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내] 한노보연 상임활동가(부산지역) 공개채용 (마감)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는 2003년에 창립하여, 모든 노동자가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노동조건을 쟁취하고 노동자 스스로 작업장을 통제하여 진정한 노동의 주인으로 설 수 있는 세상을 열기 위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현장성, 전문성, 계급성을 기치로 노동자, 활동가, 의료인, 법률인, 연구자 등 다양하게 모여 노동안전보건운동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서울, 경기도 수원, 부산에 사무실을 두고 있으며 각지에서 노동자의 몸과 삶을 주제로 한 현장 기반의 연구와 교육, 넓고 다양한 연대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는 모든 이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자유롭고 평등하게 일할 수 있는 일터가 실현되기를 바랍니다. 이를 향한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의 활동에 함께하고자 하는 분들을 기다립니다.  

1. 모집인원 
- 부산 1명   

2. 기간 
- 계약기간 없음 
  
3. 근무 장소

- 부산 사무실: 부산시 전포대로 256번길 7 SM빌딩 4층 (부전역 인근)  
* 필요에 따라 타 지역 외근, 출장 등 업무가 있습니다. 

4. 활동 내용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의 상임활동가는 다음과 같은 활동들을 합니다. 
- 교육·연구·토론회·각종 회원 모임 등 사업 기획 및 운영, 교육 및 연구활동  
- 노동안전보건 의제 대응 및 노동조합·단체 연대활동 
- 연구소 발행 잡지 <일터> 및 각종 매체 기획, 기사 작성  

5. 조건 
- 활동시간: 10:00 ~ 18:00 (점심시간 포함, 8시간 근무) 
- 활동시간 외 저녁일정(회원모임, 회의 등)과 주말(집회, 토론회 등)이 있음. 주말에 일한 경우, 대체휴무가 있음. 
- 월 200만원 전후, 4대 보험 적용, 교통비-식대 등 활동수반 비용 제공 
- 휴가 연 25일(여름휴가 포함) + 유급병가, 안식월(활동시작 3년 이후), 안식년(활동시작 6년 이후) 등  

6. 지원 자격 
1) 필수사항 
- 시민단체나 사회운동에 대한 기본적 이해와 소양을 가지신 분 
- 노동안전보건운동 또는 노동운동에 관심과 문제의식이 있으신 분 
* 운동단체 경력이 없어도 괜찮습니다.  

2) 우대사항 
- 노동운동, 사회운동 등 경험이 있으신 분 
- 노동조합, 시민사회단체 활동 경력이 있으신 분 
- 사업 기획, 연구 활동, 교육 활동 경험이 있으신 분  

7. 심사방법 
- 1차: 서류 전형 
- 2차: 면접 전형 

8. 제출서류

아래 3가지 서류를 모두 제출해주세요. 
1) 자기소개서 (A4 용지 기준 2매 이내) 
① 연구소 지원동기 (왜 연구소를 선택했는지 중심으로) 
② 연구소에서 하고 싶은 활동 (하고 싶은 활동과 이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것?, 연구소 활동 내용 참고하여 구체적으로 작성) 
③ 이 외 자유로운 내용의 자기소개  

2) 에세이 1편 (A4 용지 기준 2매 이내) 
- 최근 주요 노동안전보건 의제, 사건 중 하나를 정해 왜 관심이 있는지, 시사점과 과제를 자신의 생각을 중심으로 작성 

3) 이력서 (A4 용지 기준 2매 이내) 
- 연구소 제공 이력서 양식에 맞춰 작성 
- 자료 및 결과물이 있는 경우 함께 제출 

** 첨부한 양식을 사용해주세요. 
**메일 제목에 [활동가지원]이라고 표시해주세요. 
** 서류접수 시 파일명에 지원자 본인 이름을 기재하세요.  
※ 제출하신 서류는 채용의 목적으로만 사용하고, 이후 폐기됩니다. 

9. 제출 방법 및 마감 
- 제출방법(이메일) : kilshlabor@gmail.com
- 서류접수 마감 : ~2021년 1월 15일 금요일 저녁6시까지 (메일 접수 시간 기준으로 함)
- 서류 접수 후 면접 대상자에게 개별 연락드립니다.  

10. 기타 
- 지원해주신 분들께 서류심사 결과를 이메일을 통해 안내드립니다. 
- 서류심사 통과하신 분께 면접심사 일정을 알려드립니다. 
- 적임자가 없을 경우에는 선발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11. 문의 
- 문의는 이메일로만 받습니다. 
- 이메일: kilshlabor@gmail.com

* 필요시 연구소 담당자가 지원자에게 전화, 문자 연락할 수 있습니다.


12. 활동 참고 링크 

1) 기사 링크  
"산재를 겪으면서 세상이 내 편이 아니라 느꼈습니다"

omn.kr/1ovp8


당신이 사고를 당한다면 이후 원직장에 복귀할 수 있습니까?

omn.kr/1ow8c

[매일노동뉴스] 하루하루가 위태롭고 불안하다

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66631  

2) 연구소 발간 연구 보고서  
[2019] 대한이연(주) 위험성평가 사업보고서

kilsh.tistory.com/2529?category=649359


[보고서] 배전 전기 노동자 노동강도 평가 보고서

https://kilsh.tistory.com/2391?category=649359

 

<<지원서류>>

지원서류_2021.z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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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과로사통신] 코로나 시대, 한국의 과로사와 과로자살 / 2020.12

[동아시아 과로사통신] 

 

코로나 시대, 한국의 과로사와 과로자살

 

장향미 / 한노보연 회원 

 

일터에서의 과로는 너무나 흔하지만 노동자를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을만큼 심각하다. 나는 2018년 과로 자살로 여동생을 잃은 이후로 과로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후 한국, 일본, 대만의 비영리단체들이 운영하는 「동아시아 과로사감시(Karoshi Watch in East Asia)」에 함께 하며, 과로사가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사람들에게 알리고 함께 해결해나가기 위해 노력해왔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동아시아과로사감시팀이 2020년 대한직업환경의학회 가을학술대회에서 발표할 기회를 얻어 한국의 과로사 실태에 관하여 발표문(20년 11월 14일)을 작성하였고, 발표문을 여기 싣는다.

노동자 억누르는 과로와 업무상 정신질환

먼저 한국의 과로사 현황을 살펴보자. 2015년부터 2020년 6월까지 한국에서 뇌혈관 및 심혈관 질환으로 사망한 경우의 산재 보상 자료를 보면, '과로사'로 분류된 산업 재해 신청 건수는 2015년 585건에서 2017년 576건으로 감소했으나, 2018년 612건, 지난해인 2019년에는 747건으로 다시 증가하고 있다. 올해 2020년 6월까지의 신청 건수는 373건이었다. 이 중 산재로 인정되는 과로사는 매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2015년 149건에서 2017년 205건, 작년 2019년은 292건으로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2019년 승인율은 39.1%로 2018년보다 낮았고, 산업 재해로 인정된 것은 292건으로 2018년보다 26건 증가했다.

업무로 인한 정신질환 산재 신청 자료를 보면, 2014년~2018년까지 지난 5년 동안, 966명의 근로자가 직장에서 정신질환으로 고통 받았으며 이 중 35%가 자살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이 중 522건만이 승인을 받아, 승인율은 약 54%에 불과하다. 승인받은 정신질환 산업재해 건수 중에서, 176명이 사망한 경우였다. 사망 원인을 분석한 결과 약 80%가 '과로와 스트레스'로 자살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가 과로 가중시킨 2020년

▲   과로는 열심히 일 한다는 미덕이 될 수 없다. 정신질환과 자살 등 노동자 안전과 건강을 헤치는 심각한 문제다. 출처: 정희망,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위한 사진전 "오늘도 다녀오지 못했습니다"

 

코로나19 대유행이 계속되고 있고, 감염병은 노동 시장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올해 자료는 아직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코로나19가 미친 영향을 말 해볼 수 있겠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이후 온라인 플랫폼 기반 음식 배달 서비스와 기존 배달 서비스 모두 빠르게 성장했다. 그 사이, 2020년 10월까지 총 13명의 택배 노동자가 과로로 사망했다. 올해 9월 택배과로사대책위원회는 800명의 배송 기사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했는데, 배달 노동자의 주당 평균 근무 시간은 71.3시간이었다. '3개월 동안 주당 60시간 이상' 또는 '1개월 동안 주당 64시간 이상'을 기준으로 하는 과로사 인정 기준(고용노동부 고시)을 넘는다. 응답자의 91%는 코로나 이후 근무 시간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배달 노동자는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니라 독립된 사업주로 간주된다. 따라서 회사는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주당 40시간의 노동 시간을 준수할 필요도, 배송 기사의 사망에 대해 법적인 책임을 질 필요도 없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특수고용노동자에 관한 특례에 따라 보험에 가입은 할 수 있다. 그러나 사업주와 노동자가 보험료를 50:50으로 나눠 내야 하고, 스스로 보험 가입을 거부할 수 있기 때문에 보험가입률이 매우 낮다.

공무원들도 코로나19로 인해 과로로 고통받고 있다. 방역을 맡은 공무원 3명이 올해 상반기 과로로 사망했다. 공무원 및 지방 공무원 복무규정에 따르면, 주 40시간 근무가 원칙이지만, 행정 기관 또는 지방 자치 단체의 장은 초과 근로나 토요일/공휴일에 근무를 지시할 수 있다. 또, 전시·사고·​​재해로 인한 비상 근무 시 휴가를 제한하고 있으며, 토요일/공휴일/야간에 비상 근무가 가능하다. 공무원 복무 규정에 따르면, 놀랍게도 토요일/공휴일 근로 혹은 비상 근무 시에는 초과근무시간에 대한 제한이 없다.

노동과 노동자 자살

한국자살예방센터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잠정적인 여성 자살 사망자 수는 1,924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1% 증가했다. 이는 남성 자살률이 6.1%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87년도 이래로, 여성 자살률만 증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여성 자살률 증가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일자리 감소였다. COVID-19의 영향은 여성 노동자가 대부분인 대면 서비스 산업에 집중되었다. COVID-19가 돌봄의 부담을 증가시킨 것도 여성의 정신 건강에 악영향을 미쳤다. 한국의 자살률은 IMF 금융 위기 이후 급격히 증가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우울증과 자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 역시 있다. 택배 노동자들의 끊임없는 투쟁과 과로사에 대한 사회적 관심 증가로 인해 한국에서는 택배산업이 시작된 지 28년 만에 처음으로 8월 14일이 '택배 없는 날'로 지정되었다. 택배회사들이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분류 작업에 추가 인력 배치, 배송 기사들에게 산재 보험 가입을 장려하는 등의 방안들을 발표했고, 정부도 조치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제 약속이 실제로 이행되는지 지켜봐야 한다.

희망을 만드는 길

피해자들과 유족들은 자신들의 고통스러운 경험을 바탕으로, 중요한 사회 문제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올해 피해자들과 170개 NGO 및 사회단체가 모여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운동본부를 출범시켰다. 기업의 과실로 노동자와 시민이 건강에 손상을 입거나 재해를 입은 경우, 기업과 정부 모두가 그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하는 법을 만들자는 것이다. 10만 명의 동의를 얻었기 때문에, 이 법안은 국회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우리는 변화를 원하고 만들어 낼 것이다.

[직업 환경의학 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한 명의 직환의가 배출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산재 피해자가 있을까? / 2020.12

[직업 환경의학 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한 명의 직환의가 배출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산재 피해자가 있을까?

 

정지윤 / 상임활동가 

 

▲  의사에게 노동자는 치료를 받는 환자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여러 재해 사례를 제공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렇게 의사들 역시 노동자를 통해 배워간다.

 

A씨는 급성골수성백혈병 환자였다. A씨는 다른 병원에서 급성골수성백혈병을 진단받고, 치료를 위해 내가 근무하는 병원 혈액내과에 입원 중이었다. 나는 백혈병 발병의 직업관련성에 대하여 파악하기 위해 A씨를 처음 만났고, 무슨 일을 하시냐고 물었다.

A씨는 화학과를 졸업해 반도체 제조업체의 재료합성연구팀에 소속되어 일하고 있었다. 어떤 물질을 취급하셨냐는 질문에 수없이 많은 취급물질을 읊어 내렸다. A씨는 유기화합물을 다양한 유기용매를 이용해 정제하는 과정을 해 왔으며 처음 연구실이 세팅되는 단계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환기시설이나 공정 격리가 잘 이루어지지 않았었다는 진술에 따라 직업관련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산재 신청 절차에 대해 설명해드렸다. 같은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는 아내가 육아휴직을 쓰지 못하게 될 것 같아 산재 신청을 고민하고 있다는 말에, 지금은 치료에 전념하시고 퇴원하신 후 천천히 결정하시고 필요하시면 혈액내과 외래 방문 때 직업환경의학과 외래에 들러 업무관련성 평가를 요청하셔도 된다고 안내해드렸다.

두 번째 A씨의 소식을 접한 것은 그해 말, 그간 보아온 급성골수성백혈병 환자들을 리뷰하면서였다. 퇴원 후 우리 과 외래에 방문해 업무관련성평가서를 받아갔고, 산재신청을 했다는 이야기가 적혀있었다. 업무상재해가 발생하면 노동자는 재해자로서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 신청서를 제출하게 된다. 근로복지공단에서는 업무관련성을 평가하기 위한 전문 조사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전문조사기관(직업환경연구원 혹은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 역학조사를 의뢰한다. 역학조사가 완료되면, 전문조사기관 내부에서는 해당 역학조사가 잘 이루어졌는지 심의하는 절차를 거친다. 그리고 이렇게 검토된 역학조사보고서는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로 보내져 최종적으로 업무상 재해 여부가 결정되는 것이다.

A씨에게 우리 과 외래에서 발급한 업무관련성평가서는 A씨가 산재신청을 할 때 첨부할 수 있는 자료로서, 단지 첫 단추를 함께 꿰는 일이었다. 나는 모니터 너머에서, A씨가 앞으로 남은 지난할 지도 모르는 산재처리과정들을 지나 완치 후 다시 건강한 삶을 누리시기를 응원했다. 급성골수성백혈병환자들의 직장 복귀에 대한 논문들을 찾아보면서 다음에 만날 때는 업무적합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 좋겠다는 생각도 어렴풋이 해보았다.

세 번째 A씨의 이야기를 접하게 된 것은 역학조사 평가위원회에서였다. 평가위원회에 상정된 다른 역학조사 사례의 보조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어 A씨의 역학조사 보고서를 접하게 된 것이다. A씨는 역학조사 진행 도중 조혈모세포 생착에 실패해 사망하셨고 아내분이 절차를 진행하고 계셨다. 역학조사에서는 처음 혈액내과 병동에서 만나 내가 받아 적었던 물질들이 어디에서 얼마나 쓰였는지, 원료 물질을 반응시키는 동안 어떤 물질이 얼마나 발생할 수 있는지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졌다. 그리고 그 물질들에 A씨가 얼마나 노출되었을지에 대한 추정이 이어졌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미 알려진 급성골수성 백혈병의 위험인자에 대한 재해자의 노출 수준을 고려했을 때, 업무관련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이 결과는 업종, 담당업무 및 나이, 성별을 제외한 개인정보가 식별불가능하게 처리된 채 산업안전보건연구원 공식 홈페이지에 재해사례로 게시되며, 어떤 논리로 업무관련성을 평가했는지 간단히 기록된다. 이후 역학조사보고서원본은 질병판정위원회로 넘어가, 최종적으로 업무상질병판정여부를 판단 받는다. 그리고 그 결과는 본인, 법적 대리인이 아니라면 알 수 없고, 질병판정위원회의 업무상질병판정 사례집이나 근로복지공단 통계에 개인식별이 불가능한 형태로 게시된다.

병동에서 환자로 만난 A씨가 노동자로서 산재를 신청한 후 역학조사를 거쳐 보호자에게 승인여부가 전달되었을 과정들을 계속 따라가면서, 나는 각 과정에서 내가 직업환경의학과 의사로서 할 수 있는 일들이 무엇인지를 거듭 고민하게 되었다. 직업환경의학과 레지던트로서 내가 만나는 환자들은 일했거나, 하고 있거나, 앞으로 일할 사람들이다. 때로는 유족들이나 보호자의 서술로 간접적인 만남을 갖기도 하고, 혹은 의무기록 서류 뭉치로 돌아가시기 전의 긴박했던 기록들을 접하기도 한다. 수많은 노동자가 직업환경의학과 의사 한 명을 트레이닝 하는데 많은 노고를 나누고 있는 셈이다. 다치거나 병들지 않고, 죽지 않는 안전한 일터를 만드는 한편에는 항상 환자가 된 노동자들이 있다. 앞으로도 그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으로 배우며 일하고 싶다.

[노동안전보건 활동가에게 듣는다] 향남공감의원의 5년을 돌아보다 / 2020.12

[노동안전보건 활동가에게 듣는다] 

 

향남공감의원의 5년을 돌아보다 

 

유청희 / 상임활동가 

 

지역 주민과 노동자가 제대로 된 치료를 받고, 일터의 안전을 위해 건강검진, 노동안전보건교육, 지역의 유해물질을 알아내는 활동을 하는 병원과 기관이 있다면 어떨까? 

2015년에 설립돼 지금까지 화성시 향남읍에서 지역 주민을 치료하고 노동자들과 함께 노동안전보건활동(아래 노안활동)을 이어온 향남공감의원(아래 공감의원)을 찾았다. 공감의원은 지역에서의 노안활동을 고민한 회원들이 시작한 의료기관이었기에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아래 한노보연)의 활동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지역 주민과 노동자들의 의사인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김정수 원장과 화성에서 노안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쳐온 공감직업환경의학센터 정경희 상임이사가 만남의 주인공이다. 

병원과 건강검진센터에서, 또 현장에서 지역 주민의 주치의이자 노동자 안전지킴이로 힘차게 달려온 지난 5년의 소회를 들어보았다.

 

▲   김정수 원장이 "뇌심혈관계질환이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아파트 경비노동자들에게 강의를 하고 있다.



화성이라는 지역에 직업환경의학 전문의가 진료하고 특수건강검진을 실시하는 의원을 세우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지 궁금했다.

김정수: 회원들 사이에 '병원 만들어보자'는 이야기가 오갔다. 2011년에 한노보연 10주년 준비하면서 근골격계질환 투쟁부터 이어왔는데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할 것인가' 전망 논의를 했다. 그때 나왔던 이야기가 의료기관 설립해서 지역에서 노안활동 밀착해서 해보는 것, 또 심야 노동에서 확장해 노동시간 문제 다루기가 나왔다. 노동시간도 센터로 만들고 향남공감의원 설립으로 연결됐다. 또 회원들이 각자 자기 직업을 가지고 활동하는 데 일과 활동이 일치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었다. 민간의료기관이 공공 의료 형태를 띠는 것이다. 기관을 여는 방식을 고민하다가 사단법인을 통해 의료기관을 만들기로 했다. 

지역주민, 노동자, 향남공감의원 구성원이라는 세 개의 발

공감의원 홈페이지 소개 페이지에는 3대 기치가 나온다. 바로 '지역 주민의 주치의, 노동자 건강지킴이, 일하는 사람이 행복한 병원'이 그것이다. 이 3대 기치는 공감의원이 사업을 선정할 때 기준이 된다. 

지역에서의 활동은 보건·환경 문제를 포함하고, 노동자 건강지킴이는 전국에서 이주노동자가 가장 많고 영세 제조사업장이 많아 적극적인 활동이 필요하다고 여겼기 때문에 나왔다. 더불어 병원에서 함께 일하는 노동자들이 행복한 병원을 만들기 위해 고민을 끊임없이 한다.

김정수: 지역사회 보건·환경에서의 역할, 노동안전보건 문제, 일하는 사람이 행복한 병원 등 세 가지를 세 개의 발이라고 생각한다. 매년 사업계획을 세울 때 각각에 대해서 세운다. 지역주민 주치의로 외래, 검진센터, 출장 검진, 내시경 등 여러 가지를 한다. 의사들 업무가 꽤 유동적이라 외래진료를 안정적으로 보지 못한다. 그래서 주민 주치의로서 역할에 미흡하지 않았나 생각하고 있다.

노동자건강 지킴이 활동은 '일과 건강 토크콘서트' 진행하고 후속으로 학습 모임 진행한 적도 있다. 아파트 경비, 미화 노동자들은 올해 후속 사업으로 방문해 관리 사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화성시 '노동안전'조례 제정도 같이하고 있고, 화성 외에도 안산, 안성, 일산 등등 지역뿐만 아니라 더 넓혀서 현장조사 같은 사업을 하려 한다. 화학물질 관련 활동은 노동자 건강권과 지역사회운동 둘 다 해당해서 의미가 있다. 

구성원들 노동조건을 개선하려고 노력해왔다. 5년 근속 시 1개월 안식월 부여하고 있고, 노동 감사도 둔다. 일하면서 느끼는 스트레스를 설문이나 면접으로 조사도 했다. 전 직원을 대상으로 근골격계유해요인조사 실시했다. 단기 대책, 장기 대책 각각 마련했다. 핵심은 업무 관련해 직접 결정할 수 있는지, 의견을 개진했을 때 반영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조직운영체계를 획기적으로 바꿔보자는 논의를 하고 있다. 

지역 주민과 노동자 주체 만드는 공감의원의 노동안전보건활동
 

▲   공감직업환경의학센터 정경희 상임의사. 정 상임이사는 지역 노동자들과 함께 사업장 위험요소를 조사하고, 지역에서 화학물질 위험을 알려내는 다양하고 꼭 필요한 활동을 하고 있다.


공감직업환경의학센터에서 노동안전보건 사업을 계획하고 지역사회에서 네트워크를 꾸려가며 활동하는 사람이 바로 정경희 상임이사다. 정 상임이사는 공감의원 초창기부터 본래 직업인 물리치료사 업무를 하다가 최근 센터에서 상임이사로 활동 중이다. 환자들의 아픈 곳을 풀어주다가 이제 공감의원의 노동안전보건 예방 활동에 더 집중해서 일하게 된 정 상임이사에게 센터의 활동을 구체적으로 들어보았다.

정경희: 지역활동 중에는 '화학물질 알 권리' 조례 제정과 시민사회단체 네트워크, 화학물질 알 권리 화성시민협의회 구성하고, 간사를 맡으면서 지역 사안 있을 때 대응하면서 시민사회에 공감센터에 대해서 알리게 됐다. 화성시는 난개발에 환경오염, 삼성반도체, 팔탄에 폭발 사고도 있었다. 그 외에도 2017년 싸이노스라는, 삼성반도체 제품을 해체하고 세척하는 업체가 있다. 거기서 화재 발생한 일이 있었는데 그때 공감의원이 성명서도 썼고, 그러면서 시민사회단체에 각인이 됐다. 이런 걸 되돌아보면 지역 시민에게 발언권을 가질 수 있게 하고 있어서 방향 설정은 제대로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노동자 건강권 관련해서는, 지역 주민 대상으로 공감의원에서 건강 강좌를 토크콘서트 식으로 했다. 집배노조의 경우 토크콘서트 후에 산업안전보건법 교육으로 이어갔다. 지역에서 화성청소년상담사 복직 투쟁에 연대 활동을 했다. 집배노조 노동자들이 청소년상담사에게 감정노동 집단 상담을 받으면서 노동자 간 연대활동을 추진한 게 기억에 남는다.

정 상임이사의 많은 활동 중 가장 뿌듯했던 것은 무엇이었는지를 들어보았다.

정경희: 도드람푸드지회에서 첫 번째 근골격계질환 유해요인조사 진행했던 게 기억에 남는다. 노동자들이 내가 왜 아픈지, 작업장 문제가 무엇인지 실천단을 통해서 찾게 하고 생각하던 걸 끄집어내는 역할을 하는 게 현장 참여 연구니까. 꾸준히 산재요양 신청이랑 설비 개선해가고 있어서 보면 보람을 느낀다. 제대로 된 조사가 아니면 큰 의미 없기 때문에 우리 센터는 원칙적으로 하고, 그래서 회사에서 두려워하긴 한다. 현장력이 받쳐주지 않으면 유해요인조사를 하기 어렵다. 그 외에 안산에 한국와이퍼지회는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유의미한 결과가 나왔다. 조합원 교육, 실천단 구성이라든지 지회를 독려하고 방향을 같이 설정했던 게 의미 있었다.

향남공감의원 직업환경의학센터는 올해 2월 산업안전보건법상 보건관리대행 기관으로 지정됐다. 50인 이상 300인 미만 기업에는 보건관리자를 두는 대신 보건관리대행 기관이 직접 관련 활동을 할 수 있다. 이 활동은 공감센터에 노동안전보건 활동 범위를 더 넓혔다는 의미가 있다.

정경희: 300인 이상 사업장에는 보건관리자를 두게 돼있고 5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은 보건관리 업무를 위탁할 수 있고, 50인 미만은 면해주고 있다. 우리가 보건관리전문기관 사업을 시작한 이유는 화성시의 사업장 대다수가 영세 소규모 사업장이기 때문이다. 대부분 미조직 사업장이고 보건관리기관으로 지정되면, 우리가 합법적으로 사업장에 들어갈 수 있다. 현장을 돌아보면서 법적으로 보완할 것을 제안하고 노동자들 정기 건강 상담도 진행했다. 작업 환경과 연관된 질병이 확인되면 사업주에 조치하라고 하는 게 역할이다. 특수건강검진도 지속하고 있다. 보건관리전문기관 하면서 노동자들이 의원에 외래진료 받으러 오기도 하고 순환이 되기 때문에 노동자 건강 주치의 개념으로 가져갈 수 있어서, 잘 되면 의미 있는 일이 되겠다 생각한다.

병·의원은 아픈 사람을 치료하고 생명을 살린다는 면에서 이미 의미 있는 활동을 하는 것이지만 모든 의사가, 병원이 지역주민이나 노동자를 위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병·의원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서 물었다.

김정수: 보건의료는 기본적으로 공공적인 것이라 생각한다. 최근 의사파업 즈음에 비상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법안이 나온 적 있는데, 거기서 의료인을 '공공재'로 표현한 부분이 있었다. 의사들이 반발하긴 했지만, 당연히 의료 행위는 공익적인 성격을 많이 갖고 있다. 코로나같은 위기에 공적인 대처가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의료인이 그런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가나 지자체가 만드는 병원, 또 민간이지만 공적인 소유구조를 가진 의료기관, 또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같은 공익병원이나 개인병원이 많아지면 좋겠다.

더 넓고 깊게, 노동안전보건 엮어내기

지난 5년간 지역 주민, 노동자들과 노안활동을 열심히 해 온 두 분에게 앞으로 해보고 싶은 활동을 물었다. 이미 생각해둔 사업이 꽤 많았고, 두 분의 계획대로 되면 지역에 큰 변화가 생기겠다는 예상을 하게 되었다. 오랫동안 지역 주민과 노동자의 노동안전보건 지킴이로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

김정수: 지역 주민 주치의 역할을 안정적으로 하고 싶다. 최소 30년 바라보고 있는데 앞으로 5년, 10년 계획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본다. 특수건강검진, 보건관리대행기관 역할을 하고 있는데, 작업환경측정 기관까지 갖추면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질 것이다. 검진센터 공간이 필요해서 병원 확장하는 것, 정신건강의학과와 산부인과 진료 개설하는 것도, 다른 지역에 제2의 공감의원을 설립하는 것도 고민 중이다. 또 새로운 조직 운영 방안을 도입할 예정이고, 일하는 사람들이 방향을 직접 결정하는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같이 어우러지면서 '스스로 진화하는 조직'이 됐으면 한다.

정경희: 이제 시작이다. 이제 노안활동 시작한 거다. 향후 5년 안에 여성건강권팀 만들고 싶다. 또 노동권익센터를 공감센터에서 위탁받아서 운영하고 싶다는 생각도 한다. '근골격계질환 유해요인조사 센터'도 설립해서 제대로 조사하는 곳으로 노동조합에 알려지길 바란다. 노동자 주치의는 물론이고, 상인회와 협력해서 지역주민 중 상인들 주치의도 하면 좋겠다.

[A-Z 다양한 노동이야기] 물 관리의 토대를 마련하는 '수문조사' 노동 / 2020.12

[A-Z 다양한 노동이야기] 

 

물 관리의 토대를 마련하는 '수문조사' 노동

 

다연 / 상임활동가 

 

52일간의 비. 올해 장마는 그야말로 기록적이었다. 한국은 여름에 집중되는 호우 때문에 해마다 비로 인한 재해들이 발생하는 지역이기는 하지만, 올해는 그 피해 규모가 더 컸다. 게다가, 기후위기로 인해 앞으로 이렇게 예측할 수 없는 긴 폭우와 그로 인한 홍수와 같은 재해 발생률이 더 높아지리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예상에 따라, 홍수와 같은 '물과 관련된 사고'에 대비하는 일의 중요성은 더 커졌다.

세상의 모든 일이 그렇듯, 그러한 대비체계를 구축하는 일의 뒤에는 사람이 있다. 바로 한국수자원조사기술원(한국수자원공사와 다르다!)의 수문 조사 노동자들이다. 한국수자원조사기술원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유량조사단이 설립된 2007년 부터 수문조사에 몸담아 온 민주노총 한국수자원조사기술원지부의 임혁진 지부장을 만나, 수문조사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365일 중 100일 넘게 강 안팎에서

수문조사는 한 마디로 국가의 물 관리에 필요한 각종 기초 데이터를 모으는 작업이다. 우선 수문조사의 1차적 목적은 홍수예보/경보를 위한 것이지만, 이외에도 여러 목적을 위해 다양한 종류의 조사를 수행한다. 수문조사는 크게 (1) 수문조사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강하천의 물의 양 조사(유량조사) (2) 토양에 흡수된 형태로 존재하는 물의 양 조사(토양수 분량조사) 그리고 (3) 대기중으로 방출되는 물의 양을 측정(증발산량조사) (4) 강하천에 쌓인 토사량을 파악(유사량조사)하는 업무들로 구성된다. 그리고 이렇게 생산된 자료를 바탕으로, 홍수 뿐만 아니라 물 분쟁의 원인이 될 수 있는 갈수(비가 내리지 않아 강물이 마르는 일)에 대비하고, 국내의 수자원 활용 계획을 세우며, 깨끗한 물을 공급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수문조사는 국내에서 살아가고 있는 모든 이들의 안정적인 생활과 생명을 유지하는 데에 기본이 되는 물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필수불가결한 노동이다.

"기기는 좋아졌어도, 실질적으로 하천 유량 조사는 백 년 전부터 그랬듯, 하천에 직접 들어가서 측정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비가 많이 오면 대피하거나 집에 머무를 수 있는 사람들도 있지만, 저희는 내린 비 양에 따라 하천의 유량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1년 주기로 전부 파악해야 하기에 오히려 밖으로 나가야 합니다. 예전에는 14박 15일씩 외부 출장을 나갔습니다. 하천수위가 높을 때와 낮을 때의 수치를 모두 조사해야 하는데, 큰 규모의 하천이라면 수위가 낮아지는 게 느리다보니 오래 기다려서 측정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현재는 노동존중이라는 슬로건 아래 주52시간제가 법으로 도입되어, 이렇게 긴 출장은 나가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보통 길게 나가면 4박 5일 정도 나가요. 그런데도 1년 총 출장 일수를 따져 보면 100일에서 120일에 달합니다."

유량 조사의 경우, 홍수기 이전에는 홍수기 조사를 준비하고, 홍수기 이후에는 홍수기 때 수집한 데이터들을 모아 분석하여 보고서를 작성한다. 하지만 출장은 홍수기뿐만 아니라, 저평수기(홍수기 외의 시기)에도 나가야 한다. 1년의 365일 중 100일에서 120일의 출장은 그 자체로 체력에 부담이 된다. 여름 홍수기 때는, 그냥 서 있기만 해도 지치는 습하고 더운 날씨에 장화와 방수 작업복을 입고 일해야 한다. 게다가 하천의 물살을 버틸 수 있을 만한 무거운 장비들을 사용해야 하다보니 근골격계에도 무리가 온다. 임혁진 지부장은 자기 자신도 허리가 안 좋고, 몇년 전부터 수술까지 받아야 할 만큼 허리가 안 좋아진 분들이 아주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게다가 조사원들의 업무상 어려움에 대한 내외부의 평가 간 온도차도 있다, 현장 경험이 없는 내부에서는 출장가서 놀다오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하고, 조사원들이 앓는 근골격계 질환들이 단순히 개인의 소홀한 몸 관리 문제로 치부되는 경우도 있다.

 

▲   수문조사를 위해 강 안팎을 오간다. 조사원들은 위험한 외부환경에 늘 노출된다.

여전히 위험한 노동 환경

"예전에는 대형 화물차가 쌩쌩 오가는 교량 위에서 라바콘(안전고깔) 하나없이 3~4시 간씩 측정을 했어요, 낙동강 같은 곳에서는 작업복 하나 없이 여섯 시간, 여덟 시간씩 도로 위에 서 있기도 했고요. 밥도 못 먹어서, 중간에 빵 하나 먹으면서 일했어요. 그러다 2010년쯤 일용직 노동자 한 분이 돌아가시는 사고가 났죠. 그걸 계기로 안전장비가 확 늘어났습니다."

너무 많은 것을 잃은 뒤에야 겨우 조금바 뀌는 현실. 그렇다면 그 이후로는 안전하게 일을 할 수 있게 되었을까? 나아지긴 했지만, 5~6 년 전 또 다른 사망사고가 있었다. 잇따른 사고들로 인해 노동자들은 '나도 언제 사지로 내몰릴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늘 마음 한 켠에 있는 데, 작년 홍수기 때 얼마나 위험할지 알 수 없는 계획되지 않은 지점에 조사를 나가라는 요구가 있었다. 노조는 이 위험한 요구를 거부하는 노동자들의 의견들을 모아, 초대원장에 대한 퇴진투쟁을 단행했다(물론 그 시기까지 축적되어 온 많은 문제가 있었다). 이를 계기로 새 원장이 부임했고, 단협도 대대적으로 개정했다. 이제 노조 차원에서 단협에 기초해 주말 근무나 위험도를 예상하기 어려운 계획되지 않은 지점에서의 측정은 막아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노동자 개개인들이 더 경각심을 갖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얼마 전에 다시 강에서 조사를 하던 한 노동자가 물에 빠져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얼마 전에 돌아가신 동지의 장례식장에서 들어보니, 진짜 다 한 번씩은 죽을뻔한 경험을 했더라고요. 이 상황에서 이렇게 해서 살았다'는 얘길 다들 했어요."
 

▲   올해 오랜 장마로 불어난 강에서 수문조사를 진행한 현장.


늘어난 사업예산에도 충원은 미숙련 비정규직으로

이렇게 위험한 작업을 거부하기 어렵게 만들면서도, 총 업무량 또한 증가시키는 원인들에는 수문조사 노동의 낮은 단가와 기재부에서 인력 충원을 위한 예산을 배치하지 않는 문제가 있다.

"한국의 많은 현장 노동들이 그렇듯이, 이 업무에 대한 단가 역시 굉장히 낮습니다. 단가가 낮으니 사측에서는 물량을 최대한 확보하려 합니다. 보통 1년에 한 하천에 대해 36회 조사를 나가는데, 4대강 실시 설계를 할 때는 그 두 배 가량의 조사를 나가야 했습니다."

일은 두 배가 되었으나, 필요한 인원의 일부만이 채워지는데 그나마도 비정규직으로 충원되었다. 내년에도 유량측정 업무는 더 확대될 예정인데, 이러한 현실은 여전히 그대로다.

"통합적인 물 관리를 위해 유량측정 사업의 중요성이 커졌고, 이에 따라 환경부에서 사업 확장을 위해 예산을 증액했습니다. 사업이 확장된 만큼, 사업을 수행할 정규직 노동자들을 더 뽑아야 했고요. 그런데 기재부가 사업 예산은 증액하면서도, 충원에 필요한 예산은 할당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이렇게 사람은 더 필요하고, 예산은 부족한 상황에서 선택지는 비정규직 채용밖에 없었던거죠

보통 한 팀이 4명으로 꾸려지는데, 이제 내년부터는 모든 팀이 3(정규직)+1(비정규직)으로 구성됩니다. 노조에서는 당장 노동강도를 너무 높일 수는 없으니 그러한 채용 방침을 일단은 수용하지만, 2년만 그렇게 하고 그 이후에는 그럴 수 없다고 막아놓은 상태입니다. 하지만 사측에서 정규직 충원을 위해 노력하더라도, 기재부에서 또 안 된다고 하면 방법이 없어요. 이런 상황이니 점점 노동강도가 증가될까 우려가 됩니다."

비정규직 배치는 다양한 지점에서 문제가 있지만, 우선 기존 노동자들의 업무 강도를 높이고 팀원 모두의 안전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매우 중대한 문제가 된다. 특히 유량 조사의 경우에는, 현장 경험이 오래 쌓여야 불어난 강물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의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노하우를 습득할 수 있다. 심지어 오랜 작업 경력이 있다고 할지라도, 강에 들어가서 하는 작업은 늘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을 안고 있다. 얼마 전에 일어난 사고도 사망한 노동자도 경력 10년 이상의 전문가였는데, 초심자의 경우는 오죽할까. 그러니 2년간의 짧은 계약 기간만 근무하며, 숙련될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 비정규직들에게는 자칫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지도 모를 주요 업무들을 맡기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결국 대부분의 업무는 고스란히 숙련된 노동자들에게 전가된다. 팀원은 4명이지만, 실질적으로는 3명이 업무를 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사람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일, 직업윤리와 노동안전 사이에서

"수문조사는 사람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내기 위해 필요한 기초자료를 생산하는 일입니다. 그러니 직업윤리를 생각하면, 어떤 상황에서든 조사를 나가야 하지만, 그렇게 하면 노동자 자신의 안전은 포기해야 한다는 문제가 생기죠. 여기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있습니다. 내부에서 공식적으로 위험작업 거부의 중요성이 이야기되고는 있습니다만, 실제로 저희는 비가 많이 오면 '나가서 찍어야하는데, 이렇게 안 나가도 되나' 하면서 불안해하기도 합니다. 물론 이런 불안감은 차차 줄여나갈 수 있도록 해야겠지만요. 이렇게 노동 특성상 위험요소가 상존하는 곳에서 일해야 하지만, 꼭 필요한 일이기 때문에 반드시 누군가는 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희 스스로가 이러한 일을 선택한 만큼, 어떻게 노동환경을 개선해 나갈 것인가에 방점을 찍고 노력해나가려고 합니다."

노동환경 변화에 있어서는, 임혁진 지부장은 우선 작업 자체가 자동화될 수 있도록 기계 교체가 이루어져야 할 뿐만 아니라, 노동자들 역시 안전한 노동 환경은 사측이 노동자에게 주는 특별한 선물이 아니라 그들이 의무적으로 보장해야 하는 영역임을 인식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동자가 안전을 위해 스스로 지켜야 할 수칙과 사업주가 해야 할 일에는 분명히 구분이 있음을 알고, 후자에 대해서는 사업주에게 당연히 요구해야 한다는 당부를 했다.

특정 노동에서 노동자가 마땅히 따라야 할 바가 있다면, 그 목록에는 반드시 '자신의' 생명 보전과 자기효능감, 행복의 증진 등이 반드시 포함될 것이다. 누군가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다른 누군가의 생명이 희생되는 사회에선 그 누구도 '진정' 안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노동환경이 바뀌기 위해선 기술적인 면에서의 개선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그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정부 기관조차 재정예산을 이유로 노동자의 삶을 정책의 뒷전으로 밀어내는 태도다. 자기 몫의 삶을 힘껏 살아내 온 이들의 죽음을 도외시한 채 살아남은 이들에게 동일한 위험을 지게 하는 무책임한 태도 말이다. 이러한 정부의 태도는 사회 전체에 잘못된 사인을 준다. 사람이 중요하지만 '돈'을 생각하면 "소수의 희생" 은 어쩔 수 없고 문제 삼지도 않겠다는 사인을 말이다. 무엇을 우리 사회의 가치로 삼을 것인가. 이 질문에 노동자의 삶이 최우선이라고 답 할 수 있는 정부의 태도 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장의 목소리] 낙태죄 폐지, 여성노동자의 재생산권을 위한 첫걸음 / 2020.12

[현장의 목소리] 

 

낙태죄 폐지, 여성노동자의 재생산권을 위한 첫걸음

 

이나래 / 상임활동가 

 

100년 넘게 여성의 몸과 삶, 권리를 옥죄던 법이 있다. 바로 '낙태죄'다. 일본 형법을 조선에 적용해 1912년 시행된 '조선형사령', 1953년 형법 제정, 그 뒤로도 108년 동안 유지되어 왔던 낙태죄에 대해 작년 4월 헌법재판소는 임신중지를 하는 여성과 중절 수술을 하는 의사를 처벌하는 형법 제269조 1항(낙태죄 처벌 조항), 제270조 1항(의사 임신중지 처벌 조항) 두 가지 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결국 헌법재판소는 낙태죄가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하고 있다며 대체 입법안을 올해까지 마련하라는 주문을 내렸고, 정부가 지난 10월 안을 제출했다. 입법 시한이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지난 4일 오후 서울 은평구 불광동에서 '셰어' 활동가 나영씨를 만나 낙태죄 폐지 운동의 의미, 더 나아가 여성노동과 재생산권리가 어떻게 만날 수 있을지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여성의 결정권 vs 태아의 생명권, 이분법 넘자

낙태죄가 사회적 쟁점으로 부각된 것은 2010년 프로라이프 의사회에서 시작한 낙태 시술 병원 고발 운동이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우연이 아니었다. 2009년 이명박 정부는 그 해 제1차 저출산 대응 전략회의를 개최하고,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도 "과거에 한 낙태는 책임을 물을 수 없다 해도 앞으로는 주무 부처 장관으로서 단속할 수밖에 없다"며 낙태 단속 강화 입장을 밝힌다. 결국 저출산이라는 생산가능 인구 감소에 대한 위기 인식 속에서 여성에게 '죄'를 묻는 방향이 강화된 것이다. 원치 않는 임신을 한 여성들은 목숨을 걸고 위험한 시술을 받아야만 했다. 경제적 여건이 어려운 여성들의 경우 문제는 더욱 심각했다.

2012년 헌법재판소 합헌 결정이 내려진 뒤 3개월 뒤 임신 23주 차에 병원에서 임신 중지 시술을 받던 청소년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병원은 수술비로 현금 650만 원을 요구했고, 과다출혈로 목숨이 위태로웠음에도 처벌을 두려워했던 의사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두 번 거절을 당하고 세 번째로 찾아간 병원에서 사망한 것이다. 이 사건이 나영씨에게는 마치 숙제 같았다. 사회적 주목을 받지 못했던 낙태죄 문제를 드러내기 위해 노력했을 때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결정권이라는 이분법적 구도로 놓인 상황에 문제의식을 갖고,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해 15년 장애여성공감과 논의를 시작으로 '낙태가 죄라면 국가가 범인'이라는 구호를 갖고 나올 수 있게 되었다.

"마치 국가가 생명에 대한 판단권자인 것처럼 행사를 해왔죠. 사실은 국가가 사회적 불평등, 사회경제적 조건을 보장해야 하는 책임은 방치하고, 그 책임을 여성에게 전가했어요. 가족계획 정책에 따라 '특정한 생명'을 선별하는 역할을 했을 뿐이죠. 구도를 바꾸면서 운동을 다시 시작했어요. 낙태를 주제로 하면서 보조 생식기술에 대한 문제, 민법·헌법 모순의 문제를 갖고 연속 포럼의 입장에서, 감염인의 입장에서, 이주민의 입장에서 낙태죄 문제를 바라보는 포럼을 진행했어요. 그렇게 활동을 하다가 낙태죄 폐지 운동을 다시 하면서 여기까지 온 거죠."

여전히 여성에게 '낙태죄'를 묻는 정부의 문제적 개정안

낙태죄 개정 시한이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정부 개정안을 어떻게 보냐는 질문에 나영씨는 그동안 낙태죄 폐지 운동 진영에서 문제제기 해왔던 것들을 모조리 모아놓은 것이 바로 지금의 정부 개정안이라고 지적했다. 개정안은 여성의 임신중지 결정 권리를 14주까지만 제한적으로 인정할 뿐 24주까지는 성폭행이나 유전적 질환 같은 기존의 처벌 예외조항에 '사회·경제적 이유'만 새로 추가했을 뿐이다. 여전히 낙태죄를 남겨둔 것이다.

곳곳에서 더 이상 여성을 범죄인 취급하며, 임신중지를 범죄 취급하는 행위를 사회가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낙태죄를 폐지하라고 요구하는 현실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오히려 해외에서 여성들을 옥죄어 왔던 규제 조항을 무더기로 가지고 온 것이다. 더욱 문제인 것은 형법에 낙태죄를 그대로 존치하면서 개정을 시도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정부안이 제출되고 마치 이 안이 대세인 것처럼 언론에서 얘기하는데, 사실 정부안 말고 나머지 제출된 안들은 기본적으로 '비범죄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란 거예요. 사실 올해 말 개정 자체가 불투명한 거 아닌가 추측하고 있어요. 다른 국회 사안에 밀려서 말이죠. 더 문제는 이후 현장의 변화에요. 의료 현장뿐만 아니라 교육 현장, 노동 현장에서도 임신중지가 가능해진 상황을 어떻게 보장할 거냐는 거죠. 의료현장도 회피하지 않고 직접 진료에 나서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데, 회피로 일관할 뿐이죠. 약물 도입을 시작한다고 하는데, 지금부터 도입을 검토해도 2~3년은 걸리거든요. 그런데 정부는 시작도 안 했죠. 그런 걸 준비해야 해요."
 

▲   12월 8일 정부 공청회가 열리는 국회 바깥에서 낙태죄 폐지를 요구하는 이들의 다양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피해자가 아닌 '성적 권리'의 주체로 설 수 있어야

한국 사회는 '성'을 부끄럽고, 지극히 사적인 것으로 다룬다. 한편에선 n번방과 같은 성착취 사건, 데이트폭력, 성폭력 등 성에 대한 왜곡된 인식과 행위가 벌어지는 곳이기도 하다. 이런 가운데 피해자의 경험과 목소리는 사회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순수한 피해자일 때 받아들여질 뿐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성적 권리에 대해선 무관심하다.

"성적 권리는 다른 권리와 다르게 부차적이거나 어느 정도 사는 사람, 사생활의 문제, 이런 식으로만 상상이 돼요. 낙태죄를 매개로 보다 보니 성적 권리가 너무 중요한 기본권이고, 사회적 권리더라고요. 제대로 주거 환경이 갖춰지지 않은 곳에서 성적 권리와 재생산권을 삶의 권리로 보장받을 수 있을까요? 성적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사람들은 사회적으로 다른 권리가 인정되지 않는 사람들이에요.

예를 들어 청소년은 콘돔을 살 수 있지만, 마치 그것이 청소년에게 위험한 물건인 것처럼 인식되죠. 임신중지를 해야 하는데 자신에게 돈이 없기 때문에, 다른 권리가 없기 때문에 수술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다거나요. 노숙인, 빈민도 자기가 통제권을 가질 수 없는 상황에 놓여요. 그래서 성적 권리가 사생활의 권리가 아니라 사회적 권리와 연결되어 있다는 점, 재생산 권리가 아니라 '정의'라는 이유도 법적으로 나열되는 권리가 아닌 이 권리가 보장될 수밖에 없는 조건, 사회정의를 만드는 게 필요하다는 측면에서 '재생산 정의'를 얘기해야 해요."

여성의 노동권과 재생산권의 접점을 만들기 위한 새로운 기획 필요

"사실 여성노동자의 노동권과 재생산권을 분리된 영역으로 보기 때문에 일·가정 양립 정책 같은 게 나온 거죠. 일은 직장에서만 하는 거고, 집에서 하는 건 가정일이기만 한 거예요. 무상으로 가정에서 여성 노동에 모든 걸 전가하고 있는데, 사실 더 근본적으로는 유산·사산휴가, 출산휴가도 일하다 가정으로 돌아간다는 게 아니라 가정에서 하는 노동이 중요하기 때문에 보장한다는 개념으로 가야 해요. 그렇게 되려면 휴가에 대한 권리, 노동시간 단축만이 아니라 모든 의제에 이 부분에 대한 인식이 포함돼야 해요.

작업대의 높이, 구조 이런 부분에서 신체적인 차이들이 어떻게 고려되고 있는지, 여러 안전장치들 임신한 여성의 몸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노동시간에서 돌봄 노동이나 재생산 노동에 대한 고려는 어떤 식으로 배치가 되는지 이런 것들이 여러 노동운동 안에서 이야기될 수 있어야겠죠. 각각의 의제 안에 재생산권에 대한 고려가 포함돼서 같이 하나씩 되어야 전반적으로 이야기가 확장될 수 있을 거예요. 유의할 점은 여성에게 유산·사산휴가를 줄 거냐, 말 거냐 식으로 얘기되어선 안 돼요. 재생산권의 문제가 마치 이 휴가를 보장하면 다 되는 걸로 생각될 수 있죠. 임신 중지를 할 때 일하는 여성이 어떤 경험을 할 것인가,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이 사람의 노동시간 문제, 조건의 문제, 경제적 문제, 지역 의료기관의 문제 등 다양한 문제가 연결될 수밖에 없어요."

최근 사유리씨의 출산에 대해서도 의미 있게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신중지 논의와 연결되는 일이며, 정상가족 문제, 재생산권, 섹슈얼리티 통제의 문제 등 국가가 어떤 생명을 중심으로 선별하고 자격을 부여하는지 살펴볼 수 있다고 했다.

"경제적 조건만 아니라 결혼 관계 바깥의 여성이 자기 삶을 꾸리면서 아이까지 잘 양육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되지 않은 걸 제기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봐요. 그런 와중에 보육에 대한 부담은 여성에게 그대로 있죠. 계속해서 노동하면서 생계를 꾸려야 하는 여성은 이걸 다 혼자 감당해요. 일·가정 양립, 육아휴직처럼 저출산 정책이 쏟아지는데 사실 이건 굉장히 계급적 문제거든요.

정부의 개정안은 일단 상담을 받고, 상담받으러 가서 확인서를 받아 24시간 숙려 시간을 갖고 병원에 찾아가야 하는데, 의사가 거부하면 다시 상담을 받으러 가야 해요. 그런데 이걸 현실적으로 풀어보면 굉장히 심각하죠. 비정규직 여성노동자가 이 상황을 겪는다고 상상해보세요. 이런 얘기를 더 적극적으로 끌어내야 해요."

지난 12월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낙태죄 공청회를 개최했다. 낙태죄에 대한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이를 형법 개정안 심사에 참고하는 자리라고 취지를 밝혔으나, 실제 공청회 진술인의 구성원은 낙태죄 폐지를 요구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전혀 담지 못하게 이뤄졌다. '낙태죄 비범죄화'를 제대로 진술할 수 있는 진술인이 8명 중 단 2명에 불과했다. 이마저 본회의를 단 하루 앞둔 상황에서 열리는지라 우려는 더욱 컸다.

결국 공청회 자리가 아닌 '국회 바깥'에서 낙태죄 전면 폐지를 위한 '4시간 이어말하기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108년 동안 여성을 처벌의 대상으로 삼아 왔던 국가가 여전히 여성의 몸을 얼마나 수단화하고 있는지, 인구정책의 도구로만 삼으려 하는지 명백히 보여주는 자리였다.

"올해 법 개정이 잘 되면 좋겠고, 형법이 폐지되고 그다음을 이야기할 수 있는 조건이 되면 좋겠어요. 임신·출산에 관한 문제 차원만이 아니라 어떻게 사회경제적 문제, 노동의 문제이기도 한지를 말해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보고 싶어요."

그간 낙태죄 폐지 운동에 담아 왔던 여성의 경험을 배제하고 열린 정부의 공청회 면면에서 여성노동자들의 노동권과 재생산권이 만나는 그 자리에 있어야 할 것은 국가, 자본의 이익이 아닌 여성노동자들의 삶의 기록과 목소리일 것이다. 또한 여성 노동자에게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를 이라는 구호가 성적 권리, 재생산권과 만날 때 어떤 장면들이 펼쳐질 수 있을지 낙태죄 폐지의 운동 속에서 감히 상상해보는 게 바로 지금의 우리에게 필요하지 않을까.

 

특집3. 노조법 개악 저지, 산별 체제와 작업장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투쟁 / 2020.12

[노동개악에 맞서자] 

 

노조법 개악 저지, 산별 체제와 작업장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투쟁 

 

이원재 / 금속노조 기획실장 

 

정부는 ILO협약과 상충되는 국내법의 해석과 적용상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이번 정기국회에서 노조법 개정과 협약 비준 절차가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정작 ILO는 "법제가 완벽해지고 모든 이해당사자가 만족할 때까지 핵심 협약 비준을 미룬다면 노동권 보호 진전은 더욱 지체될 것이다"라며 신속한 협약비준을 주문하고 있다. 실제 핵심 협약은 비준 이후 1년 후부터 국제법적 효력이 발생한다.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비준이 이렇게까지 사회적 쟁점이 되는 것은 정부가 제출한 노동조합법 개정안 탓이다. ILO 노동헌장에는 "어떠한 경우에도 협약의 비준이, 협약에 규정된 조건보다 노동자에게 유리한 조건을 보장하고 있는 법률에 영향을 줄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음에도 정부는 협약 비준에 따라 '보완 장치를 마련'하겠다며 오히려 결사의 자유 협약을 비준하기 위해 결사의 자유를 후퇴시키는 말도 안 되는 노조법 개악안을 제출했다.
   
현 노조법 개악안의 문제점
 

정부의 노조법 개악안의 문제점은 크게 네 가지이다. 하나씩 집어보자.

첫째, '종사자인 조합원'과 '비종사자인 조합원'을 나눠 놓고 비종사자 조합원의 노조활동을 제한했다.

사업장 출입과 조합활동이 제한되는 '비종사 조합원'에는 해고자 뿐만 아니라, 산별노조의 임원 및 조합원, 특수고용, 간접고용 조합원도 포함될 수 있다. 현재 대법원은 산별노조 조합원이 다른 지부·지회 사업장의 파업을 지지하기 위해 그 사업장에 출입하는 행위와 하청 노동자들이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하며 원청 사업장에 출입하는 것 모두 노조의 정당한 활동으로 판시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개정안에 의하면 지금까지 허용되던 노조 활동이 사용자 의사에 반해 사업장 출입시 주거침입죄, 업무방해죄로 처벌 대상이 된다. 정부는 '합리적 이유 없이 비종사 조합원의 사업장 출입을 거부해서는 안된다'라고 안전장치를 마련했다지만 '합리적 이유' 는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이다. 사용자는 당연히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산별노조 조합원, 하청업체 조합원의 사업장 출입을 제지하고 조합활동을 방해할 것이다.

또한 노조 대의원 및 임원 자격을 종사자로 제한하고 있는데 ILO와 EU는 노조의 임원과 대의원을 종사자에 한정하는 게 결사의 자유 원칙 위반이라고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고, 노동조합의 임원과 대의원을 누구로 할지는 조합원들이 스스로 판단하여 결정할 문제지 국가가 법으로 관여할 사항이 아니다. 군사독재 시절의 악명높은 제3자 개입금지 조항의 부활에 다름 아니다.

둘째, 단체협약 유효기간을 연장했다.

노동조합은 임금·단체협상을 거치며 노동조건을 개선하고, 조직력과 투쟁력을 강화해간다. 그런데 현재 2년으로 되어있는 단체협약유효 기간을 3년으로 늘리면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인사, 전환배치, 고용, 안전 등에 영향을 미치는 기업의 계획수립과 의사결정에 관여할 수 있는 법제도가 부재한 현실에서, 사용자의 일방적 횡포를 노조가 견제할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사용자들이 민주노조를 탄압하기 위해 복수노조와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를 악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소수노조는 단체협약 유효기간 상한이 3년으로 늘어나면 4년을 기다려야 교섭하자는 말을 꺼낼 수 있다. 조합원 수가 한 명이 부족했건 열 명이 부족했건 소수노조가 되면 4년 동안 식물노조가 될 수밖에 없다.

셋째, 가장 크게 논란이 되고 있는 직장점거 금지이다.

대법원은 일관되게 주요업무시설이든, 주변업무시설이든 장소를 가리지 않고 그 점거의 범위가 직장 또는 사업장 시설의 일부분이고 사용자측의 출입이나 관리지배를 배제하지 않는 병존적인 점거인 경우에는 정당한 쟁의행위로 판결해왔다. 그런데 정부안은 아무런 근거 없이 현재 대법원 판례가 인정하는 '부분적·병존적 직장점거의 정당성'을 불이익하게 변경하여 주요업무시설에 대한 '전부 또는 일부'의 점거를 일체 금지하고 있다. ILO도 확고하게 직장점거를 정당한 쟁의행위의 한 유형으로 보장하고 있다. 정부안은 직장점거를 금지하여 노동조합의 쟁의권, 파업권을 약화시켜 달라는 사용자의 일방적인 민원사항을 그대로 수용한 것일 뿐이다.

노동부 업무매뉴얼을 보면, 주요업무시설의 예시로 호텔 로비, 병원 진료대기 공간, 백화점 통로, 사무실, 자동차 판매 및 정비와 관련된 시설 일체 등으로 적시하고 있다. 이런 곳의 일부라도 점거가 금지되면 그 공간에서 평화롭게 피켓을 들고 있을 수 있을까? 피켓팅은 가장 평화로운 쟁의행위 수단이지만, 불가피하게 공간 일부의 점유를 수반한다. 제조업 사업장 내에서 진행하는 많은 쟁의행위도 마찬가지이다.

피켓팅 뿐만 아니라 현장순회, 생산시설에 위법한 대체인력 투입 감시활동 등 현재의 일상적인 노조 활동마저 제한될 것이다. 심지어는 사업장 정문에서 노조의 선전물을 나눠주는 행위도 불법으로 규정될 수 있다. 이를 금지한다는 것은 사업장 내 쟁의행위 대부분을 제한하는 것이다. 정부안이 통과된다면 노동조합이 파업할 경우 사업장에서 쫓겨나 공원에 가서 파업 집회를 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정부안에는 ILO가 지속적‧명시적으로 권고했고, EU가 쟁점적으로 문제제기했던 사항들이 대거 누락되어 있다.

특수고용노동자의 노조할 권리, 간접고용노동자의 교섭할 권리, 사실상 허가제로 운영되는 노조설립신고제도, 노조 전임자 급여 노사자율결정, 필수공익사업장 쟁의권 보장, 파업으로 인한 민·형사책임의 면제에 관한 사항도 모두 누락되어 있다.

예상되는 노조 탄압 시나리오

최근에 광주에 있는 금속노조 호원지회의 노조 탄압사례를 보면, 노조법 개악이 가져올 현장의 노조탄압 시나리오를 예상할 수 있다. 호원지회는 올해 1월 '공장에서 인간으로 존중받고 일하고 싶다. 사측은 막말하지 마라, 욕하지 마라'라고 호소하며 노동조합을 설립했다. 그러자 회사는 즉시 기업노조를 만들고 금속노조 조합원들에게 탈퇴를 종용하고 간부들을 징계하고 금속노조 조합원들에 대한 출입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

노조법 개악안이 통과도 안 됐는데, 놀랍게도 광주지법은 음향 장비를 사용한 사내집회를 금지하고, 산별노조 임원 사업장 출입을 금지하고 위반 시 1회당 위반자별 강제이행금 100만 원을 부과하는 엽기적인 판결을 내렸다. 또 어용노조에만 사무실을 제공해 지회가 천막으로 설치한 '노조 임시 사무실'도 불법 시설이라며 철거하라고 판결했다.

판결 이후 호원지회는 천막 사무실을 공장쪽에서 주차장쪽으로 옮겼는데, 사측은 여기도 '사업장 시설이기 때문에 불법'이라는 이유를 대며 철거하라고 하고 있고, 판결 이후 사내집회를 했다는 이유로 지회장을 해고하고 지회 조직부장에게 정직 1개월, 사무장에게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또한 산별노조의 식수와 농성 물품 전달도 통제하고, '비종사자' 출입금지뿐만 아니라 '비근무자인 종사자'의 출입도 징계위원회로 회부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문재인 정권의 노조법 개악안이 실제 현장에서는 '민주노조 파괴'로 다가오고 있다. 정부의 노조법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전국에서 호원지회 사례처럼 수많은 노조파괴사업장이 생길 것이다. 정부가 노동개악 판을 깔아주면 자본이 받아서 현장에서 노조를 파괴하고 법원이 이를 정당하다고 지원하는 모양새다.

우리는 이에 어떻게 맞설 것인가

금속노조는 올해 임단협 교섭에서 노조법 개악에 대비한 '노동3권 보장'과 코로나19 확산이라는 전대미문의 정세변화 속에 '감염병으로부터의 보호'를 통일요구로 교섭을 진행했다. 올해 교섭을 통해 금속 노사는 '회사는 기존 노사합의 또는 관례적으로 보장해온 종사자가 아닌 조합원 및 금속노조 간부의 사업장 내 출입과 노동조합 활동을 보장한다'라고 합의해 법 개악을 핑계로 산별노조 간부나 해고자의 사업장 출입과 조합활동을 규제할 수 없도록 못을 박았고, '회사는 쟁의행위 중 노동조합의 회사 내 일상적인 각종 시설 이용에 협조한다. 단, 세부적인 사항은 사업장 노사가 정하는 바에 따른다'고 합의했다.

그러나 금속노조의 올해 합의사항은 노조법 개악에 대비한 최소한의 방어 장치를 확보한 수준에 불과하고. 중앙교섭이나 지부집단교섭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신규사업장이나 소수노조 사업장은 그나마 최소한의 방어 장치조차 없다. 그래서 금속노조는 노조법 개악을 막아내기 위해 올 하반기 총파업 총력투쟁을 전개하면서 11월 25일 어려운 조건에서도 8만여 명의 조합원이 '노조파괴법저지! 전태일 3법쟁취'를 위한 총파업에 참여했고 대국회 압박투쟁을 진행 중이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한국사회의 노동시장 이중구조화(노동자 간의 임금과 고용안정성의 질적 차이 심화, 위험의 외주화 등)의 폐해가 더욱 극명하게 드러났다. 사회 양극화가 더 빠르게 심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피해가 집중되는 취약계층을 포괄하거나 대변하기 위해서는 폭넓은 연대를 가능케 하는 노사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그런데 정부와 언론, 사용자들은 틈만 나면 노동운동이 기업별 이기주의에 빠져 있다고 비판한다. 그러면서 정작 정부의 노조법 개정안은 오히려 산업별 노조를 무력화하고 기업별 노조 체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어 있다. 노동배제적인 한국 사회에서 사업장별로 개별화, 파편화된 교섭구조로는 양극화 해소나 사회연대가 가능하지 않다. 그렇기에 고용안정성은 더욱 취약해질 수밖에 없고 노동권은 보장되기 어려우며, 노동자들의 안전과 건강은 지켜질 수 없다. 또한 기후위기와 기술변화, 산업전환에의 대응 과정에서 노동자와 노동조합은 배제되고 사용자의 일방적인 독주가 강화되고 있다.

산별체제로의 전환과 작업장 민주주의 실현

따라서 기후위기에 대한 대처와 기술 변화에의 대응이 정부와 기업의 일방적인 결정에 따라 이루어지지 않게 하려면, 노동권을 쟁취하고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기 위해선, 노동자들이 의사결정 과정에 주도적·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자신의 권한과 권리를 행사할 수 있기 위한 제도가 형성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기업의 의사결정에 노동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작업장 민주주의를 확대하여야 한다. 둘째, 실질적인 산별체제 확립을 통해 작업장 민주주의가 개별 사업장의 이해관계가 아니라 산업적인 차원에서 작동되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작업장 민주주의 확대와 산별체제 확립을 제도화될 때에야 비로소 노동조합의 사회적 영향력이 확대되어 노동자와 노동조합이 사회 양극화 해소의 대안적 주체로 바로 설 수 있다.

기업 내 의사결정에 대한 노동자 또는 노동조합의 통제력을 높이는 제도적 방향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 번째는 유럽에서의 공동결정제도나 이사회·감사회에 대한 참여 등을 통해 노동자 또는 노동조합의 참여를 제도화하는 방식이 있다. 두 번째는 단체교섭 및 쟁의행위의 대상 범위 등을 넓혀 노동3권을 실질적으로 보장되도록 하는 것이다.

정부는 노조의 쟁의권을 제한하고 기업별 노사관계를 고착하는 노조법 개악안이 아니라 모든 노동자의 노조할 권리를 보장하는 노동3권 전면보장을 위한 노동법 개정안을 제출해야 한다. 노동3권을 지키는 것은 일하는 모든 노동자의 생존이 달린 문제다.

[매노칼럼] 법만 있고, 집은 없다

이번주 매노칼럼은 류현철소장이 지난 20일 영하 18.6도까지 떨어진 혹한의 추위에 전기장판도 작동하지 않은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자다 사망한 이주노동자 속헹님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한 내용입니다.

"중요한 것은 정책적이고 행정적인 의지다. 포괄적인 규정이라고 할지라도 노동자들이 살 만한 ‘집’으로 기능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겠다는 정책적 의지가 있으면 가능하다. 법과 규정에서 이야기하는 ‘적절함’과 ‘우려’ ‘현저함’의 판단을 제대로 하는 노동부의 시정명령을 통해서 관철될 수 있다. ‘뜻’이 없기에 ‘법’만 남는 것이다."

"권리에서 소외된 노동자들의 노동 환경과 그것을 지탱하는 삶의 조건은 죽음에 이르러서야 드러난다. 김용균이 그랬고, 김태규가 그랬고, 김재순이 그랬고 속헹이 그렇다. 또 다시 쓰고 외친다. 하청노동자의 육신을 갈아 발전기를 돌리고 도시를 밝히는 일은 없어야 한다. 하청의 하청, 재하청 노동자들의 뼈와 살점을 반죽해 건물을 올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주노동자들의 피눈물을 거름으로 농작물을 기르는 일이 없어야 한다. 노동자들의 목숨과 위험의 대가로 쌓인 이윤을 아무런 책임 없이 걷어 가는 일이 없어야 한다."

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0642

 

법만 있고, 집은 없다 - 매일노동뉴스

열대 몬순 나라에서 온 그에게 코리아의 겨울밤은 춥고 길었을 것이다. 영하 18.6도까지 떨어진 혹한의 추위에도 그가 밤을 보낼 곳은 비닐하우스밖에 없었다. 지난 20일 캄보디아 출신 이주노동

www.labortoday.co.kr

 

[새해 인사] 한노보연과 함께 해주신 여러분에게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와 함께 해주신 여러분에게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올 한해,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와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코로나로 인해 사회 곳곳의 변화와 어려움이 큰 한 해였습니다. 한편에서는 위기 속에서 문제가 드러나고 의제화되는 해이기도 했습니다. 


정부가 후퇴안을 낸 오늘, 여전히 국회 앞에서는 유가족과시민사회단체가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연내에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제안 취지에 맞는 형태로 통과될 수 있도록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마음과 힘을 모아주시길 바랍니다.

2021년에도,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는 모든 노동자가 일터와 삶에서 주인이 될 수 있는 권리를 위해 싸우겠습니다.

이윤보다 노동자의 몸과 삶을!

<기자회견문>비닐하우스는 집이 아니다! 이주여성노동자 비닐하우스 기숙사 산재사망 철저한 진상규명과 대책마련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문

<기자회견문>비닐하우스는 집이 아니다! 이주여성노동자 비닐하우스 기숙사 산재사망 철저한 진상규명과 대책마련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문

 

1. 경기도 일대에 한파경보가 내려졌던 지난 1220, 포천 일동 지역 농장의 비닐하우스 기숙사에서 한 이주여성노동자가 동료 이주노동자에 의해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사망한 이는 2016년 고용허가제로 한국에 입국하여 농업에 종사해 온 캄보디아 출신의 서른 살 여성 이주노동자. 고인이 피를 토한 흔적이 있는 침실에서는 출국일이 불과 20여일밖에 남지 않은 귀국 비행기 티켓이 함께 발견되었다.

 

2. 고인이 사망한 채 발견된 비닐하우스 구조물은 고인이 생전에 근무하였던 농장의 농장주가 기숙사로 제공한 것으로서, 비닐하우스 안에 조립식패널을 세워 마련한 조악하기 짝이 없는 임시 건물이었다. 고인과 함께 일했던 동료 노동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고인이 사망하기 며칠 전부터 전기, 난방이 잘 작동하지 않았으며 전날에 차단기가 계속 내려가는 등 비닐하우스 숙소에 난방이 되지 않았으며 추위에 견디지 못한 나머지 노동자들은 모두 근처의 다른 노동자 숙소에서 잠을 잤다고 한다. 사업주는 자기 집도 전기가 안들어왔다고까지 말했다. 노동부는 조사보고서에서 난방은 된 것으로 서술했으나, 동료노동자의 증언 및 상황은 확연히 다른 것이다. 노동부측 파악이 미진하다. 결국 고인은 영하 16도에 이르는 한파 속 난방이 되지 않는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혼자 잠을 청하다 사망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3. 24일 부검 결과 간경화로 인한 혈관파열 및 합병증이라는 1차 소견 발표가 있었다. 하지만 고인의 죽음은 단순히 질병으로 인한 사망으로 설명 될 수 없다. 고인의 사망은, 한파 경보가 내려질 정도의 추위 속 난방이 되지 않는 비닐하우스 기숙사의 문제, 비위생적이고 안전하지 않은 숙식 환경 속에서 고강도 노동을 지속해야 했던 노동 환경의 문제, 질병이 있었다 하더라도 적시에 진료와 치료를 받을 수 없었던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사망일 가능성이 높다.

 

4. 지금도 수만 명에 달하는 농업 종사 이주노동자들이 비닐하우스, 샌드위치 패널, 컨테이너 박스 등으로 만든 임시가옥에 거주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임시가옥은 절대 집이 될 수 없다. 지난 여름 장마 기간동안의 수해 이재민의 상당수가 이주노동자였던 것을 기억하는가. 임시가옥은 폭염, 폭우, 한파를 막아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보안에 취약하고 화재와 같은 상시적인 위험도 안고 있다. ‘비닐하우스는 집이 아니다는 꾸준한 외침으로 인해 2019년 근로기준법, 외국인 고용법의 개정이 이루어 졌지만 이 중 현존하는 비닐하우스 숙소와 같은 임시건물 숙소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책은 없다.

 

5. 고인의 사망 원인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통해 고인이 근무했던 농장의 운영에 불법이 있었는지 밝혀야 할 것이다. 하지만 농지 가운데 설치한 조악한 임시 건축물들이 이주 노동자들의 숙소로 사용되는 것을 알면서도 묵인해 온 고용허가제 담당 고용노동부, 그리고 불법 용도변경 등을 담당하는 지방자치단체들의 책임도 결코 묵과할 수 없다. 또한 동료의 사망을 목격하고 놀라고 두려워하고 있을 다른 노동자들이 사업장과 사업주로부터 분리되어 안전하게 머무르고 사업장 변경을 할 수 있도록 조치가 시급히 취해져야 한다. 고용노동부는 즉각 사업주에 대한 고용허가를 취소해야 한다.

 

차가운 비닐하우스 속에서 따뜻한 고향으로 돌아갈 꿈을 꾸며 영원한 잠에 들어버린 고인의 명복을 빌며, 다시는 이와 같은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우리는 대한민국 정부에 요구한다.

 

1. 이주노동자의 기숙사 산재사망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통해 사망원인을 규명하라.

2. 피해 이주노동자의 유족에 대한 사과와 제대로 된 보상책을 마련하라.

3. 사업주에 대한 고용허가를 취소하고 동료 노동자들의 사업장 변경을 보장하라.

4. 아직도 임시가옥에 거주하는 수만 명의 농업 종사 이주노동자들에게 다시는 이런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라. 비닐하우스, 농막, 비닐하우스 내 컨테이너 조립식 패널 등 불법 임시건축물의 기숙사 사용을 전면 금지하라.

5. 고용허가제의 독소조항인 사업장변경금지정책을 철회하고 이주노동자들에게 사업장변경의 자유를 허용하라.

 

20201230

이주노동자 기숙사 산재사망 대책위원회 일동

 

비닐하우스는 집이 아니다!

- 이주여성노동자 비닐하우스숙소 산재사망 추모 및 진상규명, 근본대책 촉구 기자회견 -

 

일시: 20201230() 오후 1, 3

장소: 포천 비닐하우스숙소 앞 (오후 1)

의정부고용노동지청 앞/ 포천경찰서 앞 (오후 3)

주최: 이주노동자 기숙사 산재사망사건 대책위원회

경기북부노동인권센터, 경기북부평화시민행동, 공익법센터 어필,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두드림(문화다양성교원학습공동체), 빈곤사회연대, ()이주민과함께, 아시아의 창, 아시아의친구들, 원곡법률사무소, 유엔농민권리포럼, 이주민센터 동행, 이주민지원공익센터 감동, 이주와 인권연구소, 정만천하 이주여성협회, 정의당경기도당, 주거권네트워크, 지구인의정류장, 청년정의당경기도당(), 포천나눔의집 이주민지원센터, 포천이주노동자센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한국이주인권센터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부천이주노동복지센터, ()한국이주민건강협회 희망의친구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 아산이주노동자센터, 아시아인권문화연대, 남양주시외국인복지센터, 순천이주민지원센터, 외국인이주노동자인권을위한모임, ()모두를위한이주인권문화센터, 원불교서울외국인센터, 의정부EXODUS, 인천외국인노동자센터, 파주이주노동자센터 샬롬의집, 포천나눔의집, 함께하는공동체)

이주노동자평등연대()(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노동당, 노동사회과학연구소, 노동전선, 녹색당, 대한불교조계종사회노동위원회, 성공회 용산나눔의집, 민변노동위원회, 사회변혁노동자당, 사회진보연대, 이주노동자노동조합(MTU), ()이주노동희망센터, 이주노동자운동후원회, 이주민방송(MWTV), 이주민센터 친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전국학생행진, 지구인의정류장, 필리핀공동체카사마코)

 

 

기자회견 순서

: 고인에 대한 추모와 헌화 (다같이)

: 이주노동자 사망사건 관련 진상의 철저한 규명과 근본대책 마련 촉구 발언

각 참가단체 발언

: 기자회견문 낭독

: 항의서한 전달

<이주노동자 비닐하우스 기숙사 산재사망 사건 경과>

 

- 20일경부터 페이스북에서 부고가 돌아다녔음. 지구인의정류장에서 속헹씨에 대해 22일 화요일 저녁부터 수소문을 했고, 캄보디아에 있는 노동자 S에게 사건을 들었다는 답이 와서 신원 문의함. S가 아이디카드 사진 보내옴. 속헹씨 동료 N씨 연락되어 소통함. 사장 집에 동료노동자 4명 있다고 답변함.

- 동료의 증언에 의하면, 여성노동자 5명이 세 개의 방을 나눠서 쓰고 있었음. 속헹씨는 혼자 쓰고 있었음. 금요일 저녁부터 전기 잘 안들어왔고 난방 안되었다고 함. 목금토에 일을 쉬기로 했고 목요일 오후 4시까지 일함. 너무 추워서 3명은 금요일 밤부터 다른 데 가서 잤고 토요일에 N씨도 밤에 나왔음. 속헹은 남아있겠다고 했음. N이 나오기 전에도 차단기가 계속 내려갔다고 함. 5~6일 전부터 토요일 경까지 '전기를 봐달라' 라고 사장에게 말했으나 조치가 없었다고 함. 토요일에는 차단기가 자주 내려갔고, 다시 누전차단기를 올렸으나 10분도 안되어 떨어져서, '전기를 많이 써서 그런가보다?'고 생각하여 냉장고와 다른 전구들을 다끄고 올리려하였는데도 차단기가 떨어졌다고 구체적으로 증언함.

- 일요일 4시 경 N이 돌아와서 언니 발견. 자나보다 생각했는데 아픈 것 같아 보니 사망해 있었음. 사장에게 연락했고 사장이 경찰에 연락해 50분쯤 뒤 경찰이 옴. 사장이 N한테 속헹이 12-1시 사이에 사망한 것으로 이야기함. 사망 전에 어깨가 좀 아프다고 해서 근육통 약 먹고 N이 파스 붙여 주었음. 그 외에 별로 아픈게 없었다고 함. 속헹씨 휴대전화가 안보인다고 함. 서류 같은 것도 사장이 가져갔다고 함.

- 수욜 오전 포천이주노동자센터 김달성 목사 현장 방문. 방송, 신문 등 많은 언론사 취재옴. 오후에 지구인의정류장 김이찬, 정은주 현장 도착함.

- 23일 오후에 사장 아들 나타났고 얼마 있다 농장주 부부와 노동자 4명 돌아옴. 농장주는 강력히 취재 거부하고 경찰까지 불렀음.

- N은 경찰이 딴얘기 하지 말라고 했다고 함. 사업주도 동료노동자들을 분리시키고 외부 접근을 막아서 이들이 무서워하고 있음.

- 122350여개 단체들이 (가칭)농업이주여성노동자 사망사건대책위 구성에 뜻을 모으고 1차로 <이주노동자 기숙사 사망사건, 이주노동자 생존권을 위협하는 현행 고용허가제도를 규탄한다! - 비닐하우스는 집이 아니다! 철저하게 진상규명하고 재발방지대책 마련하라!> 성명을 발표함.

- 1224일 경찰이 부검 1차 소견을 발표함. 동사가 아니라 간경화 악화가 사인이라고 함. 노동부는 언론보도 관련 설명자료를 발표함.

- 대책위는 이러한 내용을 비판하는 내용으로 24일에 <이주여성노동자 사망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대책을 다시금 강력히 촉구한다!> 성명 발표함. 28일에 청와대 앞에서 대책위 기자회견 개최함.

[성명] 더불어 민주당은 중대재해기업 처벌법을 누더기로 만들지 말라!노동자와 시민의 생명은 당리 당략보다 먼저이다!

 

[성명] 더불어 민주당은 중대재해기업 처벌법을 누더기로 만들지 말라!

노동자와 시민의 생명은 당리 당략보다 먼저이다!

 

원청이나 발주처의 형사책임이 없이는 한국사회의 산재사망 사건을 줄일 수 없다.

더불어 민주당은 발주처의 책임 조항을 삭제하고 법적 적용을 유예하는 법안으로 노동자와 시민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청원된 10만명의 노동자 시민들의 요구를 무책임하게 누더기로 만들려고 하고 있다.

매년 2000명 이상의 산재사망사고 원인은 기업들이 이윤만 추구하고 인간의 생명을 하찮게 생각하는 자본주의에 있다.

1228일에 안양의 동아오츠카 공장에서 설탕제거 작업을 하던 노동자 1명은 숨지고 1명은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1226일에는 같은 지역에서 엘리베이터 교체작업중 50대 노동자가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두 사건 다 하청노동자, 용역회사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세월호 참사 만큼이나 큰 사건이었던, 38명의 목숨을 앗아간 한익스프레스 남이천 물류창고 산재사망 사건판결이 1229일 이천법원에서 있었다. 그러나 발주처는 계속 무죄를 주장하는 어처구니가 없는 상황이 연출됐고 하청회사 건우와 현장 감독만 실형이고 나머지는 벌금과 무죄를 선고했다.

이런 엉터리 판결이 가능했던 것은 여전히 꼬리 자르기식으로 사법부조차 중형을 낼 수 없는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의 한계로, 대한민국 사법체계의 허점을 드러낸 것이다

산재사망사고로 인해 한해 2000여명이 출근 후 집으로 안전하게 돌아가지 못하고 있음에도 이를 그대로 놓아둔다면 우리 사회가 과연 행복한 사회라고 할 수 있겠는가.

영국은 기업 살인법을 제정하여 노동자,시민의 안전을 기업들에게 그 사회적 책임을 물어 인간의 생명이 이윤 보다더 무거운 것임을 법률로 정하여 엄중하게 처벌함으로 그 책임을 다 하게하고 있다. 영국,호주, 캐나다를 비롯한 유럽 국가들에게 비슷한 사례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사업자의 편법을 조장하는 유예조항을 삭제하라!

더불어 민주당은 경영계의 반발, 정부부처 간 의견을 이유로 100인 미만은 2, 50인 미만은 4년 동안 법적용을 유예하려고 한다. 2년에서 4년 동안 기업의 이윤을 위해서 노동자의 목숨을 하찮게 생각하는 비인간적인 법을 제정을 하려고 한다. 대부분의 산재사망은 위험의 외주화로 인한 하청 노동자이다. 하청, 도급으로 쪼개진 회사는 그 규모가 작을 수 밖 에 없다. 또 다른 산재사망 사고를 방치하는 것이다. 게다가 원청과 발주처의 처벌을 위한 조항이 삭제된 마당이라면 그 법은 누더기 법일 뿐이다. 한마디로 호박에 줄을 그어 수박이라고 우기는 꼴인 것이다.

10만명이 입법 청원한 중대재해기업 처벌법은 제정 운동본부의 원안대로 제정하라!

더불어 민주당은 경영자 총협회나 사용자단체의 반발을 핑계로 그리고 정부부처 간의 협의라는 이름 아래 중대재해기업 처벌법을 이름만 남기려고 한다. 노동자와 시민의 안전을 위한 법제정인 만큼 더불어 민주당이 당리당략과 선전만 남는 법을 제정한다면 또다시 노동, 시민, 사회단체의 저항을 맞을 것이다. “중대재해기업 처벌법 제정 경기운동본부는 경기도를 비롯 대한민국 사회에서 매일 죽어가는 노동자의 죽음을 막기 위한 싸움을 전개 할 것이다. 더 이상 죽어서는 안된다. “중대재해기업 처벌법을 원안대로 제정하라 !

 

2020. 12. 30.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 경기운동본부

[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 경기운동본부 참가단체 ]

경기민예총() 수원그린트러스트() YMCA경기도협의회 YWCA경기지역협의회 경기교육희망네트워크 경기민주언론시민연합 경기버스공동행동 경기복지시민연대 경기북부진보연대 경기시민사회포럼 경기여성단체연합 경기여성연대 경기자주여성연대 경기자주여성연대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 경기정의평화기독교행동 경기주권연대 경기진보연대 경기청년연대 경기환경운동연합 경실련경기도협의회 고김태규 유가족 노동당 경기도당 다산인권센터 다산인권센터 민주노동자전국회의 경기지부 반월시화공단 노동자권리찾기모임 월담 사단법인 경기민예총 사회변혁노동자당 경기도당 성남평화연대 수원 나눔의 집 수원KYC 수원YMCA 수원YWCA 수원매산지역아동센터 수원민예총 수원새벽빛장애인자립생활센터 수원여성노동자회 수원여성의전화 수원여성회 수원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수원이주민센터 수원일하는여성회 수원지역 목회자연대 수원진보연대 수원청소년성인권센터 수원환경운동센터 수원환경운동연합 안산노동안전센터 일하는 2030 전교조 수원 중등지회 전교조 수원 초등 사립지회 전국농민회총연맹경기도연맹 정의당경기도당 진보당경기도당 참교육을위한 학부모회수원지회 참교육학부모회경기지부 천주교수원교구 생태환경위원회 천주교 수원교구 정의평화위원회 평화비경기연대 풍물굿패 삶터 하남희망연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화성희망연대 6.15경기본부 전교조경기지부 경기도지속가능발전협의회 ()경기시민연구소 울림

특집2. ‘결사의 자유’에 관한 ILO 핵심협약 비준,무엇이 달라져야 하나 / 2020.12

[노동개악에 맞서자] 

 

 

‘결사의 자유’에 관한 ILO 핵심협약 비준,무엇이 달라져야 하나

 

 

류미경 / 민주노총 국제국장 

 

▲   11월 26일, 정부노조법개악안 반대, ILO 핵심협약 비준 촉구 노동시민종교단체 공동대책위원회 결성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약속만 수십 년째 해 온 ILO 결사의 자유 협약(결사의 자유와 단결권에 관한 협약 87호, 단결권과 단체교섭권 보호에 관한 협약 98호) 비준이 눈앞에 다가왔다. 강제노동에 관한 29호 협약까지 3개 협약 비준 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되어 있다. 그러나 그토록 오랜 기간 동안 요구해온 협약 비준을 앞두고도 환영할 수가 없다. 노조할 권리를 더욱 후퇴시키는 법안이 먼저 통과되어야만 비준동의안을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와 여당의 입장이기 때문이다. 결사의 자유에 관한 협약의 비준과 노조법 개악이 쌍을 이룰 수 있는 것인가. 지금 국회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

결사의 자유 협약, 왜 중요한가

국제노동기준은 일터에서의 기본 원칙과 권리를 규정하는 법적 도구로서 각국 노사정 대표가 모이는 ILO 총회 두 번을 거쳐 만들어진다. 지난 100여 년 동안 채택된 협약은 총 190개다. 이 중에서도 결사의 자유, 강제노동 철폐, 아동노동금지, 고용 직업상 차별철폐에 관한 8개 협약, 즉 87호(결사의 자유와 단결권), 98호(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의 보호), 29호(강제노동), 105호(강제노동 철폐), 100호(동등보수), 111호(고용직업상 차별 철폐), 138호(취업 최저연령), 182호(가혹한 형태의 아동노동) 8개 협약은 '기본협약(Fundamental Conventions)'으로 분류된다. 모든 회원국이 비준해야 하는 협약이다. 또 모든 회원국은 해당 협약을 비준하지 않았더라도 ILO 회원국이라는 이유만으로 헌장에 따라 성실하게 기본 권리에 관한 원칙을 존중하고 촉진하고 실현해야 한다.

8개 기본협약은 각종 무역협정의 노동장 또는 지속가능발전 장,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 <기업과 인권에 관한 유엔 이행 지침>에서 각국 정부의 국제적으로 보장되는 노동기본권 준수 의무를 규정하는 원천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기본협약은 다른 모든 협약을 효과적으로 적용하기 위한 필수 요소라는 의미에서 '권리 실현을 가능케 하는 권리(enabling rights)'라고도 불린다. 노동시간, 임금, 사회보장, 노동안전보건, 휴일 등을 망라한 여러 국제노동기준을 노동자들이 실질적으로 누리기 위해서는 노동자들이 자주적으로 단결하고 단체교섭과 단체행동을 할 권리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협약 비준의 의미

한국이 1991년 ILO에 가입한 후 역대 정부는 결사의 자유에 관한 협약을 비준하겠다고 약속해왔다. 그러나 조건을 달았다. '국제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국내 노사관계법제가 협약비준의 걸림돌이므로 법을 먼저 고친후'라야 비준할 수 있다는 입장을 취했던 것이다. 협약 비준 약속의 이행을 한없이 미루기 위한 변명이었던 이 '선입법 후비준'론은 비준 절차에 대한 큰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마치 협약비준이 국내법이 국제기준에 완벽하게 일치한다는 점을 인증하는 절차인 양 말이다.

그러나 ILO에 따르면, 협약비준은 국내법을 협약에 부합하도록 개정하겠다고 미리 약속하는 것이고, ILO 헌장이 정한 대로 협약 이행에 관한 ILO의 감시감독절차를 수락하는 것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대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협약을 비준하게 되면, 1년 후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지니게 된다. 다시 말해, 협약이 국내 법체계에 통합되는 것이다. 이 1년의 기간 동안 국제기준에 부합하도록 법을 개정하면 되고, 만약 1년 내에 법 개정을 완료하지 못하면 협약이 신법 우선의 원칙에 따라 개정되지 않은 법보다 우선 적용된다. 따라서 결사의 자유 협약 비준은 국제적으로 인정된 기본 인권을 국내에서도 효과적으로 적용되도록 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국내 인권법에서 통용되는 일반원칙인 '역진금지(Non-Regression)' 원칙이다. ILO 헌장 제19조 제8호는 "어떠한 경우에도, 총회에 의한 협약이나 권고의 채택 또는 회원국에 의한 협약의 비준이 협약 또는 권고에 규정된 조건보다도 관련 근로자에게 보다 유리한 조건을 보장하고 있는 법률 판정 관습 또는 협정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인정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ILO 협약 87호 제 8조 제 2호는 "국내법은 이 협약에 규정된 보장사항을 저해하거나 저해할 목적으로 적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협약 비준을 위한 법개정 절차는 현행법에 보장된 권리를 확대하는 방향이어야지 축소하는 방향일 수 없다.
   
정부법안은 협약의 취지를 반영하고 있는가
 

[제2조]
노동자와 사용자는 사전인가를 받지 아니하고, 스스로 선택하는 단체를 설립할 수 있는 권리와 그 단체의 규약에 따를 것만을 조건으로 하여 그 단체에 가입할 수 있는 권리를 어떠한 차별도 없이 보장받아야 한다.


87호 협약 제2조에 따르면, 단결권은 정부 당국의 양보로 베풀어진 시혜가 아니므로 노동조합의 존립이 행정당국의 기분에 따라 좌우돼서는 안 된다. 행정당국이 설립신고를 반려할 재량권을 가져서는 안 되며, 설립신고 절차에 관한 법 조항이 노동조합 단체의 설립을 지연 또는 방해하는 방식으로 적용되어서는 안 된다. 직업, 성별, 피부색, 인종, 종교, 국적, 정치적 견해, 고용형태, 고용상 지위 등에 구애받지 않고 실업자든 해고자든 민간부문 공공부문 가리지 않고 모든 노동자가 노조를 설립하고 가입할 수 있다.

이런 원칙을 바탕으로 ILO 결사의 자유 위원회는 특수고용노동자·자영업자를 법 적용에서 배제(노조법 제2조 제1호),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한 경우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는다(제2조 제4호 라목)고 규정하고 설립신고 과정에서 조직의 구성이나 규약('근로자'가 아닌자가 포함되어 있는지 여부) 등을 행정당국이 심사할 여지를 두고 있는 제12조가 결사의 자유 원칙을 위반한다고 보고 여러 차례 개정을 권고했다.

87호 협약 비준의 선결조건으로 협약에 부합하게 법을 정비하는 것이 정부가 제출한 법안의 취지라면 위의 사항을 개정하는 내용이 우선적으로 포함되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정부가 제출한 법안에는 제2조 제1호, 제2조 제4호 라목, 제12조를 개정하는 내용이 없다. 제2조 제4호 라목에 대해서는 본문을 삭제하라는 결사의 자유 위원회의 권고와 달리 단서조항만 삭제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므로 스스로 밝힌 입법 취지와 전혀 부합하지 않을뿐더러, 협약의 효과적 이행과 전혀 관련이 없다.
 

[제3조]
1. 노동자단체 및 사용자단체는 그 규약과 규칙을 작성하고, 자유로이 그 대표자를 선출하며, 자체행정 및 활동에 관하여 결정하고, 사업계획을 수립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
2. 공공당국은 이 권리를 제한하거나 또는 이 권리의 합법적인 행사를 저해하는 어떠한 간섭도 하여서는 아니된다.


협약 3조에 따르면, 노동조합 규약은 조합원들이 스스로 논의하고 채택해야 한다. 누가 조합원이 되어야 하는지는 노조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간부의 자격요건, 임기, 선출방식은 노조 스스로 정해야 하며 정부는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 해고자나 해당 사업장 소속이 아닌 자를 법으로 간부가 될 수 없다고 규정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또한 회의를 개최하고 이를 위해 간부들이 사업장에 출입할 권리가 보장되어야 하며 조합원의 이익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경제적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정치활동과 파업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국가의 이름으로 권력을 행사하는 공무원이거나 엄격한 의미에서 필수서비스에만 파업권을 제한할 수 있고, 비공인파업, 작업중지, 태업, 준법투쟁, 연좌파업 등 평화적이면 노동조합 단체가 사용할 수 있는 행동 수단에 본질적인 제한을 두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정부가 제출한 법안은 어떠한가. 임원의 자격 요건을 제한한 23조에 더해 대의원의 자격 요건도 제한하는 조항을 17조에 새롭게 도입했다. 실업자와 해고자의 기업단위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대신 '종사자'와 '비종사자'를 갈라 '비종사자 조합원'에 대해서는 사업장 출입을 제한하는가 하면 타임오프 산정, 교섭대표노조 결정, 쟁의행위 찬반투표 시 조합원 수에서 제외하도록 했다. 협약에 부합하도록 법을 개정한다면서 새롭게 추가한 조항이다.

뿐만 아니다. 결사의 자유 위원회는 교사와 공무원의 정치적 의사 표현과 단체행동 전면 금지, 정부의 노동 정책이나 정리해고에 저항하기 위한 파업은 쟁의행위 목적정당성에 위배되어 불법파업으로 규정하는 조항, 파업권이 제한되는 '필수 유지 업무'의 폭넓은 규정, 파업에 무분별하게 적용되는 업무방해죄와 손배가압류 등을 결사의 자유 원칙 위반으로 지적해왔다. 정부 법안은 이런 사항들을 개선하기는커녕 오히려 사업장 점거 방식의 파업을 전면 금지하는 조항을 도입했다. 역시 협약의 취지에도, 스스로 밝힌 법개정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 대목이다.

'노동기본권이 보장되지 않는 나라' 이제 그만

이렇듯 헌법이 보장한 노동3권의 행사를 촉진하기보다는 오히려 최대한 많은 제약을 가해 행사를 저해하는 노조법의 존재는 그동안 한국을 국제노총이 매년 발간하는 '글로벌 노동 권리 지수' 최하위 등급인 5등급(노동기본권이 보장되지 않는 나라)에 머물게 했다. 결사의 자유 협약 비준과 함께 이 현실은 달라져야 한다. 모든 노동자가 노조할 권리를 자유롭게 행사할 수 있는 나라로 바뀌어야 한다.

국제적으로 인정된 기본 인권으로서 결사의 자유 원칙을 사회 전반이 규범으로서 받아들여야 하고, 노조할 권리가 제한과 통제의 대상이 아니라 자유로서 보장되도록 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정부가 제출한 노조할 권리를 더욱 제약하는 내용이 가득한 법안은 협약의 효과적 이행에 걸림돌이 되므로 즉각 폐기되어야 한다.

특집1. 국회 문턱 넘은 노동개악, 그에 맞선 우리의 투쟁 / 2020.12

[노동개악에 맞서자①]

 

국회 문턱 넘은 노동개악, 그에 맞선 우리의 투쟁 

 

박기형 상임활동가 

 

지난 12월 9일, 노동개악 법안들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날 본회의에서는 보험료징수법 개정안, 고용보험법 개정안, 공무원노조법 개정안, 교원노조법 개정안, 근기법 개정안, 노조법 개정안, 산재보험법 개정안 등 총 7개 노동관련 법안이 처리되었다. 이 중 노동권을 제약할 독소조항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과 노조법 개정안은 각각 76.31%와 62.95%로 가결되었다. 민주당은 이 두 법안을 당일 새벽 1시 30분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날치기 처리하였다.

반면, 10만 국민동의청원을 받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심의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 노동자들의 몸과 삶을 지키기 위한 법은 도외시 한 채, 과로사회를 심화시키고 노동권을 제약하는 법을 통과시킨 것이다. 이렇게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노동개악은 현재 진행형이다.

노동개악 국면의 지형

지금의 노동개악 시도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약속했던 '노동존중 사회 실현'과도 거리가 멀다. 이뿐만 아니라, 사회개혁을 요구하는 변화의 흐름에도 역행한다.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라며 전태일 열사가 산화한 지 50년이 지났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노동권 보장은 미약하기만 하며, 각종 사회적 변화 가운데 새롭게 등장하는 노동형태들에 놓인 노동자들은 노동권 사각지대에 계속해서 머물고 있다. 그리고 고 문송면군이 수은중독으로 사망한 지 32년이 지났다. 그러나 오늘도 수많은 노동자가 일터에서 일하다 아프고 다치고 죽는다.

올해 매일 7명이 퇴근하지 못하는 죽음의 일터를 멈추고 바꿔보자고, 모든 일하는 사람이 노동자로서 존중받고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해보자고, 노동자와 시민이 힘을 합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전태일3법을 마련하여 10만의 국민동의청원을 하였다. 코로나19가 극심한 상황에서도 각자의 자리에서 모이고 흩어지며 목소리를 내고 사회개혁을 요구하였다.

하지만 국회에서는 공수처법, 국정원법 등 권력기관 개혁을 우선입법과제로 내세우면서, 다른 모든 법안을 뒷전으로 밀어내었다. 며칠 전 임시국회가 열렸지만, 여전히 두 법안은 법안 심의조차 제대로 거치지 못했다. 이들은 서로 선후문제나 양자택일 문제가 아니었음에도,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마치 자신들이 하는 모든 선택이 세상 모든 정의를 담보하고 있는 것인 양, 노동존중 사회를 위한 과제는 나중에 할 수 있고 할 것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그들은 나중에, 언젠가 하겠다고 약속한 것이 무색할 정도로 '노동존중 사회' 실현에 역행하는 수많은 조치를 아무 거리낌 없이 통과시켰다. 
 

▲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운동본부와 정의당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요구하며,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노조법 개정 논의의 출발점

그러면서 그들은 노조법·공무원노조법·교원노조법 개정안을 가리켜, 'ILO 3법'이라 부르며, 국제노동기구 ILO의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것이라 주장했다. 한국은 ILO에 가입한 지 30년이 지났지만, 총 29개 항만 비준했으며 핵심협약 8개 항 중 4개 항을 비준하지 않았다.

그 4개 항의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결사의 자유 협약'(87호·98호)과 '강제노동 협약'(29호·105호)이다. 이 중 전자가 바로 '노조할 권리'에 해당하는 조항이다. 그런데 왜 지금까지 비준하지 않다가, 올해 서둘러 노조법 개정안을 준비하고 환노위 날치기 통과를 하면서까지 비준에 나선 것인가? 더욱이 얼핏 보기에 ILO협약을 비준해 노동권을 강화시켜주는 법안에 60%가 넘는 위원들이 아무런 토를 달지 않고 찬성한 것일까?

이에 답하기 위해선, ILO 핵심협약 비준을 누가 어떻게 요구했는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그동안 한국은 ILO, OECD, EU로부터 이 4개 항의 비준을 지속해서 요구받았다. 그 압력이 가장 높아진 때가 바로 최근 추진 중인 EU와의 무역협상을 하던 때였다. EU는 한-EU FTA를 체결할 당시 "핵심협약 체결을 위해 노력한다"고 약속한 조항을 근거로 한국 정부에 대해 경제적 제재를 시사하며 압박을 했다. 이에 한국 정부는 EU와의 경제적 관계를 원만히 해결하기 위해, ILO 협약 비준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결국, ILO 3법이라 불리는 노동 관련 법률 개정안들은 애초부터 노동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EU와의 무역갈등을 해소해, 자본과 기업을 위한 경제활동을 원활히 지속하기 위한 것이었다.

노조할 권리를 제약한다

그런데 더 큰 문제가 있다. 법 제정의 목적이 무엇이든, 그 논의 출발이 무역갈등해소였든 아니든, 국제사회가 요구한 바는 '결사의 자유에 관한 협약'을 비준하라는 것이었다. 해당 핵심협약의 요지는 모든 노동자들에게 '노조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 정부의 법률 개정안은 노동권을 강화시켜주는 거란 게 당연한 논리적 귀결이 아닌가. 출발점이 어떻든, 결과만 좋으면 괜찮지 않은가. 여기가 바로 문제의 지점이다.

ILO가 지속적으로 한국 정부에 요구해온 건 특수고용노동자, 하청노동자, 간접고용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법‧제도적으로 노동3권을 온전히 보장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정부는 노조법 개정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듣겠다며, 일견 공평무사한 자세를 취했다. 하지만 정작 정부가 제출한 노조법 개정안은 이들의 노동3권을 보장하기는커녕, 부족하지만 어렵사리 지켜온 현재의 노동권들마저 후퇴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물론 공무원노조법 개정으로 가입 기준 가운데 직급 제한을 폐지하고, 교원을 제외한 교육·소방공무원 및 퇴직공무원 등의 노조 가입도 허용하도록 했다. 일부 개선된 면이 없다고 할 수 없지만, 정작 핵심 쟁점이었던 노조법 개정은 개악이라 비난받기에 충분했다. 해고자·실업자의 노조 가입도 허용했다고 하지만, ILO 핵심 협약 비준의 의미에 비춰볼 때, 너무 당연한 상식을 법으로 확인시켜주는 것에 불과했다. 기존 정부안에서는 근로자가 아닌 조합원의 사업장 출입에 제한을 두는 등의 단서 조항을 뒀다가 비판이 거세게 일자 국회 심의 과정에서 삭제하기도 했다. 더욱이 실상을 들여다보면, 실업자·해고자 등은 현재 산별노조에 자유롭게 가입이 가능했었다. 그런데 기업별노조에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라 개선이라 부르기 민망할 정도이다.

오히려 실업자·해고자 등이 사업장 내에서 노조활동을 하려면 '사업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허용되고, 실업자·해고자 등은 기업별 노조의 임원 및 대의원으로 출마하는 것 자체가 금지된다. 그나마 좋게 봐준다면, 심의 과정에서 독소조항이라고 비판받아온 '생산 주요 시설에서의 쟁의행위 금지' 조항도 제외되긴 했다. 하지만 이를 대신하여 '사용자의 점유를 배제하여 조업을 방해하는 형태의 쟁의행위 금지' 규정이 신설되었다.  

▲   올해 초중순 ILO협약 비준을 이유로 제출한 정부의 노조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의 기자회견 당시 사진.


또한 문제가 되는 것은 단체협약 유효기간 최대 3년 연장으로 기업에서 단체협약을 지속해서 미룰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조합원만 기업별 노조의 임원·대의원을 맡을 수 있다는 조항이 남아 해고자의 임원 자격을 제한하고 있는 등 비종사자의 노조 활동 또한 제약할 수 있다. 더욱이 현재에도 현장에서는 교섭대표노조가 되지 못한 노조는 교섭대표노조가 체결한 단체협약 유효기간 동안 교섭도 할 수 없고, 근로시간 면제를 인정받아 조합활동을 하는 것도 공정하게 보장받지 못하는 일이 빈번이 발생한다. 이런 상황에서 개악안이 시행되면, 사용자와 어용노조가 담합하여 최소 4년간 교섭대표노조가 아닌 노조의 단결권, 단체교섭권에 '합법적'으로 제약을 가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건 당연하다.

더구나 노조 전임자 급여지급 금지조항을 삭제하는 대신, 타임오프제라 불리는 근로시간 면제제도 한도 내에서 하도록 규정함으로써 해당 제도를 유지하게 되었다. 이에 더해, 타임오프 한도 초과 단협이나 기존에 개별 사용자가 동의한 내용을 모두 무효로 한다는 규정을 신설하기까지 했다.

이렇게 기존 현행법을 교모하게 후퇴시켰을 뿐만 아니라, 정작 정부가 개정 압력을 받았던 지점인 특수고용, 간접고용,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노동권 보장은 제대로 이뤄지지도 못했다. 물론 배달노동, 물류·택배 노동 등에서 논란이 일자, 산재법 개정안, 보험료징수법 개정안, 고용보험법 개정안 등을 통해, 이들 노동에서의 처우 개선이 일부 이뤄질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정작 이들이 노동자로서 노동3권을 제대로 인정하도록 하진 않고 있다.

이를 위해선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한다"는 노조법상의 규정과 행정관청이 노조설립 신고를 반려할 수 있는 규정을 수정 또는 삭제해야 한다. 고용노동부가 행정집행 중 특수고용 노동자, 플랫폼 노동자 등을 '근로자가 아닌 자'로 보고 노조설립 신고를 반려·지체하는 일은 지금도 빈번히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이러한 현실을 무시한 채, 개정안 자체에서 전혀 다루고 있지 않았다. 
 

▲   전태일 열사의 바람은 언제 실현될 수 있을 것인가.

 

노동존중 사회 실현을 위한 투쟁들

노조법 개악만이 아니라, 3개월에서 6개월로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을 확대하는 근기법 개악까지 이뤄졌다. 내년부터 주52시간제가 각 사업장 규모별로 계도기간이 종료되면서 차츰 적용되기 시작하는 상황에서, 탄력근로제 도입을 통해 장시간 노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조치로 이해된다. 이런 탄력근로제의 확대는 장시간 노동에 따른 건강상 위험을 더 가중시키는 조치라고 지속해서 비판받아왔다. 한국의 과로문제는 앞으로 더욱 심각해질 가능성이 크다. 청계천 피복공장에서 노동권을 보장받지 못한 채, 피를 토하며 장시간 일해야 했던 여공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오늘날 우리의 현실은 얼마나 달라졌는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지금 국회 안팎에서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노동개악을 비판하며, 노동자와 시민들이 행동에서 나서고 있다. 고 김용균 노동자 2주기를 맞이했지만, 김미숙님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요구하며 아들의 기일에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이에 연대함과 동시에, 전태일3법 입법을 요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국회 정문 앞에서 단식농성을 함께 이어가고, 구의역에서부터 국회로 오체투지 행진을 시작했다. 국회에서 노동개악이 시도되고 있던 11월 말과 12월 초에도 노동자들은 떨어져서 죽고 폭발사고로 죽고 기계에 끼여 죽고 과로로 쓰러져 죽었다.

모든 일하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일터에서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기 위해선, 노동자로서의 지위를 보장받고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집단적으로'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나아가 자기 일터에 국한하지 않고 사회 전체 노동자 집단으로 연대하여 노동권을 지켜내고 신장하기 위해선, 산별 노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우리가 지금 여기서 요구하는 노동개악 저지, 나아가 전태일3법 입법,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은 바로 이러한 변화들을 쟁취하기 위함이다. 코로나19가 극심한 와중에도 우리는 자신이 행하는 바가 곧 정의라고 생각하는 자기승리 서사에 도취된 저들에 맞서, 전국 곳곳에서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노동존중 사회 실현을 위한 우리의 싸움은 다시, 새롭게 뜨겁게 불타오르고 있다.

 

 

[성명] 이천 한익스프레스 화재참사 1심 선고 결과에 부쳐 - 발주처에게 책임을 묻지 않으면건설현장의 죽음은 반복된다!(201229)

-이천 한익스프레스 화재참사 1심 선고 결과에 부쳐-

발주처에게 책임을 묻지 않으면

건설현장의 죽음은 반복된다!

 

 

38명이 사망한 이천 한익스프레스 화재참사 1심 선고 결과가 나왔다. 원청인 건우 담당자과 감리단장에게는 징역과 금고형이 선고되었지만 발주처인 한익스프레스 TF팀장은 금고 8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되었다. 징역과 금고로 형량이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경영책임자는 처벌에서 빠져나가고, 발주처에게는 제대로 책임을 묻지 않는 관행은 여전하다. 이런 결과로는 기업이 안전조치에 제대로 비용을 투자할리 없다. 이번 재판 결과를 보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반드시 제대로 제정되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확인한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핵심은 책임있는 자가 책임지게 하는 것이다.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화재참사에서 공사기간 단축을 요구해서 폭발위험이 있는 동시작업을 하도록 만든 것은 발주처인 한익스프레스였다. 발주처는 현장에서 진행된 공정조율회의에도 참석했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서 세 차례 걸쳐 화재위험을 경고하며 조건부 적정판정을 내린 유해위험방지계획의 주체도 발주처인 한익스프레스와 시공사인 건우였다. 그런데 이번 재판에서도 발주처와 시공사의 경영책임자는 빠져나갔다.

 

이런 처벌로는 절대로 건설현장에서의 중대재해를 막을 수 없다. 이천의 한익스프레스 참사는 12년 전 코리아2000 냉동창고 사망에서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한 채 발주처에 2000만원의 벌금만 물린 결과가 아니던가. 그런데 현재의 산안법으로는 건설 현장이나 조선소 현장에서 원청의 책임은 물을 수 있겠지만, 발주처의 책임을 제대로 묻기는 어렵다. 발주처의 책임을 명확히 하고, 책임을 묻더라도 말단 관리자가 아니라 경영책임자가 책임을 지도록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대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상황은 거꾸로 가고 있다. 오늘 열리는 국회 법사위 소위원회에 상정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논의를 위해 정부 부처들이 협의한 안이 올라왔다. 이 안에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여러 핵심조항들이 삭제되어있는데, 특히 발주처의 책임 부분이 삭제되어있다. 정의조항에서도 발주를 삭제하고,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의 안전조치 의무에서도 위험의 외주화 조항과 발주처의 공기단축 관련 조항들을 모두 삭제했다. 결국 건설현장 노동자 재해의 가장 중요한 원인제공자인 발주처를 면책하겠다는 것이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마음이 급하다. 그런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빨리 제정하는 것 못지 않게 제대로 제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법사위에 제출된 부처협의안처럼 실질적인 책임자들의 책임이 삭제되고 면제된다면 그 법은 기업을 처벌하지 못하는 기업처벌법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 한익스프레스 화재참사 선고 결과를 보며 우리는 국회에 다시 한 번 요구한다. 38명의 목숨을 빼앗고도 발주처는 책임에서 빠져나가는 이런 일이 다시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발주처의 책임을 반드시 담아야 한다.

 

20201229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

 

<일터> 통권 201호 / 2020.12

 

[특집] 노동 개악에 맞서다 
1. 국회 문턱 넘은 노동개악, 그에 맞선 우리의 투쟁
2. 결사의 자유에 관한 ILO 핵심협약 비준, 무엇이 달라져야 하나
3. 노조법 개악 저지, 산별 체제와 작업장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투쟁

[지금 지역에서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 부산운동본부 활동을 소개합니다!!

[연구리포트] 

전국건설노동조합 <건축현장 본층 노동강도 평가> 보고서 

[동아시아 과로사 통신]

코로나 시대, 한국의 과로사와 과로자살 

[A-Z까지 다양한 노동 이야기] 

물 관리의 토대를 마련하는 '수문조사' 노동 

[현장의 목소리] 

낙태죄 폐지, 여성 노동자의 재생산권을 위한 첫걸음 

[노동안전보건활동가에게 듣는다]

향남 공감의원의 5년을 돌아보다 

[문화로 읽는 노동] 

예술하라, 노동이 아닌 것처럼 

[직업환경의학 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한 명의 직환의가 배출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산재 피해자가 있을까? 

[유노무사 상담일기 더불어與]

-'직괴', '추노하다' '추노당하다'는 말을 아시나요?

-노동3권은 온전하게 보장되어야 한다 

[여성노동 건강상식]  

보이지 않는 여성의 돌봄노동과 정신건강 

[발칙 건강한 책방]

인류의 절반을 지우는 데이터 

[이러쿵 저러쿵]

커피 맛집이 간절한 상임활동가의 진부하지만 솔직한 인사 

[안전보건동향] 

[한노보연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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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 2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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