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_A-Z다양한노동] 선한 사회를 그려나가는 타이핑- 미디어오늘 손가영 기자 인터뷰

선한 사회를 그려나가는 타이핑- 미디어오늘 손가영 기자 인터뷰

 

기자는 사회 구성원이 궁금해 할 만한 내용을 취재해서 기사로 쓰고, 이를 매체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뉴스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직업을 말한다.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기자라고 하면 신문기자나 방송기자를 떠올렸지만 이젠 온라인이나 모바일로만 기사를 공급하는 인터넷 신문기자들도 많다. 이번 AZ 다양한 노동이야기에서는 손가영 기자의 이야기를 통해, 인터넷 신문 기자의 일과 삶의 한 편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인터뷰는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진행했다.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미디어 오늘이라는 인터넷 신문 기자로 2015년부터 일하고 있는 손가영입니다. 인터뷰를 많이 하는데 당해보니 새롭고 당황스럽네요.

저는 대학교에서 사회학을 전공했고 교지편집위원을 했었어요. 학생때는 구체적으로 기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진 않았지만 교지편집이 재미가 있었고 이쪽 분야의 일들이 제 적성에 맞겠다는 생각은 했어요. 그래서 생업으로 기자를 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들에 삶에 관심이 많아 사회분야 기사를 주로 담당하고 있습니다. 노동, 복지, 환경에 관심이 많습니다. 사회부에서 3년 일했고 지금은 미디어부 소속입니다. 요즘은 오보, 왜곡보도, 기자들의 갑질 등 언론으로 인해 피해를 본 사람들에 대한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기자들의 일과는 밀도가 있고 업무 스트레스도 많다고 들었는데, 어떤 일들을 하시고 그 과정은 어떠한지 궁금합니다.

공식적인 근무시간은 9시부터 6시까지인데, 9시 전에 오늘 어떤 기사를 쓸지 데스크 팀장에게 발제를 합니다. 이렇게 취재승인을 받으면 본격적인 일과가 시작되죠. 현장취재, 전화 문의, 자료검색 등을 통해서 그날 여섯 시 전후로 기사를 마감하게 됩니다. 기사를 작성하면 데스크에 넘기고 최종적으로는 국장승인 후 기사를 내보내게 됩니다. 평균적으로 하루에 한 개의 기사를 쓰는 것 같습니다. 출입처에 보도자료를 쓰는 기자들은 하루에도 몇 개의 기사를 쓰는 데 저희는 하루에 하나 정도 기사를 씁니다. 밀도 있게 일하는 것 같습니다. 오늘도 어떤 언론사의 비리 문제를 전화로 확인하고, 인터뷰까지 마친 뒤 여기에 왔네요.

제가 관심있게 보고 있는 사안들이 여러 가지라 특정 기사를 쓰는 도중이라도 그 사안들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틈틈이 확인합니다. 그래서 하루 일과가 밀도 있게 돌아가는 편인데요, 일상적인 업무를 하다가도 갑작스럽게 큰 사건이 발생하면 바로 취재를 하는 일도 있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아침 신문 솎아 보기라는 기사를 쓰는 당번이 있어요. 국내 일간지를 8시에 정리해서 기사를 작성하는 건데, 5시 반에 일어나서 8시 반까지 정리해서 올리고 좀 쉬다가 11시에 출근을 합니다. 52시간제 덕분에 업무시간은 줄어든 거 같습니다.

주말은 하루는 쉬고 하루는 자료 조사 하는 편입니다. 업무과 비업무 시간이 분리가 잘 안 되는 편이에요. 주말에도 취재원들로부터 불쑥 전화가 오는데요, 그러면 받아야지요. 이 또한 업무의 연장인데... 그림자 노동이라고나 할까요. 밥 먹고 있다가도 중요한 전화가 오면 받아야 되고요. 스트레스를 안 받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식의 업무가 지속되니 나도 모르게 스트레스를 받더라구요.

 

일을 하다보면 인터뷰 거부당하고 기사로 비판 받는 일도 많을 것 같아요.

우리가 일상적인 삶에서는 거절당하는 일이 많지는 않잖아요. 하지만 기자는 거절 당하는 게 일상사입니다. 기자라고 신분을 밝히면 우선 피하고 인터뷰를 거부하는 사람이 정말 많으니까요. 비판적인 기사를 쓰면 욕을 듣기도 하고요. 중요한 사안이라고 생각해서 힘들게 인터뷰 했는데 인터뷰 받는 분(인터뷰이)이 언론에 기사화하는 걸 거부할 때도 있죠. 그런 때는 내가 설득을 못했다는 자책감도 듭니다. 그래도 거절이 연속되는 일상을 겪어왔다보니 이제는 거절 당하는 게 신경쓰이진 않습니다.

그리고 취재원들이 기사를 보고 비난할 때도 있어요, 사실관계가 맞는데도 기사를 철회해달라고 막무가내로 요구할 때도 있고요. 기사에 대한 반응과 평가는 여러 경로를 통해서 들어옵니다. 취재원들이 연락하기도 하고 데스크도 기사에 대한 평가를 하고요. 기사에 댓글도 달리고요. 다른 일도 마찬가지겠지만 마냥 편한 일은 아닌 거 같습니다. 기자 생활을 5년 이상 하다보니 맷집이 생기는 거 같아요, 웬만한 일에 상처받지 않는다는 거, 이게 입사초기에 비해 달라진 점이예요. 하지만 책임감은 더 느끼죠.

 

일 하시면서, 힘든 순간들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취재원이 1년 전 유서를 남기고 돌아가신 적이 있어요. 지역 방송사 비정규직 PD인데 만 13년 동안 정식 직원처럼 일을 했어요. 프리랜서 신분이었지만 고정으로 매주 1, 1시간의 고정 프로그램을 했고 그 외에도 다른 일을 했어요. 십 수년 간 박봉으로 일해왔기에 상사한테 13년 만에 월급을 올려달라고 했는데 바로 해고 되었어요. 이분은 정식 직원처럼 일을 했기에, 억울해서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진행했어요, 그런데 회사에서 동료를 회유해 진술을 번복하게 했습니다. 법원에서는 회사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1심을 패소했어요. 저는 몇 개월전부터 그 분 관련 기사를 썼었어요. 판결나고 후속 기사 쓰려고 통화했는데 며칠만에 돌아가신거지요. 그 일을 겪고 충격이 컸습니다. 유서에는 제 이름도 있었습니다. 제가 해야 할 일을 못했다는 자책감도 컸습니다. 제가 이분 관련 기사를 많이 썼는데 다른 언론에서는 기사가 많이 나오진 않았습니다. 이 사건 겪으며 사회에 도움이 되는 기자가 뭔지 고민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고 이재학 PD2018년 억울해서 미치겠다는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이 피디의 가족은 재판을 이어받아 법정 다툼을 벌여왔다. 지난 20215, 근로자였던 점과 부당해고 당한 점이 인정된다고 항소심에서 승소한 바 있다. 방송계 비정규직 문제는 고 이재학 PD만의 문제는 아니다. 방송계에 잘못된 관행, 열악한 노동환경이 자리 잡고 있다는 건 익히 알려졌다. 그의 죽음 이후 방송계 노동자들의 부당한 노동현실에 사회적인 관심이 모아진 바 있다. 손 기자는 이 PD의 사망 이후에도 여러 번 후속 기사를 낸 바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2020년 올해의 좋은 보도상에 미디어오늘 손가영, 김예리 기자의 CJB청주방송 고 이재학 PD 부당해고 및 사망사건 관련 연속 보도를 선정했다.

기자의 직업병이라면 무엇이 있을까요?

지난 1년 동안 그 분 자살로 충격을 받고 집에 들어가면 문득 우울해지고 불면증도 생긴 적이 있어요. 지금은 좀 나아졌습니다.

대부분의 기자들이 손가락이 아파요, 저도 손가락이 욱씬거려 병원도 가 봤는데 딱히 병명은 못 찾았어요, 병원에서는 쉬라고 하는데 쉴 수는 없는 현실이고요. 그리고 두통이 생겼고요, 편두통인거 같은데 일을 시작하고 생활이 안 될 정도로 머리가 아픈 적도 있어서 약을 챙겨서 먹기도 합니다. 알고 보니 다른 기자들도 두통이 많더라고요. 매일 기사거리를 생각하고 작성해야 되니 긴장감이 높고 스트레스가 많은 편이예요.

 

언론사 내부 문화는 어떤가요?

우리 언론사는 각자 일 열심히 하자는 분위기입니다. 수평적인 분위기로 지시하는 편이라기 보다는 기자들이 스스로 각자 발제하는 아이템 위주로 흘러가는 편입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방향성이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다른 일부 언론사는 선후배 관계가 명확하게 수직적인 곳들도 많아요. 선배가 시키면 해야되는 분위기인 곳도 있고요, 심하게는 자기기 쓰고 싶지 않은 기사를 써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자기 양심에 반하는 기사를 쓰게 되는 경우가 있어서 심한 경우 사직하는 경우도 있어요. 내가 쓴 기사가 기사내용이 바뀌어서 나가는 경우도 있고요. 또 직장내 괴롭힘이 있기도 하죠, 수 년전만 해도 잠도 안재우고 주말에 당직서게 했어요. 언어 폭력으로 스트레스 받는 기자도 있습니다. 변하고 있다고 하지만 옂너히 남성중심적인 편이고, 술자리에서 성희롱도 있어요. 언론계에 숨겨진 이야기가 많아요, 언론은 자기 이야기를 잘 안해요.

 

기사의 사회적 역할은 무엇일까요?

언론은 필요한 정보를 주고 기업, 정부, 공공기관 등 권력집단을 감시하는 역할을 하며, 내 이웃의 문제를 충분히 보여 주는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세 번째에 방점을 두는데요, 사회를 선하게 바꾸어 내려는 힘이 있는, 영향력이 있는 기사가 좋은 기사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좋은 기사는 많은 노력이 끝에 완성됩니다. 시간을 들여 여러 사람들 만나야 합니다. 기사에는 1명 인터뷰한 걸로 나오지만 실제 취재과정에서 여러 명을 만나 인터뷰한 경우도 있습니다. 이렇게 발품을 들여야 좋은 내용이 나옵니다. 저도 한 명이 아니라 여러 명에게 물어보자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 인터넷 기사를 보면 양은 많지만 선정적이고 자극적이라고 느낄 때가 많은데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대표적으로는 최근 손정민씨 사건이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손정민씨의 사건에 대해 언론이 전해주는 수준으로 세세히 알 필요가 있을까요? 하지만 기사가 잘 팔리니까 많이 쏟아져 나왔죠.

요즘은 코로나백신 이상반응에 대한 기사도 많이 나오고 있는데요. 상관관계와 인과관계에 대한 깊은 고민이 없이 보도하는 거 같습니다. 사람들을 더 혼란스럽게 만들어 버린 게 아닌가 합니다.

 

좋은 기사, 좋은 언론 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해 필요한 독자의 역할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기자들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을 때는 정확한 지적이 필요하고요. 그리고 경쟁과 스트레스가 많은 직업이다 보니 좋은 기사가 나오면 격려도 필요합니다. 이런 피드백이 언론 발전에도 도움이 될 거 같습니다.

(선전위원장 장영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