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내] 쿠팡 사태 해결 위한 정부 국회 역할 모색 토론회

쿠팡 사태 해결 위한 정부 국회 역할 모색 토론회

2021년 7월 5일 월요일 13시30분 중소기업중앙회 2층 상생룸

좌장 : 이상훈 변호사, 경제개혁연대 정책위원

사례발표
1. 물류센터 : 정성용 쿠팡물류센터지회 인천센터분회장
2. 아이템위너 : 김은정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간사 
3. 쿠팡이츠 : 이승환 한국외식업중앙회 과장

발제
1. 쿠팡의 지배구조 문제 및 사회적 책임 촉구 방안 
김남근 변호사, 경제민주화네트워크 정책위원장
2. 쿠팡의 노동실태 및 고용구조 문제
장귀연 노동권 연구소 소장
3. 쿠팡의 판매자 소비자 기만 등 불공정행위 문제
권호현 변호사,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

토론
권영국 변호사, 쿠팡대책위 공동대표
서치원 변호사,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김종민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사무국장 

[자료집] 노동자 권리로 이해하는 산업안전보건법 해설서 (21년 6월 29일 발간)

 

산안법 해설서_최종본(210629).pdf
6.22MB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서

노동자 권리로 이해하는 산업안전보건법 해설서를 발간하였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공법으로서 정부가 사업주에게 부과하는 의무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한노보연은 산업안전보건법의 기본틀을 받아들이되, 일터의 위험을 제대로 예방하기 위해선

노동자의 관점과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해왔습니다.

노동자들이 정부나 사업주가 취하는 안전조치, 보건조치의 대상이 아니라,

일터의 위험을 스스로 인지하고 관리하는 주체로서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산업안전보건법을 노동자의 권리로 읽어내고자 합니다.

이러한 입장을 토대로 현장의 모든 노동자, 노동안전보건 활동가, 안전보건 관련 직종에 종사하는 분들이

두껍고 어려운 산업안전보건법에 보다 쉽게, 그러나 깊이 있게 접근할 수 있는 해설서를 만들었습니다.

더 많은 분들이 읽고, 더 널리 공유될 수 있도록 온라인 PDF판으로 제작했습니다.

<노동자 권리로 이해하는 산업안전보건법 해설서>가 더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를 만드는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많은 분들의 관심을 바라며, 널리 공유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안내] 플랫폼 노동과 여성노동자 7월 월례토론회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여성노동건강권 7월 월례토론회 안내〉

'플랫폼 노동과 여성노동자'

이제는 너무나 우리에게 익숙한 플랫폼 노동. 이 플랫폼 노동을 여성노동자의 입장에서 바라본다면 어떤 문제들이 더 있을까요? 

한 연구에 따르면 플랫폼 노동에서도 성별분업과 성별 임금격차가 뚜렷한 것으로 조사된 바가 있습니다. 플랫폼 남성노동자가 100만원을 번다면 플랫폼 여성노동자의 수입은 66만 2천원입니다. 

임금격차에서부터 시작해, 여성노동자의 건강권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으며 앞으로 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우리는 어떤 점들을 포착해야할지 다뤄보고자 합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 일시: 2021년 7월 21일 수요일 저녁7시

- 발제: 오은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 장소: 온라인 (zoom)
* 이번 달은 전체 온라인으로만 진행합니다. 

* 신청서 bit.ly/여성노동건강권월례토론회신청

문의 kilshlabor@gmail.com, 02-324-8633

〈일터〉통권 207호/2021.06

 

 

 

특집 04 기후정의와 노동운동

■기후위기와 노동운동: 기후운동과 노동운동의 과제는 다르지 않다

■기후위기와 노동, 노동조합: 〈국가책임 기후일자리〉와 〈민주적 공공소유〉, 그리고 〈기후적록동맹〉

■연대의 정치로 기후정의 실현하기

 

지금 지역에서는 15

미얀마 민중과 함께하는 일

알아보자, LAW동건강 17 감정노동 스트레스와 뇌심혈관질환의 업무상 관련성

연구리포트 20 장시간 근무와 개별 위험 요인이 심혈관 질환에 미치는 영향: 상호 작용 분석

동아시아 과로사 통신 24 드러나지 않는 여성의 과로

A-Z까지 다양한 노동 이야기 26 동물 감염병 방역의 일선에 일하는 사람들

현장의 목소리 30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의 뿌리를 키워낸 한국 기업들

노동안전보건활동가에게 듣는다 34 현장 안전에 타협이란 없다

문화로 읽는 노동 38 텅 비고 지옥처럼 추운 저 땅으로 노동자들은 모두 함께 간다

직환의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42 보이지 않는 노동자들

유노무사 상담일기 더불어 여(與) 44 사고성 '불승인' 후 질병으로 재신청 하는 사건은 반복되지 않을 수 있다

여성노동 건강 상식 46 임신/임신중단 노동자의 일하지 않을 권리, 일할 권리

발칙 건강한 책방 50 미완성의 인생이 삶과 죽음 사이에서 연결되는 기적

이러쿵저러쿵 52 사랑스런 아기와 이리쿵 저리쿵 하는 나날들

안전보건동향 54

한노보연 이모저모 56

 

https://issuu.com/kilsh2003/docs/_6_

[일터6월호_현장의 목소리]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의 뿌리를 키워낸 한국 기업들 - 국제민주연대 나현필 활동가 인터뷰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의 뿌리를 키워낸 한국 기업들 

- 국제민주연대 나현필 활동가 인터뷰

김다연 상임활동가

 

 

▲ 미얀마 시민들이 군부에 쓰러져가는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 기업이 미얀마 군부와 사업으로 이어져 그 돈이 고스란히 군부로 들어가고 있다. 나현필 활동가는 한국 기업이 해외 사업 시 인권침해에 대한 예방책을 마련하게 하거나, 실제 문제 발생 시 정부에서 특별하게 개입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한다.

 

2월 1일 새벽 미얀마 쿠데타가 일어난 지 벌써 4개월이 지났다. 미얀마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5월 30일 기준, 사망자만 840명에 이른다. 쿠데타 기간이 하루 늘어날수록, 다음날 7명이 새로운 사망자로 집계된다. 지금 지나가는 몇 시간, 몇 분이 곧 사람 목숨이다. 미얀마 시민들은 다시 집으로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걸 명확히 자각한 채로, 오늘도 불복종 운동을 버텨내고 있다.

이들의 투쟁에 발맞춰, 한국 사회도 연대의 움직임을 이어나가고 있다. 현장의 한복판에서 있는 국제민주연대의 나현필 활동가를 만나, 그간의 연대와 현재의 고민이 무엇인지를 들을 수 있었다.

적극적으로 대응한 한국 정부, 하지만 기업 투자 영역 제재는 빠져

한국 사회의 대응은 크게 정부와 시민사회 두 축에서 이뤄지고 있다. 다행히 한국 정부는 비교적 빠른 조치를 보였다. 전략물자와 무기 수출을 금지하고, 미얀마 군경과의 협력을 중단했으며 미얀마에 지원했던 유무상의 공적개발원조(ODA) 규모 조정, 국내 미얀마인들의 체류자격의 연장 등 미얀마 군부에 제재를 걸었다. 나현필 활동가는 정부가 가장 핵심적인 제재방안인 '미얀마 군부와 사업하는 한국 기업들에 대한 조치'를 배제했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정부의 대응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작년 홍콩과 태국 시위에 이어 이번 미얀마 민주항쟁 국면까지, 광주 민주항쟁이 국제 사회에서 호명됨에 따라 한국 시민사회에서 정부의 연대를 강력하게 요청하는 흐름이 있는 것 같아요. 이미 현 집권당이나 보수진영 모두 미얀마 문제와 친연성이 있었고, 여기에 일련의 강력한 사회적 요구들이 결부되면서 미얀마 군부 제재 결의안이 굉장히 빨리 나왔어요. 이례적이었죠. 저희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필요한 내용을 담았고요. 그런 점에서 정부 조치가 의미는 있었다고 보는데, 역시 비판지점은 있죠. 가장 핵심적인 한국 기업 투자를 다루지 않았어요. 현재 정부가 미얀마-태국 국경지역에 난민들을 수용할 수 있는 '코리아 세이프 존'을 건설하고 있는데, 사실 정작 군부를 저지하는데 중요한 방안은 한국 기업들이 군부와 결탁해 진행하는 사업을 제재하는 거예요."

미얀마 군부의 무력, 경제력을 키워낸 한국 기업들

2015년도에 아웅 산 수 치 국가고문을 위시한 민족주의민족동맹(NLD)이 첫 문민정부를 열기 전까지, 현재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는 1988년부터 미얀마를 통치했다. 군부의 미얀마 인권침해 문제는 꾸준히 문제가 됐으나, 포스코를 비롯한 한국 기업들은 미얀마에서 군부와 결탁해 사업을 해왔다.

바세나르 협정 가입국인 한국 정부는 군부 정권인 미얀마를 '방산물자 수출 요주의 국가'로 지정하고 군수물자 수출을 매우 엄격히 제한하고 있었지만, 2001년 현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전신인 대우인터내셔널은 포탄 생산 공장설비와 기술자료를 넘기는 계약을 맺고 사업을 진행했다. 이는 군수물자가 아닌 '일반 공작기계류'를 수출하는 것처럼 꾸몄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 사건은 2006년에 적발됐다. 또한 대우인터내셔널은 천연가스를 채굴하는 슈웨 가스전 사업으로, 군부가 어마어마한 돈을 거머쥘 수 있게 했다. 가스전 개발 및 파이프라인 건설 과정에서 현지 주민들의 토지를 강제 몰수하고, 강제노역이 일어나는 등의 인권침해 문제가 발생한 것은 물론이다.

대우인터내셔널을 인수하면서 가스전 사업을 운영하게 된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해당 사업 지분 중 51%를, 한국가스공사는 8.5%를 소유하고 있다. 미얀마 군부의 자금줄이 되는 미얀마국영석유가스회사(이하 MOGE)는 25%의 지분을 갖고 있는데, 매년 2~4천억의 배당금을 받는다. 이렇게 MOGE가 여러 가스전 사업으로 취하는 돈은 연간 약 1조 5천억 원으로, 미얀마 정부 예산의 10%에 달한다. 가스전 사업에 대한 제재가 절실한 이유다.1) 한국 기업들이 미얀마에 수출한 기술과 거둬들인 돈은, 미얀마 군부가 자신들의 무력과 경제력을 증강하는 토대가 되고 있다.

한편 쿠데타가 일어난 지 3개월이 넘어가는 무렵인 5월, 군부는 무기를 구매하기 위해 중국과 함께 UN의 미얀마 제재를 반대하고 있는 러시아로 사절단을 보냈다. 한국 기업이 미얀마 군부와 함께 거둬들인 막대한 부는 결국 군부의 통치 권력을 유지를 위해 미얀마 시민들에게 쏟아내는 포탄과 총알이 됐다. 그리고 그 돈은 국내에서도 돈다.

UN과 아세안의 국제적 개입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군부가 막대한 수익을 꾸준하게 유지할 수 있는 한, 쿠데타와 학살이 쉽게 멈출 리 만무하지만, 한국 기업들은 여전히 그에 기여하고 있다. 나현필 활동가를 비롯한 시민단체의 활동가들과 시민들은, 그중에서도 가스전 사업을 운영하는 포스코와 군부의 결탁 고리를 끊어내기 위한 압박을 가해 왔다.

"군부의 로힝야 학살 때문에 UN에서 보고서를 냈었어요. 그래서 저희도 작년 11월 쿠데타 전에 이미 인권위와 한국의 OECD 가이드라인 연락사무소, UN기업과 인권 실무그룹 이렇게 3곳에 진정을 넣었어요. 인권위에서는 인권위의 조사 범위에 해당하지 않아 기각됐고요. 한국 정부가 운영하는 산업통상부 소재 연락사무소2)는 벌써 5월 말인데 1차 평가도 안 내고 있어요. 한국 연락사무소의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친기업적인 부서이다 보니 그동안 연락사무소의 활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OECD 가입국가들에는 이 연락사무소가 다 있는데, 다른 나라에서도 아주 잘 된다고 할 순 없지만, 한국에선 특히 잘 안 돼요.

두 번째는 '포스코·한국가스공사 미얀마 군부와의 관계 단절 촉구 서명운동'인데요. 만 명 서명 채우는 데 1달 걸렸어요. 미얀마 시민들의 불복종 운동과 군부 규탄에 대해서 시민들이 지지를 많이 하는데도, 한국 기업의 사업 제재에 대해서는 만 명 서명받는 것도 참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느꼈어요. '사업까지 못 하게 하는 건 좀 아니지 않냐 돈도 많이 버는데' 이런 정서가 있는 것 같아요. 서명 전달하고, 기자회견도 계속하고, 국회 대응도 하고 있는데 포스코가 움직이지 않고 있으니, 소송도 대규모 캠페인도 어려운 상황에서 어떻게 더 수위를 올려야 하는지가 가장 큰 고민이에요."

인터뷰 다음 날인 5월 28일, 포스코는 MOGE로 지급되는 배당금의 일부를 지급 중지하기로 했다. 역시 미얀마에서 가스전 사업을 운영하는 프랑스 에너지그룹 토탈과 파이프라인 수익금 수십억 원을 지급 중지한다는 입장이 발표된 이후였다. 포스코보다 토탈에서 먼저 그런 반응이 나올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토탈의 파이프라인과 관련해서 인권침해를 당한 주민들이 미국법원에 소송을 낸 적이 있어요. 미국에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있어서 소송에서 지면 어마어마한 배상금을 내야 하는 상황이었죠. 그래서 법적 공방하다가 합의했어요. 토탈이 합의금으로 막대한 금액을 줬고요. 그런 경험이 있다 보니까 이번처럼 선제 조치를 하는 거죠."

하지만 토탈과 포스코에서 지급 중지할 배당금 액수는 전체 가스전 사업 수익금의 아주 일부에 불과해 실질적인 압박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게다가 미얀마에서 군부에 자금을 댈 사업을 하는 한국 기업은 포스코뿐만이 아니다.

"많이 부각은 안 됐는데, 이노그룹이라고 있어요. 2007년에 시작해 현재 미얀마에서 건설, 환전소, 대출사업 등 14개의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어요. 이노시티라고 군부가 쓰던 양곤 지역의 토지에서 우리로 치면 호화 아파트 주거단지 건설사업을 2007년부터 하고 있는데, 군부와 유착되지 않고서는 절대 할 수 없는 사업이거든요. 또 최근에 이노그룹이 미얀마에서 운영 중인 의류 공장에서 군복을 생산하고 있다는 제보가 들어왔어요. 쿠데타 이후에도 군복을 생산하고 있다면 굉장히 심각한 상황이죠. 언론에 알릴 준비를 하고 있어요."

해외 지역민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사업을 막을 시스템이 필요하다

결과적으로 미얀마 시민들의 인권침해로 이어지는 사업 규제를 위해서는 무엇이 가장 필요할까. 나현필 활동가는 한국 기업이 해외 사업 시 인권침해에 대한 예방책을 마련하게 하거나, 실제 문제 발생 시 정부에서 특별하게 개입할 수 있는 지점이 없는 시스템을 핵심적인 문제로 꼽았다. 그런 만큼 현재는 곧 있을 대선 전에 국회가 그러한 시스템을 위한 입법을 하도록 하는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또한 그런 시스템은 징벌적 손해배상과 같은 확실한 처벌 규정을 두고, 이를 우려해서라도 기업이 인권침해의 문제를 예방하거나 사업 자체를 재고하도록 만들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토탈의 사례처럼 2016년에 포스코의 가스 터미널 주변 토지수용 문제를 두고 현지 농민들이 한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어요. 근데 5년이 지난 지금까지 1심 판결도 안 나고 있어요. 기업이 잘못하면 큰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선례가 생겨야 기업들도 조심할 텐데, 한국은 아직 그런 게 안 돼 있죠. 그래서 저는 이 판결이 중요할 거라고 봐요. 중대재해처벌법과 마찬가지로요. 기업들이 예방할 수 있게 장려하는 방식들도 계속 가야 하지만, 처벌이 반드시 동반돼야만 가장 확실한 예방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생각해요."

포스코는 기업의 윤리적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사회적 책무를 다 하는지의 여부에 따라 기업을 평가하는 ESG(Environment환경, Social사회, Governance지배구조) 기준 중 최고등급을 받았다. '사회적 책무를 다한 기업'이라는 타이틀과 시민들을 공격할 무기들을 사들이고 있는 미얀마 군부에 자금줄을 대고 있는 기업이라는 현실 사이 거리가 아득하다. 포스코는 국내에서 2018년 이후, 올해 2월까지 산재사망만 19명을 낸 기업이라는 점을 상기하면 더더욱 그렇다.

"포스코가 근데 군부에 결탁했다고 해서 주가가 떨어지는 건 아닐 것"이라는 나현필 활동가의 말이 마음에 남는다. '기업활동은 어쩔 수 없지'라며 눈 감는 우리는 도처에 있다. 개인에게 책임을 전가해서는 안 되지만, 한편 그것은 우리 사회적 인식의 단면을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기에 마음이 무겁다. 무고한 시민들을 죽이고 체포하고 구금하는 미얀마 군부를 규탄하면서, 동시에 한국 기업과 우리의 현주소에 무감해도 괜찮을까. 한국 기업들이 미얀마를 비롯한 다른 국가에서 어떻게 사업을 하고, 그곳의 사람들은 무엇을 경험하고 있는지 명확하게 봐야 할 시점이다.


1) 2017년, 포스코인터내셔널은 군부가 로힝야족 학살을 일삼던 시기에 ‘대민 지원용’ 선박이라는 명목으로 포장해 군함을 대리 구매까지 해줬을뿐더러, 현재 양곤의 군부 소유 땅에서 롯데호텔과 함께 호텔사업도 유지하고 있다.

2) 기업이 가이드라인을 위반했다고 진정이 들어오면 1차 평가를 해서 기업들이 가이드라인 위반할 소지가 있는지를 판단해, 필요하다면 정부가 테이블을 주선하고 기업을 불러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

[일터6월호_만평] 녹색 섞은 자본주의?!

[일터6월호_여성노동 건강상식] 임신/임신중단 노동자의 일하지 않을 권리, 일할 권리

임신/임신중단 노동자의 일하지 않을 권리, 일할 권리

정지윤 회원,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

 

 

병원에서 일하는 임신한 몸들

본과 3학년 때 소아과 실습을 돌 때였다. 소아과 2년 차 레지던트는 임신 35주의 몸으로 당직을 서고 있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숨차 보이던 그 레지던트는 부은 다리를 의자로 올리면서 "쌤들은 소아과 하지 마요"라며 웃었다. 6년이 흘러 내가 레지던트 4년 차가 됐을 때도 동기인 산부인과 레지던트는 37주 3일까지도 당직을 서고 있었다. 출산휴가인 3개월 동안 당직을 설 수 없으니 임신 기간 중 미리 당직을 서야 했기 때문이었다. 동기들끼리 분만실에서 출산한 후 당직을 계속 서라는 둥, 처방창에 지시 처방으로 남편 이름을 넣고 콜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둥 자조적인 농담을 건넸지만, 실제로는 아무도 웃을 수 없었다.

보건의료노조는 2020년 노조원 35,614명을 대상으로 '모성보호-임신 및 출산' 조사를 진행했다. 이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보건의료 여성노동자의 임신 결정 자율성은 2018년 65.9%, 2019년 68.3%, 2020년 73.3%로 점차 나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4명 중 1명은 임신조차 자유롭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자유로이 임신을 결정할 수 없었던 이유로는 '동료에게 업무가 가중되기 때문'이 57.6%로 가장 많았으며, '부서 내 임신을 준비하고 있는 여성이 있다(21.8%)'라는 답변이 뒤따랐다. 모성보호제도 사용의 현황도 살펴볼 수 있었는데 '출산전후 휴가' 사용률은 80.3%였으나, '임신 중 쉬운 업무로 업무전환 요구'는 10% 내외에 불과했다. 비교적 높게 나타난 휴가 사용률 이면에는 휴가 이전에 혹사당하는 몸들이 숨어있다. 이 밖에도 임신 충 초과노동을 수행한 비율이 전체 응답자의 29.2%1)로 나타나는 등 만성적인 인력 부족과 의료기관 특유의 조직문화로 인해 병원 여성 노동자의 임신을 둘러싼 '건강하게 일할 권리'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 건강이슈에 가장 민감할 것 같은 전문가 사이에서, 임신한 노동자로서 건강하게 일할 권리가 공공연하게 침해당하고 있는 셈이다.

 

▲ 근로기준법에 따른 임신 근로자의 근무환경 조정 내용

 

모성보호 측면의 임신 노동자 보호

여성노동자 건강권 문제에서 모성보호는 항상 쟁점이었다. 모성보호란 여성의 생리, 임신, 출산, 육아 등 재생산에 관한 보호 측면을 일컬으며, 임산부뿐만 아니라 가임기 여성에게까지 포괄적으로 적용되는 개념이다.

임신노동자의 노동환경에 관한 법률은 현재 「근로기준법」에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여성 노동자가 1일 2시간의 근로시간 단축을 신청하는 경우 사용자는 이를 허용해야 하고, 1일 근로시간이 8시간 미만의 경우 1일 근로시간이 6시간이 되도록 근로시간 단축을 허용할 수 있다.2) 이를 위반하거나 임신 중 또는 산후 1년이 지나지 않은 여성에게 시간 외 근로 지시, 쉬운 근로로의 전환 등을 하지 않는 사용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3) 또한, 사용자는 임신 중 여성에게 출산 전이나 후에 90일(한 번에 둘 이상 자녀를 임신한 경우 120일)의 출산전후 휴가를 줘야 하며, 해당 휴가에는 출산 후 45일(한 번에 둘 이상의 자녀를 임신한 경우 60일) 이상이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4) 이 밖에도 근로기준법 시행령에서는 임신한 여성 나아가 모성보호 측면에서 18세 이상의 여성이 할 수 없는 일이나 산후 1년이 지나지 않은 여성이 할 수 없는 일 등에 대한 별도 규정을 마련해두고 있다.5)

그러나 임산부의 야간근로 및 휴일근로는 사정이 다르다. 원칙상 금지됐으나 '산후 1년이 지나지 않은 여성의 동의가 있는 경우'이거나 '임신 중의 여성이 명시적으로 청구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야간근로가 가능하다.6) 그간 야간노동이 산모와 태아에게 미치는 부정적 건강영향이 여러 연구에서 증명됐으나 노동자의 동의만 있다면 가능한 것이다. 그 결과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임산부의 야간노동 동의서가 작성될 위험을 낳았다. 고용노동부의 2015~2019년 임산부 야간·휴일근로 현황에 따르면, 접수된 18,976건의 여성 야간근로 신청 사례 중 거절(미인가)은 단 한 건도 없었다. 해당 동의서가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작성되지는 않았는지조차 살펴보지 않은 채 기계적으로 장관 인가를 내줬음을 함의한다.7)

임신중단을 경험한 여성노동자의 보호

모성보호의 일부로써 임신한 노동자의 건강을 보호하는 게 우리에게 익숙한 형태의 건강권 추구라면, 임신중단을 경험한 여성노동자의 건강권은 어떻게 보호받을 수 있을까? 현행 근로기준법은 여성의 유산과 사산을 휴가 사유로 규정하고 주수에 따라 휴가를 차등 부여하고 있지만, 인공적인 임신중단에 따른 유산은 휴가 사유로 인정하지 않는다. 즉 모건보건법 제14조 1항에 따른 인공임신중절수술 항목을 제외하고는 유산, 사산 휴가가 부여되지 않는다.

2019년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낙태죄 조항에 대한 대체입법이 이뤄지지 않음에 따라, 2021년 1월 1일 0시를 기점으로 ‘낙태죄’는 사라졌다. 이에 따라 근로기준법의 임신중단 관련 조항도 개정을 논의 중인데, 여기에는 임신중단 수술을 받은 여성에게도 법정휴가를 보장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임신중단도 출산이나 자연 유산과 유사하게 여성의 건강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한편 임신중단 수술이 아닌 약물로 인한 유산에 대해서는 아직 이렇다 할 논의가 오가고 있지는 않다. 임신중지 방법에는 약물과 외과적 수술이 있다. 일명 ‘미프진’으로 불리는 유산 유도약은 현재 전 세계 74개국에서 공식적으로 승인돼 사용 중이며 WHO 또한 2005년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했지만, 그동안 국내에서는 불법이었다. 미프진이 합법화되면 산부인과 의료진의 처방에 따라 임신 시점 등을 확인한 안전한 복용과 외과적 수술 없이도 임신중단이 가능하다.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먹는 임신중단 약물의 국내 도입을 위한 허가 논의를 진행 중임을 고려해, 관련 법안마련이 시급하다.

임신/임신중단 노동자의 일하지 않을 권리, 일할 권리

여성노동자가 임신/임신중단을 경험하면서 위험한 일을 멈출 권리를 추구하는 가운데, 다른 한쪽에서는 가임기 여성의 임신 가능성을 '고려'해 일할 권리를 위협하고 있다. 2013년 경기도 의정부시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교사임용 시 경쟁자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임신 가능성이 있다'라는 이유로 지원자를 배제했다. 해당 지원자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고, 이에 임신 가능성을 이유로 채용 불가를 통보한 것은 차별이라고 판단했다. 또한 경기도교육감에게 유사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후 대책의 마련과 시행을 권고함에 따라, 임용 지원서류 제출 시 초빙 요건이 아닌 결혼 연차나 자녀 유무 등의 정보를 요구하지 않음의 조치가 이뤄졌다. 이처럼 개인의 신상을 토대로 한 개인의 임신 가능성을 짐작하고, 그 가능성만으로도 채용에 있어 차별을 받는 현실에서 임신이라는 영역과 무관하지 않은 노동자가 불리한 처우를 받지 않기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여성노동자가 임신/임신중단을 둘러싼 일할 권리와 일하지 않을 권리 모두를 추구하는 것은 다시 말하면 그저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추구하는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임신과 출산을 모성의 신화화를 위한 수단으로 여기거나 여성이 반드시 해내야 하는 의무로 다루는 것은 끝날 때가 됐다. 이제는 노동자로서의 여성이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어야 한다.


1) 그들의 이름은 ‘마른 수건’... 날마다 쥐어짜인다, 국민일보 2020년 07월 12일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146841&code=14130000&cp=nv)

2) 「근로기준법」 제74조 제7항 단서

3) 「근로기준법」 제110조 제1항

4) 「근로기준법」 제74조 제1항

5) 「근로기준법」 시행령 [별표4] 참고

6) 「근로기준법」 제74조 제2항

7) 임신은 민폐 유산은 내 탓... 야간근무 덫에 걸린 임산부. 서울신문 2020년 11월 22일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

php?id=20201123008012)

 

 

[일터6월호_여성노동 건강상식] 임신/임신중단 노동자의 일하지 않을 권리, 일할 권리

임신/임신중단 노동자의 일하지 않을 권리, 일할 권리

정지윤 회원,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

 

 

병원에서 일하는 임신한 몸들

본과 3학년 때 소아과 실습을 돌 때였다. 소아과 2년 차 레지던트는 임신 35주의 몸으로 당직을 서고 있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숨차 보이던 그 레지던트는 부은 다리를 의자로 올리면서 "쌤들은 소아과 하지 마요"라며 웃었다. 6년이 흘러 내가 레지던트 4년 차가 됐을 때도 동기인 산부인과 레지던트는 37주 3일까지도 당직을 서고 있었다. 출산휴가인 3개월 동안 당직을 설 수 없으니 임신 기간 중 미리 당직을 서야 했기 때문이었다. 동기들끼리 분만실에서 출산한 후 당직을 계속 서라는 둥, 처방창에 지시 처방으로 남편 이름을 넣고 콜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둥 자조적인 농담을 건넸지만, 실제로는 아무도 웃을 수 없었다.

보건의료노조는 2020년 노조원 35,614명을 대상으로 '모성보호-임신 및 출산' 조사를 진행했다. 이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보건의료 여성노동자의 임신 결정 자율성은 2018년 65.9%, 2019년 68.3%, 2020년 73.3%로 점차 나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4명 중 1명은 임신조차 자유롭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자유로이 임신을 결정할 수 없었던 이유로는 '동료에게 업무가 가중되기 때문'이 57.6%로 가장 많았으며, '부서 내 임신을 준비하고 있는 여성이 있다(21.8%)'라는 답변이 뒤따랐다. 모성보호제도 사용의 현황도 살펴볼 수 있었는데 '출산전후 휴가' 사용률은 80.3%였으나, '임신 중 쉬운 업무로 업무전환 요구'는 10% 내외에 불과했다. 비교적 높게 나타난 휴가 사용률 이면에는 휴가 이전에 혹사당하는 몸들이 숨어있다. 이 밖에도 임신 충 초과노동을 수행한 비율이 전체 응답자의 29.2%1)로 나타나는 등 만성적인 인력 부족과 의료기관 특유의 조직문화로 인해 병원 여성 노동자의 임신을 둘러싼 '건강하게 일할 권리'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 건강이슈에 가장 민감할 것 같은 전문가 사이에서, 임신한 노동자로서 건강하게 일할 권리가 공공연하게 침해당하고 있는 셈이다.

 

▲ 근로기준법에 따른 임신 근로자의 근무환경 조정 내용

 

모성보호 측면의 임신 노동자 보호

여성노동자 건강권 문제에서 모성보호는 항상 쟁점이었다. 모성보호란 여성의 생리, 임신, 출산, 육아 등 재생산에 관한 보호 측면을 일컬으며, 임산부뿐만 아니라 가임기 여성에게까지 포괄적으로 적용되는 개념이다.

임신노동자의 노동환경에 관한 법률은 현재 「근로기준법」에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여성 노동자가 1일 2시간의 근로시간 단축을 신청하는 경우 사용자는 이를 허용해야 하고, 1일 근로시간이 8시간 미만의 경우 1일 근로시간이 6시간이 되도록 근로시간 단축을 허용할 수 있다.2) 이를 위반하거나 임신 중 또는 산후 1년이 지나지 않은 여성에게 시간 외 근로 지시, 쉬운 근로로의 전환 등을 하지 않는 사용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3) 또한, 사용자는 임신 중 여성에게 출산 전이나 후에 90일(한 번에 둘 이상 자녀를 임신한 경우 120일)의 출산전후 휴가를 줘야 하며, 해당 휴가에는 출산 후 45일(한 번에 둘 이상의 자녀를 임신한 경우 60일) 이상이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4) 이 밖에도 근로기준법 시행령에서는 임신한 여성 나아가 모성보호 측면에서 18세 이상의 여성이 할 수 없는 일이나 산후 1년이 지나지 않은 여성이 할 수 없는 일 등에 대한 별도 규정을 마련해두고 있다.5)

그러나 임산부의 야간근로 및 휴일근로는 사정이 다르다. 원칙상 금지됐으나 '산후 1년이 지나지 않은 여성의 동의가 있는 경우'이거나 '임신 중의 여성이 명시적으로 청구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야간근로가 가능하다.6) 그간 야간노동이 산모와 태아에게 미치는 부정적 건강영향이 여러 연구에서 증명됐으나 노동자의 동의만 있다면 가능한 것이다. 그 결과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임산부의 야간노동 동의서가 작성될 위험을 낳았다. 고용노동부의 2015~2019년 임산부 야간·휴일근로 현황에 따르면, 접수된 18,976건의 여성 야간근로 신청 사례 중 거절(미인가)은 단 한 건도 없었다. 해당 동의서가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작성되지는 않았는지조차 살펴보지 않은 채 기계적으로 장관 인가를 내줬음을 함의한다.7)

임신중단을 경험한 여성노동자의 보호

모성보호의 일부로써 임신한 노동자의 건강을 보호하는 게 우리에게 익숙한 형태의 건강권 추구라면, 임신중단을 경험한 여성노동자의 건강권은 어떻게 보호받을 수 있을까? 현행 근로기준법은 여성의 유산과 사산을 휴가 사유로 규정하고 주수에 따라 휴가를 차등 부여하고 있지만, 인공적인 임신중단에 따른 유산은 휴가 사유로 인정하지 않는다. 즉 모건보건법 제14조 1항에 따른 인공임신중절수술 항목을 제외하고는 유산, 사산 휴가가 부여되지 않는다.

2019년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낙태죄 조항에 대한 대체입법이 이뤄지지 않음에 따라, 2021년 1월 1일 0시를 기점으로 ‘낙태죄’는 사라졌다. 이에 따라 근로기준법의 임신중단 관련 조항도 개정을 논의 중인데, 여기에는 임신중단 수술을 받은 여성에게도 법정휴가를 보장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임신중단도 출산이나 자연 유산과 유사하게 여성의 건강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한편 임신중단 수술이 아닌 약물로 인한 유산에 대해서는 아직 이렇다 할 논의가 오가고 있지는 않다. 임신중지 방법에는 약물과 외과적 수술이 있다. 일명 ‘미프진’으로 불리는 유산 유도약은 현재 전 세계 74개국에서 공식적으로 승인돼 사용 중이며 WHO 또한 2005년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했지만, 그동안 국내에서는 불법이었다. 미프진이 합법화되면 산부인과 의료진의 처방에 따라 임신 시점 등을 확인한 안전한 복용과 외과적 수술 없이도 임신중단이 가능하다.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먹는 임신중단 약물의 국내 도입을 위한 허가 논의를 진행 중임을 고려해, 관련 법안마련이 시급하다.

임신/임신중단 노동자의 일하지 않을 권리, 일할 권리

여성노동자가 임신/임신중단을 경험하면서 위험한 일을 멈출 권리를 추구하는 가운데, 다른 한쪽에서는 가임기 여성의 임신 가능성을 '고려'해 일할 권리를 위협하고 있다. 2013년 경기도 의정부시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교사임용 시 경쟁자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임신 가능성이 있다'라는 이유로 지원자를 배제했다. 해당 지원자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고, 이에 임신 가능성을 이유로 채용 불가를 통보한 것은 차별이라고 판단했다. 또한 경기도교육감에게 유사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후 대책의 마련과 시행을 권고함에 따라, 임용 지원서류 제출 시 초빙 요건이 아닌 결혼 연차나 자녀 유무 등의 정보를 요구하지 않음의 조치가 이뤄졌다. 이처럼 개인의 신상을 토대로 한 개인의 임신 가능성을 짐작하고, 그 가능성만으로도 채용에 있어 차별을 받는 현실에서 임신이라는 영역과 무관하지 않은 노동자가 불리한 처우를 받지 않기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여성노동자가 임신/임신중단을 둘러싼 일할 권리와 일하지 않을 권리 모두를 추구하는 것은 다시 말하면 그저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추구하는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임신과 출산을 모성의 신화화를 위한 수단으로 여기거나 여성이 반드시 해내야 하는 의무로 다루는 것은 끝날 때가 됐다. 이제는 노동자로서의 여성이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어야 한다.


1) 그들의 이름은 ‘마른 수건’... 날마다 쥐어짜인다, 국민일보 2020년 07월 12일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146841&code=14130000&cp=nv)

2) 「근로기준법」 제74조 제7항 단서

3) 「근로기준법」 제110조 제1항

4) 「근로기준법」 제74조 제1항

5) 「근로기준법」 시행령 [별표4] 참고

6) 「근로기준법」 제74조 제2항

7) 임신은 민폐 유산은 내 탓... 야간근무 덫에 걸린 임산부. 서울신문 2020년 11월 22일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

php?id=20201123008012)

 

 

[일터6월호_직환의가 만난 노동자 건강이야기] 보이지 않는 노동자들

보이지 않는 노동자들

유형섭 후원회원,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지난 5월 택배노동자의 적정노동시간 연구를 하며 면접조사를 위해 직접 노동자들과 만날 일이 있었다. 코로나 이전에도 과로에 시달렸지만 코로나 이후 물류량이 대폭 늘면서 과로사의 대명사가 된 사람들이다. 사회적 대화 이후 분류작업에 드는 시간은 줄었지만, 월 평균 7,000여개의 물건을 나르고, 조금이라도 일찍 퇴근하기 위해 쉬는 시간 없이 일을 한다. 일하는 만큼 건당 수수료를 받기 때문에, 더 많이 벌려면 더 많이 일해야 한다.

여기서 딜레마가 생긴다. 적정 노동 강도를 위해 노동 시간을 지정해도, 해야 하는 물량이 있으니 노동 강도는 더욱 집중될 것이다. 노동시간 단축을 위해 집배량을 감소시키면 그만큼 벌이가 줄어들 것이고, 과로로 인한 건강 영향에 대비해 수입을 포기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면접을 진행한 이들 중 자신의 업무량, 즉 수입에 만족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러나 그들의 노동시간은 주 평균 60-80시간이고, 업무량이 많기 때문에 아프거나 일을 쉬어야할 때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확실한 것은 택배노동자들은 계속 죽어나가고 있다는 것이고, 그들의 업무에 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휴가라는 개념 자체가 저희에겐 없어요. 저는 어머니한테 돌아가실 거면 주말에 돌아가시라고 이야기해요."

자신이 하는 일에서 무엇이 문제인지 제일 잘 아는 사람은 당사자인 경우가 많다. 어떤 부분이 바뀌면 나아질 것 같은지 노동자들에게 물었다. 첫 번째는 낮은 단가이다. 택배 업무를 10년간 해왔지만 택배 단가는 오히려 떨어지고 물류량은 2배 이상으로 증가했다고 한다. 택배 물량이 늘면서 택배업체간 경쟁으로 인한 것이다. 낮은 단가를 유지하는 대신 가격 경쟁력을 높여 많은 업체나 지역을 담당하게 되므로, 경쟁업체 역시 이를 따를 수밖에 없다.

이 와중에 등이 터지는 것은 택배 노동자이다. 대체 인력이 없어, 일을 쉬어야 하는 경우 동료에게 일부 나눠줄 수도 있지만, 물류량이 많으면 그것도 어렵다. 그런 경우 용달차에 배송을 맡기기도 하는데 1건당 2,000원 가량을 주어야한다. 반면 택배 단가는 점점 낮아져 1건당 700-1,000원 밖에 못 챙기는 현실에선, 아파도 일하는 것이 당연해진다.

두 번째로는 당일, 익일 배송과 같은 서비스가 점차 늘어나면서 배송 시간이 빠듯해졌다는 점을 지목하였다. 배송 시한이 정해져 있지 않다면 물류센터에 쌓여있는 물건만 배송하면 될 것이다. 그러나 물건들은 항상 빠듯하게 도착하기 때문에, 아침 출근 후 1차 배송을 마친 뒤, 다시 물류 센터에 도착해 있는 물건을 싣고 2차 배송을 나가거나, 동료한테 전달 받게 된다. 결국엔 물류 배송량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배송 업계에 해로운 경쟁을 불어넣는 업체들이 있다. 쿠팡, 마켓컬리 등을 필두로 새벽 배송이 활성화되기 시작했으며, 이젠 당일이나 익일 배송이 당연해지고 있다. 특히 쿠팡이 로켓배송이라는 이름으로 상품보관부터 배송까지 한 과정으로 수행하는 풀필먼트 시스템을 구축한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2020년 시행된 쿠팡 부천물류센터 노동자 인권실태조사 보고서와 덕평 물류센터 노동자 노동실태 기초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쿠팡은 생산량을 높이기 위해 시간당 작업 속도(UPH)를 통제하는데, UPH가 낮은 경우 모욕감을 주며 관리한다. 이렇게 생산량은 최대로 높이면서 노동자들에게 적절한 휴식을 제공하지 않았고, 결국 과로사에 집단 감염 사태까지 발생시켰다.

반면 쿠팡은 지난 3월 미국 증시에서 상장을 하며 성공가도에 오르고 있고, 여러 대기업에서는 이러한 모델을 따라가기 위한 구상을 밝히고 있다. 코로나 사태 이후, 물류업계는 나날이 성장하고 있는 반면, 비대면 배송이 늘어나면서 택배 및 배달 노동자들은 더욱더 보이지 않게 되었다.

지난 4월 22일 평택항에서 일하던 고 이선호군의 사망과 비슷한 시기 발생한 한강 의대생 실종 사건이 비교되곤 한다. 모든 죽음이 안타깝지만, 죽음의 관심에도 계급이 있는 듯하다.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 사고가 너무나 자주 일어나 그런 것일까? 이 현저한 관심의 차이는 현재 한국 사회에서의 노동자의 위치를 보여준다.

"예전에는 젊은 사람들이 배송을 하면 돈도 안 되는 일인데 왜 이런 일을 하느냐고 연민으로 바라봤다면, 이제 저희가 버는 돈의 액수를 알고는 많이 벌려고 욕심 부리다 죽는 거 아니냐고 이야기해요."

노동자는 돈 많이 벌려고 욕심 부리면 안 되는 존재인 것이다. 딱 어느 정도를 지켜야하는 사람. 아파트 단지 내에 들어오면 안 되는 사람, 내 눈에 띄면 안 되는 사람이다. 반면 기업이 돈을 벌려는 행동은 당연한 것이고 그들이 성공하면 모두 우러러보며 예전에 투자하지 않았던 자신을 책망한다. 성공한 기업의 노동자가 죽는 것에는 무뎌지고, 그들은 부품으로 취급된다. 이런 인식에 자본가뿐 아니라 이를 두둔하는 사회, 소비자, 심지어 노동자 자기 자신까지 갇히게 된다. 기업은 날이 갈수록 커져가고, 소비자는 점점 편안해지며, 노동자는 점점 더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동자들이 더 보여야 한다. 제품과 서비스를 보면 그 과정이, 과정 속의 사람이 보여야 한다. 다시, 택배 노동자의 과로로 돌아가 해결책을 고민해보지만 답은 쉽지 않다. 택배 단가를 정상화하고, 근무 시간을 제한해야 한다. 그리고 택배회사는 더 많은 인력을 뽑아야하며, 고객 민원, 배송 문제에 대한 책임부터 휴가, 휴게시간, 건강검진 등 노동환경에 관여해야 한다. 시민들은 자신의 편의 속에 무엇이 감춰져 있는지 알아야한다.

 

 

 

[일터6월호_문화로 읽는 노동] 텅 비고 지옥처럼 추운 저 땅으로 노동자들은 모두 함께 간다 - 〈체르노빌〉, 노동계급의 자부심이 세상을 바꿀 때

텅 비고 지옥처럼 추운 저 땅으로 노동자들은 모두 함께 간다 

- 〈체르노빌〉, 노동계급의 자부심이 세상을 바꿀 때

강남규 문화사회연구소 운영위원

 

 

▲ 머뭇거리며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사고현장에 투입을 요청하는 당간부와 아무 말 없이 이에 응하며 그의 어깨를 탄가루 묻은 손으로 툭 만져주고 가는 탄광노동자들.

 

재난이 드러낸 사회의 한 단면

어떤 점에서 재난은 한 사회의 총체다. 그 사회의 민낯이 낱낱이 쌓여 하나의 재난을 이룬다. 그래서 하나의 재난을 자세히 해부하는 일은 곧 한 사회를 들여다보는 일과 같다. 그런 의미에서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폭발사고를 다룬 미국 드라마 체르노빌(2019)을 본다는 것은 당대 1980년대 후반 소련의 실상을 들여다보는 일인 셈이다. 원전 폭발이라는 (당시로서는) 전대미문의 재난은 소련 사회의 모순과 허술함을 빈틈없이 폭로했고, 체르노빌은 그것들을 천천히 그리고 깊게 조명한다.

그러나 재난은 또한 동시에 한 사회의 선한 면을 드러내기도 한다. 레베카 솔닛의 말을 빌리자면, 재난은 "천국으로 들어가는 뒷문"도 함께 연다. 체르노빌의 한 장면이 그 '뒷문'이다. 툴라 광산의 쉼터에서 광부들이 휴식하며 시시껄렁한 농담을 주고받는다. 그때 파란색 양복을 입고 머리를 잘 빗어 넘긴 한 남자가 찾아온다. 그의 양옆으로는 총을 든 군인 두 사람이 있다. 그의 등장을 알아차린 광부들이 밖으로 나와 앞에 도열한다. 찾아온 남자는 소련 석탄산업부 장관 샤도프, 석탄산업을 관장하는 최고 공무원이다.

 

그가 간단한 자기소개를 마친 뒤 광부들에게 다짜고짜 지시한다. "장비를 들고, 트럭에 타라." 작업반장이 대표로 대답한다. "왜요? 어디로 가는데요?" 기밀이라 말할 수 없다는 장관. 그러자 작업반장은 호기롭게 대답한다. "그럼 우릴 다 쏴죽이쇼. 여긴 툴라고, 이곳은 우리 광산이에요. 이유를 알기 전엔 안 움직입니다." 당황한 장관이 솔직하게 말한다. 체르노빌로 간다고. 격앙됐던 광부들의 표정이 굳는다. 장관이 덧붙인다. 원자로 원료가 가라앉고 있다고, 그걸 못 막으면 모두가 위험해질 거라고. “당은 동무들이 그걸 막아줬으면 좋겠어.” 이제 광부들은 더이상 아무것도 묻지 않는다. 석탄에 뒤덮인 몸 그대로 트럭으로 향해 간다.

드라마 전체를 통틀어 비중이 큰 장면은 아니지만, 노동계급 특유의 '스웨그'가 강렬한 인상을 남겨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는 장면이다. 노동계급의 자부심이랄까. 광부들은 장관이라는 '권위'에 굴복하지 않았다. 군인이라는 '폭력'에도 굴복하지 않았다. 그들은 스스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선택'했다. 그들 자신의 기술과 존엄이 저들의 권위에 앞선다는 데에, 그리고 동료들도 같은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데에 본능적인 확신이 없었다면 이 장면은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 〈미안해요, 리키〉의 한 장면

 

세계를 진일보시키는 힘, 노동계급의 자부심

특히 서구사회에서 ‘노동계급의 자부심’이라는 주제는 흥미롭다. 그것은 생각지도 못한 장면에서 불쑥 튀어나와 이야기의 개연성을 무너뜨린다. 어떤 노동자가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을 내릴 때, 그 배경에는 종종 계급적 자부심이 있다. 물론 자부심이 늘 좋은 방향으로 표현되지는 않는다. 예컨대, <미안해요, 리키>(2019)의 초반부, 일자리를 잃은 리키가 택배기사 면접을 보러 간 자리에서 면접관이 이렇게 묻는 장면이 있다. “실업급여 받은 적은?” 리키는 고민도 없이 답한다. “없어요, 자존심이 있지. 차라리 굶는 게 낫죠.” 아아, 이토록 당당하면서도 갑갑한 자부심이라니.

하지만 많은 경우 노동자들의 자부심은 그 자체로 노동자들의 세계를 한 단계 진보시키는 열쇠가 되기도 한다. 남성 동료들에게 일상적으로 성폭력에 시달리는 여성 광부가 광산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한 실화를 다룬 <노스 컨츄리>(2005)에는 주인공은 조시가 노동조합 집회에 조합원으로서 참석해 성차별에 대해 발언하려는 장면이 나온다. 이때 남성 조합원들은 야유하고 성희롱적인 발언을 쏟아내는데, 조시는 굴하지 않고 차분하게 노동조합 내규를 읽는다. “내규에는 남성이나 여성(her)이나 모두 발언권을 가질 수 있다고 되어 있어요.” 이제 남성 조합원들은 더이상 발언을 막지 못한다. 노동조합이 민주적으로 만들었으며 조합원이라면 그에 따르기로 약속한 내규이므로. 내규를 부정하는 일은 곧 계급을 부정하는 일이므로. 이렇게 조직은 개인을 앞서가기도 한다.

마거릿 대처 시절 광부파업에 나선 노동자의 아들인 빌리 엘리어트가 발레를 배워가는 이야기를 그린 〈빌리 엘리어트(2000)에서 계급적 자부심은 좀 더 양면적으로 그려진다. 노동자들에게 발레는 '저쪽 세계'의 문화이고, '여성적'인 취향으로 분류된다. 그런데 노동자의 아들이, 발레를 배우겠다고? 용납할 수 없는 일이지만, 빌리는 계속 발레를 배운다. 그리고 도시의 발레 학교로 진학할 수 있는 기회까지 얻는다. 하지만 돈이 없다. 파업 중이기에 버는 것도 없는 마당에 아이의 비싼 등록금을 내줄 돈이 있을 턱이 없다. 그때 광부들이 나선다. 어쨌거나 저 아이는 '우리의 마을'에서 자란 '우리의 아이'다, 우리의 아이가 좌절하는 꼴은 볼 수 없다는 듯이.이야기는 빌리가 발레 학교에 진학하면서 마무리된다. 영화판에서는 그려지지 않는데, 2005년에 초연된 뮤지컬에서는 광부들이 빌리를 떠나보내고 다시 광산으로 내려가는 장면이 나온다. 광산으로 내려가면서 노동자들은 당당하게 정면을 바라보며 이렇게 노래한다. "저 땅은 텅 비고 지옥처럼 춥지만, 갈 때는 우리 모두 함께 간다." 그게 바로 노동계급의 문화이고 자부심이다.

 

다시 만난 노동의 세계

'노동계급의 자부심'을 얘기하자고 체르노빌〈미안해요, 리키, 그리고 〈노스 컨츄리〈빌리 엘리어트까지 경유하는 건, 그것이 한국 사회에서는 워낙 낯선 개념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자부심의 작동방식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노동자를 다룬 여러 콘텐츠를 경유하면서 감정의 편린들을 수집해야 한다. 한국사회에선 노동계급이 하나의 유의미한 정체성으로 자리 잡지 못했고, 노동자는 '불쌍한 사람'으로, 노동조합은 '조직이기주의'로 여겨진다. 노동계급의 자부심이라는 주제를 들여다보고 싶어지는 것은 그래서다. 그 자부심은 리키가 그랬던 것처럼 정당한 혜택조차 스스로 거부하게 만들고, 조시가 그랬던 것처럼 여성을 차별하게 만들고, 빌리가 그랬던 것처럼 소중한 꿈을 모욕하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또한 조시가 발언할 수 있게 만들고, 빌리가 꿈을 찾아 떠나갈 수 있도록 만들기도 한다. 개인들이 어떠한 동질성도 없이 파편적으로 흩어져 각자도생하는 사회보다는 이처럼 노동자들이 자부심으로 연결되어 있는 사회가 좀 더 건강한 사회 아닐까. 노동자들이 공유하는 것이 서로를 불쌍히 여기는 마음뿐이라면 우리 사회에서 노동은 언제나 오해받고 소외된 개념으로 남아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렇듯 노동계급의 자부심이라는 문제를 경유하면, 오늘날 'MZ세대 노동담론'에 새로운 질문을 던질 수 있다. 다시 말해, "주는 만큼만 일한다"라는 말로 요약되는 담론에 대한 질문이다. 일은 일일 뿐이고 자아실현은 퇴근 이후에 한다든지, 회사의 성장이 곧 나의 성장인 시대는 끝났다든지. 이런 주장들은 물론 대체로 옳은 말이지만, 이런 말들이 노동자라는 정체성을 해체하고 각각의 개인으로 원자화되는 현상을 가속하고 있는 것 같다는 근심을 지우기가 어렵다.

적어도 오늘날 한국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나의 관심사는 '노동의 대가를 정당하게 받아내는 방법'보다는 '더 좋은 사회를 향해가는 방법'에 기울어져 있다. 노동계급의 자부심이 표현되는 장면들에 시선을 주게 되는 이유다.

[일터6월호_노안활동가에게 듣는다] 현장 안전에 타협이란 없다 -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대의원 안규백 활동가 인터뷰

현장 안전에 타협이란 없다 -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대의원 안규백 활동가 인터뷰

유청희 상임활동가

 

GM의 대우자동차 인수 후 2001년 1,785 명 노동자 해고, 2005년 1,700명 공장 복직, 2017년 군산 공장 폐쇄. 바로 한국지엠 노동자들에게 지난 20년 간 일어났던 일이다. 최근에도 창원 공장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대량 해고되기도 했다. 사측과 여기 동조하는 언론은 끊임없이 한국지엠의 위기가 강성 노조 때문이라는 비난도 서슴지 않았다. 이런 회사에서 노동안전보건 활동을 끈질기게 해온, 연구소 회원이기도 한 안규백 한국지엠 대의원을 만났다.

안규백 활동가는 한국지엠 부평공장에서 대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사측은 인원 투입은 하지 않은 채 생산성 향상을 이유로 노동강도를 강화하려는 시도를 지속했고, 작년 8월 노조는 이를 저지하기 위해 현장 투쟁을 했다. 안규백 활동가의 선택은 작업중지였고, 작년 10월 해고되었다. 이후 그는 대의원으로 활동하며 지방노동위원회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아직까지도 작업중지를 하면 회사가 노동자에게 법적 책임을 묻는 경우가 많고, 법원에서 다툴 시 오히려 노동자가 불리할 때도 많다. 이런 현실을 모를 리 없는 그가 작업중지를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인지 들어보았다.

 

▲ 안규백 활동가는 인력 충원 없이 생산성 향상만 요구하는 사측에 맞서, 무엇보다도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이 일순위임을 외쳐왔다. 

 

안규백 활동가가 노동안전보건 활동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었다. 그는 한국지엠이 운영한 기술교육원 출신인데, 2006년 부평 공장에 입사해서 목격한 현장은 '암울'했다고 한다.

"대우자동차가 지엠에 넘어가면서, 부평공장이 차를 제대로 생산 못 하던 상황이었어요. 그러다가 신차 생산이 시작되면서 인력이 필요해진 시기에 정규직으로 입사했죠. 운이 좋았어요.

입사 후 충격적이었던 것이, 보전 요원이 설비 수리하다가 협착되면서 크게 다친 일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 자체에 대해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고, 라인은 계속 돌아가는 것을 목격했어요. '사람이 죽어나가도 라인은 멈추지 않겠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는 과정 중에도 해마다 생산성 향상을 위해서 대의원과 사측이 협의를 하고요. 작업량은 그대로 유지하고 사람을 빼는 일이 횡행했어요. 거기서 빠진 인원은 정년 퇴직시키거나 추가로 필요한 곳으로 보내고. 신규 채용은 안 하고, 하더라도 최소 인원만 뽑는 시기가 있었어요. 그런 과정에서 뭔가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현장에서 알게 된 선배들과 현수막 게시하면서 선전전하고, 선전물도 뿌리고요."

무거운 현장에서 내딛은 한 걸음

당시는 지엠에서 해고됐다가 복직한 1,750명의 노동자와, 안규백 활동가와 같은 신규 입사자가 함께 일하는 상황이었다. 각종 암이나 뇌심혈관계 질환으로 인한 사망자가 계속 나왔지만, 조합원들은 업무 연관성을 적극적으로 제기하지 못하고 있었다. 회사는 이를 ‘개인 질병’으로 봉합했다.

"제가 입사한 후부터 10년 동안 매달 사망자가 나왔어요. 사고사는 많지 않았어요. 회사는 개인질병이라고 하지만, 의문이 들었습니다. 1750명이 해고됐다가 복직되는 5년 동안 노동자들이 피폐해진 것 같았어요. 다시 일 하면서도, 술 없이는 삶이 유지가 안 되는 분들도 계실 정도로요. 그때는 정말 브레이크 없이 계속 노동강도를 올리고 있었어요. 저는 사망자가 속출하는 일이 노동강도와 뗄 수 없는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현장에서의 문제제기는 아예 없었고요. 그래서 대의원과 (회사) 부서에서 생산량 증가에 합의하는 것에 문제제기하고, 생산량 증가는 노동강도 심화와 관계가 있다고 선전물도 배포했죠. 안전사고 나면 대응 매뉴얼 요구하면서 일상적인 안전보건 활동도 하고요."

입사 이후 안규백 활동가는 현장의 몇몇 조합원들과 함께 가칭 ‘조립2부 노동강도 완화 대책위원회’를 결성해서 작은 실천들을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침체된 회사 분위기 속에서도 노동안전보건 활동을 이어갔고, 조금씩 변화를 목격하기도 했다.

"바로 효과가 나타났다고 보지는 않아요. 안돈 줄이라고, 라인 중지하는 선이 있어요. 문제가 발생하면 직장(중간관리자)을 호출하는 선인데요. 이 선을 당기면 라인의 일부가 멈춰요. 라인이 완전 중지되지 않게 하려고 직장이 오는 거죠. 제가 처음 입사했을 때에는 사람들이 안돈 줄을 잡지 못했어요. 멈추면 정말 큰일 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도 제가 근무하는 2공장은 분위기가 많이 바뀌어서 적어도 안돈 줄은 잡게 됐죠. 그런 부분들이 대책위원회가 만든 작은 기틀이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 이후 실제 작업중지 사례도 있었고요. 조합원들이 그런 과정에서 자신감을 회복해갔다고 생각합니다."

위험한 현장을 멈추자, 첫 번째 '작업중지'

회사는 현장 안전을 전혀 우선하지 않았다. 설비에 문제가 생기면 라인을 정지하고 원인을 찾아 재발방지를 해야 하지만, 회사는 정지에 대한 책임소재만(작업자 판단 때문인지 설비 유지보수 때문인지) 따졌다. 2011년, 안규백 활동가는 사업장에 사고가 나자 작업중지를 걸고 회사에 대책을 요구했다. 현장을 안전하게 바꾸는 일에 있어 그에게 타협이란 없었다.

"대의원 당선되고 활동하던 때인데 보전 작업자가 작업 도중 다쳤다는 소식을 전해 듣게 되었어요. 매뉴얼 상으로는 2인 1조 작업이지만 보통 한 사람씩 하거든요. 차 시트를 들어 차에 장착하는 기계가 있는데, 센서에 문제가 있었는지 작동이 안 된 거예요. 혼자 보다가 손가락 협착이 되어 찢어진거죠. 사고가 났는데도 라인은 정상 운영하고 아무 조치도 없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작업중지로 싸워볼 수 있겠는지 판단하기 위해서 건강한 노동세상 장안석 동지랑 의논했어요. 각오는 되어있었습니다. 기아자동차 작업중지 사례를 참고하고 가능하겠다 판단해서, 라인 정지하고 노동조합에도 연락했죠. 이길 수 있겠다 생각했습니다.

그때 주장한 것은 사고 사례를 모든 작업자들에게 알리라는 것이었습니다. 동종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서 안전교육 요구했고요. 이때 120분 넘게 라인을 세웠어요. 회사가 요구사항을 수용했고, 20분 안전교육도 실시했죠. 작업중지 시간이 총 126분이었는데, 회사가 이 중 106분을 문제 삼아 생산 손실 이유로 저를 징계했습니다. 저는 바로 지엠에서 산재 사고가 은폐되고 있다고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배포 하고, 법적 조치를 예고했습니다. 그러자 회사가 해고 안 할테니 정직 1개월로 마무리 하자고 제안 해왔어요. 하지만 제 입장에서는 없던 것으로 하자는 것도 아니고 정직 1개월이라는 말을 받아들일 수 없었어요. 그래서 그 제안을 받지 않았죠. 결국 정직 2개월로 결론 났습니다."

현장을 바꿔보려는 여러 시도

한국지엠 노동조합은 2016년 연구소와 함께 노동강도평가를 진행해 보고서로 내기도 했다. 이런 조사 활동을 통해서 얻고자 했던 것은 무엇이었는지, 또 기억에 남는 현장 변화 시도는 무엇이 있는지 들어보았다.

"대의원, 정책부장, 노동안전보건실장 하면서 보니 회사와 협의하면서 노동자 입장의 근거로 제시할 데이터가 없더라고요. 또 현장 조직도 하고 싶었고요. 그래서 보고서를 내기로 하고 부서마다 현장위원들을 선임했어요. 현장위원들이 발로 뛰면서 직접 조사한다는 게 중요했어요. 이들이 노안활동가로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고요. 그분들 중에 관심갖고 했던 분들은 한두 명 정도였고, 지속되지는 않았어요. 그래도 의미는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아쉽지만 현장에서 큰 반응은 없었어요. 조합원들은 눈에 보이는 변화가 없으면 반응하기 어려우니까요. 노동강도평가를 한 번으로 끝낼 것은 아니고, 차종도 바뀌었고 평가한지 5년이나 지났으니 다시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당시 지적됐던 문제들이 개선되었는지도 확인해야 하고요.

그 외에 기억나는 활동으로는, 원하청 공동 안전보건사업 제안했던 것인데요. 사업계획을 세우다가 비정규직 실태조사 사업으로 확대해서 진행한 겁니다. 비정규직 지회와 함께 현장 안전점검도 하고요. 그 과정에서 비정규직 청소노동자가 청소하다가 발가락 골절되고 해고까지 당할 뻔한 일이 있었는데, 산재 처리하고 해고도 막아냈어요. 그분에게 문자메시지 받았는데 참 뿌듯하더라구요. 어떨 때는 뭘 하고 있나 생각 들기도 했었는데 이런 일로 뿌듯함을 느낀 적이 있네요."

두 번째 작업중지, 멈추지 않는 투쟁

안규백 활동가는 최근 또 한 번 작업중지를 하고 회사에서 해고를 당했다. 중징계가 내려질 수 있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지만 작업 중지를 선택한 그에게, 그런 결정의 바탕에는 어떤 생각이 있었는지 물었다.

"작업중지가 쉬운 일은 아닙니다. 큰 사고가 아닌 경우에는 왜 그걸 가지고 작업중지를 하냐고 하는 경향이 있어요. 지금은 작은 사고지만 내버려두면 더 큰 사고가 된다고 저는 말 하는데요. 직접적 안전 문제는 아니지만, 짭수(시간당 차량 생산 대수) 투쟁같은 부서 현안 문제에는 현장에서 더 동의하는 편이고요. 과거부터 내려오는 것으로 잘 아니까요. 안전사고 문제로 세운 것은 대우자동차 역사상 처음이라고 하더라고요. 라인을 끊을 수 있는 것은 노동조합뿐이에요. 이건 일상적 쟁의권의 문제죠, 합법인가 불법인가를 넘어서.

처음 라인 세웠을 때는 2시간 동안 공장을 세웠는데, 공장 가동이 안 되니까 회사가 휴업 결정 내리고 남은 사람은 다 퇴근을 시켰죠. 이것의 학습 효과로 변화가 생깁니다. ‘우리가 일하지 않으면 선다’는 인식이 생겼어요. 최근 작업중지 이후에는 해고 확정통보 받고 다음 날 출근을 했는데, 제 선거구의 조합원들이 많이들 출근을 안했더라고요. 또 일부는 출근했다가 두시간 만에 퇴근을 하기도 하고요. 거기서 자부심을 느꼈어요. 그날은 라인이 가동되다 말다 하다가, 4시간 휴업으로 결정 됐습니다."

이번 작업중지는 현장에 어떤 변화를 만들어낼까? 이런 투쟁을 통해 안전권, 건강권에 대한 생각이 다른 동료들에게까지 퍼질 수 있지 않을까? 노동자들이 작업중지를 비롯한 안전과 건강에 관한 의제를 더 일상적이면서도 중대한 사안으로 받아들이게 하려면 어떤 것이 필요할지 물었다.

"노동안전보건 감수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윤보다 사람이 먼저여야 한다는 감수성 키우기요. 잘 못하면 노동조합이 있어도 회사가 안전 문제에 대해 전혀 무서워하지 않기도 해요. 노안실장할 때 조합원들이 일상적으로 겪고 있던 근골격계 문제를 집단의 문제로 올려내지 않았던 것이 아쉬워요. 다시 해보면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회사는 끊임없이 생산성 요구하고, 10명이 하던 일을 7명에게 하라고 하죠. 설비는 90년대 말 설비 그대로인데요. 회사의 논리를 깰 수 있는 방법은, 지금의 심각한 노동강도 때문에 사람이 망가진다는 것을 드러내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치료받게 하는 것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현장을 조직하는 게 중요해요.

마지막으로는 노동조합이 다양한 사회연대활동을 할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해요. 코로나는 우리만 조심한다고 안 걸리는 것이 아니잖아요. 지엠은 인천의 중심 기업인 만큼, 코로나 예방을 위한 지역 활동을 해볼 수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활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지금까지 우리가 임금 인상만 집중했던 것도 사실이라 그것을 돌아보고 변화를 만들면 좋겠다는 그런 고민이 있어요."

안규백 활동가는 두 번의 작업중지를 했고, 그로 인해 징계를 받고 해고를 당했다. 그렇지만 그는 여전히 철저한 노동안전보건 활동이 있어야 하고, 사고 원인을 파악하고 재발 방지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 한다. 싸우면 싸울수록 노동자에게 힘이 생긴다고. 쉽지 않은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활동을 이어가는 그에게 응원을 보낸다.

[일터6월호_A-Z 다양한 노동이야기] 동물 감염병 방역의 일선에 일하는 사람들 -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지부 김필성 지부상 인터뷰

동물 감염병 방역의 일선에 일하는 사람들 

-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지부 김필성 지부상 인터뷰

장영우 선전위원장, 내과의사

 

 

2000년 이후 조류독감, 구제역, 아프리카돼지열병 등 동물 감염병이 늘어나고 있다. 일부 동물감염병은 사람에게도 감염을 일으킨다. 전세계에 퍼진 코로나도 인수공통감염병이다. 이번 다양한 노동이야기 코너에선 가축방역을 책임지는 가축방역사를 만났다. 세종시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에서 2003년부터 일하면서 노동조합 지부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김필성 님과 가축방역사의 노동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인터뷰는 세종시에 위치한 가축위생지원본부에서 진행하였다.

가축방역사는 무슨 일을 할까?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는 6대 질병(구제역, 소 결핵병 및 브루셀라병, 돼지열병, 돼지오제스키병, 닭뉴캐슬병) 및 조류인플루엔자 검사를 위한 시료 채취사업과 농장 방역실태 점검사업을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수임받고, 가축방역사가 현장을 직접 방문하여 위의 업무들을 수행하고 있다.

가축방역사가 소속된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는 어떻게 설립된 것일까? 1999년 민간방역기구인 돼지콜레라박멸비상대책본부가 창립되었고, 2000년 사단법인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로 인가되어, 2003년에는 특수법인으로 확대되었다. 이후 2007년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 근거하여 '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된 바 있다.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의 주업무는 가축방역과 축산물 위생검사, 해외에서 들어오는 축산물 검역이다. 가축전염병예방법에 의해 가축의 질병유무를 검사하는데 축산농가를 방문하여 소와 돼지 등 축산물의 검체를 채취한다. 도축장에서도 축산물 위생검사를 한다. 그리고 감염 사례가 발생하는 경우 현장에서 초동방역 업무도 하고 있다. 직종은 방역직, 위생직, 수입축산물 검역직, 가축방역을 위한 콜센터가 있다.

힘들고 고된 시료채취 작업

가축방역사들은 현장에 방문해 가축들의 질병 여부를 검사하기 위한 시료채취 작업을 한다. 그런데 가축을 혈액을 채취하는 일이 쉽지는 않아 보였다. 일일이 현장을 방문하는 것부터, 낯선 이들이 방문할 뿐더러 자신의 신체를 상하게 할까 불안해하는 동물들에게서 혈액 등의 시료를 채취하는 일은 무척이나 힘들고 위험해보였다. 축산농가에서도 가축을 사육하는 과정에서 가축이 받는 스트레스에 민감하기 때문에, 처음에는 협조를 얻기가 어려웠다고 한다.

"어린 아이들도 주사맞거나 피 뽑는다고 하면 울면서 처치하기 어렵지 않습니까, 동물도 마찬가지입니다. 소와 같은 대동물은 무게가 700~1000kg까지 되잖아요, 뿔도 있고요, 낯선 사람들이 다가가는데 소가 어디 얌전히 있습니까? 계속 피해다니니깐 카우보이처럼 올가미 같은 걸로 소의 목을 묶고 고정해서 피를 뽑아야 해요. 소는 목의 정맥과 꼬리의 정맥에서 피를 뽑는데 목에서 뽑는 경우 뿔에 부딪칠 수 있고 꼬리정맥에서 혈액 채취하는 경우 발길질에 넘어질 수 있어요.

제가 2003년 입사했는데 그 당시에는 초기라 가축방역이 생소하여 축주(가축주인)의 반대가 심했습니다. 이전에는 이런 검사 안했는데 왜 국가에서 하냐 이거죠, 가축이 혈액채취 당하면 스트레스를 받고 이를 보는 축주들은 싫어했지요. 2000년 초창기에는 저희가 검사하는 걸 절대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점차 축산농가에서도 방역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어 저희가 주기적으로 검사하는데 협조해주시는 편입니다. 물론 방문할 때는 미리 연락을 합니다."

가축방역사가 노출되는 위험들

한편, 하루에도 수 십 마리의 동물의 시료를 채취하다보면 가축방역사들은 항시 부상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심지어 2011년 소에 받쳐서 돌아가신 분도 있었다. 그리고 인수공통 감염병에 걸릴 위험도 방역사들을 늘 따라다녔다.

"시료채취하다 다치는 일도 꽤 있었죠. 동물에 부딪쳐 타박상이 생겨도 크게 다치지 않으면 저희는 대수롭지 않게 파스 붙이고 일했는데요, 장기적으로 일하다보면 여러 가지 부상이 누적되고 근골격계질환이 생길 수 있지요. 그래서 작업 중 부상에 대해 사유서를 작성하라고 해도 직원들이 서류 작성하는 게 번거로우니깐 그냥 넘어가는 경향이 있어요. 안타깝지요, 혈액을 뽑다보면 주사침에 찔리기도 하고요. 주사침 자상사고도 제대로 신고가 안되고 있어요.

그리고 일하다보면 인수공통 감염병에 걸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브루셀라병이나 큐 열(Q fever)1), 조류독감(AI)인데요, 저희는 인수공통감염병에 대해 선제적으로 검사를 해달라고 회사에 요구하고 있는데 아직 전국적으로 시행되지는 않고 일부 지자체에서만 하고 있습니다. 도축장에서 축산물 위생검사하는 직원이 큐 열이 걸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도 10여 년 전 큐 열 검사한 적이 있었는데 큐 열 양성이었어요, 근데 당시는 다음 조치가 없는 거예요, 그래서 제 돈으로 병원에서 검사하고 약 먹었지요, 요즘은 선제적으로 검사를 더 확대하는 추세입니다. 노동조합에서 안전문제뿐만 아니라 보건문제도 신경 쓰려고 합니다."

신종감염병 등장에 따른 어려움

2000년 들어 구제역이 발생했고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우리나라에 2019년 최초 발생하였다. 조류독감도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이런 신종감염병이 생기니 기존 업무에 새로운 업무가 추가되는 실정이다.

"매년 조류독감,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하고 앞으로도 문제가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올해 5월 4일 강원도 영월에서 양돈농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했습니다. 그러면 발생한 축산농가 살처분하고 주위 농가 검사하면 되는 걸로 생각할 수 있는데요.

현장에서는 강원도에서 모든 출하하는 돼지에 대해서는 아프리카돼지열병 검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주어진 시간에 많은 축산농가를 방문해서 검사하려면 결국 1인이 검사를 하게 됩니다. 과거 안전사고가 다수 발생하면서 2인 1조 근무가 의무화되고 인력도 충원됐지만 쏟아지는 검체채취 업무로 여전히 1인이 근무해야 하는 상황이 생깁니다."

전염병이 발생했을 때 동물의 이동을 막는 등의 초동방역하는 것도 또한 방역사들의 업무라고 한다. 언론에서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했다는 보도를 자주 접하지만, 이후 어떻게 후속조치가 이뤄지는지, 해결은 된 것인지는 일반 대중들은 잘 알기 어렵다. 방역사들은 우리의 눈과 귀가 안 보이는 곳에서 신종감염병의 해결을 위한 후속검사와 조치들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 신종감염병이 새롭게 등장할 때마다 그들의 업무부담은 가중된다.

불안정한 일자리, 열악한 처우

"김대중 전 대통령이 가축방역은 제2의 국방이라고 했습니다. 코로나도 인수공통감염병이지 않습니까? 조류독감도 사람에게 감염될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합니다. 가축전염병을 막고 국민의 안전한 먹거리, 건강에 대한 일을 담당하기에 저희는 공공의 중요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하지만 일선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처우는 열악합니다. 저희는 무기계약직인데요, 오래 근무해도 임금의 상승폭이 크지 않습니다. 10년 이상 근무를 해도 수당 빼면 최저임금보다 조금 더 받는 정도입니다. 그리고 감염 사례가 발생하면 가축방역사들은 24시간 내내 근무를 하면서 해당 지역을 통제하는 업무를 하는데요, 이때 지급되는 수당의 기준이 최저시급 수준 밖에 안 됩니다."

가축방역지원본부는 49명이 정규직이고 나머지 1000여 명이 무기계약직이라는 비정상적인 인력구조로 되어 있다고 한다. 현장에서 고생하며 일하는 건 가축방역사들인데 그 성과는 관리하고 행정 업무하는 정규직이 다 챙겨간다는 생각이 들어, 상대적 박탈감을 종종 느낀다고 한다.

"그리고 전국조직을 49명 중앙 직원이 행정 일을 다 본다는 게 한계가 있잖아요, 지방 공기업을 보면 현장인력 대비 행정인력이 20%정도인데 저희는 약 3%밖에 안 돼요, 그러다보니 전국 42개 사무소의 현장인력이 행정업무도 하고 있어 현장인력이 부족하지요, 노동조합이 지속적으로 요구해서 인력이 약간 충원되었지만 여전히 부족한 실정입니다.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려고 하지만 더럽고 위험한 업무를 담당하는데 처우가 열악하다 보니 사직하게 되고, 경력자가 사직하면 신규직원이 들어오고 신규직원은 업무에 익숙하지 않으니 사고가 많이 일어나는 악순환이 생깁니다.

보통 공공기관에서 근무한다면 이직률이 낮은데 저희는 이직률이 높습니다. 특히 올해 이직률이 높아요, 희망이 안 보인다는 거죠. 지금 일을 시작한 젊은 직원이 20년 후에는 현재 우리의 모습은 아니어야 할 텐데요."

가축방역사의 노동권 보장을 위한 움직임

"문재인 정부의 농업정책에서 가축방역은 성공했다고 합니다. 여기에는 우리의 숨은 노력이 있습니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수고했다는 말뿐입니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고 제대로 된 노동권 보장을 위해 노동조합은 지난 2021년 5월 13일 농림식품부에서 처우개선, 인력충원, 신분보장을 요구하는 기자회견과 집회를 열었다.

"소방직 공무원이 국가직으로 지원되지 않았습니까? 저희도 장기적으로는 국가방역시스템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경기도, 강원도에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겨울 서해안을 중심으로 조류독감이 발생했습니다. 가축전염병이 발생하면 해당 지역에 집중적으로 인력을 파견해서 감염병을 조기에 차단 해야합니다.

그런데 현재는 발생지역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구조라서 인력운영에 제한이 있습니다. 예산문제도 지방비와 국비로 나눠져 있다 보니 타지역과의 형평성 문제로 인건비를 반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중앙정부에서 방역시스템을 컨트롤하는 하는 국가방역시스템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올겨울 조류독감이 약 100건 정도 생겼습니다. 이로 인해 수천만 마리의 닭이 살처분되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로 이 사실이 묻혀버렸습니다. 그래서 현장에서 묵묵히 일하는 우리들의 노력이 제대로 부각되지 못했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우리 가축방역사들은 현장에서 미련할 정도로 묵묵히 일하고 있습니다. 저는 우리의 신분, 처우개선에 대한 문제는 기필코 해결해서 앞으로 저희 아이들에게도 추천할 수 있는 직장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1) 양, 소, 염소에서 주로 서식하는 세균의 일종인 콕시엘라 부르네티에 의해 유발, 박테리아가 담긴 공기비말을 흡입하거나 생우유를 섭취할 때 감염된다.

[일터6월호_동아시아 과로사통신] 드러나지 않는 여성의 과로

드러나지 않는 여성의 과로

황이링 Huang Yi-Ling, Taiwan OSHlink

전 세계 많은 나라에서 5월의 둘째주 일요일을 어머니의 날로 지정하고 모성을 기념하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많은 여성들은 어머니가 되지 않기를 선택하고 있다. CIA의 최근 세계 출산율 예측에 따르면, 총 227개 국가 및 지역 중 하위 5곳은 홍콩, 마카오, 싱가포르, 한국, 대만이다. 대만은 15~45세의 가임 연령 여성1명 당 기대출산율 1.07명으로 가장 낮은 순위를 기록했다. 대만 내무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대만의 출생률은 역대 최저 수준이다. 작년 대만의 인구는 사망자수가 출생자수를 초과하며 통계 집계 사상 처음으로 감소했다. 저출산은 이제 공식적으로 국가 안보 문제가 되었다.

대만 여성들이 출산을 주저하는 이유?

이 질문에 대한 답에는 단순히 엄마가 되는 것에 대한 부담뿐만이 아니라 전통적인 성 역할에서 오는 압박감과 육아에 대한 정부 지원자금 부족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있다. 지난달 대만 취업 은행에서 워킹맘의 피로 지수를 조사한 결과, 직장 내 일 평균 근무 시간은 10.6시간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응답한 워킹맘 중 20.7%는 하루 12시간 이상 일을 하고 있어 과로 위험이 매우 높았다. 워킹맘의 평균 피로 지수는 100점 만점에서 77.3점으로 나타났다. 그 중 15.1%는 피로 지수가 100점이라고 답했다. 또한 워킹맘의 92.7%가 "휴식을 취하기 위해" 가출을 생각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 설문 조사는 워킹맘들이 가정과 직장에서 커다란 스트레스에 직면해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 그래서 많은 대만 여성들은 엄마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고 출산을 주저하고 있다.

 

[2011~2020년 업무 관련 뇌심혈관 질환 승인건수 (단위: 명)

 

드러나지 않는 노동은 특히 여성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지난 10년 동안 대만 노동 보험국에서 승인한 업무 관련 뇌심혈관 질환의 산업재해 보상 청구 건수 757건 중 80건(약 10.6%)만이 여성이 청구한 경우다. 이렇게 큰 성별 차이는 여성이 과로할 가능성이 적다는 것을 의미할까? 대답은 '아니오'다. 실제로 여성의 과로 문제는 대부분 드러나지 않는다.

연구에 따르면, 여성은 호르몬의 보호 효과 때문에 남성보다 7~10년 늦게 심혈관 질환이 발생한다. 그러나 완경 이후에는 더 이상 호르몬의 보호를 받지 못하므로, 여성의 심장병 발병 위험은 남성만큼 높아진다.

2019년 통계에 따르면, 심혈관 질환은 대만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두 번째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사망원인이다. 2019년 심장 질환으로 인한 남성의 사망 건수 중 64세 이하 남성의 사망 비중은 31.65%다. 반면 64세 이하 여성의 심장 질환 사망률은 2019년 여성의 심장 질환 사망 전체 건수 중 11.13%에 불과하다.

여성은 가족을 돌보기 위해서 남성보다 더 일찍 직장을 떠날 가능성이 높고. 그러다보니 실제로 49세 이하 여성의 심장병 사망률은 2019년 여성의 심장병 사망률 중 3.05%에 불과하다. 통계에서 보듯이, 여성은 호르몬의 특성상 노동을 하는 연령대에는 심혈관 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낮다. 때문에 여성이 업무 관련 뇌심혈관 질환에 대한 노동 보험 보상을 신청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하지만 "번아웃(Burnout)"을 살펴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국립 대만 대학교의 보건 정책 및 관리 연구소에서 진행한 "대만 유급 노동자의 번아웃(Burnout) 분포 및 상관 관계"연구에서 볼 수 있듯이, 25~65세 사이의 대만 전체 유급 노동자의 평균 개인 번아웃 점수는 남녀가 각각 33.9점과 36.6점이다. 25~65세 사이 대만 전체 유급 노동자의 업무 관련 평균 번아웃 점수는 남녀가 각각 27.9 점과 29.2 점이다. 또한 모든 연령대에서 여성은 평균 개인 및 업무 관련 번아웃 항목에서 더 높은 점수가 나왔다. 여성은 전체 연령대 중 35~45세 연령대의 개인 번아웃 점수가 37.7로 가장 높고, 25~35세 연령대에서 업무 관련 번아웃 평균 점수가 30.4 점으로 가장 높았다.

여성은 과로로 인해 허리, 목, 어깨 및 기타 근육통과 우울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더 높다. 그러나 업무 관련 근골격계 장애판정은 반복적인 움직임이 필요한 작업에 기준을 두고 결정된다. 또한 보건 당국은 업무 관련 정신 질환 판정 시 매우 높은 까다로운 승인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따라서 여성들이 많이 경험하고 있는 업무 관련 근골격계 질환 및 정신 질환에 따른 산재로 인정되는 건수는 매년 한 자리수로 매우 적다. 또한 과로 및 업무 관련 번아웃 문제는 공식 통계에 반영되지 않아 정부 당국에 의해 대부분 무시되고, 현재 업무로 인해 발생하는 여성의 근골격계 및 정신 장애 중 상당수가 개인 문제로 분류되고 있다. 당국이 직장과 가정내에서의 여성 과로 문제를 계속 간과한다면 저출산 같은 문제는 앞으로도 악화될 것이다.

[일터6월호_연구리포트] 장시간 근무와 개별 위험 요인이 심혈관 질환에 미치는 영향: 상호작용 분석(*)

장시간 근무와 개별 위험 요인이 심혈관 질환에 미치는 영향: 상호작용 분석(*)

강모열 노동시간센터 연구위원, 가톨릭대 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연구 결과의 의미와 시사점


본 연구에서는 장시간노동이 뇌심혈관질환의 발병 위험에 미치는 영향이 기저질환 및 나쁜 생활습관의 존재 여부에 따라 다른지 살펴보고자 하였다. 본 연구 결과에 따르면, (1) 장시간노동과 만성 기저질환은 뇌심혈질환의 발생위험에 시너지 효과가 있었다. 이 결과를 공중보건의 관점에서 살펴보면,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들의 경우 장시간노동을 특히 더 엄격하게 제한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산업재해 심사 시 기저질환이 있는 노동자가 더욱 장시간노동에 취약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당해 노동자에서의 업무부담과 질병발생 위험을 판단해야 한다. (2) 연구의 또 다른 중요한 의미는 장시간노동과 나쁜 생활습관이 유의한 상호작용이 없다는 점이다. 산업재해 심사에서 종종 흡연, 음주, 운동부족 등 생활습관이 좋지 않았다는 이유로 뇌심혈관질환의 발생 책임을 개인의 건강관리 부족 탓으로 돌리기도 하는데, 이번 연구에서 개인의 생활습관이 건강하지 못하더라도 장시간노동에 의한 심뇌혈관계질환의 발생위험에 추가적으로 유의한 상승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따라서 산업재해 심사 시 명백한 장시간노동의 증거가 있다면 개인의 생활습관에 관계없이 업무관련성에 대해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노동시간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학술적 그리고 공중보건정책의 관점에서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잘 설계된 관찰연구와 임상연구에서 얻은 많은 증거는 기저질환(당뇨병,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비만 등)과 개별 위험요인(흡연, 음주, 신체활동부족 등의 나쁜 생활습관)이 뇌심혈관질환의 위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개별 위험요인은 근무시간이 긴 노동자 사이에서 더 자주 보고되는데, 여러 연구자들은 이러한 개별 위험요인에 의한 매개효과가 장시간노동과 뇌심혈관질환 위험도 상승 사이의 관계를 설명할 수 있다고 추측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실증적인 근거가 부족하여, 산재보상청구에 대한 업무관련성 판단 시, 개인적 위험요인이 있으면 청구인의 근무시간이 충분히 길어도 직업병으로 승인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흔하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장시간노동이 뇌심혈관질환의 발병 위험에 미치는 영향이 기저질환 및 나쁜 생활습관의 존재 여부에 따라 다른지 살펴보고자 하였다.

연구방법

 총 7,336명이 본 연구에 적합한 분석대상으로 선정되었다. 그 중 7년의 관찰기간 동안 추적조사에 실패하였거나 뇌심혈관질환 관련 질병 외의 사유로 사망한 33명의 연구대상자가 있어, 최종적으로 2016년 추적기간이 끝날 때까지 7,303명의 연구대상자가 남았다.

 뇌심혈관질환의 발생여부는 본인 또는 가족 구성원이 답변한 설문지와 사망진단서를 사용하여 파악되었다. 추적기간 동안 새로 발병한 심혈관 또는 뇌혈관질환은 병원 방문 시 국제질병분류의 허혈성심장질환 및 뇌혈관질환을 사용한 진단에 대해 정의되었다. 추적기간 동안 발생하는 심혈관질환 또는 뇌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은 국제질병분류 10차 개정의 순환계질환 코드를 사용한 사인에 따라 파악하였다.

 장시간 노동은, 대한민국의 근로기준법상 법정근로시간인 주당 40시간 및 연장 주당 12시간 한도를 적용하고 있으므로, 주당 52시간을 초과하는 근무로 정의하였다.

 연령, 교육수준, 가구소득수준, 고용형태 및 직종분류를 보정한 후, 콕스회귀모델을 사용하여 장시간노동과 기저질환 및 나쁜 생활습관 여부에 따른 뇌심혈관질환 발생의 위험비와 95% 신뢰구간을 산출하였다. 생존기간은 2009년의 첫 번째 조사날짜와 뇌심혈관질환 발생날짜 사이의 기간으로 정의하였다.

 장시간노동과 기저질환 및 나쁜 생활습관과의 상호작용 효과를 추정하기 위해 상대적초과위험(relative excess risk due to interaction, RERI)1)과 기여비율(attributable proportion, AP)2)을 산출하여 평가하였다.

연구결과

뇌심혈관질환 발생률은 추적기간 동안 전체 6.8%, 남성에서 7.6% 및 여성에서 5.6%였다. 장시간노동과 기저질환 및 나쁜 생활습관에 따른 뇌심혈관질환의 발생위험에 대한 분석 결과, 연령, 교육수준, 가구소득수준, 고용형태 및 직종분류를 보정한 후, 비만과 관련된 뇌심혈관질환의 발생위험은 장시간노동군 뿐 아니라 그렇지 않은 군에서도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기저질환과 관련된 뇌심혈관질환의 발생위험은 장시간노동군에서만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에 반해, 보정된 모델에서 현재흡연을 포함한 나쁜 생활습관은 오히려 장시간노동을 하지 않은 군에서만 뇌심혈관질환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성별에 따른 층화분석에서 비만과 관련된 뇌심혈관질환의 발생 위험은 남성 노동자들에서만 유의하게 증가하였고, 운동부족은 장시간노동을 하지 않는 여성노동자의 심혈관질환의 발생위험과 유의한 연관성이 있었다.

뇌심혈관질환에 대한 장시간노동과 기저질환 및 나쁜 생활습관의 상호작용 효과를 분석해본 결과. 전체적으로, 장시간노동과 기저질환 사이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상호작용이 있었는데, 이러한 결과는 특히 남성노동자에서 보다 두드러졌다. 한편, 나쁜 생활습관과 장시간노동 사이에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상호작용은 관찰되지 않았다.

시사점

전국민을 대표하는 종단연구자료에서 장시간노동과 당뇨병,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비만 등 기저질환이 뇌심혈관질환 발생위험에 상호작용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이 장시간노동을 하게 되면, 두 위험요인이 상호작용 효과가 나타나 각각에 의한 심뇌혈관질환 발생 위험을 합친 것보다 약 46% 정도 추가된 위험도 상승을 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현재흡연, 문제음주 및 운동부족과 같은 나쁜 생활습관이 장시간노동과 결합된 효과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위험도 상승을 보이지 않았다.

본 연구 결과는 뇌심혈관질환의 발생위험에 대한 장시간노동과 기저질환 간의 시너지효과를 시사한다. 예를 들어, 비만한 남성의 뇌심혈관질환 발생위험은 그렇지 않은 남성보다 1.16배정도 높으나, 주당 52시간 이상 장시간노동을 하는 경우에는 비만한 남성은 비만하지 않은 남성보다 뇌심혈관질환의 발생위험이 1.96배 더 높았다. 본 연구 이전에, 기저질환과 관련된 뇌심혈관질환과 노동시간 사이의 가능한 상호작용 효과에 대해 보고한 연구는 없었다. 다만, 한 연구에서는 노동시간과 주관적 안녕(well-being) 간의 관계에 대한 중재요인을 조사한 바가 있다. Pereira와 Coelho (2013)는 노동시간과 주관적 안녕의 관계에 대한 여러 중재요인을 조사하였는데, 건강하지 않은 개인의 많은 경우에 노동시간과 주관적 안녕 사이의 부정적인 관계가 더욱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저자들은 고령이거나 덜 건강한 직원의 업무일정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Virtanen(2012)이 Whitehall II 연구를 이용하여, 생활습관 요인 (수면시간, 흡연, 알코올 사용, 과일 및 채소 섭취, 운동 등)과 노동시간의 상호작용을 분석하였을 때, 유의미한 상호작용 효과가 관찰되지 않았다. 이러한 결과들은 본 연구에서 관찰한 결과와도 일치한다.

우리가 아는 한, 이번 연구는 뇌심혈관질환의 발생위험에 대한 장시간노동과 기존의 기저질환의 상호작용을 살펴본 최초의 연구이다. (1) 장시간노동과 만성 기저질환은 뇌심혈질환의 발생위험에 시너지 효과가 있었다. 이 결과를 공중보건의 관점에서 살펴보면,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들의 경우 장시간노동을 특히 더 엄격하게 제한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산업재해 심사 시 기저질환이 있는 노동자가 더욱 장시간노동에 취약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당해 노동자에서의 업무부담과 질병발생 위험을 판단해야 한다. (2) 연구의 또 다른 중요한 의미는 장시간노동과 나쁜 생활습관이 유의한 상호작용이 없다는 점이다. 산업재해 심사에서 종종 흡연, 음주, 운동부족 등 생활습관이 좋지 않았다는 이유로 뇌심혈관질환의 발생 책임을 개인의 건강관리 부족 탓으로 돌리기도 하는데, 이번 연구에서 개인의 생활습관이 건강하지 못하더라도 장시간노동에 의한 심뇌혈관계질환의 발생위험에 추가적으로 유의한 상승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따라서 산업재해 심사 시 명백한 장시간노동의 증거가 있다면 개인의 생활습관에 관계없이 업무관련성에 대해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 본 연구결과는 <직업보건저널 Journal of Occupational Health>에 발표되었다(Lee, W., Lee, J., Kim, H. R., Lee, Y. M., Lee, D. W., & Kang, M. Y. (2021). The combined effect of long working hours and individual risk factors on cardiovascular disease: An interaction analysis. Journal of Occupational Health, 63(1), e12204-e12204).

원문확인 : https://doi.org/10.1002/1348-9585.12204

1) 두 위험요인을 동시에 노출되었을 때 상호작용으로 나타난 위험도와 두 위험요인의 개별 효과를 합산하여 산출한 위험도의 차이에 해당하는 부분

2) 두 위험요인에 동시에 노출되었을 때, 전체 위험도중에서 상호 작용으로 인한 효과의 비율

 

 

 

 

[일터6월_알아보자, LAW동건강] 감정노동 스트레스와 뇌심혈관질환의 업무상 관련성

감정노동 스트레스와 뇌심혈관질환의 업무상 관련성

조영훈 회원, 노무사

 

최근 콜센터상담노동자의 사인미상 사망 산재로 사건이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에서 인정받은바 있다(서울2020판정 제2144호). 아래 글은 필자가 해당 사건의 재해경위서에 작성했던 내용 일부를 발췌한 것이다.

1. 스트레스와 뇌심혈관계질환 사이의 관계

스트레스와 뇌심혈관계질환 사이의 관련성에 관한 최근 연구는 스트레스가 하나의 뚜렷한 메커니즘을 통해 질병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고 보고 있는 것 같으며, 다양한 스트레스 관련 인체 반응이 뇌심혈관계질환 발생에 기여하거나, 더 취약한 개인들에게서 질병 발생의 방아쇠 역할을 한다고 보는 듯하다.1) 혈관 내벽을 두껍게 하거나, 고지혈증이나 복부 비만이 증가하거나, 혈압이 높아지는 등의 만성적이고 장기적인 영향도 발생할 수 있다고 한다.2)

급성 스트레스가 심혈관계질환을 악화시키거나 유발하는 요인은 ⅰ) 심근허혈, ⅱ) 부정맥, ⅲ) 보다 위험한 혈전, ⅳ) 혈전형성의 위험성 증가 등으로 밝혀지고 있다.3) 한편 만성스트레스의 경우 ⅰ) 동맥경화를 촉진하거나, ⅱ) 만성적으로 부교감신경계를 억제하여 심박수 변이(HRV)를 감소시켜 동맥경화, 허혈성 심질환, 급성 심장사, 심근경색, 부정맥의 발현을 촉진시키거나 ⅲ) 인슐린 저항성을 증가시키고, ⅳ) 건강하지 못한 생활 습관을 유발한다고 알려져 있다.4) 이외에 <분노>하는 것이 급성심근경색증 발병의 유발인자가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5) 사실 <분노>는 고객응대를 하는 콜센터 감정노동자에게서 자주 발생할 수 있는 감정 상태이다.

2. 「뇌혈관질병·심장질병 업무상 질병 조사 및 판정지침」상의 '정신적 긴장이 큰 업무'

근로복지공단의 「뇌혈관질병·심장질병 업무상 질병 조사 및 판정지침」에 따르면, 별표2의 <정신적 긴장을 동반하는 업무의 평가기준>에 열거된 구체적 업무 또는 사건에 해당하는 것이 있는지를 조사하여 ‘정신적 긴장이 큰 업무’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한다. 2021년 개정지침에서는 <별표4>를 신설하여 ‘정신적 긴장이 큰 업무’ 인정사례를 예시하고 있으나, 여전히 구체적이지 않으며, 콜센터상담노동자의 사례는 나와 있지 않다.

[별표2] 정신적 긴장을 동반하는 업무의 평가기준(부하의 정도를 평가하는 기준 부분 제외)

1. 발병에 근접한 시기에 정신적 긴장을 동반하는 업무와 관련된 사건   

사건
업무상 재해로 큰 상처나 병을 입었다
중대한 사고나 재해발생에 직접 관여하였다.
비참한 사고나 재해의 체험(목격)을 하였다.
중대한 사고(사건)에 대해 책임을 지게 되었다.
회사의 경영에 영향을 주는 중대한 업무상 큰 실수를 하였다.
업무에 관련하여 우법 행위를 강요 당했다.
업무목표를 달성하지 못하였다.
이동(전근, 배치전환, 비연고지 근무 등)이 있었다.
상사, 고객 등과 큰 트러블이 있었다.
심한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다.
성희롱이 있었다.

2. 일상적으로 정신적 긴장을 동반하는 업무

구체적 업무
항상 자기 또는 타인의 생명, 재산이 위협 받을 위험성이 있는 업무
위험회피책임이 있는 업무
인명과 사람의 일생을 좌우할 수 있는 중대한 판단이나 처리가 요구되는 업무
극히 위험한 물질을 다루는 업무
회사에 중대한 손실을 초래할 수 있는 중대한 책임이 있는 업무
과도한 달성목표 또는 업무량이 할당되어있는 업무
정해진 시간(납기 등)대로 수행하지 않으면 안 되는 곤란한 업무
고객과의 큰 트러블이나 복잡한 노사분생의 처리 등을 담당하는 업무
주위의 이해나 지원이 없는 상황하의 곤란한 업무
복잡하고 곤란한 신규사업, 회사의 재건을 담당하는 업무

콜센터상담 업무는 위 지침 별표2의 <일상적으로 정신적 긴장을 동반하는 업무> 표에는 구체적 업무의 하나로 “회사에 중대한 손실을 초래할 수 있는 중대한 책임이 있는 업무”와 “고객과의 큰 트러블이나 복잡한 노사분쟁의 처리 등을 담당하는 업무”에 해당한다고 보인다. 콜센터 상담사로서의 업무는 상담사 혼자 회사를 대표해 고객과 전면에 서는 일로서, 업무처리능력 및 서비스 정도에 따라 기업이미지가 좌우될 정도로 회사에 중대한 손실을 초래할 수 있는 일이며, 업무 특성상 고객과의 트러블이 필수불가결하게 일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3. 콜센터상담 감정노동에 따른 업무스트레스

콜센터 상담 업무는 전화가 걸려올 때 수동적으로 전화 상담에 임하게 되며, 언제 전화가 걸려올지 예측 불가능하다. 또 상시적으로 고객의 불만사항을 접수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이때 이미 격앙된 상태의 고객을 상대하는 경우가 많기에 폭력이나 폭언, 부당한 요구에 노출될 확률이 더욱 높다.6) 당연히 스트레스가 유발될 수 밖에 없는 근로형태다.

2012년 한국노동연구원에서 스트레스 정도가 높은 감정노동자 종사자인 판매원과 전화상담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피재자와 같은 전화상담원의 경우 68%가 고객으로부터 무리한 요구를 경험하였고, 인격을 무시하는 발언은 72.2%, 욕설은 65.5%, 성희롱은 32%로 판매직 근로자보다 높았다고 보고되고 있으며, 특히 전화상담원의 경우 통화가 실제 대면하지 않는 준 익명 성격을 띠기에 더욱 감정노동에 있어서 부정적 경험에 노출되기 쉬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7)

또한 직접적으로 산재법상 재해에 관한 내용은 아니지만, 상담 업무를 하는 직원에 대한안전보호의무의 위반을 이유로 사용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판결(아래 표 참조)도 나와, 콜센터 고객응대 감정노동자가 처한 산업안전보건상의 위험성과 감정노동자에 대한 사용자의 보호 의무에 대해 법원이 확인한 예도 있다.8)

서울남부지법 2012가단25092,
선고일자 : 2013-06-21


'감정노동(Emotional labor)'을 수행하는 근로자의 경우 고객에게 즐거움 같은 감정적 반응을 주도록 요구되는 동시에 사용자로부터 감정 활동의 통제, 실적 향상 및 고객 친절에 대한 지속적인 압력을 받고 있어 이로 인한 우울증, 대인 기피증 등 직무 스트레스성 직업병에 심각하게 노출되어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감정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 사용자로서는 고객의 무리한 요구나 폭언에 대하여 근로자를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하고, 발생 사안에 따라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지침을 제공하여 근로자로 하여금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고객과 사이에 근로자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 이상의 문제가 발생할 경우 관리감독자로서 개입하여 분쟁의 원인을 밝히는 등 중재역할을 다하여야 하고, 고객의 위신을 높이는 데에 지나치게 집중한 나머지 사실관계를 따져보지도 않은 채 근로자에게 무조건적인 사과를 지시함으로써 인격적인 모멸감을 주어서는 안 된다고 할 것이다. 또한 노동과정에서 식사시간, 화장실 가기 등 기본적인 생활상의 욕구를 만족시켜야 하고, 고객과의 분쟁이나 좋지 않은 일이 발생했을 때 또는 심리적인 휴식이 필요할 때 쉴 수 있는 자율성을 보장해야 하며, 노동과정을 고려하지 않은 과도한 업무량에 대하여는 이를 적정선에서 규제하여야 할 근로계약상 보호의무 내지 배려의무를 부담한다고 할 것이다.

또 대법원은 "사실관계에 나타난 바와 같이 망인이 담당하던 주된 업무는 민원인들로부터 심한 항의와 욕설을 듣기도 하는 민원상담 내지 민원처리 업무로서 그 업무의 양을 떠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수밖에 없는 업무"라고 판단하여 대민 업무가 양적으로 과중하지 않더라도 업무 자체가 질적으로 스트레스를 강하게 유발하는 점을 고려한 바 있다.9)

4. 결어를 대신하여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콜센터 상담노동자의 업무는 일반적으로 감정노동을 수반할 뿐 아니라 상시적인 스트레스를 야기하는 업무로 뇌심혈관계질환과의 업무상관련성이 높다고 보인다. 미처 소개하진 못했지만, 사실 뇌심혈관계질환 사건의 산재여부 판단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모름지기 주당 업무시간의 길이다. 필자가 수행한 사건의 고인은 사망 전 주말에 재택상담근무를 계속해왔는데, 공단 재해조사 과정에서 이 시간을 업무시간으로 인정하지는 않았었다. 코로나19 이후 콜센터 상담사의 재택근로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공단이 재택근로시간을 업무시간으로 판단하는 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된다.


1) 최민,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뇌심혈관질환 평가 과정의 개선방안」, 『근로복지공단 뇌심혈관질환 심의과정의 쟁점과 개선과제』(2016), p. 47.에서 재인용.

2) 최민, 위의 보고서, 같은 쪽.

3) 조정진, 「직무스트레스와 심혈관계질환」, 『가정의학회지』제23권제7호(대한가정의학회, 2002. 7), pp. 842-3.

4) 조정진, 위의 논문, pp. 843-4.

5) 안전보건공간, 「뇌·심혈관질환의 직업적 위험 요인 이해」(2018.3), p. 24.

6) 김민정, 「감정노동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에 대한 노동법적 보호 방안」, 『이화젠더법학』제6권 제1호(이화여자대학교 젠더법학연구소, 2014. 6.). p. 174.

7) 박찬임 외, 「서비스산업의 감정노동 연구 - 판매원과 전화상담원을 중심으로」(2012, 한국노동연구원), pp. 193-9 참조.

8) 김민정, 위의 논문, p. 175 참조.

9) 문무기, 「서비스산업 정신질환의 산재법상 법리」, 『법학논고』제41집(경북대학교 법학연구원, 2013). p. 1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