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보험 톺아보기] 산재보험제도의 선순환 체계 마련을 위하여 / 2020.02

산재보험제도의 선순환 체계 마련을 위하여 : 예방 기능을 중심으로

 

박기형 상임활동가, 노동시간센터 산재보험연구팀

 

 

산재보험의 선순환 체계: 보상-재활-예방

 

산재보험이라고 하면, 해당 제도를 규정하는 법률인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라는 이름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보상을 흔히 떠올린다. 산재보험의 여러 기능 중 요양급여와 현금급여를 중심에 놓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보상 문제는 재해자가 당분간 경제활동을 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해, 사회적 차원에서 생계를 보장하고 충분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재정적으로 지원해주기 위함이었다.

이후 제도를 운용해가면서, 산재 발생 후에 금전적 보상을 해주는 소극적인 대처를 넘어서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되었다. 이에 보상 자체도 좀 더 재해자에게 실질적인 요양/치료를 제공해주는 문제로 확장됨과 동시에, 사업주의 예방활동을 강화함으로써 사후 보상과 사전 대응 간의 선순환 체계를 마련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그리하여 보상을 중심에 둔 전통적 의미에서의 산재보험 제도로부터 점차 재활과 예방의 기능까지 갖춘 다양한 기능으로 확장된 산재보험 제도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이러한 두 차원의 변화는 한편으로는 재활을 통해 재해자의 직업복귀 가능성을 최대한으로 높이기 위함이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사업주의 예방활동 강화를 통해 산재와 직업병 발생을 줄임과 동시에 산재보험재정 운용의 효율을 높이기 위함이었다.

 

산재보험 예방 기능의 효과

 

산업재해가 노동자에게 미치는 위험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사후적 대처보다는 사전적 예방이 중요하다는 것은 근본적인 원칙이다. 다양한 급여제도를 통해 보상과 치료를 지원한다고 하지만, 재해자가 받은 신체적·정신적 고통과 휴유증, 그리고 가족을 비롯한 재해자를 둘러싼 사회구성원들이 입는 피해는 오랜 시간에 걸쳐 지속된다.

더욱이 산업재해는 재해자와 사회구성원 각자에게 피해를 가하는 것뿐만 아니라, 사회보험을 운영하는 해당 사회에도 영향을 미친다. 재해자를 지원하는 것에만 제한될 경우 산재보험제도 운영에 있어서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산업재해 발생이 줄어들지 않고 더욱 늘거나 유지된다면, 재정상 막대한 비용을 계속해서 지출해야 하는 부담이 시간이 갈수록 가중되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산재보험제도의 예방 기능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요구가 있는 것이다.

출처: pixabay

예방 기능의 강화를 위한 선행과제 : 산재통계의 정확성/분석력 증진

 

그렇다면, 산재보험제도와 관련해 재해자를 비롯한 사회구성원의 피해와 산재보험제도의 재정적 부담을 최소화하고 사전적으로 산재 자체를 줄여가나기 위한 예방기능 강화를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무엇보다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산업재해 발생 현황과 원인을 명확히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예방기능 강화의 선행조건은 정확하고 체계적인 산재통계 및 분석이다.

하지만 한국에서의 산재통계는 사업장에 만연한 산재 은폐와 산재보험 처리 기피 등으로 인해 정확성이 떨어진다. 그동안 징벌적 제재 중심의 정부 관리감독으로 인해 사업장에서 보험료 인상 및 행정감독 증대를 우려하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개별실적요율제를 통한 경제적 유인책 제공도 산재 은폐를 줄이거나 산재보험 처리를 높이는 데 충분한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오히려 원하청 구조나 다단계 하도급의 심화, 비정규직 증대 등의 변화 속에서 개별실적요율제는 위험을 외주화한 대기업/원청들에게 산재보험료 절감해주고 정작 산재에 취약한 소규모 사업장들에게는 비용부담을 증대시키는 역설적 효과를 가져왔다.

다른 한편, 사업주의 산재보고 의무를 강화하기 위해 2013~2014년에 걸쳐 산업안전보건법 및 해당 법령 시행규칙을 개정하여 요양급여신청 등으로 산재발생 보고를 대신할 수 없도록 하고 보고대상도 사망자 또는 3일 이상 휴업재해로 변경했다. 하지만 노동부 해석지침 중 휴업일수 산정에 대한 비판이 있었고, 무엇보다 최근 2019년 산안법 개정에서도 보고의무 미이행에 따른 처벌은 과태료 수준에 머무르고 말았다. 이로 인해 여전히 산재보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고, 산재통계 자체의 정확성도 확보되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어렵게 취합된 산재통계 데이터를 가지고서 목적의식 없는 분석만을 내놓는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기초통계 수준의 단편적인 분석만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재현황 및 원인을 분석하는 데 있어서 보다 분명한 목적의식을 갖고서, 다른 통계와의 비교 및 다양한 요인을 고려한 복합적-종합적 분석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 이렇듯 산재보험제도를 활성화하는 과정에서 산재통계의 정확성 및 분석력을 강화해야만, 산업재해가 발생하는 구조와 원인을 명확히 드러낼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예방기능을 강화할 수 있다.

 

예방 효과성 검증 시스템 구축의 필요성

 

장기적으로는 산재보험제도의 선순환 체계를 마련하기 위해서 예방의 효과를 검증하기 위한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선순환의 흐름을 만드는 일과 이러한 흐름이 잘 이뤄지고 있는지 평가하는 일은 분리 불가능하다. 그러나 현재 한국의 산재예방사업과 산재보험 사업은 명확히 업무상 분리되어 있다. 전자는 고용노동부 산재예방정책과가 정책입안을 하고 산업안전보건공단에서 집행하고 있고, 후자는 고용노동부 산재보상정책과가 정책입안을 하고 근로복지공단에서 집행하고 있다. 다시 말해, 안전보건공단과 근로복지공단이라는 두 축으로 분리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기능상의 분리는 산재보험을 통한 보상·재활과 사업장 현황 파악을 각종 안전점검·보건관리 등 예방 정책과 체계적으로 연계하지 못하는 한계로 작용한다. 물론 산재보험 지출 예산의 8% 이상을 매년 산업안전보건사업과 안전보건공단에 출연하도록 하고 있지만, 보상과 예방의 체계적 연계 없이는 산재예방 사업에 대한 투입 비용 대비 산출 효과가 충분히 담보될 수 없다. 다시 말해, 예방사업을 운영하기 위한 기금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앞서, 예방사업의 효과성을 검증하는 시스템 마련이 전제될 필요성이 있다는 말이다.

또한 유의해야 할 것은 예방효과라고 할 때, 해당 효과에 대한 정의와 그 효과를 검증하기 위한 지표가 무엇인지를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 클린사업·검진지원·국고사업·근로자건강센터운영·작업환경측정사업지원·기술지원 등 안전보건공단의 예방사업이 여러 방면에서 진행되고 있지만, 정작 우수사례 중심의 평가 보고서로만 그치고 있다. 검진이나 조사, 재활치료, 보험료 지출 절감 등의 양적 성과만을 보여주는 것으로는 현장의 변화와 예방사업의 효과를 제대로 검증할 수 없다. 업종 내 사업장별 위험특성, 업종 간 위험특성을 고려한 적합한 예방사업이 이뤄졌는지, 사업장에서 산재현황이 제대로 파악되고 있는지, 현장에서의 안전보건조치가 얼마나 개선되었는지 등을 보험사업에서의 활동 및 데이터와 예방사업에서의 활동 및 데이터를 상호연계함으로써 면밀히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

 

[직환의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야간작업 노동자의 검진과 사후관리 / 2020.02

야간작업 노동자의 검진과 사후관리

이선웅 회원,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필자는 직업환경의학 의사로 노동자 특수건강검진도 하고 있지만, 외래진료실에서 지역사회 환자와 노동자들에 대한 일반 진료도 하고 있다. 직업환경의학 의사임에도 막상 외래 진료를 하고 약 처방을 하게 되면, 일일이 직업을 물어 질병과 관련성을 유추하고 필요시 업무적 대책을 생각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 많다.

우리 사회에서는 특수건강검진의 다양한 항목들이 기본적으로 주의하여야 할 직업적 위험요인이지만, 일반 외래에서는 특수건강검진 프로그램과 외래 프로그램이 연동될 수 없어 이 환자가 특수건강검진을 받은 분인지 또 그 결과 판정은 어떤지를 같은 기관 안에서라도 쉽게 확인할 수가 없다.

하지만 외래 진료 시에도 말을 하다 보면, 쉽게 눈에 띄는 직업적 유해인자가 있다. 바로 야간작업이다.야간작업노동자들은 뇌심혈관 질환의 위험이 높은 것으로 익히 알려져 있다. 따라서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과 같은 기저 위험질환을 특수건강검진으로 파악해 이를 관리하여 야간작업노동자들의 뇌심혈관 질환을 국가적으로 예방하고자 하는 것이다. 특수건강검진을 시작하고 얼마 안 있어 30대 중반의 야간작업 노동자가 특수건강검진에서 당뇨의심으로 정밀 2차 검사를 하러 왔다. 2차 검사 채혈을 하고 며칠 후 검사 결과가 나오면 판정을 해서 우편으로 결과를 보내는 것이 일반적인 검진기관의 방법이다. 하지만 의문이 들었다. 그렇게 우편으로 결과를 받으면 이분이 실제로 치료를 위해 다른 병원이라도 내원을 할지. 사업장 보건관리를 하면서 무수한 검진 유소견자분들이 치료가 방치된 채로 지내는 것을 목격했다.

다양한 이유가 섞여 있을 것이다. 검진결과에 대한 적절한 대면 설명을 듣지 못해서일 수도 있고, 야간작업과 같은 경우는 내원 시간을 내지 못한 상태로 1, 2년의 시간이 금방 지나가기도 할 것이다. 또, 일반적으로 검진의사와 처방의사가 달라서 설명을 들어도 다시 진료하는 과정이 번거롭거나 심리적 거리감이 있어 누락되는 분들도 상당할 것이다. 그래서 그 분은 2차 검진을 원내 당화혈색소로 검사하고 바로 외래로 접수해서 당일 치료를 시작했다. 당화혈색소 수치가 높아 환자도 놀라워했다. 건강검진의 판정은 우선적으로 치료 시작 후 당일의 검사 결과를 가지고 추후 판정되어 배송될 것이다.역시 야간작업으로 특수건강검진에서 고혈압 의심으로 2차 검진을 위해 내원한 30대 초반의 환자가 있었다. 2차 검진에서도 혈압이 매우 높아 야간작업을 유지하는 것이 걱정되었다. 판정을 해서 결과를 보내고 그 이후에 노동자가 알아서 치료를 하라고 하기에는, 치료가 누락되어 건강상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어보였고 고생을 해서 검진을 한 의미도 없다고 느꼈다.

 뇌심혈관계 질환 등 특정한 건강 상 위험이 높은 야간작업 노동자들. 출처: pixabay.

따라서 2차 검진 시 우선적으로 외래 처방을 하고 추후에 판정결과를 보냈다. 그 외에 다른 상당수의 고혈압 특수건강검진 유소견자분들도 필자의 기관에서는 2차 특수건강검진과 동시에 치료를 시작하고 있다. 특수건강검진 의사가 검진과 동시에 외래 진료가 가능하도록 원내 시스템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특수건강검진의 목적에는 검진 이후 사후관리가 포함되어 있고 이의 실행이 매우 중요함을 누구나 알고 있다. 야간작업과 같은 만성질환의 사후관리에는 심각한 경우에는 업무전환이 될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치료적 관리로 업무수행이 가능하게 된다. 그리고 야간작업 만성질환의 치료적 관리는 우리의 보건의료 체계에서 매우 쉽고 간단히 수행될 수 있다.

하지만 노동자 입장에서는 특수건강검진과 치료적 사후관리의 사이에 생각보다 큰 벽이 있고, 이에 대해서는 그동안 감독기관과 일선기관 모두 무관심했었다고 생각한다. 일반건강검진과 달리, 특수건강검진은 사업장 단위의 지속적인 추적관찰 기능이 있는 검진 체계이며, 실제로 사업장보건관리 제도를 통해 사업장 검진결과를 지속관리의 방법으로 사용하고 있다. 지속적인 사업장 관리에서 검진 이후 사후관리가 없거나 내팽개쳐져 있다면, 사업장 검진 자체는 그 의미가 없을 것이다. 야간작업과 같이 치료적 관리가 가능하고 필요한 상황에서는 치료적 사후관리를 장려하고 이를 강화하도록 특수건강검진의 방향을 잡는 것이 야간작업 노동자들의 건강에 실질적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막대한 인력과 비용을 들이는 국가사업의 성과 평가에도 중요한 부분일 것으로 생각한다.

[노동시간 읽어주는 사람] 초장시간 노동이 만연하는 방송 영역, 더욱 심각한 아동-청소년 연기자의 노동 / 2020.02

초장시간 노동이 만연하는 방송 영역, 더욱 심각한 아동-청소년 연기자의 노동

 

성상민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활동가, 문화평론가

 

"12시간 일하고 12시간 쉬자!" 독자들에게는 이 말이 무척이나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다. 하루 12시간 일하는 것도 엄연히 노동법에 위배되는 상황인데 왜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일까. 그러나 드라마 촬영을 비롯한 방송 노동에서는 12시간 쉬는 것도 무척이나 감지덕지한 상황이 오랜 시간 이어졌다.

본래 이 구호는 2005년 결성한 전국영화산업노조에서 사용하던 문구였다. 문화예술과 관련된 업계 중에서는 가장 빠르게 노조가 생긴 편이었던 영화 영역은 다른 문화 영역의 노동과 다를 바 없이 매우 열악한 노동환경에 놓여 있었다. 노동인권을 고려하지 않는 무리한 야간 촬영, 장시간 촬영도 척박한 노동조건의 일부였다. 다행히도 영화노동은 10년 이상 지속된 영화산업노조의 투쟁과 활동의 결실로 표준 근로계약서를 정착시키는 것은 물론 열악했던 노동 환경이 차근차근 개선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주52시간 연장 제한 준수를 위한 움직임도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이렇게 영화 노동의 상황이 변화하고 있는 것과 달리 방송 노동은 2010년대 후반에 이르러서야 열악한 상황이 주목을 받게 되었다. 오랜 시간관행으로 정착된 '쪽대본 문화'는 방송 촬영에 충분한 여유를 들일 수 없게 만들었고, 2000년 대 이후 방송업계에서 가속화된 프로그램 제작 외주화 는 '방송 산업 전문화'와 '방송 프로그램 다양성 추구'라는 명분과 달리 전형적인 하도급 노동의 체제를 방송업에 그대로 정착시키는 계기를 만들었다. 방송국이 충분한 제작비를 지급하지 않은 상황에서 외주 제작사조차도 자기들이 살기에만 바빠 방송 노동의 문제는 등한시했다. 여기에 한국의 경우, 방송을 비롯한 문화예술 영역의 노동이 전반적으로 시장 규모에 비해 제대로 된 노동자 보호 제도가 정착 되지 못한 것은 물론 노동자들의 조직화도 충분치 않다는 제반 조건의 문제까지 존재한다. 

방송국이 자신이 만드는 프로그램에 제대로 된 책임 의식을 지니지 않는 사이 방송국은 방송노동자들을 쉽게 쓰다 버리는 휴지처럼 취급하는 일이 만연했다.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방송노동자들을 노동자로 인식하지 않은 사례는 무척이나 허다했다. 방송 노동에 대한 감수성이 미비한 상황에서 '쪽대본 문화'가 겹친 결과는 초장시간 노동이다.  

20년 1월 14일 화요일 오후 <아동 청소년 대충문화예술인 노동인권 개선 토론회>가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출처: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극히 일부의 프로그램을 제외하면 대다수의 방송 프로그램은 방송 예정 시간 하루 전, 심하면 몇 시간 전까지도 촬영이 계속된다. 또한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방송국 사이의 경쟁 속에서 한국 드라마의 평균 방송 시간은 세계에서 유래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길어졌다. 방송 시간은 세계에서 제일 긴데, 준비 하는 시간은 세계에서 제일 짧은 기형적인 환경 에서 여유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빡빡한 스케줄 속에서 촬영시간은 하염없이 길어졌다. 시간이 없으면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야간 촬영 장면이 있으면 최대한 밤 시간대를 활용해야 한다는 이유로. 여기에 아무리 노동시간을 길고 길게 만들어도 제동을 걸 존재나 제도도 없었다. 

제대로 된 수면이나 휴식을 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산재 사고는 끊이지 않고 발생했다. 업무 특성상 준비 작업과 철수 작업으로 다른 직군보다 더욱 길게 일하는 세트나 소품, 분장 등의 미술 분야 팀은 출퇴근 과정에서 크고 작은 교통사고를 당하기 일쑤였다. 폭염이나 한파가 찾아와도 노동시간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2018년 SBS에서 방송한 드라마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에 참여한 방송노동자 한 명이 그해 7월, 사상 유래 없던 폭염 속에서도 76시간 촬영을 하다 집에서 잠시 수면을 취하던 중 과로사로 의심되는 돌연사로 세상을 떠난 사건이 대표적이다. 

'하루 12시간 노동'은커녕 주 70시간, 주 80시간 노동이 만연한 상황 속에서 방송노동자 대다 수가 힘겨운 상황에서, 더욱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분야가 있다. 소위 '아역배우'라는 호칭으로 익숙한 아동·청소년 연기자들이다. 많은 이들이 알다시피 아동과 청소년은 신체적으로나 정신적 으로 성숙하는 단계에 놓여있기 때문에 세심하게 접근해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이 상식은 최소한 방송 노동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방송 노동에 만연한 초장시간 노동환경이 그대로 아동·청소년 연기자들에게도 적용된다. 설사 등장하는 장면이 단 몇 장면에 불과 할지라도, 그 몇 장면을 찍는 시간까지 하염없이 기다리는 일이 다반사이다. 장시간 촬영, 장시간 대기가 고착화된 상황에서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하는 것은 물론 학교에 다니는 아동·청소년 연기자는 학습권을 침해받기까지 한다. 

지난 1월 14일,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를 비롯해 문화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언론개혁시민연대 등 인권·노동·언론 영역의 단체들이 모여서 결성한 '아동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 노동인권 개선을 위한 팝업(Pop-Up)'이 국회 토론회에서 발표한 아동·청소년 연기자 실태조사에 의하면 이 실태는 더욱 명확해진다. 조사에 참여 한 총 103명의 아동·청소년 연기자들 중 1일 최 장 12시간 촬영을 경험한 이들은 63명으로 60%에 육박했다.

심지어 이들 중 3명은 24시간 이상 촬영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대답하여 충격을 주었다. 이러한 초장시간 노동에 아동·청소년 연기자나 보호자의 동의를 받는 경우는 무척이나 드물었다. 단 18명의 응답자만 야간 촬영를 진행할 때마다 제작사가 동의를 구했다고 답변했다. 자연스레 이는 학습권에도 영향을 미쳤다. 단 2명의 아동·청소년 연기자만이 드라마 촬영 기간 중에 결석이나 조퇴를 한 적이 없다고 대답했다. 

성인들도 제대로 쉬지 않고 일하면 피로를 느끼는 상황에서, 한창 성장기에 놓인 아동·청소년 연기자들에게 초장시간 촬영은 더더욱 큰 피해를 줄 것은 명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도 아동·청소년 연기자들의 노동환경은 여전히 열악한 환경에 그대로 놓여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여기엔 방송노동환경이 전반적으로 열악한 것이 그대로 아동·청소년 연기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문제도 크지만, 한국 사회가 아동·청소년 연기자를 바라보는 시선도 함께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어린 나이부터 연기자 활동을 하는 아동·청소년들은 일찌감치 자신의 진로를 방송 영역의 노동으로 정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아직도 방송노동자들을 위한 의무적인 노동 교육도, 강고한 힘을 지닌 방송사나 제작사에 맞서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나 단체 의 힘도 미비하다. 게다가 현장에서는 PD의 힘이 지배적으로 작용하는 상황에서 자연스레 아동·청소년 연기자 상당수는 연기 활동을 안정적으로 지속하기 위해 아무리 부당한 일을 겪어도 참는 것이 당연하게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9살 때부터 연기 활동을 시작해 어느덧 배우로는 물론 가수로도 이름을 알린 양동근이 2015년이 되어서야 드라마 PD에게 정신적인 폭력을 받은 것을 고백한 것이 대표적이다. 청소년 시기를 지나 성인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렸을 때부터 심어진 침묵의 기제가 아동·청소년 연기자들에게 강력하게 작동한다는 사실이 어렴풋이 드러난 사건이었다. 

여기에 아동·청소년 인권에 대한 인식과 감수성이 낮은 환경이 함께 영향을 미친다. 아동·청소년을 동등한 존재로서 대우하고 존중하기 보다는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차별하거나 무시하는 것이 2020년 현재에도 한국에서는 만연 한 것이 현실이다. 이렇게 방송 노동의 열악한 현실은 방송 노동 현장의 억압적인 문화와 열악한 인권 감수성이 결합하며 오랜 시간 동안 문제가 있어도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아동·청소년 연기자의 초장시간 노동환경은 연기자가 되기 위한, 또는 방송 환경에서 버티기 위한 당연한 '통과의례'로 여기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그 통과의례는 과연 누구를 위한 통과 의례인가. 그저 시청률과 광고료에만 신경 쓸 뿐, 제대로 된 휴식이나 수면은 물론 학습권조차도 보장받지 못하는 무법천지의 방송노동환경은 얼마나 아동·청소년 연기자가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있는가. 방송사나 제작사의 이권만을 신경 쓰는 방송 산업에서 한국의 아동·청소년 연기자는 열악한 방송 환경과 억압적인 방송 문화, 척박한 아동·청소년 인권의 '삼중고'에 오늘도 시달리고 있다.  

[현장의 목소리] 빼앗긴 노동, 빼앗길 수 없는 희망을 위한 투쟁 / 2020.02

빼앗긴 노동, 빼앗길 수 없는 희망을 위한 투쟁

- 금속노조 시그네틱스 분회 윤민례 분회장 인터뷰

 

정재현 상임활동가

 

시그네틱스()1966912일 산업의 쌀이라고 불리는 반도체 전자산업을 한국에서 처음 시작한 기업이자 최초의 외국인투자기업이었다. 한국에서 반도체 사업 이끌었던 사업장이다보니 삼성전자, 엘지전자 등이 기술을 배우러 올 만큼 시장에서의 영향력이나 높았고, 이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자부심 역시 상당했던 현장이었다. 그런데 1975년에는 필립스가 1995년에는 거평 그룹이 지분을 인수했다가 기업 부도로 2000년 영풍 그룹의 계열사로 넘어가면서 시그네틱스 노동자들의 삶은 완전히 바뀌었다. 18년의 세월동안 3번의 해고를 당하며 소소하고 평범했던 일상은 까마득한 과거가 되었고 눈물겨운 투쟁을 겪어야 했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시그네틱스 노동자들의 이야기가 <빼앗긴 노동 빼앗길 수 없는 희망 : 시그네틱스 노동자 18년 투쟁의 기록>이라는 책으로 세상에 나왔다.

 

반도체 전자산업 현장의 어두웠던 이면

 

전남 곡성에서 태어나고 자란 윤민례 분회장은 19882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3월 서울 염창동에 있는 시그네틱스에 입사했다. 윤민례 분회장에게 시그네틱스 현장은 첫 직장이자 마지막 직장인데 2001년에 해고 되어 지금껏 출근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 화곡동에 언니가 살고 있었는데 동네에서 시그네틱스가 굉장히 유명했다. 언니가 나를 입사시키려고 직원 모집하는데 접수를 했고 회사에서 면접 보고 국영수 시험을 봤다. 반도체 공장 설비가 미국에서 사용하던 것들이라 키가 157CM 이상 넘어야 하고 영어를 아는 여성 직원만 선발하는 게 기준이었던 거다. 1차 모집은 서울에 주소지를 두고 있는 사람만 선발해서 떨어졌고 2차 모집에서 합격했다. 이후 6차까지 모집이 이어졌다.”

 

윤민례 분회장과 같은 시기에 입사한 노동자들은 시그네틱스가 새로운 제품 제작을 시작하면서 만들어진 공정에서 일했는데 그해 연말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1년 내내 일했는데 갑자기 12월 연말이 되니까 회사에서 사람을 해고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지금 미리 사직서를 제출하면 1달치 월급을 주고 아니면 그냥 나가야 하니까 미리 제출하라고 사람들을 압박했던 거다. 그래서 나도 사직서를 썼는데 같이 일하던 언니들이 이거는 월급 많이 받는 선배들 나가라고 하는 거니까 너는 가만히 있으라고 했다. 게다가 우리는 황산을 온종일 쓰면서 일하는데 누가 오려고 하겠냐고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그때는 필립스 자본이었는데 이런 식으로 매년 사람을 뽑고 정리하는걸 알게 됐다.”

 

윤민례 분회장은 일하면서 노동조합을 만나고 새로운 세상을 눈을 뜨게 되었다. 입사 당시 1988년은 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현장에서 노동운동이 활발했고 시그네틱스가 유니온샵이었기 때문에 노동조합 활동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현장은 87년 노동자대투쟁의 열기가 남아있을 때라 아주 활동이 활발했다. 개인적으로는 대의원을 할 때 같이 일하던 부서 사람들이 황산을 사용한 것 때문인지 부인과 질환으로 수술하거나 유산한 경우가 있었다. 그래서 관리자들에게 적어도 임신 중에는 직접 황산을 사용하지 않는 다른 부서로 배치해달라든지, 특수건강검진을 요구하고 받도록 하는 것, 위험수당 도입 이런 것들을 제안하고 요구하는 활동을 했다. 나도 나중에 첫째 아이를 임신했을 때 다른 부서에 배치 받았다가 다시 돌아왔다.”

 

시그네틱스 노동자들을 불행하게 한 거평과 영풍

 

1995년 건설업과 부동산업의 성공으로 갑자기 덩치를 키운 거평 그룹은 필립스로부터 시그네틱스를 인수했는데 이후에도 무분별한 계열사 확장으로 경영이 어려워졌다. 게다가 염창동 공장 부지를 담보로 융자를 받아 파주에 땅을 사들여 새로운 공장을 짓기로 하면서 부채 비율이 높아지면서 경영은 더 어려워졌고,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으려 진행한 직장폐쇄에서 노동조합은 패배했다. 결국 거평 그룹은 워크아웃 상황에 놓였고 노동조합은 임금 동결, 상여금 반납 등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많은 권리를 양보하면서 2000년 워크아웃 상태를 벗어났다. 노동자들은 회사와의 상생을 위해 많은 것을 포기했는데 영풍 그룹은 이런 노동자들을 탄압했다. 안산으로 공장이전하기 전 이주불가자라는 이름으로 희망퇴직을 받으면서 190명이 사직하게 된 것이다. 2000년 거평 그룹을 인수한 영풍 그룹은 거평 보다 더 악날했다. 본사가 있는 파주에 모든 노동자들을 데려가는 것으로 사람들은 알고 있었는데, 갑자기 경기도 안산에 공장을 만들고 모두 이곳으로 내쫓으려고 한 것이다.

 

영풍 그룹은 안산으로 공장을 이전하면서 최대한 많은 노동자들을 해고하고 노동조합 역시 무력화 시키려고 했다. 그리고 파주공장은 노동조합이 없는 100% 비정규직 공장으로 만든다는 것이 큰 계획이었다. 파주공장은 노동조합이 없는 100% 비정규직 공장으로 만든다는 큰 계획이 있었다. 이후 영풍 자본은 끊임없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3번의 해고를 비롯해 노조파괴를 일삼았다. 윤민례 분회장은 노동조합 간부로써 2007년부터 현재까지는 분회장으로써 시그네틱스 투쟁을 승리로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감을 어깨에 지고 살아야 했다.

 

어떤 조합원들은 제가 장기 집권한다고 이야기들을 하는데 워낙 현장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갔기 때문에 지금까지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도 실감이 나질 않는다. 해고 싸움해서 이기고 현장으로 복직하면 출근을 못하게 하고, 하청 회사로 들어가라고 하고 또 싸우다가 해고되고 복직하면 몇 년째 일을 안주고 휴업해버리고 늘 전쟁을 치루는 상황이었다.”

출처: 알라딘

 

빼앗긴 사람들에게 희망이 되고 싶었던 투쟁

 

오랜 기간 시그네틱스 노동자들의 투쟁에 관심을 기울여왔던 박일환 작가는 18년이라는 기나긴 시간동안 왜 이들이 싸움을 멈출 수 없었는지, 오늘도 거리에서 싸우고 있는 이들과 연대하기 위해 노동조합에 책 작업을 제안했다.

 

작가 선생님께서 우리 투쟁에 관심이 있었다고 들었고 현장에서 조합원들과 만나면서 책을 쓰고 싶다는 연락을 주셨다. 우리는 그렇지 않아도 지금까지의 투쟁을 백서로 남기고 싶은데 그럴 예산이나 여력이 없어서 못하고 있다고 말씀드렸다. 시간이 지날수록 여기저기 찾아서 나오는 기록들 말고 뭐랄까 조합원들이 직접 겪었던 경험이나 기억이 잊혀지는 것이 너무 아쉬웠다. 43일부터 책 작업을 시작하기로 했고 저희가 127일에 조합원들과 연말 송년회를 앞두고 있다고 하니 이때 우리에게 선물로 꼭 주고 싶다며 작업을 진행하셨다.”

윤민례 분회장에게 이번 책 작업에서 느낀 점,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우선 글이 너무 좋았다. 작가님이 제가 하나를 표현하면 열을 담아주신 것 같다. 다른 동지들도 역대 투쟁 사업장 백서보다 이번이 훨씬 좋은 책이다, 하루 만에 쭉 읽을 수 있었다는 분들이 있었다. 그래서 자신 있게 이야기한다. 이 책을 꼭 저희한테 사시라. 한 권 사면 저희한테 투쟁 기금이 들어온다. 그리고 꼭 읽어 봐주셨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영풍 자본이 우리를 이렇게 힘들게 했지만 견디었고, 지나간 세월을 기억해주는 것만으로도 어쩌면 우리는 승리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영풍 자본의 만행을 시간이 지나면서 잊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누군가 꼭 기억해주기를 바란다.”

 

이번 책 제목인 <빼앗긴 노동 빼앗길 수 없는 희망>은 어떻게 정해졌는지, 어떤 부분이 와 닿았는지 궁금했다.

 

가제목으로 몇 개 주셨는데 처음부터 이 제목이 확 와 닿았다. 우리는 빼앗기고 버림받은 사람들인데 이러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시그네틱스 투쟁으로 희망을 만들어보고 싶다. 저희는 노동조합도 있었고 정규직이었는데 영풍 그룹은 노동조합을 없애려 단체협약 해지 통보와 해고를 반복했다. 그러나 19년간 투쟁사업장으로 지내오면서 3번의 해고도 이겨서 극복해왔다. 2001600여명의 조합원에서 202025명이 되었지만 저는 그 숫자가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 영풍은 우리의 것을 다 뺏어가려고 탄압했지만 버티고 견디었다. 다시 되찾고 싶고. 못 되찾더라도 이를 알려내는 것이 남아있는 과제라고 생각한다.”

 

윤민례 분회장은 분회장 역할과 함께 금속노조 경기지부 가)안산시흥지역지회에서 안산반월시화공단에 있는 영풍전자, 코리아써키트, 인터플렉스, 테라닉스 등 영풍 그룹 산하의 전자 계통 계열사 노동자들에게 시그네틱스 투쟁 상황과 영풍 자본의 악독함을 알려내는 활동을 하고 있다. 훗날 이들과 함께하게 될 날을 기약하면서 말이다.

 

여전히 끝나지 않는 싸움

 

시그네틱스는 2016년 폐업 수순을 밟았고 위로금을 받고 퇴사한 조합원을 제외한 9명이 끝까지 남았고 해고 되었다. 이후 소송을 통해 해소 무효 판정을 받았다. 판정 이후에도 영풍 그룹은 경기도 광명에 있는 아파트형 공장으로 이전하고 공장 설비를 갖추지 않고 일을 시작할 수 없다며 1년 넘게 휴업을 시켰다. 이후 노동조합은 영풍 그룹이 위장휴업을 하고 있으니 즉시 고용해달라고 다시 소송을 걸었고 2019920일 위장휴업과 강제휴직 철회를 요구하는 소송에서 또다시 승리했다. 그러나 여전히 노동자들은 일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고 영풍 그룹은 다시 항소를 했고 2심 재판은 아직 진행 중이다.

 

매일 출근은 하는데 일이 없어서 대기하다가 퇴근하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2주에 한 번씩 임단협 교섭을 하고 있는데 회사는 늘 사정이 어렵고 무급휴직, 희망퇴직,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이런 이야기를 흘린다. 이렇게 하는 게 법원에서 노동조합과 충분히 협의하고 있는데 상황이 어려워서 공장 가동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다. 그래서 우리도 회사가 뭔가 꾸미기 위해 움직이고 있는 것 같으니 상황을 지켜보면서 이후 대응을 할 것이다. 만일 다시 해고한다면 싸워야 할 것 같고 지금과 같은 무한정 휴업이 계속 길어지면 그것에 맞는 판단을 다시 할 것이다.

 

윤민례 분회장에게 지금까지 옆에서 함께 싸워준 조합원들에게 한마디 말씀을 부탁드렸다.

조합원들이 예전에는 파업 몇 일인지 계산하다가, 해가 바뀌면 파업 몇 년 하다가 그것도 지나니까 이제는 투쟁 20년이라고 한다. 지금껏 3번의 해고 싸움을 하면서 많이 지쳤고 고생도 많이 했지만 조합원들이 함께 싸웠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그 힘으로 여기까지 왔으니까 조금만 힘내서 같이 가면 좋겠다.”

인터뷰 이후 윤민례 분회장에게 연락이 왔다. 202023일 전면휴업 공고문이 붙었단다. 무기한 휴업이 시작 된 것이다. 조합원들은 올 것이 왔다고 생각하며 또 다시 가보자고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 투쟁 연혁 -

1996912일 한국시그네틱스() 설립

1975년 필립스가 한국시그네틱스() 인수

1995년 거평 그룹이 필립스로부터 인수

199812월 거평시그네틱스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대상 업체 선정

1999년 거평시스네틱스에서 한국시그네틱스로 회사 개명

2000년 영풍 그룹이 거평 그룹으로부터 한국시그네틱스 인수

20008월 노동자들의 임금동결, 상여금 반납, 퇴직금 누진제 폐지 등 희생으로 워크아웃 종료

20001130일 파주 공장으로 이전 불가자 모집으로 정리해고 시작

200012월 영풍 그룹 계열사인 영풍산업주식회사 소유로 안산 공장 부지 마련

20012월 노동자들을 파주가 아닌 안산 공장으로 배치하겠다는 계획 발표

20016월 민주노총 금속산업연맹으로 상급단체 변경하고 본격 투쟁 돌입

20015610여 차례 염창동 공장 장비를 파주 공장으로 반출 시도

2001723일 노동자 전원에게 안산 공장으로 인사 발령, 노동조합은 전면 파업 선포

20018월 약 160명 노동자중 130명에게 해고 통보

20021월 성실교섭 촉구와 파주 이전 승리를 위한 34일 영풍 본사 앞 노숙 투쟁

20025월 임영숙 부지회장, 윤민례 사무국장, 정승현 대의원, 이미경 조합원 한강대교 아치 위 고공농성

2002610일 조합원 집단 단식농성 돌입

2003218일 중앙노동위원회에서 95명에 대한 해고는 정당, 28명은 복직 명령

20076년의 재판 과정을 통해 대법원에서 64명 조합원은 안산공장으로 복집, 29명은 복직 불가 판정

201010월 시그네틱스 부사장이 안산공장을 인수하고 유앤씨라는 하청업체를 만듦. 조합원들 모두를 하청업체로 강제 이직하면서 자진 퇴사를 강요.

20117월 회사 방침을 받아들이지 않은 28명에 대한 2차 해고

20121123일 재판에서 전원 복직 명령, 회사는 항소하지 않기로 결정

201212월 공장 휴업

20144월 공장 재 휴업과 함께 광명으로 이전하고 근무량을 점차 줄임

201699명에 대한 3차 해고

20179월 재판에서 해고 무효 판정

20189월 대법원에서 복직 확정 판정

20199월 회사의 휴업과 강제휴직을 철회하라는 판정

현재 회사로 출근하면서 임·단협 체결을 위한 협의, 해고자 복직 투쟁 중

 

 

[노동안전보건활동가에게 듣는다] 안전은 환경개선에서 비롯됨을 온몸으로 보여주다 / 2020.02

안전은 환경개선에서 비롯됨을 온몸으로 보여주다

- 금속노조 경기지부 유진기공분회 김기원 노동안전부장 인터뷰

 

정경희 선전위원

 

낯선 곳에서 낯선 누군가를 만나는 일은 기대와 걱정이 함께 한다. 만나기로 한 장소까지 5km를 남겨둔 시점에 문을 닫았다는 연락을 받고, 내비게이션 목적지를 재설정하였다. 좁은 계단을 올라가니 비교적 널찍한 열람실과 사무실과 교육실이 자리한 좋은이웃 작은도서관이 있었다. 115일 오후. 마침 한적한 시간이라 인터뷰 장소로 안성맞춤이었다.

인터뷰 일정을 정할 때 금속노조 경기지부 차원에서 평택지역 연대투쟁을 다녀오신다는 일정을 들었다. 어떤 내용인지 먼저 들어보았다.

단체협약 사항을 어기고 사측에서 일용직을 고용하여 노조에서 문제제기한 현대위아사업장이 있어요. 노조에서 법원에 제소하여 2심까지 승소하였고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는 중인데, 사측에서 오히려 직장폐쇄를 운운하며 고소 취하를 종용하고 있어서 항의 연대투쟁을 다녀왔어요.

고용불안 상황은 어디든 비슷한 것 같아요. 노조설립 후 단협에 최소 계약직을 고용하자는 내용이 있어 회사에서는 일용직보다 최소 6개월~1년 계약직을 고용하고 있는데, 그분들이 노조에 가입할 수 있게 하고 산재처리도 함께 진행하려 노력하고 있어요.

 

사람이 다치면 힘든데, ‘네 책임이다라고 얘기할 때 가장 부당하게 느껴

 

부산 한국노총 사업장에서 일하다 안산 유진기공으로 옮겨 일한 지 28. 노동조합 설립은 16개월. 오랜 세월 무노조 사업장에서 일하다 현장관리자 반장인 그가 노동조합을 만든 계기가 궁금했다.

"노조 만들기 전에는 저도 어쩔 수 없는 말단 현장관리자니 반원들 압박도 했을 텐데 당시 현장 안전관리업무도 했었는데, 다쳤을 때 많은 부분이 부당하다고 느꼈어요. 사람이 다치면 힘든데 네 책임이다라고 얘기할 때 젤 기분이 안 좋았고, 반원이 다쳤을 때도 쉬어야 한다고 얘기하면, 회사에서는 하루 쉬고 다음날 출근할 수 있게 하라고 했을 때 많은 부담감을 가졌어요. 물론 회사에서 병원도 보내고 공상도 하지만 부당하다는 것을 느꼈어요. 오버타임 근무를 해도 어느 정도껏 해야 하는데, 12~1시까지 할 때도 있었고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중 고민하다가 회사에서 200~300m 거리에 민주노총 안산지부가 있었어요. 점심시간에 가서 면담을 했는데, 현장 반장이 와서 노동조합을 만들려고 하는 경우가 드물어서인지 처음에는 긴가민가하더라고요. 두 번째 가서 사실적으로 얘기했을 때는 터놓고 말씀해주시더라고요. 노조 만드는 기틀이 있었고, 노동조합활동과 안전에 대해 좋은이웃 작은도서관과 비정규직센터의 노무사님들 도움도 받고, 노동조합 설립을 하게 되었어요."

 

140명이 과반인데 현재 조합원은 103. 사무직이나 연구직은 블랙리스트에 오를 수 있다고 하니 위협을 느껴 탈퇴하기도 했다는데 굳건하게 지키는 동력이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현장이 1공장, 2공장으로 나눠져 있고, 대기업처럼 사업을 가족들이 쪼개서 만들었어요. 유진전기, 유진차량 등 대여섯 개 정도 되는데 유진기공이 모체예요. 1공장, 2공장, 유진전기까지만 한 노조로 만들어서 현장조합원은 104, 사무직도 20여 명 조직되었으나, 현재는 103명으로 과반수는 아직 안 되죠. 사업주는 모체인 유진기공 대표이사와 협상하고 있어요. 현장직은 100% 가입한 상태이기 때문에 쉽게 흔들지 못해요."

 

평균연령이 50세 전후인 전형적인 금속사업장 유진기공분회는 임단협 시 조합원이 가장 원하는 것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했다.

 

"임금 인상이죠. 50세가 되면 임금피크제를 실시해서 재작년까지만 해도 58세가 정년이었기 때문에 8년간 임금동결을 하고 2년 동안 더 근무하겠다는 서약을 했었어요. 작년에 임단협에서 60세로 조정되었고, 금속노조의 단협안을 가지고 교섭해서 그만큼은 아니지만, 성과는 많이 봤어요. 근무시간은 8시 출근 5시 퇴근이지만 잔업을 많이 했는데, 이번 단협에서 주 52시간 쟁취할 것 같아요."

김기원유진기공분회노안부장(오른쪽)

 

회사 측의 좋지 않은 선례는 조합원의 마음 깊숙한 곳에 새겨진다

 

근골격계질환이 다발하는 금속사업장에서 산재 신청하면 된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셨다는 얘기를 전해 들은 적이 있어 어떻게 된 영문인지 여쭤보았다.

 

"어느 부서에서 어깨가 안 좋다고 상담을 해왔어요. 금속노조 노안교실에서 교육받은 그대로 얘기해주었어요. 산재신청이 가능할 것 같고, 원한다면 비정규직센터 노무사와 면담을 해보라고 했고, 본인의 의지만 있다면 산재는 가능하다는 것을 다시 확인했어요. 그런데 몇 년 전 산재를 원해서 그만둔 사람이 있기 때문에 안 하겠다고 했어요."

"지금은 노조가 있기 때문에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고, 복귀 후 한 달 뒤에는 해고를 할 수 있을지언정 법적으로도 산재요양기간에는 해고할 수 없다는 것도 알려줬지만 결국 안 하겠다고 했어요. 그래서 저도 어깨가 안 좋은 상태여서 산재 신청을 할 것이니 이후 다시 생각해보라고 했어요. 몇 년 전 결례가 있기 때문에 산재요양이 끝나고 복귀하는 것을 보고 나면, 다른 분들도 산재신청을 할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현재 산재요양 기간에 왕성하게 노동안전보건활동을 하고 계시는 김기원 노안부장님께 산업안전보건위원회의 주요 안건과 일상 활동에 대해 들어보았다.

 

"요양 중인데 노조활동을 계속하고 있어요. 아침에 병원에서 진료받고, 오후에 공상 중인 조합원과 상담이나 병원 방문을 하고 있죠. 물론 회사에서는 별로 안 좋아하지요. 그래도 산보위위원장이고 분기별로 들어가서 이야기를 하니까 현장에 들어가는 것에 관해 별다른 간섭을 받지 않고 있어요."

"요즘 산보위 주요 안건은 안전을 우선으로 하고 있어요. 산재를 당하거나 옆에 사람들이 아프다고 했을 때는 문제가 있는 것이니까 금속노조에서 지침 내려오는 대로 근무환경 개선을 먼저 하고, 위험성 평가도 할 수 있게 했어요."

 

그가 일했던 부서는 꿰뚫고 있지만 다른 부서는 잘 몰라서 산보위원을 통해서 알아보고 직접 확인하여 함께 의논한 뒤 산보위에서 제기한다며 구체적인 활동에 대해 말을 이어갔다.

 

"처음에는 말로만 하다 요구한 것에 대해서 개선된 것은 개선안을 받고, 안 된 것은 언제까지 줄 수 있는지 기간까지 요구하고 있어요. 금속노조 경기지부 단톡방에서 오래 활동하신 분들이 조언을 해줘요. 그걸 토대로 산보위에서 이야기도 하고, 현장에서도 어느 회사에 사례가 있으니 우리도 하면 된다고 이야기해줄 때 처음에는 아이구 뭐 다른 회사와 우리가 같냐고 했지만, 지금은 조합원들이 조금씩 바뀌는 걸 느끼죠. 산보위원들이랑 현장에 들어와서 둘러보면 좋아하고, 이것은 좀 개선해달라고 직접 얘기해요. 그런 게 좋은 것 같아요."

 

회사가 다치지 않을 환경을 만들면, 안전은 분명히 따라온다

 

물건이나 납품보다 사람이 우선이라는 교육을 받으면서 선입견이 많이 바뀌었다는 그는 회사가 다치지 않을 환경을 만들면 안전은 분명히 따라온다며 노안활동 중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털어놓았다.

"현장의 안전은 꼭 지키고 싶어요. 계약직이 와서 현장에 투입되거나 부서이동을 할 때 안전교육을 의무적으로 하게 끔 했고, 앞으로 그렇게 할 예정이에요. 분회 집행부가 다 같이 한 마음 한 뜻이 돼야 가능한 일이어서 팀을 만들어 분담을 했어요. 산보위원과 상집까지 현장 안전점검을 하는 일터팀을 만들었어요. 누구라도 안전하지 못한 위험성에 대해 지적하고 이것을 회사에서 수용할 수 있어야 해요. 지금은 저나 분회장이 이야기하면 어느 정도는 받아들여지는데, 특정 한 두 명이 아닌 산보위원까지도 위험성을 지적했을 때 시정조치가 빨리 되는 분위기가 됐으면 해요."

 

평균 연령도 높은 편이고 부장님도 정년이 얼마 안 남으셨는데, 정년퇴임 이후는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신지 들어보았다.

 

"산재요양 중이지만 의사선생님들은 80% 이상 좋아지면 완치라고 보기 때문에 완치되면 현장복귀하고 안전을 먼저 생각하면서 안전하게 정년퇴직하고 싶어요. 늘 동료들에게 아침에 출근한 몸 상태로 저녁에 퇴근하는 것이 제일 좋다고 계속 얘기해요. 그렇게 만드는 것이 제가 하고 싶은 것이에요."

"정년퇴임 이후에 1년간 촉탁직을 하면서 노조활동은 계속하고, 저뿐 아니라 동연배들 대부분이 후배들에게 안전한 일터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많이 도와도 주고 서로 소통해요."

 

퇴임 이후 지역에서 안전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활동하면서 살고 싶어요

 

퇴임 이후 지역에서의 계획도 잠깐 밝혀주셨는데, 노동자 건강권에 대한 인식이 사업장을 넘어서 지역운동으로 발전한다면 그 파급효과는 매우 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이웃 작은도서관에서 50대 이상 모임을 추진하고 있고, 안산노동대학의 재학생들, 비정규직센터와 각 분회, 지회가 네트워킹이 잘 돼 있다면 퇴임 후에도 분명히 잘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얼마 전 아파트 동대표를 맡았어요. 퇴임 이후 경비노동자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언뜻 했는데 거주 중인 아파트 종사자는 근무환경이 어떤지 궁금해지더라고요. 입주민으로 물어봤을 때는 별 얘기를 안 하셨는데 동대표이다 보니 저보다 형님들 애환도 듣고 이야기가 돼요."

 

일터 독자들도 각자 일하는 곳에서 안전했으면 한다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안산지역은 4·16을 겪었잖아요. 아직도 세월호에 대해 반감을 가지는 경우가 있는데, 팩트를 알지 못하면 말하지 않았으면 해요. 얼마 전 자살한 유가족이 계시잖아요. 사람들은 트라우마에 대해서는 생각을 못해요. 트라우마를 겪는 사람에게는 지난 세월이 지옥과도 같은 시간이잖아요. 산재도 트라우마가 있잖아요. 각 분야에서 언제든지 다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옆 사람에게 안전에 관해 얘기해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A부터 Z까지 다양한 노동이야기] 평등한 일터에서 ‘자율성’은 어떻게 압박이 되는가 / 2020.02

평등한 일터에서 자율성은 어떻게 압박이 되는가 : 출판사 편집자 차소영 님 인터뷰

 

지안 상임활동가

 

인턴·실습 노동이란 다른 형태의 임금노동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특이한 방식의 노동이다. 해당 기업에 정식으로 고용되는 것이 아닌데다가 교육·경험 제공·경력의 이유로 보조금 수준의 저임금 지급 또는 무임금도 정당화 된다. 또 인턴·실습 노동자는 교육과 경험, 경력, 고용 가능성이라는 명목 하에 저임금과 각종 열악한 처우를 감내해야 한다. 이러한 불안정 일자리는 열악한 노동조건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 자체로도 문제적이지만, 나아가 경력·경험과 노동조건, 권리의 문제들이 상호 교환되는 것처럼 생각하도록 만든다는 점에서 더욱 비판이 필요하다. 인터뷰를 통해서 일하는 과정에서 인턴·실습 노동자들이 어떤 위치에 서게 되는지, 그 위치는 어떤 감정적 문제들을 낳는지를 중심으로 인턴 노동문제를 볼 수 있었다.

 

지난 호 인터뷰이들의 경우에는 방학 기간을 통해 졸업 의무사항인 대학생 현장실습을 나갔던 상황이었다면, 이번 인터뷰를 통해 만난 출판사 편집자 차소영님은 대학 졸업 이후 첫 직장으로 대형 출판사의 계열사에서 인턴으로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졸업 이후 일자리를 구하는 입장인 만큼 인턴 일을 하게 된 배경과 동기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 4대 보험도 없었으며, 연차·병가도 없어 눈치를 보며 부탁을 해야 했지만, 워낙 저임금 일자리였지만 신입직원을 잘 뽑지 않는 출판업계에서 경력을 쌓으려면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하는 과정에서도 직장 내 관계들, 이 일자리가 정식 고용으로 이어질 것인지 등등의 문제가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지난 130일 첫 직장에서의 인턴 경험과 현재 출판노동자로써의 노동경험을 듣기 위해 2015년부터 4~5년 간 출판사 편집자로 일해 온 차소영 님을 합정역 인근에서 만났다.

 

자율성과 마감기한 사이, 출판노동자의 업무 스트레스

 

차소영님은 a출판사 인턴으로 10개월을 근무한 이후 계약연장으로 6개월 정도 더 근무를 했다. a출판사를 그만둔 이후로는 b, c출판사의 정규직 직원으로 일했다. 인턴으로써의 노동경험의 특성을 비교하기 위해 우선 편집자들의 노동에 대해 들어보았다. 먼저 한 권의 책이 나오기까지 편집자들이 어떤 노동과정을 거치는지 물었다.

 

편집자가 하는 일은 소속 출판사나 분야에 따라서 조금씩 다르긴 해요. 예를 들어 문학 분야의 경우는 저자와 관계를 맺고 쌓는 일이 중요하다면, 인문사회 분야는 번역서가 절반이기 때문에 해외 신간 서적을 조사·검토하고, 역자를 찾는 일이 중요하죠. 제가 일하는 인문사회 분야의 경우 원고가 들어오면 아주 기본적인 오탈자·오역 잡기부터 사실관계를 찾고 검토하는 역할을 합니다. 특히 역사서 같은 경우는 사실관계 확인이 매우 중요해요. 교정 단계 이후에 책이 만들어지면, 마케팅 자료를 마케터에게 넘겨주고 디자인 컨셉, 표지, 책의 판형 등 발주를 넣죠.”

 

출판사 편집자들은 2~3개에서, 많게는 4개 정도의 원고를 각자 담당하는 시스템이다. 그렇기 때문에 위에서 말한 작업과정이 한 번에 1권씩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한 편집자가 여러 개의 원고를 각각의 진행 단계에 맞춰서 작업해야 하는 시스템이다. 그리고 서로의 교정본에 대해 편집자 간 크로스 체크를 하는 과정이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편집일이 담당 원고를 가지고 각자 작업하는 업무 특성이 있기 때문에 일의 자율성이 대단히 크다.

 

저는 인턴으로 일했던 당시에 기존 인턴 업무를 한 게 아니라 일반 사원과 똑같이 책임편집도 맡았어요. 당시 낮도 밤도 없고, 주말도 없이 야근을 정말 많이 했죠. 그런데 이게 참 까다로운 부분인 점이 편집 일이란 오역을 잡으려고 한번 원서 대조를 하면 한도 끝도 없는 일이예요. 한 문장 한 문장 단위로 확인을 할 수도 있고, 반대로 이상한 문장 정도만 골라서 확인할 수도 있어요. 그러니 적당히 교정을 보고 시간 내 마감만 맞추는 편집자들도 있죠. 그만큼 편집자 개개인의 역량과 노력에 기대는 부분이 커요

 

업무가 진행되는 과정에서는 자율성이 크지만 책이 예정된 시기에 원활히 출간되기 위해 필요한 마감기한이 엄격히 정해져 있기 때문에 이 마감에 대한 편집자들의 스트레스가 극심하다. 실제로 마감 기간은 가장 바쁜 시기이기도 하며 양적으로도 노동시간이 늘어난다. 특히 편집자들이 사무직 직군 중 저임금, 장시간 노동의 대표적인 직종이라는 점에서 업무 연관 스트레스나 장시간 노동에 따르는 건강장해 문제도 질문했다.

 

가장 시간이 오래 걸리는 건 교정 작업이예요. 3번의 교정 작업을 거치는데, 1교가 끝나면 검토한 내용을 저·역자에게 보내요. 이 코멘트를 얼마나 관철시키느냐가 해당 편집자의 역량이라고 볼 수 있죠. 3교까지의 교정 작업이 끝나고, 마지막 최종 체크를 하는 마감기간은 마지막 체크 단계라고 보면 돼요. 특히 차례나 소제목, 쪽수 등에서 오타가 나면 큰일이잖아요. 이미 3번에 걸쳐서 확인한 원고라고 하더라도 분명히 놓치는 경우가 생겨요. 그래서 마감 시기에 긴장하면서 한번 확인한 걸 두 번, 세 번씩 보는 거죠. 책의 내용을 읽는 게 아니라 그 안의 글자들을 전부 확인하는 단계예요. 얇은 책은 그나마 다행인데, 제가 인턴 때 편집했던 책은 무려 1400쪽에 달하는 역사서였어요. 그럼 확인하는 데만 이틀은 꼬박 봐야 하는 거죠.”

 

한편, 분야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저·역자와의 관계를 우호적으로 유지하고 관리하는 것도 편집자의 중요한 업무다. 그렇지만 출판사 직원인 편집자와 저·역자의 위치란 이미 위계적으로 구성되기 쉽다. 특히 경력이 얼마 안 된 편집자와 이미 많은 책을 집필한 저·역자의 관계에서는 더 수직적인 관계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고, 그런 점에서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책에 대한 코멘트 및 교정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어려움 때문에 업무스트레스를 호소하는 편집자들이 많다. 차소영 님 역시 편집자로 일하면서 경험한 건강 문제 중 업무 스트레스를 첫 번째로 꼽았다.

 

한번은 당시 일했던 출판사에서, 원로인 저자와 함께 주 1회 강연을 하고, 그 강의록을 가지고 묶어서 책으로 출판한 적이 있어요. 담당 편집자인 제가 매주 강의록을 교정해야 했는데, 강의록이 강의 전 날 밤에 도착하는 경우엔 밤새 교정을 보고 인쇄를 진행 했어요. 그런데 그렇게 교정한 원고를 원로인 저자가 맘에 들어 하지 않은 적이 있어요. 그래서 교정본을 본 저자가 새 강의록을 보냈는데, 교정 이전으로 싹 다 되돌린 내용인 거예요. 토씨 하나 고치지 말라는 거죠. 그 날 내가 일한 것에 대한 완전한 부정을 당했다는 마음에 화장실 가서 울기도 했고, 큰 스트레스를 받았어요.”

 

종합하면 편집자의 업무란 저자와의 관계, 일의 자율성, 마감기한 등등 스스로 상황에 대응하고 조절해야 하는 역량이 중요하다는 업무의 특성이 있다. 기본적으로 이러한 특성들이 노동자 개인에게 부담이 되기도 하고 압박감으로 작용한다. 그렇지만 일을 조율할 권한이나 대응력이 없는 신입 직원이 이런 일을 담당해야 한다면 어떨까? 또는 정식 직원도 아닌 인턴 노동자가 담당했다면 어떨까? 직원도, 외부인도 아닌 애매한 지위와 더불어, 고용승계에 대한 기대감, 그리고 평가 속에서 편집자의 자율성에 맡기는 업무들은 대단히 좋은 성과를 내야한다는 압박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책의 무게만큼 과중한 출판 노동자의 업무 스트레스

 

인턴 노동경험의 감정들: 불안, 경쟁, 굴욕감, 압박

 

차소영님이 일했던 a출판사는 매년 2명의 인턴을 뽑아 책의 보도자료를 작성하거나 편집장을 보조하는 역할을 10개월 동안 시킨 뒤, 2명 중 1명을 정직원으로 채용했었다. 하지만 이러한 정규직 전환의 가능성은 채용공고나 구두를 통해서 전달되지도 않았고, 관례처럼 해왔다는 모호함 속에서 당시 함께 인턴을 하게 된 2명은 자연스럽게 비/자발적인 경쟁 구도에 놓이게 되었다.


이번에도 똑같이 두 명을 채용했으니 한 명을 정직원으로 고용승계하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 당연히 들었죠. 같이 채용된 인턴과의 관계에서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갈등의 이유는 개인적 문제나 성격 차이 등일 수 있지만, 서로 경쟁하는 구도에 놓여있었다는 게 보다 근원적인 원인이었어요. 이미 경쟁관계 속에 있다는 스트레스로 다른 사람과는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일들도 더 곡해하게 되는 거죠.”

 

인턴 기간 동안 인사평가 등 고용승계와 관련된 평가제도가 있었는지 물었으나, 오히려 그런 평가 기준이 마련되어있지 않았고 편집장과 대표의 주관과 잣대에 고용승계가 달렸다는 점이 더 막연한 불안감을 느끼도록 한 원인이라고 답했다. 기준이 없다는 점에서 오히려 일 외적인 요소까지 신경을 쓰게 된다는 것이다.

 

다른 인턴 분은 성격이 아주 좋아서 모든 직원들과 친하게 지냈어요. 그런 게 절대 채용 여부에 결정적일 리가 없는데도 이상하게 신경이 쓰이더라고요. 미래를 생각해봤을 때 내가 고용승계가 되면 과연 다른 직원들이 좋아할까 이런 생각도 들고. 그럼 인턴이니까 다른 직원들이랑 더 잘 지내야 하는 걸까 하는 정말 막연한 불안감도 들고요.”

 

이 막연한 불안감은 10개월의 인턴 생활이 끝난 후에도 관례와 다르게 계약직으로 채용되면서 지속되었다. 그리고 결국 6개월 만에 퇴사를 결심하게 되었다. 많은 업무량과 경쟁 속에서 열심히 일한 결과로 계약연장이 되었음에도 스스로 관두게 된 이유를 물었다.

 

일차적으로 계약직으로 고용된 것에 대한 불안감이 컸고, ‘정규직이 될 수 있을까라는 막연한 고민과 희망을 또 다시 견디는 게 너무 힘들고 굴욕감이 컸어요. 계약연장 과정에서 편집장이 당시 인턴 공고에 명문대 출신자들도 많이 응시했는데, 그들이 원하는 일을 줄 수 있는지 확신할 수가 없어서 안 뽑았다, 학벌이 낮으니까 너 뽑은 거다이런 식으로 말했어요. 근데 그 말은 사실도 아니었어요. 그 전해에 인턴을 거쳐 정직원이 된 선배 한 명도 편집장이 말한 그 대학 출신이었거든요. 아무튼 저는 그 출판사의 유일한 계약직이 되었고, 임금도 인턴 때보다는 올랐지만, 신입사원 초봉보다 못한 돈이었어요.

정작 일하는 과정에서는 편집장은 제 역량을 의심한 적이 없어요. 학술서 같이 어려운 책들은 항상 다 저한테 넘겼었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정규직이 다시 될지 안 될지 처분을 기다리는 신세가 되는 게 너무 참담했어요.”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이 있다. 원래 인턴의 직무는 편집장, 편집자들의 보조적인 역할로 정해져있었으나, 차소영님은 채용 이후 인턴 직무에 배치된 것이 아니라 책임편집·외주한 결과물 최종 확인 등 일반 편집자들과 동일한 업무에 배치된 것이다. 심지어 처음 실무를 경험한 상황에서 인턴들에 대한 교육은 물론 기본적인 업무 인수인계조차 없어, 첫 편집을 하면서 옆자리 사원에게 물어가며 일을 시작했다. 게다가 원래 편집 과정에서 필요한 크로스체크과정도 없었다. 책 한권에 대한 책임이 온전히 자신에게 주어져 있다는 생각은 강한 압박감으로 작용했다.

 

인턴으로 일하는 동안 마감기간에는 밤에 불을 켜놓고 잘 정도로 큰 압박감에 시달렸어요. 제가 더욱 과도하게 긴장을 느낀 부분도 있는데, 그건 처음부터 전혀 훈련이나 교육이 안 된 채로 실무에 투입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실무 용어들도 하나도 못 알아듣는 상태에서 옆 사원에게 물어가며 엄청난 부담감에 시달리며 진행을 했어요. 그게 습관이 돼서 마감할 때마다 큰 불안감을 느낀 것 같아요. 마감 기한이 항상 촉박한 것도 한 가지 원인이고요. 출판사고에 대한 불안이 컸는데, 누가 크로스체크라도 해줬으면 부담이 좀 덜어졌을 것 같아요.”


일터에서의 불평등한 관계가 인턴·실습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되는 게 문제

 

특히 이번 인터뷰를 통해서는 이런 불평등이 인턴 노동자 개개인에게 어떤 감정적 문제를 주는지, 감정적 손상의 문제를 들어볼 수 있었다. 정규직 사원 앞에서 들었던 위축감, 사원복지와 회의구조에서의 소외로 인한 배제감, 인턴에게 쉽게 가해지는 폭언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지적되었다. 이 문제는 인턴, 실습이라는 제도가 일터에서 공식적으로 불평등한 관계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심화되고 있다.

 

물론 어느 직장이나 그 안의 관계가 평등하기란 어렵다. 대부분의 기업에서 사내 직급 간 격차뿐 아니라 정규직 노동자와 하청 노동자 간의 차별들은 뿌리 깊은 일터의 불평등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연장선에서 인턴이라는 제도와 지위 역시 위축감과 압박감, 배제의 문제, 그리고 그것과 연관된 감정적 손상을 낳는다. 그러나 인턴노동의 경우 이런 모든 요소들이 불완전한 노동’ ‘경험, 경력의 기회라는 언어를 통해 정당화된다는 점이 가장 문제적이다. 이런 기제와 더불어 인턴노동자들은 어떤 경우에는 (노동조건 또는 불평등한 대우) 인턴이기에 감내해야하는 불공평함이 전제되고 어떤 경우는 (업무량, 장시간 노동) 동일한 한명의 직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이런 지점을 통해 어떻게 인턴이 저임금 인력으로 활용되고 있는지, 기업은 어떤 동기를 가지고 인턴제도를 유지하는지 차후의 인터뷰를 통해 더 밝히고자 한다.

 

[연구리포트] 배전 전기 노동자 노동강도 평가사업 최종보고서 / 2020.02

배전 전기 노동자 노동강도 평가사업 최종보고서01

 

편집 선전위원회

 

1. 연구의 배경 및 방법

 

건설노조 산하 전기분과위원회 조합원들의 노동강도와 건강 실태를 설문조사, 면접조사, 현장조사, 생체지표 측정 등 다양한 방법으로 조사하고, 배전 전기 노동자들의 노동강도를 높이고 건강을 위협하는 원인을 분석하는 것을 목표로 조사 사업을 수행하였다.

 

2. 설문조사

 

2,558 명이 설문에 참여하여, 이 중 2,189명의 답변을 분석했다. 40~50, 장년 노동자가 다수를 차지하고, 전원이 남성이었다. 활선 노동자가 다수를 차지했다. 하루 노동시간은 8시간 이내라는 응답이 75%였지만 준비와 이동, 정리 시간을 제외하고 응답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작업 도중 점심시간 외에 따로 충분한 쉬는 시간을 갖지 못하는 비율이 높았다.

일반 취업자에 비해 물리적 유해요인에 근무시간 내내 혹은 거의 모든 근무시간 동안 노출되는 사람의 비율은 9~20, 인간공학적 유해요인에 근무시간 내내 혹은 거의 모든 근무시간 동안 노출된다는 응답은 1.8~7배 많았다. 저온노출과 중량물 취급이 가장 차이가 컸다. 68.6%의 응답자가 육체적으로 종종 혹은 항상 지친다고 응답했고, 65.3%의 응답자는 정신적으로 종종 혹은 항상 지친다고 응답했다. 현재의 작업량에서 약 33%가량의 노동강도/작업량 감소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강도를 가장 크게 호소하는 직종은 활선공이었다.

NIOSH 기준에 따라서 기준1에 해당하는 증상자는 1,670(76.3%)이며, 기준2에 해당하는 증상자는 1,489(68.0%)이고, 기준3에 해당하는 증상자는 691(31.6%)이었다. 이는 그동안의 건설노동자 대상 조사와 비교하면 훨씬 높은 것이다. 설문 응답자의 1/3 가량이 치료가 필요한 기준3에 해당하기 때문에, 즉각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지난 1년간 한 군데라도, 한 번이라도 다친 적이 있다는 응답은 설문 응답자의 45.9%에 달했다. 부위별로는 손/손가락/손목, /팔꿈치, 어깨 순이었다. 4일 이상 다친 적이 있다는 응답은 전체 설문 응답자의 24.6%였다. 이 중 산재와 공상 치료를 모두 합친 처리 비율도 57.1%에 불과했고, 자비로 치료하지 않았다는 응답자 중에도 산재 처리 비율은 세 명 중 한 명에 불과했다. 사고의 유형은 부딪힘, 넘어짐, 물체에 맞음 순이다.

 

활선공이 탑승한 절연고소 활선작업차량 중심으로 여러 명의 배전 전기 노동자가 작업을 진행하는 모습

 

지난 1년간 아픈데도 나와서 일을 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46.5%였고, 아파서 일을 하지 못한 경험이 있다는 답변은 34.5%였다. 특히 활선공과 기계운전자는 아파도 쉬지 못하고 참고 나와서 일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였다. 업체별로 인원이 부족한 것과 관련이 있다.

본인의 일이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인식은 일반 인구에 비해 5배 이상 높았으며, 현재 일로부터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받고 있다는 인식도 1.9배 높았다. 업무는 위험하다고 생각하지만, 자신의 건강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는 경향이 엿보였다. 상용직에 비해 일용직 노동자들이 안전보건 정보 접근이나 건강검진 수검율에서 떨어지고 있어 노동조합에서 관심이 필요하다.

간접활선에 대해서 탁상 행정의 결과라는 인식이 컸다. 이에 대해 한전에게 적극적으로 대화와 대안 마련을 요구해야 한다. 조합원들이 제안하는 노동강도 완화를 위한 과제는 인원 충원, 고용안정, 휴게시간 확대였다.

 

3. 면접조사

 

배전 전기 노동자들의 노동강도는 크게 배전산업의 구조적 요인, 문화적 요인 두 가지에 의해 강화된다. 한전과 민간 하청업체, 배전 전기 노동자로 이뤄진 원·하청 구조는 배전 전기 노동자들의 고용안정성을 저해하여, 고용과 임금을 보장받기 위해선 높은 노동강도를 감내하도록 한다. 이는 민간 하청업체가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선 배전 전기 노동자에게 최대한 빨리 최대한 많이 일하도록 강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높은 노동강도로 인해 사고 발생 위험과 직업병 발병 위험이 높아짐에도 불구하고, 원청인 한전은 안전보건관리 책임을 민간 하청업체와 배전 전기 노동자들에게 전가하고 있다. 그로 인해 안전보건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며, 각종 산업재해는 배전 전기 노동자 개인이 감당해야 할 몫으로 남겨진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선 배전산업의 구조적, 문화적 요인들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 노동자들의 노동강도 현황 및 강화 요인에 대해선 노동자들이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지만,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변화시킬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인식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므로 본 연구에서 제안한 대안들을 놓고 조합원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다각도의 토론이 이뤄질 필요가 있으며, 이를 통해 조합원들과 현 상황 및 대안에 관해 충분히 공유하고 논의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토대로 배전 전기 노동자의 노동강도를 완화하기 위한 노동조합의 일치단결된 요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4. 현장조사

 

4일 동안 현장조사를 시행했다. 활선공을 중심으로 사선공, 조공도 함께 관찰했다. 이들 모두 쉬는 시간 없이 하루 종일 서서 일하고 있었다. 여러 개의 전주에 여러 명의 활선공이 공정 흐름에 맞춰 연속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작업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이에 따라 활선공은 물론 사선공과 조공을 비롯한 노동자들은 모두 쉴 새 없이 일하게 된다. 빠른 작업속도를 유지해야 하고 작업을 중지할 수 없다는 상황은 사고 위험을 높인다.

또한 제대로 쉬는 시간과 공간이 없는 것도 문제다. 실제 관찰하는 시간 내내 모든 작업자들의 쉬는 시간은 점심시간 1시간가량이었다. 실제 이 1시간도 점심을 먹는 시간을 제외하면 30분 내외이고 이마저도 배전 노동자들의 피곤함을 풀 수 있는 안정된 공간이 아니었다.

이는 배전 전기 노동자들이 가장 많이 겪는 추락, 감전사고 위험과도 연결된다. 빠른 속도로 여러 작업이, 여러 명에 의해 동시에 이뤄지는 것은 그만큼 사고 발생 위험 가능성을 높인다. 특히 전기가 살아있는 상태에서 작업하는 무정전공법을 하는 상황에선 사고의 긴장도를 낮출 수 없다. 활선공, 사선공은 고공 작업이 기본적이며 이때 안전 조치가 제대로 취해지지 않는다면 언제든 추락 위험이 있다. 무정전이 아닌 상태에서 감전사고 위험은 항시 존재한다. 저압선에서도 감전 사고 노출 위험이 있다.

고공, 상지부담, 중량물 취급은 모두 근골격계질환을 발생시키는 부담작업자세에 해당된다. 활선공, 사선공, 조공 모두 종일 서있는 자세를 취하며 각종 전선, 공구, 자재 등 무게가 나가는 중량물을 취급한다. 또한 손과 어깨, 목을 뒤로 젖히거나 꺾거나 비틀거나 여러 작업에 필요한 반복 작업을 종일하기 때문에 증상 호소자도 상당수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각종 방안 모색이 시급하다. 옥외작업이기 때문에, 날씨 영향이 크다. 자외선 관련된 질환 위험, 폭염으로 인한 건강 영향, 한랭 작업으로 인한 안전 사고 위험 증가와 근골격계 부담 증가 등이 우려된다.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스마트스틱도 배전 전기 노동자들의 노동강도를 높이는 주요 요인 중 하나다. 팔과 어깨에 과도한 힘을 사용하게 된다. 흐름공정과 빠른 작업 속도의 문화가 함께 개선되지 않는다면 안전이란 명목으로 스마트스틱을 사용하게 하더라도 실제 실효성을 거두기 쉽지 않아 보인다. 따라서 감전사고 위험을 최소화 하는 방법 모색이 필요한데, 이는 현장 노동자와 노동조합의 적극적인 협력으로 이뤄져야 적정한 공구 개발 시간도 줄이고 현장에서 안착화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더불어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된 것이 바로 안전 관리 시스템이다. 작업 날마다 안전회의를 진행하는데 매우 형식적인 것에서 그치고 있었다.

 

5. 생체지표 측정

 

24시간 활동혈압은 뇌심혈관질환 합병증의 유병률, 사망률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알려져 있고, 특히 야간 혈압이 고혈압의 합병증 및 사망률을 잘 예측하는 지표로 알려져 있다. 이번 연구에서 14명 중 10명이 숨겨진 고혈압이었고, 특히 이 중 9명은 모두 야간 활동 혈압이 고혈압에 해당했다. 많은 배전 전기 노동자들이 본인의 기초 질환에 대해 잘 모르고 있을 가능성이 있으며, 앞으로 일상적인 보건관리가 강화돼야 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야간 중 적절한 혈압강하 현상이 일어나지 않는 것은 만성적인 스트레스에 노출되었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야간혈압 비저하자의 경우 뇌졸중이나 표적장기손상의 위험성이 높고 심혈관계 합병증이 증가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는데, 이번 조사에서 14명 중 7명이 비저하자로 나타났다. 건강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많은 배전 전기 노동자들이 뇌심혈관질환 위험군에 속한다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이번 조사는 단 1회의 24시간 활동 혈압 측정을 기반으로 했고, 일한 날만 조사해 쉬는 날과 비교하지 못 한다는 제한점은 있다. , 주간 활동 시간에 전체적으로 측정률이 낮은 것도 아쉬움이다. 향후 유사한 조사를 반복 측정하고, 이후 보건관리 활동과 연계하여 배전 전기 노동자들의 뇌심혈관질환 예방에 기초 자료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6. 제언

 

평가에서 나타난 이와 같은 노동강도는 조합원들의 심각한 근골격계 증상 유병율로 나타났다. 앞으로 근골격계질환 예방과 치료받을 권리 확보, 휴식권 및 기초위생권 보장을 위한 투쟁이 필요하다. 최근 노동강도를 강화시키는 주요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간접활선 전환의 일방적 추진을 중단하고, 현장 노동자가 수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더불어, 현장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안전보건관리체계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앞서 지적한 근골격계질환 산재 승인 투쟁과 치료받을 권리 쟁취, 근골격계질환 예방활동, 휴식권과 적정 노동강도 쟁취, 안전보건체계 구축 등은 매우 시급한 과제로 노동조합의 본격적 활동이 필요하다. 노동조합의 노동안전보건 활동을 강화하여, 인원 충원이나 고용 안정 등 구조적으로 노동강도를 높이는 원인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나가야 한다.

 

01. 위 보고서는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전국건설노동조합 전기분과위원회에 제출된 2019년 배전 전기 노동자 노동강도 평가 사업의 최종보고서로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와 전국건설노동조합이 함께 조사 및 작성한 것입니다. 전문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와 전국건설노동조합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집3. 우리에게 남겨진 구조 신호- 노무법인 필 유상철 노무사 인터뷰 / 2020.02

우리에게 남겨진 구조 신호

- 노무법인 필 유상철 노무사 인터뷰

 

상임활동가 나래

 

삶에 정해진 때가 있을까. 우리는 오늘을 살면서 동시에 내일을 살아간다. 내일을 준비하고, 챙겨 나가기 위해선 많은 것들이 필요로 하다.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확신이 바로 그것이다. 이 확신은 어떻게 가질 수 있을까. 그것은 자신 또는 내가 속한 공동체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경제적 상황이 갖춰져야 하며 더불어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더 나아가 영적 건강까지 유지·증진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노동자의 삶은 위태롭다. 작년 산재 사고 사망자 수 855명으로 하루 2~3명이 안전사고 문제로 삶을 마감한다. 업무상 질환 사망자 수도 1,171명으로 지난해보다 178명이 증가했다. 어디 그뿐인가. 노동자들은 살기 위해 스스로 죽는 선택을 한다. 이 모순된 상황은 무엇 때문에 발생할까.

 

20년 경력의 공인노무사로 활동하고 있는 노무법인 필의 유상철 노무사는 노동자 자살 문제와 관련해 그 지점에 착목했다. 실제 그는 여러 노동자 자살 사건을 다뤄왔다. 지난 129일 수요일 오전 노무법인 필 사무실에서 그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나눴다.

 

유상철 노무사는 2012년에 노동자 자살 사건을 처음 접했다. 바로 당시 서울도시철도 기관사의 죽음이었다. 2012312일 오전 85분쯤 서울도시철도 5호선 왕십리역에서 사상사고가 발생했다. 열차 선로에서의 사망 사고가 잇따르자 2004년부터 스크린도어 설치가 시작됐다. 그로부터 7년이 지나 발생한 스크린도어 사상사고였다. 사망자는 도시철도를 운전하는 기관사였다. 선로는 지하철 노동자에게 아주 상징적인 장소다. 그곳에서 기관사 스스로 자신의 일터에서 목숨을 끊은 것이다. 자신의 작업복인 제복을 입은 채로 말이다.

 

모두에게 충격이었다. 암담했다. 상황을 알아보니 그는 20116월 열흘간 휴가를 내고 병원 치료를 받았다. 바로 공황장애를 앓고 있었기 때문이다. 2월엔 어지럼증, 구토를 호소하며 전직 신청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전직 신청은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것이 그가 보냈던 구조 신호였을 텐데 말이다.

 

요즘엔 유명 연예인들이 공황장애가 있음을 밝혀 사회적으로도 많이 알려진 병이다. 이 정신질환은 생물학적 원인과 환경적 원인 등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증상으로 곧 죽을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며 강한 공포를 느낀다고 한다. 맥박이 빨라지거나 심장 박동이 심하게 느껴지며 가슴에 통증, 불쾌감, 숨이 답답하여 질식할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광장공포증이 있는 공황장애의 경우 탈출이 불가능하거나 도움을 청하기 어려운 장소를 두려워하고 불안해한다.

지하철 기관사들의 자살 문제는 2000년대 초반부터 제기되어 왔다. 2012년 사건 발생 후 진행된 기자회견의 모습이다.

지하철 기관사들은 어두운 지하터널에 근무한다. 지하철을 타본 사람이라면 어두운 터널을 달리다 환한 구간으로 빠져나올 때의 느낌을 알 것이다. 답답했던 순간에서 벗어난 것도 잠시 금세 어두운 터널로 다시 빨려 들어간다. 게다가 어둡고 밀폐된 공간에서 장시간 같은 일을 해야만 하는 환경에 혼자서 운전을 해야 하는 것뿐만 아니라, 민원처리 및 장애조치까지 동시에 수행해야 했다. 이 같은 노동조건은 정신건강을 훼손한다. 이처럼 매일 어두컴컴한 터널 속에서 온종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긴장감을 안고 일해 온 기관사들에게, 공황장애를 앓고 있던 그에게 열차는 바로 공포 그 자체였을 것이다. 사실 기관사들의 정신질환 문제는 2003년부터 노동조합에 의해 적극적으로 제기됐다. 그 결과 국내 최초로 이뤄진 도시철도 기관사 정신건강진단에서 기관사들이 일반인의 7배나 많은 수가 공황장애에 시달리는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당시 노동조합은 기관사의 정신질환 문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노동조건의 문제라며 1인 승무 폐지를 강력히 요구했다. 그러나 노동조합의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또다시 죽음으로 이어졌다.

 

물론 이전보다 노동자의 자살 문제를 개인의 탓으로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가 많이 바뀌긴 했지만 그런데도 개인 원인, 책임을 강조하는 인식과 제도적 장치는 여전하다. 당시의 사건 자료를 아직도 보관하고 있는 유상철 노무사는 서류를 살펴보면서 그때 경험했던 문제들이 이후 다른 사건을 살펴봐도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고 했다.

 

우선 사건을 조사하며 만났던 동료와 유족들이 느꼈던 부채 의식 한편에선 책임 의식이 느껴져 안타까웠다고 했다. 이때만이 아니라 이후에 만난 다른 사건의 동료, 유가족들에게서 공통으로 확인되는 모습이었다. 유가족은 마음과 상황을 추스를 시간도 없이 산재 입증하려고 애를 쓰지만 정작 회사는 자료 제출을 거부하기 일쑤다. 개인이 회사라는 거대 조직에 대응하기에는 너무나 벅차다.

 

현재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노동자의 고의·자해행위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지 않는다. 다만, 그 부상·질병·장해 또는 사망이 정상적인 인식능력 등이 뚜렷하게 저하된 상태에서 한 행위로 발생한 경우에는 업무상 재해로 인정한다. 근로복지공단에서는 이를 확인하기 위해 사건 발생 이전의 정신병적 상태를 기준으로 위험요인이 있었는지 판단한다. 하지만 자살을 하는 노동자 모두가 사건 발생 이전에 병원을 가긴 쉽지 않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는 것은 그나마 증상을 인식하고 해결 의지를 보였다는 것이다. 문제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사회적 혐오와 차별,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낮은 사회적 조건에서 스스로 혹은 주변에서 증상을 인식하고, 병원에 가 진단/진료를 받기까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기준을 근거로 업무상 연관성을 밝히려 하다 보면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최근 근로복지공단도 이러한 한계를 인식하면서 조금씩 변화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현장에서, 현실에서 부딪히는 벽은 여전히 높다.

 

유상철 노무사는 우선 자살 사건이 발생한 사업장에서 진술하는 동료들에게 불익 처분을 금지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일반적으로 자살과 관련된 유족급여가 청구되면 기초조사를 거친 후 재해조사 계획에 대한 전문가 자문을 거쳐 본조사에 들어간다. 이때 업무상 스트레스 요인 및 근무내용 등을 파악한다. 본조사를 마치면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에 심의 의뢰한다. 스트레스 요인을 파악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함께 일한 동료들의 진술이 중요하다. 그러나 동료를 급작스럽게 떠나보내 경황이 없는 상황에서 안정적으로 진술을 하기란 쉽지 않다. 무엇보다 노동자 자살 문제에서 핵심은 바로 노동환경, 즉 회사의 구조적 원인이다. 따라서 사실을 밝히려는 데에 큰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진술자가 안전함을 느끼기 위해선 더 나아가 진실을 담은 사실로 인해 고인의 죽음 원인을 규명하고, 필요한 조치가 취해지기 위해선 무엇보다 진술자에 대한 불이익 처분을 금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관련한 조치는 별다른 게 없는 형편이다.

 

두 번째는 즉각적인 심리상담 조치다. 자살 사건이 발생한 사업장의 직원들이나 해당 유가족, 친구들에겐 매우 큰 충격이다. 미국의 정신건강 전문가 오드라 니퍼는 한 사람의 자살이 최대 28명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 한 사람의 죽음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가 나서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근로복지공단은 가이드를 통해 정신건강 고위험군 관리에 심리상담 프로그램 제공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하지만 사건이 발생한 해당 사업장에 즉각 심리상담 프로그램이 시행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이 과정을 통해 고위험군을 조기 발견할 수 있고, 한편에선 자살에 대한 이해를 도모할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함에도 말이다. 무엇보다 산재 인정 여부를 떠나 고위험군에 대한 관리 문제를 소홀히 여겨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운 좋게살아남은 우리에게 과제가 산적하다. 하지만 먼저 간 이들이 남긴 구조신호를 우리는 무시해서는 안 된다. 일하는 사람의 정신건강 문제가 결코 작은 문제가 아님을 계속 해서 강조하고, 밝혀내야 할 것이다.

특집2. 문중원을 대하는 정부와 공기업의 자세 : 노동자 자살로 본 자살예방정책 / 2020.02

문중원을 대하는 정부와 공기업의 자세 : 노동자 자살로 본 자살예방정책

 

최민 상임활동가

 

2018년 자살에 의한 사망자는 총 13,670. 10만 명 당 자살률은 26.6명이다. 이미 널리 알려져 새로울 것도 없게 느껴지는 이 숫자를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하루 37명이 자살한다. 2시간에 3명꼴이다. 같은 해 교통사고 사망률의 2.9배다. 자살은 10대부터 30대까지 사망원인 순위 1위이고, 40, 50대에서는 사망원인 순위 2위다. 연령을 표준화하여 비교했을 때, OECD 평균 자살률의 2배가 넘는다. 자살률이 높고, 자살자 수가 많기도 하지만, 또 다른 중요한 점은 자살률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2008년부터 2018년까지 교통사고 사망률이 14.7명에서 9.1명으로, 38% 줄어들 때 자살은 오히려 2.4% 증가했다. 1985년부터 2013년까지 28년 동안 OECD 국가 중 자살률이 증가한 나라는 한국 포함 8, 자살률이 10명 이상 증가한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고 밝히고 있다. 정부는 이미 2004년부터 <국가자살예방 5개년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한국의 자살예방정책은 자살을 줄이지 못하는가?

 

우리나라 자살예방대책의 흐름

 

2003OECD 가입 국가 중 최고의 자살률(10만명 당 24)을 기록한 뒤, 정부는 2004<국가자살예방 5개년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이 기본계획에서는 자살의 원인에는 생물심리학적 요인과 사회경제적 요인이 있으나, 결국 80%는 우울증을 거쳐 자살하므로 현대 의학이나 경제적 여건상 변화시키기 힘든 생물심리학적 요인이나 사회경제적 요인보다 자살에 이르는 길목에 있으면서 조기발견을 통한 치료가 가능한 우울증을 주요 사업대상으로 하는 것이 자살예방에 효율적이라고 선언했다. 따라서 우울증 상담 및 치료율 증가, 자살시도 및 충동률 감소, 자살사망률을 2010년까지 18.2명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것이 목표였다.01 한국에서 자살률이 IMF 사태와 신자유주의 도입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는 기본적인 배경을 무시한 채, 아예 처음부터 의학적이고 정신건강적 문제인 우울증에 집중한다는 것이었다. 당연히 효과는 없었다. 200324.0이던 자살률은 200724.8명 수준에 머물렀다.

200812월 발표된 <2차 자살예방종합대책>은 이에 대해 스스로 정신보건사업위주의 활동이었고, 자살의 다양한 사회환경 요인을 포괄하지 못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가시적 성과를 내는데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대신 <2차 자살예방종합대책>은 한국에서 자살률이 급증한 것은 “97년 경제위기 및 03년 신용카드문제때문이었다고 처음으로 진단하였다. 특히 이전 계획에 언급되지 않았던 실업률, 소득양극화, 가계부실, 사회적 지지망 약화 등 다양한 자살의 사회경제적 원인을 거론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복지부에서 주도하던 자살예방 대책을 국무총리실 주도의 범정부적 대응으로 전환하고, “개인의 정신보건분야와 사회환경적 접근을 통해 자살예방대책을 수립하겠다고 선언했다.02

 

하지만 종합대책에서 선포했던 사회환경적 접근은 본격적으로 시도되지 못했다. 이후 매년 발간되는 <자살예방백서>는 경제위기, 사회안전망 약화, “경쟁심화로 인한 상대적 스트레스의 증가의 문제는 본격적으로 분석하지 않고, 대신 우울증 등 정신질환 증가의 요소는 연령별, 성별, 지역별로 세분화하여 분석하고 있다.03 이후 발표된 <3차 자살예방기본계획(2016~2020>과 문재인 정부에서 3차 자살예방기본계획의 보완계획이라고 2018년 발표한 <자살예방 국가행동계획> 역시 모두 같은 선상에 있다. <자살예방 국가행동계획>에서도 우리나라 자살의 특성을 실업률에 크게 영향을 받고, 경제적 문제가 자살의 직접적 동기 중 23.4%를 차지하고, 조선업 구조조정 등 지역경제 침체도 큰 영향을 받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반영한 추진과제는 복지대상 등 자살고위험군에 대한 지원체계를 구축한다는 것 외에는 없다.04

 

2003년부터 현재까지 국가의 자살예방정책은 사회적 원인에 대한 해결보다 자살에 대한 인식개선, 자살예방을 위한 홍보와 정신보건 서비스 강화, 우울증 등 정신의학적 고위험군 관리에만 맞춰져 있었던 것이다. 이런 정책 방향은 실제로 한국사회 자살의 특징을 도외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과학적이다. 문제의 구체적 특성과 원인을 외면한 정책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

20년 2월 5일 오전 <7명을 죽음에 이르게 한 마사회의 구조와 노동실태 조사 보고회>가 열렸다.

 

자살 예방 대책의 한계를 보여주는 바로미터, 노동자 자살

 

자살 예방 대책의 한계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노동자 자살이다. 세계 어디서나, 자살 사망자의 상당수가 경제활동인구이며, 자살로 사망하는 많은 사람은 사망 당시 직업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일터에서 자살의 원인을 찾거나, 자살예방활동을 벌이는 것은 자살예방정책의 관심사다. 특히 자살 위험이 높은 농부, 경찰, 소방관 등의 직업군에서 자살예방활동이 활발하게 벌어진다. 특정 직업군에서 자살위험이 높다는 것은 직업과 일터에 원인이 있을 수 있다는 의미이며, 예방활동은 거기서 출발해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정부의 자살예방대책에서 노동자는 빠져있다시피 했다. 1, 2차 자살예방정책에서는 직업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매년 발간하는 <자살예방백서>에서도 직업군에 대한 분석은 매우 단순하여, 직업군별 사망자수만 제시될 뿐, 사망률도 분석되지 않는다. 그러는 사이 산재를 신청하고 승인되는 자살 노동자의 숫자가 계속 늘고 있다.

 

이제야 정부가 심리부검을 실시하고, 경찰청 조사 기록을 확보하는 등 자살의 원인에 대해 심층적인 접근을 시작하면서 외면할 수 없는 결과가 나타났다. 2018 심리부검 면담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자살사망자는 사망 전 평균 3.9개의 스트레스 사건에 복합적으로 영향을 받아 사망에 이른다. 스트레스 사건 중 정신건강 관련 문제가 84.5%로 가장 많았지만, 직업 관련 스트레스 사건이 68%로 뒤를 이었다.05 자살자의 70%가량은 사망에 이르는 여러 요인 중 최소한 한 가지 이상이 직업적 스트레스 사건이라는 것이다. 직장 내 대인관계, 퇴직 및 해고, 이직 또는 업무량 변화 등이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자살 경로의 시작점인 첫 번째 위험 요인에서 가장 빈도수가 높았던 것이 업무부담이었다는 점이다. 직접적인 자살 동기는 정신적 건강 때문일지라도, 그 정신적 건강 문제가 시작되는 요인이 업무일 수 있다는 얘기다.

 

심리부검은 <자살예방 국가 행동계획>에서 얘기했던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전략적 접근을 위한 시도 중 하나다.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전략적 접근이 되려면, 자살에 이르는 가장 중요한 스트레스 사건 중 하나로 밝혀진 직업 관련 스트레스에 대한 개입이 자살예방정책의 핵심 과제로 제시돼야 한다. 하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당위성 대신 근본적인 접근을

 

설날 아침, 세종로에서 차례상을 받은 42세 고 문중원을 보라. 문중원은 지난 11월 말, 마사회의 부정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40대 초반의 경마기수다. 그러나 공기업 마사회는 꼼짝도 안 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일터괴롭힘에 대해서는 특수고용노동자까지도 특별근로감독을 하겠다고 큰소리쳤지만, 이 문제는 외면하고 있다. 마사회 관리감독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에서도 아무런 대응이 없다. 정부가 뭔가 배우고 달라졌다면, 벌써 7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부산경남경마공원의 문제를 이렇게 도외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누구는 경마 성적이 좋지 않아서, 누구는 빚이 많아서, 누구는 성격이 충동적이어서라는 핑계 뒤로 숨지 않을 것이다. 이런 정부의 자살예방정책이란 제대로 살기 위해 삶을 포기하려는 사람들에게 인간다운 삶을 제공하려는 노력이 아니다. 인간답지 않은 삶도 참아내라는 알약을 제공하는 것뿐이다. 지금과 같은 접근으로는 자살을 줄일 수가 없다.

 

아래 표는 2006년 세계 최초로 <자살대책 기본법>을 제정하고, 이후 자살률을 감소시키는 데 성공한 일본의 자살대책기본법의 기본이념 조항이다. 일본이나 한국 모두 1998년 경제위기와 신자유주의 도입 이후 자살률이 증가했고, 이에 대한 대응으로 제정된 법이지만 기본 이념과 정책 방향이 다르다. 일본은 2010년 이후 자살률이 감소세로 돌아섰고, 한국은 여전하다. 당위가 아니라,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도 자살예방정책은 훨씬 폭넓어져야 한다. 특히 노동자의 권리와 건강을 증진하는 내용이 반드시 포괄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살로부터 안전한 건강한 사회(자살예방국가행동계획 추진방향)”는 요원할 것이다.

 

일본 자살대책기본법06

2조 기본이념

1)자살이 개인적인 문제만으로 취급되는 것이 아니라 그 배경에 여러 가지 사회적인 요인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사회적인 대처로서 실시되지 않으면 안 된다.

2) 자살이 다양하고 복합적인 원인 및 배경을 가지고 있는 점이라는 사실에 입각, 단순히 정신 보건적 관점뿐만 아니라 자살의 실태에 즉각적으로 대응되도록 하지 아니하면 안 된다.

 

01. 보건복지부, 자살예방대책 5개년계획, 2004.

02. 보건복지가족부(자살예방대책추진위원회), 2차 자살예방종합대책(2009~2013), 2008.

03. 전주희, 과로자살의 사회적 인정과 배제를 넘어:‘과로의 개념을 다시 생각하다, 2007.

04. 관계부처 합동, 자살예방 국가 행동계획, 2018.

05. 중앙자살예방센터, 2018 심리부검 면담 결과 보고서, 2019.

06. 일본 자살대책기본법. 보건복지가족부(자살예방대책추진위원회), 2차 자살예방종합대책(2009~2013), 2008에서 재인용.

특집1. 노동자 자살, 일터에서의 인간적 삶이 불가능함을보여주는 비극적 저항의 몸짓 / 2020.02

노동자 자살, 일터에서의 인간적 삶이 불가능함을보여주는 비극적 저항의 몸짓

김영선 회원, 노동시간센터 연구위원

 

7명의 자살이라는 강렬한 몸부림의 의미

 

부산경마공원에서 7번의 자살이 이어졌다. 7번이나 반복된 자살 사건도 놀랍지만 더욱 놀라운 점은 죽음을 통해 이곳의 문제밖으로 알리려는몸부림이 강렬한 흔적으로 남아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고통도 없고 편히 숨 쉴 곳엘 가기 위해’, ‘경마장은 참 많은 것들을 잃게 만드는구나. 내 자존심 또한 남아나질 않게 밑바닥으로 떨어뜨리고 떨어뜨린다 도대체 부산에서 몇 번의 자살 시도냐 경마장은 내 기준으로는 사람이 지낼 곳이 못 되는구나’, ‘한 달에 많이 서면 12번의 당직을 섭니다. 이게 어찌 사람 사는 일입니까 이제 조금은 쉬어야겠네요. 극단적인 생각을 하지 않으려 많은 노력을 했는데, 너무 많이 힘들어 이제는 내려 놓으려고요. 너무나 많은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 정말 제가 정신병자가 되지 않은 게 신기할 정도예요 이제는 그런 쳇바퀴에서 벗어나려 합니다같이 기수, 말관리사들의 유서는 이미 다단계 위계 구조의 모순과 경쟁 장치의 폭력성을 여러 방식으로 문제 제기하고 있었다.

 

유서의 메시지는 문제 지향적이었고 타자 지향적(탄원형)이었다. 자살을 일종의 의사소통 과정으로 읽은 <자살, 차악의 선택>01의 저자 박형민의 논의를 참조하면, 일곱 번의 자살은 (무엇으로부터의) 탈출을 위한 실천이자 (무엇에 대한) 분노의 신호로 저항적인 의사소통의 하나였던 것이다.

 

노동자 자살을 정치화하기

 

<죽음의 스펙터클>02의 저자 프랑코 베라르디는 노동과 자살이 결합되는 양상은 신자유주의 시대에 두드러지는 문제라고 지적한다. 매일 같이 서로 간에 전쟁을 벌이도록 하는 경쟁 구조는 극도의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무기력, 절망감과 같이 정서를 사막화하는 등 노동자들의 삶을 한없이 나락으로 내몬다고 한다. 모욕감과 비참함을 강화하는 일터에서는 자살이라는 죽음의 행렬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신자유주의 시대의 쌔끈한경쟁 이데올로기들이 사실은 폭력과 모욕을 그럴싸하게 합리화하는 수단일 뿐이라고 일갈한다.

 

동시에 노동자 자살은 오래된 모순이 관통하는 지점으로 발전국가 이후 고착된 제도 지체, 정상화된 장시간 노동, 권위주의적 조직문화, 취약한 노동권 등의 역사적 병폐들이 중첩되면서 발생하는 비극이기도 하다. 그러고 보면, 대한민국 노동자의 자살은 오래된 구조적 병폐들이 관통하는 동시에 신자유주의 이후 경쟁 장치들이 덧대져 발생하는 결과다.

 

노동자 자살은 이렇게 발전주의의 잔재와 신자유주의의 현재가 교차하는 어느 곳에서나 되풀이될 수 있는 일반화된 구조적 위험으로 읽혀야 한다. 그럼에도 노동자 자살을 나약한개인의 특수한 문제인 양, 타자화하는 통념들이 난무한다. 이는 많은 노동자 자살 사건에서 사측이 보이는 공통적인 첫 번째 반응이자 의외로 강력한 프레임이기도 하다. 심지어는 자기 관리의 실패로 연결 짓기도 하는데, 노동자 자살에 대한 해석이 자기 관리담론의 언저리를 맴돌고 있는 꼴이다. 이런 식의 통념은 노동자 자살을 개인적인 이유나 예외적인 일로 환원하는 자본 친화적인 언어들에서 전형적으로 발견된다. 자본의 언어와 꽤 닮아 있는 일상 통념들은 노동자 자살이 역사적이고 구조적인 착취적 생산관계에 따른 산물임을 은폐하는데 복무하게 된다. 자살 사건 그 자체의 정치성을 개인적이고 예외적인 일탈로 탈정치화하려는 자본의 시선이 우리 사회에 얼마나 파고들어 있는지를 보여준다.

출처: pixabay

노동환경을 비추는 렌즈로서의 반복 자살

 

노동자 자살을 개인 문제로 환원해 업무와의 연관성을 끊어내려는 자본의 프레임에 대항하는 한시적인방법론으로 자살의 반복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반복 자살을 통해 대한민국 노동자들이 얼마나 어떻게 막 취급되고 있는지에 대한 증거로써 읽을 수 있을 것이고 개인 문제로 협애화하는 통념들이 얼마나 조약한 이데올로기에 불과한지를 확인할 수 있다.

 

반복 사례는 큰 관심을 들이지 않더라도 여러 형태로 발견된다. 앞서 언급한 마사회 말관리사기수의 자살부터 넷마블 개발자를 포함한 IT노동자, 방송노동자, 우편집배원, 사회복지공무원, 도시철도 기관사, 대한항공 승무원, 간호사를 포함한 병원노동자, 현장실습생, 증권노동자, 이주노동자들의 자살까지.

 

일터의 은어는 노동의 상태를 경험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렌즈라고 볼 수 있는데, 노동의 고통을 표상하는 언어들은 반복 사건의 현장 속에서 주로 발견된다. 간호노동자의 태움’, 방송노동자의 디졸브’, 사회복지공무원의 깔때기 현상’, 우편집배원의 겸배’, 화물운송노동자의 따당’, 근로기준법 59조 사업장 노동자들의 노동자무제한이용권’, 게임노동자를 포함한 IT노동자의 크런치모드’, ‘구로의 등대’, “갈아 넣다”, 서비스물류노동자의 클로프닝 등이 그러하다. 은어들에 나타난 업무 프로세스나 관행, 노동자 태도나 인식은 상당히 자조적이고 냉소적이다. 또한 자유와 권한을 잃은 상태, 고갈된 느낌, 무력감, 불만족, 관계 철회, 심신의 회복력 저하 등의 소외 상태를 내포하고 있다.

 

반복 사건들에서 보여지는 노동자 자살의 공통 원인을 추려보면, 과도한 업무량, 빠듯한 인력, 권위주의적인 조직 체계, 자존감을 갉아먹는 직장괴롭힘, 버틸 것을 무한정 요구하는 감내 문화, 느슨한 관리감독, 솜방망이 처벌, 위계적인 기업관계, 취약한 노동권리, 과도한 경쟁 장치, 반인권적인 실적 압박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두세 개의 원인들이 얽히면서 노동자의 자존감, 희망, 존엄을 극한까지 파괴하는 지점에서 자살은 발생한다. 문제적인 원인들이 중첩되면서 야기하는 고통은 필연적이고 구조적인 비극을 유발하는 것이다. 예외적이거나 우연적인 비극이 아니란 얘기다. 지금까지의 반복된 자살 사례에서 어렵지 않게 확인되는 바다.

 

과로 사회에 남겨진 자들의 몫

 

야만의 상태에서도 노동자들은 조금만 더 버틸 것을 요구하는 주문을 받는다. 사회적으로도 그렇고 일상적으로 그렇다. ‘52시간으로 근로시간을 줄인 것은 아직 과도하다대한민국도 좀 더 일해야 한다’, ‘100시간 일하고 싶은 사람은 100시간 동안 일할 자유가 주어져야 하는데 그럴 자유를 빼앗는 것에 강력히 반대한다는 설교들이 대표적이다. 한편 원래 그래, 관행이야’ ‘옛날에는 말이야 더하면 더 했어’ ‘이 정도도 못 버티면 어디서 뭘 할 수 있겠어’ ‘유리멘탈이다등은 일상 차원에서 반복되는 감내의 언어들이다. 이는 과로+경쟁 체제에 복무케 하는 효과를 낳고 노동자의 삶을 질식시키고 만다.

 

도대체 얼마나 버티고 참아야’ ‘얼마나 더 감내의 한계치를 끌어올려야한단 말인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감내를 주문하면서 과로 체제와 경쟁 시스템을 재생산하려는 자본의 어법이 새로운 화법은 아니더라도 여전한 힘으로 작용함을 주지하고 더 이상 이대로 내버려 둬서는 안된다는 파국적 상상력을 발휘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노동자 자살은 일터에서의 인간적 삶이 불가능한 비상상태를 보여주는 행위이자 더 이상 이렇게는 취급당하지 않겠다는 비극적 저항의 표식이다. 남은 자들의 몫은 살아가는삶이 아닌 죽어가는삶으로 우리네 삶을 내모는 비참의 상태에 대해 망자들이 알리려 했던 그 목소리의 결을 제대로읽어내는 것이지 싶다.

 

01. 자살, 차악의 선택 : 자살의 성찰성과 소통 지향성. 박형민 저. 2010. 이학사.

02. 죽음의 스펙터클 (금융자본주의 시대의 범죄, 자살, 광기. 프랑코 비포 베라르디 저. 송섬별 역. 2016 반비.

 

[언론보도]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논의 돌아보기(20.02.27. 매일노동뉴스)

매일노동뉴스 [안전과 건강] 전문가 칼럼에 손익찬 회원이 기고한 글입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논의를 돌아보며,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노동안전보건을 위한 사회운동과 법제정의 방향에 대해 써주셨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이 악법이어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만들자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실제로 산업안전보건법을 적용해서 형사처벌이 이뤄지는 것을 보니, 정말로 권한 있는 사람은 처벌을 피해 가고 실무자만 처벌받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또 처벌되더라도 형량이 너무 낮기 때문이었다. 산업안전보건법을 지키지 않아도 솜방망이 처벌을 받거나, 그 처벌조차도 없으니 누가 법을 지키겠냐는 것이다."

http://m.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63255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논의 돌아보기

산업재해 사망사고가 날 때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은 꾸준히 있었다. 그 첫 시작은 ‘기업살인법’이었다. 세월호 참사와 가습기 살균제 참사 이후인 2015년에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연대’에서 “시민·노동자 재해에 대한 기업·정부 책임자 처벌법” 제정을 위한 입법청원이 있었고, 2017년에는 고 노회찬 의원이 ‘재해에 대한 기업 및 정부책임자 처벌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을 발의했다. 이처럼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이름을 바꿔 가며 국

m.labortoday.co.kr

 

[언론보도] [건강한 노동이야기] 사회의 안전을 위해 철거된 죽음(20.03.04. 민중의소리)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마련된 고(故) 문중원 기수 농성 천막을 행정대집행을 강행하려 하자 이를 지키려는 노동자들을 경찰들이 끌어내고 있다. 이날 서울시와 종로구는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 고(故) 문중원 기수 시민대책위원회 등 단체가 설치한 천막들을 코로나 19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철거했다. 2020.02.27 ⓒ김철수 기자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만드는 연결의 정치 대신, 보이는 것을 파편화시켜 잠복하게 만드는 치안은 모든 사회적 해결을 유보시키는 악순환을 초래한다. 그리고 이러한 악순환은 사회의 보수적 반동화를 창궐하게 한다. 시민의 안전을 방기한 박근혜 정권의 몰락과는 다르게, ‘사회의 안전’을 위한 과도한 대응이 현 집권세력의 몰락을 야기할 수도 있다. 코로나 정국 속에 철거된 한 노동자의 추모공간이 그 시작점이 될 지 모를 일이다."

"그래서 묻는다. 이 바이러스와의 전쟁이 끝난 후 우리 사회는 어떤 모습이 되어 있을까? 정부와 시민들에게 묻는다. 노동자의 죽음이 철거된 폐허 위에 세워진 안전이 우리들이 바라는 사회의 안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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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의 소리>에 기고한 전주희 회원의 글입니다.
오늘부터 문중원 기수의 부인이 단식에 돌입했습니다.
누구에게 어떻게 안전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것인지 다시 생각해보게 됩니다.

http://www.vop.co.kr/A00001472445.html

 

[건강한 노동이야기] 사회의 안전을 위해 철거된 죽음

 

www.vop.co.kr

 

[증언대회] 노동자 죽음을 부르는 현장을 증언한다

[증언대회]

노동자의 죽음을 부르는  현장을 증언한다

: 유보된 해결, 지연된 정의가 불러온 죽음

202034() 10

민주노총 15층 교육원

증언1

노동자가 아니다. 목소리를 낼 수 없다

[한국마사회 경마기수, 문중원]

고광용(부산경남경마공원 지부장)

증언2

진실을 왜곡하는 CJB청주방송, 이에 편승한 법원

[청주방송 PD, 이재학]

이용우(변호사, 유가족 대리인)

증언3

공공의 책임을 저질 일자리로

[중증장애인 동료지원활동가, 설요한]

문애린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대표)

증언4

숨 막히는 노동강도, 불타는 노동자들

[간호사 박선욱, 서지윤]

이민화 (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

증언5

노조탄압과 괴롭힘, 노동자를 개별화하는 공격

[유성기업, 한광호]

김성민(유성기업 영동지회 교육부장)

0304_증언대회_최종.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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