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과로사통신] 대만의 COVID-19 판데믹과 과로 / 2020.07

[동아시아 과로사통신] 

 

대만의 COVID-19 판데믹과 과로

 

 

황이링 / 대만OSHLink 활동가 

 

코로나19가 2019년 말 중국에서 처음 시작되자, 대만 정부는 바이러스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재빨리 국가 차원의 방역 조치를 취했다. 2020년 1월, 대만의 질병관리본부는 중앙방역대책본부(Central Epidemic Command Center)를 출범하고 여러 정부 부처를 아우르는 코로나19와의 싸움을 시작했다. 

이로부터 140여 일 동안 중앙방역대책본부는 매일 대만 국민들에게 감염병의 전세계적 유행과 관련한 최신 소식을 뉴스 브리핑으로 발표했다. 이 일일 뉴스 브리핑은 6월 7일을 마지막으로 일간 발표에서 주간 발표로 전환하였다.

6월 7일 현재, 대만의 COVID-19 감염 사례는 총 443명이고, 이 중 사망자는 7명, 현재 입원 중인 환자는 6명뿐이다. 나머지 감염인은 모두 회복됐다. 6월 7일은 대만 내 감염이 56일째 보고되지 않은 날이기도 하다. 하지만 코로나19 방역 성공은 방역과 보건의료 노동자들의 희생을 치르고 얻은 것이다. 방역과 보건의료 노동자들은 대만의 감염병 예방 활동의 최전선에 서 있었다. 코로나19와 지치지 않고 싸우면서 그들의 건강은 위험에 처했다. 

팬데믹 영향을 받은 노동자들

방역과 보건의료 노동자들은 분명 팬데믹으로 가장 크게 영향을 받은 노동자들이다. 이들은 장시간 노동과 연장 근무를 수행해야만 했다. 또한 대만에서 매일 2천만 장의 마스크를 생산하기 위해, 92개의 수술용 안면 마스크 생산 라인이 추가됐고, 여기서 일한 노동자들 역시 장시간 일해야만 했다. 마스크 배급을 위해 약국이나 편의점에 이 마스크를 배송한 우체국 집배원이나 민간 기업의 택배 노동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또한 대만의 청소, 위생 노동자들 역시 심각한 과로에 시달렸다. 예를 들어, 타이베이 도시철도(Taipei Rapid Transit Corporation)에서는 방역 정책 중 하나로, 모든 역에서 소독 단계를 상향했다. 기차 차량 출발 전 소독은 8시간당 한 번, 승차권 자동 발매기는 4시간마다 한 번 소독했다. 

지역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일부 청소 노동자들은 강화된 소독 주기 때문에 식사도 제때 하기 어렵다고 한다. 은행 직원들의 노동강도도 최근 크게 증가했다.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 위기에 대한 대응으로 정부에서 보조금 및 수당을 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지원 절차를 진행해야 하는 은행 직원들에게는 큰 업무 부담이다.

노동시간은 같지만, 추가 업무를 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도시철도 차량이나 승차권 자동판매기를 소독하는 청소 노동자들의 경우, 노동시간이 늘지는 않았지만, 전에는 하루 2번 하던 소독을 이제 훨씬 더 많이 수행하게 되었다. 건물 경비 노동자들의 경우 예전에는 하지 않았던 업무, 예컨대 건물 출입자의 체온을 재고, 손소독제를 사용하도록 하는 추가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팬데믹 시기의 장시간 노동

대만 근로기준법 32조와 40조는 "천재지변이나 사고, 예기치 못한 상황"이 있을 경우 고용주가 노동자에게 연장 근무를 요청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에 의해 고용주는 노동자에게 휴가 사용을 중단하도록 요청할 수 있고, 하루 노동시간으로 제한된 12시간을 초과하는 노동을 요구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현재 감염 상황이 "천재지변이나 사고, 예기치 못한 상황"에 들어가는지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노동부는 1998년부터 대규모 감염병은 근로기준법이 규정하는 '이 범주'에 속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동시간 연장은 반드시 노동조합의 동의를 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노동조합이 없는 사업장의 경우 노동시간 연장 문제 논의는 노사협의회의 승인을 받아 이루어져야 하며, 노동청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하지만 노동자가 미루었던 휴가를 나중에 쓴다고 하더라도 장시간 노동이나 휴가의 중단은 노동자의 부상이나 건강 문제 위험을 높인다. 

 

▲   대만의 노동자들이 코로나 방역과 감염 예방을 하면서 과로에 시달리고 있다. 노동자들이 건강을 헤치지 않도록 적절한 절차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건강 위험으로 이어지는 과로

이미 전 세계적으로 이루어진 많은 연구에서, 하루 11시간 이상 일하면 하루 7~9시간 일하는 경우보다, 급성심근경색 발생 위험이 2.9배 높아진다고 한다. 일주일에 66시간 일하는 노동자는 이보다 짧게 일하는 노동자보다 업무 관련 사고를 경험할 위험이 1.88배 높다. 일주일 단위로 규칙적으로 쉬지 못하거나 6일 이상 연달아 일하는 노동자는 죽상경화증, 비만, 이상지질혈증, 대사증후군 등이 발생할 위험이 증가하고, 업무 관련 사고의 발생 위험도 커진다.

바로 얼마 전에도, 창화시 중앙의 마스크 생산 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업무 도중 손가락 끼임 사고가 발생하여 손가락을 절단해야 하는 일이 있었다. 장시간 노동은 어깨, 허리, 목 등 근골격계에 통증과 경직을 가져오고 스트레스나 정신 건강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산재 보험 당국이 제공한 통계에 따르면, 대만에서는 8일마다 1명씩 과로로 사망하거나 장해를 입는다. 과로가 이 나라의 매우 중요한 문제라는 점을 보여주는 끔찍한 진실이다.

코로나19 싸움은 적절한 방역 물품의 생산과 제공, 백신 개발, 바이러스 검체 채취와 검사 등의 측면에서 시간과의 싸움이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장시간 노동 역시 큰 건강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코로나19와의 장기전을 이겨내기 위해서도, 관련 공공기관이나 민간 부문 모두, 필요한 곳에 더 많은 인력을 사전에 배치하고, 좀 더 효율적인 작업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일터 정신질환 짚어보기] 산재보험 취지에 부합하는 업무상 정신질환 판정을 요구한다 / 2020.07

[일터 정신질환 짚어보기] 

 

 

산재보험 취지에 부합하는 업무상 정신질환 판정을 요구한다

 

 

박경환, 이성민 / 한노보연 회원 

 

 

산업재해 신청 사건을 진행하다 보면, 재해자의 산업재해 신청에 대한 사업주 의견이 제시되는 경우가 있다. 사업주의 의견은 주로 ①이 사고(혹은 질병)는 재해자 개인의 잘못으로 발생했으므로 산업재해가 아니다 ②같은 환경의 다른 직원들에겐 아무런 이상이 없는데 재해자에게만 발생한 질병이기에 산업재해가 아닌 개인적 질병이라는 취지의 주장이 주로 담긴다.

이런 내용의 사업주 의견을 접하면, 사업주들이 업무상 재해 원인을 재해자와 함께 일했던 동료 탓으로 돌리고 모든 책임을 회피하려는 태도가 느껴져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대부분의 경우 그런 주장은 업무상 재해 인정 여부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할 것을 알기에 나는 담담히 무시하곤 한다. 

왜냐면 '무과실책임의 원칙'에 따라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재해자의 과실로 발생한 사고(질병)도 보호 대상에서 배제하지 않으며, 업무상 재해를 판단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는 일반적으로 보통의 체격이나 건강 상태를 가진 '사회 평균인'이 아니라 '재해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근거가 되는 판례는 다음과 같다.

▲   정신질환의 업무상 재해 판단은 산재보험제도의 무과실책임 원칙에 따라야 하므로 재해자의 과실 여부는 판단 요소가 아니다. 고려 요소는 재해자의 업무상 스트레스이다.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근로자의 과실을 이유로 책임을 부정하거나 책임의 범위를 제한하지 못하는 것이 원칙이므로, 해당 재해가 산재보험법 제37조 제2항에 규정된 근로자의 고의·자해 행위나 범죄 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돼 발생한 경우가 아닌 이상 재해 발생에 근로자의 과실이 경합돼 있음을 이유로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부정하는 경우에는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 (대법 2017. 3. 30. 선고 2016두31272)

업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는 사회 평균인이 아니라 질병이 생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대법 2017.8.29. 선고 2015두 3867)

따라서 사업주가 업무상 재해 책임을 재해자에게 전가하거나 설령 산업재해의 과실 원인이 재해자에게 있다 하더라도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의거해 보상은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재해자 개인의 질병 감수성이 사회 평균인과 다를 경우, 재해자 개인에게 초점이 맞추어져야지 사회 평균인의 기준을 근거로 업무상재해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판례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에서 정신질환의 업무상 재해를 판단한 경우를 살펴보면 산업재해 보상제도의 업무상 재해 판정 원칙과 모순되는 결과를 빈번히 볼 수 있다.

개인 과실로 인한 업무 스트레스

(사례1) 유치원 교사인 A씨는 최근 우울증을 진단받았다. A씨는 일터에서의 업무 미숙으로 인해 동료 노동자들과 갈등이 있었으며, 업무수행 중 발생한 실수에 대해 징계 처분을 받기도 하였다. A씨는 최근 우울증의 원인이 일터에서의 업무 스트레스라고 생각했다. A씨는 근로복지공단에 우울증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업무 스트레스의 발생 원인이 A씨의 과실이므로 A씨의 우울증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결과가 담긴 통지서를 받았다.

다른 업무상 재해 사건과 달리 정신질환의 산업재해 신청 사건에서는 일터에서의 '개인의 과실' 여부를 비교적 자세히 살펴본다. 가령, 근로복지공단은 '업무 관련성 조사 지침'을 통해 정신 질병의 업무 관련성 조사 시 ①사고와 관련하여 본인의 고의 또는 법이나 규칙 위반이 있었는지 ②법적 문제나 감사 등에 연루된 사건인지 등을 조사하도록 한다. 재해조사 과정에서 업무 스트레스의 원인이 된 사건에 재해자의 과실이 확인되면, 업무상 재해 판단에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정신질환의 업무상 재해 여부를 판단한 질병판정위원회의 판정 근거를 살펴보면, 상당수 사례에서 재해조사 결과, 일터에서의 업무 스트레스를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업무 스트레스가 '개인의 과실'과 결부되었다는 점을 근거로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고 판단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업무 스트레스로 인해 발생한 상병이지만, (당해 스트레스를 유발한) 귀책 사유는 재해자 본인 요인이 더 크다고 사료됨.", "정당한 징계에 의한 스트레스 이외에 다른 업무상 스트레스가 확인되지 않은 점을 고려하였을 때, 신청 상병의 발병에 있어서 업무적 요인의 기여도 보다는 개인적 요인의 기여도가 높은 것으로 판단됨."

개인적 취약성에 따른 스트레스

(사례2) B씨는 회사에서 업무를 시작한 지 상당한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회사의 업무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업무 스트레스로 힘들어하던 B씨는 '불안장애'를 진단받았다. B씨는 '불안장애'에 대해 산업재해 신청을 했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은 B씨의 업무가 통상적인 근로자들이 수행하는 업무이며, 높은 수준의 업무 스트레스가 없었을 것이라며 불승인 처분을 통지했다.

업무상 재해로 불승인된 정신질환의 질병판정위원회 판정서에는 '개인적 취약성'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이때 '개인적 취약성'은 주로 청구인이 통상적인 업무를 했기 때문에 정신질환이 발생할만한 수준의 업무 스트레스에 노출된 것은 아니라는 결론, 혹은 일터에서의 업무 스트레스는 확인되지만, 사회 평균인이 용인 가능한 수준의 스트레스이므로 신청한 정신질환과는 무관하다는 결론을 내리는 데 사용된다. 이런 판단에 객관적인 기준을 찾아보기는 힘들며, 통상 판정위원들의 주관적인 판단에 의해 정신 질병을 유발할 수 있는 업무 스트레스 수준이 결정되는 것으로 보인다.

"근무 중 상사와의 마찰, 폭언 등은 있었던 것으로 보이나 극단적 스트레스로 보기는 어려워 '우울장애'를 인정하기 어려우며 (중략) 업무 관련성 보다는 개인적 소인 및 취약성, 스트레스에 의한 것으로 보임.", "직장 내 상사와의 갈등상황 및 부당해고가 일부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심각한 심리적 타격을 주었다고 판단하기는 어려움이 있어 (중략) 개인적 취약성 및 생물학적 요인에 의해 발병한 것으로 판단됨."

정신질환이라고 판단 기준이 달라야 할 이유는 없다 

산재보험제도는 무과실 책임의 원칙과 질병에 대한 개인의 감수성을 고려해 업무상 재해 여부를 판단하도록 한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정신질환의 업무상 재해 판단에 있어 '개인 과실'과 개인적 소인이 불승인 처분의 근거로 제시되는 경우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정신질환의 업무상 재해 판단은 일터에서 재해자에게 업무스트레스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 즉, 정신질환과 관련된 업무 스트레스에 대한 재해자의 과실 여부를 평가할 필요는 없으며, 업무 스트레스가 재해자의 과실로 발생했다고 해도 재해자가 겪은 업무 스트레스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런 원칙을 무시한 판정은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의 '무과실책임 원칙'과도 모순된다.

또한, 업무 스트레스에 대한 개인적 감수성을 고려한 판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사회 평균인의 입장에서 일반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상황이라도, 재해자 개인에게는 상당한 업무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 있다. 현재 근로복지공단은 '개인적 취약성'을 다른 업무 스트레스 요인을 배제하는 용도로 사용하고 있는데, 재해조사 과정에서 재해자의 성격이 스트레스에 취약하다고 판단된 경우 이는 불승인의 근거로 제시될 것이 아니라 업무 스트레스에 취약한 개인적 감수성을 고려해 상병의 업무 관련성을 긍정하는 방향으로 검토돼야 한다.

'신속하고 공정한 보상'이라는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목적을 다시 생각해본다면, 적어도 업무상 재해의 판정 원칙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때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일이 가능해질 것이다.

특집3. 한국 산재예방정책이 나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다 / 2020.07

[산재예방정책을 진단한다] 

 

 

한국 산재예방정책이 나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다 

 

 

선전위원회 편집

 

한국 정부의 산재 예방 정책은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겠다는 분명한 목표와 방향을 가지고 추진되어 왔다. 그러나 추진 과정에서 부처 간 불협화음, 전문 역량 부족, 이슈 되는 특정 의제만 추진되는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이 드러났다. 

정부의 산재 사망사고 예방 정책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안전보건관리체계와 노사 자율 안전보건점검, 정부 역량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앞으로 나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강태선 세명대학교 보건안전공학과 교수, 류현철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소장,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가 모여 지난 7월 2일 오후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사무실에서 대담을 가졌다. 사회에는 최민 한노보연 상임활동가가, 기록에는 박기형 한노보연 상임활동가가 맡았다. - 기자 주


집중과 선택이라는 전술이 유효했는가?

최민: 1~2년 전부터 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이 산업재해 전반이 아니라 산재 사망사고에 집중하고, 특히 건설업과 추락사고 중심으로 정책을 펼쳐왔습니다. 이러한 정책 방향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정진우: 이번 정부 들어서 사고 사망 재해를 줄이는 것을 더욱 강조하며 전력투구한 것 같습니다. 정책 방향에 대해서 기본적으로 공감합니다. 그런데 중대 재해 예방에만 집중하니, 현장에서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어요. 중대 재해를 막으려면 체제를 강화하고 여건과 역량이 갖춰져야 할 텐데, 역량 강화에는 소홀히 하고 있어요. 지나치게 보여주는 것에만 집중하다 보니 일상적 안전보건에는 무관심하거나 역행한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안전 관련 교육프로그램도 부실해지고 있고요. 사고 사망 재해에 집중해야 하니, 공공기관에서 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는 것들을 정리하는 차원이겠죠.

하지만 사업장의 안전보건 수준과 관리 능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안전감수성, 안전의식, 안전관심을 높여야 하는데, 여기에 필수적인 교육 제공, 시스템 정비 등을 예전에 비해 소홀히 하는 게 아닐까 우려됩니다.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부작용이 심할 수 있어요. 너무 산재 사망사고에만 올인하는 게 문제라는 것이죠. 하인리히 법칙을 떠올려 보면 현장에서 빈번한 아차사고에 더욱 유의해야 하지 않을까요? 아차사고 없이 중대 재해가 발생하기도 하죠. 그렇지만 전조가 될 수 있는 아차사고를 드러내고, 교훈으로 삼는 활동이 병행되어야 해요. 그게 보이지 않는 것이란 말입니다. 한 마디로, 밸런스가 없는 게 아닐까 싶어요.

강태선: 저는 정책의 전면을 다 모르지만, 제한적인 수준에서라도 평가해보면, 정부가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그동안 정부가 못했다기보다는 전략이 부재했다고 봐요. 한국은 안전보건 정책을 오랫동안 펼쳐왔죠. 문제는 국정감사나 노동부 자체 감사를 준비하는 게 목적이었다는 거죠. 산업재해는 막을 수 없다는 게 안전보건 하는 사람들의 통념이었다고 생각해요. 패배주의에 젖어있던 게 아닐까 싶어요. 그러니 책잡히지 않을 수 있는 정책 수준에서 머물렀던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산재 사망사고 절반 줄이기라는 정책 목표를 제시한 것을 높이 평가합니다. 집중과 포기가 필요한 것이었죠. 업종은 건설업, 사고유형 중에는 추락을 선택했고, 나머지는 과감하게 포기한 것이죠. 포기하면 당연히 욕먹을 수 있겠죠. 하지만 한 번도 집중해보지 않았으니 해볼 만 한 시도였어요. 물론 포기된 측에서는 불만이 많겠죠. 

예를 들어, 보건 관련 업무를 하던 사람은 한 번도 가지 않은 건설 현장에 나가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어요. 건설 직렬 쪽에서는 학교에서 4년 동안 구조역학 등 각종 지식을 배워서 들어왔고, 건설 현장 점검을 하려면 토질에 관한 지식 등 알아야 할 것이 많은데, 제대로 배우지도 않고 점검하러 보내냐는 반발도 있고요. 하지만 한 번도 제대로 선택하고 집중하지 않았던 안전보건 영역에서는 필요한 일이었어요. 

사망사고, 중대 재해 예방 활동이라는 건 결국 위험을 평가하고 줄이는 것이잖아요. 효과가 분명히 검증된 것에 집중하는 게 유효한 전술일 수 있죠. 사다리와 비계 등을 중점으로 현장 점검하고, 시스템 비계 시장을 넓혀준다든지. 건설업의 안전보건 관행이 많이 바뀌리라 기대하는 것이죠. 물론 평가는 3년 뒤에야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요. 다만, 사망률 외에 더 많은 지표를 내고 평가 기준으로 필요가 있어요. 여러 가지 자료 공개도 해야 하고요. 아직 그런 게 부족하다 보니,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기 힘들고 평가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류현철: 인적, 재정적 자원이 순식간에 늘어나는 것도 아니고 역량 축적도 시간이 필요한 일이니, 특정 의제나 국면에서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선택을 하게 된 의사결정 과정, 집중의 방법이 적절했는지 되묻고 싶어요. 강한 리더십에 따라 정책 실현의 동력을 얻을 수는 있겠지만, 의사결정권을 가진 몇몇 사람의 판단에 따라 집중사업이 훅훅 바뀔 수도 있잖아요. 

정책 효과를 면밀히 검증하기보다는 단일 지표 감소에만 너무 주목했던 게 아닌가 싶어요. 정책실행 과정과 그 효과에 대해 더 들여다보고, 다양한 주체들의 의사를 고려했어야 하지 않나 싶어요. 물론 정책 기조를 명확히 세우고 집행한 적이 적다 보니 정책 성과를 알리는 데만 주의를 기울였을 수도 있다고 봐요. 향후 평가도 더 세밀하고 하고 논의의 장을 열어둘 수 있으면 좋겠어요. 우선순위를 정할 때부터 효과를 평가하고 알리기까지, 순환 논리의 오류에 빠진 게 아닌가, 자기중심적인 생각에 빠진 게 아닐까 우려가 되기도 합니다. 그러니 지금과 같은 방향을 지속하는 게 바람직할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정진우: 저는 의욕은 있었는데 실력이 부족했다고 정리하고 싶어요. 그리고 실력이 없으면 의견수렴이라도 제대로 해야 했다고 봐요. 하지만 예전보다 오히려 줄어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사다리 정책이 대표적이에요. 법령 개정이 단기간에 어려우니 지침으로 내놓는 것인데, 이번에 산업안전보건법을 전부개정 하면서 사다리 관련한 규칙을 개정하지 않았어요. 앞뒤가 맞지 않죠. 

전문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니 주먹구구식 행정이 되는 게 아닐까요. 도급 관련해서도 마찬가지 일이 벌어졌어요. 내외부에서 의견수렴이 안 되고, 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 간 의견조율도 잘 안 되고, 그러다 보니 정책 수립과 집행이 거칠게 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정책은 실험 대상이 아니잖아요. 완벽하지 않더라도 최대한 정책의 질을 높여서 수립·시행하는 게 정책담당자들의 자세가 아닐까요.

시스템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민: 의사결정 절차도 중요하지만, 선택한 정책의 실효성 또한 중요할 텐데요. 시스템 비계 설치가 추락사 예방 효과가 검증되었다지만, 패트롤 운영이나 시스템 비계 시장 확대 등의 정책이 추락사 예방과 향후 건설 현장 안전수준 증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강태선: 사실은 우물에서 숭늉을 찾는 격입니다. 절차나 방법의 타당성을 검증하려면 더 분석할 자료가 있어야죠. 죽은 사람과 다친 사람의 통계만 있잖아요. 그러나 워낙 사태가 심각하니 정책은 구사해야 하고, 현재 취합된 통계로 정확한 대책을 마련하는 게 쉽지 않으니 외국의 정책을 모사하게 되죠. 

법 제도는 알 수 있어도, 정책의 실행 전략은 암묵지에 해당하니 알 수가 없습니다. 패트롤 같은 건 이렇게 할 것이라고 일정 부분 추정한 것일 텐데요. 사다리 지침이나 도급 지침의 경우에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아쉬운 점은 분명해요. 안전보건공단이나 현장과 소통이 잘 안 됐고, 실효성 측면에서도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결국 어떤 전략을 구사해야 하고, 어디까지 동의를 구해야 하는지 결정하는 건 정책기획과 집행의 영역에 속하지 않을까요. 체계 정비를 위한 과도기가 아닐까 해요. 정리되지 않은 자료와 제도를 가지고, 여러 정책을 시도해보는 과정이랄까요.

류현철: 다른 측면에서 접근해보고 싶어요. 전술을 잘 짜는 것도 중요하고 시도해보면서 수정해나가는 것도 중요하죠. 하지만 정책을 시행했다면 어디까지 영향을 미칠 것인지도 살펴봐야 할 지점이 아닐까요? 

일터의 노동자들까지 여파가 미칠 수 있을지. 최근 발생한 파쇄기 사고, 질식 재해 그리고 추락재해 등은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사항은 아니잖습니까. 모든 현장과 해당 현장의 말단까지 완벽히 관리할 수 없다면, 노동자들에게까지 정책효과가 파급될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요? 안전교육 프로그램이나 대국민 홍보뿐만 아니라요. 

예를 들어, 당사자들이 당면한 위험 상황에 대해 작업 거부할 수 있도록 하고. 개개인이 어려우면 대변할 수 있는 조직에 권한을 보장해주는 등. 노동자나 노동단체의 참여를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요. 비록 노동부나 안전보건공단에 비해서 전문성이 부족하지만, 안전보건 주체를 다변화해서 포괄적으로 안전보건 관련 활동을 만들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특히 노동자들 스스로의 권리 보장 및 실현을 위한 노력도 중요할 것이고요. 이렇게 안전보건 관련한 주체들을 포괄하는 거버넌스, 기관 간, 이해관계자들 간 협의체를 만들어가는 일, 이를 도외시하면 앞으로의 정책 방향 또한 협소해질 수밖에 없어요.

정진우: 안전보건 활동의 주체라는 측면에서 사업장 차원의 자율적인 안전보건 활동이 필요합니다. 안전보건 행정 역량과 자율 안전보건관리, 이는 양대 축이죠. 전자뿐만 아니라 후자도 부족합니다. 행정부가 단기실적에 급급해선 곤란해요. 행정기관의 관리감독이 직접 이뤄지지 않더라도 안전보건 활동의 기본에 해당하는 자율규제를 실제로 작동될 수 있도록 하는 게 핵심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상당한 역량 투여가 필요합니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어려운 일이다 보니 손 놓고 있는 게 아닐까 걱정됩니다. 예를 들면, 근로자 참여 제도를 재정비하는 일입니다. 노동조합이 없는 곳, 특히 소규모 사업장에서 이것이 보장되려면 근로자 대표가 실질적인 권한을 가질 수 있어야죠. 법에는 근로자대표를 선출하도록 되어 있는데 선출 절차나 활동내용 등이 규정되지 않은 채로 있죠. 근로자 참여 인프라가 체계적으로 구축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자율규제가 작동하기 어렵습니다. 기업 규모를 떠나서 자율적인 활동으로 많은 부분을 보완할 수 있는데 이런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려는 노력이 없는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전문성뿐만 아니라 진정성도 없는 게 아닐까 싶어요.

최민: 노동자 참여제도와 자율 안전점검은 묘하게 겹치면서도 어긋나는 것 같습니다. 문제는 자율 안전점검을 어떻게 이해하고 활용하는가일 텐데요. 한국의 경우 기업들이 자율 안전점검을 규제나 책임 회피 수단으로 이용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율 안전점검이 현장에서 작동되지 않는 것은 정부가 정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기보다는 기업의 이해관계가 우선되기 때문이 아닐까요? 

정진우: 자율 안전점검은 로벤스 보고서에서 제기된 개념이었습니다. 법규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정부의 관리감독만으론 사업장 안전보건 전반을 커버하기 어렵다는 인식에서 출발합니다. 법 제도를 보완하는 수단이었죠. 법을 지키기 어려우니 현장에 맡겨달라는 것은 아니죠. 

그런데 산업안전보건법의 목적에서도 자율규제 개념이 빠져 있어요. 이건 정부도 이를 사족으로 생각했다는 걸 반증하는 게 아닐까요. 행정의 부족한 점을 메우려면, 근로자 참여를 빼놓고는 자율 안전규제를 얘기할 수 없습니다. 현장을 가장 많이 아는 주체 중 하나니까요.

강태선: 저도 100% 동의합니다. 지난번에 OSHA 대표가 내한했을 때, 사업주만이 안전한 현장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한국에는 300만 개가 넘는 사업장이 있어요. 모든 일터를 감독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죠. 사업주의 윤리에만 의존할 수도 없고요. 

▲   강태선 세명대학교 보건안전공학과 교수.

결국 관리감독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전략을 수립해야 합니다. 사업주에겐 경각심을 주는 게 필요하고, 특히 안전보건 관련 법규를 이행하기 쉽다는 인식을 심어줄 필요가 있어요. 법 이행에 따른 시행착오가 생길 수 있어요. 이를 지도하는 과정도 수반돼야 합니다. 

억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감독행정력이 중요하고, 근로감독관들도 재량권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제대로 재량권을 발휘하는 게 결국 전문성이죠. 현장 개선을 위한 관리감독, 지도 등은 법으로 규정하기 어려워요. 일정한 프로세스와 인적 역량이 갖춰져야 합니다. 현재 한국의 조건에서 자율규제와 억제 효과가 실현될 수 있을까요?

류현철: 근로감독관의 재량권과 관련해서는 전문성과 공정성 모두 필요합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사전적이든 사후적이든 생산에 차질이 발생한다는 이유로, 영세하다는 이유로 작업 중지를 내리지 않는 경우도 많잖아요. 기업의 이해관계를 먼저 고려한 게 아니었을까 의구심이 듭니다. 

감독관에게 바라는 전문성이라는 것이 무엇이 기반해야 하는가를 묻지 않을 수 없어요. 노동자와 노동조합이 적극적으로 사고 예방과 개선을 위한 작업 중지 요구를 하고 이를 마지못해 받아들이는 과정이 반복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둔다면, 현재 재량권이 언제 어떻게 발휘되는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강태선: 사실상 지금은 재량권이 없는 것과 다를 바 없죠. 사업주가 노동자를 보호하도록 유도하지 못한 정부의 잘못이 있는 것이기도 하고요. 패트롤 운영 관련해서 참고할 부분이 있어 보입니다. 조그만 현장들의 경우, 감독관당 1년에 최소한 30~40개를 돕니다. 주로 형식적으로만 감독하는 것에 그쳐요. 똑똑한 사업주, 소위 악성 사업주들은 규제망에 걸려들지 않습니다. 말 잘 듣고 실태를 모르는 사업주는 끌려다닌다, 이런 인식이 만연해있죠. 

이번에 집중적으로 패트롤을 운영했잖아요. 현장에서는 '우리도 드디어 감독을 받았다, 정부가 이런 곳에도 오네.' 이런 반응이 나온다고 합니다. 그런데 점검받아보니까, 주로 추락 중심으로 하더라 크게 부담 안 되더라, 추락 관련 안전조치를 잘했으면 감독받는 게 어렵지 않더라, 이제 사업주들도 해야겠다, 해볼 만 하다는 인식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이런 식으로 사업주의 의지가 형성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류현철: 그와 함께 사업주가 안전한 현장을 만들 수 있기 위해선 제반여건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안전에는 비용이 들어가잖아요. 결국은 안전조치를 이행할 수 있는 의지만이 아니라,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하죠. 소규모 사업장 등에서는 실제로 비용부담이 크죠. 이를 감내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여전히 사업주의 선의에 기대는 방식이 아닐까요?

정진우: 한 가지 정책으로는 부족합니다. 단발성으로 그칠 수 있어요. 한 번 지적하고 개선되지 않으면, 회초리를 들고 '이제부터는 정말 혼낼 거야' 같은 식으론 안전보건체계가 구축되지 않습니다. 기초적인 인프라가 구축되고서 이런 집중정책이 작동되어야 자율 안전보건관리가 제대로 정착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관리감독 및 사업장의 역량이 축적될 수 있죠. 지속가능한 정책, 장기적 전망을 지녔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안전보건 관리 체계·조직 변화 전제돼야

류현철: 현재 안전보건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발전시킬 수 있느냐는 중요한 질문입니다. 현재 정책은 몇몇 리더십으로 운영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시스템으로 자리 잡은 것은 아니죠. 안전보건관리 시스템 구축을 위해선 무엇이 중요한 과제일까요?

 

▲   류현철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소장.



강태선: 안전보건은 여러 행정이 중첩되는 영역이죠. 타워크레인과 승강기 관련 대응이 좋은 모범사례입니다. 행정안전부와 노동부, 또는 국토부와 노동부가 서로 협조해서 정책을 마련했었죠. 관계부처들에 걸쳐있는 문제들이 많죠. 건설 현장 화재 사고도 마찬가지고요. 한 부처의 몫으로만 남겨두지 말고 협력체계를 구축해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류현철: 그리고 안전보건 행정의 주요 관계를 사업주와 정부의 관계로 규정한다면, 노동조합 참여가 안전보건 수준을 높이는 데 유효하다는 얘기와 충돌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강태선: 안전보건영역은 노사자치에 전적으로 맡겨둘 수 없다고 봅니다. 원칙적으로 노사자치가 가능하려면, 기반이 마련되어야 해요. 최저수준을 지킬 수 있도록 규범과 규칙을 만들어야 하고요. 이는 정부와 사업주 간의 관계에서 만들어지는 것이겠죠. 만에 하나 노사가 합의해서 위험수당 받고 넘어가는 식이 되어선 안 되잖아요.

정진우: 사업장을 배로 비유하면, 사업주가 선장이라고 할 때, 선원들을 잘 관리해서 순항할 수 있도록 리더십을 발휘해야 합니다. 이때 정부는 배 건조와 운항, 선원 관리 등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고 관리감독하는 역할을 하겠죠. 사업주가 산재 예방 활동에 관한 의지와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 거죠. 현장에서 안전보건 활동을 직접 해나갈 수 있도록 독려하고 교육도 제공해야 합니다. 단순히 감시하는 차원으로만 접근하면 한계가 있습니다.

류현철: 노동자 참여를 좀 더 얘기해보면, 독일의 경우 산재보험 자체에 노동조합이 관여하도록 하고 있고, 노동자 평의회를 통해서 사업주의 안전보건 활동을 감시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한국 산안법에도 노동자 참여가 보장되어 있고요. 

그런 의미에서 보면, 산업안전 보건위원회나 명예산업 안전감독관의 실질적 운영 문제가 제기되는데, 여기에 주의를 덜 기울이고 있는 게 아닐까요? 더 활성화하려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요? 내부에서 감시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려면, 위험을 인지할 수 있는 사람이 주체가 되어야 할 텐데요. 타임오프 때문에 활동에 제약이 있는 것도 해결해야 하고요.

정진우: 저는 노동조합 있는 사업장과 없는 사업장의 차이에 주목하고 싶습니다. 더욱 취약한 곳은 노동조합이 없는 사업장들이죠. 그곳에서 노동자가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유명무실한 게 문제입니다. 노동부에서 이런 문제의식이 없는 것 같아요. 노동조합 요구에 대응하는 수준에 그치죠. 산재 사망사고의 대부분이 작은 사업장에서 발생하는데, 안전보건 활동을 마련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없습니다. 

독일의 종업원 평의위원회, 영국, 일본의 노동자대표제도와 같은 모델을 더 적극적으로 고민해서 도입해야 합니다. 문재인 정부에서 안전보건에 의지가 있는데, 왜 이런 걸 하지 않는지 의문입니다.

안전보건 역량 강화를 위한 과제

최민: 노동조합과 시민단체의 입장에서는 노동부나 안전보건공단이 기업의 이해관계만 대변하는 것처럼 보일 때도 많습니다. 이번 현대제철 산재 사망사고 사례처럼 제대로 된 판단과 조치하지 않는 일이 발생했고요. 행정의 측면에서 현장의 근로감독관이 노사관계에서 중심을 잡을 수 있도록 하려면, 어떤 게 개선되어야 할까요? 인력과 예산을 더 투여해야 하는 게 아닐까요? 안전보건청 설립이나 조사 권한 확대 등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강태선: 최근 인력과 예산이 늘고 있는 추세이지요. 지방 근로감독관을 늘려서 현장 인력을 확충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가장 시급한 것은 본부의 인력 증대가 아닐까 싶습니다. 현장 점검, 사고 대응이 2차적인 전문성이라면, 1차적인 전문성은 어떻게 하면 자율 안전관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할 것인가, 입니다. 기술적 접근 외에 전략적 접근을 할 수 있는 인력이 중요합니다. 본부와 중앙의 정책 그룹을 확충해야 합니다.

정진우: 동의합니다. 그런데 해외와 비교하면 인력이 부족하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만약 확충한다면, 인력의 정예화가 전제돼야 합니다. 채용, 경력관리, 교육 훈련 등 인사 문제와 관련해 개혁이 필요하고요. 시험 준비만 해보고 현장경험이 전무한 사람이 어떻게 정책을 제대로 수립할 수 있겠습니까. 현장경험을 축적하고 정책에 녹여낼 수 있도록 세심한 인사정책이 필요합니다.

강태선: 그걸 위해서는 담당자들에게도 유인이 필요합니다. 안전보건 전문가가 되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거의 없어요. 그런 조직에 어떤 걸 기대할 수 있겠습니까. 개별 담당과에서 하는 일을 총괄하고 성과분석 및 정책 입안을 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고, 그런 곳에 안전보건 담당자들을 세울 수 있도록 동기 부여하고 역량 강화 기회를 제공해야 합니다. 

해외 사례에 비춰 인력 수준이 상대적으로 비슷하다고 해도, 권한이 어느 정도인지도 살펴봐야 합니다. 충분한 정책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조직이어야 합니다. 안전보건청 같은 대안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조직개편은 장기적인 과제 단계적 이행 전략을 수립해가야 합니다.

류현철: 구조적 문제 또한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구의역 김군, 고 김용균 투쟁 등에서 제기된 '위험의 외주화'가 안전 보건의 핵심 문제라 할 수 있을 텐데,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안전보건 행정은 이에 어떻게 대응해나가야 할까요?

강태선: 구조적 문제에 대응하려면 사고조사부터 제대로 해야 합니다. 사고조사에선 기술적 원인부터 구조적 원인까지 폭넓게 다룰 수 있습니다. 단순 처벌이 아닌 재발 방지를 위한 조사로 제도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술적, 법적으로 위반요소만 찾을 것이 아니라 근본적 개선사항까지 밝히는 거죠. 조사보고서를 통해 공식적으로 법에 반영하고 현장에서 개선하는 프로세스를 갖춰나가야 합니다. 

모든 걸 안전불감증으로 치환하는 건 문제지만, 모든 게 도급 때문이라고 규정하는 것도 비약이 있습니다. 제대로 된 사고조사가 반복, 축적될 필요가 있습니다. 나아가 관련 자료를 공개해서 여러 각도에서 다양한 대안들이 제출되어야 합니다. 안전보건공단이나 노동부에서 사고조사에 더 주의를 기울이면 좋겠습니다.

류현철: 건설업 다단계 하도급이나 특수고용노동자 등의 경우 예방적 차원에서 기술적 안전보건 문제만이 아니라 고용 형태, 산업구조를 바꿔나갈 필요가 있잖아요. 이럴 때 왜 정부는 법 제도를 적극적 해석하고 적용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것일까요?

▲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


정진우: 정부 부처 간 역할이 구분되어 있고, 문제해결에 서로 긴밀하게 협조하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예컨대, 불법 파견으로 인한 산재 사고의 경우, 누가 봐도 불법 파견인데 안전보건 관련 부서는 관심이 없고 다른 부서 소관이라고 눈감아 버리는 일이 생길 수 있습니다. 

만약 산업안전보건법에 특고 관련한 조항을 넣을 때도 더 세심하게 고민할 수 있는데, 특고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을 세우려는 노력이 없었던 것 같아요. 건설 현장 안전감시단도 외주화하는데, 이를 산안법상 안전관리자처럼 허용해주는 것도 문제입니다. 안전관리자는 종합건설사가 직접 고용해야 하는데 말이죠. 전문성과 권한에서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어요. 이런 식으로 서로 일을 구분 짓고 책임을 미루는 것은 노동부와 공단이 직무유기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봅니다. 범정부 차원의 긴밀한 업무 연계, 안전보건관리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강태선: 그런 점에서 지금과 같은 노력을 계속 기울여나가면 좋겠습니다. 진지한 노력에 대해서는 성과 여부를 떠나 칭찬도 하고 날카롭게 비판도 하고요. 함께 안전한 일터를 만들어갈 수 있길 바라고, 그렇게 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자리 잡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최민: 오랜 시간 대담을 나눴는데요. 현 산재 예방정책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 산재 예방을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을 위해 더 많은 고민을 나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특집2. 시스템을 구축하고 환경을 바꾸는 산재예방정책을 바라며 / 2020.07

[산재예방정책을 진단한다] 

 

 

시스템을 구축하고 환경을 바꾸는 산재예방정책을 바라며

 

 

박기형 / 상임활동가 

 

지난 2019년, 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은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겠다는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선택과 집중 전략을 취했다. 산재 사망사고가 다발하는 일터 중에서도 건설 현장, 그중에서도 추락사를 줄이고자 했다. 시스템 비계 설치 점검, 안전패트롤 운영 등 추락사 예방정책을 시행하고, 행정력을 건설현장 안전점검에 집중했다. 이러한 조치가 현장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을까?

만약 당장 효과가 드러나지 않기에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면, 선택과 집중의 전략이 유효할 수 있을까? 정말 건설현장이 안전한 일터가 되기 위해선 어떤 정책이 필요할까? 이러한 질문을 안고, 지난 7월 1일 광화문 부근 카페에서 강한수 건설노조 토목분과위원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   건설사들은 "안전관리능력"을 갖춰야 하고, 정부는 안전한 건설 노동환경을 갖추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선택과 집중, 그 너머의 문제들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은 2018년 타워크레인 사고 집중 점검, 2019년 건설현장 추락재해 집중 점검, 2020년 건설현장 화재사고와 질식사고 집중 점검 등 주요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특정 의제를 중심으로 대응해왔다. 건설현장에서 두드러진 사고유형별로 집중 점검을 시행하고 있다. 이에 대해 건설현장의 노동자들은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우선 정부가 건설현장 안전에 관심과 의지를 갖고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것은 유의미한 변화라고 생각해요. 그동안 노동부가 종합대책을 내놓았지만, 구체적으로 실행에 옮기기엔 두루뭉술한 내용이 많았거든요. 그러니 현실에서 집행될 수 있도록,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것이 확실한 효과를 노릴 수 있는 전략이라 할 수 있었죠. 하지만 문제는 선택을 하면, 포기하는 부분이 생긴다는 것이에요. 건설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고, 계속해서 발생하는 여러 유형의 사고들을 놓치게 된다는 것이죠.

특정 의제에 집중하더라도 여러 사고 형태들을 모아서 분석하는 일도 병행이 되어야 해요. 각각의 사안에 대한 세부대책 또한 마련되어야죠. 종합대책이 부실하면 그걸 탄탄하게 만드는 것으로 가야 하는데, 사회적 이슈가 된 사안에 건별로 대응하는 게 아닐까 우려스러워요. 단편적인 방안만 내놓는 게 아닐까 싶은 거죠. 이슈화된 특정 사안에만 관심이 옮겨가는 것은 그만큼 노동부 내 산업안전 관련된 능력이 부족한 게 아닐까요?"

강한수 위원장은 사안별로 집중해서 점검하고 관련 대책을 시행하는 것이 해당 사안을 해결하는 데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집중점을 옮겨갈 때 그 효과가 지속될 수 있을지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만약 타워크레인 집중점검에서 추락사 집중점검으로 정책의 강조점을 바꿔 갈 때, 타워크레인과 관련한 안전수준이 정말 올라간 것인지 평가하고,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단계라면 타워크레인 안전점검의 역량을 이전과 같은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새로운 대책을 시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역량을 이쪽에서 저쪽으로 옮겨가기만 하는 것이라면, 안전관리가 누적되거나 증대해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노동부에서 이 점에 유의해서 산재예방정책을 검토·수립·시행하고 있는지 물어야 할 필요가 있다.

"다른 한편으로, 2019년, 추락재해 예방에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는데, 그 효과가 정말 나왔는지도 앞으로 지켜보면서 평가하는 일도 병행되어야 합니다. 과연 실제로 추락재해가 줄고 있는지 모니터링해야죠. 무엇보다 사망재해에 초점을 두고 했던 것인데 추락사로 이어지는 동안, 수많은 '아차 사고'가 있었을 것이잖아요.

또한 사망자만큼 중경상의 부상자도 많을 것이고요. 추락사가 줄었다면, 그만큼 중경상 사고도 함께 줄어든 것인지 점검이 필요해요. 집중을 통해 파급효과를 노린 것이라면, 사망사고 외에 다른 추락 관련 산재들도 줄어야 제대로 된 정책효과가 아닐까요?

나아가 파급효과가 있다면, 화재사고, 질식사고 집중점검으로 옮겨갈 때 추락 관련한 안전점검 또한 지속할 수 있을지도 평가가 필요하고요. 결국 중요한 문제는 집중점을 옮겨갈 때, 감독을 안 한다고 이전의 상황으로 되돌아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죠. 이러한 집중사업이 시스템을 구축하는 형태로 나아가는 촉발제가 될 수 있는지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해요."
   
제대로 된 '자율안전점검'이 가능하려면?
   

"만약 안전 장구 미지급으로 착용하지 않아서 다치거나 죽었다면, 그걸 누구의 잘못으로 규정해야 하나요? 그럴 때 미착용으로 노동자 과실로 규정하는 게 타당할까요? 만약 지급했다면, 순시가 돌아다니면서 노동자들에게 안전벨트와 안전모 착용하라고 지적했어요. 그리고 노동자들도 착용했죠.안전관리의 주요 논리 중 하나가 바로 '자율규제'다. 그런데 과연 한국의 건설현장에서 자율안전점검이 가능한 조건일까? 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의 안전점검, 관리·감독을 통해 현장에서 사업주와 노동자들이 함께 안전한 건설현장을 만들어갈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되고 있을까?

"한국의 사업주들은 안전보건과 관련한 관리·감독에 이렇게 생각을 많이 할 거예요. '소나기만 피하면 된다', '근로감독관 나왔을 때만 조심하면 된다', '이때만 바짝 조심하면 괜찮을 거다' 등. 예를 들어 중대재해가 발생했어요. 해당 사업장에 특별근로감독이 나오죠. 그러면, 너네 한 번 정신 차려 보라면서, 온갖 산안법 위반사항을 적발하고 과태료를 물리죠.

이렇게 징벌적으로 점검하는 방식이 반복되다 보니, 현장에서도 거부감이 생길 수밖에 없죠. 아무리 준비해봤자 걸릴 거 다 걸린다, 평소에 신경을 써도 못 피해간다는 부정적인 인식과 회의적인 정서가 뿌리 깊게 형성되어 있어요. 이런 상황에서 집중점검정책이 끝나면, 다시 이전의 수준으로 돌아가지 않을까 걱정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건설현장의 유해위험요인은 매우 다양하다. 모든 상황에 대비하는 것이 만만치 않으며, 정부의 안전점검도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 그런 점에서도 자율안전관리가 필요하지만, 현장 상황에 따라 역량이 천차만별이다. 현대건설, 포스코 등 대기업 건설현장의 경우엔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안전관리자, 보건관리자 등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꾸리고 운영하게 되어 있다. 그런 점에서 노동부나 안전보건공단도 소규모 건설현장에 더 집중하려고 했다. 그런데 실제로 대기업 건설현장에서 자율안전관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
  
"건설현장 산재사망사고의 원인을 살펴보면, 관리가 되는 현장과 아닌 현장의 차이가 별로 피부로 와닿지 않아요. 다시 말해 건설현장 간 차이가 없는 것이죠. 건설 현장에서 산재사망사고가 다발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언제나 시공이 우선이 되기 때문이에요. 안전조치가 온전히 이뤄지고 나서 작업을 시작하는 건 어느 건설현장이 부족한 것이죠. 포스코의 경우엔 CCTV를 설치하고 안전관리자를 곳곳에 두고서 구역별로 상시 점검하고 있어요.

하지만 안전조치, 안전교육, 안전설비, 작업현장을 점검한 뒤 작업을 개시하는 안전관리 절차는 전혀 이뤄지고 있지 않아요. 안전점검 이후 인력을 투입하지 않고 있죠. 작업 자체를 전문건설사에 위임하고 원청은 하청업체 노동자들을 감시·감독하는 형태로 진행하고 있는 식인 거죠. 결국 강압적인 안전관리가 이뤄지게 되죠. 안전패트롤 운영이 그 연장선에 있어요.

문제는 안전관리자는 원청이 직접 고용하지만 패트롤은 하청을 준다는 점이에요. 안전관리자들이 모든 현장을 다 확인하지 못하기 때문에 안전팀 인력 중 일부를 용역으로 사용해요. 안전팀이 관련한 지시를 하고, 패트롤은 손발이 되어 돌아다니죠. 하지만 건설현장 안전 관련 지식과 권한이 부족하다 보니 제대로 된 점검이 어려워요. 물론 작업자들이 유해위험요인을 일하면서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안전팀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이런 식으로 운영하는 게 적절한 것인지 모르겠어요."

예컨대, 한 건설현장에 패트롤이 돌아다니고 있어요. 거기서 콘크리트 타설작업이 이뤄지고 있죠. 타설 작업할 때, 펌프카가 엄청난 압력으로 콘크리트를 쏴요. 타설 지점에서 도킹을 잡은 사람, 옆에서 라인에 맞게 골고루 뿌리는 작업을 도와주는 사람 등이 여럿 모여서 작업하고 있어요. 문제는 펌프카의 바퀴가 떠 있는 채로 작업이 이뤄진다는 거예요. 쏘는 방향에 따라 특정 부위에 하중이 쏠리죠. 그때 지반침하로 인한 펌프카 전도가 자주 발생해요. 그러면 이 작업자 서너 명 중 한 명은 늘 사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런 위험이 늘 있다면, 타설 작업 전에 지반조사를 해야 하잖아요. 지반침하 위험이 있다면 타설작업을 중지하고요. 작업 재개 전에 충분한 조치가 취해져야 하고요. 그런 안전점검, 중지 및 재개 의사결정이 현장의 패트롤이나 안전팀을 통해 이뤄질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런 점검체계가 갖춰진 곳이 별로 없어요. 그럴 권한과 역량이 부족해요. 더욱이 공사기간을 맞추는 게 최우선 원칙이다 보니, 안전점검할 시간적 여유도 없습니다. 작업중지하고 점검하는 데 따른 책임을 누구도 지기 싫어하게 되고요."

그 결과, 건설현장의 자율안전점검을 하더라도 대부분 작업자에 대한 규제 중심으로 좁혀지게 된다. 안전패트롤이 상주하면서 돌아다녀도, 노동자들이 안전장구를 잘 착용했는지, 작업자가 작업 과정에서 안전조치를 충실히 하고 있는지 등 작업자 개인에 대한 규율 위주로 점검한다. 사람의 행위만 통제하려는 방식 말이다.

이에 대해 노동자들은 안전을 강조하는 것에 반발감만 생긴다고 토로한다. 작업환경은 별로 바뀌지 않는데 노동자들만 못살게 굴고 귀찮게 한다는 부정적 인식이 생기는 것이다. 왜 이런 행위자 규제 중심의 안전조치만 이뤄지게 되는 것일까? 이는 다단계 하도급이라는 구조적 요인뿐만 아니라, 안전사고 원인 분석의 한계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발판이 고장 나서 또는 난간이나 낙하 방지망이 없어서 추락하면 그때는 누구에게 과실이 있는 건가요? 자동차 사고의 경우, 운전자의 과실 여부를 주로 따지죠. 하지만 도로 설비가 부실했다면, 차선이나 신호등에 문제가 있었다면, 싱크홀 같은 게 생겨서 사고가 발생했다면, 그건 운전자의 과실이 아니잖아요. 노동자 개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방식, 안전불감증 프레임을 넘어설 수 있어야 해요."

강한수 위원장은 건설현장의 '환경이 변화해야 한다'고 반복해서 강조했다. 건설현장의 안전시스템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노동자 개인이 주위를 살피지 못했거나 실수를 했더라도, 다치거나 죽지 않을 수 있어야 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관점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점이다.

정부기관, 지자체 등에서 건설현장 안전점검 보고서 및 개선 계획들을 제출한다. 하지만 건설현장 사고원인의 대부분은 노동자의 과실, 특히 개인 부주의로 기록되어 있다. 추락사 또한 개인이 안전고리를 착용하지 않고 일을 해서, 부주의로 발을 헛디뎌서 죽은 것이라고 적혀있기도 한다. 그런데 높은 곳에서 떨어져서 죽었다는 단순한 인과관계로 설명되는 추락사의 경우에도, 정말 노동자 개인만 탓할 수 있을까?

그런 점에서 노동부가 작년 한 해 시스템 비계를 건설현장에 널리 도입하기 위해 취했던 여러 노력은 특기할만하다. 추락사가 벌어지는 환경적 요인을 개선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대부분의 산재사망사고의 원인은 개인의 기저질환, 부주의 등으로 기록되고, 대책도 안전불감증을 개선해야 한다는 실체를 알 수 없는 내용으로 채워진다.

사고 원인을 무엇으로 규정하는가, 사고 조사를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대책도 확연히 달라질 수 있다. 이를 위해 기존의 사고조사를 재검토해서 원인 규정부터 새로이 할 필요가 있다. 안전설비 부실, 작업 개시 전 안전조치 미비, 장구 미지급 등 다양한 환경적 요인을 포함해야 할 것이다. 

제대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건설현장의 안전점검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책임을 명확히 묻는 것도 필수적이에요. 만약 안전조치하라고 잔소리만 한다고 행하는 건 아니잖아요. 스스로 할 마음이 들어야지요. 물론 마음을 먹어도 소홀하게 될 수 있으니 자극을 주거나 독려하는 등의 관리가 필요하겠죠.

다시 말해, 건설사 스스로가 바뀌어야 하죠. 집중사업 이후 건설사의 태도를 바꿔내기 위해 두 가지 방향의 조치를 취할 수 있겠죠. 우선 유인책이랄까요. 적정공사기간 및 적정공사금액을 보장하고, 안전관리비 계상 및 집행 등에 건설사가 안전관리를 더 잘 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해주는 거예요. 그리고 재해율이 평균 미만일 때, 입찰 시 PQ점수를 조정해주거나 산재보험요율 줄여주는 것도 그렇죠.

문제는 유인만 제공하는 것으론 불충분하다는 거예요. 더군다나 건설사들이 악용할 수 있어요. 적당히 재해율 지표만 관리하면 된다고 생각하면서, 산재은폐를 하거나 법적으로 문제 되지 않을 정도로만 조치하는 것이죠. 실질적인 안전조치를 하는 사람이 바보라는 인식이 생길 수 있어요.

이미 아무것도 안 하고 나중에 걸리면 벌금만 내면 되고, 소송 가면 변호사만 잘 쓰면 된다는 식이에요. 책임을 적당히 지려고 하는 분위기가 만연해요. 그마저도 하청업체나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려고 하고. 건설사들의 태도 변화가 쉽지 않아요. 그러니 강한 충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죠. 일정한 강제가 필요하니, 과태료나 벌금 강화, 경영책임자 처벌, 공공기관 공사 수주나 시공 자격 박탈 등의 요구가 제기되는 것이죠. 잘못을 확실히 밝히고 강력히 처벌해야, 적당히 넘어가야지 하는 수준 이상으로 안전에 관심을 쏟을 테니까요.

비유하자면 지금은 공부하는 사람이 제대로 공부하려고 하기보다는, 책상이 없어서, 의자가 불편해서, 더운데 에어컨이 없어서, 필기구가 안 좋아서 공부하기가 어렵다, 그러니 공부할 수 있도록 이거저거 사달라고 하는 수준에만 머물러 있어요. 물론 이렇게 환경을 조성하는 것, 그래서 무언가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건 중요하죠. 하지만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하는 거잖아요.

모든 걸 정부나 하청업체, 노동자의 탓으로만 돌리려는 것은 무책임한 것이죠.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만큼 그에 따른 책임을 부과하고 이행하지 않을 시 처벌하는 것도 필요해요. 자신에게 필요하거나 유리한 것만 챙기려고 하는 것은 막아야죠. 은근슬쩍 넘어가지 않게 면밀히 감독하고, 원인을 제대로 밝히고, 확실히 처벌할 수 있어야 합니다."
 
소규모 건설현장 관리 방안도 고민해야

추락사 예방을 위한 집중안전점검을 할 때, 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은 소규모 건설현장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실제로도 소규모 건설현장에서 사망사고가 더 많이 발생하며, 시스템비계와 같은 안전설비를 갖추지 않는 일이 더 빈번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스템비계 시장에 정부가 개입하여 시스템비계 공급을 늘리고 가격을 낮추는 등의 지원책 시행, 현장 안전점검 확대 등의 안전정책만으로 충분할지 되짚어봐야 한다.

소규모 건설현장에서 안전조치가 미비한 이유는 단지 안전설비 가격이 비싸기 때문일까? 또는 소규모 건설현장에서 안전관리 인력이 부족한 것은 단지 안전관리체계를 갖출 만한 인적, 재정적 여력이 부족해서일까? 왜 이런 안전관리 역량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지 되풀어 볼 필요가 있다.

"소규모 건설현장의 안전사고 예방이 안전점검만으로 가능할지 의문이 듭니다. 건설업의 경우 면허등록을 해야 해요. 신고제로 이뤄지죠. 건설산업기본법 규정에서는 종합건설업, 전문건설업 등 영업의 종류에 따라, 그리고 토목·건축·산업환경설비 등의 내용에 따라, 법인과 개인의 경우에 따라, 자기자본금 기준이 책정되어 있어요. 갖춰야 할 전문인력의 규모도 있고요.

그런데 자기자본금이나 소지면허 등에 허위기재사항이 많고, 면허대여의 문제가 있어요. 페이퍼 컴퍼니를 세워서 일만 따고 다시 도급을 주는 경우도 많고요. 그러니 현장의 실제 관리자와 서류상 책임자가 다르거나, 더욱이 관리책임자 자체가 없는 상황이 생기기도 해요.
 
그러니 시공 능력뿐만 아니라 안전관리 능력 자체가 확인이 안 됩니다. 건설업체 관리가 허술하게 이뤄지는 것이죠. 재정과 인력이 부족한 것은 단순히 소규모라서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소규모여도 현장을 관리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들을 운영할 수 있는지 검토할 수 있는데, 그것 자체가 전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죠. 안전관리 능력이 없는 업체들을 난립하게 해놓고 영세하다고 봐주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고 행정기관이 무책임한 것이죠.

무엇보다 건설현장은 건물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안전, 건물을 짓는 사람들의 안전을 우선해야 하잖아요. 시공능력이라는 것도 건물 자체를 지을 수 있느냐의 능력인데, 건물을 짓는다는 건 마냥 세우는 게 아니라 튼튼한 건물을 안전하게 짓는 걸 묻는 거잖아요. 그러니 건설업 허가를 더 강하게 규제하고 더 면밀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봐요. 적어도 규모에 상관없이 각 현장별로 안전관리책임자가 상주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관리자 선임 기준도 조정하고, 선임만으로 그치지 않고 실제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안전한 건설현장을 만드는 것은 단지 특정 사고유형만 점검하는 일로 달성되지 않을 것이다. 집중과 선택의 전략이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선, 해당 전략이 다양한 변화를 촉발할 수 있는 기제로 작용할 수 있도록 제반 조건을 마련하는 일과 병행되어야 한다. 건설현장의 안전보건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실효성 있는 안전조치가 작업 과정 전반에서 사전에 실행되는 등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시스템이 안착할 수 있도록 더 체계적인 정책, 장기적인 계획이 마련될 수 있기를 바란다.

특집1. 정책 목표에 기반한 '산재 발생 평가'가 필요하다 / 2020.07

[산재예방정책을 진단한다] 

 

정책 목표에 기반한 '산재 발생 평가'가  필요하다

 

최민 / 상임활동가  

 

이제 1년에 2천여 명의 노동자가 일하다 숨진다는 얘기는 많은 시민, 노동자들이 알게 된 것 같다. 산업재해 발생 건수, 사망자 수, 질병에 의한 사망과 사고 사망의 정확한 통계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전반적인 국가 통계를 모두 표와 그래프 형태로 제공하는 통계청 포털에서도 지난 20여 년간의 업종별, 성별, 산업재해 발생 건수와 사망자 수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외에 매년 고용노동부(노동부)는 지난해를 기준으로 '산업재해 발생 현황'을 발표한다. 여기에는 해당 연도의 전체 산업재해 발생 현황과 개요, 주요 특징 등이 담겨 있어, 노동부가 산재 통계 중 어떤 부분에 어떤 의미를 두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2020년 4월 27일 노동부는 '2019년 산업재해 발생 현황'을 발표했다.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 수는 2020명으로 이 중 사고 사망자는 855명, 질병 사망자는 1165명이었다. 2018년에 비하면 전체 산재 사망자 수도 122명이나 감소했고, 특히 사고 사망자 수가 크게 줄었다.

사망 만인율도 줄어서 2018년 1.12에서 2019년 1.08이 됐다. 질병사망 만인율은 오히려 증가했지만, 사고사망 만인율은 10% 가까이 줄어 0.46이 됐다. 하지만 2022년까지 산업안전 분야에서 사고 사망률을 절반으로 낮추겠다는 공언을 달성하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특히 사고사망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려는 더 커진다.

 

▲   한 사업장에서 발생한 산재사고로 사망한 노동자가 쓰고 있던 안전모


  
건설업 사고사망, 예방 정책 때문에 줄어들었다?
  
2020년 1월 초, 노동부는 2019년 산재사고 사망자가 2018년에 비해 116명이나 감소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이는 1999년 사고사망자 통계가 시작된 이후 가장 큰 감소 규모라고도 했다. 특히 건설업 사망자 수가 485명에서 428명으로 57명이나 감소했고, 이는 선택과 집중 방식의 사업장 관리·감독, 발로 뛰는 현장 행정 때문이라고 했다. 전체 산재보험 대상 근로자 수가 나오기 전이라 '사고사망률'을 알 수 없는 상황인데도, 이례적으로 일찌감치 현장 패트롤이 성공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2019년 산업재해 발생 현황'의 결과는 이와 다르다. 건설업에서 사고사망자 숫자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건설업의 사고사망만인율은 1.65에서 1.72로 오히려 늘었다. 건설업 사고사망자 숫자가 줄어든 것은 산재예방정책이 효과를 거뒀기 때문이 아니라, 2019년 건설 경기가 나빴기 때문이었다. 건설업 노동자가 줄어서 사망사고도 줄어 보였던 것뿐이다.

 

▲   2015~2019 건설업 사고사망자 수 및 사고사망만인율 추이


  

건설업은 2018년에 비해 산재보험 대상 근로자 수가 45만 명가량 감소했기 때문에 사망 만인율이 오히려 증가했는데도, 사망자 수가 57명이나 감소한 것이다. 만인율이 줄지 않았다는 것은 무슨 뜻이냐면 2018년 수준의 사망률만 유지됐어도, 건설 사고사망자는 410명이어야 하는데, 이보다 많은 428명이 건설업에서 사망했다는 뜻이다. 2018년 수준의 사고사망 만인율만 유지됐어도 죽지 않았을 노동자 18명이 오히려 더 죽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문제는 노동부와 안전공단의 사망사고 감소 대책의 주요 대상이 '건설업'이었다는 점이다. 노동부와 안전공단은 2018년부터 추락사고 예방 중심, 건설업 안전 비계 설치 중심의 사고사망재해 예방 활동을 본격적으로 펼쳐왔다. 2018년 건설업 사고사망자 수는 20여 명 감소했지만, 사고사망 만인율은 줄어들지 않았다.

2019년 초 노동부는 2018년 5월 이후 건설업 산재예방 사업을 본격화했기 때문에, 아직 효과가 나타날 시간이 부족했다고 평했다. 그러나 타워크레인에 대한 관리 후 타워크레인 사망사고가 줄어드는 등 성과가 있었고, 늘어난 사고사망 숫자는 산재보험 적용이 확대되어 ▲ 산재로 인정되는 사고 사망이 증가했고 ▲ 이전 년도에 사망했지만 유족급여를 뒤늦게 받은 경우가 포함돼 있어, 당해연도 발생 사고사망자 수는 감소하고 있다고 평가했었다.

우리는 당시에도 변명 대신 건설업 산재예방활동 중간 점검과 진지한 평가를 요청했다. 건설업에서 사망사고 건수나 사망 만인율이 큰 차이가 없더라도, 집중 예방활동을 하는 추락사고가 얼마나 줄어들었는지, 그 효과는 어떤 규모의 건설 현장에서 주로 나타나고 있는지, 아직 뚜렷하지는 않지만 이런 예방활동이 앞으로 성과를 거두리라고 기대할 수 있는 근거는 무엇인지 등의 분석이 필요했다.
   
단순 통계가 아닌, 정책 목표에 따른 평가를

그러나 노동부는 이런 분석 없이 2019년에도 시스템비계 설치를 통한 추락 사고 예방, 현장 패트롤 사업을 추진하였다. 그리고 건설업 사망 만인율은 또 줄지 않았다. 지난 5년간 건설업 사망 만인율은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다. 현장 패트롤을 통해 어떤 효과를 거두려고 했는지, 그 목표는 어떻게 달성되고 있는지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으면, 결과론적인 평가를 할 수밖에 없고, 건설업 사고사망자 수 혹은 사고사망 만인율이 줄어들지 않으면 건설업 집중 예방 활동이나, 현장 패트롤을 지속할 근거도 사라진다.

처음으로 산재예방정책이 구체적인 전략적 목표를 가지고 접근하고 있는데, 섣부르게 비판하는 것은 아닌지, 1~2년 사이에 당장 가시적 효과가 없다고 비판하는 것은 근시안적이라든지, 오히려 고용노동부와 공단은 산재 예방을 새로이 접근해보려고 하나 행정력이 부족해서 그 효과가 잘 안 나오고 있는 것으로 보이니, 예산과 사람을 더 투여하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산재보험이 집계하는 건설노동자 추계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건설업에서 산재 사고사망률이 증가한 것 자체가 착시라는 주장도 있다.

건설노동자 사고사망자의 절대 숫자가 감소한 것은 분명 환영할만한 일이나, 위와 같은 주장들이 근거를 가지려면, 계속 강조하는 대로 시스템 비계 설치 독려와 패트롤 중심의 안전공단, 고용노동부 산재예방 사업이 어떤 점에서 효과를 거두고 있고, 어떤 점에서 부족한지 진지한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 당장 현재의 전략을 바꾸거나, 유지해야 한다는 단편적인 '싸움'이 아니라, 제대로 된 분석과 평가, 토론이 필요하다.

산업구조 변화에 따른 사망자 감소

전체적으로 산재사고사망이 감소하고 있는 것도 산재 사고 사망 예방 정책에 힘입었다기보다, 산재율이 높은 업종이 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드는 것의 영향이 더 큰 것으로 보인다.

전체 사고사망률 평균보다 사고사망 만인율이 낮은 업종의 비중(기타의 사업, 기타, 전기·가스·수도업의 합)은 2017년 56.2%, 2018년 57.7%, 2019년 59.7%로 계속 높아졌다. 산재예방정책이나 안전조치 등이 특별히 달라지는 게 없어도 산업구조 변화만으로도 산재 사망사고는 줄어드는 게 자연스러운 것이다.

산업별 사망 만인율의 변화를 보면 사망률이 높은 임업과 광업, 건설업에서는 사망률이 오히려 증가했다. 운수·창고·통신업에서 사망 만인율이 가장 크게 감소했고, 원래 사망 만인율이 낮은 편이던 기타의 사업에서도 사망 만인율이 0.03명(1만명 당) 감소한 것을 제외하면 제조업을 비롯한 나머지 산업에서 사망률은 큰 변화가 없다.

특별한 노력 없이 2018년의 산재사고 사망률이 그대로 유지된다 하더라도 2019년에는 사망자 수가 893명으로 총 78명 감소했을 것이다. 일종의 자연감소분이다. 그러나 2019년 실제 사고사망자 수는 855명이므로, 추가 감소 사망자 수는 38명이다.

노동부는 2018년과 비교했을 때 사고사망자 수가 116명이나 줄어든 것은 성과라고 말하고 있지만, 이 116명의 사고사망자 감소 중 사망사고 발생 위험이 낮은 산업 비중이 높아지는 산업구조 변화로 인해 발생한 일종의 자연감소 사망자 수는 78명, 행정과 정책의 개입 등으로 인해 이보다 더 많이 추가된 사망자 수 감소분은 38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최근 3년간의 산재사고 사망자와 사망률 변화 역시 산업구조 변화에 따른 영향이 더 크고, 산업안전 실태가 개선되어 발생한 변화는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법이 있고, 체계가 있고, 행정 인력이 있는 나라라면 당연히 산업구조 변화에 따른 자연감소 이외의 사고 사망이 감소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산재 통계의 목표는 '일터를 안전'하게 하는 것
   

▲   정부는 산재 통계의 수치를 낮추는 것이 아니라 일터를 안전하고 건강하게 해야 한다.

우리의 목표는 산재 통계의 수치를 낮추는 것이 아니라 일터를 안전하고 건강하게 하는 것이다. 산재 예방 정책이 시기별로 목표로 삼는 산재사망률 혹은 재해발생률은 달성하지 못할 수도 있다.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보다 효율성, 이윤 등을 중시하는 관행이 쉽사리 달라지지 않을 것이고, 제대로 된 정책이 시행되더라도 효과가 나타나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경우 다양한 지표들을 활용한 분석을 통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이유를 분석하고 이에 따라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새로 수립해야 한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지만, 지속해야 할 정책 과제가 있다면, 이를 설득해야 한다.

노동부와 안전공단은 2018년부터 해 오고 있는 산재 예방 정책과 그 목표 지표에 대한 평가, 산재 사고 사망 감소를 위한 전략과 전술에 기반한 분석, 그리고 이에 따른 예방 정책에의 시사점을 제안해야 한다. 현장 패트롤, 시스템비계 도입과 같은 기술적인 접근 외에 원청 책임 강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건설현장 불법하도급 근절 등 '큰 얘기'를 계속 주장하는 건설노동자와 노동조합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이를 산재예방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노동부가 산재 발생 현황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져야, 산재 사망률도 줄어들고 일터도 조금 더 건강하고 안전해질 것이다.

<일터> 통권 197호 / 2020.07

 

[특집] 산재예방정책을 진단한다
1. 정책 목표에 기반한 '산재 발생 평가'가 필요하다 
2. 시스템을 구축하고 환경을 바꾸는 산재예방정책을 바라며 
3. 한국 산재예방정책이 나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다 

[지금 지역에서는] 

롯데백화점에서 범일동까지 

[일터 정신질환 짚어보기]

산재보험 취지에 부합하는 업무상 정신질환 판정을 요구한다 

[연구리포트] 

누가 노동자의 밤을 사는가? 

[동아시아 과로사 통신]

대만의 COVID-19 판데믹과 과로 

[A-Z까지 다양한 노동 이야기] 

활동지원사 노동자의 쉴 권리 보장을 위해 

[현장의 목소리] 

학교 비정규 여성 노동자, 외치다 "우리가 가는 길이 바로 여성 노동자의 길" 

[노동안전보건활동가에게 듣는다]

부딪히며 배우며 만들어간 안전보건활동 

[문화로 읽는 노동] 

그 노동자는 왜 복직투쟁에 나섰나-다큐영화 <그림자들의 섬> 

[직업환경의학 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스테인리스 식시 제조 노동자에게 왜 급성 진폐가 발생했는가? 

[유노무사 상담일기 더불어與]

손/손목 부위 근골격계질병, 손목결정종 

[노동자 건강상식]  

식품 알레르기 

[발칙 건강한 책방]

건강 불평등, 성인지적 관점에서 접근하기 

[이러쿵 저러쿵]

2020 올해의 현장 스케치 

[안전보건동향] 
[한노보연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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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 2020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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