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평] 그림자 노동… / 2021.02

[현장의 목소리] 고용노동부, '나는 이 농장을 떠나지 않겠습니다' 서약부터 받아-지구인의 정류장 김이찬 대표 인터뷰 / 2021.02

[현장의 목소리] 

 

고용노동부, '나는 이 농장을 떠나지 않겠습니다' 서약부터 받아-지구인의 정류장 김이찬 대표 인터뷰

 

정경희/선전위원

 

 

 

  영하 18도 한파가 몰아친 지난해(2020년) 12월 20일 경기도 포천 농장에서 일하던 캄보디아 출신의 '속헹'씨는 전기가 끊긴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자다가 숨졌다. 이주노동자기숙사산재사망대책위원회(아래 대책위)에서 활동 중인 지구인의 정류장 김이찬 대표를 만나 이주노동자의 노동과 주거환경으로 인한 문제를 자세히 들으려 1월 14일 낮 12시경 안산 지구인의 정류장을 찾았다.
  지구인의 정류장은 처음에 이주노동자에게 영상 제작 교육으로 문을 열었다가, 캄보디아 농촌 이주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 문제를 전해 듣고 그때부터 상담을 하며 이주노동자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최근 언론에서 속헹씨의 부검 결과 간경화와 식도정맥류가 있었다는 경찰 발표를 보도했다. 입국 시 건강했던 속헹씨가 간경화가 발생하게 된 경위와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 이유, 영하 18도 속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식도정맥류가 파열된 직접적 이유가 제대로 밝혀져야 할 것 같은데, 어떻게 진행 중인지 물었다.

 

▲   지구인의 정류장 김이찬 대표(앞줄 오른쪽), 정은주 사무국장(뒷줄 왼쪽)과 함께 이주노동자들이 이주노동자들이 죽어나가는 농촌 사업장의 주거 개선 요구 구호를 들고 있다.

 

  "수소문해서 함께 일한 노동자랑 어렵게 통화가 됐어요. 속헹씨 숙소의 누전차단기가 계속 떨어졌다는 거예요. 누전차단기 스위치가 오래 떨어져 있다가 잠깐 올리면 10분쯤 있다 또 떨어지고. 금요일 밤에는 5명 중 3명이 춥다고 먼저 나가고, 나머지 2명이 남아 잤는데 밤새도록 거의 눕지를 못했대요. 한 사람이 나가서 올리고 돌아오면 떨어져서 또 한 사람이 나가서 올리고 돌아오고. 전기를 너무 많이 쓰면 그럴 것 같아 '냉장고, 세탁기, 다른 전기장치 다 뺐는데 그래도 안 올라갔어요'라고 했어요.
  그런데 경찰이 타살이나 코로나 여부만 염두에 두고 이런 내용은 조사를 안 했어요. 동료와 금요일 밤새도록 차단기 올리다 밤을 새고 토요일 저녁엔 이 동료도 인근 친구 집에 가면서 속헹씨에게 같이 가자고 했는데 '괜찮아 여기 있을게' 했대요. 동료노동자는 오후 4시경에 돌아왔는데, 객혈 흔적은 속헹씨랑 둘이 쓰던 방에 있었고, 주검은 동료가 혼자 쓰는 조금 작은 방에서 발견됐대요. 그 방 차단기가 잘 안 떨어지고 우풍도 적어서 좀 더 따뜻했다는 얘기를 했어요. 그런데도 사업주는 난방장치에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얘기를 해요. 대사관에서는 국가 간 외교적 관계를 핑계 삼아 관행에 따라 빨리 수습해서 보낸 것 같은데 아직 산재유족급여 신청이 안 이루어진 것이 확인되고 있어요. 산재보험을 신청하지 않았다면 할 수 있도록 도와야죠."

  식도정맥류를 파열시킨 혈압상승의 직접 원인이 강추위 속 고장난 난방시설이라는 추론이 충분히 가능한데 환경 관련성 조사를 애써 피하는 고용노동부, 캄보디아대사관과 동료의 증언이 있는데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하는 고용주 모두 책임이 있는 집단이다. 김 대표의 설명을 들으며 사람을 옥죄고, 고용관계를 유지하는 데만 급급한 고용허가제가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 수 있었다.

  "근본적으로 고용허가제는 이주노동자를 사업주에 종속시키는 제도예요. 그래서 노동자들이 의사표현을 할 수가 없어요. 나랑 같은 처지에 있는 동료가 죽었고 시신을 본 사람들이에요. 유골함도 유족에게 보내고 위로의 말도 전해야죠. 또 유가족이 여러 얘기를 물었을 거 아니에요. 그래서 심신이 매우 피곤하고 트라우마가 있을 텐데 그런 관리는 전혀 안 돼요. 항의를 했더니 고용주는 오히려 저희와 동료들과의 접촉을 막고 있어요. 고용노동부가 24일에 가서 한 일은 '나는 이 농장을 떠나지 않겠습니다'라는 한글 양식을 써서 서명을 받은 거였어요. 고용허가제는 그렇게 공고하게 운영되고 있어요. 차분하게 동료노동자의 죽음에 대해서 얘기하고 위로받고 휴식할 시간이 필요한데 말이죠."

  속헹씨를 발견했던 주변 노동자들에 대한 트라우마 치유 지원이 되어야 할 텐데 현재 상황이 어떤지, 심층적인 인터뷰가 계속 진행되어야 자세한 정황들이 밝혀질 수 있을 것 같은데 잘 안 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다.

  "고용주, 노동부, 제도가 막고 있는 걸로 봐야죠. 보도가 나가니 저희는 접근을 차단당했고, 외부에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니까 부천에 있는 트라우마센터에서 한 번 상담하고, 두 번 더 하기로 했어요. 가만히 있었으면 그런 조치들도 없었겠죠."

  농촌이주노동자 주거환경의 문제는 2017년 이주노동자 숙소와 대기실 컨테이너 화재로 인한 사건들, 지난해 여름 홍수 시 이재민의 80%가 비닐하우스에 거주하던 이주노동자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끊임없이 제기되었다. 비정상적인 주거문제가 왜 해결되지 않는지 궁금했다.

  "주거문제를 주거권으로 접근하지 않아서 그런 거 같아요. 이주 노동자를 불러왔으면 살 곳에 대한 준비를 해야하잖아요. 해마다 6만 명씩 합법적으로 들어오고, 또 그 만큼씩 돌아가거든요. 고용허가제는 국가가 독점적으로 인력을 알선해서 노동자가 다른 데로 이동하지 못하도록 묶어놓고, 만일 나가면 미등록 체류자로 만드는 시스템이에요. 그럼 그 안에라도 생명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조건은 있어야 할 게 아니에요. 그런데 그게 없다는 거죠.
  2017년에 생긴 '숙식비 징수지침'이라는 게 있거든요. 그 전에는 월급이 110만 원인데 집값이 50만 원인 경우도 많았어요. 근데 그런 집이 농수로 위에 컨테이너인 숙소였어요. 이것을 이주노동자들이 담아온 영상으로 봤고, 노동부에 몇 차례 얘기했어요. 임금에서 숙소비를 떼게 하면 안 된다고 진정했는데 고용감독관이 '이건 근로기준법 관련사항이 아니어서 조사 못 한'대요. 숙소 문제는 노동부가 해결 못 한다면서. 계속 문제기를 하자, 2017년에 노동부가 소위 '외국인 근로자 숙식제공 및  비용징수 관련 업무지침'이란 것을 내놓았어요. 그리고 그 후에는 근로기준법 제10장에 기숙사에 관한 규정을 개정했고요.
  그런데 위 지침에 심각한 문제가 있어요. '기숙사인지 아닌지 여부'를 명확하지 않게 숙소 제공에 대한 징수지침으로만 해놓은 거예요. 이번에 비닐하우스에서 노동자가 사망한 사건이 크게 불거지니까 지금에서야, 명확하게 고용주가 책임을 져야한다고 다시 미루고 처벌을 하겠다고 하는데 시정지시를 내리는 거 말고는 별 대책이 없어요. 여전히 부당한 지침은 그대로 남겨두고요."

  이주노동자단체 실태조사에 따르면 외국인고용법을 개정해 면적, 냉난방시설, 소방시설 등 12개 기준을 마련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기숙사 시설개선 명령을 1만 1000곳에서 받았지만, 조치에 나선 비율은 0.3%에 불과했다는 보고가 있다. 시정지시에도 개선이 안 되는 이유가 무엇일까?

  "처벌규정이 있다기보다, 농지법 위반은 원상복구명령을 하는 거예요. 근로감독관은 사법경찰권이 있고, 경찰은 속헹씨가 살았던 농막이 6평 이상이라는 것에 대해서만 조사했다고 해요. 시당국에서 미등록 건물 관리를 해야 하는데 미루는 형국이에요. 처벌도 과태료 30만원 정도라고 들었어요. 노동자가 생활할 최소한의 주거권은 국가 시행 사업이니 노동부가 기본적으로 책임 있다고 봐요.
  최근 발표한 통계를 보면 고용허가제 노동자 25만 명 중 70%는 온전한 집이 아니라 컨테이너든 샌드위치 패널이든 임시가설숙소에서 살고 있다는 거예요. 고용노동부는, 2017년 처음에는 말 그대로 '비닐하우스'만 막았어요. 전체 숙소의 1%였어요. 속헹씨의 숙소는 숙소 종류의 30%에 해당하는, 안에는 샌드위치패널 조립물이 있고 그 바깥을 까맣게 덮은 비닐하우스거든요. 올해 1월 노동부는 개선안이랍시고 '비닐하우스가 없는 임시가설 숙소는 된다'고 하고 있어요. 이것은, 다시 말하면 비닐하우스만 벗기면 샌드위치패널과 컨테이너는 상관없게 되는 미봉책인 거죠.
  이주노동자가 낯선 나라에서 어떻게 살아갈지 소개자인 노동부가, 20살 이주노동자가 밭만 있는 농지나 임야에서 어떻게 자고 먹고 씻고, 문화생활은 어떻게 할 수 있는지, 필요한 장치는 무엇인지 안내를 해야하잖아요. 그런 게 없으니 노동자들은 고용주에게 의존해야 하고, 더욱 예속될 수밖에 없어요. 지난해부터는 건강보험도 지역건강보험료를 내야 해요. 속헹씨도 12만 원씩 냈어요. 월급 130만~150만 원인데 한국 건강보험료 평균액으로 부과를 한 거예요."

  근본적으로 고용허가제가 노동허가제로 바뀌려면 노동부, 사업주가 바뀌어야 한다. 당사자나 문제를 인식하는 단위에서 끊임없이 제기하고 사회화하는 것이 필요할 텐데 대책위의 향후계획에 대해 들었다.

  "속헹씨가 지금의 제도 내에서 받을 수 있는 보상을 받고, 정부가 최소한의 이주노동자 주거권에 대한 미봉책이라도 잘 시행하게 해야죠. 70%의 주택문제에 대해서 지자체, 노동부가 노동자 생명권이 위협받지 않게 하려면, 한국 사람들이 야채가 비싸서 덜 먹더라도 농촌이주노동자의 피와 뼈를 갈아 넣지 않게 해야 해요. 노동시간 같은 것들이 전부 감춰져 있는 것도 큰 문제예요. 근로계약서에는 전부 하루에 8시간 일한다고 되어 있지만, 한 달에 이틀 쉬고, 10시간 노동이 기본이라는 거예요.
  대책위는 속헹씨 사망사건에 대한 대응을 하면서, 고용허가제의 부당함을 다시 짚고, 농촌이주노동자 주거문제에 대해 노동부가 제대로 책임지고 조치할 수 있게 정책감시와 압박을 계속 하는 활동을 진행해야겠죠."

  김이찬 대표는 노동자가 힘들더라도 자기 권리를 찾기 위해 공부하고 서로 목소리를 모으고, 혼자 말할 수 없는 문제는 나눠서 연대를 통해 할 수 있다는 의지를 가졌으면 좋겠다며, 그래야 적어도 죽음은 막을 수 있지 않겠냐는 말을 일터 독자에게 나누고 싶다고 했다. 2시간 가까이 진행된 인터뷰에서 나온 농촌이주노동자의 적나라한 이야기들을 지면상 모두 담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담지 못한 이야기는 <비닐하우스는 집이 아니다>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시길 권한다.

[연구리포트] 사무금융노동자의 정신질환 사태 / 2021.02

[연구리포트]

 

사무금융노동자의 정신질환 사태

 

김영선, 이유민, 정지윤, 류한소, 김지안, 최민, 장순원, 박경환/연구팀

 

 

1. 들어가며

  <사무금융 노동자 업무상 정신질환 실태 및 대응 연구>는 증권, 여수신, 보험 등 사무금융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정신질환 실태 조사로 2020년 3월부터 11월까지 진행됐다. 금융업 전체의 정신질환 상태를 다층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기사분석, 설문분석, 면접분석을 활용했다. 이는 정신질환의 추세, 실태, 의미를 다면적으로 파악하기 위함이었다.
  기사분석은 30여 년 간 미디어화된 금융노동자 자살 사건(109건)을 대상으로 자살의 분포와 추세를 파악했다. 설문분석은 조합원 1181명을 대상으로 정신질환 양상을 기술하고 집단별 차이를 구체화했다. 면접분석은 조합원 16명의 인터뷰를 통해 정신질환의 독특한 분포가 조직의 구조적 요인들과 어떻게 연관되는지를 밝히고자 했다.

2. 기사분석: 추세

  금융노동자의 자살 추세를 보면, 전체적으로 가파른 증가세(90년대 22건에서 2000년대 32건, 2010년대 55건)를 보였다. 특히 2010-2013년(6건, 7건, 7건, 14건)과 2004-2005년(10건, 6건)의 시기가 유독 높았다. 지점 통폐합이나 인력 감축 등의 대규모 구조조정이 크게 작용한 바다.
  자살 사건 가운데 업무관련성 자살의 비율을 시기별로 보면, 90년대 22건의 자살 가운데 업무관련성 자살은 9건(40.9%)이었다. 대부분 은행 노동자의 자살 사건이었다. 2000년대 32건의 자살 가운데 업무관련성 자살은 12건(37.5%)으로 증권 노동자의 자살이 많은 수를 차지했다. 2010년대 55건의 자살 가운데 업무관련성 자살은 26건(47.3%)이었다. 업무관련성 자살 사건이 경향적으로 증가하고 있었고 업무관련성 요인으로는 실적 압박과 연관된 내용들이 많았다. 이런 경향은 특히 2000년대 들어서면서 그리고 증권 노동자의 자살 사건에서 두드러졌다.
  금융노동자의 자살 사건을 다룬 기사에는 유달리 불법적 관행과 연관된 내용들이 많았다. 차명계좌, 지인계약 같이 업무 관행, 불법적 요소, 실적 압박 간의 경계가 모호하고 뒤엉키면서 발생한 사건들이다. 불법이 방조된 채 실적을 채워야 하는 업계 관행이 꽤 빈번했던 것으로 보인다.
  불법적 관행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 아니다. 기사에서 불법적 관행이 재현될 때 많은 경우 실적 쥐어짜기 시스템이 유발한 자살 ‘맥락’은 누락되고 만다. 이렇게 위법적 요소가 미디어화 될수록 자살은 개인 문제로 귀착되고 위법적 관행을 방조하는 실적 쥐어짜기는 재생산되는 효과를 발휘하는 것으로 보인다. 자살을 유발하는 맥락으로서의 실적 중심주의 조직문화나 경영방식을 면밀하게 문제화해야 하는 이유다.

3. 설문분석: 실태

  사무금융 노동자의 정신건강 지표는 ‘빨간불’이다. 고위험음주 및 업무 후 정신적 지침을 호소하는 비율이 매우 높았고, 직무스트레스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비율이 모든 업종에서 50% 이상이었으며, 감정노동 관련해서는 조직의 보호체계를 통해 지지받지 못한다는 응답이 90% 이상이었고, 감정부조화를 겪는 비율은 80%에 달했다. 또한, 대부분 직장 내 성적·정신적 폭력영역, 고객의 정신적·성적 폭력에 노출되어 있고,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 25개 예시에 대해 90.4%가 직장 내 괴롭힘을 한 번 이상은 경험했다.
  둘째, ‘성과 압박’은 사무금융 노동자의 특징적인 위험 요소로 확인됐다. 노동강도를 강화시키는 요인에서 가장 많은 빈도를 보인 것은 “영업·업무 성과에 대한 압박”이었고, ‘업무적으로 성과를 내야 한다는 것에 압박을 느낀다’는 항목에서 80% 이상, ‘불법적인 행위를 해서라도 성과를 내고 싶을 때가 있는가’라는 항목에는 26.4%가 ‘있었다’고 답했다. 또한 성과 압박과 자살 간의 상관분석을 통해 성과 압박이 자살이라는 위험도 높은 상태와 관련성이 높게 나타났다.
  

▲   성과압박에 따른 자살 생각·계획·시도 간의 상관성

 

  정신건강 지표가 전반적으로 빨간불인 가운데, 업종별·직무별 위험의 정도는 달랐다. 첫째, 업종별로는 ‘여수신’의 경우 성과 압박에 대해 가장 높은 부담을 보였고, 특히 여성의 불안, 우울, 자살 생각·계획·시도 비율이 가장 높았다. ‘보험’의 경우 감정노동의 측면에서는 직장 내 지지체계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비율이 가장 높았고, 감정부조화를 가장 많이 느끼고 있었다. 특히 남성의 경우 불안, 우울, 자살 생각·계획·시도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증권’의 경우 불법적인 일을 해서라도 성과를 올리고 싶은 성과 압박을 가장 많이 느끼고 있었다.
  둘째, 직무별로는 ‘본사 관리 및 지원’에서 여성의 우울 비율이 가장 높았다. ‘지점현장 관리 및 지원’은 정신적 지침이 가장 많은 직무였으며, 관계갈등 및 직무불안정에서 가장 높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고, 남성의 불안, 우울, 자살 생각·계획·시도가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 ‘본사 영업’의 경우 성과 압박을 95%가 경험하고 있었다. 또한 폭력에서 직장 내 정신적·성적 폭력도 높지만 무엇보다 고객의 신체적 폭력에 상당히 노출되어 있었고, 감정노동에서는 ‘직장 내 지지를 받지 못한다’는 응답이 100%였다. 한편, 여성의 경우에는 자살 생각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직무였다. ‘지점 현장 영업 및 보상’의 경우에는 ‘성과 압박을 느낀다’는 응답이 95%를 차지했고, ‘불법적인 일을 해서라도 성과를 내고 싶다’는 응답이 43.7%로 매우 높았다. 그리고 감정노동 측면에서 감정부조화를 가장 많이 느끼고 있었으며, 여성의 경우에는 불안 및 자살 시도가 높은 비율을 보였다. ‘콜센터’의 경우에는 업무의 어려움 정도를 추정하는 보그지수에서 14.2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보였고, 정신적 지침에서도 90.3%나 되는 응답자가 어려움을 호소했다. 또한 직무스트레스 항목 중 직무불안정과 직무요구가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으며, 폭력 측면에서 고객의 정신적·성적 폭력의 경험이 93.1%로 가장 높은 비율로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전산 IT’에서는 직장 내 성적·정신적 폭력에 대해 70%나 응답했고, 여성의 경우에는 다른 직무에 비해 자살 생각이 50%로 가장 높았다.

4. 면접 분석: 의미

  첫 번째 키워드 ‘성과 압박’. 사무금융 노동자들의 가장 큰 스트레스 요인은 성과 압박이었다. 2000년대 초반 성과급제 도입 이후 20년이 지난 지금 발견되는 노동자들의 정신질환은 성과를 위한 ‘자기 착취’를 노동자들이 내면화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방증으로 볼 수 있다. 증권업의 경우, 노동자들의 자살은 증권업 자체의 ‘리스크’를 개별 노동자가 감수하는 구조에서 발생하는 사건으로 볼 수 있다. 위험에 대한 불안 정도가 높고, 24시간 계속되는 전지구적인 금융시스템 아래에서 증권 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과 불면에 자주 시달린다. 보험업의 경우, 귀책사유 없이 금감원에 접수되는 소비자들의 ‘억지 민원’ 탓에 많은 노동자들이 공황장애를 호소했다. 한편, 성과 압박 체제는 저성과자 프로그램이 이름만 바뀐 채로 지속되는 모양새였고, 여성들에게 각오나 포기를 요구하는 남성중심적인 조직문화와 꽤 친화적이었다.
  두 번째 키워드 ‘욕 먹는 값’. 보험 보상 노동자들은 죄송함을 달고 살고 있었고, 증권 노동자들은 고객 손실까지 사비로 보전하며, 지점 관리 및 지원직 노동자들은 지점에서 큰 소리가 나지 않도록 사과해야 하는 등 저자세를 취해야 했다. 이들의 친절과 사과는 성과 압박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었다. ‘감정노동자 보호법’ 시행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업장은 미미한 대응으로 일관한 탓에 보호장치가 부재한 형국이었다.
  세 번째 키워드 ‘괴물을 키우는 구조’. 상사의 괴롭힘은 관리자의 개인적 속성이 아니라 성과 압박이라는 체제와 연관된 결과라고 보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과중한 업무부여, 승진 누락, 실적 몰아주기 등 조직 차원의 ‘합리적’ 방식들이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미시적인 관계 폭력으로 발현되고 있었다.
  넷째, 기술 변화 차원. 지점 관리 및 지원직 노동자들은 지점 축소 및 통폐합으로 극심한 노동강도를 호소했다. 신기술 변화의 이면에 여전히 ‘사람’이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고 강조한다. 노동환경의 변화로 인한 스트레스를 당장 느끼지 않은 직종이라 하더라도 불안감에 휩싸여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신금융’ 상품 개발에 대한 스트레스가 적잖게 발견됐다.
  마지막으로, 대응과 지지의 언어들. 직무스트레스에 대한 대응이나 지지가 조직적이라기보다는 취미 등의 개별적인 전략으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했다. 또한, 낙인에 대한 우려로 정신질환의 치료 자체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졌다. EAP 프로그램과 관련해서는 홍보 부족, 실질적인 접근의 어려움, 회사에 알려질 것에 대한 우려를 지적했다. EAP 프로그램은 정신건강의 문제를 호소하는 노동자를 위해 회사가 제공할 수 있는 “최소한”의 지원이지 최대한의 조치는 아닌 것이다.

5. 개선 방안

  첫째, 회사별 노동자 정신건강 증진 체계 수립. 정신건강 문제가 전반적으로 심각하지만, 개별화된 대응이 빈도 높게 발견됐다. 정신건강 문제의 원인 찾기, 필요한 자원 제공하기, 정신질환 앓고 있는 구성원의 적응 돕기 등 관련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체계 수립을 위해 우선 정신질환 문제가 조직 차원의 문제라는 인식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한편, 업종별, 직무별, 성별 다양한 원인 차이가 발견되는데, 이를 위한 실태 조사, 대안 토론 조직, 조합원 교육 등의 후속 조치도 요구된다. 서울교통공사의 ‘힐링센터’를 모델 삼은 ‘사업장 기반 정신건강 전담 기구’ 설치도 유효하리라 본다. 마지막으로, 포괄적인 체계 마련과 동시에 고위험군(남성 자살 시도 3.6%, 여성 자살 시도 5.5%)에 대한 예방 프로그램도 절실한 상황이다.
  둘째, 실적주의에 기대지 않은 금융노동 모색. 성과 압박과 자살 생각·계획·시도 간의 상관성이 높았던 결과에서 알 수 있듯이, 실적주의 체계가 핵심 스트레스 요인이었음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성과평가와 분배원칙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노동자가 생각하는 공정한 성과평가 기준 마련, 평가위원회 구성, 사업장별 평가방식에 대한 공개토론 등을 통해 가능할 것이다. 또한 조직 차원의 영업 방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위험도가 높은 상품 개발이나 공격적인 영업 방식 대신에 안정적인 운용 방식을 통해 직무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상품 개발이나 영업 방식에 대한 노동자 관점의 평가 또한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노동조합의 전략 및 정책 수립과 관련해 노조 간부 대상의 교육이 우선 실시되어야 한다. 일종의 정신건강 관련한 공감도와 감수성을 키우는 교육이다. 또한 업종 전체의 ‘평균치’를 높이기 위해 법제도를 실질화해야 한다. 산별노조로서의 역할로 금융노동자들의 ‘공통적인 고통’을 매개로 이를 제어할 수 있는 법제도의 변화를 이끌어내야 할 것이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작업 중지·대피’를 삽입하거나 산업안전보건법 상의 ‘위험성평가’를 금융업에 적합하도록 개발하는 사업을 우선 실천할 수 있을 것이다.

 

 

 

[직환의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플랫폼 노동 건강 아이디어톤에서 만난 플랫폼 노동자 / 2021.02

[직환의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플랫폼 노동 건강 아이디어톤에서 만난 플랫폼 노동자

 

이진우/회원, 직업환경의학전문의

 

 

 지난 1월 20일 플랫폼 노동 건강 아이디어톤(참여형 포럼)이 열렸다. 연세대 윤진하 교수 연구팀, 사회적협동조합 빠띠와 서울대학교 연구팀이 공동주최한 이 행사는 플랫폼 노동자와 직역별 전문가(산업보건, 보건정책/형평성, 지역사회, 법률/노무)가 직접 참여하여 플랫폼 노동 건강과 관련된 주제에 대해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열린 방식의 포럼이다. 이 포럼에서 플랫폼 노동자들의 건강과 휴식을 어떻게 보장할 수 있을지 논의했던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행사가 시작되고 각 팀이 준비한 플랫폼 노동자의 건강관리 방안을 발표했다. 우리 팀은 거점 기반 건강관리 프로그램 제공과 휴식시간 확보방안을 아이디어로 제시했다. 발표에 대해 플랫폼 노동자와 자문단이 각 팀에 방문하여 의견을 제시했는데, 이런 의견 수렴을 통해 각 팀의 건강관리 방안을 더욱 구체화하고, 현실성을 높일 수 있었다.
  가사노동자를 힘들게 하는 근본 지점에는 가사노동에 대한 낮은 사회적 인식이 있었다. 잠깐 앉아 쉬면 CCTV 감시로 확인되어 불만 전화를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가사노동 중에는 식사가 어려워 간식을 들고 다니면서 놀이터에서 끼니를 때우게 된다고 한다. 최근 활발해진 플랫폼 기반 가사노동의 이용약관에 노동자들의 휴식시간이나 권리를 명시하는 방안도 필요하고, 가사노동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에 대한 캠페인도 중요할 것이다.
  가사노동을 하는 노동자 대부분이 중장년층 여성이고, 신체적, 정신적 질환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다. 가족들에게 일한다는 사실을 알리지 못하는 경우도 상당수여서, 관련된 질병을 가족과 상의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얼마 전 영등포구 보건소에서 50대 여성 건강 교육을 진행했는데 반응이 좋았다고 한다. 가사 노동자들은 본인이 일하는 반경에 이동노동자쉼터가 없다면 이동 중간에 이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현재의 노동자 쉼터가 대리운전노동자나 배달노동자 중심, 남성 중심으로 운영된다고 생각하는 분이 많아 가사노동자의 이용률이 높지 않다. 저녁 시간을 이용해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면 참여율이 높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정신적 스트레스도 높은 편이라 이에 대한 상담도 진행한다면 좋겠다는 의견을 들었다.

 

▲   지난 21년 1월 20일 플랫폼 노동 건강과 관련된 주제에 대해 아이디어를 나누는 <플랫폼 노동 건강 아이디어톤(참여형 포럼)>이 열렸다.

 

  대리운전 노동자와도 미팅이 진행되었다. 현재 이동노동자쉼터 모델은 대리운전 노동자의 휴식공간으로 마련된 측면이 크다. 앞으로는 휴식 공간으로의 활용을 넘어, 정기적인 건강 관련 프로그램을 배치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서울 서초의 이동노동자 쉼터에서는 근로자건강센터와 연계해 월 1회 6~8시에 운동관리사 지원 프로그램이 운영된 바가 있었고, 상당히 호응이 좋았다고 한다. 카카오대리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대리운전 노동자들은 직무교육, 기초소양교육, 자동차기능, 안전보건 관련 교육들을 온라인을 기본으로 오프라인과 병행해서 진행하고 있다.
  추가적인 대면 교육이나 건강관련 프로그램이 마련된다면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있었다.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쉼터와 연계기관을 더욱 확대하고, 이를 널리 알릴 수 있는 채널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배달노동자는 쉼터의 존재는 알지만 워낙 개수가 부족해서 이용이 활발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점심시간과 저녁시간 사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간에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배치하는 방안에 미팅에 참여한 노동자는 긍정적인 답을 선뜻하지 않았다.
  이동거리가 너무 길다는 것이다. 바우처 등을 통해 개별 배달노동자가 근골격계 치료를 받거나 건강검진을 하는 방식이 현실성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들에게 건강관리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은 단순 건강관리 측면을 넘어서, 플랫폼으로 분절화된 노동을 모이는 공간으로 만드는 측면도 있다.
  우리팀은 찾아가는 플랫폼노동자 건강상담소 운영을 최종안으로 발표했다. 이동노동자쉼터와 시청과 구청 등의 시민이용공간을 활용하여, 플랫폼 노동자의 건강을 지속적으로 관리하자는 것이다. 주차별로 건강관리 운영프로그램을 기획했다. 1주는 건강진단 및 심리상담, 2주는 건강교육, 3주는 건강/심리 상담 및 운동치료, 4주는 법률지원로 구성한다. 직종별 맞춤형 프로그램을 주1회 운영하되, 배달노동자는 3~4시, 대리운전노동자는 4~5시, 가사노동자는 5~6시로 정했다.
  지원기관은 경기도 우리회사건강주치의 사업을 하는 노동자건강증진센터 및 근로자건강센터이다. 이용자가 참여하는 쉼터 운영위원회를 통해 프로그램 및 전체 운영방안을 개선하고, 지역사회 차원에서 플랫폼 노동 개선을 위한 거버넌스를 형성하고자 했다. 쉼터의 위치 정보와 운영 중인 프로그램 정보를 제공하고, 온라인 자가진단 도구를 통해 상담과 연계를 도모한다.
  휴식시간 보장 방안을 위해서 가사노동자의 경우에는 이용약관 명시 및 대시민 캠페인을 제시했다. 배달노동자는 작업건수에 비례해 휴식수당을 보장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1건에 200원의 휴식수당을 도입해 1일 20건 정도 배달 시 4천원 정도가 적립되고, 배달노동자가 휴식권을 사용하면 20분간 콜을 받지 않고 4천원을 수입으로 제공받는다. 또한, 노동자가 고객을 평가하는 상호 평가 시스템 도입도 제안했다.
  다른 팀들은 플랫폼 노동자 전용 온라인 마당으로 소통과 교육, 안전, 보건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 플랫폼 노동자의 건강권 향상을 위한 건강증진부담금 부과 방안, 개방형(Open-API) 플랫폼 종사자 보호 앱을 기반으로 온라인 교육, 정보 전달체계구축, 과로방지(휴식계산 및 알림), 차량 정비알림, 온라인 상담체계 구축, 플랫폼 사업주 및 종사자 인센티브 방안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포럼 결과물들은 연구진들의 추가 연구에 디딤돌이 될 예정이다. 플랫폼 노동자가 직접 참여하는 건강관리방안이 확산되고 실질화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사단법인전국배달라이더협회 2021.04.22 17:07 ADDR 수정/삭제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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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노동 건강상식] 돌봄노동자의 성폭력 위험을 예방하기 위한 과제 / 202.02

[여성노동 건강상식] 

 

돌봄노동자의 성폭력 위험을 예방하기 위한 과제

 

추혜인/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가정의학과 전문의

 

 

  '요양보호사'라고 하면 중장년 여성의 이미지가 떠오르는 만큼 전체 요양보호사의 85% 이상이 50대 이상의 여성들이다. 고령자 노동에 대하여, 특히 요양보호사들이 방문요양을 통해 제공하는 1대1의 고립된 노동과 성폭력의 위험에 대해서는 지난 <일터>에서도 여러 차례 조망한 적이 있다.
  2020년 말인 11월, 서울시 어르신돌봄종사자 종합지원센터에서는 '서울시 장기요양 현장 성희롱 피해 근절 대책 마련 토론회'를 열었다. 요양보호사 23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42.4%가 업무 중 성희롱/성폭력을 경험했다는 응답을 했다. 서울시 전체 요양보호사 중 무작위로 뽑은 표본이 아닐 것이므로, 사실 전국 44만 명 요양보호사에게 이 비율을 일괄적으로 적용할 순 없다.
  다만, 위 설문조사 결과 중 필자가 주목하는 숫자는 성희롱/성폭력 유경험자 중에서 이것이 단 1회로 끝났다고 보고한 사람이 28.3%에 그쳤고, 6개월 이상 지속된 경우도 17.0%에 이른다는 응답이었다. 또한 기관운영자에게 보고하거나 조치를 요구하는 경우는 17.3%에 불과했다는 응답이었다.
왜 일을 하는 과정에서 성희롱/성폭력을 겪어도 그 즉시 제지하지 못하는지, 6개월째 그 현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지, 또는 관리자에게 제대로 보고하고 시정을 요구하지 못하는지. 우린 그 이유를 너무 잘 알고 있다.

가로막힌 성폭력 피해의 목소리들

  요양보호사는 거동이 불편하거나 인지가 저하된 노인에 밀착해서 돌보는 일을 한다. 요양서비스의 대부분이 재가 요양(가정에 방문하여 요양서비스를 제공) 형태이다 보니, 집이라는 밀폐된 공간에서 서비스를 제공받는 사람과 제공하는 사람이 1대1로 마주하게 된다. 이런 환경에서 성희롱/성폭력이 보다 쉽게 벌어질 수 있으며, 증인과 증거가 없는 경우가 많아 피해자가 문제제기를 하기 어렵다.
  또한 고령 여성들이 담당하는 노동은 저임금일 뿐만 아니라, 전문적인 노동으로 인정되기 힘들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돌봄이 전문적인 노동이 아닌 허드렛일처럼, 누구나 손쉽게 할 수 있는 일인 것처럼 여기고 있다. 이는 자연히 요양보호사의 처우를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사회구성원의 생명을 유지하고 삶을 돌보는 등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일을 담당함에도, 제대로 된 노동조건을 보장받기는커녕 온갖 비인격적인 대우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나아가 여성 노동자들의 돌봄노동에 대한 사회적 저평가는 직장 내 성희롱 문제를 제기하는 요양보호사의 의견을 쉬이 묵살하게 만드는 분위기로 조장한다.

요양보호사의 안전을 지켜줄 장치가 없다

  방문요양을 제공하는 요양보호사는 하루에 몇 시간씩 일주일에 몇 번, 2~3명 이용자의 집을 방문하여 요양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노동한다. 그러다 보니 근무시간이 유동적이라는 특성이 장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임금도 이에 따라 들쑥날쑥하다는 점에서 노동자들에게 압박이 되기도 한다.
  요양보호사도 남녀고용평등법의 적용, 즉 직장 내 성희롱 규정들을 적용받게 된다. 대부분의 성희롱/성폭력이 이용자 노인에 의해 자행된다는 점으로 볼 때, '고객에 의한 성희롱에 대하여 사용자의 조치 의무를 규정한' 남녀고용평등법을 원칙적으로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당장 성폭력이 있었다고 해서 그 노인의 집에 가지 않겠다고 한다면, 다음 노인 이용자와 매칭이 될 때까지 요양보호사는 사실상 수입이 없다. 가해자에 대한 아무런 조치는 취해지지 않고, 오히려 요양보호사의 임금만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이다.
  왜냐하면, 건강보험(장기요양보험)은 요양기관이 요양보호사를 전일제로 고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수가를 책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요양보호사가 이용자 노인의 가정을 방문하여 집안에 부착된 코드를 찍은 그 순간부터 다시 그 코드를 찍고 나올 때까지의 시간만큼만 수가로 인정한다. 그것도 최저임금을 줄 정도의 수가만으로. 그러니 성희롱/성폭력 현장에서 벗어나기 위해 남녀고용평등법에 명시된 유급휴가를 신청하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게다가 현행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은 노인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요양보호사가 노인을 학대하는 경우는 상정하지만, 반대로 노인 이용자나 가족이 요양보호사의 인권을 침해하는 경우는 상상하지 않는 채로 만들어진 것이다. 결국, 아무리 많은 성희롱·성폭력, 심지어 폭언·폭행 등의 가해행위가 발생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노인 이용자에 대한 서비스를 요양보호사가 중단할 방법이 없다.

 

▲   요양보호사들이 노동자로서 정당한 권리를 보장받고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성폭력 예방을 위한 3가지 방향

  반성폭력 운동은 크게 3갈래로 나뉜다고 한다. 첫째는 성폭력특별법을 만들고 해바라기(성폭력/가정폭력ONESTOP지원)센터를 만드는 것과 같은 법제도를 만드는 운동이다. 둘째는 피해자를 상담하고 지지하고 지원하는 운동이다. 셋째는 피해자가 더이상 약한 피해자의 위치에 고립되지 있지 않을 수 있도록, 자기방어를 통해 좀 더 강건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피해자의 생존을 도모하는 운동이다. 물론 이 운동들은 따로 떨어진 것이 아니라,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순환되는 운동이다.
  요양보호사의 성희롱/성폭력 위험과 관련해서도 다음과 같이 상상해보면 어떨까. 성희롱 등 가해를 한 이용자의 가정은 당연하고, 요양서비스가 제공되는 모든 일터에 2인 1조 혹은 이용인과 동성(性)인 요양보호사를 투입할 수 있도록 비용을 지원하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반복적으로 여러 요양기관이나 요양보호사로부터 동일한 문제를 지적받은 가해 이용자에 대해서는 장기요양 수급자의 권리를 박탈하는 것도 상상해볼 수 있다. (물론 이런 경우, 인지기능의 저하가 있는 노인들은 별도의 조치가 필요할 것이기에, 이용자의 유형과 상황에 따라 보호 조치를 다양하게 취하는 게 필요하다) 그래야 이용자나 이용자의 가족이 경각심을 가지고, 장기요양제도를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다음으로 돌봄 현장에서의 성폭력/성희롱이 발생하였을 경우, 즉시 사건 현장에서 요양보호사가 벗어날 수 있도록 분리조치를 취해야 한다. 요양보호사에게 유급휴가를 보장해주고,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충분한 휴식과 필요한 경우 심리지원이 동반되어야 한다. 나아가 현장조사를 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독립된 기구가 필요하다.
  개별 요양기관들의 경우, 이용자와 고객의 관계에 놓여 있다. 그렇기에 제대로 조사를 하고 예방조치를 명확히 취하기 어렵다. 이용자들의 민원을 피하고 이용자 수를 유지하거나 늘려서 평가가 낮아지는 걸 막고 싶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성희롱·성폭력 문제에 잘 대처한 요양기관에는 대해서는 특별한 지원을 하는 등의 지원대책도 고려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일은 돌보는 이들이 돌봄에 대한 적절한 권한을 가지는 것이다. 달리 말해, 요양보호사들이 노동자로서 정당한 권리를 보장받고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법제도적으로 이들의 권리가 표명되고 보장되어야 한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돌봄노동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시각이 바뀌어야 한다. 돌봄의 사회적 가치가 인정되어야 한다. 돌봄노동이 필수적이고 전문적인 노동으로 자리매김할수록, 요양보호사 직종에 대한 사회적인 존중감과 요양보호사들 스스로의 사명감이 커질 수 있다.
  이에 더해, 노동자들 스스로 자신을 돌볼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하는 일도 필요하다. 필자가 일하고 있는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에서는 돌보는 이들을 위한 자원활동가 교육 안에 '자기방어훈련' 프로그램을 넣었다. '집안'이라는 밀폐된 공간, '돌봄'이라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대단히 밀착된 노동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적절한 자기방어와 거리 유지가 가능해야, 돌보는 이들도 자기 자신을, 나아가 어르신을 더 잘 돌볼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요양보호사 스스로도 성폭력/성희롱을 경험하고 나서 가장 많이 드는 생각이 '에휴, 노인이라 어쩔 수 없다, 몸이 불편하니 내가 이해해야지', '치매인데 어쩌겠어'라는 것이라 한다. 일면 그 마음이 이해가 가면서도, 어쩌면 오랫동안 반복적인 폭력에 노출된 이들의 체화된 무기력을 닮아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일이다.

[동아시아 과로사통신] 카메라 뒤에 사람이 있다 / 2021.02

[동아시아 과로사통신]

 

카메라 뒤에 사람이 있다

 

진재연/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사무국장

 

 

"하루에 20시간 넘는 노동을 부과하고 두세 시간 재운 뒤 다시 현장으로 노동자를 불러내고 우리가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이미 지쳐 있는 노동자들을 독촉하고 등 떠밀고 제가 가장 경멸했던 삶이기에 더 이어가긴 어려웠어요." - 고 이한빛 피디 유서 중


  2016년 10월 26일 tvN 드라마 <혼술남녀>의 조연출 이한빛 PD가 드라마 종영 다음 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의 유서에는 아주 오랜 시간 동안 당연하게 여겨왔던 방송 제작 환경의 문제점들이 고스란히 적혀 있었다. 20시간이 넘는 초장시간 노동, 위험한 촬영 현장, 폭언과 모욕이 떠나지 않는 군대식의 위계적인 상하 관계, 다층적인 하청 관계. 위로가 되는 드라마를 만들고 싶었던 한 젊은 PD의 죽음은 두껍고 단단한 방송산업의 문제들을 세상에 드러나게 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400~500시간이나 긴 시간을 더 일하는 한국에서 방송 제작 현장의 초장시간 노동은 더욱 악명이 높다. '방송 펑크 낼 거야?' 한 마디면 뭐든 감내해야 하는 곳, 밤샘 촬영은 기본이고 적정 업무시간이 존재하지 않는 곳, 한밤중에 촬영이 끝나면 다음 날 촬영을 위해 찜질방‧사우나에서 쪽잠을 자야 하는 곳이 방송 제작 현장이다.
  "잠을 안 재워요", "찜질방이 아닌 여관이라도 잡아주면 좋겠어요", "밥 좀 주세요", "지금 촬영 24시간 넘어가고 있어요" 이한빛 피디의 뜻을 잇고자 2018년 설립된 한빛센터 활동 초기에 들어온 상담 내용들이다. 한빛센터를 비롯한 여러 사회단체, 노동조합의 활동으로 조금씩 변화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여전히 방송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청률, 제작비일 뿐 노동자들의 안전과 건강이 우선순위가 아니다.
  방송 현장에서 초장시간 노동이 가능했던 이유는 첫째, 방송 제작의 특수성이라는 명목으로 야간 노동, 밤샘 노동이 전혀 문제 되지 않는 문화가 지속되어 왔고, 둘째, 법 제도적으로도 장시간 노동을 규제할 만한 장치가 없었기 때문이다. 방송업은 '근로시간 특례업종'이라는 이유로 오랜 시간 무제한 노동이 가능한 영역이었다. 노동시간 규제 없는 촬영, 야간 촬영이 빈번하니 늘 수면 부족에 시달리고 어제와 오늘의 경계라 불분명한 '디졸브' 노동을 하게 된다.
  tvN 드라마 <화유기>의 미술팀 스태프 추락사고, TV조선 <미스트롯>의 프리랜서 카메라 감독 추락사고,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에서의 교통사고, 최근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의 세트장 붕괴와 화재 사건 같은 사고들은 모두 밤샘노동, 장시간 촬영과정에서 생긴 일이다.
  늘 쫓기듯 바쁘게 촬영이 진행되다 보니 급하게 움직이다가 발생한 크고 작은 사고들, 안전장치를 준비할 시간보다 일단 찍는 게 중요하니 위험천만한 상황에서 진행되는 차량씬, 절벽씬, 수중씬들, 졸음으로 인한 빈번한 교통사고들. 방송을 위해서라면 초장시간 노동도, 각종 위험한 상황도 무릅쓰고 촬영을 강행해야 하는 현재 노동조건에는, 이러한 사고들을 당할 가능성이 늘 턱밑까지 차 있다.

예측불가능한 노동과 삶

   노동시간이 길뿐 아니라 불규칙하고 예측할 수 없다는 것도 큰 문제다. 노동자들이 자신의 일상과 삶을 계획하며 살지 못하고 늘 촬영 일정에 맞춰 대기 중이어야 한다. 기본적인 수면시간, 휴식시간, 일상의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일하면서도 비정규직 프리랜서 계약을 강요받으며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니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게 대다수 방송노동자의 현실이기도 하다.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육체적 고통, 부당한 상황에서도 문제제기하기 어려운 법적 현실적 지위, 그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한 다각도의 고민이 필요하다.
  2018년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방송업이 특례업종에서 빠지고, '주 52시간 상한제'가 단계적으로 시행되면서 2021년부터는 방송 현장도 더이상 52시간 상한제를 우회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최근 촬영시간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기는 하지만 방송사 제작사들은 여전히도 적정 노동시간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하고 있지 않을 뿐 아니라 최근 JTBC와 같이 근로자 대표와의 서명 합의도 없이 자의적 '3개월 624시간' 탄력근로제를 시행하는 꼼수를 부리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3개월 탄력근로제를 시행할 경우 일일 최대 노동시간은 12시간, 주간 최대 노동시간 52시간을 넘을 수 없지만, 그것은 지키지 않은 채 장시간 노동을 위한 편법으로만 근로기준법을 악용하고 있는 것이다.
  한빛센터는 영화 현장에 정착되어 있는 '12 ON 12 OFF'가 방송 현장에도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방송 현장의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12시간 이상 일하지 말고, 12시간은 꼭 쉬어야 한다는 것이다.
  작년 2월 청주방송에서 14년간 일했지만 동료들의 급여 인상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청주방송의 조직적 괴롭힘에 시달리다 생을 마감한 이재학 피디, 집에 가는 날보다 사무실에서 밤샘 노동하다 잠드는 날이 더 많았던 그의 별명은 라꾸라꾸(간이침대)였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부족한 제작비로 촬영과 운전을 겸하다 교통사고로 사망한 박환성 김광일 피디, 그리고 방송 현장에서 일하다 버려지고 스러져간 수많은 노동자들.
  더이상 노동자들이 죽지 않고, 다치지 않고, 건강하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방송 제작·편성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방송사, 제작사 마음대로 원칙과 기준도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촬영 일정과 시간이 결정되지 않아야 한다. 방송 현장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카메라 뒤의 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해 한빛센터는 오늘도 달릴 것이다.

 

[문화로 읽는 노동] 영화 <이리나 팜>, 성노동과 사회적 낙인에 대한 우회적 질문 / 2021.02

[문화로 읽는 노동]

 

영화 이리나 팜, 성노동과 사회적 낙인에 대한 우회적 질문

 

윤성호/문화사회연구소 연구원

 

  난치병에 걸린 손자, 병원에서 희소식을 알려준다. 호주의 병원에서 치료해주겠다는 것. 그러나 영국에서 호주까지 항공권, 숙박, 입원비 등의 경비가 없다. 이미 손자의 병원비를 위해 집도 팔고 많은 부채에 아들과 며느리도 변변찮은 수입으로 벅차다. 집도 수입도 저축도 없어 거부당하고 기술경력도 자격도 없어 일자리를 구할 수도 없다. 그렇게 낙심하며 길을 걷다가 '호스티스 구함'이라는 손으로 쓴 전단지를 보고 매기는 구멍이 뚫린 벽에 들어온 남성의 성기를 자위시켜주는 윤락업소에서 자발적으로 성노동자가 된다.
  매춘 혹은 성노동은 늘 사회적 빈곤의 서사와 함께한다. 가용할 자원이라곤 육체밖에 없는 사람들이 이르게 되는 막다른 곳에서 수행된다. 아마도 수많은 노동 중 유일하게 이 노동만이 매우 강력한 도덕적 잣대로 평가받는 게 아닐까 싶다. 더럽고 추하고 부끄러운 노동, 능력 없고 게으른 자들의 노동 말이다. 다른 한편에선 성노동을 가부장적 자본주의 체제가 만든 여성 착취로 사회에서 사라져야 할 것으로 바라본다. 이 관점에서 성산업 종사자는 남성과 사회구조의 폭력과 착취의 피해자로 인식된다. 이러한 두 시선은 동전의 앞뒷면처럼 성산업에 대한 인식을 대표해왔다. 그러나 둘 다 성노동이 생존을 위한 '노동'이라는 관점을 놓치고 있으며, 이 노동에 대한 경멸적 낙인이 가져오는 문제는 제대로 다뤄지지 않고 있다.
  영화 <이리나 팜>은 가족과 주변 사람의 인식속에서 성노동자가 된 주인공 매기의 불안과 갈등을 다룬다. 윤락 업소가 등장한다고 해서 영화의 내용이 더럽거나 추하거나 부끄럽진 않다. 손자를 살리기 위한 소명이나 휴머니즘으로 성노동을 덧칠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주인공 매기의 자기인식의 변화를 지켜보면서, 영화는 우회적으로 성노동에 겨누어진 도덕적 잣대의 정당성에 대해 생각해보게끔 한다.

 

▲   영화 <이리나 팜>의 한국 포스터.

 

성노동에 대한 사회적 낙인이라는 문제

  본격적으로 영화에 대해 얘기하기에 앞서, '성노동'이란 단어에 대해 간략히 언급하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성노동은 페미니즘 진영에서 가장 첨예하게 대립되는 쟁점이다. 하나는 매춘과 같은 성산업이 여성을 성적, 사회경제적으로 종속하고 있기에 완전히 사라져야 한다는 근절주의의 입장이다. 박혜정은 성노동 운동을 성착취 근절 운동이 확산되자, 위기를 느낀 남성지배체제가 종속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발동시킨 것, 즉 페미니즘 운동에 대한 반동이라고 주장한다.1) 다른 하나는 자발성을 중심에 두고서 매춘을 성노동으로 개념화하고 성노동권과 노동조합운동을 강조하는 입장이다. 박이은실은 성거래를 여성에 대한 남성의 억압으로만 보는 전통적 성별억압구조에서 벗어나, 성노동자의 노동자성을 인정받아 스스로 노동환경과 노동조건을 향상시키는 것을 강조한다.2)
  근절주의의 경우, 성산업이 가진 폭력성과 착취의 문제를 제기해 페미니즘의 문제를 확대해왔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성노동으로 개념화하는 입장이 섹슈얼리티의 위계를 고려하고 여러 성적 소수자 운동과의 연대를 지향하는 데 있어, 현재 성노동 운동의 방향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평가할 수 있다. 영화와 관련해서도 주인공 매기의 자기인식의 변화와 갈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매춘 혹은 성노동을 소재로 다룬 이른바 상 좀 받았다 하는 영화들을 보면 주인공을 모순적인 거대한 사회의 희생양으로 다루는 경향이 있다. <부르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가 트랄랄라를 내세워 1950년대 한국전쟁과 파업으로 인한 미국사회의 하층민의 삶을 그려냈다면 <노는 계집 창>은 영은을 통해 70년대 말에서 90년대에 이르는 왜곡된 한국의 성산업을 보여준 바 있다. 이와 같은 영화들은 남성중심의 불평등한 사회가 여성에 행사하는 부당한 폭력성을 드러낸다는 측면에서 근절주의의 입장에서의 접근이 용이하다.
  그러나 <이리나 팜>은 많은 성노동 관련 영화에서 자주 차용하는 가난과 빈곤의 배경이 등장하긴 하지만, 암울한 사회상을 영화의 중심에 배치하진 않는다. 돈이 필요해 애나가 성산업에 종사하기로 결단한 이후 주변 사람과 가족 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들을 통해, 성산업의 폭력성이 아닌 성노동에 대한 도덕적 잣대, 사회적 낙인의 문제를 엿볼 수 있다. 장소와 직업의 특수성으로 인해 몇몇 노출 장면이 등장하지만, 인신매매나 강간 등의 폭력성을 배제하고서, 영화는 인물들 간의 관계에 주목한다.

불안과 공포, 경멸과 조롱을 불러내는 낙인찍기

  성산업 종사자들은 자신들에 대한 사회와 타인들의 부정적인 사회적 낙인을 피할 수 없다. 이는 영화에서 발생하는 갈등의 한 축을 이룬다. 일하게 되면서 애나는 주변의 지인들과의 모임에 소홀해지게 되고, 우연히 지하철 승강장에서 만나 어디 가느냐고 묻는 지인을 무시하고 서둘러 지하철에 오른다. 손자의 치료비 마련을 위해 자발적으로 선택한 직업이지만, 성노동에 종사하는 것을 가족과 주변 사람이 알게 될까봐 매기는 늘 불안해한다.
  근절주의는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점에서 몸을 파는 사람은 피해자로 보호해야 하지만, 사는 사람과 알선하는 사람은 범죄자로 취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3) 즉 낙인은 성노동이 아니라 구매하고 알선하는 범죄자에게 내려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접근은 왜 성노동에 대한 강력한 낙인찍기가 일어나는지 설명하지 못하며, 낙인으로부터 비롯되는 불안과 공포에 대해서도 침묵하고 있다.
  박이은실은 이러한 낙인찍기를 섹슈얼리티의 위계로 설명한다. 성노동자에게 가해지는 사회적 낙인은 이성애 남성중심적 질서에 의해 위계화된 구조 안에서 발생하며, 성노동자 여성은 이성애 이외의 다양한 성정체성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위계의 하부에 위치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이 위계의 상부는 남성과 '처'로서의 여성이 위치하는데, '처'의 위치가 보장되고 사회적 자원을 분배받을 수 있는 이유는 처의 '성'을 남편만이 독점함으로써 생식과 관련되어 높은 위계 속에서 보호받고 통제받음으로써 가부장제를 유지4)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 용인된 이성애와 결혼제도 안의 성만을 가부장적 자본주의 체제가 공식적으로 용인하면서 성적 소수자나 성노동자는 금지 또는 범죄의 영역으로 내몰린다. 바로 여기서 낙인이 작동하는 것이다. 애나가 죽어가는 손자를 살리기 위한 노동을 꽁꽁 숨겨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다.
  영화에서 어머니의 직업을 알게 된 아들은 매기에게 창녀라 비난하며 모든 돈을 돌려주고 하던 짓을 씻을 수 있게 하겠다고 소리친다. 집에서 나온 매기는 친목 모임을 함께하는 지인들과 만나게 되고 지인의 집에 차를 마시며 자신의 직업을 말하게 된다. 그리고 집을 나가는 매기를 따라온 한 여성이 조롱하며 묻는다. "당신의 남편이 살아있었다면 이야기하지 않았겠지?" 이후 상점에서 마주친 매기에게 "너의 새 직업을 고려할 때, 나는 더 적절한 친구를 원해"라며 여러 사람 앞에서 망신을 주려 한다. 이러한 장면은 정상가족으로 표상되는 이성애 중심의 가부장사회가 축조한 비정상성, 부도덕성이라는 성노동에 대한 사회적 낙인을 드러낸다.

 

▲   영화 <이리나 팜>의 한 장면.

 

사회적 낙인을 해체하는 것은 가능할까?

  창녀, 성매매 종사자라는 아들의 비난에 매기는 자신은 창녀가 아니라고 말한다. 자신이 한 일에 대해 후회하지 않으며 다시는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당부한다. 사회적 낙인은 성산업 내의 다양한 모습들이 존재함에도, 성산업 노동자들을 모두 창녀로 호명한다. 이러한 호명에서 매기 역시 완전히 벗어났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매기가 집에서 가져간 그림과 작은 꽃으로 자신이 일하는 공간을 장식하는 장면은 자기 일에 대한 긍정적 인식으로의 전환을 보여준다. 이 인식의 전환은 친구의 조롱과 멸시에 당당히 맞서는 힘으로 드러난다.
  그렇다면, 창녀, 매춘부, 갈보에서 성노동자라는 인식 전환, 이른바 새로운 호명은 사회적 낙인을 무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가부장적 위계 속에서 배제되고 주변화되었던 자신들을 '노동자성'을 통해 새롭게 호명하고, 그럼으로써 범죄와 부도덕이라는 낙인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나아가 성산업에 내재한 착취구조를 스스로의 힘으로 무너뜨리는 미래에 대한 상상도 실현가능한 것이 되지 않을까?


[각주]
1) 박혜정(2020), <성노동, 성매매가 아니라 성착취>, 열다, p.111
2) 박이은실(2007), <섹슈얼리티의 위계와 낙인의 문제> <성노동>, 여이연, p. 88
3) 박혜정(2020), 위의 글, p. 142
4) 박이은실(2007), 위의 글, p. 69 

 

[일터2월_특집3] 버스노동자들의 안정적 노동이 필수노동자 대책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공공운수노조 민주버스본부 정홍근 본부장 인터뷰 / 2021.02

[필수노동자 대책에 노동권 보장은 필수다]

 

버스노동자들의 안정적 노동이 필수노동자 대책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공공운수노조 민주버스본부 정홍근 본부장 인터뷰

 

유청희/상임활동가

 

  1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전국민이 코로나19로 불안과 두려움을 겪어야 했다. 전염병은 당연하게 여기던 일상에 균열을 만들었다. 학생들이 학교에 가지 못하는 등의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고 많은 일터가 재택근무로 업무 장소를 바꾸기도 했다. 멈춘다는 것에 우리가 충격을 받기도 했지만 멈출 수 없는 곳도, 그런 노동자도 많다. 정해진 노선을 운행하는 버스노동자들이 그렇다. 과연 이들의 시간은 어떠했을까?
  서울시 성동구를 시작으로 필수노동자 보호 및 지원 조례가 제정되고, 정부와 여당이 필수노동자 지원 대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후 필수노동자 보호 및 지원 조례는 전국적으로 제정되고 있다. 보건·의료, 돌봄, 교통 등의 노동자들은 시민들이 비대면으로 활동하는 시기에도 대면 노동을 하고 있고, 건강을 위협받을 수 있어 점검과 보호가 필수적이다.
  버스노동자들 중에도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들이 뉴스 기사를 통해 알려지고 간혹 마스크 쓰기를 거부하는 승객을 통제하는 중에 폭행을 당했다는 뉴스가 나와 시청자들의 안타까움을 사기도 했다. 코로나19라는 감염병은 평소 안고 있던 문제가 그대로 드러나게 만들기도 했는데, 이 시기 버스노동자들의 안전과 건강 문제를 묻고, 필수노동자 지원 및 보호 대책에 반드시 담겨야 할 내용이 무엇인지 공공운수노조 민주버스본부의 정홍근 본부장을 만나 들어보았다.
  버스 업종은 지자체로부터 임금 등 지원을 받으면서도 회계는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지 않아 채용 비리, 횡령 등의 문제를 오랫동안 풀지 못한 채 안고 있다. 정 본부장은 버스가 이윤 창출이 아니라 공공사업으로 변화해야 함을 피력하며 지자체가 직접 운영하는 '완전공영제'를 제시해왔다. 이미 임금 등 상당액의 지원금을 지자체가 부담하고 있기도 하다.
  공공성을 분명히 할 때 시민들에게 필요한 곳으로, 시민들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버스 노선이 정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필수노동자 지원 및 보호 대책 역시 공공성이 그 핵심에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   공공운수노조 민주버스본부 정홍근 본부장

 

버스노동자의 코로나19 시기 노동

    버스노동자들은 업무 중에 많은 승객들을 대한다. 누가 어떤 행동을 할지 모른다는 예측불가능성에서 오는 불안과 두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여기에서 기인한 업무상 스트레스가 상당하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승객이 마스크를 쓰지 않아 써 달라고 요구하다가 버스기사가 폭행당했다는 뉴스가 나오기도 했다.
  기존에도 버스노동자들의 폭행 피해는 있었던 일이지만 폭행당하는 이유가 한 가지 추가된 것이다. 이렇게 감염병은 평소 있던 위험이 더 증폭되는 원인이 되었다. 일반 시민들은 이런 뉴스를 보며 안타까움을 표하겠지만 그 일을 겪은 버스노동자는 어떨까?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가 이어지는 것이 필요하다.

  "코로나가 워낙 확산세라서 처음보다는 인식이 바뀌고 완화되었죠. 힘없는 사람들의 한이랄까요. 시민들이 언론을 보면 폭행당한 버스기사 보면서 안타까워하지만 우리는 하소연 할 데가 없어요. 회사에서는 어느 회사에서 벌어졌다는 거 자체가 지자체 평가 대상이 되는 이유다 보니까 쉬쉬하고 그래도 일하라면서 달래고 끝내는 식이에요. 우리도 '내가 왜 맞아야 돼' 하는 분노는 있지만 어떻게 보면 어머니 같고 형제 같아서, 고발하고 조사받는 거 생각하면 복잡하니까 거의 '내가 운전하는 게 죄지' 하고 포기하죠.
  코로나 관련해서 위험을 줄이려면 일하는 시간을 줄여야 해요. 물론 회사에서는 주5일근무제를 요구해도 6일, 7일 다 시키고 싶어 하죠. 신규채용하면 그만큼 기본금, 상여금이 다 뛰니까요. 그래서 주5일 근무제로 가야한다는 것이 우리가 주장해온 것인데, 근로시간 특례업종에 포함되어있었으니 노사가 합의하면 12시간을 더 할 수 있었죠. 그렇게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다가, 다행히 특례업종에서 제외되어 주52시간제가 시행됐어요. 그런데 이번엔 탄력근로제로 업무시간을 늘려버렸어요.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노동시간이 통제되겠습니까."


'아프면 쉬라'는 공허한 외침

  필수노동자들뿐만 아니라 대면노동을 하는 버스노동자들이 안전을 보장받으려면, 감염병이 확산되는 시기 내내 정부가 전국민에게 제시했던 '아프면 집에서 쉬라'는 권고가 이들에게도 적용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이 가장 기본적인 사항이면서도 실행하기 어렵다는 모순이 버스업계에서는 코로나19 전부터 있었다. 아플 때 휴가를 내 쉬는 일은 한국의 노동자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이다. 특히 한 사람이 자리를 비우면 누군가가 대신 채워야 하는 상황에서, 버스 회사들은 '쉴 권리'를 보장하기보단 어떻게 해서든 그 시간만 넘어가기를 기대하며 노동자에게 노동을 권한다.

  "법으로 연차휴가가 보장되지만, 연차를 내라고 하는 회사는 전국적으로 100개 중 10개도 안 될 겁니다. 대부분 수당으로 줘 버려요. 누군가 쉬면 그만큼 인력을 충원해야 하는데 회사입장에선 비용이 더 드는 일인거죠. 회사에서 용인 안 해줍니다. 대신 돈으로 주죠. 노사가 합의를 하면 법적 강제력이 없는 거예요. 근로기준법에 무조건 쉬라고 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죠. 법으론 연차휴가를 제공해야 한다고 되어 있긴 하지만, 우리가 연차를 돈으로 받겠다고 합의된 것을 무효화할 강제력은 없어요."

  버스 업종은 장시간 노동으로 오랫동안 악명을 떨쳐 왔다. 새벽에 출근해 밤에 퇴근하는 일이 다반사인 업종이다. 장시간 노동은 버스노동자들의 건강을 해치고 스트레스 대응도 어렵게 만든다. 게다가 시내버스 노동자들은 한 번 운행을 시작하면 종점까지 가야하니 원할 때 화장실을 사용하는 것이 어렵고, 그러다 보니 방광염은 흔히들 앓는 질환이다. 허리 질환에, 사고 위험도 이들이 갖는 큰 두려움 중 하나다.
  또 너무나 자연스러우면서도 쉽게 잊혀지는 어려움이 바로 정신적 스트레스다. 아침에 담뱃갑에 십계명을 적고 마음을 다스리며 출근한다고 한다. 그러나 오랫동안 일을 하다보면 마음 다스리기는 요원해진다.

감염 위험에 고용 불안까지 덮치다

  코로나19와 같은 재난 상황에서 대면 노동을 하는 노동자들이 적어도 덜 위험하게 일을 하려면 마스크나 손소독제 같은 보호구는 안정적으로 지급되어야 한다. 특히 그 자리를 떠날 수 없는 버스노동자에게는 더 그렇다. 그런데 이런 충격이 올 때 쿠션 역할을 하는 곳이 보이지 않는다. 충격을 완화하는 역할을 회사는 하지 않고 노동자가 고스란히 겪어내야만 한다.
  버스노동자들이 코로나19 확산으로 겪은 즉각적인 어려움에 대해 방역 등 회사의 안전조치, 감염 위험에 대한 보상, 유급휴가같은 보호 및 지원이 있었을까? 노동자들에게 기본적으로 제공해야 하는 보장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완충 조치는 일어나지 않고 노동자들을 사지로 몰고 있다.

  "초기에 우리도 마스크도 제대로 지급이 안 된다는 말이 많이 공유됐습니다. 하나를 주고 며칠 쓰라는 곳도 있고요. 심지어 회사에 마스크를 요구했더니 지자체에서 안 나와서 못 준다 이런 식으로 무시당하고 노동자들 개인이 사는 경우도 많았어요. 버스노동자 폭행도, 그렇게 노동자들이 폭행당하고 언론에 나올 정도면, 경영자들이 버스노동자들 폭행한 승객에 처벌을 더 강화하라고 하는 것이 맞죠.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지만요.
  코로나 때문에 생긴 변화라면 근무를 못 한다는 거죠. 운행이 감축되었으니까요. 재난 시기라서 지급된 것이 고용유지지원금인데요. 고용유지지원금이 운행감축으로 인해서 수익이 발생하지 않으니까 국가에서 임금의 70%를 주고 유급휴가를 쓰라고 하는 거잖아요. 그리고 30%는 일단 회사가 지급한 뒤 지자체에 신청하면, 다시 돌려받아요. 근데 이것도 아무 의미가 없다는 거예요. 이렇게 지원을 하는데도 전국적으로 경영을 제대로 못 해서 노선 폐지하고 폐업하는 버스회사들이 수두룩합니다."

필수노동자에게 꼭 필요한 지원·보호 대책

  최근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노사정이 버스 격일제, 복격일제를 하루 2교대제로 변경하고 준공영제 등 운영체계 다각화 계획을 밝혔다. 이에 대해 민주버스본부는 하루 2교대제를 환영하면서도 '완전공영제'로 나아가야한다고 입장을 냈다. 버스노동자들이 필수노동자로 그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감염병 상황에서 건강과 임금, 고용 역시 지자체와 국가 차원의 보장이 있어야 한다. 정부 및 여당의 필수노동자 보호 및 지원 대책 역시 마찬가지다.

  "필수노동자 지원·보호 대책 취지에는 공감합니다. 그런데 강제사항이 없다는 점이 아쉬워요. 조례 만들고 대책 세우는 것은 좋은데, 이게 사업주들의 협조 없이는 못 한다는 것이 문제죠. 지자체장이 계획을 세운다고 한다면 '재난수준에 대해서는 지자체장이 제출하면 지원을 받고 있는 사업장은 따라야 한다'고 단정지어야 하는데, '협조를 요청할 수 있다'고 하고 있어요. 운행이 감축하더라도 임금을 우선 지급하라는 조항을 줘야 합니다. 그래야 조례에 대한 정의가 살아나는 거죠.
  버스노동자는 감염병에 취약하니까 민간 기업에서의 대책보다는 지자체가 더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봐요. 지자체가 공공 영역의 버스노동자들의 휴식과 임금에 대한 불안함을 없애려면 조례에 대해서도 강제성을 두게 만들어야 한다고 봅니다. 어느 사회든지 이런 사람들이 있어서 사회가 굴러갑니다. 필수라는 건 어쩔 수 없이 하는 거잖아요? 파업해도 필수인력 남겨놓고 하듯이요. 그렇다면 노동자 권리를 충분히 보장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일터2월_특집2] 일상 속 재난 마주한 국제 사회, 필수노동자를 어떻게 바라보고 지원하고 있나? / 2021.02

[필수노동자 대책에 노동권 보장은 필수다] 

 

일상 속 재난을 마주한 국제 사회,

필수노동자를 어떻게 바라보고 지원하고 있나?

 

이승윤/중앙대 사회복지학

 

▲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필수노동자 논의가 전세계적으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한국의 필수노동자 지원보호 대책을 마련할 때, 이 논의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 재난은 그동안 우리 사회의 일상 유지를 위해 보이지 않고 있는 곳에서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던 노동을 수면 위로 드러냈다. 고요 속에서만 비로소 저음의 파동이 들리듯, 많은 이들이 일상에서 '멈춤'을 경험하자 멈추지 못하는 노동이 보이고 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들이 그동안 충분히 드러나지 않은 이유는 그 노동이 사회와 공동체에 기여하고 있는 것에 비해 저평가되어 왔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많은 노동이 필수적 속성을 가지고 있겠지만, 특히 재난은 우리사회의 유지를 넘어 공동체의 생존을 위해서 필수적인 노동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주로 저임금 또는 불안정한 고용관계를 경험하는 필수노동자의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그동안 이들도 목소리를 내어보았지만, 사회에서는 그다지 귀 기울이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국제적으로 그리고 국내에서 필수노동에 대해 논의가 빠르게 확산되었다. 여기에는 노동자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와 공동체의 안녕을 위해서도 필수노동자의 보호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정부의 관심이 급격히 확대된 맥락이 있다.
  국제적으로나 국내적으로 필수노동자의 특징으로 언급되고 있는 것은 불안정한 고용관계, 저임금 및 대면노동의 불가피성이 있다. 먼저, 국내 사례로 필자가 참여하고 있는 지자체차원의 필수노동자에 대한 연구 결과(해당 지자체의 필수노동자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돌봄노동자 중 보육교사와 요양보호사를 대상으로 한 연구)를 간단하게 소개하면, 돌봄노동자는 코로나19 이전에도 '높은 노동강도 및 휴식권의 제한', '업무 스트레스와 감정노동', '높은 고용 및 소득 불안정성'을 경험하였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일반적인 노동조건 및 노동환경으로 인한 어려움이 심화된 형태로 나타났다.
  또한, 일터에서 실직, 소득감소 등의 어려움을 경험하여도 사회안전망으로도 적절하게 보호받지 못하였다. 예를 들어, 방문 돌봄종사자의 모호한 종사상 지위, 거리두기 조치로 인해 일감이 줄어들어 비자발적으로 경험한 실직이나 감염병에 대한 우려로 자발적으로 일을 줄이게 된 경우도 현재의 실업급여 제도와는 부정합한 측면이 나타났다. 또한, 재난 상황에서 지급되었던 한시지원금의 엄격한 소득기준 때문에 가계를 책임지기 위한 소득활동으로 필수노동을 하는 노동자는 자격기준을 상회하여 코로나19로 인한 소득감소에도 불구하고 정작 지원을 받지 못하는 한계도 나타났다.

  이와 같은 필수노동자의 불안정성과 지역사회의 필요에 대응하여, 국내에서는 성동구 등 지자체에서 선도적으로 필수노동자 보호를 위해 조례를 제정하고 정책도입이 이루어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2020년 12월에 정부는 필수노동자 지원대책을 발표하였다. 하지만 정책의 구체성과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며, 해외사례 또한 참고할 부분이 있어 보인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는 코로나19 이전부터 식품가공업, 배달업, 보건의료업과 같이 '경제활동'의 유지에 핵심적이지만 당연한 것으로 여겨져 왔던 산업들은 감염병 국면에서 '필수적인(essential) 산업'으로 정의되고 있으며, 이와 같은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가 '필수노동자(key workers)'라고 설명한다.
  한편 원격 및 비대면으로 수행할 수 없는 필수적인 서비스 업종에서 일하는 '최전방노동자(Frontline worker)'는 전체 노동인구도 여기에 포함되는데, 보건의료 종사자, 점원, 식품가공 종사자, 건물 관리인, 농업 종사자, 트럭 기사 등을 필수노동자 범위에 포함시켰다.
  다음으로 국제노동기구(ILO)는 바이러스를 극복하고 인간이 갖는 기본적인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 일하는 노동자들이 감염 국면의 최전방(frontline)에 있다고 언급하며, 이러한 정의에 해당하는 경제 부문을 제시하는 형태로 필수노동자를 정의한다.
  해당 경제 부문은 간호사, 의사, 시설 관련 업무(human health related work), 사회복지 관련 업무(social work), 청소 관련 업무(support work)로 요약된다. 이들은 감염병과 직접적으로 싸우며 대면 노동을 지속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구체적으로 전 세계에서 1억 3천만 명의 노동자가 해당 부문의 노동자인 것으로 추산되며, 다른 주요한 특징으로 이 부문의 노동자는 약 70%가 여성인 노동자로 이루어져 있다고 설명하였다.
  한편, 국제엠네스티(Amnesty International)는 '보건의료 노동자(health worker)'를 "보건의료 산업에 종사하고 자격과 무관하게 보건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든 노동자"로 정의하고, '필수노동자(essential worker)'는 "코로나19 감염병 시기동안 필수적인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든 노동자"를 의미한다.
  이는 대중교통 종사자, 환경미화원 등 공공 서비스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식료품점, 배달 서비스업 종사자 등과 같이 코로나19 감염병 상황에서 영업이 허용된 사업장에서 일하는 사람들 또한 포함하였다. 마지막으로 유럽연합(EU)는 봉쇄 조치를 시행한 EU의 3개 국가(스페인, 이탈리아, 독일)에서 세부 업종별 봉쇄 조치 적용 여부를 통해 각 산업의 필수적인 정도를 구분하였다.
  분석 결과, 모든 국가에서 필수적이지 않은(non-essential) 산업과 완전히 필수적인(fully essential) 산업이라는 양극단을 구성하는 업종은 유사하여, 필수적이지 않은 업종에는 관광업, 숙박업, 외식업이 있고, 완전히 필수적인 업종에는 식품 및 제약 생산업, 수도전기 등의 공익적 업종(utilities), 운송업, 의료업이 있는 것으로 설명하였다.
  정리하자면, 각 기구에서 사용하는 용어들이 대체로 공유하는 핵심적 속성은 '노동 현장에 물리적으로 나타나야만 하는 노동자', 혹은 '사회, 가구 및 개인의 기초적인 삶이 유지되는 데 있어 기본적으로 필요한 서비스와 생산품을 제공하는 노동자'로 수렴된다. 한편, 해당 용어를 사용하는 기구나 국가가 필수노동자의 어떤 속성에 보다 초점을 두는가에 따라 다른 용어가 사용된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필수노동자(essential worker) 용어는 국가의 경제·사회·공공 핵심 업무를 강조하는 개념인 반면, 최전방노동자frontline worker) 용어는 대면업무의 불가피성을 보다 강조하는 개념으로 사용된다.
  다음으로, 해외 국가 중 미국과 캐나다의 사례를 중심으로 필수노동자 정의 및 지원 정책과 관련하여 진행된 논의에 대해 검토하고자 한다. 우선 미국의 국토안보부 산하의 CISA(Cybersecurity and Infrastructure Security Agency)에서 발표한 '필수 산업 분류'에 따르면, 필수노동자는 보건의료, 통신, 정보기술, 국방, 식품 및 농경, 운수, 에너지, 공공행정 등과 같이 '주요한 인프라의 지속을 위해 필수적인 운영 및 서비스를 수행하는' 광범위한 집단을 의미한다.
  연방 지원정책의 경우, 펜실베이니아, 버몬트, 루이지애나 등 3개 주는 연방 CARE act 기금을 활용하여 민간 및 공공 부문 근로자를 포함한 필수노동자에 대한 위험 부담금을 지급했다. 다른 몇몇 주에서는 연방 구호 기금을 사용하여 긴급구조원, 보건 관련 간병인과 같은 더 좁은 범위의 최전방 필수 근로자에게 위험 급여를 제공했다. 미국의 주정부별 및 연방정부별 필수노동자 관련 정책은 대부분 임금보조의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많은 경우 1회성 지급으로 이루어졌다는 특징을 갖는다.
  캐나다의 경우 국세청(CRA, Canada Revenue Agency)을 통해 코로나19 판데믹 상황에 대응하여 새로운 지원정책을 추가함과 동시에 기존의 제도(고용보험)에도 관련 조항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대응하였다. 구체적으로, 자영업자 등 고용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를 대상으로 하는 지원정책, 돌봄노동자 대상 정책, 코로나19로 인해 자가격리 조치 중인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 긴급임금보조정책, 기업 대상 긴급대출제도 등이 시행되었다.
  이와 같은 캐나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필수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지원정책 중 EWSP(Essential Worker Support Program)를 살펴보면, 보건의료 및 사회서비스, 돌봄노동, 청소, 교통 및 물류, 환경미화 등의 업종을 대상으로 필수노동자 자격요건을 설정하고, 이들 중 저임금인 노동자의 임금을 인상하는 형태로 지원을 제공하였다. 여기에서 필수노동자는 연방정부가 아닌 각 주에서 세부적인 자격요건을 결정하고 지원범위를 설정하였다. 재원은 중앙정부를 중심으로 각 주정부가 25% 보조하는 형태로 지원이 제공된다.
  필수노동자는 필수적인 서비스와 핵심 공공서비스의 공급을 위해 감염병 국면에서도 밀접 노동을 하고 있어, 해외 주요국과 국제기구 등에서 이들에 대한 지원체계가 적극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필수노동자에 대한 지원체계를 구축하는 문제에 아직은 사회적 관심이 부족하다. 필수노동자는 감염병 국면 이전에도 저임금 상태와 더불어, 비공식노동인 '그림자 노동'상태로 지속되어 왔다. 위험을 감수하는 그림자 노동 없이는 현재의 비대면 소비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들 '필수'노동자 지원체계에 대한 논의와 적극적인 정책확대가 필요하다.

[일터2월_특집1] 필수 노동자 지원 대책 '보호 및 지원'을 넘어 일상의 권리로 진전해야 / 2021.02

[필수노동자 대책에 노동권 보장은 필수다]

 

필수 노동자 지원 대책 '보호 및 지원'을 넘어 일상의 권리로 진전해야 

 

류현철/소장, 직업환경의학전문의

 

  사스(SARS), 조류 인플루엔자, 신종 플루, 메르스에 이어 2019년 겨울 등장한 코로나바이러스는 두 번의 겨울을 거치면서도 전 세계에 맹위를 떨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의 상황 속에서 우리나라는 비교적 모범적인 방역국가로 주목을 받았고, 정부도 K-방역을 치적으로 삼기에 여념이 없다.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자못 삭막한 방역 구호와 더불어서 펼쳐지는 방역 행정에 지쳐가고 있지만, 우리의 삶은 대체로 유지되고 있다.
  어떤 노동의 덕분이며 누구의 덕인가? 매일 수만 명에 대한 검사를 통해 쏟아져 나오는 수백 명의 확진자들 속에서 아슬아슬하게 의료시스템을 지탱해 온 이들이 가장 먼저 조명 받았다.
  그들만이 아니다. 바이러스 창궐 속에 눈보라와 혹한이 몰아쳐도 필요한 것들은 여전히 문 앞까지 도달하며, 배달 음식은 식기 전에 식탁에 오른다. 휴일이나 명절에도 연로한 부모나 아픈 가족을 찾아가는 것조차 행정명령 위반의 죄가 될까 두렵지만 그들의 곁은 돌봄 노동자들이 지키고 있다. 코로나 19의 시대에 필수 노동자들이다.

필수노동자 지원 대책이 등장한 배경

  필수 노동자들의 현실은 의료인의 과로와 소진, 택배노동자의 과로사망, 배달 노동자 사고사망, 돌봄노동자의 감염, 콜센터 노동자들의 고위험 노출과 감염 등의 문제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초기에 코로나 방역에 실패했던 서구에서는 실업률이 치솟고 실업보험의 문제가 사회적으로 대두되는 상황에서 일자리 유지를 위해 위험을 감수하고, 일터로 나가는 노동자들의 현실과 그들이 수행하는 노동이 통상의 이동이 멈춘 사회에서 얼마나 중요한 것이었는지 돌아보는 기사와 논문, 여러 가지 보호와 지원대책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K-방역'을 해치는 빌런들을 성토하는 데 쓰는 열의에 비해 필수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논의의 진전은 더디기만 했다. 그런 와중 지난 2020년 9월 방역 성과로 반등했던 정부여당에 대한 지지가 다시 내려앉던 정치적 상황에서, 서울 성동구 의회에서 바람직하면서도 일면 느닷없는 '필수노동자 보호 및 지원에 관한 조례'가 등장했다.
  대통령이 각별한 관심을 표명하자 노동부는 '필수 노동자 안전 및 보호 강화 대책'을 내놓았고, 필수노동자의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범정부 태스크포스(TF)가 출범했다. 성동구를 필두로 2021년 1월까지 행정안전부 자치법규정보시스템에서는 23개의 광역 및 기초지자체에서 필수노동자 보호나 지원과 관련된 조례가 확인됐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는 작년 11월부터 필수노동자 보호와 지원에 관련된 4건의 법안(민형배, 김영배, 송옥주, 이해식 의원 발의안)이 올라와 있다. 정부에서는 작년 12월 14일 관계부처합동으로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필수노동자 보호·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팬데믹 시대에 필수노동자 보호와 지원 대책의 대유행이다.

 

▲   코로나19가 드러낸 노동 불평등의 면면을 신중히 들여다 봐야 한다.

 

협소한 논의 지형, 지원 대책의 한계

  논의를 촉발한 지자체 조례들은 코로나19 대유행과 같은 재난 상황에서 필수노동자들을 위해 지자체가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수준이다. '필수노동자'를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로 두고 있는 점은 분명한 한계다. 필수노동에 종사하지만,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는 노동자들이 가장 문제적임에도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
  국회에 계류 중인 법률안들은 대동소이한 내용을 담고 있다. 필수 노동과 필수 노동자들에 대한 포괄적 정의, 국가와 지자체의 책무, 구체적인 필수 업종을 지정하고 기본계획·실태조사·시행계획 등을 수립할 위원회 조직구성을 담고 있고, 일부 법안에서는 추가수당 지급, 예방접종, 필수노동자 가족 돌봄서비스 등 구체적인 지원내용이나 필수노동자협회 등 당사자 조직 설립 등을 포함하고 있다.
  민형배 의원안을 제외한 3개의 안은 필수노동자를 근기법상 근로자뿐 아니라 '노무종사자'로 확장해두고 있다. 현재 소관위에 접수되어 있는 법률안들이 당장 필수노동자들에게 실효적인 보호와 지원을 가져올 수는 없다. 그러나 많은 사회적 논의가 입법이라는 형태로 귀결되는 상황에서 필수노동자 문제를 논의의 장으로 들어오도록 해야 한다.
  필수노동에서 수반되는 위험들에 대해서 국가와 정부, 광역지자체, 기초지자체가 각각 수행을 분담하고 협조해야할 사항을 큰 틀의 국가재난안전관리계획의 차원에서 조망하고 기획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비필수노동과 필수 노동의 경계는 모호하여 어떤 재난인지에 따라, 감염병이라도 유행 수준에 따라 유지해야 할 사회기능을 어떤 것으로 볼 것인지는 달라질 수 있다.
  필수노동과 필수노동자에 대한 규정과 정의를 누가 언제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를 결정해야 하며, 재난 상황에 따라 재원 마련, 지원 우선순위 결정, 집행은 누가 언제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원칙을 제시해야한다. 필수노동자들에 대한 방역과 안전대책은 국가재난안전계획에 포함시키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회적 가치가 낮게 매겨져 있던 그림자 노동과 그것을 수행하는 노동자들의 현실을 드러내고 사회적으로 논의하는 계기로서 입법과정이 아닌 '필수노동자 지원'이라는 정치적으로 매우 그럴싸해 보이는 문구에만 매달리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재난 시기뿐 아니라 일상의 시기에도 지속가능한 '안전과 건강' 대책은 건너뛰고, 위험을 감수하거나 강제하게 만들 경제적 금전적 지원에만 집중하게 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필수노동자 보호·지원 대책 추진목표 및 전략. 2020년 12월 14일 관계부처 합동발표 자료 중 발췌

 

바람직한 필수노동자 정책방향은?

  작년 12월 관계부처합동으로 내놓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필수노동자 보호·지원 대책(아래 필수노동자 대책)'은 추진목표를 필수노동자 보호 및 중단 없는 필수업무 수행으로 두고 정책방향으로 코로나 19로 가중된 위험에 대해서는 필수인력 확충, 감염·산재에서 보호하고 취약한 근로여건에 대해서는 종사자 처우개선, 사회안전망 등 제도개편으로 잡았다.
  전체적 정책방향에 동의할 수 있으나 구체적 추진전략으로 제시된 총괄대책과 분야별 '맞춤형' 지원방안은 기존 고용노동부의 사업계획을 이리저리 나열해 놓고 지도와 감독을 중심으로 하는 방역대책을 끼워 넣은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맞춤형'이라는 표현은 전체 제도의 조망 속에서 적절한 부분을 찾아가는 방식이라기보다 예외적인 상황을 만들어 정책을 교란하는 방식을 일컫는 것 같기만 하다. 진행형인 코로나 시기에 위험에 노출되고 있는 노동자들은 누구이며, 위험 노출의 결과로 나타난 노동자들의 문제는 어떻게 해결되고 있는지 실증적으로 살펴야만 한다.
  정부대책인 2021년에 필수노동자를 대상으로 마스크를 38억 원어치 지원하는 등 국가(공공)지원을 강화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더불어 한시적 조치를 넘어서서 일상적인 안전보건조치에 대한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 것인지 살펴야 한다. '방역조치 지도·점검 강화'라는 두루뭉술한 이야기가 아니라 요양보호사나 택배·배달노동자의 감염 예방을 위한 보호구 지급 및 보호 조치는 구체적으로 무엇이며 누가 책임져야하는 것인지, 어떤 법과 규정에 따르라고 지도하고 감독할 것인지 정하고 감독해야한다.
  당장 2배 넘게 증가하는 택배물량으로 작년에만 16명의 택배기사가 과로사하고 새벽 출근과 심야 업무에 시달리는 택배노동자들에게 직종별 특화 건강진단 비용을 지원하겠다는 대책은 핵심을 빗겨나간다. 작년 12월 노동부 스스로 성수기 택배노동자들은 주6일 이상 근무가 97.3%(일주일 내내 근무 12.4%), 10시간 이상 근무하는 경우가 92.9%(14시간 이상 근무 41.6%)라는 조사를 발표했음에도 이런 살인적인 노동을 줄이기 위한 적극적인 정책 개입의지는 보이지 않는다.
  작년 9월부터 연이어 정부가 '택배기사 과로방지 대책'을 내놓고 사회적 합의기구를 만들어도 기업의 이해관계를 좀처럼 넘어서지 못한다. 5인 이상 모임 금지, 각종 시설과 영업장에 대한 집합금지 행정명령 등 단호한 방역 대책이 내려지고 있다.
  코로나로 인한 국내 50세 미만 전체 사망자수와 같은 16명의 택배기사가 과로사 했는데 택배물량을 기준으로 적정 인력을 제시하여 분류 작업을 분리하고 배치를 강제하는 행정력 동원은 왜 가능하지 않은가?

필수노동자들에게 노동권 보장은 필수다

  고용노동부를 중심으로 내놓은 대책에 포함된 노동자의 안전보건 방침과 처우개선, 사회안전망의 확대에 대한 기존의 계획을 코로나 19를 계기로 국민들에게 필요성을 적극 호소하고 실현되도록 하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대책 전반에 노동자들의 적극적인 권리를 신장하고 옹호하도록 법제도를 구성해야한다는 관점은 드러나지 않는다. 장기적 관점에서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복원력(resilience) 확보는 필수노동에 대한 정당한 가치 인정과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노동자들의 권리 보장과 사회안전망의 강화에서 비롯된다.
  실제 사회적 가치에 비해 현저히 저평가된 필수노동이 어떻게 정당한 대접을 받도록 할 것인가, 필수노동자들의 사회적 권리를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를 따져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대유행의 시기 이후에 필수노동은 다시 그림자 노동, 불안정 노동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좀 더 나아가면 필수노동자라면 '노동을 해야만 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위험에 대해, 비필수노동자라면 '노동을 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위험에 대해서 국가는 사회가 함께 나눌 책임을 살펴야 한다. 현행 법제도에서는 고용된 사업장의 규모, 고용계약의 형태나 관행에 따라 같은 일을 하는 '필수노동자' 사이에도 근로기준법, 산업안전보건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적용여부가 달라지고 결국 권리나 보호 수준에 차별이 발생한다는 사실에도 주목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정부대책에 포함된 소득기반 제도 전환을 염두에 둔 전국민 고용보험과 전속성 기준을 폐지하는 전국민 산재보험 적용은 환영할만하다. 그러나 이러한 확장이 '특고'라는 기괴한 범주를 전제로 하고 있다면 한계가 분명하다.
  5인 미만 사업장의 필수노동자, '가사사용인'으로 분류되는 돌봄 노동자, 배달·택배 특수고용직 노동자, 프리랜서 등 근로기준법의 외부에 있는 노동자들을 살펴야 한다. 21세기에는 노동관계나 고용계약의 관행도 변화하고 있다.
  근로자성의 기준을 포함하여 근로기준법, 산업안전보건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고용보험법 등 법제도 개정을 통해서 사회적 안전망에 포섭되지 못한 노동자들을 제도 내로 포섭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서 현재 사회적 권리에서 배제되어 발생하는 필수노동자들의 문제에 대한 포괄적 해결을 도모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핵심적이다.
  '필수노동자 지원 법'은 그 사이 당장에는 노동자의 기본권과 건강권 관련 법제로 보호받기 어려운 필수 노동자들에 대해서 기본적인 긴급방역 및 안전보건조치, 감염 가능성이나 감염으로 인해 더 이상 '필수노동'을 수행할 수 없을 때의 대책을 강구할 근거를 마련하는 보완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정
  부대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생활물류법', '사회서비스원법', '가사근로자법' 등 보완적인 법안의 제·개정에는 현장 노동자들의 현실적인 요구를 반영할 수 있는 사회적 논의과정을 밟는 것 역시 반드시 필요하다.
  '보호 및 지원'을 넘어서 필수 노동자들이 사회 전체의 일상성과 안전을 위해 위험을 감수할지언정 이윤을 위해 위험을 강제 받지 않도록, 긴박한 시기의 위험수당으로서가 아니라 일상의 시기에서도 안전하고 건강할 수 있는 권리로 진전할 수 있어야 한다.

[노동안전보건활동가에게 듣는다] 응어리진 아픔들을 말하도록, 더 크게 말하도록-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경기지부 양선희 노동안전보건위원장 / 2021.02

[노동안전보건활동가에게 듣는다]

 

응어리진 아픔들을 말하도록, 더 크게 말하도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경기지부 양선희 노동안전보건위원장

 

김다연/상임활동가

 

  눈빛은 속이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언젠가 양선희 노동안전보건위원장(아래 노안위원장)이 노동안전보건 활동에 뛰어든 계기와 그에 얽힌 이야기들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오래 남았던 건 양선희 노안위원장의 눈빛이었다. 나의 삶에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게 된 일, 나의 많은 힘을 기꺼이 할애하고 싶은 일을 이야기할 때의 눈. 그런 눈은 다른 빛을 낸다. 이번 <일터> 2월호에서는 그 빛 뒤에 있는 이야기들을 나누고자 한다.

산재 대신 내민 종이에 노조 활동을 시작했다

- 원래 어떤 일을 하셨고, 어떻게 노조 활동을 시작하게 되셨나요?

  "저는 급식일을 2003년부터 시작했어요. 조리실무사로요. 처음엔 너무 행복했어요. 내가 해 주는 밥을 아이들이 맛있게 먹고 가는 것만큼 뿌듯한 일이 없었어요. 그런데 언젠가부터 사고가 잦아졌어요. 2009년에는 큰 화상을 입었고요. 당시 사용하던 야채 절단기는 잘못하면 손가락도 절단될 수 있을 정도로 아주 위험했는데, 사용하다가 손가락 살점 일부가 잘려 나갔어요.
  잘못된 가이드를 받아 절단된 살을 버리고 병원으로 갔죠. 어쩔 수 없이 발바닥 살을 떼어서 손가락에 붙였어요. 12년이 지난 지금도 겨울이면 항상 그 부위가 시려요. 그렇게 당한 두 번의 사고와 이른 출근 시간대, 감당해야 하는 엄청난 양의 급식을 생각하니 고등학교에서 더 일하는 게 어렵겠더라고요. 2010년 중학교 조리사로 이직을 했죠.

  2013년쯤부터 밤에 잠도 못 잘 정도로 양팔이 아팠어요. 급식실에선 일단 작업복 착용하면 나도 모르게 몸 아픈 건 잊고 기계처럼 일을 해요. 2~3개월 참다 병원에 가니 양팔에 테니스엘보가 왔다고 하더라고요. 의사 선생님께서 이 정도면 급식 일을 좀 쉬거나 그만뒀으면 좋겠다고 말했어요. 아니면 수술을 해야 하는데, 그 병의 수술 예후가 좋지 않고 그 이후 삶은 어떻게 할 거냐고 하면서요. 전 10년 넘게 급식 일을 했고 천직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러면서 그분이 제 병은 산재라고 얘기하셨어요. 그 말을 듣고 저도 산재신청을 하려고 했죠. 그런데 학교에서 산재가 아니라고 해요. 일단 유급/무급 병가와 방학기간을 사용해서 3~4개월 정도 치료받고 많이 회복했어요. 복직하러 가니까 학교에서 동의서를 내밀더라고요. 뭔지 읽어보려 하니 언제부터 이런 거 읽어보고 사인했냐면서 그냥 하라고 했어요. 일단 급하게 사인했죠.
  알고 보니 조리사에서 조리실무사로 변경하는 건에 대한 동의서였어요. 교육청에서 기존 조리사에 대한 학교의 임의적인 직위변경을 금지했는데도요. 복직하고도 힘든 일들이 많았어요. 그러다 노조 소개를 받았죠. 갖가지 문제들에 대한 이의제기를 노조와 함께하고, 그 길로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 노동안전보건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당시 어떤 활동들로 시작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다치기도 했고, 몸도 아프잖아요. 그러니까 아픈 사람이 문의를 해 오면 더 관심이 가는 거예요. 임금도 중요하지만 일단 몸이 안 아파야 일을 할 수 있으니까. 당시 안양지회장이셨던 김영애 전국교육공무직본부 부본부장이 양어깨 회전근개파열로 수술도 하고 산재승인을 받으셨어요. 저는 비슷한 시기에 아팠어도 노조도 노안활동도 몰라 산재신청도 못했지만요.
  김영애 부본부장이 그러더라고요. 우리도 노안활동을 해야 한다고요. 경험이 있다 보니 그 말이 더 와닿았죠. 노안활동을 2015년부터 했어요. 지회에서 누군가 아프다고 문의를 해 오면,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노무사님들의 도움을 받아 산재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일로 시작했죠. 조합원들과 산재교육을 진행하면서 우리의 병은 산재승인 받을 수 있다고 홍보도 했고요. 처음에 지회 조합원 60~70명으로 시작했는데, 그런 활동들이 계기가 되어 현재 500명 이상까지 늘어났어요.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경기지부 양선희 노동안전보건위원장

 

폐암, 갑상샘암... 말 못 하는 이들을 위해

- 교육공무직에 포함되는 직종에서 주로 문제가 되는 질병은 어떤 건가요?

  "일단 교육공무직에는 조리사, 조리실무사, 영양사, 사서 등 수십 개가 넘는 직종이 있어요. 직종마다 질병도 다양하죠. 일단 제가 경험했던 급식실 쪽을 이야기하자면, 근골질환은 기본적으로 있고요.
  급식실은 공기순환이 잘 안돼서 폐암도 많아요. 후드는 있어도 공조기는(후드에 연결되어, 후드로부터 올라오는 이물질을 빨아들여 밖으로 배출하고 새 공기를 넣어주는 기구) 없는 학교가 많거든요. 조리할 때 음식에서 나오는 연기가 폐에 아주 안 좋아요. 급식실에 그 연기가 자욱해요. 특히 겨울에는 후드를 켜고 일하면 너무 추우니까 끄는 경우가 많아요. 옷 이물질이 들어갈까 봐 두껍게 껴입지도 못하니 더 춥거든요.
  또 갑상샘암도 많아요. 한 사업장에 2~3명씩 동일한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어요. 직업성 암인지 조사해야 해요. 얼마전엔 락스 중독사고도 있었죠. 아주 독한 오븐 크리너 3종은 2~3년 전에 없어지고 세척력이 좀 약한 1종으로 바뀌었죠. 그런데도 중독사고가 났어요.
  미화선생님들도 근골질환이 많아요. 아파도 참고 일하고 마치면 치료받고. 지난 2020년 2월에 한 분이 테니스엘보로 수술하면서 산재 신청을 하셨고 승인을 받으셨어요. 그걸 계기로 다른 선생님들도 더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청소가 힘들잖아요. 연세가 있으신 분들이 많으시고요. 6시간 안에 그 큰 학교를 다 청소해야 하니 굉장히 바쁘고 몸에 무리가 많이 가죠.
  초등학교는 아이들이 화장실을 깨끗하게 못 써서 일이 더 많다고 하시더라구요. 산업안전보건위원회에 포함되지 않은 직종 중에서 행정실무사 선생님들은 테니스엘보나 손목터널증후군, 회전근개파열이 많아요. 컴퓨터를 많이 쓰니까요. 목도 안 좋은 경우가 많고요. 또 특수건강검진 대상이 되기도 한 과학 선생님들은 각종 화학물질들을 관리하시다 보니, 그로부터 발생하는 위험에 노출되어 있죠."

- 2020년 여름부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아래 한노보연)와 '굴뚝속으로 들어간 의사들(이하 굴뚝책) 책 읽기 강좌'를 진행하고 계신데요.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저희 지부 박정호 국장이 지회마다 노안활동을 제대로 할 수 있게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우선 노동안전보건에 대한 감수성을 기르는 교육과정이 필요하다는 말을 하셨어요. 노안활동은 저 혼자 할 수 없어요. 지회마다 노안활동가들이 있어야 하죠. 특히 자기가 아프다는 말을 하기 어려운 위치에 계신 분들이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너무 아픈데 말 못하는 분들이 많아요.
  제가 조리실무사로 있을 때, 하루는 몸이 막 떨릴 정도로 아팠어요. 출근 못한다고 전화했죠. 그랬더니 저한테 '야 너 때문에 난리났어, 기어서라도 빨리 출근해' 라고 하더라고요. 하루 종일 이를 악물고 일을 했어요. 식은땀 뻘뻘 흘리면서. 내가 조리사가 되면 그 말 만큼은 안 하고 싶더라고요. 동료가 아프다고 하면. 조리사 되고 나서는 아프면 쉬라고 하고, 거기에 대해선 토를 못 달게 했어요.
  쉬어야 다음 날 다시 일할 수 있잖아요. 그런 날은 진짜 내가 뛰어다니면서 일을 했어요. 대체인력 쓰는 건 지금도 잘 안 돼요. 그 시절부터 일하시던 분들은 지금까지도 그게 머리에 박혀서 하루도 제대로 못 쉬어요. 그런 분들이 밖으로 자기 이야기를 어떻게 하나요.
  올해 8월 말이 정년이신 분이 계세요. 목 디스크, 허리디스크, 양팔 테니스엘보, 회전근개파열이 왔대요. 오래 서 있을 수도 누워있을 수도 앉을 수도 없어요. 학교는 출근 안 한다고 난리가 났고요. 제가 무조건 쉬라고 했어요. 자기 곧 정년인데 뭐 아쉬울 게 있냐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나는 그분한테 '선생님이 여기서 이겨나갔으면 좋겠다고, 선생님을 위해서도 그렇지만 다음 사람을 위해서라도 그래줬으면 좋겠다'고 말씀을 드렸어요. 그리고 4개 질병에 대해 한 번에 산재신청을 했어요. 보통 이 정도로 아프면 학교에서도 규정 들이대지 않고 질병 휴직하게끔 해줘요. 그런데 그 학교는 이 선생님을 자르고 싶은 거예요. 그 분이 유급/무급병가를 다 썼고, 취업규칙상 질병 휴직 쓰려면 8주 진단서 필요한데 없으니 안 된다는 거예요.
  그래서 경기도교육청에 말 했어요. 어느 의사가 4주 이상 진단서 떼 주냐고요. 그러던 차에 그 선생님 어깨도 너무 망가져서 수술을 하게 되셨고, 그 때문에 8주 진단을 받아 질병휴직 들어가기는 했어요.
  얼마 전에 그분과 통화를 했어요. '네가 아니면 이런 용기도 못 냈지만, 20년 넘게 급식실에서 몸 생각 안 하고 죽기 살기로 일 한 게 억울하다고. 어느누구도 알아주지 않는데 누구를 위해서 이 일을 했을까' 그 생각만 든대요. 산재 진행하는 동안 학교 때문에 너무 비참했대요. 저는 그 분께 정년퇴임 하셔도 이 활동 계속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현장은요, 근골격계 문제에 앞서서 이미 마음에 병들이 너무 많아요. 제가 노조 활동을 하면서 느낀 게, 난 진짜 교육을 잘못 받았구나. 저는 학교 다닐 때 부모, 선생님께 순종해야한다고 배웠어요. 안 그러면 큰일 난다고요. 나라에 충성해야한다는 교육은 당연히 받았죠. 내가 왜 그 말을 잘 들었지? 억울해요.
  이런 분들의 의견을 모아서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어요. 그래서 한노보연과 함께 굴뚝책 읽기 교육을 진행하게 됐죠. 처음처럼 스물 몇 명씩 나오지는 않지만 지금까지 나오시는 선생님들은 진짜 열심히 하세요. 빨려드는 교육이에요. 다들 의견도 적극적으로 내시고. 진행하길 아주 잘 했다고 생각해요.
  또 작년엔 '나도 강사다' 교육도 해보려고 했어요. 코로나 때문에 못 했지만요. 계속 설득해서 올해 6월 교육 참석자분들이 들으실 수 있게끔 할 거예요. 물론 그 교육 한 번 받고 바로 강사로 뛰기는 어렵죠. 근데 한 번 받고 또 받고. 용기를 내시면 돼요. 나 같은 사람도 하는데. 현장에 계신 분들이 노안활동가로 성장하실 수 있게끔 해야 해요. 가장 현장을 잘 아는 사람들이 해야 교감하는 교육이 돼요. 그게 현장에서 현장을 바꿀 수 있는 길이예요."

- 노안활동을 계속 이어나가게끔 하는 동력은 무엇일까요?

  "사실 때로는 제 부담감을 떨치고 싶기도 해요. 학교 현장으로 들어가는 게 가족들이 바라는 거기도 하고요. 24시간 노조 혹은 노안 활동이 항상 머릿속을 차지하고 있어요. 근데 제 주변에서 '네가 있어서, 네가 이렇게 해 주니까 우리가 이만큼 학교에 내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가장 뿌듯하고, 내가 이 일을 참 잘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어떤 분은 '광명은 언니가 있으니까 누구도 걱정 안 해'라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주변에서 인정해 주시는 게 감사하죠. 제가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바로 그런 것 아닐까 해요."

응어리진 아픔들을 말하도록, 더 크게 말하도록
 

  양선희 노안위원장의 말을 통해 산재를 신청하고 승인받는 일을 다시 보게 되었다. 산재인정이 되면, 회복을 위한 시간/금전상 보상을 받는다. 이는 동시에 나의 고통을 이야기하고, 그에 대한 응답과 인정을 받는 일이기도 했다.
  노동에서 비롯된 몸과 마음의 고통을 말하지 못하는 것 혹은 말했으나 인정받지 못하는 것. 내 몸과 마음이, 곧 나라는 사람이 부당하게 고통받지 않아야 할 뿐만 아니라, 세심히 보살펴야 할 가치가 있는 존재임을 무시당하는 경험이다. 나의 인격을 존중받지 못하고, 생명 없는 노동력의 한 단위로 취급받는 고통. 몸의 병 이전에 이미 마음의 병이 있다는 양선희 동지의 말은 바로 그것들의 응어리를 일컫는 것일테다.
  노안활동은 그렇게 단단히 뭉친 아픔을 한 겹, 두 겹씩 풀어내는 일이 아닐까. 고통의 부름에 응하면서, 그들의 '말하기'를 지지해주면서.

 

[A-Z 다양한 노동이야기] 노인의 삶을 살피는 이들의 몸과 마음은 누가 돌보는가?-공공연대노동조합 최순미 조직국장, 생활지원사 J님 인터뷰

[A-Z 다양한 노동이야기] 

 

노인의 삶을 살피는 이들의 몸과 마음은 누가 돌보는가?

-공공연대노동조합 최순미 조직국장, 생활지원사 J님 인터뷰

 

박기형/상임활동가

 

  <일터>에서는 돌봄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돌아보기 위해 요양보호사, 가사관리사 등 다양한 직종을 만났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던, 작년 연말에 청와대 앞에서 집단해고 철회와 고용안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연 또 다른 돌봄노동자들이 있다. 바로 생활지원사다.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는 한국 사회에서 독거노인들의 삶과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생활지원사의 노동을 들여다보고자 생활지원사 J님과 이들의 노동권 보장을 위해 활동하시는 공공연대노동조합 최순미 조직국장님을 만나 얘기를 나누었다.


독거노인의 생활을 받치는 사람들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생활을 지원한다'라는 말이 참 모호하게 다가왔다. 독거노인의 '어떤' 생활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지원한다는 것인지, 지원이라 함은 어떤 걸 말하는 것인지 궁금했다.

J: 생활지원사는 만 65세 이상 국민기초생활수급자·차상위계층·기초연금수급자 중 독거·조손가구처럼 돌봄이 필요한 어르신들에게 안부확인, 생활교육, 사회참여 프로그램, 일상생활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노인 대상 사회복지의 최일선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죠.


  생활지원사들은 2020년 1월 보건복지부가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새롭게 시행하는 '노인맞춤돌봄서비스' 사업을 담당한다. 2000년대 초중반 시행되었던 기존의 노인돌봄서비스들은 ① 노인돌봄기본서비스 ② 노인돌봄종합서비스 ③ 단기가사서비스 ④ 독거노인 사회관계활성화 ⑤ 초기독거노인 자립지원 ⑥ 지역사회자원연계로 나누어져 있었다. 이를 노인돌봄사업 간 장벽을 없애고, 수혜자 요구에 기반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명목하에 통합‧개편한 것이 바로 '노인맞춤돌봄서비스'다.

J: 전국적으로 약 3만 명의 생활지원사가 있습니다(2020년 7월 말 기준, 2만 5470명). 이들이 독거노인 45만 명을 돌보고 있다고 봐도 되어요. 하루에 5시간씩, 평균 16명의 노인들에게 돌봄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요. 이용자들은 일반군과 중점군(신체·정신적인 기능제한으로 일상생활 지원 필요가 큰 대상)으로 나뉘어요. 보통 일주일 단위로 전 이용자(중점군 2~3명 & 일반군 14명, 총 16여 명)들에게 일정대로 안부전화를 하며 말벗서비스를 제공하고, 가정에 방문을 합니다. 병원, 관공서, 은행 등 필수적인 외출에 동행하기도 하고요. 중점군의 경우에는 말벗서비스 외에 일주일에 2번 각각 2시간씩 직접 가정에 방문하여 가사지원서비스 등도 지원합니다.

필수적이나 인정받지 못하는 노동

  정부의 사업안이나 교육에서는 특정 업무를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로 일하다 보면 요양보호사나 가사관리사처럼 이용자의 거동과 가사노동 전반을 챙기게 된다. 정부는 이용자들의 욕구에 기반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복지의 질을 높이겠다고 말하지만, 노동자들에겐 업무의 경계가 흐려질 가능성이 크다. 여전히 돌봄노동자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미약한 상황에서는 그 가능성이 더욱 커진다.

J: 생활지원사의 전신은 생활관리사예요. 하지만 모르는 사람들이 태반이죠. 실제로 오랫동안 이 서비스를 받고 계신 이용자들도 '집에 왔다가는 아줌마', '전화해 주는 사람', '일하러 오는 아줌마나 어딘가에서 오는 복지사'라고 정확한 명칭을 잘 모르시거나 잘못 알고 계신 분들이 대다수입니다. 본인이 때로 일하면서 보람을 느낀다고 해도, 이용자들과 주변 사람들이 인정을 제대로 안 해주다 보면, 남들이 꺼려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게 되기도 하죠. 이 때문에 업무 만족도도 낮아지고, 심지어 일하는 과정에서도 부당한 걸 많이 겪게 되는 것 같아요.

  작년 통합·개편되면서 '노인맞춤돌봄서비스'로 묶인 노인돌봄기본서비스·노인돌봄종합서비스·단기가사서비스 등은 2007년부터 10여 년 동안 지속되어 온 사업들이다. 하지만 이 사업에서 고용한 노동자들에 대한 처우는 여전히 열악하기만 하고, 사회적 인정조차 제대로 받고 있지 못하다. 이는 생활지원사들의 고용불안, 저임금과 같은 노동조건과 직무스트레스, 성폭력 위험 등의 안전과 건강상에 유해한 노동환경과 긴밀히 연관된다.

최순미: 갈수록 우리 사회에서 돌봄노동은 필수적인 영역이 되고 있잖아요. 하지만 점차 시장화되는 돌봄노동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여성 노동자들은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어요. 마치 과거 집에서 가사노동을 하는 것을 무임금 노동으로 평가절하했던 것처럼 말이죠. 최저임금을 받으며, 마치 아무런 사회적 가치를 받지 못하는 가사노동을 하는 사람들로 취급받고 있어요. 여성이면 누구나 집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사회적 평가 속에서 급여 등 노동조건이 최저 수준으로 책정되어 버리는 거죠.
 

▲ 2020년 12월 30일 청와대 앞에서 진행한 "노인생활지원사 집단 해고 철회 및 고용안정 촉구 기자회견" 당시 사진.

노동권 보장에는 손놓은 정부

  생활지원사들은 여러 가정을 돌아다니며 방문해야 한다. 이동은 업무의 일부분이다. 하지만 이동에 드는 비용은 자비로 부담해야 한다. 이동시간 또한 근무시간으로 산정되지 않기도 한다. 더욱이 생활지원사들을 관리하겠다면서, 정부가 도입한 '맞춤형 광장앱'은 각종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최순미: 맞춤형 광장앱은 기본적인 노무관리 시스템이라고 보면 됩니다. 생활지원자들은 5시간 근무시간 동안 맞춤형 광장앱을 실행시켜야 되는데 그 시간 동안 자신들의 위치가 기관이나 센터에 자동적으로 보고가 되고 있는 거예요. 3분마다 위치가 추적당하는 거죠. 사생활 침해 논란이 불거지는 것은 기본이죠. 더구나 최저임금을 주면서 이동경비뿐만 아니라 광장앱 사용에 따른 데이터 비용까지 자비 부담이에요. 앱을 사용하기 위해선 때론 앱 사용이 가능한 핸드폰으로 기기변경까지 해야 하는데, 그 비용도 마찬가지죠.

  더욱이 광장앱은 노인생활지원사의 업무 형태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정 시간과 특정 장소에서만 일하는 게 아니라, 노인들의 요구나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일하게 될 때가 있는데, 이걸 부당하게 근무시간 미준수 또는 근무지 이탈이라고 판단해버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방문시간이 짧을 경우 집 앞이나 주변을 서성이면서 시간을 채워야 하고, 식료품 등의 물품을 전달해야 할 때 이용자가 집에 부재할 경우에는 선 전달 후 앱상 방문체크를 위해 해당 가정에 재방문하는 일도 빈번하다. 서비스 제공의 효율은 증대되지 않은 채, 불필요하게 노동강도만 높이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앱만 개발했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 현장에 적합한지, 잘 활용되고 있는지, 개선할 점은 없는지 등 정부가 책임지고 관리를 해야 한다는 요구가 강하다. 하지만 다른 복지서비스들처럼 노인맞춤돌봄서비스도 대부분 민간에 위탁되다 보니, 앱 관리는커녕 노동권조차 보장하지 않고 있다.

J: 우리 사회는 돌봄노동을 가족에게서 시장으로 이관시켜 왔어요. 그렇게 사회복지 영역에서 시장화가 확대되었죠. 국가는 이용자들에게 비용을 지급하고, 이용자들이 기관과 종사자를 선택해서 서비스를 받는 형태가 기본적인데, 이때 해당 기관들에선 이용자들을 많이 유치하려고 경쟁이 치열해요. 그래서 기관들은 적은 노력과 비용으로 최대한 잡음 없이, 많은 이용자를 보유하려고 해요. 처우 개선도 안 하려고 하고, 이용자들에 대한 관리도 부실하죠. 노동자들은 어려움이 있어도 얘기를 할 수가 없어요.

  보건복지부는 노인맞춤돌봄서비스로 통합개편하면서 서비스 대상자를 35만 명(2019년)에서 45만 명(2020년)으로 10만 명 확대하기로 했다. 그런데 민간위탁 기관들에서는 기관평가 점수를 잘 받기 위해, 대상자가 18명에 이르지 못하는 생활지원사들에게 나머지 대상자를 발굴하라고 지시하였다고 한다. 담당 지역의 독거노인 리스트를 나눠주면서 방문하거나 전화로 서비스 제공을 권유하거나, 기존 이용자나 주변 사람들에게 홍보를 부탁하는 등의 사회복지사 업무를 재고용을 운운하며 이들에게 전가시킨 것이다.

최순미: 보건복지부가 직접 기획하고 추진하는 사업들이잖아요. 그런데 민간위탁을 줬다는 이유로 손을 놓고, 생색만 내려고 하는 것 같아요. 민간위탁 사업방식을 취한 사회복지 영역 대부분에서 고용불안 문제가 있어요. 1년 단기계약해놓고 해고시킨다든가, 평가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센터나 담당자별로 (재)채용 여부를 자의적으로 해버린다든가. 물론 보건복지부에서 지침을 내리지만, 법률 수준이 아니니 지키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일이 빈번해요. 현장에선 정부 지침이 무용지물과 다를 바 없어요.
 
생활지원사가 마주하는 위험

  생활지원사들은 노인들의 일상을 챙기기 위해, 전화할 뿐만 아니라 직접 각 가정을 방문한다. 제공할 서비스가 규정되어 있지만, 한 사람의 삶을 살피다 보면, 부득이하게 또는 자발적으로 업무를 넘어선 일들을 나서서 하게 될 때가 많다. 더욱이 청소·정리 등이 거의 되지 않거나, 반지하 등 주거환경이 열악한 집들이 많은데, 충분히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일정 시간 안정적으로 머물러야 하기에, 직접 청소하는 등 별도의 조치를 취하기도 한다.
  문제는 이런 업무 외 노동, 매뉴얼에는 보이지 않는 노동들이 많다는 것으로 생활지원사의 위험이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방문노동자들이 가장 많이 겪는 폭언, 폭력, 성폭력 등의 위험에도 늘 노출되어 있으며, 이에 대한 충분한 예방조치나 관련한 가이드라인 등은 부재한 상황이다.

J: 그 외에, 아직 잘 드러나지 않는 문제가 있어요. 생활지원사들이 겪는 정신적 스트레스, 고통이에요. 대표적으로 노인분들이 응급상황에 처하는 걸 목격하는 일이 발생해요. 우선 전화를 계속 받지 않으시면 긴장되고 불안해요. 무슨 일이 생겼을까 걱정되죠. 물론 밤중에 취한 채로 전화하거나 수시로 전화를 거는 일도 부담이 되지만요. 방문했는데, 갑자기 쓰러져 계신다든가 하면, 긴급히 대응해야 하잖아요. 저도 최근에 한 분이 돌아가실 뻔한 사례를 겪었는데, 3~4시간을 119 불러서 후송하고 챙기고 그랬어요. 그때만 떠올리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무서워요. 이런 걸 트라우마라고 하는구나 싶어요.
 
최순미: 하지만 정부나 기관들에선 생활지원사들에게 휴식도 주지 않고 트라우마 치유도 해주지 않아요. 긴급상황에 대한 대응매뉴얼도 없고 교육을 충분히 제대로 하지도 않죠. 결국, 개인 몫으로 남겨질 뿐이죠.
 
문제해결의 시작, 사회적 인정과 공공성 강화로부터

  돌봄노동자들의 노동권이 실현되기 위해선, 무엇보다 노동자들의 고용, 노동과정 등 전반을 국가가 책임지도록 공공성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아가 J님은 돌봄노동에 대한 사회적 가치를 인정하는 일도 중요하다고 지적하였다.

J: 노인돌봄은 우리 사회에서 더 중요해질 거예요. 초고령사회로 노인인구 증가는 기정사실이고 이 노인들 중 가족이 무너지고, 사회와 단절된 노인들은 방치할 수 없잖아요. 국가나 지역사회에서 돌봐야 해요. 하지만 정부는 민간기관과 노동자 개인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고, 이용자들의 편의와 취업통계 상 고용률만 고려하다 보니, 정작 노동자들은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까워요. 우리 생활지원사들이 함께 마음을 모아서, 당면한 문제를 조직된 힘으로 바꿔나가길 바랍니다.

 

[토론회 자료집] 여성노동자 일터 내 화장실 이용실태 및 건강영향 연구

여성노동자 일터 내 화장실 이용 실태 및 건강영향 연구 토론회

2021년 3월 4일 목요일 14시,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 코로나로 인해 당일 온라인 진행합니다. 

온라인(zoom) 참가 신청 bit.ly/여성노동자토론회

 

발제
- 김규연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회원)
- 이나래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

토론
- 권수정 (금속노조 여성위원장)
- 여민희 (서비스연맹 학습지노조 재능지부장)
- 이현정 (민주노총 노동안전국장)
- 황수옥 (한국노동사회연구소)
- 오정원 (산부인과 전문의)

주최 및 주관 민주노총 여성위원회,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토론회 자료집] 여성노동자화장실연구(최종).pdf
4.88MB

[토론회] 사무금융노동자의 정신건강 실태와 개선방안 토론회

사무금융노조_사무금융_노동자의_정신건강_실태_개선_토론회.pdf
7.36MB

 

사무금융노동자 업무상 정신질환 실태 및 대응 연구 발표회 

-일시: 2021. 02. 19

주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주최: 사무금융노조 

 

[프로그램] 

사회 장순원 / 사무금융노조  

발제1 기사 분석 / 김영선 (노동시간센터 연구위원) 

발제2 설문 분석 / 이유민(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전문의) 

발제3 면접 분석 / 류한소(중앙대학교 사회학과 박사과정) 

토론1 김형렬(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전문의) 

토론2 류현철(일환경건강연구소) 

토론3 이은순(사무금융노조 교보증권 지부장) 

 

*최종 자료집은 3/4 업로드 됩니다 

일터 통권 203호 / 2021.02

[특집] 필수노동자 대책에 노동권 보장은 필수다
1. 필수노동자 지원 대책 '보호 및 지원'을 넘어 일상의 권리로 진전해야
2. 일상 속 재난을 마주한 국제 사회, 필수노동자를 어떻게 바라보고 지원하고 있나?
3. 버스노동자들의 안정적 노동이 필수노동자 대책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지금 지역에서는] 

[농어촌지역 외국인노동자 주거환경 실태조사] 관련 경기도 노동국과의 면담 열려

[알아보자, LAW동건강]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문제점

[연구리포트] 

사무금융노동자의 정신질환 실태 

[동아시아 과로사 통신]

카메라 뒤에 사람이 있다

[A-Z까지 다양한 노동 이야기] 

노인의 삶을 살피는 이들의 몸과 마음은 누가 돌보는가?

[현장의 목소리] 

고용노동부, '나는 이 농장을 떠나지 않겠습니다' 서약부터 받아

[노동안전보건활동가에게 듣는다]

응어리진 아픔들을 말하도록, 더 크게 말하도록

[문화로 읽는 노동] 

영화 <이리나 팜>, 성노동과 사회적 낙인에 대한 우회적 질문

[직업환경의학 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플랫폼 노동 건강 아이디어톤에서 만난 플랫폼 노동자

[유노무사 상담일기 더불어與]

직장 내 괴롭힘 → 업무상재해 인정 → 사업장 복귀까지

[여성노동 건강상식]  

돌봄노동자의 성폭력 위험을 예방하기 위한 과제

[발칙 건강한 책방]

약사가 들려주는 '대한민국 동네약국 사용설명서'

[이러쿵 저러쿵]

돌과 흙보다 서로를 깊이 간직할 수 있을까

[안전보건동향] 

[한노보연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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