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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목소리] 안전한 삶을 보장하지 못하는 한·미동맹이 대체 무슨 소용일까 /2015.8 안전한 삶을 보장하지 못하는 한·미동맹이 대체 무슨 소용일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하주희 변호사 인터뷰 재현 선전위원 메르스로 온 정국이 혼란에 빠졌던 지난 5월. 미국 의 주요 언론을 통해 유타 주에 있는 미 국방부 산하 더그웨이 연구소에서 4월 24일 살아 있는 탄저균을 각 산하 실험실에 보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산하 실험실 가운데에는 경기도 평택에 자리 잡고 있는 주한미군 오산공군기지 51비행단이 포함돼 있었다. 치사율 90%에 달하는 살상력으로 생물학 테러의 대명사로 알려진 탄저균이 활성화된 상태로 민간물류배송업체인 페덱스(Fedex)를 통해 한국에 들어온 것이다. 이번 문제가 심각한 것은 일련의 과정을 한국 정부가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점이다. 한편, 사실관계 확인 이후에도 한국 정부.. 더보기
월 간 「일 터」/[현장의 목소리]

[현장의 목소리] 안전한 삶을 보장하지 못하는 한·미동맹이 대체 무슨 소용일까 /2015.8

안전한 삶을 보장하지 못하는 한·미동맹이 대체 무슨 소용일까

-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하주희 변호사 인터뷰


재현 선전위원


메르스로 온 정국이 혼란에 빠졌던 지난 5월. 미국 의 주요 언론을 통해 유타 주에 있는 미 국방부 산하 더그웨이 연구소에서 4월 24일 살아 있는 탄저균을 각 산하 실험실에 보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산하 실험실 가운데에는 경기도 평택에 자리 잡고 있는 주한미군 오산공군기지 51비행단이 포함돼 있었다. 치사율 90%에 달하는 살상력으로 생물학 테러의 대명사로 알려진 탄저균이 활성화된 상태로 민간물류배송업체인 페덱스(Fedex)를 통해 한국에 들어온 것이다. 이번 문제가 심각한 것은 일련의 과정을 한국 정부가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점이다. 한편, 사실관계 확인 이후에도 한국 정부는 이번 사태를 단순 '배달 사고'로 규정하면서 이 사안이 확산 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한편, 시민사회는 6월 22일 8,704명의 국민 고발인단 모집을 통해 주한미군 관리자인 커티스 스캐퍼로티 주한미군 사령관과 테렌스 오쇼너시 주한 미7공군 사령관 2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지난 7월27일 이번 싸움에 주요 역할을 맡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미군 문제연구위원장 하주희 변호사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처음 언론 보도를 접했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어이가 없었죠.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지. 미군 관계자에 따르면 2013년부터 미군은 국내 미군기지 에서 '진취적이고 적극적인 생물무기와 관련된 실험을 하겠다'는 입장을 줄곧 밝혔습니다. 한국이 이러한 실험을 할 수 있는 조건이 된다고도 했고요. 그런데 이번 사건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 문제와 직결된 만큼 미군이 다시는 이러한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목소리를 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이번 사태와 관련해서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국민고발인단 소송 발표 기자회견 발언에 나선 하주희 변호사


미군은 왜 치사율 90%에 달하는 탄저균을 국내에 들이려고 했나요?

"미 국방부가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 7월 24일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사균화된 생물학적 물질을 산업계, 학계 및 기타 실험실 등에서 연구, 개발, 시험 평가 목적으로 정기적으로 배달해왔다고 합니다. 문제는 이 연구, 개발, 시험의 목적이 무엇인지 정확히 무엇인지 우리는 아는 게 없고 구체적으로 알 방법도 없다는 점이죠." 


이번 보고서에 명확한 해명은 없지만, 그간 미군이 발표한 입장을 유추해보면 탄저균이 어떠한 이유와 목적으로 국내에 들어왔는지 알 수 있다. 미군은 2011년 4개년 프로젝트로 주피터(JUPITR, 합동 주한미군포털 및 통합위협인식(Joint USFK Portal and Integrated Threat Recognition))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주피터 프로그램의 목적은 '한반도에서 벌어질 수 있는 세균전 등 위기 상황에 대비해 이전보다 강력한 감시체계를 구축하고 탐지 능력을 확보하는 것'인데 그 연장선에서 탄저균을 국내에 들여보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미군은 올해 3분기 이내 북한을 비롯한 주변 국가에서 생화학무기를 사용했을 때 초기에 확인할 수 있는 최전방 감시소를 설치하려고 계획했다. 이번 사태 역시 국내에서 생화학 무기로 인한 테러 등 위협이 벌어졌을 때 해당 물질이 무엇인지 국내 미군기지에서 분석을 마쳐 주한 미군 사령관이 직접 상황을 판단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도에서 탄저균을 들여왔다. 실제 미군의 공식문서를 통해 서울 용산기지와 오산기지 등에 분 석 장비를 도입했고, 2015년 3분기에 오산기지에서 주요 장비의 시연작업이 진행될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2013년 4월 주피터 프로그램 책임자인 피터 이매뉴얼 에지우드 생화학센터 생명과학부문장이 했던 언론과 인터뷰가 이러한 추측을 뒷받침한다. 피터 이매뉴얼 씨는 한국 정부가 주둔국에 호의적 이며 생화학무기 실험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어느 정도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결국, 미군은 한국을 첫 번째 실험장으로 시작해서 이후 전 세계 미군기지로 유사한 탐지시설을 늘려갈 계획이었다. 


이번 사태 주요 원인으로 소파협정에 관한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문제인가요?

"우선 이 사건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한미 주둔군 지위협정(SOFA)상의 규정은 없습니다. 그래서 미군기지에 어떤 물품들이 반입되는지, 미군이 어떤 작전을 하는지 알 수도 없고 통제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 심각한 문제입니다. 통관과 관세문제이긴 하지만 SOFA 9조상의 미군 군사화물에 대해 통관절차를 전혀 거치지 않도록 한 조항이 회자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 조항으로 인해 페덱스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탄저균이 들어있는 택배 물품과 일반 택배 물품과 뒤섞여서 일해야 했다. 만일 배달하는 과정에서 작 은 실수라도 있었다면 대형사고로 이어지는 것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이 위태로운 상황이 벌어질 수 있었다. 공공운수노동 조합은 이러한 상황을 연출한 페덱스를 생화학무기 법과 감염병예방법 위반으로 지난 7월 21일 서울서부지검에 고발했다. 


"페덱스 노동자들의 안전에 대해 사측이 보장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 이점을 방치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차원에서 노동자들의 안전을 스스로 법에 맞게 보장하고 있는지 묻고, 사측에게 이점을 강제 한다는 측면에서 이번 고소 고발이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후 심각성을 인식한 때문인지 8월 1일 언론을 통해 페덱스는 더 이상 고위험병원체 배송 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국내 감염예방법과 시행령·규칙에 따르면 탄저균은 생물테러 등의 목적으로 사용돼 국민 건강에 심각 한 위험을 줄 수 있는 고위험 병원체로 분류돼 있어 국내 반입 시 보건복지부 장관의 허가를 받게 돼 있다. 그러나 SOFA 제26조(보건과 위생)에는 위험 물질 반입 시 사전통고나 허가같은 내용을 포함하지 않고 있어 미군은 보고의 의무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군은 26조를 들어서 보고 할 의무가 없다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26조는 분기별로 질병이 발생하지 않았음을 보고할 의무가 없다는 조항인데 미군은 감염된 사람이 없으니까 없었다고 보고하면 끝났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결과 가 중요한 게 아니라 왜 들여왔는지를 말해야 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고위험병원체의 반입과 목적을 통제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죠. 그리고 소파 협정 7조에는 접수국 법령을 존중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직접적인 규정이 없으면 당연히 국내법을 준수해야 합니다." 



▲  주한미군의 탄저균 불법 반입 실험을 규탄하는 시민들의 목소리


미 국방부가 이번 사태에 대해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어떻게 평가하나요?

"서두에도 말씀드렸지만, 이번 발표로는 이번 사태의 원인을 밝힐 수가 없습니다. 책임자도 특정할 수 없다고 결론 내리면서 처벌하지도 않았고요." 


이번 보고를 통해 더그웨이 연구소로부터 지난 10년간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 7개국 86개 시설에서 저농도의 살아있는 탄저균을 배달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연구·개발용으로 쓰이는 탄저균은 특정한 경우를 제외하고 완전히 비활성화된 상태로 배송하도 록 돼 있는데 그 규정을 지키지 않고 탄저균을 배달한 것은 심각한 규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살아있는 탄저균의 숫자가 적어 일반 대중에게 는 위험이 노출되지 않았고, 이번 사고의 경우 정확한 원인이 불분명할 뿐만 아니라 책임 주체도 특정 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한·미 합동 조사단이 이번 보고서를 기초로 조사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무엇부터 제대로 해야 할까요? 

"지금은 명백한 진상규명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미군이 과연 무슨 목적으로 무슨 물질을 다른 나라에 보내왔는지, 특히 한국에서 무엇을 했는지,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가 명확하게 밝혀져야 합니다. 한국에는 주피터 프로그램과 관련한 실험이 존재하고 이것과 관련해서 주한 미군 사령관이 이후 한국과 계속 협의하고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얘기하고 있잖아요. 사실 이렇게 위험한 프로그램을 지속하겠다는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국민의 안전과 한반도 평화를 생각하고,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야합니다. 그런데 문제가 미군 이 이번 보고서를 자체 내부 조사를 통해 발표했잖아요. 거기에 기초해서 조사하겠다고 하는 얘기는 조사를 거기까지만 하겠다는 얘기라서 무척 우려스럽습니다. 미국은 과거 소련이 군부대의 실험실에서 탄저균 실험을 해서 생물무기금지협약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유엔 안보리에 제소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놓고 이제와서 자기는 해도 괜찮다는 건지. 그 이유에 대한 설명이 없는 보고서에 기초한 조사로는 한국에서의 문제는 해결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정부는 이번 미군의 보고서 결과를 기다리겠다면서 합동 조사단 운영 및 구성을 연기해왔다. 또 한 조사단의 업무 및 역할을 조사 그 자체에 제한시켰다. 따라서 조사 결과에 따른 문제 해결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한미정부가 남북이 분단되어 있는 상황이라고 해서 어떤 행위든 정당화 된다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한국정부와 미국이 동맹이라고 말하면서 정작 한국국민의 생명 안전에 대해서 명확히 밝히지 않는다면 동맹이라는 이름이 무색하죠. 참고로 미국 이 일본이나 독일에는 공식적으로 사과의 뜻도 표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한국 정부가 국민의 대표로서 이번 사태의 진실을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하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한국정부가 적극 나서지 않으니까 불가피하게 헌법상 주권자인 국민과 언론, 시민사회단체, 저희 같은 법률가 단체 등 각자 할 수 있는 역할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행동해야죠. 고 발과 관련해서도 조만간 고발인 조사가 있을 예정 인데 이후에 고발인도(피고발인도) 불러서 조사할 지 의문이에요. 하지만 국민의 생명과 평화는 포기 가능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서 대응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소파에 명시적으로 국내에서 반 입금지물품을 반입할 때에는 한국정부의 승인을 받도록 규정하여야 합니다. 독일 소파에는 이미 규정이 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