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중지권 기획] 일하는 노동자의 생명, 건강, 삶을 지켜내는 작업중지! - 작업중지권 매뉴얼 구성을 위한 금속노조 현장활동가 간담회 /2015.9

일하는 노동자의 생명, 건강, 삶을 지켜내는 작업중지!
- 작업중지권 매뉴얼 구성을 위한 금속노조 현장활동가 간담회

 

 

 

중대재해 예방과 작업중지권 실현을 위한 ‘당장멈춰’ 팀

 

 

 

지난 8월 12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당장멈춰팀에서는 ‘작업중지권 매뉴얼 구성을 위한 금속노조 현장주체 간담회’(이하 간담회)를 진행하였다. 일터 지면을 통해 다시 한번 간담회에 참여한 현장동지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간담회에서는 ‘매뉴얼을 왜 만들고자 하는지’, ‘어떤 내용으로 구성할지’, ‘어떤 형식이 좋을지’ 등에 대한 진지한 대화가 진행됐다. 이번 일터 140호에서는 지난 간담회에서 나눈 현장 노동안전보건 활동가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노동조합의 현장활동으로 진행되는 작업중지

 

저희 현장에서는 일상적으로 작업환경의 문제가 발생하면, 해당 부서의 대의원이 회사의 담당 부서장과 관련 문제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요. 그에 따라 문제공정에 대한 개선을 진행합니다. 최근에도 소개해 할 만한 일이 있었는데요. 얼마 전에 절삭유절삭유(切削油)는 기계 가공에서 공구의 냉각과 윤활을 위해서 사용되는 액체로, 윤활 작용에 의해 절삭 공구의 수명을 연장한다. 냄새가 심해서 조합원들이 일을 할 수 없을 정도인 적이 있었어요. 그래서 현장조합원들이 대의원을 찾아갔고, 대의원이 바로 부서장을 찾아가서 절삭유 냄새 때문에 작업을 할 수 없다고 이야기한 후, 냄새가 빠질 때까지 환기를 하며 작업을 미루는 조치를 취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 일상적 현장활동으로 작업중지가 진행되는 상황입니다. 이런 경우는 사실 노조차원에서 역할을 한 것이 아니라, 관련한 절차가 모두 진행된 후에 사후적으로 노조에서 보고를 받아 확인한 건데요. 보고를 받은 후에 저는 현장에 찾아가서 원인이 무엇인지를 확인했고, 재발방지에 대한 계획을 회사와 함께 수립했어요.

또 한가지 사례를 말씀드리면, 이런 일도 있었어요. 얼마 전 폐수처리장에서 화재가 발생했거든요. 시설이 워낙 낡아서 지붕까지 타버렸습니다. 소방서에서 출동해서 불을 진화하는 과정에서 천장을 깼는데, 그때 폐수처리장 천장이 슬레이트로 된 것을 발견한거죠. 그런데 화재 발생한 바로 다음날, 담당 과장이 태연하게 배전반 인원들을 투입해서 정리작업을 하는 거예요. 슬레이트가 석면이라 무방비로 작업을 해서는 안 되는 상황인데 말이죠. 그래서 “이 석면 슬레이트는 발암물질이고, 제거를 하기 위해 주변을 전체적으로 밀폐를 한 상황에서 석면철거 전문업체가 정리정돈을 해야 한다.”라고 문제를 제기하였습니다. 당시 투입된 작업자분들은 그런 이야기를 별로 달가워하지 않으시더라고요. 때마침 작업이 진행되는 날이 금요일이었고, 당장 폐수처리장 정리를 하지 않으면 다음날 예정된 특근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는 것이 불만스러웠던 것이겠지요. 그렇지만 작업중지를 하도록 조치를 취했고, 석면 철거 전문업체가 오게 되었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대로 해야 할 것이니, 그대로 지키자고 회사를 압박하니까 조치가 이루어진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 두원정공 지회 노안부장 손상기

 

각 사업장의 특성을 넘어설 수 있어야

작업중지라는 것이 현장에서 조합원들이 무겁게 받아들일 만한 사안인 것은 분명한 것 같아요. 사실 두원정공은 소문난 강한 노동조합이기 때문에, 일상적인 노동조합 활동으로 작업중지를 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정착된 거잖아요. 그렇지만 노동조합이 없는 사업장에서도 사실 작업중지가 가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 고민의 출발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현장에 노동조합이 있거나 없거나, 또는 노동조합이 있다고 하더라도 노동조합의 조직력 이 있냐 없냐, 그리고 조직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회사와의 관계에서 노조가 힘이 더 세냐, 약하냐 이런 차이들이 많은 게 현실이니까요. 이런 각기 다른 조건들이 작업중지권을 실행하는 데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하는게 정말 중요한 문제인 것 같아요. 그렇지 않으면, 몇몇 사업장에서만 할 수 있는 특별한 사례이거나, 꿈같은 이야기가 되는 것일 테니까요.
- 갑을오토텍 지회 노안부장 안재범

 

산안법 위반 사항에 대해 노동부가 내린 작업중지 명령그런 수준에서 저도 현장에서 고민이 있었어요. 사실 최근 갑을오토텍은 사측과 지속적으로 싸움을 하는 상황이잖아요. 그러다 보니 사측과의 갈등이 굉장히 고조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최근에 노동조합에서 파업을 진행하는데, 사측이 생산을 하겠다고 관리자들을 대체인력으로 투입하는 일이 발생했어요. 그때 노동부가 이 문제에 대해 개입하도록 강제해서, 부분적으로 작업중지를 실행했습니다. 당연히 진행되어야 할 위험한 기계 설비에 대한 사전 교육이나 안내, 특수건강검진 등 절차가 이뤄지지 않은 채, 관리자들이 투입되어 무리하게 설비를 가동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니까요. 이에 대해서 노동부에 문제를 제기했고, 그 결과 노동부가 직접 나서서 9일간 부분 작업중지 명령을 내린 것이죠. 이런 사례를 알려내고, 현장에서 가능한 지점을 찾아내는 등 고민을 같이 해야 할 것 같습니다.
- 갑을오토텍 지회 노안부장 안재범

 

왜 해야 하는지, 충분한 근거를 갖도록!

 

노동조합이 있다고 하더라도, 노조간부나 활동가들이 ‘어떤 상황일 때 라인을 멈춰야 하나, 설비가동을 중단해야 하나’의 판단 근거를 가질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게 매우 중요한 일인 것 같아요. 당장 라인을 멈추지 않으면 사고가 발생할 만한 상황에서 작업중지를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사실 앞뒤 안가리고 작업중지를 해야 할 상황인 것이죠. 하지만 최근에 노동현장에서 작업중지를 해서 고소·고발을 당하거나, 회사로부터 징계에 회부된다거나 말도 안되는 일들이 많이 벌어졌잖아요. 이런 일들이 알려지면서, 주저하게 되는 게 사실이거든요. 산업안전보건법 26조에 노동자의 ‘작업중지’를 명시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 법에 이런 게 있다고 알려주는 기본적인 교육이 물론 필요하지만, 한편 이 수준을 넘어서야 한다고 생각해요. 가령, 사고가 발생하거나,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작업중지를 했다면, 즉각적으로 임시 산업보건위원회(혹은 노사협의회)를 개최한다든지, 그에 따라 산업보건위원회나 노사협의회에서 사고 조치에 대한 합의와 마무리를 절차를 갖는다든지 등의 안내와 교육이 현장에선 매우 필요합니다.
각 현장의 특성에 따라 작업중지 명령을 내린 이후 중지부터 마무리까지의 절차 등 현장마다 저마다의 노하우가 있는데, 이를 공유하고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도 필요할 것 같아요. 또 회사마다 작업중지를 하게 되면 업무방해에 따른 사측의 탄압이나 압박이 있는데, 각 현장에서 이런 문제를 어떻게 풀어내고 있는지 등도 같이 토론하거나 얘기를 나눈다면 좋겠습니다.
- 한국지엠 지부 조합원 안규백

 

현장조합원이 자기 문제로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이 중요해

 

작업중지를 해야 할 사안에 대해서 노안부장이나 활동가들만이 아니라, 조합원이 어떻게 이해하도록 할 것인가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흔히 생각하는 사고만이 아니라, 유기용제 중독이나 각종 질병을 초래하는 문제 등에 대해서도 이것이 작업을 중지할 사안이고,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말이죠. 가령, 두원정공의 노동조합이 예전 어용노조이던 때가 있어요. 당시 저를 포함해서 테스트공정에서 기름을 다루던 작업자들이 손에 다 피부병이 생겼어요. 그때 당시 어용노조 노안부장에게 사안의 심각성을 알려주고 병원을 가겠다고 말했더니, 오히려 나서서 막더란 말이죠. 그래서 노조 통하지 않고 바로 부서에 얘기를 했죠. “이렇게 일 못 하겠다”라고 말이죠. 그리고 최소한 문제에 대해서 확인하고 짚고 넘어가자고 해서, 모두 병원에 가서 검사하고 주사를 맞고 했던 경험이 있었어요.
사실 작업중지는 ‘어떤 어떤 경우에 하는 것이다’라 고 현장에 따라 정해져 있지 않은 경우가 있죠. 아니, 오히려 안 정해져 있는 경우가 더 많을 겁니다. 그런 차원에서 작업중지를 할 수 있는 것은 사실상 노사관계의 문제이고 힘의 문제이기도 하니까, 조금 구체적으로 근거를 갖도록 하는데 역할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노조에 힘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냥 넘어갈 수 있는 문제이니까요.
- 두원정공지회 대의원 엄정흠

 

자본에게도 작업중지의 필요성을 각인 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사실 현장에서 벌어지는 사고의 사례는 다양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비슷한 것 같아요. 모두가 사전 예방을 위해 라인이나 설비를 멈췄으면 사고가 나지 않았을 상황이니까 말이죠. 사실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보호나 예방을 위해, 작업중지를 하지 않으면 오히려 자본에게 더 큰 손해가 발생 한다는 것을 자본이 인식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할 것입니다.

오늘과 같은 간담회를 계기로, 작업중지 투쟁을 하고 있는 현장활동가들이 각자의 현장에서 외롭고 힘겹게 투쟁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지지하고 연대할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사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 도 삼성반도체에서 발생한 백혈병 사망을 계기로 지속적으로 책임을 묻는 싸움을 하면서, 반도체 전자산업의 유해한 작업환경이나 직업병의 문제를 사회적 의제로 만들어낸 것이잖아요. 마찬가지로 작업중지권 투쟁 또한 그런 사회적 의제와 쟁점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 한국지엠 지부 조합원 안규백

 

무엇이 '위험'인지도 함께 얘기돼야

 

예전에 철도 노조 인터뷰했을 때 해주신 말씀인데, 작업중지권 자체에 대한 설명도 중요하지만 '어떤 때 작업을 중지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조합원이나 활동가들이 잘 알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산안법 상에 사업주 의무로 돼 있는 안전상의 조치, 보건상의 조치, 각 사업장별로 특별히 유의해서 살펴야 하는 안전, 보건 문제들을 먼저 잘 알아야 위험을 인지하고, 작업을 중지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매뉴얼이 이런 내용을 잘 담았으면 좋겠습니다. 또, 우리가 먼저 만들려는 매뉴얼은 금속노조 소속 노동조합 활동가나 조합원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지만, 나아가 미조직/ 영세사업장 노동자들도 활용할 수 있었으면 해요. 그러려면, 이런 내용이 더 중요한 것 같아요. 미조직/ 영세사업장 노동자들 일수록 '작업중지가 필요한 위험 상황'을 인식하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일테니까요.
- 당장멈춰팀 푸우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