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3월_특집2] 작은 사업장의 위험에 맞선 지역 연대활동의 현재와 가능성 / 2021. 03

[작은 사업장의 큰 문제들]

작은 사업장의 위험에 맞선 지역 연대활동의 현재와 가능성

최진일 회원, 충남노동건강인권센터 새움터 대표

세종충남 희망노조

'총체적 난국' 작은 사업장의 노동안전보건문제를 한마디로 표현하기에 가장 적절한 단어일 것이다. 혹자는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안전보건관리정책은 지구상의 어떤 나라도 성공하지 못한 과제라고 말한다. 작은 사업장 노동자들의 안전과 건강은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부분에서 문제를 끌어안고 있다.

자체적인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갖추고 예방적 조치들을 시행하기 위한 자원과 비용을 감당할 수 없으며, 고용노동부-안전보건공단-근로자건강센터의 관리감독과 지원은 263만 2955개의 작은 사업장에 쉽사리 닿지 않는다. 예방조치는커녕 산재발생에 대한 사후적 조치로서 산재보상과 재발방지대책의 수립·시행 역시 시스템 밖의 노동자들에게는 먼 이야기일 뿐이다.

이 모든 것들의 바탕이 되는 '안전하게 일할 권리'는 노동조합이 없는 노동자들에게는 쉽사리 주어지지 않는다. 작은 사업장의 위험은 시쳇말로 '노답'인 걸까?

해답을 찾기 위해서는 앞서 나열한 작은사업장 안전보건관리의 한계들을 조금 더 깊이 들여다봐야 한다. 우선, 작은 사업장들이 안전보건관리를 위한 자원과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현실은 '원래 그런 것'도 '당연한 일'도 아니다. 근본적인 원인은 대다수가 대기업에 다단계 하청관계로 종속되어 생산을 유지하는 이상의 수입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데에 있다.

그 때문에 노동재해에 대한 원청의 책임성을 강화하는 법제도적 정비는 발생한 재해에 대한 사후적인 책임을 강화하는 것을 넘어 예방을 위한 비용의 부담을 강화하는 방향으로까지 나아가야 한다. 비슷한 맥락에서 안전보건관리를 포함한 재생산비용 전체를 사회에 떠넘기는 플랫폼노동 사용자들의 문제 역시 지적되어야 한다.

둘째, 이번 중대재해처벌법의 처리과정에서도 반복된 '영세하니까 열외'라는 궤변을 멈추고 국가의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 영세함을 이유로 규제를 푸는 것이 아니라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고 영세사업장의 한계는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고용노동부-안전보건공단-근로자건강센터 체계가 이를 수행하기 불가능하다면 대대적인 개편과 변화가 필요하며, 현재 진행중인 산업안전보건청 논의에 있어서도 작은 사업장의 문제는 그 중심에 놓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집단적 조직화를 통한 교섭력의 확보라는 전통적인 노동조합 조직전략에서도 소외된 작은 사업장 노동자들의 자기조직화를 위한 새로운 시도들이 더 늘어나야 한다. 노동조합이든 다른 형태든 노동자들의 집단적 결사는 '권리로서의 안전'을 요구하고 행사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작은 사업장의 안전보건문제는 산업구조의 문제, 정부정책의 문제, 노동운동의 체질개선의 문제 등 다분히 전국적 의제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큰 틀에서의 방향성과 조응하며 현장과 지역단위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 나가는 노력 역시 절실하다.

아직 지역에서의 노동안전보건 연대활동은 주로 중대재해, 중대산업사고에 대한 공동대응이 중심이며 최근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운동을 통해 외연이 확장된 측면이 있을 뿐, 명확하게 작은 사업장의 문제에 주목한 활동이 진행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재사망사고의 77.2%가 작은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현실이 있다. 노동조합이 조직된 사업장에서는 산별노조나 단위노조를 중심으로 대응이 이루어지는 반면 미조직 노동자들의 재해에는 지역에서의 연대활동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장기간의 연대활동을 작은 사업장 문제를 중심으로 평가하고 과제를 도출하는 것은 나름의 타당성과 가치가 있을 것이다.

사후적 대응을 넘어 예방적 요구로

2020년 6월 쿠팡 천안물류센터의 식당노동자가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원인 중의 하나로 소독제와 청소용제 등의 화학물질을 마구 섞어서 사용하는 작업방식이 지목됐다. 고용노동부와의 첫 면담에서 지역의 활동가들은 코로나19로 인해 식당 및 청소노동자들의 소독제 사용이 급격히 늘어난 상황에서 사고조사와는 별개로 혼합사용의 위험을 관련 사업장에 전파하고 경보체계를 가동할 것을 요구했다. 천안지청 역시 취지에 공감하고 동의했으나 구체적인 행동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비슷한 시기, 충남노동권익센터와 지역 이주노동자지원센터들이 공동으로 진행한 이주노동자실태조사 과정에서 언어적 장벽과 사업주들의 무관심으로 인한 이주노동자들의 코로나19 방역 문제가 제기되었다. 노동권익센터를 중심으로 구성된 노동단체네트워크에서 이 문제가 논의되었고 충남도와의 협의를 통해 방역정보에 대한 다국어번역과 배포, 외국어 방역경보 문자발송 등의 대책이 발 빠르게 실행되었다.

작은 사업장에 대한 전면적인 예방조치들을 지역차원에서 구현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불가능한 과제이지만, 최소한 드러난 사례들을 개념화하고 이를 통해 비슷한 문제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려는 시도는 계속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지역의 연대체가 스스로 작은 사업장의 안전보건 감시망으로서의 역할을 해야한다는 자각과 장기적으로는 공적인 시스템이 이러한 역할을 하도록 요구하는 전망이 공유되어야 한다. 일부 지역에서 운영 중인 급성중독직업병관리체계도 비록 협소한 범위이기는 하지만 하나의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지역사회에서의 의제화

세월호참사를 지나 김용균투쟁을 기점으로 생명과 안전, 노동재해의 문제가 사회적 과제로 자리잡았고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중대재해처벌법 제정과 같은 성과들이 만들어졌지만, 문제의 핵심인 작은 사업장 노동자들의 위험은 지역사회 핵심의제로 구체화되지 못하고 있다. 지방정부나 의회만을 탓할 일도 아닌 것은, 우리의 지역연대활동 역시 중대재해 대응에만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작은 사업장에 대한 근로감독을 강화하라는 요구 외에, 이 문제에 대해 노동지청과 지방정부에 우리가 어떤 대안을 제시하고 어떤 요구를 할 것인지 충분히 준비되어있지 않다. 지역의 노동시민사회단체들 안에서부터 이 문제를 핵심적 의제로 삼고 구체적 실천과제와 요구들을 토론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일례로, 지역명예산업안전감독관(아래 지역명감)의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충남지역에서는 2018년부터 민주노총세종충남본부의 주도로 지역명감 양성사업을 활발히 진행했다. 매년 20~30명이 위촉장을 받았지만 여전히 지역에서 이들의 활동은 활발히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사업장 출입이 보장되지 않는 한 법이 정하고 있는 지역명감들의 권한과 역할을 행사할 방법이 사실상 전무하다는 점이다.

과거 몇몇 사고대응 과정에서 지역명감들의 참여를 보장받고 사고조사에 참여한 사례가 있지만, 현재 고용노동부는 사고조사에 있어 노동자 참여를 해당사업장으로만 제한하며 지역명감의 참여권을 사실상 부정하고 있다. 중대재해가 발생한 사업장에조차 출입이 되지 않는 지역명감들이 지역 내 작은 사업장 노동자들의 안전을 위한 예방활동을 벌이는 것은 불가능한 미션이다.

사정이 이러하다보니 각 현장에서도 지역명감의 지역적 역할과 책임에 주목하기 보다 자기 현장의 명예산업안전감독관 숫자를 늘리는 협소한 의미로만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 역시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지역명감들이 사업장 담을 넘어 활동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들을 기획하고, 그들이 실질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활동시간과 권한의 보장을 확대하는 투쟁들이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

작은 사업장 조직화와 발 맞추기

지역차원의 노동안전보건활동이 작은 사업장의 문제들에 있어 (아주 제한적인) 개별적인 사건들에 대한 (역시 제한적인) 사후적 개입에만 머물러 있는 현실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작은 사업장 노동자들이 스스로 권리의 주체가 되는 과정에 대한 고민이 결합되어야 한다. 작은 사업장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일상적인 권리로 천명하기 위해서는 전문가나 활동가들이 아닌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여러 지역에서 지역노조, 공단노조 등을 비롯해 다양한 방식의 작은 사업장 조직화사업이 진행되고 있고 최근 충남에서도 세종충남희망노조가 작은사업장 조직화를 목표로 활동을 시작했다.

작은 사업장의 위험에 맞서는 투쟁은 이러한 조직화사업과 더욱 긴밀하게 조응해야 한다. 임금과 복지 등 단위사업장의 요구를 기반으로 조직되는 전통적인 노동조합들과는 달리 업종이나 지역의 특수성에 기반해 다양한 형태의 조직전략, 교섭전략을 모색하고 있는 작은 사업장 조직화에 있어 노동자들의 건강권과 생명권은 조직화의 주요한 의제로 기능하기에 충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해법이 분명히 존재함에도 현실에서 풀리지 않는 사회문제가 있다면, 그 이유는 해법이 '요구'로서 구체화되지 않았거나, 요구를 발화할 '주인공'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작은 사업장의 위험이라는 문제에 있어 아마도 지금의 우리는 두 가지 모두에 해당하는 처지이기에, 전국적 차원의 법제도 개선투쟁만이 아니라 지역에서 다양한 주체들과의 연대를 통해 노동안전보건활동을 더욱 촘촘히 구축함으로써 새로운 가능성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성명서] '외국인 노동자 대상 코로나19 전수검사'는 방역을 위한 노력이 아니라 혐오와 차별에서 기인한 책임전가다.

외국인 노동자 대상 코로나19 전수검사는 방역을 위한 노력이 아니라

혐오와 차별에서 기인한 책임전가다.

- ‘외국인 노동자 대상 코로나19 전수검사행정명령을 철회하고, 인권의 원칙에 기반한 방역 정책을 수립하라 -

경기도를 시작으로 서울시, 인천시, 강원도, 전라남도, 경상북도 등 전국의 지방자치단체에서 외국인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전수검사행정명령을 연달아 발표했다. 처분 기간과 구체적 내용에 조금씩 차이가 있을지언정 모든 지자체 행정명령에는 “1인 이상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한 사업주를 대상으로, “미등록된 노동자와 사업주를 포함한 모든 외국인 노동자가 일정 기간 안에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아야하며, “이를 따르지 않을 시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 “만약 감염이 발생할 시 방역비용을 포함한 모든 비용에 대하여 구상권이 청구될 수 있다는 내용이 공통적으로 포함되어 있다. 최근, 경기도는 이주노동자를 고용하기 위해서 채용 전 진단검사 시행 행정명령을 내렸다가 시민단체들의 문제제기에 자진 철회했다.

각 지자체는 많은 이주 노동자가 열악한 노동 환경과 거주 시설을 강요받고 있기 때문에 바이러스 확산에 취약하고, 또한 미등록 상태에 놓인 이주 노동자들이 진단검사를 기피하는 문제가 있어 사업장 전수점검과 전수검사는 차별적 정책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나 외국인 노동자 대상의 전수검사 방침은 방역을 위한 최선의 노력이 아니라 이주 노동자에 대한 혐오와 인종차별에서 기인한 정책이자 책임전가일 뿐이다.

특히, 일부 지자체에서 강제전수검사의 효과를 부각시키고 있다. 이주노동자의 노동환경과 주거환경, 공동체 중심의 확산을 고려하면, 당연한 결과다. 하지만, 자발적 검사 참여와 강제출국의 위협 제거, 나아가 주거와 노동의 권리 보장과 같은 노력은 당장의 감염 확산 예방은 물론, 근본적인 감염 취약성을 개선할 수 있는 방향이다. 인간의 존엄을 보장하는 대안적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강제검진만이 유일한 해법인 것처럼 말하고 있다. 정말 이주 노동자 집단 감염을 방지하고 싶다면 이주 노동자가 강요받는 열악한 노동 환경과 거주 시설을 즉시 개선하고, 무엇보다 이주 노동자로 하여금 진단검사를 기피하거나 열악한 환경을 감수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고용허가제를 폐지해 미등록=불법이라는 공식을 깨뜨려나가야 한다. 그럼에도 오히려 행정명령들은 '불법체류 외국인'도 안심하고 검사받으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바이러스가 피부색이나 출신 국가에 따라 서로 다른 위험성을 가지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모든 외국인 노동자일정한 시기에 일괄적으로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행정명령은 바이러스의 확산과 확진자 증가세의 원인을 이주 노동자에게 고스란히 전가하겠다는 의지로밖에 해석할 수 없다.

현재 각 지자체의 자의적 행정명령을 뒷받침하고 있는 것은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감염병예방법)이다. 감염병예방법 제 42(감염병에 관한 강제처분), 46(건강진단 및 예방접종 등의 조치), 49(감염병의 예방 조치)에 따르면 질병관리청장이나 지자체장은 감염병에 감염되었을 것으로 의심되는 사람이라는 포괄적인 대상에 대해 건강진단을 포함한 여러 조치를 할 수 있다. ‘감염병에 감염되었을 것으로 의심되는이라는 단서는 매우 포괄적이고 모호하다. 그러나 현행 감염병예방법은 이에 대해 명확한 범주나 한계를 설정하지 않음으로써 각 지자체가 자의적으로 해석할 여지를 남기고, 이주노동자 모두가 감염병에 감염되었을 것으로 의심되는과학적 근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차별적인 행정명령이 남용되는 지금의 상황을 조장했다.

뿐만 아니라, 감염의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고, 불특정 다수 - 감염병 의심자 - 에 대한 전수 검사를 시행하는 것은 과학적으로도 근거가 부족하다. 감염병은 바이러스 노출(혹은 접촉), 전파가능시기, 증상발현 등 연속적 경과를 거친다. 따라서, 특정 시점에 이루어진 전수검사만으로 감염병 확산을 예방할 수 없다. 또한, 확진환자의 직접접촉과 같은 감염가능성의 정도를 고려하지 않은 무작위 검사는 검사방법의 한계로 인하여 거짓양성과 거짓음성을 양산하며 그 검사 결과를 그대로 신뢰하기 어렵다. 전수 검사가 비과학적이라는 비판은 2015년 메르스 유행 이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가 같은 방식의 정책을 반복하는 것은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것을 과시하는 대표적인 전시행정이며, 무책임하고 비과학적인 처사다.

형식적인 법적 근거가 존재하는 행정명령이라 하더라도 국제인권규범 및 헌법에 따른 비례성의 원칙과 비차별의 원칙은 반드시 준수되어야한다. 그러나 이번 행정명령은 앞서 살펴보았듯이 그 긴급성 및 필요성에 대한 엄밀한 입증 없이 우리 사회의 소수자 집단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차별행위로 비차별의 원칙에 명백히 어긋난다. 또한, 감염가능성 여부와 관계없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지는 기본권 제한 행위이자 혐오와 낙인 등 부작용을 초래하는 조장하는 조치로서 비례성의 원칙에도 위배된다. 이처럼 국제인권규범 및 헌법의 관점에서도 이번 행정 명령은 명백한 인권침해 행위로서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는 한국의 방역 정책을 총괄하는 정부 부처로서 혐오와 차별에서 기인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인권의 원칙에 기반한 정책을 수립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중대본은 이주 노동자 전수검사 행정명령에 우려와 반대의 입장을 명확히 하기는커녕, “외국인 노동자의 환경을 좀 더 안전하게 하기 위한 하나의 방안이며 차별적 조치는 아니라는 입장만을 발표하고 있다. 이는 중대본이 안전을 핑계로 혐오와 차별을 확산시키는 정책에 대해 묵인하는 것을 넘어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발언이라는 점에서 더욱 문제가 크다.

이에 우리 인권·시민·사회단체들은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방역을 핑계로 차별과 혐오를 확산하는 각 지자체 행정명령에 명확한 반대 입장을 발표하고, 인권의 원칙에 기반한 방역 정책을 수립하라!

- 각 지자체는 이주노동자 혐오와 인종차별에서 기인한 외국인노동자 코로나19 전수검사행정명령을 즉각 철회하라!

- 국회는 현행 감염병예방법 상 자의적이고 차별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조항을 개정하고, 지자체 등의 권한 남용을 통제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하라!

2021319일 금요일

코로나19인권대응네트워크(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광주인권지기활짝, 다산인권센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빈곤사회연대, 빈곤과 차별에 저항하는 인권운동연대, 서울인권영화제, 성적소수문화인권연대 연분홍치마, 시민건강연구소, 연구공동체 건강과 대안, 언론개혁시민연대, 인권운동공간 활,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인권운동사랑방, 인권중심사람, 장애여성공감, 재단법인 동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진보네트워크센터, 한국게이운동단체 친구사이,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HIV/AIDS인권활동가네트워크)

()한국이주민건강협회 희망의친구들, 경기도 다문화가정 학부모 네트워크, 공익법센터 어필,국제민주연대, 국제이주문화연구소, 난민인권센터, 녹색당, 녹색당 대구시당,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대한성공회 용산나눔의집, 두레방, 두레방 쉼터, 민주노총 서울본부, 민주노총 서울본부 동부지역지부, 사회변혁노동자당,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성요셉노동자의집, 수원이주민센터, 실천불교전국승가회, 울산인권운동연대, 이주노동자노동조합(MTU), 이주노동자운동후원회, 이주노동희망센터, 이주와 인권연구소, 인권교육센터 '', 인권교육온다, 인천차별금지법제정연대, 인천인권영화제, 정만천하-이주여성협회, 정의당 성소수자위원회, 제주평화인권연구소왓, 지구인의정류장, 참여연대, 천주교인권위원회, 충남노동건강인권센터 새움터, 트랜스해방전선,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홈리스행동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 아산이주노동자센터, 부천이주노동복지센터, 인천외국인노동자센터, ()한국이주민건강협회 희망의친구들, 남양주시외국인복지센터, 성공회파주이주노동자센터 샬롬의집, 포천나눔의집, 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 아시아인권문화연대, 순천이주민지원센터, 외국인이주노동자인권을위한모임, 의정부EXODUS, ()함께 하는 공동체,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원불교 서울외국인센터, 한삶의집, 이주민센터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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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3월_특집1] 작은 사업장 안전보건 실태와 개선과제 / 2021.03

[작은 사업장의 큰 문제들]

작은 사업장 안전보건 실태와 개선과제

류현철/소장, 직업환경의학전문의

20년 12월 7일, <작은 사업장 노동자의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위한 활동가 워크숍>이 있었다

차별과 불평등의 역사는 길고도 질기다. 왕족‧귀족과 평민‧노예라는 혈통으로, 섬기는 신과 믿음의 방식이 다르다는 이유로, 민족이나 인종과 피부색으로, 남성과 여성 혹은 기타의 성별로 차별해왔고 불평등을 당연시 했다. 시대가 변하면서 차별과 불평등의 양상은 달라졌지만 지속되고 있다.

중세시대 차별의 잔혹성에 비하자면 차이가 있을지도 모르나 21세기 노동의 현장에서 차별은 만연하다. 대기업이나 공기업의 노동자들은 비교적 안전 수준이 높아졌으며 어쩔 수 없이 위험을 감수해야하는 경우에는 위험수당이라는 명목으로 금전적 보상의 수준도 높아졌다. 그러나 작은 사업장의 노동자들은 여전히 위험하거나 더 위험해졌으며, 위험수당은커녕 일자리를 유지하는 조건 자체가 위험 감수를 전제하기도 한다. 일터의 위험에 있어 불평등과 차별은 만연하다.

작은 사업장 일터 안전건강에서의 차별과 불평등

2020년 11월 전태일 50주기를 맞아 민주노총 부설 민주노동연구원에서는 '30인 미만 '작은사업장' 노동자 실태와 정책 대안'이라는 의미 있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오늘의 전태일 보고서'라는 부제를 단 보고서는 한국 사회에서 '작은'사업장 노동자들이 처한 불평등의 현실을 드러내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기준으로 30인 미만 작은 사업장 수는 전체 사업체의 97.9%, 종사자 수(자영업자 포함)로는 61.1%가 작은 사업장에서 근무한다. 노동자 수는 2019년 8월 기준으로 약 58.4%가 작은 사업장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여성, 고령자, 저학력 노동자 등 취약계층 노동자의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작은 사업장의 노동자들은 임금, 노동시간, 종사상 지위, 사회보험, 안전보건 등 대부분의 권리에서 차별을 겪고 있다는 것이 각종 통계와 질적 조사를 통해 드러나고 있다. 이는 한국의 경제적 사회적 변화과정과 맞물려 있다. 1970년대 정부 주도 하에 제조업 육성 정책을 바탕으로 해서 1980년대를 거치며 중화학공업 중심으로 수출을 통해 성장한 대기업은 독자적 성장력을 갖추기 시작했다. 이는 대기업을 정점으로 하는 '하청 계열화' 방식의 동원 전략을 통해서 뒷받침되었으며 중소기업은 위계화된 하청 시스템의 하위 파트너로 편입되고 말았다. 원하청 불공정거래로 인한 기업간 격차는 확대되고 이는 결국 기업의 규모에 따른 노동자들 간의 격차로 이어지고 사회적 불평등은 심화되고 있다.

불평등은 일터 안전건강문제에서 더욱 적나라하다.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시설, 장비, 인력, 시술 등 자원이 소요되기 마련이나 불공정한 원하청 거래관행으로 인해 작은 사업장에는 위험관리에 따르는 자원과 비용을 감당할 능력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터의 안전보건 수준과 관련된 요인은 위험통제와 관련된 기술력, 사업주의 의지, 정부의 규제 정책 등등 다양하지만 이들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위험은 '작은'사업장에 수렴되고 증폭된다.

원하청 관계를 통해 책임 없는 위험의 이전을 통한 기업의 이윤추구를 용인해주겠다면 정부가 위험 관리의 책임을 지고 비용과 자원을 동원함이 마땅하다. 그러나 기존의 정책은 위험의 방조를 선택해왔다. 불공정한 거래관행을 개선을 통한 최소한의 안전보건관리 비용을 보장해주지도 않았으며, 관련한 공공적 지원은 미미했다. 오히려 작은 사업장에게 영세성을 이유로 안전보건관리체제 구성 등의 의무를 면제해주고 소극적인 규제로 일관해왔다.

원청의 책임에 대한 법적 규정 역시 실질적으로 담고 있지 못하다. 위험을 관리할 시설과 자원에 대한 지불 부담 능력이 없는 사업주가 위험을 담보로 생산이나 영업 활동을 유지하는 것을 영세하다는 이유로, 생존권 보장이라는 이유로 용인한 결과는 노동자들의 손상과 죽음으로 귀결된다.

2019년 산재 통계에 따르면 5인 미만 사업장의 사망 만인율은 1.65로 전체 평균 1.08보다 1.5배 이상 높고 이는 산재 통계가 작성된 이후로 변하지 않는 양상이다. 5인 미만 사업장은 산재보험 대상 노동자 중 16.0%를 차지하지만 사고 재해자중 33.9%, 사고 사망자 중 35.2%를 차지한다. 떨어짐, 끼임, 부딪힘, 깔림 등 재래식 사고의 위험이 관리되지 않고 있는 작은 사업장 노동자일수록 더 많이 다치고 죽는다.

질병재해에 있어서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비율은 17.4%, 질병사망자에서는 16.6%이지만 이는 산재보상 절차와 승인에 있어서 장벽이 더 높은 질병재해의 경우에는 작은 사업장 노동자들의 접근성 자체가 낮다는 사실의 반증이기도 하다. (최민, 작은 사업장 노동자 건강권 보장을 위한 제도적 과제, 작은 사업장 노동자의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위한 활동가 워크숍 자료집, 2020)

이렇게 수 십년 간 변함없는 결과를 마주하면서도 작은 사업장 안전보건관리는 해결 안 되는 문제로 치부하고 있다. 예방조치는 미진하고 생색만 내는 수준으로, 작은 사업장은 위험이 상존하지만 관리 책임은 공백인 상태가 지속된다. 최근 중대재해처벌법 제정과정에서도 작은 사업장 안전보건 문제를 대하는 제도권의 인식의 일면은 그대로 드러난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운동 과정은 한국 사회에서 노동자들과 시민의 안전에 대한 인식수준의 성장을 반영하고 있다. 과거 압축적인 산업화와 경제성장과정에서 용인되던 노동재해에 대해 이제 기업의 책임을 따져 묻고 있으며, 특히 원청을 포함한 진짜 사장 처벌이라는 사회적 쟁점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국회에서 손질된 중대재해처벌법은 5인 미만 사업장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고,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도 그 적용을 유예하고 있다. 법의 실효성의 차원을 떠나서 중대재해의 상당부분이 발생하고 있는 작은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안전할 권리에 대한 가치절하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적용범위의 축소를 통해서 원청이 면책되고 있는 현실의 반증인 것이다.

작은 사업장 안전보건, 무엇부터 해야 하는가?

먼저, 사업주의 안전보건 관리책임은 사업장의 규모와 무관하게 동등하게 주어져야 한다. 위험관리 실패의 결과는 고스란히 노동자들에게 돌아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업장의 규모가 아니라 위험관리의 실패로 인해서 빚어지는 결과의 중대성에 따라 합당한 책임을 지우도록 해야 한다. 위험물을 중심으로 도급 금지 등의 관리책임을 상향할 것이 아니라 일터의 위험 관리에 소요되는 자원의 크기와 비용지불능력에 따라 관리 책임을 지워야 한다.

이를 위해서 무엇이 얼마나 왜 위험한지 알고 무엇부터 개입해야할지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정부차원의 제대로 된 위험성 평가가 선행되어야 한다. 관리는커녕 등록조차 되지 않은 작은 사업장과 노동자들을 파악해야 한다. 안전상 문제는 주로 사업장 단위의 등록이 필요하며 보건상의 문제는 경우는 노동자 단위의 관리가 필요하다. 등록의 통로는 기존의 여러 법제를 활용하고 정보 공유를 통해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화학물질 유통, 위험 기계 기구의 유통에 따라서, 기업의 서플라이 체인을 따라서, 공장설립 인허가를 통해서 등록할 수 있다.

또한 지원을 전제로 한 자발적 등록(안전보건공단의 기존 지원사업 활용)과 중대한 위험이 확인된 경우 관리와 규제를 전제로 찾아내서 등록하는 등의 다양한 통로를 활용하여 정보를 수집하고 기존의 안전보건관련 자료와 통합하여 위험을 파악해야 한다.

이에 기반하여 개별 사업장 단위의 위험성평가가 아닌 산업생태계 전반에 대한 위험성평가가 수행되어야 한다.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보편적인 상황이 아닌 구체적인 위험에 대한 파악이 필요하며 사업장 규모 자체로서 가지는 보편적인 위험이 아닌 실제적 수준에서 고위험 우선관리 대상을 파악해야 한다.

위험관리에 소요되는 자원과 비용에 따라 원청이 책임져야 할 부분을 정해야 하며 위험관리에 필요한 기본적인 장비, 자원이 갖춰지지 않은 경우에 대해서는 진입장벽을 세우는 것도 필요하다. 장기적으로는 산업 생태계 전반에서 원재료를 포함한 생산-유통-폐기의 전 과정에서 소요되는 안전보건관리 비용은 마진(margin)이 아니라 원가(cost)로 여겨지게 만드는 필요하다. 위험으로 이윤을 얻는 자가 책임을 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그 과정으로 이행하기 위해서는 공공의 역할이 필수적으로 요구될 수밖에 없다.

그간 정부의 작은 사업장 지원 사업은 목적과 방향이 없는 퍼주기식 금전 지원이 대부분이었다. 사업장 규모만을 기준으로 할 것이 아니라, 지원이나 규제를 통해서 효과가 발생할 수 있는 커버리지 수준 등을 예측하고 개입해야 한다. 위험 관리에 필요한 조건과 자원이 미비한 작은 사업장에 대해서는 일정 수준의 지원을 통해서 관리가 가능한 경우와 불가능한 경우를 가려 지원하거나 혹은 해당 업종에서 배제할 수 있어야 한다.

작은 사업장의 위험관리와 노동자들의 건강관리에 대한 지원은 물론이거니와 관리 감독에 있어서도 국가, 정부, 지자체 각각 역할에 대해서 고민하고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기획하고 수행할 건전한 안전보건행정조직을 제대로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다른 한편으로는 노동자들이 실질적 교섭과 협상력에 기반한 권리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 산안법 개정으로 사업주의 안전보건관리체제 구성과 노동자의 참여 보장 의무가 규모와 무관하게 적용되는 등 형식적 권리가 획득된다고 해서 바로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들의 안전과 건강이 획득되는 것은 아니다.

2019년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에 따르면 3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의 노조가입률은 4.0%로 300인 이상 사업장의 33.5%에 비해서 현저히 낮고, 2020년 민주노총에서 전략조직화 사업의 일환으로 3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1.5%만이 노동조합 조합원이라고 응답했으며 이는 2018년 한국의 노조 조직률 11.8%에 훨씬 못 미친다.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를 만드는데 있어서 노동자의 참여가 필수적이라는 것은 자명하다. 노동조합 활동이 노동안전보건 수준을 높인다는 것은 학술적으로도 입증된 사실이다. 

작은 사업장의 안전보건 문제는 실타래처럼 얽혀 쉬운 해법을 찾기 어렵다. 그러나 해결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자연도태(?)를 기다리며 방치해서는 안 된다. 할 일을 하자. 삶과 죽음의 크기는 사업장의 규모와 무관하다.

 

[건강한 노동이야기] 가래로 막을 일에 호미를 들이대면

이번 [건강한 노동이야기]는 연구소 회원이신 최진일님이 최근 근로자건강센터를 통하여 택배노동자의 건강관리 업무협약 체결과 관련 택배회사가 해야할 안전보건 관리의 역할을 정부의 지원시스템을 통하여 해결하려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점을 지적해주셨습니다.

"우리가 주목할 것은 현재의 소규모 사업장 지원시스템을 활용해 특수고용직의 안전 보건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이 어불성설이라는 깨달음과, ‘특수고용직’이라는 고용형태가 노동시장을 엉망진창으로 만든 것처럼 안전보건시스템마저 붕괴시킬 수 있다는 위기감일 것이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은 특수고용노동자와 관련해 고작 사업주가 안전교육을 해야 한다는 수준의 의무만 정하고 있다. 이제서야 건강 검진 의무화 정도의 정책들이 시도되고 있다. 노동자들의 고용 형태에만 얽매여서는 이러한 임시방편을 뛰어넘는 대책이 나올 수 없다. 특수한 고용형태에 주목할 것이 아니라 보편적인 생명권과 건강권에 주목하자."

http://www.vop.co.kr/A00001556877.html

 

[건강한 노동이야기] 가래로 막을 일에 호미를 들이대면

소규모 사업장 지원시스템으로 특수고용직 안전 보건 문제를 해결하려 들면....

www.v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