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삼성반도체 노동자 2인의 ‘폐암’ 사망, 첫 산재인정

삼성반도체 노동자 2인의 ‘폐암’ 사망, 첫 산재인정 

-  근로복지공단, 故송유경·이경희 님의 폐암 사망을 업무상질병으로 인정.

- 화학물질 노출 평가를 거부한 삼성전자 협력업체들의 문제 지적,  반도체 제조라인 내 ‘비소’ 노출 인정.


1. 근로복지공단은 8월 29일과 30일, 삼성반도체 노동자였던 고 이경희, 고 송유경 님의 ‘폐암’ 사망을 산업재해로 최종 인정했다. 반도체 노동자의 ‘폐암’이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된 첫 사례다. 이로써 법원과 근로복지공단에 의해 직업병 피해를 인정받은 삼성반도체 노동자들은 총 열 네 명이고 그 질병은 아홉 종(백혈병, 림프종, 재생불량성빈혈, 유방암, 다발성신경병증, 뇌종양, 난소암, 폐암)에 이른다. (지난 8/30자 성명에서는 ‘다발성신경병증’ 1인이 누락됨)


2. 이 사건 고인들의 업무이력 등은 다음과 같다.

 

근무기간

사업장(생산제품)

발병

사망

산재신청

고 이경희

1994.4. ~ 2005.8.

2005.9. ~ 2010.11.

기흥(반도체)

화성(반도체)

2010. 11.

2012. 5.

2012. 10.

고 송유경

1984.1. ~ 1997.6.

1997.6. ~ 1997.8.

1997.9. ~ 2001.3.

부천(반도체)

기흥(LCD)

천안(LCD)

2008. 12.

2011. 2.

2014. 1.


고인들은 모두 삼성전자 반도체ㆍLCD 생산 공장에서 ‘식각’ 공정 ‘설비 엔지니어’로서 각각 16년 7개월(고 이경희), 17년 3개월(고 송유경) 동안 근무하였다. ‘식각(ETCH)’ 공정은 반도체 웨이퍼나 LCD 패널에 회로패턴을 형성하기 위하여 화학물질이나 가스 등을 이용하여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하는 공정이다. 고인들은 식각 설비의 셋업(설치)과 PM(유지보수) 업무를 하였고, 그 과정에서 설비 챔버(chamber)를 개방하여 내부 벽면을 닦거나 환기장치의 펌프나 스크러버를 포함한 각종 부품들을 교체ㆍ세정하는 작업도 직접 하였다.


고인들은 오랜 근무기간 동안 여러 유해물질과 과로ㆍ스트레스에 복합적으로 노출되었다. 특히 ‘비소’ 노출이 폐암의 업무관련성을 판단하는데 중요했다. ‘비소’는 폐암의 유발요인으로 알려져 있고, 국내 반도체 공장에 대한 조사(2012년,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서 노출기준의 6배에 달하는 비소 노출이 확인되기도 했다. 근로복지공단의 요청으로 이 사건 업무환경을 직접 조사한 직업성 폐질환연구소도 ‘식각’ 공정의 특성과 고인들의 업무 내용 등을 고려하여 “고농도의 비소 노출이 가능하다”고 보았다. 근로복지공단도 이러한 조사결과에 기초하여 “고인들이 비소 등 유해물질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었다고 판단되며,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에 폐암을 진단받고 사망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업무관련성이 인정 된다”고 했다.


3. 반올림은 이번 처분을 적극 환영한다. 


다만 근로복지공단의 늑장 대처 문제는 이 사건에서도 반복되었다. 고 박효순 님의 악성 림프종에 대한 지난 6월의 산재인정 처분은 유족들이 산재 신청을 한지 3년 8개월 만에 나왔다. 이번 처분은 3년 10개월이 걸렸다.


또한 이 번 처분을 통해 더욱 분명하게 확인된 다음과 같은 문제점들에 분노와 우려를 표한다.


첫째, 삼성반도체 공장의 안전보건 관리에 매우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삼성전자는 이 사건 조사 과정에서 “발암물질을 사용하지 않는다”, “(유해물질 노출이) 저 농도로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정작 그 근거로 제출된 것은 HBr, Cl2, CO 등에 대한 작업환경측정 결과뿐이었다. ‘비소’에 대하여는 측정 결과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삼성전자가 스스로 밝히길, 반도체 라인에 ‘유기화합물 감지시스템’이 도입된 시기도 2007년 6월로서 고 송유경 님은 이미 퇴사한 이후였고, 고 이경희 님이 입사한지도 12년이나 지난 때였다. 결국 이 사건 고인들은 ‘비소’를 포함한 각종 발암물질들이 얼마나 노출되는지 전혀 알 수 없는 사업장에서 15~16년 간 근무하였던 것이다.


그럼에도 삼성전자는 직업병 문제가 불거질 때 마다 “우리 반도체 라인은 세계 최고 수준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도대체 그러한 주장의 근거는 무엇인가.


둘째, 삼성전자와 그 협력업체들이 재해노동자들의 업무환경을 은폐하고 있다.

직업성폐질환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이 사건 조사 당시 망인들이 담당했던 업무 중 상당부분은 삼성전자의 사내ㆍ외 협력업체로 이전되어 있었다. 따라서 폐질환연구소는 해당 협력업체들을 대상으로 노출평가를 실시하고자 했으나, 그 업체들이 일제히 조사를 거부하여 조사 자체를 할 수 없었다고 한다.


반올림은 그동안 여러 사례와 자료에 근거하여, 삼성전자가 재해노동자들의 업무환경을 고의적으로 은폐하고 있다고 비판해 왔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매번 그러한 사실을 적극적으로 부인했고, 최근에도 같은 문제를 제기하는 어느 외신 기사에 대해 “우리는 요구되는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법원과 근로복지공단에 전적으로 협조하고 있다”고 반박하였다. 


삼성전자는 이번 사태에 대하여 또 어떤 주장을 할 것인가. 사내ㆍ외 협력업체들의 조직적인 조사 방해 행위에 아무런 관여를 하지 않았다고 강변할 셈인가. 그리고 고용노동부는 이러한 삼성전자와 그 협력업체들의 명백한 업무방해 행위에 대해 어떠한 조치를 취할 것인가.


셋째, 삼성전자가 작년 9월에 독단적으로 강행한 보상절차에는 매우 심각한 문제가 있다.

반도체 직업병 피해의 실제 규모와 범위는 아무도 알지 못하고, 누구도 예단해선 안 된다. 따라서 보상 문제는 “체계적ㆍ계속적”이고 “객관적ㆍ중립적”으로 처리되어야 한다. 「삼성반도체 직업병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가 작년 7월, 보상 문제를 전담하는 ‘사회적 기구(공익법인)의 설립’을 제안한 것은 바로 그 때문이었다. SK하이닉스가 회사로부터 독립적으로 선정된 외부 전문가들을 주축으로 「산업보건검증위원회」를 구성하여, 그 위원회가 제안한 넓은 범위의 보상 대상을 수용한 것도 비슷한 취지였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그러한 조정위원회의 권고를 전면 거부한 채, 직접 보상 범위와 내용을 정한 매우 독단적인 보상절차를 한시적으로 열었다. 보상의 절차가 폐쇄적이었을 뿐 아니라 보상의 수준과 범위 또한 매우 협소했다.


그에 따른 문제점은 바로 드러났다. ‘난소암’은 삼성의 보상절차에서 가장 낮은 수준의 보상을 받는 ‘3군’ 질환으로 분류되어 있지만, 법원은 올해 1월 삼성반도체 노동자의 난소암을 산재로 공식 인정하였다. 이번에 산재가 인정된 ‘폐암’은 삼성의 보상절차에서 거론조차 되지 않았던 질환이다. SK하이닉스가 「산업보건검증위원회」의 제안을 전면 수용하여 시행하고 있는 보상절차에 ‘난소암’과 ‘폐암’이 모두 ‘나군’ 지원 대상에 포함되어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삼성전자는 이토록 폐쇄적이고 협소한 보상절차를 강행한 뒤, 올해 1월에는 ‘반도체 직업병 문제의 완전한 해결’을 선언했다. 그러한 보상절차를 거부하고 있는 피해자들, 그리고 이 사건 유족들처럼 보상대상에서 완전히 배제된 피해자들에게 2중, 3중의 고통을 가하고 있다.


4. 반올림은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 삼성전자는 반도체ㆍLCD 공장의 안전보건 관리 문제, 노동자들의 산재인정을 방해해 온 문제에 대하여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라. 

- 삼성전자는 직업병 피해가족들에게 합의된 보상기준에 따른 공정하고 투명한 보상을 실시하라.

- 정부와 국회는 산재인정 절차에서 계속되는 회사의 자료은폐 문제, 근로복지공단의 처리기간 지연 문제에 대하여 철저히 조사하고 개선책을 마련하라 


2016. 9. 1.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