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Z 노동이야기] 취미로 하던 운동을 ‘업’으로 삼았더니 /2015.5

AZ 노동이야기 / 서른번째 이야기

취미로 하던 운동을 ‘업’으로 삼았더니

그룹운동(GX) 트레이너, 하지윤 씨


선전위원 정하나


오후 2시. 보통의 직장인이라면 인터뷰 약속을 잡기 어려운 시간대이다. 대부분 업무시간이 끝난 저녁 7시쯤이나 아예 주말을 선호하는데, 하지윤(가명) 씨는 그 시간이 제일 편하다며 자기 집 근처인 신도림역에서 만나자 했다. 부천 헬스장에서 오전 수업을 마치고 오는 길이라고 했다. 그녀는 GX(Group Exercise, 그룹운동) 강사로 일하고 있다.

요즘 헬스장 광고를 보면 **개월 등록비 얼마에 에어로빅이나 요가, 재즈댄스 같은 프로그램을 요일별·시간대별로 제공한다고 쓰여있다. 이런 운동프로그램이 바로 GX이다. 지윤 씨는 그중에서도 다소 생소한 운동인 ‘스피닝’을 가르치는 전문 강사이다.



다이어트하려 시작한 운동, 직업으로 삼기까지

“스피닝은 신나는 음악에 맞춰 발은 자전거 페달을 밟고, 상체는 간단한 안무를 해서 상·하·좌·우로 움직이거나 웨이브를 주면서 하는 운동이에요. 제가 앞에서 자전거를 타면서 동작을 가르치고, 회원들은 제 동작과 구령에 맞춰 운동하지요. 운동량이 엄청나서 살 빼 는데 좋다고 요즘엔 많이들 하세요. 저 역시 처음 스피닝 하게 된 계기가 살 빼려는 거였죠. (웃음)”

지윤 씨는 작년 9월까지만 해도 전업 스피닝 강사가 아니었다. 5년 전 스피닝을 처음 시작했을 때, 야근과 회식에 찌들어 있던 중소기업 팀장이었다. 회사에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자꾸 살도 찌던 중 친구가 재미있는 운동이 있다며 권했다. 처음에는 안 쓰던 근육을 총 가동하려니 너무 힘들었다. 그래도 6개월 등록비가 아까워서 꾸준히 다녔고 어느새 슬슬 재미가 붙었다.

“어느 순간부터 막 빠져들었어요. 너무너무 재밌는 거 에요. 제가 가는 날 저녁 스피닝 수업이 세 타임 있었는데 다 들어가서 연달아 몇 시간 동안 타고 있으니, 선생님도 놀라더라고요. 점점 욕심이 생겼어요. ‘선생님처럼 나도 더 예쁘게 동작을 하고 싶다, 더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서 당시 강사 선생님께 물어봤죠. 그랬더니 자기가 속한 협회에서 하는 3주짜리 전문가 트레이닝 코스를 소개해줬어요.

직장인에겐 금쪽같은 주말에 5시간 이상을 ‘운동’만 하며 보냈던 그때에도 제가 이렇게 될 줄 몰랐어요. 코스 소개해준 선생님이 하다 보면 욕심 생길 거라고 하더라고요. 저처럼 취미로 시작했다가 강사 되는 케이스를 몇 번 보셨는지 말이에요”

‘업’으로 삼고자 시작했던 게 아니었기에 자격증을 딴 후에도 바로 출강에 나서진 않았었다. 하지만 막상 자격증까지 생기고 나니 일반회원으로 헬스장에 앉아있기엔 엉덩이가 들썩거렸다. 월수금은 야근할 각오하고 화목만 수업을 나가봐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자격증을 부여한 협회에 다니던 회사 근처로 화목 저녁에만 할 수 있게 센터(헬스장)를 소개해 달라고 했다.

“아, GX 강사는 프리랜서예요. 나중에 경력이 생기면 헬스장에 이력서 들고 찾아가서 직접 계약 맺을 수도 있지만, 처음에는 저처럼 협회 소속 강사로 센터를 소개받는 형태가 많아요. 즉, 협회랑 계약 맺은 헬스장에 파견을 나가는 거지요. 수업횟수(타임 수)에 따라 해당 헬스장에서 강사료를 받는데, 협회에서 소개비 조로 몇 프로 수수료를 떼고 임금을 주고요.”

한 2년 동안 회사 일과 강사 일을 병행했다. 운동과 별도로 사내 분위기가 안 좋아지는 걸 보면서 회사생활을 지속하는 것에 점점 염증을 느꼈다. 잘되는 일 없이 매일 야근에 바쁘기만 하니 지쳐만 갔다. 성취감은 없는데 늘 마감이 있어서 마음을 졸여야 하고 그 와중에 윗사람들 눈치도 보면서 비위도 맞춰야 하니, 그 스트레스가 참을 수 없는 정도가 되었다. 이직을 고려하며 퇴직을 했는데, 몇 주 쉬면서 생각해보니 GX 강사로 본격적으로 나서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취미가 일이 되던 순간

“물론 취미로 운동하던 시절이랑은 많이 다르죠. 일단 운동을 쉬엄쉬엄할 수 없어요. 회원 시절 두세 타임 연달아 자전거 탈 수 있었던 건 힘들면 동작도 설렁설렁하고 내 컨디션에 맞춰서 운동해도 아무 상관이 없으니 가능했던 거지요. 강사는 10명 이상 회원들 앞에서 늘 웃으면서 구령도 힘 있게 외쳐가며 타야 하는 거잖아요. 기분이 안 좋을 때나 몸이 아플 때도 전문 강사로서 모습을 보여드려야 하니 늘 긴장된 상태이지요. 또 헬스장 이용도 회원으로 헬스장 다니면서 온갖 시설 마음대로 이용하던 때와 달라졌어요. 파견 나가는 곳이니 센터 사장님이랑 관계도 잘 맺어야 하고, 운동시설 이용하는 것도 눈치가 보여요. 쉬는 시간(대기시간)에 강사도 센터 내 시설 이용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아무래도 돈 내고 그 헬스장 등록한 회원들이 우선일 테니 사람이 좀 많으면 알아서 안 써요.”

여러 개의 센터를 돌면서 다양한 성향의 사람들을 만나야 하는 직업인지라 수업시간 소통을 포함한 회원 관리가 강사들이 가장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일 텐데, 그녀는 이 점도 별로 어려워하지 않았다.

“수업 하나 마치면 다음 타임까지 30분 정도 쉬는 시간이 있는데, 그때 솔직히 좀 쉬고 싶죠. 강사는 가뜩이나 더 힘차게 운동했으니 기운도 빠졌을 테고, 어떤 날은 누구랑 대화를 나누고 싶지 않은 컨디션일 때도 있잖아요. 그래도 회원들이 ‘선생님~’하시면서 이런 저런 얘기 걸어오면 당연히 웃으면서 친절하게 대하죠. 이런 게 성격상 별로 어렵거나 힘들지는 않아요. 다만, 오랫동안 운동해 오신 분들이 많은 곳의 경우 회원들이 새 강사에게 텃세를 부릴 때가 좀 힘들 수 있는데, 이런 거 저런 거 다 합해도 회사 다니면서 받던 스트레스의 반도 안 돼요. 아직까진 만족도가 높아요.”

예전에 너무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던 덕(?)인지, 아니면 본인이 좋아하고 재밌어하는 일이 직업이 되어서인지 지윤 씨는 대체로 지금 일에 대한 만족과 활력이 넘쳤다. 과거 두 가지 일을 병행하던 때랑은 노동시간도, 스트레스도 많이 줄어서 일 것이다. 대신 수입은 줄긴 했다.

“투잡을 안 하니 수입은 많이 줄었지요. 강사 일은 저한테 알바였거든요. 부수입이었던 건데, 회사 관두고 나서는 저녁 수업도 늘리고 오전 시간에도 수업을 잡아서 수입보전을 하려 노력하지만, 예전에 비할 수는 없어요. 보장된 월차나 연차 같은 것도 없고, 수당 받으면서 육아휴직 같은 것도 쓸 수 없게 되긴 했어요. 이런 게 프리랜서 직업의 한계이겠죠.”

스피닝 강사로 현재 그녀는 하루에 두 군데 씩, 일주일에 총 네 군데 헬스장을 순회한다. 월수금 오전은 부천, 저녁은 지하철로 이동 가능한 경기 남부에서 총 네 번의 수업을 한다. 화목에도 오전은 부천에서, 저녁에는 서울 북부에서 2~3회 수업을 진행한다. 지금 출강하는 센터는 모두 거주지와 거리도 멀고, 하루 동안 이동해야 하는 센터 간 거리도 상당하다. 중간에 수업이 비는 7시간 중 2시간 남짓은 이동하는 시간이다. 집 근처, 동선이 좋은 곳 수업이 날 때까지 센터배정을 기다릴 수도 있지만, 하루에 뛰는 수업만큼 임금이 결정되니 1일 스피닝 수업이 최대한 많이 배치된 헬스장 중심으로 선택하게 되었다.

“아침에 한 타임하고 나서 다른 센터에서 하는 저녁 수업 하러 가기 전에 한 4~5시간 시간이 남아요. 오늘처럼 사람들 만나기도 하고, 쇼핑도 하고 그래요. 7시 반부터 시작하는 저녁 수업이 연달아 세 개가 있는 날은 체력적으로 힘드니까 아예 집에 가서 한숨 자고 나가기도 하고요. 그리고 매일 수업이 있으니, 이때 최소한 1시간 정도는 저녁수업 준비를 하죠. 운동할 때 어떤 노래 틀지 순서를 정하고 거기에 맞춰 안무도 다시 정리하지요. 음악 파일도 USB에 담아 준비해 놓고요.”

빼곡하게 노래가 적힌 쪽지를 보여주며 어떻게 수업을 이끌어 가는지도 설명해 줬다. 한 회 수업시간 40분을 노래 35개 곡 정도로 채우는데 이것도 회원들 구성에 따라 매일 바꾼다. 오전 11시 타임에는 중년여성들이 주로 오기 때문에 최신히트곡보다는 트로트나 90년대 유행곡들을 많이 넣는다. 7시 반부터 10시 반까지 진행하는 저녁 수업에는 퇴근한 젊은 직장인들이 많이 오기 때문에 또 다른 준비가 필요하다.


<사진 설명 : 수업준비를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 지윤 씨는 ‘일일 수업 순서(노래제목 리스트)’가 적힌 쪽지를 보여주었다> 


임신·출산 후에도 좋아하는 일 계속하고 싶어

“처음에 재밌어서 시작한 운동이 이렇게까지 될 줄은 정말 몰랐어요. 나중에 결혼하고 임신·출산하게 되면 한동안 쉴 수밖에 없겠지만, 계속하고 싶긴 해요. 아이들 어린이집 보내놓고 오전 시간에 하면 딱 좋을 것 같아요.”

막상 일이 되고 보니 신선한 긴장은 좀 사라졌지만, 여전히 스피닝이 재밌고 직업강사로 계속하고 싶다는 지윤 씨. 자기 일을 좋아한다는 건 이런 느낌이구나 싶었다. 오래 강사를 해온 동료 중에는 무릎이나 허리가 안 좋은 사람도 꽤 있다던데, 다른 이의 건강한 삶을 도와주는 지윤 씨가 아무쪼록 건강하게, 출산 후에도 경력단절 없이 패기 넘치는 모습으로 일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