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노칼럼] 사업장 안전보건교육의 허와 실

이번주 매노칼럼은 이태진회원이 현장에서 제대로 된 산업안전보건교육의 중요성을 제기해주셨습니다. 특히 코로나 19로 인해서 근무시간 중 서류로만 전달한 방식임에도 안전보건교육을 이수했다고 인정한 노동부 충주지사의 행태에 대한 비판과 서류로만 존재하고 있는 현재의 안전보건교육의 문제점을 짚어주셨습니다.

"많은 법과 제도가 있음에도 산재 사망사고가 줄지 않는 이유를 뒤돌아 봐야 한다. 그중 하나가 사업장에서 안전·보건은 노동자의 생명에 직결되는 것이기에 이윤이나 다른 것에 우선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안전이 노동자들의 권리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다. 그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토대로서 안전·보건교육을 내실 있게 해야 한다."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0974

 

사업장 안전보건교육의 허와 실 - 매일노동뉴스

산업안전보건교육이 일터에서 사고와 직업병을 예방하고 노동자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등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무엇다 현장 적용이 가능한 살아 있는 교육이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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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과로사통신] 일본 사법제도에서는 과로사 사건을어떻게 다루는가?

[일터 1월_동아시아과로사통신]

일본 사법제도에서는 과로사 사건을 어떻게 다루는가?

이와하시 마코토 POSSE 활동가/번역: 장향미 노동시간센터 연구위원

▲ 일본에서 노동자가 과로를 사망 이유로 인정받기는 너무나 어려운 상황이다.법원에서마저 노동자의 근무 상황을 들여다보기보다는 사측이 가져온 노동자 개인의 건강 문제를 원인으로 인정하는 상황은 큰 벽 앞에 서있는 느낌마저 들게 한다.

 

일본 정부가 과로사 및 과로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의 필요성을 인정한 최초의 법, '과로로 인한 사망 및 상해 방지 조치 추진 법령'이 2014년에 통과되었다. 최신판 과로사 백서에 따르면, 2019년 정부는 뇌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자 86명을 산업재해자로 승인했다. 또한 정부는 88건의 자살 또는 자살미수(과로자살)가 업무와 관련된 정신 질환에 기인한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 수치가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정부로부터의 보상은 상실한 미래 소득의 일부만을 보전할 뿐이며, 피해자 가족이 산재 보상을 받더라도 전 고용주는 사건이 법원에 제소되지 않는 한 피해자 가족에게 사과하거나 추가 보상을 제공할 법적 의무가 없다. 게다가 제소되더라도, 기본적으로 법원은 종종 여러 이유를 들어 전 고용주에게 무죄를 선고한다.

2011년, 산세이(Sansei/역자주–일본 이와테현 오슈시에 있는 기계 부품 제조 회사) 에서 일하던 노동자 A씨가 과로에 의한 뇌출혈로 사망했다. 영업 기술부서의 관리자로 출장이나 팀원 평가 등 업무에 쫓기던 A씨는 사망 전 1개월 내 초과 근로시간이 85시간 48분, 2개월 내 초과 근로시간이 111시간 9분으로, 국가의 과로사 산재 인정 판단 기준인 1개월 내 초과 근로시간 80시간이 넘는 장시간 노동에 시달렸다. 휴일에도 출근하면서 A씨는 가족에게 '나는 과로야. 이 회사는 비정상적이야. 무슨 일이 있으면 고소해'라고 말할 정도였다.

하지만 사측은, 조사를 담당한 노동기준사무소에 '회사에는 아무 문제가 없으며 뇌출혈은 고혈압 및 나이와 같은 고인의 기저 상태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진술서를 제출하는 등 업무관련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리고 퇴직금 50만엔을 지급했을 뿐, 유가족에게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 하지만 하나마키(Hanamaki) 노동기준사무소는 회사가 보관한 고인의 작업일정표와 일일 보고서를 확인한 후, 고인이 사망 전 2개월 동안 과중한 업무부하와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기에 고인의 죽음은 과로사로 간주되어야 한다고 결정했다.

이후 유가족은 과로사 피해자 가족을 돕는 도쿄의 노동 NGO인 POSSE의 지원 하에 회사와 이사회 구성원에게 약 6500만엔의 손해 배상금을 청구했다. 이사회 구성원이 포함된 이유는 회사가 이미 2012년에 해산 신청을 하여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회사로부터 어떤 보상도 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뚫기 힘든 과로사 산업재해 승인

법정에서 회사는 고인이 고혈압과 "건강에 해로운 식사"와 같은 기존 건강 상태로 인해 사망했다고 반복해서 주장했다. 설사 과로가 있었더라도, 다른 직원이 고인이 맡았던 업무를 수행하게 하고 추가 인력을 채용하려고 고려함으로써, 과로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개인으로서의 이사회 구성원은 고인의 과로를 파악할 수 없었으므로 책임을 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동기준사무소에 회사가 제출한 작업일정표에, 고인이 실제로 과로사 기준보다 더 오래 일했다는 것이 이미 드러나있어 이사회가 고인의 과로를 이미 인지하고(혹은 인지할 가능성이) 있었을 것이 분명했다. 게다가 이사회 구성원 중 한 명은 공장 관리자로서 고인이 일했던 곳의 바로 옆방에서 일을 했고, 때로는 같은 업무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요코하마 지방 법원은 회사는 사망에 대한 책임이 있지만, 이사회 구성원은 그로부터 제외된다고 판정내렸다. 이는 회사가 이미 해산되었으므로 유가족은 보상을 받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법원은 공장 관리자가 "다른 직원들에게 고인과 함께 일할 것을 요청"했고, 회사는 "새로운 소프트웨어로 고인의 업무를 보다 효율적으로 만들려고 노력했으며", "초과근무시간을 사망 2개월 전 111시간 9분에서 사망 1개월 전 85시간 48분으로 줄였기" 때문에 이사회 구성원 개인이 책임을 지는 것을 기각했다.

판사는 회사가 고인의 작업량을 과로사 기준 이하로 줄이지는 않았더라도,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해서 과로사를 방지하려 노력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회사가 시도했다고 주장한 조치가 무엇이든, 실제로 구현된 것은 없다. 고용주의 의무가 단지 과로를 줄이려는 시도뿐이라면, 고용주는 직원에게 필요한 만큼 일을 시킨 뒤 나중에 실제로 실행될 수도, 아닐 수도 있는 조치를 열거하며 과로사를 방지하려 노력했다고 얼마든지 주장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법원은 설령 유가족이 회사로부터 보상을 받을 권리가 있더라도 피해자가 고혈압을 앓고 있었기 때문에 보상액의 70%를 감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는 과로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사법제도가 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지 않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사법 제도가 과로사 사건을 어떻게 다루는지 살펴보면 몹시 터무니없다고 느껴진다.

그러나 사실 대부분의 과로사 사건은 법정에 제소조차 되지 않는다. 2019년 사업장 산업재해 보상 신청 건수는 936건이었지만, 정부가 업무 관련성을 승인한 건 216건(사망 86건 포함)에 불과했다(승인률 23%). 피해자 가족이 과로나 괴롭힘을 보여주는 증거를 수집하지 못하거나, 사망 후 조사가 불가능하도록 회사가 증거를 처분하기 때문에 수많은 사건이 드러나지 못하고 묻힌다. 과로사 피해자 가족이 정의를 도모하기 위해서는, 고용주가 과로를 강요한 것에 대해 책임지도록 만드는 더 엄격한 조치가 필요하다.

[A-Z 다양한 노동이야기] 타투는 예술행위라고 부르자!-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노조 타투유니온지회 김도윤 지회장 인터뷰

[A-Z 다양한 노동이야기]

타투는 예술행위라고 부르자!-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노조 타투유니온지회 김도윤 지회장 인터뷰

유청희 상임활동가


타투나 문신 하면, 힙합 뮤지션들이 TV에 나와 랩 경연을 할 때 그들의 몸 곳곳에 모자이크 처리된 문신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시청자들은 방송에서 가리는 것이 무엇인지 모두 알고 있지만 굳이 방송은 몸에 그려진 그림을 가리려 한다. 그럼에도 문신을 하는 소비자는 생각보다 많은데, 타투를 경험한 한국 국민은 무려 1300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타투이스트들은 타인의 몸에 그림을 그린다는 행위가 직업의 특성이지만 이들이 떨쳐낼 수 없는 또 하나가 바로 법을 위반하는 노동이라는 것이다. 보이지만 가리려 하는 것, 타투를 업으로 삼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타투유니온지회 김도윤 지회장을 지난 2020년 12월 22일, 경복궁역 근처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의료법 제 27조 제1항은 의료인이 아닌 자의 의료행위를 금하고 있다. 1992년 대법원은 문신을 "의료행위"로 판단했고, 갈수록 타투를 편안한 것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아지지만 여전히 의료인이 아닌 자가 하는 문신 작업은 법에 저촉되는 행위이다. 지금까지 수차례 문신업을 법제화하려는 정부의 계획과 국회 법안 발의가 있었지만, 법 제정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일본의 경우 2020년 9월 의료인이 아닌 문신사가 문신 행위를 해 의사법 위반으로 기소되었으나 무죄 선고를 받아 타투이스트들이 합법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문이 열렸다. 이제 한국은 문신을 의료행위로 보는 유일한 국가로 남았다.

▲   화섬식품노조 타투유니온지회 김도윤 지회장. 타투이스트라는 직업을 일반직업으로 만들기 위해 여러 단위와 함께 공동대책위를 꾸리는 등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의 시도가 이번에는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 기대된다.

 

타투라는 예술 행위

타인의 몸에 그림을 그리는 타투라는 행위를 업으로 삼는다면 감당해야 할 것들이 있다. 타투가 예술행위인지 의료행위인지에 대한 분분한 의견들, 평생 몸에 남을 그림을 그린다는 것의 무게, 법이 인정하지 않는 직업군이라는 요소다. 김 지회장은 시간이 지나면서 타투이스트가 내리는 결정에도 변화가 있다고 한다.

"저는 원래 디자인 일을 하다가 타투이스트가 되기로 결정하고서 한동안 다른 일도 같이 했어요. 그러다 자리를 잡았을 때 전업으로 일을 하기 시작했어요. 법이 허용하지 않는 일이니까요. 지금 들어오는 사람들은 그 고민을 덜 한다고 생각해요. 상식적이고 보편적인 기준으로 생각하고 이 일을 시작하죠. 타투가 불법이라고 하는 것이 얼마나 말이 안 되는 것인지 인지하고 있어요. 많이 알아보면서 해볼 수 있겠다고 결론 내리고 결정하는 것 같아요.

처음에 타투를 배울 때는 잘 하는 사람에게 가서 작업을 받으면서 배우기도 하는데요. 인조 피부에 연습을 합니다. 하지만 사람 살에 얼마나 많이 해보는가가 중요한 거라서, 친구들한테 해보기도 합니다. 타투가 예술인지 묻는데, 저는 미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10년 동안 그림을 그리다가 타투를 시작했을 때 매체가 달라진 것이지 새로운 행위를 하는 건 아니라고 느꼈어요. 또 타투이스트에게는 직업 윤리가 있습니다. 물론 지금까지 긍정적이지 않은 인식을 만드는 데 이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문화가 영향을 끼친 면도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타투이스트들에게는 다른 업종보다 더 높은 직업 윤리가 있어요. 그런 높은 기준은 작업을 하면서 갖게 됩니다."

문신은 전신을 써서 타인의 몸에 그림을 그리는 작업이다. 손, 손가락, 손목, 목, 허리를 많이 써서 오는 근골격계질환과, 잉크와 바늘을 써서 일하며 찔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속 몸을 숙여 작업하기 때문에 등, 목, 척추 질환이 많아요. 손목터널증후군이나 손가락 염좌는 누구나 겪는 질환이고요. 또 아무리 오래 해도 떠나지 않는 게 긴장감이에요. 누군가의 몸에 평생 가는 그림을 그리는 거잖아요. 긴장한 상태에서 작업을 하면 예상하지 못 한 곳, 타투 작업을 3시간 하고났는데 무릎에 문제가 생기기도 해요. 너무 긴장한 상태에서 잘못된 곳에 힘을 주어서 그런 경우가 많아요.

바늘 같은 경우, 타투유니온지회에서 녹색병원과 건강실태조사를 했어요. 바늘에 얼마나 많이 찔리는지 물었더니 심한 사람은 1년에 25번 찔린 사람도 있었어요. 다른 사람의 살을 뚫고 들어갔던 바늘이 내 피부에 찔리면 위험할 수 있죠. 실제로 바늘 때문에 감염 확진 받은 사례는 없지만, 그래도 더 조심합니다. 지회에서 바늘에 찔렸을 때는 꼭 병원에 가도록 하는 내용을 교육 과정에도 넣었습니다."

고객을 상대하는 일은 무엇이든 감정노동을 동반한다. 특히 타투이스트들은 자신의 일이 '합법적'이지 않기 때문에 분쟁이 생길 때 다른 업종보다 더 큰 위기에 처할 수 있고, 특히 경력이 짧은 타투이스트들에게 고객의 고발은 가장 큰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감정노동은 모든 서비스 업종의 벗어날 수 없는 굴레인 것 같아요. 저는 타투이스트 14년째인데 감정노동에서 벗어나려고 계속 노력했어요. 감정노동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행복할 수 없겠구나 하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그런 일을 겪는 타투이스트도 많죠. 타투유니온지회 만든 이후에, 고객과의 분쟁이나 법률 문제가 생겼을 때 조정, 중재하고 법률 상담하는 업무가 초반부터 가을까지 지회 업무 중 90%를 차지할 정도로 너무 많았어요. 물론 쌍방의 문제입니다. 하지만 저희가 법제도 안에 있지 않기 때문에 더 크게 데미지(피해)를 입는 거죠.

예를 들어서, 그림 작업 서비스가 맘에 들지 않으면 보상을 요구할 수 있는데, 유독 타투는 불법이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고객들이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갑자기 형사고소로 협박을 해요. 손님이 협박하고 갈취한 거지만 저희가 전과자가 되어버리는 거예요. 그건 원하지 않기 때문에 신고한 소비자랑 협상을 하려고 해요."

법에 있지만 반투명한 존재 '타투이스트'

현재 한국 산업 분류에는 문신업이 존재하고 문신업으로 사업자 등록도 가능하다. 하지만 그럴 경우 단속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런 모순이 있을까 싶지만 1992년 대법원 판례로 지금까지 타투이스트는 반투명한 존재로 남게 되었다.

"저희는 직업 코드가 있어요. 2015년에는 고용노동부에서 유망 직업이라고 선정하기도 했고요. 문신업으로 등록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만일 문신업으로 사업자 등록을 하고 세금 신고를 하면 불법행위로 잡힐 수 있습니다. 영리 목적의 불법 의료행위, 보건범죄 단속에 대한 특별법에 의거하면 최저 2년 징역형에 처해요. 지금 1992년 판례를 제외한 모든 것이 돌아가는데도, 그 판례를 이용해서 누군가가 신고할 수 있는 거예요. 문신업으로 사업자 등록을 하고 세금을 올바로 낼 때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는 거죠. 타투유니온 만들자마자 내세운 것이 '세금을 내고 싶습니다'예요. 거기 동의하는 사람들이 노조에 가입하는 거고요. 빨리 제도권 안으로 넣어서 납세하게 만드는 것이 국가가 할 일입니다."

'노동자'라는 지위

타투이스트들은 대부분 사업이나 사업장에 고용되기보다는 자영업자인 경우가 더 많다. 자영업자와 노동조합을 바로 연결하는 것이 쉽지는 않은데, 타투이스트들의 법적 지위를 바꾸기 위해 노동조합을 결성하기로 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헌법상 타투이스트가 획득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지위가 노동자입니다. 가장 강한 조직들과 연대해서 싸울 수 있는 곳이 노동조합이라는 판단이 있었어요. 노동조합이라면 활동에 필요한 지혜와 노하우를 모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화섬노조에 있는 저희 타투유니온, 시민사회단체 등 총 55개 단체가 공동대책위원회를 만들었어요. 공대위 활동 하면서 문체위, 산자위, 보건복지위 국회의원들을 만나 대담을 할 수 있게 되었어요. 이게 연대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에 타투유니온지회를 포함한 많은 시민사회노동법률단체로 구성된 '타투 할 자유와 권리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타투이스트들이 타투할 자유와 권리를 위해 헌법소원을 냈다. 의사들만 문신을 할 수 있다는 것은 헌법에 명시된 직업선택의 자유와 표현·예술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이 그 취지였다.

"11월 초에 두 가지를 냈습니다. 하나는 '헌마', 또 하나는 '헌바'로요. '헌마'는 법적인 문제가 이 일을 시작한 사람, 개인의 기본권을 구속한다는 내용이에요. 자격요건은 이 일을 시작한 지 1년 미만인 사람이라서, 노조에서 1년 미만인 8명이 자원해서 헌법소원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는 '헌바' 소송이고 지금 준비 중인데요. 이 소송은 이 판례나 법조항 때문에 누군가가 피해받고 있다는 것을 주장하는 것입니다. 일본은 9월 이 재판에서 이기면서 타투가 비범죄화되는 계기가 되었어요. 최근 제가 신고 당해서 제가 당사자가 되었고, 수사가 진행 중입니다."

최근 일본에서 타투이스트들이 '무죄' 선고로 인정받게 되면서 한국에도 법제화의 시기가 더욱 가까워진 것 같기도 하다. 이들의 노력이 어떤 결실을 맺을지 기대가 된다.

타투가 예술로 인정받는 미래

타투유니온지회에서는 위생 및 감염관리가이드를 제작해 조합원들에게 배포 중이다. 이들에게 먼저 문제 삼을 수 있는 것이 감염, 위생 문제이기 때문이다. 또 지회에서 직접 건강검진을 실시한다. 노동시간 산정 방법을 안내하고 있고, 표준계약서도 미리 준비하고 있다. 법이 보여주지 않는 길을 타투이스트들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해외에서는 일반직업화 되어도 해결하기 어려운 것들이 있더라고요. 자영업자인지 예술가인지 등은 세금 문제와 연관되어 있습니다. 정부나 사회에 요구해야 할 것들은 더 많아질 거예요. 예술인 고용보험을 통해 보장받으려면 예술인 지위를 받아야 하는데, 모이지 않으면 잘 이뤄지기 어렵죠. 일반 직업화를 이루기 전에 많이 해놓을 겁니다. 세무교육, 위생교육, 법무교육, 노동교육까지 진행하고 있고요. 그 뒤에는 일반직업화가 과제로 남을 텐데, 정말 어려운 일이에요."

직업, 노동에는 이미 많은 이슈와 어려움이 따르는데 거기에 더해 일 때문에 단속될 수 있다면 누구든지 휘청거릴 수 있다. 타투이스트들이 시도한 여러 번의 두드림이 곧 결과를 낼 것 같다. 어쩌면 아주 가까이에 와 있을지도 모르겠다.

[일터1월_특집3] 주 52시간제, 방송 노동의 상황은 괜찮습니까?

[과로사회에서 노동존중사회로]

주 52시간제, 방송 노동의 상황은 괜찮습니까?

성상민 후원회원,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활동가


온갖 말도 탈도 많았지만 어찌 됐든 '주 52시간제', 엄밀하게는 '주 40시간 노동시간 상한제'가 지난 2018년 공공기관과 공기업, 300인 이상 사업장을 시작으로 올해 2021년 7월부터는 5인 이상의 사업장에 모두 적용된다. 물론 여전히 반발도 적지 않다.

2019년까지는 '장기 불황'을 이유로, 2020년부터는 한국을 비롯해 전세계적으로 퍼져 여전히 종식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경제적 타격을 이유로 계속 주 52시간제를 유예하거나 피해가려는 움직임이 끊이지가 않았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이러한 소식 등을 집중적으로 보도하고 전달하는 언론을 비롯한 방송 제작 현장 전체가 노동시간의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노동 시간 규제에 대응한 방송업계의 '꼼수'

애당초 방송 제작 현장은 '주 68시간제'이건 '주 52시간제'를 시행하건 별로 상관이 없던 영역이었다. 2019년 7월 전까지는 근로기준법(이하 근기법) 상의 '근로시간 특례업종'에 지정된 26개 업종에 '방송업'과 '영상·오디오 기록물제작 및 배급업'(방송 프로그램 제작업)이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방송 산업'의 특성상 일률적으로 근로시간을 규제할 수 없다는 이유로 근기법의 '근로시간 특례업종'에 방송업은 오랜 시간 속해 있었고, 방송사와 외주 제작사들은 이를 이유로 정규직·비정규직·프리랜서 여부에 상관없이 모든 방송 노동자들을 마음껏 밤을 새우게 하며 일을 시킬 수가 있었다. 어차피 노동청에 진정을 넣어도 방송업의 야근과 과로를 사실상 합법적으로 보장하는 상황에서, 노동자들이 대응할 여지도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8년 근기법이 개정되며 시대착오적이었던 '근로시간 특례업종'은 기존 26개 업종에서 5개 업종으로 대폭 축소됐다. 이와 함께 '방송업'과 '영상·오디오 기록물제작 및 배급업'도 특례업종에서 제외되어, 오랜 시간 적용을 받지 않던 근기법 상의 근로시간 기준을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준수해야 하는 상황이 도래하게 되었다.

▲   최규석의 만화 <송곳>의 한 장면. 방송 노동은 언제가 되어야 "코리아 스타일"이 아니라 "글로벌 스탠다드"를 지킬 수 있을까. 역설적으로 이 작품을 드라마로 방영한 JTBC도 주 52시간제를 가장한 "꼼수"를 쓰는 상황이다.

 방송사과 외주 제작사는 이러한 '비상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고민했다. 그리고 누군가는 개정된 근기법을 세세하게 검토한 끝에 또 다른 '꼼수'를 창안하게 되었다. 근기법 상에 있는 3개월 단위의 '탄력적 근로시간제'나 '유연근무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된 것이다.

최근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가 문제를 제기한 JTBC의 꼼수가 바로 이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악용이다. 방송 노동자들을 불러 모을 때는 '주 52시간제를 지켜서 촬영에 나서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계약서를 그 자리에서 바로 쓰지 않는다. 방송 제작 현장은 오랜 시간 '프로그램 촬영 때문에 시간이 없다'는 것을 명목으로 방송 촬영에 투입되어 일을 시작하고 나서야 계약서를 쓰는 악습이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계약서를 쓰게 되면 방송 노동자들은 이상한 구석을 그제야 발견하게 된다. 그렇게 철석같이 믿었던 '주 52시간제'는 사실 주 52시간을 3개월(12주)로 환산해 '3개월 624시간'으로 명시한 탄력적 근로시간제였으며, 이를 제외하면 일일 노동시간은 물론 주간 노동시간 제한도 없다. 이동 시간도 근로시간에 포함되지 않는다. 오로지 3개월 노동을 마치고 624시간을 넘겼으면 추가 수당을 지급한다는 조항이 전부이다.

이는 명백히 근기법을 위반하는 움직임이다. 근기법은 3개월 단위로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시행할 수 있다고 되어 있으나 이는 근로자 대표와의 서면 합의가 필요하며 설사 시행하더라도 일일 12시간, 주간 52시간을 넘길 수 없다. 허나 JTBC는 이러한 조항을 제시하고도 정작 계약서 자체는 이전처럼 근로계약서가 아닌 '프리랜서 용역계약서'로 작성해서 노동자를 속이고 제대로 된 법적 조치도 회피하려는 이중의 꼼수를 부리고 있다. 

이러한 조항으로 인해서 방송 노동자들이 2020년 많은 제보를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에 보내왔다. 방송사의 '주 52시간제' 약속을 혹시나 하고서 믿었다가 속았다는 것에 대한 분노와 함께. JTBC는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에 공문을 보내 2020년부터 자사를 통해 방송하거나, 자사가 제작에 직접 참여하는 드라마들은 모두 이러한 조항을 적용하고 있다고 답변한 바 있다. 동시에 다른 방송사들은 자신들과 같은 주 52시간제도 시행하고 있지 않다면서 오히려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주장도 함께 답변에 실었다.

장시간노동 폐지 외면하는 방송업계

그러나 JTBC의 태도가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것과는 별개로, JTBC의 주장을 마냥 변명이라며 무시할 수도 없는 게 우리의 씁쓸한 현실이다. JTBC의 말대로 다른 방송사들이 제작하는 프로그램의 제작 현장에서는 노동자들에게 주 52시간제에 대한 이야기나 약속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도 JTBC와 똑같이 방송 스태프들 대부분을 직접 고용한 노동자처럼 취급하며 일을 시키고 있지만, 이들을 법적인 노동자로 인정하는 대신 명목상 '개인 사업자'로 취급하는 프리랜서 용역 계약서만을 계속 체결하는 상황이다.

당연히 노동시간에 대한 명문화된 조항도 없다. JTBC가 근기법을 악용한 꼼수로 노동자들을 혼란스럽게 한다면, 다른 방송사들은 주 52시간제의 전면 시행이나 방송업의 근로시간 특례업종 제외 조치는 자신들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듯 이전과 똑같은 야간·장시간 노동을 그대로 계속 이어나가고 있다.

물론 '일단' 지상파 방송사는 계속 노력 중이다. 2019년 6월부터 KBS·MBC·SBS 지상파 방송사 3사는 드라마 외주 제작사들의 연합체인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와 2018년 최초로 결성된 방송 스태프들의 노동조합인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 그리고 전국언론노동조합과 함께 표준근로계약서 의무 작성과 표준임금기준 마련, 근기법상의 노동시간 준수 등을 골자로 한 4자 협의체에 참여 중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본래대로라면 2019년 하반기에 시행이 되었어야 할 표준근로계약서를 비롯한 각종 사항은 협의체가 결성된 지 1년 반 가량이 지나도록, 2020년이 끝나가도록 여전히 합의가 끝날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다.

방송사와 외주 제작사들은 아직 합의가 진행 중임을 이유로 프로그램 제작 현장에서 주 52시간제의 전격적인 시행을 계속 거부하는 상황이다. 앞서 언급했던 대로 2021년 7월부터는 5인 이상 모든 사업장에서 주 52시간제가 전면적으로 시행되지만, 과연 올해 7월까지 4자 협의체의 합의가 끝날 수 있는지는 미지수이다. 자신들이 '공영방송'이라는 것에 자부심이 있는 KBS와 MBC가 정작 자신들이 제작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노동자들의 권리 문제에 있어서는 적극적으로 입장을 표명하거나 변화를 위해서 나서지 않고 있는 모습은 방송 노동이 놓인 현실을 매우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렇게 지상파 방송사들이 미적이는 가운데 JTBC는 편법적이고 자의적으로 해석한 주 52시간제를 내세우며 노동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2020년에도 여전히 열악한 방송 노동의 상황이 방송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영상 영역에도 점차 번져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네이버TV나 유튜브 등을 통해 공개되는 웹드라마들은 오래전부터 노동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았으며,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OTT를 통해 방송되는 작품들도 노동 조건에서는 전혀 '글로벌 스탠다드'를 지키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마치 최규석의 만화 <송곳>이 지금은 철수한 프랑스계 할인마트 기업 '한국까르푸'의 사례를 소재로 삼으며 프랑스 자국 내에서는 노동법을 성실히 준수하는 기업이 정작 한국에서는 상대적으로 악덕 사업주에 대한 처벌이나 징계가 부족한 국내의 현실을 악용하는 모습을 그렸듯, 똑같은 일이 방송 노동에서 벌어지고 있다. 

대체 언제까지 이러한 방송사들이 '무늬만 프리랜서'를 악용하여 노동자를 혹사로 밀어 넣는 만행을 가만히 보고 있어야만 하는 것일까. 감독급/팀장급 스태프의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은 한계가 있었지만, 이미 고용노동부는 2018년과 2019년 두 차례의 드라마 제작 현장 특별근로감독을 통해 방송 스태프 다수의 노동자성을 인정한 바 있다. 2000년대부터 계속 이뤄진 방송 노동자 개개인의 근로자지위 확인소송에서도 스태프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한 전례가 다수 있다.

이런 사례들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방송사나 외주 제작사는 요지부동이다. 소송을 건 당사자만이 근로자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부당해고를 당한 뒤 사측의 재판 방해로 부당하게 근로자지위 확인소송에서 패소하고 억울함을 호소하며 세상을 떠난 CJB 청주방송 故 이재학 PD와 같은 안타까운 사례도 생기고 있다,

많이 늦었지만 2020년 12월, 방송통신위원회는 지상파 방송사 재허가 요건에 '비정규직 처우개선'을 조건으로 삽입하며, 처음으로 방송사를 평가·관할하는 기준에 방송 노동자들의 노동 조건에 대한 요소를 삽입한 바 있다. 노동 시간 문제 또한 이러한 움직임이 필요하지 않을까.

이를 위해서는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나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와 같은 시민사회단체나 노동조합의 활발한 움직임과 꾸준한 감시, 현장 노동 문화의 개선도 동반되어야 하지만, 우선 방송 영역에 막중한 공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자신에게 주어진 힘을 올바르게 사용해야만 할 것이다.

동시에 고용노동부나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콘텐츠진흥원과 같은 방송 노동과 유관한 부처들 간의 협력을 통해 종합적인 방송 노동 대책을 입안하기 위해 야간·장시간 노동을 비롯한 해묵은 방송 노동의 문제가 지니는 심각성을 반드시 인지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다각도의 노력이 있어야 노동계가 오랜 시간 투쟁을 하여 쟁취한 '주 52시간제'가 비로소 방송 영역에서도 정착할 수 있지 않을까.

 

[일터1월_특집2] 장시간 노동 근절을 위한 과제, 포괄임금제 금지

[과로사회에서 노동존중사회로]

장시간 노동 근절을 위한 과제, 포괄임금제 금지

혜인 선전위원, 노무사


▲ 지난 2020년 11월 5일 정의당 류호정 의원이 "포괄임금제 금지법" 공동발의를 요청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노동자의 1주일은 휴일을 포함한 7일이며, 그 1주간 법정 근로시간은 40시간임을 명시한 개정 근로기준법(법률 제15513호, 2018. 3. 20.)이 시행된 지도 벌써 2년이 훌쩍 넘었다. 2018년 7월 1일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과 국가‧지방자치단체 등을 선두로 개정 근로기준법이 시행되었고, 2021년 7월 1일부터는 모든 5인 이상 사업장의 법정 근로시간은 1주 40시간이 된다.

노동시간 단축을 기조로 한 현 정부의 입법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는 국면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작 노동시간단축 기조에 배치되는 일련의 노동개악도 진행 중이다. 주52시제를 정착시키겠다면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확대하는 등 표면적으로는 노동시간을 줄이는 듯 보이나 실제로는 오히려 장시간 노동을 지속하도록 해주는 조치들이 취해지고 있다.

탄력근로제 도입 등 노동개악이 장시간 노동을 심화할 수 있는 맥락의 근저에는 포괄임금제라는 오래된 제도적 요인이 자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장시간 근로를 유발하는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는 포괄임금제의 금지 또는 제한에 대한 목소리가 재점화되고 있다.

포괄임금제의 개념

포괄임금제는 근로기준법상 근거 없이 판례에 따라 용인된 임금 지급 방식으로 ① 기본급을 미리 산정하지 않은 채 시간 외 근로 등에 대한 제 수당을 합한 금액을 월급여액이나 일당 금액으로 정하거나("정액급제"), ② 매월 일정액을 제 수당으로 지급("정액 수당제")하기로 하는 임금지급계약(대법원 1997.4.25. 선고 95다4056판결, 대법원 1998.3.24. 선고 96다24699 판결, 대법원 19995.28. 선고 99다2881 판결 등)을 말한다.

<예시>
① 정액급제
- 1주 52시간을 근무하기로 하고, 월 급여를 200만원으로 책정
- 1일 10시간을 근무하기로 하고, 일당을 10만원으로 책정

② 정액 수당제
- 연장‧야간‧휴일근로에 대한 임금을 기본급의 20%로 책정
- 연장‧야간‧휴일근로에 대한 임금을 매월 25만원으로 책정

임금은 노동자가 실제로 근무한 시간만큼 산정하여 지급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실제 노동 현장에서는 사용자가 임의로 노동시간(특히, 장시간 노동)을 가정하여 임금을 지급하는 포괄임금제가 만연하다. 한국경제연구원에서 2018년 실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총 195개 응답기업 중 113개사(57.9%)가 포괄임금제를 도입하고 있었다.

구체적인 포괄임금제 적용 직군은 '일반 사무직' (94.7%), '영업직' (63.7%), '연구개발직' (61.1%), '비서직' (35.4%), '운전직' (29.2%), '시설관리직' (23.0%), '생산직' (13.3%), '경비직' (8.0%), 기타 (4.4%) 순으로, 포괄임금제에 포함되는 임금항목은 '연장근로 수당' (95.6%), '휴일근로 수당' (44.2%), '야간근로 수당' (32.7%), '연차휴가 미사용수당' (1.8%), '퇴직금' (0.9%), '기타' (1.8%) 순으로 나타났다. (포괄임금제 활용 기업 중 70.8%, 포괄임금제 원칙적 금지에 반대, 한국경제연구원, 2019.02.11.)

포괄임금제의 성립 및 유효 요건

포괄임금제의 성립 여부는 노동자와 사용자 사이에 포괄임금제로 임금을 지급받기로 한 합의가 존재하는지를 기준으로 결정된다. 대부분의 판례는 묵시적 합의만으로도 포괄임금제 약정을 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대법원 1983. 10. 25. 선고 83도1050 판결, 대법원 1991. 4. 9. 선고 90다16245 판결 등)

노동자와 사용자 사이에 포괄임금제 약정이 적법하게 성립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약정이 유효하기 위해서는 판례가 제시한 다음의 유효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첫째,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워야 한다. 이 때,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란 '사용자의 지휘·명령 하에 있는 시간'을 명확히 파악할 수 없는 경우를 말하며, 사업장 밖에서 장거리 운행을 하는 트랙터 트레일러 운전원(대법원 1982. 12. 28 선고 80다3120 판결), 매일 기상상황에 따라 근로시간이 달라지는 염전회사 직원(대법원 1990. 11. 27. 선고 89다카15939 판결) 등이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로 판단된 바 있다.

둘째, 노동자의 자발적인 동의가 존재해야 한다. 포괄된 제 수당을 사용자가 임의로 구성하는 등 노동자의 의사결정권이 제한되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이다.

셋째, 포괄임금제 약정이 노동자에게 불이익이 없고 제반 사정에 비추어 정당해야한다. '노동자에게 불이익이 없다'는 것은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 규정된 임금 지급 기준에 비추어 불이익이 없어야 한다는 의미이며, '제반 사정에 비추어 정당하다'는 것은 포괄임금계약 체결 경위, 동종 업계의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부당함이 없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와 같은 유효요건을 갖추지 못한 포괄임금제 약정은 무효가 되며, 사용자는 노동자의 실 근로시간에 따른 임금을 산정한 후, 포괄임금에 포함하여 지급한 법정수당과의 차액을 노동자에게 지급해야한다.

포괄임금제의 문제점

근로시간 관점에서 포괄임금제가 노동자에게 미치는 악영향은 다음과 같다.

첫째, 포괄임금제는 노동자의 시간 주권을 박탈한다. 다시 근로기준법으로 돌아가면, 노동자의 근로시간은 1일 8시간, 1주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이러한 근로기준법 규정의 취지는 구체적인 근로시간을 규율함으로써 노동자의 근로시간 안과 밖의 삶을 보장하는데 있다. 하지만 포괄임금제는 법정근로시간을 초과한 연장근로·휴일근로 등을 사전에 예정하여 이를 임금 구성에 포함시키는 것이므로 노동자가 자신의 시간을 자유롭게 활용하는 것을 방해한다.

둘째, 포괄임금제는 노동자의 실 근로시간 측정을 어렵게 한다. 포괄임금제를 도입한 사업장에서는 노동자의 근로시간에 대한 모든 수당을 포괄하여 임금을 지급하고 있다고 여기므로, 추가적인 임금 계산을 위한 근로시간을 기록하는 등의 노력을 기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사업장의 행정력 부재는 향후 노동자가 임금체불 진정을 제기할 때 뿐 만아니라 과로로 인한 업무상 재해 신청 시 상당한 불이익으로 작용한다.

포괄임금제가 이미 많은 사업장에서 관행적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고, 새로운 산업의 출현으로 업무 형태가 다변하고 있는 상황이기에 오히려 포괄임금제를 새로운 임금 산정 방식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논의도 존재한다. 그러나 적정한 근로시간 규제를 통한 노동자 보호 측면에서 포괄임금제는 "임금산정의 자유는 아주 넓게 발휘된 것인 반면에, 경제적 압력을 통한 근로시간의 제한은 거의 또는 상당한 수준으로 무력화 될 수 있는 제도"(강성태, "포괄임금제의 노동법적 검토", <노동법연구> 제26호, 서울대학교 노동법연구회, 2008, 269쪽.)다.

노동시간 자체에 대한 규제가 유연화되고, 장시간 노동이 습속처럼 배어있는 상황에서 임금 산정의 측면에서조차 노동시간을 제약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상황을 지속해서 악화시킬 뿐이다. 그러므로 노동시간단축을 위해선 포괄임금제 활용에 대한 제재가 중요하다. 1주 40시간 준수를 위한 노력과 더불어, 장시간 노동을 조장하는 포괄임금제의 규율을 위한 입법과 행정적 조치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셋째, 포괄임금제는 장시간 노동을 고착시킨다. 근로시간은 법정근로시간을 준수하는 것이 원칙이므로 법정근로시간을 한도로 실 근로시간만큼 임금을 산정하여 지급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러나 포괄임금제는 연장·야간·휴일근로가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을 전제로, 임금 지급의 편의를 위해 탄생한 기형적 제도이므로 장시간 노동을 부추기고 고착시키는 폐단을 만들고 있다.

 

[일터1월_특집1]. 누더기가 된 문재인 정부의 ‘노동존중’, 지금처럼 해서 노동시간 단축 이뤄질까?

[과로사회에서 노동존중사회로]

누더기가 된 문재인 정부의 ‘노동존중’, 지금처럼 해서 노동시간 단축 이뤄질까?

박기형/상임활동가

▲ 2018년 국회에서 통과한 주52시간 근무제가 1월부터 50~299인 사업장에, 7월에는 5~49인 사업장에 시행된다. 대통령 공약으로 "노동존중 사회"를 내세우고 장시간 노동을 없애겠다고 말 했지만, 정부와 여당은 재계가 반대할 때마다 세부 규정에서 장시간 노동을 허용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장시간 노동은 언제쯤 사라질까?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주52시간 상한제가 드디어 본격 시행된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2020년 12월 50~299명 사업장에 대한 주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 계도기간을 연말에 종료하겠다고 발표했다. 주52시간 이상 노동을 규제하는 근로기준법(아래 '근기법') 개정사항을 2021년부터 제대로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노동부는 그간 중소규모 사업장 등에 주52시간제 도입에 대한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면서 계도기간을 부여했다. 이제 당장 1월부터 50~299명 사업장에 적용되고, 7월부터 5~49명 사업장에 대한 자율적 개선지원 사업도 시행된다.

2021년 주52시간 상한제가 본격 시행되니, 드디어 장시간 노동을 해소할 길이 열렸다고 반가워해야 할까? 반갑게 맞이하기엔, 상황이 녹록지 않다. 오히려 장시간 노동 타파는 요원해 보인다.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과제들이 산적해있지만,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노동자와 시민들이 그들에게 부여한 소명을 쉽사리 내팽겨쳤다. 오히려 노동시간을 늘리고 노동자의 건강을 위협하는 일을 벌이고 있다. 주52시간 상한제가 본격 시행되지만, 장시간 노동 타파를 위한 여정은 더디기만 하고, 심지어 무산될 위험에 처했다.

노동존중 약속은 저버린 지 오래

문재인 정부는 출범하면서, '노동존중 사회'를 실현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진행된 노동개악을 되돌려, 노동권을 제대로 보장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에 부응해야 할 의무가 그들에게 있었다. 이를 위해 노동 관련 법령을 개정하고 행정지침을 시행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정작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자신들의 약속을 저버리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전태일 열사 50주기를 맞아 노동기본권 보장을 요구하는 '전태일3법', 그리고 노동자와 시민의 안전과 건강을 위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하라는 사회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2020년 12월 국회에서는 근기법 개악이 이뤄졌다. 장시간 노동 구조를 유지해 자본과 기업에게 부담을 덜어주려는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노력'은 주52시간 상한제를 둘러싼 논쟁에서 계속 확인되었다. 주변 상황 악화를 노동시간 규제 완화의 핑계 삼으며 자신들이 만든 법에 예외를 계속 둘 뿐만 아니라, 미약하게나마 보장된 노동기본권조차 후퇴시켰다.

대표적인 국면들을 돌아보자. 먼저 2018년 3월 정부와 국회는 근기법을 개정해 노동자의 1주일은 휴일을 포함한 7일이며, 그 1주간 법정 근로시간은 40시간임을 명시하였다. 2018년 7월 1일부터 공공기관과 300명 이상 사업장에서 주52시간 상한제를 먼저 시행하였다. 하지만 주 52시간 상한제 도입을 놓고 재계의 반발이 일자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시도했다. 또한 주 52시간 상한제 적용에 계도기간을 설정하고, 그 기간을 몇 차례 연장했다.

지난 2019년 8월에는 고용노동부가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응하겠다며, 장시간 노동을 조장하는 조치들을 시행하였다. 당시 고용노동부는 일본의 수출규제를 "자연재해와 재난 또는 이에 준하는 사고가 발생해 이를 수습하기 위한 연장근로를 피할 수 없는 경우"로 본다며, 관련 사업장에 '인가연장근로'를 허용했다.

기존 법제도에서는 노동시간 규제의 취지에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재난안전법)에 따른 재난 또는 이에 준하는 사고가 발생해 이를 수습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거나 재난 등의 발생이 예상돼 이를 예방하기 위해 긴급한 조치가 필요한 경우'만 특별연장근로를 인가하도록 하고 있었다. 그런데 고용노동부 해석으로 기업들은 노동부 장관 승인만 받으면 노동자들에게 무한 연장노동을 시킬 수 있게 되었다. 나아가 고용노동부는 탄력근로제 대상업무를 확대하는 고시와 함께 탄력근로제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내놓았다. 법정 연장근로 한도에 구애받지 않고, 얼마를 더 일하든지 노사가 서면합의한 시간만을 일했다고 허용해준 것이다.

2020년에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여기서 멈추지 않고 더 적극적으로 나섰다. 2020년 1월 31일 고용노동부는 특별연장근로 인가사유를 규정한 근기법 시행규칙 9조를 개정했다. 2019년 8월에는 기존 법제의 해석을 유리하게 해준 것이었다면, 이번에는 이를 넘어 법제 자체를 유리하게 바꾸어주었다. 인명보호·안전확보, 돌발적 상황 수습, 업무량 폭증, 소재·부품 연구개발까지 특별연장근로가 가능하도록 인가 사유를 확대했다. 특별연장근로 활용 기간 또한 지난 조치에서 제한한 1년 내 90일이라는 한도를 확대하기까지 했다.

주목해야 할 점은 이때가 코로나19 발생 전이었다는 것이다. 2020년 7월 15일에 이르러서는 코로나19 사태를 빌미로 삼기 시작했다. 국가 위기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해야 한다며, 특별연장근로 활용 가능 기간을 한시적으로 조정했다. 그러나 이 조치는 특별연장근로 인가사유 확대를 사후적으로 정당화해주는 것에 불과했다. 역시나, 주52시간 상한제 시행 의지는 온데간데 없었다.

개악으로 열린, 장시간 불규칙 노동으로의 길

국회에서 공수처 설치를 둘러싼 대치가 격화되던 2020년 12월, 민주당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6개월 확대, 선택근로제 정산기간을 3개월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근기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선진국' 유럽과 일본에서는 탄력근로제를 운용하면서도 장시간 노동을 규제하기 위해 총노동시간을 규제하지만, 정작 한국은 탄력근로 등 변형근로 도입 시 추가적 총노동시간 제한에 대한 규정은 없었고, 최장 주 64시간까지 일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건강권 침해 우려가 있는 걸 고려해, 11시간 연속휴식시간제도도 담고 있으나, 그에 대한 해석이 1일(24시간) 단위가 아니기에 건강권 보호조치의 실효성 자체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그마저도 근로자 대표와의 서면합의사항으로 뒀다. 이는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근로자대표를 임명하는 등 근로자대표제를 악용해온 그간의 관행을 고려할 때, 법적용 제외의 길을 터준 것과 다를 바 없다.

또한 양적으로 노동시간을 늘릴 수 있도록 해준 것에 더해, 불규칙노동까지 확대될 위험이 커졌다. 기존 3개월 탄력근로제는 '일별' 노동시간을 합의해야 했다. 하지만 신설된 3개월 초과 사항에 대해선 '주별' 노동시간만 정하면 된다. 이를 노동자에게 2주 전까지만 알려주면 되며, 그마저도 업무량 급증 등 사유가 있으면 근로개시 전까지만 알려주면 된다. 이로 인해 노동자는 자신의 노동시간을 예측도 할 수 없고, 결국 노동 통제권을 상실하게 되는 것이다. 이제 자본과 기업의 이윤 창출 압박이 노동자들을 더욱 옥죌 것이다.

여전히 강고한 포괄임금제

노동시간 자체를 규제와 더불어 임금 제도를 통해 장시간 노동 관행을 유지, 운영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동안 포괄임금제도는 사무직군, IT·게임 업계 등에서 장시간 노동을 심화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지적되어 왔다. 현행법상 포괄임금제는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로 한정해, 명확한 노·사 합의가 있고, 노동자에 불이익이 없으며, 제반 사정에 비추어 정당하다고 인정될 때에 유효한 것으로 본다. 그러나 실제 근로시간 산정이 어렵지 않은 경우에도 광범위하게 악용되고 있다.

포괄임금제는 무엇보다 노동자 건강 측면에서도 악영향을 미친다. 포괄임금제가 시간 외 근로를 전제하고 있으니, 노동자는 회사에서 지시하는 야간, 주말 연장근로를 거부하기 힘들어진다. 포괄임금제는 장시간 노동시간 관행을 조장하고 유지하는 요인이다. 이에 대해서도 문재인 정부는 노동존중사회 실현의 과제 중 하나로 초과수당 제대로 안 주는 포괄임금제를 규제하고, '눈치야근 잡는 출퇴근시간기록의무제(일명 칼퇴근법)'를 제정하고, 퇴근 후 카톡 업무지시 근절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공약을 내걸었다. 이 약속 또한 이행되지 않고 있다. 자연스레 임금체불은 막대히 쌓여만 가고, 노동자들은 과로에 지쳐 쓰러져 죽어간다.

최근 정의당을 중심으로 포괄임금제 폐지 논의가 재점화되고 있다. 포괄임금제는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지만, 현실에서는 오랜 기간 불법과 편법에 기대 강고한 제도로 자리 잡았다. 근본적으로는 이를 법으로 금지해야 한다. 또한 현재는 과로사 산재신청 시 실노동시간 입증 책임이 노동자에게 부과되어 있는데, 근무시간 기록의무를 져야 할 주체를 사업주로 규정하여 노동자의 산재신청을 막지 않게 해야 한다. 고용노동부 또한 포괄임금제 규제 지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단속조차 안 하고 방관하는 태도에서 벗어나 제대로 된 행정 집행을 해야 한다.

장시간 노동 근절, 노동존중 사회의 전제조건

문재인 정부는 주 52시간 상한제 도입 취지를 잊었는가. 노동존중 사회 실현이라는 소명을 부여받았음을 잊었는가. 21세기에도 한국은 장시간 노동이 만연해 있다. 한국의 노동시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연평균 노동시간인 1700시간보다 400~500시간 이상 길다.

주40시간 노동이 노동법에서 규정한 원칙이자 노동기본권 실현의 핵심임에도, 여전히 우리는 장시간 노동의 굴레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했다. 주52시간 상한제를 둘러싼 싸움에서조차 자본과 기업의 반발에 밀려, 그리고 말로만 노동존중을 외치며 정작 저들을 대변하는 정권에 속아 뒷걸음질치고 있다. 노동자·시민의 안녕을 위한, 일터에서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실현하기 위한 투쟁의 여정을 새롭게 재조직해야 할 때이다.

[매노칼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이 남긴 과제

지난 주 매노칼럼은 이숙견님이 1월 8일 국회를 통과한 중대재해처벌법의 문제와 과제를 다루어 주셨습니다.

"법이 만들어졌지만 이제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이름부터 애매모호한 중대재해처벌법이 산재사망을 초래한 기업과 그 대표를 제대로 처벌하고, 유예와 배제가 없는 제대로 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으로 거듭나야 한다."

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0843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이 남긴 과제 - 매일노동뉴스

지난해 9월22일 10만명의 국민동의청원으로 발의한 ‘안전한 일터와 사회를 위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관한 청원’과 국회의원이 발의한 5건의 법률안을 통합해 법사위 대안으로 제안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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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국회 본회의 통과 직후 입장발표 기자회견(21.01.08)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 기자회견문]

 

“중대재해는 기업의 범죄! 생명에 차별이 없도록 계속 나아가겠습니다."

 

 

오늘 2021년1월8일 !!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제정 되었습니다. 2006년부터 이어진 법 제정 투쟁이 2020년 10 만명 노동자, 시민의 동의청원, 산재유족들의 단식 투쟁과 전국에서 진행된 캠페인, 농성, 동조단식 끝에 해를 넘겨 15년 만에 국회 문턱을 넘었습니다. 조문 하나하나에는 노동자, 시민의 수많은 죽음이 어려 있고, ‘더 이상 죽이지 마라’며 투쟁을 이어온 피해자 유족과 동료의 피 눈물이 배어 있습니다.

이 법의 제정은 “중대재해는 기업이 법을 위반하여 노동자 시민을 죽음으로 몰고 간 범죄이며, 그 책임과 처벌은 진짜 경영책임자가 져야한다”는 사회적 확인입니다. 제정된 법은 “말단 관리자 처벌이 아닌 진짜 경영책임자 처벌” “특수고용 노동자, 하청 노동자 중대재해 및 시민재해에 대한 원청 처벌”“하한형 형사처벌 도입” “시민재해 포괄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부상과 직업병도 처벌”등 운동본부가 법 제정의 원칙으로 밝혀 온 것들이 담겼습니다. 그러나, 형사 처벌이나 벌금이 매우 낮고, 경영책임자 면책의 여지를 여전히 남겼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법 적용에서의 차별”입니다. 일하다 죽지 않게 차별받지 않게”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의 가장 중요한 정신입니다. 그렇기에 근로기준법 적용 제외로 노동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의 죽음조차 제외한 것은 용납할 수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50인 미만 사업장’은 적용을 유예하며, ‘일터 괴롭힘에 의한 죽음’은 배제하고 있습니다. 시민재해도 각종 기준을 들이대며 협소하게 적용하고, 수많은 사고가 발주처의 무리한 공기단축에서 비롯되는데도 발주처 처벌을 제외했습니다. 불법인허가 부실관리감독에 대한 공무원 처벌 도입도 무산되었습니다. 그래서 이 법은 ‘반쪽짜리 법’입니다.

법 제정 과정에서 경제단체들과 보수 경제지, 그리고 정부와 국회의 민낯이 다시 한번 드러났습니다. OECD 산재사망 1위 국가인 한국의 경제단체들은 털끝만큼의 부끄러움과 죄의식도 없이, 이 법이 제정되면 기업이 망할 것처럼 주장하면서 끝까지 법 제정에 반대했습니다. 생명과 안전을 우선가치로 한다는 문재인 정부의 각 부처는 적용대상을 줄이고, 처벌을 낮추기에 급급했습니다. 국회는 그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이 법안의 핵심적인 취지를 훼손했습니다.

경제규모 11위인 한국에서 용광로에 빠져 죽고, 떨어져 죽는 전 근대적인 죽음의 고리를 끊고자 하는 노동자 시민의 요구에 역행하는 경제단체와 정부, 국회를 강력히 규탄합니다.

중대재해로 가족을 잃은 피해자 유족들이 한 달 가까이 곡기를 끊고 칼바람에 노숙농성을 해서야 가까스레 법이 제정되었고, 그나마 반쪽짜리인 오늘의 현실이 참담합니다. 어제 동료가 죽은 일터에서 일하면서 위험하다고 스스로 작업을 중지하지도 못하는 노동자의 현실이 답답합니다. 오늘 제정된 법에 담긴 조문보다 중요한 것은 법 제정과정에서 우리가 확인한 노동자, 시민의 집단적인 힘입니다. 이 힘은 이후 일터와 사회를 실질적으로 바꾸고, 이후 법 집행과 개정을 만들어 내는 원천입니다.

제정된 법이 실제 처벌로 이어지고, 재발방지와 사전예방으로 현실화 될 때 법의 목적은 비로소 완성될 것입니다. 법안을 만들고, 현장과 길거리 곳곳에서 참여하여 입법청원을 하고, 법안이 논의되는 모든 과정에 노동자 시민들의 투쟁이 있었습니다. 그 모든 투쟁을 함께 해 온 노동자 시민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는

첫째, 오늘 제정된 반쪽짜리 법이 온전하고 제대로 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되도록 개정 투쟁을 강력하게 전개할 것입니다.

둘째, 제정된 법이 법전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중대재해에 대한 처벌로 실질 집행되고, 처벌이 예방으로 이어지도록 전국적인 투쟁을 전개할 것입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는 모든 노동자 시민의 생명과 안전이 존중받는 일터와 사회를 위한 투쟁을 계속해 나가겠습니다. 그 투쟁에 지금까지처럼 함께 해주십시오.

2021년 1월 8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

[입장문] 산업재해에 대한 대법원 양형위원회 결과에 대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 입장(21.01.12)

산업재해에 대한 대법원 양형위원회 결과에 대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 입장

어제 대법원 양형위원회에서 산재사망 및 산업안전보건범죄에 대한 양형위원회를 열고 양형기준을 발표했다. 양형위원회는 산재사망에 대해서는 1- 26월을 기본으로 하여 감경, 가중, 특별가중, 다수범, 5년 이내 재범으로 기준 발표를 했다. 일부 형량이 높아지고, 공탁을 감경요인에서 제외하고, 원청 및 현장실습생 특례등 개정법을 반영한 측면은 있다. 그러나, 오늘 발표된 양형기준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찬성이 70%를 넘을 정도로 높아진 노동자 시민의 요구는 반영되지 못한 것으로, 90%의 법 위반, 높은 재범률의 원인인 솜방망이 처벌의 근절은 불가능하다.

 

첫째, 대법원은 여전히 [과실치사상 산업안전보건범죄] 로 규정하여 과실치사상 범죄군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는 산재사망은 개인의 주의의무 위반에 따른 업무상 과실치사상죄가 아니라 법 위반으로 인한 고의에 의한 기업범죄의 성격을 가진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취지가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둘째, 사망에 대한 양형기준으로 제시된 징역 1-26월은 모두 집행유예가 가능하고, 가중, 특별가중, 다수범의 경우에도 집행유예가 가능한 범위에 있다. 특히, 특별가중인자가 2개 이상인 경우에도 법에서 명시된 7년 이하의 범위로 제시하여 <특별가중> 이라고 부르는 것 자체가 무색하다.

 

셋째, 사망에 대한 양형기준에서 벌금형에 대해서는 별도의 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현재 법정기준이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이하 벌금으로 벌금형 비중이 매우 높고, 벌금 평균이 450만원 내외인데, 벌금에 대한 기준을 설정하지 않아 실제 판결에서 최소한의 개선도 어려운 결과로 될 것이다.

 

넷째, 사망이 아닌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범죄도 양형기준을 제시하고 있는데, 그 대상이 매우 좁다. 설정범죄 포함 예시에는 산업안전보건법에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이하의 벌금으로 되어 있는 51조 급박한 위험의 사업주의 작업중지. 54조 중대재해 발생 시 사업주의 작업중지, 유해위험물질의 제조금지, 허가, 법 위반에 대한 노동자의 신고에 대한 불이익조치 금지 등이 대상범위에서 제외되어 있다. 산업안전보건법 170조에 있는 중대재해 발생 현장 훼손, 조사방해, 재해발생사실 은폐, 교사 공모등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법사위 심의 과정에서 포함 여부를 논의할 정도로 중대성이 논의 되었으나, 이번 대법원 양형위원회 결과에는 아예 제외되어 있다. 양형위원회는 징역형이 선고된 사례가 있는 범죄에 한정하여 양형기준을 설정하였다고 하고 있으나, 이는 202010월에 개정된 현장실습생 특례나, 원청의 의무범위 확대 등을 반영하여 설정범위를 설정했다는 것과는 앞뒤가 맞지 않는 설명이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운동본부는 오늘 발표된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양형기준 수정안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하는 바이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법리적 논쟁이 아니라 매년 2,400명이 죽고, 10만명이 다치고 병드는 죽음의 고리를 끊어내자는 노동자 시민의 열망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또한, 이번 대법원 양형위원회의의 기중의 상향이 제정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적용에 영향을 주는 일은 없어야 한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운동본부는 제대로 된 양형기준 제정을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다.

 

2021112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운동본부

입장문_2021-0112대법양형위.pdf
0.12MB

 

[보고서] 영화현장 일터괴롭힘대응 가이드라인 연구(20.12)

영화현장 일터괴롭힘대응 가이드라인 연구(20.12.15)

영화진흥위원회 KOFIC 연구 2020-16

*공동연구 영화인권리증진소위원회

*연구진

류은숙 (인권연구소 ‘창’ 연구활동가/대표)
최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연구원)
모지은 (영화감독, 前 ㈔한국영화감독조합 부대표)
이진희 (프로듀서, 영화사 ㈜아토 대표)

KOFIC연구_2020-16_영화현장일터괴롭힘대응가이드라인연구.pdf
0.60MB

목차

제1장 서문

제2장 영화현장 일터괴롭힘 대응 가이드라인 연구
1. 일터괴롭힘이란?
2. 일터괴롭힘을 다루는 이유
3. 괴롭힘 방지를 위해 해야 할 일/하지 말아야 할 일
3-1) 제작사가 해야 할 일/하지 말아야 할 일
3-2) 관리자(감독, PD, Key Staff)가 해야 할 일/하지 말아야 할 일
3-3) 영화 제작 현장의 모든 구성원이 해야 할 일/하지 말아야 할 일
4. 괴롭힘을 당했다고 생각할 때 해야 할 일
5. 괴롭힘을 목격하거나 알게 됐을 때 해야 할 일

제3장 영화현장 일터괴롭힘 대응 절차
1. 사건 처리절차
2. 영화현장 일터괴롭힘 체크리스트(제작사용, 스태프용)
3. 직장 내 괴롭힘 관련 법
4. 일터 괴롭힘 대응 방법
5. 일터 괴롭힘 대응이 필요할 때 연락하세요.
제4장 영화현장 ‘일터괴롭힘’ 체크리스트

[참고자료]
[부 록] 외국의 가이드라인 사례
• 영상산업에서의 불링과 괴롭힘 대처와 방지를 위한 원칙
- 영국영화협회(BFI), 영국 영화‧텔레비전 예술 아카데미(BAFTA)
• 가이드라인: 영화 산업에서의 괴롭힘 방지를 위한 일터 실무 지침
- 영국영화협회(BFI), 영국 영화‧텔레비전 예술 아카데미(BAFTA)
• 미국 프로듀서 조합 반(反)-성적 괴롭힘 가이드라인

 

 

[보고서] 단속적 노동자의 건강검진 지원제도 마련을 위한 연구보고서(20.12)

단속적 노동자의  건강검진 지원제도 마련을 위한  연구보고서

-이 연구보고서는 2020년 고용노동부 단체지원사업으로 연구되었음.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공감직업환경의학센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issuu.com/kilsh2003/docs/____________________2020

 

단속적노동자건강검진지원제도연구보고서_2020

 

issuu.com

<연구배경>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영화산업 특성상 영화제작에 참여하는 스태프는 일 년 평균 두 개의 작품에 참여하고, 한 작품 당 평균 4.7개월간 고용되는  형태를 띤다고 한다.

영화스태프의 일평균 노동시간은 12.3시간, 22시 이후  야간근무는 주당 3.22일, 주당평균 노동시간은 65.6시간2), 주당 평균 야간 노동시간은 21.3시간3)에 달하는 불규칙한 장시간노동이 고착돼 오고 있을 뿐만 아니라 불안정한 자세와 반복동작, 중량물작업, 사고위험, 야간작업, 수면부족 등 영화제작과정에서 근골격계질환과 뇌심혈관계질환 등 발병 위험·유해요인에 노출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강검진은 중증질환을 예방하고 만성질환을 조기에 발견해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방법으로 국가적으로 장려하고 있는 건강관리사업 중 하나이다. 4대보험 중 하나인 건강보험료로 운영하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역건강검진은 2년에 1회, 직장건강검진은 사무직은 2년에 1회, 비사무직은 1년에 1회 받도록 권장하고 있고,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에는 직장인 건강검진을 실시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를 포함해 고의성이 있을 때는 사업주에게 10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되며, 근로자 귀책사유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영화스태프의 건강관리는 일반건강검진 수검율 76.09%(통계청, 2019년)에 비해 현저히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스태프 안전보건실태조사(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2019)에서 영화스태프의 4대보험 가입은 표준근로계약 이후 개선되었음에도 73.1% 수준에 머물고, 이 중 지역과 직장, 개인검진을 모두 합해 33%만이 최근 2년 이내 1번 이상 건강검진을 받은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따라서 본 연구는 단속적 노동특성이 있는 영화산업종사자들이 직업적 위험·유해요인에도 건강검진 수검율이 낮은 이유를 밝혀 이를 개선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목 차>

I 서론
1. 연구배경
2. 연구목적
3. 연구방법
1) 설문조사
2) 면접조사
3) 건강검진 시범사업

II 설문 분석

1. 기본 사항

1) 인구학적 사항

2) 업무관련 사항

3) 근로계약 및 4대 보험 가입

2. 일반 노동조건 및 뇌심혈관질환 부담 요인

1) 노동시간

2) 야간작업

3) 주휴일 및 연차휴가

4) 휴식시간과 휴게 공간

5) 노동 밀도 및 노동 강도

6) 뇌심혈관질환의 업무부담 인자 및 뇌심혈관질환 유병율

3. 노동 안전보건 및 작업 환경

4. 스트레스 원인과 정신 신체적 건강상태

1) 직무스트레스 평가

2) 직장 내 괴롭힘 및 직장 내 부정적 행동경험

3) 고위험 음주와 니코틴 의존도

4) 불안 증상 및 우울 증상

5) 수면 장애 및 위장 장애

6) 근골격계 증상 평가

5. 영화스태프 건강검진 실태와 검진의 필요성

6. 소결

 

III 면접 분석

1. 건강검진 관련 면접

2. 설문지 보완 면접

 

IV 건강검진 시범사업

V 결론

1. 영화 스태프의 노동 환경과 업무 부담 요인

1) 장시간 노동과 야간 노동

2) 직무스트레스

2. 영화 스태프의 건강상태 평가

1) 뇌심혈관 질환

2) 정신 심리적 질환과 행동 장애적 문제

3) 소화기 증상

4) 근골격계 질환

3. 영화 스태프의 건강검진 상태

4. 영화스태프 등 단속적 노동자 건강검진 누락에 대한 해결 필요

 

VI 제언

1. 영화 스태프와 단속적 근무 노동자에 대한 공단 일반 건강검진 제도 보완

2. 영화 스태프와 단속적 근무 노동자에 대한 특수 건강검진 제도 보완

1) 영화노동자의 야간작업 특수건강진단 시행

2) 영화노동자의 야간작업 특수건강진단 지원

3.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

4. 영화산업 근로 표준계약서 개정

5. 영화진흥위원회, 건강진단 지원 활동

6. 국민건강보험공단 직장 가입 체제 전환에 관한 사회적 논의

 

VII 부록(영화산업 노동자의 건강상태 파악 및 건강검진 필요성 설문지)

[만평] 상습 4기꾼! / 2020.12

[논평] 이주노동자들이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범정부적 대책이 더 마련되어야 한다!

 

사망 노동자 속헹님의 숙소, 사진출처:이주노동자 기숙사 산재사망대책위

 

[논평] 이주노동자들이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범정부적 대책이 더 마련되어야 한다!

- 고용노동부·농림축산식품부의 어업 분야 고용허가 주거시설 기준 대폭 강화보도자료에 대한 논평

 

1. 영하 16도의 한파 속에 지난 1220일 포천 지역 농장의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자다가 숨을 거둔 캄보디아 이주노동자 속헹씨의 산재사망 사건을 계기로 너무나 열악하고 심각한 이주노동자 숙소환경에 대한 문제제기가 빗발치자 16일자로 고용노동부와 농림축산식품부가 합동으로 보도자료를 내놓았다. 농어업 분야의 이주노동자 고용허가에 필요한 주거시설 기준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이제라도 대책을 내놓았다는 의미가 있고 일부 진전된 부분이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미흡한 대책이라고 본다.

2. 우선 실태조사한 내용을 보면, 부처 공동으로 노동자와 사업주를 대상으로 조사를 한 결과, 응답 노동자의 70%가 가설 건축물(컨테이너, 조립식 패널, 비닐하우스 내 가설 건축물)에 거주하고 있었다. 그 가운데 56.5%는 주거시설용으로 신고되지도 않은 시설이었다. 그런데 이런 실태와 앞뒤가 맞지 않게 정부는 숙소시설과 관련, 난방, 목욕화장실, 채광 및 환기 시설, 남녀 침실 구분은 99%가 구비하고 있어 기본적인 생활 여건은 마련되어 있다고 보았다. 시설의 질은 따지지 않고 형식적 유무 여부만 파악하다보니 기본적인 생활여건이 마련되어 있다고 본 것 같은데, 과연 기본적인 생활여건을 무엇으로 보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농촌에 흔하게 있는 검은 비닐로 둘러싸인 비닐하우스 내 조립식패널 시설에 창문이 있으면 채광 및 환기가 제대로 되는 것인가? 숙소 바깥에 있는 재래식 이동용 화장실, 프로판가스와 각종 농자재가 어지러이 있는 한켠에 샤워꼭지가 달려 있으면 목욕·화장실이 갖춰진 것인가? 우리가 볼 때 기본적인 생활여건은 갖추어지지 않았다. 전화응답이나 사업주설문 말고 실질적인 현장 실태조사를 해야 할 것이다.

3. 대책으로 내놓은 것에 대해서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21.1.1.부터 고용허가 신청(신규, 사업장 변경, 재입국특례, 재고용 등) 시 비닐하우스 내 컨테이너조립식 패널 등을 숙소로 제공하는 경우에는 고용허가를 불허한다는 것은 이들 숙소를 금지하는 방향으로 옳다고 본다. 그런데 왜 비닐하우스 내 컨테이너, 조립식 패널만 불허하는가. 비닐하우스 바깥의 컨테이너, 조립식 패널 등 임시 가건물도 실상을 확인하여 문제가 되면 금지시켜야 하는 것 아닌가. 사업주들이 비닐하우스만 걷어내면 되는 것인가. 현행 건축관련 법령(시행령, 조례 포함)상 주거목적으로 가설건축물을 사용할 수 없다. 따라서 가설건축물을 기숙사로 제공하는 것은 그 어떤 경우에도 불법이다. 그럼에도 고용노동부가 비닐하우스 안과 밖을 구별하고, 가설건축물 축조신고필증 제출여부를 구별하려는 것은 결국 이 문제를 미봉책으로 덮으려는 술책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농촌의 현실상 농장주들이 농막을 주거용으로 사용하는 편법을 지자체에서 용인하는 문제와 일정한 비용을 징수하며 사용자가 노동자에게 제공하는 기숙사의 문제는 엄연히 구별되어야 한다. 정부발표대책은 근로기준법상 기숙사 관련 조항, 외국인고용법상 기숙사 관련 이주노동자 보호조항의 취지를 몰각시키는 것으로 속헹씨 등 이주노동자의 피해를 절대로 막아낼 수 없다.

4. 또한 기존에 존재하는 사업장들의 숙소의 경우, 이주노동자가 희망하면 지방관서의 외국인근로자권익보호협의회를 통해 사업장 변경을 허용한다고 한다. 사업장 변경사유 고시 개정 전에 이렇게라도 하는 고육지책일텐데, 현행 반기에 한 번 여는 권익보호협의회를 매월 열어야 할 것이다. 사실 이주노동자가 사업장 변경을 하더라도, 다른 사업장들이 대부분 임시 가건물 숙소일텐데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농어업이 다른 업종으로 사업장 변경을 못하도록 제한해 놓으니 노동조건, 주거환경 개선이 근본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것 아닌가.

5. 정부는 사업주가 고용허가 전에 기숙사에 대한 시각자료를 제출해서 노동자가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도록 사전확인, 모니터링을 강화하겠고 한다. 어업 분야에서 외국인을 다수 고용하고 있는 사업장을 대상으로 근로감독을 강화하겠다고 한다. 문제는 이런 방안들이 실효성을 가져야 하고, 실질적인 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원방안으로 정부가 농어가의 주거시설 개선을 유도하기 위해 빈집 등 유휴시설을 활용해 이주 여성노동자의 주거환경 개선을 지원, 10개소 시범실시하고 대상확대를 검토한다는 것이다. 이 역시 너무 미흡하다. 지역별로 주거시설 개량이나 유휴시설 활용을 하기 위해서는 부처 뿐 아니라 해당 지자체도 나서도록 책임을 지게 해야 한다.

6. 이주노동자는 머슴이나 노비가 아니다. 말할 줄 아는 기계도 아니다. 피와 살이 있는 같은 인간이며 법적 권리를 보장받아야 하는 노동자이다. 정부가 진정으로 이주노동자가 안전하고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숙소를 보장하려 한다면, 문제가 거세게 제기될 때마다 미봉책으로 땜질해서는 안된다. 우리 대책위는 이주노동자의 주거권 보장을 위한 보다 근본적인 범정부적 대책을 다시금 강력히 촉구한다.

첫째, 비닐하우스 내 컨테이너, 조립식패널 뿐만 아니라 하우스 밖의 임시 가건물도 금지해야 한다. 화재, 전기사고, 자연재해 등 위험에 무방비인 불법 시설에 사람이 살아서는 안된다. 인간다운 주거환경 보장을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

둘째, 모든 임시 가건물 숙소에 대해 숙소비를 받지 못하게 해야 한다. 고용노동부가 2017년에 만든 숙식비 징수지침부터 폐지해야 한다. 통상임금의 8%, 15% 식으로 과다징수를 허용하는 지침이 있어서는 안된다.

셋째, 농어업 이주노동자가 열악한 숙소환경을 벗어날 수 있도록 사업장 변경 자유를 보장하고, 농어업에서 다른 업종으로도 이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사업주들이 노동, 주거조건 개선을 점진적으로라도 하게 될 것이다.

넷째, 일부 지자체에서 농업이주노동자 숙소에 대해 진행하고 있는 것처럼 지자체 내 숙소환경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대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범정부적으로 방침을 세워야 한다.

2020.1.7

이주노동자 기숙사 산재사망 사건 대책위원회

[기자회견] 이주노동자 비닐하우스숙소 산재사망 사건 관련, 국가인권위 긴급구제 신청 기자회견(20.01.04)




이주노동자 기숙사 산재사망 대책위원회

발신: 이주노동자 기숙사 산재사망 사건 대책위원회 (담당: 최정규 010-3271-6166)

수신: 제 언론사 사회부, 국제부

제목: 이주노동자 비닐하우스숙소 산재사망 사건 관련, 국가인권위 긴급구제 신청 기자회견

1. 이주노동자의 인권과 노동권 보도에 애쓰시는 귀 언론사에 인사를 드립니다.

2. 한파가 몰아친 지난 1220일 경기도 포천 지역 농장의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캄보디아 이주여성노동자 속헹 씨가 싸늘한 주검으로 동료노동자에게 발견되었습니다. 동료노동자들은 며칠 전부터 전기가 왔다갔다 해서 난방이 되지 않았다고 증언했으며 고인이 평소에 별로 아프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경찰은 24일 부검 1차 소견에서 간경화로 인한 혈관파열, 합병증이라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서른 살의 젊은 노동자가 사망한 데에는 힘든 노동조건, 비닐하우스내 조립식패널 숙소라는 열악한 기숙사 환경, 제대로 진료나 치료를 받지 못했을 상황에서 영하 16도의 한파가 영향을 미친 산재사망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3. 노동부는 대책을 내놓았지만, 지금 존재하는 비닐하우스와 하우스내 컨테이너, 조립식패널 등 임시가건물 숙소에 대해서는 근본적 개선책이 없습니다. 더욱이 또다른 피해자들인 동료노동자들을 면담하여 계속근무확인서를 받아, 노동자들이 본인 의사로 사업장변경을 희망하지 않는다는 증거 남기기에 급급했습니다. 또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경기도가 실시하고자 하는 농촌 이주노동자 숙소 실태조사에 노동부는 개인정보보호를 이유로 고용현황을 협조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4. 이에 이주노동자 기숙사 산재사망 대책위원회에서는 산재사망을 목격한 동료 노동자들이 역시 피해자로서 일차적으로 사업장에 계속 있게 해서는 안 된다고 보며 노동부가 현 사업장에 대한 고용허가를 취소하고 사업장변경 절차를 실시하여 동료노동자들이 안전하고 편안한 장소에서 머무를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아래와 같이 국가인권위에 긴급구제를 신청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하고자 합니다. 많은 취재를 바랍니다.

 

<이주노동자 비닐하우스숙소 산재사망 사건 관련 국가인권위 긴급구제 신청 기자회견>

- 일시: 202114() 오전 1130

- 장소: 국가인권위원회 앞

- 주최: 이주노동자 기숙사 산재사망 대책위원회

내용

: 취지 설명

: 각 단체 발언

: 긴급구제 신청 내용 발언

이주노동자 기숙사 산재사망 대책위원회

경기북부노동인권센터, 경기북부평화시민행동, 공익법센터 어필,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두드림(문화다양성교원학습공동체), 미래당아나키스트모임, 빈곤사회연대, ()이주민과함께, 아시아의 창, 아시아의친구들, 원곡법률사무소, 유엔농민권리포럼, 이주민센터 동행, 이주민지원공익센터 감동, 이주와 인권연구소, 정만천하 이주여성협회, 정의당경기도당, 정치하는엄마들, 주거권네트워크, 지구인의정류장, 청년정의당경기도당(), 포천나눔의집 이주민지원센터, 포천이주노동자센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한국이주인권센터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부천이주노동복지센터, ()한국이주민건강협회 희망의친구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 아산이주노동자센터, 아시아인권문화연대, 남양주시외국인복지센터, 순천이주민지원센터, 외국인이주노동자인권을위한모임, ()모두를위한이주인권문화센터, 원불교서울외국인센터, 의정부EXODUS, 인천외국인노동자센터, 파주이주노동자센터 샬롬의집, 포천나눔의집, 함께하는공동체)

이주노동자평등연대()(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노동당, 노동사회과학연구소, 노동전선, 녹색당, 대한불교조계종사회노동위원회, 성공회 용산나눔의집, 민변노동위원회, 사회변혁노동자당, 사회진보연대, 이주노동자노동조합(MTU), ()이주노동희망센터, 이주노동자운동후원회, 이주민방송(MWTV), 이주민센터 친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전국학생행진, 지구인의정류장, 필리핀공동체카사마코)

0104기숙사사망사건인권위기자회견자료.z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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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리포트] 전국건설노동조합 <건축현장 본층 노동강도 평가> 보고서

[연구리포트]

전국건설노동조합 <건축현장 본층 노동강도 평가> 보고서

선전위원회 편집

1. 연구 배경 및 방법

2018년 형틀목수 노동강도 평가에서 아파트 본층, 주택, 아파트 지하 순으로 칼로리 소모량이 높았다. 노동조합이 투쟁으로 쟁취해 온 건설 현장의 노동시간 단축, 불법하도급 근절, 고용안정 등이 아파트 본층에서는 현실화되지 못하고 있었다. 이로 인해 계속해서 아파트 본층 현장의 노동강도는 지속해서 높게 유지되고 있었다. 이는 본층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건강을 위협할 뿐 아니라, 조합원들의 본층 작업 진출을 막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현재 아파트 본층 작업의 노동강도와 작업 내용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이후 본층 노동자 조직화 등 논의의 기초 자료를 생성하는 것을 목표로 본층 노동강도 평가 사업을 실시하였다.

2. 설문조사 결과

우선 본층 알폼 작업에 종사하는 노동자의 노동시간은 평균 9.65시간으로 다른 노동자 집단에 비해 장시간 노동에 해당하였다. 주관적인 노동강도 평가 지표인 보그지수 평균값은 14.36이었다. 하루에 한 층을 작업해야 하는 공사기간 단축 압박과 성과급/하도급제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이며, 양적으로 노동시간이 길뿐만 아니라 휴식 없이 계속해서 바쁘게 일해야 한다는 점에서 질적인 작업속도 또한 빠르다. 전체 응답자들의 적정노동강도 평가 점수의 평균을 살펴보면, 67.62점이고, 중위수는 70.00점이다. 현재 노동강도가 100점이라고 할 때의 평가이므로, 지금 수준보다 30%가량 노동강도가 줄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다음으로 본층 알폼 작업의 유해요인은 크게 인간공학적, 물리적, 화학적 유해요인으로 구분된다. 인간공학적 유해요인 중 중량물 취급의 경우, 설문에 응답한 본층 구간 알폼 노동자들 중 78.6%가 최소한 근무시간의 1/4이상 동안 중량물 취급이라는 물리적 유해요인에 노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체부위별로 근골격계 증상 호소율/유병율을 NIOSH 기준에 따라서 살펴보면, 기준1에 해당하는 증상자는 52.7%이었다. 건설업의 특성 및 알폼 작업의 높은 노동강도로 인해, 증상 호소율(어느 한 부위라도 기준1에 해당하는 경우)가 과반수 넘게 나타났다. 이는 평균 연령이 낮고 경력이 적다는 점을 고려할 때, 오히려 짧은 시간 내에 근골격계 증상이 빨리 나타나며, 따라서 상대적으로 노동강도가 높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신체부위별 근골격계 증상 유병률을 보면, 기준1에 해당하는 신체부위 중 허리/등이 40.9%로 가장 높은 근골격계 증상유병률을 보였다. 알폼 작업의 특성이라 할 수 있는 받아치기 작업의 위험이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다고 평가할 수 있다.

물리적 유해요인의 경우, 여름철 고온은 근로환경조사 대상 전체에 비해, 10배 가량 높은 수치에 해당한다. 고온과 저온에 따른 건강 영향 문제가 심각하다. 따라서 옥외작업이 불가피한 조건인 만큼, 혹서기나 혹한기 때에는 고용노동부에서 권고하는 안전보건관리 사항을 준수하고, ·그늘·휴식이라는 3대 요소를 제공하고, 작업중지, 노동시간 단축 및 휴식시간 증가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소음의 경우, 작업환경측정 결과에 따르면, 본층 구간 알폼 노동자의 소음 노출수준은 평균 93.9 dB, 최대 96.6 dB이었다. 법적 노출기준을 초과하는 심각한 수준이다. 귀마개 착용을 거의 하고 있지 않거나 귀마개 자체도 제대로 보급받지 못하고 있었다. 귀마개를 개별 의무 지급하고 실효적으로 착용하도록 조치해야 하며, 저소음 알폼, 저소음 도구의 도입 또한 고려해야 한다.

설문조사에서 본층 알폼 작업에 종사하는 사람 대부분이 이주노동자임을 감안할 때, 이주노동자이기에 겪게 되는 어려움, 이주노동자이기에 상당한 노동강도를 견딜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건축현장 본층의 노동강도는 건설자본의 이윤구조, 알폼 작업의 특성 자체로부터 비롯되지만, 그러한 노동강도가 상대적으로 편차를 보이는 것은 이주노동자라는 요인이 영향을 미쳤기 때문으로 보인다. 설문조사 결과에서 이주노동자, 특히 더욱 노동자로서의 지위가 열악한 국적의 노동자일수록 노동시간이 길고, 노동강도가 높으며, 연령이 젊은데도 근골격계질환 호소나 손상경험 등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달리 말해, 이주노동자의 노동환경, 노동조건 등이 전체적인 수준에서 본층의 노동강도를 높이는 데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3. 면접조사

면접조사에서는 건설산업연맹의 건설노조 조합원과 조합원 팀에서 일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을 포함한 총 20명의 노동자를 만났다. 면접에서 확인된 바에 따르면, 아파트 본층 건설 현장의 알폼 노동자들은 일 마치고 저녁의 사적 생활을 즐기기 어려운 정도의 높은 노동강도, 건설 노동에 대한 사회적 저평가, 불규칙한 일정과 불안정한 급여 등 건설 노동자 일반이 느끼는 노동강도와 직무스트레스의 문제를 공유하고 있었다. 그에 더해, 본층 알폼 작업의 높은 노동강도를 뚜렷이 인식하고 있었다. 10~20kg에 달하는 폼과 자재들을 아래에서 위로 인양하는, 일명 받아치기로 대표되는 심한 중량물 취급, 하루에 한 층을 작업해내야 하기에 일하는 내내 여유가 없는 작업 공정, 박리제 사용으로 기름이 손에 묻기에 재래식 형틀 목수보다 지저분한 일이라는 인식, 금속성 소음에 지속적으로 시달릴 뿐만 아니라 땡볕 아래에서 오랫동안 일해야만 하는 조건 등으로 인해, 스스로도 알폼 일은 어렵고 복잡한 일은 아니지만, 힘들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작업이 이런 방식으로 계속되도록 떠받치는 구조로는, 본층 작업을 지배하고 있는 도급제 계약과 맞물려 있는 공사기간 단축 압력, 이를 감내할 경제적, 사회적 동기를 가지고 있는 건설 산업의 미등록 이주노동자 문제를 짚어볼 수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본층 알폼 노동자들의 건강권 문제는, ‘다른 데보다 덜 다치는 곳’, ‘험하고 힘들어도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곳이라는 인식 밑에 숨어 미뤄지고 있었다. 도급 노동 하에서 건강권이나 안전과 관련된 요구를 원청에 하지도 못하고, 주로 안전관리의 대상으로 취급되고 있었고, 다른 노동자들보다 산재에 대한 인식도 약한 편이었다. 다수를 차지하는 이주노동자들이 사각지대에 있어 더욱 그럴 것이다.

4. 현장조사 및 생체지표 측정 결과

아파트 본층 현장 조사는 525~26일 경기도 성남, 620, 22일 부산, 818~19일 부산에서 진행했다. 현장 평가 결과, 대부분의 하루 작업이, 거의 모든 근골격계 부위의 부담 작업에 해당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고용노동부가 고시로 정하고 있는 11가지 근골격계 부담작업은 정형 작업에 해당되는 것으로, 공사 기간 중 위치나 하는 일이 달라지거나 건설업의 특징을 잘 반영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본층 구간 알폼 노동자의 작업은 여러 가지 근골격계부담작업에 해당됐다.

관찰한 대부분의 작업자가 하루에 25회 이상 10kg 이상의 물체를 들어올렸다. , 재래식 구간 형틀목수와 마찬가지로, 쪼그리고 앉거나 무릎을 굽힌 자세에서 하는 작업도 많았다. 벽체 하부 조립, 아이스핑크 작업, 핀 줍고 치우기, 하부 자키(고정) 작업 등 하루 2시간 가까이 됐다. 천장 폼 조립 작업, 벽체의 상단 조립 작업은 모두 머리 위에 손이 있거나, 팔꿈치가 어깨 위에 있거나, 팔꿈치를 몸통으로부터 드는 작업으로 이 역시 대부분 2시간이 넘었다. 망치질은 거의 모든 작업에서 사용되는 작업으로, 손과 손목에 시간당 10회 이상의 충격을 주며 2시간 이상 반복된다. 천장 폼 조립 작업은 대부분 목을 젖히고 하는 작업이라서, 목 부담 작업 역시 하루 2시간이 넘는다. , 허리, 어깨, , 손목, , 무릎, 발 등 부담이 되지 않는 신체 부위가 없을 정도다.

여러 가지 근골격계 부담 작업 중에서도 특별히 문제가 되는 것으로 과도한 중량물 작업이다. 중량물 작업은 근골격계에 부담을 주는 유해요인일 뿐 아니라, 심혈관계에 부담을 주는 대표적인 노동강도 강화 요인이다. 원래 경량화를 위해 도입된 알폼의 크기가 커지면서, 자재가 과도하게 무거워졌다. 미드빔 조립 작업처럼, 작업시간 단축을 위해 여러 개의 자재를 조립하여 구조물을 만들어 작업하는 경우 무게가 훨씬 더 나가게 된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매우 간단한 안전수칙도 무시되고 있었다. 지나치게 무거운 자재 운반, 두 사람이 나눠 들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중량물 작업, 빠르고 수월하게 작업하기 위해 생략하는 안전 수칙들은 단순히 노동강도를 높일 뿐 아니라 안전사고 위험도 높이고 있다. 게다가 재래식 구간보다 짧은 휴식시간, 긴 노동시간으로 본층 노동자들의 노동강도는 매우 높았다.

생체지표측정에서 신체활동량을 측정한 결과, 개인별 노동시간 한 시간 당 칼로리 소모량은 평균 약 시간당 134kcal에 해당했고, 측정한 심장박동수를 활용하여 최대적정노동시간과 과로지수를 산출한 결과, 10명의 측정 중 7명이 과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일하고 있는 시간과 최대 적정 노동시간의 비율을 의미하는 평균 과로지수는 1.5로 나타났다. 이는 지금 노동시간의 33%가량의 노동시간을 줄여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런 다양한 측면에서 살펴봤을 때, 본층 구간 알폼 노동자들의 노동강도는 매우 높았다.

5. 결론 및 제언

먼저, 근골격계질환 예방 및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활동이 시급하다. 노동강도가 높은 본층 알폼 노동자들이 산재보상을 통해 치료받을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아야 한다. 또한 보상에 멈추지 않고, 본층 알폼 작업에서 근골격계 부담작업을 줄이기 위한 예방 활동이 이뤄져야 한다. 본층 현장 개선 중 중량물 취급을 줄이는 것은 가장 시급한 과제다. 적정한 무게만 취급할 수 있도록 자재 크기를 줄이거나 자재 단위 당 무게를 줄이는 등의 경량화를 추진해볼 수 있을 것이며, 받아치기 작업에서 인양기를 도입하는 기술적 방안도 가능하다. 작업 중간 충분한 휴식 시간을 보장하는 관리적 측면 또한 중요하다.

중기적으로는 본층 알폼 노동자들의 노동자 건강권 관련 문제의식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더욱 그럴 수 있다. 노동조합이 노동안전보건활동을 강화하여 건설현장에서의 건강과 안전에 대한 문제를 발굴하고, 이를 통해 문제의식을 고취시키는 활동이 필요하다. 현장에서 노동강도를 높이는 구체적인 문제들을 드러내는 것이 첫 번째이고, 다음으로 그에 대한 해결 방안을 요구하고, 현장을 개선해나가야 한다. 장기적으로 본층 알폼 작업에서 적정 노동강도를 쟁취하고, 이를 위해 적당한 공사기간을 설정하도록 해야 한다. 본층 알폼 작업의 노동강도를 낮추는 일은 아파트 건축현장 전체 공정, 하루 한 층을 올려야 하는 공사기간의 압박과 연관된다. 아파트 본층 현장에서의 하루 공정 작업 관행은 노동강도를 높이고, 작업 속도를 증가시키는 압력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적정 공사기간 쟁취 요구는 노동강도를 낮추고 작업을 안전하게 함으로써 본층 알폼 노동자의 건강을 보호해야 한다. 그런데 이를 어렵게 하는 다단계 하도급이라는 노동관계 또는 산업구조를 장기적으로 바꿔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장기적인 과제이기 때문에, 현재의 노동강도를 당장 낮추기 위해, 한층 당 작업에 투입되는 인력을 추가로 1~2명 확보하도록 해주는 방안 등을 고민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건설사의 이윤과 밀접하게 관련된다. 그렇기에 이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다 보면, 결국 도급 관계와 미등록 이주노동자 문제 등 보다 어려운 과제에 부딪히게 된다. 이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열린 토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된다. 이와 함께 건설사를 상대로 한 적극적인 대응이 수반되어야 한다. 장기적으로 본층 알폼 작업이 적정한 노동강도로, 적절한 공사기간에 걸쳐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전략과 전술을 마련해나가야 한다. 또한 이를 현장에서 실현시켜볼 수 있도록 다양한 실험을 적극적으로 시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