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5. 화학물질로 인한 참사를 막기 위한 우리의 과제 /2016.6

화학물질로 인한 참사를 막기 위한 우리의 과제




정경희 선전위원




옥시 판매율이 절반으로 급감했다는 소식은 옥시 불매운동에 대한 노동자·민중의 관심과 동참이 얼마나 뜨거운지를 말해준다. 이러한 관심은 옥시뿐만 아니라 다양한 생활 속 화학물질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면서 그동안 무심코 써왔던 각종 생활용품에 대해서도 점검해보는 계기가 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개인적인 노력만으로는 가습기 살균제 참사를 예방하기엔 부족함이 있다. 보다 사회적이고 구조적인 장치가 필요하고 이것은 노동자 민중의 관심과 요구로 만들어지고 지켜졌을 때 제대로 자리매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어떤 과제가 있을까?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윤리 확립은 가습기 살균제 책임자 처벌로! 

옥시가 가습기 살균제를 출시하기 이전 독일 전문가로부터 흡입독성에 대한 경고 내용을 받고도 무시한 채 제품을 출시한 것이 검찰조사 과정에서 나타났다. 오로지 이윤 추구에만 급급했던 옥시 전 사장 거라브 제인은 검찰 출석을 거부하고 있다. 

그는 2006~2008년 옥시의 뉴가습기 당번의 마케팅을 총괄했고, 한국지사 대표로 재직하던 2010~2012년엔 구속된 서울대 조아무개 교수에게 유리한 조사 결과 보고서를 내 달라고 요청한 의혹을 받고 있다. 더불어 그는 대형로펌 갬앤장을 고용해 제품의 위해성을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지금까지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망자는 266명으로 밝혀졌다. 기업이 만들어 파는 물건이 불특정 다수의 건강과 생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소홀히 한 죄는 어떠한 변호로도 정당화 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또 책임자를 제대로 처벌해서 기업이 져야 할 사회적 책임과 윤리를 다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가해기업(롯데마트, 홈플러스, 애경과 SK케미칼 등)의 실험결과를 조작해서 살인기업을 비호한 지식인들, 이들을 종용하며 살인기업을 변호해 준 법률가들, 5년간의 피해자의 호소를 눈감고 귀 막고 있었던 공무원의 직무유기에 대해서도 철저히 밝혀 단죄해야 한다.

'옥시 피해 구제법 제정'과 '옥시 처벌법(징벌적 손해배상, 집단 소송법 등) 제정'으로 피해자 보호와 책임자에 대한 처벌을 제도화해야 한다. 그래서 기업인, 지식인, 공무원이 각자의 위치에 임하는 궁극적 목적이 기업의 이윤추구가 아닌 존엄한 인간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함이라는 사실을 확인시켜야하지 않겠나.


재발방지는 옥시 예방법 제정과 화학물질에 관한 알권리 보장으로!



가습기 살균제 중 문제가 된 PHMG(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 성분이 함유된 제품을 옥시가 한국에서만 판매한 이유는 유럽의 경우 화학물질을 제품에 사용하려면 사전에 안전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한국은 그와 같은 제도가 없기 때문이다. 

또다시 유럽에서는 제도적으로 판매할 수 없는 제품을 한국에서 무방비 상태로 허용하지 않으려면 옥시 예방법으로 불리는 살생물제 관리법 제정,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 개정, 공산품법 등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은 2014년 보고서에서 기존 화평법의 여러 한계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먼저 소독제·방충제·방부제를 살생물 제품 3종으로 규정하고 있어 관리하는 대상이 너무 제한적이다. 또 살생물질은 소량으로도 제품 대량생산이 가능한데 연간 취급량 1톤 미만인 화학물질에 대해서는 규제를 할 수 없다. 여러 살생물질의 총량이 인체에 미치는 누적효과에 대해 국내에서는 개념조차 없어 위해성 평가 체계도 미흡하다.

제도적으로 갖춰야할 점도 많지만 법제화만이 능사는 아니다. 현재 국내에 통용되는 화학물질은 어림잡아 4만3천여 종인데 이 중 정부가 등록 대상으로 지정해 위해성 여부를 평가하는 물질은 전체 화학물질 중 5%에 불과한 510종이다. 

앞으로도 정체불명의 수많은 화학물질이 만들어질 것인데 이때 노동자 민중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선 화학물질이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야 하고 그 권리가 사회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죽음의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이유는 생명에 치명적인 손상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은 기업, 정부, 학자들이 은폐했기 때문이다. 생산 현장만이 아니라 생활에서도 쉽게 접하는 화학물질을 만들거나 판매하는 자들에게도 알권리를 보장해야 할 의무를 부여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 모두 안전하고 건강한 삶을 살아가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