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Z까지 다양한 노동이야기] “살림이 일인 사람들, 우리의 일터는 다른 누군가의 가정입니다.” / 2019.10

살림이 일인 사람들, 우리의 일터는 다른 누군가의 가정입니다.”

[인터뷰] 가사관리사 J, W

박기형 상임활동가

하루의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흔히 우리는 집이라고 때, 쉼을 떠올린다. 내일 다시 하루를 시작할 수 있게 휴식을 취하는 곳, 생활하는 데 기본적인 의식주를 제공해주는 안식처. 하지만 집은 모두에게 쉼의 공간으로만 다가오지 않는다. 누군가가 쉴수 있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해주는 사람이 있다. 바로 집안일을 하는 사람, 가사노동자다. 우리에겐 가정이 생활의 터전이지만, 가사노동자에게는 일터다. 여기서 말하는 가사노동의 범주에는 가정에서 직업을 갖지 않고 주부로서 노동하는 사람이 포함되었다. 이에 더해 임금을 받고 가사노동을 하는 사람들, 어떤 가정에 방문해 세탁·청소·요리·육아·요양 등을 대신하고 일정한 대가를 받는 노동자들도 포함되었다.  

과거에는 파출부, 가사도우미라고 불렸던 이들은 시간제 또는 일일 고용 형태로 가정과 계약을 맺고 가사를 전담하거나 보조한다. 최근에는 1인 가구 및 맞벌이 부부의 증가, 사회 고령화 등으로 인해 돌봄 서비스 시장이 확대되면서 후자에 속하는 가사노동자의 비중과 규모가 점차 늘고 있다. 그리고 이전에는 알음알음 가정을 소개받거나 인력파견업체를 통해서 연결되어 가정과 직접 계약하는 형태였다면, 근래 돌봄 서비스의 사회적 가치가 높아지면서 사회적 기업을 중심으로 가사노동자와 가정을 매칭해주는 형태도 등장했다. 더욱이 플랫폼 경제가 확대되면서 배달 정보·서비스를 중개해주는 배달의 민족과 같이 돌봄 서비스를 중개해주는 플랫폼 회사도 여럿 운영되고 있다. 이번 일터에서는 사회적 기업이 운영하는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사관리사 J씨와 W씨를 지난 930일에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J씨 : 가사관리사를 한 지는 10여년이 되었네요. 가사관리사를 하기 전에도 가정방문형태의 일을 몇 번 했었어요. 대학에서 중국어를 전공해서 방문교사도 해봤고 요리도 곧잘 해서 출장요리 일을 한 적도 있죠. 그래서 가사관리사 중에서 요리를 요구하는 가정에 특화되어 있는 편이에요.  

W씨 : 저도 중간에 몇 번 쉬었던 경우를 제외하면, 거의 15여년 넘게 일한 거 같아요. 저희가 속해있다고 해야 하나요...일거리를 연결시켜주는 사회적 기업이 처음 가사관리사를 운영할 때부터 시작했었죠. 제가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거는 아이들이 어느 정도 커서 학교를 가기 시작하면서부터였어요. 애들이 학교가고나면, 집에 혼자 있기도 하고 집안일을 마치고 조금 시간이 남기도 했었죠. 이 시간을 활용해 일하면 좋겠다 싶어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그러면서 혼자만 있을 때 보다 기운도 나고, 삶에 활력도 생겼었어요.  

J씨 : 저는 가사관리사 일을 부담 없이 시작한 편이었어요. 제가 일하지 않으면, 가계를 꾸리기가 힘든 정도는 아니었으니까요. 그래도 가계에 제 일이 꽤 기여를 많이 했다고 생각해요. 아이들 교육비 때문에 시작했지만, 그 비중을 무시하지는 못하잖아요.  

J씨나 W씨처럼 가사관리사를 시작한 여성들은 살림을 챙기는 동시에 가사관리사 일을 한다. 이렇게 일과 살림을 병행하기 위해서는 야근을 한다거나 장시간 노동을 하기가 어렵다. 물론 J씨나 W씨도 다른 일자리를 고민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J씨가 얘기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집안일을 전담하는 여성이 살림을 챙기며 일하려다 보면 노동시간의 부담이 덜한 단시간, 일용직, 방문노동 등의 노동조건을 찾게 된다.  

W씨 : 우리 업무는 크게 청소·정리·요리·세탁으로 나눠져요. 일하는 건 오전파트, 오후 파트로 각각 4시간 단위로 나눠져요. 하루 한 곳에서 8시간 넘게 근무하는 경우는 드물어요. 물론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가정이 아니라 1회성으로 신청한 곳이면 하루 종일일하는 경우도 있고, 요리를 포함해 여러 서비스를 한꺼번에 바라는 가정인 경우에는 한 달에 2~3번 정도 8시간 일하기도 해요. 그렇지만 한 가정마다 하루 4시간씩 일하는 게 일반적이죠. 일정표 보시면 알 수 있겠지만, 오전 8시 반부터 오후 12시 반, 오후 1시 반에서 오후 5시 반까지로 나눠져요.  

J씨 : 전 처음 가정을 방문하면, 집 내부도 살펴보지만, 집 주변도 한 바퀴 둘러봐요. 전체 분위기를 파악하는 거죠. 그리고 중요한 것은해당 가정과의 소통이에요. 4시간 안에 할 수 있는 게 정해져 있거든요. 집마다 요구사항도 다르고요. 청소·정리가 기본이지만, 그것도 사람마다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들이 다른 거죠. 그래서 어떤 걸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하는지를 확인해야 해요. 때론 가정관리사를 오래 써본 분이면, 먼저 목록을 정리해서 주시기도 해요. 한 달 정도 지나면, 쓰레기봉투나 청소도구, 소소한 물건 등 우리가 그 집에 사는 분보다 잘 알게 되요. 정리수납과 관련한 교육도 듣기도 하고, 수건 개는 것부터 침구각을 잡는 것까지 다른 분들이 손대는 거랑은 확실히 다르죠. 그렇지만 정작 집에 가서는 지치고 힘드니까 일할 때만큼 청소나 정리를 신경쓰지는 못해요(웃음).  

W씨 : 저나 다른 분들의 경우엔 한 가정에서 오래 일하는 편이에요. 한 곳에서 5년 넘게 일하는 가정들이 꽤 되죠. 저희가 가사관리를 잘 해드려서 만족도가 높으신 것도 있겠죠. 그와 함께 가사관리사를 사용하는 집인 경우엔 대부분 맞벌이를 하니까 가사관리사를 쓰지 않을 수 없는 것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그런 가정은 대개 소득형편이 높은 편이에요. 최근에 1인 가구가 늘면서 1회성 신청도 늘고는 있지만, 아직 큰 비중은 아니에요. 그리고 저희 입장에서도 장기간 일할 수 있는 곳이 좋죠. 소득안정성도 생기고, 고객의 요구도 잘 파악하고 있고 익숙하니까 일하기도 편하고요.  

물론 능숙한 가사관리사도 실수할 때가 있다. 그릇을 깨뜨린다거나 옷이 세탁하다 망가진다거나 기타 등등. 그래도 그로 인해 부당하게 해고되거나 과하게 변상을 요구받은 적은 많지는 않다고 한다. J씨와 W씨의 경우엔 만약 고객이 변상을 요구하면, 사회적 기업이 들어놓은 민간손해보험으로 처리한다고 했다. 그러나 사회적 기업이 아니라 일반 영리회사에 속한 경우에는 민간손해보험을 가사관리사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사회적 기업의 경우에도 수도 누수, 화재 등 변상 수준이 너무 높을 때엔 민간손해보험으로 처리하는 데 한계가 있어, 가사관리사에게도 부담이 넘어오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가사관리사는 법제도의 보호 바깥에 놓여 있는 것이다.  

▲ 지난 2018년 6월 12일 국제가사노동자의 날(6월 16일)을 앞두고 한국YWCA연합회와 한국가사노동자협회가 국회 정문 앞에서 '제 8회 국제가사노동자의 날' 기념 기자회견을 열고, ‘가사근로자 고용개선법 제정과 함께 국제노동기구(ILO) 가사노동자협약 비준을 촉구 했다. 출처 : 여성신문

W씨 : 최근에 저도 일하다 넘어진 적이 있어요. 가정이라고 해도, 위험하지 않은 건 아니거든요. 의자 위에 올라가서 먼지를 털거나 물기가 흥건한 화장실 청소를 할 때 넘어져서 다치는 사고가 자주 있지는 않아도 가끔 발생해요. 그렇다고 일하다 다치는 일이 없다고 말을 할 수는 없는 거죠. 그래도 저희가 속해 있는 사회적 기업에서는 민간보험을 통해 일정 부분 지원해줘요. 하지만 좀 더 제대로 된 보호를 받을 수 있다면 좋겠죠.  

J씨 : 요즘 들어서 4대 보험을 보장받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개인 사정 때문에 고용안정성과 사회보장 서비스 이용이 필요해졌기 때문이긴 하지만, 주변 사람들의 경험을 듣다보니 산재 보험을 통해서 아니라 일하다 다쳤을 때 제대로 치료받고 재활도 받을 수 있으면 훨씬 나을 것이란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국민연금이나 실업급여 등의 금전적 지원을 받는다면, 더 안정성을 누릴수도 있고요.  

그런데 J씨와 W씨 모두 한결같이 지적하는 문제가 있다. 가사관리사가 근로기준법 상의 근로자로 인정받게 될 경우에, 지금과 같은 일-가정 양립이 가능하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살림과 일을 병행할 수밖에 없는 조건에서 4시간 파트타임으로 비정기적으로 일하지 못하는 것은 큰 부담으로 다가 오기 때문이다. 더구나 현재는 사회적 기업에서 가정을 매칭해줄 때 자신이 원하는 근무환경, 예컨대 이동거리, 애완동물, 업무내용 및 방식 등을 요구할 수 있는데, 사회적 기업을 비롯한 가사관리 서비스 및 중개 업체에 근로자로 고용될 경우에는 이와 같은 이점이 사라지지 않을까 걱정했다.  

이는 가사관리사가 위치한 모호한 경계 때문이다. 가사 서비스를 중개하는 업체나 가사 서비스를 이용하는 가정 모두 가사관리사의 노동권을 보장해줄 책임이 없다. 다시 말해, 자영업자로서의 성격과 근기법상 근로자의 성격 사이 어딘가에 가정관리사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벌어지는 딜레마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1953년 근기법 제정 이후 현재까지 66년째 가사노동자는 근기법 제11가사사용인 제외 조항으로 인해 노동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 전국가정관리사협회와 한국여성노동자회에서 가사근로자 고용 개선 등에 관한 법률안제정을 꾸준히 요구해왔었고, 지난 2017년 정부에서 자녀를 둔 맞벌이 부부의 가사노동과 육아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2019년부터 가사서비스 바우처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발표 내용에 정부가 인증한 가사서비스 제공 회사에 가사 노동자를 직접고용하도록 해 4대 보험 및 유급휴가 등 노동권을 보장하도록 하려는 취지가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해당 법률안은 2년째 국회에서 계류된 채 아무런 진척도 없는 상황이다. 그 결과, 근기법 상 근로자 개념을 변화하는 노동시장 현실에 맞게 확대하라는 요구, 아니면 특수고용노동자나 가사노동자와 같은 경계선에 놓인 이들에게 노동권 및 사회보장 서비스 제공을 보장하는 법률안을 제정하라는 요구가 제기되고 있다.

J: 제가 주변 동료들에게 늘 강조하는 게 있어요. 일하러 갈 때 옷을 단정히 갖춰 입고 가는 것 말이에요. 과거와 달리, 가사 서비스는 점점 더 사회적으로 중요해질 것이라고 생각해요. 점차 기술 발달로 집안일이 줄어들 것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 일을 하면서 느끼는 건 갈수록 가사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가정이 늘고 있다는 거예요. 물론 저의 경우엔 가사 서비스를 꾸준히 안정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중상층 이상의 가정을 자주 가지만, 업체를 이용하는 고객들은 더 다양해지는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우리 업무는 정말 가사를 관리해주는 것이죠. 보통 가정에서 집안일 하는 것 이상의 서비스 질을 제공하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우리 스스로도 더욱 프로처럼 행동해야 한다고 봐요. 사회적으로 가사노동자를 위한 제도가 만들어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사관리사로서 자부심을 갖는 것도중요해요. 이건 우리가 가사 서비스를 고객들이 충분히 만족할 수 있게 잘 제공해주는 것, 가사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함부로 자신을 대하지 않고 나를 가꾸는 것일 수 있겠죠. 이런 다양한 변화 속에서 우리 가사관리사, 나아가 가사노동자가 갖는 가치를 사회가 인정해주게 되겠죠.  

가사노동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공기처럼 늘 우리 주변에서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숨 쉬는 데 불편함을 느끼지 않으면 공기의 소중함을 모르듯이, 가사노동의 가치를 우리는 쉽게 망각한다. 더욱이 가사노동 자체가 노동이 아닌 것처럼 취급한다. 따라서 집안일을 가사노동으로, 파출부나 가사도우미를 가사관리사로 호명하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한 진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로부터 노동자 스스로 자기정체성을 노동자로 확립할 수 있으며, 사회에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사관리사가 가사노동자로서 자신들의 권리를 정당하고 보장받을 수 있기 위한 여정은 아직은 갈 길이 멀다. 하지만 J씨와 W씨의 말처럼 가사관리사들이 처한 상황이 늘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자녀를 가진 중장년층 여성들로서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꾸려나기 위해 이 일을 택했고, 그것을 통해 가정에 여러모로 중요한 기여를 했으며, 자신의 삶에 활력을 되찾기도 했지않는가. 그럼에도 가사노동자가 겪는 임금, 고용안정, 사회보장 등의 한계에 대해, ‘노동자이기에 그런 것은 아닌지 치열한 고민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의 젠더불평등 을 해체하고, 가사노동자들 스스로 주체로서 바로설 수 있도록 이들과 함께 다양한 실천을 모색해가야 할 것이다.

[현장의 목소리] 노조 탄압을 멈추는 날까지, 흔들림 없는 투쟁 이어간다 / 2019.10

노조 탄압을 멈추는 날까지, 흔들림 없는 투쟁 이어간다

-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일진다이아몬드지회 정책부장 배원길 인터뷰

 

지안 상임활동가

지난 626,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일진다이아몬드지회는 전면파업에 들어갔다. 작년 1229일 설립된 노조는 2월부터 노조 인정과 노조파괴중단, 5년째 동결된 임금 인상, 작업환경 개선을 놓고 교섭을 진행했다. 그러나 사측은 노조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교섭에도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했고, 이에 조합원들은 서울 마포에 위치한 일진그룹 본사로 상경 투쟁을 시작하게 되었다. 일진다이아몬드 사측은 8/12 충북 음성공장을 직장폐쇄하면서 여전히 노조 탄압을 이어가고 있다. 28회차 교섭에 이르는 현재까지 사측은 쟁의 행위중단을 조건을 내걸며 교섭 이행에 응하지 않는 상황이다.

늦여름부터 이어진 일진다이아몬드 조합원들의 상경 투쟁은 폭염을 지나 완연한 가을이 온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103일이면 노조 파업 100일을 맞는다. 지난 923일에 마포 본사에서 농성 중인 일진다이아몬드지회를 방문해, 정책부장인 배원길 님을 만나 음성공장과 일진그룹 본사 농성장의 상황을 들어보았다. 또한 노조를 탄압하기 위해 설치한 40~50개에 달하는 작업장 CCTV 설치부터, 늘 발생해왔던 강압적인 조직문화 문제들을 짚어보며, 현장에서 어떤 문제점들이 있어 왔는지 들어보았다.

노조설립부터 전면파업까지

인터뷰를 위해 방문한 일진다이아몬드에는 현관부터 일층 로비에는 돗자리를 깐 채 농성 중인 조합원 수십 명이 있었다. 가장 먼저 폭염 중 상경투쟁을 시작한 조합원들의 건강은 어떤지, 또 음성공장 퇴거명령은 어떤 상황인지 궁금했다.

“상경했을 때가 늦여름이긴 했는데, 무척 더웠거든요. 본사 로비는 전기가 끊어진 상황이기 때문에 냉난방이 안 되어서 많이 힘들었죠. 발전기를 연결해 사용하고 있어요. 가을 접어들면서 저녁에는 선선해지긴 했지만 그래서 감기 환자들이 많이 발생하고 있어요.

음성공장 같은 경우는 회사에서 소송을 걸어퇴거 요청이 들어왔는데, 법원 판결이 보류되면서 시월로 연기되었습니다. 기본적으로 노조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보이고요. 지금 협의를 통해서 상명관이라는 복지관을 쓰고 있는데, 컨테이너를 가져다가 회사랑 벽을 쳐버렸어요. 복지관 쓰지 말고 컨테이너를 쓰라고 하는 상황입니다.”

노조 설립 이후로 올해 초부터 시작된 교섭 이후로 일진다이아몬드 사측은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했다. 교섭의 의지를 보이지 않기 때문에 노조가 파업까지 감행했지만, 황당하게도 회사는 파업을 중단해야만 교섭에 응하겠다는 입장이다.

“본 교섭이 지금 28차까지 왔고, 실무 교섭도 하자고 해서 일주일에 3~4회를 사측과 만나고 있어요. 그런데 아무런 진전이 없어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본사 농성을 중지하고 내려와야 본 교섭을 진행하겠다고 대표이사가 직접 피력을 했어요. 또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를 제외하고 지회 조합원들과만 대화를 하겠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파업을 시작한 지 백일이 되고 있는데 아무런 태도 변화가 없다는 것 자체가 일진다이아몬드라는 회사가 어떤 기업인지 드러내 주는 것 같습니다.”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환경

대표적으로 최저임금에 수렴하는 저임금이 노조 설립의 계기가 되기도 한 일진다이아몬드의 문제점이다. 올해 2분기 일진다이아몬드의 영업이익은 전분기 대비 178.4%, 전년 동기보다도 77% 상승했다. 반면 올해 일진다이아몬드 노동자들의 기본급은 최저임금인 8350원보다 10원 높은 8360원이다. 또 회사의 영업이익이 매년 10%씩 났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5년간 이루어진 임금 동결 이후로 신입직원과 10년차 직원의 임금 차이가 미비 해질 정도로 노동자들의 임금 수준은 하락했다. 기존의 상여금 600% 400%를 기본급으로 전환 시키면서 몇 년간의 최저임금 인상분을 맞춘 것이다.

“대표이사가 바뀌면서, 5년간의 임금 동결 뿐만 아니라 원래 회사에 있던 얼마 안 되는 복지도 대부분 사라졌어요. 저희는 회사가 어렵다고 해서, 정말 그런 줄 알고 임금 동결에도 5년간 참아왔어요. 알고 보니 그동안 영업 이익은 해마다 10%씩 났어요. 그런데 그 일을 하는 노동자들은 10년을 일해도 최저임금 수준을 받고 있는 것이 말이 되나요?”

이러한 저임금 문제뿐만 아니라 작업장의 열악한 노동환경 역시 심각한 문제점이다. 작업환경 개선 역시 노조의 핵심 요구사항이다. 일진다이아몬드의 열악한 작업장의 문제는, 대표적으로 20181월 발생했던 음성공장 불산누출 사고를 통해 알려져 있다. 사고 당시 인근에 있던 두 명의 노동자는 보호구나 보호복 차림을 하지 않은 채였고 화관법상 유해화학물질인 불산은 누출 시 바로 신고 하도록 되어 있지만 회사는 신고뿐만 아니라 누출 장소에 있었던 두 명의 노동자에 대해서도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위험 물질을 사용하는 작업장에서 평소에도 안전보건 조치들은 어떠했는지 궁금했다.

“저희가 불산 뿐만 아니라 황상, 핵산, 염산, 질산을 다 다루고 있어요. 불산 누출 사고 같은 경우에는 노출된 노동자가 밤에 호흡곤란 등을 느끼고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았는데, 관리자는 되려 ‘왜 검사를 받느냐’며 질타를 했어요. 안전교육조차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요. 기본적으로 아주 형식적인 교육일 뿐이고, 거기다 교육에 불참하게 된 사람들이있으면 그냥 했다고 체크 하는 일도 비일비재해요. 누출사고가 있었던 곳에서는 마스크조차 안 쓰고 일 해왔다고 하더라고요. 안전장비는 물론이고요. 이런 배경에서 작업환경개선이 노조의 핵심 요구사항 중 하나가 된 것입니다.”

현재 음성공장은 회사가 유해화학물질 안전교육 등을 하지 않은 채 대체인력을 투입하여 고용노동부 충주지청은 공정 12곳을 작업중지명령을 내린 상황이다. 1차 현장조사에서도 2곳을 제외한 10곳은 여전히 작업중지 상태다. 한편 불산 등 화학물질 문제만이 아니라 일터의 수많은 위험들 역시 방치되어 왔고 노동자들의 부담으로 전가되어왔다.

“제가 있는 부서가 파우더를 다루는 부서인데요. 폐초경을 가져와 다시 반응을 시키고 세척을 해서 원자재인 파우더로 만드는 공정입니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분진이 엄청나게 날려요. 그런데 그 넓은 공장에서 이동식 집진기 하나를 사용하고 있어요. 이전부터 아무리 요구해도 회사에서는 아무런 답이 없었어요. 그리고 일 할 때 워낙 중량물을 많이 취급해요. 쉽게 말하면 원자재 깡통 하나가 50kg에요. 원래 2인 1조로 들도록 되어 있고, 보통은 이렇게 무거운 건 기계로 들어야 해요. 근데 야간조 편성이 1명이 되면 그냥 혼자 들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허리, 목 디스크 환자들이 많이 발생하고요. 이건 화학물질과 다르게 서서히 나타나는 것이기 때문에 비가시화 된다는 측면에서 어떻게 보면 더 위험합니다.”

강압적인 조직문화 속 노동자 통제

분진으로 인한 폐질환이나 무거운 중량물 등으로 인한 디스크 등의 산재는 없었는지 궁금했다. 12년의 근무 동안 산재 처리는 프레스 절단 사고 이외에 없었다는 답변을 들었다. 놀라운 점은, 작년 1229일 노조가 생긴 이후로 파업(6/26) 이전까지 단 6개월 간 승인된 산재만 5건이라는 점이다. 노동자의 안전에 있어서 노조의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 드러내주는 대목이다.

“예전에 프레스에 손가락 2개가 절단되는 사고가 있었어요. 그런데도 입원한 노동자를 총무과장이 찾아와서 꼭 산재를 해야겠느냐, 공상처리를 해주겠다고 말했다고 해요. 즉 사고와 질병이 없었던 게 아니라 이제껏 회사가 공상처리하는 방식으로 숨겨왔던 거죠. 허리, 목 디스크, 인대파열 등 총 5건이 산재 승인되었고 현재 1건이 진행 중에 있습니다.”

이러한 사례를 통해 짐작할 수 있듯이 강압적인 조직문화 역시 뿌리 깊은 문제였다. , 이런 조직문화 속에서 정해진 작업량에 사람을 맞추는 식으로 노동강도는 점점 강해졌다.

“몇 년 전부터 각 부서에서 1인 당 소화할 수있는 작업량 데이터를 수집해서 1일 작업량 평균을 냈어요. 한 시간에 노동자가 최대 10개를 작업할 수 있다고 하면 8시간을 곱해서 80개를 산정하는 식이에요. 그러나 사람인 노동자는 기계가 될 수 없고, 1시간 작업량 최대치를 8시간 내내 동일하게 유지할 수는 없어요. 이런 작업량 데이터를 가지고 개개인을 ‘왜 이것 밖에 못했느냐’는 식으로 압박을 주는 것이 심했어요. 일 자체에 스트레스가 많았을 뿐만 아니라 실적이 떨어지거나 관리자와 관계가 안 좋아지면 바로 배치전환되는 것이 부지기수였어요. 노조 설립을 하고 활동을 하기 전까지 참 눈치를 많이 보고 살아왔어요. 출근하면 전 직원의 핸드폰을 걷어 갔고, 잠깐 짬이 나는 사이에 담배를 피거나 하는 것도 들키면 안 되는 분위기였죠. 노조 만들기 전까지 저희는 원래 어디나 다 그런 건 줄 알았어요.”

작업량의 데이터화, 배치전환, 핸드폰 거치 등의 각종 규율 속에서 일진다이아몬드는 지속적으로 노동자에 대한 통제력을 강하게 행사해왔다. 이런 배경 속에서 노조 설립조차 인정하지 않고, 직장폐쇄까지 감행한 노조탄압 기업 일진다이아몬드에 대항해 싸우고 있는 상황에서 마지막으로, 흔들림 없이 끝까지 싸우겠다는 결의를 말했다.

“노조 활동을 시작하면서 작업환경이, 노동안전이 이렇게 중요하구나 하는 것을 알아가고 있어요. 이런 앎 속에서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기 위해 조합원들이 다함께 투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자본이 이렇게 노동을 탄압하는 건 비단 현재 일진다이아몬드지회의 싸움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의 전반적인 문제입니다. 더 이상 침묵하지 않고 맞서서 싸우기 위해 전 조합원이 흔들림 없이 다짐하고 있습니다.”

[노동시간 읽어주는 사람] ‘크라우드소싱’이 배달노동자에게 자율성을 가져다줄까? / 2019.10

크라우드소싱이 배달노동자에게 자율성을 가져다줄까?

  지안 상임활동가

 

배달앱 배달의 민족은 지난 9월 새로운 광고 하나를 올렸다. 30초짜리 광고는 주인공의 역동적인 몸의 움직임으로 시작해, 헤드폰으로 음악을 들으면서 팝핀댄스를 추고, 옥탑방에 걸터 앉아 옷을 매만지는 모습으로 이어진다. “춤춘 지는 15년이 넘었어요. 세계대회도 크루들 하고 계속 나가고 있어요. 강의도 하면서. 제가 디자인에 관심이 많아서 요즘 옷도 만들고 있어요.”  

크라우드소싱, 초단시간 미만의 배달노동을 가능케 하다

이 배달앱에는 당신을 위한 다양한 음식점이 구비되어있어요라는 것도 아니고, 빠른 배달에만족할 거라는 메시지도 아닌 대체 무슨 광고일까? 라는 의문이 들 때쯤, 주인공은 그래피티가 그려진 지하차도에서 춤을 추다가, 배달 옷과 보호구를 착용한 채 자전거를 열심히 밟으며 같은 차도를 지난다. 그리고 되묻는다. “제 직업이 뭐냐고요? 그게 뭐 중요한가요?” <춤도 추고, 디자인도 하고, 배달도 해요>라는 제목의 이 광고는 배달의 민족 서비스를 운영하는 기업 우아한 형제들의 새로운 배달 프로그램인 배민커넥트를 홍보하는 영상이다. 배민커넥트는 대중(Crowd)과 아웃소싱(Outsourcing)의 합성어인 크라우드소싱방식의 배달 프로그램을 활용한, ‘일반인대상의 배달 서비스이다. 이러한 방식은 대표적으로 우버이츠가 한국 시장에 진출하던 초기에 크라우드소싱 기반 배달 프로그램을 기업의 대표적인 전략으로 내세우면서 잘 알려졌다. 현재는 우버이츠와 배민커넥트 뿐만 아니라 쿠팡이츠, 쿠팡플렉스 등 다양한 배달, 물류 서비스들이 크라우드소싱 기반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있고 참여자들을 모집하기 위해 홍보하고 있다.

배민커넥트가 만든 구글링크로 신청을 하면, 1회의 오프라인 교육 이후에 바로 원하는 시간”, “원하는 만큼일할 수 있다. 이동수단도 각 서비스에 따라 자차부터 전동자전거, 전동킥보드, 심지어는 도보나 일반자전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강력한 유입책이 된다. 애초에 1~2시간, 혹은 분이나 건단위의 배달이 이 서비스의 핵심이기 때문에 기업은 시간 단위로 일하는 노동자가 필요하지 않다. 또 최대한 많은 인력을 단시간 확보하여 개별 사용자들의 집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를 배차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배달노동의 대표적 이동수단인 오토바이도 크게 필요하지 않게 된다. 그래서 특정 구에서 공유서비스로 이용할 수 있는 전동킥보드나 서울시 따릉이를 활용한 배달도 가능해진다.

내가 원할 때, 달리고 싶은 만큼만”, 누구의 자율성인가?

지금까지 배달노동자들에게 가장 우선적인 문제는 이들이 특수고용노동자로 분류되어 근로기준법에서 적용제외 된다는 문제점이다. 배달앱의 관리/감독 속에서 일을 하더라도 현재 노동법 상으로 플랫폼과 노동자를 고용관계로 보지 않기 때문에 플랫폼 노동자들은 노동자로 인정되지 않는다. 일을 해도, 심지어 장시간 해도 특수고용노동자 신분으로 인해 각종 법적 보호에서 배제되는 것이다. 반면에 배민커넥트 등의 서비스들은 플랫폼과 노동자간의 고용관계가 성립 안 된다는 문제점을 넘어서 초단시간 미만의 건당 배달자 다수를 채용하는 것이 목적이라는 것이 핵심이다. 그런 점에서 이 일반인노동자들의 기본적인 노동법 적용이나 노동환경은 물론이고, 배달 과정 중 사고가 났을 때 책임은 기업이 부담하지 않는다는 문제점이 있다.

그러나 단순히 초단시간 배달 노동자들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초단시간 노동에 대한 법적 규제가 없다거나 플랫폼 노동자들에 대한 법적 보호가 없다는 점만이 문제는 아니다. ‘크라우드’ ‘소싱이라는 말 자체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기업은 노동자를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 속의 남는 인력, ‘일반인들을 모집하고 건당, 시간당 가격을 지불한다. 그래서 배달앱이라고 하는 전체 서비스에서 사용자와 가장 최적의 경로로 배달 장소가 배치되는 프로그램, 지금 배달하면 얼마를 더 주겠다는 공지만 있을 뿐 이 배달 프로그램에 배달을 수행하는 노동자는 없다. 노동자와 노동이라는 과정은 지워지고 그 자리를 무수히 많은 초단시간 미만의 건당 배달들이 채우는 것이다.

내가 정하는 자유로운 스케줄” “자유로운 근무”(배민커넥트), “스스로 선택하여 일할 수 있습니다.” “유연합니다”(쿠팡플렉스) 등의 수사를 통해 볼 수 있듯이 자율성과 유연성은 이 서비스들이 참여자에게 부여하는 가장 큰 혜택이다. 참여자들의 후기를 담은 형식으로 만든 쿠팡플렉스와 배민커넥트 웹페이지는 시간이 남는 김에, 근처에 볼일이 있어서, 운동 삼아 잠깐씩 일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제시한다. 이러한 인식 속에서 서비스에 참여하는 일반인라이더들 역시 이 행위를 노동으로 인식하거나 스스로를 노동자로 생각하지 않는다. 여기서 이 서비스들이 강점으로 꼽는 자율성은 마치 노동(과 그에 따르는 법적 보호)과 교환되는 것처럼 생각된다.

이 자율성은 분명히 기업에게 이익이다. 이 자율적인 일자리를 통해서 4대보험, 퇴직금, 각종수당 등 수많은 비용이 절감된다. 그러나 퇴근 이후나 주말을 이용해서 배달할 수 있는 자율성이란 대체 어떤 자율성인가? 여기에는 쉬지 못하는 삶, 진정한 의미의 자율성과 협상한 비자율적인 노동만 있을 뿐이다. 앞으로도 다양한 플랫폼이 개발될 것이고 그에 따라 쿠팡플렉스에 등록된 30만명의 일반인라이더들은 여러 형태의 일자리로 옮겨갈 것이다. 이 초단시간 미만의 노동을 어떻게 문제화할 수 있을지 지속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연구리포트] 문화예술노동자의 노동시간 / 2019.10

문화예술노동자의 노동시간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기업들은 노동시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며 노동자들이 더 많은 일을 하도록 만든다. 그런데 노동자들은 기계가 아니기에 적정한 노동시간, 적정한 노동강도로 일을 해야 하고, 충분한 휴식을 보장받아야 한다. 그래서 노동시간을 둘러싼 기업과 노동자들의 투쟁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문화예술노동자도 마찬가지다.

1. 노동시간을 둘러싼 투쟁

기업들은 가급적 노동시간을 늘리려고 한다. 장시간노동을 시킬수록 시간당 노동비용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업들은 노동시간을 늘리는 것만이 아니라 노동시간에 대한 주권을 빼앗아서, 언제라도 기업이 원하는 시간에 노동자들이 일하도록 만들고자 한다. 노동하지만 노동시간으로 인정되지 않는 부지불노동시간을 늘리기도 한다. 이것은 표준화된 노동시간이 있을 때의 이야기이다.

프로젝트 노동이나 플랫폼 노동 등 표준적이지 않은 노동의 경우에도 노동시간에 대한 통제는 이루어진다. 건당수수료 등 임금체계를 바꾸면 노동자들은 생존을 위해 장시간노동을 택한다. 개인도급으로 일하는 노동자들은 기업에게 선택되기 위해 경쟁하면서 임금을 낮추고 그러다 보면 더 장시간노동을 하게 된다. 준비 비용도 노동자들이 감당한다. 겉으로는 자율적으로 시간을 쓰는 것처럼 보이지만 생존경쟁은 더 시간에 매달리도록 만든다. 이 경우 노동자들의 권리는 더 이야기 되기 어렵다. 법은 표준적인 노동시간을 기준 삼기 때문에, 비표준적인 방식으로 일하는 노동자들 은 권리에서 배제된다. 때로는 자신이 표준적인 노동시간에 해당한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그러므로 표준적인 노동시간을 기준으로 만든 법에 얽매이지 않고, 노동시간에 대한 권리의 원칙을 수립해야 한다.

예를 들어 건강권을 지킬 수 있는 충분한 휴식시간이 보장되어야 한다. 불규칙하지 않아서 예측할 수 있는 노동시간이 보장되어야 한다. 노동하기 위한 준비시간과 마무리 시간이 노동시간으로 인정되어야 한다. 지나치게 짧거나 단속적인 노동시간을 강요해서, 생계를 위해 투잡을 하도록 하면 안 된다.” 등 원칙을 수립하고, 그 원칙 위에서 제도적 방안 등을 논의해야 한다.

2. 문화예술노동자들의 노동시간

문화예술노동자들은 프로젝트형 노동도 많고 단시간 노동도 많다. 부지불노동도 일상이고, 행이라는 이름으로 장시간노동도 강요된다. 문화예술노동자들의 노동시간에 대한 권리를 생각해보자.

단속적 노동시간(프로젝트형 노동)

문화예술노동은 일하는 시기와 휴지기로 나누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휴지기라 하더라도 온전한 휴식시간이 아니라, 대기시간이거나 일을 구하는 시기일 확률이 높다. 그리고 그 시기에는 생계유지가 안 된다. 언제 일을 구할 수 있을지도 알기 어렵다. 고용보험 가입률은 24.1%¹이므로 사회적 보장도 안 된다. 문재인정부가 약속한 예술인 고용보험’²을 공약했지만, 아직 현실화되지 못하고 있다. ‘예술인고용보험을 하루 빨리 도입하고, ‘실업부조등 문화예술가들의 목소리를 반영하여 휴지기의 생계를 보장해야 한다. 여기에서 또 다른 질문이 필요하다. 정말로 문화예술 노동자들은 단속적 노동을 하고 있는 것일까? 문화예술노동자들은 계약을 체결하여 일하는 시기가 아니더라도 일상에서 노동을 위한 준비를 한다. 사람을 만나고 미술관을 가고 현장을 찾아 가는 모든 활동이 축적의 시간이다. 그런데 단속적 노동이라는 특성은 계약 이외의 시간을 모두 불필요한 시간으로 간주하고, 예술활동 바탕의 축적을 모두 개인의 책임으로 떠넘긴다. 휴지기가 일을 하지 않는 시간이 아니라 다른 형태의 준비기간임을 사회적으로 인정해야 한다. 문화예술은 사회서비스의 성격도 갖고 있다. 문화예술이 사회적으로 미치는 좋은 영향은 이미 많은 연구가 증명한다.

따라서 문화예술가들과 향유자들의 공적 문화예술활동을 늘리고 많은 예술가가 여기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예술가들이 자신의 작품활동만이 아니라 공적 문화예술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네트워크를 구성하여, 예술가들의 휴지기가 사회적인 가치를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장시간·고강도 노동시간

예술노동자들은 프로젝트로 일을 하는 경우, 그 기간에는 매우 집중적인 장시간 노동을 한다. 그런데 장시간 노동이 인정되지 않거나, 높은 노동강도가 제대로 보상되지 않는다. 1년간 해야 할 일을 몇 달에 몰아서 하도록 요구하되, 단지 일을 한 시간만 인정해주는 셈이다. 그러면서도 이것을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한다. 그런데 이 관행은 문화예술노동자들의 권리를 배제하는 수단에 불과하며, 충분히 변화 가능하다.

이런 장시간 고강도 노동을 해결하려면 문화예술노동자들이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아야 한다. 그런데 회사는 프리랜서라는 이유로, 고용노동부는 계약의 형식을 문제 삼아서 근로기준법 적용을 회피하려고 한다. 문화예술노동자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2018년 말 산업안전보건법의 적용 대상을 노무를 제공하는 자로 확장했던 것처럼 노동자성 인정 여부와 무관하게 노동시간 제한이 법적으로 보장되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 ‘적정노동시간을 표준화할 필요가 있다.

그러려면 업종별 T/F’를 통해 연구 정리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작품 전체에 들어가는 비용과 그 안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공개되어야 하고프로젝트 당 얼마라는 도급계약 구조도 바뀌어야 한다. 이 경우 계약기간의 적정성이 노동시간과 연계될 수밖에 없다. 계약서상에 노동시간이 명시되어야 하며, 숙련에 따른 시간당 임금도 명시되어야 한다. 또한 계약기간보다 기간이 더 늘어났을 때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면 안 된다.

문화예술노동자의 단시간노동

문화예술노동자들은 근로계약서를 쓰더라도 단시간노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예술강사들이 대표적인데, 이들은 2017년 기준 연 최대 374시간 근무하는 초단시간 노동자이기도 하다. 이 초단시간 노동에는 준비시간과 상담시간 등이 제외되어 있다. 제대로 지불되지 않는 노동시간인 것이다. 단시간 노동으로 인해 생계유지가 어려운 문화예술노동자들은 겸업할 수밖에 없다.

<2018년 예술인 실태조사>에 의하면 42.6%가 겸업예술인이다. 불규칙한 소득 때문인데 겸업을 할 때 예술관련 직업은 기간제와 계약직 혹은 임시직, 비예술직업은 파트타임과 형태가 많았다. 겸업을 하다보니 예술활동 외 직업 투입비율이 74.8%로서 예술활동을 충분히 하지도 못하며, 단시간노동을 하지만 겸업이다 보니 실제로 평균 주 58.6시간의 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다.

문화예술활동을 전업으로 한다는 것은 예술활동에 충분한 시간이 투입된다는 의미이다. 그러려면 문화예술노동자들에게 많은 기회가 보장되어야 한다. 그런데 인적 네트워크에 따라 하고 예술활동을 하게 되는 구조라서 어떤 네트워크 안에 포함되어 있는가가 예술노동자들의 노동시간에 영향을 미친다. 인적 네트워크에 의존하지 않고도 문화예술노동에 종사할 수 있도록 창작활동이나 교육활동의 기회를 늘려야 하고, 노동조합이 모든 문화예술노동자의 열린 네트워크로 기능해야 한다.

노동시간을 측정하기 어려운 노동

노동시간을 측정하기 어려운 문화예술노동도 많다. 기획을 하고 창작을 하는 과정은 사람마다 다르며 매우 큰 시간의 편차를 보이기 때문이다. 노동시간 평균적 측정이 어렵고, 노동시간이 개인마다 다르다고 해서 이 시간을 보상받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간주근로시간제등 노동시간을 합의하는 방식도 있다. 즉 노동시간을 엄격하게 측정해서 계산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기획이나 준비에 들어가는 시간 자체를 노동시간으로 인정하지 않는 관행에 제동거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문화예술노동자들 스스로가 이런 관행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도 서울시향 교향악단 단원의 개인연습시간은 노동시간으로 봐야 한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 경우에도 개인연습시간을 간주근로로 인정한 것이다. 개인마다 연습시간의 양은 차이가 있겠지만 합주를 하기 위한 기본 연습시간은 평균적으로 특정할 수 있고, 그 시간을 인정한 것이다. 서울시향의 사례에서 해당 노동자는 연습시간을 노동시간으로 인정받아 연차휴가를 받을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고용보험에 편입되더라도 근무일수가 확인되어야 한다. 노동시간을 측정하기 어렵다 하더라도 표준적 노동시간을 정하고 그 시간을 제대로 인정받는 것은 임금만이 아니라 부가적 복지와 사회복지 시스템에 잘 편입되기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3. 문화예술 노조의 과제

문화예술노동자들의 건강권과 재생산을 위해서 노동시간은 매우 중요하다. 우선 법적인 측면에서, 근로기준법상 노동자 개념을 확대하여 프로젝트형으로 일하는 문화예술 노동자들이 노동자성을 인정받도록 해야 한다. 근로기준법의 적용 대상이 되어야 노동시간에 대한 강제도 가능하다.

또한 고용보험과 실업부조 제도를 통해 문화예술가 재생산을 위한 시간을 사회적으로 인정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문화예술노동조합의 교섭에서도 노동시간의 권리가 중요하다. 준비시간과 교육훈련 시간을 노동시간으로 인정하도록 하고, 적정노동시간을 명문화하기 위한 협약도 체결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나 사용자단체에 업종별 적정노동시간을 산출하는 T/F 구성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 충분한 휴식과 노동자들의 관계형성이라는 면에서 휴일과 휴게시간 명문화도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예술가들에게 더 많은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노동조합이 노력해야 한다. 문화예술 노동자들은 창작물을 만들고 공유할 기회를 가져야 한다. 교육과 훈련의 기회도 가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 정부가 공적 예술활동의 공간을 만들어야 하고, 노조가 교육훈련을 담당할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노조는 시민사회 및 지역사회와의 교류와 협력을 통해 예술가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를 위해 문화예술노동조합은 지역사회 및 시민사회와 지속적인 연관을 가질 필요가 있다.

01. 문화체육관광부, <2018년 예술인실태조사>

02. 문화예술노동연대에서는 프랑스의 앙떼르미땅과 같은 제도 도입을 고민한다. 그런데 앙떼르미땅의 경우 최근 재정문제가 발생하고 있고, 수급자들의 대상이 확대되지 못하고 수급 기간도 줄어드는 추세이다. 독립적인 고용보험제도를 활용할 것인지, 전체 고용보험 구조 안에 포함되도록 하고, 문화예술인의 특성에 맞는 실업부조의 성격을 보충할 것인지는 검토가 필요하겠지만 독립적인 고용보험 구조가 자칫 ‘권리’가 아닌 ‘시혜’가 되지 않도록 전체 고용보험 안에 편입하는 방안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

03. 건설산업 공공입찰에서는 표준품셈을 적용하도록 되어 있다. 표준품셈이란 시설공사의 대표적이고 보편적인 공종, 공법을 기준으로 하여 작업당 소요되는 재료량, 노무량, 장비사용시간 등을 수치로 표시한 표준적인 기준으로서 매년 정부가 발표한다. 물론 이것은 입찰상의 기준일 뿐, 현실에서 이 표준품셈에 훨씬 못 미치는 임금이 지급된다. 하지만 노동자들이 집단적 요구를 하는데 주요 기준이 되기도 한다.

특집3. 직업병 수출-공해수출에대응하는 사회운동의 의의와한계 그리고 앞으로의 과제 / 2019.10

[불법인 사람은 없다③]

직업병 수출-공해수출에대응하는 사회운동의 의의와한계 그리고 앞으로의 과제

최예용 아시아환경피해자권리네트워크 부조정관  

20191027일부터 30일까지 사흘 간 서울에서 아시아 직업·환경 피해자 대회라는 이름의 국제행사가 열린다. 이 행사는 15여개 아시아 나라의 산업재해, 직업병 등 노동안전보건문제와 환경오염으로 인한 건강상의 피해인 환경보건문제를 다룬다. 이들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학술 또는 정책 관련해 논의하는 행사가 아니라, 피해자들을 위한 피해자들의 자리다. 즉 환자와 유족들이 주인공인 대회다. 이들과 노동안전보건운동가, 환경보건운동가 그리고 의학, 사회학 등 관련 분야 전문가들이 일부 함께한다.  

이 대회는 아시아 직업 및 환경 피해자 권리네트워크(ANROEV, Asia Network for Right of Occupational and Environmental Victims)’라는 이름의 기구가 주관한다. 이 네트워크는 20여 년전 태국, 방글라데시, 중국 등에서 발생한 대규모 공장화재 사고로 인해 수백, 수천 명의 노동자 사망한 참사를 계기로 아시아 각국에서 노동자들을 보호하고 건강한 일터를 만들기 위한 노동안전보건운동의 일환으로 조직되었다. 매년 아시아 주요 도시에서 대회를 개최하고 각국, 각 분야의 노동안전보건운동의 경험을 교류하고 구체적인 연대활동을 추진해왔다.  

이 네트워크의 활동성과 중 하나가 석면분야다. 2009년 아시아석면추방네트워크가 결성되었고 이를 중심으로 현재 아시아 10여개 나라에서 석면추방운동과 석면피해자운동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더불어 10여 년 전 연간 200만 톤에 이르던 세계석면소비량이 2017130만 톤규모로 감소되었고, 아시아에서 일본, 한국에 이어 홍콩, 대만, 태국, 네팔 등에서 석면사용이 전면금지 또는 크게 제한되었다.  

필자는 2008년부터 아시아 직업·환경 피해자대회에 참가해왔는데, 한국에서 가동되던 석면방직공장이 인도네시아로 이전하면서 노동자와 지역주민들에게 석면피해가 나타나는 문제를 조사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한국은 2009년부터 석면사용을 전면금지했다. 원료나 제품을 사용해서도 수입, 수출해서도 안 된다. 발암물질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에서 가동되던 석면공장이 인도네시아, 중국 등지로 옮겨가서 가동되고 있다.  

인도네시아나 중국에서는 아직도 석면사용이 허용되기 때문이다. 그들 나라의 노동자나 주민들은 석면에 노출되어도 괜찮은가? 당연히 아니다. 한국에서 가동될 때 노동자들과 주민들에게 석면피해를 입혔던 석면공장이 그대로 인도네시아로 옮겨가서 가동되기 때문에 그들 나라에서도 똑같은 문제가 발생한다.  

석면에 대한 안전기준이 더 허술한 인도네시아에서는 오히려 한국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2007년 부산의 법원이 석면공장에서 일했던 노동자가 석면암인 악성중피종으로 사망한 사례에 대해 해당 공장이 유족에게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그때 필자는 1971년부터 부산에서 가동되던 석면공장 일부가 1992년 인도네시아로 옮겨간 사실을 알게 됐다. 그 석면방직공장은 1971년 일본에서 옮겨온 것이었다. 필자는 2007년부터 2011년까지 5년 동안 10여 차례 일본과 인도네시아 현지를 방문해 석면방직공장의 국가 간 이동과 노동자 및 주민 피해상황을 조사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의 짐작(?)대로, 일본에서 한국으로, 다시 한국에서 인도네시아로 석면방직공장 설비들이 이전되면서 안전관리시스템은 전달되지 않았고, 노동자와 주민들의 석면피해는 고스란히 아니 더 심각한 형태로 한국과 인도네시아에서 발생했고 지금도 발생중이다. 소위 전형적인 형태의 공해수출 문제다. 유해·위험 산업이 일찍 발전한 선진국에서 이제 막 산업화를 시작하는 개발도상국으로 유해·위험 산업이 이전한 것이다.

필자는 학자가 아닌 활동가로서 이 문제를 조사하고 다루면서 이미 석면문제를 노동운동의 주제로 다뤄오던 노동안전보건운동가 및 전문가들과 결합해 환경보건운동의 주제로 삼았고, 특히 석면공장 인근 지역으로의 석면오염과 주민건강 피해문제에 집중했다. 그 동안의 가시적인 성과라면, 한국의 경우 석면사용이 금지되었고 환경성 석면피해를 구제하는 석면피해구제법이 제정되어 지난 89개월간 3,883명이 석면피해 및 구제 대상자로 인정되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석면질환자가 진단되었고 업무관련성이 인정되었다.  

이러한 성과는 아시아 직업·환경 피해자 권리네트워크를 통한 활동에 힘입은 바다. 일본과의연대활동을 통해서도 일본 센난과 한국 부산의 석면피해문제를 법정에서 제기하고 인정받는 성과가 있었다. 역시 이 네트워크의 힘이었다. 이 네트워크는 평생을 산업보건운동에 바친 운동가들과 양심적인 전문가 그리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갖는 피해자의 세 축으로 구성되고 유지된다. 세계적으로도 이런 방식의 사회운동은 매우 드물고 한 나라를 넘어 권역차원으로서는 유일하다. 2년마다 개최되는 대회의 경비는 석면 피해자와 유족의 기부와 시민사회단체의 지원으로 충당한다. 정부와 기업 또는 국제단체의 지원을 받지 않으면서 20여 년 간 피해자 중심의 네트워킹을 통해 노동안전보건분야의 성과를 내온 것은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국에서의 환경운동을 통한 석면문제의 사회이슈화와 전자산업 피해자운동의 성과, 일본에서 진행 중인 석면암 중피종환자들의 전국투어프로그램, 인도네시아에서의 산업보건운동의 약진, 인도 스리랑카 지역에서의 산업보건운동의 분투 등 국가별 모범 사례가 적지 않고, 극동, 동남아, 남아시아 등 아시아내에서도 권역별로의 연대가 세분화되고 있다.  

나름의 성과와 함께 한계와 부족한 점도 많다. 노동안전보건운동과 환경보건운동간의 접점을 넓혀야 하고, 나라마다 다른 경제적 정책적 문화적 차이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공동의 목표설정과 구체적인 행동계획이 추진되어야 하지만, 아직은 피해사례 공유에 머무는 매우 초보적인 수준이다. 피해자를 위한 네트워크라고 하지만 실제 활동에서 아직은 피해자가 중심에 있지 않다. 피해자들은 국제회의는 물론 자국 내에서의 네트워킹에서도 어려움이 많다. 이러한 아시아연대를 담당하는 활동가나 전문가도 소수에 불과하다.  

직업병과 환경문제를 다른 나라로 수출하고 피해를 확대하는 문제가 국제사회의 이슈로 떠오르게 하고, 이를 규제하는 UN차원의 협약과 피해지원을 위한 국제펀드가 형성되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피해자는 시혜의 대상이 아닌 문제해결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삼성백혈병, 태안화력피해자 등 유족들이 만든 산재피해자단체 <다시는>의 사례가 아시아로 전파되고 확대되어야 하는 이유다. 2015년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대회에서 한국참가자들은 노동자 산재피해자와 시민환경 피해자간의 국제연대로 노동해방 녹색세상 만들자라는 구호의 붓글씨 작품을 만들어 아시아 참가자들과 함께했다. 유럽공동체와 달리 아시아공동체는 아직은 이름뿐이지만 조금씩 실체가 만들어 지고 있다.

특집2. 베트남 전자산업의 여성 노동자가 처한 현실 / 2019.10

['불법'인 사람은 없다②]

베트남 전자산업의 여성 노동자가 처한 현실

팜 티 민 항(Pham Thi Minh Hang), CGFED 부원장

번역 : 선전위원회

허울 좋은 이야기일 뿐인 경제 핵심, 발전전략으로서의 전자산업

베트남은 아시아에서 가장 빠르게 경제성장을 하는 곳 중 하나다. 베트남 경제성장의 대부분은 국내 총생산(GDP)20% 이상을 차지하는 전자산업 덕분이다. 베트남은 정치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에서 전자산업을 환영했다. 2007423일자 총리령 제55/2007/QD-TTg’으로, 2007~2020년의 기간 동안 전자산업을 3대 핵심 산업 중 하나로 계속 선정함을 확인했다. 그리고 총리령 제1290/QDTTg’를 통해 2030년에 전자 산업이 베트남 경제의 핵심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비전을 가지고서, 2020년까지의 전자산업 발전을 위한 실행 계획을 승인했다. 베트남 계획투자부의 외국인투자 부서에서 낸 통계를 보면, 지금까지 베트남은 삼성, 스콘, LG, 파나소닉, 인텔, 노키아 등 주요 기업들로부터 100억 달러 이상의 해외직접투자(FDI)를 유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베트남 통계청에 따르면, 2013년 처음으로 전자제품 수출 규모가 핵심 산업이었던 의류 부문을 앞질렀다. 2015년 베트남 전자산업은 총 460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고, 2016년에는 수출 규모가 530억 달러로 증가했다. 그 결과, 다른 모든 산업을 통틀어 1위를 차지했다. 응우옌 쉬안푸크 총리는 20186월 지구환경기금(GEF) 협의회 회의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베트남은 경제성장을 위해 환경을 희생하지 않고 지속가능한 개발이라는 우리의 목표를 이룰 것을 맹세합니다.” 그러나 산업의 규모와 그것의 경제적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해당 산업이 인간의 건강과 환경에 미치는 잠재적 유해성에 대한 현재의 정보는 부족하다.  

베트남이 WTO의 정식 회원국이 된 200711일 이후, WTO 가입 조건에 따라 전자산업에 주어지는 정부 지원과 특혜도 없어졌다. 몇몇 FDI 회사들은 파산하거나 생산을 중단하거나, 상업 또는 서비스 부문으로 이동했다. 그러나 WTO 가입 이후 전자산업 내 주요 대기업들의 투자를 포함한 새로운 외국인 투자 물결이 베트남으로 유입됐다. 이들의 투자 프로젝트로 인해 베트남 전자산업의 FDI 자본이 100억 달러 이상으로 늘어났다. 베트남에서 30여 년 넘게 전자산업이 존재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 전문가들은 갓난아기가 걸음마를 시작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평가한다. 전자산업은 언제나경제의 핵심으로 여겨지지만, 베트남의 국내 기업 대부분은 생산 단계 중 이윤이 가장 낮은 생산단계인 소비재 조립 작업만 담당할 뿐이다.  

삼성은 베트남에서 1996년에 처음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20년 만에 총 등록 자본금 148억 달러(2015년 기준)로 베트남 최대 외국인 투자자가 됐다. 2016년 삼성이 베트남에서 기록한 총 매출액은 463억 달러로, 그 중 수출액은 400억 달러에 달한다. 이는 2015년 대비 9.9% 증가한 것이며, 국내 총 수출액의 22.7%를 차지한다. 그리고 삼성은 137000여 명의 직원을 채용했다. 베트남에 있는 삼성공장 중 박 닌 공장과 타이 응우옌 공장이 핵심인데, 베트남은 물론 삼성의 글로벌 시스템 전체를 놓고 봐도 그렇다. 예를 들어, 현재 베트남에서 삼성이 출시하는 휴대폰의 50%를 생산하고 있는데 반해, 한국에서는 8%를 생산하고 있다. 2016년 삼성 베트남 공장의 매출은 360억 달러로 이들의 제품은 78개국에 수출되며, 주로 유럽과 미국에서 팔린다. 베트남에서 삼성전자는 전자산업과 FDI의 성공적인 시범 사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베트남 전자산업을 지탱하는 여성 노동력과 노동권의 부재  

전자산업에 근무하는 노동자는 2005년부터 현재까지 9년 동안 46000여 명에서 411000여 명으로 급증했다. “현재 많은 가치를 가져다주지 못하는 조립라인에서 일하고 있는 여성 노동자들이 전자산업 하위부문 노동자의 80%가량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또한 그들 대부분은 기술직이나 관리직이 아닙니다. 모든 선임 관리자 자리는 외국인이 맡고 있습니다.”  

이렇듯 전자산업이 급성장하여 베트남 경제에서 통합의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전자산업 내 노동조건에 관한 정보, 특히 환경과 노동자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정보가 매우 제한적이다. 더구나 노동조합의 결성과 단체행동의 자유는 ILO협약 87호와 98호의 요건이지만, 베트남은 두 협약 모두비준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트남 산업통상노조(VUIT)IndustriALL에 가입되어 있으며 전자산업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은 무노조 방침을 갖고 있으며, “노조가 필요 없는 경영 원리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삼성의 내부 문서(ITUC, 2016)는 노동조합을 조직 할 가능성이 있는 노동자를 식별하는 방법, 그들을 감시하는 방법, 그리고 노동조합 결성을 막기 위해 그들을 고립시키는 방법 등 노동조합 결성을 저해하기 위한 회사의 행동들을 기술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은 삼성경제연구소(SERI)가 개발한 것이다. 이 전략으로 인해 삼성 관계자가 한국 검찰에 구속되는 사건이 촉발되었고 회사에 대한 압수수색으로 이어졌다. 

IPEN & CGFED의 삼성 베트남 공장 작업환경 조사 보고서  

국제환경보건단체 IPEN과 베트남 시민단체 CGFED가 수행한 <베트남 전자 산업에서의 여성노동자 이야기>라는 조사 보고서는 베트남 전자 산업의 노동조건에 관한 기존 연구에 특별한 공헌을 했다. 이 연구는 산업영역 조사와 박닌, 타이 응우옌 두 곳의 대형 삼성 공장에서 일하는 45명의 여성들에 관한 질적 연구(구술 작업)을 결합한 것이다. 그 내용을 간략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연구에 참여한 여성 노동자들은 다양한 건강상의 영향을 토로했다. 45명 모두 직장에서 실신하거나 현기증을 느낀다고 얘기했지만, 교대 근무로 인한 정상적인결과라고 보고되었다. 유산했을 경우엔 만약 그들이 어리다면, 매우 정상적이라고 보고되었다. 다른 문제들로는 시력 손상, 코피, 미관 상 변화, 그리고 복통, 뼈와 관절의 통증 등이 있었다.  

-노동자들은 4일씩 돌아가는 주야맞교대 근무(alternating day and night shifts for periods of 4days), 9~12시간 내내 서 있어야 하는 점(standing for the entire 9-12 hours shift), 그리고 베트남 법정 제한치를 정기적으로 초과하는 높은 소음 수준을 포함한 열악한 작업 환경을 지적했다. 임산부 노동자들은 근무시간 내내 서있어야 하지만, 휴식을 취할 순 있다.  

-여성 노동자들 중 어느 누구도 제품 세척에 화학물질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나 공장 내 다른 곳에서의 화학물질 사용으로부터 노출되는 일에 관해 생각해보지 못했다. 휴대전화 생산 공장의 직종에는 페인트, 잉크, 화학물질이 함유된 청소 제품을 사용하는 업무들이 포함되어 있다. 생산 공정 단계들에는 가열, 금속 코팅(가스 처리), 도장, 레이저 조각 및 절삭이 포함되며, 이 모든 과정에서 화학 물질이 방출될 가능성이 있다.  

-연구에 참여한 여성 노동자의 절반 이상이 결혼했고, 회사에서 근무하기 전에 아이를 낳았다. 그러나 자녀를 둔 모든 여성은 회사의 주거 규율로 인해 아이들과 따로 떨어진 채 살아야 했고, 아이들은 다른 마을이나 도시에서 조부모와 함께 지내고 있다.  

-베트남은 품질을 보장하기 위해 전자제품의 표준 개발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전자산업 노동자들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구체적인 작업장 안전 규정은 없다.

* 이 보고서가 발표된 이후 베트남 노동보훈사회부(MOLISA)에서 삼성 휴대전화 공장에 대한 간단한 후속 조사를 진행했다 위 보고서에 포함된 내용 중 빠진 것들도 많았지만, 장시간 노동, 근로계약 위반, 교육·훈련 부족 등도 확인됐다.

글로벌 리더들, 삼성에 베트남 노동자 보호를 촉구하다

이 보고서가 발표된 직후, 국제사회는 베트남의 삼성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강력하게 목소리를 높였고, 베트남에 관한 유엔 특별보고관의 성명을 통해 베트남 여성 노동자에 대한 우려를 내비쳤다.

보고서의 조사 결과에 대한 평가는 관할 당국의 대응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건강에 유해하고 부적절한 노동 조건을 알리는 연구원이나 노동자들에게 민간이나 정부 관료들이 위협을 가하는 것은 받아들일수 없다.” 세계 각국의 인권, 노동권, 여성권리, 공중보건, 환경정의, 지속가능한 구매관리(sustainable purchasing) 단체의 지도자들은 삼성에게 베트남공장에서 휴대폰을 만들고 있는 수천 명의 노동자들-그들 대부분은 가임기 여성들이다-을 보호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 탄원서는 1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의 지지를 받았다.

201851일 아시아, 유럽, 미국에서 전자업계의 거인인 삼성의 건강·노동·인권 침해를 규탄하는 세계 삼성 반대의 날(International Day Against Samsung)’이 열렸다. 이러한 실천에는 세계 곳곳에 있는 삼성 공장 노동자들과 연대하는 과정에서, 전 세계에서 2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이 수십만 전자산업 노동자들을 보호하라고 삼성에 항의하는 요구를 담은 탄원서들을 전달하는 것이 포함된다. 이러한 국제적 실천과 청원은 삼성이 노동자와 시민사회단체에 대한 위협을 공식적으로 철회하고, 공장에서 사용하는 모든 화학물질을 공개하며, 정보를 차단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고, 더 안전한 대안을 마련하며, 노동자들이 독립적인 노동조합을 결성할 권리를 보장할 것을 요구했다.

경제 발전 과정에서 GDP 증가만 추구해선 안 된다. 전자산업 등 주요 산업이 급속히 팽창하고 있는 개발도상국에선 그와 동등한 수준으로 경제 발전 과정에서 노동자의 건강과 지역사회가 받는 영향 또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 중기적으로는 화학물질, 전자기장, 방사능, 교대제 및 기타 잠재적 유해·위험에 관한 규제 등 전자 산업에서 노동자의 안전을 보장하는 종합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 유해물질 및 유해환경 노출 제한 값은 가임기 여성을 포함해 가장 취약한 집단을 보호할 수 있어야 하며, 직장 및 지역사회에 균등한 수준의 보호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회사는 노동자들의 전폭적인 참여를 바탕으로 개방적이고 진정성 있는 자세를 갖고서 투명하게 연구 결과를 발표해야 한다. 또한 노동조합을 약화시키는 정책을 개혁하고, ILO 협약과 세계 인권 선언에서 확립된 권리들을 존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