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으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대신할 수 없습니다.

직업환경의학의사 142, 국회에 입장 전달

산업안전보건법 개정만으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대신할 수 없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입장>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으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대신할 수 없습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운동본부

20204월 말 이천에서 발생한 물류창고 건설 현장 화재 사고는 20081월 발생했던 사고와 너무 똑같은 사고라 모두를 경악하게 했습니다. 2008년 코리아2000 냉동창고 화재사건으로, 원청 회사인 코리아2000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벌금 2천만원, 원청 대표는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벌금 2천만원을 받았습니다. 사망 노동자 한 명당 50만원에 불과한 벌금 이후 되풀이 된 참사는 한국에도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한국 사회에 비등하게 했습니다. 대한직업환경의학회도 “21대 국회에서, 기업과 사업주가 노동자와 시민의 안전보다는 이윤을 위해 법률과 제도에서 정한 의무를 다하지 않아 업무 중 사상자가 발생하였을 때 엄중하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특별법을 하루빨리 제정하라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지난 9월 말에는 10만명의 시민들이 국회에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요구하는 국민동의청원이 달성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주 더불어민주당은 기존 산업안전 관련 법안을 일부 수정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확인됐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보도에 인용된 여당 관계자는 산업재해 중 한꺼번에 많은 피해가 발생하는 사례를 제재하기 위한 특례 조항을 신설하는 개정안을 입법하겠다고 했습니다.

 

1. 산안법 개정으로는 원청과 기업의 경영책임자를 제대로 처벌할 수 없습니다.

 

이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의 의미를 더 강한 처벌에만 두기 때문에 나온 발상입니다. 하지만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처벌 수위가 아닙다. 기업의 최고책임자, 원청책임자, 그리고 기업 자체에 책임을 묻는다는, 처벌의 범위가 더 중요한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산업재해나 사회적 참사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책임자가 제대로 처벌을 받아야 효과적인 안전조치가 실행될 수 있습니다다. 지금도 기업 최고경영진의 과실이 입증될 수만 있다면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를 적용하여 책임을 물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경우, 중간에 있는 책임자가 최고경영진의 의무를 대신하고 있다는 이유로, 실질적인 경영책임자는 법망에서 빠져나갑니다. 그래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으로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에게 안전보건에 대한 포괄적인 의무를 규정하고,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이 의무 위반으로 인한 책임을 지게 하자는 것입니다.

또 실제 위험의 외주화가 단계적으로 이루어지는 도급, 위탁의 경우에도 그 형식을 불문하고 실질적인 사용자가 처벌받을 수 있도록 하고, 공기단축이나 위험한 공법 사용으로 인한 재해에 대해 발주처에도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합니다.

 

2. 산안법 개정으로는 기업에 의한 시민재해를 다룰 수 없습니다.

 

, 우리는 기존 산업안전보건법 개정만으로는 기업의 탐욕과 잘못으로 벌어진 산업재해와 시민재해를 함께 다루려 했던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취지를 온전히 담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직업환경의학 의사들은 자연과 사회 환경이 시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연구하는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지난 몇 년 사이, 세월호· 가습기살균제 등 기업 과실로 벌어진 사회적 참사를 목격해왔습니다. 이 참사들은 우리에게 노동자 건강과 시민의 건강이 밀접하게 연결돼있음을 알려주었고, 한국사회 전반의 안전의식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한국사회의 이런 역사적 맥락을 담아내야 합니다.

 

3. 처벌수위만 높여서는, 실제 법집행을 담보할 수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현재 산업안전보건법 상의 처벌 수위를 높이기만 하는 것으로는 현장에서의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현재도 안전조치나 보건조치 위반으로 노동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사업주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돼 있습니다. 그러나 2018년 기준 5년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재판을 받은 경우 90.72%가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받았습니다. 법 조항의 처벌 수위는 점점 높아지지만, 현실에서는 솜방망이 처벌이 계속 된다면, 오히려 법에 대한 불신만 커질 수 있습니다. 안전에 대한 책임을 쉽게 방기하고, 이를 쉽게 용인해주는 지금의 사회적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한 변화가 필요합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이 한국사회에 그런 상징적인 조치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에 우리는 여당에서 산안법 개정으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대신하려는 논의를 중단하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올해 내에 추진해줄 것을 간곡히 요청합니다. 노동자와 시민이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함께 하겠습니다.

 

직업환경의학과 의사들 142(전문의 110, 전공의 32)

전문의

강동묵

강모열

강진욱

강충원

강희태

 

고동희

공유정옥

곽경민

권기민

권영준

 

김규리

김규상

김대식

김대호

김명보

 

김성아

김세영

김세은

김수영

김은경

 

김정수

김정호

김진석

김철주

김태완

 

김현주

김형렬

노상철

도상윤

류지아

 

류현철

문현제

박계열

박성규

박승권

 

박승현

박재범

백도명

서동윤

손만기

 

손미아

송유준

송윤희

송재석

송재철

 

신경석

신덕용

신동희

심창선

안세진

 

안연순

안진홍

안현찬

양선희

엄준형

 

오경재

오장균

오재석

유상곤

육지후

 

윤명자

윤성용

윤종완

이경종

이고은

 

이동욱

이무식

이상윤

이영일

이예성

 

이의철

이이령

이재명

이정엽

이종석

 

이종인

이진우

이철갑

이철호

이현석

 

이현재

이혜은

이화평

임상혁

임신예

 

임종한

장규진

장은철

장태원

정경숙

 

정우철

정인성

정준익

정최경희

정필균

 

조민희

조성식

채홍재

천용희

천호선

 

최민

최순

최창기

최태성

최혜란

 

추상효

한영석

허현택

홍석우

홍정연

전공의

고권

김기훈

김양우

김예지

김지호

 

김호연

문은찬

박민영

박선욱

박재영

 

박충수

박현우

배성진

서광현

송지훈

 

안준호

엄강현

오현정

오현철

이은수

 

이인호

임채성

임현묵

장성욱

정새미

 

정지윤

주재한

주현우

차은우

채성렬

 

최성욱

최주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