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6.24] 월례토론 코로나 이후, 자본축적구조와 노동과정의 변화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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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03] 월례토론 야간노동 새벽배송의 위험과 개선방안

 

이 월례토론은 따로 발제문 없이 진행되었습니다. 

<일터> 일터 통권 196호 / 2020.06

[특집] 코로나19와 K-방역
1. 노동안전보건의 경계를 허무는 전장, 노동자성 인정
2. 법이 허용해온 노동권 사각지대, 특수고용노동자
3. 단결권 보장을 통해 만들어갈 노동권 사각지대의 노동운동

[지금 지역에서는] 

여전히 반복되는 사법기관의 솜방망이 처벌

[일터 정신질환 짚어보기]

업무상 정신질환 여부, 어떻게 결정되나

[연구리포트] 

한국 임금노동자의 장시간 노동과 자살 연구

[동아시아 과로사 통신]

코로나 재난과 공무원 과로사

[A-Z까지 다양한 노동 이야기] 

사회복지사는 왜 착하고 희생적이어야 하나요?

[현장의 목소리] 

집단 안질환에 대한 회사의 조치는 ‘작업용 고글’이 전무

[노동안전보건활동가에게 듣는다]

아프면 쉬고, 예방은 과도하게

[문화로 읽는 노동] 

자본주의 발전 시기 여성노동의 면면을 드러내다 : 영화 「영자의 전성시대」

[직업환경의학 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약정을 통해 배제할 수 없는 노동자 건강권

[유노무사 상담일기 더불어與]

직업성 정신질환 승인 후 업무 복귀 시 사업주 조치의 중요성

[노동자 건강상식]  

감염병과 백신 개발

[발칙 건강한 책방]

“변방의 자리에서 다른 세계를 상상하다”

[이러쿵 저러쿵]

노동자의벗, 산업안전보건법 세미나를 돌아보며

[안전보건동향] 
[한노보연 이모저모]

 

issuu.com/kilsh2003/docs/2020_6_-_

[직업환경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약정을 통해 배제할 수 없는 노동자 건강권 / 2020.06

[직업환경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약정을 통해 배제할 수 없는 노동자 건강권

 

 

박승권 / 후원회원 

 

 

사업장 환경안전 담당자에게 작업환경이나 작업 조건에 대한 건강상 위험을 조언할 때면 '걔네 받는 돈이 얼만데요~' 식의 답변을 듣는 경우가 가끔 있다. 

이는 나름 풍족한 급여 혹은 추가적 급여로 대우받는 노동자의 건강권에 대하여는 더 관대하게 대해도 괜찮다는 것, 느슨하게 보호하는 게 타당하다는 것처럼 들리곤 한다. 

그런데 일반인이나 심지어 노동자 본인마저도 비슷한 생각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렇다면 노동자의 건강권은 급여 혹은 기타 가치와 교환 가능할까?


건강을 교환할 수 있는가? 

'교환이 가능할 수 있다' 생각이 드는 것은 우리나라 민법이 계약자유의 원칙을 기초로 두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흔히 사인 간의 관계에서 '당사자 간 좋으면 그만'이라는 식의 사고에 빠지기 쉽다. 

아울러 위험, 생명 수당이라거나 최근 이슈가 되었던 폭염, 혹한 수당 등이 급여를 구성하는 항목임을 고려한다면 이러한 얘기가 더더욱 그럴듯하게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다소 잘못된 생각이다.

헌법에 모든 국민은 노동의 권리를 가지며 노동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정해져 있다. 헌법재판소는 '노동자의 건강권'에 대해 인간의 존엄과 가치의 기초가 되고 국가의 보호 의무가 인정되는 기본권이라고 판시했다.(2016헌바77)

많은 법학자들은 이러한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는 민법 103조(사회질서에 반하는 내용의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의 적용을 받는다고 본다.

정리하자면, 약정한 노동조건을 통해 헌법상의 권리로 인정되는 이른바 노동자의 건강권을 침해할 정도가 사회질서를 위배할 수 있는 수준일 때 그 법률행위는 '무효'가 되는 것이다.

반사회적 행위에 대한 민법 제103조의 '무효의 예'를 다소 극단적으로 상정해보면, 드라마나 영화에서 등장하는 '신체 포기각서'를 쓰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는데, 이것은 엄연히 사회의 올바를 풍속을 해치는 행위로서 사회질서에 반하기 때문에 '무효'(처음부터 효력을 인정하지 않기에 취소와 다른)인 것이다. 

그렇다면 사후 건강권, 쉽게 말해, 업무에 기인한 건강 문제가 발생한 후에 보상을 요구할 권리는 사전 고용계약으로 배제하는 것이 가능할까?



산재보험의 목적

이에 대한 설명은 더 간단하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노동자가 업무상 부상 또는 질병에 걸릴 경우 사용자가 요양비나 휴업급여 등을 부담해야 하는데 근로기준법은 강행법규라서 당사자 합의로 적용 배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즉, 사적자치를 기본권 보호를 위해 어느 정도 배제한다는 의미인데, 이는 퇴직금을 월급에 포함하거나 받지 않기로 맺은 약정이 무효인 이유와 비슷한 성격이다.

산재보험 목적 또한 그 맥락을 같이 한다. 흔히 산재보험의 목적을 노동력 훼손에 따른 손실 보상을 실현하는 것만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산재보험은 잘못을 따지지 않고 보장하는 사회보험이다. 

더군다나, 적용 대상 노동자 모두가 당연 가입되며 이들의 최소한의 생존권을 확보하기 위한 생활 보장적 성격이 점차 강해지는 것이 그 특징이므로 약정에 의해 배제하는 것이 당연히 불가능하다.


일할 환경에 대한 권리

헌법재판소 판결에 따른 헌법상 노동의 권리는 '일할 자리에 관한 권리'만이 아니라 '일할 환경에 관한 권리'도 함께 내포하고 있는데 이에는 건강한 작업환경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도 포함한다. 

또한 그 권리는 급여나 직급은 물론, 사업장의 규모, 업종 등에 상관없이 모두가 누려야 할 보편적이고 기본적인 권리이므로 그 수준에 차등을 둘 수 없다.

위험수당 등은 노동을 수행함에 있어 조건 자체가 일반적인 때보다 특수하다고 인정되어 관행적으로 지급되는 상여금의 한 종류일 뿐이다. 이러한 성격의 수당이 노동자의 기본권 보호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

'팍타 순트 쎄르반다(Pacta sunt servanda)'라는 매우 유명한 로마법 법언은 '맺은 약속은 지켜야 한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자의 건강권을 침해할 수 있는 약속은 서면이건, 구두건, 묵시적 합의건 그 절차를 불문하고 애초에 약속의 대상 자체가 될 수 없으므로 약속을 지킬 수 없다.

[문화로 읽는 노동] 자본주의 발전 시기 여성노동의 면면을 드러내다: 영화 「영자의 전성시대」/ 2020.06

 

[문화로 읽는 노동] 

 

 

자본주의 발전 시기 여성노동의 면면을 드러내다: 영화 「영자의 전성시대」

 

 

김대호 / 회원 

 

30~40대의 경우 제목은 들어봤지만 못 본 사람들이 많을 것이고, 20대의 경우 제목도 들어본 적이 없었을 것이다. 혹여 제목을 들어본 사람은 1990년대 SBS에서 방송했던 예능 프로그램의 한 코너에서 개그맨 이영자와 홍진경이 버스 안내양으로 나와 그 시절 잘나간다는 연예인들을 버스 승객(게스트)으로 맞아 웃음을 주는 프로그램으로 알고 있는데, 이 프로그램의 기원은 소설이 원작인 영화 <영자의 전성시대>이다.


영자의 수난시대
      

영화 <영자의 전성시대>에서는 그 시대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청춘남녀가 주인공이다. 동생들의 학비와 가족의 생활비를 벌기 위해 시골에서 상경하여 청계천 철공소 사장의 집에서 가사도우미로 일을 하는 영자(배우 염복순)와 청계천 철공소에서 견습공으로 일을 시작한 창수(배우 송재호)가 어떻게 만났는지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두 사람은 창수가 철공소 사장의 심부름으로 사장의 부인에게 돈 봉투를 전달하기 위해 집에 들르게 됐다가, 거기서 가사도우미로 일하는 영자를 처음 만나면서 사랑이 시작된다.
      
제목은 <영자의 전성시대>지만, 첫 장면을 제외하고 영화는 끝날 때까지 제목과는 반대로 '영자의 수난시대'가 시작된다. 교제를 시작하자마자 창수는 군에 입대하고, 홀로 남은 영자는 철공소 사장의 아들에게 성폭행을 당하지만, 오히려 영자는 사장 부인이 준 얇은 돈 봉투를 받고 쫓겨난다.

그 뒤로 영자는 여인숙에서 살면서 봉제공장에서 힘들게 일을 하는데, 적은 월급으로는 생활비가 감당이 되지 않아 룸메이트 언니의 추천으로 술집에서 접대 일을 시작한다. 접대 일 역시 쉽게 적응되지 않아 당시 '버스 안내양'으로 불렀던 버스 차장 일을 시작하지만, 많은 승객을 태운 버스 출입문에 매달린 채로 달리다가 떨어져 오른팔이 잘리는 산재사고를 당한다.
   
사고성 재해라 산재승인 절차가 간단했는지 산재보상금 30만 원을 받는데, 미장원을 차리자는 룸메이트 언니의 이야기를 뿌리치고 동생들의 학비와 가족의 생활비로 30만 원 전액을 엄마에게 보낸다. 더는 희망이 없다고 느끼면서 자살을 시도하다가 마지막으로 영자의 눈에 들어온 것이 성매매였고, 오른쪽 팔이 없는 상태에서 다른 일을 할 수도 없어 성매매 여성으로 살아가게 된다.

군 복무를 하던 중 영자와 연락이 끊긴 상태로 제대를 한 창수는 목욕탕 보일러실을 거처로 삼아 목욕탕 세신사로 일을 하는데, 영자가 성매매한다는 소식을 듣고 영자를 찾아간다. 양복점을 차리는 게 꿈이었던 창수는 목욕탕에서 일하면서 틈틈이 영자를 도와주게 되고, 영자의 몸에 꼭 맞는 의수까지 만들어준다.

성매매 일을 힘들어하던 영자를 설득해 일을 그만두게 하고 목욕탕 보일러실에서 같이 살아가다가 꼰대 목욕탕 보일러공(배우 최불암)의 간섭에 낙심하여 영자는 다시 창수 곁을 떠난다.

몇 년이 흘러 창수는 양복점이 아닌 세탁소를 운영하면서 살다가 영자를 봤다는 친구 말에 영자를 찾아가는데, 영자는 어느 도시 변두리에서 불편한 다리로 오토바이로 짐을 나르던 남편(배우 이순재)과 함께 아이를 키우면서 행복하게 살고 있었고, 창수는 그런 모습을 보고 영자를 다시 떠난다.

여기까지가 <영자의 전성시대>의 줄거리다. 영화의 결말은 영자의 남편과 전 남친이었던 창수가 넓은 도로에서 같이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는 희망적인 장면이다. 하지만 원작 소설에서는 영자가 성매매했던 곳에서 화재가 발생하고, 시체로 발견되는 영자를 보면서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고 한다. 원작 소설은 그 시절 배우지 못했던 여성 노동자의 가장 끔찍한 결말을 보여주고 있다.
        

영화 < 영자의 전성시대 > 포스터

<영자의 전성시대>는 1975년 개봉 당시 서울에서만 36만 명이 관람하였던 최고의 흥행영화였다. 1970년대는 우리나라가 본격적으로 산업화를 진행하던 시기로 지방의 많은 젊은이가 서울로 상경하여 노동자로 살아가는데, 자본주의적 모순 역시 급격하게 나타났던 시기이다. 특히 일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았던 남성 노동자인 창수에 비해 여성이었던 영자는 가사도우미, 봉제공장 노동자, 버스 차장 외에 더 이상의 기회가 없었다.

이러한 여성 노동자들에 대한 사회 폭력이, 그리고 남성 노동자들의 폭력이 영자의 삶을 어떻게 나락으로 떨어지게 만들고 있었는지 영화는 리얼하게 보여준다. 45년 전의 영화이고, 시대가 많이 변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여성 노동자들에 대한 눈에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폭력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영화다.

<영자의 전성시대>는 영자와 창수의 이야기가 빠르게 전개되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다. 노동보건을 전공으로 하는 필자로서는 그 당시 철공소의 작업환경과 창수가 살았던 목욕탕 보일러실의 노동환경을 볼 수 있는 것이 흥미로웠고, 아직까지 현역으로 활동하는 배우 최불암과 이순재의 40대 모습을 볼 수 있는 것도 쏠쏠한 재미다.

물론 몇 가지 불편한 장면들도 있다. 창수가 영자를 처음 봤을 때 폭력적으로 들이대는 장면, 영자에게 꼰대처럼 훈계하는 장면, 성매매를 하던 영자를 때리는 장면, 성폭행 가해자인 철공소 사장과 영자가 성폭행 사건 이후 교제하는 장면 등은 꽤 불편하다.

하지만 <영자의 전성시대>는 자본주의 발전 단계에서 여성 노동자가 어떻게 희생되는지 그 과정을 리얼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여성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 이주 노동자 등 취약 노동자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이 시대에 다시 볼 가치가 있는 영화이다.

특히 소설 <영자의 전성시대> 결말은 주인공 딸의 비극적인 결말로 끝을 맺는 박경리의 소설인 <김약국의 딸들> 못지않게 리얼하다는 점에서 명작의 반열에 올릴 수 있는 작품이 아닐까? <영자의 전성시대>는 한국영상자료원 유튜브 채널에서 무료로 공개하고 있다.

[현장의 목소리] 집단 안질환에 대한 회사의 조치는 '작업용 고글'이 전무 / 2020.06

[현장의 목소리] 

 

 

집단 안질환에 대한 회사의 조치는 '작업용 고글'이 전무

 

 

이숙견 / 상임활동가 

 

 

연구소 상임활동을 하면서 여러 현장의 식당을 가 본 경험이 많았다. 주로 부산울산경남지역의 현장이었는데, 그중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의 식당은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맛이 좋았다. 하지만 당시에는 현대자동차 노동조합과 함께했던 노동강도 평가 사업이나 간부 교육 등으로 울산공장을 방문하였기에, 매일 3만 명이 넘는 노동자(많게는 4만~5만 명 이상)의 아침, 점심, 저녁을 책임져야 하는 식당 노동자의 작업환경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가지진 못하였다.

2020년 4월 22일, 금속노조 울산지부 현대그린푸드울산지회는 14명의 노동자에게 집단으로 발생한 안질환의 원인 규명과 노동조건 개선 요구와 함께 회사의 탄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하였다. 무엇이 14명의 노동자에게 집단적인 안질환을 발생시켰는지, 한 달이 지난 현재는 어떠한 상황인지를 알아보기 위해서 지난 5월 26일 금속노조 현대그린푸드울산지회를 방문하였다. 마침 노동조합 상집간부 회의로 지회장님과 다른 간부들도 만날 수 있었다.


집단적 안질환이 발생되기까지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은 22개의 식당이 운영되고 있으며 5개의 섹터로 관리되고 있다. 회사는 주)현대그린푸드로 현대백화점그룹의 계열사이다. 이번 안질환이 발생한 식당은 52공장 식당으로 지난 2월부터 3월에 걸쳐서 14명의 작업자가 각막 손상, 그로 인한 안구 건조증, 눈물 흘림, 비비면 멍이 드는 안질환으로 연·월차를 내고 자비로 안과 치료를 받아오다가 이러한 사실을 인지한 조합원이 노동조합에 제보하여 알려지게 되었다. 52공장 식당에서 집단 안질환이 발생한 원인은 무엇인지, 기자회견 이후 노동부의 원인 규명 조사는 어떠했는지 물었다.

"현대자동차에서 사용하는 식판은 폴리카보네이트를 원재료로 사용하는 플라스틱 식판이기에 깨끗하게 씻어도 식단의 종류에 따라 식판에 음식 얼룩이 남는 경우가 있어요. 실제 락스와 세제를 혼합하여 사용하지 못하지만, 52공장 식당은 식판 침지세척 과정에서 락스를 세제와 함께 사용하였고 식탁 청소 시에도 락스를 사용한 것으로 제보되었죠. 이 과정에서 발생한 유해가스로 인하여 집단 안질환이 발생한 것으로 보여요."

"노동조합에서는 14명이 집단발병하였기에 중대재해로 보고, 특별근로감독을 요청하였으나, 고용노동부는 근로감독관 1명을 파견하여 단독으로 피해자를 면담하는 등 형식적인 현장 조사를 했어요. 실제 현장 조사과정에서 노동조합은 연락을 받지 못해서 참여조차 하지 못했죠. 그러다 보니 안질환이 발생했던 당시 작업조건-환기 시설, 작업장 온도, 락스의 비율 등-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습니다. 결국, 노동부의 1차 조사에서 제대로 된 결과가 나오지 않았기에 노동조합은 노동부를 방문하여 항의 면담을 하였고, 노동부는 어쩔 수 없이 6월에 2차 역학조사를 하기로 한 상황이에요."

울산공장 식당에서 일하는 작업자는 약 830여 명이다. 8시간을 일하는 정규직 조리원이 340명이고, 단기 작업(4~6시간)자인 조리 보조원이 약 340명, 관리자인 조리사가 120여 명으로 구성되어있다. 현대그린푸드 울산지회는 2018년 8월 26일 창립하였고, 대부분 조합원은 정규직 조리원이다. 이번 안질환의 피해자는 대부분 비조합원으로 노동조합이 이번 사건에 대하여 대응을 하자 회사에서 탄압과 입막음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현대그린푸드 측은 그간 언론보도를 통해 압박, 회유 등 제기된 문제에 대해 "노초 측 주장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편집자 주) 노동조합이 제보를 받고 현장조사를 하자 회사는 어떠한 행동을 하였는지, 안질환 피해자 14명은 산재 신청을 했는지 물었다.

"회사는 노동조합이 이 사건에 대하여 문제를 제기하자마자 '노동조합에 이야기해서 일을 크게 만드냐?'며 제보자 색출에 들어갔고, '누가 물어보면 다른 말 하지 말고 마스크를 써서 그렇다'라는 답변 강요와 함께, 조합원을 1:1로 면담하여 근태복원과 치료비를 회사가 부담하겠다며 회유와 협박을 했어요. 그리고 현대자동차 환경보건팀이 득달같이 52공장을 방문하여 식판 등 잔류물 조사를 자체적으로 하여 잔류물이 없었다는 결과와 함께, 락스 희석농도 적절, 배기 닥터 정상작동, 에어컨 바람이 세서 환기가 안 된 상황에서 발생한 것이라며 노동부 울산지청에 보고했지요. 결국, 노동부의 1차 현장조사는 회사의 급박한 조치가 이루어진 상태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안타깝게도 피해자들이 대부분 비조합원이기에 회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회사의 1:1 면담, 관리자의 압박은 개별 노동자와 조합원에겐 큰 부담이었어요. 치료를 받았지만, 개인 근태로 처리하거나 자비로 부담하였기에 조합 차원에서 피해자의 협조가 없으면 근거자료를 확보하기가 어렵죠. 결국, 현재 산재 신청을 한 사람은 한 명도 없습니다." 
 

집단 안질환 발생 외 안전보건 의제

노동조합은 기자회견을 통하여 회사에 5가지의 요구안을 제시하였다. 첫 번째는 중대재해자 14명 전원의 산업재해처리와 인정, 두 번째는 식당에 사용 중인 저가형 세제 사용 중단과 식당 노동자와 현대차 조합원의 건강권을 고려한 친환경 세제 전면교체 및 애벌 세척기 도입, 세 번째는 식판 심지 세척과 식탁 청소 시 락스 사용을 전면 금지하고 에탄올 대체 요구, 넷째는 환경호르몬 논란이 되는 플라스틱 식판을 스테인리스 식판(STSS304)으로 교체, 마지막으로 그동안 장시간에 걸쳐 유독가스에 노출된 작업자들에게 특수건강검진 실시와 노조가 추천한 전문위원이 포함된 공동조사와 긴급 노사협의회 개최이다. 기자회견 이후 현장은 얼마나 달라졌는지, 이번 안질환 이외의 노동자 건강권 문제는 무엇이 있는지 물었다.
 
"노동부의 1차 조사 결과에서도 뚜렷하게 회사의 문제점으로 확인된 내용이 없기에 눈에 보이게 달라진 것은 없어요. 락스 비율 정도를 고려하거나 환기 시설을 개선한 정도이며, 실제 노동조합이 요구한 내용은 대부분 개선되지 못하고 있어요. 오히려 예전보다 더 힘든 상황이 회사가 작업자의 눈을 보호한다며 '작업용 고글'을 착용하라고 지시했죠. 코로나 19 바이러스로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도 힘겨운데 고글까지 착용하기 때문에 더욱 작업자들이 힘들게 작업을 해야 해요. 모두가 다 뜨거운 불 앞이고, 조식 1000명, 중식 2200명의 식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마스크도 해야 하고, 앞치마도 입어야 하며, 여기에 고글까지 끼면 엄청나게 습기가 차요. 특히 식당은 고열작업이 많고 세척과정에서도 더운물을 많이 사용하기에 고글착용 시 김이 서려서 앞이 보이지 않게 되요. 이 때문에 사고 발생의 위험을 더욱 높이는 조치라고 생각해요. 회사의 이러한 일방적인 조치는 작업자의 고충이나 노동조합의 요구를 전면 무시한 행위인 거죠."

"급식노동 자체의 작업환경으로 화상, 피부질환, 호흡기질환 등에 늘 노출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반복 작업, 중량물 작업도 많기에 근골격계질환자도 많아요. 3만 명 이상의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의 배식을 하기에 감정노동에도 많이 노출됩니다. 특히 주간 연속 2교대제에 맞춰서 음식을 제공하기 때문에 교대작업으로 인한 수면장애와 스트레스가 심각해요. 오전반은 4시에 출근하기 때문에 새벽 3시에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해야 합니다. 지속적인 교대근무로 오전반 근무가 되면 불안해서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실제 뇌심혈관계 질환도 많이 발생하고요."

노동조합 결성 이후 안전보건 과제

현대그린푸드 노동자의 평균 근속연수는 15년 이상이며, 대부분 조합원의 평균 근속연수는 20년이 넘는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2018년에 최저임금이 10.8% 인상되면서 임금인상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하지만 회사는 아무런 설명 없이 임금피크제와 격월 지급이던 상여금 600%를 매달 지급으로 바꾸는 내용에 대한 개별 동의서를 받았다. 결국, 상여금은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되어 임금은 동결되었고, 주 52시간 상한제 도입으로 겉으로는 노동시간이 단축되었으나 실제 작업량과 인원은 그대로였기에 현장의 노동강도는 엄청나게 높아지게 되었다. 결국, 2018년 8월 현대그린푸드 울산지회가 창립하였다. 노동조합이 만들어지게 되면서 현장의 달라진 점은 무엇인지, 앞으로의 노동조합의 계획은 뭔지 물었다.

"노동조합이 만들어지기 전에는 아파도 산재로 나가지 못했어요. 회사 때문에 눈치도 많이 보고, 함께 일하는 동료에게 부담이 될까봐 참고 일했죠. 하지만 노조가 만들어지니깐 산재로 나가는 것이 조금 수월해졌어요. 아프면 아프다고 말할 수 있고, 노조를 통해서 산재 인정과정에서 도움도 받을 수 있어요. 하지만 산재로 나가면 비는 인원에 대하여 4시간 임시 가사보조원이 충원되는데 4시간만 보조가 되기 때문에 실제로 많은 도움이 되지 못해서 여전히 동료들의 힘들까봐 부담이 되죠."

"6월에 있을 2차 현장 조사에 최선을 다해서 임하고 싶어요. 원인을 제대로 규명하여, 노동조합이 요구한 요구가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조합원의 작업환경을 고려한 맞춤형 건강검진 실시와 안정적인 산보위 운영, 작업장내 민주적인 조직문화를 위한 개선 노력도 필요합니다. 특히, 대부분 조합원은 여성노동자이고, 22개 식당 관리자는 남성 조리사로 구성되어있기에 오랫동안 위계적인 구조로 인한 비민주적인 조직문화가 지속하여 왔어요. 최근에 회사가 노동조합을 와해시키기 위해서 1기 노조 간부 모두를 전환배치 하는 등 일터괴롭힘도 심한 상황이에요."

주식회사 현대그린푸드는 푸드서비스사업(급식사업)뿐 아니라 외식사업, 리테일사업, 식자재유통사업, 해외사업, 건강식 사업 등의 다양한 식품 관련 사업을 펼치고 있는 국내 대표적인 식품회사이다. 그렇기에 2019년 연간 매출액은 3조 1243억 원이고, 영업이익은 899억 원, 당기순이익은 639억 원으로, 연말 기준 자산총계 2조 9666억 원 규모(출처 : 다음 백과)의 회사다. 하지만 회사가 이렇게 확장하기까지 현대그린푸드 노동자의 노력과 희생에 대한 인정과 보상은 찾을 수 없다.

오히려 최저임금 인상을 적용하지 않기 위해 꼼수를 부렸고, 이러한 과정에서 참지 못하고 노동조합을 만들자 간부들을 전환배치했다. 심지어 집단 안질환 발생으로 작업환경 개선을 요구하자 개별 작업자를 압박하여 노동조합의 요구를 배제하고 있다. 여기에 노동부는 회사의 입장만을 반영한 채 현장 조사를 하였으며, 노동조합의 집단 항의 면담을 진행하자 겨우 2차 현장 조사를 하겠다고 한다. 이러한 문제가 현대그린푸드 울산지회만의 문제일까?

"우리는 임직원의 보람과 행복을 중시한다. 우리는 모든 임직원을 회사의 가장 소중한 자산으로 여기고, 개개인의 인간적 존엄성을 존중하며 각자의 자질과 능력에 따라 공평한 기회를 제공하고 정당한 평가를 통해 보상받을 수 있는 조직문화의 조성을 통해 개인의 꿈과 미래가 보장되는 자랑스러운 일터가 되도록 노력한다."(출처: 주식회사 현대그린푸드 홈페이지)라고 명시한 임직원은 과연 누구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1년 동안 식사 제공 수 2억 끼, 운영영업장 수 570개, 직원 9700명을 거느린 주식회사 현대그린푸드는 국내 식품 산업을 선도하는 기업답게 노동자에게 정당한 보상과 안전하고 건강한 노동환경을 유지 증진하고 노동자의 인간적 존엄성을 존중하는 사업주의 책임과 의무를 제대로 해야 한다.

[노동안전보건 할동가에게 듣는다] 아프면 쉬고, 예방은 과도하게 / 2020.06

[노동안전보건 할동가에게 듣는다] 

 

 

아프면 쉬고, 예방은 과도하게

 

 

최민 / 상임활동가 

 

 

한국에서 코로나19 첫 번째 확진자가 나온 것이 1월 20일. 5월 31일까지 133일, 벌써 4달이 넘는 시간이다. 2015년 메르스 때 첫 확진자 발생부터 신환자가 0명이 될 때까지 44일 걸렸던 것에 비하면 정말 긴 시간이다. 그나마 한국은 유럽이나 미국에 비하면 지금까지는 매우 안정적으로 이 새로운 감염병을 견뎌내고 있다.

K-방역의 우수성도 있겠지만, 사회구성원이 직접 접촉을 덜 할 수 있도록 대신해주는 많은 노동자, 우리가 만나고 생활하는 곳곳을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구석구석 소독하는 노동자들 덕에 우리의 일상이 유지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렇게 '대신' 해주던 콜센터노동자, 택배 노동자들이 과로사로, 연쇄 감염으로 건강을 잃은 뒤에야 이런 논의에 등장한다는 것이 함정이지만 말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노동자와 시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노동조합, 노동안전보건활동가들이 있다.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 한창운 노안국장을 만나 코로나 시기 노동조합의 대응을 들었다.



코로나19 감염위험 대응 과정

한창운 국장은 메르스 때는 노동조합 전임 활동가가 아니었다. 사실 현장에서는 메르스가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를 정도였다. 1월에 코로나가 처음 시작되었을 때만 해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노동조합이나 교통공사 모두 마찬가지였다. 2월에 감염병 예방 단계가 '경계'로 상승하면서, 공사에서 먼저 대책팀을 꾸리고 노조와도 협의를 시작했다.

"서울교통공사가 빨리 대처했고, 잘했다고 국제적으로도 칭찬을 많이 받고 있어요. 메르스 때 감염병 유행에 대비한 매뉴얼을 가지고 있었고, 거기에 준해서 준비를 할 수 있었거든요. 기존 시스템이 있었으니까, 빠르게 대처할 수 있었던 거죠. 노조에서도 2018년 말경부터 법정 감염병과 관련된 대책을 세우자는 얘기를 하고 있었어요. A형간염 등 법정 감염병이 있는데, 이 사람들의 공간 사용이나 치료비 등을 회사에서 보장해야 한다고 제기하고 있었습니다. 그때는 공사에서 심각하지 않게 받아들여서 의결하지는 못하고, 2019년에 의논만 좀 하다가 잊혔는데, 1년 뒤에 코로나가 터진 거죠."

"코로나 관련해서 첫 번째 대응이 코로나 관련 위험 국가로 지정된 7개 아시아 국가 방문자에 대해서는 유급 공가를 준다는 대책이었습니다. 처음 제안했을 때는, 악용하는 사람이 나오느니 마느니 하다가, 결국 악용 사례를 걱정하는 것보다는 예방이 중요하다는 걸 노사가 공감하게 된 거죠."

"공가는 병가와는 달리 '공적인 이유로 사용하게 되는 휴가'예요. 확진되고 나면 병가를 쓰면 되죠. 그런데 이건 확진되기 전에, 의심스러운 사람은 일터에 안 나오게 해서 질병 전파를 막자는 것이니, 따로 유급으로 휴가를 보장하는 것이 바르다고 봤어요. 한두 건 악용했을 수도 있지만, 공공기관에서 확진자가 없었다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습니다. 사실 지하철에서 확진자 나와서 사업장 폐쇄하면 어떻게 되겠어요? 조합원들 자신도 많이 조심했죠. 심각 단계에서는 부고 소식 알리면서도, 장례식장 오지 말라 공지하기도 하고요."

 

▲   코로나19 감염예방을 위해 지하철 내부를 소독 중이다. 시민과 노동자 모두의 안전을 위한 방역조치는 필수적이다. 나아가 이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감염되지 않게 충분한 안전보건조치를 취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고위험군에 대한 예방적인 유급 공가 보장

감염 고위험군에 대한 예방적인 유급 공가 보장은 코로나19 감염병 진행 단계에 따라 유연하게 적용되었다. 2월 말, 대구·경북 지역에서 감염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났을 때는, 대구·경북 지역 다녀온 사람이나 그 지역민과 접촉한 경우는 유급 공가를 보장했다.

3월 말 이후, 국내 확진자가 감소하고, 해외에서 유입되는 인구가 늘어나면서부터는 유학생 등 해외 거주 자녀가 들어온 경우, 무조건 유급 공가를 보장해줬다. 이를 통해 조합원 중 확진자가 없었다는 점이 성공한 것이라고 본다. 대구·경북에 다녀오기만 한 사람도 공가를 주면서, 아프면 쉬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게 각인된 것이, 코로나를 겪으면서 크게 달라진 점 중 하나다. 다만, 이런 대응이 개별 단위사업장만으로 적용된 것은 아쉽다.

"대응이 정부 수준에서 이루어졌어야 하지 않나 싶어요. 의심자 혹은 감염이 걱정되는 사람에게는 유급휴가를 보장하라고 정부가 똑똑히 말해줬어야죠. 나라에서 지정한 감염병이니까, 국가에서 보장해야죠. 고용노동부의 처음 대응 지침에서도 공가 사용은 '확진자'만 쓰라고 했거든요. 그런데 확진되기 전에, 걱정되거나 의심될 때부터 마음 놓고 안 나올 수 있어야죠. 무급이었으면 나오는 사람들 분명 있었을 거예요. 기침을 뭐 여덟 시간 내내 하는 건 아니니까, 참을 수 있다면서 나올 거고, 쉬라고 해도, 들어가라고 해도 버틸 사람들이 있죠. 월급이 깎여버리면요. 처음에 지하철 중에서도 이런 공가 지급 원칙이 어디는 적용되고, 어디는 적용이 안 됐다가 이제 보편적으로 적용되게 되었습니다. 노동조합들끼리 하는 궤도 노동안전위원회가 있으니까 거기서 우리가 시작한 공가 사용지침을 공유하면서, 부산지하철, 철도 등 다른 데들도 적용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공사만 보면 '아프면 쉬어라' 이게 화두입니다. 우리는 병가 사용이 그렇게 빡빡한 곳이 아니었는데도, '감기 걸려서 쉰다' 하면, '야, 그런 거 가지고 안 나오냐' 하는 분위기가 있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조금만 열이 나도, 기침 조금만 해도 쉬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됐죠. 출근해도 소속장이 바로 들여보내고 있거든요. 그런 게 사회가 변하는 큰 흐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동안에는 '아프면 쉬는 것'이 자기 권리라고 생각하지 못하는 조합원들도 많았는데, 앞으로는 이런 인식은 확실히 자리 잡힐 거로 생각해요."

교통공사에서 선제적으로 예방 차원의 공가를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은 노동자들의 감염 예방이 곧바로 시민들의 안전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서울시에서는 코로나19 신규 환자가 급증하던 2월 말, 코로나19 감염병 위기경보가 '경계' 단계로 격상되자, 지하철 역사와 전동차 방역 소독을 크게 강화했다. 원래 주 1회 실시하던 지하철 역사 내부 방역을 주 2회로, 화장실 방역은 일 1회에서 2회로, 일회용 교통카드 세척은 5일 1회에서 1일 1회로 늘렸다. 전동차 내 방역소독을 회차 때마다 매번 실시하고, 주 2회 실시하던 의자 옆 안전봉과 객실 내 분무 소독도 회차 때마다 실시하는 것으로 늘렸다.

시민들은 안전해졌지만, 노동 강도는 높아진다. 노동자들에게 보호구와 보호복은 제대로 지급되는지, 늘어난 방역과 관련된 위험은 잘 예방되고 있는지도 문제가 된다. 하지만 청소와 방역은 교통공사 노동자가 직접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교통공사 노동조합에서 직접 챙기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원청의 안전보건관리 책임 강화가 필요

"청소나 방역은 자회사에서 하거든요. 방역 강화하면서 일이 2~3배는 늘었을 겁니다. 보호구라도 더 주라고 공사에 여러 차례 말은 했어요. 언론에 비치는 건 세계적으로 대단한 K-방역이라지만, 그 이면에는 노동자들이 노동 강도 증가나 감염 노출, 보호구 적기 지급 문제 등 여러 가지 문제도 있었죠. 회사에 이런 것들을 제기했습니다. 회사에서는 자회사라서 직접적으로 개입하면 안 된다는 핑계를 대지요. 자회사 담당자 만나서 얘기를 해보기도 하고, 교통공사와 하는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자리를 통해서도 청소노동자 보호 대책 마련해야 한다는 당부를 했습니다."

"소독 등에 독성물질 포함될 수 있으니, 이점 유의해야 한다는 것과 제대로 된 보호구 지급 등이었어요. 보안경도 줘야 하고, 마스크도 보건용 마스크를 주고, 방진복도 필요하면 지급해야 하고요. 그런데 현장에서 봐도 덴탈 마스크 쓰고 작업하는 경우가 많고, 라텍스 장갑도 안 쓰시기도 하더라고요. 보안경은 정말 쓴 사람을 못 본 것 같고요. 역에서 일하는 우리 조합원들은, 한참 마스크 품귀일 때도 이틀에 한 번씩은 마스크를 지급받았거든요. 공사에서도 마스크 확보에 공을 들였고요. 코로나 사태에서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보호를 다르게 받고 있다는 것이 사실입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보호를 덜 받고 있죠."

2018년 김용균 노동자 사망과 이어진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이후 원청의 안전보건 관련 책임이 강조되고 있지만, 아직 현실에서 제대로 작동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2019년부터는 공공기관 안전관리에 관한 지침을 통해, 원청과 하청 노사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안전근로협의체'를 운영하도록 하고 있지만, 현재는 심의, 의결권도 없어 심도 있는 논의가 되지 않고 있다. 교통공사의 시설물과 역사를 방역하는 것인데도 예산을 직접 추가 지급하는 것을 공사는 꺼리게 된다. 절차상의 문제도 있고, 고용상의 책임 문제로 돌아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의 책임 있는 안전관리가 가능하게 되려면 구조적인 변화가 수반돼야 한다.

"안전근로협의체 준비할 때 공사 담당자에게 청소 노동자 보호구 등 문제를 제기하니, 우리 예산을 줄 수도 없고 애매하다고 변명하더라고요. 결국은 예산 문제로 귀결되는데, 현재는 예산 전용 등 여러 문제가 남게 됩니다. 안전근로협의체가 법적 구속력이 좀 더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원청에서 모든 책임을 제대로 질 수 있게 만들어야죠.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에 원청의 책임이 강조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관념적, 형식적으로만 선포됐을 뿐이라고 봐요. 실질적으로 예산 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원청 노동조합인데도 '자회사에 잘하라고 권고하라'는 정도의 얘기밖에 못 한다는 게 답답하죠."

공공기관 감염병 종합예방대책 수립이 시급하다

이런 문제점을 포괄적으로 담을 수 있는 공공기관 감염병 종합예방대책을 만드는 게 남은 숙제라고 생각한다.
 
"마스크 수급이 나아졌다고는 해도, 우리 사업장에서도 보호구가 여전히 문제이긴 하거든요. 식약처에서 마스크 물량을 의료, 방역, 안전, 국방, 교육, 안전 등 정책적 목적으로 배치하고 있는데, 여기에 철도나 도시철도 사업이 빠져 있어요. 그뿐만 아니라 버스 등 대중교통 단위를 포함해야죠. 우체국도 마스크를 보장받지 못해서, 식약처에 가서 따지고 투쟁했다고 하더라고요."

"이런 것들 포함해서, 포괄적인 감염병 종합대책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의료기관은 기본이고, 다양한 공공기관의 대응도 체계적인 정비가 필요한 것 같아요. 의료 노동자에 대해서 이제야 정비한다고 하는데 청소 노동자에 대한 대책이 있을까에 대해 의문이 들어요. 서울교통공사만 보면, 지하철 이용하면서 전파가 없고, 종사자 중 확진자가 없는 제일 큰 공은 청소노동자인데, 실질적으로 보호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거든요. 또 이번 과정에서 철도, 지하철 수입이 많이 줄었거든요. 적자가 커지는 건 사실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안전예산이 줄어들거나 그런 방향으로 튀지 않도록 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이런 건 정부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죠."
 
이번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가장 큰 원칙으로 삼았던 것이 무엇인지 물었다.

"코로나19에 약간은 과도하게 대하고 있기도 한 것 같아요. 그런데 그게 예방적인 거죠. 예방은 약간 과한 게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동안 우리가 말로는 항상 예방을 과하게 하자고 했지만, 지키기가 쉽지 않았거든요. 그게 감염병에 관해서는 지켜졌던 거죠. 예방은 그렇게 해야 한다는 점을 배웠다고 생각합니다."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이 코로나19에 대응하면서 배운, 아프면 쉬는 게 기본적인 권리라는 사실, 예방은 과도하게 하는 게 맞는다는 경험, 여전히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다르게 보호받고 있다는 깨달음을 놓치지 않고, 노동안전보건활동을 이어가기를 응원한다.

 

[A-Z 다양한 노동이야기] 사회복지사는 왜 착하고 희생적이어야 하나요? / 2020.06

[A-Z 다양한 노동이야기] 

 

 

사회복지사는 왜 착하고 희생적이어야 하나요?

 

 

정경희 / 선전위원 

 

"뭔데? 지는 얼마나 잘났다고, 처음부터 다 알았나? 환자 앞에서 우릴 그렇게 무안 주면, 지가 올라가는가 보지?" 

실습 일과를 마친 후 동기들과 수다가 없었다면 버티기 어려웠을 시절. 젊은 시절이 좋았어도 되돌아가고 싶지 않은 빛바랜 시간들이 새삼스레 떠올랐다. 

사회복지학과 실습을 마치고 지금은 휴학 중인 소나기님을 지난달 13일 안양역 근처 카페에서 만나 그가 겪은 생생한 실습 이야기를 들었다.


장애인 복지관에서 실습을 시작한 이유 
 

사회복지학과 실습은 보통 3학년 1학기를 마치고 여름방학 때 많이 하는데, 사회복지사 자격증에 필요한 160시간, 4주를 기본으로 한다. 
대략 3~4월에 실습하고 싶은 곳을 서너 군데 정해두고 자기소개서와 프로파일을 작성하고, 그 후엔 4월부터 6월 사이에 사회복지 실습이 인정되는 각 기관이나 단체에서 실습생 모집 공고가 올라오면 지원한다. 

소나기님은 장애인복지관에서 실습을 했다. 사회복지사가 되려는 이유와 장애인복지관을 실습 장소로 선택한 까닭은 무엇이었을까?

"봉사활동 중에 누군가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서, 사회복지사의 꿈을 키우게 되었어요. 고등학교 때 장애아동 방과 후 프로그램에 자원봉사자로 활동을 했었는데요. 가끔이었지만 공원에 산책을 나갈 때면 먼저 와있던 부모들은 장애 아동을 보고 같이 못 놀게 하거나 비장애 아동을 데리고 공원을 나가시더라고요. 

그때부터 지역사회에서 장애아동들이 받는 편견과 차별들이 하나씩 눈에 보이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장애인이 지역사회에 스며들 수 있는 방법을 계속 고민했고, 실습해 장애인 복지 분야를 조금 더 알아보고 싶었어요."

"복지관의 직원 출근 시간은 8시 50분부터 오후 6시까지이고, 실습생은 8시 40분부터 오후 6시까지였어요. 그런데 오후 5시 50분경 팀장님과 마무리 모임하면, 정시에 마치는 날이 거의 없었어요. 저녁 7~8시까지도 있었던 것 같아요. 일과의 시작과 마무리는 팀장님 조회에요. 팀장님께서 실습생이 다 왔는지 확인 후 오늘, 내일의 업무를 설명해주십니다. 

그다음엔 사회복지 사무실로 올라가 한가운데 일자로 쭉 서서 매일 다른 멘트로 아침저녁 인사를 해요. 예를 들면, '안녕하십니까. OOO 실습생 인사드리겠습니다' 구호를 외친 후 '활기찬 O요일 되십시오'라 하고, 끝날 때는 아침과 똑같이 구호를 외치고 '오늘도 열심히 배웠습니다'라고 합니다. 

매일 다른 멘트를 생각해야 했고, 얼마나 창의적이고도 인상적인 인사를 하는지 항상 팀장님이 확인하셨기 때문에 실습생의 중요한 업무 중 하나였어요. 인사 시간만 다가오면 다들 불만이 많았지만, 전통이었기에 따를 수밖에 없었어요. 실습 2주 동안은 방과 후 프로그램을 돕는 역할을 했어요. 프로그램 특성상 점심 보조를 했는데, 그동안 점심을 빨리 먹어야 해서 먹는 둥 마는 둥 할 수밖에 없었죠."

보통 4주간 실습 중 첫 주는 대부분 교육, 2주 차부터는 기관마다 다른데 실습 간 복지관에서는 해마다 방학프로그램 부담임으로 배치해왔다고 한다. 

마지막 주는 관장, 팀장 면담이나 1주 차 교육을 계속 이어갔다. 실습프로그램을 마치고 어떠했는지 소회를 물었는데 시작 전부터 수퍼바이저의 고정관념과 편견 때문에, 세 번의 심리적 지진을 느꼈다고 한다.

"실습 일주일 전 실습 기관의 담당 수퍼바이저와 만나서, 실습 일정이나 필요한 과정에 대해 설명을 듣는 오리엔테이션이 있었어요. 실습생 10명 중 여자가 7명 나머지는 남자였어요. 

실습 일정에는 1박 2일의 대규모 캠프가 있었는데, 실습생 2명은 복지관에 남아야 하고, 남자는 무조건 캠프를 가야 한다고 했어요. 선택권 없이 여자 실습생만 남을 수 있다는 말이 충격적이었어요. 그러나 첫 만남이라 어떤 말씀도 드릴 수 없었죠."

"반팔 티셔츠는 되도록 입지 말고 전문직처럼 보이게 남자는 카라티, 여자는 블라우스를 입으라며, 옷차림에 대해 한 명씩 일일이 지적하는 것을 보고 두 번째 지진을 느꼈어요. 그리고 자기소개서를 보시더니 갑자기 제 이름을 부르셨어요. OOO! 학생회 했네! 콕 집어 질문 없냐고 해서 복장규제와 캠프참여를 정함에 남녀차별에 대해 질문했고, 무거운 것은 남자가 들어야 한다는 고정된 성 역할을 이해시키려고 계속 말씀하시더라고요. 

말이 길어져서 더 이상의 질문은 하지 않았는데, 마지막에 학생회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제가 이런 질문 할 것을 예상했고, 이해시키기 위해 일부러 지목했다 하시더군요. '실습 그만두겠는데?'라고도 하셨어요. 제 마음에는 세 번째로 지진이 일었어요." 

"항상 수퍼바이저 손바닥 위에 있는 느낌" 

시작 전부터 받은 충격으로 실습을 꼭 해야 하는지 회의감이 들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실제 진행한 실습내용이 본인에게 도움이 되었는지 물었다.

"실습 기간 동안 이용인에게 다가가는 방법, 복지관의 역할 등 정말 많은 사회복지 지식들을 배웠어요. 하지만 협력이 이루어질 수 있는 팀별 과제라든가, 프로그램을 만들어 진행해보는 과정들이 없었고, 실습생은 활동에 참여하면서 사회복지업무를 어깨너머 봐야 했어요. 이미 짜인 프로그램에 실습생이 투입돼서 보조하는 역할이었기에 배웠다기보다는 봉사활동을 한 느낌이었어요."

일반적으로 실습비를 개인이 실습 기관에 8~10만 원을 직접 지불하지만, 실습 기관에 따라 예외적으로 실습비를 받는 경우도 있다. 당시 실습비의 대부분은 식사비나 회식비로 사용하고 나머지는 기관으로 들어갔다고 한다. 

기관에선 실습생에게 되돌아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한편, 실습 평가점수는 실습 기관의 수퍼바이저에 의해 좌우된다고 한다. 그래서 수퍼바이저의 권력은 실습생들에게 절대적일 수밖에 없다.

"수퍼바이저가 실습생들의 개인 평가점수를 학교에 제출하게 돼 있어요. 실습 도중에 실수했거나 OT에서 했던 질문 같은 것으로 밉보이면 수퍼바이저는 맘대로 점수를 깎으면 그만이잖아요. 

그런데 실습생에게는 '이 점수가 취업까지 연결된다', '지금 네가 하는 행동은 미래에 네게 돌아간다'라는 메시지가 강해요. 그래서 실습생은 항상 수퍼바이저의 손바닥 위에 있어야만 했어요. 굴욕적인 일을 겪어도 참아야 했고, 회식 자리는 실습의 연장이 돼서 항상 필수로 참석해야 했어요."

이어서 들려준 1박 2일 캠프에서 이야기는 '실습생을 부려먹었다'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을 것 같다. 프로그램 전반에 대한 진행, 고깃집에서 서빙, 수영장 안전요원, 늦은 시간까지 회식이 비용을 지불하고 경험하는 실습의 과정으로 보기에는 부적절해 보였다.

"매년 캠프를 가지만 이번에는 자원봉사자 인원이 부족했어요. 호텔 전체를 빌려 행사를 진행했는데, 각 부서 팀장님들과 실습생이 이리저리 뛰어다녀야만 했어요. 가기 전에 각각의 프로그램에 실습생을 미리 한 명씩 배치했는데, 실습생은 프로그램 준비 과정을 모르다 보니까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없었어요. 

사전 정보도 없이 시작된 터라 다들 우왕좌왕했어요. 낮에 체험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한 번도 안 해본 것을 설명해야 했고, 남자실습생은 워터슬라이드 안전요원을 하다가 다치기도 했어요. 그러고 나서 저녁 식사 시간에는 일손이 부족하다고 수영장 옆에서 진행하다 젖은 옷을 갈아입지도 못한 채, 식당으로 가야 했어요. 식사 준비를 돕고 서빙도 해야 했어요. 

같은 차를 타고 왔던 이용인이 불판을 바꾸고 자리를 안내하는 저를 보곤 실습생이 이런 것도 하냐고 묻기도 하셨어요. 저녁 프로그램이 끝난 후엔 평가회의 겸 회식을 한다고 해서 완전 긴장을 했어요."
 

육체적 힘듦보다 회식에서 겪은 바가 훨씬 굴욕적이었다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평가 회의가 끝난 후 회식을 이어가던 도중에 국장님께서 갑자기 '너희를 우리 기관에 붙여 줄 거로 생각하느냐. 여기 들어오기 힘들다. 아예 너희의 희망을 자르는 거다' 하시는 거예요. 그러고는 갑자기 '첫 잔은 원샷을 해야 된다'며 건배 제의를 했어요. 저는 한 잔만 마셔도 얼굴이 빨개지는 편이라 무척 당황했죠. 

그때 누군가 '국장님께서 하시면 저희도 할게요'라고 용기 있게 말했고, 국장님은 보란 듯이 술잔을 비워버리셨어요. 저는 원샷이 힘들어 반만 마셨는데, 옆에 있던 친구들은 눈이 빨개지면서까지 다 마시는 거예요. '술을 이렇게 열심히 마셔야 하는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회식 말미에 국장님께서 '술잔을 비우라고 한 것은 사회생활에 필요한 대처나 적응능력을 본 거다'라고 하셨어요. 캠프 와서 실습 시간 160시간을 초과했는데, 이런 굴욕적인 상황을 겪어야 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느꼈어요. 복지관에 취직시켜준다고 해도 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회복지사에 대한 전망을 갖고 실습을 나갔는데, 실망스러웠을 것으로 짐작되었다. 실질적인 실습이 되려면 개선해야 할 점이 무엇인지 물었다.

"조직문화가 바뀌어야 해요. 복지기관들이 보수적인 문화를 가지고 있기도 해요. 예를 들어, 탈색모거나 밝은 염색을 한 사회복지사에 대해 컴플레인이 들어오니 가급적이면 실습생도 검은색의 단정한 머리를 해야 하더라고요. 

주변에 수평적 조직문화를 가진 복지관에서 실습한 사례가 있는데, 팀장, 부장님의 이름을 부르며 장난도 치고, 저희처럼 이미 기획된 캠프 프로그램에 자원봉사활동 하는 게 아니라 사회복지사와 함께 캠프를 기획하여 프로그램을 구축해 나가는 경험했다고 합니다. 

애초에 복지관의 조직체계에서부터 차이가 있었더라고요. 말단 실습생의 경험으로는 '모든 게 내가 맞다'라고 생각한 것부터가 수직적 조직문화의 시작이 아닐까 해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상대방의 생각을 이해하고 수용하려는 태도가 수평적 조직문화의 시작이라 생각해요."

사회복지사는 왜 착하고, 희생해야 하지?

사회안전망이 부실한 한국 사회에서 사회복지기관이 취약계층에 대한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에 필요한 재원은 어떻게 마련되고 있는지 궁금했다. 재정이 취약할수록 일선 근무자의 근무조건·환경이 불안해지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업무의 특성상 감정노동이나 스트레스로 인한 소진이 많을 텐데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도 들어보았다.

"복지관 프로그램은 대부분 후원금으로 진행하는데요. 사회복지사가 현장에 많이 나간다고는 하지만, 후원금을 따와야 하기에 앉아서 서류 작성이 더 많더라고요. 보통 계획안, 보고서, 결과서를 작성하는데, 규모가 작고 재원이 적은 복지관의 경우는 더욱 예산을 많이 따와야 해서 서류도 많이 필요해요. 

유니세프, 대한불교조계종사회복지재단처럼 위탁재단이나 법인이 클수록 후원금이 많아요. 그래서 임금을 받을 때 재단에서 특별수당이 나오는 경우도 있다고 해요. 아무래도 재원이 많을수록 할 수 있는 업무 범위도 넓어지고 업무수행도 좀 더 안정적이에요. 하지만 사회복지사가 후원금 납부나 종교를 강요당하는 사례가 있기도 해요. 사실 사회복지사는 업무 강도에 비해 처우가 낮다 보니 많은 분이 이직합니다. 

이 진로에 큰 목표를 가지고 왔지만, 복지관의 비리나 사회복지 현실을 접하고 나니 여러 생각이 들었어요. 사회복지를 하면서 부당함을 당하기보다는 오히려 부당함을 헤쳐나가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현실적으로 어떻게 이루어야 할지 막연해져서 고민도 많이 되더라고요."
 
"사회복지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은 복지서비스를 제공만 하지 받지는 못하고 있어요. 관장, 국장처럼 높은 직급과 달리, 입사 초년생은 고용조차 불안정하잖아요. 주변에 졸업하고 취직한 지 1~2년 된 선배님들의 퇴직 사례를 종종 들어요. 업무 강도가 지나치게 높거나 직장 내 대인관계에서 생긴 문제로 그만두시는 분이 많더라고요. 

사람을 많이 상대하는 것뿐만 아니라, 사회복지서비스가 대중들에겐 '착함'이라는 프레임을 갖고 있잖아요. 그러다니 감정 소모가 있어도 무시되는 거 같아요. 이를 관리해줄 제도도 없고요. 사회복지사들도 다른 일반 직장인과 다를 바 없는데, '왜 착해야만 하고, 봉사나 희생을 강요당해야 하지?' 의문이 들어요."

소나기님은 실습의 과정을 거치면서 뭘 할 수 있을지 회의가 들기도 했지만, 그래도 수평적 조직문화에 기반한 노동환경, 사회복지환경을 만들어보고자 장기적인 진로를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졸업 후 사회복지 분야의 다양한 경험을 쌓고 재단이나 법인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소나기님이 바라는 사회복지공동체가 실현되기를 기대하고 응원한다.

[동아시아 과로사통신] 코로나 재난과 공무원 과로사 / 2020.06

[동아시아 과로사통신] 

 

 

코로나 재난과 공무원 과로사 

 

 

김영선 / 노동시간센터 연구위원 

 

재난 때마다 공무원 과로사가 발생한다. K-방역모델이 국제표준으로 추진될 만큼 주목을 받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코로나19에 따른 비상상황으로 주말에도 출근해야 했던 전주시 공무원(43세)과 성주군 공무원(47세)이 2월 말 3월 초에 연이어 과로사했다. 

비상 근무로 20여 일간 하루도 쉬지 못하면서 쓰러졌다가 다시 현장으로 복귀한 포항시 북구보건소 감염관리팀장(53세) 또한 과로사 위험에 노출되기는 마찬가지였다. 4월 말 코로나19 관련 업무를 관리하던 합천군 공무원(56세)도 과로로 사망했다.

되짚어 보면, 폭염 등 기후 변화로 인한 재난 시기에도 사망 사건이 발생했고 이제는 매년 발생하다시피 하는 동물 전염병 때에도 방역 공무원의 과로사가 반복됐다. 지난 3월 말 파주시에서 수의사로 일하던 주무관(52세) 또한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매일 사무실에서 숙식하며 방역 업무를 담당하던 중에 과로사했다. 

일련의 사건은 재난 시기 공무원이 비상 근무에 따른 과로 위험에 어떻게 노출되어 있는지를 말해주고 있다.

▲   공무원 과로사는 재난 상황의 예외적인 사건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누적되어 있던 과로위험이 재난 시기에 격발되어 표출된 시스템 상의 고질적인 문제라고 보아야 한다.


노동인권은 재난과 양립할 수 없는가?

재난은 길을 잃은 상태를 말한다. 재난의 영어 단어인 disaster의 어원은 행성이 궤도에서 벗어난 탓에 발생하는 미지의 사태들을 가리킨다. 전례 없는 사태는 안전을 위협하는 것은 물론 한 사회에 잠재되어 있던 문제들을 한꺼번에 드러낸다. 

무대 뒤편에 감춰졌던 사회의 취약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계기다. 노동자가 어떻게 취급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점이기도 하다. 최전선, 초토화, 쑥대밭, 대란, 대공포, 창궐, 초유의 사태, 전시 상황, 군사작전, 포화 속, 총동원, 코로나 전사, 최전선 영웅 등으로 묘사되는 재난 상황에서는 권리와 원칙들이 쉽게 유예되거나 무력화되기 일쑤다. 무권리 상태로 내몰리는 형국이다.

재난 대응 시 휴게시간이나 쉴 공간 또는 숙소 등을 포함한 편의 조치는 찾아보기 어렵다. 방호복을 착용하는 경우 피로와 스트레스가 평상시보다 더 쌓인다. 방호복을 입고 있으면 한겨울이어도 땀이 비 오듯 흐른다고 말할 정도다. 

그렇기에 반드시 한두 시간 정도 쉬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언제 휴게시간을 가져야 할지, 그 규정은 어떻게 되는지 모른다고 토로한다. 주말 근무가 연속되지만 대체 휴무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하소연도 다반사다. 재난은 그런 권리들을 쪼그라들게 만든다.

복무 규정과 봉사자 이데올로기

과로사가 양산될 수밖에 없는 장치들을 보자. 

하나, 공무원은 복무 규정 탓에 과로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더욱 커진다. 긴급 상황의 동원을 가능하게 하는 '복무 규정'(비상 근무와 근무시간의 변경 조항 등)으로 근무시간이 고무줄처럼 늘어나거나 수시로 변경되기도 한다. 

비상 근무의 종류, 발령 일시, 발령 사유 등의 기준은 꽤 구체적으로 명시된 데 반해 그 사용 제한에 대한 내용은 사실상 찾기 어렵다. '주말에도 출근(대체 휴무 없음)' 식 비상 근무를 방기하는 복무 규정은 공무원 과로사를 반복 양산하는 하나의 원인이 된다. 초과근무만 월평균 150~200시간에 달할 정도다. 비상 근무를 '여는' 조치와 함께 '닫는' 조치를 병기해야 할 것이다.

둘, 공무원에 부여된 헌신, 봉사, 수호, 사명감, 책임감 등 봉사자 이데올로기도 장시간의 비상 근무를 정당화한다. 봉사자 이데올로기는 재난 상황일수록 과로 위험에 대한 사회적 발언을 어렵게 만든다. 재난 상황의 공무원도 안전권, 건강권, 시간 권리가 전제되어야 하는 노동자임에도 말이다.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의 사명감을 갖추는 일과 별개로 휴게시간, 최소한의 휴식 시간, 대체 휴무, 초과근로 제한 등의 시간 권리를 가리는 방식의 비상 근무는 제한되어야 한다. 재난 시 공무원 과로사가 발생할 때면 헌신과 희생으로 미화되곤 한다. 재난 상황에서 봉사자 이데올로기가 어떻게 동원되는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데 문제는 사명감, 헌신, 희생이 전면에 내세워지는 가운데 죽음을 유발하는 '과로'의 문제는 은폐되는 효과가 발휘된다는 점이다. 봉사자 이데올로기는 공무원 과로사를 반복 양산하는 또 하나의 원인이다.

예외적 사례라고?

공무원 과로사를 재난 상황에서 발생하는 예외적인 사례라고 생각할 수 있다. 비상 근무 탓도 탓이지만 이러한 관점은 그간에 켜켜이 누적된 과로 위험을 간과하게 한다. 한국의 공무원 수는 OECD 국가와 비교해 최저 수준이다. 

이는 인력의 과소 상태를 방증하는 대표적인 지표다. 평상시 초과근무만 월평균 150시간에 달하는 경우도 발견된다. 과로 상태가 만성화되어 있음을 가늠케 한다. 지자체 현업 공무원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공무원 과로사는 재난 상황의 예외적인 사건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란 얘기다. 누적되어 있던 과로 위험이 재난 시기에 격발되어 표출된 시스템상의 고질적인 문제라고 보아야 한다. 

바이러스 감염병 재난은 '신종'이라 이름을 갈아가며 반복 발생한다. 빈도도 높고 주기도 짧아지고 있다. 그 종류도 많아지고 있다. 재난의 반복성만큼이나 공무원 과로사도 예감될 수밖에 없는 문제다.

비상 근무에 따른 공무원 과로사, 되풀이될 문제인가? 그 고리를 끊어야 한다. 노동인권에 기초한 원칙에 따라 대응할 필요가 있다. 안전권, 건강권, 시간 권리를 명문화하는 것을 포함한 대응 원칙 말이다. '긴급 상황'이란 이유로 과로를 조장하는 방식의 대응은 또 다른 문제를 유발한다. 

OOO 전사나 영웅으로 호명하거나 직업정신을 앞세워 희생을 동원하는 방식의 대응은 또 다른 사회적 갈등을 낳을 뿐, 재난 대응으로는 부적절하다. 노동자 인권을 명시하는 것이 재난 대응의 첫걸음이자 모두의 안전을 담보하는 최선의 방역이다.

[일터 정신질환 짚어보기] 업무상 정신질환 여부, 어떻게 결정되나 / 2020.06

[일터 정신질환 짚어보기] 

 

 

업무상 정신질환 여부, 어떻게 결정되나

 

 

최민 / 상임활동가 

 

과로사는 임상 진단명이 아니다. 이미 발생한 뇌심혈관질환 사망에 '과로'가 원인이 되었는지를 사후적으로 평가하여 붙이는 사회적이고 제도적인 이름이다. '업무상 정신질환'도 마찬가지다. 진단을 따로 받는 것이 아니라, 이미 진단된 다양한 정신질환에 대해 업무상 요인이 발생의 원인인지, 또는 악화 요인으로 상당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평가한 뒤에 사후적으로 붙는 이름이다.

일하는 도중에 일과 관련하여 발생하는 '업무상 사고'와는 달리, 업무상 질병은 업무 중 뿐만 아니라 집에서 쉬다가, 혹은 퇴직한 이후에 발병할 수도 있고, 업무의 어떤 요인이 어떻게 질병을 일으켰는지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업무상 사고와 업무상 질병은 다른 판정 과정을 거친다.

근로복지공단은 지역본부별로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를 운영한다. 해당 질병과 관련된 임상의사, 직업환경의학 의사, 인간공학자나 변호사, 노무사, 산재보험전문가 등 전문가들로 질병판정위원을 구성하고, 이들 중 5~7명으로 판정회의를 열어 재해자의 신청서, 근로복지공단 지사에서 실시한 조사 내용 등을 기초로 업무상 질병 여부를 결정한다.

2018년 한 해 동안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에서 검토한 건이 1만 건이 약간 넘었는데, 한번 회의에 10건 정도씩 검토하다보니, 판정 결과가 나오기까지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것이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산재로 승인되는 정신질병

정신질환도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에서 위와 같은 절차를 밟는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에서는 '근로기준법' 제76조의2에 따른 직장 내 괴롭힘, 고객의 폭언 등으로 인한 업무상 정신적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질병을 따로 명시하고 있다.

또,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별표 '업무상 질병에 대한 구체적인 인정 기준'에서도 신경정신계 질병을 규정하고 있는데, 물질의 급성 중독에 따른 질병 외에 '업무와 관련하여 정신적 충격을 유발할 수 있는 사건에 의해 발생한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업무와 관련하여 고객 등으로부터 폭력 또는 폭언 등 정신적 충격을 유발할 수 있는 사건 또는 이와 직접 관련된 스트레스로 인하여 발생한 적응장애 또는 우울병 에피소드'를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여기에 제한되지 않고, 공황장애 등과 같은 불안장애, 수면장애, 주요우울장애 등이 모두 업무상질병으로 인정된 바 있다. 고객과 관련하지 않은 업무상 스트레스로 발생한 적응장애나 우울병 에피소드 역시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된다.

진단명에 제한되지 않고, 어떤 정신질환이라도 업무상 부담이 질병의 악화에 기여했다고 판단되면 산재보상이 승인되는 편이다. 근로복지공단에서 활용하고 있는 '정신질병 업무관련성 조사지침'에서 제시하는 정신질병의 종류와 업무관련 위험요인은 다음과 같다.
  

▲   정신질환 업무관련 유해요인 표.


자살이나 자해의 경우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 '근로자의 고의·자해행위나 범죄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부상·질병·장해 또는 사망은 업무상의 재해로 보지 아니한다'고 한다.

하지만 시행령은 ▲업무상 정신질환으로 치료를 받았거나 받고 있는 사람이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자해행위를 한 경우 ▲(정신질환이 아니더라도) 업무상의 재해로 요양 중인 사람이 그 업무상의 재해로 인한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자해행위를 한 경우 ▲그밖에 업무상의 사유로 인한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자해행위를 하였다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에 자해행위에 따른 업무상 재해도 인정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두었다.

이에 따라 한 해에 30~50여건의 자살 사건이 업무상 재해로 승인되고 있다. 이때 업무상의 사유로 인한 '정신적 이상 상태'라는 것이 반드시 정신질환을 진단받는다든지, 환각 등의 증상을 보이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자살'을 선택했다는 것 자체를 판단 능력이 현저히 저하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업무상 스트레스와 정신질환의 관계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는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 인과관계가 있는' 경우를 업무상 재해로 본다. 이때 '상당인과관계'가 중요하나 뚜렷하게 정의되어 있지는 않은데, 보통은 '사회상규 상 일반적인 지식이나 경험에 비추어 어떤 원인이 있으면 그러한 결과가 발생하리라고 인정되는 관계'로 생각할 수 있다.

현재 정립되어 있는 대법원 판례에서는, 이 인과관계란 '반드시 의학적, 자연과학적' 인과관계는 아니고, 노동자의 '취업 당시의 건강상태, 발병경위, 질병의 내용, 치료의 경과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하도록 하고 있다.

사실 업무상 유해요인과 질병 사이의 관계가 확실해 질병판정위원회를 거치지도 않아도 되는 진폐증이나 소음성 난청을 제외한 대부분의 질병에서 업무상 요인이 '의학적, 자연과학적' 인과관계를 갖는다는 것을 밝히는 일은 쉽지 않다. 뇌심혈관질환, 근골격계질환, 정신질환 등 흔히 거론되는 여러 업무상 질병들은 다양한 요인에 의해 발생하기 때문이다.

정신질환의 경우, 업무상 스트레스 뿐 아니라, 경제적 문제나 가족관계 등 개인적 스트레스 상황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신체적 질병에 따라 이차적으로 발생하는 정신질환도 있을 수 있고, 질병의 특성상 외부 요인보다는 내적인 요인(신경계 발달이나 유전 등)이 훨씬 중요하다고 알려진 질병도 있다. 그래서 업무상 질병 여부 판정 과정은 쉽지 않고, '의학적, 과학적' 인과관계에만 기대서 판단할 수도 없다.

현재 근로복지공단과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에서는 업무상 스트레스와 업무 이외의 스트레스 요인, 질병에 대해 조사한 뒤 이를 바탕으로 '업무상 스트레스가 질병 발생이나 악화에 영향을 주었다'는 것이 인정되는지를 '노사정에 의해 추천된 전문가들의 합의'에 의해 결정하고 있는 셈이다.
  

판정 과정의 개선 과제

근로복지공단의 '정신질병 업무관련성 조사 지침'에서 조사하도록 정해놓은 '주요 업무상 스트레스 요인'에는 업무상 사고, 폭언·폭력·성희롱, 업무의 양과 질 변화, 업무의 실수· 책임, 민원·고객과의 갈등, 회사와의 갈등, 배치전환, 직장내갈등, 업무부적응, 괴롭힘·차별 등이 포함된다.

지침은 해당 요인 자체의 심각성 뿐 아니라, 노동자의 주관적 충격 정도를 감안하고, 사건 발생 이후 처리과정에서의 적절한 지원과 지지, 근로자 보호가 가능한 체계였는지를 감안하여 스트레스가 가중되는 과정 등을 고려하여 주요 스트레스 요인의 심각도를 확인하도록 하고 있다. 정신질환과 관련된 조사 과정은 예전에 비해 상당히 진전되었지만, 이에 대한 평가와 판정은 아직은 각 사례마다 개별적으로 이루어진다.

한 사례를 보자면, 50대 초반의 남성 A씨는 공공기관의 관리직으로 일하고 있었다. 평소 스트레스가 심한 직장은 아니었다. 그는 고향에서 취업하여 오랫동안 한 도시에서 살아왔는데, 갑자기 전혀 다른 도시로 전보가 났다. 믿어왔던 본부장이 자신을 내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딱히 직위가 낮아진 것은 아니지만, 강등 혹은 좌천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가족이 다 함께 사는 곳을 옮기는 것도 만만치 않아 결국 낯선 도시로 혼자 이사했다. 새로운 도시에서 근무를 시작하고 한 달 뒤 A씨는 '미안하다'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는 한국과로사과로자살유가족 모임에 참여하는 한 가족의 사례를 재구성한 것이다. A씨의 죽음은 산업재해로 승인받지 못했다. A씨의 업무 변화와 관련된 스트레스와 새로운 도시에서 부닥친 직장 문제의 구체적 증거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정신질환을 진단받은 재해 당사자 혹은 자살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이 관련한 '충분한' 증거를 수집하여 제출해야 한다는 사실 자체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많다. 모든 업무상 질병 입증 과정이 다 어렵지만, 정신질환 특히 자살에 대해서는 재해당사자 측의 입증책임을 덜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또 폭력이나 폭언, 징계 등과 같은 뚜렷한 이벤트가 있는 경우에 비해, 장기간에 걸친 과로처럼 저강도의 만성적인 스트레스 요인에 의해 발생하거나 악화된 정신질환의 경우 판정위원을 설득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일본은 여러 가지 업무스트레스를 강, 중, 약으로 평가하도록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놓았다. 그리고 '중에 해당하는 스트레스 요인이 2개 이상이면 승인' 등 매우 구체적인 승인 지침을 제공하고 있다.

승인 지침 자체가 편향될 수 있고, 판정위원들의 자율적인 판단 여지를 좁히는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업무 스트레스 요인을 세분하여 평가하도록 해 판정의 일관성을 높일 수 있다. 따라서 국내에서도 자살뿐 아니라 정신질환 판정과 관련된 체계성을 좀 더 갖추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연구리포트] 한국 임금노동자의 장시간 노동과 자살 연구 / 2020.06

[연구리포트] 

 

 

한국 임금노동자의 장시간 노동과 자살 연구

 

 

이혜은 / 노동시간센터 연구위원 

 

 

  1. 연구 배경 

우리나라의 높은 자살률은 이미 널리 알려진 문제이다. 1998 IMF 외환위기 직후 급증했던 한국의 자살률은  년간 잠시 주춤하는 지만 2011 OECD 국가들 평균의 3배에 가까운 수치를 기록하며 정점을 찍었다. 이후 서서히 감소추세를 보이고는 있으나 여전히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자살의 원인은 정신적 문제부터 경제적 문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중에서도 과로와 관련된 자살은 한국 사회에 알려진 노동자의 건강 문제 중 비교적 최근의 이슈이다. 근로복지공단 자료에 의하면 2014-2018 5년 동안 336명의 노동자 자살에 대한 산재신청이 있었고 이 중 176명이 업무상 과로 및 스트레스와 관련된 자살로 승인되었다1.  

과로와 자살의 연관성은 자살예방을 위해 보건복지부에서 설립한 중앙심리부검센터에서 발표 심리부검 보고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18년 자살사망자 103명의 자료를 분석하여 발표한 보고서2에 의하면, 자살 경로에 기여하는 위험요인 중 업무부담(30건) 자살시도(36), 우울장애(32)에 이어  번째로 흔한 위험요인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직업 스트레스는 전체 자살자 68%가 겪은 문제였으며 28%에게는 최우선 스트레스로 작용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결과는 각각의 자살 사건들에서 과로 혹은 업무상 스트레스가 상당한 영향을 미쳤으리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그렇다면, 개별 사례가 아닌 전체 노동자 집단에서 과로와 자살은 관련이 있을까? 기존 연구에서는 주당 노동시간 52시간 미만인 노동자에 비해 60시간 이상인 노동자들의 자살 생각 위험이  40%높았다고 말하고 있다3. 뿐만 아니라 장시간 노동은 우울증상에도 역시 영향을 미친다4는 점을 고려할 때 장시간 노동과 자살의 관련성은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본 연구에서는 장시간 노동을 하는 노동자가 그렇지 않은 노동자에 비해 자살사망 위험이 높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이를 검증하고자 하였다. 

2. 연구 방법 

본 연구의 대상자는 2007-2015년의 국민건강영양조사의 참여자 중 주당 노동시간 15시간 이상의 18세 이상 임금근로자 14,484명이다. 이들의 자료와 통계청의 사망원인자료 연결되어 2016년까지의 사망여부, 사망일, 사망원인이 확인되었다. 이들의 노동시간은 35시간 미만, 35-44시간, 45-52시간, 52시간 초과의 네 집단으로 분류하였다. 

이를 통해 성별, 나이(2016년 기준), 가구소득, 직업분류, 주당노동시간에 따른 자살률 계산하였고 장시간 노동의 자살 위험을 평가하기 위해 주당 노동시간 35-44시간인 집단을 기준으로 자살률을 비교하여 위험비(hazard ratio) 산출하였다. 이 때 혼란변수의 영향을 통제하기 위해 성별, 연령, 가구소득, 교육수준, 직업, 우울증상을 보정하였다.  

3. 연구 결과 

평균 5.2년간의 관찰기간 동안 14,484명 중 27명이 자살로 사망하였고 국민건강영양조사의 가중치를 적용하여 계산한 결과 10만명당 자살률은 32.5였다. 가구소득이 낮은 경우와 단순노무직인 경우 자살률이 확연히 높아 사회경제적 상태가 낮은 노동자에서 자살률이 높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남성의 자살률이 여성보다 4배 이상 높았(그림 1). 

 주당 노동시간의 경우 35-44시간의 자살률은 10만명당 12.0명이었던 것에 비해 45-52시간의 경우 51.2명, 52시간 초과시 52.8명으로 4배 이상 높았다(그림 1). 여기에 성별, 연령, 가구소득, 교육수준, 직업, 우울증상을 보정한 자살에 대한 위험비는 주당노동시간 35-44시간인 집단 대비 45-52시간의 경우 3.89, 52시간 초과인 경우 3.74배로 높게 나타났(그림 2). 

4. 토의 및 결론 

본 연구 결과 주당노동시간 35-44시간인 노동자에 비해 노동시간이 길 경우 후 자살로 사망할 위험이 3배 이상 높았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다만, 분석에 이용된 자살 사망자는 27명에 불과하여 연구결과는 다소 불안정할 수 있다. 특히 여성 노동자의 경우 본 연구데이터에서 확인된 자살 사망자가 5명에 불과하여 결과 해석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하지만 본 연구는 면접조사를 통해 해당 노동자의 노동시간이 조사된 후 최소 1년부터 최대 9년간 추적하여 자살 여부를 확인한 종단적 연구이자 한국 데이터를 사용한 연구로서는 처음으로 대표성 있는 노동인구집단에서 장시간 노동과 자살의 관련성을 밝혔다는 의의가 있다. 특히 우리는 장시간 노동의 자살에 대한 악영향이 주당 노동시간 60시간 이상과 같은 과도한 장시간 노동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표준노동시간을 벗어난 모든 장시간 노동에 해당될 수 있다는 결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노동자 건강 보호를 위해 노동시간 단축의 노력이 극단적인 장시간 노동을 없애는 것에 만족해서는 안되며 표준노동시간 수준으로 나아가야 할 필요성을 시사한다. 또한 노동자 자살의 업무관련성을 평가할 때 과도한 장시간 노동이 없더라도 표준시간 이상의 장시간 노동 역시 위험요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한편, 노동시간은 현실에서 고용안정성, 급여 등 다른 여러 노동조건과 복잡하게 얽혀 있는 요인이다. 그렇기에 다른 요인에 대한 고려 없는 단순한 노동시간 단축은 정책방향이 될 수 없다. 본 연구의 데이터에서도 가구소득 최하 4사분위층은 전체 대상자 평균의 3배 이상 높은 자살률을 보였다.  

따라서 노동시간 단축이 급여의 하락이 아닌 사회경제적 상태 개선과 함께 이루어질 때 유의미한 자살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장시간 노동의 자살 영향에 대한 본 연구 결과의 의미를 더 확장한다면 결국 전반적인 노동조건과 업무부담이 자살과 관련될 수 있다는 인식에 하나의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본 연구결과는 노르딕 직업안전보건협회 (Nordic Association of Occupational Safety and Health)에서 발행하는 <스칸디나비안 일, 환경, 건강 저널>에 발표되었다(Lee H-E, Kim I, Kim H-R, Kawachi I. Association of long working hours with accidents and suicide mortality in Korea. Scand J Work Environ Health – online first. doi:10.5271/sjweh.3890). 

 

 

그림 1. 연구대상자 특성에 따른 자살률 (사망자 수/10만명) 

 

 

그림 2 주당노동시간(35-44시간 기준)에 따른 자살 위험비  95% 신뢰구간 (연령, 성별, 가구소득, 교육수준, 직업, 우울증상 보정) 

 

특집3. 단결권 보장을 통해 만들어갈 노동권 사각지대의 노동운동 / 2020.06

[노동권 회색지대에 맞서다③] 

 

 

단결권 보장을 통해 만들어갈 노동권 사각지대의 노동운동

 

 

박기형 / 상임활동가 

 

 

노동권 사각지대에 놓인 일하는 사람들에게 당면한 물음이 있다. 우리는 '노동자'로서의 법적 지위와 그에 걸맞은 권리를 누리고 있는가? 

특수고용 노동자(아래 특고)나 플랫폼 노동자들이 대표적이다. 이들이 겪는 안전보건 문제를 얘기할 때마다 '노동자성' 문제가 근본적인 쟁점으로 거론된다. 노동자성이 인정되지 않음에 따라, 이들이 겪는 문제는 노동법뿐만 아니라 산업안전보건법 등 제도 내에서 해결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더욱이 노동자 스스로 요구하지 않으면 논의조차 되기 어렵다. 집단으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지만 함께 모여서 노동조합을 만드는 일조차 쉽지 않다. 이런 난관을 넘어서기 위해 그동안 노동운동계에서는 모든 노동자에게 노동3권을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전태일 3법 제정'의 의미와 노동운동의 과제는 무엇일지, 지난달 19일 박정환 서비스연맹 정책기획국장을 연맹 사무실에서 만나 얘기를 나눠보았다.

 

서비스연맹 박경환 정책기획국장을 만났다.


노동권 사각지대의 핵심 쟁점, 노동자성 인정

박정환 정책국장은 노동조합의 법적 지위를 인정받는 일이 난관이었다고 말했다. 서비스연맹에서도 특고와 플랫폼 노동자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활동을 벌였는데, 그때마다 부딪혔던 문제가 바로 노동조합을 만드는 일, 특히 설립 필증을 받는 것이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노조법)' 제10조(설립의 신고)에 따르면, 설립신고서를 접수하면 행정관청에서 3일 이내에 신고증을 교부하게 돼있다. 물론 법에 규정된 사항에 따라 행정관청에서 설립신고서를 반려하거나 보완을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정당한 이유 없이 신고필증을 기간 내에 교부해주지 않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박정환 정책국장은 가전통신서비스 노동자의 사례를 들며, 노동조합 설립에 대한 법적 인정 문제를 지적했다. 서비스 연맹 산하의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동조합 코웨이 코디·코닥지부는 노동조합 설립 필증을 받는 데 무려 103일이나 걸렸다.

회사와 노동부를 상대로 한 투쟁 끝에 지난 5월 13일 노동조합 필증을 발부받았다. 그리하여 가전제품 방문판매서비스 노동자들이 노동자로서 법적 지위를 보장받고 집단적으로 권리를 정당하게 행사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그동안 행정관청에서는 노동자성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인정해주려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어요. 노조법에서는 신고제로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 행정에서는 허가제처럼 운용되고 있었죠. 최근 노동부 또한 노조설립에 대한 태도를 바꾸고 있다지만, 여전히 특수고용노동자, 플랫폼 노동자처럼 노동권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에 대해서는 보수적이었죠. 

노조법 제2조를 개정하는 것은 이러한 노조설립 절차를 변화시키는 것이죠. 합법노조와 불법노조, 법외노조 구분이 의미가 없어지는 거예요. 모든 일하는 사람들이 결사의 자유를 보장받을 수 있죠."

전태일 3법 중 한 축은 바로 노조법 제2조를 전면개정하는 것이다. 현행 노조법 제2조 제1항은 노동 3권을 보장받는 근로자를 임금으로 생활하는 자로 한정한다. 같은 법 제2조 제2항은 사용자를 해당 사업의 사업주 등으로만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제1항을 개정해 '특수고용노동자의 단결권'을 쟁취하고, 제2항을 개정해 '원청의 사용자성'을 확보하고자 한다. 이러한 변화의 연장선에서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권'을 보장하려는 것이다.


단결권 보장, 자주적 노동운동의 기초

노동자들의 집단적 움직임이 중요한 이유는 일터의 노동환경을 노동자 스스로 바꿀 수 있는 토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동권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자들은 단결권이 법적으로 보장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단체교섭을 하더라도 사업주와의 교섭에서 어려움이 많았다. 

노조로서 안정적 지위를 확보하지 못함에 따라, 안전보건 문제를 논의하거나 작업환경을 바꿔나가는 일에서도 충분한 역량을 마련하거나 발휘하기 어려웠다. 그러다보니 사업장 바깥에서 정부와 법원의 조치가 이를 대신하면서, 제대로 된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하기도 했다. 

특수고용노동자나 플랫폼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법적 지위를 보장받게 되면, 더 확실한 자주성을 획득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자신들의 조건에 맞게 요구를 만들고 관철시켜 나갈 수 있다.

물론 노조를 결성하고 단결권을 보장받는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서비스업처럼 고용구조가 복잡한 경우, 교섭을 진행하면서 드러내고 대응해야 할 쟁점이 많다. 노동자성을 인정받는 것뿐만 아니라, 사용자성을 드러내고 복수의 사용자를 대상으로 각각의 책임을 구체화하는 게 필수적이다. 박정환 정책국장은 면세점 노동자의 사례를 소개했다

"산업구조와 고용구조가 복잡해지면서, 노동권 사각지대가 만들어지는 거 같아요. 서비스업이 대표적이죠. 면세점의 서비스노동자는 면세점의 여러 가게 중에서도 특정 브랜드의 매장에서 일하고 있죠. 그런데 면세점이나 해당 입점 업체가 아닌 면세점 판매위탁법인에 고용되어 있어요. 면세점-입점 업체-판매위탁법인 3자 간 라이선스 계약을 맺어서, 인력을 공급받는 것이죠.

그런데 문제는 면세점 서비스노동자가 일하는 장소가 면세점과 해당 매장이라는 점이에요. 예컨대 화장실 개선, 의자 비치 등 노동환경 개선 요구를 하려면, 면세점과 매장과 협의가 필요한 거예요. 고객 응대 과정에서 발생하는 감정노동을 예방하기 위해서도 마찬가지죠. 

결국은 지시·관리·감독 등의 실질적 사항 즉, 공동사용자성을 문제 삼아야 하죠. 면세점 위탁법인과 협상 후 업체와 면세점에 요구를 전달하는 이중 교섭 전략만으론 한계가 있어요. 실효성 있는 조처를 하게 하고 실질적인 종속관계를 드러내기 위해선 이들 모두와 교섭할 수 있어야 해요. 노조법 제2조 개정이 그 발판이 될 수 있어요."


플랫폼 산업,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플랫폼 산업 또한 서비스업과 유사한 구조를 지니며, 노동자성 인정을 위한 투쟁의 연장선에 있다. 온라인 플랫폼, 클라우드 등이 노동을 매개하는 새로운 창구로 등장하게 되면서, 복잡한 노동관계의 또 다른 유형이 등장했다. 

동네 배달대행사와의 위탁계약이나 인력관리업체와의 아웃소싱 계약 등을 맺음으로써, 사용자와 노동자 사이의 거리가 멀어지고 복잡해진다. 이에 따라, 법이 규정한 사용자와 노동자의 지위는 현실에 대입할 때마다 불명확해진다.

그럴 때,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자성을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는 여전히 논쟁적이다. 한편에서는 플랫폼 자본주의, 플랫폼 산업이라 불리는 것들은 '혁신'과는 거리가 멀며, '새로운 노무관리' 수단일 뿐이라고 지적한다. 기존 노동자 개념으로부터 배제된 노동자들을 포함시키기 위해 법규정을 넓혀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지만, 특수고용노동자와 마찬가지로 온전히 전통적인 노동자성 개념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현실적 문제들이 있다고 지적한다. 

예컨대, 자영업자로서의 특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있는지, 복수의 사용자가 있을 때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 사업장 변경이 잦은 노동자들에게 충분한 법적 권리가 보장될 수 있는지 등의 문제가 남는다. 그리하여 법제도를 단순히 확장하는 것으론 부족하고, 기존의 노동자 개념 자체를 문제삼아 재규정하기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얘기되기도 한다.

박정환 정책국장은 이러한 논쟁 가운데 중요한 것은 해당 산업과 노동시장 내에서 질서와 규범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누구까지 사용자와 노동자로 볼 것인지, 그때 말하는 사용자와 노동자는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다퉈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주적 노동운동을 만들어가는 게 중요하며, 이런 점에서 전태일 3법 입법 요구가 중요한 과제로 부각되는 것일 테다.

 

배달원 노동조합 라이더유니온 관계자들이 17일 오후 서울 송파구 배달 앱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전배달료 보장, 지역 차별 개선 등을 촉구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단결권 보장을 넘어선 노동운동의 과제
 

그럼에도 남는 문제는, 단결권이 법적으로 보장된다고 해도 현실에서 노동자들이 단결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사실이다. 

플랫폼 노동자들은 온라인 플랫폼으로부터 일감을 할당받는다. 그러니 다른 노동자를 한정된 일감을 두고 경쟁하는 사람으로 인식한다. 임금을 더 많이 받기 위해 지금과 같은 고용 형태를 감내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에 따라 노동자들 간의 연대가 쉽지 않을 수 있다. 

서비스업 특고의 경우 고용 기간이 짧은데, 이는 노동조건이 불안정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노동자가 이직을 선호하는 경향도 있다. 이직을 통해 자기 가치를 올려 더 높은 임금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고, 상황에 따라 노동시간을 조정하거나 잠시 일을 그만둘 수 있는 게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서비스업 특고의 경우에도, 고용유지 및 소득안정 등의 문제를 놓고 고민이 깊었다. 이때 돌파구를 만들기 위해, 산재보험을 비롯한 4대 보험 문제 등 안전보건, 복지 의제와 관련해서, 노동자성 인정의 중요성 및 연대의 필요성 등을 알려내려는 시도도 있었다. 

박정환 정책국장 또한 서비스 노동자들의 경우에도, 안전보건과 복지 문제를 고민하기 시작하자 노조 활동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고 강조했다. 안전보건을 비롯한 다양한 노동 의제를 함께 고민하고 투쟁하기 위한 집단으로서의 단위, 노동조합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전태일 3법 제정을 계기로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조합 조직화가 더욱 활성화되고, 나아가 플랫폼 노동자 전반을 아우를 수 있는 플랫폼이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특집2. 법이 허용해온 노동권 사각지대, 특수고용노동자

[노동권 회색지대에 맞서다②] 

 

 

법이 허용해온 노동권 사각지대, 특수고용노동자 

 

 

지안 / 상임활동가 

코로나19 이후의 위기 상황은 한국 사회를 지탱해온 열악한 노동의 불안정성을 드러냈다. 현재 노동을 하고 있으나 법적으로는 '노동자'가 아닌 사람들이 만들어지는 이유는 다양하다. 단시간 일자리거나, 5인 미만 사업장이라는 이유로, 근로계약이 아니라 도급이나 용역 계약 형태라서, 일감과 노동자 사이를 중개만 한 것이기 때문에 등등.

이런 갖가지 이유로 인해 그동안 법이 허용해온 노동권의 사각지대에서 수많은 '일하는 사람들'이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했다. 2018년 한국노동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그렇게 양산된 '임금노동자'도 '자영업자'도 아닌 노동자의 규모는 221만 명에 달한다.01

노동력이 필요한 시기에 열악한 조건으로 고용해 이윤을 창출하고, 위기 상황에는 쉽게 해고하는 자본과 그것을 합법적으로 허용해준 법이 불안정 노동자의 층을 지속적으로 양산한 것이다. 이들은 일상적으로도 고용불안과 차별에 노출되어 있었지만, 코로나19는 위험의 비대칭성을 극단적으로 드러냈다. 동일한 위기 상황이 고용 형태에 따라 달라지며, 불안정 노동자들의 심각한 소득감소와 무급휴가, 해고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산업과 노동의 변화에 따라 증가하고 있는 특수고용노동자들의 경우에는 표면적으로는 '자영업자'라는 점에서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인 사회보험에서 배제되어있기에 더욱 문제적이다. 따라서 '노동자'의 법적 정의를 '모든 일하는 사람들'로 확대해야만 한다는 문제의식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고민 속에서 지난 5월 31일,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담기 위해 전국보험설계사노조 오세중 위원장과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이대근 대외협력국장을 만났다.

전국보험설계사노조는 노동자성 인정 여부 때문에 아직 인가조차 받지 못한 상황이다. 화물연대는 얼마 전 노동부 지침에 의거한 집단 산재신청을 통해 화물노동자, 그리고 산재보험에서 배제된 노동자의 치료받을 권리를 환기하고 있다. 이번 고용보험 개정에 대한 비판부터 코로나19 이후 특수고용노동자(이하 특고 노동자)들의 안전보건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사회보험, '시혜가 아닌 권리'02로 보장하라

지난 5월 1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이하 환노위)는 고용보험법 개정을 의결했다. 정부가 '전국민고용보험제'를 이야기하는 상황에서도, 특고노동자는 여전히 개정안에 포함되지 못했다. 위기 속에서 고용보험의 사각지대가 얼마나 노동자들의 삶을 불안정하게 만드는지 드러났고, 이에 대한 응답으로 '전국민고용보험제'를 꺼냈지만 실제로는 특고보다 훨씬 작은 규모(5만명)의 '예술인' 직종만을 특례 조항을 통해 포함시킨 것이다.

이에 대한 시급한 비판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환노위 고용소위원회 임이자 위원장은 특고가 이번 개정 논의에서 제외된 까닭을 범위가 넓어 쟁점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우선 범위가 크다는 것은 단순히 법 개념의 적용 범위가 크거나 불분명하다는 문제가 아니다. 수많은 실제의 삶이 최소한의 보호도 받지 못하는 고용불안과 생계 위협 속에 있다는 의미다.

이미 산업의 변화 속에서 특수고용·플랫폼·단시간·일용직 노동자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여전히 수세적인 법 개정은 전통적인 근로관계에 준거해 땜질에 그치고 있다. 비정규 노동자에게 집중된 극심한 위기 상황에서도 사회보험 체계의 근본적 변화가 불가능하다면, 대체 언제까지 평등을 유보해야 하는가?

나아가 화물연대가 성명을 통해 비판했듯이, 2018년 특고, 예술인 노동자가 함께 논의하고 제기한 결과 만들어진 한정애 의원 발의안(2018.11.6.)에는 적용대상 "근로자가 아니면서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사업을 위하여 다른 사람을 고용하지 않고 자신이 직접 노무를 제공하고 해당 사업주 또는 노무 수령자로부터 대가를 얻는 사람으로서 이 법에 따른 보호의 필요성이 있다고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람"이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었고, 또한 실업급여 등 고용보험 혜택을 어떤 방식으로 적용할지를 규정하는 제도적 설계가 포함되어있었다.

"특고를 고용보험에 포함시키면 실업급여 등 부정수급이나 악용사례가 있을 것이라는 비판이 있는데요. 2018년 논의된 합의안에서는 기존 실업급여 납입일 기준인 180일이, 특고의 경우 12개월로 설정되어있었어요. 악용을 막을 장치를 '보수적으로' 마련해 둔 거죠. 그러니 이런 비판은 근본적으로 고용 관계에 대한 사업주 책임성과 고용보험료에 대한 부담을 비가시화하는 핑계입니다." - 전국보험설계사노조 오세중 위원장

또한 이러한 포함 방식 자체에 대해 비판할 필요가 있다. 의결 이후 5월 12일 문화예술노동연대는 노동권이 시혜가 아닌 권리로써 주어져야 한다는 사실을 명시하며 개정안을 비판했다.

당초 예술인, 특고 노동자들이 줄곧 제기하고 싸워 마련한 결과로써 한정애 의원의 발의안(2018.11.6)은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으로 고용보험의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었는데, 이러한 논의 과정이 묵살 당한 채 '특례조항'의 형태로 예술인만 포함되었다는 것이다. 기존 법체계를 바꾸지 않고, 특정 직종만 예외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평등한 노동자의 권리로써 노동법 적용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올해 7월 1일부터 화물노동자 중 일부 직종도 산재보험에 포함이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화물노동자 중에서 극히 일부 품목을 다루는 화물차의 노동자만 포함이 되었고, 두 번째로 과반 소득을 얻는 사업장이 있어야 적용이 됩니다. 비록 산재보험의 예시를 들었지만, 이렇게 몇몇 직종들만 추가되는 식으로 법이 개정되면 특고 노동자가 광범위하게 포괄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전속성의 정도를 따지고 결국 사용자가 누구냐는 이야기로 전도됩니다." -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이대근 대외협력국장

지난 5월 고용보험 개정 의결 당시, 환노위는 21대 국회에서 특고에 대한 적용 논의를 다루겠다고 하였고, 본 인터뷰가 이루어진 이후 6월 9일 21대 국회에서 다시 개정 법안이 발의되었다. 우려한 대로 20대 국회에서 '예술인'이 특례로 규정된 것처럼, 이번에도 특고 중 산재보험에서 규정하는 9개 직종만 특례로 도입되는 방식이었다. 뿐만 아니라 당초 의결안에는 없었던 '노무제공계약을 체결'한 경우라는 제약이 추가되었다.

민주노총 특수고용노동자대책위 역시 이 규정 하나로 인해 실제 사업주와 직접 계약을 맺지 않는 방식으로 일하는 수많은 특수고용노동자들이 제외된다는 점을 비판했다. '특례' 형태로 적용 제외된 노동자 중 일부만을 다시 법 안으로 포함시키는 것이 아니라, 일하는 모든 노동자가 산업 특성, 고용구조의 문제로 인해 사회 안전망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보편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코로나19 속 특수고용노동자의 안전과 건강 문제

가장 열악한 노동 계층이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는 경험적인 사실을 드러낸 통계가 있다. 간접고용 노동자, 프리랜서, 특수고용노동자의 소득감소가 정규직 대비 30% 높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즉 노동시장 취약계층에게 위기의 영향이 집중되고 있다. 03

그렇다면 현장에서 체감하는 코로나19 이후의 상황은 어떨까. 보험설계사노조에 따르면, 소득감소 상황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첫째, 고객을 대면해 보험 상품을 설명하고 계약을 체결하는 설계사의 노동 특성상 실제 보험 계약 건수가 낮아졌다. 이는 대부분 100% 성과에 따른 임금을 받는 보험설계사들의 경우 더욱 심각한 문제가 된다.

둘째, 소득감소를 노동시간 증가를 통해 모면하고 있는 상황이다. 동일한 임금을 받기 위해 이전에는 8시간의 노동을 했다면, 다수의 설계사들이 스스로 노동시간을 10~12시간으로 증가시킴으로써 성과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임금이 100% 성과제로 구성되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위기상황에서 (비)자발적인 장시간 노동은 필연적이다. 위기에 대응하는 노력은 개인의 책임이 된 사이, 성과의 이윤은 앉은 자리에서 보험사가 나누어 가는 구조다.

이런 상황에서 특수고용노동자들의 안전 및 건강 문제를 규제하고 감독할 방안 역시 구체적으로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한편, 장시간 노동 자체의 건강 영향도 크지만, 노동시간이 증가할 경우 대면 노동자에게 더욱 취약한 감염병 위험 역시 문제다.

"감염병 관련 예방 대책은 전무한 상황이에요. 또 보험설계사들은 산재보험에서 규정하는 9개 직종 중 하나지만, 현재 보험설계사들의 산재보험 가입률은 10%밖에 되지 않아요. 의무가입이 아니기에 노동자들이 제도를 잘 모르는 것도 있지만, 가입하려고 해도 회사에서 막는 경우가 많아요." - 전국보험설계사노조 오세중 위원장

감염병 유행 시기에 노동자들이 생계뿐 아니라 건강을 훼손하지 않도록 산재보험이 폭넓게 적용되어야 하고, 이미 적용된 직종 역시 실질적으로 가입 및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의무가입화 해야 할 것이다.

화물노동자의 경우 97년 합법화된 지입제의 도입 이후로 등록은 운송사 명의이더라도 화물 운송에 필요한 차량은 직접 구매하고 있다. 화물 운송 차량은 1~2억을 쉽게 호가하기 때문에 대부분 캐피탈사를 끼고 할부금과 이자를 갚아 나간다. 그래서 물량 감소로 인한 당장의 생계비도 문제지만, 소득이 없어도 한 달에 200~300만 원에 달하는 고정비용을 갚아야 한다는 것이 가장 심각한 경제적 위협이 되고 있다.

이런 경제적 위협은 노동자의 정신건강 문제에도 악영향일 뿐 아니라, 특히 화물노동자에겐 과적, 과속을 하게 되는 기제로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월 50만 원씩 총 150만 원을 지원하는 특고 대상 지원 정책이 얼마나 큰 실효성이 있을까. 노동자들의 삶이 하루 빨리 안정될 수 있도록 근본적인 법, 정책의 변화가 시급하다.

게다가 스스로 노동시간을 늘려 소득을 보전하고 있는 노동자들에게 '소득감소'를 기준으로 하는 정부의 특고 지원정책은 무효한 상황이다. 또 3~4월 감소분을 기준으로 특고 노동자를 지원하는, '시기'의 문제도 있다.

예를 들어 물류 산업의 특성상, 코로나19 이후 전체 물량이 줄어도 항구 컨테이너에 집적된 분이 있기에 실제 화물노동자에게 소득감소 타격이 오기 시작하는 것은 다른 산업보다 뒤늦다. 이런 정부 정책 전달의 공백은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 특성을 다면적으로 반영하지 못한 결과다.

배제 없는 사회 안전망 구축하라
 

법을 누더기처럼 개정한 결과, 사회보험을 둘러싼 현장의 쟁점은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산재보험 적용 직종이더라도 세부 기준에서는 누락되는 직종이 너무 많은 화물노동자, 그리고 의무가입 대상이 아니기에 제도의 실질적 효과가 미미한 보험설계사들, 법의 사각지대에서 노동자들의 노동권과 안전보건 문제가 누락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화물연대의 집단 산재신청의 의의는 무엇인지 물었다.

"7월1일부터 시행되는 산재보험 적용대상은 전체 화물노동자 중에 극히 일부이지만, 일하다가 업무 외 작업 때문에 다치는 사고에 대해서는 전 직종 화물노동자에게 보상이 이루어지도록 노동부 지침이 신설되었어요. 그런데 이 과정에서도 업무 지시가 없었다고 발뺌하거나, 화물운송법상 차주의 의무(적재물 낙하 방지 조치, 복포작업, 밴딩작업)를 가지고 업무 외 작업이 아니라고 해석할 것이 우려됩니다.

상하차 작업은 화물노동자의 업무가 아니지만, 막상 현장에 가면 인력 부족으로 스스로 작업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고 그러다 낙상사고 또는 물체에 의해 깔리거나 다치는 사고가 빈번해요. 차주의 업무냐 아니냐를 따지지 않고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관행적 지시를 폭넓게 승인해야 실질적으로 화물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을 거예요. 집단 산재신청을 통해 그런 의미를 알리고 싶고, 현장에도 잘 안착되길 바랍니다." -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이대근 대외협력국장

화물연대의 집단 산재신청 역시 현장의 노동을 충분히 반영해 지침의 취지를 살리자는 의미가 크다. 마찬가지로 코로나19에 대한 정부 정책과 사회보험 논의도 애초 취지를 살리고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내야 한다. 특히 산업이 다변화하고, 점차 사업주를 가리는 것이 불가능해질 뿐만 아니라 노동의 형태가 달라진 시대에 더 이상 전속성, 종속성이 적용 기준이 되어선 안 된다.

전속성이 불분명한 노동이 벌어들인 이윤은 대자본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런 사회에서는 고용은 물론이고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은 더욱 개인의 책임으로 전가되며 등한시될 것이다. 위기를 통해 근본적인 법체계를 변화시키고 배제 없는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해나가야 한다.

 

 


01 
여기서 특수고용노동자의 규모에 대해서는 ⑴ 이전까지 정확히 통계화 되지 않았고 ⑵ 기존의 특고의 범위를 너무 좁게 설정했다는 문제의식에 따라 전체 노동자에서 '임금근로자'와 '자영업자'를 제외하는 방식으로 추산했다. '디지털 특고'로 불리는 플랫폼 노동자 55만 명은 기존 정의된 특고보다 종속성은 더 약하지만, 임금근로자와 자영업자의 경계에 있는 존재다. 따라서 이 글에는 양 집단을 합산한 221만명을 기술했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규모추정을 위한 기초연구>, 정흥준, 2018

02 
2020년 5월 12일, 문화예술노동연대 성명 중.

03
<코로나19 비정규노동의 현실과 고용안정 방안>, 황선웅, 직장인 1천명 코로나19 설문결과와 건강·일자리 긴급토론회, 2020.5.12.

 

특집1. 노동안전보건의 경계를 허무는 전장, 노동자성 인정 / 2020.06

[노동권 회색지대에 맞서다①]

 

노동안전보건의 경계를 허무는 전장, 노동자성 인정

 

 

류현철 / 한노보연 소장, 직업환경전문의 

 

'평등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평등한가'라는 질문은 끊임없이 사회적 규범과 법제도의 경계를 문제 삼으면서, 경계를 무너뜨리고 확장시킨다. 노동자들의 안전과 건강의 문제를 다룰 때도 이 문제가 지속적으로 등장한다. 현재의 평등과 차별의 경계를 인정하고 방치하거나, 때로는 조장하고 강화하는 법 제도에 대한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것이다.

근로기준법과 산업안전보건법의 경계를 문제 삼다

근로기준법은 '헌법에 따라 근로조건의 기준을 정함으로써 근로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 향상시키며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발전을 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산업안전보건법은 근로자의 안전과 보건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근로기준법의 위임을 받아 '산업 안전 및 보건에 관한 기준을 확립하고 그 책임의 소재를 명확하게 하여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쾌적한 작업환경을 조성함으로써 노무를 제공하는 자의 안전 및 보건을 유지·증진함을 목적'으로 하겠다고 한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산업재해보상보험 사업을 시행하여 근로자의 업무상의 재해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보상하며, 재해근로자의 재활 및 사회 복귀를 촉진하기 위하여 이에 필요한 보험시설을 설치·운영하고, 재해 예방과 그 밖에 근로자의 복지 증진을 위한 사업을 시행하여 근로자 보호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다. 그런데 법이 만들어진 취지가 온전히 지켜지고 있을까?

전형적인 근로계약관계나 사용종속관계만을 대상으로 해온 근로기준법을 위시한 노동법제와 정책은 많은 비판의 대상이 되어왔다. 특수고용노동자,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는 이들의 등장은 근로기준법의 경계를 여실히 드러냈다.

소위 '특수고용'(이하 특고)의 본격적인 등장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의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가부도의 불안감을 극대화시키면서, 정부는 정리해고 합법화, 파견노동 도입 등 노동유연화 정책을 시행하였고, 이로 인해 전통적인 고용관계에 균열이 생기고 특수한 형태의 '자영업자'가 늘어났다.

예컨대, 건설회사는 고용하고 있던 대형트럭 기사들을 해고하고, 계속 일을 하고 싶으면 트럭을 구매하여 회사와 일대일 계약을 체결하고 수수료를 받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제안하였다. 화물트럭기사나 택배기사들도 비슷한 과정을 거쳐 근로계약을 가진 노동자에서 위·수탁계약을 하는 독립 자영업자로 노동시장 내 지위가 변했다. 이렇게 시작된 한국의 특고 종사자는 보험설계사, 방문판매원, 학습지교사, 대리운전기사 등으로 확대되어 왔다(정흥준, 특수형태고용종사자의 현황과 실태, 2019). 

노동자성 은폐로 만들어진 회색지대

권오성 성신여대 법학과 교수는 이러한 과정을 기업이 근로자(employee)개념에 대한 정교한 조작을 통해 노동법을 회피하는 데 성공해 왔으며, 이를 통해 기업이 마땅히 부담해야 할 비용들을 사회에 전가해왔던 과정이었다고 규정한다. 특히 기업은 노동자를 노동자가 아닌 존재로 은폐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노동자를 자영인으로 오분류하게 만들었고, 그들이 마땅히 누렸어야 할 노동법적 보호가 박탈되고 말았다(권오성, 플랫폼 유니온 출범의 기회와 도전, 2020).

택배노동자였으며 동시에 만화작가였던 이종철은 자신의 책 <까대기>(2019, 보리출판사)에서 "개인 사업자인데 개인 사업자의 자율성은 없고, 노동자인데 노동자의 권리는 없는 게 바로 특수고용직이죠"라는 대사를 통해 노동권의 회색지대를 지적했다.

하는 일이 똑같아도 종이 문서 한 장만으로 특고는 회색지대에 놓이게 된다. 그리하여 실은 강요이지만 자신의 선택이라는 포장된 채, 일과 관련한 모든 걸 자기 책임을 넘겨받는다. 그 대가로 근로기준법상의 부여되고 있는 근로자의 권리를 잃어버리고 만다.

이는 플랫폼 노동에도 마찬가지다.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해내는 과정과 거기에 결부되는 노동의 투입과 매개의 방식이 다변화되고 있다. 사회는 이것을 소위 4차산업혁명, 혁신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 와중에 기업과 사용자들은 오로지 책임회피의 측면에서만 창의적이고 희한한 고용계약 관계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이 점에서 특고의 문제와 크게 다를 바 없다.

플랫폼 노동은 장소라는 측면에서 산업화 이후로 등장한 공장형태의 공동 작업공간에 기반하지 않고, 노동(혹은 서비스)의 수요가 발생하는 지점에서 이루어지는 특징이 있다. 그리고 플랫폼의 중개를 통해서 만들어지는 일자리는 작은 직무로 세분화된 초단기 일자리라는 특징도 가지게 된다. 이 속에서 전통적인 노사관계의 붕괴, 노동자와 사용자 간 경계의 모호성, 집과 일터 간 경계의 모호성 등이 발생한다. 그로 인해 노동과정에서의 건강위험은 상존하지만, 그에 대한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관리는 어려워진다.

플랫폼 노동은 기술변화에 따라서 생산·소비 방식이 달라지고, 고용과 노동을 매개하는 방식이 바뀐다는 점에선 새롭다. 그러나 노동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고 불안정한 노동을 활용하고자 하는 사용자의 전략이라는 측면에서는 특고의 등장 이래로 전혀 새롭지 않다.

안전보건의 관점에서도 유해·위험요인의 노출 결과로 나타난 손상이나 질환 등의 건강 문제에 대한 치료기법이 특고나 플랫폼 노동자들이라고 해서 다를 바는 없다. 문제는 이러한 노동에서 마주치는 건강상의 유해인자들을 어떻게 관리하고 그 책임은 누구에게 두어야 사고와 질환을 예방할 것인가에 있으며, 또한 건강문제에 뒤따르게 되는 치료·보상·재활·생계에 소요되는 사회적 비용의 부담은 어떻게 할 것인가에 있다.

또한 노출되는 유해요인 자체의 고유한 위험성을 넘어서, 건강의 사회적인 결정요인에 대해 주목하는 게 필요하다. 노동을 통해서 안정적으로 생활임금이 유지가능하지 않다면 개인은 노동시간이나 노동밀도를 높이고 위험을 감수해야만 하며, 파편화된 노동에서 발생하는 건강상의 위험은 관리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이윤을 취하는 이들은 어떤 책임도 나누지 않고 숨어있게 된다.

노동자성 인정이라는 전장

이에 대한 사회적 제약이 부재한 상황에서, 근로자성을 다투는 일이 격렬한 양상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특고에 대해 국가는 산재보험제도로의 반쪽 편입이라는 매우 소극적인 태도를 취했다. 2008년 산업재해보상법에서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근로자와 유사하게 노무를 제공함에도 '근로기준법' 등이 적용되지 아니하여 업무상의 재해로부터 보호할 필요가 있는 자"로서 법정 요건에 해당하는 자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종에 종사하는 자"를 특수형태근로종사자라고 규정하여 최초로 법률상에 특고가 등장하게 된다.

기형적인 고용관행은 '특수형태'가 되고, 차마 근로자로 호명하지 못하여 '근로종사자'가 된 모양새였다.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근로자와 유사하게 노무를 제공함에도 '근로기준법' 등이 적용되지 아니하여 업무상의 재해로부터 보호할 필요가 있는 자" 가운데에서도 법정 요건(주로 하나의 사업에 그 운영에 필요한 노무를 상시적으로 제공하고 보수를 받아 생활할 것, 그리고 노무를 제공함에 있어서 타인을 사용하지 아니할 것)을 갖춘 자 가운데 산재보험법 시행령으로 정하는 직종에 종사하는 자를 제한적으로 부르는 이름이 특수형태근로종사자다(박은정, 특수형태고용종사자에 대한 법적 보호, 2019).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2008년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에서 최초로 규정된 보험설계사나 모집인, 콘크리트믹서트럭 운전자, 학습지 교사, 골프장 캐디에서출발해서 현재는 택배원, 대출모집인, 신용카드회원 모집인, 대리운전기사, 방문판매원, 제품 방문점검원, 가전제품 설치 수리원, 컨테이너 운전기사, 화물자동차 운전사 일부까지 포함하고 있다.

직업군은 근로기준법이 아닌 보험업법, 건설기계관리법,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 대부업법, 여신전문금융업법,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등등의 법률의 규정을 따르고 있다. 이러한 '특고'의 규모는 정의에 따라서 매우 편차가 커서 50만에서 230만까지 다양한 추정을 하고 있으며, 2018년 한국노동연구원의 '특수형태근로(특수고용)종사자의 규모추정을 위한 기초연구'에서는 166만 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정흥준·장희은, 2018).

특고 종사자의 규모 결과 출처: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규모추청을 위한 기초연구, 정흥준, 2018 


플랫폼 노동자의 경우에는 그 규모의 추정이 매우 어려우나 2018년 한국고용정보원의 '플랫폼경제종사자 규모 추정과 특성 분석' 보고서에서는 무작위 추출 표본조사 방식으로 최소 47만에서 최대 54만 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럼에도 근로기준법은 기존 법률의 '근로자'의 개념의 고루함에서 벗어나지 못하여 수많은 노동자를 '노동자'라 불리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적용 제외를 '제외'하라

이름을 제대로 얻지 못하면, 권리에서도 배제된다. 노동자가 분명함에도 사업장의 규모에 따라서도 차별받고 있다. 이것은 근로기준법에서만이 아니라 산업안전보건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고용특례업종, 영세업종(업주) 보호, 공익필수직종,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위험작업의 범위 등 여러 가지 설명을 곁들여 이들 법의 적용범위에 '차이'를 두고 있고, 이는 노동자들의 권리와 일터의 안전과 건강문제에 있어서 '차별'을 낳는다. 사용자와 사업주가 지켜야 할 기준 적용에 있어서 예외(특례)는 결국 불평등을 낳고, 이것은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의 수준이 낮아 열악한 조건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일수록 권리의 박탈과 건강과 안전상 위험이 높아질 것이다.

변화하고 있는 존재나 관계를 새롭게 해석하지 않고 법을 통해 포괄하고자 하지 않으면 필연적으로 차별과 배제를 낳게 된다. 합리적 이유나 설명 없이 법의 적용을 받지 않도록 하는 예외규정을 손봐야 한다. 단지 사업장의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자신의 권리에 대한 제약이 따르고, 안전과 건강문제에 대해서 작업환경이나 업무의 위험성과 그에 따른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관리 전략에 따른 것이 아니라, 사업주의 경제적 여건이나 기형적인 계약 관행에 따라 적용을 달리하는 것은 차별이다.
  
노동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하여 향상하고, 노동자의 안전과 보건을 유지 증진하기 위한다는 법의 예외는 그 목적(법익)에 충실히 부합하는 한에서 인정할 수 있는 것이다. 예외는 어쩔 수 없는 경우에만 인정되어야 하며, 그 어쩔 수 없는 이유라는 게 누구의 이해에 맞닿아 있는 것인가를 살펴야 한다. 노동자들이 노동을 통해서 자신의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고, 안전하고 건강할 '권리'가 우선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플랫폼 혁신'이라는 허울 좋은 말이나 '특고'라는 족보 없는 단어 사용을 지속하면서, 새로운 고용 관계들에 대한 적극적 해석을 방기하거나 법제도 내로 포괄하려는 노력이 결여된다면, 권리의 사각지대는 자꾸만 넓어질 뿐이다.

사업의 규모나 사업주의 여건을 고려한 적용 제외조항이 남아있는 한 고용 관행의 왜곡은 지속될 것이며, 위험의 외주화는 계속될 것이다. 그로 인해 법률상 권리도 조직력도 없는 노동자들은 더욱 위험해질 것이다.

법의 규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개발된 기묘한 편법들을 방치하게 되면, 법은 시대의 변화에 부응하지 못한 채, 본연의 목적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여러 번 주장하거니와 모든 노동자에게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적용제외 조항을 제외하여야 한다. 새롭게 시작되는 21대 국회에서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 특수고용노동자 노동3법 보장, 중대재해기업처벌법(기업살인법) 제정으로 대표되는 '전태일 3법'이 반드시 관철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직업환경의사가 만난 노동자건강이야기] 코로나19 대응시 근로자건강센터가노동자 건강을 지켜줄 수 있을까? / 2020.05

코로나19 대응시 근로자건강센터가 노동자 건강을 지켜줄 수 있을까?

강충원 후원회원, 서울서부근로자건강센터

 

코로나19 대응 과정은 "방역저지선이 뚫렸다", "전사, 영웅" 등의 단어부터 재난 극복을 위한 총동원 체제, 고양된 어조로 전하는 뉴스속보 등 흡사 '전쟁'을 떠올리게 한다. 전쟁과 같은 재난은 일상을 잊게 만들고, 상대적으로 익숙하지 않았던 '노동자', '노동'이라는 단어는 자취를 감춘다.

필자가 속한 서울서부근로자건강센터를 찾아오는 노동자분들의 발길 또한 끊어졌다. '사회적(물리적) 거리두기'로 인해 예정되었던 안전보건교육과 운동교실, 집단상담, 찾아가는 이동상담이 모두 취소되었다. 국가적 재난에 모든 공공기관의 의료진들과 정신보건요원, 자원봉사자 등이 함께 동원되어 코로나19의 위험에 대응하고 있지만, 내방과 출장 없이 멈춰버린 근로자건강센터(이하 근건센)는 위기에 대응하는 공공기관으로서 역할을 부여받지 못했다. 안전보건공단과 계약한 실적목표 이외에는 공공기관으로서 역할이 없는 만큼 책임도 없는 민간위탁사업이기 때문이다.

근로자건강센터가 21곳이나 있지만, 그림자처럼 멈춰 있었다. 그래도 50인 미만 사업장 중 '우리회사 주치의' 관계를 맺은 사업장, 센터와 연결된 돌봄노동자, 이동노동자, 항공 관련 업종, 문래동 철강단지의 소공인 사업장, 대중교통 운전기사, 자동차 정비업체, 분진노출 사업장 등에 산업용 마스크를 전달하고 방역수칙을 전하는 창구 역할을 할 수 있었다. 손씻기는 물론 방진용 마스크 착용을 꺼려하던 분들이 이번 기회로 보호구 착용이 일상화되는 변화가 생겼다. 소규모 사업장의 보건관리를 한다는 체면은 세운 것이다.



코로나19로 돌아보게 된 일할 권리, 건강할 권리

청도대남병원 정신과 폐쇄병동과 A보험회사 콜센터에서의 코로나19 집단감염은 환자로서의 인권뿐 아니라, 노동자로서 건강하게 일할 권리와 아플 때 쉴 권리에 대해서 다시 고민하게 만든 사건이다. 2015년 우리는 메르스를 경험하면서, 서울삼성병원과 같이 큰 병원도 감염관리가 되지 않으면 더 위험한 감염의 진원지가 될 수 있다는 사실과 함께, 의료시스템을 민영화하는 것으로는 감염위기상황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회 전반의 감염위기상황에서는 반드시 공공의료가 필요하다는 교훈을 얻었다.

당시에는 병원이송노동자, 보안노동자 등 서울삼성병원이라는 대기업 원청에서 관리되지 않던 수많은 병원의 비정규직, 하청노동자들이 메르스 감염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그럼에도 근건센에서도 이전까지 3~4개의 콜센터사업장직원들의 심리상담을 지원하고 있었음에도, 조밀한 책상배치와 아플 때 쉬지 못하는 노무관리 등 열악한 노동환경이 상담사들의 감염위험을 키울 것이라는 문제의식이 없었다.

사업장의 보건관리가 기초서비스 제공에만 그쳐서는 안 되고, 노동자의 인권과 건강권 회복이 함께 고려되어야 함을 재확인했다. 정부와 지자체의 재난지원금, 고용유지지원금 등 생활유지를 위한 논의와 더불어, 아프면 쉴 수 있도록 상병수당제도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 것은 참으로 다행이다.

▲   또 다른 판데믹에 맞서, 열악한 작업환경에 처한 소규모 사업장들의 안전보건을 지키기 위해서, 근로자건강센터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 pixabay

 

건강할 권리와 함께 일할 권리도 중요하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건강문제보다 실직문제가 더 큰 고민인 노동자들도 있다. 서울·서울서부 근건센 2곳에서 서울시교육청 산하 학교보건진흥원 소속의 학교급식종사자들의 작업환경개선과 보건관리사업을 함께 하고 있다.

그동안 학교가 교육서비스업으로 분류되어 보건관리가 이뤄지지 않다가, 2017년 학교급식소는 "기관내구내식당업"이라는 유권해석으로 현재는 산안법이 적용되어 각 학교별로 급식설비의 개선과 함께, 건강관리가 이뤄지고 있다. 조리종사자의 직위도 교육공무직으로 변경되었지만, 여전히 방학 기간에는 무급이다. 이번 코로나19로 인해 개학이 연기되며, 사실상 임금을 받는 일자리가 사라진 상황이다.

이전에는 2달 정도의 방학, 즉 실업 기간에 근건센에서 아픈 몸을 쉬면서 재활운동과 건강관리를 받는 분들도 계셨는데, 개학이 연기되면서 보건관리사업도 함께 연기되었다. 5월부터 개학하기로 된 것은 다행이지만, 교육청에서 발표한 개학 이후 학교급식 운영방안은 여전히 조리종사자들의 업무부담 증가와 감염관리, 환기관리 대책이 부족하다. 인력충원 없는 부담 증가가 미치는 정신적, 신체적 건강 영향, 급식종사자의 건강이상 발생 시 유급병가 부여와 대체인력 확보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취약한 사업장들의 감염관리/산재예방체계를 갖춰야

사회적 거리두기에도 불구하고 일이 더 많아진 사업장도 있다. 52시간 근무제가 정착될 겨를도 없이 마스크 생산업체가 24시간 비상가동을 시작했다. 마스크 생산량 확보를 위해 정부는 사업체들에 추가고용지원금을 제공했고, 근건센은 생산업체의 건강관리 긴급지원을 담당하기로 했다. 기존보다 몇 배를 더 생산하게 된 노동자들은 피로누적과 과로, 수면문제, 근골격계 문제를 겪기 시작했을 것이다.

그러나 근건센 지원의 문제점은 사업주 요청으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정부에서는 물량확보가 중요했고, 정부의 눈치를 보는 사업주의 납기일을 맞추기 위한 노력에 노동자 건강을 관리한다는 구호가 허공으로 사라져버렸다. 일부 지역에서 마스크제조업체의 건강지원을 나갔지만, 정작 도움이 필요한 사업장과 근건센이 연결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소규모사업장, 취약작업환경사업장, 건강실태조사 고위험 사업장 등 이름도 어려운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하지만, 정작 도움이 필요한 사업장과 노동자 근처에도 다가가지 못한 것 같은 씁쓸함이 남는다.

우리는 어쩌면 더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을 시작할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에 서 있다. 또 다른 판데믹에 대응하기 위해 사업장의 감염관리체계를 점검하는 게 중요하다. 고위험 사업장에 대한 실적 중심의 예방관리체계에서 벗어나 급작스런 위험상황에도 잘 대처할 수 있는 노동조건과 작업환경 조성과 공공보건 지원체계 확립의 필요하다. 이러한 사회적 전환 가운데서 공공서비스 제공기관으로서 근건센 또한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