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Z 노동이야기]“친정 어머니의 마음으로 보살펴드립니다”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사 이선영 씨 /2015.9

“친정 어머니의 마음으로 보살펴드립니다”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사 이선영 씨

 

 

 

문영, 유기훈, 이재중 (2015 여름 한노보연 학생실습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이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친정 어머니의 마음으로.” 어딘지 모르게 진부함이 느껴지는 이 카피는 산모·신생아 건강 관리사를 소개하는 한 업체 광고에 나오는 문구이다. ‘어머니’라는 단어에서 연상하는 사랑 과 헌신의 속성을 광고 문구에서 보는 것이 누군가에겐 조금은 불편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어쩌면, 이 광고 한 줄의 광고가 오늘 인터뷰의 주인공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사’ 이선영(가 명) 씨를 이해할 수 있는 열쇳말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해가 넘어가는 초저녁, 산모의 집 에서 일을 끝내고 퇴근한 선영 씨를 만났다.

 

10년 넘게 집에만 있다 하게 된 일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사라는 직업을 꼭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처음부터 계획해서 하게 된 것은 아니에요. 어쩌다 보니 우연히 시작한 일인데... 제가 여성인력개발센터라는 정부 하청 산하 기관에서 ‘내 일 찾기’라는 프로그램을 참여했거든요. 고용노동부 지원으로 취업 교육 을 시켜주는 프로그램인데, 그 프로그램을 하던 중에 어떤 사람이 제 성격을 보고는 집에 있을 사람인 것 같으니까 그런 분야로 교육을 받아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산모·신생아건강관리사 교육을 2주간 60시간 받았고, 일을 시작한 건 6월 초부터니까 지금 3달째네요.”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사란 전문 교육을 받은 관리사가 출산가정을 방문해 산모의 건강회복과 신생아 돌보기, 그리고 이에 관련된 범위 안에서의 가사를 주 업무로 하는 직업이다. 고용노동부에서는 경력단절 여성들을 노동시장으로 재진입 시키기 위해 ‘여성인력개발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이 센터에서는 ‘여성 적합형 일자리’에 관련된 직업 상담, 직업교육훈련, 취업 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선영 씨 역시 여기에서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사 일자리를 추천받아 교육을 이수하고 취업하게 되었다.

 

“결혼하고 나서는 전업주부였죠. 그러다가 작은아들이 커서 막 초등학교에 들어갈 때가 되었어요. 그 때 큰 애는 초등학교 4학년이고 막내는 없을 때니까, 이제 가계 사정에 도움이 되어야겠다 싶어서 학습지 교사 일을 1년 정도 했죠. 근데 원래 학습지 교사가 하루 종일 나가 있잖아요. 거의 10시까지 밤늦게 일을 끝내고 집에 와보면 첫째는 컴퓨터 게임 하고 있고, 둘째는 방바닥에 엎어져 자고 있고... 그걸 보고 ‘내가 이렇게 하면 안 되겠다’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우리 아이들이 이런데 지금 내가 다른 아이들을 관리하는 일을 할 때인가. 그래서 그만뒀어요.”

 

자식들 교육을 위해 큰 결단을 하고 일자리를 포기한 후, 선영 씨는 틈틈이 자잘한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그러다 막내가 중학교에 들어가자 금액이 적더라도 고정적인 수입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다시 직업을 찾게 되었다. 하지만 올해 54세의 10여 년의 경력단절 여성인 선영씨가 선택할 수 있는 일은 사실 뻔했다.

 

“16년 전, 학습지 교사 하면서 100만 원 이상을 받았어요. 당시 많이 받는다는 생각 안 했는데, 지금은 더 적게 받는데도 적다고 생각 안 들어요. 내가 지금 이 나이 되어서 할 수 있는게 많지 않고, 내가 어딘가에 전문적인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중간에 경력단절이 있으니까. 직업을 찾아도 50대 넘어가면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고. 그래도 집에서 단순한 알바 하는 것보다는 이렇게 밖으로 나와서 하는 게 몸은 힘들지만 좋은 것 같아요.”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매뉴얼에 없는 한 가지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가요. 평일은 9시부터 5시까지 8시간, 토요일은 9시부터 1시까지 4시간, 이렇게 2주 동안 진행을 하거든요. 아침에 출근하면 먼저 산모 아침 챙겨주고 청소하고, 어제 널어놓았던 빨래를 개요. 점심이 되면 점심을 챙겨주고 그사이에 제가 아기를 돌보죠. 그리고 아무래도 산모가 피곤하니까 낮잠을 자게 되면 그 때 아기를 돌보고, 중간에 아기 목욕시키고, 빨래를 하고, 그러다 보면 어느새 저녁이에요. 저녁 준비를 하고, 산모가 저녁을 먹는 동안 아기를 돌보고, 설거지를 끝내고 퇴근을 하고... 그런 식이에요. 그런데 아시겠지만 제가 가사 관리사는 아니에요. 화장실 청소를 하거나 대청소를 하거나 이런 건 제 일이 아니고, 산모를 돌보고 신생아를 돌보는 개념의 일을 하는 관리사예요.”

 

사실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서비스는 취약계층의 복지를 위해 시행하는 보건복지부의 바우처 제도 중 하나이다. <산후도우미>지원사업이라고 해서 전국 가구 월평균소득의 65% 이하인 출산 가정에 선영 씨와 같은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사를 지원하고 있다. 그래서 보건복지부가 정한 서비스 매뉴얼에 따라 일하게 되어있다. 매뉴얼을 보면 산모와 신생아의 몸 상태를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영양 및 건강상태를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 서비스 항목별로 상세하게 업무지침이 나와 있다. 하루 제공한 서비스를 기록하는 보고양식도 따로 있다. 하지만 이 업무 매뉴얼에 휴식시간에 대해서는 자세히 명시되어있지 않았다. ‘휴게시간 1시간, 이는 점심시간으로 활용될 수 있음’ 정도만 쓰여있을 뿐이다. 선영 씨는 ‘스스로 쉬는 시간을 찾아야 한다’고 했으나, 산모와 신생아의 생활 전체를 관리해야 하는 중에 자율적으로 1시간을 쉬는 게 영 쉽지 않은 모양이다

 

“중간에 산모 좌욕 돌봄도 있고, 산모 복부 마사지도 1주일에 3번 하게 되어있어요. 그리고 아기 예방접종 스케쥴에 맞춰서 산모랑 같이 병원 가는 것도 포함되어 있고요. 거의 하루 종일 일을 하는 것 같아요. 원래 한 시간을 쉬어야 하는데, 그렇게 쉬게 되지는 않더라고요. 많아 봤자 30분 정도 쉬는데... 내가 잘못된 경우예요. 토요일도 30분 쉬도록 되어있는데, 아직 한 번도 쉬어본 적이 없어요.

 

‘어머니’와 ‘어머니’ 사이에서

 

“제가 어영부영 이 일을 하고 있지만, 사실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사를 생각하게 된 게 제가 산후 조리를 정말 못 받았거든요. 첫째 낳을 때 뿐 아니라 둘째 때도요. 아니 막내 때는 더 심했죠. 그래서 정말 힘든 사람들 생각해서, 힘들지만 바우처 일 쪽을 제가 많이 하고 싶었어요. 일을 해도 좀 보람이 있어야 하잖아요, 돈도 돈이지만. 저 같은 경우에는 그 생각해서 일을 하는 거예요.”

 

선영 씨의 경우 일한 3달 동안, 2명의 산모와 아기를 만났다. 바우처 지원사업으로 파견되면 평균 한 가정당 2주 정도 기간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3개월이면 더 많은 가정을 돌았을 수 있다. 그런데 그녀는 첫 산모는 1달, 두 번째 산모는 2달, 한 가정에서 꽤 오랜 기간을 일했다. 다른 산모들이 자신처럼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일을 한다는 선영 씨의 마음이 통했는지, 한번 만난 산모들이 더 일해 달라고 업체에 따로 요청했기 때문이다. 산모가정과 확실한 신뢰관계가 형성되지 않으면 힘든 일일 것이다.

 

“산모들이 처음에는 아무래도 경계심을 가질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조금 지나다 보니 달라지더라고요. 지금 산모는 산후조리원에 2주 있었고 1주를 친정집에 있다가, 집으로 오면서 저를 부른 거에요. 그러다 보니 친정어머니나 시어머니가 도와줄 수 없거나 조금 부족할 수 있는 부분들을 바로 옆에서 관리해줄 수 있고, 먼저 이런 경험을 해봤던 사람으로서 작지만 도움을 줄 수 있을 때가 많죠. 그러다 보면 산모도 저를 믿어주시게 되고요.”

 

막 출산을 마쳐 힘들기 이를 데 없는 산모와 가장 연약하고 도움이 필요한 신생아. 이들을 위해 식사 준비, 빨래, 위생 관리, 육아 지도, 정신적 지지까지 모든 부분을 ‘전문가’로서 관리해주는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사는 그야말로 ‘친정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단지 이 역할이 현대의 서비스 산업 형태로 전환된 것으로 보였다. 한 업체의 광고 문구처럼 이선영 씨는 짧게는 2주, 길게는 몇 달 동안 다른 집 산모와 신생아의 ‘친정엄마’가 된다. 선영 씨의 집에서 자식들의 ‘어머니’였던 것처럼 말이다. 그러고 보니, 그녀가 누군가의 엄마가 되어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고 나면 다시 본인의 가정으로 돌아가 밀린 가사노동을 그대로 떠안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퇴근해도 또 비슷한 일을 해야 하지 않느냐고요? 사실 나잇대가 비슷한 다른 동료들은 아이들이 다 커서 좀 다를 텐데요, 저희 집은 막내가 아직 어려서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 있죠. 집안일까지 신경 쓰면서 그렇게 하루하루 생활하다 보면 몸이 힘들어서 고생이긴 하죠. 그렇게 힘들긴 해도, 애기가 너무 예뻐요. 지금 애기는 60일 되었는데, 뭔가 보이고 그러나 봐요. 막 웃고 그러는데, 그럴 때마다 정이 새록새록. 끝날 때 좀 아쉬울 것 같기도 해요.”

 

인터뷰를 마무리 하며 선영 씨는 ‘산모들이 나에게 의지를 많이 한다,’ ‘아기를 자주 안다 보니 손목이 아프지만 그래도 아이들이 얼마나 예쁘냐’, ‘이 일 하니 4대 보험도 되고, 나이 들어 자식들한테 손 안 벌릴 수 있어 좋다’고 덧붙였다.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사로 오랜만에 직장생활을 재개한 그녀와의 인터뷰를 통해 모습 속에서 ‘어머니인노동자’ 그리고 ‘어머니 노동을 하는 여성’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가정과 일터 모두에서 ‘엄마’의 역할로 이 사회의 돌봄을 책임져야 하는 여성의 존재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