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과로사통신] 코로나19와 사회적 합의 이후, 택배현장은 얼마나 변화했는가 : 낮은 택배 수수료와, 택배 노동자의 ‘강제된 자발적 과로’/2021.5

[일터 5월호_동아시아과로사통신] 

코로나19와 사회적 합의 이후, 택배현장은 얼마나 변화했는가

낮은 택배 수수료와, 택배 노동자의 강제된 자발적 과로

 

코로나19 이후 택배산업의 변화

2020년은 택배노동자에게 가혹한 한 해였다. 택배노동자의 과로사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택배노동자의 열악한 노동조건이 재조명되었다. 코로나19는 사람들의 소비패턴을 변화시켰고 이에 따라 택배산업은 급속도로 팽창했다.

2020년 택배물동량은 전년 대비 20.93%(337천만 개)가 증가했다. 이는 최근 10년 중 가장 폭발적인 물동량 증가를 기록한 것이다. 코로나19 이전에도 택배산업은 10년 동안 연평균 10% 내외의 물동량 증가 추세를 기록해왔다. 예년에 비해 전반적으로 물동량이 급증한 것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2020년 택배 평균단가는 전년 대비 2.1%로 하락했다. 20192,269원이었던 평균단가는 20202,221원으로 낮아졌다. 이는 최근 10년간 가장 낮은 수치다.

택배자본의 이윤창출과 일하다 쓰러지는 택배노동자

택배자본은 코로나19를 전후로 큰 이윤을 얻었다. 2020CJ대한통운, 한진택배, 롯데택배, 로젠택배는 모두 전년 대비 10~20% 대의 택배부문 매출액 증가폭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최소 20%에서 최대 130% 대의 증가폭을 기록했다. 택배자본은 택배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 출혈적인 저단가 경쟁전략을 지속하고 있다. 택배 평균단가의 하락은 코로나19를 전후해 이러한 영업전략이 변하지 않았음을 방증한다.

택배자본이 거둬간 이윤의 이면에는 택배노동자의 과로사와 극한의 노동조건이 자리하고 있다. 택배노동자는 낮은 수수료 체계에서 많은 물량을 처리하는 선택지밖에 없었다. 코로나19로 폭증한 물량은 취약한 택배노동자의 노동조건을 더욱 악화시켰다. 택배노동자가 일하다 쓰러지고 죽어가는 상황으로 치닫게 된 것이다.

쿠팡을 필두로 한 유통산업의 재편

쿠팡은 20211월 택배사업자 자격을 획득했다. 또한 3월에는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하면서 큰 주목을 받았다. 쿠팡은 향후 택배시장에도 공격적인 시장점유율 확보전략을 취할 것이다. 쿠팡은 시장독점을 위한 적자경영과 유연한 노동력 활용으로 이미 온라인유통산업을 장악해나간 전력이 있다.

쿠팡은 택배산업 재진출을 시도하면서 택배업 운영에서 직고용 방침을 밝혀왔다. 그러나 최근 택배사업자 자격을 획득하고 돌연 직고용과 위탁계약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택배시장을 빠르게 장악하기 위해서는 유연한 고용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인 것으로 보인다. 향후 쿠팡의 택배업 진출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다.

쿠팡이 물류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

쿠팡은 공격적인 투자로 확보한 물류창고와 배송센터를 바탕으로 로켓배송이라는 풀필먼트 시스템(fulfillment system)을 완성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쿠팡의 모델을 따라가기 위한 움직임이 진행 중이다. CJ대한통운과 네이버는 지난해 3천억 원 규모의 상호 지분교환을 했다. 최근 빠른 배송이라는 풀필먼트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네이버의 온라인마켓 장악력과 CJ대한통운의 물류창고와 배송시스템을 결합하겠다는 구상이다.

최근 이베이코리아(G마켓, 옥션, G9) 인수에 신세계, 롯데, SK, MBK(홈플러스)가 치열하게 경합하는 것도 쿠팡의 모델을 추격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신세계, 롯데, 홈플러스는 오프라인 유통산업(대형마트)의 쇠락을 대비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합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이다. 기존 대형마트는 물류창고 형태로 개편하고 온라인몰과 마트 직배송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라스트마일 운송시장(Last Mile Delivery)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산업 내부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추세다.

사회적 합의 이후 택배노동자 실태

2020년 택배노동자 과로사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하면서, 연말에 더불어민주당 민생연석회의를 중심으로 한 사회적 합의기구가 구성되었다. 이후 20211월 사회적 합의문 발표에까지 이르렀다. 그 이후 택배현장은 얼마나 변화했을까?

아직 실질적인 효과를 확인하기에 이른 감이 있으나, 현장에서 극적인 노동시간 감소는 관찰되지 않았다. 화물연대 자체조사 결과, 분류작업 시간은 평균 1.5시간 정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외 노동시간에서는 유의미한 차이를 확인하기 어려웠다. 20년 하반기 조사 결과 총 14.5시간에 달했던 노동시간이 감소한 것은 분명하나, 여전히 상당한 수준의 장시간 노동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분류인력 투입은 단기 대책으로 효과는 있다. 다만, 분류자동화설비 도입, 택배 수수료 인상, 이에 따른 적정 작업량 산출 등의 전반적인 개선 없이는 택배노동자의 장시간 노동을 해결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그래서 택배·유통부문 안전운임제

화물연대는 화물운송시장의 고질적인 저단가 운임구조를 바로잡기 위해 오랫동안 안전운임제법제화를 요구해왔다. 2020년부터 수출입 컨테이너와 시멘트 품목에 대해 도로안전운임제가 시행되기 시작했다. 안전운임제는 화물노동자의 운임이 노동조건과 도로안전에 깊은 관계가 있다는 점에서 출발한 제도이다. 택배 평균단가의 하락 추세에서 볼 수 있듯이, 택배노동자 역시 운임(수수료) 하락이 장시간 노동의 근본적인 원인이다. 수수료 인상을 통한 노동시간 단축을 이루기 위해 택배와 유통부문을 포함하는 안전운임제 확대가 필요하다.

(화물연대본부 강동헌 전략조직국장)