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목소리] 노동조합으로 하나가 되었어요 /2015.10

노동조합으로 하나가 되었어요

- 부당해고에 맞서 싸우는 민주노총 서산톨게이트지부 도명화 부지부장 인터뷰


재현 선전위원


2009년 이명박 정권은 공공기관 경영 효율화를 목적으로 한국도로공사 소속 336개의 톨게이트 영업소 전체를 외주화하면서 7,000여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를 양산했다. 그 결과 영업소 노동자들은 24시간 3교대로 일하며 최저임금을 받았다. 이마저도 비정규직이다 보니 매년 재계약에 대한 고용불안에 시달려야 했다. 게다가 외주화한 영업소는 불법 수의계약을 통해 한국도로공사 (명예)퇴직자들의 전관예우 통로로 활용되었다. 그 결과 이들은 현재 2,000억 원이 넘는 톨게이트 운영권을 손에 쥐고 있다. 


서산톨게이트 영업소 용역업체 ‘이지로드텍’도 여기에 해당한다. 이지로드텍은 지난 3월 새로운 수의 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3명의 노동자를 해고했다. 이에 해고 노동자를 비롯해 서산톨게이트 노동자들은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민주연합노조 서산톨게이트지부 조합을 만들고 조합원 3명의 복직과 요금징수원 정규직 전환, 단체협약 체결 등을 요구하는 파업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한국도로공사 47년 역사상 첫 번째 파업으로 각종 특혜비리, 불법운영, 노조탄압 등을 폭로하며 전국 336개 요금징수원 노동자들의 생존권과 맞닿아 있는 투쟁을 전개하고 있는 도명화 부지부장을 만나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던 명화 씨 하루아침에 해고당해

대구에서 결혼하고 아이 아빠 직장 때문에 서산에 왔어요. 애가 어릴 때는 대구에 자주 왔다 갔다 했는데 그때마다 톨게이트에서 일하는 아줌마들을 눈여겨봤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도로공사 직원인 줄 알았어요. 옷도 깔끔하게 입고 앉아서 일하고, 얘기들어보니 급여도 괜찮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일자리 있냐고 전화를 했는데 이력서 들고 오라고 하더라고요. 그 뒤로 면접보고 일을 시작했어요. 회사 다니면서 도로공사 직원이든 외주 회사 직원이든 그런 걸 떠나서 일 자체가 재미있어서 열심히 일했어요. 그런데 이제 와서 보니 일을 열심히 하면 뭐하나 싶어요. 외주회사 사장 바뀌면 하루아침에 이렇게 잘리는걸.


▲  민주노총 민주연합노조 서산톨게이트지부 도명화 부지부장


열악한 노동환경으로부터 목숨을 지키기 위해 노동조합을 만들다

2013년에 공공기관이 에너지 절약해야 한다고 해서 요금소 부스에 에어컨을 못 틀게 했어요. 여기는 자동차 매연에 아스팔트 열기까지 더위가 장난이 아니거든요. 근데 에어컨을 못 틀게 하니까 얼음물을 들고 다녔는데, 관리자가 민감한 기계들도 많은데 물 튀면 안 되고, 또 화장실 자주 가면 안 되니까 물을 들고 가지 말라고 하는 거예요. 아니 먹고 살려고 일하러 왔는데 그때는 정말 죽기 직전까지 일을 해야 하나 싶은 생각에 언젠가 동료들이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요금징수원 노동자들은 미납 요금을 받기 위해 때로는 목숨을 걸고 아스팔트 위에서 일해야 했다.


하이패스를 지날 때 요금이 미납 처리되는 차량이 종종 있어요. 그럴 때 몸으로 차를 막아서 운전자한테 요금을 받아서 미납률을 낮춰야 해요. 이게 다 실적에 포함되거든요. 푹푹 찌는 아스팔트에 서서 목숨 걸고 차를 막는 거죠. 상여금 지급하는 것도 백번 양보해서 실적 좋은 사람한테 많이 주는 거면 이해하겠는데, 누가 봐도 실적이 많을 수밖에 없는 일을 하는 사람한테 나머지 사람에게 줄 수당을 깎아서 주는 거예요. 그러니까 누가 지나가는 말로 노동부에 신고해야 하지 않느냐 그랬나 봐요. 그랬더니 사장이 그 말 한 사람 누구냐고 빨리 자수하라고 재촉하더니 나중에는 새벽에 문자까지 보내서 자수하라고 그러는 거예요. 도저히 가만있으면 안 될 것 같아서 노동조합(당시 한국노총)을 만들었어요.


한국도로공사 요금소는 통상 퇴직자에게 위로금 명목으로 5년간 수의 계약을 맺어서 운영권을 주는 시스템이다. 이렇다 보니 사업주는 기간 내 이윤을 최대한 창출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요금소에서 일 하는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은 안중에도 없다. 더욱이 노동조합은 사업주들에게 눈엣가시와도 같다.


예전 사장은 어버이날이라고 수당을 준 적이 있었어요. 그걸 하면 도로공사에서 가산점을 줬나 봐요. 통장에 입금 내역을 확인해서 위에 보고했는데, 다음 달에 수당 받은 만큼 반납하라고 하더라고요. 정말 너무 황당하고 불쾌하더라고요. 


지난 3월 1일 서산톨게이트 영업소의 운영권이 이지로드텍으로 바뀌었다. 이 과정에서 이지로드텍은 기존에 일하던 3명의 노동자를 해고했다. 공교롭게도 3명의 노동자는 모두 명화 씨를 비롯한 노동조합 간부들이었다.


새로 온 사장이 서산 요금소가 이미지가 안 좋다는 소문이 자자하다고 분위기를 잡더라고요. 아니 여기는 도로공사가 관여하는 곳도 아닌데 왜 우리를 나쁘게 생각하는지 이해가 안 되더라고요. 심지어 새로운 사장이 도로공사 노조 만들 때 초창기 간부였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사장님도 우리 마음 잘 알 테니 같이 잘해보면 좋지 않겠냐고 하니 자기가 을일 때는 노조가 필요했지만, 지금은 갑이 되니까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고 하더라고요.


자신들에게 불리한 결과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이지로드텍

3명의 조합원 해고에 대해 국민권익위원회는 용역근로자 보호 지침에 따라 고용 승계를 할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지노위는 해고 노동자들이 이지로드텍에서 하루도 일하지 않았기 때문에 부당해고로 볼 수 없다고 판정했다. 


회사는 계속해서 해고가 아니라 면접 점수로 정당하게 채용을 하지 않은 것 뿐이라고 주장해요. 지노위도 우리 손을 들어준 거 아니라면서 저희를 복직시킬 의무가 없다고 말해요. 국민권익위원회가 복직시켜야 한다고 했는데도 지침은 지침일 뿐이라고 법적 강제력은 없다면서요.


파업을 결심하고, 민주노조 깃발을 올리다

노동조합은 사측과 교섭에서 해고자 3인 원직복직과 단협 60여 개 중 11개 미합의 사항 (조합활동 · 조합원 교육시간 월 2시간 보장, 타임오프, 노조사무실 지급 연 유급휴가 1일, 건강진단 추가비용 등) 체결을 요구했다. 그러나 사측은 노동조합의 요구를 들어 줄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반복했다.


회사에서 하는 말이 우리가 요구하는 거 말고, 한국노총에서 제시하는 단협을 가져오면 사인해주겠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노동부에서도 하는 말이 사측이 주장하는 한국노총 단협은 자기들이 봐도 의미가 없을 정도로 있으나 마나한 조항이라고 하더라고요. 이러니 결국 파업을 하게 됐어요.


한편, 서산톨게이트 지부는 파업 결의 이후 사측이 아니라 상급단체인 한국노총의 반대와도 맞서서 싸워야 했다. 


파업한다니까 한국노총이 반대하더라고요. 아니 왜 우리가 한다는데 못 하게 하는지 의문이 들었죠. 준비하면서 어디서 들은 게 있어서 민주노총에서 천막 빌려서 농성장 만들고 앰프도 설치하고 집회신고하고 그랬거든요. 그랬더니 한국노총 톨게이트 노동조합 위원장이 난리를 치면서, 내가 하라고 한적도 없고, 나는 책임이 없다 그러면서 천막을 뒤엎더니 그 뒤로 사라졌어요. 그렇게 20일을 하루 3번 꼬박 집회하고 밥해 먹고 보냈는데, 이러고 한국노총만 바라보고 있으면 죽도 밥도 안 되겠다 생각이 들어서 민주연합 노동조합에 찾아가서 노동조합 받아달라고 했죠. 그렇게 한 달을 보내고 지금은 민주노총 세종충남지역본부와 지역에서 대책위까지 만들어져서 함께 투쟁하고 있어요. 저는 연대의 힘이 그렇게 큰 건지 이번에 처음 알았어요.


파업을 통해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

제가 다른 사람으로 태어난 것처럼 인식이 완전히 바뀌었어요. 요즘은 사실 복직도 복직이지만 좋은 기회에 민주노총 만나서 내 의식이 달라져서 지금까지도 힘 잃지 않고 싸울 수 있는 게 고맙고 감사해요. 같이 근무해도 나이 차가 있고 안 친한 사람들은 멀어지게 되는데 파업하면서 온종일 붙어있으니까 이제는 한숨 쉬면 뭐 때문에 한숨 쉬는지도 알겠고 눈빛만 봐도 알겠어요. 복직되더라도 책임지고 톨게이트 노동조합을 알리고 다닐 거예요. 투쟁 사업장도 정말 많은데 그런데도 열심히 찾아다녀서 우리한테 많이 와주신 만큼 저희도 힘 실어주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힘든 싸움을 함께하고 있는 조합원에 게 전하고 싶은 말씀을 부탁드렸다.

진짜 고맙고 감사하죠. 해고되고, 이렇게까지 끝까지 싸울 수 있을지 몰랐어요. 사실 나 하나 손 털어 버리면 그만인데, 못 그러겠더라고요. 여기서 내가 손 털면 남은 조합원들 다 잘릴 거예요. 우리 3명 잘렸을 때 같이 싸우면 나머지 해고는 막을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이렇게까지 와준 언니 동생들 너무 고맙고, 복직하면 조합원들하고 더 친밀하게 근무해서 같이 정년 맞고 싶어요.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