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과로사통신] 일본 사법제도에서는 과로사 사건을어떻게 다루는가?

[일터 1월_동아시아과로사통신]

일본 사법제도에서는 과로사 사건을 어떻게 다루는가?

이와하시 마코토 POSSE 활동가/번역: 장향미 노동시간센터 연구위원

▲ 일본에서 노동자가 과로를 사망 이유로 인정받기는 너무나 어려운 상황이다.법원에서마저 노동자의 근무 상황을 들여다보기보다는 사측이 가져온 노동자 개인의 건강 문제를 원인으로 인정하는 상황은 큰 벽 앞에 서있는 느낌마저 들게 한다.

 

일본 정부가 과로사 및 과로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의 필요성을 인정한 최초의 법, '과로로 인한 사망 및 상해 방지 조치 추진 법령'이 2014년에 통과되었다. 최신판 과로사 백서에 따르면, 2019년 정부는 뇌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자 86명을 산업재해자로 승인했다. 또한 정부는 88건의 자살 또는 자살미수(과로자살)가 업무와 관련된 정신 질환에 기인한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 수치가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정부로부터의 보상은 상실한 미래 소득의 일부만을 보전할 뿐이며, 피해자 가족이 산재 보상을 받더라도 전 고용주는 사건이 법원에 제소되지 않는 한 피해자 가족에게 사과하거나 추가 보상을 제공할 법적 의무가 없다. 게다가 제소되더라도, 기본적으로 법원은 종종 여러 이유를 들어 전 고용주에게 무죄를 선고한다.

2011년, 산세이(Sansei/역자주–일본 이와테현 오슈시에 있는 기계 부품 제조 회사) 에서 일하던 노동자 A씨가 과로에 의한 뇌출혈로 사망했다. 영업 기술부서의 관리자로 출장이나 팀원 평가 등 업무에 쫓기던 A씨는 사망 전 1개월 내 초과 근로시간이 85시간 48분, 2개월 내 초과 근로시간이 111시간 9분으로, 국가의 과로사 산재 인정 판단 기준인 1개월 내 초과 근로시간 80시간이 넘는 장시간 노동에 시달렸다. 휴일에도 출근하면서 A씨는 가족에게 '나는 과로야. 이 회사는 비정상적이야. 무슨 일이 있으면 고소해'라고 말할 정도였다.

하지만 사측은, 조사를 담당한 노동기준사무소에 '회사에는 아무 문제가 없으며 뇌출혈은 고혈압 및 나이와 같은 고인의 기저 상태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진술서를 제출하는 등 업무관련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리고 퇴직금 50만엔을 지급했을 뿐, 유가족에게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 하지만 하나마키(Hanamaki) 노동기준사무소는 회사가 보관한 고인의 작업일정표와 일일 보고서를 확인한 후, 고인이 사망 전 2개월 동안 과중한 업무부하와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기에 고인의 죽음은 과로사로 간주되어야 한다고 결정했다.

이후 유가족은 과로사 피해자 가족을 돕는 도쿄의 노동 NGO인 POSSE의 지원 하에 회사와 이사회 구성원에게 약 6500만엔의 손해 배상금을 청구했다. 이사회 구성원이 포함된 이유는 회사가 이미 2012년에 해산 신청을 하여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회사로부터 어떤 보상도 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뚫기 힘든 과로사 산업재해 승인

법정에서 회사는 고인이 고혈압과 "건강에 해로운 식사"와 같은 기존 건강 상태로 인해 사망했다고 반복해서 주장했다. 설사 과로가 있었더라도, 다른 직원이 고인이 맡았던 업무를 수행하게 하고 추가 인력을 채용하려고 고려함으로써, 과로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개인으로서의 이사회 구성원은 고인의 과로를 파악할 수 없었으므로 책임을 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동기준사무소에 회사가 제출한 작업일정표에, 고인이 실제로 과로사 기준보다 더 오래 일했다는 것이 이미 드러나있어 이사회가 고인의 과로를 이미 인지하고(혹은 인지할 가능성이) 있었을 것이 분명했다. 게다가 이사회 구성원 중 한 명은 공장 관리자로서 고인이 일했던 곳의 바로 옆방에서 일을 했고, 때로는 같은 업무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요코하마 지방 법원은 회사는 사망에 대한 책임이 있지만, 이사회 구성원은 그로부터 제외된다고 판정내렸다. 이는 회사가 이미 해산되었으므로 유가족은 보상을 받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법원은 공장 관리자가 "다른 직원들에게 고인과 함께 일할 것을 요청"했고, 회사는 "새로운 소프트웨어로 고인의 업무를 보다 효율적으로 만들려고 노력했으며", "초과근무시간을 사망 2개월 전 111시간 9분에서 사망 1개월 전 85시간 48분으로 줄였기" 때문에 이사회 구성원 개인이 책임을 지는 것을 기각했다.

판사는 회사가 고인의 작업량을 과로사 기준 이하로 줄이지는 않았더라도,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해서 과로사를 방지하려 노력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회사가 시도했다고 주장한 조치가 무엇이든, 실제로 구현된 것은 없다. 고용주의 의무가 단지 과로를 줄이려는 시도뿐이라면, 고용주는 직원에게 필요한 만큼 일을 시킨 뒤 나중에 실제로 실행될 수도, 아닐 수도 있는 조치를 열거하며 과로사를 방지하려 노력했다고 얼마든지 주장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법원은 설령 유가족이 회사로부터 보상을 받을 권리가 있더라도 피해자가 고혈압을 앓고 있었기 때문에 보상액의 70%를 감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는 과로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사법제도가 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지 않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사법 제도가 과로사 사건을 어떻게 다루는지 살펴보면 몹시 터무니없다고 느껴진다.

그러나 사실 대부분의 과로사 사건은 법정에 제소조차 되지 않는다. 2019년 사업장 산업재해 보상 신청 건수는 936건이었지만, 정부가 업무 관련성을 승인한 건 216건(사망 86건 포함)에 불과했다(승인률 23%). 피해자 가족이 과로나 괴롭힘을 보여주는 증거를 수집하지 못하거나, 사망 후 조사가 불가능하도록 회사가 증거를 처분하기 때문에 수많은 사건이 드러나지 못하고 묻힌다. 과로사 피해자 가족이 정의를 도모하기 위해서는, 고용주가 과로를 강요한 것에 대해 책임지도록 만드는 더 엄격한 조치가 필요하다.

[A-Z 다양한 노동이야기] 타투는 예술행위라고 부르자!-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노조 타투유니온지회 김도윤 지회장 인터뷰

[A-Z 다양한 노동이야기]

타투는 예술행위라고 부르자!-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노조 타투유니온지회 김도윤 지회장 인터뷰

유청희 상임활동가


타투나 문신 하면, 힙합 뮤지션들이 TV에 나와 랩 경연을 할 때 그들의 몸 곳곳에 모자이크 처리된 문신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시청자들은 방송에서 가리는 것이 무엇인지 모두 알고 있지만 굳이 방송은 몸에 그려진 그림을 가리려 한다. 그럼에도 문신을 하는 소비자는 생각보다 많은데, 타투를 경험한 한국 국민은 무려 1300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타투이스트들은 타인의 몸에 그림을 그린다는 행위가 직업의 특성이지만 이들이 떨쳐낼 수 없는 또 하나가 바로 법을 위반하는 노동이라는 것이다. 보이지만 가리려 하는 것, 타투를 업으로 삼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타투유니온지회 김도윤 지회장을 지난 2020년 12월 22일, 경복궁역 근처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의료법 제 27조 제1항은 의료인이 아닌 자의 의료행위를 금하고 있다. 1992년 대법원은 문신을 "의료행위"로 판단했고, 갈수록 타투를 편안한 것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아지지만 여전히 의료인이 아닌 자가 하는 문신 작업은 법에 저촉되는 행위이다. 지금까지 수차례 문신업을 법제화하려는 정부의 계획과 국회 법안 발의가 있었지만, 법 제정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일본의 경우 2020년 9월 의료인이 아닌 문신사가 문신 행위를 해 의사법 위반으로 기소되었으나 무죄 선고를 받아 타투이스트들이 합법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문이 열렸다. 이제 한국은 문신을 의료행위로 보는 유일한 국가로 남았다.

▲   화섬식품노조 타투유니온지회 김도윤 지회장. 타투이스트라는 직업을 일반직업으로 만들기 위해 여러 단위와 함께 공동대책위를 꾸리는 등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의 시도가 이번에는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 기대된다.

 

타투라는 예술 행위

타인의 몸에 그림을 그리는 타투라는 행위를 업으로 삼는다면 감당해야 할 것들이 있다. 타투가 예술행위인지 의료행위인지에 대한 분분한 의견들, 평생 몸에 남을 그림을 그린다는 것의 무게, 법이 인정하지 않는 직업군이라는 요소다. 김 지회장은 시간이 지나면서 타투이스트가 내리는 결정에도 변화가 있다고 한다.

"저는 원래 디자인 일을 하다가 타투이스트가 되기로 결정하고서 한동안 다른 일도 같이 했어요. 그러다 자리를 잡았을 때 전업으로 일을 하기 시작했어요. 법이 허용하지 않는 일이니까요. 지금 들어오는 사람들은 그 고민을 덜 한다고 생각해요. 상식적이고 보편적인 기준으로 생각하고 이 일을 시작하죠. 타투가 불법이라고 하는 것이 얼마나 말이 안 되는 것인지 인지하고 있어요. 많이 알아보면서 해볼 수 있겠다고 결론 내리고 결정하는 것 같아요.

처음에 타투를 배울 때는 잘 하는 사람에게 가서 작업을 받으면서 배우기도 하는데요. 인조 피부에 연습을 합니다. 하지만 사람 살에 얼마나 많이 해보는가가 중요한 거라서, 친구들한테 해보기도 합니다. 타투가 예술인지 묻는데, 저는 미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10년 동안 그림을 그리다가 타투를 시작했을 때 매체가 달라진 것이지 새로운 행위를 하는 건 아니라고 느꼈어요. 또 타투이스트에게는 직업 윤리가 있습니다. 물론 지금까지 긍정적이지 않은 인식을 만드는 데 이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문화가 영향을 끼친 면도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타투이스트들에게는 다른 업종보다 더 높은 직업 윤리가 있어요. 그런 높은 기준은 작업을 하면서 갖게 됩니다."

문신은 전신을 써서 타인의 몸에 그림을 그리는 작업이다. 손, 손가락, 손목, 목, 허리를 많이 써서 오는 근골격계질환과, 잉크와 바늘을 써서 일하며 찔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속 몸을 숙여 작업하기 때문에 등, 목, 척추 질환이 많아요. 손목터널증후군이나 손가락 염좌는 누구나 겪는 질환이고요. 또 아무리 오래 해도 떠나지 않는 게 긴장감이에요. 누군가의 몸에 평생 가는 그림을 그리는 거잖아요. 긴장한 상태에서 작업을 하면 예상하지 못 한 곳, 타투 작업을 3시간 하고났는데 무릎에 문제가 생기기도 해요. 너무 긴장한 상태에서 잘못된 곳에 힘을 주어서 그런 경우가 많아요.

바늘 같은 경우, 타투유니온지회에서 녹색병원과 건강실태조사를 했어요. 바늘에 얼마나 많이 찔리는지 물었더니 심한 사람은 1년에 25번 찔린 사람도 있었어요. 다른 사람의 살을 뚫고 들어갔던 바늘이 내 피부에 찔리면 위험할 수 있죠. 실제로 바늘 때문에 감염 확진 받은 사례는 없지만, 그래도 더 조심합니다. 지회에서 바늘에 찔렸을 때는 꼭 병원에 가도록 하는 내용을 교육 과정에도 넣었습니다."

고객을 상대하는 일은 무엇이든 감정노동을 동반한다. 특히 타투이스트들은 자신의 일이 '합법적'이지 않기 때문에 분쟁이 생길 때 다른 업종보다 더 큰 위기에 처할 수 있고, 특히 경력이 짧은 타투이스트들에게 고객의 고발은 가장 큰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감정노동은 모든 서비스 업종의 벗어날 수 없는 굴레인 것 같아요. 저는 타투이스트 14년째인데 감정노동에서 벗어나려고 계속 노력했어요. 감정노동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행복할 수 없겠구나 하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그런 일을 겪는 타투이스트도 많죠. 타투유니온지회 만든 이후에, 고객과의 분쟁이나 법률 문제가 생겼을 때 조정, 중재하고 법률 상담하는 업무가 초반부터 가을까지 지회 업무 중 90%를 차지할 정도로 너무 많았어요. 물론 쌍방의 문제입니다. 하지만 저희가 법제도 안에 있지 않기 때문에 더 크게 데미지(피해)를 입는 거죠.

예를 들어서, 그림 작업 서비스가 맘에 들지 않으면 보상을 요구할 수 있는데, 유독 타투는 불법이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고객들이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갑자기 형사고소로 협박을 해요. 손님이 협박하고 갈취한 거지만 저희가 전과자가 되어버리는 거예요. 그건 원하지 않기 때문에 신고한 소비자랑 협상을 하려고 해요."

법에 있지만 반투명한 존재 '타투이스트'

현재 한국 산업 분류에는 문신업이 존재하고 문신업으로 사업자 등록도 가능하다. 하지만 그럴 경우 단속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런 모순이 있을까 싶지만 1992년 대법원 판례로 지금까지 타투이스트는 반투명한 존재로 남게 되었다.

"저희는 직업 코드가 있어요. 2015년에는 고용노동부에서 유망 직업이라고 선정하기도 했고요. 문신업으로 등록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만일 문신업으로 사업자 등록을 하고 세금 신고를 하면 불법행위로 잡힐 수 있습니다. 영리 목적의 불법 의료행위, 보건범죄 단속에 대한 특별법에 의거하면 최저 2년 징역형에 처해요. 지금 1992년 판례를 제외한 모든 것이 돌아가는데도, 그 판례를 이용해서 누군가가 신고할 수 있는 거예요. 문신업으로 사업자 등록을 하고 세금을 올바로 낼 때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는 거죠. 타투유니온 만들자마자 내세운 것이 '세금을 내고 싶습니다'예요. 거기 동의하는 사람들이 노조에 가입하는 거고요. 빨리 제도권 안으로 넣어서 납세하게 만드는 것이 국가가 할 일입니다."

'노동자'라는 지위

타투이스트들은 대부분 사업이나 사업장에 고용되기보다는 자영업자인 경우가 더 많다. 자영업자와 노동조합을 바로 연결하는 것이 쉽지는 않은데, 타투이스트들의 법적 지위를 바꾸기 위해 노동조합을 결성하기로 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헌법상 타투이스트가 획득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지위가 노동자입니다. 가장 강한 조직들과 연대해서 싸울 수 있는 곳이 노동조합이라는 판단이 있었어요. 노동조합이라면 활동에 필요한 지혜와 노하우를 모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화섬노조에 있는 저희 타투유니온, 시민사회단체 등 총 55개 단체가 공동대책위원회를 만들었어요. 공대위 활동 하면서 문체위, 산자위, 보건복지위 국회의원들을 만나 대담을 할 수 있게 되었어요. 이게 연대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에 타투유니온지회를 포함한 많은 시민사회노동법률단체로 구성된 '타투 할 자유와 권리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타투이스트들이 타투할 자유와 권리를 위해 헌법소원을 냈다. 의사들만 문신을 할 수 있다는 것은 헌법에 명시된 직업선택의 자유와 표현·예술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이 그 취지였다.

"11월 초에 두 가지를 냈습니다. 하나는 '헌마', 또 하나는 '헌바'로요. '헌마'는 법적인 문제가 이 일을 시작한 사람, 개인의 기본권을 구속한다는 내용이에요. 자격요건은 이 일을 시작한 지 1년 미만인 사람이라서, 노조에서 1년 미만인 8명이 자원해서 헌법소원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는 '헌바' 소송이고 지금 준비 중인데요. 이 소송은 이 판례나 법조항 때문에 누군가가 피해받고 있다는 것을 주장하는 것입니다. 일본은 9월 이 재판에서 이기면서 타투가 비범죄화되는 계기가 되었어요. 최근 제가 신고 당해서 제가 당사자가 되었고, 수사가 진행 중입니다."

최근 일본에서 타투이스트들이 '무죄' 선고로 인정받게 되면서 한국에도 법제화의 시기가 더욱 가까워진 것 같기도 하다. 이들의 노력이 어떤 결실을 맺을지 기대가 된다.

타투가 예술로 인정받는 미래

타투유니온지회에서는 위생 및 감염관리가이드를 제작해 조합원들에게 배포 중이다. 이들에게 먼저 문제 삼을 수 있는 것이 감염, 위생 문제이기 때문이다. 또 지회에서 직접 건강검진을 실시한다. 노동시간 산정 방법을 안내하고 있고, 표준계약서도 미리 준비하고 있다. 법이 보여주지 않는 길을 타투이스트들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해외에서는 일반직업화 되어도 해결하기 어려운 것들이 있더라고요. 자영업자인지 예술가인지 등은 세금 문제와 연관되어 있습니다. 정부나 사회에 요구해야 할 것들은 더 많아질 거예요. 예술인 고용보험을 통해 보장받으려면 예술인 지위를 받아야 하는데, 모이지 않으면 잘 이뤄지기 어렵죠. 일반 직업화를 이루기 전에 많이 해놓을 겁니다. 세무교육, 위생교육, 법무교육, 노동교육까지 진행하고 있고요. 그 뒤에는 일반직업화가 과제로 남을 텐데, 정말 어려운 일이에요."

직업, 노동에는 이미 많은 이슈와 어려움이 따르는데 거기에 더해 일 때문에 단속될 수 있다면 누구든지 휘청거릴 수 있다. 타투이스트들이 시도한 여러 번의 두드림이 곧 결과를 낼 것 같다. 어쩌면 아주 가까이에 와 있을지도 모르겠다.

[일터1월_특집3] 주 52시간제, 방송 노동의 상황은 괜찮습니까? / 2021. 01

[과로사회에서 노동존중사회로]

주 52시간제, 방송 노동의 상황은 괜찮습니까?

성상민 후원회원,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활동가


온갖 말도 탈도 많았지만 어찌 됐든 '주 52시간제', 엄밀하게는 '주 40시간 노동시간 상한제'가 지난 2018년 공공기관과 공기업, 300인 이상 사업장을 시작으로 올해 2021년 7월부터는 5인 이상의 사업장에 모두 적용된다. 물론 여전히 반발도 적지 않다.

2019년까지는 '장기 불황'을 이유로, 2020년부터는 한국을 비롯해 전세계적으로 퍼져 여전히 종식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경제적 타격을 이유로 계속 주 52시간제를 유예하거나 피해가려는 움직임이 끊이지가 않았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이러한 소식 등을 집중적으로 보도하고 전달하는 언론을 비롯한 방송 제작 현장 전체가 노동시간의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노동 시간 규제에 대응한 방송업계의 '꼼수'

애당초 방송 제작 현장은 '주 68시간제'이건 '주 52시간제'를 시행하건 별로 상관이 없던 영역이었다. 2019년 7월 전까지는 근로기준법(이하 근기법) 상의 '근로시간 특례업종'에 지정된 26개 업종에 '방송업'과 '영상·오디오 기록물제작 및 배급업'(방송 프로그램 제작업)이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방송 산업'의 특성상 일률적으로 근로시간을 규제할 수 없다는 이유로 근기법의 '근로시간 특례업종'에 방송업은 오랜 시간 속해 있었고, 방송사와 외주 제작사들은 이를 이유로 정규직·비정규직·프리랜서 여부에 상관없이 모든 방송 노동자들을 마음껏 밤을 새우게 하며 일을 시킬 수가 있었다. 어차피 노동청에 진정을 넣어도 방송업의 야근과 과로를 사실상 합법적으로 보장하는 상황에서, 노동자들이 대응할 여지도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8년 근기법이 개정되며 시대착오적이었던 '근로시간 특례업종'은 기존 26개 업종에서 5개 업종으로 대폭 축소됐다. 이와 함께 '방송업'과 '영상·오디오 기록물제작 및 배급업'도 특례업종에서 제외되어, 오랜 시간 적용을 받지 않던 근기법 상의 근로시간 기준을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준수해야 하는 상황이 도래하게 되었다.

▲   최규석의 만화 <송곳>의 한 장면. 방송 노동은 언제가 되어야 "코리아 스타일"이 아니라 "글로벌 스탠다드"를 지킬 수 있을까. 역설적으로 이 작품을 드라마로 방영한 JTBC도 주 52시간제를 가장한 "꼼수"를 쓰는 상황이다.

 방송사과 외주 제작사는 이러한 '비상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고민했다. 그리고 누군가는 개정된 근기법을 세세하게 검토한 끝에 또 다른 '꼼수'를 창안하게 되었다. 근기법 상에 있는 3개월 단위의 '탄력적 근로시간제'나 '유연근무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된 것이다.

최근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가 문제를 제기한 JTBC의 꼼수가 바로 이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악용이다. 방송 노동자들을 불러 모을 때는 '주 52시간제를 지켜서 촬영에 나서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계약서를 그 자리에서 바로 쓰지 않는다. 방송 제작 현장은 오랜 시간 '프로그램 촬영 때문에 시간이 없다'는 것을 명목으로 방송 촬영에 투입되어 일을 시작하고 나서야 계약서를 쓰는 악습이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계약서를 쓰게 되면 방송 노동자들은 이상한 구석을 그제야 발견하게 된다. 그렇게 철석같이 믿었던 '주 52시간제'는 사실 주 52시간을 3개월(12주)로 환산해 '3개월 624시간'으로 명시한 탄력적 근로시간제였으며, 이를 제외하면 일일 노동시간은 물론 주간 노동시간 제한도 없다. 이동 시간도 근로시간에 포함되지 않는다. 오로지 3개월 노동을 마치고 624시간을 넘겼으면 추가 수당을 지급한다는 조항이 전부이다.

이는 명백히 근기법을 위반하는 움직임이다. 근기법은 3개월 단위로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시행할 수 있다고 되어 있으나 이는 근로자 대표와의 서면 합의가 필요하며 설사 시행하더라도 일일 12시간, 주간 52시간을 넘길 수 없다. 허나 JTBC는 이러한 조항을 제시하고도 정작 계약서 자체는 이전처럼 근로계약서가 아닌 '프리랜서 용역계약서'로 작성해서 노동자를 속이고 제대로 된 법적 조치도 회피하려는 이중의 꼼수를 부리고 있다. 

이러한 조항으로 인해서 방송 노동자들이 2020년 많은 제보를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에 보내왔다. 방송사의 '주 52시간제' 약속을 혹시나 하고서 믿었다가 속았다는 것에 대한 분노와 함께. JTBC는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에 공문을 보내 2020년부터 자사를 통해 방송하거나, 자사가 제작에 직접 참여하는 드라마들은 모두 이러한 조항을 적용하고 있다고 답변한 바 있다. 동시에 다른 방송사들은 자신들과 같은 주 52시간제도 시행하고 있지 않다면서 오히려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주장도 함께 답변에 실었다.

장시간노동 폐지 외면하는 방송업계

그러나 JTBC의 태도가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것과는 별개로, JTBC의 주장을 마냥 변명이라며 무시할 수도 없는 게 우리의 씁쓸한 현실이다. JTBC의 말대로 다른 방송사들이 제작하는 프로그램의 제작 현장에서는 노동자들에게 주 52시간제에 대한 이야기나 약속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도 JTBC와 똑같이 방송 스태프들 대부분을 직접 고용한 노동자처럼 취급하며 일을 시키고 있지만, 이들을 법적인 노동자로 인정하는 대신 명목상 '개인 사업자'로 취급하는 프리랜서 용역 계약서만을 계속 체결하는 상황이다.

당연히 노동시간에 대한 명문화된 조항도 없다. JTBC가 근기법을 악용한 꼼수로 노동자들을 혼란스럽게 한다면, 다른 방송사들은 주 52시간제의 전면 시행이나 방송업의 근로시간 특례업종 제외 조치는 자신들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듯 이전과 똑같은 야간·장시간 노동을 그대로 계속 이어나가고 있다.

물론 '일단' 지상파 방송사는 계속 노력 중이다. 2019년 6월부터 KBS·MBC·SBS 지상파 방송사 3사는 드라마 외주 제작사들의 연합체인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와 2018년 최초로 결성된 방송 스태프들의 노동조합인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 그리고 전국언론노동조합과 함께 표준근로계약서 의무 작성과 표준임금기준 마련, 근기법상의 노동시간 준수 등을 골자로 한 4자 협의체에 참여 중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본래대로라면 2019년 하반기에 시행이 되었어야 할 표준근로계약서를 비롯한 각종 사항은 협의체가 결성된 지 1년 반 가량이 지나도록, 2020년이 끝나가도록 여전히 합의가 끝날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다.

방송사와 외주 제작사들은 아직 합의가 진행 중임을 이유로 프로그램 제작 현장에서 주 52시간제의 전격적인 시행을 계속 거부하는 상황이다. 앞서 언급했던 대로 2021년 7월부터는 5인 이상 모든 사업장에서 주 52시간제가 전면적으로 시행되지만, 과연 올해 7월까지 4자 협의체의 합의가 끝날 수 있는지는 미지수이다. 자신들이 '공영방송'이라는 것에 자부심이 있는 KBS와 MBC가 정작 자신들이 제작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노동자들의 권리 문제에 있어서는 적극적으로 입장을 표명하거나 변화를 위해서 나서지 않고 있는 모습은 방송 노동이 놓인 현실을 매우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렇게 지상파 방송사들이 미적이는 가운데 JTBC는 편법적이고 자의적으로 해석한 주 52시간제를 내세우며 노동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2020년에도 여전히 열악한 방송 노동의 상황이 방송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영상 영역에도 점차 번져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네이버TV나 유튜브 등을 통해 공개되는 웹드라마들은 오래전부터 노동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았으며,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OTT를 통해 방송되는 작품들도 노동 조건에서는 전혀 '글로벌 스탠다드'를 지키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마치 최규석의 만화 <송곳>이 지금은 철수한 프랑스계 할인마트 기업 '한국까르푸'의 사례를 소재로 삼으며 프랑스 자국 내에서는 노동법을 성실히 준수하는 기업이 정작 한국에서는 상대적으로 악덕 사업주에 대한 처벌이나 징계가 부족한 국내의 현실을 악용하는 모습을 그렸듯, 똑같은 일이 방송 노동에서 벌어지고 있다. 

대체 언제까지 이러한 방송사들이 '무늬만 프리랜서'를 악용하여 노동자를 혹사로 밀어 넣는 만행을 가만히 보고 있어야만 하는 것일까. 감독급/팀장급 스태프의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은 한계가 있었지만, 이미 고용노동부는 2018년과 2019년 두 차례의 드라마 제작 현장 특별근로감독을 통해 방송 스태프 다수의 노동자성을 인정한 바 있다. 2000년대부터 계속 이뤄진 방송 노동자 개개인의 근로자지위 확인소송에서도 스태프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한 전례가 다수 있다.

이런 사례들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방송사나 외주 제작사는 요지부동이다. 소송을 건 당사자만이 근로자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부당해고를 당한 뒤 사측의 재판 방해로 부당하게 근로자지위 확인소송에서 패소하고 억울함을 호소하며 세상을 떠난 CJB 청주방송 故 이재학 PD와 같은 안타까운 사례도 생기고 있다,

많이 늦었지만 2020년 12월, 방송통신위원회는 지상파 방송사 재허가 요건에 '비정규직 처우개선'을 조건으로 삽입하며, 처음으로 방송사를 평가·관할하는 기준에 방송 노동자들의 노동 조건에 대한 요소를 삽입한 바 있다. 노동 시간 문제 또한 이러한 움직임이 필요하지 않을까.

이를 위해서는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나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와 같은 시민사회단체나 노동조합의 활발한 움직임과 꾸준한 감시, 현장 노동 문화의 개선도 동반되어야 하지만, 우선 방송 영역에 막중한 공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자신에게 주어진 힘을 올바르게 사용해야만 할 것이다.

동시에 고용노동부나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콘텐츠진흥원과 같은 방송 노동과 유관한 부처들 간의 협력을 통해 종합적인 방송 노동 대책을 입안하기 위해 야간·장시간 노동을 비롯한 해묵은 방송 노동의 문제가 지니는 심각성을 반드시 인지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다각도의 노력이 있어야 노동계가 오랜 시간 투쟁을 하여 쟁취한 '주 52시간제'가 비로소 방송 영역에서도 정착할 수 있지 않을까.

 

[일터1월_특집2] 장시간 노동 근절을 위한 과제, 포괄임금제 금지 / 2021. 01

[과로사회에서 노동존중사회로]

장시간 노동 근절을 위한 과제, 포괄임금제 금지

혜인 선전위원, 노무사


▲ 지난 2020년 11월 5일 정의당 류호정 의원이 "포괄임금제 금지법" 공동발의를 요청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노동자의 1주일은 휴일을 포함한 7일이며, 그 1주간 법정 근로시간은 40시간임을 명시한 개정 근로기준법(법률 제15513호, 2018. 3. 20.)이 시행된 지도 벌써 2년이 훌쩍 넘었다. 2018년 7월 1일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과 국가‧지방자치단체 등을 선두로 개정 근로기준법이 시행되었고, 2021년 7월 1일부터는 모든 5인 이상 사업장의 법정 근로시간은 1주 40시간이 된다.

노동시간 단축을 기조로 한 현 정부의 입법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는 국면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작 노동시간단축 기조에 배치되는 일련의 노동개악도 진행 중이다. 주52시제를 정착시키겠다면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확대하는 등 표면적으로는 노동시간을 줄이는 듯 보이나 실제로는 오히려 장시간 노동을 지속하도록 해주는 조치들이 취해지고 있다.

탄력근로제 도입 등 노동개악이 장시간 노동을 심화할 수 있는 맥락의 근저에는 포괄임금제라는 오래된 제도적 요인이 자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장시간 근로를 유발하는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는 포괄임금제의 금지 또는 제한에 대한 목소리가 재점화되고 있다.

포괄임금제의 개념

포괄임금제는 근로기준법상 근거 없이 판례에 따라 용인된 임금 지급 방식으로 ① 기본급을 미리 산정하지 않은 채 시간 외 근로 등에 대한 제 수당을 합한 금액을 월급여액이나 일당 금액으로 정하거나("정액급제"), ② 매월 일정액을 제 수당으로 지급("정액 수당제")하기로 하는 임금지급계약(대법원 1997.4.25. 선고 95다4056판결, 대법원 1998.3.24. 선고 96다24699 판결, 대법원 19995.28. 선고 99다2881 판결 등)을 말한다.

<예시>
① 정액급제
- 1주 52시간을 근무하기로 하고, 월 급여를 200만원으로 책정
- 1일 10시간을 근무하기로 하고, 일당을 10만원으로 책정

② 정액 수당제
- 연장‧야간‧휴일근로에 대한 임금을 기본급의 20%로 책정
- 연장‧야간‧휴일근로에 대한 임금을 매월 25만원으로 책정

임금은 노동자가 실제로 근무한 시간만큼 산정하여 지급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실제 노동 현장에서는 사용자가 임의로 노동시간(특히, 장시간 노동)을 가정하여 임금을 지급하는 포괄임금제가 만연하다. 한국경제연구원에서 2018년 실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총 195개 응답기업 중 113개사(57.9%)가 포괄임금제를 도입하고 있었다.

구체적인 포괄임금제 적용 직군은 '일반 사무직' (94.7%), '영업직' (63.7%), '연구개발직' (61.1%), '비서직' (35.4%), '운전직' (29.2%), '시설관리직' (23.0%), '생산직' (13.3%), '경비직' (8.0%), 기타 (4.4%) 순으로, 포괄임금제에 포함되는 임금항목은 '연장근로 수당' (95.6%), '휴일근로 수당' (44.2%), '야간근로 수당' (32.7%), '연차휴가 미사용수당' (1.8%), '퇴직금' (0.9%), '기타' (1.8%) 순으로 나타났다. (포괄임금제 활용 기업 중 70.8%, 포괄임금제 원칙적 금지에 반대, 한국경제연구원, 2019.02.11.)

포괄임금제의 성립 및 유효 요건

포괄임금제의 성립 여부는 노동자와 사용자 사이에 포괄임금제로 임금을 지급받기로 한 합의가 존재하는지를 기준으로 결정된다. 대부분의 판례는 묵시적 합의만으로도 포괄임금제 약정을 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대법원 1983. 10. 25. 선고 83도1050 판결, 대법원 1991. 4. 9. 선고 90다16245 판결 등)

노동자와 사용자 사이에 포괄임금제 약정이 적법하게 성립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약정이 유효하기 위해서는 판례가 제시한 다음의 유효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첫째,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워야 한다. 이 때,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란 '사용자의 지휘·명령 하에 있는 시간'을 명확히 파악할 수 없는 경우를 말하며, 사업장 밖에서 장거리 운행을 하는 트랙터 트레일러 운전원(대법원 1982. 12. 28 선고 80다3120 판결), 매일 기상상황에 따라 근로시간이 달라지는 염전회사 직원(대법원 1990. 11. 27. 선고 89다카15939 판결) 등이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로 판단된 바 있다.

둘째, 노동자의 자발적인 동의가 존재해야 한다. 포괄된 제 수당을 사용자가 임의로 구성하는 등 노동자의 의사결정권이 제한되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이다.

셋째, 포괄임금제 약정이 노동자에게 불이익이 없고 제반 사정에 비추어 정당해야한다. '노동자에게 불이익이 없다'는 것은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 규정된 임금 지급 기준에 비추어 불이익이 없어야 한다는 의미이며, '제반 사정에 비추어 정당하다'는 것은 포괄임금계약 체결 경위, 동종 업계의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부당함이 없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와 같은 유효요건을 갖추지 못한 포괄임금제 약정은 무효가 되며, 사용자는 노동자의 실 근로시간에 따른 임금을 산정한 후, 포괄임금에 포함하여 지급한 법정수당과의 차액을 노동자에게 지급해야한다.

포괄임금제의 문제점

근로시간 관점에서 포괄임금제가 노동자에게 미치는 악영향은 다음과 같다.

첫째, 포괄임금제는 노동자의 시간 주권을 박탈한다. 다시 근로기준법으로 돌아가면, 노동자의 근로시간은 1일 8시간, 1주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이러한 근로기준법 규정의 취지는 구체적인 근로시간을 규율함으로써 노동자의 근로시간 안과 밖의 삶을 보장하는데 있다. 하지만 포괄임금제는 법정근로시간을 초과한 연장근로·휴일근로 등을 사전에 예정하여 이를 임금 구성에 포함시키는 것이므로 노동자가 자신의 시간을 자유롭게 활용하는 것을 방해한다.

둘째, 포괄임금제는 노동자의 실 근로시간 측정을 어렵게 한다. 포괄임금제를 도입한 사업장에서는 노동자의 근로시간에 대한 모든 수당을 포괄하여 임금을 지급하고 있다고 여기므로, 추가적인 임금 계산을 위한 근로시간을 기록하는 등의 노력을 기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사업장의 행정력 부재는 향후 노동자가 임금체불 진정을 제기할 때 뿐 만아니라 과로로 인한 업무상 재해 신청 시 상당한 불이익으로 작용한다.

포괄임금제가 이미 많은 사업장에서 관행적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고, 새로운 산업의 출현으로 업무 형태가 다변하고 있는 상황이기에 오히려 포괄임금제를 새로운 임금 산정 방식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논의도 존재한다. 그러나 적정한 근로시간 규제를 통한 노동자 보호 측면에서 포괄임금제는 "임금산정의 자유는 아주 넓게 발휘된 것인 반면에, 경제적 압력을 통한 근로시간의 제한은 거의 또는 상당한 수준으로 무력화 될 수 있는 제도"(강성태, "포괄임금제의 노동법적 검토", <노동법연구> 제26호, 서울대학교 노동법연구회, 2008, 269쪽.)다.

노동시간 자체에 대한 규제가 유연화되고, 장시간 노동이 습속처럼 배어있는 상황에서 임금 산정의 측면에서조차 노동시간을 제약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상황을 지속해서 악화시킬 뿐이다. 그러므로 노동시간단축을 위해선 포괄임금제 활용에 대한 제재가 중요하다. 1주 40시간 준수를 위한 노력과 더불어, 장시간 노동을 조장하는 포괄임금제의 규율을 위한 입법과 행정적 조치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셋째, 포괄임금제는 장시간 노동을 고착시킨다. 근로시간은 법정근로시간을 준수하는 것이 원칙이므로 법정근로시간을 한도로 실 근로시간만큼 임금을 산정하여 지급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러나 포괄임금제는 연장·야간·휴일근로가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을 전제로, 임금 지급의 편의를 위해 탄생한 기형적 제도이므로 장시간 노동을 부추기고 고착시키는 폐단을 만들고 있다.

 

[일터1월_특집1] 누더기가 된 문재인 정부의 ‘노동존중’, 지금처럼 해서 노동시간 단축 이뤄질까? / 2021.01

[과로사회에서 노동존중사회로]

누더기가 된 문재인 정부의 ‘노동존중’, 지금처럼 해서 노동시간 단축 이뤄질까?

박기형/상임활동가

▲ 2018년 국회에서 통과한 주52시간 근무제가 1월부터 50~299인 사업장에, 7월에는 5~49인 사업장에 시행된다. 대통령 공약으로 "노동존중 사회"를 내세우고 장시간 노동을 없애겠다고 말 했지만, 정부와 여당은 재계가 반대할 때마다 세부 규정에서 장시간 노동을 허용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장시간 노동은 언제쯤 사라질까?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주52시간 상한제가 드디어 본격 시행된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2020년 12월 50~299명 사업장에 대한 주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 계도기간을 연말에 종료하겠다고 발표했다. 주52시간 이상 노동을 규제하는 근로기준법(아래 '근기법') 개정사항을 2021년부터 제대로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노동부는 그간 중소규모 사업장 등에 주52시간제 도입에 대한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면서 계도기간을 부여했다. 이제 당장 1월부터 50~299명 사업장에 적용되고, 7월부터 5~49명 사업장에 대한 자율적 개선지원 사업도 시행된다.

2021년 주52시간 상한제가 본격 시행되니, 드디어 장시간 노동을 해소할 길이 열렸다고 반가워해야 할까? 반갑게 맞이하기엔, 상황이 녹록지 않다. 오히려 장시간 노동 타파는 요원해 보인다.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과제들이 산적해있지만,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노동자와 시민들이 그들에게 부여한 소명을 쉽사리 내팽겨쳤다. 오히려 노동시간을 늘리고 노동자의 건강을 위협하는 일을 벌이고 있다. 주52시간 상한제가 본격 시행되지만, 장시간 노동 타파를 위한 여정은 더디기만 하고, 심지어 무산될 위험에 처했다.

노동존중 약속은 저버린 지 오래

문재인 정부는 출범하면서, '노동존중 사회'를 실현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진행된 노동개악을 되돌려, 노동권을 제대로 보장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에 부응해야 할 의무가 그들에게 있었다. 이를 위해 노동 관련 법령을 개정하고 행정지침을 시행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정작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자신들의 약속을 저버리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전태일 열사 50주기를 맞아 노동기본권 보장을 요구하는 '전태일3법', 그리고 노동자와 시민의 안전과 건강을 위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하라는 사회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2020년 12월 국회에서는 근기법 개악이 이뤄졌다. 장시간 노동 구조를 유지해 자본과 기업에게 부담을 덜어주려는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노력'은 주52시간 상한제를 둘러싼 논쟁에서 계속 확인되었다. 주변 상황 악화를 노동시간 규제 완화의 핑계 삼으며 자신들이 만든 법에 예외를 계속 둘 뿐만 아니라, 미약하게나마 보장된 노동기본권조차 후퇴시켰다.

대표적인 국면들을 돌아보자. 먼저 2018년 3월 정부와 국회는 근기법을 개정해 노동자의 1주일은 휴일을 포함한 7일이며, 그 1주간 법정 근로시간은 40시간임을 명시하였다. 2018년 7월 1일부터 공공기관과 300명 이상 사업장에서 주52시간 상한제를 먼저 시행하였다. 하지만 주 52시간 상한제 도입을 놓고 재계의 반발이 일자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시도했다. 또한 주 52시간 상한제 적용에 계도기간을 설정하고, 그 기간을 몇 차례 연장했다.

지난 2019년 8월에는 고용노동부가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응하겠다며, 장시간 노동을 조장하는 조치들을 시행하였다. 당시 고용노동부는 일본의 수출규제를 "자연재해와 재난 또는 이에 준하는 사고가 발생해 이를 수습하기 위한 연장근로를 피할 수 없는 경우"로 본다며, 관련 사업장에 '인가연장근로'를 허용했다.

기존 법제도에서는 노동시간 규제의 취지에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재난안전법)에 따른 재난 또는 이에 준하는 사고가 발생해 이를 수습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거나 재난 등의 발생이 예상돼 이를 예방하기 위해 긴급한 조치가 필요한 경우'만 특별연장근로를 인가하도록 하고 있었다. 그런데 고용노동부 해석으로 기업들은 노동부 장관 승인만 받으면 노동자들에게 무한 연장노동을 시킬 수 있게 되었다. 나아가 고용노동부는 탄력근로제 대상업무를 확대하는 고시와 함께 탄력근로제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내놓았다. 법정 연장근로 한도에 구애받지 않고, 얼마를 더 일하든지 노사가 서면합의한 시간만을 일했다고 허용해준 것이다.

2020년에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여기서 멈추지 않고 더 적극적으로 나섰다. 2020년 1월 31일 고용노동부는 특별연장근로 인가사유를 규정한 근기법 시행규칙 9조를 개정했다. 2019년 8월에는 기존 법제의 해석을 유리하게 해준 것이었다면, 이번에는 이를 넘어 법제 자체를 유리하게 바꾸어주었다. 인명보호·안전확보, 돌발적 상황 수습, 업무량 폭증, 소재·부품 연구개발까지 특별연장근로가 가능하도록 인가 사유를 확대했다. 특별연장근로 활용 기간 또한 지난 조치에서 제한한 1년 내 90일이라는 한도를 확대하기까지 했다.

주목해야 할 점은 이때가 코로나19 발생 전이었다는 것이다. 2020년 7월 15일에 이르러서는 코로나19 사태를 빌미로 삼기 시작했다. 국가 위기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해야 한다며, 특별연장근로 활용 가능 기간을 한시적으로 조정했다. 그러나 이 조치는 특별연장근로 인가사유 확대를 사후적으로 정당화해주는 것에 불과했다. 역시나, 주52시간 상한제 시행 의지는 온데간데 없었다.

개악으로 열린, 장시간 불규칙 노동으로의 길

국회에서 공수처 설치를 둘러싼 대치가 격화되던 2020년 12월, 민주당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6개월 확대, 선택근로제 정산기간을 3개월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근기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선진국' 유럽과 일본에서는 탄력근로제를 운용하면서도 장시간 노동을 규제하기 위해 총노동시간을 규제하지만, 정작 한국은 탄력근로 등 변형근로 도입 시 추가적 총노동시간 제한에 대한 규정은 없었고, 최장 주 64시간까지 일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건강권 침해 우려가 있는 걸 고려해, 11시간 연속휴식시간제도도 담고 있으나, 그에 대한 해석이 1일(24시간) 단위가 아니기에 건강권 보호조치의 실효성 자체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그마저도 근로자 대표와의 서면합의사항으로 뒀다. 이는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근로자대표를 임명하는 등 근로자대표제를 악용해온 그간의 관행을 고려할 때, 법적용 제외의 길을 터준 것과 다를 바 없다.

또한 양적으로 노동시간을 늘릴 수 있도록 해준 것에 더해, 불규칙노동까지 확대될 위험이 커졌다. 기존 3개월 탄력근로제는 '일별' 노동시간을 합의해야 했다. 하지만 신설된 3개월 초과 사항에 대해선 '주별' 노동시간만 정하면 된다. 이를 노동자에게 2주 전까지만 알려주면 되며, 그마저도 업무량 급증 등 사유가 있으면 근로개시 전까지만 알려주면 된다. 이로 인해 노동자는 자신의 노동시간을 예측도 할 수 없고, 결국 노동 통제권을 상실하게 되는 것이다. 이제 자본과 기업의 이윤 창출 압박이 노동자들을 더욱 옥죌 것이다.

여전히 강고한 포괄임금제

노동시간 자체를 규제와 더불어 임금 제도를 통해 장시간 노동 관행을 유지, 운영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동안 포괄임금제도는 사무직군, IT·게임 업계 등에서 장시간 노동을 심화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지적되어 왔다. 현행법상 포괄임금제는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로 한정해, 명확한 노·사 합의가 있고, 노동자에 불이익이 없으며, 제반 사정에 비추어 정당하다고 인정될 때에 유효한 것으로 본다. 그러나 실제 근로시간 산정이 어렵지 않은 경우에도 광범위하게 악용되고 있다.

포괄임금제는 무엇보다 노동자 건강 측면에서도 악영향을 미친다. 포괄임금제가 시간 외 근로를 전제하고 있으니, 노동자는 회사에서 지시하는 야간, 주말 연장근로를 거부하기 힘들어진다. 포괄임금제는 장시간 노동시간 관행을 조장하고 유지하는 요인이다. 이에 대해서도 문재인 정부는 노동존중사회 실현의 과제 중 하나로 초과수당 제대로 안 주는 포괄임금제를 규제하고, '눈치야근 잡는 출퇴근시간기록의무제(일명 칼퇴근법)'를 제정하고, 퇴근 후 카톡 업무지시 근절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공약을 내걸었다. 이 약속 또한 이행되지 않고 있다. 자연스레 임금체불은 막대히 쌓여만 가고, 노동자들은 과로에 지쳐 쓰러져 죽어간다.

최근 정의당을 중심으로 포괄임금제 폐지 논의가 재점화되고 있다. 포괄임금제는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지만, 현실에서는 오랜 기간 불법과 편법에 기대 강고한 제도로 자리 잡았다. 근본적으로는 이를 법으로 금지해야 한다. 또한 현재는 과로사 산재신청 시 실노동시간 입증 책임이 노동자에게 부과되어 있는데, 근무시간 기록의무를 져야 할 주체를 사업주로 규정하여 노동자의 산재신청을 막지 않게 해야 한다. 고용노동부 또한 포괄임금제 규제 지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단속조차 안 하고 방관하는 태도에서 벗어나 제대로 된 행정 집행을 해야 한다.

장시간 노동 근절, 노동존중 사회의 전제조건

문재인 정부는 주 52시간 상한제 도입 취지를 잊었는가. 노동존중 사회 실현이라는 소명을 부여받았음을 잊었는가. 21세기에도 한국은 장시간 노동이 만연해 있다. 한국의 노동시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연평균 노동시간인 1700시간보다 400~500시간 이상 길다.

주40시간 노동이 노동법에서 규정한 원칙이자 노동기본권 실현의 핵심임에도, 여전히 우리는 장시간 노동의 굴레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했다. 주52시간 상한제를 둘러싼 싸움에서조차 자본과 기업의 반발에 밀려, 그리고 말로만 노동존중을 외치며 정작 저들을 대변하는 정권에 속아 뒷걸음질치고 있다. 노동자·시민의 안녕을 위한, 일터에서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실현하기 위한 투쟁의 여정을 새롭게 재조직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