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6월호_노안활동가에게 듣는다] 현장 안전에 타협이란 없다 -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대의원 안규백 활동가 인터뷰

현장 안전에 타협이란 없다 -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대의원 안규백 활동가 인터뷰

유청희 상임활동가

 

GM의 대우자동차 인수 후 2001년 1,785 명 노동자 해고, 2005년 1,700명 공장 복직, 2017년 군산 공장 폐쇄. 바로 한국지엠 노동자들에게 지난 20년 간 일어났던 일이다. 최근에도 창원 공장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대량 해고되기도 했다. 사측과 여기 동조하는 언론은 끊임없이 한국지엠의 위기가 강성 노조 때문이라는 비난도 서슴지 않았다. 이런 회사에서 노동안전보건 활동을 끈질기게 해온, 연구소 회원이기도 한 안규백 한국지엠 대의원을 만났다.

안규백 활동가는 한국지엠 부평공장에서 대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사측은 인원 투입은 하지 않은 채 생산성 향상을 이유로 노동강도를 강화하려는 시도를 지속했고, 작년 8월 노조는 이를 저지하기 위해 현장 투쟁을 했다. 안규백 활동가의 선택은 작업중지였고, 작년 10월 해고되었다. 이후 그는 대의원으로 활동하며 지방노동위원회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아직까지도 작업중지를 하면 회사가 노동자에게 법적 책임을 묻는 경우가 많고, 법원에서 다툴 시 오히려 노동자가 불리할 때도 많다. 이런 현실을 모를 리 없는 그가 작업중지를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인지 들어보았다.

 

▲ 안규백 활동가는 인력 충원 없이 생산성 향상만 요구하는 사측에 맞서, 무엇보다도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이 일순위임을 외쳐왔다. 

 

안규백 활동가가 노동안전보건 활동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었다. 그는 한국지엠이 운영한 기술교육원 출신인데, 2006년 부평 공장에 입사해서 목격한 현장은 '암울'했다고 한다.

"대우자동차가 지엠에 넘어가면서, 부평공장이 차를 제대로 생산 못 하던 상황이었어요. 그러다가 신차 생산이 시작되면서 인력이 필요해진 시기에 정규직으로 입사했죠. 운이 좋았어요.

입사 후 충격적이었던 것이, 보전 요원이 설비 수리하다가 협착되면서 크게 다친 일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 자체에 대해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고, 라인은 계속 돌아가는 것을 목격했어요. '사람이 죽어나가도 라인은 멈추지 않겠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는 과정 중에도 해마다 생산성 향상을 위해서 대의원과 사측이 협의를 하고요. 작업량은 그대로 유지하고 사람을 빼는 일이 횡행했어요. 거기서 빠진 인원은 정년 퇴직시키거나 추가로 필요한 곳으로 보내고. 신규 채용은 안 하고, 하더라도 최소 인원만 뽑는 시기가 있었어요. 그런 과정에서 뭔가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현장에서 알게 된 선배들과 현수막 게시하면서 선전전하고, 선전물도 뿌리고요."

무거운 현장에서 내딛은 한 걸음

당시는 지엠에서 해고됐다가 복직한 1,750명의 노동자와, 안규백 활동가와 같은 신규 입사자가 함께 일하는 상황이었다. 각종 암이나 뇌심혈관계 질환으로 인한 사망자가 계속 나왔지만, 조합원들은 업무 연관성을 적극적으로 제기하지 못하고 있었다. 회사는 이를 ‘개인 질병’으로 봉합했다.

"제가 입사한 후부터 10년 동안 매달 사망자가 나왔어요. 사고사는 많지 않았어요. 회사는 개인질병이라고 하지만, 의문이 들었습니다. 1750명이 해고됐다가 복직되는 5년 동안 노동자들이 피폐해진 것 같았어요. 다시 일 하면서도, 술 없이는 삶이 유지가 안 되는 분들도 계실 정도로요. 그때는 정말 브레이크 없이 계속 노동강도를 올리고 있었어요. 저는 사망자가 속출하는 일이 노동강도와 뗄 수 없는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현장에서의 문제제기는 아예 없었고요. 그래서 대의원과 (회사) 부서에서 생산량 증가에 합의하는 것에 문제제기하고, 생산량 증가는 노동강도 심화와 관계가 있다고 선전물도 배포했죠. 안전사고 나면 대응 매뉴얼 요구하면서 일상적인 안전보건 활동도 하고요."

입사 이후 안규백 활동가는 현장의 몇몇 조합원들과 함께 가칭 ‘조립2부 노동강도 완화 대책위원회’를 결성해서 작은 실천들을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침체된 회사 분위기 속에서도 노동안전보건 활동을 이어갔고, 조금씩 변화를 목격하기도 했다.

"바로 효과가 나타났다고 보지는 않아요. 안돈 줄이라고, 라인 중지하는 선이 있어요. 문제가 발생하면 직장(중간관리자)을 호출하는 선인데요. 이 선을 당기면 라인의 일부가 멈춰요. 라인이 완전 중지되지 않게 하려고 직장이 오는 거죠. 제가 처음 입사했을 때에는 사람들이 안돈 줄을 잡지 못했어요. 멈추면 정말 큰일 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도 제가 근무하는 2공장은 분위기가 많이 바뀌어서 적어도 안돈 줄은 잡게 됐죠. 그런 부분들이 대책위원회가 만든 작은 기틀이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 이후 실제 작업중지 사례도 있었고요. 조합원들이 그런 과정에서 자신감을 회복해갔다고 생각합니다."

위험한 현장을 멈추자, 첫 번째 '작업중지'

회사는 현장 안전을 전혀 우선하지 않았다. 설비에 문제가 생기면 라인을 정지하고 원인을 찾아 재발방지를 해야 하지만, 회사는 정지에 대한 책임소재만(작업자 판단 때문인지 설비 유지보수 때문인지) 따졌다. 2011년, 안규백 활동가는 사업장에 사고가 나자 작업중지를 걸고 회사에 대책을 요구했다. 현장을 안전하게 바꾸는 일에 있어 그에게 타협이란 없었다.

"대의원 당선되고 활동하던 때인데 보전 작업자가 작업 도중 다쳤다는 소식을 전해 듣게 되었어요. 매뉴얼 상으로는 2인 1조 작업이지만 보통 한 사람씩 하거든요. 차 시트를 들어 차에 장착하는 기계가 있는데, 센서에 문제가 있었는지 작동이 안 된 거예요. 혼자 보다가 손가락 협착이 되어 찢어진거죠. 사고가 났는데도 라인은 정상 운영하고 아무 조치도 없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작업중지로 싸워볼 수 있겠는지 판단하기 위해서 건강한 노동세상 장안석 동지랑 의논했어요. 각오는 되어있었습니다. 기아자동차 작업중지 사례를 참고하고 가능하겠다 판단해서, 라인 정지하고 노동조합에도 연락했죠. 이길 수 있겠다 생각했습니다.

그때 주장한 것은 사고 사례를 모든 작업자들에게 알리라는 것이었습니다. 동종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서 안전교육 요구했고요. 이때 120분 넘게 라인을 세웠어요. 회사가 요구사항을 수용했고, 20분 안전교육도 실시했죠. 작업중지 시간이 총 126분이었는데, 회사가 이 중 106분을 문제 삼아 생산 손실 이유로 저를 징계했습니다. 저는 바로 지엠에서 산재 사고가 은폐되고 있다고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배포 하고, 법적 조치를 예고했습니다. 그러자 회사가 해고 안 할테니 정직 1개월로 마무리 하자고 제안 해왔어요. 하지만 제 입장에서는 없던 것으로 하자는 것도 아니고 정직 1개월이라는 말을 받아들일 수 없었어요. 그래서 그 제안을 받지 않았죠. 결국 정직 2개월로 결론 났습니다."

현장을 바꿔보려는 여러 시도

한국지엠 노동조합은 2016년 연구소와 함께 노동강도평가를 진행해 보고서로 내기도 했다. 이런 조사 활동을 통해서 얻고자 했던 것은 무엇이었는지, 또 기억에 남는 현장 변화 시도는 무엇이 있는지 들어보았다.

"대의원, 정책부장, 노동안전보건실장 하면서 보니 회사와 협의하면서 노동자 입장의 근거로 제시할 데이터가 없더라고요. 또 현장 조직도 하고 싶었고요. 그래서 보고서를 내기로 하고 부서마다 현장위원들을 선임했어요. 현장위원들이 발로 뛰면서 직접 조사한다는 게 중요했어요. 이들이 노안활동가로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고요. 그분들 중에 관심갖고 했던 분들은 한두 명 정도였고, 지속되지는 않았어요. 그래도 의미는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아쉽지만 현장에서 큰 반응은 없었어요. 조합원들은 눈에 보이는 변화가 없으면 반응하기 어려우니까요. 노동강도평가를 한 번으로 끝낼 것은 아니고, 차종도 바뀌었고 평가한지 5년이나 지났으니 다시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당시 지적됐던 문제들이 개선되었는지도 확인해야 하고요.

그 외에 기억나는 활동으로는, 원하청 공동 안전보건사업 제안했던 것인데요. 사업계획을 세우다가 비정규직 실태조사 사업으로 확대해서 진행한 겁니다. 비정규직 지회와 함께 현장 안전점검도 하고요. 그 과정에서 비정규직 청소노동자가 청소하다가 발가락 골절되고 해고까지 당할 뻔한 일이 있었는데, 산재 처리하고 해고도 막아냈어요. 그분에게 문자메시지 받았는데 참 뿌듯하더라구요. 어떨 때는 뭘 하고 있나 생각 들기도 했었는데 이런 일로 뿌듯함을 느낀 적이 있네요."

두 번째 작업중지, 멈추지 않는 투쟁

안규백 활동가는 최근 또 한 번 작업중지를 하고 회사에서 해고를 당했다. 중징계가 내려질 수 있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지만 작업 중지를 선택한 그에게, 그런 결정의 바탕에는 어떤 생각이 있었는지 물었다.

"작업중지가 쉬운 일은 아닙니다. 큰 사고가 아닌 경우에는 왜 그걸 가지고 작업중지를 하냐고 하는 경향이 있어요. 지금은 작은 사고지만 내버려두면 더 큰 사고가 된다고 저는 말 하는데요. 직접적 안전 문제는 아니지만, 짭수(시간당 차량 생산 대수) 투쟁같은 부서 현안 문제에는 현장에서 더 동의하는 편이고요. 과거부터 내려오는 것으로 잘 아니까요. 안전사고 문제로 세운 것은 대우자동차 역사상 처음이라고 하더라고요. 라인을 끊을 수 있는 것은 노동조합뿐이에요. 이건 일상적 쟁의권의 문제죠, 합법인가 불법인가를 넘어서.

처음 라인 세웠을 때는 2시간 동안 공장을 세웠는데, 공장 가동이 안 되니까 회사가 휴업 결정 내리고 남은 사람은 다 퇴근을 시켰죠. 이것의 학습 효과로 변화가 생깁니다. ‘우리가 일하지 않으면 선다’는 인식이 생겼어요. 최근 작업중지 이후에는 해고 확정통보 받고 다음 날 출근을 했는데, 제 선거구의 조합원들이 많이들 출근을 안했더라고요. 또 일부는 출근했다가 두시간 만에 퇴근을 하기도 하고요. 거기서 자부심을 느꼈어요. 그날은 라인이 가동되다 말다 하다가, 4시간 휴업으로 결정 됐습니다."

이번 작업중지는 현장에 어떤 변화를 만들어낼까? 이런 투쟁을 통해 안전권, 건강권에 대한 생각이 다른 동료들에게까지 퍼질 수 있지 않을까? 노동자들이 작업중지를 비롯한 안전과 건강에 관한 의제를 더 일상적이면서도 중대한 사안으로 받아들이게 하려면 어떤 것이 필요할지 물었다.

"노동안전보건 감수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윤보다 사람이 먼저여야 한다는 감수성 키우기요. 잘 못하면 노동조합이 있어도 회사가 안전 문제에 대해 전혀 무서워하지 않기도 해요. 노안실장할 때 조합원들이 일상적으로 겪고 있던 근골격계 문제를 집단의 문제로 올려내지 않았던 것이 아쉬워요. 다시 해보면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회사는 끊임없이 생산성 요구하고, 10명이 하던 일을 7명에게 하라고 하죠. 설비는 90년대 말 설비 그대로인데요. 회사의 논리를 깰 수 있는 방법은, 지금의 심각한 노동강도 때문에 사람이 망가진다는 것을 드러내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치료받게 하는 것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현장을 조직하는 게 중요해요.

마지막으로는 노동조합이 다양한 사회연대활동을 할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해요. 코로나는 우리만 조심한다고 안 걸리는 것이 아니잖아요. 지엠은 인천의 중심 기업인 만큼, 코로나 예방을 위한 지역 활동을 해볼 수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활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지금까지 우리가 임금 인상만 집중했던 것도 사실이라 그것을 돌아보고 변화를 만들면 좋겠다는 그런 고민이 있어요."

안규백 활동가는 두 번의 작업중지를 했고, 그로 인해 징계를 받고 해고를 당했다. 그렇지만 그는 여전히 철저한 노동안전보건 활동이 있어야 하고, 사고 원인을 파악하고 재발 방지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 한다. 싸우면 싸울수록 노동자에게 힘이 생긴다고. 쉽지 않은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활동을 이어가는 그에게 응원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