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2월_특집1] 필수 노동자 지원 대책 '보호 및 지원'을 넘어 일상의 권리로 진전해야 / 2021.02

[필수노동자 대책에 노동권 보장은 필수다]

 

필수 노동자 지원 대책 '보호 및 지원'을 넘어 일상의 권리로 진전해야 

 

류현철/소장, 직업환경의학전문의

 

  사스(SARS), 조류 인플루엔자, 신종 플루, 메르스에 이어 2019년 겨울 등장한 코로나바이러스는 두 번의 겨울을 거치면서도 전 세계에 맹위를 떨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의 상황 속에서 우리나라는 비교적 모범적인 방역국가로 주목을 받았고, 정부도 K-방역을 치적으로 삼기에 여념이 없다.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자못 삭막한 방역 구호와 더불어서 펼쳐지는 방역 행정에 지쳐가고 있지만, 우리의 삶은 대체로 유지되고 있다.
  어떤 노동의 덕분이며 누구의 덕인가? 매일 수만 명에 대한 검사를 통해 쏟아져 나오는 수백 명의 확진자들 속에서 아슬아슬하게 의료시스템을 지탱해 온 이들이 가장 먼저 조명 받았다.
  그들만이 아니다. 바이러스 창궐 속에 눈보라와 혹한이 몰아쳐도 필요한 것들은 여전히 문 앞까지 도달하며, 배달 음식은 식기 전에 식탁에 오른다. 휴일이나 명절에도 연로한 부모나 아픈 가족을 찾아가는 것조차 행정명령 위반의 죄가 될까 두렵지만 그들의 곁은 돌봄 노동자들이 지키고 있다. 코로나 19의 시대에 필수 노동자들이다.

필수노동자 지원 대책이 등장한 배경

  필수 노동자들의 현실은 의료인의 과로와 소진, 택배노동자의 과로사망, 배달 노동자 사고사망, 돌봄노동자의 감염, 콜센터 노동자들의 고위험 노출과 감염 등의 문제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초기에 코로나 방역에 실패했던 서구에서는 실업률이 치솟고 실업보험의 문제가 사회적으로 대두되는 상황에서 일자리 유지를 위해 위험을 감수하고, 일터로 나가는 노동자들의 현실과 그들이 수행하는 노동이 통상의 이동이 멈춘 사회에서 얼마나 중요한 것이었는지 돌아보는 기사와 논문, 여러 가지 보호와 지원대책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K-방역'을 해치는 빌런들을 성토하는 데 쓰는 열의에 비해 필수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논의의 진전은 더디기만 했다. 그런 와중 지난 2020년 9월 방역 성과로 반등했던 정부여당에 대한 지지가 다시 내려앉던 정치적 상황에서, 서울 성동구 의회에서 바람직하면서도 일면 느닷없는 '필수노동자 보호 및 지원에 관한 조례'가 등장했다.
  대통령이 각별한 관심을 표명하자 노동부는 '필수 노동자 안전 및 보호 강화 대책'을 내놓았고, 필수노동자의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범정부 태스크포스(TF)가 출범했다. 성동구를 필두로 2021년 1월까지 행정안전부 자치법규정보시스템에서는 23개의 광역 및 기초지자체에서 필수노동자 보호나 지원과 관련된 조례가 확인됐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는 작년 11월부터 필수노동자 보호와 지원에 관련된 4건의 법안(민형배, 김영배, 송옥주, 이해식 의원 발의안)이 올라와 있다. 정부에서는 작년 12월 14일 관계부처합동으로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필수노동자 보호·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팬데믹 시대에 필수노동자 보호와 지원 대책의 대유행이다.

 

▲   코로나19가 드러낸 노동 불평등의 면면을 신중히 들여다 봐야 한다.

 

협소한 논의 지형, 지원 대책의 한계

  논의를 촉발한 지자체 조례들은 코로나19 대유행과 같은 재난 상황에서 필수노동자들을 위해 지자체가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수준이다. '필수노동자'를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로 두고 있는 점은 분명한 한계다. 필수노동에 종사하지만,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는 노동자들이 가장 문제적임에도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
  국회에 계류 중인 법률안들은 대동소이한 내용을 담고 있다. 필수 노동과 필수 노동자들에 대한 포괄적 정의, 국가와 지자체의 책무, 구체적인 필수 업종을 지정하고 기본계획·실태조사·시행계획 등을 수립할 위원회 조직구성을 담고 있고, 일부 법안에서는 추가수당 지급, 예방접종, 필수노동자 가족 돌봄서비스 등 구체적인 지원내용이나 필수노동자협회 등 당사자 조직 설립 등을 포함하고 있다.
  민형배 의원안을 제외한 3개의 안은 필수노동자를 근기법상 근로자뿐 아니라 '노무종사자'로 확장해두고 있다. 현재 소관위에 접수되어 있는 법률안들이 당장 필수노동자들에게 실효적인 보호와 지원을 가져올 수는 없다. 그러나 많은 사회적 논의가 입법이라는 형태로 귀결되는 상황에서 필수노동자 문제를 논의의 장으로 들어오도록 해야 한다.
  필수노동에서 수반되는 위험들에 대해서 국가와 정부, 광역지자체, 기초지자체가 각각 수행을 분담하고 협조해야할 사항을 큰 틀의 국가재난안전관리계획의 차원에서 조망하고 기획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비필수노동과 필수 노동의 경계는 모호하여 어떤 재난인지에 따라, 감염병이라도 유행 수준에 따라 유지해야 할 사회기능을 어떤 것으로 볼 것인지는 달라질 수 있다.
  필수노동과 필수노동자에 대한 규정과 정의를 누가 언제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를 결정해야 하며, 재난 상황에 따라 재원 마련, 지원 우선순위 결정, 집행은 누가 언제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원칙을 제시해야한다. 필수노동자들에 대한 방역과 안전대책은 국가재난안전계획에 포함시키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회적 가치가 낮게 매겨져 있던 그림자 노동과 그것을 수행하는 노동자들의 현실을 드러내고 사회적으로 논의하는 계기로서 입법과정이 아닌 '필수노동자 지원'이라는 정치적으로 매우 그럴싸해 보이는 문구에만 매달리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재난 시기뿐 아니라 일상의 시기에도 지속가능한 '안전과 건강' 대책은 건너뛰고, 위험을 감수하거나 강제하게 만들 경제적 금전적 지원에만 집중하게 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필수노동자 보호·지원 대책 추진목표 및 전략. 2020년 12월 14일 관계부처 합동발표 자료 중 발췌

 

바람직한 필수노동자 정책방향은?

  작년 12월 관계부처합동으로 내놓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필수노동자 보호·지원 대책(아래 필수노동자 대책)'은 추진목표를 필수노동자 보호 및 중단 없는 필수업무 수행으로 두고 정책방향으로 코로나 19로 가중된 위험에 대해서는 필수인력 확충, 감염·산재에서 보호하고 취약한 근로여건에 대해서는 종사자 처우개선, 사회안전망 등 제도개편으로 잡았다.
  전체적 정책방향에 동의할 수 있으나 구체적 추진전략으로 제시된 총괄대책과 분야별 '맞춤형' 지원방안은 기존 고용노동부의 사업계획을 이리저리 나열해 놓고 지도와 감독을 중심으로 하는 방역대책을 끼워 넣은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맞춤형'이라는 표현은 전체 제도의 조망 속에서 적절한 부분을 찾아가는 방식이라기보다 예외적인 상황을 만들어 정책을 교란하는 방식을 일컫는 것 같기만 하다. 진행형인 코로나 시기에 위험에 노출되고 있는 노동자들은 누구이며, 위험 노출의 결과로 나타난 노동자들의 문제는 어떻게 해결되고 있는지 실증적으로 살펴야만 한다.
  정부대책인 2021년에 필수노동자를 대상으로 마스크를 38억 원어치 지원하는 등 국가(공공)지원을 강화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더불어 한시적 조치를 넘어서서 일상적인 안전보건조치에 대한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 것인지 살펴야 한다. '방역조치 지도·점검 강화'라는 두루뭉술한 이야기가 아니라 요양보호사나 택배·배달노동자의 감염 예방을 위한 보호구 지급 및 보호 조치는 구체적으로 무엇이며 누가 책임져야하는 것인지, 어떤 법과 규정에 따르라고 지도하고 감독할 것인지 정하고 감독해야한다.
  당장 2배 넘게 증가하는 택배물량으로 작년에만 16명의 택배기사가 과로사하고 새벽 출근과 심야 업무에 시달리는 택배노동자들에게 직종별 특화 건강진단 비용을 지원하겠다는 대책은 핵심을 빗겨나간다. 작년 12월 노동부 스스로 성수기 택배노동자들은 주6일 이상 근무가 97.3%(일주일 내내 근무 12.4%), 10시간 이상 근무하는 경우가 92.9%(14시간 이상 근무 41.6%)라는 조사를 발표했음에도 이런 살인적인 노동을 줄이기 위한 적극적인 정책 개입의지는 보이지 않는다.
  작년 9월부터 연이어 정부가 '택배기사 과로방지 대책'을 내놓고 사회적 합의기구를 만들어도 기업의 이해관계를 좀처럼 넘어서지 못한다. 5인 이상 모임 금지, 각종 시설과 영업장에 대한 집합금지 행정명령 등 단호한 방역 대책이 내려지고 있다.
  코로나로 인한 국내 50세 미만 전체 사망자수와 같은 16명의 택배기사가 과로사 했는데 택배물량을 기준으로 적정 인력을 제시하여 분류 작업을 분리하고 배치를 강제하는 행정력 동원은 왜 가능하지 않은가?

필수노동자들에게 노동권 보장은 필수다

  고용노동부를 중심으로 내놓은 대책에 포함된 노동자의 안전보건 방침과 처우개선, 사회안전망의 확대에 대한 기존의 계획을 코로나 19를 계기로 국민들에게 필요성을 적극 호소하고 실현되도록 하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대책 전반에 노동자들의 적극적인 권리를 신장하고 옹호하도록 법제도를 구성해야한다는 관점은 드러나지 않는다. 장기적 관점에서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복원력(resilience) 확보는 필수노동에 대한 정당한 가치 인정과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노동자들의 권리 보장과 사회안전망의 강화에서 비롯된다.
  실제 사회적 가치에 비해 현저히 저평가된 필수노동이 어떻게 정당한 대접을 받도록 할 것인가, 필수노동자들의 사회적 권리를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를 따져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대유행의 시기 이후에 필수노동은 다시 그림자 노동, 불안정 노동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좀 더 나아가면 필수노동자라면 '노동을 해야만 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위험에 대해, 비필수노동자라면 '노동을 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위험에 대해서 국가는 사회가 함께 나눌 책임을 살펴야 한다. 현행 법제도에서는 고용된 사업장의 규모, 고용계약의 형태나 관행에 따라 같은 일을 하는 '필수노동자' 사이에도 근로기준법, 산업안전보건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적용여부가 달라지고 결국 권리나 보호 수준에 차별이 발생한다는 사실에도 주목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정부대책에 포함된 소득기반 제도 전환을 염두에 둔 전국민 고용보험과 전속성 기준을 폐지하는 전국민 산재보험 적용은 환영할만하다. 그러나 이러한 확장이 '특고'라는 기괴한 범주를 전제로 하고 있다면 한계가 분명하다.
  5인 미만 사업장의 필수노동자, '가사사용인'으로 분류되는 돌봄 노동자, 배달·택배 특수고용직 노동자, 프리랜서 등 근로기준법의 외부에 있는 노동자들을 살펴야 한다. 21세기에는 노동관계나 고용계약의 관행도 변화하고 있다.
  근로자성의 기준을 포함하여 근로기준법, 산업안전보건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고용보험법 등 법제도 개정을 통해서 사회적 안전망에 포섭되지 못한 노동자들을 제도 내로 포섭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서 현재 사회적 권리에서 배제되어 발생하는 필수노동자들의 문제에 대한 포괄적 해결을 도모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핵심적이다.
  '필수노동자 지원 법'은 그 사이 당장에는 노동자의 기본권과 건강권 관련 법제로 보호받기 어려운 필수 노동자들에 대해서 기본적인 긴급방역 및 안전보건조치, 감염 가능성이나 감염으로 인해 더 이상 '필수노동'을 수행할 수 없을 때의 대책을 강구할 근거를 마련하는 보완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정
  부대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생활물류법', '사회서비스원법', '가사근로자법' 등 보완적인 법안의 제·개정에는 현장 노동자들의 현실적인 요구를 반영할 수 있는 사회적 논의과정을 밟는 것 역시 반드시 필요하다.
  '보호 및 지원'을 넘어서 필수 노동자들이 사회 전체의 일상성과 안전을 위해 위험을 감수할지언정 이윤을 위해 위험을 강제 받지 않도록, 긴박한 시기의 위험수당으로서가 아니라 일상의 시기에서도 안전하고 건강할 수 있는 권리로 진전할 수 있어야 한다.

[노동안전보건활동가에게 듣는다] 응어리진 아픔들을 말하도록, 더 크게 말하도록-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경기지부 양선희 노동안전보건위원장 / 2021.02

[노동안전보건활동가에게 듣는다]

 

응어리진 아픔들을 말하도록, 더 크게 말하도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경기지부 양선희 노동안전보건위원장

 

김다연/상임활동가

 

  눈빛은 속이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언젠가 양선희 노동안전보건위원장(아래 노안위원장)이 노동안전보건 활동에 뛰어든 계기와 그에 얽힌 이야기들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오래 남았던 건 양선희 노안위원장의 눈빛이었다. 나의 삶에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게 된 일, 나의 많은 힘을 기꺼이 할애하고 싶은 일을 이야기할 때의 눈. 그런 눈은 다른 빛을 낸다. 이번 <일터> 2월호에서는 그 빛 뒤에 있는 이야기들을 나누고자 한다.

산재 대신 내민 종이에 노조 활동을 시작했다

- 원래 어떤 일을 하셨고, 어떻게 노조 활동을 시작하게 되셨나요?

  "저는 급식일을 2003년부터 시작했어요. 조리실무사로요. 처음엔 너무 행복했어요. 내가 해 주는 밥을 아이들이 맛있게 먹고 가는 것만큼 뿌듯한 일이 없었어요. 그런데 언젠가부터 사고가 잦아졌어요. 2009년에는 큰 화상을 입었고요. 당시 사용하던 야채 절단기는 잘못하면 손가락도 절단될 수 있을 정도로 아주 위험했는데, 사용하다가 손가락 살점 일부가 잘려 나갔어요.
  잘못된 가이드를 받아 절단된 살을 버리고 병원으로 갔죠. 어쩔 수 없이 발바닥 살을 떼어서 손가락에 붙였어요. 12년이 지난 지금도 겨울이면 항상 그 부위가 시려요. 그렇게 당한 두 번의 사고와 이른 출근 시간대, 감당해야 하는 엄청난 양의 급식을 생각하니 고등학교에서 더 일하는 게 어렵겠더라고요. 2010년 중학교 조리사로 이직을 했죠.

  2013년쯤부터 밤에 잠도 못 잘 정도로 양팔이 아팠어요. 급식실에선 일단 작업복 착용하면 나도 모르게 몸 아픈 건 잊고 기계처럼 일을 해요. 2~3개월 참다 병원에 가니 양팔에 테니스엘보가 왔다고 하더라고요. 의사 선생님께서 이 정도면 급식 일을 좀 쉬거나 그만뒀으면 좋겠다고 말했어요. 아니면 수술을 해야 하는데, 그 병의 수술 예후가 좋지 않고 그 이후 삶은 어떻게 할 거냐고 하면서요. 전 10년 넘게 급식 일을 했고 천직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러면서 그분이 제 병은 산재라고 얘기하셨어요. 그 말을 듣고 저도 산재신청을 하려고 했죠. 그런데 학교에서 산재가 아니라고 해요. 일단 유급/무급 병가와 방학기간을 사용해서 3~4개월 정도 치료받고 많이 회복했어요. 복직하러 가니까 학교에서 동의서를 내밀더라고요. 뭔지 읽어보려 하니 언제부터 이런 거 읽어보고 사인했냐면서 그냥 하라고 했어요. 일단 급하게 사인했죠.
  알고 보니 조리사에서 조리실무사로 변경하는 건에 대한 동의서였어요. 교육청에서 기존 조리사에 대한 학교의 임의적인 직위변경을 금지했는데도요. 복직하고도 힘든 일들이 많았어요. 그러다 노조 소개를 받았죠. 갖가지 문제들에 대한 이의제기를 노조와 함께하고, 그 길로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 노동안전보건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당시 어떤 활동들로 시작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다치기도 했고, 몸도 아프잖아요. 그러니까 아픈 사람이 문의를 해 오면 더 관심이 가는 거예요. 임금도 중요하지만 일단 몸이 안 아파야 일을 할 수 있으니까. 당시 안양지회장이셨던 김영애 전국교육공무직본부 부본부장이 양어깨 회전근개파열로 수술도 하고 산재승인을 받으셨어요. 저는 비슷한 시기에 아팠어도 노조도 노안활동도 몰라 산재신청도 못했지만요.
  김영애 부본부장이 그러더라고요. 우리도 노안활동을 해야 한다고요. 경험이 있다 보니 그 말이 더 와닿았죠. 노안활동을 2015년부터 했어요. 지회에서 누군가 아프다고 문의를 해 오면,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노무사님들의 도움을 받아 산재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일로 시작했죠. 조합원들과 산재교육을 진행하면서 우리의 병은 산재승인 받을 수 있다고 홍보도 했고요. 처음에 지회 조합원 60~70명으로 시작했는데, 그런 활동들이 계기가 되어 현재 500명 이상까지 늘어났어요.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경기지부 양선희 노동안전보건위원장

 

폐암, 갑상샘암... 말 못 하는 이들을 위해

- 교육공무직에 포함되는 직종에서 주로 문제가 되는 질병은 어떤 건가요?

  "일단 교육공무직에는 조리사, 조리실무사, 영양사, 사서 등 수십 개가 넘는 직종이 있어요. 직종마다 질병도 다양하죠. 일단 제가 경험했던 급식실 쪽을 이야기하자면, 근골질환은 기본적으로 있고요.
  급식실은 공기순환이 잘 안돼서 폐암도 많아요. 후드는 있어도 공조기는(후드에 연결되어, 후드로부터 올라오는 이물질을 빨아들여 밖으로 배출하고 새 공기를 넣어주는 기구) 없는 학교가 많거든요. 조리할 때 음식에서 나오는 연기가 폐에 아주 안 좋아요. 급식실에 그 연기가 자욱해요. 특히 겨울에는 후드를 켜고 일하면 너무 추우니까 끄는 경우가 많아요. 옷 이물질이 들어갈까 봐 두껍게 껴입지도 못하니 더 춥거든요.
  또 갑상샘암도 많아요. 한 사업장에 2~3명씩 동일한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어요. 직업성 암인지 조사해야 해요. 얼마전엔 락스 중독사고도 있었죠. 아주 독한 오븐 크리너 3종은 2~3년 전에 없어지고 세척력이 좀 약한 1종으로 바뀌었죠. 그런데도 중독사고가 났어요.
  미화선생님들도 근골질환이 많아요. 아파도 참고 일하고 마치면 치료받고. 지난 2020년 2월에 한 분이 테니스엘보로 수술하면서 산재 신청을 하셨고 승인을 받으셨어요. 그걸 계기로 다른 선생님들도 더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청소가 힘들잖아요. 연세가 있으신 분들이 많으시고요. 6시간 안에 그 큰 학교를 다 청소해야 하니 굉장히 바쁘고 몸에 무리가 많이 가죠.
  초등학교는 아이들이 화장실을 깨끗하게 못 써서 일이 더 많다고 하시더라구요. 산업안전보건위원회에 포함되지 않은 직종 중에서 행정실무사 선생님들은 테니스엘보나 손목터널증후군, 회전근개파열이 많아요. 컴퓨터를 많이 쓰니까요. 목도 안 좋은 경우가 많고요. 또 특수건강검진 대상이 되기도 한 과학 선생님들은 각종 화학물질들을 관리하시다 보니, 그로부터 발생하는 위험에 노출되어 있죠."

- 2020년 여름부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아래 한노보연)와 '굴뚝속으로 들어간 의사들(이하 굴뚝책) 책 읽기 강좌'를 진행하고 계신데요.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저희 지부 박정호 국장이 지회마다 노안활동을 제대로 할 수 있게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우선 노동안전보건에 대한 감수성을 기르는 교육과정이 필요하다는 말을 하셨어요. 노안활동은 저 혼자 할 수 없어요. 지회마다 노안활동가들이 있어야 하죠. 특히 자기가 아프다는 말을 하기 어려운 위치에 계신 분들이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너무 아픈데 말 못하는 분들이 많아요.
  제가 조리실무사로 있을 때, 하루는 몸이 막 떨릴 정도로 아팠어요. 출근 못한다고 전화했죠. 그랬더니 저한테 '야 너 때문에 난리났어, 기어서라도 빨리 출근해' 라고 하더라고요. 하루 종일 이를 악물고 일을 했어요. 식은땀 뻘뻘 흘리면서. 내가 조리사가 되면 그 말 만큼은 안 하고 싶더라고요. 동료가 아프다고 하면. 조리사 되고 나서는 아프면 쉬라고 하고, 거기에 대해선 토를 못 달게 했어요.
  쉬어야 다음 날 다시 일할 수 있잖아요. 그런 날은 진짜 내가 뛰어다니면서 일을 했어요. 대체인력 쓰는 건 지금도 잘 안 돼요. 그 시절부터 일하시던 분들은 지금까지도 그게 머리에 박혀서 하루도 제대로 못 쉬어요. 그런 분들이 밖으로 자기 이야기를 어떻게 하나요.
  올해 8월 말이 정년이신 분이 계세요. 목 디스크, 허리디스크, 양팔 테니스엘보, 회전근개파열이 왔대요. 오래 서 있을 수도 누워있을 수도 앉을 수도 없어요. 학교는 출근 안 한다고 난리가 났고요. 제가 무조건 쉬라고 했어요. 자기 곧 정년인데 뭐 아쉬울 게 있냐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나는 그분한테 '선생님이 여기서 이겨나갔으면 좋겠다고, 선생님을 위해서도 그렇지만 다음 사람을 위해서라도 그래줬으면 좋겠다'고 말씀을 드렸어요. 그리고 4개 질병에 대해 한 번에 산재신청을 했어요. 보통 이 정도로 아프면 학교에서도 규정 들이대지 않고 질병 휴직하게끔 해줘요. 그런데 그 학교는 이 선생님을 자르고 싶은 거예요. 그 분이 유급/무급병가를 다 썼고, 취업규칙상 질병 휴직 쓰려면 8주 진단서 필요한데 없으니 안 된다는 거예요.
  그래서 경기도교육청에 말 했어요. 어느 의사가 4주 이상 진단서 떼 주냐고요. 그러던 차에 그 선생님 어깨도 너무 망가져서 수술을 하게 되셨고, 그 때문에 8주 진단을 받아 질병휴직 들어가기는 했어요.
  얼마 전에 그분과 통화를 했어요. '네가 아니면 이런 용기도 못 냈지만, 20년 넘게 급식실에서 몸 생각 안 하고 죽기 살기로 일 한 게 억울하다고. 어느누구도 알아주지 않는데 누구를 위해서 이 일을 했을까' 그 생각만 든대요. 산재 진행하는 동안 학교 때문에 너무 비참했대요. 저는 그 분께 정년퇴임 하셔도 이 활동 계속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현장은요, 근골격계 문제에 앞서서 이미 마음에 병들이 너무 많아요. 제가 노조 활동을 하면서 느낀 게, 난 진짜 교육을 잘못 받았구나. 저는 학교 다닐 때 부모, 선생님께 순종해야한다고 배웠어요. 안 그러면 큰일 난다고요. 나라에 충성해야한다는 교육은 당연히 받았죠. 내가 왜 그 말을 잘 들었지? 억울해요.
  이런 분들의 의견을 모아서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어요. 그래서 한노보연과 함께 굴뚝책 읽기 교육을 진행하게 됐죠. 처음처럼 스물 몇 명씩 나오지는 않지만 지금까지 나오시는 선생님들은 진짜 열심히 하세요. 빨려드는 교육이에요. 다들 의견도 적극적으로 내시고. 진행하길 아주 잘 했다고 생각해요.
  또 작년엔 '나도 강사다' 교육도 해보려고 했어요. 코로나 때문에 못 했지만요. 계속 설득해서 올해 6월 교육 참석자분들이 들으실 수 있게끔 할 거예요. 물론 그 교육 한 번 받고 바로 강사로 뛰기는 어렵죠. 근데 한 번 받고 또 받고. 용기를 내시면 돼요. 나 같은 사람도 하는데. 현장에 계신 분들이 노안활동가로 성장하실 수 있게끔 해야 해요. 가장 현장을 잘 아는 사람들이 해야 교감하는 교육이 돼요. 그게 현장에서 현장을 바꿀 수 있는 길이예요."

- 노안활동을 계속 이어나가게끔 하는 동력은 무엇일까요?

  "사실 때로는 제 부담감을 떨치고 싶기도 해요. 학교 현장으로 들어가는 게 가족들이 바라는 거기도 하고요. 24시간 노조 혹은 노안 활동이 항상 머릿속을 차지하고 있어요. 근데 제 주변에서 '네가 있어서, 네가 이렇게 해 주니까 우리가 이만큼 학교에 내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가장 뿌듯하고, 내가 이 일을 참 잘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어떤 분은 '광명은 언니가 있으니까 누구도 걱정 안 해'라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주변에서 인정해 주시는 게 감사하죠. 제가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바로 그런 것 아닐까 해요."

응어리진 아픔들을 말하도록, 더 크게 말하도록
 

  양선희 노안위원장의 말을 통해 산재를 신청하고 승인받는 일을 다시 보게 되었다. 산재인정이 되면, 회복을 위한 시간/금전상 보상을 받는다. 이는 동시에 나의 고통을 이야기하고, 그에 대한 응답과 인정을 받는 일이기도 했다.
  노동에서 비롯된 몸과 마음의 고통을 말하지 못하는 것 혹은 말했으나 인정받지 못하는 것. 내 몸과 마음이, 곧 나라는 사람이 부당하게 고통받지 않아야 할 뿐만 아니라, 세심히 보살펴야 할 가치가 있는 존재임을 무시당하는 경험이다. 나의 인격을 존중받지 못하고, 생명 없는 노동력의 한 단위로 취급받는 고통. 몸의 병 이전에 이미 마음의 병이 있다는 양선희 동지의 말은 바로 그것들의 응어리를 일컫는 것일테다.
  노안활동은 그렇게 단단히 뭉친 아픔을 한 겹, 두 겹씩 풀어내는 일이 아닐까. 고통의 부름에 응하면서, 그들의 '말하기'를 지지해주면서.

 

[A-Z 다양한 노동이야기] 노인의 삶을 살피는 이들의 몸과 마음은 누가 돌보는가?-공공연대노동조합 최순미 조직국장, 생활지원사 J님 인터뷰

[A-Z 다양한 노동이야기] 

 

노인의 삶을 살피는 이들의 몸과 마음은 누가 돌보는가?

-공공연대노동조합 최순미 조직국장, 생활지원사 J님 인터뷰

 

박기형/상임활동가

 

  <일터>에서는 돌봄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돌아보기 위해 요양보호사, 가사관리사 등 다양한 직종을 만났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던, 작년 연말에 청와대 앞에서 집단해고 철회와 고용안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연 또 다른 돌봄노동자들이 있다. 바로 생활지원사다.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는 한국 사회에서 독거노인들의 삶과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생활지원사의 노동을 들여다보고자 생활지원사 J님과 이들의 노동권 보장을 위해 활동하시는 공공연대노동조합 최순미 조직국장님을 만나 얘기를 나누었다.


독거노인의 생활을 받치는 사람들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생활을 지원한다'라는 말이 참 모호하게 다가왔다. 독거노인의 '어떤' 생활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지원한다는 것인지, 지원이라 함은 어떤 걸 말하는 것인지 궁금했다.

J: 생활지원사는 만 65세 이상 국민기초생활수급자·차상위계층·기초연금수급자 중 독거·조손가구처럼 돌봄이 필요한 어르신들에게 안부확인, 생활교육, 사회참여 프로그램, 일상생활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노인 대상 사회복지의 최일선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죠.


  생활지원사들은 2020년 1월 보건복지부가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새롭게 시행하는 '노인맞춤돌봄서비스' 사업을 담당한다. 2000년대 초중반 시행되었던 기존의 노인돌봄서비스들은 ① 노인돌봄기본서비스 ② 노인돌봄종합서비스 ③ 단기가사서비스 ④ 독거노인 사회관계활성화 ⑤ 초기독거노인 자립지원 ⑥ 지역사회자원연계로 나누어져 있었다. 이를 노인돌봄사업 간 장벽을 없애고, 수혜자 요구에 기반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명목하에 통합‧개편한 것이 바로 '노인맞춤돌봄서비스'다.

J: 전국적으로 약 3만 명의 생활지원사가 있습니다(2020년 7월 말 기준, 2만 5470명). 이들이 독거노인 45만 명을 돌보고 있다고 봐도 되어요. 하루에 5시간씩, 평균 16명의 노인들에게 돌봄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요. 이용자들은 일반군과 중점군(신체·정신적인 기능제한으로 일상생활 지원 필요가 큰 대상)으로 나뉘어요. 보통 일주일 단위로 전 이용자(중점군 2~3명 & 일반군 14명, 총 16여 명)들에게 일정대로 안부전화를 하며 말벗서비스를 제공하고, 가정에 방문을 합니다. 병원, 관공서, 은행 등 필수적인 외출에 동행하기도 하고요. 중점군의 경우에는 말벗서비스 외에 일주일에 2번 각각 2시간씩 직접 가정에 방문하여 가사지원서비스 등도 지원합니다.

필수적이나 인정받지 못하는 노동

  정부의 사업안이나 교육에서는 특정 업무를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로 일하다 보면 요양보호사나 가사관리사처럼 이용자의 거동과 가사노동 전반을 챙기게 된다. 정부는 이용자들의 욕구에 기반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복지의 질을 높이겠다고 말하지만, 노동자들에겐 업무의 경계가 흐려질 가능성이 크다. 여전히 돌봄노동자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미약한 상황에서는 그 가능성이 더욱 커진다.

J: 생활지원사의 전신은 생활관리사예요. 하지만 모르는 사람들이 태반이죠. 실제로 오랫동안 이 서비스를 받고 계신 이용자들도 '집에 왔다가는 아줌마', '전화해 주는 사람', '일하러 오는 아줌마나 어딘가에서 오는 복지사'라고 정확한 명칭을 잘 모르시거나 잘못 알고 계신 분들이 대다수입니다. 본인이 때로 일하면서 보람을 느낀다고 해도, 이용자들과 주변 사람들이 인정을 제대로 안 해주다 보면, 남들이 꺼려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게 되기도 하죠. 이 때문에 업무 만족도도 낮아지고, 심지어 일하는 과정에서도 부당한 걸 많이 겪게 되는 것 같아요.

  작년 통합·개편되면서 '노인맞춤돌봄서비스'로 묶인 노인돌봄기본서비스·노인돌봄종합서비스·단기가사서비스 등은 2007년부터 10여 년 동안 지속되어 온 사업들이다. 하지만 이 사업에서 고용한 노동자들에 대한 처우는 여전히 열악하기만 하고, 사회적 인정조차 제대로 받고 있지 못하다. 이는 생활지원사들의 고용불안, 저임금과 같은 노동조건과 직무스트레스, 성폭력 위험 등의 안전과 건강상에 유해한 노동환경과 긴밀히 연관된다.

최순미: 갈수록 우리 사회에서 돌봄노동은 필수적인 영역이 되고 있잖아요. 하지만 점차 시장화되는 돌봄노동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여성 노동자들은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어요. 마치 과거 집에서 가사노동을 하는 것을 무임금 노동으로 평가절하했던 것처럼 말이죠. 최저임금을 받으며, 마치 아무런 사회적 가치를 받지 못하는 가사노동을 하는 사람들로 취급받고 있어요. 여성이면 누구나 집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사회적 평가 속에서 급여 등 노동조건이 최저 수준으로 책정되어 버리는 거죠.
 

▲ 2020년 12월 30일 청와대 앞에서 진행한 "노인생활지원사 집단 해고 철회 및 고용안정 촉구 기자회견" 당시 사진.

노동권 보장에는 손놓은 정부

  생활지원사들은 여러 가정을 돌아다니며 방문해야 한다. 이동은 업무의 일부분이다. 하지만 이동에 드는 비용은 자비로 부담해야 한다. 이동시간 또한 근무시간으로 산정되지 않기도 한다. 더욱이 생활지원사들을 관리하겠다면서, 정부가 도입한 '맞춤형 광장앱'은 각종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최순미: 맞춤형 광장앱은 기본적인 노무관리 시스템이라고 보면 됩니다. 생활지원자들은 5시간 근무시간 동안 맞춤형 광장앱을 실행시켜야 되는데 그 시간 동안 자신들의 위치가 기관이나 센터에 자동적으로 보고가 되고 있는 거예요. 3분마다 위치가 추적당하는 거죠. 사생활 침해 논란이 불거지는 것은 기본이죠. 더구나 최저임금을 주면서 이동경비뿐만 아니라 광장앱 사용에 따른 데이터 비용까지 자비 부담이에요. 앱을 사용하기 위해선 때론 앱 사용이 가능한 핸드폰으로 기기변경까지 해야 하는데, 그 비용도 마찬가지죠.

  더욱이 광장앱은 노인생활지원사의 업무 형태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정 시간과 특정 장소에서만 일하는 게 아니라, 노인들의 요구나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일하게 될 때가 있는데, 이걸 부당하게 근무시간 미준수 또는 근무지 이탈이라고 판단해버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방문시간이 짧을 경우 집 앞이나 주변을 서성이면서 시간을 채워야 하고, 식료품 등의 물품을 전달해야 할 때 이용자가 집에 부재할 경우에는 선 전달 후 앱상 방문체크를 위해 해당 가정에 재방문하는 일도 빈번하다. 서비스 제공의 효율은 증대되지 않은 채, 불필요하게 노동강도만 높이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앱만 개발했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 현장에 적합한지, 잘 활용되고 있는지, 개선할 점은 없는지 등 정부가 책임지고 관리를 해야 한다는 요구가 강하다. 하지만 다른 복지서비스들처럼 노인맞춤돌봄서비스도 대부분 민간에 위탁되다 보니, 앱 관리는커녕 노동권조차 보장하지 않고 있다.

J: 우리 사회는 돌봄노동을 가족에게서 시장으로 이관시켜 왔어요. 그렇게 사회복지 영역에서 시장화가 확대되었죠. 국가는 이용자들에게 비용을 지급하고, 이용자들이 기관과 종사자를 선택해서 서비스를 받는 형태가 기본적인데, 이때 해당 기관들에선 이용자들을 많이 유치하려고 경쟁이 치열해요. 그래서 기관들은 적은 노력과 비용으로 최대한 잡음 없이, 많은 이용자를 보유하려고 해요. 처우 개선도 안 하려고 하고, 이용자들에 대한 관리도 부실하죠. 노동자들은 어려움이 있어도 얘기를 할 수가 없어요.

  보건복지부는 노인맞춤돌봄서비스로 통합개편하면서 서비스 대상자를 35만 명(2019년)에서 45만 명(2020년)으로 10만 명 확대하기로 했다. 그런데 민간위탁 기관들에서는 기관평가 점수를 잘 받기 위해, 대상자가 18명에 이르지 못하는 생활지원사들에게 나머지 대상자를 발굴하라고 지시하였다고 한다. 담당 지역의 독거노인 리스트를 나눠주면서 방문하거나 전화로 서비스 제공을 권유하거나, 기존 이용자나 주변 사람들에게 홍보를 부탁하는 등의 사회복지사 업무를 재고용을 운운하며 이들에게 전가시킨 것이다.

최순미: 보건복지부가 직접 기획하고 추진하는 사업들이잖아요. 그런데 민간위탁을 줬다는 이유로 손을 놓고, 생색만 내려고 하는 것 같아요. 민간위탁 사업방식을 취한 사회복지 영역 대부분에서 고용불안 문제가 있어요. 1년 단기계약해놓고 해고시킨다든가, 평가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센터나 담당자별로 (재)채용 여부를 자의적으로 해버린다든가. 물론 보건복지부에서 지침을 내리지만, 법률 수준이 아니니 지키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일이 빈번해요. 현장에선 정부 지침이 무용지물과 다를 바 없어요.
 
생활지원사가 마주하는 위험

  생활지원사들은 노인들의 일상을 챙기기 위해, 전화할 뿐만 아니라 직접 각 가정을 방문한다. 제공할 서비스가 규정되어 있지만, 한 사람의 삶을 살피다 보면, 부득이하게 또는 자발적으로 업무를 넘어선 일들을 나서서 하게 될 때가 많다. 더욱이 청소·정리 등이 거의 되지 않거나, 반지하 등 주거환경이 열악한 집들이 많은데, 충분히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일정 시간 안정적으로 머물러야 하기에, 직접 청소하는 등 별도의 조치를 취하기도 한다.
  문제는 이런 업무 외 노동, 매뉴얼에는 보이지 않는 노동들이 많다는 것으로 생활지원사의 위험이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방문노동자들이 가장 많이 겪는 폭언, 폭력, 성폭력 등의 위험에도 늘 노출되어 있으며, 이에 대한 충분한 예방조치나 관련한 가이드라인 등은 부재한 상황이다.

J: 그 외에, 아직 잘 드러나지 않는 문제가 있어요. 생활지원사들이 겪는 정신적 스트레스, 고통이에요. 대표적으로 노인분들이 응급상황에 처하는 걸 목격하는 일이 발생해요. 우선 전화를 계속 받지 않으시면 긴장되고 불안해요. 무슨 일이 생겼을까 걱정되죠. 물론 밤중에 취한 채로 전화하거나 수시로 전화를 거는 일도 부담이 되지만요. 방문했는데, 갑자기 쓰러져 계신다든가 하면, 긴급히 대응해야 하잖아요. 저도 최근에 한 분이 돌아가실 뻔한 사례를 겪었는데, 3~4시간을 119 불러서 후송하고 챙기고 그랬어요. 그때만 떠올리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무서워요. 이런 걸 트라우마라고 하는구나 싶어요.
 
최순미: 하지만 정부나 기관들에선 생활지원사들에게 휴식도 주지 않고 트라우마 치유도 해주지 않아요. 긴급상황에 대한 대응매뉴얼도 없고 교육을 충분히 제대로 하지도 않죠. 결국, 개인 몫으로 남겨질 뿐이죠.
 
문제해결의 시작, 사회적 인정과 공공성 강화로부터

  돌봄노동자들의 노동권이 실현되기 위해선, 무엇보다 노동자들의 고용, 노동과정 등 전반을 국가가 책임지도록 공공성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아가 J님은 돌봄노동에 대한 사회적 가치를 인정하는 일도 중요하다고 지적하였다.

J: 노인돌봄은 우리 사회에서 더 중요해질 거예요. 초고령사회로 노인인구 증가는 기정사실이고 이 노인들 중 가족이 무너지고, 사회와 단절된 노인들은 방치할 수 없잖아요. 국가나 지역사회에서 돌봐야 해요. 하지만 정부는 민간기관과 노동자 개인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고, 이용자들의 편의와 취업통계 상 고용률만 고려하다 보니, 정작 노동자들은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까워요. 우리 생활지원사들이 함께 마음을 모아서, 당면한 문제를 조직된 힘으로 바꿔나가길 바랍니다.

 

[토론회 자료집] 여성노동자 일터 내 화장실 이용실태 및 건강영향 연구

여성노동자 일터 내 화장실 이용 실태 및 건강영향 연구 토론회

2021년 3월 4일 목요일 14시,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 코로나로 인해 당일 온라인 진행합니다. 

온라인(zoom) 참가 신청 bit.ly/여성노동자토론회

 

발제
- 김규연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회원)
- 이나래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

토론
- 권수정 (금속노조 여성위원장)
- 여민희 (서비스연맹 학습지노조 재능지부장)
- 이현정 (민주노총 노동안전국장)
- 황수옥 (한국노동사회연구소)
- 오정원 (산부인과 전문의)

주최 및 주관 민주노총 여성위원회,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토론회 자료집] 여성노동자화장실연구(최종).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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