으로 개선되어왔다.

 

과로자살 산재승인율의 증가

기본적으로 한국의 산재보험법에서는 자살을 스스로 고의적으로자해를 하여 사망한 것으로 보고 업무상 재해로 보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자살의 원인은 개인에 있다고 보는 것이다. 다만 업무가 정신질환을 포함한 정상적인 인식능력이 뚜렷하게 저하된 상태혹은 정신적 이상 상태를 유발했고, 그 이상 상태에서 비자발적으로자살로 내몰린 경우는 업무상 재해로 본다. 자살 그 자체가 아니라 업무로 유발된 정신 이상 상태가 있었는지에 방점을 찍는다. 산재보험법 대통령령에서는 후자에 해당하는 3가지 사유를 명시하고 있다.

(1) 업무상의 사유로 발생한 정신질환으로 치료를 받았거나 받고 있는 사람이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자해행위를 한 경우
(2) 업무상의 재해로 요양 중인 사람이 그 업무상의 재해로 인한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자해행위를 한 경우
(3) 그 밖에 업무상의 사유로 인한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자해행위를 하였다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경우

[1] 산재보험법 시행령 제36(자해행위에 따른 업무상의 재해의 인정기준)/2020.01.07. 개정안 기준

 

이 때문에, 일반 질병의 경우 산재승인을 받으려면 그 질병이 업무와 관련이 있다는 것만 입증하면 되지만 과로 자살의 경우는 이중 증명의 부담이 있다. 자살하는 당시 정신적 이상 상태였고 그 이상 상태가 업무와 관련성이 있다는 것 모두를 밝혀야 하기 때문이다.

 

다행인 점은, 법원의 판정과 근로복지공단의 <정신질병 업무 관련성 조사 지침>모두 과로자살의 산재승인 가능범위를 확대해왔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정신적 이상 상태를 의학적과학적으로 명확하게 정신질환으로 판단되는 경우에 한정했다. 또 업무 때문에 발생한 정신질환과 자살의 인과성을 소극적으로 해석하거나, 당사자가 겪었던 정신질환과 자살이 업무와 관련이 있다고 해도 비슷한 업무를 하는 사회평균인에 비해 그 조건이 더 극심하지 않았다면 자살은 환경이 아니라 개인의 특이성에 기인한다고 봤다. 그러나 근래 법원은 개인의 내성적인 성격(현재까지도 일명 정신적 취약성으로 간주되는)이나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정신질환 유발 소인, 혹은 업무 외 다른 스트레스 요인이 있었다고 할지라도 업무가 자체가 정신질환을 발생시켰거나 혹은 악화시켰고 그로 인해 자살을 했다면 산재로 인정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리는 추세다. 근로복지공단의 <정신질병 업무 관련성 조사 지침> 역시 몇 차례 개정되면서, ‘정신적 이상 상태를 보다 폭넓게 해석하는 방향으로 개선되어왔다.

 

3차 개정 정신질병 업무관련성 조사 지침(2016년도 개정)에서는 자살의 업무관련성 조사 시 정신병적 이상 상태확인을 요구하고 있어, ‘정신적 이상 상태를 정신질환을 보유한 상태로 협소하게 규정한다. 하지만 제4차 개정지침(2019년 개정)은 정신질환에 국한되지 않는 이상 상태, 정상적인 인식능력이 뚜렷하게 저하된 상태로 완화했다. 또한 제4차 개정 조사지침은 업무와 재해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한 명백한 증명이 아니더라도 사회규범적 관점에서 상당인과관계의 추정으로 증명할 수 있고, 망인의 내성적인 성격이나 자살 직전 정신병적 증상(환각, 망상, 와해된 언행 등)이 없었다는 사실도 그 인과관계를 증명하는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판시한 판결(대법원 2017. 5. 31.선고 201658840)을 참고사례로 싣고 있다. 이는 지침이 지향하는 방향성을 보여준다.

 

이러한 변화들은 산재 승인율에도 영향을 미쳤다.


2015년도 2016년도 2017년도 2018년도 2019년도 2020년도
신청() 59 58 77 95 72 87
승인() 22 20 44 76 47 61
승인율(%) 37.3 34.5 57.1 80 65.3 70.1

[2] 2015-2020 과로 자살 산재 현황(출처 : 근로복지공단)

 

물론 산재 신청률 자체가 매우 낮다. 게다가 자살이 산재일 수 있다는 인식 자체가 보편적이지 않은 문화에서도 산재를 신청한다는 건, 근거가 명확해서 승인 확률이 높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주를 이룰 것이다. 그러니 폭넓은 범위의 다양한 사례들을 포함한 시기의 승인율은 또 다를 수 있겠다. 그래도 2015년과 2020년을 비교할 시 2배 가까이 증가한 승인율은, 개인의 성격이나 유전적 특성보다 그가 처해 있었던 노동조건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쪽으로 변화한 질병판정위원회 내부의 가치관과 법원의 판결 추세, 산재에 대한 사회적 태도의 변화 등이 반영된 결과라 볼 수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산재보험법 시행령 제36(1) 중 세 번째 기준인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자해행위를 하였다는 것이 의학적으로 인정되는 경우(20194차 개정지침)조항이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자해행위를 하였다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경우로 변경되었고, 이는 올해 1월 제4차 개정지침에 추가로 반영되었다. 여기서 상당인과관계의 인정이란 일반적인 경험과 지식에 비추어 그러한 사고가 있으면 그러한 재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인정되는 범위에서 인과관계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을 말하며, 반드시 의학적과학적으로 명백하게 입증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물론 그 인정되는 범위의 크기는 논쟁 지점이다. 그렇더라도 의학적 인정이라는 말이 빠졌다는 건 나름 큰 의미를 가진다. 바뀐 지침을 적극적으로 해석하면, 정신질환으로 치료를 받았던 이력이 없고 유서도 남기지 않은 경우나 급작스러운 환경변화로 단기간 내 큰 충격을 받아 자살한 경우와 같이 정신적 이상 상태를 의학에 의거해 입증하기 어려웠던 사례라도, 노동환경이 큰 정신적 고통을 유발할만 했다면 자살과 업무 사이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고 산재를 승인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과로자살, 정신적 이상상태 매개 없이 산재 승인 받을 수 있어야

 

정신적 이상 상태입증 요건이 이렇게 변화왔음에도 불구하고, ‘정신적 이상상태를 과로자살의 산재승인 요건으로 두는 법 제도에는 여전히 비판 지점이 있다. 이미 기존의 여러 연구들은 자살이 이미 정신질환을 전제한다거나, 또는 자살은 본래 원천적으로 고의성을 부정할 수 없는 현상이고(위에 언급했듯 정신질환을 매개하지 않은 자살은 고의성이 있다고 판단해 산재인정을 하지 않는다) 또 정신질환 발병 없이도 자살로 이어지는 경우들이 존재하는 현실을 간과하고 있다는 등의 다양한 의견들을 내놓아왔다. 어떤 근거가 더 합당한지는 논의가 필요하지만, 중요한 것은 노동자의 과로자살에서 정확히 지목해야 할 것은 정신질환이나 정신적 이상상태 여부가 아닌, 그 노동자가 얼마나, 어떤 식으로, 어떤 대우 속에서 일을 했는가를 봐야한다는 점이다. 법 제도 역시 이러한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

 

[8월_현장의목소리] 독점적 지배구조 개혁, 노동환경 개선의 출발점- 네이버 노동조합 ‘공동성명’ 오세윤 지회장 인터뷰

 

독점적 지배구조 개혁, 노동환경 개선의 출발점

- 네이버 노동조합 공동성명오세윤 지회장 인터뷰

 

박기형 선전위원

 

지난 525일 네이버에서 일하던 한 노동자가 숨진 채 발견되었다. 20년 가까이 IT업계에 종사한 고인은 네이버 지도 중 내비게이션을 담당한 기술자이면서, 동시에 네이버 지도 서비스 개선을 담당한 팀을 이끄는 조직장이었다. 평소에도 주변 지인들에게 네이버 지도 서비스의 개선점을 물어보았으며, 개발업무 관리프로그램인 깃허브에 휴일과 주말 구분 없이 업무기록이 수시로 올라왔다고 한다. ‘내비게이션 서비스 업계 1’. 2019년부터 네이버 지도 서비스를 담당한 고인의 팀에 부과된 목표였다. 이를 달성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지속된 과로와 한 임원의 과도한 직장 내 괴롭힘이 의심되었다.

 

사측에서는 사건 직후 리스크관리위원회를 통해 자체 조사를 진행했고, 지난 625일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음을 인정하면서, 해당 임원의 인사와 관련된 책임자들과 가해자들에게 징계조치를 내렸다. 최인혁 최고운영책임자(COO)는 경고를 받았는데,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며 네이버에서의 모든 직책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다른 계열사들에서의 직책은 유지하였기에, ‘꼬리 자르기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당시 네이버 노동조합 공동성명’(이하 네이버 노조)은 사측의 조사가 협소하게 진행되는 것을 비판하며 531일부터 623일까지 자체 조사를 진행하였고, 재발방지대책을 담은 최종보고서를 628일에 발표하였다. 네이버 노조는 이번 사건이 특정 임원의 개인적 책임으로 축소되어서는 안 되고,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노동환경을 개선해야 하며, 나아가 성과 중심의 경영만 강조하면서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묵살하는 경영진의 의사결정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723일 금요일 오후에 진행된 인터뷰에서 노조가 사측과 별도의 자체 조사를 하게 된 배경을 물었다. 오세윤 지회장(이하 오 지회장’)은 네이버가 회사 내 문제를 조사하고 처리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네이버는 사내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사건 처리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겠다는 명분으로 사건해결을 사외이사들에게 맡겨왔다고 한다. 지난 2018년 사내이사의 채용 비리가 터졌을 때도, 사외이사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외부의 법무법인에 조사를 의뢰했다. 문제는 해당 기관의 입장에선 네이버가 수익성이 큰 고객이라는 점에서 온전히 독립성을 유지하기 힘들다는 점이었다. 그러니 조사범위가 축소되거나 제대로 된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 등의 한계로 이어지고 말았다. 더욱이 오 지회장은 위원회 소속 사외이사들도 그 명칭과는 달리, 실제로는 사측의 입김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사외이사 임명 권한을 누가 쥐고 있는지, 해당 사외이사가 누구의 관점과 이해관계에 입각해 사건을 처리하는지 들여다봐야 한다는 것이다.

 

네이버는 상시적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 내에 감사위원회, 리스크관리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보상위원회, ESG위원회를 두고 있다. 이 중 리스크관리위원회는 2020년에 기존 투명성위원회의 역할을 확대 개편한 것이다. 투명성위원회는 201612월 기업지배구조 개혁, 즉 소유와 경영을 분리한다는 취지로 이해진 창업자 겸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사퇴하고 임원제를 폐지하면서 글로벌인사위원회를 대신하여 구성되었다. 당시 논란이 되었던 검색어 순위 조작 의혹을 불식하기 위해 한성숙 현 네이버 대표가(당시 대표 내정자) 투명경영을 강조하는 차원에서 투명성위원회를 직접 이끌었다. 리스크관리위원회는 투명성위원회에서 담당했던 회사의 중요한 대외정책, 사회공헌 및 재단출연, 환경·사회 관련 제반사항과 대규모 내부거래 등의 심의기능에 더해, 전사 통합적 리스크관리 기본방침 및 전략수립·관리기능을 맡고 있다. 위원회 구성원은 총 3인으로, 모두 사외이사다.

 

이렇게 보면, 네이버가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여 독립성과 공정성을 담보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사외이사가 형식상 회사 밖의 사람이라 하더라도, 실질적인 이해관계가 얽혀있다면 내부자나 다를 바 없다. 더욱이 네이버의 전체적인 기업지배구조의 형식과 실질이 분리되어 있다면, 더 주의해야 한다. 네이버의 사업보고서에 기재된 네이버와 그 계열사의 임원직 현황을 살펴보면, 이해진 GIO와 삼성SDS 시절부터 함께한 창립멤버인 최 COO는 해피빈 재단대표직을 제외하고도 네이버파이낸셜 대표이사 등 네이버 계열사 7곳의 임원을 겸직하고 있다. 그 외 채선주 최고커뮤니케이션책임자(CCO), 박상진 최고재무책임자(CFO) 등 이해진 GIO의 측근들이 네이버랩스, 네이버클라우드, 스노우, 네이버웹툰 등 주요 계열사의 임원을 겸하고 있으며, 책임리더들 중 일부는 9~10곳까지 계열사 감사직을 겸하고 있다. 이로 인해, 소유와 경영의 분리가 실질적으로 이뤄지고 있는지 의문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오 지회장은 2017년 이후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제출된 경영체계 개편논의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네이버가 관계하는 사업마다 이를 담당하는 계열사를 별도의 법인으로 설립했는데, 형식적으로 볼 때는 각 계열사의 독립성을 보장함으로써 독점적 지배구조를 선진적으로 개선하는 모양새를 갖췄지만, 실질적으로는 임원 겸직 등을 통해 실질적으로 이해진의 신뢰를 받는 C-Level(CEO, COO, CFO )의 몇몇 경영책임자가 권한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 형식적으로만 분리해 법적인 책임은 지지 않고, 실질적 지배력은 유지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오 지회장은 실무에 있어서 소수의 경영진에 의한 탑다운(Top-down)’ 방식의 의사결정구조가 열악한 노동환경의 근원에 자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IT업계의 노동문제를 지속해서 대응하면서 느낀 바가 있습니다. 바로 IT업계에서 성공한 경영진들이 갖는 공통된 태도입니다. 그분들은 사업이 잘 안 되는 이유를 아랫사람이 열심히 일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영진의 사업방향은 올바른데 이를 노동자들이 성실히 따라와 주지 않아서, 또는 글로벌 경쟁이 심해지는데 살아남기 위해 더 치열하게 일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노동자는 시키는 대로 최대한 열심히 일하기만 하면 된다는 거예요.”

 

오 지회장은 IT업계의 경영환경은 기술발전에 따라 시시각각 변화하며, 특히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네이버에서는 사람들의 필요를 잘 살펴야 하기에, 시장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선 소수의 경영책임자만의 판단이 아니라, 시장의 동향과 방대한 정보를 직접 마주하는 일선 실무자들의 판단까지도 경영에 잘 반영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 노동자들에게 더 많은 자율성이 부여되어야 하며, 상향식 의사결정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였다. 하지만 오 지회장은 네이버에선 여전히 시키는 대로만 하라는 조직문화가 강고하다고 꼬집었다. 이로 인해, 무리한 업무일정을 강요하거나, 이번 사건처럼 오래전부터 업계에서 직장 내 괴롭힘으로 문제가 되었던 사람을 무리하게 채용하여 업무강도를 높이는 식으로 성과를 내려고 하는 등의 성과압박이 당연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하나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선 팀 전체의 협력이 중요한 사업들에 대해 팀원 간 성과경쟁을 시키는 방식의 노무관리도 노동강도와 업무 스트레스를 높이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요컨대, 이번 사건은 장시간 노동과 성과급 경쟁, 이를 강제하는 위로부터의 일방향적 의사결정구조, 나아가 창업자와 그 측근들의 인사·기획 등의 권한 독점에 따른 결과라는 것이다. 더욱이 오 지회장은 이런 여건 때문에 제대로 된 조사나 개선조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내에서 직장 내 괴롭힘을 비롯한 여러 사안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려면 퇴사를 각오해야 할 정도다.

 

네이버 노조는 이번 사건의 해결을 위해 노동환경을 개선을 논의하기 위한 기구로서의 재발방지대책위원회를 제안했다. 직장 내 괴롭힘 등 노동문제를 신고·조사·징계할 수 있는 기구로,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최대한 반영하고 신뢰를 담보할 수 있도록 노사동수로 구성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아직까지 응답이 없어, 단체교섭을 통해 이를 관철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에 더해, 앞으로 조직장에 전적으로 부여된 인사권한을 별도의 인사 시스템으로 독립시키거나, 성과급 중심의 인금체계와 성과평가기준을 개선하거나, 경영진 겸직을 완화하고 새로운 리더쉽에 대한 논의를 노동자와 함께 구상하며, 리더 임명 및 사업운영에서도 해당 조직 구성원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의사결정구조로의 전환을 논의해나갈 예정이라고 한다.

 

[8월_문화로읽는노동] 당신은 그것을 가지고 갈 수 없다- 돈만 아는 저질들을 향한 풍자와 해학: 영화 ⟨우리들의 낙원⟩(1938)

 당신은 그것을 가지고 갈 수 없다(You can’t take it with you).

- 돈만 아는 저질들을 향한 풍자와 해학: 영화 우리들의 낙원(1938)

 

김소형 문화사회연구소

 

금융 자본가인 안소니 커비가 노리고 있는 것은 전쟁물자인 군수품이다. 감독인 프랭크 카프라는 영화 이후, 전쟁(2차 대전, 1939~1945)이 다시 시작되리란 걸 알았다는 듯이, 영화 도입부는 군수업으로 사업을 확장해가며 탐욕에 눈이 먼 사람으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예상한대로 영화의 주인공은 그런 자본주의에 대해 비판적인 삶을 견지해나가는 어느 마을의 정신적 지주인 반더호프이다. 영화 <우리들의 낙원, You can’t take it with you>(1938)은 자본주의적인 삶의 양식으로부터 벗어나 있는 반더호프와 그의 가족에 관한 이야기다. 기존에 퓰리처상을 받은 동명의 희곡을 각색하여 영화화 했는데, 그 해 아카데미 최우수감독상까지 수상한 작품이기도 하다. 아직 못 본 독자분들이 있다면 개인적으로 추천하고 싶은 영화 중 하나이다. 특히나 고전적인 풍자와 해학을 좋아한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이것 말고 달리 하고 싶은 일은 없소?”

 

엄청난 금액을 제시해도 집을 팔 생각이 없는 반더호프는 그들의 부름에 어쩔 수 없이 회사를 방문했는데 이 때 열심히 일하고 있는 노동자 포핀스를 만나게 된다. 반더호프는 포핀스에게 다가가 대화를 걸며 간단 하지만 그를 흔드는 질문 다섯 개를 던진다. 그리하여 영화는 우리에게도 다음과 같이 묻는다. “이것 말고 달리 하고 싶은 일은 없소?” 일을 방해하는 반더호프의 말들이 포핀스에게 반가울 리 없지만 결국 포핀스는 반더호프의 마지막 한 마디를 듣고 난 후,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기 전에 그와 함께 회사를 떠난다.

 

물론 영화에서나 있을 법한 장면이겠지만, 현실이 아니기 때문에 현실 그 너머로 우리를 데려가 줄 수 있는 게 영화의 매력이 아닐까? 다른 말로 해보면, ‘그럴 수 없는’, ‘그래선 안 되는불가능한 현실을 깨트리는 게 예술의 영역이듯이 말이다. 따라서 엄청나게 더 큰 돈을 얹어 줄테니, 집을 내 놓으라고 윽박지르는 업자는 반더호프를 절대 설득시킬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바로 이 불가능한현실에서 가족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으니까.

 

디즈니랜드에 사는 것 같겠지

 

자본가의 아들 토니 커비와 반더호프의 손녀 앨리스의 사랑이 한참 진행되면서 앨리스가 자신의 가족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해 언급하는 대목이 나온다. 그리고 흥미롭게 듣던 토니는 마치 디즈니랜드에 사는 사람들 같다고 말하며 가벼운 웃음을 보낸다. 대체 어떤 사람들이길래 만화영화에나 나올 법한 사람들이라 비유한걸까? 위의 사진은 반더호프의 가족들 중 일부인데 왼쪽부터 그의 첫째 손녀, 사위, 딸 그리고 첫째 손녀의 발레 교사이다. 첫째 손녀는 하루종일 집 안에서 발레를 추고 그녀의 아버지이자 반더호프의 사위는 집 지하 창고에서 자신이 만들고 싶어 하는 걸 만들며 산다. 요즘 말로 하면 메이커 운동을 하는 사람인 것이다(다만 사진에서는 잠시 아내가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모델로 포즈를 취해주고 있다).

 

반더호프의 딸은 타자기로 쉬지 않고 글을 쓰는 작가이며, 맨 끝에 있는 발레교사는 남루한 차림으로 가진 것 없이 살아가지만 러시아 발레에 대한 자부심만은 가득 차 있는 사람이다. 사진에 등장하진 않으나 그 외 나머지 가족들 역시 지하 창고에서 각자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들면서 지낸다. 그러니까 정리하면 반더호프 가족은 둘째 손녀인 앨리스 이외에 소득을 위해 노동하는 사람이 나오지 않는다. , 토니 커비가 말한 디즈니랜드에 사는 것 같다고 표현한 건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사는 사람들, 근로소득이 없는 사람들, 그야말로 이 세상에서 말도 안 되는 사람들이란 의미가 담겨져 있는 것이다. 그러나 영화는 묻는다. 그렇다고 이 사람들이 노동을 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지 않다. 반더호프 가족은 모두 마을 사람들을 위해서 무엇인가를 만들고, 타자기로 글을 쓰고, 가사일을 분담하고, 마을 사람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모아내면서 쉬지 않고 노동을 하고 있다.

 

당신들의 돈은 필요 없어

 

언론과 지역 주민들은 법정에 선 반더호프 가족과 커비 가족 사이에서 과연 누구에게 죄를 물을 지, 판결이 어떻게 날 것인지에 관심이 쏠려있지만, 변호사들을 앞세워 무죄 판결을 받은 커비 가족과 달리 반더호프 가족이 유죄로부터 빗겨나갈 방법은 없어 보인다. 이윽고 판사가 주인공에게 벌금형을 선고하자 주민들은 인정할 수 없다는 거센 항의와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이 어수선한 분위기를 가라앉히고자 안소니 커비는 변호사를 시켜 자신들이 반더호프의 벌금을 대신 내주고 싶다고 말하는데, 그러자 주민 중 한 명이 분노에 찬 표정과 당당한 손짓으로 당신들의 돈은 필요 없다고 외친다. 그리고 순식간에 주민들이 그 자리에서 반더호프네 가족이 내야 할 벌금 이상의 돈을 모아내는 장면이 나온다. 재판 후 유죄인 반더호프는 웃고 무죄인 안소니는 인상을 찌푸리며 법정을 떠난다.

 

자신의 기업 이익을 위해서라면 친구마저 버리는 안소니 커비가 반더호프와 나눈 몇 번의 대화를 통해 다른 사람이 된다는 것이야말로 이 비현실적인 영화의 가장 비현실적인 장면일 것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에서 그나마 현실적인 부분을 반영한 장면을 꼽으라면 안소니 커비가 법정에서 돈으로 사고자 했지만, 살 수 없었던 주민들과 반더호프의 마음이 표현된 장면을 들고 싶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으로 살 수 없거나 만들 수 없는 게 있을까 싶을 정도로 돈의 위력은 절대적이다. 하지만 뜻밖에도 별 것 아닌 듯해 보이는 사람의 마음을 살 수 없는 게 돈이기도 하다.

 

이 영화를 우리 현실에 비춰보면 어떨까? 만약 사회가 우리에게 머무를 집과 일용할 양식을 제공해준다면, 의료 시스템, 사회보험 등의 사회보장 안전망이 잘 구축돼 있다면,,. 우리는 지금보다 돈을 조금 덜 버는 노동을 해도 되지 않을까? 나아가 돈이 없어도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될 수 있다면, 우리의 노동이 지금보다는 자유로운 형태가 되지 않을까? 이렇듯 영화 <우리들의 낙원>은 돈을 벌기 위한 노동 너머의 노동에 대해 한 번 쯤 상상해 볼 것을 권유한다. 돈으로 모든 걸 해결하려 했던, 돈만 아는 저질을 향한 반더호프의 풍자와 해학이 그 작업에 어느 정도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8월_연구리포트] 택배 노동, 적정 노동시간 산정할 수 있을까?- “택배기사 적정 근로시간에 관한 연구” 소개

택배 노동, 적정 노동시간 산정할 수 있을까?

- “택배기사 적정 근로시간에 관한 연구소개

 

한노보연 노동시간센터 김형렬

 

택배 노동자들의 과로사가 연일 보도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더디기만 하다. 분류작업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합의도 있었지만, 현장에서 실제 적용은 회사마다, 지역에 따라 다른 상황이다. 주당 52시간을 넘지 말아야 하는 노동시간 상한제가 있고, 이를 과로의 기준으로 인정하고 있지만, 택배노동자들에게는 주당 60시간 이하의 노동을 하는 것도 쉽지 않은 현실이다. 특수고용형태로 생활임금을 유지하기 위해 장시간 노동이 유지되는 체계는 택배 노동자의 과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택배기사의 과로 방지를 위하여 노정 사회적 합의기구가 구성되었고, 2021121일 노정 사회적 합의(택배기사의 주 최대 작업시간은 60시간, 일 최대 작업시간은 12시간을 목표로 하되 그 구체적 작업 기준은 연구를 통해 정하고자 함)에 따라, 택배기사의 적정 노동시간을 제시하기 위한 연구용역이 추진되었다. 이 연구는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서 연구용역을 발주했고 한양대학교 장태원 교수팀에서 진행했으며, 연구결과는 지난 7월 산업안전보건강조주간에 발표되었다. 이 연구에서는 택배노동자의 작업 중 심박수를 이용하여 적정노동시간(원래 의미는 최대 허용노동시간)을 산정하였다. 연구는 설문, 면접, 심박수를 이용한 적정노동시간 산정 내용을 모두 포함하는데, 이번 글에서는 일부 설문내용과 심박수를 이용한 적정노동시간 관련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1. 택배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설문)

 

4개 회사 91명의 택배 노동자가 설문과 심박수를 이용한 적정노동시간 산정 연구에 참여하였다. 일 평균 노동시간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분류, 집화(개인, 사업장등에서 택배물품을 받아 오는 작업), 배송 등 모든 업무를 포함한 실제 하루 노동시간은 12.3시간(표준편차 2.1)이었다. 이중 분류작업에서 3.6시간(표준편차 1.1), 배송 작업에서 6.0시간(표준편차 1.8), 집화 작업에서 3.0시간(표준편차 1.9)으로 나눌 수 있었다. 택배노동자들은 여전히 상당한 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었는데, 이번 연구에 참여한 대상자에게서 실시한 설문과 실제로 측정한 결과에서도 하루 노동시간은 평균 11.5-12.3시간, 이를 16일로 환산하면 1주 노동시간은 69.0-73.8시간으로 상당히 길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구분 일평균 노동시간(시간)
평균 표준편차
분류 작업 3.6 1.1
배송 작업 6.0 1.8
집화 작업 3.0 1.9
12.3 2.1

 

2. 심박수를 이용한 적정노동시간 산정

 

택배 업무로 인한 신체부하 정도는 택배 배송량, 배송물품의 종류, 배송구역의 특성, 택배기사의 신체조건과 체력(심폐기능) 등 다양한 요건에 따라 달라진다. 따라서 나이, 배송구역 특성, 요일별 특성을 고려하여 측정시기, 대상자를 선정하였다. 나이는 다양한 연령대를 포함하되, 45세 미만과 45세 이상이 일정한 비율로 포함되도록 하였고, 배송구역은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수 있는 아파트 밀집지역, 많이 걸어 다녀야 하는 주택이나 빌라상가 밀집지역, 이동거리가 긴 시골이나 도서 지역의 3가지로 구분하고, 각 특성별로 일정 비율이 포함되도록 하였다. 측정시기는 요일별로 배송량과 신체부하 정도가 다를 수 있으므로 화요일, 목요일, 토요일 3일 동안 측정을 실시하였다. 4개 회사(A, B, C, D)별로 각각 24, 25, 12, 30명으로 총 91명이 연구에 참여하였다. 참여자는 대부분 남성으로(여성 1) 나이는 평균 43.8세였고, 40세 미만이 35, 40-49세가 24, 50세 이상이 32명이었다. 배송구역별로는 아파트 지역 배송자가 23, 주택빌라상가 지역 배송자가 33, 그리고 시골도서 지역 배송자가 35명이었다.

 

심박수 측정은 Polar M430을 이용하였다. Polar M430은 손목에 착용하는 시계 형태의 도구로써, 손목을 지나가는 혈류를 감지하여 심박수를 측정한다. 노동과정에서 심박수를 측정하고 계산식을 이용하여 심최대허용 노동시간 MAWT (Maximal acceptable work time) 산출하였다.

 

[그림 1] Polar M430

 

구분 전체 작업 배송 작업
실제
노동시간
MAWT 신체부하
지수
실제
노동시간
MAWT 신체부하
지수
A 10.7 7.5 1.46 7.1 6.9 1.10
B 11.8 8.1 1.50 7.3 7.4 1.06
C 13.1 8.2 1.66 7.7 7.0 1.25
D 11.4 8.3 1.42 8.7 8.2 1.11
전체 11.5 8.0 1.49 7.8 7.4 1.11
실제노동시간 : 측정 당일 실제로 일했던 시간
MAWT : 주어진 강도의 업무를 신체의 피로 없이 수행할 수 있는 시간
신체부하지수 : 실제노동시간을 MAWT로 나눈 값

 

이 연구에 참여한 택배노동자들의 실제노동시간은 11.5시간으로 업무를 신체의 피로 없이 수행할 수 있는 시간(이하 MAWT)”8.0시간보다 약 3.5시간 정도 초과하였다. , 신체에 부담이 되지 않는 시간보다 3.5시간 만큼 과중업무를 하였다. 분류작업을 하지 않고 배송만 한다고 가정을 하면, 배송 작업의 노동시간은 7.8시간으로 MAWT7.4시간보다 여전히 길었으나, 그 차이는 매우 줄어든다. 신체부하 정도를 의미하는 신체부하지수는 1.49로서 매우 높았으나 배송작업만 감안하면 1.11로 상당히 감소하였다.

 

3. 사회적 합의 주당 60시간 이내, 택배 노동자 건강위협 줄이기에는 아직 멀다

 

택배기사의 과로 방지를 위한 노정 합의기구에서 1차 합의한 내용은 “1주 최대 노동시간 60시간이다. 택배기사들의 1주 노동시간이 70시간 정도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1주 노동시간을 최대 60시간으로 제한한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이번 연구에서 주어진 강도의 업무를 신체의 피로 없이 수행할 수 있는 시간MAWT는 평균 8.0시간이었기 때문에, 이를 초과하는 경우 60시간 미만이라 하더라도 신체의 부담이 될 수 있다. 합의 내용인 분류작업 제외가 현실적으로 적용이 되어 택배기사들이 분류작업을 하지 않고 배송작업만 하게 된다면 노동시간을 더욱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연구는 육체적 부담이 높은 노동자들에게 심박수를 이용해 건강위험을 줄일 수 있는 노동시간을 산출하여 제안했다는데 의미가 있고, 향후 적정노동시간 산정에 활용될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적정노동시간의 산정에는 생활임금의 보장, 장시간 노동을 강제하는 저임금구조, 고용형태 등이 연관되어 있어, 이를 절대적인 기준으로 말하기는 어려운 한계가 있다.

 

[8월_특집3] 태아 산재의 인정과 실질적인 보상 법령 마련을 위한 검토

태아 산재의 인정과 실질적인 보상 법령 마련을 위한 검토

 

천지선 회원, 변호사

 

2020429일 대법원은 업무로 인해 태아의 건강이 손상되는 상황이라는 업무상 재해가 발생했다는 것이 본질이며, ‘누구의 명의로 요양급여를 신청할지는 법기술적인 제도 운용의 문제일 뿐이라는 취지로 아래와 같이 명시했다. (대법원 2020. 4. 29. 선고 201641071 판결).

임신한 여성 근로자에게 그 업무에 기인하여 모체의 일부인 태아의 건강이 손상되는 업무상 재해가 발생하여 산재보험법에 따른 요양급여 수급관계가 성립하게 되었다면 (중략) 요양급여를 제공받기 위하여 출산 이후에 요양급여 청구서를 모()인 여성 근로자 명의로 작성하여 제출하도록 할 것인지, 아니면 자녀인 출산아 명의로 작성하여 제출하도록 할 것인지는 (중략) 법기술적인 제도 운용의 문제일 뿐이다. 임신한 여성 근로자에게 그 업무에 기인하여 태아의 건강손상이라는 업무상 재해가 발생한 것이 맞다면, 출산 이후에 요양급여 청구서를 누구 명의로 작성하여 제출하였는지가 출산아의 선천성 질병 등에 관하여 요양급여 제공을 거부할 정당한 사유는 될 수 없다.
업무에 기인한 사정으로 임신한 여성근로자와 한 몸인 태아의 건강이 손상되는 상황이 발생하였다면 그로써 이미 산재보험법상 업무상재해가 있었다고 평가함이 정당하다. 그런데 재해를 입은 생명이 태어났다고 하여 업무상 재해의 발생이라는 종전의 정당한 평가를 거두어야 하는가? 요양급여 수급권자는 근로자이어야 한다는 산업재해법의 규정이 이미 정당하게 평가된 근로자인 원고들에게 발생한 업무상 재해라는 본질을 무력화할 정도의 의미와 가치를 지닌다고도 볼 수 있는가? 그렇게 볼 수 없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의 목적·취지·구조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면, 2세 건강손상도 현행 산재보험법의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 하지만 대법원 선고 이후에도 비본질적인 법기술적 문제 때문에 2세 산재는 여전히 보상받지 못하고 있다. 실제 보상을 위해선 법기술적 측면에서 불비(不備)돼 있는 부분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현행 박주민 이영 강은미 송옥주
5(정의) 1. “업무상의 재해란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근로자 또는 근로자가 출산한 친생자 부상·질병·장해 또는 사망을 말한다. 다만, 태아의 부상이나 사망은 제외한다. <단서 신설>
1. “업무상의 재해란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것을 말한다.
. 근로자의 부상·질병·장해 또는 사망
. 126조의3에 따른 장해나 질병(신설)

36(보험급여의 종류와 산정 기준 등)


37(업무상의 재해의 인정 기준)
근로자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로 부상·질병 또는 장해가 발생하거나 사망하면 업무상의 재해로 본다. 다만,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相當因果關係)가 없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2. 업무상 질병
. 근로자의 업무 환경이나 업무상 질병으로 인하여 친생자에게 발생한 질병(신설)
91조의12(태아의 건강손상에 대한 업무상의 재해의 인정기준) 임신 중인 여성 근로자가 업무수행 과정에서 물리적 인자, 화학물질, 분진, 병원체 등 건강에 장해를 일으킬 수 있는 요인을 취급하거나 그에 노출되어 출산한 자녀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이하 태아의 건강손상이라 한다)에는 업무상의 재해로 본다. 다만,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1. 모자보건법2조제5호에 따른 미숙아인 경우
2. 모자보건법2조제6호에 따른 선천성이상아인 경우
3.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장애 또는 질병이 있는 경우
근로자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로 부상·질병 또는 장해가 발생하거나 사망하는 경우 또는 제126조의3의 선천성 질환아를 출산하면 업무상의 재해로 본다. 다만,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相當因果關係)가 없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2. 업무상 질병
. 업무수행 과정에서 물리적 인자(因子), 화학물질, 분진, 병원체, 신체에 부담을 주는 업무 등 근로자의 건강에 장해를 일으킬 수 있는 요인을 취급하거나 그에 노출되어 발생한 질병 또는 제126조의3의 선천성 질환아의 출산


126조의3(업무상 재해로 인한 선천성 질환아에 대한 보험급여 지급에 관한 특례) 근로자가 업무수행 과정에서 물리적 인자(因子), 화학물질, 분진, 병원체와 신체에 부담을 주는 업무 등 근로자의 건강에 장해를 일으킬 수 있는 요인을 취급하거나 그에 노출됨으로써 모자보건법2조에 따른 미숙아 및 선천성이상아,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선천적 장애 또는 질병이 있는 자녀(이하 선천성 질환아라 한다)를 출산한 경우 그 선천성 질환아에게 제40, 57, 60, 61, 62조 및 제71조를 적용한다. 이 경우 근로자선천성 질환아로 본다.
선천성 질환아에게 지급하는 보험급여의 신청 방법과 절차 등에 필요한 사항은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한다.
----하고, 91조의12에 따른 건강손상자녀에 대한 보험급여의 종류는 제1호의 요양급여, 3호의 장해급여, 4호의 간병급여, 7호의 장례비, 8호의 직업재활급여로 한다.
91조의12(건강손상자녀에 대한 업무상의 재해의 인정기준) 임신 중인 근로자가 업무수행 과정에서 제37조제1항제1호ㆍ제3호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유해인자의 취급이나 노출로 인하여 출산한 자녀가 부상, 질병 또는 장해가 발생하거나 사망한 경우 업무상의 재해로 본다. 이 경우 그 출산한 자녀(이하 건강손상자녀라 한다)는 제5조제2호에도 불구하고 이 법을 적용할 때 그 모()가 속한 사업의 근로자로 본다.
40(요양급여) 요양급여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 그 근로자에게 지급한다.
1. 근로자가 업무상의 사유로 부상을 당한 경우
2. 근로자와 그가 출생한 친생자가 질병에 걸린 경우(신설)
91조의13(보험급여의 종류) 태아의 건강손상에 따른 보험급여의 종류는 제36조제1항에 따른다. 다만, 같은 항 제5호에 따른 유족급여, 6호에 따른 상병보상연금, 7호에 따른 장의비 및 제8호에 따른 직업재활급여는 제외한다.
1항에 따른 보험급여는 제91조의14부터 제91조의17까지의 규정에 따른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의 청구에 따라 지급한다.
91조의14(요양급여) 요양급여는 태아의 건강손상으로 인하여 그 자녀가 요양할 필요가 있는 근로자에게 지급한다.
1항에 따른 요양급여의 범위나 비용 등 요양급여의 산정 기준은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한다.
근로자의 자녀를 진료한 제43조제1항에 따른 산재보험 의료기관은 태아의 건강손상이 업무상의 재해로 판단되면 그 근로자의 동의를 받아 요양급여의 신청을 대행할 수 있다.
91조의15(휴업급여) 휴업급여는 태아의 건강손상이 발생한 근로자에게 그 자녀의 간병으로 취업하지 못한 기간에 대하여 지급하되, 1일당 지급액은 평균임금의 100분의 70에 상당하는 금액으로 한다. 다만, 취업하지 못한 기간이 3일 이내이면 지급하지 아니한다.
91조의16(장해급여)
91조의17(간병급여)

57(장해급여) 장해급여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 그 근로자에게 지급한다.
1. 근로자가 업무상의 사유로 부상을 당한 경우
2. 근로자나 그가 출생한 친생자가 질병에 걸려 치유된 후 신체 등에 장해가 있는 경우(신설)
91조의13(장해등급의 판정시기) 건강손상자녀에 대한 장해등급 판정은 18세 이후에 한다.
91조의14(건강손상자녀의 장해급여장례비 산정기준) 건강손상자녀에게 지급하는 보험급여 중 장해급여 및 장례비의 산정기준이 되는 금액은 각각 제57조제2항 및 제71조에도 불구하고 다음 각 호와 같다.
1. 장해급여: 36조제7항에 따른 최저보상기준금액
2. 장례비: 71조제2항에 따른 장례비 최저금액

63(유족보상연금 수급자격자의 범위) 유족보상연금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있는 자(이하 유족보상연금 수급자격자라 한다)는 근로자가 사망할 당시 그 근로자나 친생자와 생계를 같이 하고 있던 유족(그 근로자가 사망할 당시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자로서 외국에서 거주하고 있던 유족은 제외한다) 중 배우자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로 한다. 이 경우 근로자나 친생자와 생계를 같이 하고 있던 유족의 판단 기준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1. 산재보험법 및 발의된 개정법률안

 

각 개정법률안의 태아 업무상 재해의 인정 범위를 보면, ()은 태아의 부상과 사망은 명시적으로 제외하고 있다. 통상 업무상 재해에 부상과 사망이 포함돼 있고, 유산의 경우 근로복지공단이 이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함이 해당 사건에서도 명시돼 있음을 고려할 때 합리적이라거나 공평하다고 보기 어렵다.

()임신 중인 여성 근로자의 경우로 한정해 남성 근로자의 경우를 제외하고 있는데, 반도체 산업종사 남성 근로자의 배우자에게서 자연유산 등의 증가가 관찰된다는 논문이 이미 존재한다. 업무상 재해의 원인 중 신체에 부담을 주는 업무를 제외하고 있는데 현행 산재보험법에도 포함된 업무상 재해 원인이며, 해당 사건에서도 업무상 과로·스트레스·주야간 교대근무 등 신체에 부담을 주는 업무 역시 업무상 재해 원인으로 보고 있음을 고려할 때 합리적이라거나 공평하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재해의 결과도 모자보건법상 사유로만 한정하고 있는데 모자보건법과 산재보험법의 목적·취지가 다르고, 그 범위 역시 과도하게 협소해 합리성과 구체적 타당성 모두 결여돼 있다.

보험급여의 경우, 근로자의 2세가 최소한의 치료라도 받고 생활할 수 있는 요양급여·장해급여·간병급여·직업재활급여 등을 지급해야 한다. 또한 가족이 아이의 돌봄 등을 위해 휴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기간 동안 휴업급여가 지급돼야 한다. 휴직 등을 허용하지 않거나 이를 이유로 불이익한 처분을 내릴 경우에 대한 처벌 역시 마련돼야 한다.

대법원 판례는 업무로 인해 재해가 발생한 것이 본질이며, 다른 사유는 이를 전복할 만큼 중요하지 않다고 봤다. ()의 경우처럼 그 인정 범위가 과도하게 협소해 대법원 판례의 취지를 몰각할 정도에 이르지 않았다면, 조속히 법령을 개정해 2세의 건강손상이 하루라도 빨리 산재보험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야말로 대법원 판례의 취지에 부합한다.

 

[8월_특집2] 여성노동자 재생산권 침해와 인정투쟁의 역사

여성노동자 재생산권 침해와 인정투쟁의 역사

 

유청희 상임활동가

 

2020, 제주의료원 간호사들의 2세들이 앓고 있는 선천성 심장 질환을 대법원에서 산업재해로 인정했다. 근로복지공단의 산업재해 불승인 이후 소송으로 승인 받기까지 걸린 시간이 무려 10년이다. 대법원은 산재보험법의 해석상 모체와 태아는 단일체로 취급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고, “태아는 모체의 일부로 모()와 함께 근로현장에 있기 때문에 언제라도 사고와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판단해, 여성 노동자들이 업무로 입은 재해를 2세 질환의 원인으로 인정했다. 여성 노동자의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이 확인된 판결이다. 이 대법원 판결로 2세 산재가 산업재해보상법 적용 대상임이 확인되었다. 이 판결 이후, 현재는 개정법 시행 이전에 발생한 2세 질환에 대한 산재 소급 적용 여부나 보험 급여 지급 범위 등 많은 쟁점들을 두고 법 개정 논의가 진행중이다.

 

일반적으로 재생산 권리란 차별, 폭력 없이 원하는 시기에 임신을, 또 자녀의 수와 자녀를 가질 시기를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국제적으로 이 개념이 통용되고 있고, 최근 한국에서는 낙태죄 폐지와 함께 성·재생산 건강 및 권리(Sexual and Reproductive Health and Rights, SRHR)가 활발히 논의되고 정리되었다.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에서 제시한 성·재생산권리 보장 기본법()에 따르면, 일터에서의 성·재생산권리의 보장(46)에서 모든 근로자에 대한 성적 권리와 재생산 권리가 보장될 것, 그리고 성적 건강과 재생산 건강을 침해받지 않을 것을 규정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에서도 여성 노동자의 재생산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임신한 여성에게 야간 노동을 금지하고, 노동자가 유산할 경우 유산 휴가를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임신 중 특정 시기에는 근로시간 단축을 허용할 수 있게 한다. 또 노동자가 청구하면 생리휴가를 부여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업무로 인해 재생산권이 침해되고, 건강상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개인의 문제로 취급되어 드러내지 못했다. 또 드러내더라도 그 문제가 업무상 상관관계가 있음을 인정 받기 어려웠던 오랜 역사가 있다.

 

화학약품 때문에 무월경, 엘지전자 노동자들

 

1995년 경남 양산의 엘지전자부품() 여성 노동자 전체 20명 중 18명이 무월경 진단을 받았다. 노동자들은 전자제품 택트(TACT) 스위치를 조립하는 곳에서 일을 했고, 이 조립 과정에서 솔벤트 5200을 사용해 불순물을 제거했다. 노동부는 즉각 역학조사에 들어갔는데, 솔벤트 5200에 쓰인 2-브로모프로판이라는 물질이 무월경 증상의 원인인 것으로 밝혀졌다. 그런 유해 화학물질을 아무런 보호장치도 없이 노동자들이 사용할 수 있었던 건, 당시 규제하고 있던 697종의 유해 화학물질에 2-브로모프로판은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같은 솔벤트 5200을 사용했지만, 취급 시 필요한 철저한 환기, 방독면과 보안경 같은 보호장치를 해 두었던 일본에서는 동일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휴일에도 환기장치를 가동했어야 했지만 한국에서는 그런 수칙을 지키지 않는 등 관리에 상당한 차이가 있었던 것이 밝혀졌다.

여성노동자들은 불임 판정을 받았고, 남성 노동자들 또한 무정자증 판정을 받는 등 피해가 심각했다. 노동부 역학조사 이후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해당 피해 노동자들의 질병을 직업병으로 인정했다.

 

유해 노동환경이 원인이 된 제주의료원 노동자의 유산

 

앞서 언급한 제주의료원 산업재해(이하 산재) 승인건에서는, 여성이 임신 중 업무상 유해요소에 노출되었다가 출산 이후 여성과 2세가 분리된 상황에서 2세의 질환을 모체의 산업재해로 인정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었으나 결국 산재 승인을 받았다. 그렇다면 유산은 어떨까. 노동자 당사자에게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비교적 명확해 보이는데, 실상은 어떨까?

 

2020년 대법원에서 2세 질환을 산업재해로 인정받은 제주도의료원 노동자들의 동료들 중 같은 시기 유산을 겪은 이들이 있었다. 2009년에서 2010년 사이 제주의료원 간호사 노동자들은 불규칙한 교대 근무, 타 병원 대비 2~3배가 넘는 1인당 환자 수, 약제 조제 시 화학물질 노출 등으로 유산하거나 선천성 심장 질환을 겪는 아이를 출산했다. 이때 유산을 겪은 여성 노동자들은 산재 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이 건 전후로 국내에서 유산으로 산재신청 및 승인된 경우는 극소수로, 2010년도-2019년도 사이 모성보호 관련으로 승인된 산재는 7(유산 6, 불임 1)에 불과하다.

 

반도체 노동자 산재, 태아 산재로까지

 

반올림은 지난 520<반도체 노동자의 2세 직업병 피해자 3명 집단 산재신청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반도체 노동자 3명의 2세가 입은 재해에 대한 산재를 신청했다. 제주의료원 이후, 한국의 두 번째 태아 산재 신청 사례였다. 이날 산재보상 신청에 나선 세 여성 노동자들은 1990년대 초중반에 삼성 반도체에 입사해 10년 가까이, 혹은 10년 이상 일 했고 재직 기간 중 임신을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반도체 공정에서 이들은 지속적으로 유독물질을 취급했고, 이 중 한 명은 생식독성 물질을 포함한 유해화학물질에 노출되기도 했다. 이들이 출산한 2세 중 한 명은 선천성 거대결장증으로 태어나자마자 수술을 받았다. 다른 두 명의 2세들은 공통적으로 신장을 한쪽만 가지고 태어났다. 이들은 이 외에도 여러 가지 질환을 겪으며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근로복지공단은 반올림의 산재 신청 건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제주의료원 간호사 2세들의 선천성 심장 질환에 대한 산재 승인 대법원 판결 이후 법 개정이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고, 또 논의 중인 개정법안에서 소급 적용을 포함할 것인지도 쟁점으로 남아있는 상황이다.

대법원 판결 이후 산재보상보험법 개정 논의가 이루어지는 가운데, 2세 질환에 대해 요양급여 외에 휴업급여, 유족급여, 부모돌봄 휴업급여 등을 포함할지 여부와, 법 시행 전 소급 적용이 이루어질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재생산권은 노동권이다

 

월경은 여성의 재생산권과 연결되는 것으로, 임신을 원하건 원하지 않건 건강한 상태로 유지되어야 하고 일터는 그 권리을 보장하기 위한 조건들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엘지전자부품()와 정부는 책임지고 점검했어야 할 유해화학물질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여성 노동자들이 겪어야 했던 집단적 무월경 증상은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 여성 노동자 건강권이 침해되고 있는 현실에 경종을 울리는 사건이었다. 제주의료원 노동자들의 유산과 2세 산재 사례 역시 과로와 더불어 유해 물질 취급 때문에 생긴 노동자 건강권 및 재생산권 침해 사례다. 노동자는 안전한 노동환경에서 일하면서, 임신을 할지 여부와 그 시기를 결정할 권리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제주의료원의 노동자들은 그 권리를 박탈당했다. 세 명의 삼성 반도체 여성 노동자들의 경우는, 안전하지 않은 노동환경에서 일하는 와중에 임신을 했다는 점에서 위의 두 사례와 같다. 그러나 유해 환경이 태아의 질환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여성 노동자들이 무월경을 겪고, 유산하며, 선천성 질환을 가진 2세를 출산하는 일은 모두 유해 물질에 노출되었거나 야간 노동, 과로로 인한 것이었다. 이 사례들은 일터에서의 여성 노동자 재생산권이 침해된 사례의 극히 일부일 것이다. 여성 노동자들이 겪는 유산과 같은 문제는 업무상 재해이고 노동권 침해의 결과이지만, 여전히 노동의 문제로 인식조차 안 되는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배후에는 그러한 재해가 개인이 감당해야 할 일로 치부되고, 공적인 일로 거의 드러나지 못한 뼈아픈 역사가 있다.

여성 노동자들의 재생산권 침해는 안전하지 않은 노동환경에서 발생한다.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다. 재생산권 역시 노동자가 반드시 보장받아야 할 권리임을 사업주와 정부가 인식해야 한다.

 

 

[8월_특집1] 안전한 노동환경을 보장받을 권리, 성과 재생산 권리로 이야기하자

안전한 노동환경을 보장받을 권리, 성과 재생산 권리로 이야기하자

 

나영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SHARE

 

2020429일 대법원은 제주의료원 간호사들이 제기한 요양급여 신청 반려 처분 취소 사건에 대하여 원심을 파기하고 산업재해로 인한 자녀의 수급권을 인정했다. 이 사건은 항암약을 조제하는 업무를 하던 제주의료원 간호사들이 제기한 것으로, 당시 2009년에 임신하여 2010년에 출산한 간호사 15명 중 4명이 선천성 심장질환을 지닌 자녀를 출산하였고, 5명은 유산을 했다. 자녀의 수급권을 부정한 2심 재판부와 달리 대법원은 임신 중 태아는 모체의 일부이므로 유해한 노동환경으로 인해 임신 중 태아에게 질병이나 장애 등이 발생하였다면 유해 환경의 영향을 받은 자녀 역시도 수급 자격을 지닌 당사자가 될 수 있다고 판결한 것이다. 그리고 산재보험법 제88조 제1근로자의 보험급여를 받을 권리는 퇴직하여도 소멸되지 아니한다를 인용하여, 임신 중 태아에게 영향을 미치는 재해가 발생하여 수급 관계가 성립되었다면 이후 근로자의 지위를 상실하거나 출산한 이후라고 하더라도 수급권을 상실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의 이와 같은 판결은 그동안 업무상 재해로 자녀에게 발생한 질병이나 장애로 인해 직접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을 해야 했던 고통을 해소하고, 업무상의 유해 노동환경을 여성노동자와 자녀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는 문제로서 판단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남겼다. 하지만 앞으로 산재보상보험법의 개정과 산재 인정에 대한 판단 기준 등에 있어서는 더 중요하게 논의해가야 할 내용이 아직 많다. 성별에 따른 업무 환경상의 특성과 차이는 고려되지 않고, ‘모성보호라는 틀에 한정된 관점에서 권리와 자격을 논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임신과 출산을 전제로 하지 않더라도 다른 생식 건강에 관한 문제를 어떻게 다룰지, 남성 노동자의 생식 건강 피해로 인한 자녀의 건강손상 문제는 인정될 수 있을지는 포함하지 못 한다. 나아가, 자녀의 건강손상에 대한 보상의 의미를 넘어 당사자의 삶에 관한 권리로서 그 의미를 더 확장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아래에서 산업재해에 대한 관점의 전환, 안전한 노동환경 보장의 중요성과 그 의미를 ·재생산 건강과 권리’, ‘재생산정의의 관점에서 풀어보고자 한다.

 

모든 노동자는 성적권리와 재생산권리를 가진다

 

·재생산 건강과 권리(Sexual and Reproductive Health and Rights, SRHR)는 성 건강, 성적권리, 재생산건강, 재생산권리를 통합적으로 다루는 개념으로, ‘모든 개인이 전 생애에 걸쳐서 폭력, 강압, 차별, 낙인 없이 자신의 몸과 성, 재생산에 관련하여 건강과 자율성을 보장받고 존중받을 권리, 성적 즐거움을 향유할 권리, 관련 시설, 재화, 정보 일체에 대해 방해받지 않고 접근할 권리, 이에 대해 자유롭고 책임 있는 결정과 선택을 할 권리를 의미한다고 정의해볼 수 있다. 여기서 재생산이란 단지 임신과 출산 등 생식에 관한 차원만이 아니라 개인과 공동체에 상호영향을 미치는 삶의 전 과정을 지속가능하게 유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유엔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위원회는 2016년 성과 재생산 건강과 권리에 관한 일반논평 제22호에서 성과 재생산 권리는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 규약 제12조에 명시된 건강에 대한 권리의 필수 불가결한 요소라고 명시하고 있다. 성 건강·성적권리·재생산건강·재생산건강이 권리로서 보장되어야 할 내용이라면, 이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도록 차별과 불평등, 착취에 대응하며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조건에서의 사회정의를 만들어나가는 일이 바로 재생산정의 Reproductive Justice’ 운동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안전한 노동환경에서 일할 권리는 지금까지 주로 노동권의 관점에서 이야기 되어 왔지만 모든 노동자가 성 건강과 재생산건강을 포괄하는 성과 재생산에 관한 권리를 지닌다면 제대로 된 노동조건과 안전한 노동환경을 보장받을 권리 역시 성·재생산 권리의 내용으로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불안정하거나 착취적인 노동조건과 건강을 악화시키는 노동환경에서 일한다면 삶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성적 즐거움을 향유하고, 원하는 사람과 파트너십을 유지하거나 가족을 구성하는 일, 생식 건강을 유지하는 일이나, 안전한 피임·임신·출산·임신중지를 보장받는 일, 양육과 돌봄에 필요한 여건들을 감당하는 일 또한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한국 사회는 이러한 일들을 권리의 내용으로 고려하지 않은 채, 오로지 국가가 목표로 하는 생산력만을 채우고자 했고 그 생산력을 유지하기 위한 인구조절의 수단으로서만 노동자의 몸을 다루어 왔다. 그 결과 7, 80년대의 가족계획 시대에는 남성 노동자에게 생계부양자로서의 역할을 부여했고, 여성 노동자는 저임금의 노동력으로 국가 경제와 가족 경제에 기여하면서도 자녀를 적게 낳아 검소한 가정경제를 꾸려나가는 이중의 역할을 부여했다. 그러다 2000년대에 본격적인 저출산·고령사회 대책을 시작하면서부터는 남녀 노동자 모두에게 불안정 노동과 하청에 재하청으로 이어지는 열악한 노동환경을 감당하게 하면서 여성 노동자들에게 출산과 돌봄의 부담을 더욱 강화하게 된 것이다. 제대로 된 노동조건과 안전한 노동환경을 보장받을 권리를 성과 재생산 권리로서 말한다는 것은 이처럼 오로지 국가의 경제 성장과 인구관리를 위한 목적으로서만 다루어져 온 노동자의 몸과 삶을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권리, 평등하고 자율적인 파트너십과 가족구성에 관한 권리, 돌봄에 관한 권리, 자신의 신체에 대한 건강과 자율성을 보장받을 권리의 내용으로 채워나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셰어에서는 지난해 낙태죄 폐지 이후의 대안 입법으로 ·재생산 권리 보장 기본법안을 만들면서 13장에 일터에서의 성재생산 권리 보장에 관한 내용을 담았다. 그 중 46조는 이런 내용을 담고 있다. 모든 근로자는 성적 권리와 재생산 권리를 가지며, 근로자라는 이유로 이를 침해받지 아니한다. 모든 근로자는 업무상의 사유로 성적 건강과 재생산 건강을 침해받지 아니한다. 모든 근로자는 성적 건강과 재생산 건강을 보장한다는 명목으로 업무배제 또는 고용상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법이 보장하는 권리의 주체는 모든 사람이며, 노동 현장에서의 안전과 건강권 보장은 당연히 모든 사람에게 보장되어야 하는 것이고, 따라서 성 건강, 재생산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유해 노동환경 또한 모성보호라는 명분으로 여성 노동자에게만 보장되어야 하는 권리가 아니라 모든 노동자에게 보장되어야 하는 권리가 된다. 또한 모성보호 등의 명분으로 여성 노동자를 특정한 업무에서 아예 배제하거나 취업에서 차별하는 근거로 사용해서도 안 된다. 또한 안전한 노동환경은 노동자에게 유해한 노동환경 자체를 제거해나가는 적극적인 조치를 통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국가와 지자체, 모든 기업은 이를 보장하고 지원하며, 권리에 대한 교육을 이행할 책임을 져야 한다.

 

성과 재생산 권리를 통해 안전한 노동의 권리를 요구하자

 

제주의료원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 이후 1년이 훨씬 지난 지금, 그 내용을 실질적으로 적용할 산재보상보험법의 개정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에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에서는 지난 520, 세 명의 반도체 노동자와 함께 자녀의 건강 손상에 대한 산재 인정 신청을 접수했다. 제주의료원 투쟁 덕분에 이번에는 판단 절차가 빠르게 시작되었지만 노동부는 법률이 개정되더라도 소급적용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여 개정안을 둘러싼 싸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어떻게든 법 개정은 여러 한계를 지니겠지만 앞으로 우리는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이 투쟁의 요구를 더 크게 확장해 나가볼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유해 노동환경으로 인한 노동자의 생식 건강 문제는 임신, 출산의 시기에만 한정되지 않아야 한다. 제주의료원 사건 이후 자녀의 산재 보상에 대한 문제는 주로 임신 중인 여성 노동자의 모성보호에 중점을 두어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유해 노동환경의 영향은 임신·출산의 시기뿐만 아니라 일상의 노동환경 전반을 통해 확인되어야 한다. 따라서 일반적인 성 건강, 월경, 임신중지, 개인의 성정체성에 따른 건강 보장에 관한 문제도 고려되어야 하며, 이를 보장하기 위한 노동환경이 통합적인 권리로서 인식되어야 한다.

 

둘째, 유해 노동환경에 대한 판단은 성차별적 노동구조와 노동 공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해야 하며 더 다양하고 포괄적으로 인정되어야 한다. 앞서 언급한 성 건강, 월경, 임신중지, 임신·출산 등에 영향을 미치는 유해 노동환경은 단지 특정 유해 물질이나 유해 요인으로만 한정되어서는 안 된다. 작업장 환경, 고용 상태, 휴게 공간, 화장실, 휴게 시간과 휴가의 보장 정도, 과로와 스트레스 등이 모두 노동자의 성과 재생산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특히 여성 노동자들의 경우 대부분의 작업장이 남성 노동자를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작업환경 변화 역시 반영해야 한다. 또한 청소, 요리 등 일반적으로 여성 노동자들이 많이 종사하는 노동에 있어서는, 지금까지 노동으로 인식하지 않았던 태도를 산업에서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전반적인 문제들이 제대로 인식되어야 하며 포괄적으로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 여성 노동자뿐만 아니라 남성 노동자의 생식 건강도 자녀 건강에 관한 산재 인정의 판단 근거로서 고려되어야 하며 비혼, 비출산 노동자와 성소수자 노동자의 생식 건강 또한 성과 재생산 건강에 관한 권리로서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 남성 노동자에게도 당연히 유해 노동환경으로 인한 생식 건강의 문제가 발생한다. 또한 남성 노동자의 생식 건강도 자녀 건강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남성 노동자의 생식 건강 역시도 자녀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산재인정의 판단 근거로서 고려되어야 한다. 한편, 임신·출산의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노동자에게 중요한 권리로서 보장되어야 하며 산재 인정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고용 여건이나 노동환경에 있어서 비혼, 비출산 노동자, 성소수자 노동자의 성·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은 별도의 고려가 필요한 부분도 있으므로 앞으로 이에 대한 연구와 권리 보장 요구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유해 노동환경으로 인한 자녀의 건강 문제는 당사자 자녀의 권리로서 고려되어야 한다는 점을 짚고자 한다. 지금까지는 여성 노동자의 임신 중 영향으로 인한 문제로 부각되다 보니 많은 여성 노동자들이 산재 인정 투쟁을 하면서 자녀에 대한 미안함을 가지고 투쟁하게 되고, 선천성 장애나 질병을 가지고 태어난 자녀들은 권리를 요구하는 당사자의 위치를 가지지 못했다. 그러나 태어난 이후의 자녀는 한 사람의 독립된 주체로서의 권리를 지니며 성장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권리를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재생산 권리의 관점에서 보면 성과 재생산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유해 노동환경의 문제는 자녀의 성과 재생산 건강과 권리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앞으로 이 투쟁의 의미가 산재로 인한 생식건강 피해 노동자의 부모로서의 호소로만 남지 않고, 자녀들 또한 직접 권리의 주체로 설 수 있는 운동으로 더 확장될 수 있기를 바란다. 그와 함께 노동자의 권리로서 성과 재생산 권리가 어디서든 당연하게 이야기되는 날이 오도록, 더 많은 동지들이 함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